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66일 / 비 ・ 12도
할자라-여흐비-시니매에
에스토니아와 러시아의 국경이 있는 나르바를 향해서 간다. 계속되는 흐린 날씨가 싫다.


이동거리
104Km
누적거리
17,885Km
이동시간
6시간 39분
누적시간
1,287시간

E20
E20
75Km / 5시간 50분
29Km / 49분
할자라
여흐비
시니메에
 
 
449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경보
여행안전
・언어/통화
에스토니아어, 유로(1유로=1,300원)
・예방접종
-
・유심칩
1기가, 1.96유로
・전력전압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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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쉥겐우선
・대사관
・긴급연락처
+358-40-903-1021

8시 30분, 부슬부슬 내리던 이슬비가 그치고, 회색빛 하늘에 해가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네."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한다.

"123km? 왜 거리가 늘었지?"

110km 정도 생각했던 나르바까지의 거리가 10km나 더 남았다.

안개비가 내려앉은 날, 바람이 생각보다 강하다.

"어떻게 서쪽으로 가면 서풍이고, 동쪽으로 가면 동풍이 불어오냐!"

평속 10km 정도의 속도로 바람을 맞으며 달려간다.

해변과 맞닿은 곳에서 바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날이 흐려 그 풍경이 을씨년스럽다.

"춥다. 추워!"

어느덧 2시, 겨우 50km 정도를 이동하고 도로변 식당으로 들어간다.

따듯한 식당의 실내가 좋다.

"난감하군."

첫 번째 메뉴가 무엇인지 물어보니 돈까스 메뉴를 추천해 준다.

빵과 함께 샐러드 위에 올려진 돈까스가 나온다. 그럭저럭 양이 많고 괜찮은 맛이다.

3시, 나르바까지 70km가 남았다.

"세 시간 동안 70km는 너무 먼데."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하고, 안개비는 더욱 짙어진다.

여흐비를 지나며 도로의 상태도 좋아지고, 도로는 익숙한 나무숲의 도로가 이어진다. 하루 종일 괴롭히던 바람이 사그라든다.

5시, 30km가 남았다.

"한 시간 반은 걸리겠는데. 시간이 애매하다."

국경까지 이동할 수 있는 거리지만 해가 떨어진 도로를 달리는 것도 위험하고, 국경을 넘느라 소요될 시간을 생각하니 시간이 너무 늦다.

"내일 아침에 러시아로 가자. 국경의 나르바도 천천히 구경하고."

도로가 지나가는 작은 타운의 쇼핑몰에서 저녁거리를 사고.

국경 방향으로 이동하며 캠핑을 할 장소를 찾는다.

작은 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의 도로변 언덕 위에 자리를 잡는다.

"비만 오지 말았으면."

침엽수 사이에 텐트를 치고 하루를 정리한다.

정말 이런 날씨는 싫다. 우중충한 하늘에 어떻게 100km를 달려왔는지 모를 정도로 지겨운 라이딩이었다.

"다시 러시아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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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65일 / 흐림 ・ 10도
탈린-할자라
털린을 떠나 러시아를 향해서 출발한다. 비와 함께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날씨가 계속된다.


이동거리
97Km
누적거리
17,781Km
이동시간
5시간 58분
누적시간
1,1280시간

E20
E20
13Km / 1시간 45분
84Km / 4시간 13분
탈린
시계
할자라
 
 
345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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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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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되어서야 비는 멈췄지만,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며 싸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8시가 넘어서 잠이 깨고, 9시가 가까워 오지만 밖은 어둡다.

"일출 시간이 이렇게 느린가?"

회색빛 하늘, 오늘은 비 예보가 없는 날이다.

짐들을 챙기고 탈린을 떠나기 위해 준비한다. 이틀 밤을 보냈지만 왠지 아주 오랫동안 머물다 떠나는 느낌이다.

"일단 우체국에 들리고,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하고, 비상식을 채우면 끝인가?"

처음 찾아간 쇼핑몰의 우체국은 사무실이 없고 뭔가가 이상하다.

"뭐야? 개인 사서함들인가?"

"시내를 빠져나가자."

작은 규모의 도시라 외곽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수월하다.

시 외곽에 있던 또 다른 한식당을 찾아서 간다. 인터체인지를 지나쳐 버리는 바람에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어렵게 도착한 도착한 ANNON은 탈린의 외곽 작은 타운에 있는 식당이다.

가게가 오픈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동양인 외모의 할아버지가 카운터와 서빙을 담당하고 있다.

"고려인이신가?"

할아버지는 주문을 하라는 제스처를 하지만 한국말을 못 하는 것 같다. 메뉴판을 보며 난감해 하고 있으니 주방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나오신다.

"한국 사람이에요?"

"네, 안녕하세요."

약간 어눌한 발음의 할머니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메뉴들을 설명해 준다.

"배가 많이 고파서요.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밥 있어요?"

"김치하고 된장국이 있어요."

메뉴들을 가리키며 무엇인지 물어보다 돼지고기라는 발음을 어렵게 하시길래 제육볶음 같은 것으로 짐작했다.

"아주 매운 거, 좋아요?"

"좋죠. 그럼, 김치하고 된장국 그리고 돼지고기 주세요."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다른 사람들이 먹고 있는 플롭을 한 그릇 주문할까 생각하다 참는다.

잠시 후 커다란 그릇에 흰쌀밥이 가득 담겨서 나오고, 양념이 붉지 않은 배추김치와 생선 식혜 같은 것을 함께 내어준다.

"이거 생선.. 뭐라고 하지? 잊어버렸네."

"식혜요."

"아, 식혜"

할머니는 웃으시며 생선 식혜 한 접시 서비스로 주신다.

"윤기가 흐르는 쌀밥이 얼마 만이냐?"

다른 메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고소한 밥 냄새에 참을 수 없다. 크게 한 젓가락을 입에 넣고, 생선 식혜를 집어 들었다.

"아, 맛있다."

매콤한 생선 식혜에 따듯한 쌀밥, 황홀하다. 아삭한 김치도 시원하고 맛이 제대로다.

"직접 만든 것 같은데, 정말 맛있네."

식혜와 김치로 정신없이 밥을 먹는 동안 돼지고기 메뉴가 나오고, 푸짐한 양과 맛이 정말 좋다.

잠시 후 된장국이 나온다.

"아, 이것도 주문했지."

집밥 같은 음식들을 먹다 보니 된장국을 주문한 것도 잊고 있었다.

"약간 독특한데."

할머니의 된장국은 현지화된 완벽한 퓨전요리처럼 그 맛이 일품이다.

"야, 이거 대박이다."

김치와 쇠고기, 야채들을 넣고 끊은 된장국은 러시아의 수프에 가깝지만 모든 것이 완벽한 맛처럼 느껴진다.

여행을 하며 한국 사람, 현지인, 고려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모두 가봤지만 현지화된 음식들은 뭔가 발란스가 맞지 않거나 특색을 잃어버린 음식들이었다.

"완벽하다."

여행을 하며 처음으로 제대로 된 밥을 먹은 느낌이다.

"역시 쌀밥은 머슴밥이 최고야!"

"아, 이 풍만한 행복감이란."

탈린 시내에 있었으면 삼시 세끼를 찾아가 먹었을 것 같다.

할아버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동안 할머니는 주방에서 바쁘게 요리를 한다. 현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점인 듯 작은 식당에 계속해서 사람들이 들어온다.

출발을 하려고 하자 주방의 유리창 너머로 할머니가 웃으며 손을 흔든다. 허리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쇼핑몰을 찾아 출발한다.

맵스미를 이용하여 러시아로 향하는 1번 메인 도로를 들어서기 전 대형 쇼핑몰을 찾았다.

"일단 우체국 먼저."

번호표를 뽑고.

한국과 중국, 러시아로 엽서를 보낸다.

"다음은 데이터 충전."

텔레2 매장으로 들어가 1기가를 충전하고, 여직원이 다른 상품을 추천했지만 이틀만 사용하면 되니 용량이 많을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Rimi 슈퍼로 들어가서 비상식량."

확실하게 물가가 비싸니 선뜻 손이 안 간다. 저렴한 편인 식빵과 요거트, 잼을 사고.

훈제 닭다리와 함께 손을 떨며 500ml 하이네켄 한 캔을 사 들었다.

"1.19유로면 1,500원이 넘네. 러시아에서 천 원도 안 하는데."

"이건 할부인가? 한국이랑 비슷해. 비싸!"

1시 50분, 러시아로 가는 메인 도로에 들어선다.

"아, 많이 늦었네."

국경이 있는 나르바까지 200km의 거리,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동쪽을 향해 달려간다.

"설마, 오늘만 이상하게 서풍이 안 불어오는 것은 아니겠지?"

서풍이 약하게 불어주니 페달링이 가볍다.

그동안의 길들과 달리 갓길은 너무나도 넓고, 주변의 풍경은 숲이 아니라 평야에 가깝다.

쭉쭉 뻗은 평지의 길을 달리고.

잠시 쉬어간다.

"벌써 3신데, 34km 밖에 못 왔네."

"조금 달려볼까!"

쉼 없이 두 시간을 달려 40km를 줄이고, 다시 20km를 삭제한다.

라크베레 근처에서부터 도로 확장 공사가 시작되고.

6시, 공사 구간을 벗어나기 위해 길을 이어가고, 해는 떨어진다.

"비가 내릴 것 같은데, 교각 밑에서 텐트를 칠까? 시끄럽겠지!"

해가 떨어져 야영할 장소를 찾아야 한다. 어두운 숲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도로변 주변의 적당한 곳을 찾고.

"그냥 오늘은 대놓고 캠핑이다."

도로변의 언덕 위에 텐트를 설치한다. 이슬비가 천천히 내리기 시작한다.

"아, 지겨운 비. 또 내리냐!"

국경까지 120km가 남았다. 내일 저녁까지 이동해 러시아 국경을 넘은 뒤 캠핑을 할 생각이다.

"쉥겐기간을 하루라도 아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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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64일 / 흐림
탈린
탈린의 구시가지와 항구를 산책한다. 과거의 화려함보다는 아늑한 매력이 있는 도시다.


이동거리
7Km
누적거리
17,684Km
이동시간
1시간 43분
누적시간
1,274시간

 
올드타운
 
야경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탈린
 
탈린
 
탈린
 
 
248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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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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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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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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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40-903-1021

 
침대 밖이 위험하다.

식당으로 내려가 계란으로 아침을 한다.

"하루에 계란 한 알 먹기가 이렇게 힘들다."

"대충 아메리칸 스타일로는 세 접시쯤 비워야 하나보다."

오후가 되어 산책을 나간다.

"오늘은 이쪽으로 가 볼까?"

주머니 속에 있던 육포로 녀석을 유혹하고.

"도도한 녀석이군. 거래를 알아."

탈린 시청의 광장으로 내려간다.

광장을 둘러싸고 카페들의 테이블이 놓여있다.

"골목으로."

작은 교회가 보이고.

무작정 안으로 들어가 입구에서 엽서 세 장을 사고 예배당으로 들어간다.

유료인지 무료인지 모르겠지만 특별히 제재를 하지 않는다.

아주 오래된 교회다.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졸음이 밀려온다.

"확실히 교회하고는 뭔가가 안 맞나 봐."

골목을 돌다 보니 다시 시청 광장이 나온다.

방향을 잡고 작은 건물들의 사잇길로 들어가.

"손 놔라."

성벽 사이 촘촘하고 좁은 골목을 지난다.

중세 시대의 모습을 상상해 보지만 내 머릿속에는 중세 유럽의 풍경이 없다.

발길이 닿는 대로 항구 쪽을 향해서 걷는다.

리가의 삼형제 건물처럼 뭔가 비대칭적이고 심플하면서 매력이 있는 건물이다.

골목의 지하에는 선물가게들이 많다. 괜히 계단을 내려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북쪽 끝의 성벽으로 나온다.

성의 모습이 온전하게 남아있었다면 정말 멋질 것 같다.

항구를 향해 공원을 걸어가고.

낡은 항구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새로 들어선 신항에는 커다란 여객선이 정박해 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가지 않는다면 이곳에서 헬싱키로 가는 페리를 탔을 것이다.

"트램을 타봐야 하는데."

구시가지를 걸어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맥도날드로 간다.

지하로 내려가 아낀 트램의 차비로 자석도 하나 사고.

맥도날드, 역시 라트비아보다 비싸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네트워크가 끊긴다.

"벌써 1기가를 다 쓴 거야?"

혹시나 데이터를 열고 업로드나 다운로드를 할까 봐 확인하며 사용을 했는데, 문제는 CBS 라디오가 제법 데이터를 많이 잡아먹는다.

국경까지 200km가 남았는데, 내일 충전을 해야겠다.

"야경은 틀렸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봐야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보바와 메시지를 교환하고.

"그래도 한 번 가 볼까?"

비가 내리는 밖으로 걸어나간다.

정교회를 지나.

코투오차 전망대로 간다.

"에이, 어젯밤에 올 것을 그랬다."

회색빛의 구름과 굵게 내리는 빗줄기가 은은한 조명의 빛들을 모두 흡수해 바리는 것 같다.

"비만 안 내려도 멋지겠네."

전망대를 구경하고.


교회를 되돌아.

숙소로 돌아온다. 길지 않은 산책길인데 옷이 흠뻑 젖어버린다.

"실패!"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63일 / 흐림
아스마에-탈린
발트해의 두 번째 국가,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으로 간다. 리가와 탈린 발트해 작은 국가들의 아담한 도시 모습들이 좋다.


이동거리
38Km
누적거리
17,677Km
이동시간
5시간 04분
누적시간
1,273시간

 
E67도로
 
E67도로
 
 
 
 
 
 
 
14Km / 0시간 40분
 
24Km / 4시간 24분
 
아스마에
 
라그리
 
탈린
 
 
248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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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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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에 잠이 깨고 다시 잠들었다. 여전히 안개비가 내려앉은 아침, 이상한 일이지만 이곳은 러시아의 내륙 지역보다 10도 이상 따듯하다.

"대서양의 따듯한 바람 때문일까?"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하고, 유럽의 빵은 식빵까지 부드럽고 맛이 좋다.

부킹닷컴으로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고.

비에 젖은 바지와 이너웨어, 양말은 세탁을 위해 비닐봉지에 담고, 탈린으로 출발한다.

10시, 30km 정도가 남았다.

"페달질 두 번이면 가겠네."

탈린으로 들어가는 도로는 갓길의 여유가 있어 편안하다.

갓길이 없는 라트비아와 러시아에 비하면 비행기 활주로처럼 느껴진다.

탈린에 가까워질수록 안개비는 더욱 짙어지고, 자동차 대리점들을 시작으로 도시의 모습이 천천히 시작된다.

10시 40분, 탈린시의 경계에 도착한다.

구시가지까지 10km 정도가 남았고.

시 외곽의 풍경은 너무나 차분하고 조용하다.

소나무 숲에 들어선 집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높게 자란 오래된 소나무 숲 한가운데 예쁘게 자리 잡은 집들은 도심 속의 집이라고는 생각 들지 않을 만큼 좋아 보인다. 한 채, 한 채가 마치 소나무 숲의 팬션처럼 예쁘다.

천천히 시가지로 진입하며 도로변에는 자전거 도로가 별도로 만들어져 있다.

갓길에 정차되어 있는 차량도 없고, 좁은 유럽의 도로에서 눈치를 보며 이동할 필요도 없으니 좋다.

버스 전용차로의 측면이라 공간의 여유가 더 넓게 느껴진다.

"에스토니아 마음에 들어."

조금씩 오래된 건물들이 나타나고.

숙소의 근처에 도착한다.

"일단 구시가지를 살짝 구경하고 들어가자."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코너에서 잠시 쉬어간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어제 저녁 슈파에서 사 들었던 것은 요거트다. 사람들이 하나씩 챙겨들기에 우유인 줄 알았는데, 비닐팩에 들어있는 1kg이 1유로가 살짝 넘는 가격이다.

"다른 물가는 비싼데, 유제품은 싸고 맛있다."

"자, 흥분할 준비됐다. 네 모습을 보여줘."

처음으로 비루게이트(Viru Gate)를 지나 구시가지를 가로지른 후, 자유광장 근처의 숙소로 되돌아갈 것이다.

구시가지의 골목으로 들어가는 도로 건너편의 기념비에서 주변을 살핀다. 라트비아의 구시가지보다 한산한 느낌이다.

길을 건너 비루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들어간다.

오래된 성문의 흔적만이 남아있는 두 개의 성탑이 나오고, 거리는 관광객들이 제법 북적인다.

"어디서들 나타난 거야?"

성문을 시작으로 구시가지의 골목이 이어진다. 리가에 비해 넓고 현대식 건물들이 많다.

장인의 마당으로 이어지는 성벽길도 나오고.

"이곳은 내일!"

길 한가운데를 점령하고 건물 위로 보이는 첨탑을 향해 걸어간다.

중세풍의 레스토랑들이 들어선 거리는 뭔가 밋밋하고 아쉽다.

미로처럼 좁은 골목들이 이어지던 리가만큼의 재미가 없다.

성 니콜라스 교회 앞에서 잠시 쉬고.

"뭔가 아쉽네."

우선 숙소로 들어가 젖은 옷과 양말을 벗고 싶다.

자유광장의 기념비도 너무나 평범하고.

"저기 언덕 위에 뭔가가 있나?"

도로변의 게스트하우스는 찾기가 쉽고.

"탈린의 쓰레기통은 또 이렇게 생겼네."

쉽게 체크인을 하고, 열쇠 보증금으로 10유로를 받는 것이 특이하다.

유럽의 구시가지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자전거 보관을 어떻게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공간이 전혀 없는 아주 오래된 건물이 아니라면 오히려 더 편하다.

모든 곳이 현관을 잠그기 때문에 안쪽 공간에 넣어두면 되고,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는 이런 여행자에 대한 노하우들이 많아 아주 자연스럽게 안내를 해준다.

이젠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낯설음도 없고.

그냥 편하다.

패니어들을 옮기고.

샤워를 하며 옷들을 씻어내고.

텐트와 옷들을 말린다.

"조금만 쉬자."

"배고프다."

언제나 허기가 심해지면 밥이 먹고 싶어진다. 한국식당을 검색하니 두 곳이 검색되고, 아리랑 식당이라는 곳은 고려인 2세대가 운영하는 곳인가 보다.

"좋아. 여기로 결정."

회색빛의 하늘이 맑게 개며, 밖으로 나가라며 안달을 한다.

구글맵으로 대충 이동 경로를 잡고, 프런트에서 시내 지도 한 장을 들고 밖으로 나온다.

"언덕 위에 정방교회로 가서.."

유럽의 매력은 오래된 고성이나 건물보다 주변의 공원에 있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들어선 공원들은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

양 편으로 성탑들이 세워져있고.

알렉산더 네브스키 대성당의 모습이 보인다.

러시아 정교회 모습이다.

사람들을 따라 교회의 내부도 둘러보고.

러시아를 여행하며 크고 작은 교회들을 구경한 터라 내부의 모습은 특별함은 없었다.

카자흐스탄의 모스크, 러시아의 정교회의 아름답고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편안함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유럽을 여행하며 감탄을 불러일으킬 만큼의 아름다움이 아니라면 관광지의 교회들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언덕 위의 골목들은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건 아래의 길보다 나름 재미가 있다.

하늘로 솟은 첨탑들을 따라간다.

탈린시의 서쪽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근처에 전망대가 있던데?"

구글맵을 보며 코트오차 전망대로 찾아간다. 건물 위의 전망대를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은 시야가 뜨인 언덕 위의 공간이다.

"여기구나."

탈린시의 동쪽 모습이 펼쳐진다.

교회의 첨탑들과 붉은 지붕들 그리고 발트해의 모습이 아름답다.

"멋지네."

코투오차 전망대에서 탈린시의 모습을 구경하고, 다시 골목길을 따라간다.

"여기로 가 볼까?"

선물가게의 아기자기한 기념품들이 예쁘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가 나타난다.

"여기는 뭐야?"

탈린의 북쪽, 바다의 전경이 보이는 Patkuli viewing platform이다.

"이곳의 구조가 이렇구나."


크렘린, 높은 연덕 위의 오래된 성곽 위에 있는 것 같다.

"예쁘다."

전망대 입구에 선물가게에 들어가.


기념품들을 구경하고.

좁은 골목들을 걸어 다닌다.

선물가게에 들어가 냉장고 자석도 사고.

우편엽서도 고른다.

"일단 두 장만."

다시 교회와.

동방교회로 돌아와.

성벽이 있는 곳으로 내려간다.

성벽의 안쪽에 수도승들의 조각상들이 세워져 있다.

Danish King's Garden.

전망대의 측면에 있는 좁은 계단으로 내려간다.

성 니콜라스 교회가 나온다.

골목들을 따라 걷는다.

외곽의 성벽이 나오고.

코투오차 전망대가 올려다 보인다.

공원을 따라 걸으면 Patkuli viewing platform의 모습도 보이고.

구시가지의 형상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음, 이런 구조야."

아리랑 식당을 찾아 기차역을 지나자, 탈린 시민들의 생활 공간이 나온다.

큰 쇼핑몰에 과일 등을 파는 노점시장도 열려있고.

조금은 어둡고 캘리그래피의 낙서들이 어지러운 곳이 나타난다.

허름한 공장지대처럼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쌓여있는 거리다.

"도시의 재생 공간인가?"

사람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고, 모든 건물들은 각자의 컨셉으로 꾸며져있다.

도시 재생 프로젝트가 진행된 거리처럼 보인다.

"멋지다!"

개성 있는 작은 카페와 음식점들이 모여있다.

신기하게 참 잘 돌아다닌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부터 방학 때면 혼자 서울을 왔다 갔다 했으니, 그 시절에 비하면 두려울 것도, 무서울 것도 없다.

거리를 빠져나와 아리랑 식당으로 간다.

자작나무의 잎들이 물어젖어 미끌거린다.

"저기 있네."

도로변의 아주 작은 식당이다.

안으로 들어가 인사를 하니 한국어를 알아듣는다. 약간 불편한 거동의 할아버지가 고려인 2세가 아닐까 싶다.

정식과 김치찌개를 시키고 독한 술도 한 병 마신다.

이글에게서 영상 통화가 와서 안드레와 함께 얼굴을 본다. 영어를 하는 젊은 친구를 통해 말을 전달하는데, 그동안 비를 맞으며 상태가 안 좋아진 스피커에서 찢어지는 소리가 나며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어설프지만 말들을 교환하고, 웃는 얼굴들을 보니까 좋다.

"비싸지만 한잔한다."

몽골의 호르고를 갈 때 식당의 게르에서 호의로 베푸는 것으로 착각하며 얼떨결에 마시고 16,000투그릭을 뜯긴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소주 좋아를 외치던 그 녀석은 잘 있으려나?"

생각보다 밥값이 너무 비싸 놀랐지만, 소두 한 병 마셨으니 됐다 싶다.

"색깔도 예쁘다."

공원길을 따라 걷고.

정교회가 있던 반대쪽 성벽으로 올라간다.

"처음으로 돌아왔네."

자유광장의 공원을 걷고.

슈퍼마켓에서.

계란을 산다.

"계란은 싸네."

"러시아에 가면 맥커피를 사야겠다."

"이런 건 비싸고."

"잼은 싸고."

달이 밝으면 이상할 정도로 밤하늘이 파랗다.

"야경을 보러 갈까?"

"피곤하다. 내일 가자."

텐트는 아주 잘 마르고.

숙소에 돌아와 엽서를 쓰고.

푹 쉰다. 이상하게 도시만 들어오면 쉽게 잠들지 못한다.

"아,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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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62일 / 흐림
패르누-아스마에
어제부터 내리는 안개비는 계속된다. 탈린으로 향하는 길이 쉽지는 않다. 


이동거리
107Km
누적거리
17,639Km
이동시간
6시간 10분
누적시간
1,268시간

 
E67도로
 
E67도로
 
 
 
 
 
 
 
67Km / 3시간 30분
 
40Km / 2시간 40분
 
패르누
 
오르기타
 
아스마에
 
 
203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에스토니아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1기가, 2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58-40-903-1021

 
비는 계속된다. 하루가 맑으면 일주일 동안 비가 내린다.

"정말 끝이 없구나."

최근에는 잠을 충분히 자면서 지냈는데, 아침까지 깊은 잠에 빠졌다.

"좋은 건가?"

수건으로 텐트를 닦고 마르기를 기다리며 아침을 한다. 출발을 위해 텐트를 정리하려고 하니 조용히 안개비가 내리며 텐트가 다시 흥건하게 젖어있다.

"오늘도 비구나."

어젯밤 라트비아의 네트워크가 끊겼다.

"그냥 갈까? 유심칩을 살까?"

어제 저녁 들렀던 쇼핑몰로 돌아가.

핸드폰 통신사를 찾았다.

"이번엔 Tele2로 사 볼까."

매장에 들어가 유심 카드를 사고 싶다고 말하니 두 종류의 유심 카드를 보여준다. 하나는 공유심이고 하나는 30일 5G의 유심이다.

"그냥 인터넷만 필요해."

여직원은 모니터에 데이터 요금표를 보여준다. 1, 5, 10, 무제한 요금 중 1기가의 데이터 요금을 선택했다. 2유로.

게스트하우스에서 보낼 탈린의 시간을 빼면 3~4일 정도만 사용하면 된다.

여행의 출발 전 나라마다 사용해야 하는 유심 카드에 대해 걱정이 있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냥 통신사의 대리점이나 마트, 슈퍼에서 필요한 만큼 구매를 하고 충전을 하면 된다.

대형마트에서 비상식을 보충할까 생각하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그냥 출발한다. 레인재킷과 레인 팬츠를 갖춰 입고.

11시, 안개비가 내리는 길을 달려간다. 탈린까지 130km의 거리, 100km 정도를 달리고 탈린의 근교에서 캠핑을 할 것이다.

"가는 도중 비가 그쳤으면 좋겠네."

"신발은 어떻게 안될까?"

"비닐 봉지로."

중국에서부터 비가 오는 날에 비닐봉지를 이용해 봤지만 언제나 실패했다. 비닐봉지로 물이 들어오거나 땀이 차서 별 효과가 없었다.

패르누의 경계를 지나고.

자욱한 안개비가 내리지만 춥지는 않은 날씨다. 몸에 열기가 올라오며 땀이 올라온다.

"옷을 좀 벗어야겠다."

15km를 달리고, 겨울 자켓과 져지를 모두 벗고 이너웨어 위에 레인자켓 만을 걸친다. 쉬는 시간 레인팬츠를 내려 통풍을 시키고.

1시, 탈린까지 100km가 남았다. 땀이 차오른 레인팬츠마저 벗어버린다.

"비에 젖나, 땀에 젖나 똑같잖아."

희뿌연 안개비가 계속된다.

"그냥 빨리 달리고 쉬자."

2시, 20km를 달리고 휴식을 취한다.

"정말 낙서들 좋아한다."

러시아 알타이에서 시작된 낙서들은 보이는 모든 곳의 공간에 그려져 있다. 벽, 안내판, 기둥, 아파트 등등 거의 대부분의 빈 공간은 모두 낙서들이다.

"실력들도 별로구만."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일찍 라이딩을 마무리하기 위해 페달링의 속도를 높인다.

"어떻게 매일 비가 오냐."

30km 거리를 한달음에 달리고, 캠핑을 할 장소를 검색한다.

25km 후에 슈퍼가 있다. 슈퍼에서 저녁거리를 사고 주변에서 캠핑을 하면 좋을 것 같다.

탈린 50km, 배가 고파온다.

40km 지점을 지나며 길은 넓어지고, 차로의 중앙에 분리대가 설치되어 역주행 추월 차량들이 사라져 조금 편안해진다.

갈수록 빗줄기가 강해지며 온몸이 순식간에 젖어버린다. 물보라를 휘날리는 차량들과 강해진 빗줄기가 진행을 힘들게 만든다.

"아, 축축해. 진짜 싫다."

어느 순간부터 도로변의 숲은 철조망으로 막혀있다.

"뭐지? 사유지인가? 군사시설인가?"

가끔씩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열려있지만 이유를 모르겠다.

슈퍼마켓을 찾기 위해 인터체인지 교차로를 지나 마을로 들어간다.

"춥고, 지친다."

슈퍼에 들어가 우유와 소시지 등을 구매하고 메인도로 주변으로 돌아간다. 철조망으로 막혀있는 숲에서 캠핑을 할 수도 없고, 입구를 찾을 수 있다 해도 비를 더 맞기가 싫다.

인터체인지 교차로의 가운데 조성된 나무숲으로 들어가 텐트를 친다.

모든 것들이 축축해졌다. 바지와 이너웨어를 벗고 여분의 옷으로 갈아입은 후 저녁을 먹는다.

"양말은 또 어떻게 하냐."

양말을 신었던 날보다 젖은 상태로 비닐봉지에 담고 다니는 날이 더 많다.

내일 일찍 탈린으로 들어가 쉬어야겠다.

"진짜, 비야 그만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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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61일 / 흐림
살라츠그라바-패르누
일년 만에 바라 본 바다에서의 하룻밤은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다. 발트해의 두번째 나라 에스토니아로 향한다.


이동거리
96Km
누적거리
17,532Km
이동시간
5시간 51분
누적시간
1,261시간

 
A1도로
 
E67도로
 
 
 
 
 
 
 
30Km / 1시간 40분
 
66Km / 4시간 11분
 
살라츠
 
국경
 
패르누
 
 
96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에스토니아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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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정보 
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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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소리와 함께 밤새 빗소리가 들린다. 강한 바닷바람과 빗소리에 5시에 잠이 깬다.

텐트를 점검하고, 피곤함에 연신 하품을 하며 마늘빵으로 출출함을 달랜다.

"참, 희한한 날씨다."

뒤척이다 달콤한 여분의 잠을 자고, 8시가 조금 넘어 일어난다. 그 사이 밤새 내리던 비는 그쳤고, 바람은 여전히 불어온다.

기온이 있어 쌀쌀하기보다 시원하고 좋은 바람이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빵과 커피로 아침을 하고, 해변에서 시간을 보낸다.

"날이 맑았으면 더 좋았을 건데."

"비가 그친 것만으로 어디야."

"봤지? 여기는 발트해야!"

"다음번엔 혼자 오지 않을 거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해변이 좋다.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텐트를 정리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해변 입구의 관광 지도에는 바이커들의 스티커가 무수하게 많이 붙어있다.

"바이커들의 성지인가?"

모양들도 다양하고 개성들이 있는 스티커들이다.

스티커들을 구경하는 사이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며칠 전에 나를 보았다며 반가워한다.

도로가 많지 않다 보니 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다시 마주칠 수도 있겠다 싶다.

11시, 에스토니아를 향해 출발한다.

국경이 있는 아이나지까지 25km가 남았고, 유럽 국가 간의 국경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40분 정도를 달리고 살라츠그리바를 지나간다.

약간의 출출함이 느껴져 도로변 주유소의 카페로 들어가.

커다란 더블버거를 주문하고, 역시 비싸다.

그래도 제법 큰 햄버거라 속이 든든하다.

라트비아의 국경 아이나지까지 10km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오고.

평평하게 쭉 뻗은 도로를 달려.

국경지역에 접어든다.

아이나지와 국경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고.

멀리 평야 사이로 두 기의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라트비아의 마지막 카운트 101km의 이정표와 함께.

작은 건물들이 도로변으로 나타난다.

"저기가 국경인가 보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의 국경에는 검문초소도, 이미그레이션 사무실도 없다.

라트비아의 국경 사무실이었던 곳은 주류를 판매하는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모양이다.

라트비아의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고.

바로 앞에 있는 에스토니아의 국경을 넘는다.

"쉬워서 좋긴 한데, 뭔가 아쉽다."


"입출국 도장이 없잖아!"

바로 보이는 에스토니아의 국경 사무실도 이제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 같다.

입국 도장은 못 받지만 기념촬영으로 만족하고.

세계 모든 나라의 국경이 이런 모습이면 좋겠다. 그저 국가의 경계를 알리는 상징적인 선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에스토니아의 국경 사무실은 카페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여행이 시작된다. 수도 탈린까지 200km 정도의 거리, 오늘의 목적지인 패르누까지는 70km 정도의 거리다.

메인도로 4번(E64) 도로를 벗어나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마을길을 따라갈 생각이다. 시간의 여유도 있고, 같은 방향의 이면도로가 있다면 굳이 시끄러운 메인도로를 달릴 이유는 없다.

단풍으로 물든 마을길을 따라간다.

작은 마을의 아기자기한 집들을 구경하며 한가로운 페달링을 이어간다.

차량들의 통행이 거의 없는 숲속의 길처럼 편하고 좋다.

진한 소나무의 솔향기가 느껴지고, 노란 단풍의 나무들이 눈을 즐겁게 만든다.

숲속의 작은 학교, 바다와 숲에 둘러싸인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싶다.

자연의 일부처럼 들어선 묘지들도 지나고.

예쁜 펜션도 지나고.

작고 오래된 교회도 지나친다.

"예쁜 교회네."

마을의 작은 구멍가게도 구경하고.

소나무 숲을 가로질러 바닷가에서 쉬어도 간다.

"정말 때묻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좋다."

해변의 소나무 숲에는 캠핑 시설들이 여기저기 갖춰져 있다. 이런 시설들이 비어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한국이라면, 아휴! 생각을 말자."

간간이 작은 마을들이 나타나고, 소나무 숲 사이로 자연스러운 산책로들이 이어진다. 자전거를 세우고 맨발로 걷고 싶은 충동이 생길 정도다.

이번 마을의 해변에는 작은 해수욕장이 있다.

마을의 입구에서부터 잘 생긴 개 한 마리가 나를 따라 함께 달린다.

소나무 숲과 노란 단풍,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마을들과 해변의 길은 30km 가까이 이어지고.

메인도로와 다시 만난다. 메인도로에 비해 조금 돌아온 길이지만 너무나 편안한 시간이었다.

4시, 패르누까지 34km가 남았다.

"조금 부지런히 달려볼까."

갑자기 시작된 맞바람에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쉬어 가고.

"라트비아보다 물가가 비싼가?"

더욱 울창해진 소나무 숲을 가로지르며 패르누로 향한다.

라트비아에 비해 그래도 갓길의 폭과 상태가 좋아 편안하다.

패르누를 3km 정도 남기고 버스 정류장에 쉬면서 시내의 슈퍼마켓을 검색한다. 저녁거리를 사서 시내의 강변에서 캠핑을 할 생각이다.

패르누의 경계를 지나고.

시내 초입에 위치한 쇼핑몰에서 저녁과 아침을 해결할 음식들을 산다.

식빵과 잼 그리고 작은 바베큐를 사 들었다. 확실히 라트비아보다 모든 것이 조금씩 비싸다.

"아, 유럽. 비싸네!"

계산대에서 줄을 서는 것도 귀찮고, 그냥 셀프 계산대에서 결제를 한다.

"뭐, 대충 햄버거 주문이랑 비슷하겠지."

넓은 대형 슈퍼마켓에서 값이 비싼 상품들에 군침만을 흘리며 돌아다니느라 해가 저물어 버렸다.

안개비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밤이다. 근처 강변에 있는 공원으로 가는 길을 확인하고.

"근데 공원에서 캠핑을 할 수 있나?"

공원에 도착하여 조깅과 산책을 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공원 안쪽으로 들어간다.

울창한 숲과 같은 공원이라 캠핑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난 곳까지 들어와 텐트를 펼친다.

강변에서 캠핑을 하고 싶었지만 어두운 숲에서 길을 찾을 수 없었다.

"아쉽지만 여기도 괜찮아."

부드러운 안개비가 먼지처럼 흩날린다.

여행의 여섯 번째 나라, 에스토니아에 도착했다. 탈린까지 130km 정도가 남았고, 이틀 후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은 일찍 출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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