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25일 / 맑음
올덴부르크-허번
독일의 첫 번째 여행이 끝나간다. 바람이 부는 날, 독일과 네덜란드의 국경을 향해 달려간다.


이동거리
76Km
누적거리
20,705Km
이동시간
5시간 23분
누적시간
1,534시간

 
바람
 
바람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올덴부룩
 
Garrel
 
허번
 
 
428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독일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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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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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9-173-407-6943

 

바람이 불지만 어제처럼 상쾌한 아침이다.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여 피곤함이 남아있다.

패니어에 넣어둔 사과로 아침을 하고 바로 출발을 준비한다.

암스테르담까지의 전체 경로를 확인하고, 100km 정도 떨어진 메펜을 오늘의 목적지로 설정한다.

"23일 정도 암스테르담에 도착하겠네."

유채꽃 같은 배추꽃의 향기가 좋은 들녘,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의 움직임과 불어오는 바람의 느낌이 심상치 않다.

작은 마을을 지나치며 빵집에 들러 아침으로 먹을 빵을 사 들고, 한 시간여를 달린 후 벤치에 앉아 허기를 달랜다. 치즈 같은 것이 올려진 빵인데 짭조름한 맛이 마음에 들어, 자주 사서 먹는 빵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들녘에는 계속해서 풍력 발전기가 몇 기씩 무리를 지어 세워져 있다. 아마도 바람이 많은 동네인가 보다.

"한 번쯤 머리를 돌리고 있을 법도 한데."

방심한 사이 구글맵은 들녘 사이로 난 흙길로 길을 안내하고.

"아침인데 하늘빛이 저녁처럼 느껴지네."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속도가 나질않고, 피곤함 때문인지 쉽게 지쳐간다.

"몸이 안 좋은가? 요즘 왜 이러지?"

버스 정류장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유럽 사람들의 생활자전거들은 참 정감이 간다. 저렴해 보이는 자전거를 타고, 모두 짐을 싣는 바구니나 패이어들이 달려있다.

자전거에 대한 인식도 달라 보이고, 차량들은 자전거가 지나가면 우선적으로 지나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다. 도로나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기 힘든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

독일의 가로수나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는 도토리 나무인 참나무들이다. 나뭇잎과 도토리가 떨어져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수명이 오래된 나무들의 모습도 너무 멋지다. 탈린과 리가에서도 가을의 황금빛 도시의 풍경을 만들어 주던 나무들도 참나무였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참나무를 가로수로 사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낙엽이나 토도리가 많이 떨어져서 그런가?"

중국의 월계수, 카자흐스탄의 소나무, 러시아의 자작나무, 발트해의 참나무, 북유럽의 침엽수가 떠오르는데 우리의 공원에 어떤 나무가 심어져 있었는지 딱히 떠오르질 않는다.

첫 번째 들어선 타운에서 슈퍼마켓으로 간다.

"너를 사용해 볼 테다!"

며칠 동안 마시고 버리지 않은 콜라와 생수병을 꺼내어.

재활용 병을 수거하는 기기에 넣는다. 찌그러진 페트병을 넣으니 빙빙 돌아가는 롤러는 페트병을 뱉어낸다.

"오호!"

찌그러진 페트병을 바람을 불어 본래의 모습으로 만들고 다시 기기에 넣으니 페트병이 안쪽으로 사라지고 모니터에 25센트가 찍힌다.

세 개의 빈 페트병을 반환하고 75센트가 찍힌 영주증을 받는다.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계산할 때 계산원에게 줘 봐야지."

어제 슈퍼마켓에 들리지 않아 모두 떨어진 비상식들을 다시 채우고, 계산을 하려니 계산원이 재활용 영수증을 자연스럽게 받은 후 포스기로 스캔을 한다.

"정말 멋진 시스템이다."

빈 페트병 4개가 1유로이니 꽤 쏠쏠한 금액이다. 그 동안 그냥 버린 페트병들이 아깝게 느껴진다.

"앞으로 잘 모아야겠다."

타운을 벗어나는 동안 하교를 하는 아이들이 자신의 책가방을 자전거에 싣고 집으로 간다. 헬멧을 쓰고 바구니에 책가방을 넣은 모습들이 너무나 보기 좋다.

작은 꼬마 아가씨도 작은 책가방을 작은 자전거에 싣고 부지런히 페달을 밟는다.

"네덜란드에 가까워지는데 풍차는 없고, 하루 종일 바람개비만 보이네."

타운을 벗어나면서부터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아침부터 불어오던 바람은 등을 돌리고 서있는 커다란 바람개비만 신나게 돌리고 있다.

"바람의 동네다."

바람이 불어오는 들판, 작은 마을과 타운을 번갈아 가며 지나치는 동안 바람 때문에 지치고, 마을과 타운의 인도 위로 이어지는 울퉁불퉁한 자전거 도로에 힘이 빠진다.

다시 작은 타운을 지나친다.

"메펜, 아직도 40km나 남았어?"

"쉬자. 쉬자."

"왜 이렇게 힘든 거야? 어제 고기도 먹었는데!"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았던 허리도 아파오고, 다리도 뻐근한 것이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바람 앞에 장사 없어!"

타운을 벗어나고.

천천히 하루가 마무리되어간다.

거대한 바람개비들을 지나고 나면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바람개비들이 서 있다.

"정말 징그럽다!"

속도가 나질 않는 자전거를 억지스레 페달을 밟으며 도로를 따라간다.

커다란 닭농장이 나온다. 철조망이 쳐진 넓은 들판 가운데 커다란 축사가 있고, 수없이 많은 닭들이 들판을 돌아다니고 있다.

"닭을 사육해야 한다면 최소한 이런 시스템이어야 하는데."

동물복지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사육시스템에는 문제가 너무 많다.

"아주 줄을 지어 떼로 서 있구나."

타들어 가는 듯 유난히 붉은 석양빛이 물든다.

"더는 못 가겠다. 몸살 나겠어!"

5시가 되기 전, 도로변 오래된 참나무 아래 텐트를 펼친다.

"정말 힘든 날이었다!"

암스테르담까지 250km 정도가 남았고, 내일이면 네덜란드의 국경을 넘어간다.

이글, 안드레에게서 영상통화가 와 반가운 얼굴들을 보고, 월터와 함께 25일 다시 통화를 하자고 약속을 한다.

"어쨌든 조금 휴식이 필요한 것 같아."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24일 / 맑음
제븐-브레멘-울덴부르크
빠르게 네덜란드를 향해서 달려간다.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90일의 체류기간을 허용하는 쉥겐기간의 아쉬움이 많다. "조금 더 여유롭게 유럽을 여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이동거리
77Km
누적거리
20,629Km
이동시간
5시간 50분
누적시간
1,529시간

 
잡채?
 
델멘호르스트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제븐
 
브레멘
 
울덴부룩
 
 
35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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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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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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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상쾌한 아침이다.

"적응 안되게 왜 이러는 거야."

9시가 넘어 잠에서 깬 아침, 게으름을 피울 시간 없이 출발을 서두른다.

"너무 여유를 부렸나?"

자전거 트러블과 허리 통증으로 느긋하게 여유를 부렸더니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일정이 빡빡해졌다.

암스테르담에서 만나기로 한 월터와 메세지로 도착 일자를 확인한다.

"크리스마스 때 한국음식을 만들어 줄 수 있냐고 가족들이 물어보는데?"

유럽의 가정에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는 것이 궁금하기도 하고,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글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해 볼게. 잡채!"

혼자서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특별히 음식을 만들어 먹질않아 할 수 있는 음식이 없다.

누군가를 위해서 만들어 본 첫 번째 음식은 잡채였다. 야채들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라 손이 많이 가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웬만해서는 맛이 없을 수 없는 음식이다.

"할 수 있을 거야. 나와 같이 재료를 사고 아침에 음식을 만들어야 해."

잡채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하고 나니 당면을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가만, 참기름하고 볶은깨는 어떻게 하지."

잡채의 완성은 참기름과 살짝 뿌린 깨인데."

암스테르담에 아시안푸드 슈퍼마켓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최근 들어 가장 날씨가 좋은 날이다. 트러블이 사라진 구동계의 부드러움과 삐걱거리던 잡소리가 사라진 패니어렉이 고정되어 있으니 페달링이 경쾌해진다.

매일처럼 흐리고 비가 내리던 날에는 이곳에 살면 우울증이 걸리겠다 싶더니, 하늘이 맑고 포근할 정도의 따듯한 기온의 겨울 날씨가 너무나 좋다.

"유럽의 겨울은 이런 맛이군!"

들녘의 노란 배춧꽃의 향기도 좋고.

한가한 도로변의 풍경도 시간의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어라, 이쪽 길이 훨씬 빠른데."

구글맵의 안내를 무시하고 이정표를 따라 작은 타운을 가로질러 간다.

우회전과 유턴을 떠들어 대는 구글맵은 계속해서 멀리 돌아가는 길을 안내한다.

"싫다!"

구글맵의 안내를 무시하고 타운의 메인도로를 따라간다.

타운을 벗어나고 구글맵이 그토록 돌아가라던 도로와 다시 만나고.

브레멘의 경계에 들어선다.

시외곽의 맥도널드로 들어가 배터리를 충전하고, 와이파이를 사용하며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한다.

8유로 정도의 햄버거 세트 가격이 비싸게 느껴지지만 독일의 햄버거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크기가 남다르다.

브레멘은 함부르크에 비해 작은 도시지만 자전거 도로도 괜찮은 편이고 도시의 분위기도 밝게 느껴진다.

"널 누르고 기다리는 것도 일이다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고, 패니어를 단 생활자전거들도 많다. 재미있는 모습은 어린아이들의 자전거에도 패니어나 렉이 달려있어 아이들의 짐은 아이들이 가지고 다닌다.

어릴 때부터 생활자전거에 대한 습관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보기 좋고, 부럽다는 생각이다.

시청이 있는 구시가지를 찾아간다.

구시가지의 초입의 공원에 예쁜 풍차가 눈에 들어오고, 거리에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지?"

크리스마스 시즌을 감안하더라도 작은 소도시의 거리에 북적이는 사람들의 모습에 의아한 생각이 든다.

"독일의 인구가 몇 명이지?"

구시가의 초입 골목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가 가득하다.

시청광장으로 걸어가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는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기 힘들 정도다.

오래된 시청 건물이 보이고 주변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 있다.

시청 광장 주변의 오래된 멋진 건물들이 궁금하지만 크리스마스 마켓들로 인해 다가가 구경을 할 수가 없다.

"아, 아쉽다. 멋진 건물인데."

함부르크의 시청만큼 멋진 브레멘의 시청 건물이다.

"멋진데,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네."

시청 옆으로 우뚝 솟은 두개의 첨탑이 인상적인 성 베드로 성당. 1,042년에 완공되었다는 성 베드로 성당의 모습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거리를 두고 전체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아, 크리스마스 마켓!"

성당의 측면으로 돌아가도 역시나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 있다. 유럽의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도시의 풍경을 구경할 수 없으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브레멘이 이렇게 생겼구나.

복잡하게 구성된 오래된 옛도시의 모습이 궁금하고, 작은 골목들을 걷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너무 아쉽다. 브레멘! 시간이 없어."

함부르크의 모습에 조금 실망한 터라 큰 기대 없이 브레멘의 시내로 들어왔는데 브레멘의 모습은 호기심을 자극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뒤로하고 길을 출발하지만 시간의 흔적이 묻어있는 법원 건물이 다시 바쁜 걸음을 붙잡는다.

"멋지다."

작은 카페 골목을 지나 구시가지를 벗어나는 길을 찾는다.

"브레멘, 멋진 도시네."

작은 베저강을 넘어 구시가지를 벗어나고.

다음 경로를 확인하며 잠시 쉬어간다.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길은 여러 갈래의 길이 있어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 작은 도시들을 지나쳐 가는 길과 조금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는 길, 각기 다른 장단점들이 있어 선택이 어렵다.

"몰라. 다음 델멘호르스트로 가자."

브레멘에서 15km 정도 떨어진 타운 델멘호르스트를 향해 출발한다.

작은 도로를 따라가던 중 브레멘의 경계 도로변에서 통닭을 팔고있는 푸드트럭을 지나친다.

"안 돼!"

자전거를 세우고 푸드트럭으로 되돌아간다.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결코 그래서는 안된다.

"얼마예요?"

"한 마리? 7.60유로."

"주세요!"

지갑 속 잔돈을 털어 통닭값을 지불하고.

장작구이가 아니라서 아쉽지만 끝없는 행복감이 밀려든다.

3시 20분, 따듯한 통닭을 패니어에 넣고 경쾌하게 페달을 밟는다.

"지금 당장 해가 떨어져도 실망하지 않을 거야!"

작은 타운 델멘호르스트의 거리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하고.


역시나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있다.

"내일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사 볼까?"

아이들의 전용열차는 만원의 꼬마 손님들을 태우고 커다란 경적소리와 함께 출발을 한다.

4시가 지나고 맑은 하루를 선사했던 붉은 태양이 석양빛으로 사라진다.

"정말 좋은 날씨였어!"

"그리고 날씨만큼 더 좋은 하루였어!"

남은 석양빛 속에서 야영지로 생각했던 도로변 숲을 찾아간다.

어둠 속에서 텐트를 펼치고, 어젯밤처럼 밝은 별빛들이 반짝이는 밤이다.

"오늘만큼만 좋은 하루를 부탁해!"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23일 / 맑음
마이볼름스토르프-제븐
브레멘으로 향하는 길, 트러블이 일어나는 자전거를 정비해야 한다. "자전거샵이 어디에 있는 거야?"


이동거리
47Km
누적거리
20,552Km
이동시간
4시간 14분
누적시간
1,523시간

 
73도로
 
자전거정비
 
 
 
 
 
 
 
14Km / 1시간 10분
 
33Km / 3시간 04분
 
마이볼름
 
아픈슨
 
제븐
 
 
275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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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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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유로(1유로=1,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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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부터 내리던 요란스러운 비는 새벽 무렵 멈추기 시작한다.

"텐트가 마를 날이 없어요."

북유럽을 지나고 독일에 들어선 후 날씨가 좋아졌다는 것을 확연히 느끼지만 흐린 하늘과 가끔씩 내리는 비는 여전하다.

"오늘 브레멘까지 갈 수 있을까?"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깨었지만 침낭 안에서 벗어나기가 싫다.

"이런 게으름이 좋은데, 일어나자."

카카오톡 인증을 위해 한국에서 핸드폰을 개통하기로 한다. 카카오톡에서 요청한 통신사의 이용계약 확인서를 받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서류를 들고 대리점을 가야만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다.

"카카오, 잊지 않겠다!"

며칠 후 핸드폰을 개통하겠다는 누나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아무리 대리인이 개통하는 것이라지만 왜 인감도장까지 필요한지 정말 이해를 못하겠다.

"참 쓸데없는, 출생신고서와 토지문서를 요구 안 하는 게 다행이네."

10시, 브레멘을 향해서 출발한다. 비도 내리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는 날이다. 며칠째 괴롭히던 허리의 통증도 조금은 사라진 느낌이고, 아직도 왜 허리가 아픈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무게가 많은 자전거를 들거나 옮길 때 누적된 피로인지 아니면 1년 가까이 계속된 텐트생활로 인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날씨 때문인지 오랜만에 페달링이 가볍게 느껴진다. 5km 정도를 이동하던 중 고가의 밑으로 맥도널드 매장이 보인다.

"아니, 왜 거기에 있는 거야?"

아침도 해결하고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위해 맥도널드로 들어가 자동주문 기기로 메뉴를 선택하는데, 햄버거 세트가 보이질 않는다.

두세 차례 주문을 취소하고 확인을 해도 햄버거 세트는 없고, 블랙퍼스트 메뉴만이 제공된다.

"그냥 먹자."

따듯한 커피가 생각나 콜라 대신 커피를 선택했더니 아주 커다란 머그컵에 커피가 담겨 나온다.

"야! 햄버거가 커야지, 커피가 크면 어쩌냐!"

아침메뉴라 햄버거의 크기도 작고, 가격도 저렴하여 치킨버거를 하나 더 주문해서 허기를 채운다.

커피잔의 크기에 놀라 재미있어하며 핸드폰으로 방송들을 다운로드하는데 데이터 사용 경고음이 울린다.

"안 돼!"

맥도널드 매장의 와이파이를 연결하지 않고 데이터로 방송들을 다운로드하고 말았다.

"어, 아까운 내 데이터!"

Buxtehude, 이 작은 타운을 지나면 브레멘까지 도로를 따라 일직선으로 이동하면 된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인도와 함께 상태가 좋지 않은 자전거 도로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와 함께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정말 형편없는 독일이다. 차라리 자전거 도로가 없으면 도로를 따라가는 것이 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타운을 벗어나는 마지막 이정표를 확인하고, 지도를 재확인하며 잠시 주변을 둘러본다.

"어라, 자전거 가게!"

길쭉한 건물에 들어선 자전거 가게를 확인하고 고민에 빠진다.

"그냥 가던 길을 갈까? 자전거를 정비하고 갈까?"

오랜만에 느껴지는 페달링의 가벼움이 좋은 날이라 라이딩을 이어가고 싶지만 3개월 넘게 지속된 체인 트러블과 부러진 리어렉을 해결해야겠다.

어제의 매장처럼 규모가 제법 큰 매장이다. 요즘 자전거의 대세인 E 바이크의 종류도 다양하고, 스포츠형 자전거들도 종류가 다양하게 전시가 되어있다.

카운터로 다가가 우선 패니어렉이 있는지 문의를 한다.

"자전거 패니어 렉이 부러졌다. 패니어 렉이 있어?"

발음이 구린 탓이겠지만 영어로 말할 때 힘든 것 중에 하나는 현지에서 사용하는 단어들과 내가 사용하는 단어들이 다른 경우가 그렇다. 셀카, 핫스팟, 체크카드 등과 같은 콩글리쉬의 경우와 비슷하다.

"패니어 렉이라고 안 부르나? 왜 못 알아들어?"

 

전시된 자전거의 렉을 가리키며 다시 설명을 하고, 그냥 자전거를 보라며 카운터의 남자를 밖으로 데려간다.

자전거를 확인 한 남자에게 구동계도 함께 교환하고 싶다고 하니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한다.

"이 동네 자전거 가게들은 뭐가 이렇게 바빠?"

카운터의 남자는 정비실에서 중년의 자전거 미케닉을 불러서 나온다. 미케닉 아저씨도 자전거를 살피더니 창고에서 패니어렉을 꺼내와 보여준다.

"이건 약해. 곧 부러질 것 같다."

관절 부분들이 접히는 편리한 렉이지만 무거운 패니어와 장시간 흔들림의 충격이 가해지면 관절 부분이 부러질 것 같다.

미케닉에게 구동계를 보여주며 체인링, 스프라켓, 체인을 교환하고 싶다고 말하니 '체인링'을 말할 때 못 알아듣는 눈치다. 아마도 독일에서는 명칭이 다른가 보다.

"체인링, 같은 사이즈 체인링이 가게에 없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하려니 말문이 막힌다. 부품을 사서 직접 교환을 할 생각으로 카운터의 남자에게 독일과 네덜란드 중 어디가 더 싸냐고 물으니 독일이 더 저렴하다고 한다.

스프라켓과 체인을 집어 들고 혹시나 체인링이 없는지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미케닉 아저씨가 여러 개의 구멍이 뚫린 작은 고정 막대를 보여주며 패니어렉을 고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와우, 굿 아이디어!"

독일 자전거 매장의 정비실은 정말 구색이 완벽하다. 완전히 독립된 공간에 마치 자동차 정비실처럼 장비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갖고 싶은 공간이다."

미케닉 아저씨는 드릴로 렉에 나사 구멍을 뚫고 고정 스틱으로 자전거와 렉을 고정한다.

아저씨가 정비를 하는 동안 정비실을 둘러보다 쓸만한 체인링을 발견한다. 34T의 2단 체인링, T수가 작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사용할만한 크기다.

"체인비가 조금 부족하겠지만 속도를 낼 일도 없고, 힘도 없다."

임시적으로 사용을 한 후 적당한 체인링을 구하면 예비용으로 보관하면 될 것 같다.

렉의 수리를 마친 아저씨에게 구동계를 교환하고 싶다고 말하니 큰 한숨을 쉬며 가게를 닫을 시간이라고 말한다.

"12시 반인데?"

12시부터 2시까지 브레이크 타임, 하루 7시간 근무의 점심시간이다.

"역시 마인드가 달라. 이런 건 좋은 거야!"

자전거 샵을 운영하며 점심시간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먹던 밥을 팽개치고 정비를 하고 나면 입맛이 사라지고, 차가워진 음식들을 보면서 숟가락을 놓아버렸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필요한 부품들을 사서 가게를 나와 자전거를 뒤집는다.

"오랜만이네."

 

왜 무거운 공구를 패니어 속에 넣고 다녔는지 의문이던 스프라켓 공구를 꺼내어 스프라켓을 교환한다.

"정말 널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스프라켓 완료!"

다음은 표창처럼 마모가 된 풀리를 교환한다. 울산의 선화가 중국으로 보내준 예쁜 별들을 꺼내어 교환을 하고.

가장 큰 난관인 크랭크를 분리하고 체인링을 떼어낸다.

록타이트가 발려있는 1단 체인링의 나사를 푸는 것은 언제나 어렵고 짜증 나는 일이다.

34T의 체인링과 1단의 체인링을 교환하고, 새 체인을 걸어 정비를 마친다.

시커먼 기름때가 묻은 손을 닦아내고, 마모된 부품들은 깨끗하게 정리하여 쓰레기통에 버린다.

"아고, 어쨌든 정비를 했네."

유격이 생긴 앞바퀴의 허브와 변속, 브레이크 속선를 교환하고 드레일러와 캘리퍼를 점검하면 1년 동안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허브 정비용 스패너를 챙겨 올 것을 그랬나?"

무거운 스프라켓 공구를 챙기면서도, 가벼운 허브용 스패너 두 개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녹이 낀 변속선과 온갖 흙먼지가 쌓인 드레일러 때문에 약간의 변속이 문제지만 체인 트러블은 완전히 사라졌다.

"아직 실력이 녹슬지 않았군!"

1시 반, 자전거 정비를 끝내고 간결해진 자전거 도로를 따라 브레멘을 향해서 길을 따라간다.

"오늘은 멀리 못 가겠다."

15km 정도 남은 Zeven의 근처에서 야영을 할 생각이다. 타운의 슈퍼마켓을 검색하고, 타운 근처의 공원이나 숲을 검색하여 야영지를 확인한다.

어둠이 시작되는 저녁, 작은 타운의 도로가 요란한 크락션 소리로 가득하다. 한 무리의 트랙터들이 깜박이는 조명들을 켜고 길게 줄을 이어 도로를 달리며 커다란 크락션을 눌러댄다.

"시위 같은 건가?"

슈퍼에 들러 빵과 소시지, 콜라를 사 들고, 전단지나 광고판에 붙어있는 닭고기 요리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뭐, 주문형 요리야? 뭐야?"

작은 시골의 타운들에도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가득하다.

가로등이 있는 도로의 따라 타운을 벗어나고 도로변의 숲에 텐트를 펼친다.

스웨덴의 통닭처럼, 독일에서는 매일 소시지와 빵으로 저녁을 한다. 나름 나쁘지 않은 식사지만 다른 메뉴를 연구해 봐야겠다.

"너무 여유를 잡고 가나?"

암스테르담까지 400km 정도가 남았고, 월터는 24일에 만나기로 했다. 이틀 정도 암스테르담을 구경하려면 21~22일 사이에 암스테르담에 도착하면 좋을 것 같다.

"헐, 늦었네. 내일부터 열심히 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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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22일 / 맑음
함부르크-마이블름스토르프
함부르크를 떠나 네덜란드로 향한다. 자전거의 부러진 렉과 트러블이 잦아진 구동계를 정비해야 한다.


이동거리
34Km
누적거리
20,505Km
이동시간
4시간 03분
누적시간
1,519시간

 
수로
 
73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함부르크
 
보스텔벡
 
마이블름
 
 
22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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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날씨의 아침이다. 영국의 EPL이나 스페인의 라리가의 축구경기를 보면서 추운 겨울 시즌이 힘들겠다 생각했는데 이곳의 겨울 날씨는 생각보다 따듯하다.

패니어들을 정리하고 출발을 준비한다.

"비가 안오니까 어쨌든 좋네."

10시, 체크아웃을 하고 하루의 일정을 생각한다.

"일단,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어제의 중식 뷔페는 오픈 시간이 한 시간 반이나 남았고, 맥도널드로 가려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중식 뷔페가 아쉽게 느껴진다.

"배부르게 먹고 출발하자."

숙소의 카페에 앉아 자료를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11시가 되어 중식 뷔페로 찾아간다.

유리를 닦고있던 중년의 중국인이 인사를 하며 25분 후에 오픈을 한다며 알려준다.

"11시 45분에 오픈한다고?"

식당의 주인으로 생각되는 남자는 성격이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이다. 어제 옆 테이블의 독일인들에게 음료를 추천하며 '저머니 워터'라며 맥주를 권하는 모습이 정말 살갑게 느껴졌다.

"슈퍼에 들러서 비상식을 사놓을까."

20분 정도의 빈 시간, 슈퍼에 들러 비상식을 사기 위해 슈퍼마켓으로 간다.

시청으로 가는 도로의 풍경이 함부르크에서 가장 예쁜 것 같다.

대형 쇼핑몰의 지하에 위치한 슈퍼마켓으로 들어간다.

"왜, 여기에만 있는 거야?"

도시의 시내에는 먹을 것도 많은데, 닭다리와 날개의 조리식품을 팔고 있다. 아쉽지만 빵만을 사들고 슈퍼마켓을 나오니 벽에 세워놓았던 자전거가 넘어지며 부러진 패니어 렉이 다시 틀어져 바퀴가 굴러가지 않는다.

"함부르크, 마음에 들지 않는 도시다."

자전거를 끌고 식당으로 돌아가고, 식당에 들어서자 중년의 남자는 밝게 눈인사를 하며 반겨준다.

"창가에 앉고 싶어요."

자전거를 확인하기 위해 창가의 자리를 달라고 하니 흔쾌히 자리를 안내해주며 여행에 대해 물어본다.

"오, 아주 대단한 여행이군요."

접시를 가득 채워 자리로 돌아오니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부부가 대단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식당의 남자가 나에 대해서 부부에게 설명을 한 모양이다. 정말 정감이 가는 아저씨다.

느긋하게 접시를 비워가며 점심을 먹고, 옆 테이블의 부부는 식당을 나가며 악수를 청한 후 좋은 여행을 하라며 인사를 한다.

점심시간이 되며 식당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주인아저씨의 모습을 보면 충분히 인기가 있을법한 식당이다.

"한식당들도 이렇게 위트 있고 친절하면 좋을 텐데."

이상한 일이지만 여행을 하며 한국 식당에 가면 의외로 스킨십들이 없다. 여행객들이 자주 들리는 식당이라 한국 손님이 특별하지는 않겠지만 주문이나 서빙을 하며 가볍게 한 마디 정도 인사를 하면 좋을 텐데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점심을 먹고 나니 1시가 되어간다. 100km 정도의 브레멘까지의 거리지만 오늘은 함부르크를 벗어나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겠다.

"배도 부르고, 가자!"

슈퍼마켓에서 넘어지며 렉의 상단 부분이 바퀴에 닿으며 불쾌한 잡음이 계속된다. 자전거를 세우고 부러진 렉을 고정한다.

케이블 타이를 다시 묶어서 렉을 고정하고 있으니 길을 지나던 젊은 여자가 도움이 필요한지 묻는다.

"어, 이쁘다."

빵모자를 쓴 보이쉬한 모습과 미소가 밝고 매력적인 여자다.

케이블 타이로 고정을 했지만 빠른 시일 내에 렉을 교체해야 할 것 같다.

리크머 리크머스호가 있던 항구를 따라 강을 건너고, 복잡한 수로들을 건너 함부르크를 벗어나야 한다.

항구를 따라 가지만 구글맵이 안내하는 다리가 보이질 않는다.

"다리가 안 보이는데."

구글맵이 안내하는 곳에는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없다. 페리를 타고 강을 건너라는 안내인지 다시 확인해도 구글맵의 안내는 분명 다리를 건너라는 안내다.

"뭐냐? 뭐냐고!"

황당한 상황 속에서 강의 주변을 배회하며 두리번거린다.

"설마?"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건물이 수상하다. 조심스럽게 건물로 들어가 안내판을 확인하니 아무래도 강의 지하로 터널이 뚫려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안내판을 보며 대화를 하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본다.

"저기, 여기 엘리베이터로 강을 건널 수 있나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세요."

건물 입구로 들어가니 엘리베이터의 출입문에 오토바이 표시가 그려져 있다. 가로로 길쭉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다.

"야, 이런 건 생각도 못했다."

강의 지하에는 밝은 조명의 긴 해저터널이 뚫려있고, 양쪽의 보행로와 중앙의 자전거길이 만들어져 있다.

"재미있군."

강의 건너편에도 같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해저터널을 지나 강의 건너편으로 나간다.

강의 건너편, 함부르크의 모습이 펼쳐진다. 평범한 도시의 모습이지만 높은 빌딩이 하나도 없는 것이 인상적이다.

강을 건너느라 길을 헤매는 동안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복잡한 수로들이 만들어진 작은 섬들을 지나며 다시 길을 헤맨다.

"함부르크. 너!"

강을 건너는 해저터널에서 만난 자전거를 타는 부녀에게 길을 확인하고, 함부르크로 가는 메인도로에 들어선다.

"힘드네. 어이없다. 함부르크!"

마지막 섬을 지나기 위해 길을 따라간다. 함부르크 주변의 난해한 모양의 섬들이 자연적인 모습인지 아니면 수로를 만드느라 섬의 모양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함부르크 외곽의 섬들에는 공업단지들과 발전소들이 자리 잡고 있어 황량한 느낌이 드는 지역이다.

"포항과 비슷한 느낌인가?"

마지막 섬을 지나 함부르크를 벗어났지만 피곤함이 밀려온다. 점심을 너무 많이 먹은 것인지, 길을 찾느라 진이 빠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피곤하다.

"벌써 3시네."

점심을 먹고, 강을 건넜을 뿐인데 붉은 석양빛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너무 느긋했나?"

자전거 도로가 완벽하지 않은 독일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가 않다. 이리저리 골목을 지나기도 하고, 철도길을 지하로 건너기도 하며 어렵게 길을 찾아간다.

"노르웨이, 스웨덴은 천국이었어! 독일, 실망이다."

점심을 먹은 후부터 느껴지던 갈증이 밀려들어 슈퍼마켓으로 들어간다.

"콜라. 콜라!"

이상하게 독일의 슈퍼마켓에서는 1.25리터의 콜라를 판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재활용과 관련이 되어있나 생각할 뿐이다.

물을 마시고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어 슈퍼마켓의 재활용 기기에 페트병을 넣어본다. 롤러 위에서 빙글빙글 돌던 페트병이 안쪽으로 사라지고 모니터에는 0.25의 숫자가 뜬다.

잠시 후 다른 행동이 없자 기기에서 0.25가 찍힌 영수증 같은 것이 나온다.

"아, 이렇게 쓰는구나."

아마도 계산을 할 때 재활용 영수증을 제시하면 재활용 비용만큼 현금 대신 계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멋진 시스템이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콜라로 갈증을 해소하고, 야영지를 정한다. 10km 정도의 거리에 공원 같은 공간이 검색된다.

"오늘은 여기까지!"

도로변 마을들이 이어지고, 인도 위로 무늬만 그려진 자전거 도로를 따라간다.

"우리나라 자전거 도로의 표본이 독일인가?"

4시가 넘어가도 석양빛이 밝다. 핀란드에서 처음 접한 짧은 하루의 황당함이 생각난다. 북유럽 보다 한 시간 정도 일조시간이 길어진 느낌이다.

작은 타운을 지나며 환하게 불이 밝혀진 자전거 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해가 지는데 어떻게 하지?"

잠시 고민을 하다 자전거샵으로 들어가 패니어렉이 있는지 확인하고, 구동계의 교환 비용을 문의한다.

규모가 꽤 큰 매장이다. 자전거를 확인하더니 창고에서 꺼낸 패니어렉을 보여줬지만 일반 자전거에 사용하는 렉이라 제한 무게가 25kg 정도다.

"더 튼튼한 것은 없어요?"

구동계의 교환비용을 알려주던 남자는 자전거를 매장 안으로 가져오라고 한다. 유심히 자전거를 살피던 남자는 자전거가 엉망이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새 자전거를 사는 것이 좋겠는데."

"싫어. 1, 2단 체인링하고 스프라켓, 체인만 교환하면 돼."

남자는 정비실로 들어가 자전거 미케닉을 데리고 나온다. 심각하게 뭔가를 상의하던 남자들은 설명을 하지 않고 멀뚱하게 자전거만을 바라본다.

"왜? 뭐가 이렇게 심각해?"

무표정한 미케닉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주인 남자가 테이블에 올려놓은 데오레 스프라켓을 치우고 XT 스프라켓을 올려놓는다.

"노. 노. XT 필요 없어. 데오레로 줘."

살짝 당황한 표정의 미케닉은 다시 데오레 스프라켓을 마지못한 듯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야, 선수한테 그러면 안 돼!"

주인 남자는 미케닉과 대화를 하더니 심각한 얼굴로 정비를 할 곳이 많다며 1~2일이 소요된다고 안내한다.

"어디에서 머물러요? 정비하는데 하루나 이틀은 걸려요."

"그럴 시간은 없다. 오늘은 불가능 해?"

20분도 안 걸리는 교환 작업인데 주인 남자는 하루로는 불가능하다고 하여, 그냥 가게를 나온다.

"마모된 체인링과 스프라켓만 교환하면 되는데."

대충 독일에서 자전거 부품의 알았으니 한두 군데 더 들러보고 여의치 않으면 부품만 사서 직접 교환을 해야겠다.

프레임이 부러진 것도 아니고, 소모품인 구동계를 교체하는데 무엇을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간단한 작업에 이틀씩이나 소요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2km 정도 남은 거리를 이동하고, 작은 호수가 있는 공원에 텐트를 펼친다. 든든하게 먹은 점심으로 저녁은 거른다.

날씨가 따듯하니 좋다.

"비가 안 오니까 정말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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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21일 / 맑음
함부르크
자전거를 타고 함부르크 시내를 둘러볼 생각이다. "함부르크, 너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줘 봐."


이동거리
12Km
누적거리
20,471Km
이동시간
2시간 38분
누적시간
1,515시간

 
고기뷔페
 
라이딩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함부르크
 
함부르크
 
함부르크
 
 
19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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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까지 늦잠을 잔다. 회색 하늘이지만 비가 내릴 것 같지 않은 하늘이다.

함부르크 시내에 위치한 자전거샵과 뷔페식당을 검색하고, 비에 젖은 장갑과 양말을 빨아놓고 밖으로 나간다.

밖에 묶어둔 자전거는 핸들 쉬프트가 안쪽으로 돌아가 있다. 숙소가 있는 함부르크의 중앙역 부근에는 옷차림이 허름하거나 흑인들의 움직임이 많은 장소로, 분위기가 어둡고 슬럼가 느낌까지 드는 곳이다.

렉의 양쪽 받침부분이 부러져서 덜거덕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수리점을 찾아간다.

"윈터 브레이크? 아놔!"

시내 중심가에서 찾기 쉽지 않은 자전거 수리점은 겨울 비수기라 문이 닫혀있다. 네덜란드로 가는 길에서 자전거 수리점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근처에 10유로 정도의 한식당이 있지만 중국식 뷔페로 점심을 결정한다. 김찌치개 한 그릇으로는 양이 부족하고 11유로의 중국식 뷔페가 좋을 것 같다.

코펜하겐에서 저녁을 먹었던 벚꽃(사꾸라) 한식당의 기억 때문에 당분간 한식을 먹을 생각이 없을 것 같다.

중국식당의 점심뷔페는 10.90유로, 스시와 함께 중국 요리들이 메뉴로 갖춰져 있다. 스시와 중식은 생각보다 궁합이 좋다.

"양만 많으면 돼!"

"자, 시작!"

스시는 특별하지 않지만 숙주볶음과 함께 먹는 중식의 고기 요리들이 정말 마음에 든다.

"내일 한번 더 막을까? 허리가 아픈 건 혹시 최근에 고기가 끊겨서 아닐까?"

다섯 접시를 비우고, 과일로 디저트까지 마무리 한다.

일 년 가까이 여행을 하며 김치나 매운 음식들이 생각난 적은 없지만 가끔씩 기름진 삼겹살에 마늘과 고추, 파채를 올리고 따듯한 쌀밥 한 점을 올린 상추쌈 그리고 소주 한 잔은 생각이 난다.

어제 가보지 못한 함부르크의 항구 쪽을 구경하기로 결정하고, 수로들로 이루어진 블록들을 지나간다.

썰물 때인지 물이 빠져있는 것이 아쉽지만 수로를 따라 들어선 붉은 벽돌 건물들이 인상적이다.

수로를 중심으로 생활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좀처럼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아 그때의 모습들이 궁금하기도 하다.

시청 건물과 함께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성 니콜라이 기념관이 보인다.

함부르크의 항구는 아무것도 없다. 많은 크레인들이 어지럽게 세워져 있는 풍경뿐이다.

항구 근처에 있는 성 미첼 성당으로 간다. 성당의 모습이 궁금하지는 않고, 잠시 성당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고 위너님의 회복을 위해 작은 바람들을 말하고 싶은 생각이다.

성당의 정문 위로 세워진 청동상이 인상적이다. 악마의 날개를 단 사탄을 천사의 날개를 단 구원자가 십자가 지팡이로 벌하려는 모습이고, 양 옆으로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간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마틴 루터의 청동상이 세워진 성당의 외관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무게감이 느껴지는 좋은 건물이다.

성당의 내부에는 어떤 행사가 있는지 나이가 든 어르신들로 가득 차있고, 성당의 첨탑에 오르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사야 한다.

"그렇다면 노!"

편하게 시간을 보냈던 러시아의 교회와 카자흐스탄의 모스크가 그리워진다.

성당을 지나 오래된 범선이 있는 항구로 이동한다.

리크머 리크머스호, 백 년 전 항해를 했다는 범선의 모습은 흥미롭기도 하고 생각보다 작은 크기에 놀랍기도 하다.

"저런 것을 타고 침략과 약탈을 했다는 말이지!"

북해로 흘러가는 엘바강, 함부르크의 항구는 큰 매력이 없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 성 니콜라이 기념관과 시청의 모습을 한번 더 보기 위해 이동을 한다.

하늘 위로 솟아있는 검고 어두운 첨탑, 전쟁 중 폭격을 맞아 첨탑만이 남아있는 성당이라고 한다.

"그랬구나."

엘리베이터로 첨탑의 꼭대기로 올라갈 수 있는데, 입장료가 5유로라서 포기한다. 어제와 오늘 함부르크를 둘러보니 시내의 전경이 아름다울 것 같지는 않다.

시청이 있는 광장으로 간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있어 사람들이 음식을 사 먹느라 여전히 바쁘고, 거리 곳곳에는 개와 함께 앉아있는 거지들도 많다.

"참 멋진 건물이다."

시청의 광장은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주변은 고급 쇼핑몰들이 들어선 거리로, 그리고 호숫가는 산책과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활기차다.

"맛을 보고 싶은데, 배가 너무 빵빵하다."

시청에서 중앙역으로 이어지는 거리는 음식을 파는 노점들이 줄지어 있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연주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몇몇 모습이 보인다.

자전거를 끌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천천히 거리를 걷는다.

소시지를 파는 가게와 함께 달콤한 향기가 나는 초콜릿 가게가 제일 인기가 좋은가 보다.

중앙역 내부를 지나 숙소로 돌아온다. 중앙역을 중심으로 철로에 의해 세상이 나눠진 것처럼 분위기도, 사람들의 표정도 달라진다.

"아프리카 이민자들을 많이 받아들여서 그런가?"

그렇다고 하기엔 독일 본토의 사람으로 보이는 이들의 모습이 더 빈곤해 보인다.

콜라를 사기 위해 들린 대형 슈퍼마켓의 분위기는 영화에서나 봐왔던 슬럼가의 모습이다. 술에 취한듯한 사람들의 모습과 길 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듯한 차가운 눈동자들이 흔들린다.

함부르크, 축구팀의 도시로 익숙한 이름의 이 도시는 내 생각과는 벗어나 있는 모습이다.

"어쩌면 이것이 현실적일지 모르겠다."

 

북유럽의 도시를 지나치며 느꼈던 특별하지 않던 특별함이 무엇인지, 그 도시들이 주었던 편안함이 무엇인지, 왜 유럽인들이 오슬로나 헬싱키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지 알 것 같다.

몽골을 지나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작은 소도시들과 북유럽의 도시에서 보냈던 평범한 시간들이 어쩌면 유럽에서 마주할 수 없는 피안의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20일 / 맑음
반드스벡-함부르크
독일의 첫번째 대도시 함부르크로 간다. 독일 도시의 모습이 궁금하다. "이넘의 날씨는 어떻게 안 되나?"


이동거리
23Km
누적거리
20,459Km
이동시간
3시간 29분
누적시간
1,512시간

 
타이신공
 
시청
 
 
 
 
 
 
 
13Km / 1시간 15분
 
10Km / 2시간 14분
 
반드스벡
 
알스터
 
함부르크
 
 
182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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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오는 바람에 뽀송하게 말라가던 텐트는 새벽녘부터 시작된 비에 다시 축축하게 젖어버린다.

"아, 일어나기 싫다."

함부르크까지 남은 15km 정도의 거리가 여유로움과 함께 게으름을 피우게 만든다.

"아, 렉이 부러졌지."

덜덜거리던 리어렉의 한쪽마저 완전히 부러져 있다. 다행히 케이블 타이로 임시조치가 가능하지만 렉을 교체해야 한다.

"짐이 무거운 것인지, 자전거가 부실한 것인지."

"빨리 가서 쉬자."

어제부터 시작된 강한 바람은 오늘까지 계속된다.

"비가 안 내리는 것으로 만족."

함부르크에 가까워지며 도시의 풍경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시골의 작은 마을들은 나름 생경한 풍경의 멋이 느껴지지만 독일의 전체적인 느낌은 조금 무미건조하다.

휴일이라 그런지 도시 외곽의 거리는 너무나 한산하고.

조금씩 변해가던 도로변의 건물들은 현대식 빌딩으로 바뀐다.

"참 신호등 많네."

함부르크의 중심으로 들어서고, 시청으로 향하던 중 커다란 호수공원이 나타난다.

몸을 휘청이게 만드는 바람이 불어온다.

"왔다. 함부르크!"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지만 호수공원에는 런닝을 하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각기 독특한 모양새들이 재미있다.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하면 편할 것 같기도 한데, 야외에서 런닝을 하는 모습을 보면 꽤 괜찮은 문화인 것 같기도 하다.

호수 공원에 앉아 시청과 숙소의 경로를 확인하고, 시청으로 이동한다. 시내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마켓들이 들어서 사람들로 가득하다.

뾰족하게 하늘로 치솟아 있는 함부르크 시청의 첨탑이 보이고, 약간의 흥분감이 일어난다.

"그냥 교회 같은데?"

수로의 측면을 바라보니 에메랄드빛 지붕의 짙은 아이보리색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와!"

"아니, 시청 건물 맞아?"

정교한 외부 조각들과 은은한 색의 조합, 깨끗하고 품격이 느껴지는 건물이다.

"궁전 같잖아!"

산뜻한 느낌의 시청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 있어 들어갈 수가 없다.

"이것들 때문에 구경을 할 수가 없네."

시선을 사로잡고 매료시키는 건물이다.

"숙소로 가기 전에 근처를 좀 둘러보고."

시청에서 두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 검은색이 감도는 오래된 첨탑이 세워져 있다.

"뭐지?"

높은 첨탑과 불에 그을린 것 같은 검은색의 건물은 기괴한 느낌이 들 정도다.

"뭐지?"

웅장함이나 아름다움보다는 뭔가 아픈 느낌을 주는 건물이다. 첨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운영되는 것으로 보아 함부르크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모양이다.

"박물관인가? 정말 강한 느낌이네."

함부르크의 수로들은 독일스럽다.

"독일스러운 것이 뭔지 모르겠지만."

비를 맞았던 어제의 피로감 때문인지 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숙소로 가는 길에 맥도널드에 들러 허기를 채우고.

"도시 구조는 심플하네."

시청을 중심의 함부르크 거리는 오래된 구시가지의 모습보다는 도시의 느낌이고, 현대적인 느낌보다는 오래된 도시처럼 느껴진다.

함부르크 중앙역에 위치한 제너레이션 호스텔을 찾기 위해 도로를 따라간다. 시청과 중앙역은 버스 한 정거장 정도의 짧은 거리지만 주변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산뜻한 느낌의 시청 주변과 달리 조금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지고, 어수선한 거리에는 노숙자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마치 완전히 다른 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시청 주변 사람들의 여유로운 움직임과 달리 바쁘고 혼란스러운 중앙역 주변의 움직임들은 이유모를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숙소 앞 노점의 남자에게 자전거를 지켜봐 달라는 부탁을 하고 숙소로 들어간다.

간단히 체크인을 하고, 여러 겹의 문들을 거쳐 방으로 들어간다. 기숙사형 숙소의 답답함이 밀려온다.

패니어들을 옮기고,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있어 수월하다.

자전거를 부탁했던 노점에서 핫도그 하나를 사 먹는다.

3.5유로 정도의 가격이 조금 비싸게 느껴지지만 역시 독일의 소시지는 맛이 좋다.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고, 출출함이 느껴져 밖으로 나간다. 중앙역에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붐비고, 역 주변의 식당들은 마땅한 곳이 없다.

흑인들의 모습이 유독 많고, 허름한 옷차림과 술에 취해있는 것 같은 백인들의 모습도 많다.

"저쪽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한창인데, 이곳은 삶의 비루함으로 가득하네."

작은 케밥집으로 들어가 접시에 담긴 메뉴를 선택하고 매콤한 소스로 주문한다.

아희에게 독일의 한 끼 식사비를 물으니 10유로 정도를 생각하라고 한다. 저렴한 케밥집은 햄버거 가격에 양도 많고 맛이 좋다. 고수를 잔뜩 담아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도 줄어든다.

"다른 것들도 많네."

시청과 호수공원에서 느꼈던 함부르크의 모습은 사라지고 각박한 도시와 타향살이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함부르크의 모습이다.

"왜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지 못할까?"

자본의 이기와 인간의 욕망, 고단한 도시의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1그램 정도의 용기만 있다면 삶이 달라지지 않을까. 단 1그램 정도의 용기."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19일 / 비
뤼벡-반드스벡
흐린 날씨와 상관없이 아침 일찍 공원을 산책하거나 런닝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나 여유롭고 편안해 보인다. 독일의 첫번째 대도시 함부르크를 향해서 출발한다.


이동거리
52Km
누적거리
20,436Km
이동시간
5시간 10분
누적시간
1,508시간

 
75도로
 
비는그만
 
 
 
 
 
 
 
25Km / 2시간 20분
 
27Km / 2시간 50분
 
뤼벡
 
바드올드
 
반드스벡
 
 
159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독일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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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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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73-407-6943

 

아침이 되며 비는 멈췄다. 흐린 날씨와 상관없이 며칠째 상쾌하지 않은 아침이다.

"물에 젖은 스펀지처럼 몸이 무거워."

60km 정도가 남은 함부르크, 커피를 끓여 눅눅한 몸을 녹이고 출발을 준비한다.

"쉬고 싶다."

3개월이 넘도록 차가운 빗속에서 생활을 한 탓인지, 잠시 쉬어 가고 싶은 생각이 찾아든다.

몽골의 헙드에서 지친 몸을 추슬렀던 것처럼 어딘가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지만 쉥겐의 기간도 남아있질 않고, 유나 선생님과 같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도 싶다.

"할 수 있으면 첼니에 가서 이글이나 안드레하고 있고 싶네."

이른 아침부터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강으로 둘러싸인 도시라 그런지 카누를 타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일단, 맥도날드에 가서 와이파이 좀 쓰자."

아침도 해결하고, 와이파이를 쓰기 위해 기차역에 있는 맥도널드로 간다.

어제 보았던 홀스텐 문을 지나간다.

"참 독특한 동네다."

강으로 둘러싸인 복숭아씨처럼 생긴 뤼벡의 모양도 재미있지만, 도시 전체에 뾰족뾰족하게 솟아있는 첨탑들이 인상적인 도시다.

오래된 클래식 자전거를 타고 가방을 둘러멘 젊은 여자가 눈웃음을 지으며 쳐다본다. 구두를 신고 평상복을 입은 모습이 자전거와 너무 잘 어울린다.

"일본에서 온 거야?"

"아니, 한국에서 왔어."

"오 미안, 국기를 잘못 봤어."

"괜찮아."

"좋은 여행해."

맥도널드는 기차역의 내부에 있다.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기차역 외부에 자전거를 묶어두는 것이 약 간 거슬리지만 어쩔 수 없다.

햄버거로 아침을 하며 와이파이로 자료들을 업로드하려는데 여전히 오류가 난다.

"아, 빌어먹을 카카오!"

어플의 업데이트 초기에 일어나는 오류들은 이해할 수 있지만 카카오톡의 인증 문제로 불만이 쌓인 상태라 모든 것이 불만이다.

"네이버를 사용했어야 하나?"

네이버의 서비스가 좋고 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카카오 다음의 서비스를 사용하려고 노력하는데, 카카오의 서비스 마인드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와이파이로 아무것도 못하고 구글맵의 GPS만을 설정하니 기차역을 관통해서 지나가라고 안내한다.

"뭐야? 자전거를 끌고 들어올 수 있는 거야!"

기차역은 자전거를 끌고 건너편으로 지나갈 수 있는 구조다. 자전거를 끌고 지하철이나 실내로 들어가면 눈치가 보이는 우리와 달리 유럽의 공공시설들은 자전거를 끌고 이동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60km, 가 볼까!"

 나라들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단추들의 모양도 각각 다르다.

"왠지 독일제라 튼튼해 보인다."

바람이 여전히 심하게 줄어오는 날,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함부르크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간다.

"4시까지는 갈 수 있겠네."

가끔씩 신호등에서 마주치는 차량들은 자전거를 기다려주며 정차를 해주고,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다.

조금씩 페달링의 즐거움이 찾아들 때 빗줄기가 강하게 바뀌며 모든 것을 적셔놓는다.

도로변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고, 길 건너편 슈퍼마켓으로 이동한다. 레인 팬츠를 갈아입고,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다 따듯한 슈파마켓으로 들어간다.

비가 와도 아무렇지 않은 듯 유모차를 끌고 오거나 자전거를 타고 슈퍼에 오는 사람들이 많다.

"함부르크까지 못 가겠네."

저녁으로 먹을 소시지와 빵을 사 든다. 욕심을 내면 오늘 내 함부르크에 갈 수 있겠지만 비가 내리는 날씨에 자전거를 타는 것이 이제는 지겹다 생각이 든다.

"가다가 힘들면 아무 곳에나 캠핑을 하지 뭐."

대형 슈퍼마켓에서도 선불 유심카드를 팔고 있다. 카카오톡 인증을 위해 전화와 문자가 되는 보다폰을 선택했지만 슈퍼마켓에서 파는 선불 유심카드가 훨씬 저렴한 것 같다.

조금씩 비가 그치는 길을 따라가다 기차 건널목을 건너는 약간의 오르막에서 '툭' 소리와 함께 체인이 끊겨나간다.

"왜 이러는 거야!"

체인 트러블이 심해지더니 결국에 뒤틀림을 이기지 못하고 체링 링크가 끊어져 나간다.

새로운 체인링크로 교체하고.

"함부르크까지만 부탁하자!"

함부르크에 도착하면 자전거의 구동계를 모두 교체를 해야 한다. 따듯한 날씨라면 하루 이틀 캠핑을 하며 자전거를 정비할 수 있을 텐데, 매일처럼 비가 내리니 정비는커녕 오일을 바르는 것도 하기가 싫다.

자전거를 정비하는 동안 비가 그치고 해가 떠오른다.

"참 얄궂다!"

손을 붙잡고 산책을 하는 노부부의 뒷모습이 좋다. 조용하게 부부의 걸음을 따라 속도를 맞춰간다.

"내게도 저런 시간이 주어질까?"

 자전거 도로는 시골의 작은 마을들을 지나친다.

갈대로 지붕을 올린 지붕에는 이끼류가 자연스럽게 자라나 너무나 예쁘다.

핀란드나 러시아의 나무집들이 훨씬 예쁘긴 하지만.

짙푸른 들녘 너머로 석양빛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오늘 함부르크까지는 못 가겠다."

천천히 풍경을 즐기며 시간의 여유를 누려본다.

식료품을 사기 위해 도로변 마을까지 길을 이어가던 중 크리스마스에 사용하는 나무를 팔고 있는 농장을 지난다.

작은 묘목 한 그루를 두고 조용하게 의견을 나누는 부부의 모습에는 즐거운 고민의 미소가 가득하다.

사람들은 묘목의 밑둥을 자른 뒤 포장을 해서 차에 싣고 간다.

신호등의 턱을 지날 때마다 이상한 느낌으로 덜거덕거리던 리어렉을 확인하니 러시아에서 부러진 렉의 반대편마저 부러져 있다.

"아놔, 완전히 부러졌네."

2km 정도 남은 거리를 조심스럽게 라이딩을 하고, 슈퍼에 들러 통닭 같은 조리식품을 찾았지만, 두 곳의 슈퍼마켓 모두 조리식품은 팔지 않는다.

"빵만 먹고 사는가?"

도로변에 보이는 공원을 찾아 길을 이동하고.

공원으로 들어가 텐트를 펼친다. 멋진 숲은 아니지만 꽤 조용하고 괜찮다.

힘들고 지친 하루다. 하지만 소소한 독일 사람들의 일상을 보며 삶이란 것이 대단히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함부르크가 15km 정도 남아있다. 따듯한 샤워와 침대가 간절하다.

"함부르크가 궁금한데.."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18일 / 맑음
노이스타드-팀멘도르퍼 슈트란트-뤼벡
황홀한 일출로 시작된 하루, 복숭아씨처럼 예쁘게 생긴 뤼벡으로 향한다.


이동거리
45Km
누적거리
20,384Km
이동시간
5시간 25분
누적시간
1,503시간

 
해안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노이스타
 
팀멘도르
 
뤼벡
 
 
107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독일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
・전력전압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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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9-173-407-6943

 

8시, 독일의 붉은 여명이 밝아온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아침이다.

"해돋이를 보고 싶은데 너무 춥다."

"밝은 달도 아직 남아있는데."

붉은 태양이 떠오른다.

바닷가로 산책을 나온 사람들과 해가 떠오르는 것을 함께 구경하고.

"으, 추워!"

함부르크는 100km, 아희가 추천한 뤼벡은 40km 정도의 거리다.

"오늘은 뤼벡까지만 가자."

몸의 컨디션도 좋지 않고, 크리스마스에 암스테르담으로 가야 하는 일정도 넉넉하게 때문에 거리를 조절하며 천천히 움직일 생각이다.

"일단, 오늘은 유심카드부터 사자."

10km 정도를 달려 Neustadt의 중심에 있는 O2 매장을 찾아간다.

작은 시골의 타운처럼 아담한 Neustadt의 모습이다.

O2의 매장은 작은 골목을 따라 상가들이 이어지는 곳에 위치해 있다.

"어라, 보다폰 매장이 있네."

잠시 망설이다 보다폰의 매장으로 들어간다.

"유심카드 살 수 있어요?"

유심카드를 문의하니 신분증이 있는지 확인하더니 어디에 사는지 물어본다. 자전거를 가리키며 캠핑을 한다고 하니 웃으며 10유로의 가격을 알려준다.

"O2가 좋아요? 보다폰이 좋아요?"

농담삼아 어느 통신사가 좋은지 물어보니 당연히 보다폰이 좋다며, 옆에 있는 O2의 매장도 들러보라고 웃으며 대답을 한다.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 O2의 매장에 들러 5기가의 상품을 보니 보다폰보다 조금 비싸다.

매장으로 돌아와 5기가의 선불폰을 구매하니, 여직원이 여권을 확인하며 컴퓨터로 개통 등록을 한다. 주소지를 입력하려는지 독일어로 무언가를 묻고, 말을 알아듣지 못하자 남자 직원이 웃으며 캠핑이라고 알려준다.

"캠핑?"

남자와 여자는 웃으며 무언가 대화를 하고, 여자는 구글에 캠핑장을 검색하고 그곳의 주소를 입력한다.

"오, 센스가 있네."

"이것으로 카카오톡을 인증 받을 수 있으려나?"

몇 차례 카카오톡 고객센터에 문의를 하고, 기계적으로 되돌아오는 답변에 더 문의를 해봐야 의미 없음을 알았다.

카카오톡의 인증을 위해 해지된 핸드폰의 이용계약서와 외국에서 사용하는 핸드폰의 가입서류나 증빙서류를 보내달라는 로봇 같은 답변만이 계속된다.

요즘 시대에 계약서 서류로 증빙을 하라는 이해하지 못할 시스템이다.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차고 넘쳐나는 시대에 말이다.

보다폰의 어플을 설치하려니 독일의 보다폰 어플이 구글 스토어에 검색되지 않는다. 직원에게 물어봐도 모르겠다고 한다.

"뭐야?"

자리에 앉아 한참을 검색하다 보니 한국의 구글 계정이라 독일의 보다폰 어플이 검색이 안 되는 것이다.

"에쉬, 뭐 이런 걸 설치까지 차단하냐!"

쓸데없이 핸드폰 매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타운의 외곽에 위치한 맥도널드로 찾아간다.

"독일 맥도널드는 어떤가?"

치킨버거의 세트가 8유로 정도의 가격으로 조금 비싼데, 햄버거의 크기가 남다르다.

햄버거를 먹으며 와이파이로 블로그 자료를 업로드하려니 최근에 업데이트된 어플이 자꾸만 에러가 난다.

"아, 오늘 어플들이 모두 문제네. 젠장할 카카오!"

뤼벡으로 향하는 길은 해안가를 따라 이어진다. 시원하게 트인 바다의 풍경이 너무나 좋지만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어와 페달을 밟기가 힘들다.

동해안의 바닷가를 달리는 기분이다. 물론 해안가 주변의 풍경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깨끗하고 예쁜 상점들이 들어서 이국적인 풍경이다.

계속해서 해안을 따라가는 길에서 잠시 고민을 하고 길의 방향을 바꾼다. 차가운 바닷바람으로 인해 라이딩을 하기가 힘들다.

녹음이 푸른 들녘의 풍경과 작은 마을들을 지나며 뤼벡으로 향한다.

"15km 남았네."

월터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크리스마스의 일정을 조율한다. 20일에 두바이에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오는 월터는 24일에 암스테르담에 오면 자기가 픽업을 해서 부모님의 집으로 데려가 주겠다고 한다.

"24일에 오면 부모님의 집에서 쉴 수 있어. 25일에 우리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다음날 내 친구의 집에서 지낼 수 있을 거야."

월터를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고르노 알타이스크의 호스텔에서 만난 안드레와 월터의 인연이 특별한 모양이다.

뤼벡의 외곽에 들어서며 도시의 모습으로 바뀌어 간다.

뤼벡의 지형은 모양이 독특하다. 강으로 둘러싸인 작은 섬인데 생김새가 꼭 복숭아씨처럼 생겼다.

"북쪽으로 들어가서 남쪽으로 나가면 되겠네."

기찻길 옆으로 이어지는 외곽의 자전거 길을 따라가고.

뤼벡시의 북쪽에 위치한 다리에 도착한다.

"Hubbrücke Lübeck, 이름 정말 어렵다."

타원의 복숭아씨 같은 시내의 중심으로 들어가니 첫 번째로 관람차와 함께 교회의 첨탑이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교회와 카페 그리고 놀이기구가 들어서 있는 거리다. 사람들의 움직임도 활기차고 흥미로운 공간이다.

맞은편 아주 오래된 건물의 모양이 재미있다.

"뾰족 뾰족, 재미있는 건물이네."

교회 건물의 측면을 돌아 구시가지를 가로지르며 구경하기 위해 길을 따라가니 좁은 도로 위로 사람들이 가득하다.

무언가 시끄러운 구호 소리가 들려오고, 잠시 후 어린 학생들의 무리가 무언가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걷고 있다. 경찰관들이 시위대를 앞서가며 시위 관리를 하느라 바쁘고, 구호를 외치며 지나는 어린 학생들의 표정은 밝고 즐겁게 보인다.

"진실을 원한다? 시위도 귀엽게 하네."

뾰족한 첨탑을 보고 골목을 들어서니 좁은 골목에 사람들이 정말 가득하다. 자전거를 끌고 사람들을 따라 거리를 구경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음식을 파는 노점들과 크리스마스 기념품들을 파는 노점들이 이어지고.

"크리스마스네. 분위기 난다."

뤼벡의 상징물인 홀스텐 문을 찾아간다. 작은 소도시의 사람들이 모두 거리로 나온 것처럼 사람들의 움직임이 복잡하다.

홀스텐 문도 뾰족한 첨탑의 지붕이다. 가운데 세워진 세 개의 작은 첨탑의 모양이 재미있다.

"그나저나 해가 졌는데 어디서 야영을 하지?"

작고 조용한 소도시로 생각했던 뤼벡은 크리스마스 시즌 때문인지 복잡하고, 도시의 주변에 공원들이 많지만 야영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슈퍼로 가서 저녁거리를 사고 생각하자."

슈퍼마켓을 찾아 시의 중심으로 다시 이동하고, 도로변 은행에서 비상금을 찾는다.

슈퍼에서 빵과 땅콩잼을 사고 나오니 완전히 어두워진 상태다. 조금 전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하던 청소년들은 광장에 모여 유로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고 있다.

조명이 어두운 거리, 예쁜 강변의 야경을 구경하며 공원으로 간다. 야영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 핸드폰 카메라 구리다. 샤오미가 값은 싸도 카메라도 좋고 괜찮았는데."

배터리 성능이 좋은 저렴한 핸드폰을 선택했더니 카메라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패니어 속에서 일 년 가까이 잠을 자고 있는 카메라를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핸드폰을 잃어버리니 귀찮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찾아간 공원은 조명도 없는 어두운 공간이다. 가끔씩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야영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밤이 되면 기온의 영향인지 비가 내린다. 핸드폰을 잃어버린 후부터 뭔가가 꼬여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카카오톡도 연결이 안 되고, 블로그 어플은 업데이트 이후 글이 올라가지 않고, 허리는 계속 아파온다.

"뭐지? 이상하게 지친다."

60km 정도 남은 함부르크의 숙소를 예약하려다 그만둔다. 하루에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지만 몸의 컨디션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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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17일 / 맑음
페마른-노이스타드
독일의 첫번째 여행, 함부르크을 지나 네덜란드로 향한다. 아희가 추천해준 독일의 소도시 뤼벡으로 간다.


이동거리
62Km
누적거리
20,339Km
이동시간
5시간 30분
누적시간
1,498시간

 
501도로
 
501도로
 
 
 
 
 
 
 
32Km / 3시간 00분
 
30Km / 2시간 30분
 
피마른
 
그루베
 
노이스탇
 
 
6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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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멈췄다. 삼일째 왼쪽 허리 부위가 아프다. 지금까지 허리가 아픈 적이 없어 몰랐는데, 꽤나 불편한 느낌이고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특별히 허리에 무리가 갈 상황이 없었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잠을 잘못 잔 건가?"

어젯밤 어둠 속에서 자리를 잡았던 버스 정류장 옆의 공간인데, 편하게 쉴 수 있어서 좋았다.

커피와 소세지로 아침을 해결한다. 날씨가 춥지 않을 때 누릴 수 있는 호사스러운 아침식사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의 또 다른 문제는 출발 준비가 늦어지는 것이다. 해가 짧은 겨울 여행에서 아침 일찍 라이딩을 시작하는 것이 좋은데, 계속해서 10시가 되어서야 출발을 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불면증이 다시 찾아들어 저녁 일찍 잠들지 못한 지 꽤 된 것 같다. 추위 때문이지만 8시에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따름이다.

10시, 독일 여행의 첫 번째 라이딩을 시작한다. 희뿌연 하늘, 비는 내리지 않지만 이내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처럼 느껴진다.

"독일의 자전거 도로는 어떨까?"

오늘의 목적지는 딱히 정하지 않았고, 100km 정도 떨어진 뤼벡을 향해 해안의 마을들을 따라가려고 한다.

페마른섬은 풍력 발전기가 많이 세워진 넓은 평야의 풍경이다. 짙푸른 들녘이 풍경이 싱그럽다.

페마른섬의 첫 번째 마을을 지난다. 작은 섬에 위치한 마을이지만 깨끗하고 작은 상점들이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뭔가 분위기가 북유럽과는 다르네."

마을을 지나며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지어주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정감이 간다. 여행을 하며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첫 번째 마주한 사람들의 모습이 그 나라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독일은 따듯할 것 같네. 포근하고 좋은 미소다."

마을을 벗어나 페마른섬에서 육지로 넘어가는 다리를 찾아간다.

"어째 너희들은 항상 뒤돌아 서 있냐고!"

바람이 많은 지역인지 거대한 풍력 발전기의 모습이 계속 이어진다.

바람 때문인지 아니면 며칠째 계속되는 허리 통증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페달링이 무겁다. 여러 차례 쉬어가기를 반복하며 페마른섬 사운드 다리에 도착한다.

엉뚱한 길, 대교로 올라가는 높은 계단으로 길을 안내한 구글맵의 엉뚱함에 헛웃음이 나온다.

"야!"

대교를 오르기 위해 길을 돌아가던 중 시골길 옆에 자란 사과나무가 보인다.

"러시아에서부터 너를 따서 먹어보고 싶었다."

상태가 괜찮은 사과를 몇 개 따서 패니어에 넣고, 작은 사과를 베어 무니 시큼한 맛이 상큼하다.

 

대교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찾고, 길게 올라가는 좁은 길을 자전거를 끌고 오른다.

꽤나 높은 다리 위에 오르니 풍경이 시원하고 좋다.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니?"

열쇠를 묶어 사랑이 영원할 수 있다면 수 천 개라도 묶을 수 있을 것이고, 한편 다시 수 천 개를 푸느라 바쁠 것 같다.

시원한 바다의 풍경을 바라보며 페마른섬의 사운드 다리를 넘고.

다시 벤치에 앉아 쉬어간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나무벤치가 마련되어 있어서 좋다.

독일의 자전거 도로는 북유럽의 자전거 도로와 달리 메인도로와 떨어져 있거나 시골길이나 이면도로를 활용한 우리의 자전거 도로와 비슷하다.

엉뚱한 곳에서 길을 헤매기도 하고.

"이게 아무리 봐도 무 같은데, 유럽 사람들이 무를 유럽 사람들이 많이 먹나?"

북유럽의 들녘에서도 많이 보아온 채소는 무 같은데 잘 모르겠다.

계속되는 맞바람에 산책을 하듯 천천히 페달을 밟아간다.

작은 마을들을 지나치며 각기 다른 모습들과 분위기에 즐거운 호기심이 가득하다.

"나무들이 참 좋다."

"저 유심 카드를 살까?"

어젯밤 헬싱키에서 만난 아희와 잠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독일의 통신 데이터 비싸다는 것을 알았다.

"행사해서 5기가에 13유로라니."

독일의 자전거 도로는 가끔씩 사라진다. 보통 마을을 지나칠 때 자전거 도로가 없어지는 것 같다.

"덴마크가 남달랐던 거야!"

한 곳에 서너 개 정도의 풍력 발전기가 서 있던 페마른섬을 지나왔더니, 이곳에는 풍력 발전기가 수십 개가 한 곳에 무리지어 세워져 있다.

"중국 옌칭현의 악몽이 떠오르는군."

시골길을 달리며 집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나무 지붕으로 생각했던 집의 지붕을 갈대 같은 수풀로 얹어놓고 있었다. 도로변의 예쁜 집을 보고 가까이 다가가 확인하니 갈대같은 수풀이 두껍게 지붕으로 올려져 있다.

"아, 이렇게 지붕을 만들었구나."

마을을 지나칠 때면 언제나 자전거 도로가 사라진다.

"오늘은 저기 Neustadt까지 가야겠다. 근데, 뭐라고 읽는 거냐?"

독일의 집은 북유럽과는 다른 느낌이다. 나무집이 없고 대부분 붉은 벽돌집이고, 크기가 크지 않은 정원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이 놓여있다.

"돼지 삼 형제의 벽돌집 같네."

"오늘은 일찍 쉬고 싶네."

Neustadt에 가까워졌지만 시내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 근교의 마을을 지나치며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슈퍼마켓을 찾는다.

작은 타운의 골목들과 집들의 모습이 정말 아담하고 좋다.

"독일 슈퍼마켓도 구경해 봐야지."

확실히 북유럽보다는 저렴한 것 같다. 빵과 물을 사 들고 나온다.

주변의 해안가를 검색하고 길을 출발하려는 순간, 슈퍼마켓 앞에서 장작구이 통닭을 팔고 있는 트럭일 발견한다.

통닭을 팔고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자전거를 세우고 남자에게 다가간다.

"카드 받아?"

"아니. 쏘리."

"하악!"

헬멧을 쥐어뜯듯 경악의 몸부림을 치고, 동전 지갑을 털어보니 죄다 크로나 잔돈들이다.

"힝, 안 돼."

도시에 가면 은행부터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야영지를 향해서 출발한다.

"저 몹쓸 바람개비들, 다 뽑아버리고 싶다."

장작구이 통닭을 사지 못한 투정이 밀려온다.

해안가로 들어가기 위해 메인도로를 벗어난다.

"디자인감이 참 좋다."

4시가 넘어가니 어둠이 시작된다. 북유럽에서는 컴컴한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은 시각이다.

 파도소리와 바람소리를 따라 해안가에 도착한다. 해안가의 캠핑장이 계속 이어져 야영지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캠핑장들을 지나 작은 모래사장이 있는 해안가에 텐트를 펼친다. 파도소리가 너무나 좋다.

덴마크 lebara 유심의 로밍 데이터가 거의 소진되어 간다. 내일은 독일의 유심카드를 사야 할 것 같다.

"맥도널드도 가 봐야지."

네덜란드로 가는 독일의 첫 번째 여행이 시작됐다. 페마른섬에서 만난 사람들의 편하고 정감 있는 눈웃음처럼 좋은 독일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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