D+246일 / 흐림
모스크바
자전거를 타고 모스크바 시내를 둘러볼 생각이다. 모스크바 강변과 빅토르 최의 벽 그리고 볼쇼이 극장을 둘러보고 싶다.


이동거리
17Km
누적거리
16,392Km
이동시간
2시간 42분
누적시간
1,183시간

 
뒹굴뒹굴
 
빅토르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모스크바
 
장소
 
모스크바
 
 
3,41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오전내 내리던 비가 멈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전 시간을 보내고.

1시 반이 되어 바람을 쐴 겸 자전거를 끌고 나간다.

모스크바강을 건너 표트르 대제 기념비가 있는 강변 공원으로 간다.

매일 비가 오는 날씨지만 포근하고, 강변의 바람은 제법 시원하다.

표트르 대제 기념비에서 잠시 모스크바 강변을 구경하고.

느린 유람선의 움직임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다.

잘 정비된 강변의 공원, 고리키 공원의 산책로를 달리고.

공원을 가로질러 베이지색 대리석으로 세워진 정문을 나선다.

놀이공원과 미술관 등이 있는 커다란 공원이다.

다시 모스크바강을 건너 모스크바 중심을 감싸고 있는 원형의 도로를 따라간다.

도심 전체의 모든 건물들이 웅장하고 흥미롭다.

넓고 한적한 인도를 따라 자전거를 타는 것이 너무 편하고 좋다.

모스크바 어느 곳에서도 보이던 석조빌딩이 나타난다.

"하늘 높이 우뚝 솟은 놈이 너구나."

러시아 외무성의 건물, 스탈린 시대의 건물 중 하나인 외무성 빌딩은 압도적인 위압감이 느껴진다.

구시가지 아르바트 거리로 들어간다.

보행 도로인 아르바트 거리에는 그 유명한 빅토르 최의 벽이 있다.

기타를 남녀가 벤치에 앉아 있고, 몇몇의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찍는다.

"차가운 땅 위에 거대한 도시가 있다.
그곳에선 가로등이 빛나고, 자동차들의 소리가 울린다.
도시 위에는 밤이 있고, 밤 위에는 달이 있다.
오늘은 달이 핏방울처럼 붉다.

주위엔 행복뿐이다. 지옥 같은 것은 볼 수조차 없다.
주위엔 아름다움뿐이다. 지옥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소리친다. '와~!'
그리고 모두는 앞으로 달려간다.
이 모두들 위로 새 하루가 시작된다.

집은 서있고, 등불이 빛난다 .
창문 밖으로 먼 곳이 보이는데
어디서 이 슬픔이 오는 걸까?
살아있고 건강하므로,
살아감을 슬퍼해서는 안 되는데.
어디서 이 슬픔이 오는 것일까?"

-Kino(빅토르 최), 슬픔

어린 시절에는 러시아에서 유명한 고려인 락 커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빅토르 최, 사람들은 그에게 혁명가이며 진정한 로커라고 말한다.

엄혹한 80년대 구소련 체제 속에서 자유와 변화에 대해 노래하였고, 끝까지 노동자의 삶을 살았으니 그를 노래하는 혁명가라고 불러도, 락의 정신을 보여준 진정한 로커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나에게 빅토르 최는 자유와 사람 그리고 삶을 사랑했던 시인이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여행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빅토르 최를 아는지 물어봤었다.

"I love Viktor Tsoi!"

빅토르 최의 벽 앞에서 담배 한 개비를 태우는 동안 기타를 가지고 앉아있던 남녀가 그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벤치에 앉아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다 쓰이지 않은 노래가 몇 개인가? 말해봐, 뻐꾸기야, 노래해라."

초이는 살아있다! 빅토르 최(1962.6.21~1990.8.15)

인형탈을 쓰고 기념사진을 찍거나 자석 기념품을 파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아르바트 거리를 빠져나간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 볼까? 볼쇼이?"

도로와 공원길을 따라가고.

푸시킨의 동상을 만난다. 비둘기가 동상의 머리 위에 앉아있어 울버린 같기도 하고, 뿔난 악마 같기도 하다.

모스크바의 대로에는 신호등이 아닌 지하보도를 건너야 하는 곳이 많다. 우리처럼 깊지 않은 지하보도들이라 큰 문제는 없다.

지도를 보며 구시가지들을 따라 볼쇼이 극장으로 찾아간다.

여기저기 오래된 석조 건물들과 카페들.

그리고 오랜만에 맑은 하늘이다.

순백색의 기둥들과 짙은 베이지색의 볼쇼이 극장의 모습에 짧은 탄성이 새어 나온다.

정중앙의 정면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세 명의 불청객이 앞을 가로막으며 길게 대화를 이어간다.

"아니, 공간도 넓은데 굳이 내 앞에서 저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피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아, 그들의 앞으로 이동한다.

"각도가 조금 좁아졌지만 괜찮아."

고개를 꺾어 한참 동안 하늘을 쳐다보고.

"멋지다!"

분수대가 있는 벤치에서 잠시 쉬며 주변을 살펴본다.

길 건너편으로 칼 맑스의 동상이 세워져있고.

멋진 분수대의 뒤편으로 붉은 광장의 모습들이 보인다.

"이제 돌아갈까."

모스크바 강변을 따라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따라가고.

교차로의 좌회전 신호등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붉은 광장 방향으로 돌아간다.

붉은 광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의 건물들과 골목들을 천천히 구경하고.

모스트바 강변으로 빠져나온다.

공원에서 강변으로 길게 이어진 스카이라운지에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강변 쪽의 크렘린 성벽을 따라 이동한다.

한적하게 성벽을 관찰할 수 있어서 좋다.

숙소가 있는 방향의 Vodovzvodnaya Tower와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니 성곽의 탑을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면 어쩌란 말이지?"

숙소 건너편에 세워진 블라디미르 동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숙소로 돌아간다.

20km 정도의 거리, 자전거를 타고 모스크바 시내의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라트비아 국경까지 650km 정도만이 남았다.

"가자. 라트비아로!"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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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19일 / 흐림
우파
흐린 날씨, 휴식을 위해 우파 시내로 들어간다. "일다는 어디에 있는 거야?"


이동거리
17Km
누적거리
14,895Km
이동시간
2시간 07분
누적시간
1,083시간

 
일다
 
호스텔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우파
 
우파
 
우파
 
 
1,91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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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야 강변은 조용하고 편안했다. 안개비인지 이슬인지 모르겠지만 텐트가 젖어있다.

도시 근처지만 아무런 개발도 되지 않은 강변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 여행 자료들을 조금 정리하고.

모닝커피를 끓이고.

요거트와 시리얼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한다.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리며 우파에서 보낼 호스텔과 둘러볼 시내의 지역들을 검색한다.

첼랴빈스크처럼 우파의 모습도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부킹닷컴으로 시내 중심에 위치한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고 짐들을 준비한다.

텐트 정리 전, 패니어들을 장착하며 타이어를 살피니 뒷바퀴가 주저앉아 있다.

"며칠 조용하다 했다."

철심을 제거하고 펑크패치로 정비를 하고, 아무래도 몽골에서 산 본드가 성능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접착력이 약한지 패치가 잘 붙지를 않는다.

1시 30분, 조금씩 흐려지던 하늘은 빗방울을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우기냐?"

우파로 들어가는 교차로를 지나.

시내를 향해 달려간다.

서서히 우파의 모습이 드러나고.

구불구불한 벨라야 강에 둘러싸인 우파, 첼랴빈스크와 달리 고층 건물들도 제법 솟아있다.

모래 퇴적층이 쌓인 곳은 자연 그대로 강변 공원을 만들고, 반대편은 시멘트 구조물로 산책로를 만들고 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중심으로 왼편이 구도시, 오른편이 신도시처럼 느껴진다.

도시 초입의 기념탑, 바쉬코르토스탄과 러시아의 우정을 상징하는 탑이라고 한다.

약간 언덕에 위치해 있어 벨라야 강변의 모습을 둘러볼 수 있다.

기념탑을 구경하는 사이 빗방울이 강해진다. 기념탑 공원의 나무 밑에 마련된 벤치에서 비를 피한다. 땅바닥까지 내려온 나뭇가지 덕에 비나 햇볕을 피하기 좋은 자연의 파라솔 같다.

"뽀뽀하기도 좋겠네."

우의를 챙겨 입고 나무 밑에 앉아 숙소로 바로 이동할지, 주변을 둘러볼지 고민하는 동안 일다에게서 메시지가 들어온다.

"어제 잠을 자느라 메시지를 못 봤어. 어디에 있어?"

한 시간 후에 휴식 타임이라는 일다에게 위치를 보내주고 숙소로 갈 생각이라 알려주니 자신에게 올 수 있는지 물어본다.

"비가 와서 못 가."

비도 문제지만 일다가 사는 마을로 돌아가고, 다시 시내로 들어올 수는 없다.

바로 숙소로 이동하기로 결정하고, 경로에 있는 공원들을 둘러볼 생각이다.

비가 내리는 날, 낯선고 좁은 구시가지의 도로는 정신이 없다. 계속해서 울려대는 누나와 일다의 메시지, 정말 정신이 쏙 빠져나간다.

조각상이 있는 작은 공원에서 누나와 통화를, 일다에게 답장을 하는 동안 길을 지나치던 아저씨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일이 있으면 자신에게 연락을 하라는 아저씨는 연락처를 주고 사진을 찍자며 요청을 한다.

"아, 정신없어."

겨우 아저씨가 자리를 떠나고, 일다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사비, 어디에 있어?"

공원의 위치를 보내주고, 사진을 보내주니 20분쯤 후 일다가 공원으로 찾아온다.

"미안해. 내가 잠을 자느라 메시지를 아침에 봤어."

"괜찮아."

일다는 자신의 집에 와달라고 한다. 구글맵으로 다음 목적지인 카잔으로 가는 반대편에 있는 일다의 마을을 가리키자 일다는 지도를 축소시키더니 일다의 마을을 지나 카잔으로 돌아가는 길을 가리키며 웃는다.

"하하하. 그래 그 길이 있네."

내일은 결혼식장에 간다는 일다에게 토요일에 집으로 가겠다고 약속을 하고 헤어진다.

"사비, 메시지가 안되면 전화를 해줘."

"알았어."

일다와 헤어지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도로의 신호등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반색을 하며 나에게 무엇을 하는지 영어로 물어온다.

"자전거 여행 중인데."

영어권의 사람들처럼 호들갑스러운 몸짓과 표정으로 놀랍다는 감탄사를 연발하고서 명함을 받고 바쁘게 사라진다. 거리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나에게 쏠려버린다.

도로변에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아마도 우파의 핫플레이스가 아닌가 싶다.

작은 공원의 멋진 분수대에서 젊은 남자아이와 대화를 하고.

"와, 정신없어!"

구시가지는 오래된 석조건물의 상가들 사이로 작은 공원들이 들어서 있다.

러시아의 구도시의 구조는 정말 마음에 든다. 단지 도로가 좁은 탓에 혼잡한 면이 있지만 산책을 하듯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을 벗어나 숙소로 이동한다. 곳곳에 있는 KFC 매장, 일단 좋은 도시다.

길게 뻗은 골목길을 따라가고.

관공서가 있는 공원을 지나.

숙소의 위치에 도착한다.

"아, 또 아파트형인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숙소의 주소를 보며 난감해 하자 1층에 있는 사무실의 유리창 너머로 한 아저씨가 숙소의 위치를 알려준다.

건물을 돌아 직접 밖으로 안내를 나온 아저씨를 따라간다. 아저씨의 사무실 옆, 좁은 계단의 2층 입구를 알려주고 아저씨는 사무실로 들어간다.

"스바시바."

깨끗한 인테리어의 숙소에서 쉽게 체크인을 하고, 하루를 더 연장해 결제를 한다.

샤워 후 세탁기를 돌리고, 슈퍼와 식당을 물어보고 밖으로 나간다.

화분들를 쌓아올린 묘한 구조물을 지나, 러시아 사림들은 웬만한 비에는 우산을 쓰지 않는다.

트렌치코트와 비니, 후드티를 둘러쓴 모습이 꽤 멋지기도 하다.

"기분 전환으로 머리를 잘라볼까. 비싸 보이는데."

슈퍼에 들러 계란과 햄 등을 사들고.

숙소의 여직원이 알려준 식당은 찾지 못하고, 키르기스스탄으로 간 월터와 짧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월터는 여자 친구와 함께 3,900미터의 설산을 트레킹하고 있나 보다.

숙소로 돌아와 햄과 계란 후라이로 저녁을 해결한다.

"꼭 하나씩 깨져있네."

휴식을 취하고 우파의 밤거리를 산책한다.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조도의 러시아 구도시의 거리 산책은 정말 마음에 든다. 커피숍과 맥주집, 카페들이 이어지는 도로변과 작은 공원들을 산책하고 돌아왔다.

"혼자, 이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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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11일 / 맑음
카예라크-첼랴빈스크
친절한 사람들과 끝없는 평온의 카자흐스탄 여행을 마치고 러시아의 두 번째 여행이 시작된다. "모스크바로 가자!"


이동거리
145Km
누적거리
14,397Km
이동시간
7시간 59분
누적시간
1,042시간

 
E123도로
 
E123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카예라크
 
트로잇
 
첼랴빈스
 
 
1,41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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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몽롱하고 불편한 아침이다. 쌀쌀함이 온몸을 움츠려들게 만드는 아침의 기운, 텐트를 정리하고 국경을 넘기 위해 준비를 한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화물차들이 길게 줄서있던 국경 검문소의 앞이 한산하다.

흐린 날씨에 구름 사이로 해가 들어가며 초겨울의 한기가 느껴진다.

"아, 너무 추운데."

검문소 옆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지만 빵 이외에 먹을 것이 없다. 1,500텡게가 남아있어 주유소의 편의점 역시 딱히 살만한 것이 없다.

"담배나 사자."

주유소에서 따듯한 물을 얻어 커피를 타 마시고 검문소의 작은 초소로 이동했다.

초소의 군인은 한국인이지 짧게 묻고는 확인증을 주고 검문소의 차단기를 올려주었다.

국경 사무실로 들어가니 두 개의 심사창구에 10여 명의 사람들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특별한 질문도 없이 무난하게 출국 도장이 찍히고, 짐을 검사하는 군인도 자전거만을 훑어보더니 그냥 가라고 한다.

"너무 심플한데."

카자흐스탄의 국경 검문소를 나오자 1km 정도의 거리에 러시아의 국경 검문소가 바로 이어진다.

앞서갔던 차량들이 줄을 서 있고, 검문소의 초소 앞에는 세 명의 남자가 서 있다. 세 명의 남자와 인사를 하고, 짧은 질문에 대답을 하는 동안 초소의 군인이 돌아와 출입국 카드를 건네준다.

웃는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지만 신경 쓸 것도 없고, 그냥 무시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출입국 카드를 작성하고 추위에 떨며 잠시 기다려야 한다.

"겨울 져지를 꺼내 입는다는 걸 깜박했네."

검문소의 차단기가 올라가고 함께 있던 세 명의 남자가 나를 부르고 검문소로 들어가며 초소의 군인에게 확인증을 받는다.

그들을 뒤따라 가며 확인증을 달라고 하자 세 명의 남자와 함께 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뭐야? 일행도 아닌데."

세 명과 함께 국경 사무실로 들어가니 작은 실내의 러시아 사무실에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함께 들어온 사람들은 그제서야 출입국 카드를 작성하려고 볼펜을 빌려 달라고 한다. 세 명에게 볼펜을 빌려주고 기다리고 있으니 승용차로 이동하는 사람들 한무리가 사무실로 들어와 어수선해진다.

한 차량에 5~6명씩 이동을 하니 한두 대만 들어와도 심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수가 제법 많은 것이다.

볼펜을 빌렸던 일행들은 출입국 카드를 작성하는 법을 모르는지 몇 가지 적을 것도 없는 내용을 채우느라 한 세월이다.

미리 대기줄에 서서 기다려도 출입국 카드 작성을 끝내지 못하고 7~8명의 사람들이 심사를 끝내는 시간까지 출입국 카드를 들고 씨름을 한다.

내 차례가 되어 세 사람을 불러도 오지를 않고, 어쩔 수 없이 다섯 명이 일행인 사람들에게 순서를 양보했다.

순서를 양보해 줬던 사람들이 심사를 받는 동안 일행들이 볼펜을 들고 내 뒤로 줄을 서고, 잠시 후 뒤에 줄 서 있던 남자가 우리 일행의 남자에게 뭔가 따지듯 언성을 높인다.

말을 알아들을 수 없지만 순서를 지키라는 말을 한 것 같고, 우리 일행은 내가 먼저 줄을 서 있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 같다.

내 뒤에 줄을 서 있어서 뻔히 순서를 알면서도 언성을 높이는 남자의 얼굴에 심술이 가득하다.

"I'm first!"

쓸데없는 일에 언성을 높이는 남자가 얄미워 한마디를 거들자 언쟁은 끝이 났다. 하지만 잠시 후 남자의 아내로 보이는 여자가 다시 우리의 일행에게 언짢은 표정으로 언성을 높인다.

"정말 눈치 없는 여자네."

그녀의 얼굴에도 심술이 가득하고, 정말 얄미운 가족이다.

"아, 초소의 그 녀석은 왜 일행도 아닌데, 하나의 확인증으로 묶어서 이 난리를 만드나."

내 차례가 되어 심사관은 질문 하나 없이 무언가를 확인하며 비자를 찾는다.

"Koreans don't need a Russian visa."

짧게 대답을 하자 더 이상 질문은 없고 한참 동안 무언가를 뒤적거리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계속 걸었다.

여직원이 먼저 나와 웃으며 남한인지, 북한인지를 묻더니 말이 안 통하자 웃으며 돌아가고, 다음에는 무표정한 남자 직원이 나오더니 내 여권을 가지고 사무실로 들어가 버린다.

마치 '넌 이런 것도 처리를 못하니'라는 표정과 몸짓이다. 심사관은 잠시 밖에서 대기하라는 제스처를 한다.

"국경인데,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네."

이미 분위기 파악이 끝난 상태라 예상되던 상황이다. 러시아의 무사증 협약은 복잡하지는 않지만 약간 헷갈릴 수 있는 내용이다.

'무사증 입국은 6개월 이내 최대 60일을 체류할 수 있고, 재입국 시 추가 30일을 체류할 수 있다.'

즉, 6개월 이내 최대 90일 동안 체류할 수 있으며 1회 체류 시 60일을 초과할 수 없다고 해석하면 된다.

나는 첫 번째 입국에서 24일을 체류했고, 이번 입국에서 35일 정도 체류하고, 세 번째 입국 시 30일간 러시아를 여행할 계획이다.

무표정했던 남자 직원이 사무실에서 나와 여권을 심사관에게 넘기며 뭔가를 말하고 심사관은 나를 불러 입국 도장을 찍어줬다.

일행의 가장 연장자였던 남자와 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오자 짐을 검사하는 군인은 '포!'를 외치며 나머지 일행과 함께 오라고 한다.

"아놔."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함께 오라는 제스처를 전달하자 일행의 남자는 미안한 듯 근무를 교대하는 심사관에게 뭔가를 설명한다.

무뚝뚝한 심사관을 따라가자 짐을 검사하는 군인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포'를 외치던 군인은 짐 검사도 없이 그냥 가라며 손짓을 한다.

"아싸뵤."

확인증도 없이 러시아의 입국 검문소를 지나치며 국경을 넘었다.

"모든 복잡함의 시작은 그 얄미운 녀석의 게으름에서 시작된 거야."

하늘에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러시아의 첫 번째 마을 트로잇스크가 14km 정도 거리에 있다.

"일단, 트로잇스크로 가자."

"첼랴빈스크까지는 거리가 애매하네."

생각보다 빠르게 국경을 넘은 탓에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트로잇스크에서 하루를 쉴지, 첼랴빈스크 가까이 이동해서 야영을 할지 결정을 못 했다.

핸드폰 통신을 개통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트로잇스크로 이동한다.

"숙소에서 쉴까? 첼랴빈스크에서 다시 숙소에 들어가야 하는데."

트로잇스크의 시내로 들어가며, MTC 매장과 식당을 찾는다.

도로변의 가게들 중 찾고 있는 매장은 보이질 않고, 도시나 마을에 처음 들어가면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의 분위기를 구경하느라 다른 것들이 눈에 잘 안 들어온다.

수도원 앞의 작은 공원에서 자전거를 세웠다.

많은 비둘기들이 모여있는 공원에서 시진을 찍고 있으니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와 인사를 하시더니 지갑에서 100루블을 꺼내주신다.

러시아인들은 평상시에는 무표정한 표정이지만, 대화가 오가면 표정과 어투가 많이 달라진다.

그래서 식당이나 가게에서 마주하는 직원들이 처음에는 무신경하거나 불친절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지난 러시아의 유심 카드를 패니어에서 꺼내고.

카자흐스탄의 유심카드는 내년에 다시 쓰기 위해 넣어두었다.

"다시 동전과의 전쟁이 시작되는가."

ATM 기기에서 비상금을 보충하고.

MTC 매장으로 들어갔다.

매장 입구에 있는 결제 기기에서 충전을 할 수 있지만 러시아어로 서비스되는 자동화 기기는 패쓰하고.

매장의 남자 직원에게 테이터 충전을 문의해 충전을 마쳤다.

"15일 후에 다시 충전해야 하나요?"

전산을 확인하더니 남자는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아침부터 어색한 뭔가가 있는데."

국경을 넘으면서부터 손목시계와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며 이상한 느낌이 계속되었는데, 매장에서 두 개를 동시에 확인하니 서로 시간이 다르다.

네트워크 시간으로 설정되어 있는 핸드폰의 시간이 한 시간 느리게 잡힌다.

"이거군!"

첼랴빈스크까지 갈지 말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시간의 여유와 촉박함을 번갈아가며 느끼게 했던 부자연스러운 원인을 찾았다.

매장의 손님에게 어떤 것이 맞는지 시간을 확인하고.

시계의 시간을 한 시간 늦추었다.

"또 한 시간이 생겨버렸네."

한 시간의 변화이지만 시간의 여유가 생기고 흐리던 날씨마저 밝게 변해간다.

"가자. 첼랴빈스크로."

식당을 찾으며 트로잇스크를 빠져나오지만 빵집과 레스토랑 이외에 일반 식당이 보이질 않고, 슈퍼에 들어가 주변 식당의 위치를 물었다.

도로변까지 나와 길을 건너 지하로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해주는 안내를 받고, 묘한 건물의 지하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려간다.

구글맵으로 검색되는 수프 전문식당은 보통 배식 형태의 일반 식당인가 보다. 별 특색 없이 비싼 러시아의 레스토랑보다 훨씬 저렴하고 메뉴를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서 좋다.

메뉴를 구경하며 침을 흘리고 있으니 배식을 담당하는 아주머니가 배식판을 들고 오라며 유쾌하게 소리를 친다.

무언지는 모르지만 이것저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아주머니는 '얌얌'거리며 주문이 맞는지 확인한다.

"그래, 얌얌. 빨리 줘!"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얌얌거리는 통에 식당 안은 즐거운 어수선함이 일어난다.

"얌얌?"

"오케이, 얌얌!"

볶음밥과 다진 고기에 계란이 올려진 메뉴, 닭고기를 양배추로 감싸 익힌 메뉴를 정신없이 흡입하고, 볶음밥을 한 접시 더 비웠다.

"역시 밥이 최고야!"

볶음밥 2인분을 얌얌으로 포장을 해서 식당을 나왔다. 일반 식당에서 3~4가지 메뉴에 음료나 커피를 먹으면 200~300루블, 5~6천원 정도의 가격이 나온다.

12시 20분, 트로잇스크와 첼랴빈스크로 가는 갈림길로 다시 돌아와 첼랴빈스크로 달려간다.

오늘은 첼랴빈스크의 부근에서 야영을 하고 내일 일찍 시내로 들어갈 생각이다.

"가 볼까!"

작은 언덕을 길게 오르고 길은 평지와 같은 평야의 도로가 이어진다.

1시, 첼랴빈스크까지 120km. 날이 밝아지며 기온이 오르고, 바람막이를 벗고 복장을 추스른다.

"어디까지 갈까?"

지도를 보니 첼랴빈스크을 중심으로 이곳 지역에는 작은 호수들이 달마티안의 점박이처럼 샐 수 없이 많다. 마치 중국의 쑤저우와 비슷한 모양새다.

첼랴빈스크 중심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외곽의 호숫가에서 캠핑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좋아, 여기까지."

한 시간을 달리고 다시 버스 정류장에서 휴식을 취하며 패니어에 쌓인 빵들을 하나씩 비워간다.

하늘의 구름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살랑이던 바람의 느낌이 수상해지고, 지나온 길의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며 내려앉는다.

"왜 또? 에쒸, 도망가자."

흩날리기 시작하는 빗방울을 피해 부지런히 페달을 밟는다.

카자흐스탄의 초원과 다를 것 없는 평야의 지역이지만 도로변과 평야에 자작나무의 숲이 무성하다.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몽골과 러시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국경을 넘으며 느껴지는 미세한 환경의 변화는 경계선의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러시아쪽의 땅들은 왠지 모르게 수목들과 강이나 호수들이 풍성해 보인다.

풍성한 자작나무 숲을 지나고 작은 도시 유즈노우랄스크를 지나친다. 알타이 지역과 달리 모스크바로 향하는 길은 계속해서 작은 마을들과 도시가 이어질 것이다.

음식, 샤워와 같은 문제들은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비좁은 러시아의 도로를 생각하면 그것이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도로변의 목조로 지어진 정교회의 모습에 급하게 자전거를 세웠다.

사과와 같은 유실수들이 심어진 정원 가운데 세워진 목조의 교회, 아담하니 예쁘다.

삐걱거리는 바닥의 교회 내부를 둘러보고 다시 길을 출발한다.

마을과 수목이 울창한 숲, 마을과 노란 물결의 밀밭을 지나친다.

숲의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는 자작나무와 소나무의 숲을 달리고.

도로 공사로 정체되어 있는 차량들을 지나치며.

신나게 페달을 밟던 중, 멀리 산타페 한 대가 정차하고 아저씨가 손을 흔든다.

반갑게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하던 아저씨는 식빵 하나를 건네주고 엄지를 추켜세우며 바로 떠나셨다.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오지만 전체적으로 뒷바람이다.

"맘껏 달리자."

한차례 짧은 휴식을 취하고 도로를 내달린다.

한 시간, 30km의 거리를 삭제하고 휴식을 취한다.

몽골의 호르고를 가던 날 30km 정도를 이동하기 위해 무려 6시간 동안 자전거를 끌고 갔던 일이 생각난다.

한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가 어떤 날에는 여섯 시간의 고통이기도 하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야."

"너, 참 잘 달린다."

신체 중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녀석이 있다면 이놈이다.

6시, 30km 정도 남은 거리 천천히 땀과 근육을 가라앉히며 첼랴빈스크까지의 거리를 확인한다.

러시아의 예쁜 목조 주택들이 사라지고 현대식 벽돌 주택들이 대신한다. 아쉽다.

첼랴빈스크까지 20여 km, 목적지로 생각했던 두 개의 호수 중 첫 번째 호수가 도로의 건너편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커다란 호수의 주변을 따라 집과 마을들이 동그랗게 들어서 있다. 길을 건너기도 귀찮고, 마땅히 텐트를 칠만한 장소도 없는 것 같다.

첫 번째 호수를 지나자 바로 첼랴빈스크의 시계가 나온다. 하늘에서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구조물의 뒷편으로 나무숲에 야영을 해도 좋을 것 같지만, 오늘의 컨셉은 숲이 아니라 호수다.

"두 번째 호수로 가서 마땅치 않으면 돌아오자."

첫 번째 호수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두 번째 호수가 이어진다.

호수 주변의 작은 마을로 내려가 호수 방향으로 길을 따라간다.

도착한 호수변은 생각과 달리 갈대숲이 무성하다.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들의 움직임이 마음에 든다.

고무보트를 정리하던 남자와 인사를 하고, 여러 가지 질문에 즐겁게 대화를 하고 텐트를 칠만한 장소를 물었다.

남자는 맵스미를 켜고 호수 안쪽으로 길쭉하게 들어간 곳을 알려주며 밤에 조용하고 좋다고 한다.

그리고 우파로 가는 길의 중간에 있는 호수를 알려주며 꼭 들러보라고 추천까지 해주었다.

남자가 알려준 나무가 있다는 장소를 찾아 울퉁불퉁 삐뚤삐뚤 덜컹거리는 흙길을 따라가고, 마주 오던 자전거를 탄 할아버지는 여행을 묻더니 열심히 하라며 격려를 해주었다.

남자가 알러준 나무가 있는 장소에 도착하자 빗방울이 조금씩 더 많아진다.

호수의 건너편으로 첼랴빈스크 외곽의 모습이 보이고.

나무 주변에 SUV와 오래된 러시아의 승용차가 정차되어 있고, 여기저기 모닥불을 피운 흔적들이 있지만 큰 고민 없이 나무 사이에 텐트를 쳤다.


승용차 이외에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보아 보트를 타고 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것임이 틀림없다.

트로잇스크에서 사온 볶음밥과 요거트로 저녁을 해결하는 동안 몇 대의 차소리, 보트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둠이 내려앉고, 호숫가에서 세수와 양치 그리고 간단히 팔과 다리를 씻어낸다.

먼저 있던 어부들이 보트를 타고 들어와 떠나고, 나중에 도착한 어부들이 낚시를 준비한다.

"헐, 잠수하는 거야?"

그물이나 낚시를 이용하지 않고 잠수복장과 함께 작살총을 사용한다.

"아니, 무엇을 잡으려고?"

10시가 넘은 쌀쌀한 날씨에 두 명이 남자가 조용히 고무보트에 오른다. 뭔가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어떤 물고기를 잡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호기심이 충만하였지만 12시가 되어도 두 남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12시가 되며 네트워크가 끊겨버린다.

"뭐냐?"

네트워크 설정, 재부팅을 해도 통신이 되질 않고, 4G의 안테나는 만땅의 안테나를 자랑한다.

"트로잇스크의 그 남자는 대체 무엇을 충전한 것이냐?"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의 문제이겠지만 센스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용 기간만 물어보고 데이터에 대해 물어보지 않은 것이 실수다.

"센스가 없는 남자였군.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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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10일 / 맑음
페도로브카-카예라크
친절하고 친절했던 카자흐스탄 여행의 마지막 여정, 러시아의 국경으로 향한다.


이동거리
98Km
누적거리
14,252Km
이동시간
7시간 11분
누적시간
1,034시간

 
M36도로
 
M3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페도로브
 
카라발리
 
카예라크
 
 
2,070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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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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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거세게 텐트를 뒤흔들던 바람이 조금씩 사그라든다. 다행이다.

여전히 두꺼운 구름에 뒤덮여있는 하늘은 일출인지, 일몰인지 알 수가 없는 분위기다.

텐트 밖을 나가기가 싫을 정도의 한기가 느껴지는 아침이다. 

"춥다."

요거트와 시리얼로 간단히 속을 달래고, 가까운 거리의 카페에서 든든하게 아침을 먹을 생각이다.

손이 시려 패니어 깊숙이 들어있던 장갑을 꺼낸다.

어제 야영을 한 곳이 페도로브카의 경계라 5km 정도의 이동으로 페도로브카에 도착한다.

도로변 마을의 카페 중 화물차들이 많이 정차되어 있는 곳을 들어간다. 우리의 기사식당처럼 화물차 운전자들이 가는 곳이 저렴하고 맛이 좋다.

"오, 깔끔."

주문을 받는 카운터의 여직원과 웃음을 주고받으며 메뉴를 고르고.

"나 저기 사람들이 먹는 것을 줘."

사람들이 먹는 계란 후라이와 햄을 가리키며 말을 하자 여직원이 걸어 나와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음식을 가리키며 확인한다.

"그래, 그것을 줘. 수프하고 커피도."

여직원이 추천한 수프는 카자흐스탄의 대표 음식이라던 고기국수다.

수프를 내어주고 기본 식빵 이외에 동그랗게 튀긴 빵 3개를 접시에 담아 내어준다.

"?"

"네가 원하는 게 정확히 뭐야?"

주문을 받았던 여직원이 웃으며 다시 메뉴를 물어본다.

"계란 후라이하고 햄!"

"수프는 아니고?"

"아니 이것도 먹고, 계란도 먹을 거야."

그제서야 주문을 정확히 이해했다는 듯이 빙그레 웃고는 카운터로 돌아간다.

"730텡게에 계란 후라이 가격은 안 들어간 건가?"

수프, 계란 후라이에 커피까지 해서 730텅게는 정말 싸다.

"동그랑땡 같은 빵은 서비스 같은데."

아마도 번역기에 저장되어 있던 자전거 세계 여행 중이라는 번역 기록을 얼핏 보고서 동그랑땡 빵 3개를 더 내어준 것 같다.

식사 후 친절하고 푸짐하게 서비스해 준 식당에서 빵과 음료수를 추가로 사들고 국경을 향해서 출발한다. 남은 거리 95km.

"북서쪽으로 가니 북서풍이 부네."

이상한 일이지만 초원에서 서풍은 기본이고, 남쪽으로 가면 서남풍이 불고, 북쪽으로 가면 북서풍이 불어온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갈대의 움직임을 감상하며 늦은 굿모닝도 알려주고.

조금씩 사그라드는 바람을 느끼며 달려간다. 조금 힘들었던 어제보다 수월한 라이딩이다.

러시아로 향하는 도로가 지나치는 마지막 마을 카라발리크의 모습이 나타난다.

마을 초입에 철퇴를 든 멋진 장군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마을로 들어가서 마지막 쇼핑을 하자."

카자흐스탄 현금이 남아있어 비상식을 추가로 사둘 생각이다. 아침을 먹고, 오는 도중 빵들을 먹어서 출출함은 전혀 없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슈퍼마켓으로 들어간다.

물, 음료수, 캔맥주, 빵, 요거트 등을 구매하고 1,500텡게만을 남겨 둔다. 혹시 국경 근처에 식당이 있으면 내일 아침으로 간단한 음식을 먹을 생각이다.

국경이 있는 카예라크까지 40km 정도의 거리라 7시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가도 가도 40km냐? 트로잇스크?"

국경까지 25km 정도가 남았고, 이정표는 러시아의 첫 번째 마을 트로잇스크까지의 거리를 안내하고 있다.

4시 반, 넉넉하게 6시면 국경까지 도착할 거리다.

페달링은 여유로워지고.

쉬엄쉬엄 천천히 구경을 향해간다.

6시 30분, 추수가 끝난 노란 들녘 너머로 국경 검문소의 구조물들이 나타난다.

"다 왔네."

화물차들이 길게 줄지어 정차를 하고 있고.

카자흐스탄으로 들어오는 차량의 행렬도 쉴 새 없다.

잠시 국경 부근에서 쉬는 동안 사람들이 호기심의 질문들을 건넨다.

"내일 아침 9시에 국경이 열리나요?"

"24시간 열려있어."

몽골-러시아의 국경과 달리 24시간 오픈되어 있다고 한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여 국경은 내일 아침에 넘어갈 생각이다.

근처에 캠핑을 할 장소를 찾으며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고 큰 군용 트럭을 타고 있던 군인이 적당한 자리를 알려준다.

화물차들이 길게 정차되어 있는 밀밭 주변에 대놓고 텐트를 설치하고.

오후에 슈퍼에서 사놓은 맥주로 카자흐스탄 여행의 마무리를 자축한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친절과 미소는 잊지 못할 거야."

코스타나이에서 사놓은 버거킹은 여전히 맛이 좋다.

9시가 넘어도 밝은 것을 보니 시간 변경선이 멀지 않았나 보다.

일기도, 자료도 미뤄두고 잠이 든다.

"카자흐스탄, 내년에 알마티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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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07일 / 맑음
코스타나이
러시아로 넘어가기 전 코스타나이에서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동거리
12Km
누적거리
14,074Km
이동시간
1시간 56분
누적시간
1,020시간

 
엽서
 
한식당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코스타나
 
코스타나
 
코스타나
 
 
1,898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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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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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으로 쌓인 피로를 풀고, 선선한 가을날의 아침처럼 느껴진다.

슈퍼에 들러 도시락 컵라면과 요거트를 사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8일 동안 초원의 바람에 시달렸던 몸이 편안한 잠자리에 노곤해진다.

오후에 바람도 쐴 겸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간다. 따듯한 햇살과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좋다.

"일단, 엽서를 사 볼까?"

어제 아파트의 주인 여자가 알려준 가게를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갔지만.

생일카드 같은 것들만 있다.

우체국으로 가는 길에 한국 슈퍼가 있어 들어가 본다. 한국 제품을 파는 작은 가게에서 오뚜기 진라면과 짜장라면 하나씩을 사고.

도착한 우체국은 영업시간이 끝나 문이 닫혀있다.

우체국에서 나오는 아저씨에게 엽서를 파는 곳을 물으니 도로변의 서점을 알려준다.

다시 서점으로 들어가.

살펴봐도 역시나 카드 같은 것들만 판매한다.

서점의 여직원에게 우편 엽서를 물어봤지만 포토 카드와 같은 것만 있다.

"우편 봉투에 넣어서 보내면 돼요."

몇 종류의 포토 카드는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다.

"엽서는 포기. 내년이나 카자흐스탄에 다시 오면 알마티에서 사자."

몽골의 오초르가 페이스북 영상 통화를 걸어와 잠시 얼굴을 보고, 자전거 가게로 찾아간다.

"오 제법 그럴듯한데."

"슈발베 타이어 있어요?"

슈발베 마라톤 타이어를 묻자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타이어 제품들 속에 슈발베는 없고 컨티넨탈 타이어를 추천한다. 새 제품이라 지금의 타이어보다는 낫겠지지만 별반 차이가 없다.

튜브를 하나 챙겨들고, 펑크 패치 공구를 물어보니 종합툴 세트를 보여준다.

"난 펑크 패치만 필요해."

펑크 패치를 들고 말하니 이해했다는 듯 정비실로 들어가 멋진 정비용 펑크 패치를 뜯어준다.

"오, 바로 이거야."

당분간 펑크패치 걱정은 없을 것 같지만, 슈발베 마라톤 타이어 찾기는 계속될 것 같다.

코스타나이를 빠져나가기 전에 들리려고 했던 한국 식당을 찾아간다.

아스타나부터 이어지던 가라앉은 기분과 허기를 한국 음식으로 기분을 전환해보려 한다.

코스트코와 같은 창고형 매장이 있은 커다란 쇼핑몰에는 주말을 맞아 사람들이 북적인다.

2층의 푸드코트에는 햄버거들을 파는 매장과 버거킹이 있고, 역시나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에 비해 한가로운 한국식당, 비싼 가격 때문인지 사람이 없다.

김치찌개와 비빔밥을 주문하고, 고기가 먹고 싶지만 구이용 삼겹살과 목살은 판매하지만 돼지고기 제육볶음은 없고, 소고기 볶음들만 있다.

보드카 한 잔도 추가 주문한다. 술도 안 마시다 보니 혼자 먹는 술이 그리 맛이 없다.

김치찌개, 비빔밥 그리고 밑반찬을 모두 깨끗하게 비우고 나온다.

"역시 밥이 최고네."

파블로다르처럼 곳곳에 작은 공원과 산책로들이 많아서 좋다.

"내일 떠날까? 하루 더 있을까?"

뭔가 기분이 프레쉬하지 않다.

"너 키 큰 호빗 같아!"

알마티에 있는 월터가 염장을 지른다.

"몇 시간만 기다리면 여자친구가 온다."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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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05일 / 맑음
자파드노예-스테프노이
아침의 쌀쌀한 기운이 느껴진다. 여름을 지나 가을이 그리고 추위가 시작되려나 보다. 코스타나이를 향하여 길을 이어간다.


이동거리
107Km
누적거리
13,976Km
이동시간
8시간 32분
누적시간
1,012시간

 
M36도로
 
M3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자파드노
 
사리콜
 
스테프노
 
 
1,800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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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쌀쌀함이 느껴진다. 새벽 이슬이 내려 텐트가 젖어있다.

어젯밤 물을 부어놨던 몽골 패스트푸드를 끓여 아침을 해결한다.

불어오는 바람에 텐트를 말리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이제 긴바지를 입어야겠네."

북유럽를 향해 이어지는 여행, 올해의 여름은 이렇게 끝이 났나 보다.

11시, 자전거를 끌고 메인도로로 들어선다.

코스타나이까지 180km, 코스타나이로 들어가는 내일을 위해 최대한 거리를 줄여놓고 싶다.

하지만 바람 때문에 10km 정도의 속도로 느린 이동이 계속된다.

남은 카스테라 빵과 예브게니 아저씨의 치즈로 허기를 채운다. 텅 빈 초원에서 식당은커녕 마을조차 나타나지 않는다.

넓은 늪지대 같은 호수를 지나고.

"에쒸, 바람."

4시가 되어서야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메인도로를 벗어나 측면에 위치한 마을 사리콜.

"배고픈데 마을로 들어갈까."

메인도로를 따라 도로변의 식당을 찾아보지만.

도로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어쩔 수 없이 구글맵으로 검색되는 마을 중심의 카페를 찾아 마을로 들어간다.

작은 마을의 중심에서 자전거를 탄 낯선 이방인의 모습은 마을 사람들의 모든 시선을 끌어모은다.

사람들에게 붙잡혀 질문에 답을 하고, 사진을 찍느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작은 카페에는 빵과 만두밖에 없었다. 만두 2인분으로 허기를 채우고 비상식으로 빵들을 사서 출발한다.

5시, 바람으로 겨우 50km 남짓 이동을 한다.

"밥도 먹었고, 이제 달려 볼까."

언더바를 잡고 바람을 무시하고 달려간다. 30km 정도의 거리를 삭제하고.

울퉁불퉁 파이고 솟아있던 도로는 끝내 공사 중인 도로로 바뀐다.

새로 도로를 포장하는 듯 도로는 완전히 파헤쳐져 있고.

"한참 재미있었는데."

두 시간을 신나게 질주하고 잠시 쉬어간다.

멀리 작은 마을과 작은 호수, 풀을 뜯는 소떼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마저 가 보자. 100km는 가야지."

바람과 흙먼지 그리고 몽골의 흙길과 다를 바 없는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두 시간 가까이 비포장도로는 이어지고.

도로는 소나무 숲을 지나간다. 언덕과 언덕을 오르는 동안 반가운 아스팔트 도로를 다시 만나고.

소나무 숲의 적당한 야영지를 살피며 길을 따라간다.

소나무 숲이 끝나고 해는 지평선으로 떨어진다.

앞으로는 초원의 끝없는 밀밭이 펼쳐지고.

"소나무 숲으로 들어갈까?"

"아니다. 석양빛의 들판으로 가자."

밀밭 옆의 수풀 지역으로 들어가.

텐트를 펼친다.

오늘도 네트워크는 끊겨있다.

붉게 피어오르는 석양빛을 즐기다.

바로 잠이 든다.

무언가를 생각하기에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고 무겁다.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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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01일 / 맑음
부라바이-콕세타우
조용한 보로보예 호수에서의 시간이 좋다. 무거워진 마음과 피곤한 몸을 잠시 추스르고 콕세타우로 향한다. 


이동거리
90Km
누적거리
13,615Km
이동시간
7시간 36분
누적시간
987시간

 
A1도로
 
A1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부라바이
 
케네사리
 
콕세타우
 
 
1,439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너무나 조용한 호숫가, 잠에 굶주린 사람처럼 밤새 푹 잔고 깨어난 아침이다.

생각해 보니 카자흐스탄에 와서 처음 보는 산과 호수다.

카자흐스탄 남부의 알마티 지역 고산지대와 달리 북부의 지역은 모두 평평한 초원 지대다.

"오늘 아침으로 이놈을 해결해야 하는데."

어젯밤 주저앉은 타이어를 정비하고.

펑크 난 곳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펑크패치가 뜯겨져 있다.

"매일처럼 이게 무슨 짓인지."

멜론을 잘라 아침을 대신한다. 달콤한 맛이 좋다.

모래사장에 앉아 느긋하게 오전의 시간을 보내며 200일의 여행을 정리한다.

11시 반, 80km 정도 거리에 있는 콕셰타우를 향해 출발한다.

호숫가 주변으로 잘 정비되어 있는 자전거길을 따라 보로보예 호수를 둘러본다.

호수의 중심지에 가까워질수록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거나 썬텐을 즐기고 있다. 가족 단위의 사람들의 움직임이 여유롭고 평온해 보인다.

야외 음식점에서 풍기는 바베큐의 냄새가 유혹의 손길을 뻗었지만 유원지의 물가는 어디를 가나 비싸다.

소나무 숲의 자전길을 천천히 산책을 하듯 이어가다 마주한 난감한 상황.

"아니, 저곳에 왜 회전문을?"

사람들이 자전거를 끌고 이동을 하기에 자전거를 끌고 통과를 해보려 했지만 쉽지 않다. 바보 같은 모습을 지켜보던 아저씨가 다가와 도움의 손길로 거들어 주어 겨우 통과한다.

20미터의 끝에도 회전문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어설픈 회전문 탓에 어렵지 않게 통과를 하고, 호숫가의 주변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피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바다가 없는 카자흐스탄도 몽골처럼 주변의 큰 호수를 바다처럼 즐기고 있고, 보로보예 호수는 너무나 아름답게 정비가 되어있다.

요란스럽게 인위적이지도 않고,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하여 꼭 필요한 만큼만의 편의 시설만이 갖춰져 있다.

"오, 자전거 도로가 끝까지 이어져 있네."

울창한 소나무 숲과.

호수변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

"잘 생긴 봉우리도 있고."

시간이 여유롭다면 산책과 물놀이를 반복하며 휴식을 취하고 싶은 곳이다.

잘생긴 돌 봉우리 위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호수 가운데 솟아있는 바위에서 점핑을 즐기는 사람들.

"카자크 사람들은 참 조용하다. 좋다."

호수를 벗어나 콕셰타우로 가는 메인도로로 빠지는 길을 따라간다.

넓은 공터에 높게 솟은 황금 독수리탑이 보이고, 도로의 좌우로 기념품을 사고, 기념사진을 찍느라 사람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역시나 여러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카자흐스탄의 전통 의상을 입고 독수리와 함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독수리보다 내가 더 인기가 많다.

몽골의 의상과 달리 카자흐스탄의 전통 의상은 하늘을 날아갈 듯 하늘하늘 예쁘다.

황금 독수리탑을 지나 메인도로로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을 달려간다. 생각대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도로의 끝에 큰 오르막을 앞두고 잠시 쉬어간다.

소나무 숲의 정자에 들어가 빵과 토마토로 출출함을 달래고.

머슬맨이 주었던 빵은 맛이 좋았지만 부드러운 크림 같은 내용물이 없어 무언가가 필요하다.

패니어 속의 러시아 바르나울에 산 잼을 꺼내어 빵과 함께 먹는다.

"이건 신발을 찍어 먹어도 맛이 있겠어. 러시아 가면 또 사야지."

"문제없어? 도와줄 일이 있니?"

나무 그늘에 앉아 콕셰타우의 숙소를 검색하는 동안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영어로 몇 가지 질문을 하더니 후원을 하겠다며 카자흐스탄 돈을 챙겨준다.

월터의 말처럼 리치한 남자다.

높은 경사의 오르막을 오르고, 결혼식을 마친 신혼부부가 긴 리무진을 정차하고 환호성을 질렀지만 조금 부러우니까 그냥 웃어주며 지나친다.

팀의 결혼 사진을 보도라도 카자흐스탄에서는 결혼식을 치른 하루 종일 드레스와 예복을 입고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닌다. 그리고 이틀에 걸쳐 축하 파티를 할 때에도 예복을 입고 있었다.

"결혼하기가 정말 힘들거나 정말 행복하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

오르막을 끝으로 내리막이 시작된다. 달리는 동안 여러 가족,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움을 나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벗어나자 바람과 함께 따가운 햇볕, 드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오아시스 같은 곳에서 보낸 시간처럼 아련하네."

초원 한가운데 생뚱맞게 솟아있는 높지도 않은 소나무 숲의 산과 호수를 벗어나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이상한 마을을 벗어난 느낌이 든다.

콕셰타우로 가는 A1 메인도로로 나왔다. 강한 바람이 정면에서 불어와 페달을 밟기가 힘들다.

"큰일이네. 60km는 가야 할 텐데."

내리막조차 무거운 페달을 밟아가며 내려와 도로변 휴게소로 들어간다.

계속된 캠핑으로 핸드폰의 배터리도 떨어져 가고 보조 배터리의 충전 용량도 넉넉하지 않다.

콕셰타우의 숙소를 검색하지만 몇몇의 호텔 그리고 3~5만원 정도의 숙박료에 어이가 없다.

"도대체 왜?"

가끔 작은 소도시의 숙박료가 터무니없이 높거나 쓸데없이 시설이 좋은 곳이 종종 있다.

4,500원 정도의 호스텔이 딱 한군데 검색되지만 이상하게 너무 저렴하다.

"몰라, 샤워만 하고 충전만 할 수 있으면 돼."

휴게소를 지나 도로는 90도 가까이 크게 휘어지며 바람의 방향을 살짝 비껴나게 만든다.

오르 내리막을 반복하며 부지런히 달려가고.

바람 탓에 무더위는 그럭저럭 덜하지만 갈증은 어쩔 수가 없다.

"아고, 다 와 가는가. 힘드네."

기찻길이 지나가는 다리 위에 앉아 200일의 여행을 정리한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자전거 세계일주 200일째, 막연했던 중국의 여행, 경이롭던 몽골의 하늘과 지평선 끝까지 이어지는 메밀꽃과 해바라기 밭의 러시아를 지나 카자흐스탄의 초원을 달린다.

매일 아침 짐을 싸고 어딘가를 향해 떠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길 위에 서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여행자의 삶에도 제법 익숙해졌다."

"세상의 넓은 땅과 하늘, 바람, 빛과 소리, 사람들의 미소와 삶의 모습들 그리고 지나쳐가는 공간과 시간의 흐름을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이 여행이 끝났을 때 단 한 사람의 눈과 마음, 시간을 담을 수 있는 자리가 내 안에도 생겨났으면 좋겠다."

"함께 했던 시간, 서로의 바람들과 고민 속에서 조금씩 금이 가고 깨어지던 감정의 유리 파편들. 어지럽게 흩어져 떠다니던 유리 파편들 속에서 각자가 바라던 시선에 의해 굴곡되고 반사된 우리의 거리는 아주 가깝게도 때로는 그 거리를 가늠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멀게도 느껴졌다.

그 거리는 어느 정도였을까. 너무나 아프게 마음을 짓누르고, 시리도록 눈을 흐리게 만들던 그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졌다."

"지구 한 바퀴, 그 정도의 거리일까?"

"되돌아갈 수 없는 길, 그 길 위에서 지난 시간들과 그녀로부터 멀리 벗어나 달아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아픈 거리를 가늠하며 현재의 그녀와 내 삶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익숙해져 버린 감정들을 애써 외면하며 이겨내기 보다 무거운 자전거의 무게가 조금씩 줄어가듯 마음속 감정들을 하나둘씩 내려놓는다."

"이 여행에서 나는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

"아직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콕셰타우로 들어선 길에서 한국어를 하는 남자를 만난다. 사가.

"무슨 일이 있으면 나에게 연락을 줘."

다른 도시에 비해 한적한 콕셰타우의 풍경이다.

시내를 가로질러.

부킹닷컴으로 숙박을 예약한 호스텔에 도착한다. 콕셰타우의 외곽 후미진 곳에 들어선 단층의 긴 건물.

호스텔에 숙박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입구에서 즐겁게 인사를 나누는 동안 동양인 외모의 젊은이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나를 쳐다본다.

사람들과 여행에 대해 말하며 잠시 쉬고.

체크인을 위해 들어간 숙소는 꽤 길쭉하다.

"저는 고려인이에요. 아버지는 중섭김."

숙소를 운영하는 동양인 외모의 남자가 자신을 소개한다.

고려인, 남북이 나뉘어진 현실에서 중앙아시아의 교포들이 고민 속에 선택해야 했던 자신들의 정체성이다.

대한민국이 아닌 고려인이라 스스로를 칭해야 했던 사람들의 슬픔과 고뇌가 담긴 호칭이다.

짐들을 옮기고.

자전거는 실내 창고에 넣어둔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숙소의 남자가 조용히 찾아와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

두만, 20살의 앳된 얼굴을 갖은 아이는 대뜸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아버지를 찾고 싶어요?"

"엉?"

"저의 아버지는 한국 사람이고, 어머니는 카자흐스탄 사람입니다. 태어나서 아버지를 본 적이 없어요."

카자흐스탄에서 일을 했던 남자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고, 두만은 자라며 아버지를 만나적이 없다고 한다.

어려운 이야기다. 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무거운 무게가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두만의 부모님은 각자의 선택에 의한 삶이지만 두만은 그렇지 않다. 이건 너무나 부당하고 불공평하다.

"왜 아버지를 찾는데?"

"그냥 아버지니까. 한 번 만나보고 싶어요."

"그래, 너의 바람이라면 그렇게 해. 너의 권리니까."

아무런 정보도 없고, 이름과 서울에 산다는 것이 전부다. 페이스북에서 캡쳐를 한 사진만을 받아들고 검색을 시작한다.

두만의 아버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지만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정보들은 모두 오래전의 것이라 도움이 되질 않는다.

"한국에서 사람 찾기가 힘든가요?"

"응, 한국에는 사람이 많아. 그리고 너의 아빠는 이름도 흔해서 힘들지 몰라. 괜찮아, 불가능하지는 않아."

무책임한 내 형제들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 화가 난다.

"두만, 내가 여기에 하루를 더 있을게. 천천히 찾아보자."

카자흐스탄의 체류기간이 빡빡하지만 전화번호라도 찾아주고 갈 생각이다.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냐. 괜찮아."

두만과 얘기를 하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고 식당은 문이 닫혀있다.

"에쒸, 하루 종일 굶었는데."

두만의 호스텔에는 사람들이 많다. 편안한 카자흐스탄 사람들이라 쉽게 친해지고 농담을 하며 웃는다.

이곳도 심심할 때는 카드놀이를 한다.

피곤하고 힘든 하루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7일, 198일 / 맑음
아스타나
편안한 아스타나의 시간 하지만 이유 모르게 기운이 다운되어 있는 상태다. 아스타나의 야경을 둘러보며 기분을 전환할 생각이다.


이동거리
32Km
누적거리
13,259Km
이동시간
3시간 57분
누적시간
962시간

 
야경
 
핸드폰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아스타나
 
아스타나
 
아스타나
 
 
1,083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늦게까지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피운다. 아스타나의 생활이 편안하다 보니 동안 가라앉아 있던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고 싶어진다.

"기분이 다운이다. 의욕상실."

점심때가 되어 근처에 있은 한국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가며 모스크를 들어가기 위해 긴바지와 양말을 신고 밖으로 나온다.

검색을 해보니 하즈랏 술탄 모스크 건너편에 평가가 좋은 한국 식당이 있다.

"카카오닭?"

1층은 한국 화장품과 식료품을 파는 가게가 있고, 2층의 식당에는 젊은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제법 들어앉아 있다.

"맛집인가?"

비빔밥과 김치찌개를 주문하고.

맛있게 두 그릇을 비워낸다.

한국 제품들을 파는 가게는 조금 가격이 비싼 편이고.

김치도 따로 팔고 있다.

레쓰비와 진라면을 하나씩 산다. 작은 레쓰비가 300텡게 정도로 너무 비싸다.

돌아오는 길에 하즈랏 술탄으로 간다.

입구에 여성들을 위한 망토가 별도로 준비되어 있고, 신발을 벗고 모스크의 내부로 들어간다. 약간의 설렘이 일어난다.

외부의 규모만큼이나 넓은 모스크의 내부, 몇몇의 사람들이 기둥이나 벽을 향해 간절히 기도를 올리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모스크의 내부를 구경하고 있다.

카페트가 깔린 바닥에 누워있거나 기둥이나 벽에 기대어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은 평온해 보인다.

높은 돔의 천장에 걸려있는 샹들리에가 너무나 찬란하고 아름답다.

한가운데의 기둥에 기대어 앉아 시간을 보낸다.

"이런 분위기와 조용함, 편안함이 좋다."

러시아의 정교회 그리고 카자흐스탄의 모스크에서 보내는 시간은 너무나 평온해서 좋다. 이런 종교시설이 주변에 있다면 언제든 찾아가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형제, 자매를 찾는 귀찮은 방해자도 없고 뭔가 강요받는 듯한 참회의 요구도 없으며 역겨운 타인의 시선도 없다.

신을 믿지는 않지만 광신도 집단 같은 한국의 개신교와 조폭의 무리가 돼버린 조계종을 바라보며 믿음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많은 지금,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을 여행하며 신앙에 대한 고결함과 진실함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믿음, 어떤 무엇을 믿든지 절대적 존재를 통해 선을 찾으려는 행위는 숭고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선? 옳음에 대한 기준의 문제일까, 행위의 문제일까, 아니면 목사나 중들의 문제인가?"

모스크에서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온다.

"슈퍼에 생수를 담아 갈 수 있는 자판기가 있구나."

오후 내내 빌어먹을 네이버와 씨름을 하고, 9시 30분이 되어 아스나타의 야경을 구경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백색의 찬란한 하즈랏 술탄을 시작으로.

문화 광장을 지나 이심강을 건넌다.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공원을 따라 쇼핑몰까지 산책을 한다.

"배가 고프네. KFC에 갈까."

야경에 취해 한 시간 반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출출함이 느껴진다.

쇼핑몰 옆에 있는 아시아 파크몰의 KFC에 들러 햄버거를 포장해 갈 생각이다.

3층에 있는 KFC를 찾는 동안 11시가 넘어가고 겨우 도착한 KFC는 영업이 종료된 상태다.

옆에 있는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와 치킨을 주문한다.

주문한 메뉴는 1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고, 밖에 묶어둔 자전거가 자꾸 신경이 쓰인다.

"구조물에 묶어둘걸."

햄버거를 받아들고 밖으로 나와 빠르게 숙소로 돌아간다.

10여 분을 달려 이심강을 건너기 전 야경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려니 핸드폰이 없다.

핸들 패니어에도, 휴대폰 백에도, 주머니에도 핸드폰이 보이질 않고 어느 곳에서 빠뜨린 것인지도 전혀 모르겠다.

"에쉬, 큰일났네."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핸드폰이 떨어져 있는지를 확인하고 햄버거 가게로 다시 찾아간다.

"I lost my phone. Is there my phone here?"

어리둥절 쳐다보는 직원과 대화가 어렵고 직원에게 핫스팟을 연결해 달라고 부탁하고, 블로그를 열어 카자흐스탄의 전화번호를 확인한 후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달라 부탁한다.

"Can you call this number?"

직원의 전화기로 연속해서 세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송신음만 들릴 뿐 받지를 않는다.

"아, 제발 받아라."

햄버거 가게의 직원은 전화번호는 250텡게면 다시 살 수 있다는 황당한 설명만을 한다.

다시 한번 직원에게 전화를 부탁하고 명함을 주며 직원의 인스타그램을 등록한다.

"If you have a phone call, send me message. Ok?"

멘붕이 밀려온다. 어쨌든 방법을 찾아봐야 하겠지만 핸드폰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직원에게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내달라며 두어 번 더 부탁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로 돌아와 마음을 추스르고 직원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고 연락이 오면 메시지를 보내달라 재차 부탁을 한다.

그러자 핸드폰을 주은 사람과 연락이 됐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 사람은 쉽게 핸드폰을 돌려주지 않을 거야. 돈을 요구할 것이다."

"자전거 여행자라 돈이 없지만 필요하면 주겠다."

"얼마나 줄 수 있어?"

직원은 사례금에 대한 말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얼마를 달라는지에 대한 물음에 얼마를 줄 수 있는지를 계속 물어본다.

이유 모를 짜증이 밀려온다. 현금이 1,000텡게밖에 없다고 말하자 돈을 정말 줄 수 있는지 물어본다.

"그럼, 내일 5시에 가게로 와서 남자에게 10,000텡게를 주고 핸드폰을 받아라."

"알았다."

어찌 됐든 핸드폰을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짧은 시간 쌓인 스트레스 탓인지 기분이 말이 아니다.

애꿎은 햄버거를 먹는 둥 마는 둥 하다 쓰레기통에 버려버린다.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들고 신경이 예민해져 4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이 든다.





11시가 넘어 피곤하게 잠에서 깨고 패니어들을 재정리하며 앉아있으니 숙소의 남자가 오늘 떠날 것인지 묻는다.

"하루 더 있어야 해. 어제 핸드폰을 잃어버렸어. 오늘 핸드폰을 찾아야 해."

남자는 놀라며 자초지종을 묻고는 그 사람의 말을 믿지 말라고 한다.

"돈은 필요 없어. 5시에 나랑 함께 가자. 내가 이야기하겠다."

30,000원 정도의 금액이라 핸드폰을 찾을 수 있으면 그만이다 생각했는데 주인 남자가 도와주겠다니 좀 더 마음이 놓인다.

자료를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주인 여자가 핸드폰 이야기를 듣고서 말을 건넨다.

"10,000텡게는 너무 많아. 여기에서는 2,000텡게만 줘도 괜찮아."

아스타나에서는 핸드폰을 주은 사람에게 2,000텡게 정도를 사례하는 모양이다.

"고마워. 오후에 남편이 같이 가기로 했어."

"그래 잘 됐네. 그가 이야기 잘 해줄 거야."

4시 40분이 되자 주인 남자는 핸드폰을 찾으러 가자고 한다.

그의 차를 타고 아시아몰로 이동한다.

햄버거 가게에 도착하자 주인 남자는 직원과 대화를 하고, 5분 정도 후에 한 젊은 남자가 핸드폰을 들고 찾아온다.

주인 남자는 그와 악수를 하고 짧게 대화가 오가더니 나에게 2,000텡게를 주라고 한다.

남자는 2,000텡게를 받고 이내 사라지고, 햄버거 가게의 직원에게 감사의 말과 악수를 전하고 핸드폰을 찾아서 나온다.

"쇼핑몰에 떨어진 것을 주웠다는데, 2,000텡게면 괜찮지?"

"그럼. 고마워!"

비 예보가 된 날씨, 하늘에 두꺼운 솜이불을 덮어놓은 것처럼 넓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정말 신기한 하늘이다."

숙소로 돌아와 카카오닭에서 저녁을 먹는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라 치킨 한 마리를 먹고, 김치찌개를 시켜 깨끗하게 비우고 나온다.

다사다난한 이틀이었다. 핸드폰을 찾았으니 내일 아스타나를 떠나야겠다.

"뭔가 기분 전환이 필요한 요즘이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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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6일 / 맑음 ・ 27도
아스타나
아스타나에서 휴식을 취한다. "오늘은 그냥 쉬고 싶다."


이동거리
15Km
누적거리
13,227Km
이동시간
3시간 02분
누적시간
959시간

유라시아쇼핑몰
뒹굴뒹굴
15Km / 3시간 02분
0Km / 0시간 00분
아스타나
숙소
아스타나
 
 
1,051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10시까지 늦잠을 자고.

1시가 되어 엽서를 구매하기 위해 팀이 알려준 유라시아 쇼핑몰을 찾아간다.

카자흐스탄의 수동형 건널목.

쓸데없이 한국 대사관도 지나가 보고.

커다란 유라시아 쇼핑몰에 도착한다.

작은 선물 가게에서 냉장고 자석과 점토 읺형을 샀지만 우편엽서은 찾을 수가 없다.

쇼핑몰을 나와 문방구에도 들러봤지만 엽서는 없다.

"다음에 사자."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식당으로 들어간다.

어렵게 맥주와 꼬치구이를 주문하고.

시원하고 맛있게 점심을 한다.

"혼자만 좋네. 젠장."

카자흐스탄의 식당에는 우리나라처럼 좌식 테이블이 놓여있는 공간이 있다.

팀이 알려준 유라시아 쇼핑몰에 다시 돌아갔지만.

이전에 보았던 그림 카드다.

숙소로 돌아오며 헙드에 도착한 위너님이 쉴 수 있도록 유나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체기의 아파트를 소개시켜 준다.

편히 쉬고 몰골의 여행을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

아스타나의 야경을 보고 싶었지만 귀찮은 게으름이 시작된다.

"하루를 더 쉴까. 모든 것이 귀찮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5일 / 맑음 ・ 32도
아스타나
카자흐스탄의 수도, 매력적인 아스타나를 둘러볼 생각이다.


이동거리
32Km
누적거리
13,180Km
이동시간
4시간 45분
누적시간
951시간

광장구경
엽서를찾아서
13Km / 1시간 54분
19Km / 2시간 51분
아스타나
러브광장
모스크
 
 
1,051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햇볕이 따가운 아스타나의 아침이다. 팀의 좋은 집에서 편하게 보낸 하룻밤이었다.

"도시 참 작고 예쁘네."

평지의 아스타나는 건물들의 스카이 라인이 높지 않아 19층의 팀의 집에서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팀 역시도 여행을 즐긴다. 두 명의 아이를 갖은 팀은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여행했다.

팀의 사진 앨범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시리얼과 빵으로 아침을 먹는다.

카자흐스탄에서는 결혼 축하연을 신랑쪽과 신부쪽에서 이틀 동안 한다고 한다.

"결혼하기 참 힘든 나라네."

차분한 성격의 팀은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고.

하루 더 머물라는 팀의 제안을 정중하게 사양하고 짐들을 정리해 아스타나 구경을 나선다.

팀의 집은 너무나 편하지만 자료들을 정리하고 휴식을 취하기엔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든다.

"이거 가져갈 거야?"

팀이 바구니에 가득 담긴 계란과 꿀병을 들고 웃는다.

"아니, 너무 무겁고 먹지도 못할 거야."

사람들에게 받은 음식들을 팀에게 모두 주고.

팀, 프랭키 커플과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온다.

"타이어를 교체하고, 엽서와 자석을 사고, 어제 만든 경로대로 구경을 하고, 숙소를 잡거나 집으로 초대를 한 쟈니벡의 집으로 가거나."

"건물들을 참 예쁘게도 짓는다."

첫 번째로 타이어를 교환하기 위해 자전거 샵으로 이동한다.

조금 혼잡한 도로이지만 사람들의 인사는 끊이질 않고.

커다란 회전 교차로의 중앙에 대리석으로 만든 커다란 문이 세워져있다.

1997년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 수도를 옮긴 뒤 누르술탄으로 명칭을 변경했다고 한다.

신도시의 아스타나는 초원의 평지 위에 잘 설계된 도시처럼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다. 오래된 도시의 트램도 보이질 않고, 시내의 건물들은 일정한 리듬처럼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어 보인다.

조금 아쉽다면 교통량에 비해 도로의 구조나 설계가 조금 부족해 보이고, 인도의 폭과 시설이 완벽하지 않다.

아스타나 동쪽에 위치한 누르 아스타나 모스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잠시 모스크를 구경하는 사이 차량 한 대가 정차를 하더니 작은 생수 두 병과 사과를 건네주며 응원의 말을 전하고, 길을 지나가던 할머니가 갑자기 1,000텡게를 쥐여주며 어깨를 토닥이고 지나간다.

"방심했다."

검색했던 자전거 샵을 찾았지만 월요일 1시의 시간에 문이 잠겨있다.

"왜, 항상 이런 것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이럴까?"

주변을 서성이다 되돌아가려는데 중년의 남성이 다가와 막 주차장에 정차를 한 자동차를 가리키며 무언가를 말한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자전거를 보더니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잠시 후 영어를 하는 젊은 남자가 나타난다.

"오늘이 휴일인데 너 때문에 잠시 문을 연 거야. 자전거에 문제가 있어?"

"아니, 타이어를 교체하려고. 슈발베 마라톤 있나요?"

"컨티넨탈 타이어밖에 없어요."

"그럼, 튜브는?"

지하에 있는 매장은 정비실과 매장이 구분되어 있다. 샵의 주인은 컨티넨탈 타이어를 찾아 보여주지만 여행용이 아니라 사용할 의미가 없다.

이것저것 튜브를 찾던 중, 38C 튜브를 찾아내 3,000텡게로 두 개를 구매했다.

"배고픈데, 밥부터 먹을까?"

자전거 샵을 나와 KFC 앞에서 잠시 고민을 하다 한국 식당을 검색해 본다.

"오, 있다!"

러브파크에서 대통령의 집무실까지 이어지며 아스타나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공원을 그냥 지나치고 한식당으로 향한다.

여러 나라의 레스토랑이 모여있는 도로변에 기와지붕의 코리안 하우스.

"야, 간만에 김치찌개에 쌀밥 좀 먹어보자."

왠지 비싸 보이지만 오늘만은 과소비를 할 터이다.

시원하고 깨끗한 레스토랑의 내부, 약간의 한국어를 하는 직원에게 김치전골을 달라고 하니 양이 많다며 김치찌개를 추천해 준다.

"배고픈데."

제육볶음과 김치찌개를 주문한다.

찬물을 달라고 하니 얼음과 생수를 내어준다.

고수가 올려진 묘한 제육볶음이 나오고, 중국을 여행하며 고수의 향과 맛에 완전히 적응을 했나 보다. 고수가 너무 좋다.

김치찌개에 두 공기의 밥과 국물까지 싹싹 비워낸다.

7,700텡게.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지출했지만 먹는 것에는 아낌없이 쓰는 것이 하룻밤 편안한 호텔보다 낫다.

"충격받았다고. 겨우 60kg!"

"잘 먹었다. 그럼 아스타나를 돌아볼까."

러브파크로 되돌아가 대통령 집무실까지 공원을 따라 이동한다.

공원의 건너편으로 카자흐스탄의 전통 모자처럼 생긴 쇼핑몰이 이색적이다.

러브파크를 시작으로 길게 공원이 이어진다.

러브파크를 지나갈 때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식사를 하며 나를 향해 손짓을 한다. 영어를 하는 아주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여행에 대해 묻고는 사람들에게 통역을 하며 설명을 하자 사람들의 모든 시선이 나에게로 향한다.

"오늘은 우리의 중요한 기념일이야. 여기 와서 같이 음식을 먹자."

"방금 점심을 많이 먹었어요."

물과 음식 등을 권하더니 여러 사람들이 사진을 찍자며 달려든다. 그리고 한 남자가 무언가를 읊조리듯 기도를 올리자 모든 사람들이 머리를 숙이고 조용해진다.

남자가 기도를 드리는 동안 사람들은 손을 모아 무언가를 받는 듯 기도를 올리고 세안을 하듯 얼굴을 감싸며 기도가 끝난다.

다시 시끌벅적해진 사람들은 돌라가며 사진을 찍고 음식을 담아 건네준다.

"아이고, 팀의 집에 겨우 음식들을 놓고 왔는데 또 쌓이네."

영어를 하는 아주머니는 마지막으로 덕담을 해주며 인사를 한다.

"네가 여행을 하며 이곳에 왔고, 우리는 기념일에 이곳에 모여 너를 만났으니 이것은 신은 축복이다. 카자흐스탄은 너를 좋아한다. 행운을 빈다."

"정말 카자흐스탄의 사람들은 축복과도 같다."

공원의 좌우로 현대식 빌딩들이 각자의 모양과 색으로 멋을 내고.

높은 바이테렉 타워가 우뚝 솟아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타워에 오를 수 있는 모양이지만 자전거 보관 때문에 포기한다.

바이테렉 타워를 지나 황금빛의 빌딩 사이로 대통령의 집무실이 보인다.

아무도 아스타나의 도시를 설계하며 이곳을 중심으로 도시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의 광화문처럼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러브광장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며 도시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듯하다.

대통령의 집무실까지 둘러보고 엽서를 사기 위해 우체국으로 이동한다.

우체국 앞의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 할머니 한 분이 어깨를 두드린다.

"투어리스트냐?"

"네. 한국에서 왔어요."

무언가 러시아어로 간곡하게 말씀하시며 1,000텡게를 손에 쥐어주신다.

말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어깨를 쓰다듬으며 하시는 말씀의 의미는 충분히 알 것 같다.

"쓰바시바. 건강하게 잘 다니겠습니다."

우체국에 들어가 엽서를 파는지 물었지만 팔지 않는다고 한다.

"엽서를 어디서 사지?"

구글을 검색하고 바이테렉 타워 근처의 서점에 들렀지만 엽서를 구할 수는 없다.

"내일 다시 찾아보자."

숙소를 검색하고 이동하며 누르 아스타나 매스트를 구경한다.

모스크의 광장에 설치된 분수대에서 아이들이 물장난을 하느라 바쁘다.

도착한 게스트하우스에는 빈 방이 없어 이심강을 넘어 하즈랏 술탄 모스크 방향으로 이동한다.

광장과 문화센터를 지나.

다시 마주한 하즈랏 술탄 모스크.

다시 봐도 웅장하고 아름답다.

몇몇의 사람들이 인사를 하며 사진을 찍었지만 어제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지는 않는다.

대한민국 대사관 부근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체크인을 한다. 히잡을 쓰고 있는 부부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깨끗하고 괜찮은 숙소다.

팀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고 팀은 엽서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을 알려준다.

아스타나,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둘러보아도 즐거움이 가득한 매력적인 도시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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