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6일 / 흐림
보르딩보르-로드비-독일 페마른
길었던 북유럽의 여행을 마치고 서유럽으로 넘어간다. 매일 비가 내리는 날씨의 여행이었지만 북유럽의 자연과 여유로운 사람들의 분위기는 너무나 좋았다.


이동거리
85Km
누적거리
20,277Km
이동시간
6시간 01분
누적시간
1,492시간

 
E47도로
 
페리
 
 
 
 
 
 
 
62Km / 5시간 10분
 
23Km / 0시간 51분
 
보르딩
 
로드비
 
페마른
 
 
249Km
 
 

・국가정보 
덴마크, 코펜하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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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어, 코로네(1크로네=1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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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라, 100기가 99크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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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바람과 함께 밤새 내리던 비는 아침까지 계속된다.

"좀, 며칠만이라도 괜찮은 날씨면 안 된다니?"

빗소리를 즐기기에는 차가운 한기와 축축하게 젖어드는 느낌들이 생각나 정말 싫다.

흐린 날씨에 애꿎은 침낭 속에 누워 이불킥만을 반복하고. 썰물 때인지 해안의 바닷물이 빠져있다.

냉랭한 한기를 달래기 위해 커피를 끓이고,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텐트를 분리하느라 시간이 소요되고, 독일을 향해 출발한다.

잠시 슈퍼에 들러 비닐봉지를 챙겨 장갑을 덮고, 어차피 젖는 것은 똑같지만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것이 좀 더 낫다.

독일로 가는 여객선이 있는 롤란까지는 60km 정도의 거리고, 두 개의 섬을 넘어가기 위해 세 개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작은 첫 번째 다리를 건너고, 멀리 꽤나 길어 보이는 두 번째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엄청 기네."

두 번째 다리도 자전거 도로가 측면으로 확보되어 있는 다리다. 다리의 초입에 3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3km 밖에 안 되는데, 이렇게 길어 보이지?"

전국 일주를 할 때 광양과 여수를 잇는 이순신대교를 넘어갔었는데, 이순신대교가 2.3km 정도이니 그것보다 조금 더 긴 다리이다.

수평선 멀리 자동차 전용으로 이용되는 새로운 다리는 이곳보다 더 길고 웅장해 보인다.

"그래도 길긴 기네."

자전거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있으니 다리가 출렁이는 것이 느껴진다.

비는 하루 종일 계속되려는 모양이다. 장갑과 신발 그리고 레인 팬츠의 안쪽이 천천히 젖어 들어 간다.

여전히 맞바람이 불어오는 날이지만 다행히 도로가 평평한 편이라 조금은 낫다.

한 길의 도로만 따라가면 되는 코스라 편하기는 한데 좀처럼 쉬어갈 수 있는 버스 정류장을 찾기가 힘들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빵으로 허기를 채운다. 5~6크로나 정도의 빵인데 아주 달콤하고 맛이 좋다.

아무 생각도 없이 페달만 밟아가며 마지막 세 번째 다리에 도착하고, 사진을 찍으며 보니 다리 위에서 차량들이 정치를 하며 대기를 하고 있다.

"뭘 하는 거지? 공사 중인가?"

잠시 후 커다란 배 한 척이 다리 사이를 지나가고, 차량들을 막고 있던 검은 벽이 천천히 내려온다.

"아, 도개교구나."

쉼 없이 지친 페달링으로 첫 번째 만난 작은 타운을 지나.

8km 정도 떨어진 아주 작은 도시 마리보를 지나친다.

사실은 쉬어가고 싶지만 비를 피할 수 있는 버스 정류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계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다.

따듯한 커피 한 잔이 정말 간절하게 느껴진다.

버스 정류장에서 쉬며 핸드폰을 확인하니 몽골의 오초르가 페이스북 메시지를 남겨놨다.

"어, 오초르가 스마트폰을 샀나?"

페이스북 영상 통화를 거니 오초르가 전화를 받는다. 며칠 전 오초르의 아내에게 오초르와 함께 있을 때 전화를 달라고 부탁을 했었는데, 아마도 오초르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모양이다.

늘 똑같이 해맑은 오초르와 말도 안 통하는 언어로 대화를 하고 웃는다. 오초르는 한국에 간다고 말하는데 정확한 상황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서동고스에 간다고?"

오초르는 한국에 비행기를 타고 간다는 제스처를 하며 박장대소를 한다. 전화를 끊고 문자를 보내니 묻는 것에 답변은 안 하고 엉뚱한 답을 보내오는 오초르다.

"아, 오초르는 자기 맘대로 글자를 썼었지."

스마트폰을 구매한 것 같지만 영상이든 문자든 제대로 의사전달을 하기는 어려운 오초르다.

"그래, 우리는 그냥 바디랭귀지로 통하는 것이 편해."

오초르와 통화를 하는 동안 땀이 식으며 한기가 스며든다. 근처에 있는 슈퍼마켓으로 들어가 몸도 녹이고.

약간의 빵도 보충한다.

항구까지 15km 정도가 남은 남았다. 장갑과 신발은 모두 비에 젖어 차가운 바람 속에서 찌릿찌릿 아프도록 시려온다.

항구가 있는 Rødby의 초입에 들어선다.

"뭐라고 읽어야 하냐? 로드비?"

"그냥 로드비 하자!"

마을의 중심부에 도착하여 지도를 확인하니 항구는 6km 정도 더 떨어진 곳에 있다.

"아, 힘든데."

점점 어두워지는 도로를 달리며 독일로 넘어가는 여객선을 오늘 탈 것인지 아니면 내일 아침에 탈 것인지를 고민한다.

저녁 시간에 독일로 넘어가는 것이 좋은데, 비에 젖은 몸으로 어두워진 독일에서 야영을 하려니 난감하다.

독일의 항구 주변에서 슈퍼를 찾기가 힘들 것 같아 우선 로드비에서 소시지와 빵을 채워 넣고.

"어떻게 할까? 독일로 가자니 춥고 축축한 몸으로 야영지를 찾는 것이 싫고, 안 가자니 괜한 시간이 아깝고 그렇네."

"일단, 여객선 터미널로 가 보자."

스웨덴의 헬싱보리처럼 여객선 터미널은 별도의 대합실이 없고 바로 승선을 하는 시스템이다.

"에잇, 그냥 고!"

이정표를 따라 승용차, 오토바이 그리고 자전거가 출입하는 게이트로 간다.

"두 번째라 익숙하다."

 

"하이, 여기서 독일로 가는 거죠?"

중년의 게이트 직원은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고, 여행에 대한 덕담을 건네며 라인 1번으로 가라며 안내를 한다.

"가자, 독일로!"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이용하는 1번 라인에서 승선 대기를 한다.

15분 정도 대기를 하고 있으니 여객선이 도착하고, 빠르게 승용차들이 하선을 하며 배에서 빠져나온다.

2번 VIP 라인의 파란불이 들어오고 대기하던 승용차 한 대가 빠르게 여객선을 향해 출발한다.

"나는?"

승용차와 화물차가 분리되어 승용차들은 화물칸의 위층으로, 화물차들은 아래층으로 들어가는 동안 1번 라인의 빨간 신호등은 바뀌지를 않는다.

"뭐야? 자전거가 1순위 아니야?"

잠시 후 초록등이 켜지고 승선을 지시하던 직원이 손짓을 한다. 그리고는 승선장 입구에서 다시 대기를 하라고 한다.

"여기는 맨 마지막에 들어가는구나."

차량들이 모두 승선을 하고 가장 마지막에 배에 오른다.

5층에 있는 객실로 올라가니 편의 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면세점, 편의점, 카페, 레스토랑, 오락실 등이 보이고 휴식공간들도 잘 꾸며져 있는 여객선의 내부다.

외부에도 테이블과 의자 등이 놓여있어 바다를 감상할 수 있지만 비가 내리는 컴컴한 저녁에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카페로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명세표에 사인을 하려니 추위에 손이 굳어 볼펜을 잡기가 힘들다.

따듯한 커피를 들고 환호를 하니 여직원이 함께 환호를 하며 웃는다.

카페의 테이블에 갖춰진 UBS 코드로 충전을 하며 커피로 몸을 녹인다. 덴마크의 네트워크가 끊어지기 전에 자료들을 업로드하고, 오늘의 사진을 정리하고 있으니 안내 방송이 나오고 사람들이 하나둘 조용히 사라진다.

카페의 직원에게 여객선이 도착했는지 물으니 5분 후에 독일에 도착한다며 웃는다.

"에쉬, 뭐가 이렇게 가까워!"

승선을 하고 순식간에 40분이 지나버렸다.

화물차의 화물칸으로 내려가니 모두들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문이 열리고 빠르게 차들이 빠져나간다.

마지막으로 여객선에서 내려 독일에 들어선다.

"에쉬, 독일도 비 온다."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도로를 따라 터미널을 벗어나고 터미널 바로 앞에 들어선 호텔의 불빛이 유난히 유혹적이다.

"아! 따듯한 샤워, 커피, 푹신한 침대.."

호텔의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자전거 도로, 구글맵을 켜니 네트워크가 끊어져 무용지물이다. 맵스미를 켜고 방향을 잡은 후 자전거 도로를 따라간다.

항구가 있는 마을을 지나고 바로 적당한 곳에 야영을 할 생각이었는데, 마을을 벗어나자 허허벌판의 들녘이 펼쳐진다.

이제 갓 새싹이 올라온 들밭은 비에 젖어 진흙밭과 비슷하여 텐트를 칠 수가 없다.

차량들의 헤드라이트 불빛 외에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에서 자전거 도로의 희미한 흔적을 주시하며 길을 따라가고.

버스 정류장으로 보이는 곳의 뒤편 공간에 텐트를 펼친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는 휴게공간이라 평평하고 괜찮다.

비에 젖은 지면이지만 하루, 이틀의 경험도 아니라 별 상관은 없다.

커피를 끓이고, 소시지를 데워 빵과 함께 저녁을 해결한다.

여행의 11번째 나라, 독일에 도착했다. 함부르크를 경유하여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으로 갈 것이다.

"함부르크에서 자전거를 정비할까?"

트러블이 발생하여 사용할 수 없게 된 2단 체인링과 스프라켓, 체인 등 구동계들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

"비, 그만 와! 이제 정말 노이로제 걸릴 것 같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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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15일 / 맑음
그레베-브르딩보르
마음을 사로잡는 아침의 일출을 보여주는 그레베 해변이다. 덴마크에서 독일로 넘어가기 위해 로드비 항구로 향한다.


이동거리
76Km
누적거리
20,192Km
이동시간
6시간 22분
누적시간
1,486시간

 
도로
 
도로
 
 
 
 
 
 
 
18Km / 1시간 40분
 
58Km / 4시간 42분
 
그레베
 
코이에
 
보르딩
 
 
164Km
 
 

・국가정보 
덴마크, 코펜하겐
・여행경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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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거리며 조용히 밀려드는 파도 소리와 함께 텐트가 환하게 밝아진다.

피곤함이 풀리지 않은 몸을 억지스레 일으켜 세우고 밖으로 나가니 붉은 여명의 빛이 바다를 감싸고 있다.

"색이 너무나 예쁘다."

아침 8시,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멋진 아침이야. 굿모닝!"

8시 반, 예쁜 태양이 수평선 위로 떠오른다.

"첫사랑을 만나는 것처럼 두근거리네."

"I'm here."

강아지를 끌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과 덴마크의 일출을 감상한다.




한 시간 동안 계속되는 일출의 모습을 감상하고, 짐들을 정리한다.

서리가 내려앉은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리며 바람이 빠진 타이어의 튜브를 새 튜브로 교체한다.

"제발, 오래 문제없이 알려줘."

육각렌치를 꺼내어 그동안 미뤄뒀던 자전거의 이상 부위도 점검을 하고, 떠날 준비를 끝마친다.

10시 반, 일출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자전거를 점검하느라 늦어진 출발 시간이다.

"날씨가 좋으니까 천천히 달려볼까."

아침을 먹기 위해 13km 정도 떨어진 타운으로 달려간다.

어제 점심으로 뷔페를 먹고, 별다른 것을 먹지 않은 터라 아침부터 허기가 심하게 찾아든다.

저렴한 치킨버거를 추가로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엽서를 쓰려 했지만 햄버거가 나오자마자 볼펜을 내려놓는다.

추가로 주문한 30크로나의 치킨버거는 헛웃음이 나올 만큼 너무 빈약하다.

두 개의 햄버거를 해치우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듯한 햇볕을 즐긴다.

"무려 3달 만에 만난 햇볕이네."

아무리 시민의식이 높은 북유럽의 사람들이라도 답이 없는 사람들도 비슷하게 존재하는 모양이다. 테이블 위로 햄버거를 먹고 남은 쓰레기들을 그대로 놓아두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쓰레기통이 바로 옆에 있는데."

12시, 점심을 먹고 나니 라이딩 시간이 별로 없다. 이제 겨우 13km만을 이동했는데 말이다.

덴마크에서 독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페리를 타야 한다. 항구가 있는 롤란까지 130km 정도의 거리다.

여행을 준비하며 처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셀란섬이라는 곳에 위치한 섬이다. 스웨덴과 독일의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덴마크의 동부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지만 자전거를 타고 넘을 수는 없다.

덴마크의 사람들은 핀란드, 스웨덴의 사람들 보다 조금 무뚝뚝하거나 신경질적으로 느껴진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오랜만에 만난 맑은 날인데 이상할 정도로 페달링이 무겁고, 속도가 나질 않는다.

"저것들은 꼭 얼굴을 등지고 서 있더라."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탓인지, 느낌상 계속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 것 같은 도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쉽게 지쳐간다.

1시 반, 오늘의 목적지인 보르딩보르까지 40km가 남았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으려나?"

2시 반이 지나며 바다 위로 떠올랐던 태양은 서쪽 하늘 위로 이동하고.

오르내리며 이어지는 도로 위로 오렌지빛 석양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석양빛 색감도 참 곱다."

3시 반, 지평선 아래로 태양이 사라져 간다.

덴마크로 넘어오며 일몰 시간이 확실히 늦어진 것 같다. 4시가 되면 완전히 어두워졌던 노르웨이나 스웨덴에 비해 같은 시간대의 하늘에 석양빛이 남아있다.

부지런히 달려왔지만 보르딩보르는 15km나 남아있고.

오렌지빛 석양의 하늘은 짙은 푸른빛으로 변하며 천천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4시 반, 어둠이 시작된 푸른빛의 구름과 마지막 석양빛이 만들어낸 실루엣의 풍경이 매력적이다.

"핸드폰 카메라 성능이 떨어지나?"

저녁 풍경의 실루엣을 잡기 위해 여러 차례 사진을 찍어봐도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다.

"모토롤라. 너!"

완전히 어두워졌지만 안전한 자전거 도로가 있어 라이딩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보르딩보르의 시내를 향해 달려간다.

5시, 보르딩보르의 중심인 보르딩보르성에 도착한다.

작은 광장의 주변으로 보르딩보르성의 야경이 보이고.

반대편으로 구시가지의 모습이 보인다.

"아쉽네. 밝을 때 왔으면 성 주변을 구경하고 갔을 텐데."

셀란섬을 넘어가는 다리가 있는 곳의 슈퍼에 들러 먹거리를 찾아보지만 역시나 마땅한 것이 없다. 바나나와 4크로나의 빵을 몇 개 사들고 야영지를 찾아간다.

보르딩보르의 해안가 공원으로 들어가 텐트를 펼친다. 밝은 달이 떠있어 어렵지 않게 텐트를 설치할 수가 있다.

붉은 일출과 바다, 맑은 하늘과 짙푸른 들녘, 오렌지빛 석양과 푸른빛으로 내려앉은 어둠.

"빛의 색이 좋은 하루였어."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14일 / 비
코펜하겐-그레베
덴마크로 들어서며 조금씩 좋아지려던 날씨는 북유럽과 다르지 않다. 코펜하겐에 더 머물고 싶지만 얼마 남지않은 쉥겐기간을 아끼기 위해 독일을 향해 출발한다.


이동거리
30Km
누적거리
20,116Km
이동시간
4시간 41분
누적시간
1,480시간

 
02도로
 
151도로
 
 
 
 
 
 
 
15Km / 3시간 00분
 
15Km / 1시간 41분
 
코펜하겐
 
프리헤든
 
그레베
 
 
88Km
 
 

・국가정보 
덴마크, 코펜하겐
・여행경보 
-
・언어/통화 
덴마크어, 코로네(1크로네=1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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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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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라, 100기가 99크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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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늦은 아침을 맞이한다. 9시가 되어 잠에서 깨어나고 10시의 체크아웃을 서두른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흐린 날씨는 기분을 가라앉게 만드는 것 같다.

"서두르다 잃어버리는 것 없도록."

어렵게 패니어를 옮기고, 기숙사형 호스텔은 정말 재미가 없는 장소다.

튜브 밸브의 머리 부분이 부러져 타이어가 주저앉아 있다.

"너도 피곤하니? 왜 이런다니.."

숙소 앞 건물의 출입구에서 비를 피하며 자전거를 눕힌다. 이전에 돌이 박히며 펑크가 타이어를 펑크 패치로 정비하고 바람을 넣는 동안 밖에 나와 담배를 피우던 중년의 남녀가 호기심의 질문을 건넨다.

여행에 대해 묻던 남녀는 행운을 빌어주며 사무실로 들어가고, 잠시 후 남자가 다시 나와 커피를 마실 것인지 묻는다.

"좋지요!"

따듯한 카푸치노 한 잔을 건네준 남자에게 명함을 건네주며 인사를 한다. 정말 맛있는 커피다.

11시, 펑크 수리가 잘 되었기를 바라며 자전거를 끌고 숙소를 떠난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철물점이 눈에 들어온다.

"부러진 폴대를 고정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며칠 동안 폴대를 구하기 위해 많은 아웃도어 매장을 돌아다녔지만 폴대를 구하지 못한 상태라 폴대를 구하는 것보다 폴대를 수리하는 것이 빠를 것 같다.

철물점이 들어가 부러진 폴대를 보여주며 고정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다고 말하니 아래층에 내려가 찾아보라고 한다.

"오, 보물 창고다. 철물점도 세련된네."

사이즈별 여러 가지 나사들이 담긴 서랍을 뒤적이며 꽤 오랜 시간 폴대를 고정할 방법을 찾는다.

나사선이 있는 작은 막대와 나사를 조이면 끝부분이 벌어져 폴대 내부에서 고정될 수 있는 유닛을 선택한다.

"조금 아쉽지만 이 정도면 충분해."

철물점에서 한 시간 가까이 폴대를 고정할 방법을 강구하는 사이 12시가 넘어간다.

"오늘은 멀리 가기 틀렸어. 밥이나 먹으러 가자."

어제 고기뷔페와 함께 검색하며 고민했던 저렴한 뷔페로 간다. 89크로나의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맥도널드 햄버거 세트가 79크로나이니 덴마크 물가에 비하면 아주 착한 가격이다.

시간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덴마크 사람들도 비싼 물가는 어쩔 수 없나 보군."

테이블을 안내받고 점심 뷔페를 먹겠다고 하니 음료수가 필요한지 묻는다.

"아니요."

"오늘은 월요일 행사라 음료수가 무료제공되는데요."

"오, 그럼 콜라!"

식당의 물 한 잔도 햄버거 값이 나오는 북유럽에서 콜라를 공짜로 주다니 대박이다.

뭔지 모를 고기들과 샐러드들이 다양하게 준비된 뷔페다.

"아, 어제 이곳으로 오는 건데."

튀긴 돼지고기 같은 것은 너무 딱딱해서 별로였지만 꽤 괜찮은 맛이다. 어제 고기를 질리게 막은 탓인지 평소에 먹지않던 샐러드와 야채에 손이 많이 간다.

네 접시를 비우고, 테이블에 앉아 엽서를 쓰다 포기한다. 배가 부르니 생각과 감정들이 백지화가 된 느낌이다.

"나중에 쓰자."

계산을 하려니 식사비도 조금 할인을 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카드 단말기에 팁을 줄 것인지를 묻는 화면이 별도로 뜬다.

신기한 시스템이 생소하기도 하고, 팁에 대한 개념이 없어 민망한 손으로 거절 버튼을 누른다.

"대체 팁은 왜 별도로 받는 거야? 그리고 팁은 얼마를 주는 거야?"

미안한 일이지만 팁까지 주며 체면을 살리기엔 여행자는 너무나 가난하다.

느긋하게 배를 채우다 보니 2시가 가까워진다. 점심을 먹었으니 머지않아 해가 질 것이고, 밥을 먹는 동안 바람을 채워 넣은 타이어는 말랑말랑 변해있다.

"오늘은 시내를 벗어나는 것으로 끝이다."

내비게이션을 켜고 코펜하겐의 시내를 벗어난다.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으니 크게 불편하지도 않고, 다른 북유럽의 도시처럼 길이 복잡하지도 않아 좋다.

"버스 후미에도 자전거 캐리어가 붙어있네. 코펜하겐 정말 대박이다."

스웨덴의 자전거 도로는 교차로에서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었지만 덴마크의 자전거 도로는 참 알기 쉽게 정비가 되어있다.

아이를 태우거나 짐을 싣고 가는 자전거들을 쉽게 볼 수 있고, 모두가 수신호를 하며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도로에는 절대 정차된 차량을 볼 수가 없다.

정말 코펜하겐은 자전거 도시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어느새 비가 멈춘 하늘, 어제처럼 아침에 비가 내리고 오후 들어 비가 멈추는 날씨가 계속된다.

확실히 스웨덴 보다 따듯하고 날씨도 괜찮은 것 같다.

조금씩 바람이 빠지는 타이어에 바람을 넣고, 새 튜브를 사기 위해 도로변 자전거 샵에 들어간다.

"오, 삼천리 자전거 느낌이다."

스웨덴의 자전거 매장은 규모가 큰 매장들이었지만 덴마크의 매장들은 규모도 작고, 판매하는 자전거도 생활용 자전거가 주로 전시되어 있다.

튜브를 찾으니 가게의 남자는 생활용 자전거에 쓰이는 던롭밸브 타입의 튜브를 보여준다.

"아, 던롭밸브를 쓰는구나."

생각지도 못한 던롭밸브를 보고 조금 당황했지만 덴마크의 생활자전거가 얼마나 보편화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프레스타밸브의 튜브는 폭이 좁은 것이라 포기하고, 대형 펌프를 빌려 타이어에 바람을 넣고 출발한다.

천천히 오렌지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보며 코펜하겐 시내에서 20km 정도 떨어진 해변을 향해 달려간다.

"계속 이런 날씨면 좋겠는데."

목적지를 3km 정도 남기고 도로변에 자전거 가게가 보인다.

매장에 들어가 튜브를 고르고 있으니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자전거를 확인하고 튜브를 찾아준다.

프레스타밸브의 튜브를 49크로나에 구매를 하고, 아저씨와 잠시 대화를 하고 가게를 나온다.

4시가 넘었는데 석양빛이 남아있는 것을 보니 남쪽으로 제법 내려온 모양이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슈퍼에 들러 물과 바나나를 사 든다.

"역시 네가 제일 만만하다."

어두워진 하늘, 마을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의 가로등과 잘 분리된 자전거 도로가 5km 정도의 해안가로 목적지를 변경하고 길을 따라간다.

"항구보다는 바닷가 백사장이 좋을 거야!"

5시 반, 백사장이 모래언덕에 텐트를 펼친다. 길이가 맞지 않던 폴대를 철물점에서 사온 유닛들로 조치를 하니 정상적인 모양새로 텐트가 설치된다.

"굿!"

폴대를 찾을 때까지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동그랗게 차오르는 달이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저녁 하늘이 밝아진다.

밝은 하늘과 파도 소리가 너무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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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13일 / 흐림
코펜하겐
코펜하겐의 올드타운의 거리와 프리타운 크리스티아니아를 둘러볼 생각이다. 유독 자전거가 많은 코펜하겐의 거리가 궁금하다.


이동거리
13Km
누적거리
20,086Km
이동시간
3시간 14분
누적시간
1,475시간

 
룬데토른
 
푸리타운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코펜하겐
 
코펜하겐
 
코펜하겐
 
 
58Km
 
 

・국가정보 
덴마크, 코펜하겐
・여행경보 
-
・언어/통화 
덴마크어, 코로네(1크로네=170원)
・예방접종 
-
・유심칩 
리베라, 100기가 99크로네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5-2521-7461

 
"아, 비 오네."

코펜하겐을 산책하는 날인데 아침부터 강한 비바람이 불고 있다.

잠시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 밖으로 나간다.

"우선 맥도날드로 가서 아침을 먹고, 아웃도어 매장이 있으면 텐트 폴대를 구해보고."

폴대 하나를 꺼내들고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 펑크 정비를 한 타이어는 바람이 조금 빠져있는 상태다.

"펑크 패치가 제대로 안 붙었나?"

여기저기 방향도 없이 비바람이 불어오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이동한다.

강변의 풍경을 보러 갔지만 바람이 불어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방향을 틀어 맥도날드로 가는 도중 아웃도어 매장을 발견하고 들어갔지만 텐트 폴대는 없다.

직원이 알려준 근처의 다른 매장에도 가봤지만 상황은 똑같다.

"폴대 포기."

길 건너편 과일과 식품을 파는 시장을 잠시 구경한다.

"뭔 시장이 이렇게 깔끔해?"

맥도날드의 앞 지하철 주차장에는 자전거가 가득하다. 어제부터 예사롭지 않던 자전거를 탄 사람들의 모습이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중국보다 더 하네."

이제는 대부분 전기 오토바이를 타는 중국에서 보지 못한 자전거의 모습을 생각지도 못한 덴마크에서 보고 있다.

햄버거를 먹으며 시내에 있는 관광지들을 검색해 보지만 크게 호기심을 끄는 곳이 없다.

"설마 어제의 카스텔레트 요새 주변이 최고였던 거야?"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거리의 풍경도 밋밋하고.

"이 건물은 뭐지?"

박물관처럼 생긴 건물은 코펜하겐 대학교 건물이다.

대학교 맞은편 굴뚝처럼 투박한 시계탑의 교회가 들어서 있다.

교회의 정면을 보기 위해 작은 기념비가 세워진 공간으로 이동해서 첨탑을 바라봐도 큰 영감이 없다.

"컨셉이 뭐지?"

투박한 첨탑이나 교회의 외관보다 눈에 띄는 것은 입구의 양편에 세워진 청동상의 모습이다.

청동상의 모습에 이끌려 교회 내부로 들어가니 심플한 교회의 모습이 너무나 좋다.

정 중앙에 예수의 조각상과 함께 내부의 측면으로 많은 조각상들이 세워져있다.

"좋다. 이런 심플한 느낌."

잠시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해가 짧은 계절의 시간이 너무나 아쉽다.

"깔끔한데, 특별함이 없나?"

골목을 돌아다니던 중 묘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오고, 지도를 검색하니 전망대가 있는 건물이라고 한다.

룬데토른, 청문대로 세워진 건물인데 꼭대기에서 코펜하겐의 전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입구에서 25크로나의 티켓을 구매하고.

빙빙 회전을 하며 걸어 올라가는 통로가 재미있다.

"옛날에 이런 것을 어떻게 만든 거야?"

전망대로 올라가는 좁은 회전 계단을 오르면.

코펜하겐의 시내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흐린 날씨 탓에 제대로 된 풍경을 볼 수 없지만.

날이 좋은 날 올라오면 시원할 것 같다.

"높이가 낮아서 그런가. 시내 풍경이 특별하지는 않네."

건물 내부에 작은 카페와 작은 박물관 같은 것이 있는데 특별하지는 않다.

통로를 빙빙 돌아 룬데토른을 내려온다.

사람들이 북적이고 쇼핑샵들이 들어선 것으로 보아 코펜하겐의 구도심인 모양이다.

예쁜 색감의 건물들도 보이고.

"날씨가 정말 아쉽네."

골목길을 따라 무작정 걸어간다.

첨탑들을 향하여 걸어가던 중 사람들이 북적이는 쇼핑몰 거리가 나온다.

"여기가 코펜하겐 구시가지의 메인이군."

비가 내리는 날씨임에도 거리의 사람들의 표정들은 즐거움이 묻어난다.

"사람들 정말 많네."

선물 가게들을 돌아보며 냉장고 자석과 엽서들을 골라본다. 노르웨이, 스웨덴에서 보이던 머리카락이 산발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귀여운 캐릭터들도 보인다. 각 나라별로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슷비슷한 느낌들이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메인 거리의 초입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 있어 전체적인 거리의 풍경을 감상할 수는 없다.

"그대는 뉘신지요?"

크리스마스 마켓들을 둘러보면 노점에서 파는 음식들은 조금 비싸다는 느낌인데 사람들이 많이 붐빈다. 흥겨운 분위기 탓도 있겠지만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길거리 음식을 사 먹어보는 것이니 그렇겠다 싶다.

광장의 다리 건너편으로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의 모습이 보인다.

수로를 따라 관광객들을 태운 작은 보드들이 움직이고.

"쌀쌀하네. 그냥 들어갈까?"

흐린 날씨의 쌀쌀함과 약간의 허기짐이 귀찮음을 불러일으킨다.

광장과 궁전 주변에서 무엇을 할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방황을 하다가 월터가 알려준 프리타운 크리스티아나를 둘러보기로 한다.

두 개의 다리를 넘어 도착한 프리타운 크리스티아나의 분위기는 기묘하다. 낡은 상점들과 어지러운 그라피티가 그려진 건물들이 모여있는 골목들은 할렘가처럼 보이기도 하고, 도시의 낡은 뒷골목 같기도 하다.

동성커플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고, 여기저기 건물에는 사진을 찍지 말라는 표시들의 되어있다.

"여기 뭐야?"

허름한 노점에는 젊은 남녀들이 모여 담배와 같은 것들을 사서 태우는데, 코끝을 자극하는 냄새는 마리화나의 냄새들이다.

여기저기 자리에 앉아 마리화나를 태우거나 마리화나를 태우며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당황스러움이 밀려온다.

"월터, 여기 뭐 하는 곳이야? 마리화나 냄새가 진동을 해."

"하하하. 맞아! 너 괜찮아?"

"당황스럽지만 재미있는 곳이네. 괜찮아!"

"프리타운이 이런 의미였군."

프리타운 크리스티아나가 있는 곳의 지형은 구글맵으로 확인하면 수로가 마치 티아라처럼 생겼다.

월터에게 추천을 받으며 구글맵으로 위치를 확인하며 다양한 문화공간이 있는 수로변의 공원으로 생각했는데, 프리타운 크리스티아나의 모습은 낙후된 도시의 재생공간처럼 느껴진다.

"여기를 제대로 구경하려면 코펜하겐에 살고 있는 현지인과 함께 와야겠다."

"예술가들이 모여있는 문화촌 같은 것인가?"

"낙후된 도시의 재생 공간인가?"

"그냥 이름처럼 프리타운인가?"

프리타운 크리스티아나를 후원하는 기념품 가게나 카페들이 가끔씩 보이는데, 그 의미는 모르겠다.

"찾아보기도 귀찮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낯선 분위기가 이색적이고 싫지만은 않네."

프리타운 크리스티아를 벗어나 구시가지로 돌아간다.

"정말, 날씨 왜 이런 거야!"

"코펜하겐에 자전거가 많은 것은 알겠는데, 왜 코펜하겐이 자전거 도시가 된 거야?"

코펜하겐의 기념품 가게에는 특별히 마음에 드는 자석 아이템들이 보이지 않는다. 스웨덴, 노르웨이처럼 엽서들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뿐이다. 무난한 자석과 엽서를 사서 거리로 나온다.

"월터, 왜 코펜하겐이 자전거 도시야?"

"그냥 싸서!"

쌀쌀함이 느껴져 숙소로 돌아간다.

"아, 크리스마스."

공간이 있는 도시의 모든 곳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 있는 기분이다.

"먹을 것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나는 배가 고프지?"

숙소 방향으로 길을 따라가다 보니 덴마크 국립극장이 있는 킹스 뉴 스퀘어 광장이 나온다.

주변 호텔들의 화려한 조명들 사이로 광장의 한편에는 역시나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 있고, 다양한 음식들과 함께 테이블에 서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춥지도 않은가?"

사람들의 틈 사이로 조심스레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다 소시지와 스테이크를 굽는 노점을 발견한다.

"아, 미쳤다! 어떡하지?"

자전거를 세우고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들을 보니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스테이크의 가격이 만만치 않아 망설임이 시작된다.

"잔인한 시추에이션! 너무 맛있겠는데 비싸잖아!"

일단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출출함과 함께 잘 구워진 스테이크가 눈에 아른거린다.

"죽더라도 먹고 죽자! 이왕 죽을 거면 많이 먹고 죽자!"

고기뷔페들을 검색하고 저렴하지는 않지만 무한리필로 먹을 수 있는 뷔페를 찾아냈다.

"사슴고기도 먹을 수 있다고?"

15분 정도의 거리의 식당으로 예약을 하지 않고 찾아간다.

"운이 좋으면 먹는 것이고, 없으면 그냥 햄버거. 오늘의 운에 맡겨보는 거지 뭐!"

찾아간 레스토랑에는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테이블에 가득하다. 마음에 준비를 하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여기 처음이신가요?"

"네."

영업이 시작된 지 30분 정도의 시간이라 다행히 빈자리가 있다. 다른 뷔페와 달리 직접 고기를 구워 손님이 원하는 부위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레스토랑이다. 각기 다른 고기들로 2~3점을 받아 가는 손님들을 바라보며 차례를 기다리고.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2점씩 주세요!"

고기의 부위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하지만 이미 귀에 들어오지 않고, 맥주 한 병과 함께 마음껏 고기를 먹는다.

"얼마 만에 고기냐! 조금 비싸지만 많이 먹으면 그만이지."

어제 먹었던 200크로나의 김치찌개 한 그릇에 비하면 비싼 가격도 아니다.

배가 부르게 먹었는데 식당을 나오려니 아쉬움이 든다.

"조금 있으면 또 배가 고플 텐데. 이럴 땐 위장이 세배쯤 컸으면 좋겠어."

든든하게 배가 부르니 거리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마냥 즐겁게 느껴진다.

"산타 할아버지, 저에게는 고기를 주세요. 제발!"

비가 내려서 아쉬운 날씨, 같은 북유럽의 국가에 속해있지만 코펜하겐의 분위기는 스톡홀름이나 오슬로의 느낌과는 다르다. 편안했던 스톡홀름이나 오슬로에 비해 조금은 어수선한 느낌이 든다.

"스톡홀름 1등, 오슬로 2등, 코펜하겐 5등. 헬싱키는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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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12일 / 맑음
헬싱괴르-코펜하겐
마음이 편안했던 헬싱괴르에서의 야영, 맑은 아침이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을 향해서 출발한다.


이동거리
45Km
누적거리
20,073Km
이동시간
3시간 40분
누적시간
1,472시간

 
152도로
 
152도로
 
 
 
 
 
 
 
21Km / 1시간 40분
 
23Km / 2시간 00분
 
헬싱괴르
 
베드벡
 
코펜하겐
 
 
45Km
 
 

・국가정보 
덴마크, 코펜하겐
・여행경보 
-
・언어/통화 
덴마크어, 코로네(1크로네=170원)
・예방접종 
-
・유심칩 
리베라, 100기가 99크로네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5-2521-7461

 
비가 멈춘 하늘이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이 축축하고 어제와 같은 강한 바람이 텐트를 흔들어 댄다.

9시, 해가 떠오르고 공원에는 개와 함께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많다. 모두가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다.

"그럭저럭. 그래도 모양이 영 아니네."

부러진 폴대를 다른 폴대와 교체해서 임시 조치를 했지만 텐트 모양은 너무나 이상하다.

코펜하겐까지 40km 정도 거리라 조금 게으름을 피운다.

"그나저나 공원이라 굿모닝을 못하겠네."

짐들을 챙겨 출발을 하려니 한 할머니께서 어젯밤 이곳에서 야영을 했는지 물으시더니 춥다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신다.

"괜찮아요."

10시가 다 되어 코펜하겐으로 출발을 한다. 작은 도로변의 자전거 도로를 피해 주차되어 있는 차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의식 수준이 높은가 아니면 벌금 같은 것이 있나?"

행동 경제학의 무임승차 이론과 관련된 실험에서 보면 북유럽의 사람들은 공동체에 대한 개념과 신뢰가 강하게 나타나는 국가들이다.

무임승차를 하려는 성향도 적고, 무임승차자에 의한 피해가 있더라도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잘 무너지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 시험 결과를 보면 우리는 공동체보다는 무임승차의 성향이 강한 나라, 세계의 대표적 국가에서 최하의 수준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무임승차자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규칙을 부여하면 무임승차자는 북유럽 국가보다 더 적어진다는 사실이다.

북유럽 사람들을 규칙을 어기거나 그것을 통해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더라도 개의치 않고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협동을 하는 반면 우리는 규칙이 만들어지면 처벌과 감시를 통해 개인의 사익을 취하려는 행동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공정한 규칙이 있으면 잘 지키려 하는 성향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타인에 대한 지나친 의식이 만들어 낸 체면치레나 배아픈 꼴은 절대 못 보는 타인에 대한 간섭이나 견제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없는 것보다는 나은 독특한 국민성이다.

"자전거 도로와 주차된 차를 보고 별생각을 다하고 있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 멀리 스웨덴 헬싱보리의 모습이 보인다.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풍경에 자전거를 세운다.

"시원하다. 깨끗하다."

"세상에, 아침 해도 떠오른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의 풍경은 작은 마을들을 지나치고, 숲은 산책로와 도로를 지나치고.

이내 맑은 하늘빛의 바다와 바닷빛의 하늘이 마주한다.

해안의 풍경에 빠져 강한 바람마저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무슨 바다가 이렇게도 평화롭냐!"

도로를 따라 달리는 동안 사이클을 타고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산책을 하거나 런닝을 하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평화롭다."

혹독하고 황량할 것 같았던 북유럽의 겨울 풍경은 정말 다채롭다.

코펜하겐이 가까워지며 조금씩 도시의 모습으로 변해가지만.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풍경은 변함이 없다.

"혼자 보기 아깝네."

잠시 버스 정류장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2시쯤 연락을 하겠다고 했던 이글의 전화를 기다려 본다.

"라이딩 중에 계속 확인을 하며 갈 수도 없고."

코펜하겐을 8km 정도 남기고 이글의 페이스북 전화가 울린다. 자전거를 세우고 이글, 안드레와 통화를 한다.

이글은 보고 싶을 때 언제든 전화를 하면 되지만 아날로그 삶의 안드레는 이글과 함께 있을 때만 얼굴을 볼 수 있으니 참으로 귀한 시간이다.

두 친구와 통화를 하고 크리스마스에 네덜란드에 가면 월터와 함께 통화를 하기로 한다.

경쾌한 페달링으로 코펜하겐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차도와 분리가 되어있는 자전거 도로 그리고 생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차와 자전거 그리고 사람이 잘 분리되어 움직인다. 중국의 도로는 다수가 만들어 내는 암묵적인 룰의 흐름이라면 이곳의 움직임은 서로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흘러가는 움직임이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한 번이라도 틀어지면 모든 것이 뒤섞여 엉망이 돼버리는 중국과 달리 이곳은 각자의 공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는 것 같다.

2시 체크인이 시작되는 호스텔, 한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어 해안가에 위치한 인어공주의 조각상을 보러 간다.

해안가의 별 모양의 언덕인 카스텔레트(Kastellet) 요새를 지나자 사람들이 모여있는 작은 해안가 공원이 나온다.

"생각보다 되게 작네."

많은 사람들이 해안으로 내려가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약간 허탈한 기분은 뭐지?"

너무나 심플한 해안가의 공원 그리고 별다른 특색이 없는 해안의 풍경이다. 마치 모나리자의 그림을 직접 보며 작은 사이즈의 그림에 실망스러웠다는 느낌과 같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공주님, 너무 청초하시네!"

사람들 틈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갈 수 없어 인어공주의 조각상만 잠시 쳐다보고 공원을 빠져나간다.

"네가 정말 갖기를 원한다면 얻을 수 있어. 하지만 넌 시도하고 또 시도하고 계속 시도해야 해. 그럼 마침내 얻을 수 있을거야." -인어공주 중에서

"여기 어디에 성이 하나 있었는데."

아말리엔보르 성을 찾아 사람들과 산책로를 따라 걸어간다.

카스텔레트 요새의 언덕 위를 산책하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그림처럼 인상적이다.

아말리엔보르 성은 너무나 평범해서 성을 앞두고도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만들고, 성보다는 오래된 교회 하나가 시선을 빼앗는다.

"아, 이게 무슨 분수대구나."

게피온 분수대, 역동적인 소의 조각상이 인상적이지만 겨울이라 분수대는 물을 뿜어내지 않고 있다.

"이 교회, 아담하니 이쁜데."

좀 더 주변을 둘러보고 싶지만 며칠 동안 비와 바람을 맞으며 쌓인 피로가 밀려든다.

"배도 고프고, 숙소로 가자."

자전거 도로가 잘 이어져 있어 다른 도시들 보다 쉽게 숙소를 찾는다.

"여기 자전거 엄청 좋아하나 보네."

선택의 여지없이 가장 저렴한 숙소를 선택한 기숙사형 대형 호스텔은 깨끗하고 편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는 정말 싫다.

여권 제시만으로 쉽게 체크인이 끝나고.

짐들을 4층까지 옮기느라 고생을 한다.

샤워를 끝내고 잠시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고 근처의 한국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

다른 뷔페식당을 검색해 두었지만 피곤함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침대 밑의 사물함에 패니어들을 넣고 열쇠로 칭칭 감아둔다.

"유럽에서 더는 방심하지 않을 테다."

숙소 근처의 한식당 벚꽃, 벚꽃을 한국 발음으로 영문표기해도 괜찮을 텐데 사꾸라라니 마음에 안든다.

식당 앞의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

"김치찌개가 180크로나? 미쳤다!"

음식 가격에 다른 곳으로 갈까 하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멀지 않은 허기가 발길을 붙잡는다.

식당에는 중년의 한국 여성이 있고, 김치찌개와 밥 두 공기를 주문한다.

밑반찬도 별로 없는 김치찌개가 나오고, 밥은 일본식 그릇에 담겨 나온다.

"세 그릇도 부족하겠다."

김치찌개는 괜찮은 맛이다. 식사를 마치고 물이 있으면 달라고 하니 작은 생수를 건네준다.

다른 단체석의 테이블에는 한국 식당에서 주는 물병이 놓여있는데 말이다.

"괜히 물 달라고 했네. 돈만 들게."

생수값까지 200크로나가 넘게 계산이 된다. 정말 미친 가격이다.

"내가 다시 한식당에 가면 미친놈이다!"

한국처럼 잘 차려진 밑반찬을 주고, 현지의 물가대로 가격을 받는다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정말 어이가 없다.

리가의 고려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이곳은 음식의 맛을 떠나 정말 최악이다.

슈퍼에 들러 바나나를 사들고 나온다.

마치 비싼 음식으로 데이트를 한 후 집에 돌아와 김치에 밥을 비벼 먹는 기분이랄까.

북유럽의 마지막 국가 덴마크 코펜하겐에 왔다. 짧은 여정이지만 동화 같은 일들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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