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67일 / 비
포츠머스
영국에서의 마지막 하루, 저녁에 출발하는 프랑스 르아브르행 페리를 타고 영국을 떠날 것이다.


이동거리
18Km
누적거리
22,013Km
이동시간
4시간 42분
누적시간
1,673시간

 
이스트니해변
 
페리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포츠머스
 
포츠머스
 
포츠머스
 
 
557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여행경보 
-
・언어/통화 
영어, 파운드(1파운드=1,5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쓰리심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18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4-78-7650-6895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과 강아지들의 소리에 잠에서 깬다. 특별히 피곤한 느낌은 없었는데 쉽게 눈이 떠지질 않는다.

비가 내리지는 않지만 영국 특유의 흐린 날씨다.

반려견을 키우는 조건이나 사회적 규칙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겠지만 개와 관련된 문화는 제법 괜찮은 것 같다. 기본적인 훈련이 된 것처럼 개들도 순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게으름을 피우다 짐들을 정리하고 해수욕장이 있는 바닷가로 이동한다. 역시나 남쪽 해안가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온다.

"강아지 관련 안내는 있는데 왜 캠핑관련 안내는 없냐?"

해안가에는 개와 함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포츠머스의 해안가는 작은 조약돌의 딱딱한 백사장이다.

옅은 에메랄드빛 바다의 색이 좋다.

두 명의 여자가 타월을 덮고 다가오더니 수영을 준비한다.

"들어가려고?"

여자는 방긋 웃으며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로 들어가더니 5분 정도 수영을 하고 나온다.

"날씨가 너무 아쉽다."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포츠머스 싸우스캐슬을 보기 위해 해안가를 따라간다. 성곽의 형태만이 남은 성터를 따라 깨끗한 산책로 마련되어 있고, 작은 성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는 모양이다.

르브아르로 가는 항구에 들러보기 위해 해안가를 따라간다. 유명 브랜드들의 샵이 모여있는 아웃렛 거리에는 돛 모양의 타워가 세워져 있다.

아주 오래된 범선은 박물관으로 운영되는 모양인데 입장료가 있어 그냥 지나친다.

조금씩 굵어지는 빗줄기에 항구로 가는 것을 포기한다. 저녁 11시 30분에 출항하는 여객선이라 매표소가 닫혀있을 것이 뻔하고, 배가 고프다.

"이제 12신데."

중국 뷔페가 있는 구시가지로 돌아와 중식당 옆에 있는 맥도날드로 들어간다.

마음 편하게 충전을 하고, 와이파이도 사용할 수 있으니 뷔페보다는 햄버거가 낫다. 자료들을 업로드하려니 와이파이 속도가 너무 느리다.

한국 뉴스를 보니 언론의 행태가 너무나 역겹다 생각이 든다. 권력에 기생하다 보니 자신들을 권력으로 착각하며 설쳐대는 불나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실상은 허접한 자신들의 카르텔을 벗어나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무능의 극치들이다.

"정신 건강에 해롭다. 닫자!"

 
르브아르행 페리를 온라인으로 예약한다. 9시간이 걸리는 운항거리 때문인지 조금 비싸다. 객실이 아닌 좌석이 40파운드, 사진을 보니 편안해 보이는 좌석이라 상관없다.

"3시, 와이파이 때문에 할 것이 없네."

주머니 속의 동전들을 세어보니 90펜스가 남아있다.

"이걸로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구시가지를 천천히 구경한다. 작은 소도시 포츠머스는 바다 이외에 특별히 구경할 무언가가 없다.

 쓸데없이 거리를 이리저리 방황을 한다.

4시 반, 저녁을 먹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7시까지 영업을 하는 중국뷔페 식당에 6시 정도에 들러 저녁을 먹고 맥도널드에서 시간을 보낸 후 8시 정도에 항구로 갈 생각이다.

잔돈을 사용하기 위해 슈퍼에 들렀지만 슈퍼마켓의 최저 금액이 모두 1파운드다.

와이파이가 되는지 버거킹으로 들어간다. 프리 와이파이 속도가 빠른 편이다. 예의상 99펜스의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사진들을 업로드한다.

영국은 아주 특별하게 네트워크가 느린 것 같다.

"아우, 속터져!"

인내심을 시험하며 느린 와이파이로, 더 느린 티스토리의 서버에 자료를 업로드한다.

6시가 가까워져 중국 뷔페식당으로 간다.

치파오를 입고 있었던 여자는 오늘은 평상복을 입고 있다. 자연스럽게 테이블을 잡고.

느긋하게 두 접시를 비운다.

맥도널드로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려니 배가 너무 부르다.

"조금 뻔뻔하게 앉아있지 뭐."

8시, 위성지도를 보면 항구에 터미널처럼 보이는 건물과 커피숍이 검색된다.

"일단, 항구로 가 보자."

하루 종일 안개비가 반복되는 하늘, 정말 영국의 날씨는 괴팍하다.

1.5km 정도의 항구에 도착한다. 매표소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하니 도로를 통제하던 남자가 다가와 터미널에서 승선 안내를 기다리라며 설명을 해준다.

매표소의 좌측으로 커다란 터미널이 들어서 있다.

 

"터미널이 있다!"

 

"좋은데."

자전거는 외부의 매표소에서 체크인을 한다는 설명을 듣고.

터미널의 와이파이가 제법 쓸만하다.

"괜히 맥도널드에서 시간을 보냈네. 콘센트만 있으면 백점만점인데."

터미널을 둘러보고 대기의자 뒤에 있는 콘센트를 발견한다.

"빙고!"

프랑스 파리까지 캠핑을 할 배터리를 충전하고.

탑승 가능 시간을 물어보니 21:15분에 가능하다고 안내하지만 시간은 계속 뒤로 밀린다.

편의점에서 잔돈을 해결한다. 69펜스 다이제스티브.

"깔끔하게 파운드를 정리했어."

탑승 가능 시간은 10시로 늦춰진다. 졸음이 밀려온다. 9시 반, 처음부터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던 준년의 직원이 2층 대기실까지 올라와 탑승을 하라며 알려준다.

외부 매표소에서 여권을 확인하고, 승선권을 받아 들고.

검사소에서 패니어 하나를 떼어 엑스레이 검사를 하고,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승선을 한다.

자전거를 놓아두고 객실로 올라간다.

"아고, 힘들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맛!"

"굿바이, 잉글랜드."

샤르트르를 만나러 프랑스로 간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66일 / 비
윈체스터-포츠머스
여행을 떠난 지 1년, 떠나는 마지막 날의 기억이 아련하게 기억된다. 영국 여행의 마지막 도시 포츠머스로 향한다.


이동거리
53Km
누적거리
21,995Km
이동시간
5시간 39분
누적시간
1,668시간

 
영국놈
 
중식뷔페
 
 
 
 
 
 
 
35Km / 3시간 00분
 
18Km / 2시간 39분
 
윈체스터
 
페어햄
 
포츠머스
 
 
539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여행경보 
-
・언어/통화 
영어, 파운드(1파운드=1,5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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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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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18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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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텀 :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거나 바꾸는 장면.

그저 의미 없는 온라인 서핑에서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하는 20대 중반 여자아이의 홈페이지로 흘러들어 갔다. 검색했던 키워드가 무엇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멍한 손길로 링크와 링크를 타고 이어지던 무미한 일상의 킬링타임이었다.

여자아이의 바람들과 세계를 여행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부러운 마음보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하루, 또 하루를 보냈다. 나는 무엇을 잃어버린 것일까.


고대하다 : 몹시 기다리다.

겹겹이 둘러싸인 산들을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호기심 가득 바라보았던 미래에 대한 막연함은 그 산들 넘어의 무엇이었다. 친구들이 하나, 둘 그 산들을 오르며 어른이 되었음을 자랑삼는 동안, 단 한 번도 그 산들을 오르거나 넘기를 시도하지 않았다.

사실 확인에 대한 싱거움 또는 소멸돼버릴 상상의 부재가 두려웠는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그 산들을 오르지 않음으로써 여전히 유지되는 막연함은 때론 상상의 즐거움이었다.

언젠가 그 산들을 넘을 것이다 바람하였다.


여행 : 떠나다.

이제부터 나는 내 삶을 향해 홀로 걸어가야 한다. 돌아올 수 있을까 아니면 돌아와야 할 이유 같은 것이 있을까. 두렵고 슬프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라면 해야 하고, 하고 싶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떠난다, 두렵고 슬프지만 슬프지 않게 삶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

-2019.01.30

 

안개비가 조용하게 내려앉는 아침이다. 일 년 전 오늘의 마음이 아리게 느껴진다.

 

여행 중 : 내 안을 들여다보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내가 바라보는 것들, 사람과 사물, 공간, 시간, 감정에 대한 인식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난 시간, 나는 나를 바라본다.

 

리즈훼이의 반려견 콜라는 땅콩을 받아 알맹이를 쏙 빼먹는다. 개가 땅콩을 먹다니 신기한 일이다.

"리, 콜라는 채식주의 강아지야?"

호박씨와 배춧잎을 간식으로 먹는다는 콜라, 나에게도 콜라가 있다.

출발을 미루고 게으름을 피우는 동안 점잖은 할아버지께서 다가와 이곳에 캠핑을 하면 안 된다고 설명을 한다.

공원 외곽의 강변에 캠핑을 해도 괜찮다고 알려주시고 자리를 옮기라고 말하신다.

짐들을 정리하고 윈체스터의 구시가지로 이동한다. 조금씩 굵어지는 이슬비를 피하고 아침도 해결할 겸 맥도널드로 간다.

배터리들을 충전하며 어린아이들의 간식 같은 모닝세트로 출출함을 달래고 와이파이로 자료들을 정리한다.

"비 맞기 싫은데."

레인팬츠를 갈아입고, 슈퍼에 들러 비상식으로 먹을 빵들을 챙긴다.

"어라, 이거 좋은데!"

두툼한 고무 재질의 장갑이 사이즈도 넉넉하고 좋다. 뻣뻣한 작업용 장갑에 비해 부드럽고 탄력성도 좋아 비 오는 날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유니크템 장착!"

계산을 기다리는 동안 엄청나게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목발을 짚고 있는 할아버지가 너무나 느리게, 느리게 계산을 하고 잔돈과 물건을 챙긴다. 숨을 참아가며 계산을 돕던 직원의 표정이 너무 귀엽다.

"Great thanks."

비에 젖은 긴 백발과 양편의 목발을 짚고 천천히 걸어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왠지 측은하게 느껴진다. 가까스로 숨을 참아가며 계산을 한 직원이 빙긋이 웃는다. 친절한 사람이다.

빵과 장갑을 사들고 나오니 하염없이 이어질 것 같던 이슬비가 멈추기 시작한다.

"뭐냐? 눈치챘냐!"

내부 구경을 포기한 대성당을 돌아 야영을 했던 공원으로 다시 돌아간다. 어젯밤부터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이 어떤 길인지 찾지를 못하겠다. 잠시 길을 헤매다 내비게이션을 무시하고 지도를 확인하며 도로를 따라간다.

포장이 잘 된 깔끔한 공원길을 따라가고, 포츠머스로 이어지는 메인도로를 마주한다.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던 도로도 포츠머스가 가까워지며 조금씩 내려가는 길들이 많아진다.

힘들었던 몸도 조금씩 풀려가며 페달링이 편해지기 시작한다. 쉬는 동안 계속해서 자전거의 피팅을 맞춰간다.

 

포츠머스의 외곽에 들어서자 도시는 짙은 안개비로 감싸여 있다.

"정말 영국의 안개는 대단하다."

대형 슈퍼마켓에 들러 치킨이 있는지 확인해 보지만 식품코너가 없다. 다른 슈퍼에도 들러 보지만 마찬가지다.

"햄버거는 먹기 싫다."

포츠머스 시내의 뷔페식당을 검색하니 저렴한 중식뷔페가 있다. 7.99파운드.

"오, 대박. 일단 고!"

시내로 접어들자 자전거 도로가 그런대로 갖춰져 있어 편하기는 하다. 방파제 주변으로 이어지는 공원을 가로질러 포츠머스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자전거 도로가 있으니까 얼마나 좋냐!"

식당이 있는 중심지에 중국인으로 보이는 동양인들이 많이 보인다. 여행객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식당을 찾는 동안 짓궂은 남자아이들이 뒤를 따라오며 장난을 친다. 아이들에게 욕은 할 수 없고 그냥 웃고 만다.

"애들이 누굴 보고 배웠겠어. 딱하다 영국!"

식당에 도착하여 외관과 내부를 살펴보니 싸구려 음식점은 아닌 것 같다.

"저렴하고 착한 가게네."

가게에 들어서자 치파오를 입은 여자와 주방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조금 당황하더니 이내 자전거를 보고는 관심을 접는 눈치다.

나 또한 영어를 해야 할지 중국어를 해야할지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뷔페 7.99파운드 맞지?"

7.99파운드가 맞는지 확실하게 물어보고 접시를 집어 든다. 볶음밥과 고기볶음, 계란탕까지 곁들여 푸짐하고 든든하게 저녁을 해결한다.

배터리들도 충전을 하며 야영지를 검색하고, 천천히 두 접시를 비운다.

"내일 또 와야지."

계산을 하며 '하오츠'라고 인사를 하니 잠시 주춤하던 여자는 중국식 영어 발음으로 7.99라고 심드렁하게 답변을 한다.

"웃어라. 영국에서 쓸데없는 것을 배웠다니?"

어두워진 시내를 자전거를 끌고 바닷가 공원으로 이동한다. 바람이 부는 날이라 백사장보다는 수풀이 있는 해안 언덕이 좋을 것 같다.

조용한 마을을 지나 컴컴한 공원을 방향감만으로 가로질러 해안가에 도착한다. 바람을 피해 수풀이 자란 아늑한 공간에 텐트를 펼치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런대로 괜찮은 일 년이었어!"

쉥겐기간을 아끼기 위해 내일 저녁 11시 배를 타고 프랑스의 르아브르로 떠날 생각이다. 천천히 포츠머스를 둘러볼 시간의 여유가 있고, 마음에 들면 하루 정도 더 머물러도 괜찮을 것 같다.

"어쨌든, 영국 도로는 최악이었어!"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65일 / 맑음
판햄-윈체스터
영국을 떠나기 전 윈체스터 대성당을 보기 위해 윈체스터로 향한다.


이동거리
49Km
누적거리
21,942Km
이동시간
4시간 58분
누적시간
1,663시간

 
도로
 
산길
 
 
 
 
 
 
 
27Km / 2시간 40분
 
22Km / 2시간 18분
 
판햄
 
비튼
 
윈체스터
 
 
486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여행경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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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파운드(1파운드=1,5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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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18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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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8-7650-6895

 

산책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큰 개가 짖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여행을 시작한지 1년이네."

뜬눈으로 밤을 새며 떨치지 못한 감정의 힘겨움을 견뎌야 했던 일 년 전 오늘은 분명 슬픔이었다.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여전히 알 수는 없지만 슬픔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텐트의 외피는 뽀송하게 말라있지만 물기가 있는 바닥은 축축하게 젖어있다. 일년내내 축축하게 젖어있을 것 같은 질척거림, 영국의 숲은 그렇다.

어제 점심에 사놓은 햄버거로 아침을 해결하고 길을 나선다. 허리와 허벅지가 뻐근하게 느껴진다.

숲길을 안내하는 네비게이션, 경로를 무시하고 어제의 도로를 찾아 길을 따라간다. 오르막과 오르막이 이어지는 도로는 페달링의 힘겨움이 느껴진다.

"왜 이렇게 힘든 거야."

긴 휴식 후 찾아드는 라이딩의 어려움이지만 유난히 힘이 들어가지 않는 날이다.

작은 타운에 들어서고 한적한 시골의 마을들은 여느 유럽의 도시처럼 조용하고, 사람들의 표정도 여유로워 보인다.

도로변의 철물점에 들어가 리어 패니어를 고정할 밧줄을 하나 더 구매하려 했지만 세트로 판매하는 것들만 있어 포기한다.

"좀 더 단단하게 고정을 했으면 좋겠는데."

타운을 지나치고 길은 다시 산길로 이어진다. 다음 마을로 넘어가는 길은 고속도로처럼 보이는 도로와 산길 두 경로뿐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생각 외로 정말 형편없는 영국의 도로망이다.

양들을 키우는 농장을 지나고 자전거도로 표시가 된 길은 작은 오솔길로 이어진다.

"왜 이런게 자전거 도로야?"

비에 젖은 흙길에 바퀴가 미끄러지며 자전거를 탈 수가 없다. 신발과 바퀴에 엉겨 붙는 진흙과 낙엽들에 엉망이 되어간다.

농장의 목초지가 지나고 오솔길은 넓은 임도로 바뀌고 황량한 풍경의 침엽수림이 시작된다.

"볼품은 없어도 숲이라고 조용하고 좋네."

잠시 자리에 앉아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들의 움직임을 바라본다.

무게워진 페달링으로 힘들게 숲을 벗어난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의 눈인사가 즐거움을 준다.

시골의 마을길을 돌아 마주한 도로는 고속도로처럼 차량들의 속도가 빠른 구간이다.

"위험한데!"

윈체스터까지 위험한 도로의 경로를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의 경로를 변경한다. 2km 정도의 도로를 조심스레 따라가는 동안 긴장감이 밀려든다.

작은 소로로 빠지는 길을 마주하고 도로를 건너기 위해 천천히 속도를 줄이는 사이 지나치던 버스에서 이상한 이물질이 날아든다.

"뭐야? 지금 침을 뱉은 거야?

뭔가 흩어지며 날아드는 이물질은 버스에서 누군가 뱉어낸 침인 것 같다.

"이런 신발 개무지개 영국 놈을 봤나!"

 

인종차별 같은 찌질한 인간들의 혐오심 따위는 게으름의 냉소로 무시하는 성격이라 별 상관은 없지만 면상에 대고 시원하게 욕지거리를 해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영국, 참 마음에 안 드는 나라다."

 

시골의 마을 길을 따라 윈체스터로 향한다. 허기짐 때문인지, 체력이 바닥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힘든 라이딩이다.

"영국, 정말 최악의 여행이야."

작은 마을에 들어서고 슈퍼에 들러 콜라를 산다.

"역시 콜라가 있어야 해."

윈체스터까지 10km, 산길과 신경질적인 영국의 도로를 따라오느라 하루의 이동거리가 몽골보다 짧고 힘이 든다.

오르내리는 산길이 다시 이어진다.

"당 떨어진다. 촤식들아! 이제 그만해라!"

윈체스터를 3km 남기고 다시 혼잡한 도로와 마주한다.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의 한가로움이 좋다.

작고 오래된 타운의 초입에 들어선다. 시골마을의 분위기가 마치 한국의 작은 읍내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고전적인 건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래된 건물을 돌아 좁은 돌담길을 따라간다.

"이게 윈체스터 대성당이구나."

붉은 십자가의 잉글랜드 국기가 휘날리는 윈체스터 대성당의 모습은 마치 오래된 고성의 모습이다.

열십자 모양의 대성당의 크기와 높이가 웅장하다.

대성당의 입구를 찾아 주변을 돌아간다.

"크다! 천년이나 됐다고?"

성당의 내부로 들어가려니 9.5파운드의 입장료가 있다. 입구에서 바라본 성당 내부의 모습은 심플하면서도 아름다운 아치 형태의 천장들이다.

"체크카도 받아요?"

현금이 없어 카드결제가 되는지 묻자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애매하다.

"4시가 넘었는데, 구경하면 해가 질 것 같네."

9.5파운드의 입장료를 내고 흘깃 구경을 하기엔 조금 아깝게 느껴진다. 주변에 저렴한 숙소가 있는지 검색해도 30파운드 정도의 호텔들만 검색된다.

"오늘은 패쓰!"

작은 구시가지로 들어가 KFC를 찾는다. 여행에 대해 관심을 갖던 할아버지 한 분은 야영을 한다고 하니 1월에 무슨 야영이냐며 장난기 어린 제스처를 한다.

KFC에 들어가 세트메뉴를 주문하고, 햄버거는 패니어에 넣어둔다.

"야영지를 찾아야 하는데."

윈체스터 주변의 공원을 확인하고 어둠이 내리기 전 서둘러 야영지를 찾는다.

"색깔 참 곱네."

안개가 짙은 영국의 노을빛은 황홀하지는 않지만 나름 매력이 있다.

공원의 풀밭, 정확히 무엇을 하는 장소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한 구조물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다.

 

풀밭은 끝자락에 텐트를 펼친다. 햄버거로 출출함을 채우고 패니어에 든 매운 라면도 끓여 먹는다.

"일 년 된 기념이다."

오랜만에 먹는 매운 라면에 입술과 혀가 따갑고 맵다.

 

후베이성 우한과 250km 정도 떨어진 징저우에 살고 있는 리즈훼이는 일주일이 넘도록 집에만 있다고 한다. 리즈훼이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응원을 하고, 쑤니터우기 사람들의 안부를 묻는다. 다행히 내몽골에는 확진환자가 없다고 한다.

별이 뜬 조용한 밤하늘, 내일도 맑았으면 좋겠다.

"리, 짜요!"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64일 / 흐림
호톤-길퍼드-판햄
영국의 날씨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같은 겨울비가 내리는 날씨지만 영국의 비는 축축하다. 윈체스터로 간다.


이동거리
52Km
누적거리
21,893Km
이동시간
5시간 55분
누적시간
1,658시간

 
A246도로
 
실리레인
 
 
 
 
 
 
 
29Km / 2시간 50분
 
23Km / 3시간 05분
 
호턴
 
길퍼드
 
판햄
 
 
43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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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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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파운드(1파운드=1,5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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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8-7650-6895

 

축축함, 어제의 비로 인해 유난히 싸늘해진 아침이다. 다행히 비는 멈추었다.

"새소리는 좋네."

첫 번째 알람에 잠이 깨고, 다시 게으른 여분의 단잠에 빠져든다.

10시, 아침을 거르고 오늘의 라이딩을 출발한다. 윈체스터까지 80km의 거리, 최대한 윈체스터 근처까지 가고 싶지만 영국의 라이딩 환경을 생각하면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일단 길퍼드에 가서 밥을 먹자."

공원길을 비에 젖어있는 길의 상태가 좋지 않고, 도로는 차량들과 신호등으로 라이딩이 힘들다.

영국의 운전자들은 다른 유럽의 운전자들과 달리 성급해 보이고, 자전거를 위해 양보를 하거나 속도를 줄이는 경우가 드물다.

어려운 영국의 라이딩, 인도와 도로를 번갈아 가며 길퍼드에 도착한다. 언덕 위에 들어선 길퍼드의 구시가지는 아주 작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영국의 시골 타운은 제법 분위기가 좋네."

KFC에 들어가 와이파이를 이용하여 주변에 쓰리 통신매장이 있는지 검색을 한다.

독일 보다폰 데이터가 소진된 후 인터넷 연결 속도가 너무 느려져 사용을 할 수가 없다. 영국의 네트워크 환경이 안 좋은 것인지, 보다폰의 기본 시스템이 데이터 소진 후 저속으로 연결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지난달 보다폰의 데이터가 소진된 이후 영국 입국까지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던 보다폰이었다.

"쓰리심을 써보자."

테이블이 없는 포장전문 KFC의 작은 매장에 서서 허기를 달래고, 햄버거는 패니어에 넣어둔다.

구시가의 쓰리 통신매장에 들어간다.

 

"유럽에서 3개월 동안 여행할 계획인데 어떤 패키지가 있나요?"

직원 남자는 천천히 1개월 상품들을 설명하더니 1개월 30기가의 상품을 추천한다.

1파운드 차이가 나는 30기가 상품과 무제한 상품의 차이를 물어보니 유럽 내 로밍으로 두 상품 모두 19기가 만을 지원한다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럼 24파운드 상품으로 주세요."

"오케이, 뱅크 카드가 있나요?"

"뱅크카드? 없어요."

"뱅크카드가 없으면 이 상품은 사용할 수가 없다."

"앵?"

직원은 상품 안내 팜플렛의 뒷면을 펼치더니 3개월 무제한 90파운드의 상품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헐! 90파운드?"

프리페이드 유심카드인지 데이터의 양에 비해 가격이 조금 비싸다. 1개월 10기가 15파운드의 상품을 선택하니 직원은 한 달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충전할 수 없어요?"

"네."

잠시 고민을 하다 영국 외의 지역에서 로밍속도가 어떨지 모르는 상태라 한 달 후 여행 국가에서 유심카드를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 싶다.

유심을 장착하고 이틀 동안 답답했던 네트워크가 시원하게 해결이 된다.

"아껴 써야지."

도로는 길퍼드의 언덕을 내려간 뒤 바로 건너편 가파른 언덕을 향해 이어진다. 자전거를 끌고 급경사의 언덕 마을을 올라간다.

영국의 남부 지형은 언덕과 고개가 계속 이어진다. 위험한 도로를 따라갈 수 없으니 차량의 통행이 적은 소도로가 마음은 편하지만 도로의 상태가 좋지 않아 그마저도 쉽지는 않다.

몇 차례 쉬어가기를 반복하고 언덕의 정상에 오르자 길퍼드 주변의 풍경이 언덕 아래로 펼쳐진다.

"그래, 이런 낙이라도 있어야지."

언덕 위의 도로는 이내 비포장 산길로 바뀐다. 질척거리는 산길에서 이리저리 길을 헤매는 동안 엠티비를 타는 사람들을 몇몇 마주치고.

"구글아, 구글아! 이건 엠티비를 타는 싱글길이잖아!"

풍성한 침엽수림이 펼쳐지는 북유럽의 숲길과 달리 영국의 숲길은 그저 질척거리는 잡풀 숲과 같다.

"도로는 위험해서 전방주시만 해야 하고, 숲길은 질척거려서 땅바닥만 봐야 하는구나."

산속을 헤매고 녹초가 된 상태에서 마주한 도로는 차량들이 고속주행을 하고 있는 3차선 대로다. 넓은 회전교차로를 돌아가야 하지만 자전거 도로는커녕 인도조차 없다.

한참을 서서 차량들이 잠시 정차하는 동안 회전교차로의 차선을 자전거를 끌고 넘어간다.

"정말 영국 구리다!"

작은 소도시 판햄의 시내에 들어서며 피곤함이 밀려온다. 런던의 긴 휴식 때문에 라이딩이 힘들고, 새로 바뀐 자전거가 아직은 불편하고 무엇보다 영국의 도로를 따라 라이딩을 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

"엉덩이도 아프고, 종아리도 묵직하고. 총체적 난국이다."

4시가 가까워지는 시간, 라이딩을 마치기 위해 슈퍼마켓에 들러 빵들을 보충한다.

지도를 검색하고 15km 정도 떨어진 목적지를 정하고 출발을 했지만 빠르게 어둠이 내려앉아 5km 정도의 숲길로 경로를 변경한다.

오르막을 오르는 동안 어두워진다. 위험한 영국의 도로를 달리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

주변의 숲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 야영지를 살펴봐도 마땅한 장소가 없다. 물기가 있는 숲에 텐트를 펼치고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어제처럼 초저녁부터 잠에 빠져든다. 한 시간, 두 시간. 잠에서 깨어 슈퍼에서 산 빵들로 허기를 달래고 밀린 자료를 정리한다.

"어째, 독일의 유심보다 네트워크가 더 안 잡히냐?"

쓰리 유심카드는 속도는 괜찮지만 도로변 숲으로 들어오니 네트워크가 불안정하다.

윈체스터까지 40km 정도가 남았지만 내일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영국, 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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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63일 / 비
런던-뉴몰던-호턴
다사다난했던 런던을 떠난다. 윈체스터를 지나 프랑스로 가는 페리가 있는 포츠머스로 갈 생각이다.


이동거리
33Km
누적거리
21,841Km
이동시간
4시간 13분
누적시간
1,652시간

 
도로
 
진고개
 
 
 
 
 
 
 
20Km / 2시간 33분
 
13Km / 1시간 40분
 
런던
 
뉴몰든
 
호턴
 
 
38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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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피곤함, 세 번째 알람 소리에 억지스레 몸을 일으킨다.

"컨디션 조절 실패군."

짐들을 하나씩 1층으로 내려놓고 숙소의 조식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비싸지 않은 듯 비싸고, 많지도 적지도 않은 이상한 메뉴들이다.

휴게실에 앉아 엽서를 작성하고 체크아웃을 한다. 유난히 붉은 광택의 새자전거가 어색하다.

1년 동안 익숙해진 패니어 세팅이 달라져 이상하다.

"런던에서는 변변한 인증샷도 없네."

근처의 자전거샵으로 가 타이어에 바람을 보충하고, 피팅 세팅을 한다.

"다시, 여행해 보자.

"월터, 나 간다!"

월터와 올리버에게 출발 메세지를 보내고 길었던 런던의 여행을 마치고 출발한다.

부드러운 변속과 성능 좋은 브레이크, 잡소리 없이 굴러가는 자전거가 어색하고 불편하다.

어수선한 런던의 도로를 따라 시내를 빠져나간다. 런던의 도로는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 불편한 도로다.

윈체스터를 지나 포츠머스로 갈 계획이다. 윈체스터까지 110km 정도의 거리, 긴 휴식으로 며칠 동안 힘들 라이딩이니 천천히 가며 자전거에 적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선, 올리버가 추천한 한식당으로."

윈체스터로 가는 경로에 있는 진고개라는 식당을 올리버 부부는 추천을 해주었다. 메뉴들을 보니 과도하게 비싼 한식당은 아닌 것 같고, 이동 경로에 있어 점심을 해결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런던 시내를 벗어나고, 한적해진 외곽의 작은 슈퍼에서 엽서를 보낸다.

자전거 도로가 형편없고, 좌측통행을 하는 영국 도로의 라이딩은 너무나 힘들고 피곤하다. 자전거 도로는 버스차선과 맞물려 있고, 자전거 도로의 구간도 짧지만 대부분은 별도의 구분이 없다. 도로가 러시아보다 좁게 느껴지고 운전자들의 운전습관도 꽤나 거칠고 여유가 없어 보인다.

"영국인들의 성격이 급한가?"

"하늘빛이 수상하다."

그럭저럭 괜찮았던 하늘이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한다. 한식당 진고개는 5km 정도 남아있다.

흐려지던 하늘에서 소나기처럼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순식간에 옷들이 젖어버린다.

"왜? 왜? 자전거만 타면 비가 오냐?"

런던에 머물던 내내 좋았던 날씨가 라이딩이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차다. 버스정류장에서 비를 피하고, 잠시 주춤해진 사이 진고개를 찾아간다.

 

식당으로 들어가니 중년의 아주머니들이 서빙을 하느라 분주하다. 한국어를 하는 친숙한 외모를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역시 한국식당은 물을 줘야지. 제대로 된 식당이네."

다른 한식당들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고, 메뉴도 다양하다. 메뉴 고민을 하다 김치찌개를 주문한다.

"야무지게 삼계탕을 먹을걸 그랬나?"

4가지의 밑반찬이 깔리고, 넉넉하게 담긴 밑반찬들이 먹음직스럽다. 그리고 푸짐한 김치찌개가 나온다.

"사장님이 많이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첫 번째 국물의 맛이 제대로 된 김치찌개다.

"왜 이런 가게는 외곽에만 있는 거야."

런던의 시내에 식당이 있었다면 매일 찾아왔을 것 같다. 아침으로 먹은 숙소의 아침이 아쉽게 느껴진다. 두 공기의 밥을 비우는 동안 비는 계속되고.

"혹시 포장도 되나요?"

식어도 맛이좋은 제육볶음을 포장하고 더 굵어진 빗속으로 들어간다.

차가운 빗물에 모든 것이 젖어들고, 흙탕물을 뿌려대는 자동차들과 섞여 길을 헤매고 헤맨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 영국!"

손과 몸이 얼어가기 시작한다. 내비게이션은 도로를 벗어나 공원처럼 보이는 숲길로 길을 안내하고, 길은 진흙과 흙탕물의 엉망진창이다.

늪지처럼 물이 고여있는 숲은 풍성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텐트를 펼칠 곳을 찾으며 길을 따라가도 마땅한 곳이 보이질 않고, 괜찮은 공간은 사유지인지 울타리로 가로막혀 들어갈 수가 없다.

"오늘은 도저히 안 되겠다. 여기까지."

4시, 물이 고여있지 않은 숲에 텐트를 펼친다. 손이 굳어오며 한기가 시작된다.

 

어렵게 텐트를 설치하고, 숙소에 머무는 동안 자전거 문제로 신경을 쓰느라 건조하는 것을 깜박 잊어버린 습기가 남아있는 눅눅한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피곤함에 이내 잠이 든다.

8시가 넘어 단잠에서 깨어나고, 축축해진 텐트의 습한 기운이 끔찍하다. 식당에서 포장해 온 제육볶음으로 출출함을 달랜다.

허기만을 채우려던 젓가락질은 한꺼번에 모두를 해치우고 만다. 정말 맛이 좋은, 소주가 생각나는 제육볶음이다.

"아쉽다!"

다시 시작된 여행이다. 따듯한 날씨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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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62일 / 흐림
런던
하루 더 런던에 머물기로 한 날, 트라팔가 광장에서 열리는 차이나타운의 춘절행사를 보고,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을 관람할 생각이다.


이동거리
19Km
누적거리
21,808Km
이동시간
4시간 16분
누적시간
1,648시간

 
차이나타운
 
앨버트박물관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런던
 
런던
 
런던
 
 
352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여행경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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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알람에 잠이 깬다. 호스텔 내부의 탁한 공기 탓인지 몸이 상쾌하지 않다. 건강염려증 같은 쓸데없는 고민 없이 사는 게으른 성격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뉴스를 접하다 보니 괜스레 찝찝한 기분이 든다.

양치만을 하고 밖으로 나가 버스를 타고 차이나타운이 있는 트라팔가 광장으로 간다.

중국의 춘절행사로 트라팔가 주변의 도로는 차량 출입이 통제되어 있고, 광장에는 행사용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광장과 거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하지만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차이나티운에 한식당이 있지만 비빔밥 한 그릇에 12파운드가 넘는다.

"쓸데없이 비싼 한식이다."

특별한 것도 없는데 정말 사람들이 가득하다. 전에 방문했던 식당은 영업 전이라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벗어나고 싶은데. 찜찜하잖아."

차이나티운의 메인 골목을 빠져나와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으로 향한다.

차이나타운 골목의 끝자락에 뷔페식당이 있어 안으로 들어간다. 이전 식당보다 고기메뉴가 부족하지만 더 정결하고 조용한 내부가 마음에 든다. 1파운드 정도 더 비싸지만 배가 고프니 어쩔 수 없다.

느긋하게 세 접시를 비우고 계산을 하려니 물값을 별도로 받는다.

"물은 좀 공짜로 줘라."

물과 커피, 사탕이나 껌같은 것은 공짜로 주는 한국의 식당들이 그립다. 어쨌든 유럽에서는 생수통을 들고 다니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뮤지컬 극장들이 정말 많다. 한 편 정도 관람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시내 중심의 한 버스정류장의 버스노선이 10개 정도인 런던에서는 일정 목적지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 버스를 환승해야 할 것 같다.

런던의 버스는 느긋하다. 거칠게 운전을 하지 않고 승객의 문의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하고 천천히 출발한다.

제법 넓은 규모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 도착한다.

카시아는 이곳이 무료이고 볼 것이 많다고 알려주었다.

"들어가 볼까."

입구에서 간단하게 가방 검사를 하고 박물관으로 들어간다.

다양한 종류의 전시물들이 있는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은 너무나 넓고 볼 것이 많다.

"힘들어서 못 보겠다."

밖으로 나오니 어두운 하늘에서 영국스러운 비가 내리고 있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되돌아 간다.

"점심으로 먹은 것이 다 꺼졌네."

비가 내리는 영국의 날씨는 정말 우중충하다.

세인트폴역으로 가서 오이스터 카드의 환불을 한다.

카드 터치, 잔고확인, 환불 요청을 하고.

마지막으로 카드를 노란 패드에 터치를 하니 동전들이 쏟아진다.

"꼭 이래야만 하는 거니?"

동전을 넣은 주머니가 묵직하다.

 

"이제 런던을 떠나도 되겠다. 내일 떠나자!"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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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61일 / 흐림
런던
뜻하지 않게 길어진 런던의 생활을 마치고 여행을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오이스터 카드를 환불해야 하는데."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1,789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1,643시간

 
오이스터카드
 
버러마켓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런던
 
런던
 
런던
 
 
333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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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뒤척이다 잠이 든다.

"자자. 잠이 최고야!"

12시가 넘도록 잠이 들고, 룸키퍼들의 청소 소리에 잠이 깬다.

"아, 오이스터 카드 환불해야지."

템즈링크역으로 가니 토요일이라 그런지 매표소가 문이 닫혀있다.

세인트폴역으로 걸어가 지하철역에 설치된 자동화기기를 찾는다.

노란 패드터치에 카드를 터치하니 남은 잔액이 화면에 안내되고, Pay as you go refund 버튼을 누르자 10파운드 이하만 환불이 가능하다고 안내한다.

"뭥미?"

"영국 이층 버스나 타 볼까."

버러마켓을 구경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런던교를 넘어간다.

사우스워커 성당을 지나 다리 밑으로 내려가니 좁은 골목에 길거리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다.

버러마켓 내부는 걸어 다닐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재래시장의 분위기보다 온갖 길거리 음식을 팔고, 음식을 먹기 위해 줄지어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8~12파운드의 음식들은 먹음직스럽게 보이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많은 사람들과 길거리에 서서 음식을 먹는 것도 취향이 아니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사슴인가, 노루인가?"

템즈강을 따라 산책을 한다.

흐린 날씨의 강바람이지만 기분이 좋은 바람이다.

"런던, 잊지 못할 에피소드다."

강변을 걷다 보니 뱅크사이드 선착장이 나온다.

"오이스터 카드로 탈 수 있나?"

일반 티켓보다 오이스터 카드가 저렴하지만 리턴 티켓이 12.5유로다. 잔액이 얼마 남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탈 수도 없고, 너무 비싸다.

"카시아가 이곳이 무료라고 했는데."

밀레니엄교에 있는 테스트모던에 들어가 본다.

"오, 백남준 화가."

넓은 규모의 테스트모던의 내부다.

3층 전시실로 올라가 백남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전시실로 찾아간다.

전시실 입구로 가니 무료가 아닌 모양이다.

"보고 싶은데, 티켓 판매소가 어디지?"

0층으로 내려가 티켓을 사려니 14파운드나 한다.

"에이, 선생님 서울에서 만나요."

밀레니엄교를 넘어 센인트 폴 대성당으로 걸어간다.

걸어서 넘어갈 수 있는 템즈강의 인도교들은 참 마음에 든다.

센인트폴역으로 가서 오이스터 카드의 잔액을 하니 12.8파운드가 남아있다.

"버스 한 번에 1.5파운드구나."

숙소로 돌아온다. 조금 휴식을 취하고 타워 브리지의 야경을 보고 오면 오이스터 카드의 환불이 가능할 것 같다.

러시아의 친구들과 월터가 새해 메시지를 보낸다. 중국의 친구들에게 새해 메세지를 남기고, 월터에게도 한국식 메세지를 보낸다.

"Happy New Year. I hope you will achieve everything you want this year."

"Just happiness. Thats the only goal for every year. Life is very easy this way."

클럽에 가서 노는지 메세지를 보내는 월터.

"뒤에 여자가 안보이잖아. 머리 좀 치워봐!"

오이스터 카드의 잔고를 줄여야 하는데 타워브리지의 야경도 별 생각이 없고, 한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려니 돈이 아깝다.

밖으로 나가려다 프런트에 들러 내일까지 연장이 되는지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한다. 하루 더 머물며 버스카드도 사용하고, 차이나타운의 새해 행사도 보고, 카시아가 추천한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도 구경할 생각이다.

"아, 햄버거 먹다가 죽을 것 같은데."

숙소 근처에 있는 맥도널드를 그냥 지나치고, 조금 떨어진 KFC에 들러 치킨이 포함된 햄버거 세트로 저녁을 해결한다.

 

"너무 늘어진 것 같은데."

하지만 상관없다. 월터의 말처럼 그냥 하루를 살자.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60일 / 흐림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이 있는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 오늘도 런던를 걷는다.


이동거리
6Km
누적거리
21,789Km
이동시간
1시간 38분
누적시간
1,643시간

 
런던아이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런던
 
런던
 
런던
 
 
333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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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이 사라진 자리에는 여지없이 불면의 뒤척임이 찾아든다. 하지만 큰 상관은 없다.

10시, 눈커플이 무겁다. 숙소에서 나와 거리를 걷는다.

"이글이 빅벤이 보고 싶다고 했는데."

웨스터민스터 브릿지에 도착하여 이글과 통화를 한다.

 

"이글, 빅벤이 공사 중이라 볼 수가 없다."

 

런던아이가 있는 템즈강변을 걷고, 생각했던 것보다 크지는 않다.

점심을 먹기 위해 트라팔가 광장의 차이나타운으로 간다. 템즈강을 넘는 런던의 모든 다리들은 모두 인도교인지 궁금해진다.

엠뱅크망역 주변의 풍경은 조금 허름하지만 이색적이다.

런던 거리는 이정표나 가로등 같은 구조물도 소소한 재미가 있다.

어제와 다른 골목을 따라 중국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골목을 찾아간다.

이상한 일이지만 런던의 거리는 꽤 매력이 있는 도시다.

"뮤지컬을 한 편 볼까, 말까."

춘절을 맞아 차이나타운은 분주하다. 중국보다는 한산하지만 중국의 모습도 얼핏 느껴진다. 하지만 중국 특유의 냄새와 분위기는 따라갈 수 없다. 생동감 같은 것이 빠져있는 느낌이다.

"중국 춘절이 재미있는데."

어제와 다른 음식점에 들어간다. 음식의 구성은 비슷하지만 훨씬 깔끔하고 맛이 좋다. 느긋하게 두 접시를 해치운다.

"내일도 올까?"

영화관과 뮤지컬 극장들이 모여있는 거리를 따라 .

숙소가 있는 세인트 폴 대성당으로 걸어간다.

개를 끌어안고 담요를 덮고 앉아있거나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고있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개인의 사정이 있겠지만 젊은 사람이 왜 거리에서 인생을 낭비하는지 모르겠다.

"멀쩡한 애들인데."

런던 법원의 건물, 특이 도로의 중앙에 세워진 조각상은 정말 인상적이다. 용으로 보이는 것이 무언가를 잡고있는 모습인데 가까이서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숙소 부근의 기념품샵에서 런던의 엽서를 산다. 3장에 1파운드, 다른 도시보다 저렴하다.

거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간판, 느낌상 임대를 알리는 내용 같은데 잘 모르겠다. 자전거를 타며 스치듯 지나칠 때는 유료 화장실인가 생각했는데, 'To Let'이라고 적혀있다.

"Hi. I'm back!"

숙소에 돌아오니 친절한 여직원 둘과 불친절한 여직원이 모두 프런트에 앉아있다. 불친절한 여직원에게도 방긋 웃어주고, 함께 경찰서까지 갔던 직원의 이름은 필라, 에스파냐인이라고 한다.

패니어와 짐들은 다행이 그대로 잘 있다. 다음에는 돈 생각하지 않고 보관을 해야겠다 싶다. 4파운드를 아끼는 것보다 마음 편하게 지내는 것이 더 가치있지 않을까 싶다.

다시 많은 문들을 지나 패니어들을 방으로 옮기고, 휴게실에 앉아 자료들을 업로드 한다. 사진이 올라가지 않던 티스토리의 버그가 수정되었나 보다.

"진짜 티스토리 최악이다."

오류 투성이의 어플을 사용하라고 업데이트를 한 티스토리의 운영 마인드를 이해할 수가 없다. 정말 티스토리가 생각하는 기본이 무엇인지 따져 물어보고 싶다.

일주일 동안 쓰지 못했던 블로그를 작성하며 휴식을 취한다.

내일, 휴식을 취하고 런던을 떠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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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59일 / 흐림
런던
도난 자전거의 문제로 둘러보지 못했던 런던의 시내를 둘러본다. "이제 런던의 모습을 보여줘."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1,783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1,642시간

 
트라팔가
 
웨스터민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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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런던
 
런던
 
 
32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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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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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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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파운드(1파운드=1,550원)
・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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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흐린 날씨의 런던이다. 10시, 방에서 헤어 드라이를 사용하는 동양인 젊은 남자의 어수선함에 잠이 깬다.

"넌 국적이 어디냐?"

조금 불편하더라도 아래층의 샤워실에 내려가면 거울과 콘센트가 있을 텐데, 시끄러운 헤어드라이기를 8명이 생활하는 방에서 사용하는 뻔뻔함은 무엇일까 싶다.

"형이 요즘에 힘이 없어서 참는다."

짐들을 보관함에 차곡차곡 집어넣고 열쇠를 잠근 후 체크아웃을 한다.

"혹시, 빈 방이 없나요?"

첫날, 밖에 자전거를 두어도 안전하다고 심드렁하게 대답했던 여직원은 내 질문의 뜻을 모르겠다는 듯 불쾌하게 행동을 한다.

"아오, 정말!"

호스텔에서 일을 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대면했을 것인데, 마인드가 정말 부족해 보이는 여자에게 측은한 생각이 느껴질 정도다.

"내가 웃고 만다. 웃어주자! 불쌍한 아이잖아."

자신은 모르겠다며 옆에 앉아있는 남자직원에게 물어보라는 제스처를 하는 여자에게 한번 웃어주고, 남자에게 다시 문의를 하니 오늘은 방이 없다고 한다.

"알았어. 내일 올게."

남자는 짐을 지하에 있는 창고에 넣으라며 열쇠를 건네준다.

"방에 있는 라커에 두면 안 돼?"

"안 돼."

이것이 룰이라면 더 바랄 필요도 없고, 요구하고 싶지도 않지만, 정말 인정머리라고는 눈꼼만틈도 없는 녀석들이다. 한국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가장 많이 도와줄 사람들은 숙소의 직원들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나를 도와주고 걱정해준 친구들과 이 녀석들은 절대 다른 나라, 다른 사람들이냐?"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몽골과 러시아에 비하면 100분 토론을 하는 것과 같은 수준인데, 역시 사람의 문제이다. 대도시 사람들은 잘 웃지만 저렴한 서비스에 불과한 것이다.

패니어들을 꺼내어 지하에 있는 짐보관 창고로 옮기느라 진이 빠진다. 짐보관 창고의 캐비닛은 유료인 모양이다. 작은 1파운드 사물함부터 큰 3파운드 사물함까지 있는데, 2파운드 사물함에 패니어들을 요령껏 집어넣고 사용법을 보니 24시간 제한이다.

"젠장할, 그럼 4파운드야?"

잠시 고민을 하다 사물함의 열쇠를 잠그지 않고 그냥 나왔다. 프런트에서 열쇠를 관리하는 창고인데 괜찮지 않을까 싶다.

불친절한 여직원의 행동에 기분이 조금 상하고, 사물함의 보관비 4파운드를 괜히 아꼈나 싶은 생각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정말, 도난당하는 것에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아."

"에쉬, 열쇠 잠그고 나올걸."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걷는 사이 오래된 큰 건물과 도로 중앙에 세워진 인상적인 조각상에 발걸음을 멈춘다.

"법원이구나."

트라팔가 광장으로 걸어가는 길의 도로변 풍경은 런던 타워 방향의 거리와는 조금 다른 느낌, 조금 더 오래된 거리의 모습이다.

트라팔가 광장은 그저 그렇다.

특별히 크지도 않고, 특별히 아름답지도 않으며 특별한 공간감도 없다.

"그냥 사진 찍기 공간이네."

여기저기 버스킹을 하거나 행위예술을 하거나 바닥에 낙서를 하거나 인형탈을 쓴 사람들이 있다.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나라면 중국 국기를 제일 크게 그리겠다."

중국 뷔페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니 차이나타운처럼 느껴진다.

"오, 중국 느낌 난다."

춘절이 다가와서 거리에는 많은 홍등이 걸려있지만 뭔가가 부족하다.

"색은 비슷한데, 냄새와 분위기가 다르다."

차이나타운의 거리에는 많은 뷔페 음식점들이 있다. 10.5파운드의 요금인데 현금만 받는다.

"그래, 현금 박치기가 최고지."

난데없이 서비스 요금이 붙어 나오는 식당보다 현금을 받는 이런 확실한 식당이 좋다.

주변 은행에 들러 현금을 찾은 후 식당에 들어간다.

"역시 가난한 여행자에게는 중식뷔페가 최고야!"

고기와 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중식이 가장 저렴하고 좋다. 중국을 여행하며 중국 음식의 향과 맛에 적응이 된 터라 아무런 부담도 없다.

"이 집은 음식을 못하네."

오랜만에 고기로 배를 채우니 세상이 좋다.

"역시, 우울할 땐 고기야!"

버킹엄궁전으로 걸어가다 작은 교차로 광장에 들어선다.

트라팔가 광장보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좋다.

선물가게들을 구경하다 2파운드 정도의 자석들을 포기하고 길거리에서 파는 1파운드 자석을 하나 산다.

"특색이 없어. 런던은 1파운드면 돼."

그린공원을 가로질러 버킹엄궁전으로 걷는다.

푸른 잔디가 있어서인지 브뤼셀의 중앙공원보다 산뜻하게 느껴진다.

화려한 문장의 철문과 함께 버킹엄궁전의 모습이 나타난다.

너무나 편안한 노르웨이의 궁전보다 가깝지 않지만 벨기에의 궁전보다는 근거리에서 볼 수 있다. 꽤나 삼엄한 경계가 있을 것 같았는데 의외의 모습이다.

평범한 모습의 궁전보다 궁전 입구의 철문과 기둥에 새겨진 문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멋지다. 요란하지 않고."

"사자와 유니콘?"

궁전의 건너편에는 대리석의 빅토리아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의외로 소박하네."

낮을 들고 있는 여인과 사자상.

망치를 들고 있는 남자와 사자상.

그리고 중앙에 세워진 빅토리아 기념비.

"위엄 있네."

천천히 기념비의 네 면을 살펴본다.

"뜻밖이야. 사치스러울 줄 알았는데."

특별히 다른 무엇이 없지만.

마음에 드는 공간이다.

"집 나간 해리는 어떻게 됐어?"

궁전의 광장을 돌아 웨스터민스터 사원이 있는 템즈강변으로 걸어간다.

세인트 제임스 공원에는 정말 다양한 조류들이 호수와 잔디밭을 돌아다닌다.

먹이를 주는 사람들에 길들여졌는지 사람들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먹을 것을 조르는 아이처럼 사람들의 주변을 따라다닌다.

"이 공원 마음에 드네."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들과 호수, 패리컨과 다양한 새들 그리고 다람쥐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공원의 분위기가 정말 편하고 좋다.

웨스터민스터 사원의 건너편 작은 공원에는 간디, 만델라와 같은 영국과 영연방 국가들에 위인들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고.

"오, 포스."

웨스터민스터 사원의 모습은 캔터베리 대성당의 모습과 비슷하고.

영국 대성당들의 조각들은 정말 인상적이다.

그리고 웨스터민스터 사원의 모습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사원의 측면에 들어선 노란빛이 감도는 석조건물이다.

"뭘까?"

"매력적인 색과 구조다."

웨스터민스터 사원의 입장료가 너무 비싸서 내부 관람은 포기하고 빅벤과 런던아이가 있는 강변으로 걸어간다.

웨스트민스터궁은 일부가 공사 중이라 철제빔으로 가려져 있고, 템즈강변의 런던아이는 생각보다 작게 느껴진다.

"별게 없네."

1박을 예약한 숙소로 걸어간다.

웨스트민스터 브리지 근처의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한다. 너무나 밝고 경쾌한 여직원의 미소와 제스처가 마음에 든다.

"차음부터 여기로 왔어야 했는데."

난데없이 기도를 올리는 무슬림 친구들과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밀린 여행자료들을 정리하고.

도로변 선물가게로 바람을 쐬러 나간다.

"왜, 반말이냐!"

"이게 왜 영국에서 팔리지?"

"잠깐만, 빅벤을 못 봤잖아?"

웨스트민스터궁을 디나며 빅벤의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생각해보니 공사용 철제빔들로 둘러싸인 건물이 빅벤이었던 것 같다.

"이글이 보고 싶다고 했는데, 하필 공사 중이네."

숙소에 돌아와 자료들을 정리하고, 저녁 무렵 밀려들던 졸음을 지나 보내니 새벽까지 잠들기가 힘들다.

"뭐, 이틀만 더 쉬고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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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58일 / 맑음
런던
올리버와 카시아의 초대로 저녁을 함께 하기 위해 하르네힐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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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거리
21,78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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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2시간

 
자물쇠사기
 
하르네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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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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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하게 느껴지는 피곤함이다. 10시에 일어나 숙소에 빈 방이 생겼는지 물어보지만 목요일은 여전히 방이 없다고 한다.

"영국에서 아무것도 보지를 못했어. 매일 세인트 폴 대성당만 보고 있었다고."

방긋 웃는 여직원은 호스텔의 친절한 직원이다.

여직원에게 빈 방이 생기면 알려달라고 부탁하고 자전거의 자물쇠를 사기 위해 근처의 자전거샵으로 간다.

 

"자물쇠의 포스가 남다르군."

"근데, 무슨 자물쇠 가격이 금값이냐!"

굵은 와이아와 작은 번호 자물쇠를 20파운드에 구매하고, 매장을 둘러보니 매장 안에 전시된 자전거들도 자물쇠로 모두 잠가놨다.

판매용 열쇠로 보았던 제품은 자세히 보니 액세서리 제품을 훔쳐가지 못하도록 잠가놓은 도난 방지용 열쇠다.

"대체, 이 놈의 나라는."

숙소로 돌아와 경찰서에 함께 간 여직원에게 테라스의 문을 열어달라 부탁하고 와이어와 U락으로 튼튼하게 잠가놓는다.

"됐다."

여직원이 웃으며 테라스의 열쇠를 잠근다.

한식당으로 걸어가 김치찌개로 점심을 하고, 가게에 앉아 올리버의 집으로 가는 경로를 재확인한다.

"지하철 어떻게 타요?"

한식당의 사장님은 오이스터 카드를 사서 우리나라처럼 지하철을 타면 된다고 한다.

숙소로 돌아와 5시까지 휴식을 취한다. 중국의 리즈훼이에게 메시지가 오고,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으로 인해 중국은 매우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는 꼭 마스크를 쓰세요."

"나보다 중국이 위험하지. 마스크 꼭 쓰고, 조심해."

"마스크도 모두 품절이다. 집 밖으로 안 나가고 있어요."

"그래, 집에만 있어!"

어떤 면에서 보면 정보가 투명하지 않은 중국에서 산다는 것도 꽤나 힘든 일이지 싶다. 어쨌든 무사히 바이러스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5시가 되어 올리버의 집으로 가기 위해 숙소 근처의 템드링크역으로 걸어간다.

"오이스터 카드를 사야 하는데."

자동판매기가 보이질 않아 역의 매표소에 문의를 하니 매표소에서 판다고 한다.

"얼마를 충전하세요?"

"20파운드 해주세요."

"카드 보증료 5파운드 포함해서 25파운드요."

올리버가 사는 헤르네힐은 7km 정도 떨어져 있다. 역의 직원들에게 헤르네힐로 가는 승차장을 묻고 지하 승차장으로 내려간다.

"라인이 하나가 아닌데?"

사람들에게 하르네힐로 가는 기차가 몇 번째 도착할 기차인지를 묻고 안내판을 주시하며 기차를 기다린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지하철에 사람들도 많고, 기차도 연착이 되는 것 같다.

만원 지하철이지만 불편함 없이 4 정거장 떨어진 하르네힐역에 도착한다. 작은 하르네힐역을 나오자 작은 꽃집이 눈에 들어온다.

올리버에게 줄 다육이 작은 화분과 카시아에게 줄 꽃을 10파운드로 구매하고 구글맵을 켜고 올리버의 집으로 걸어간다.

시내에서 겨우 7km 정도의 거리인데, 하르네힐의 분위기는 복잡한 도시의 느낌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조용한 동네네. 좋다."

올리버와 카시아는 따듯하고 환하게 반겨준다. 거실에 앉아 올리버 부부와 맥주를 마시며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정말 편하고 좋은 시간, 즐거운 대화가 이어진다. 2시간 정도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아쉬운 작별을 한다.

하르네힐역으로 돌아와 사람들에게 템즈링크로 가는 기차를 확인하고.

텅빈 기차를 독차지하고.

카시아가 쓴 The secret lives of colour은 다양한 컬러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한국어로 번역된 컬러의 말, 카시아의 싸인도 받고. 많은 책들을 구매했지만 작가의 친필 싸인은 처음인 것 같다.

"영광이네!"

여행 중 무거운 책을 가지고 다닐 수는 없으니 빨리 읽고, 건축을 공부하는 레오니에게 선물을 하면 좋을 것 같다.

템즈링크로 돌아온다.

"I arrived in hostel. Thanks for good time, good beer, good princess. Thank you."

"We are very happy to have been a small part of your big adventure. Wishing you safe travels and nice people!"

 

숙소에 돌아와 빈 방이 생겼는지 확인을 했지만 역시나 없다. 금요일과 토요일의 예약을 하고, 짐들을 하루 동안 보관해 달라고 하니 안된다고 한다.

"나 짐이 너무 많아."

친절한 여직원은 웃으며 번역기에 무언가를 적어 보여준다.

"하루 이상 짐을 보관하지 않지만 자전거 문제도 있었고 하니 특별히 예외로 해줄게."

"고마워. 그리고 오늘 이 작가를 만났어.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야!"

"와, 대단한데."

친절한 여직원은 예쁘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이다.

토트넘의 경기를 확인하니 조금 전 손흥민이 골을 넣어 2-1로 리드를 하고 있다.

아쉽지만 더 좋은 사람을 만나서 시간을 보냈으니 상관없다.

 

"빛은 색을 통해 우리의 눈으로 인식되고, 색은 고유의 영역 안에서 밝기도 하고, 탁하기도 하고, 때로는 왜곡되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색으로 볼 수 있는 빛은 빛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에게 색이란 사람의 마음이 투영된 얼굴, 전부를 전할 수 없지만 작은 미소로 제 마음을 대신합니다. 감사합니다. 올리비에, 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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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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