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43일 / 맑음
보골류보보-포크로프
이틀이면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블라디미르를 구경하고 모스크바로 향한다.


이동거리
104Km
누적거리
16,272Km
이동시간
6시간 53분
누적시간
1,174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보골류보
라킨스크
포크로프
3,29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새벽까지 내리던 비는 멈췄지만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에 따라 빗방울들이 텐트를 두드린다.

6시에 잠이 깨었지만 일어나기가 싫다.

"에쉬, 이건 또 뭐야?"

"어라, 안쪽까지."

이틀 전, 잠결에 들었던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쥐 같은 설치류가 텐트를 물어뜯는 소리였나 보다.

"에이, 망할 쥐새끼!"

내피는 힐링요 스티커로 붙여놓고, 외피는 시간이 있을 때 바느질을 해야겠다.

15km 정도에 있는 블라디미르에서 아침을 먹을 생각으로 요거트 하나만을 간단히 먹고 출발을 한다.

"텐트가 마를 날이 없네."

여전히 흐리고 비가 내린 후라 손가락이 시리다. 블라디미르에 들어서기 전 보골류보보를 지나며 길 건너편에 있는 오래된 교회에 사람들의 움직임이 많다.

"아, 일요일이구나. 영업을 하는 식당이 있나?"

출발한지 50분쯤이 지나고 블라디미르의 초입에 들어선다.

초입의 갈림길에서 구도로를 타고 시내로 향한다.

블라디미르를 검색하면 구도로를 따라 구시가지와 관광지들이 몰려있다.

오래된 교회를 시작으로 공원과 함께 멋진 기념탑이 나오고.

네 방향을 향해 각기 다른 인물의 조각상이 놓여있는 기념탑.

성직자나 학자와 같은 인물도 보이고.

기사 복장의 인물도 보인다.

공원 앞에 앉아 카페를 검색하는 동안 한 남성이 다가와 담배를 달라고 한다. 러시아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스스럼없이 담배를 달라고 한다.

담배값이 100루블 정도라 비싸지도 않은데, 담배 인심이 좋은 것인지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달라고 하는 것이 신기하다.

사람을 만나면 담배부터 건네주는 중국과는 또 다른 문화이다.

공원 뒤편에 있은 블라디미르 도미션 성당을 구경하고.

백색으로 우뚝 솟은 종탑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도로변의 양옆으로 붉은 벽돌의 건물이 서있고.

도로를 따라 구시가지가 이어진다.

붉은 벽돌 건물을 지나자 맥도날드가 보이고 바로 옆에 KFC가 있다.

"엊그제 맥도날드는 먹었으니 오늘은 할배네 치킨이다."

일요일이라 영업을 하는 카페도 찾기 힘들고, 우파나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구시가지를 보면 고급 레스토랑이 많고 수프 전문식당 같은 저렴한 카페는 찾기 힘들었다.

영어가 되는 직원이라 일사천리로 주문을 하고, 이틀 동안 간절히 찾았던 샤슬릭 대신 할배네 치킨으로 고기맛을 본다.

치킨은 한두 조각만 먹고 싸가려고 했는데 한 번 손이 간 치킨은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아, 부족한데. 참자."

도로 한가운데 성문처럼 보이는 건물이 세워져 있고, 건물을 따라 회전 교차로가 이어진다.

골든 게이트(Zolotyye Vorota), 고대 건축물 중 남아있는 유일한 성문이라고 하는데 주변을 보니 언덕 같은 둔턱이 남아있다.

시내를 가로지르며 볼 수 있는 붉은 벽돌의 오래된 건물들이 인상적인 소도시다.

블라디미르 시내를 빠져나와 모스크바로 향하는 M7 메인도로를 찾아간다.

천천히 시내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무숲의 도로가 이어진다.

12시, 모스크바로 향하는 메인도로에 들어서고 언덕 아래로 직선으로 길게 뻗어있는 도로를 마주하니 약간의 흥분감이 느껴진다.

"170km, 모스크바로 가자."

평탄하게 이어지는 넓은 도로, 오늘은 100km 정도를 이동하고 휴식을 취할 생각이다.

내일 모스크바의 근교에서 야영을 하고, 모레 일찍 모스크바의 중심으로 들어가며 구경을 할 것이다.

마을과 마을이 이어지며 도로 주변의 환경은 많이 달라진다. 평탄했던 도로도 오르내림이 반복되고.

한 시간을 달리고 도로변의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이글과 함께 들렀던 도로변의 휴게소보다 뭔가 구색이 갖춰진 휴게소다.

카페와 슈퍼 그리고 간식거리들을 파는 작은 가게들이 모여있다. 슈퍼에 들러 우유 하나만을 사들고 출발을 한다.

휴게소에 있는 유료 화장실, 볼 때마다 신기하다. 땅덩어리가 작아서도 그렇겠지만 우리나라의 공공시설들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휴게소를 빠져나오자 흐리던 하늘에서 여지없이 빗방울이 떨어진다.

"우유 맛있어."

보바는 10월 7일 상트 페테르부르크행 비행기표를 티켓팅했다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중국의 친구들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못하고, 몽골은 친구들은 2G 폰을 사용해서 연락을 하기가 힘든데, 보바는 인터넷 환경에도 능숙하고 영어가 되니 연락이 편하다.

"몽골의 오초르와 러시아의 안드레는 정말 난감해."

보바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안개비가 내리는 빗속으로 달려 들어간다.

오랜만에 라디오를 들으며 라이딩을 한다. 짧게 짧게 마을들이 이어지니 네트워크가 안정적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듣던 김현주의 행복한 동행이 2시 대낮에 시작된다.

가끔씩 도로 확장 공사구간이 나타났지만 특별한 교통체증 없이 지나쳤는데 이번에는 웬일인지 꽉 막혀있다.

천천히 갓길을 타고 정체된 차량들을 하나둘씩 지나친다.

길게 이어지는 차량 정체에 갓길을 타고 가는 얌체 운전자들이 나타나고, 심지어 나무숲의 흙길을 타고 가는 차량들까지 뒤섞인다.

"저건 몽골 스타일인데, 몇 분이나 빨리 간다고 그러니?"

특이한 것은 화물차들이 갓길 쪽으로 차를 붙이고 얌체 운전자들을 가로막으며 절대 비켜주질 않는다. 덕분에 나도 울퉁불퉁한 갓길로 밀려나야 했지만 큰 문제는 없다.

고작 자신의 2~30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의 2~30분씩을 빼앗는 사람들, 어딜 가나 이기적인 사람들이 있다.

"똥이 마려워서 급한 것이면 인정!"

천천히 정체된 차량들을 유유히 지나치며 가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일이다. 가끔씩 손을 흔드는 운전자나 꼬마들과 눈을 마주치며 손인사도 하고.

교통 정체로 속도가 늦어졌지만 이미 100km를 이동한 상태라 바쁠 것이 없다.

도로변에 카페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페로 들어간다.

"있다! 고기!!!"

두툼한 바베큐를 두 개를 포장하고, 갈증이 난 탓에 음료수를 한 모금에 마신 후, 빈 유리잔을 놓고 계산을 하려니 여직원이 싱긋 웃는다.

"쏘리."

음료수 잔을 요리조리 살피더니 한 번 더 싱긋 웃고,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고기를 담을 봉투가 필요하냐며 묻는다.

"역시, 웃는 사람들은 다 이뻐."

마을을 빠져나와 바로 도로변 나무숲으로 들어간다.

네트워크도 약하게 유지되고 좋다.

나무 아래 아늑한 곳에 자리를 잡고.

"나무 이름이 뭐지?"

우파에서 보았던 나무, 땅까지 늘어진 가지 사이로 벤치를 놓아두었던 침엽수과의 나무다.

우파의 나무처럼 가지가 무성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아늑하고 괜찮다.

텐트를 치고, 맥주와 함께 바베큐로 저녁을 먹는다.

일요일 저녁에만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겠다고 약속을 했다는 이사벨이 메시지를 보낸다.

"이사벨, 한국에는 왜 가고 싶은 거야?"

"I think it’s beautiful there also this is a new country for me. And I like the appearance of Koreans and their style."

"응. 이사벨은 예뻐서 한국에 가면 인기가 좋을 거야. 한국어는 생각보다 쉬우니까 천천히 공부해 봐. 힘내!"

이사벨이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하거나 직업을 선택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며 꿈들을 키워가기를 바란다.

"나는 세계를 여행하고, 이사벨은 한국을 공부하고, 우리 6년 후에 한국에서 만나자."

"I hope too."

"좋은 꿈, 잘 자!"

자료를 정리하다 보바에게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얼마나 머무를 것인지를 물어본다.

"11월 말까지 있을 거야."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를 지나 상트 페테르부르크까지 가기에 충분한 시간이고, 보바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모스크바를 지나면 최대한 빠르게 러시아를 벗어나 비자 기간을 하루라도 아껴야겠다.

모스크바가 100km 남짓 남았다. 내일이면 베이징, 울란바토르, 아스타나에 이어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여행의 결정은 순간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 선택은 결코 충동적이지 않았으며, 결정은 무료할 만큼 심심했다.

아주 오랜 기간 마음의 병처럼 내 안을 어지럽히던 바람, 오히려 왜 이렇게까지 늦어버린 것인지 놀라웠다.

많은 사람들은 왜 여행을 하는지 수없이 묻는다.

"당신이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와 같은 이유로 여행을 한다. 단지 그뿐이다."

모스크바에서 독한 보드카 한 잔을 마셔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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