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60일 / 맑음
리가-살라츠그리바
리가를 떠나 발트해의 바다를 보기 위해 떠난다. "바다, 언제나 그 바다!"


이동거리
89Km
누적거리
17,436Km
이동시간
5시간 23분
누적시간
1,255시간

 
E67도로
 
E67도로
 
 
 
 
 
 
 
62Km / 3시간 40분
 
27Km / 1시간 43분
 
리가
 
둔테
 
살라츠
 
 
444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라트비아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1주일 무제한, 3.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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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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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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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연락처 
+46-73-330-1616

 
맑은 날이다. 18도의 기온이 예보된 아침, 에스토니아, 바다로 향한다.

샤워를 하고 짐들을 챙기느라 시간이 늦어진다. 숙소 근처의 맥도날드에서 아침을 해결하며 엽서를 쓰고.

좋은 햇살이 내리는 자유의 광장을 지나친다. 군인 복장을 한 의장대가 행사 같은 것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광장 근처의 우체국에 들어간다.

리즈훼이의 주소를 다시 적고, 이달에게 보낼 엽서는 러시아어가 어려워 포기했다. 탈린에서 다시 보내야겠다. 지금까지 리즈훼이에게는 한 번도 엽서가 도착을 안 했다. 중국의 우편 시스템을 모르겠다.

"내가 악필이라 그런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번호표를 뽑고.

창구로 가니 엽서를 처리하지 않고 우표만을 건네준다.

편지통에 엽서를 넣는다.

12시 20분, 이제 비상식만 채우면 된다.

천천히 시내를 빠져나가 시 외곽의 슈퍼에서 비상식을 구매할 생각이다.

리가로 들어왔던 길보다 복잡하지 않고, 버스 전용도로가 있어 편안하다.

시 외곽의 쇼핑몰에 들어가 빵과 비상식 등을 사고 나니 1시 반이 넘어간다.

"너무 늦었나?"

국경까지 120km의 거리, 에스토니아의 탈린으로 출발한다.

넓은 갓길로 편하게 리가의 경계를 넘고.

에스토니아로 향하는 A1 메인도로로 진입한다.

2시, 에스토니아의 국경 아이나지까지 109km를 알리는 이정표와 함께 거리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가자, 바다로!"

따듯한 날씨, 평평한 도로와 넓은 갓길, 소나무 숲은 솔향기와 살랑살랑 불어오는 뒷바람까지 완벽한 날이다.

가벼운 페달링으로 소나무 숲길을 이어간다.

"바다가 보일 때가 된 것 같은데."

여러 인터체인지 교차로를 지나는 사이 바다의 해안도로로 이어지는 마을길을 지나쳐 버렸다.

"에이."

잠시 쉬며 도로와 맞닿은 다음 지역을 검색한다. 50km 정도 후에 메인도로는 해안선에 닿아있다.

"햇볕도, 바람도, 숲의 냄새도 좋은데 쉬자."

3시 40분, 40분 정도를 쉬고 다시 길을 출발한다.

"2시간 20분 동안 50km를 갈 수 있나?"

"몰라. 달려!"

계속되는 소나무 숲과.

작은 간이역의 기찻길을 따라 페달을 밝아간다.

오랜만에 달려보는 전력 질주가 이어지고.

소나무 숲의 끝이 보인다.

5시, 흥건하게 땀이 차오르고 30km 정도를 달렸다.

밀 수확이 끝난 들녘은 마치 한국의 여느 시골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다시 시작된 소나무 숲을 달리고, 천천히 하늘빛이 달라진다.

왼쪽 숲의 나무 사이로 붉은 석양빛이 예쁘다.

"아, 오늘은 놓친 건가."

6시, 20km를 달리고 도착한 해변은 마지막 태양빛이 바다로 내려앉고 있다.

"왔다."

새끼 거북이가 바다를 향해 전력을 다하듯 정신없이 해변을 향해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넓은 해변에는 석양빛을 감상하는 한 쌍의 연인만이 아름다운 실루엣을 만들고 있다.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석양빛이 물든다.

"발트해, 너의 색은 이렇구나."

조금 늦었지만 석양빛의 아름다움과 조용히 밀려드는 파도 소리가 좋다.


언제나 마음을 위로해 주는 바다, 네가 그리웠다.

파스텔톤의 해변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언젠가, 이 여행이 끝나더라도."

"끝나더라도."

"나는.."

"나는 후회하지 않을 거야."

"이제는 괜찮다."

"참, 좋다."


"그래서 다행이다."

"남은 조각조각들을 끌어모아."

"오늘의 하루와 맞바꾼다 할지라도."

"아쉽지 않은."

"충분히."


"멋진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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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59일 / 맑음
리가
다행이 날씨가 좋다. 리가의 거리를 산책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7,34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250시간

 
리가성당
 
산책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리가
 
리가
 
리가
 
 
35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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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그렇다. 쉬는 날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

자료들을 정리하고 휴식을 취하다 산책을 나간다.

비상금으로 유로화를 조금 찾고.

무작정 구시가지의 골목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걸어간다.

첫 번째로 눈에 띈 노란색 건물벽에 라트비아 마을들의 문양들이 새겨져있다. 리가로 향하며 도로에서 보았건 문양들이 눈에 보인다.

대각선으로 성탑 같은 오래된 건물이 보이고.

입구로 가 보니 라트지아 전쟁 박물관이다.

"무료입장."

중세 시대와 1차 세계대전의 전쟁 관련 자료들과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쟁의 시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죽었는지 안타까운 생각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더 참혹한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너무나 많은 것들을 상실하며 살아간다.

좁은 골목들을 걸으며 보물 찾기를 하는 느낌이다.

전쟁 박물관 옆으로 옛 성터의 모습이 남아있고.

건물들의 지붕 위로 올라간 첨탑을 보며 걷는 사이 밋밋하지만 묘한 매력을 뽐내는 고건물이 나온다.

"옛 건물인데, 심플하고 모던한 느낌이네."

다시 다른 첨탑을 보며 걸어간다.

리가 캐슬, 오래된 성의 모습인데 개방이 되어있지 않다. 대통령의 집무실로 사용하는 모양이다.

리가 캐슬을 지나 다우가바 강변으로 가 본다.

성공회 성당의 모습이 보이고.

강변은 너무나 조용하다.

성공회 교회를 지나.


골목의 건물들을 구경하고.

걷다 보니 방향감을 잃어버린다.

리가성당, 한식당이 있던 성당으로 돌아온 것이다.

"정면에서 보니 느낌이 또 다르네."

성당 내부는 5유로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러시아 정교회와는 또 다른 모습이고, 한편 익숙한 모습이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의 창문이 인상적이다.

입구 쪽 천장에 올려진 화려한 장식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오르간 파이프 같기도 하고 딱히 호기심을 자극하지는 않는다.

성강 안쪽 마당으로 들어간다.

마당 안쪽의 모습이 좀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마당을 돌아다니고.

내부 통로를 따라 걸어간다.

어젯밤 보았던 하우스 오브 더 블랙헤드 건물이 나온다.

시청 앞 광장의 묘한 건물이다.

레고 블럭 같기도 하고, 유치한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이상하고 불편하고 오묘하다.


하늘 높이 치솟은 첨탑을 찾아간다.

"너구나."

구시가지의 중심에 서 있는 녹색 첨탑은 중세 시대의 교회인데, 안쪽으로 들어가니 역시나 입장료를 받고 있다. 그리고 첨탑에 올라가 리가 시내를 볼 수 있는 모양인데 별 관심은 없다.


교회를 돌아 골목들을 걸어가며 완전히 방향감을 잃어버린다.

"아무데나 가자."


골목의 선물 가게에서 작은 냉장고 자석과 엽서를 사고.

KFC에 들러 첫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 2009년 그때, 지금처럼 떠났다면 삶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괜찮아. 지금 여기 있잖아."

자유 기념비 옆의 공원에 들러 산책을 한다.

도심 한가운데 이런 공원은 정말 멋지다.

"다 풀어놓고 싶다."

구시가지를 한 바퀴 돌고 숙소로 돌아온다. 걸어 다니며 구경하기에 딱 좋은 사이즈의 리가 구시가지다.

젖어있던 텐트는 잘 마르고.

저녁까지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낸다.

출출함에 비빔밥을 먹기 위해 설악산으로 간다.

쓸데없이 비싼 돌솥비빔밥이다.

"야채가 너무 부실한 것 아닐까?"

니즈니노브도로드의 리스푸드 비빔밥이 양도 많고 저렴하고 맛도 좋았았던 것 같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하나 더 사 먹고.

숙소로 돌아와 떠날 준비를 한다. 리가의 모습도 충분히 매력 있지만 나는 바다가 더 보고 싶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58일 / 맑음
드젤메스-오그레-리가
비와 함께 러시아에서 부러진 렉이 여행을 어렵게 만든다. 새벽부터 내리던 비가 주춤하는 사이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를 향해 출발한다.


이동거리
67Km
누적거리
17,347Km
이동시간
4시간 45분
누적시간
1,250시간

 
A6도로
 
A6도로
 
 
 
 
 
 
 
27Km / 1시간 40분
 
40Km / 3시간 05분
 
드젤메스
 
오그레
 
리가
 
 
35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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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시작된 빗줄기는 아침까지 계속된다. 새벽 5시 빗소리에 잠이 깨어 잠시 뒤척이다 다시 잠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잠은 이른 아침 일어나 게으름을 피우듯 다시 잠드는 여분의 잠인 것 같다.

따듯하게 껴안을, 잠든 볼을 비비며 속삭이며 차갑고 무례한 손으로 파고들 부드러운 살결과 숨결이 그립다.

눅눅해질 대로 축축해진 침낭만을 끌어당긴다.

"비야, 그만 내려라."

8시, 다시 잠에서 깨어난다. 비는 멈췄지만 강변의 바람이 거세다.

어제 남은 볶음밥과 도시락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린다. 햇볕은 없지만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텐트가 마르기 시작한다.

부러진 리어렉을 케이블타이로 꼼꼼하게 정비를 하고, 이틀 전에 부러진 것을 이제서야 제대로 정비를 한다.

"정말 천성이 게으른 거야."

리어렉을 찾을 때까지 특별하게 문제가 없을 것 같고, 아프리카로 넘어가기 전까지만 교환하면 될 것 같다.

"정말이지. 휠보다 네가 먼저 망가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몽골 비포장 도로의 데미지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10시 20분, 대충 건조가 된 텐트를 정리하고 리가로 출발한다.

"오늘도 바람이다."

라트비아의 운전자들은 굉장히 얌전한 편이고 과속을 하지 않는다. 갓길이 없지만 큰 어려움 없이 도로를 달릴 수 있다.

가끔 도로변에 사과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 배고파서 죽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오늘도 날씨가 따듯하네."

20km 정도 달려 리가의 위성도시 오구레를 지나간다.

오구레부터 도로는 이차선으로 넓어지며 라이딩이 조금 더 편해진다.

"33km,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겠네."

잠시 쉬며 레제크네에서 산 빵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정말 부드럽고 달콤하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도로와 바람.

리가가 가까워지며 갓길도 넓어지고, 차량들의 통행도 급격하게 늘어난다.

리가 전의 마지막 소도시 살라스필스에 들어선다. 라트비아의 마을들을 지날 때마다 보이는 마을의 문장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살라스필스를 지나면 바로 리가의 경계가 나올 것이다.

숲길을 벗어나고, 강변과 마주한 구간이 펼쳐지자 지독한 맞바람이 불어온다. 자전거는 앞으로 나가질 않고 지나치는 화물차량으로 휘청거리며 빨려 들어가는 자전거, 갓길이 없어 너무 위험하다.

"에쉬, 발!"

이리저리 방향도 없이 불어오는 바람 앞에 페달링을 멈추고 잠시 쉬어간다.

리즈훼이는 젊은 여자의 죽음을 알려주며 안타까워한다.


"누군데? 설리?"

연예인의 삶이란 것이 대중들의 관심 속에 살아가는 직업이라지만 아직은 너무 어린 나이다. 꿋꿋하게 자신의 방식대로 세상을 비웃듯 이겨나가는 것처럼 보였고,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너무나 아쉽다.


너무나 깊고 깊이 가라앉는 심연의 시간,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고 깊이조차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 있다. 하나, 두울, 세엣.. 작은 돌을 던져 우물의 깊이를 알아보듯 선택의 주사위를 던져 가늠해 보고픈 찰나의 시간들, 수없이 많은 그 시간들을 지나쳐왔다.

모든 것을 소진할 것이다. 현재의 삶에 전부를 다하여 남김없이 비워낸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텅 빈 공간에서 담담히 나를 마주하며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리가의 경계에 들어선다.

"왔다!"

리가로 들어가는 숲길이 이어지며 지독했던 바람은 사그라든다.

여전히 예쁜 가을날의 풍경과는 달리 차량들의 움직임은 거칠어진다. 얌전했던 라트비아인들의 운전도 도시라는 욕망의 병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도시 외곽의 자동차 단지들을 지나고.

트램의 모습과 함께 시내의 모습이 시작된다.

"뭔가 허전한데."

복잡한 구조와 좁은 도로가 시작되고.

리가의 중심 구시가지까지 6km 정도가 남았다.

더욱 복잡하고 혼잡한 강변의 도로를 따라 시내 중심으로 이동한다.

"저건 뭐지?"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는 석조건물, 마치 모스크바의 외무성 건물을 보는 것 같다.

"뭐, 이쪽 동네의 트렌드야?"

라트비아 과학 아카데미 빌딩인데 전망대가 있어 리가의 시내를 둘러볼 수 있다고 한다. 5유로.

강변을 따라 구시가지로 이동한다.

시내의 도로가 좁고 협소하다 보니 일방통행의 길들이 많아 복잡하다.

구시가에 들어서며 많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자유기념비를 목적지로 정하고 근처 공원에서 자전거를 세운다. 만연한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공원, 단풍이 단 나무마다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즐겁다.

"만추네!"

"제법 유럽 느낌 난다."

별것도 없는데 공원의 풍경이 참 멋지다.

"일단 기념탑으로."

탁 트인 광장에 우뚝 솟은 자유 기념비와 언덕으로 된 주변 공원의 모습이 너무나 이국적이고 생경하다.

공원 벤치에 앉아 호스텔을 검색하고 광장 근처 호스텔을 찾아간다.

돌바닥으로 된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숙박을 하려는 호스텔을 찾았다. 러시아에서 아파트형 호스텔을 찾느라 애를 먹는 동안 건물 찾기에도 익숙해졌나 보다.

"찾았으니까 예약을 하고."

숙소로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부킹닷컴으로 예약을 하고 직원들은 모두 의사소통이 되니 편하다.

이제는 게스트하우스도 그냥 편하다. 조용하면 조용한 대로, 시끄러우면 시끄러운 대로.

샤워를 하고, 젖은 침낭과 텐트를 펼쳐놓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심각하게 삼겹살이 먹고 싶다."

골목들을 구경하며 한국 식당을 찾아간다.


"아기자기하네."

숙소에서 가까운 한국 식당으로 들어간다.

카페나 레스토랑처럼 꾸며져 있던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한식당과는 달리 우리네와 비슷한 인테리어다.

"27유로면 얼마야? 3만 5천원. 비싸네."

"몰라. 오늘은 좀 과소비를 할 테다."

뭔가 구색은 갖춰졌지만.

"이건 목살도 아니고 어디 부위지?"

삼겹살의 기름맛이 당겼는데, 아쉬운 대로 나름 괜찮다.

고기를 불판에 올려놓자 앞자리에서 식사를 하던 아주머니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자신도 삼겹살을 좋아한다며 웃는다.

보드카 두 잔을 시켜 입맛을 살리고, 야무지게 상추쌈을 하여 저녁을 한다.

"역시, 마늘과 고추가 없으니 밋밋하다."

식사를 마치고 메론 같은 후식을 내어주던 여직원이 웃으며 무언가를 물었지만 잘 듣지를 못했다.

고기를 좋아하는지 물었던 것 같은데, 질문을 확인하다 웃으며 돌아갔다.

"뭐, 이 정도로는 많이 부족한데."

2~3인분으로 책정된 고기를 혼자 앉아 구워 먹으니 이상했던 모양이다.

"한국에서 하단 삼겹살 혼밥을 라트비아 리가에서 하고 있네."

어둠이 내려앉은 골목에 조명들이 밝혀진다.

밤이 되어 추적추적 내리는 리가의 밤거리를 혼자 걷는다.

"신기하지. 나는 지금 리가의 밤거리를 혼자 걷고 있다."

"신기하지."

I was here.

and.

I'm here.

밤거리를 걷다 숙소로 들어온다.

모스크바를 떠나 시작된 긴 여정, 비와 눈, 바람으로 많이 지쳤다. 하지만 이곳에 왔다.

"하루를 푹 쉬고 바다로 가자."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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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57일 / 맑음
쿠카스-예캅필스-드젤메스
비가 내리지 않는 리가의 기온은 러시아에 비해 따듯하게 느껴진다. "날씨 좋고! 라트비아를 달려보자."


이동거리
96Km
누적거리
17,280Km
이동시간
6시간 39분
누적시간
1,245시간

 
E22도로
 
E22도로
 
 
 
 
 
 
 
45Km / 3시간 20분
 
51Km / 3시간19분
 
쿠카스
 
플라비나
 
드젤메스
 
 
28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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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숲의 바람 소리, 딱따구리과의 새가 '토도독 토도독' 나무를 쪼아댄다.

비는 내리지 않았고, 라트비아의 기온은 러시아보다 따듯하다.

"비만 안 내리면 이렇게 상쾌한데 말이지."

슈퍼에서 산 밥은 플롭이 아니고, 콩과 버섯 등이 들어간 볶음밥 같은 것이다.


"고기가 없다!"

아침으로 반 정도를 먹고 패니어에 넣어둔다.

리가까지 170km 정도가 남았다. 아담하고 예쁜 풍경들과 달리 강한 비와 바람으로 힘든 라이딩이 계속된다.

"오늘도 맞바람이네. 왜 바람은 앞에서만 불어올까?"

작은 소도시 예캅필스에서 잠시 쉬어갈 생각이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나라여서 그런지 이곳의 하늘도 한국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깔끔하게 정리가 된 농가의 정원들과 자작나무가 없다면 한국의 어느 지방도로변의 작은 마을이라 생각될 정도이다.

한 시간을 달리고 예캅필스의 경계에 들어선다.

길은 더 좁아지고, 울퉁불퉁한 도로를 덜컹거리며 가다 보니 부러진 리어렉이 다시 스프라켓 쪽으로 파고든다.

케이블타이를 꺼내어 임시 조치를 하고.

알록달록 단풍이 든 도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한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겨울에서 가을로 돌아온 느낌이다.

일시적으로 따듯해진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보다 평균 기온이 높은 지역인지는 모르겠다. 러시아의 서부지역보다 5~8도 정도 기온이 높다.

예캅필스는 작은 강을 끼고 있는 소도시다. 라트비아를 관통하여 발트해로 흘러가는 다우가바강, 강을 따라 리가로 향할 것이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 슈퍼마켓에 들러 비상식을 보충한다. 아직도 땅콩잼은 찾을 수 없다.

유럽으로 넘어서며 모든 물가가 비싸졌지만 특히 담배의 가격이 많이 차이가 난다. 100루블 정도 하던 가격이 3.5유로 정도로 비싸졌다. 담배를 끊어야 할 때가 왔나 보다.

"러시아까지만 피고 끊자!"

"저녁거리까지 마련했으니 달리기만 하면 되겠다. 출발!"

메인도로를 이동하다 작은 강변마을을 지나가는 마을길로 빠져나온다. 라트비아의 작은 마을도 구경할 겸 잠시 쉬어갈 생각이다.

자작나무와 참나무의 단풍, 너무나 자연스럽고 좋은 길이다.

아주 어릴 적 시골의 비포장도로를 따라 오래된 고목들의 가로수가 하늘 높이 자라있었고, 마을의 냇가를 따라 수양버들이 길게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도로가 확장되고 농지가 정리되며, 모두 잘려나가고 지금은 근본을 알 수 없는 열대 식물들과 단지 관리가 편하다는 은행나무가 어색하게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

라트비아의 가로수는 정말 다양하다. 구불구불 자란 사과나무, 아주 오래된 참나무, 자작나무, 이름을 알 수 없는 침엽수까지.

가을철 낙엽이 많은 참나무가 이렇게 멋지게 집과 도로, 마을과 어울리며 계절의 풍성함을 선사할 줄 생각도 못 했다.

정원에 떨어진 나뭇잎들을 스카프를 둘러쓴 할머니들이 부지런히 쓸어 모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양철 지붕을 올린 오래된 집들이 많다. 낡은 지붕 위로 이끼가 자라난 모습도 세월의 흔적처럼 운치가 있다.

"관리가 힘들 텐데, 그래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것 같다."

"라트비아, 라트비아에 대해 아는 것이 없네."

작은 마을이지만 강변은 공원처럼 산책로로 잘 조성되어 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강의 곡선을 따라 예쁜 길을 만들어 놓았다.

"편안함 그 자체네. 좋다."


예캅필스에서 사온 빵으로 강변에 앉아 간단하게 점심을 한다. 슈퍼에서 산 빵인데 한국의 유명 제과의 빵보다 부드럽고 맛이 좋다.

"역시, 빵은 유럽빵인가?"

중국의 공갈빵과 몽골의 밋밋한 빵이 생각난다.

"보름달이 최고가 아닌가?"

작은 강변 마을을 벗어나 다시 메인도로에 진입한다.

"마르긴 마르네. 양말도 걸어 놓을걸."

쓸데없이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도 찾아보면 쓸데가 있나 보다.

콕크네세에 도착하며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모두 리가로 이어지지만 강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를 선택한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오늘은 강변에서 캠핑을 하고 싶다."

강변의 도로는 좀처럼 강의 모습이 보이질 않고.

거센 바람으로 조금씩 페달링을 무겁게 만든다.

천천히 해가 저물어가고.

숲과 평야 지역을 반복하며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간다.

"역시 바람을 맞는 라이딩은 지치네."

가까워진 강변에서는 더 거센 바람이 불어오고, 도로는 다시 강변과 멀어진다.

멀어진 강변은 가까워지질 않고, 지도에서 보이는 강변과 맞닿은 지역까지 도로를 따라간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 물과 음료수를 보충하고.

강변의 좋은 자리는 모구 사유지처럼 울타리사 설치되어 있고, 도로와 강이 너무 가깝다.


강으로 들어가는 오솔길이 나온다. 강으로 낚시를 하거나 보트를 타시 위한 장소가 있지 않을까 싶다.

오솔길의 끝에 다우가바 강변의 모습이 펼쳐진다.

"아, 좋다."

텐트를 설치하고, 이사벨과 리즈훼이, 타티아나와 짧은 메시지를 교환한다.

"벌써, 일요일이구나."

강변의 숲을 따라 붉은 석양빛이 물들어 간다.

점심에 슈퍼에서 사놓은 닭고기로 저녁을 해결하고.

눅눅해진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어젯밤 비에 젖은 몸으로 잠을 잔 탓에 침낭 속이 물기에 젖어 눅눅하다.

내일이면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로 들어간다. 러시아의 도시와 다른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조만간 발트해의 바다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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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56일 / 흐림
레제크네-쿠카스
라트비아의 리가로 향하는 여정, 계속해서 내리는 비의 날씨가 여행을 어렵게 만든다. "이 좋은 가을에 비만 내리면 어쩌란 말이지?"


이동거리
83Km
누적거리
17,184Km
이동시간
6시간 16분
누적시간
1,239시간

 
E22도로
 
E22도로
 
 
 
 
 
 
 
42Km / 3시간 20분
 
41Km / 2시간 56분
 
레제크네
 
바라클락
 
쿠카스
 
 
19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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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없이 비가 내리고, 커다란 자작나무의 흔들림이 심상치가 않다.

"오늘 하루도 꽤나 힘들겠네."

충전이 된 기기들을 챙기고.

"일주일은 거뜬하겠군."

텐트와 옷들이 이제야 뽀송뽀송하게 말랐는데 아깝다.

아침으로 슈퍼에서 사온 플롭을 먹고.

슈퍼에 들러 비상식을 보충하고 출발을 한다.

"생각 같아선 하루 더 쉬고 싶다. 정말 싫다, 비!"

레제크네시를 벗어나며 신발은 이미 첨벙거리기 시작하고.

땀과 빗물로 온몸은 천천히 젖어들어 간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강한 비바람이고, 더 힘든 것은 지붕이 없는 라트비아의 버스 정류장이다.

"왜, 뚜껑이 없어!"

라트비아 시골 들녘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풍경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첫 번째 휴식 후, 도로변에 나타난 지붕이 있는 오래된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비를 피한다.

"어이가 없네."

다시 출발을 하려는 순간 리어렉에 바퀴가 걸린다. 이물질이 걸린 것도 아니고, 휠셋이 틀어진 것도 아닌데 이상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리어렉의 오른쪽 하단이 부러져 있다.

"젠장, 큰일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리어렉의 파손, 부러진 부분이 스프라켓 쪽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임시조치를 취하고, 리어렉이 주저앉지 않기만을 바란다.

비바람으로 속도가 느려지고, 자전거를 정비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잠시 비가 약해진 사이 출발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더울 강해진 비바람이 몰아친다.

자전거를 세우고 좌우로 흔들어 대는 바람과 화물차들이 일으키는 돌풍으로 자전거가 휘청거린다.

무게 중심이 흔들리며 부러진 리어렉이 스프라켓 쪽으로 넘어가며 페달이 돌아가질 않는다.

자전거를 눕혀 리어렉을 빼내고, 다행히 스프라켓의 톱니바퀴는 이상이 없다.

휘청거리는 불안한 라이딩이 이어진다. 지붕이 있는 도로 건너편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가 비와 바람을 피한다.

"와, 진퇴양난이다. 갈 수도 없고, 안 갈 수도 없고."

바람을 이기며 힘들게 거리를 줄여간다.

작은 마을의 단풍나무 숲이 쉬어가라며 유혹을 하고.

헬멧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 때문에 눈이 아파온다. 자전거를 세우고 레인자켓의 모자를 뒤집어쓴다.

고무장갑이 헬멧의 버클에 찝히며 동그란 구멍이 생겼다. 순간 나도 모르고 고함이 터져 나온다.

"아, 진짜 너무하네."

장맛비처럼 쏟아지는 비와 지독한 맞바람, 갓길조차 없는 도로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화물차량들, 땀과 비로 젖어든 축축함과 비옷으로 인한 움직임의 불편함, 추위와 배고픔, 부러진 리어렉 때문에 생긴 심리적 불안감까지 종합 선물세트다. 그런데 소중한 나의 레어 아이템까지 구멍이 나다니.

"다른 건 다 참겠는데, 내 고무장갑 어쩔 거야!"

분노의 페달링이 이어지고, 평야지대를 벗어나 숲길로 들어서자 바람은 조금씩 사그라든다.

기찻길을 따라 이어지는 소나무와 단풍이 든 노란 자작나무 그리고 침엽수의 숲들이 이어진다.

"그냥 들어가서 캠핑을 하고 싶네."

라트비아는 러시아보다 모든 것이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비슷한 풍경이지만 웅장하거나 거친 느낌보다는 예쁘다는 느낌에 가깝다.

조금씩 변하던 하늘은 비를 멈추었다. 땀에 젖은 장갑을 갈아끼고, 레인팬츠도 벗어던진다. 모든 것이 축축하다.

라이딩이 마무리되는 시간이 다가오자 시골 농가들의 풍경이 이어진다.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농가들의 풍경이 그림처럼 예쁘다.

시골 마을을 벗어나기 위해 길을 달려간다. 너무나 예뻤던 나무숲에서 캠핑을 하고 싶은 마음에 숲길이 나오기를 바라며 길을 따라가지만 아쉽게도 숲의 풍경은 이전과 달라졌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겨우 밥값만 했네. 오늘은 여기까지."

습지 같은 지역이 이어지다 나타난 나무숲 길,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들어간 숲은 진한 흙냄새와 굵은 나무들이 하늘로 치솟은 원시림처럼 느껴진다. 푹신푹신한 이끼들과 소복하게 쌓인 나뭇잎들.

"어, 하트가 보인다."

은밀하고 조용한 비밀의 숲처럼 아늑하다.

"멋진 숲이다."

힘든 하루지만 나쁜 날은 아니었다.

"비록 고무장갑에 구멍은 났지만 찢어지진 않았잖아."

그래도 비는 그만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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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55일 / 흐림
레제크네
레제크네의 편안한 호스텔, 비싼 숙박료가 부담스럽지만 하루를 쉬어야 할 것 같다. "너무 피곤하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7,101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232시간

 
쇼핑
 
시체놀이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레제크네
 
레제크네
 
레제크네
 
 
109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라트비아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1주일 무제한, 3.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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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피곤함에 기절을 한다.

8시에 습관적으로 잠에서 깨었지만 몸이 무겁다.

"하루를 쉬어야 하나."

비싼 숙박료가 부담스럽지만 몸과 마음이 움직이질 않는다.

"이틀 굶지 뭐."

숙소를 연장하고 대형마트로 나간다. 마트 주차장에는 수제 햄과 생선 등을 파는 노점이 열려있다.

"신기한 생선들이 많다."

마트로 들어가.

한참 동안 방한장갑을 요리조리 살펴보고 구매를 한다.

"방수! 40% 세일이잖아."

숙소의 남자는 여행 기간 동안 생계는 어떻게 하냐며 묻더니 부자냐고 물어본다.

"내가 부자면 자전거 타고 다니겠니?"

유쾌하고 수다스러운 남자는 자신의 귀여운 딸을 소개한다.

"네가 부자네."

자료를 정리하다 다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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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54일 / 흐림
루자-레제크네
모스크바를 출발하여 라트비아로 향하던 긴 일정에 지친 몸이 내리는 비와 함께 완전히 녹초가 된다. "쉬자."


이동거리
32Km
누적거리
17,101Km
이동시간
3시간 03분
누적시간
1,232시간

 
E22도로
 
E22도로
 
 
 
 
 
 
 
5Km / 0시간 25분
 
27Km / 2시간 38분
 
루자
 
투타니
 
레제크네
 
 
109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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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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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계속되지만 라트비아로 넘어서면 기온이 조금 올라간 느낌이다. 5~8도 정도의 기이라 쌀쌀하지만 춥지는 않다.

"루자로 들어가 쉴까?"

맵스미를 확인하고, 작은 도시 레제크네는 23km 정도의 거리다.

"쉬기에는 도시가 조금 더 편하겠지."

두 시간 정도 라이딩을 하여 레제크네로 가기로 결정한다.

어젯밤 슈퍼에서 산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한다.

"1유로가 얼마야? 1,200원? 1,300원?"

8시 반, 비에 젖은 텐트를 정리하고 레제크네로 출발한다.

"여기에 텐트 좀 칠 수 있게 해주지. 좋았는데."

오늘도 빗방울이 흩날리는 길을 향해 달려간다.

러시아의 도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차량들의 통행량도 적고, 무엇보다도 과속을 하지 않는 차량들의 속도가 마음에 든다.

갓길이 좁은 러시아 도로에서 과속으로 주행하는 차량들과 화물차를 추월하며 역주행으로 다가오는 차량들은 정말 스트레스가 많았다.

아기자기한 목초지의 풍경과 함께 편안함이 느껴지는 라트비아다.

레제크네의 경계에 들어서고.

버스 정류장에서 휴식을 취한다.

"버스 정류장 지붕은 어디로 간 거니?"

비를 피할 수 없어, 소변만을 해결하고 바로 출발한다.

레제크네의 시내로 진입한다.

작은 소도시의 모습이다. 거리는 조용하고, 도로변의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많다.

도시의 중심으로 들어가 도로 중앙에 세워진 기념탑에서 자전거를 세운다.

기념탑의 주변으로 교회와 호텔, 관공서 같은 건물들이 보인다.

"왔다."

"일단 숙소, 밥, 유심칩."

"유심칩부터 사자."

슈퍼로 생각했던 가게는 여성 화장품 가게였고, 비가 내리는 거리에는 나이 든 사람들뿐이다.

"밥을 먹고, 가게에서 물어보자."

지나왔던 사거리의 햄버거 가게로 들어간다. 햄버거를 주문하고, 여직원이 영어를 잘 한다.

"유심카드를 어디서 살 수 있어?"

"위쪽 길에 모빌콤이 있어. 그곳에서 살 수 있어."

햄버거 가게의 와이파이로 근처의 숙소를 검색한다. 10개의 숙소가 검색되지만 5~6만원대의 숙박비가 엄청나게 비싸다.

"뭐야? 이 동네."

아무리 검색을 해도 모두 비싸다.

"난감하다. 오늘은 숙소로 들어가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그나마 저렴한 아파트 숙소를 감색해 놓고 그곳으로 가서 숙소를 확인한 후에 투숙을 결정할 생각이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서 아파트 숙소를 찾느라 고생한 기억이 있어, 먼저 확인을 하고 싶다.

햄버거 가게의 여직원이 알려준 모빌콤에 들어간다.

유럽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통합카드를 사고 싶지만 이곳은 라트비아의 통신사인 것 같다.

일주일, 데이터 무제한 상품을 심카드 가격까지 3.5유로에 구매하고 개통을 한다.

다른 유럽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심카드지만, 리가에 가서 유럽 통합칩으로 교체할 동안 사용하면 될 것 같다.

모빌콤의 여직원도 친절하고, 침착하게 영어로 설명을 하며 개통을 도와준다.

"모두 영어를 잘 하네."

"밥도 먹었고, 유심칩도 샀고, 숙소로 가 볼까."

부킹닷컴의 숙소 주소를 찾아가니 아파트가 아니고 단독주택이다. 1층의 문이 닫혀있고, 유리창으로 내부를 확인해 보니 아파트형 숙소가 맞는 것 같다.

집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 한 남자가 2층의 창문을 열고 말을 건넨다.

"여기 부킹닷컴 숙소지?"

낯선 남자가 집 안을 둘러보고 있으니 경계심을 가졌던 남자는 숙소를 찾는다고 하니 경쾌하고 밝은 표정으로 변한다.

말이 빠르지만 남자의 영어는 유창하고 위트가 있다.

나에게는 쓸데없이 넓고 깨끗한 단독주택의 숙소지만 레제크네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샤워를 하고 텐트와 옷들, 일주일 동안 캠핑을 하며 젖어버린 모든 것들을 말린다.

"일단, 저녁을 사놓고 쉬자."

저녁으로 먹을 음식들을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숙소 근처에 대형 마트가 있다.

"오, 겨울 신발. 러시아 가서 사야지."

40% 세일을 하고 있는 겨울 장갑을 발견했다.

"이거 좋다. 방한 장갑에 겹으로 껴서 사용하면 괜찮겠어."

방한장갑을 가져와 겹으로 껴보고 사이즈를 선택하면 될 것 같다.

"오, 방수!"

다양한 종류의 조리식품을 파는 푸드코트의 유혹은 너무나 강렬하다.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들을 모두 골라 담고, 커다란 빵도 사 들었다.

"아, 모르겠다. 오늘은 맘껏 먹어보자."

"현금이 필요한가? 몰라. 필요하면 내일 찾자."

숙소로 돌아와 침대 속에 파묻힌다. 보바와 메시지를 교환하고.

그동안 쌓인 자료들을 정리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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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53일 / 맑음
이드리사-라트비아 루자
러시아의 두 번째 여행을 마치고 유럽 여행의 시작 라트비아로 향한다. 아시아, 러시아와 다른 환경과 사람들이 기대된다.


이동거리
77Km
누적거리
17,069Km
이동시간
6시간 22분
누적시간
1,229시간

 
E22도로
 
E22도로
 
 
 
 
 
 
 
40Km / 3시간 40분
 
37Km / 2시간 42분
 
이드리사
 
국경
 
루자
 
 
77Km
 
 

・국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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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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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적지 않은 비가 계속 내린다. 어제 저녁 일찍 잠든 탓에 아침 일찍 잠이 깬다. 7시가 넘어서야 밖이 환하게 밝아온다.

"시간이 바뀌었나? 어쨌거나 정말 징그럽게 계속 내리네."

6일 동안의 야영으로 보조 배터리의 충전용량도 얼마 남지 않았다. 노트북을 꺼내어 두 개의 핸드폰을 충전하는 동안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는 영화를 본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헙드에서 다운로드 한 건가?"

영화를 보는 둥 마는 둥, 방한장갑을 꺼내어 고무장갑에 끼워 넣어 본다.

"오, 좀 빡빡하지만 괜찮은데."

국경까지 40km 정도의 거리라 아침을 거르고 출발을 준비한다.

"구경을 넘고, 어디까지 가야 하나."

하루 정도를 버틸 수 있는 배터리 잔여량이라서 오늘은 숙소를 잡아야 할 것 같다.

9시 50분, 라트비아를 향해서 출발한다.

"배가 고파서 그런가, 힘이 안 들어 가네."

국경으로 가는 길은 한적하다.

오르내리던 도로는 평탄해지고, 국경을 앞두고 도로변의 주유소들이 나타난다.

"카페인가? 좀 더 가볼까."

국경 검문소를 앞두고 화물차들이 길게 정차해 있다.

"다 왔네. 일단 배고프다."

도로변의 카페에 들어갔지만 폐업을 했는지 문이 닫혀있다.

도로 건너편 주유소 카페로 들어가.

물과 핫도그를 사고.

"몽골도 아닌데, 이렇게 배고프게 여행을 할 줄은 몰랐다."

이리저리 핸드폰으로 설정 메시지를 보내다 우연히 다시 연결이 된 네트워크, 국경 근처에 있는 라트비아의 마을과 도시를 검색한다.

루자라는 작은 마을이 40km, 레제크네라는 도시가 60km 정도 거리에 있다.

"일단 루자에 가서 유심칩을 사고 생각하자."

1시, 국경 검문소로 이동한다.

"러시아, 고맙다. 좋은 여행이었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다시 보자."

러시아 90일의 무사증 비자기간 중 20일 정도가 남았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를 지나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간으로 충분할 것 같다.

"부지런히 달렸네."

검문소에서 녹색 확인표를 받고, 국경 사무소로 들어간다.

승용차들이 서있는 곳에서 패니어들을 열고 짐 검사를 통과한다. 육안검사를 끝낸 여군인은 한국 사람인지를 묻더니 굿럭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바로 옆에 있는 출국도장을 받는 심사대로 이동한다. 중년의 여자 군인은 여권을 들고 사진과 나를 번갈아가며 확인하더니 어딘가 전화를 걸며 통화를 한다.

몇 분 후, 젊은 남자 직원이 오더니 여권과 나를 번갈아가며 확인을 한다. 그리고 여권의 추가된 사증 페이지를 계속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얘네들은 왜 사증 페이지를 신기하게 생각하지?"

남자는 검사대 밖으로 나와 어디를 가는지 묻고, 추가된 사증 페이지가 무엇인지 묻는다. 남자의 영어는 대화를 하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다.

천천히 또박또박 영어로 대답을 해주었다.

"I'm traveling around the world by bicycle. So I need a lot of passport pages. So I added extra pages in Korea."

남자는 내 대답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다. 핸드폰을 꺼내어 여행 루트를 보여주고 여행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남자는 검사대로 들어가 여자 군인에게 자전거 여행에 대해 설명하는 것 같더니, 다시 여권을 들고 여권의 사진과 내 얼굴을 계속 확인한다.

그 모습이 웃겼는지 내 옆에서 대기하던 여다가 웃으며 질문을 한다.

"Really your passport?"

"Yeah!"

남자는 계속해서 여권을 확인하고, 만지작거리며 어딘가 통화를 하는 행동을 반복한다.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처음 보는 동양인의 얼굴을 확인하기가 처음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고, 여행 중 살이 많이 빠지고 검게 그을린 탓에 확인하기가 조금 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설명도 없이 시간이 계속 지연되고, 한참 후 여자 군인은 검문소 사무실을 안내하며 대기하라고 한다.

비를 맞고 온 탓에 따듯한 사무실은 좋았다. 문제 될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크게 신경 쓸 것도 없고 해서 보조 배터리와 핸드폰을 모두 꺼내어 충전을 한다.

의자에 앉아 있으니 노곤한 졸음이 밀려온다.

"따듯한 커피라도 한 잔 주던가 하지."

한참 후 남자가 나타나서 핸드폰 충전하는 것들을 보며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충전 중이라 대답하니 '노'라며 말을 하고, 여권의 사진을 언제 찍었는지 물어본다.

충전을 못 하게 하는 순간 짜증이 밀려온다.

"멍청아! 여권을 만들 때 찍은 거지. 뭐가 문제인데?"

남자는 디셈버를 여러 번 되뇌더니 잠시 기다리라며 사무실로 들어간다. 전형적으로 일을 못하는 사람, 능력은 없는데 부지런한 스타일의 민폐스러운 남자인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배터리 충전을 못 하게 하여 짜증이 나기 시작했고, 화가 나기 시작한다.

첫째, 여권의 사증 페이지에 추가된 부분의 한국 외교부의 직인과 함께 영어 설명이 있어 번역기만 사용해도 이해할 수 있고, 한국 대사관에 확인을 하면 금방 해결될 문제이다.

둘째, 짧은 시간에 두 번의 러시아 국경을 넘었기 때문에 다른 국경을 문제없이 입출국 했다는 스탬프가 찍혀있고, 8개월의 자전거 여행을 생각하면 살이 빠진 모습을 감안해서 사진을 확인하면 쉬운 일이다.

1시에 들어왔던 국경 검문소, 시계는 3시를 가리킨다.

"이 멍청이를 믿다가는 끝이 없겠다!"

한국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니 외교부의 담당자에게 바로 연락을 하겠다고 한다. 대사관에서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며, 밖으로 나가 검사대의 여자 군인에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문제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여자 군인은 난감한 표정으로 미안한 듯 서류를 확인해야 한다는 답변을 한다.

"에쉬! 똥!"

20분 후, 대사관의 담당자에게 전화가 오지 않아 대사관에 다시 전화를 하여 담당자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러시아 핸드폰 번호에 문제가 있었나 보다.

"안녕하세요. 담당자님. 라트비아로 넘어가는데 러시아 국경 직원들이 영어도 안되고, 이유도 없이 2시간 넘게 대기를 하고 있어요."

대사관 직원과 통화를 하는 동안 국경의 남자 군인은 다른 여자 군인과 함께 사무실에서 나온다. 그리고 다시 여권을 들고 나에게 얼굴을 보여 달라며 확인을 한다.

"Wait. Calling to the Korean Embassy."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대사관 직원과 통화를 하는데 계속해서 여권을 들고 고개를 들라며 제스처를 한다.

"Hey. Are you kidding me?"

약간의 언성을 높여 말하니 남자 군인은 알았다는 제스처를 하더니 '오케이', '노 프라블럼'를 반복하며 검사대로 가자는 제스처를 한다.

남자 군인의 행동에 짜증이 난다. 핸드폰을 건네주고 대사관 담당자와 통화를 하게 해주었다. 통화를 끝내고 대사관 담당자는 통화 내용을 알려준다.

"한국 사람들이 자주 오는 곳이 아니라서 한국 여권을 처음으로 봤다고 하네요. 미안하다고 확인이 끝나서 통과해도 된다고 합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으로 3시간 동안 대기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출국 스탬프가 찍힌 여권을 돌려받고 훼손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한 후 러시아 국경을 넘었다.

남자 군인은 끝까지 사과를 하지 않았다. 러시아 국경을 넘을 때마다 불쾌한 느낌이 든다. 일부러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러시아 국경의 남자 군인들의 행동들은 좋게 생각 들지 않는다.

또한,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사과를 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타인에게 미소를 보이는 것보다 잘못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것이 더 바보 같은 것이다.

"잊자, 러시아는 그냥 후진국이다."

차라리 러시아가 아프리카의 이름 없는 나라,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고 마음이 편하다.

"배터리 충전만 시켜줬으면 괜찮았을 거야."

4시 50분, 바로 붙어있는 라트비아의 국경 검문소로 들어간다. 짙은 녹색의 니트를 입고 있는 군인의 모습과 행동은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여행에 대해 짧은 대화를 하고 입국 신고서를 받고 국경 사무소의 검사대로 이동한다.

영어가 되는 군인이 다가와 여행에 대해 묻고는 여권을 받아 검문대에 넣어주며 1번, 2번 창구를 순서대로 가라며 안내한다.

단, 몇 미터를 걸어와 국경을 넘었을 뿐인데 모든 분위기가 달라졌다.

1번 창구에서 여권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을 하고, 2번 창구에서 입국 스탬프를 찍어주며 '굿럭'이라며 미소를 보여준다. 모든 입국절차는 10분 만에 끝이 난다.

"어쨌든 유럽에 왔네."

국경 검문소 옆에 카페가 있지만 밥을 먹고 이동할 시간이 없다.

"겨우 유럽에 왔는데, 감동할 시간이 없네."

가까운 마을 루자까지 40km의 거리다. 러시아의 국경 사무실에서 대기하며 배터리들을 잠시 충전하여 하룻밤 정도는 충분히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근처에서 야영을 할까? 루자까지 갈까?"

3시간의 대기시간 때문에 모든 것이 꼬여버렸다.

"일단 가 보자. 카페나 주유소 하나쯤은 나오겠지."

라트비아의 첫 풍경은 러시아에 비해 목가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러시아의 울창한 숲과 광활한 평야의 느낌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국경을 넘었지만 러시아의 네트워크는 활성화되어 있다.

"정작 러시아에서는 잘 안 터지더니."

이글에게 라트비아에 도착했다는 짧은 메시지를 보내고 루자의 숙소를 검색했지만 두 군데 정도의 호텔만이 검색된다.

"가격도 비싸고 애매하네."

루자의 경계를 지나며 러시아의 네트워크는 끊기고, 도로변에는 카페나 주유소 같은 것은 전혀 없다.

허기와 피곤함이 밀려온다.

"그만 갈까?"

루자 주변의 주유소에서 간단한 식료품을 사고 야영을 한 후, 아침 일찍 숙소를 잡고 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7시,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루자의 경계를 넘고 도로변에 주택들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슈퍼나 카페가 없나?"

루자로 들어가는 초입의 교차로에서 환하게 불이 켜진 가게를 발견하고 들어간다.

동네의 슈퍼마켓, 바닥을 청소하던 젊은 여자는 낯선 여행자의 방문에 조금 놀라는 모습이다.

빵과 소시지 등을 사들고, 유로화는 없지만 카드 결제가 되니 문제는 없다.

"물가가 비싸지는구나."

라트비아의 물가는 러시아보다 조금 더 비싸게 느껴진다.

여직원에게 슈퍼 앞, 도로변의 공터에 텐트를 쳐도 되는지 물었지만 안된다고 한다.

어두운 거리, 지도를 확인하고 도로변 가옥이 없는 공터의 지역으로 가니 빈 목초지 같은 곳이 나온다.

풀이 자란 평탄하지 않은 목초지로 들어가 적당한 곳에 텐트를 치고, 버너를 꺼내어 라면과 커피를 끓인다.

밤이 깊어지고, 빗줄기가 다시 텐트를 두드린다.

"뭐, 어쨌든 도착했잖아."

한국을 떠나, 8개월 동안 넓은 대륙을 횡단하고 유럽에 도착했다. 유럽의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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