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3일 / 맑음
콕셰타우-사우말콜
콕세타우를 떠나 카자흐스탄 여행의 마지막 도시 코스타나이를 향해 간다. 30일간의 체류기간이 다가오지만 시간은 충분하다.


이동거리
103Km
누적거리
13,718Km
이동시간
8시간 07분
누적시간
995시간

 
P11도로
 
P11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콕셰타우
 
아칸
 
사우말콜
 
 
1,542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콕셰타우를 떠나 코스타나이를 향해서 출발한다. 콕셰타우에서 두만의 도움 요청으로 하루를 지체했지만 크게 상관은 없다.

"하루에 100km 정도씩만 이동하면 무리는 없겠지."

"알리아, 두만에게 포기하지 말고 아빠를 꼭 찾으라고 전해줘."

알리아와 작별 인사를 하고 식당에 들어가 볶음밥 두 그릇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콕셰타우의 중앙 공원을 둘러보기 위해 시내를 조금 돌았지만, 딱히 특색이 있는 공원은 아니다.

넓은 광장의 옆에 놀이공원이 함께 있는 것이 약간 독특할 뿐.

격자 모양의 콕셰타우의 시내를 돌아 나오고.

코스타나이를 향해간다. 러시아의 국경까지 700km 정도의 거리가 남았다.

"다시 시작하는구나."

콕셰타우를 벗어나 R232 메인도로에 진입했다. 구름을 보니 오늘도 바람이 불어올 모양이다.

메인도로의 첫 번째 언덕을 오르자 화물차 한 대가 정차하고 기다리고 있다.

"안녕하세요."

한국어를 하는 아저씨는 안산시에서 일을 했다고 하며 반갑게 인사를 하고 1,000텡게를 꺼내어 손에 쥐여준다.

"저 앞에 식당이 있어. 가서 밥 사 먹어."

아침으로 볶음밥을 두 그릇이나 비운 탓에 아저씨가 알려준 카페는 바로 지나친다.

하얀 점박이 무늬처럼 작은 구름들이 하늘 가득 빼곡하게 떠있다.

콕셰타우의 시계를 지나고.

도로변의 카페에서 휴식을 취한다. GPS용 휴대폰을 확인하니 오늘도 오류가 나 기록이 저장되지 않았다.

"왜 너까지 이러는 거야."

도로는 좁아지고 갓길도 사라진다. 차량의 통행이 많지 않아 불편함은 없지만 편히 앉아서 쉴 수 있었던 버스 정류장 같은 휴게소가 사라진 것이 아쉽다.

불어오는 바람에 체념하듯 익숙해지고 잠시 쉬려고 했던 곳에 도착하니 멀리 마을이 보인다.

10km 정도를 더 달려 작은 마을 예렌노브카에서 휴식을 취한다.

"구름의 모양이 정말 다양하다."

1시 30분, 잠시 고민을 하다 카페로 들어가 점심을 먹기로 한다.

"간단하게."

아침에 먹었던 볶음밥의 사진을 보여주니 식당의 아주머니는 웃으며 380을 적어 보여준다.

"왜 이렇게 싸지?"

그리고 나온 음식을 보니 저렴한 가격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밥이면 됐지."

2시, 든든해진 배를 튕기며 길을 이어간다.

바람 때문에 속도가 줄어들고, 묘한 자동차 휠을 달고 다니는 SUV에서 인상 좋은 아저씨가 손을 흔든다.

자전거를 싣고 가자는 아저씨의 제안을 웃으며 사양을 하고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2~3분 정도 도로를 따라가니 출발했던 아저씨가 다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가까이 가자 음식이 든 비닐봉지를 건네주며 웃으신다.

"쓰바시바."

봉지에는 약간의 과일들과 빵이 담겨 있다.

막내 누나는 수술을 마친 어머니가 선망증세가 있어 간병인이 힘들어한다며 전화를 한다. 입원할 때마다 반복되는 어려움이고, 그때마다 반복되는 힘겨움의 토로를 받아주어야 한다.

지친다.

한국에 있다면 간병의 어려움을 반씩 나눠지거나 알아서 해결을 해 줄 텐데, 이곳에서 어찌할 방법은 없다.

나 외에 50이 훌쩍 넘은 멀쩡한 자식이 넷이나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곳에서 노모의 간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나도, 이런 나에게라도 하소연을 해야 하는 막내 누이도 참 딱하고 불쌍하다.

"생각해 보니 4명 중 셋은 멀쩡하다는 표현도 과분하네."

몇 분 사이 내 기분처럼 타이어가 주저앉는다.

"젠장할."

모든 것이 귀찮아 펑크 패치로 대충 정비를 하고 대충 자전거를 출발한다.

5분이 안되어 다시 바람이 빠진다.

"에잇. 씨*!"

새 튜브를 찾기 위해 프런트 패니어를 모두 헤집어 놓아도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

새 튜브로 교체를 해버리고 며칠 전 머슬맨이 주었던 오이를 깨물어 먹는다.

"그래, 이 좋은 하늘 아래 화를 내어 뭐하겠어. 달라질 것도 없는데."

펑크로 인해 한 시간이 넘게 사라져 버리고, 목적지까지 갈 마음도 없이 그냥 페달만을 밟는다.

도로변에 서 있던 젊은 여자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작은 사탕들이 든 비닐봉지를 건넨다.

영어를 하는 여자와 함께 백발의 예쁜 할머니, 두건을 쓴 어머니 그리고 조그만 손으로 대뜸 악수부터 청하는 4살 정도의 남자아이와 6살 정도의 여자아이.

4대가 함께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을 하고 있다. 함께 사진을 찍자며 고운 얼굴의 할머니가 정중하게 인사를 하신다. 그 몸짓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정중하게 악수를 청하며 할머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다.

"우리 가족은 가족이라 말할 수 있을까?"

거리나 시간 같은 생각도 없이, 아무런 느낌도 없이 그냥 페달만 밟는다.

"정말 재미없네."

아저씨가 건네준 과일은 꼬마 사과와 자두 같은 과일인데 달콤하고 맛이 정말 좋다.

큰 씨를 뱉어가며 과일을 먹는 동안 차량 한 대가 바로 앞에 정차를 한다.

차에서 내린 남자와 차 안에 있는 여자, 서로 대화가 안되어 서로 웃고만 있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여자에게 다가가 번역기를 쓰려고 해도 네트워크가 끊겨 다시 서로의 눈을 보며 웃기만 한다.

어쩔 수 없이 웃으며 굿바이 인사를 교환하고, 출발하려던 남자와 여자는 500텡게를 건네주며 다시 웃는다.

세상에는 웃음만으로도 충분한 대화도 있나 보다.

휴식을 취했던 곳에서 커브를 돌자 바로 도로변의 작은 마을이 나오고, 오리들이 차로를 점령하고 길을 비켜주질 않는다.

무거웠던 마음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머릿속은 멍한 상태가 계속된다.

크게 변하지 않는 풍경 속에 기계적으로 페달을 밟으며 지나가고, 가끔씩 만나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다.

자작나무가 자라는 늪과 같은 묘한 지역이 길게 이어지고.

멀리 커다란 호수 주변으로 마을이 둥글게 들어선 모습이 보인다.

"사우말콜? 다 온 건가?"

마을 초입에 세워진 구조물에서 사진을 찍는 동안 멀리 휴게소에서 몇 명의 남자들이 기다리는 모습이 보인다.

세 명의 남자와 인사를 하고, 한 남자는 잠시 기다리라 제스처와 함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한국에서 일을 해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한국어를 하는 친구와 통화연결을 해준다.

잠시 그와 통화를 하고 숙소를 묻는 그들에게 구글맵을 검색해 사우말콜에 있는 호텔을 보여준다.

"여기 하루에 얼마야?"

"4,000텡게."

"오우, 비싸!"

비싸다고 크게 제스처를 하니 웃으며 침대 하나는 1,500텡게라고 알려준다.

"그래? 그럼 여기서 자야겠네."

인사를 하고 출발을 하려니 남자들이 '친구'라는 단어를 말하며 웃으며 손을 흔든다.

새로 포장을 하고 있는 끈적한 아스팔트 도로를 지나.

사우말콜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사우말콜은 마치 교통의 요충지처럼 동서남북으로 여러 갈래의 도로가 갈라지는 곳이다.

마을 중심의 공원 입구에서 다시 한번 호텔을 검색하고 고민을 한다. 처음 계획대로 사우말콜을 지나 캠핑을 할 것인지 아니면 검색한 숙소에 들어가 쉴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타나이까지의 거리를 조금 더 줄여놓고 싶은데, 가라앉은 기분 탓에 그냥 쉬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쉬자."

공원을 가로질러 숙소를 찾는 동안 16살 또래의 남자와 여자아이들이 호기심으로 말을 건네고, 그들과 잠시 농담을 하고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을 연결한다.

아이들의 안내를 받아 숙소로 이동하고.

도착한 숙소는 낡은 건물의 2층에 위치해 있었고, 앞장을 서며 들어가는 아이들을 따라 들어간다.

"숙박료가 얼마죠?"

"3,000텡게."

"사람들이 1,500텡게라고 했는데 아닌가요?"

숙소의 시설이나 평점에 비해 조금 비싸게 느껴진다. 숙소를 나오려고 하니 아이들이 호텔은 이곳뿐이라며 의아해한다.

"그냥 캠핑을 할래."

고개를 끄덕이던 아이들은 조금 후에 인사를 하며 돌아간다.

"비가 올 것 같은데 그냥 잘까? 몰라,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마을의 카페를 찾아 들어가 메뉴 선택의 난제를 여직원의 추천 음식으로 결정하고, 옆에 있던 남자에게 오늘 비가 올 것인지 물어보니 조금 내릴 것이라고 대답한다.

여직원이 추천한 메뉴는 만두 5개였다. 800텡게가 넘는 메뉴라 특별한 것이 나올 줄 알았는데 피식 헛웃음이 나온다.

"이건 에피타이저인가."

커다란 내부 공간의 식당은 동네에서는 제법 괜찮은 식당인지 가격이 비싸 보인다.

"맛은 좋네. 하나 더!"

만두를 하나 더 주문을 하니 여자 직원이 웃는다. 만두를 시키고 잠시 밖을 확인하니 가는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숙소? 캠핑?"

한 번 더 숙소를 검색하고 확인했지만 평점과 후기의 내용이 나쁘다.

"비가 많이 안 온다니 그냥 캠핑을 하자."

비에 젖을 텐트를 생각하니 귀찮지만 속 편하게 캠핑을 하기로 결정한다.

마을을 벗어나자 해는 떨어지고 어둠이 내려앉는다. 조금씩 비가 굵어져, 버스 정류장 같은 곳을 찾으려는 계획을 취소하고 휴게소 뒤편의 자작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화장실이 없는 휴게소의 숲 주변은 사람들이 급한 용무를 해결한 흔적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어, 최대한 깊숙이 안쪽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 적당한 곳을 찾는다.

우거진 나무 밑이라 약간의 비도 막아줄 수 있고, 사람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난 장소다. 서둘러 텐트를 설치하고, 간단히 팔과 다리를 씻고.

투둑 투둑.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바로 잠이 든다.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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