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77일 / 흐림
비보르크-트로패노브카
러시아 여행의 마지막 여정 핀란드의 국경으로 간다. 80여 일간의 러시아의 여행은 너무나 큰 즐거움이었다. "굿바이, 러시아!"


이동거리
57Km
누적거리
18,390Km
이동시간
4시간 23분
누적시간
1,390시간

 
E18도로
 
E18도로
 
 
 
 
 
 
 
34Km / 2시간 20분
 
24Km / 2시간 03분
 
비보르크
 
팔티예츠
 
트로패노
 
 
4,51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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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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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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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로 몸을 얻어맞은 것처럼 쑤신다.

"어따 피곤하다."

8시에 잠이 깨어났지만 산책을 하기엔 피곤함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다시 침대로 돌아가 여분의 잠을 청한다. 11시가 넘어 다시 잠에서 깨고, 출발을 위해 짐들을 정리한다.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침낭과 텐트를 접고.

"벌써 12시 반인데, 시내를 둘러보고 갈까?"

"배고프다. 밥이나 먹자."

저렴한 러시아 카페를 검색하고, 카페로 가는 길에 있는 몇몇 건물들을 구경할 생각이다.

비보르크의 구시가지는 전체가 중세 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진다.

"느낌이 약간 색다르네."

검색했던 카페에 도착했지만 카드 결제가 안 된다고 하여 은행을 찾아간다.

근처에 있는 우체국으로 가서.

"내부도 독특하네."

우체국의 ATM 기기는 영어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난감하네."

구글 번역기로 카메라 번역을 해서 500루블을 겨우 찾는데 성공했다.

다시 카페로 되돌아가서 주문을 하고, 동양인 여행자가 신기한지 친절하게 응대를 해준다.

"역시 저렴하고 맛있어."

점심을 먹고 비보르크 캐슬을 구경하고 국경으로 이동하려고 한다.

비보르크 캐슬은 작은 섬에 세워져 있고, 주변에 관광객들이 많다.

비보르크는 오래전 핀란드인들에 의해 세워진 도시인지 핀란드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색다른 느낌인데, 저 작은 섬에 성을 쌓아서 어쩐다는 말이지?"

성의 많은 부분은 복원을 하느라 바쁘다.

비보르크는 호기심이 생기는 도시고, 산책을 하며 걷기에 좋은 도시인 것 같다.

비보르크를 벗어나고 메인 도로에 접어든다.

"가자. 핀란드로."

"3일이면 도착하겠다."

비보르크를 벗어나자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비가 내린다.

"오늘도 젖어버렸네."

"제발 저녁에만 오지 말아 줘."

오전까지 푹 쉰 덕에 컨디션과 몸의 상태가 되돌아와 편하다. 오랜 휴식 후 이틀이 지나면 라이딩의 힘든 기간이 끝나는 것 같다.

"그래도 비 내리는 날은 참 어렵다."

4시가 넘으며 비는 그쳤지만 어둠이 내려앉는다. 흐린 날씨 때문인지 일몰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느껴진다.

국경을 5km 남기고 검문소가 나온다. 여권을 확인하고 국경 부근에 있는 카페 겸 슈퍼마켓으로 이동한다.

가로등과 불빛들이 환한 국경 검문소가 눈에 들어오고.

"왔다!"

도로변에 있는 카페로 들어간다. 핀란드로 넘어가기 전 필요한 것들을 저렴한 러시아에서 구매할 생각이다.

카페에는 단체 손님들이 앉아 저녁 식사를 하고 있고, 카페의 메뉴를 확인하고 슈퍼로 먼저 들어간다.

빵과 사탕, 초콜릿 등을 사고, 저울을 사용할 줄 모르니 계산대의 직원이 도와준다.

물건들을 패니어에 담는 동안 중년의 여성이 담배를 태우며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묻고는 짧은 질문들을 한다.

여행에 대한 질문들을 동행들에게 알려주니 모두들 호기심을 드러내며 관심을 갖는다.

카페로 들어가 주문을 하니 15분을 기다려 달라고 하고, 중년의 여성과 남자들이 자신들은 생일파티를 한다며 초대를 한다.

"나에게 사양이란 없지!"

핀란드인과 러시아인이 섞여있는 생일파티 저녁식사 자리다.

영어를 하던 중년의 여성 안네는 핀란드인이라며 먹을 것들을 챙겨준다. 모두들 약간의 음주로 분위기가 밝고 좋다.

앞자리에 앉은 러시아 세르게이 부부와 대화를 하며 음식을 먹는다. 비보르크에 사는 세르게이 부부는 비보르크의 집으로 가자며 아쉬운 표정을 짓지만 아쉽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내일 핀란드로 가야 해."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친절하고 매너가 좋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니 러시아 아저씨는 보드카 한 잔을 마시라며 권해주고, 핀란드 아저씨는 핀란드 스타일이라며 보드카에 사이다를 따라준다.

"오호, 사이다 보드카!"

사이다로 희석은 됐지만 40도의 보드카는 강하다.

"크아!"

안네가 담아 준 음식을 받아들고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밖으로 나온다. 러시아 마지막 날, 생각지 못했던 좋은 시간이었다.

"너무 어두워졌다."

길 건너편 화물차 주차장 근처 가로등 아래 풀밭에 대놓고 텐트를 친다.

밤이 되자 다시 비가 내린다. 늘 90%가 넘는 습도의 날씨다.

"2월 중국의 100%보다는 낫잖아! 멋진 눈이 내리면 더 좋았을 텐데."

90일간의 러시아 여행이 끝났다. 아쉬움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모든 것이 좋았다.

"소치에서 다시 보자. 굿바이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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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76일 / 맑음
상트 아쿨라-비보르크
폭우처럼 쏟아진 빗속의 라이딩으로 하루만에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러시아의 마지막 소도시 비보르크에서 쉬어가야겠다.


이동거리
92Km
누적거리
18,333Km
이동시간
6시간 23분
누적시간
1,320시간

 
E18도로
 
E18도로
 
 
 
 
 
 
 
40Km / 2시간 40분
 
52Km / 3시간 43분
 
아쿨라
 
킬릴로브
 
비보르크
 
 
4,45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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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는 얼어붙고, 침낭은 물기를 머금어 축축하다. 콧물과 재채기가 연속되고, 으스스한 한기가 느껴진다.

"감기는 아니겠지?"

습도가 90%가 넘어가는 날씨에 침낭은 엉망이 된다.

"싼 게 비지떡인 거야? 이곳 기후가 이상한 거야?"

라면과 오트밀로 아침을 하고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려 보지만 의미가 없다. 젖은 바닥에 설치한 텐트의 풋프린트와 비에 젖은 외피 그리고 습기로 축축해진 내피까지 총체적 난국이다.

텐트를 정리하는 동안 물기가 묻은 손이 찌르 듯 시리다.

"겨우 -2도인데, 북유럽은 어쩐다니."

체감적으로 더 춥게 느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습도? 바람? 기온? 피곤함? 뭐지?"

국경까지 130km 정도가 남아있다. 쉥겐 기간을 아끼기 위해 러시아에서 이틀을 보내고 아침 일찍 국경을 넘을 생각이다.

핀란드 국경 근처의 비보르크까지 이동하고, 이후에 다음 결정을 해야겠다.

젖은 장갑들을 패니어에 넣고, 라트비아에서 새로 장만한 방한 장갑을 개시한다. 따듯한 것이 아주 좋다.

출발과 함께 눈보라가 시작되며 라이딩을 어렵게 만들고, 도로마저 확장공사 구간이 이어진다.

이글이 챙겨준 양말를 덧신었지만 신발이 얇은 탓에 발이 시리다.

"여름 양말을 하나 더 덧신어야 하는가?"

한 시간 정도가 지나니 시리던 발의 문제는 사라졌지만 조만간 해결책을 찾아야겠다.

두 시간을 쉼 없이 달렸지만 겨우 20km 남짓 이동하고, 공사 구간을 벗어나 잠시 쉬어간다.

"비보다는 낫긴 한데, 이 바람은 어쩔 거냐!"

차량들이 흩날리는 흙먼지의 물보라에 옷과 패니어가 시커멓게 얼룩이 진다.

산길의 업힐도 아닌데 페달링이 쉽지가 않다. 일주일간의 휴식으로 생기는 힘겨움이라 딱히 방법이 없다.

"항상 이틀째가 제일 힘드네."

좀처럼 비보르크와의 거리가 줄어들지 않고 페달링의 속도는 쳐져간다.

"배가 고픈 거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삶아 온 계란으로 심심한 입을 달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주유소의 카페로 들어간다.

샌드위치와 함께 수프를 주문했는데, 그릇의 크기를 보고 헛웃음이 나온다.

"90루블인데, 왜 커피잔에 수프를 주는 거야!"

역시나 주유소 카페는 쓸데없이 비싸다. 양이 적지만 따듯한 닭고기 국물이 들어가니 좋다.

문제는 따듯한 실내에 앉아 있으니 쌀쌀한 밖으로 나가는 것이 싫어진다는 것이고, 더 문제는 마지못해 밖으로 나오니 이전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묵직하게 느껴지는 근육과 삐거덕거리는 관절들의 뻣뻣함을 느끼며 억지스레 페달을 밟아간다.

라이딩이 힘들어지면 마치 여행의 방향을 잃어버린 것처럼 멍한 공백의 시간이 찾아든다.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3시 50분, 비보르크에 다가서고 부킹닷컴으로 시내의 숙소를 검색하니 기대하지 않았던 호스텔이 검색된다.

"500루블, 괜찮은데. 오늘은 숙소로 갈까?"

"좋은 캠핑 자리인데, 아쉽네."

비보르크로 향하며 핀란드와 노르웨이, 스웨덴의 경로를 생각한다. 북유럽 세 나라의 경로를 줄이면 유럽에서 아이슬란드를 들어갈 시간이 충분할 것도 같다.

"아이슬란드로 가는 경로와 비행기를 알아보고 결정하자. 월터한테 물어봐야지."

비보르크의 초입에 도착했지만 시내 중심까지는 길을 더 가야 한다.

"오, 맥도날드가 있다!"

비보르크에 들어섰지만 5시가 가까워지며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에쉬, 내 맥도날드!"

초입의 슈파에 들러 맥커피와 라면을 사서 나오니 밖이 캄캄하다. 검색해 두었던 숙소를 예약하고 서둘러 출발한다.

아주 복잡하고 이상한, 러시아의 구도시들의 길은 대체적으로 미로처럼 복잡하다.

구시가지로 들어서며 멀쩡했던 도로는 옛날의 돌바닥으로 바뀐다. 요란스럽게 춤을 추는 자전거를 타고 숙소를 찾아간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인도에 놓인 한 량의 기차칸을 보며 사진을 찍는다.

"노점 카페 아닌가? 기념물인가 보네."

숙소 근처에 비보르크캐슬이 있어 잠시 들렸더니 성의 야경은 어둡기만 하고, 성의 건너편에 묘한 동상과 옛 건물만이 보인다.

"오늘은 너무 늦었네. 내일 보자."

숙소를 찾고.

샤워를 하고 나니 배가 너무 고프다.

젖은 침낭과 텐트를 꺼내어 말려두고.

주변 식당을 검색해도 모두 레스토랑들뿐이다.

"관광지는 너무 배고파."

근처에 있는 빵과 잼류를 파는 가게로 가서 빵을 사서 돌아온다. 조명이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지만 비보르크의 모습은 중세 시대의 골목과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도 같다.

"내일 오전에 산책 겸 둘러봐야겠다."

숙소로 돌아와 빵으로 저녁을 먹고, 꽤 맛이 좋다.

숙소 여기저기에 젖은 것들을 말린다.

복도의 벽면 인테리어가 참 좋다.

그림 벽지인 줄 알았는데, 타일도 아니고 벽면에 직접 그리고, 붙인 인테리어다.

"금손이네. 금손!"

"정말, 힘든 하루였어. 오늘만은 수고했다!"

국경까지 50km 정도의 거리다. 오전에 잠시 비보르크를 둘러보고 시간을 보낸 뒤 국경으로 갈 생각이다.

"국경 근처에서 마지막 야영을 하고 핀란드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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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75일 / 흐림
상트 페테르부르크-상트 아라쿨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시간을 뒤로하고 핀란드의 국경을 향해서 출발한다. "유럽으로 가자!"


이동거리
56Km
누적거리
18,241Km
이동시간
3시간 53분
누적시간
1,314시간

 
E18도로
 
E18도로
 
 
 
 
 
 
 
38Km / 2시간 40분
 
18Km / 1시간 13분
 
페테르
 
세스트로
 
아라쿨
 
 
4,366Km
 
 

・국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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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는 어김없이 불면증 증세가 나타난다. 불안하고 불편한 것도 없는데 이상한 일이다.

어렵게 잠든 새벽, 더 어렵게 깨어난 아침이다.

"가야지!"

"왜 진작에 계란을 삶을 생각을 못 했을까?"

예쁘게 삶아진 계란을 보니 괜스레 든든해진다.

샤워를 하고 짐정리를 하니 12시가 되어간다. 타이어에 오랜만에 펌프질도 하고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 위해 길 건너 엄마네로 간다.

"든든하게 밥을 먹고 가자!"

김치찌개에 밥 두 공기로 배를 채우고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떠난다.

잔뜩 흐린 날씨가 곧 눈이 쏟아질 것 같다.

"정말이지 햇볕이 귀한 동네다."

네바강을 따라 메인 도로로 진입하는 가장 심플한 코스를 선택하고 시내를 빠져나간다.

차량 통행이 정말 많고 복잡한 도시다. 두 배가 넘는 인구가 사는 서울이 신기할 정도다.

1시 40분, 차량의 통행이 줄어들고 네바강을 따라 이어지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시 외곽을 지난다.

높은 고층빌딩이 올라가고 있는 공사현장을 지나며 잠시 쉬어간다.

"몇 층이지? 꽤 높네."

60층은 훌쩍 넘을 것 같은 빌딩의 상층 부분이 비구름에 가려져있다.

눈이 내린 숲길이 이어지고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경계를 넘어간다.

핀란드 국경 근처의 마지막 소도시 비보르크의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비보르크 90, 헬싱키 340km."

역시나 오랜 휴식 탓에 페달링이 어색하고 뻣뻣하다.

"쉬었다 가자."

상트 페테르부르크주를 벗어나기 전의 마지막 타운인 세스트로레츠크에 들어서고 도로변의 맥도날드로 들어간다. 출출함보다는 시원한 콜라가 먹고 싶다.

햄버거와 함께 리필 콜라로 배를 채운다.

"아, 좋다."

이글과 잠시 통화를 하고 비상식을 사기 위해 마트를 찾으며 길을 따라간다.

마을 안쪽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에 들어가.

빵과 물을 사고, 맥커피를 찾았지만 20개가 든 상품이 보이질 않는다. 낱개로 2개를 사들고 나오니 4시가 넘어간다.

하루 종일 어두운 하늘, 5시가 가까워오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해가 정말 짧아지네."

몇 개의 인터체인지를 지나며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지도를 확인하며 길을 이어가고.

"야, 이정표! 너 왜 숫자가 네 맘대로야!"

5시, 상트 페테르부르크 주의 경계를 벗어난다.

도로에는 가로등이 켜지고,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왜 또 비야. 차라리 눈을 내려라."

몇 개 남은 인터체인지를 지나 야영을 할 생각인데, 내리는 빗줄기가 심상치 않다. 도로변 숲은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들어갈 수도 없다.

"난감 모드네."

지도를 확인하고 몇 킬로미터 후에 주차장 휴게소가 보인다.

"주차장 주변에서 텐트를 치자."

"내가 비를 몰고 다니는 거니?"

소나기처럼 빗줄기가 강하게 뿌려댄다.

"젠장. 다 젖어버렸네."

주차장에는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주차장 측면에 공간에 부랴부랴 텐트를 치고.

비와 눈이 섞여 떨어진다.

비에 젖은 몸에서 모락모락 김들이 올라오고, 한기가 시작된다. 커피를 끓여 따듯하게 몸을 녹여도 그때뿐이다.

"차라리 눈을 내려라."

겨울비는 정말 난감하고, 라이딩을 너무 어렵게 만든다. 흐린 하늘도, 축축한 느낌도, 비와 함께 불어대는 바람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상하게 휴식 후에 라이딩은 여러 가지로 힘들단 말이야."

하루 또는 이틀이면 길었던 러시아의 여행이 모두 끝나고, 본격적인 유럽의 여행이 시작된다. 아직도 유럽의 경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핀란드로 가서.. 휘바! 그런데 러시아 미녀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귀여운 러시아 할머니들은 많이 봤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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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74일 / 맑음 ・ -4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보내는 마지막 하루,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5,436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42시간 11분

우체국
출발준비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카잔성당
숙소
 
 
4,31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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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까지 늦잠을 자고 겨우 잠에서 깨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보내는 마지막 하루, 보바, 알렉산드르와 보낸 시간 이외에 특별히 한 것이 없는데 순식간에 일주일이 지나간 느낌이다.

"오늘도 추워, 방한 준비를 잘 해야겠다."

무엇을 하며 보낼까 생각하다 역시나 게으름이 최고다. 복잡해진 패니어들을 정리하고.

엽서를 쓴다. 중국의 리즈훼이는 어제서야 첫 번째 엽서를 받았다고 한다. 니즈니노브도로드에서 보낸 엽서가 이제서야 도착한 모양이다.

"내가 한자를 못 쓴 건지, 중국의 우편 시스템이 이상한 건지."

시끄러운 가족 일행이 점심시간이 되자 숙소로 몰려 들어온다.

"시끄러운 것은 정말 질색이야."

일주일 동안 방학을 해서 핸드폰을 받았다는 이사벨은 가족들과 볼링을 치러 간다며 메세지를 보낸다. 정말 귀여운 꼬마 아가씨다.

"이사벨, 스트라이크를 치면 메세지를 보내줘."

구글맵으로 우체국을 검색하고 거리로 나온다.

성 이사악 성당을 지나.

"왠지 겨울과 어울리는 도시야."

성 이사악 성당 주변의 우체국은 찾을 수가 없다. 구글의 후기를 확인하니 존재하지 않는 우체국이라고 한다.

카잔 성당 방향으로 강을 따라 걷고 찾아간 두 번째 우체국은 나를 보더니 무언가 러시아어로 안내를 한다.

"이곳은 우편을 취급 안 하는가?"

구글맵을 보여주며 세 번째 우체국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카잔 성당 옆에 있는 우체국으로 찾아간다.

"여기서는 보낼 수 있겠다."

아무것이나 눌러 번호표를 받아 기다리고 있으니 창구의 여직원이 손짓을 한다. 엽서를 가리키며 계산기에 150을 찍어서 보여준다.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엽서를 넣고.

"이번에도 잘 도착해줘!"

바로 옆에 있는 카잔성당으로 간다. 보바와 함께 왔지만 내부 구경을 못해 아쉬웠는데.

"잘 됐다."

성당에는 기도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오지만 너무나 조용하다.

내부의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여행 일기도 작성한다.

두 시간이 지나고 성당의 내부를 구경하고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선다.

"초도 하나 켜 볼까."

동전 지갑의 애물단지인 동전들을 모아 작은 초 하나를 사고.

사람들이 정성스레 촛불을 켜는 곳으로 간다.

초 하나를 켠다.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이 그리고 그녀가 행복한 하루를 보내기를."

몽골의 티벳사원, 러시아 정교회, 카자흐스탄의 모스크는 너무나 좋다. 각기 다른 느낌이지만 너무나 편안하다.

교회의 중앙 제단 왼쪽으로 길게 줄이 서 있다. 액자에 입을 맞추고 머리를 기대어 기도를 하는 모습의 교회 내의 모든 곳에서 이루어지지만 유독 저곳에만 대기하는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성 니콜라스?"

러시아 카페로 가서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간다.

어제처럼 달콤한 낮잠을 자고 깨어나, 사두고 먹지 못했던 계란을 처리한다.

"쿠킹 오일 있어요?"

숙소에서 식용유를 빌리고.

여섯 개는 삶아서 내일 가져갈 생각이고.

네 개는 후라이를 해서 허기를 채운다.

"하루에 한 알은 먹어야 하는데, 참 힘드네."

창고에 넣어둔 패니어들을 정리하며 떠날 준비를 한다.

보바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를 떠난다는 소식을 알리고, 내년 소치에서 만나기를 약속한다.

"굿 바이, 마이 프렌드."


날씨가 춥다. 가슴까지 시원한 북유럽의 추위를 맛보고 싶다.

 

경비내역

・식비
349루블
・식료품
358루블
・우편료
150루블
・비용합계
857루블
・누적경비

 

 

 

 

 

 

하늘밥도둑 후원 : KEB 하나은행 / 변차섭 / 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박시,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D+273일 / 맑음 ・ -4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차워가워진 날씨, 겨울궁전의 예르미타시 미술관를 구경할 생각이다. 처음 보는 궁전의 모습이 궁금히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8,185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310시간

에르미타쥐 미술관
예르미타시 미술관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겨울궁전
숙소
 
 
4,31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어젯밤 내리던 비에 눈송이가 하나둘 섞여있더니, 간밤에 눈이 내렸나 보다.

"정말 겨울이네."

파박님과 잠시 통화를 하고 쉬고 있으니 숙소의 여직원이 찾아와 방을 바꿀 것인지 묻는다.

4인실이 없어 방을 옮기고, 8인실 방 이층 침대가 불편했는데 벌써 29일이 되었나 보다.

"뭔가 귀찮고 쉬고 싶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40km 정도 떨어진 페테르고프의 여름궁전을 구경 갈 생각이었지만 귀찮아졌다.

"겨울에 무슨 여름궁전이냐."

오가며 소요될 시간과 비싼 입장료, 추운 날씨 등등의 핑계로 게으름이 시작된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엄마네에서 점심특가 메뉴를 먹을까 생각하다 버거킹으로 간다. 시원한 콜라도 먹고 싶고, 점심특가의 양도 많을 것 같지 않다.

햄버거를 먹고 나니 조금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배가 고팠던 거야?"

겨울궁전과 예르미타시 미술관을 둘러볼 생각이다.

"겨울에는 겨울궁전이지!"

겨울궁전의 티켓 구매 대기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여, 건너편 에르미타쥐 박물관의 신관으로 들어간다.

검문대를 지나 현대식으로 넓고 쾌적하게 만들어진 신관의 매표소로 이동하고.

"오, 한적하다."

신관과 겨울궁전의 구관을 모두 관람할 수 있는 통합권을 700루블에 구매한다.

한국어 오디오북도 렌트를 하고.

오디오 가이드는 350루블, 그리고 여권이나 2,000루블을 맡겨야 한다.

"오늘 제대로 지적 허기를 채워줄게."

지하에 있는 보관소에서 겉옷을 벗고, 보관소에 맡겨둔다. 딱히 덥지는 않았지만 경험상 한 번 해본다.

"4층이 좋다던데."

바로 4층으로 이동해서 관람을 시작한다.

신관은 한산하고 쾌적해서 편하게 그림을 불러볼 수 있었다.

"역시, 중국 단체 관광객들은 이런 취향이 아니야."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지만 마음을 끄는 작품은 없고, 좋아하는 고흐의 작품도 부족하다.

딱히 쓸 일이 없어진 오디오 가이드는 애물단지가 되어간다.

"에, 내 햄버거 값!"

각 방마다 배치되어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안내원들의 나른한 겨울 정오의 단잠이 맛있게 느껴진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실루엣이다.

넓은 미술관을 둘러보고 있으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대략 100년 전의 수많은 작품들.

"금손들, 어떻게 이렇게 그릴 수 있는 거야?"

2층에 있는 러시아 미술의 초상화와 그림들을 보면 그 시대의 사치스러운 귀족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어쨌든 지금은 모두 사라진 사람들이네."

2시간이 넘도록 신관의 작품들을 구경하고.

겨울 궁전이 있는 구관으로 이동한다.

예르미타시 미술관의 작품보다 궁전의 내부 모습이 궁금하다.

궁전의 안쪽 마당으로 들어가니 길게 대기줄이 서 있다.

"와, 길다."

대기줄에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니 춥다.

10분 정도가 지나고.

"뭔가 이상한데, 앞으로 가볼까."

생각대로 대기줄은 티켓을 구매하는 이상한 대기줄이다.

"저기 뒤에 자동 티켓 구매기도 있는데?"

통합 입장권을 들고 겨울궁전의 내부로 들어간다.

한국어판 안내도를 챙겨 궁전 내부도를 보니 수많은 방들이 그저 아득하다.

"어디로 가야 하니?"

"일단 2층으로."

"오, 궁전!"

"화려하네."

"자, 들어가 볼까."

수많은 작품들 그리고 각기 다른 느낌의 궁전의 방과 복도들, 화려한 조각들과 장식품들을 걷는다.

지나쳐 간 방들을 체크하며 산책하듯 2층을 둘러보는 동안 2시간이 훌쩍 지나버린다. 작품을 설명하는 오디오 가이드보다 궁전 내부를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다른 층도 궁금한데, 너무 힘들다."

한적하고 편안했던 신관에서 시간이 좋기는 했지만 겨울궁전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 구관의 관람이 좀 더 흥미롭다.

"그만 가자. 아쉬운 것은 다음 기회로."

겨울철 비수기라 성수기에 비해 사람이 적은 편이고, 중국 단체 관광객들을 피하는 동선을 터득한 터라 괜찮은 관람이었다.

"배고프다."

"이렇게 큰 궁전을 짓고 무엇을 바라며 산 거야?"

궁전이라는 생소한 공간에 대한 호기심은 충족되었지만 그저 호화스럽던 귀족들의 사치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을 뿐, 큰 감흥은 얻지는 못했다.

저녁 무렵의 푸른 하늘은 정말 매력적이다.

어제 보아두었던 저렴한 러시아 카페로 들어간다.

"왠지 이글이 생각나네."

플롭과 샤슬릭을 주문하고 배부르게 저녁을 한다.

"저렴해서 너무 좋아!"

숙소로 돌아와 저녁 단잠에 빠져들고,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이 깨었다.

어제부터 들어온 대가족의 사람들과 많은 아이들, 어디를 가든 시끄러운 가족들이 있나 보다.


계속해서 추워지려는 모양이다.

"핀란드의 경로를 어떻게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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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72일 / 맑음 ・ -2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상트 페테르부르크 네바강변의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를 구경하고 시내를 자전거로 여행할 생각이다.


이동거리
11Km
누적거리
18,185Km
이동시간
2시간 07분
누적시간
1,310시간

빅토르최 보일러실
카잔성당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요새
숙소
 
 
4,31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비가 내리며 날씨가 계속 추워지고 있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둘러볼까."

아침은 오트밀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간다.

네바강을 건너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 방향으로 간다.

"와, 춥다."

"자전거를 정비할까?"

크랭크 비비가 흔들리는 자전거를 수리할까 생각하다 귀찮아진다.

"당분간 괜찮겠지."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 주변에 위치한 빅토르 최가 일했던 보일러실로 간다.

오래된 아파트 사이, 빅토르 최를 기념하는 그래피티들이 그려져 있다.

그가 일했던 보일러실은 카페로 운영되는 모양인데 오픈 전이라 문이 닫혀있다.

그의 공연 중 첫 소절을 부르고 취했던 포즈인 듯, 인상적이고 상징적인 모습이다.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로 간다.

요새의 성벽을 따라 작은 강변의 모래사장을 산책을 하고.

관광용 선착장으로 사용되는 곳으로 들어간다.

요새의 광장에 세워진 피터와 폴 대성당 주변에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노란색 은은한 성당의 첨탑이 하늘 높이 치솟아 있다.

요새 내부에 여러 건물들이 있지만 성당의 모습 외에 특별한 건물은 없다.

성당의 주변을 산책하고.

간편한 복장으로 나온 상태라 춥다.

러시아의 상징 문양은 볼수록 마음에 든다.

건너편 강변의 다리를 넘어 피의 구원 성당으로 가려다 옥빛의 모스크 지붕이 눈에 들어와 모스크로 향한다.

도로변에 세워진 색깔 예쁜 모스크, 입구를 찾지 못해 외관을 구경하고 피의 구원 성당으로 간다.

넓은 마르스 공원을 지나 알록달록한 첨탑의 성당을 보며 길을 따라가고.

아주 작은 그리도예도프 운하의 주변에 세워진 피의 구원 성당은 중앙의 첨탑이 보수 공사 중이라 아름다운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아쉽다."

중국 관광객들이 많아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시린 손을 비비며 숙소로 돌아온다.

엄마네에 들러 김치찌개로 출출함을 달래고.

숙소로 들어와 쉰다.

자전거를 타지 않는데 이상하게 배가 고프고, 몸에 힘이 없다.

"고기를 못 먹어서 그런가?"

숙소에서 자료들을 정리하다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간다.

궁전 광장으로 나가 겨울궁전의 야경을 보고.

선물 가게에서 엽서와 냉장고 자석도 사고, 버거킹에 가서 저녁을 먹는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했으면 좋겠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저렴한 러시아 카페를 찾았다. 값비싼 한식을 계속 먹을 수도 없었는데 다행이다.

"내일은 뭘 하지?"

조금씩 무료해지는 것을 보니 떠날 때가 되었나 싶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71일 / 비 ・ 4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겨울비가 내리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하루를 쉬면서 휴식을 취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8,174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308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KFC
숙소
 
 
4,299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일기 예보처럼 계속해서 비가 내린다.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할 거야."

잠시 예르미타시 미술관을 갈까 생각하다 귀찮아졌다.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고, 오후가 되어 숙소에서 먹을 식품들을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다른 러시아 대도시들처럼 대형마트를 찾기가 힘들고, 거리의 작은 슈퍼들은 비싸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다.

KFC에서 햄버거를 먹고, 슈퍼에 들러 빵과 잼, 계란, 햄, 오트밀 등을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밤이 되면서 비와 함께 짓눈깨비가 섞여 내린다.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다.

"이제 여기도 추워지겠네."

하루의 휴식으로 피로들이 많이 풀린 것 같다. 좀 더 쉬어야겠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70일 / 비 ・ 8도
상트 페테르부르크-푸시킨-파블롭스크-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의 3일, 알렉산드르와 푸시킨에 있는 공원들과 궁전들을 자전거로 라이딩하며 구경하기로 했다.


이동거리
85Km
누적거리
18,174Km
이동시간
5시간 01분
누적시간
1,308시간

알렉산드롭스키공원
파브롭스키공원
43Km / 2시간 50분
42Km / 2시간 11분
숙소
파블롭
숙소
 
 
4,299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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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반, 보바에게서 전화가 온다. 묵직한 피곤함이 풀리지 않았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다. 간단히 샤워만을 하고, 이너웨어를 입지 않아 쌀쌀하다.

알렉산드르와 밤늦게까지 시간을 보내고, 픽업을 위해 아침 일찍 숙소로 온 보바를 보니 피곤함을 표하기에 미안하다.

가끔씩 덜덜거리는 보바의 승합차 모하메드를 타고 푸시킨으로 떠난다. 모하메드 알리의 이름을 따서 차의 애칭을 붙였나 보다.

푸시킨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외곽 소도시로 넓은 공원과 궁전들이 있다.

8시 40분, 푸시킨에 도착한다.

"알렉산더야? 알렉산드르야?"

"남자는 알렉산드르, 여자는 알렉산드라."

푸시킨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온 알렉산드르를 만나고, 보바는 출근을 하기 위해 떠난다.

"보바, 내년에 소치에서 만나."

기차역에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알렉산드르는 집에서 무언가를 챙긴다며 잠시 다녀오고.

9시 반, 알렉산드르의 안내에 따라 푸시킨을 둘러본다.

"먼저 알렉산드롭스키 공원으로 가자."

알렉산드롭키 공원에는 푸시킨이 좋아했다는 예카테리나 궁전과 정원이 있다.

푸시킨의 구시가지의 공원을 따라 이동한다.

알렉산드롭스키 공원 주변의 오래된 건물들을 지나치고.

잘 가꿔진 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예카테리나 궁전으로 간다.

화려한 황금 장식의 철문 너머로 하늘색의 예카테리나 궁전의 모습이 웅장하다.

"넓다!"

보바에게 보낸다며 사진을 찍는 알렉산드르의 표정이 재미있다.

"알렉산드르 웃어야지."

장문의 측면을 돌아가니 관광객들이 푸시킨의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한국 사람들이네."

예카테리나 궁전은 중국 관광객들이 많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들어오는 사림들을 향해 밴드들이 흥겨운 음악을 연주한다.

기념품 가게들이 모여있는 길을 따라가고.

예카테리나 궁전의 측면이 나온다.

궁전의 장원으로 들어가는 곳은 개방되어 있고, 자전거를 세워두고 안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궁전의 모습을 구경하고.

궁전 내부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개방시간이 12시부터다.

"나는 2시까지 아이한테 가야 해."

"응, 괜찮아. 나중에 시간이 되면 혼자 버스를 타고 올게."

"기차를 타고 와."

화려할 것 같은 궁전 내부의 모습이 궁금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간식을 먹기 위해 공원 근처의 작은 카페에서 케밥을 먹고 파블롭스키 공원으로 출발한다.

알렉산드롭스키 공원의 다른 길을 따라 이동하고.

"정말 넓다."

푸시킨의 구시가지를 가로질러 파블롭스크로 이동한다.

작은 공원을 가로질러.

파블롭스크의 경계를 지난다.

러시아 시내의 공원들은 정말 자연스럽고 좋다.

"계절이 아쉽네. 여름이나 가을에 오면 좋겠어."

파블롭스크역 앞에 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공원의 입장권을 구매하고.

"정말 중세 시대에는 어땠을까?"

파블롭스키 공원은 정말 넓다.

마치 공원이라는 표현보다는 숲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소나무와 자작나무, 침엽수의 나무숲이 이어진다.

"아, 숲의 냄새 정말 좋다."

산책이나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청설모 같은 다람쥐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움직임과 새소리가 좋다.

"피곤함이 풀리네."

"역시 숲이 최고다."

숲의 여러 방향으로 나뉘는 곳에 자작나무가 원형으로 둘러싸여 있다.

"7개 길인가?"

여러 가지 길을 따라 파블롭스키 궁전으로 간다. 낙엽이 깔려있는 숲의 다양한 길들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에 너무나 좋은 길들이다.

숲 사이에 놓인 파블롭스키 궁전이 보인다.

예카테리나 궁전에 비해 아담한 규모와 모습이다.

알렉산드롭스키 공원의 꽃이 예카테리나 궁전이라면 파블롭스키 공원은 깊은 숲의 모습이 공원의 꽃인 듯싶다.


1시, 따듯한 자판기 카피로 쌀쌀함을 달래고.

"알렉산드르, 시간이 늦었지?"

2시까지 딸에게 가야 하는 알렉산드르를 위해 서둘러 돌아간다.

알렉산드르는 여러 갈래로 나뉘며 복잡한 공원 길을 잘도 찾아간다.

파블롭스크역에서 기차를 타고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갈 생각이다.

"기차 처음 타 보는데."

"알렉산드르, 기차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어?"

"응, 자전거 화물 비용을 따로 내면 돼."

"사비, 44분 열차를 타면 돼."

알렉산드르는 자신이 표를 사주겠다며 열차표를 구매한다.

승차권과 자전거 화물표를 함께 건네주고.

"사비, 첫 번째로 도착하는 기차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가는 거야."

"응."

푸시킨의 공원들을 안내해준 알렉산드르는 서둘러 딸에게 되돌아간다.

"알렉산드르, 고마워!"

알렉산드르는 정말 차분한 성격을 갖은 괜찮은 남자다.

"아무 칸에서나 타면 되나?"

기차역을 순찰하는 직원에게 아무 칸에서나 타면 되는지를 묻자 기차표를 확인하더니 그렇다고 한다.

기차의 탑승구는 지하철처럼 탑승 플랫폼의 높이에 맞춰져 있어 편하다. 짐들을 놓는 선반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좌석에 앉는다.

"안에 넣어도 되는 거지?"

40분, 기차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다.

출구를 찾아 사람들을 따라가고.

열차표의 바코드를 대고 개찰구를 빠져나간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는 굵은 비가 내리고 있다.

3km의 거리를 달리는 동안 비에 젖어들고.

숙소에 도착해서 따듯한 물에 사워를 한다.

"배고프다."

숙소 앞의 엄마네에 가서 김치찌개에 밥 두 공기를 비우고 숙소로 돌아온다.

"내일은 하루 종일 비 예보네. 푹 쉬어야 겠다."

잠시 침대에 누워있으니 솔솔 잠이 밀려온다. 노트북을 들고 호스텔의 거실로 나가 자료들을 정리한다.

저녁이 되자 숙소에 사람들이 붐비고, 저녁을 먹는 사람들로 좁은 거실이 북적인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던 어린 여학생과 외국 아주머니가 테이블 앞에서 대화를 하고, 스피커가 끊기며 대화 소리가 들린다.

두 사람의 모습이 재미있어 살짝 웃으니, 한국 사람인지를 묻는다. 배낭 여행을 온 젊은 여학생과 오랫동안 대화를 하고 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든다.

"내일은 아무것도 안 할 거야."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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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69일 / 맑음 ・ 10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보바와 함께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둘러보기로 했다.

이동거리
19Km
누적거리
18,089Km
이동시간
3시간 50분
누적시간
1,303시간

성 이사악 성당
카잔 성당
5Km / 1시간 15분
14Km / 2시간 35분
숙소
중앙구
숙소
 
 
4,214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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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이다. 보바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며 숙소를 연장한다. 사용하던 룸은 스케줄이 예약되어 8인실 2층 침대로 이동해야 한다.

31일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떠날 것이다. 조금 쉬고 싶다.

짐들은 보관창고로 옮기자 보바가 도착한다.

해군본부 앞의 공원길을 걸어 성 이사악 성강으로 간다.

보바 역시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처음이라 두 사람 모두 초행길이다.

성 이사악 성당, 어젯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을 때 처음 시선을 사로잡은 건물이다.

"사비, 안에 들어가고 싶어?"

"응."

도로변의 출구를 돌아 입구로 이동하고.

자동화 기기에서 표를 예매한다. 첨탑의 전망대와 성당의 내부를 둘러보는 입장료가 별도다.

"550루블, 되게 비싸네."

오른쪽 입구로 들어가 첨탑 전망대로 올라간다.

계단에 숫자가 적혀있지만 쓸데없는 것에 별 관심이 없다.

첨탑으로 오르는 철계단을 다시 오르면 전망대가 나온다.

야경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넓은 시내 풍경은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다.

"바람이 시원하네."

"도시가 참 평평하다."

출구의 계단으로 내려가 성당 내부로 이동한다.

첨탑의 계단은 성당의 출구로 연결된다.

"성당 안쪽은 어떻게 들어가?"

보바가 직원에게 길을 묻고, 정문의 왼쪽 게이트로 다시 들어간다.

성당의 내부에 들어오자 발이 아프다며 보바는 주저앉는다. 신발의 볼이 좁아 불편한 모양이다.

"그래, 넌 좀 앉아있어."

화려하기 그지없는 성 이사악 대성당의 내부 모습이다.

"사치스럽도록 화려하구나."

금빛 조각들과 화려한 벽화들이 모두 작품이다.

하루 종일 관람을 할 수도 있지만 보바는 신발이 너무 불편한 모양이다.

처음 만났을 때 숙소 주변을 구경하고 신발을 사러 가고 싶다며 말했는데, 아무래도 신발부터 사야 할 모양이다.

"보, 신발을 사러 가자."

"다시 보고 싶어지면 나중에 혼자 올게."

많은 정교회와 모스크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관광지의 화려한 성당들은 뭔가 소비되는 느낌이다.

기도를 하는 사람들 속에서 조용히 앉아 시간을 보내는 작은 교회나 모스크의 시간이 더 좋다.

"자꾸 보니까 뭔가 불량식품 같네."

천장을 촬영하느라 서너 바퀴 회전을 하니 머리가 빙빙 돈다.

지하철을 타고 신발을 사러 가자니 보바는 팰리스 광장을 둘러보고 가자고 한다.

"보바, 이글은 자꾸만 번역기를 달라며 말을 해서 구경을 못 하게 했는데, 너는 발이 아프다고 하면서 구경을 못 하게 하니?"

겨울궁전이 있는 팰리스 광장에는 예르미타시 미술관이 있다.

광장의 중앙에는 알렉산드르의 원주가 세워져 있고.

세계 3대 미술관, 지적 호기심도 많지만 사람에게 치이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싫다.

"비 오는 날 심심할 때나 와야지."

"보바, 브이!"

건너편은 예르미타시 미술관의 신관이 있는 건물이다.

"사비, 파노라마 촬영 어때?"

"오, 좋은데. 나도 해볼까."

보바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하철역을 찾아간다. 러시아의 지하철을 처음 타 본다.

공항의 체온 검사대 같은 것이 있고.

보바가 지하철 표를 구매해준다.

"뭐야? 이거."

개찰구에 코인을 넣으면 들어갈 수 있는데, 리턴이 안 되는 것을 보니 지하철의 출구는 별도의 체크 과정 없이 그냥 통과하면 되는가 보다.

"러시아의 지하철은 깊다."

꽤나 깊게 들어가는 지하철이다 대략 서울의 가장 깊은 지하철과 비슷한 느낌이다.

"사비, 지하철이 들어오는 사진을 찍어."

"싫어, 서울에도 지하철은 많아."

보바는 5개 정도 노선이 있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지하철에서 여러 차례 노선을 확인한다.

"넌 서울에 가면 복잡해서 못 살겠다."

보바가 찾고 있는 운동화를 파는 상점이 있는 쇼핑몰에 도착했지만 보바는 쉽게 건물을 찾지 못한다. 사람들에게 가게의 위치를 묻는 동안 구글맵을 확인하니 바로 옆의 건물이다.

"보바, 이리 와."

아무래도 이글처럼 보바도 아날로그형 인간인 듯싶다. 이글처럼 도시의 삶에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사림들에게 길을 물어 4층의 매장을 찾고, 보바가 사고 싶어 하던 운동화를 산다.

생각해보니 조선일보의 구독 거절을 시작했던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농심, 남양, 삼성, 조중동, 종편 등등의 안티 브랜드들이 늘어나는 동안 어떤 제품이나 브랜드를 꼭 사고 싶다는 마음 같은 것도 함께 사라졌나 보다.

"운동화 하나, 바르간 하나를 사기 위해 이렇게 정성이라니. 귀여운 녀석들!"

신발을 사서 기분이 좋아진 보바와 주변 한식당으로 간다.

"보바, 한식당에서 밤을 먹고 옆에 빅토르 초이 벽화를 보러 가자."

첼니를 떠나 니즈니노브도로드에서 비빔밥을 먹으며 보바나 이글, 안드레에게 한 번쯤 한국 음식을 사주고 싶었는데 다행이다.

근처의 한국 식당은 러시아 스타일로 현지화가 된 느낌이라 보바가 먹기에 부담이 없을 것 같다.

조금 빈약해 보이는 구성이지만 그런대로 괜찮다.

식당 근처에 있는 초이의 벽화를 보고, 벽화에 낙서 흔적들이 남아있는 모습을 보고 보바가 더 화를 낸다.

"멍청이들!"

"그러게, 러시아 젊은이들이 싫어할 이유가 없을 뮤지션인데."

"사비, 데니스에게 사진을 보내서 보정을 하자. 데니스는 사진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어."

"어, 그런 것은 나도 할 수 있어."

러시아에 대해, 초이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면 된다.

"사비, 이제 어디를 가?"

지도를 보니 근처에 카잔 성당이 있다. 보바의 신발을 샀던 곳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중앙구 지역인데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처람 느껴진다.

"보, 버스 타고 가자."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두 번의 환승을 하던 지하철보다 버스가 편할 것 같은데, 보바는 지하철이 좋다고 한다.

"버스, 타!"

버스 요금을 받는 승무원은 여전히 신기하고 재미있다.

카잔 상당이 있는 곳에서 하차하고.

성당의 외부를 구경한다.

타원 형태로 넓게 돌아가는 성당의 모습이다.

"파노라마."

사진을 찍는 동안 보바는 신발을 샀던 곳 근처의 은행에 가야 한다고 한다.

"아들에게 돈을 보내줘야 해."

"그래."

다시 버스를 타고 중앙구로 되돌아간다. 구글맵으로 은행을 찾아 보바를 안내하고, 타타르스탄의 지방은행에서 보바는 필요한 일을 본다.

"핸드폰 앱으로 몇 초면 가능한 은행 업무인데."

은행에서 송금을 끝내고 보바는 아이폰의 부품들을 사러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건 어디에 있는데?"

보바가 보여준 지도는 카잔성당 근처다.

"야!"

부품 가게가 7시에 영업을 끝내는지 서둘러 가야 한다며 미안해하는 보바, 두 개의 버스 정류장 거리를 걸어 가게를 찾아가고 핸드폰과 잡화들을 파는 커다란 상가 골목에서 보바는 서둘러 뛰어간다.

"그래, 먼저 가."

조금씩 피곤함이 물려와 천천히 걷다 보니 상가들이 이어지는 곳에서 보바는 보이질 않는다.

한참 후 전화를 한 보바는 어디에 있는지 계속 물어본다.

"어디인지 내가 알겠니? 너의 현재 위치 지도를 보내줘."

내가 보바를 찾는 것이 쉬울 것 같아 현재 위치를 보내달라고 하니, 위도와 경도를 나타내는 좌표를 보내준다.

"고맙다. 모스부호가 아닌 게 어디냐!"

보바가 알러준 좌표는 엉뚱한 곳이다. 재래 시장의 한가운데로 길을 안내하고, 영업이 끝난 재래시장에는 쥐들이 돌아다니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다.

복잡한 시장 골목을 따라 좌표에 도착했지만 아무것도 없다. 보바에게 계속 전화가 오고, 보바는 어디인지를 계속 묻는다. 네트워크가 좋지 않아 끊기는 통화음에 말을 알아들을 수도 없다.

"끊어줘. 내가 찾아갈게."

골목들을 되돌아와 상가의 도로변에 도착하자 보바는 그제서야 지도의 화면을 캡처해서 보내준다.

"아, 이 올드맨들!"

저녁이 되고, 8시가 가까워지니 피로와 졸음이 밀려온다.

"보바, 지도로 위치를 알려줘야지."

연신 미안하다는 보바, 보바에게 짜증이나 화가 나지는 않았다. 단지 피곤함 때문에 지쳐간다.

저렴한 맥주집에서 맥주를 마시자는 보바는 중앙구에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20분 정도를 더 걸을 수는 없다.

"거기는 너무 멀어."

주변의 카페를 몇 군데 찾아보다 숙소 근처로 돌아가자고 보바에게 말한다.

"보바, 버스 타고 가자."
 
이상하게 러시아 친구를 데리고, 러시아 시내를 돌아다니는 기분이다.

숙소 근처에 내린 보바는 친구 알렉산드르가 곧 도착한다며, 저렴한 카페를 찾는다.

"그래, 난 맥주가 먹고 싶네. 자전거를 100km 타는 것보다 더 힘든 하루야."

카페에서 나는 맥주를 마시고, 보바는 새로 사온 부품으로 핸드폰을 수리한다.

"보바, 러시아에는 맥주도 있고, 신발도 있고, 아이폰도 있는데 예쁜 여자는 어디에 있니?"

조금 후 알렉산드르가 오고, 맥주 두 잔과 알렉산드르의 휴대용 술을 몇 모금 마시니 취기가 올라온다.

내일 알렉산드르가 푸시킨의 공원들을 안내해 준다며 함께 자전거를 타자고 한다. 내일 근무를 해야 하는 보바는 아침 8시에 만나자고 하고, 너무 피곤하여 나는 10시쯤 보자고 하니 알렉산드르가 오후에는 아이를 돌봐야 해서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래, 8시에 봐."

"아, 이 녀석들을 만나면 좋기는 한데, 왜 이렇게 피곤해지는 거야."

나의 슬픔을 대신 짊어지고 가는 것이 친구라고 하던가.

"보바, 넌 참 복도 없다. 나와 같은 친구를 만났으니 말이다."

피곤함과 함께 텅 빈 공허감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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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68일 / 맑음 ・ 12도
코르차니-상트 페테르부르크
러시아의 마지막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향해서 달려간다. 러시아의 도시 중 가장 보고 싶었던 도시다.


이동거리
97Km
누적거리
18,070Km
이동시간
5시간 38분
누적시간
1,299시간

E20
E20
61Km / 2시간 53분
36Km / 2시간 45분
코르차니
시경계
상트페테
 
 
4,19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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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내리던 이슬비는 아침이 되어 멈추었다. 이제 밤이 되면 비가 내리는 날씨도 그러려니 포기한지 오래다.

새벽 2시에 잠에서 깨어 자료들을 정리하다 한국의 불합리한 상황에 버럭 화가 치민다.

"미친 세상 같지만.. 언제나 이런 상황들을 견디며 한 걸음씩 걸어왔잖아. 힘내라!"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리며 오랜만에 도시락 라면으로 아침을 한다. 이글이 사주었던 오트밀은 아쉽게도 슈퍼마켓에서 찾질 못했다.

10시 40분, 늦은 출발이지만 바람도 없고 괜찮은 날씨다. 90km의 상트 페테르부르크까지 부지런히 달려볼 생각이다.

"네 번의 라이딩으로 끝내자. 4시 정도!"

천천히 워밍업을 하고 속도를 내어 달려간다.

러시아에서 어느 도시가 가장 궁금했는지 물어본다면 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라고 답할 것이다. 유럽의 문화권에 가까운, 바다를 품은 도시의 모습이 정말 궁금하다.

첫 번째 라이딩으로 30km를 달리고 잠시 쉬어 간다. 하늘이 맑게 변하기 시작한다.

"오늘 맑음을 주는 거야?"

작은 나무집의 도로변 마을들이 짧은 간격으로 나타나고.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가까워지며 도로 공사 중인 구간도 나타난다.

차량의 통행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불편한 것은 없다. 그리고 이제는 러시아의 도로에 너무나 익숙하다.

마을들과 작은 언덕들을 지나고.

두 번째 라이딩이 끝나기 전, 60km의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경계를 지나친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겠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중심까지 30km가 남았다.

"외곽부터 느낌 좋아!"

이상한 모양의 도시 구조 그리고 무질서한 낙서처럼 이어진 도로들, 비좁은 도로는 위협적이지 않지만 엄청나게 혼잡하고 어렵다.

많은 도시들과 대도시를 지나쳐왔지만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들어가는 외곽 도시의 도로는 그중 최악인 것 같다.

여러 번의 지도 확인을 거치며 도로를 따라왔지만 구글맵은 고속도로로 길을 안내한다.

"방심했군."

되돌아갈 수도 없는 고속도로를 따라가면 빨리 인터체인지로 벗어나기를 바란다.

"갓길이 넓어서 편하기는 한데, 단속에 걸리는 건 아니겠지?"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는 교차로를 앞두고 길을 확인하는 동안 차량 한 대가 정차하며 뭔가를 제재한다.

"느낌이 안 좋더라."

도로 순찰대로 보이는 남자는 제복을 입었지만 경찰이나 군인의 복장은 아니다.

어딘가 전화를 하며 나와 여권을 사진촬영한다. 위압적이지도 않았고, 그 나라의 도로 상황을 모를 수도 있기에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한참 후 다른 차량이 오고, 영어가 되는 남자에게 내비게이션을 따라오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알려주었다.

"이해한다. 하지만 이곳은 유료도로이다. 일반 도로로 가야 한다."

"알고 있다. 저기 보이는 도로로 벗어나려고 했다."

"맞다. 우리를 따라와라."

인터체인지를 조금 지나 차에서 내린 두 남자는 자전거를 들어 가드레일 건너편으로 옮겨주고 떠나버린다.

"땡큐, 스바시바."

고속도로의 고가도로 밑을 지나 일반 도로로 가려니 작은 하천이 가로막고 있다.

"에쉬, 너네들 일부러 이런 건 아니지?"

앞은 하천, 뒤편은 도로의 가드레일로 막혀 진퇴양난이다.

패니어들을 떼어내고 미끄러운 하천의 언덕 너머로 하나둘씩 옮겨놓는다.

"아고, 힘 빠져!"

한 시간의 방황으로 4시가 넘어간다.

"젠장, 이제 배까지 고프네."

11km 정도가 남았던 거리를 일반 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석조건물들과 오래된 건물들이 나타나고.

수로와 같은 작은 강들을 지나친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다!"

모스크바의 수로보다 훨씬 운치가 있고 낭만적이다.

"멋지다. 멋져!"

일차 목적지인 겨울 궁전을 찾아간다.

첨탑 위에 사람들이 올라가 있는 멋진 건물이 나온다. 성 이사악 성당이다.

공립 도서관의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을 감상하고.

맞은편에 들어선 브론즈 호스맨의 동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하늘로 날아가겠네."

여기저기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들이 연이어 들어서 있다.

"이게 겨울 궁전인가? 시시한데!"

강변에 앉아 보바와 연락을 하고, 근처의 호스텔을 예약한다. 역시 대도시에 들어오니 호스텔 비용이 저렴하다.

"춥고 배고프다. 일단 숙소로 가자."

공원을 가로질러 숙소로 가는 길, 성 이사악 성단에 조명이 켜진다.

발길이 제자리에 멈춰진다.

"원더풀!"

숙소 건너편에 노란색 조명의 건물이 예쁘다.

"네가 겨울 궁전이냐?"

지도를 확인하니 겨울 궁전은 한 블럭 측면에 있고, 분수 주변의 벤치에 사람들이 시간을 즐기고 있는 건물은 해군본부 건물이다.

"아니 왜? 이렇게 예쁘게."

"저기 맞은편에 겨울 궁전이 있다는 말이지?"


"일단 숙소로."

해군본부의 정면에 숙소가 바로 있다.

철문 안쪽으로 들어가.

숙소 발견.

체크인을 하고 샤워를 한 후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길 건너편에 한식당이 있다.

"엄마네."

숙소의 바로 맞은편에 태극기가 보인다.

"가까워서 좋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 실내 인테리어가 마음에 든다.

삼겹살을 주문하고 조금 있으니 찬물을 담은 물병을 가져다준다.

"역시, 냉수부터 나와야지. 제대로네."

마늘, 고추와 함께 상추쌈을 하고, 삼겹살의 양에 실망했지만 밑반찬 등의 맛이 한국에서의 음식과 똑같아 만족스럽다.

오랜만에 매운 음식이 들어가니 입술이 따갑고, 몸에서 열이 나지만 너무나 좋다.

"아, 좋다! 이틀은 굶어야지."

저녁 늦게 보바가 숙소로 찾아왔다. 너무 반가운 친구, 저녁을 먹지 않은 보바와 맥도날드에 가서 나는 맥주를 마시고 보바는 햄버거로 저녁을 대신한다.

보바와 이야기를 나누고.

보바와 내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이곳에 살고 있는 보바의 친구 알렉산드르와 함께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둘러볼 생각이다.

"일주일 정도 이곳에 머물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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