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9일 / 맑음 ・ 24도
차간누르-울란바이신트
몽골여행의 마지막 라이딩, 국경까지 30km의 거리를 남겨두고 있다. 막연하고 막연했던 몽골의 여행이 끝나간다. 

이동거리
29Km
누적거리
10,906Km
이동시간
2시간 48분
누적시간
788시간

AH3
AH3
8Km / 35분
21Km / 2시간 15분
차간누르
비포장길
국경
 
 
2,724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아침에 일어나 출발을 서둘렀다. 차간누르는 내 생각보다 훨씬 작은 마을로, 국경을 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구할 수 없는 곳이다.

출발을 준비하는 나에게 자르갈이글은 환전을 해준다며 자신의 친구에게 가자고 한다.

"돈 없어. 은행 가야 해. 은행은 있어?"

"차를 타고 가면 돼."

"근데, 어떻게 환전해 줄 건데?"

200,000투그릭이 러시아 루블로 얼마인지를 묻자 핸드폰에 숫자를 보여준다.

환율기로 확인해 보니 15,000원 정도 차이가 난다.

"얘가, 미쳤나."

너무 비싸다며 거절을 하고, 출발을 하려고 하니 어딘가 전화를 걸고는 어느 정도를 원하냐며 묻는다.

"1루블:40투그릭."

환율기에 루블과 투그릭의 환율은 1:41 정도다. 러시아에 도착해서 유심카드를 살 현금과 비상금이 있으면 좋겠다 싶고, 어린아이들이 많은 형편이라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었는데.

자르갈이글은 현명하지 못하고 욕심을 부린 것이다. 계속 비싸다고 하니 조금씩 가격을 높여 부른다.

"이미 늦었다."

자르갈이글이 여행자들을 상대할 생각이라면 욕심을 부려 한 번에 좀 더 큰 이득을 취하기 보다 여행자들의 마음을 얻어 작지만 안정적인 소득을 얻으려 해야만 한다.

자신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오랫동안 여행을 하며 온갖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흥정을 하려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몽골의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그런 것 같다. '몽골인들은 사람을 속인다'는 지아오강강의 말처럼 악의적인 속임수는 없을지 몰라도 작은 것에 욕심을 내느라 큰 것을 손해 보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자르갈이글과의 만남은 안타깝다고 찝찝한 유쾌하지 못한 그런 것이었다. 마을을 빠져나오는 동안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사내 녀석이 영어로 인사를 하며 호객 행위를 한다.

"삼촌, 기분이 별로다. 가!"

복장과 짐들을 재정리 하는 동안 도로변의 슈퍼 같은 곳을 가리키며 가자고 한다. 어찌 됐든 아이들은 어른들을 닮아간다. 사내아이를 보면서 차간누르 사람들에 일상의 단면을 그려볼 수 있었다.

몇 km 정도 도로를 따라가고 아스팔트 도로는 끝이 난다. 25km 정도는 흙길을 따라 국경까지 가야 한다.

울기에서 사온 요거트로 아침을 대신하고.

흙길을 따라 울란바이신트로 향한다. 도로변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나를 보더니 달려와 초콜릿을 달라고 한다.

"뭐, 줄 것은 없고."

아이들의 외모, 특히 눈매 같은 것이 많이 다르다.

작은 하천이 나와.

자전거를 세우고.

세수와 양치를 한다.

울퉁불퉁한 흙길은 자꾸만 올라가는 분위기고.

잠시 도로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저 멀리 게르에서 아이들이 말을 타고 달려온다.

"오지 마! 사색 좀 하자."

두 남자아이가 와서 게르를 가리키며 차를 마시는 시늉을 한다. 거절을 하니 빤히 얼굴을 쳐다보고는 도로의 건너편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이번에는 오른 편에서 아이들이 말을 타고 달려온다. 마치 고속도로 사고 현장에 달려드는 렉카들의 레이싱 같다.

두 아이들도 게르를 가리키며 차를 마시는 시늉을 한다.

남자아이들이 사라지고 말을 끌고 도착한 여자아이도 수줍게 같은 제스처를 한다.

"너 참 이쁘게 생겼다."

사진을 찍으니 여전히 수줍게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고, 사진을 보며 웃는 사이 말의 고삐를 놓쳤는지 말이 멀리 달아나 버린다.

말을 쫓아가는 여자아이 그리고 여자아이의 실루엣 너머로 또 다른 아이들이 말을 타고 달려온다.

"에잇. 뭐 하는 동네야. 애들한테까지."

좋은 풍경을 두고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작은 언덕을 지나 약간의 허기가 찾아들 때쯤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무슨 잠인데. 저 산 너머에 울란바이신트가 있나?

마을 초입에서 만난 아이들과 눈이 마주칠까 조용히 지나간다.

슈퍼처럼 보이는 곳에 나무 의자가 있어 자전거를 세우고, 주위를 둘러봐도 딱히 뭐가 없다.

"은행도, 식당도.. 아무것도 없냐?"

주머니를 털어 1,200투그릭의 주스를 사고 나니 400투그릭이 남는다.

나무 의자에 앉아 쉬고 있으니 얼굴이 검은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어디가?"

"카자흐스탄."

"잠 잘 때는 있어?"

"국경까지 갈 거야."

"여기가 국경인데. 저기!"

"뭐?"

구글맵을 확인하니 국경 검문소가 200미터 앞에 있다.

"여기가 울란바이신트야?"

"어, 므앙가니잠. 울란바이신트."

울란바이신트는 므앙가이잠으로 불리는가 보다. 5km 정도 더 가야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얼떨결에 울란바이신트에 도착했다.

"그나저나 여기가 끝이면 난감하네. 돈도 없는데."

"근데 여기 호텔이 있어?"

"어, 옆에 게르."

"얼만데? 돈이 없어."

"7,000투그릭."

"카드 돼?"

"아니."

주머니 속에 400투그릭을 보여주자 남자는 피식 웃는다.

잠시 후 남자가 다시 오더니 따라오라고 한다. 슈퍼 옆의 작은 문으로 들어가 허름한 식당의 후문으로 들어간다.

"오호, 여기에 식당이 있네."

남자는 식당의 여자에게 뭔가를 말하더니 여자와 함께 슈퍼로 가서 카드로 결제를 하라고 한다.

슈퍼의 주인과 뭔가를 말하고, 밥값까지 해서 20,000투그릭을 결제한다.

남자가 말하는 호텔은 넓은 게르다.

게르에는 남자와 함께 두 명의 젊은 남자가 더 머물고 있다. 반갑게 인사를 하는 남자들.

처음 말을 건넨 친구는 40살의 비꾸, 그리고 젊은 남자들은 26살 동갑내기 아스카와 아까.

약간의 보드카를 마시며 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로 나온 만두를 함께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술을 잘 먹지 못하는 아스카는 맥주만 마시는데도 힘들어하고, 아스카의 페이스북을 보며 머리가 길었던 아스카의 학생 때 모습에 깔깔거리며 웃는다.

핸드폰의 네트워크을 잡기 위해 도로변을 서성거리고.

잠시 시간이 흐르고, 비꾸 일행이 밖으로 나가자고 하여 따라 나간다. 차를 몰고 검문소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차를 정차시켜 놓는다.

검문소의 앞에는 몇 대의 화물차가 정차를 하고 대기 중이다.

"어, 국경이 이렇게 생겼구나."

차를 세워두고 비꾸 일행은 길 건너편의 나무로 만든 집으로 걸어간다.

"대체 뭘 하려는 거야?"

나무집의 한편에는 양들의 축사가 흙벽돌로 지어져 있고.

"비꾸, 여기 봐."

비꾸 일행은 난데없이 나무집으로 들어간다. 무전기를 찬 남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사내아이들이 집에 있다.

"무전기는 뭐야?"

"어, 나는 저기 국경에서 근무하는 군인이야."

비꾸 일행과 놀러 간 집은 국경 검문소에서 일하는 군인의 집이다. 수박을 내어주며 잠시 대화를 하고.

차를 정차한 곳을 둘러본 후 .

게르로 돌아온다.

저녁이 다가오며 국경을 넘기 위해 줄을 서는 차들이 제법 길게 늘어선다.

"비꾸, 왜 오늘은 국경이 닫혀있는 거야?"

일요일에는 국경이 쉰다고 한다. 그리고 나담이 시작되는 날에도 국경이 닫혀있을 것이라고 한다.

"국경도 쉬는 날이 있어? 날짜 맞춰서 왔으면 큰일 날뻔했네!"

해가 지고, 국경에서 근무하는 군인이 보드카를 들고 게르로 놀러 온다.

자신을 몽골의 긴또깡이라 소개하는 남자 그리고 비꾸 일행과 함께 보드카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비꾸와 함께 주변에 있는 식당과 슈퍼들을 돌아다녔지만 살 수 있는 것은 우유차가 전부다. 빵과 함께 우유차로 늦은 야식을 먹고 골아 떨어진다.

몽골의 마지막 밤이 지나간다.

"굿나잇, 몽골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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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58일 / 맑음 ・ 24도
울기-차간누르
몽골 여행의 끝이 다가온다. 울기에서의 짧았지만 달콤했던 휴식을 뒤로하고 국경을 향해 출발한다.

이동거리
68Km
누적거리
10,877Km
이동시간
5시간 53분
누적시간
785시간

AH3
AH3
43Km / 4시간 42분
25Km / 1시간 11분
울기
정상
차간누르
 
 
2,69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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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6-9911-4119

 

날씨가 좋다. 하루를 더 머물까 생각했지만 몽골의 체류 기간이 일주일 정도밖에 남질 않았다.

"아쉽지만 떠나야 한다."

패니어들를 정리하고 1층의 식당에서 아침 겸 점심을 한다. 밖에 세워둔 자전거를 보고 바이크를 타기 위해 카자흐스탄에서 넘어온 스위스 남자가 인사를 건넨다.

한국에서 여행을 했다는 남자와 짧은 대화를 하는 동안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메뉴판의 그림보다 훨씬 그럴싸한 음식이 나온다.

"아니, 이런 게 왜 이제서야."

숯불에 구워 잡냄새도 완전히 사라진 고기는 푸짐하고 맛이 좋다. 몽골에서 먹는 제대로 된 마지막 식사일 것 같은데, 행운이다.

자전거를 끌고 복잡하고 어지러운 시내 중심을 벗어나 조금 한산한 곳에서 잠시 쉰다.

후덥지근한 날씨의 답답함이 밀려온다. 늦잠을 자고, 느긋하게 출발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늦어졌지만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하루만 더 쉴까? 하루만 더 쉬었으면 좋겠다."

오후 3시, 울기를 떠난다.

작은 강을 건너 울기를 벗어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한적해진 주변에는 작은 교회나 모스크 같은 것이 있고.

국경까지 99km를 알리는 이정표, 이 길을 끝으로 몽골의 여행이 끝난다.

울기를 벗어나며 긴 오르막이 이어지고, 그늘 하나 없는 직선의 도로가 이어진다.

멀리 울기의 모습이 보이고.

"잘 있어! 굿바이."

"덥다."

도로변을 따라 작은 아카시아꽃 같은 것들이 자라고 있고.

이름 모를 들꽃들만이 활짝 피어있다.

레츠비 하나를 꺼내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오토바이 한 대가 서며 말을 건넨다.

짧은 영어를 하는 남자와 이국적인 외모의 조카, 차간누르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한다며 내일 놀러 오라고 한다.

남자가 주는 맥주를 나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진다.

"아마도 내일쯤 차간누르에 도착할 것 같아. 지나가면 놀러 갈게."

구글맵으로 확인했던 갈림길이 나온다. 헙드에서 새로 생긴 도로를 찾지 못해 고생을 하여 차간누르로 가는 경로를 구글맵과 맵스미로 여러 번 확인을 해둔다.

구글맵은 오른편의 산길을 안내하지만 위성 지도를 보면 왼편으로 새로운 도로 같은 것이 보인다.

"역시 새로운 도로가 생겼군."

어느 쪽이든 2,500미터가 넘는 산길을 넘어가야 한다.

한 시간 동안 낮게 이어지는 오르막을 오르고 저 멀리 산위 능선을 뚫어 놓은 듯한 하늘길이 보인다.

산의 능선을 넘는 길은 역시나 비포장도로로.

도로를 내려오는 차량들이 희뿌연 흙먼지를 날리며 달려 온다.

"어련하겠어."

8시 30분이 넘어가는 시각, 자전거를 끌며 흙길의 정상에 도착한다.

차간누르까지 25km 정도가 남아있고.

뜨겁던 하루의 태양볕도 차즘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갈 길은 먼데 내리막 길조차 여전히 비포장도로다.

"몰라, 그냥 달리자."

4~5km 정도 내려가던 비포장도로는 생각지 못하게 포장도로 바뀌고, 시원한 내리막이 계속된다.

언더바를 잡고 몽골의 석양 속을 내달린다. 20km 정도의 거리를 해가지는 풍경을 향해 달려가고, 차즘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할 무렵 차간누르의 경계를 알리는 구조물이 나타난다.

9시 반, 한 시간 반 동안의 즐거운 라이딩이다.

10시가 가까워져 차간누르의 마을 초입에 도착한다.

"이 근처에 누르과의 게스트하우스가 있다고 했는데."

핸드폰을 들여보며 숨을 돌리는 사이, 한 젊은 남자가 다가와 서툰 영어로 인사를 한다.

도로변의 게르를 가리키며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한다며 말한다.

"슬리핑 앤 밋."

"밋?"

고기 식사를 준다는 말에 넘어가고 만다.

"얼만데?"

"20,000."

완전히 해가 떨어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주머니 속에 남아있는 20,000투그릭을 확인하고 그를 따라가기로 한다.

도로변의 게르는 자신의 엄마 집이라며 자기 집은 마을 안쪽에 있다고 한다.

"얘가 말이 조금씩 바뀌네."

승용차를 따라 마을 안쪽에 있는 허름한 집으로 들어간다. 피곤하여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고, 어쨌든 안전하게 쉴 수 있으면 그만이다.

저녁으로 몽골의 게르에서 먹는 맛없는 빵과 우유차만을 마신다.

"밋은 어디로 사라졌냐?"

어린 여자아이가 두 명 그리고 그의 아내는 만삭의 몸이다. 자르갈이글, 30대 초반의 남자는 핸드폰을 줘도 글자를 잘 못치고 오타를 낸다. 글자를 치며 그의 아내에게 철자를 물어보는 듯한 행동을 한다.

차간누르는 국경의 지역이라 여행객을 상대로 잠자리를 제공하거나 환전 같은 것을 하는데 익숙한 모양이다.

도로에서 만난 누르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된다.

"러시아 돈을 환전해 줄게."

"돈이 없다. 내일 은행에 가야 해."

러시아로 넘어가기 위해 추가로 현금을 찾지 않고, 남은 현금으로 이틀을 버틸 생각이었는데 20,000투그릭을 주고 나니 수중에 2,000투그릭 정도만이 남아있다.

카자흐스탄의 이글축제가 울기에서 열리는지, 자르갈이글은 가이드를 해주겠다며 친구들에게 자신을 소개해 달라고 한다.

"어, 소개할 친구도 없다만 너는 말이 달라져서 안 되겠어."

이글 축제에 대해 길게 말하는, 소통이 어려운 자르갈이글과의 대화를 어렵게 끝내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든다.

이제 20km 정도만 가면 몽골의 국경 울란바이신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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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57일 / 맑음 ・ 20도
울기
만년설을 넘으며 뭉쳐버린 근육을 풀기 위해 울기에서 하룰를 쉬어 간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0,809Km
이동시간
0시 00분
누적시간
779시간

고기먹자
오!내사랑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울기
시내구경
울기
 
 
2,62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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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울란바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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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비가 내리고 하늘이 맑아진다.

아침 겸 점심으로 고기세트를 먹는다. 소, 양, 닭 등이 모두 들어간 메뉴인데 맛있는 것도 있고, 냄새가 강해서 먹기 힘든 것도 있다.

"고기가 좋으면 뭘 해, 요리 솜씨가 그저 그런데."

바베큐처럼 숯불에 굽거나 맛있는 소스로 스테이크를 만들면 좋을 것 같은데, 몽골의 음식들은 조금 아쉽다.

울기의 시내를 둘러보고 쌀쌀한 바람이 불어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 근처의 조금 큰 슈퍼에서 내일의 비상식을 준비하며 레츠비를 발견한다.

"오, 대박! 너만 있으면 돼."

멀리 구름 사이로 예쁜 무지개가 떠있고.

레츠비와 맥주는 세면대에 물을 받아 넣어둔다.

뭉쳐있던 근육들이 조금씩 풀어진다.

"나는 너를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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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56일 / 맑음 ・ 24도
보라트-톨보-울기
어제의 피곤함이 몸을 무겁게 만들었다. 산을 내려가 울기로 향해 간다.

이동거리
93Km
누적거리
10,809Km
이동시간
6시간 41분
누적시간
779시간

AH3
AH3
16Km / 58분
77Km / 5시간 43분
보라트
톨보
울기
 
 
2,62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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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망치로 얻어맞은 듯 쑤셔온다. 한 달 정도 자전거를 타지 않고 쉰 탓이기도 하겠지만, 오랜 휴식 후 화끈한 신고식의 여파가 밀려온 것이다.

패니어에서 근육 진통제를 한 알 꺼내어 씹는다. 효과 같은 것을 기대하진 않지만 그냥 '이것이라도 해보면' 하는 작은 몸부림 같은 것이다.

아침까지 내어주어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디리우칸에게 썬크림 하나를 꺼내어 선물한다.

"디리우칸, 일할 때 이걸 얼굴에 바르고 버프를 써."

검붉게 그을린 디리우칸의 아빠를 가리키며 웃자, 아이마랄이 가방에서 튜브식 썬크림을 하나 가져온다.

"맞아. 같은 거야."

디리우칸의 아빠는 아이마랄이 가져온 썬크림을 얼굴에 바르며 방긋 웃는다.

짐들을 정리하고 가족들과 사진을 찍은 후 울기를 향해 출발한다. 디리우칸이 하수로를 건너는 때 도와줘서 쉽게 도로로 나올 수 있었다.

새로 공사 중인 도로는 매끈했지만, 아직 개통이 되지 않아 차량의 통행을 막고 있다.

"아침부터 흙길을 달리기는 싫다."

개통이 안된 아스팔트를 독차지하고 길을 달렸다. 헙드에서 울기로 향하는 2,600미터의 고도는 아이마랄 게르를 조금 지난 곳의 고도다.

잠시 도로 공사를 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내리막길을 신나게 내려오고, 도로는 흙길을 돌아간다.

덤프트럭이 흙먼지를 날리는 흙길을 오르다 다시 공사 중인 도로로 들어간다. 아직 아스팔트가 깔리지 않은 도로지만 평평하게 다져진 길이라 괜찮다.

"혼나지는 않겠지?"

중간중간 공사를 하는 사람들을 지나쳤지만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는다. 공사 구간을 지나고 봉우리 사이로 산을 내려가는 아스팔트 길이 나온다.

"아, 드디어 내려가는구나."

긴 내리막 길을 내려오고, 약간의 평지를 내달려 만년설이 쌓인 고산의 반대편으로 넘어왔다.

어제의 목적지였던 톨보로 들어가는 삼거리의 안내판이 나오고, 톨보는 메인도로에서 많이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어 멀리 마을의 실루엣만 작게 보일뿐이다.

"어제 왔어도, 톨보에 들어가기는 힘들었겠네."

울기로 향하는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톨보를 지나며 네트워크가 약하게 잡힌다.

"조금 쉬자."

평탄한 길이지만 어제의 피로가 느껴진다. 도로의 좌측으로 큰 호수가 나오고 길은 붉은색의 산을 향해 사라진다.

"그만 오르고 싶어."

날씨가 더워지고 햇볕이 따갑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붉은 산의 언덕 길을 오르지만 3km 정도의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조차 쉽지 않다.

호수 주변으로 리조트 같은 것들이 들어서 있고.

다시 자리에 퍼질러앉아 허기를 채운다.

붉은 산을 넘은 후 몇 차례 오르 내리막이 반복되던 길은 10km 정도의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 10km 정도의 긴 오르막을 올라간다. 경사가 높은 도로는 아닌데, 피곤한 몸과 더운 날씨가 너무나 지친다.

10km의 오르막이 끝나고 멀리 울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도로의 건너편에서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손짓을 하며 불렀지만 무신경하게 지나친다.

"힘들어. 할 말 있으면 네가 와."

이유 없이, 인사 없이 손짓을 하고 자전거를 멈추는 사람들을 대부분 도움이나 인사를 주려는 것보다 무엇을 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이다.

울기를 향해 내려가는 도로, 얼핏 헙드보다 커 보이기도 하고.

"드디어 도착했다."

천천히 시내 중심을 향해 들어가고, 울기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모여 산다고 들었지만 헙드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시내에 나무가 많은 헙드에 비해 조금 황량한 느낌이고, 차량 통행이 많고 혼잡하다.

시내 중심으로 보이는 사거리의 건널목에 놓인 벤치에서 햇볕을 피하며 주변의 숙소를 검색한다.

"어, 사람들 생김새가 틀리구나."

자세히 보니 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외모도 달라 보이고, 스카프를 두르고 있는 옷차림도 조금 차이가 있다.

숙소를 검색하고, 사거리 건너편에 있는 핑크색의 호텔 겸 레스토랑으로 들어간다.

"영어 할 수 있어요?"

1층 레스토랑으로 내려온 호텔의 여자는 영어를 하는지 묻더니,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딸을 불러온다.

제법 영어를 잘 구사하는 딸 덕분에 쉽게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는 호텔의 창고에 보관해 둔다.

샤워를 하고 바로 식당으로 내려가 몽골 레스토랑에서 자주 먹었던 메뉴를 주문한다.

"참 신기하고 재미있어. 이 넓은 몽골에서 밥 위에 케찹을 찍어놓은 건 똑같단 말이지."

작은 슈퍼에서 물과 음료 같은 것을 사 오고, 바로 기절하듯 침대 속으로 들어간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55일 / 맑음 ・ 24도
에르덴부릉-보라트
만년설이 쌓여있는 2,600미터의 산을 넘어 울기로 향한다. 수직고도 1,300미터를 올라가야 하는 험난한 길이다.


이동거리
77Km
누적거리
10,716Km
이동시간
8시간 55분
누적시간
772시간

AH3
AH3
59Km / 7시간 00분
18Km / 1시간 55분
에르보
정상
보라트
 
 
2,534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새벽까지 거센 바람은 계속되었다.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짐들을 정리하고 9시가 되자 거짓말처럼 바람이 사라진다.

식당에서 어제와 같은 식사를 하는 동안 옆 테이블 앉아있던 일본인 노신사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식당으로 들어온 중국인은 내게 중국 사람인지를 물어본다.

"암 코리안. 서롱고스. 한궈렌"

동시에 세 국가의 말로 답변을 한다. 멀리 만년설이 쌓여있은 관광지가 있어 투어링을 하는 외국인들이 있나 보다.

만년설이 쌓여있는 2,600미터의 Tsast Ula을 넘어 120km 떨어진 톨보까지 가야 한다.

그동안 2,500미터가 넘는 많은 산들을 넘었지만 오늘은 1,200미터의 높이를 한꺼번에 넘어가야 한다.

"꽤 힘들 거야. 그래도 만년설의 산이 궁금하네. 출발!"

멀리 만년설이 쌓인 산의 정상이 보이고 길은 산을 향해 이어진다. 적당히 좋은 날씨와 바람이다.

도로변에 물을 뿌리는 살수차의 작업자가 코리아를 외치며 손인사를 해준다. 중국도, 몽골도 사막화에 대한 걱정들이 있고, 방지 노력들이 눈물겹다.

특히나 몽골은 주변국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할 것 같은데, 몽골의 정치 시스템은 아직까지 많이 후져 보인다.

도로변에 잠시 쉬며 주변의 둘러보며 생각에 잠겨있을 때 노란색의 오토바이가 정차를 하고 말을 건넨다.

혼다의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하는 일본인은 일본 특유의 억양으로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며 말을 한다.

울기를 지나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으로 간다는 아저씨는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쓰고이, 간바떼, 아리가또 등의 감탄사와 응원의 말들을 연신 말하고는 구뜨럭을 외치며 손을 흔들고 사라진다.

"아리가또, 오지산!"

조금씩 경사를 더해가며 산으로 들어간다.

산에서 흘러오는 계곡물에 세수와 양치를 하고.

빈 생수통에 씻는 용도로 사용할 물을 담는다.

서서히 오르막의 길들이 이어진다.

도로변에 허름한 음식점이 보였지만 패쓰하고 얼룩덜룩한 검은 무늬의 산들을 따라 천천히 페달을 밟아간다.

조금씩 더워지는 기온은 건조한 숨막힘으로, 그리고 강한 햇볕은 옷을 뚫고 따갑게 파고든다.

조금씩 페달링이 느려져 갈 때쯤 지겹도록 휘어지는 도로의 끝에 짚차 한 대가 정차되어 있고,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뙤약볕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듯 내 쪽을 응시하고 있다.

"차가 고장 났나?"

부부로 보이는 남녀와 중고생 또래의 두 여자아이 그리고 4~5살 정도 되는 남자아이의 조그만 손에는 작은 콜라와 생수를 들려있다.

잠시 자전거를 세우라는 손짓을 하더니 남자아이가 생수와 콜라를 수줍게 건네준다.

"오, 바에르사!"

한국의 노래와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여자아이는 한국에 꼭 가고 싶다며 영어로 말을 하고, 몽골의 자연이 어떠냐며 물어본다.

"하늘, 산, 구름, 별. 몽골의 자연은 너무나 아름답고 경이로워. 그리고 너도 꼭 한국에 가보기를 바란다."

사진을 찍고 출발하려던 남자는 차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더니 건네주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떠나간다.

열심히 손을 흔들며 밝게 웃는 여자아이들, 여유가 있고 즐거운 가족의 분위기다.

일본인 아저씨와 몽골 가족의 연이은 만남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조금 더 길을 달린 후 도로변에서 점심을 한다.

시원한 생수와 콜라 그리고 헙드를 떠날 때 유나 선생님이 챙겨준 주먹밥.

하루가 지났지만 꽤 맛있는 점심이다. 점심을 먹는 도중 오토바이가 멈춰 서더니 두 명의 젊은 남자가 다가와 옆에 앉는다.

"얘들아, 밥 먹을 때는 좀 지나가주면 안 될까?"

몽골어로 무언가를 묻더니 모기퇴치제를 달라는 제스처를 한다.

"안 돼. 한 번은 뿌려줄 수 있어."

밥 먹는 것을 민망하게 지켜보더니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진다.

작은 식당이 있는 곳을 지나고 크게 우회전을 하던 도로는 본격적을 산을 향해 올라간다.

"근데, 저 앞에 보이는 불안한 느낌의 흙먼지는 뭐지?"

멀리 오르막의 끝에서 차량들이 흙먼지를 날리며 제멋대로 산길을 내려오는 것이다. 현재의 고도는 1,900미터, 앞으로 700미터나 더 올라가야 한다.

"설마 잠깐 공사 중인 것이겠지? 설마!"

차량들이 도로를 가운데 두고 양옆으로 내려오는 모습들을 주시하며 쉬는 동안 말을 타고 한 젊은 남자가 다가온다.

"말 걸기 전에 빨리 가야지."

아니나 다를까 말을 탄 목동이 출발을 하려는 나를 불러 세우더니 리어 패니어에 꼽혀있던 콜라를 가리키며 달라고 한다.

"뭐?"

이번에는 콜라를 마시는 시늉과 함께 꼴깍 꼴깍 소리까지 내가며 달라고 한다.

"이 염치도 없는 놈. 편하게 말을 타고 다니면서 지치고 힘들어하는 사람의 음료를 뺏어 먹고 싶냐."

단호하게 거절을 하고 자전거를 출발시키니 굵은 목소리를 내며 한 번 더 나를 부른다.

"됐어. 눈치까지 없는 놈."

몽골어가 된다면 아마도 '그 말을 주면 콜라를 줄게'라고 했을 것 같다.

역시나 도로는 막혀있고 양옆으로 차들이 만들어 놓은 흙길이 어지럽게 나있다.

"제발 짧게 끝내자."

바람과는 달리 산의 정상으로 가는 길은 끝없이 공사 중이고, 어지럽게 그려진 흙길을 골라가며 힘들게 페달을 밟는다.

"몽골아, 너에는 왜 꼭 산의 꼭대기에서만 이런다니."

거센 흙먼지를 날리며 화물차와 버스들이 지나다니고, 흙먼지를 피해 차들이 다니지 않는 길을 따라가면 호기심이 많은 운전자들이 나를 따라 오가며 흙먼지를 날려댄다.

"아오, 길도 많은데 꼭 옆으로 와서 먼지를 날린다니. 자전거에 짐 싣고 쓸데없이 산에 올라가는 사람 처음 봐?"

산을 향해 경사가 더 해지는 길도 끝이 없다. 그리고 산을 오를수록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이런 길로 600미터 이상을 더 올라가야 한다는 말이지?"

늘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것인지 흙길의 바닥면이 반들반들 깨끗하다.

3km의 거리를 이동하고 쉬어가기를 반복하고, 자전거를 타고 끌기를 반복한다.

"야기, 울기까지 거의 아스팔트라며."

몽골 사람들의 '거의'는 대체 어느 정도를 표현하는 단어일까.

"교장 선생님이면 뭐해. 결국 야기도 몽골 사람이었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거리를 부질없는 핸드폰만 쳐다보며 자전거를 끌고, 끌며 기어간다.

산의 정상에 올라온 듯 평탄한 지형이 나오고 멀리 크림 토핑을 올려놓은 것 같은 산의 꼭대기 만이 살짝 시야에 들어온다.

"에씨, 멋진 장관도 없고. 근데 왜 아직 300미터가 남은 거야?"

짧은 내리막길 너머로 다른 봉우리를 향해 크게 좌회전을 하며 길이 사라진다.

"저기가 끝인 모양인데, 이제 골반까지 뒤틀린 듯 아프다."

"고작 이 정도야? 만년설의 장관은 어딨어?"

언제 패니어에 들어갔는지 모를 사탕을 꺼내 먹고.

"에씨, 발!"

산의 정상을 향해 부지런히 자전거를 끌러 보지만.

2미터, 3미터를 이동하기가 힘들다.

겨우 오르고 올라 도착한 정상에는 휑하니 아무것도 없고.

심지어 어붜조차도 없다.

멀리 반대편에서 화물차들만이 뿌연 먼지를 휘날리며 느리게 느리게 기어 올라온다.

"몇 미터야? 2,516미터? 100미터는 어디 갔어?"

"분명 여기가 정상인데!"

사라진 100미터로 인해 뭔가 불안한 예감이 든다.

흙먼지를 온몸에 뒤집어쓰며 요란스러운 내리막을 내려가고, 땅이 평평해질 때쯤 자리에 서서 고도를 확인한다.

"족히 4시간을 기어올라 온 것 같은데 겨우 100미터 내려오고 끝난 거야?"

계속되던 흙길은 끝내 자갈밭으로 변하여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어 버리고.

헛된 바람에 대한 포기와 체념의 득도를 깨우칠 때쯤 몽골 사람의 '거의'라는 표현에 부합되는 '잠시'의 도로 공사 구간이 끝난다.

"도로에 흙이 쌓여있는 곳에서 잠깐만 돌아가면 거의 아스팔트야. 울기까지 길 좋아!"

울기까지의 도로 상황을 물었을 때 야기는 새로 생긴 도로에 대한 자부심을 표하듯 밝게 웃으며 말했었다.

"야기, 고마워. 오늘 거의 죽을뻔했어."

하지만 불안하다. 산을 내려온 150미터까지 해서, 사라진 250미터는 어디에 있을까 궁금하다.

"GPS가 장난으로 농담을 할 일도 없고."

해는 저물어 가고 톨보까지는 너무나 길이 멀다.

야영을 할 게르를 찾으며 도로를 따라간다.

하루 종일 산길을 오르고, 끌었던 골반과 종아리가 뻣뻣하게 굳으며 약간의 경련이 일어나고.

도로를 따라 멀리 만년설의 풍경이 펼쳐지지만 체력은 떨어지고 페달링은 한없이 무겁다.

그리고 어둠과 함께 사라졌던 250미터의 오르막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거였어!"

더는 갈 수도 없고, 가고 싶지도 않다.

도로변 멀리 몇몇 채의 게르를 지나치고, 최대한 가까운 곳의 게르를 찾다가 핸드폰의 메시지 알람이 울리는 곳에서 자전거를 던지듯 눕혀버린다.

"못 가, 안 가!"

새로 생긴 도로는 초원과의 경계에 굵은 돌들을 깔아 하수로를 만들고 있다. 차들이나 오토바이가 들어갈 수 없게 흙을 파놓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완전히 분리를 시켜 차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로변에 퍼질러 앉아 있으니 돌들을 깨서 모양을 잡고 하수로를 만들던 세 명의 남자가 작업이 끝난 듯 내 쪽으로 다가온다.

꼼작도 할 수 없고, 산에서 먹은 콜라와 단 사탕 때문인지 내장까지 저려온다.

"게르 옆에 텐트 좀 치고.."

번역기를 보여주기도 전에 게르를 가리키며 가자고 한다.

깊은 높이의 돌로 만든 하수로는 아니지만 패니어들을 떼고 옮기는 것이 끔찍하다.

재차 게르를 가리키는 남자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는 제스처를 하며 뜻을 알아들었다는 '오케이'만을 반복한다.

노란 렉팩을 떼어내고 돗자리와 수면매트를 떼어내고 있으니, 안 되겠다는 듯 두 명의 남자가 하수로를 건너오더니 패니어를 단 자전거를 번쩍 들고 건너편으로 옮겨버린다.

"햐. 땡큐! 바에르사!"

게르 옆에 텐트를 치겠다고 말했지만 게르 안으로 들어와라고 한다. 게르에는 중년의 부부와 20대 초중반의 남매 그리고 비슷한 또래의 남자가 있다.

게르를 둘러보며 앉아있으니 여자아이가 '워시 페이스'라며 영어를 한다. 주전자로 따듯한 물을 부어주어 간단하게 세안을 하고.

저녁으로 고릴테슐을 내어주어 허기를 채우며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네트워크가 잡히질 않아 번역기를 사용할 수 없었지만 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조금의 영어를 할 수 있어 소통은 할 수 있다.

만년설의 산들에 둘러싸인 보라트에서 도로의 하수로 작업을 하고 있는 디리우칸과 아이마랄 남매의 게르이다.

남매의 엄마는 머리에 두건 같은 것을 착용하고 있고, 아빠는 40대 중반처럼 보인다. 디리우칸은 착하게 잘 생겼고, 아이마랄은 상냥하고 잘 웃는다. 카자크 사람처럼 보이는 외모인데 아마도 방학이라 부모님의 게르에 와있는 모양이다.

잠시 게르 주변의 남자들이 큰 맥주를 들고 와 이야기를 하며 가끔씩 맥주를 따라주고 이야기를 나눈 후 돌아간다.

자전거를 게르 안쪽으로 집어넣고, 침낭을 꺼내어 게르에서 잠이 든다.

"야기, 야기..."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54일 / 맑음 ・ 22도
헙드-에르덴부릉
한 달여의 휴식을 마치고 헙드를 떠난다.

이동거리
54Km
누적거리
10,639Km
이동시간
6시간 50분
누적시간
763시간

AH3
AH3
43Km / 5시간 25분
11Km / 1시간 25분
헙드
산길
에르덴
 
 
2,457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유나 선생님이 챙겨준 아침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헙드를 떠날 준비를 한다.

다음 목적지인 울기까지는 220km의 거리, 만년설이 쌓여있는 2,600미터의 차스트울을 넘어가야 하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헙드의 고도가 1,300미터 정도이니 한 번에 꽤나 높이 오르막을 올라가야 한다. 이틀 또는 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배웅을 나온 선생님과 함께 마지막으로 부얀트걸에 들러 시간을 보낸다.

부얀트걸은 언제나 시원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다.

한 달의 시간 동안 불편함 없이 챙겨준 유나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중국의 비와 몽골의 바람 속에서 지쳐있던 체력이 회복되고, 아무런 생각 없이 보낸 편안한 헙드의 시간이었다.

"자, 이제 가야 해요. 기념사진 찍어요."

마지막 인사와 함께 다시 여행의 길을 떠난다. 미묘한 감정의 울림과 낯설어진 자전거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동안 부얀트걸을 산책하며 주변을 둘러보아도 구글맵으로 검색되던 AH4의 도로는 보이질 않았다.

울기까지 새도로가 생겼다는 야기의 말대로라면 검은 아스팔트 라인이 부얀트걸을 건너는 다리 너머로 이어져야 하지만 산길을 넘는 어지러운 흙길 이외는 보이질 않는다.

부얀트걸을 지나 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멀리에서 보아도 분명 흙길이다.

"야기!"

부얀트걸의 두 번째 다리를 건너자 바로 산길이 시작된다.

"뭐, 이 산만 넘으면 매끈한 아스팔트가 나오겠지."

울기로 넘어가는 산길은 시작부터 순탄치가 않다. 푹신한 모래들이 쌓여있는 길은 슬립이 나며 자전거를 타고 가기가 힘들다.

이리저리 상태가 좋은 곳을 골라가며 페달을 밟아보지만 두어 차례 슬립이 나며 자전거가 넘어진다.

바람조차 불지 않는 산길을 자전거를 끌며 오른다. 생각대로 오랜 휴식 후의 첫 라이딩은 쉽지가 않다.

부얀트걸을 출발하여 한 시간 만에 고개의 정상에 도착한다. 약간의 미풍이 불어 땀을 식혀주지만 몇 초의 시간이 지나기도 전, 요란스레 달라붙는 모기떼들의 극성으로 빠르게 출발을 한다.

고개의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길은 오랜 휴식으로 싱싱해진 라이딩의 욕구를 순식간에 사그라들게 만든다.

끝이 보이질 않는 비포장의 흙길이 하염없이 펼쳐져 있다.

빨래판처럼 울퉁불퉁 거리는 짧은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길은 업다운이 반복되며 이어진다.

자전거를 멈춰 세우면 득달같이 달려드는 모기 때문에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힘들고, 건조하고 무더운 날씨와 더불어 쉬어갈 그늘조차 없다.

흙자갈길의 상태가 그나마 괜찮은 곳을 찾아 따라가다 보니 울기로 향하는 AH4번 도로와 멀어져 버린다.

AH4번 도로를 찾기 위해 '내가 가는 곳이 길'인 길을 따라 초원을 가로질러 다시 AH4번 도로에 돌아온다.

페달링을 하며 따가운 느낌의 종아리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더니 모기가 잡혔나 보다. 몽골의 모기는 아무리 몸을 움직이고, 쫓아내어도 소용이 없다. 근성이 대단한 녀석들이다.

만년설이 쌓인 산을 향해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은 이내 끝날 것 같지가 않다.

"완전 망했어! 근데 왜 지나가는 차조차도 없는 거지? 이 길이 아닌가?"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핸들을 잡은 손등과 반바지 차림으로 노출된 종아리에 달라붙는 모기를 잡아가며 길을 따라가는 동안 조금씩 지쳐간다.

모기를 쫓아내는 손사래와 함께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자전거를 컨트롤할 때마다 헙드에서 채워놓은 체력게이지가 뚝뚝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작은 바람이 불어 모기들의 극성이 사라진 언덕 위에서 잠시 쉬어간다. 햇볕을 받아 따가운 것인지, 모기에 물려 따가운 것인지 알 수 없는 종아리를 보호하기 위해 긴바지로 갈아입는다.

"내가 졌다. 몽골에서 반바지는 무리야. 무리!"

헙드를 떠날 때 유나 선생님이 챙겨준 모기 기피제와 실리콘 팔찌를 꺼내어 제품의 효능처럼 효과가 있기를 기대하며 무장을 한다.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지만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굳은 신념의 체면을 걸어본다.

패니어 속에서 물컹하게 변해버린 바나나로 허기를 달래고 달콤한 향이 퍼지는 껍데기를 멀리 집어던져 초파리와 날파리들을 떼어낸다.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이 그립네."

부얀트걸에서 맥주를 사 오려다 더운 날씨에 미지근하게 변해버릴 것 같아 사 오지 않은 것이 약간 아쉽다.

길은 정상을 향해 이어지고 시원한 바람과 함께 커다란 바위들이 수없이 펼쳐져 놓여있다.

그리고 길은 모래 해변보다 푹신한 모래밭으로 변한다.

자전거를 끌며 묘한 돌무더기의 산봉우리를 넘고.

아래로 내려가는 길마저 모래바닥이다.

"아니, 차가 왜 한 대도 지나가지를 않지?"

모래 바닥을 피해 가며 어렵게 흙길을 따라가니 멀리 다리 같은 것이 보인다.

"저기가 끝인가? 제발 끝이기를."

모래길의 끝에 멀쩡한 검은 아스팔트가 나오고.

도로의 이정표에는 헙드로 가는 길임을 알리는 표시가 되어있다.

"나는 오늘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이름하여 뻘짓!"

추측하건데 구글맵에 잡히지 않은 새 도로는 울란곰 방향의 도로에서 산을 돌아 만들어진 것 같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작은 강 건너 한 채의 건물이 보인다.

무엇이든 건물 주변에서 야영을 할 생각으로 다가가니 운 좋게도 도로변 식당이다.

"먹을 복은 있는 하루네."

식당에 들어가 간의 세면대에서 얼굴을 씻으니 카드놀이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 신기한 눈빛으로 웃는다.

"메뉴가?"

몽골 식당의 메뉴는 뻔하지만 네트워크가 불안정한 핸드폰을 들고 애를 쓰기엔 너무 지쳐있다.

"선생님, 뭐라고 적혀있나요?"

유나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고 작은 만두가 들어간 만둣국을 주문한다.

주문과 함께 만두를 빚는 몽골의 식당은 조금 오래 기다려야 한다. 음식을 만드는 동안 유나 선생님께 주인 여자와 통화를 하여 주변에 텐트를 칠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소통이 잘 안된다.

핸드폰에 저장된 텐트의 사진을 보여주며 식당 옆 공터를 가리키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식사를 하고 카드놀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헙드의 길을 물어보니 생각했던 경로가 맞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에쒸, 야기에게 확실하게 물어보고 출발할 것을."

모기들을 쫓아내며 어렵게 텐트를 설치하고.

편안하게 텐트에 누웠다.

"정말 힘든 하루였어."

저녁이 되며 바람이 거세지고 텐트가 날아갈 듯 요란한 소리를 낸다.

밖으로 나가 앵커들을 모두 박아 고정을 한 후 하늘을 쳐다보니 은하수의 별무리가 확연하게 하늘 위로 펼쳐져 있다.

"정말 할 말이 없다. 그렇게 힘들게 하더니."

이상한 일이지만 몽골에서 바람이 강하고 날씨가 안 좋을수록 멋진 풍경을 볼 수가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한 보상이네."

다시 여행이 시작됐다. 엉덩이가 아프고 뭔가 불편하지만 또 이내 적응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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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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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53일 / 맑음 ・ 24도
헙드
한 달 동안의 휴식을 마치고 헙드를 떠날 준비를 하다.

이동거리
4Km
누적거리
10,584Km
이동시간
0시간 38분
누적시간
757시간

S320소도
헙드광장
2Km / 20분
2Km / 18분
헙드
부얀트걸
헙드
 
 
2,403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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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헙드 광장에서 야기를 만나며 시작된 헙드에서의 시간,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이곳에 머물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4월 14일부터 시작된 몽골의 여행 동안 거센 바람을 맞으며 달려오느라 지쳐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시간의 여유가 넉넉하게 남아있는 몽골 여행에 대한 아쉬움인지 모르겠다.

출발을 위해 준비를 했지만 새벽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피곤함으로 게으름이 슬며시 찾아든다다. 90일의 비자 기간이 12일 정도의 여유밖에 남아있질 않다. 육로를 통해 자전거를 타고 국경을 넘어야 하는 첫 번째 경험의 막연함이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오후 3시가 되어 출발을 해보려고 했지만 2,600미터의 고도를 넘어가야 하는 부담스러움이 찾아든다.

"30km만이라도 가 볼까 아니면 내일 아침에 빠르게 출발을 해 볼까?"

출발에 대한 정확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자전거에 패니어들을 장착했지만 비가 내린 후 며칠간 좋았던 날씨는 난데없이 신경질적인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아니 왜? 자전거를 다시 타려고 하니까 바람이 부는데?"

필요한 물품들을 다시 체크하고 준비하는 동안 4시가 가까워졌고, 배웅을 나온 유나 선생님과 부얀트걸의 도로를 걸으며 내일 아침에 떠나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그래, 내일 아침 편하게 출발하자!"

우체국에 들러야 하는 선생님은 택시를 타고, 나는 자전거를 체크하며 시내를 돌아 우체국에서 만나기로 한다. 무겁게 느껴지는 자전거지만 몸의 컨디션은 가볍게 느껴진다.

짐들을 다시 풀어놓고 마지막으로 고기를 사주겠다는 선생님을 따라 식당으로 걸어간다. 야기를 처음 만났던 헙드의 광장을 지나.

오묘한 구름들이 떠다니는 헙드의 하늘을 올려다보고.

소와 양 그리고 닭고기가 섞여있는 메뉴로 식사를 한다. 유나 선생님이 생각했던 메뉴가 아닌 것 같고, 맛 또한 좋지는 않다. 음식의 조리법이나 고객 서비스에 대해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은 고기들은 포장을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모든 준비가 끝났고 이제 헙드를 떠나게 된다.

유나 선생님의 배려 속에서 야기와 그의 가족들, 한미경 선생님, 함병규 선생님, 사롤, 빈데르, 체기, 바야나, 아무갈을 만나 즐거웠고, 루시아노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편안하고 좋았던 시간의 흐름이었다.


"야기, 너에게 줄 김치는 내가 먹어버렸어.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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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43~152일 / 맑음, 비 ・ 14~26도
헙드
코이카의 안전교육을 위해 울란바토르로 소집된 유나 선생님과 한미경 선생님, 소집일정이 28일까지 변경되어 헙드에서 머물러야할 시간이 길어졌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0,581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75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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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준비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헙드
헙드
헙드
 
 
2,39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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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의・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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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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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50G,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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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 선생님과 한미경 선생님의 안전교육을 위해 울란바토르로 떠났다. 교육 기간이 28일까지 연기되면서 헙드에서 머물러야 할 시간이 늘어나버린다. 300Km가 남아있는 국경까지의 거리가 부담스럽지 않지만 시간에 쫓기듯 국경을 넘고 싶지는 않다. 유나 선생님이 돌아오면 헙드를 떠나야 한다.

단전과 단수가 불규칙하게 지속된다. 인터넷이 끊기고 유나 선생님은 통신요금 납부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유니텔 직원에게 요금납부에 관한 간단한 몽골어를 알려주었지만 기존 영수증의 납부번호를 제시하고 '히뜨웨?'만을 말하니 알아서 처리를 해주어 싱겁게 끝나버린다.

유나 선생님이 챙겨놓은 국과 카레가 떨어지고, 슈퍼에서 계란과 햄 그리고 참치캔을 사서 그럭저럭 식사를 해결한다. 자전거를 타지 않으니 딱히 많이 먹을 필요는 없다. 간단한 요리 정도는 할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늘 생각뿐이다.

유나 선생님의 환경체험 행사에 대한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영상 자료를 편집하며 시간을 보낸다. 헙드 광장에서 팔던 양고기 꼬치를 사 먹기 위해 몇 차례 광장을 나갔지만 꼬치 아저씨는 영업을 하지 않았고, 어떤 행사를 준비하는지 광장의 중앙에 무대와 천막들이 설치되고 있다.

문화 행사 같은 것이 열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군대관련 행사였던 모양이다. 3일 동안 저녁 시간이 되면 양꼬치구이와 행사를 보기 위해 광장에 나갔지만 모두 헛걸음이었다.

3일 동안 비가 계속 내렸고, 전기와 수도의 공급이 불규칙하게 끊긴다. 몽골 여행을 시작했던 위너님은 처이르를 지나 울란바토르에 가까워졌나 보다. 처이르를 지나 도로변의 숙소 마당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냈던 곳의 사진을 찍어 보내준다. 날씨가 덥고 힘들었을 텐데 곧 울란바토르에 도착한다고 하니 안심이 된다.

일주일 동안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달력을 보며 언제 헙드를 떠날 것인지를 고민한다. 한 달 동안 숙식을 챙겨준 유나 선생님이 돌아오자마자 바로 길을 떠나는 것도 미안한 일이고, 몽골의 체류 기간의 종료일이 다가오는 것도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30일, 01일?"

28일, 안전교육을 갔던 유나 선생님과 한미경 선생님 그리고 한국에서 돌아온 함병규 선생님이 돌아왔고, 유나 선생님이 울란바토르에서 공수해온 삼겹살로 오랜만에 고기맛을 본다.

한 달 동안 선생님의 집에 정신없이 늘여놓은 짐들을 정리한다.

헙드에 와서 야기에게 한국 사람이 거주한다는 말을 듣고 만나고 싶다고 했을 때, 야기는 함병규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었다. 2년의 협력사업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간 선생님은 1년의 기간을 연장하며 휴가를 마치고 다시 헙드로 돌아온 것이다.

체육교사로 일을 하고 있는 함병규 선생님은 학교 운동장에 인조 잔디를 설치하고 정비하려는 협력 사업을 위해 아침부터 사롤과 함께 회의를 한다. 외향적 성격으로 보이는 선생님은 유쾌하고 위트가 있는 사람인 것 같다.

함병규 선생님이 저녁을 초대해 주어 선생님의 집으로 간다. 책상과 화장실의 벽면에 중국어를 비롯한 한자와 단어들을 꼼꼼하게 붙여둔 것을 보아 그의 성격을 조금을 가늠해볼 수 있다. 선생님이 한국에 가지 않았었다면 함병규 선생님의 집에서 신세를 지지 않았을까 싶다.

여행을 하며 사람들과의 만남 과정을 생각해보면 우연의 연속들이 신기할 정도로 조합되어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꼭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주어진 각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필연이나 운명 같은 감성코드로 의미를 부여하는 유치함 따위는 내게 없다.

그저 우연의 과정들 속에서 즐거움과 만족의 감정들을 느끼는 것을 보면 존재라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없고, 삶에 대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깊어진다.

함병규 선생님의 한국에서 가져온 들깨가루를 넣어 미역국으로 저녁 식사를 차려준다. 썩 괜찮은 음식 솜씨다.

식사 후, 두 선생님과 함께 헙드불랑 근처의 약수터로 산책을 가려고 했지만 득달같이 달려는 드는 모기떼의 극성으로 산책을 포기한다. 여름철에 모기가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무섭게 달려드는 모기떼가 놀랍다.



패니어의 짐들을 정리해 두고 마지막으로 부얀트걸을 산책하고 싶다고 말한다. 더위진 날씨 탓에 그늘이 없는 부얀트걸이 무더울 것이라 지레짐작했었는데 생각과 달리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부얀트걸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여름에 이곳으로 나오는구나."

게르의 수도 많이 늘어나고 캠핑카 같은 낡은 트레일러도 한편에 놓여 있다.

게르들 사이로 몇몇의 텐트들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보니 헙드에서 시간을 보내며 부얀트걸에서 야영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웨딩 촬영을 하는 커플들도 보이고, 어른들과 아이들의 뒤섞여 물장구를 치며 깔깔대는 사람들의 모습이 시간의 편안함을 준다.

선생님과 함께 한국 식당에 들러 삼겹살로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 헙드의 수박을 맛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인지 선생님은 슈퍼에서 러시아산으로 보이는 수박을 한 통 사 든다.

이제 헙드를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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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37~142일 / 맑음 ・ 20도
헙드
"즐겁게 살아. 단지 지금을 살아가라."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0,581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756시간

베일
헬프&원더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헙드
헙드
헙드
 
 
2,39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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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 선생님은 배추김치를 만들기 위해 준비를 하고.

헙드의 지인들에게 나눠줄 김치를 만든다.

리즈훼이는 도깨비를 다운로드해 보고 있다며 메시지를 보내온다. 다운로드를 해둔 파일을 어떻게 보내줄까 고민했는데 알려준 토렌트 주소로 다운을 받은 것인지 알아서 잘 다운로드했나 보다.

하얀 달이 하늘 높이 올라가도 날은 밝다.

유나 선생님은 저녁으로 비빔국수를 해주고.

밤이 깊어가도 짙은 어둠은 내려앉지 않는다.

베일리 어게인과 달랑을 본다.

"즐겁게 살아. 단지, 지금을 살아가라."




아침으로 색색의 모양이 예쁜 볶음밥이다. 크게 무언가를 하는 것처럼 보이질 않는데 쉽게 음식을 만들고 입맛에도 딱이다.

시원한 미역냉국과 함께한 맛있는 아침이다.

5번 유치원의 원장인 체기의 승용차가 있어 선생님과 함께 헙드의 외곽으로 나간다.

헙드의 공항을 구경하고.

조각상이 세워진 공항 주변의 작은 공원에서 하늘을 바라본다.

30도 가까이 올라간 기온은 매운 따가운 햇볕과 함께 숨막히는 더위를 불러온다.

"바람이 없으면 꽤나 힘든 무더위겠다."

헙드의 외곽을 돌며 게르가 들어선 마을들을 구경하고 헙드울랑에 있는 자이슨(전망대)에 올라간다.

"헙드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어요."

가파른 300개의 계단을 따라 붉은 돌산을 오른다.

헙드울랑의 자이슨에서 볼 수 있는 헙드의 전경이 펼쳐져 있다.

넓은 게르촌과 시내의 작은 빌딩들 그리고 부얀트걸의 주변으로 들어선 하얀 점들의 게르들.



한 무리의 양 떼들을 몰고 가는 모습도 보이고.

체기 선생님에게 승용차를 돌려주기 위해 그녀가 살고 있는 게르촌으로 이동한다.

새로 작은 게르를 설치하는 일을 도와주고.

집으로 돌아온다.



유나 선생님은 저녁으로 양고기를 준비한다.

"이건 보드카인데요!"

양고기와 김치의 조합, 보트카와 맥주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잠이 든다.



한미경 선생님이 시장에서 사온 보츠로 사롤과 함께 아침을 먹고.

저녁으로 한국음식을 하는 식당으로 가서 피자와 치킨을 먹는다.

나름 깔끔하게 괜찮은 메뉴다.

식사 중 오초르에게 전화가 와 잠시 통화를 하고, 19일 헙드에 온다는 간져와 약속을 잡는다.

새벽까지 헬프와 원더를 보고 강렬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잠이 든다.




새벽까지 영화를 본 탓에 12시가 다 되어 일어난다. 사롤과 함께 아침을 먹고 자료들을 정리한다.

오후에 아파트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자전거를 정비해 주고, 저녁으로 양고기를 구워 먹는다.

오초르에게 전화가 와 통화를 한다. 목소리가 잠겨있는 것처럼 좋질 않았는데, 몸이 아파서 울란바토르의 병원에 있다고 한다.

날이 더워지는 계절이라 힘든 노동에 몸이 축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불편한 곳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일, 집에 가면 페이스북 메신저로 전화해."

내일은 처이르에서 양만두를 만들어주고 도시락을 싸주었던 간져가 헙드로 온다.




생뚱맞게 감기가 찾아든다. 감기약을 먹고 하루 종일 잠을 잔다.

위너님은 중국 여행을 마치고 몽골로 들어섰다고 한다. 즐거운 몽골여행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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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31~136일 / 맑음 ・ 25도
헙드
헙드에서 편안한 시간들을 보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0,581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756시간

유나선생님
루시아노
0Km / 0시간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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헙드
부얀트걸
헙드
 
 
2,39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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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기의 가족들은 휴일에 헙드에서 30km 떨어진 곳으로 나간다. 헙드에서의 시간을 정리하기 위해 야기의 집에 넣어두었던 짐들을 유나 선생님의 집으로 옮겨놓는다.

패니어의 짐들을 다시 정리하고.

겨울 신발과 옷가지들을 정리한다.

"즐거운 여행이었다. 수고했다!"

겨울 이너웨어와 기모져지는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세탁을 해서 밖에 놓아둔다.

유나 선생님과 함께 산책을 하며 헙드의 외곽에 위치한 라마교 사원으로 간다. 사원의 복원과 함께 새로 건물을 짓느라 어수선한 사원을 잠시 구경하고.

가로수가 예쁘게 자란 헙드 공항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걷고.

도로변에는 넓은 공터처럼 놀이공원이 들어서 있고, 몇몇의 사람들이 놀이기구를 타고 있다.

"이거 운영이 되는 거예요?"

"저도 문이 열린 것을 처음 봐요."

저녁 무렵 문이 열린 공원에는 한두 개의 놀이 기구들이 돌아가고 있다.

"저거 한 번 타 볼까요?"

회전 그네가 돌아가고 있는 곳으로 걸어가 놀이기구에 자리를 잡으니 기구를 관리하던 여직원은 이용권이 필요하다며 알려주고 놀이 기구를 태워준다.

"세상에, 놀이 기구를 타고나서 표를 사야겠네."

어지럽게 돌아가는 회전 그네를 타고 표를 사기 위해 정문으로 걸어간다.

공원의 정문에서 놀이 기구의 이용권을 팔고 있고, 사람들이 조금씩 산책을 하며 모여든다.

"바이킹을 타야지요. 제일 재미있겠네."

작은 바이킹을 선생님과 단둘이 독점을 하고 기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작은 크기이지만 제법 짜릿한 느낌도 들고.

바이킹을 타고 있으니 십대 후반의 젊은 아이들이 몰려와 함께 비명을 지르며 구경을 한다.

십대의 아이들과 미니미한 청룡열차를 타고, 미니미한 회전 관람차를 탔다. 헙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관람차는 야속하게도 딱 한 바퀴만 돌고 끝이 난다.

놀이공원 근처에 새로 생긴 한국 음식점에서 김치찌개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온다.

맥주를 마시며 호텔 뭄바이를 보고 잠이 든다.




학교 업무에 바쁜 야기를 만나기 위해 야기의 학교로 간다.

야기는 학교가 방학을 하는 기간이라 바쁘고, 새로 짓게 될 학교의 건물들의 공사 계획을 관리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몽골의 학교는 일손이 바쁜 6월부터 3개월 동안 방학을 한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 조회를 하고 얘들은 다 시골에 갔어."

올해의 몽골 나담 축제 기간은 7월 11일부터 15일까지 인가 보다. 몽골의 가장 큰 축제라 구경하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무려 한 달이나 남아서 불가능할 것 같다.

"야기, 나 내일 울기로 갈지 몰라."

"시간이 있으면 집에서 맥주도 마시고 해야 하는데, 오늘도 어딜 가야 해. 저녁에 와."

이야기 도중 한국의 김치가 먹고 싶다는 야기를 데리고 어제 유나 선생님과 저녁을 먹었던 식당으로 간다.

"야기, 많이 먹어!"

땀을 흘리며 오랜만에 김치찌개를 먹는 야기와 밥을 두 그릇씩 비우고 돌아온다.

루시아노는 수리를 보냈던 휠이 도착하여 내일 울기로 떠난다고 한다.

"천천히 가고 있어. 내가 따라잡을게. 울기에서 보자!"

유나 선생님과 함께 호텔 뭄바이를 본다.




아침부터 유나 선생님은 바쁘다. 유아 환경체험 행사를 마치고 참여한 15개의 유치원을 방문하여 감사의 표시를 하려고 한다.

혼자 집에 두면 식사 같은 것이 신경 쓰인다며 함께 다니며 일을 도와달라고 한다.

어제 집에서 코이카의 도장을 찍어 만들어 놓은 벽걸이용 시계와 A4 용지 그리고 아이들의 교육 보조재 등을 전달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선생님과 통역을 하는 사롤 그리고 운전을 해주는 빈데르와 함께 헙드 시내의 유치원들을 순차적으로 방문하고.

몽골의 게르나 집을 방문했을 때 그릇에 담아내어주는 음식은 아롯이라는 양의 우유를 치즈처럼 만들어 건조시킨 것이다.

함께 다니며 몽골에 대해 물어볼 수 있으니 편하고 좋다.

어제 바람이 조금 불어오더니 하늘의 모양이 심상치 않다.

"얼마나 눈부신 하늘을 보여주려고 이러나."

13개의 유치원에 감사의 인사와 선물을 건네준 후 사롤과 함께 커피를 마신다.

사롤은 헙드에서 태어나 수학을 전공하고 문화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했다는 사롤은 행사 기간 동안 유나 선생님의 통역 역할을 수행한다.

2년 동안의 생활로 일상의 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행사를 하며 정확한 의사전달을 위해 사롤의 도움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묘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하늘과 바람이 너무나 좋은 날이다.

사롤이 근무하는 문화센터를 구경했다. 사롤은 헙드 광장의 건너편 문화센터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정말 멋진 몽골의 춤사위, 몸짓이다.

집으로 돌아와 유나 선생님과 사롤은 진찰을 받기 위해 약국을 들린 후 병원으로 가고.

"그래, 너희들은 이게 필요할 거야."

병원 진료를 마친 유나 선생님은 저녁을 먹자며 사롤과 함께 핫팟(훠궈) 식당으로 걸어간다.

"나 데이터 충전해야 하는데."

광장 옆의 유니텔로 들어가 데이터를 충전한다. 3기가 30일 10,000투그릭, 호르고에서 데이터 만수르가 된 이후 아직도 30기가가 남았다.

헙드 광장을 지나서.

핫팟으로 들어간다.

중국의 훠궈와 비슷한 음식인데, 식문화가 발달한 중국에 비하면 조금 부족하지만 몽골에서 훠궈를 즐기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고기가 좋은데, 조금만 세련되면 좋을 텐데."

사롤은 훠궈나 샤브샤브와 같은 음식을 처음 접하는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하늘이 너무나 좋다.

"사롤, 너는 이 하늘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지?"

"한국에서는 이런 하늘을 볼 수가 없어."

태어나서 바다를 본 적이 없는 사롤에게 제주도와 강릉의 바다를 보여줬지만.

어쩌면 바다와 같은 하늘을 매일처럼 바라보는 몽골의 사람들에게 바다의 풍경이 그다지 새롭지 않겠다 생각이 든다.

"바다와 바람, 몽골은 바다가 하늘에 있네."

사롤과 헤어지고 아파트에 도착한 유나 선생님은 부얀트걸을 산책하자고 한다.

부얀트걸에는 전보다 많은 게르들이 들어서 있고, 잔디와 풀들의 색도 더 짙어져 있다.

사람들과 아이들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강변에서 따듯한 햇볕을 즐기고 있고.

말들도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사진을 찍고.

하늘과 구름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즐긴다.

"너는 없다."

"지금은 혼자지만."

"언젠가 그 시간이 한 번쯤은 주어지겠지."

"그때가 되면."

"그때의 시간에는."

"너를."

"담겠다."

헙드, 시간의 흐름에 나를 맡긴다.

네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시나브로 내 안으로 스며든다.




유나 선생님을 따라 행사에 도움을 준 헙드의 관공서들을 둘러보고.

쇠톱을 부적으로 달아놓은 한미경 선생님 집에서 이른 저녁을 한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잡채와 된장국.

헙드 광장을 지나던 중 저번에 먹지 못한 양꼬치 구이를 먹어 보기로 한다.

신식 바베큐 그릴에서 양꼬치가 구워지는 동안 주변에 서있던 남자가 말을 건넨다.

"한국에서 오셨어요?"

한국에서 8년 동안 일을 하고 왔다는 바야나는 놀이공원이 닫혀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헙드 광장으로 온 것이다.

한국에서 일을 하며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첫째 딸을 낳았다는 바이나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사람이다.

유나 선생님과 바야나가 대화를 하는 동안 맛있는 양 꼬치구이 두 개를 해치우고 나니 맥주 생각이 간절하다.

"집으로 포장해 가서 맥주랑 마실까요?"

바야나는 짧은 만남이 아쉬웠던지 맥주를 사 올 테니 간단하게 광장 주변에서 맥주를 마시자며 제안을 한다.

"빙고!"

바야나와 함께 광장의 주변에서 맥주를 마시는 동안 그의 친구이자 한국에서 일을 함께한 아무갈이 찾아온다.

한국 이름이 창우라는 아무갈은 용접이나 시설공사 등의 기술이 있어 여러 곳에서 일을 한 모양이다.

그들에게 카카오톡을 설치해 주고 페이스북을 교환하며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부얀트걸 주변에 게르를 치면 함께 야영을 하자며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집으로 돌아와 그린북을 본다.




헙드 대학교의 졸업식이 있어 구경을 갔지만 학교에 도착했을 때엔 졸업식이 모두 끝났기라 조금 아쉽다.

한미경 선생님과 함께 작은 시장 안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보츠를 먹는다. 지르크에서 먹어보지 못한 것인데 헙드에서 그 맛을 본다.

양고기를 다져 넣은 후 기름에 튀긴 납작한 모양의 만두인데 냄새가 없이 맛있게 하는 식당이다.

보통 몽골의 남자들이 6~8개 정도 먹는다고 하는데, 그 정도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식사 후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고.

이번에는 아메리카노가 제대로 나온다.

헙드대학교에 들러 잠시 학교 내부를 둘러보고, 남녀가 함께 사용하는 공용 화장실이 특이하다.

한미경 선생님이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센터를 구경한다.

액정이 망가진 유나 선생님의 핸드폰을 수리하기 위해 헙드의 재래시장에 있는 핸드폰 수리점에 들린다.

헙드 재래시장 내에 있는 작은 건물의 2층은 핸드폰을 판매하거나 수리하는 작은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오랜 시간 핸드폰을 수리하는 것을 지켜보고 집으로 돌아온다.

"치킨 먹으실래요?"

그린북을 보면서 영화 속 KFC의 후라이드 치킨이 먹고 싶다고 말한 것이 생각났는지 유나 선생님이 묻는다.

"정말 치킨집이 있어요?"

선생님의 집 앞에 있는 작은 치킨집에 들어가 작은 사이즈를 주문하고.

잠시 은행에 들러 현금을 찾는다. 헙드 광장 앞의 칸뱅크 ATM까지 걷는 것이 귀찮아 가까운 은행 건물의 ATM을 이용한다.

현금을 찾는 스텝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나 싶었는데, 카드가 나오질 않고 돈을 새는 소리만 요란하게 돌아간다.

은행 경비원이 잠시 자리를 지키며 지켜보고, 한참 후에 카드가 기기에서 반납된다.

"돈은?"

카드가 반납되고 현금이 기기에서 나오질 않는다. 은행의 앱을 열어 거래내역을 확인하니 현금인출이 된 것으로 찍혀있다.

"죽을래? 내 돈!"

경비원에게 어떻게 된 것인지 제스처를 하자 은행 안으로 따라오라고 한다. 경비원이 은행의 여직원에게 무언가를 말하자 여직원은 ATM 기기를 살펴보더니 무언가를 설명한다.

시큰둥하게 안내를 하는 여직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젠장, 통역이 필요하겠네."

김병남 선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은행 여직원과 통화를 부탁했지만 미팅 중이라 통화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조금 있으면 통장으로 입금될 거예요."

몽골의 ATM에서 현금이 인출되지 않으면 다시 통장으로 입금된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도무지 현재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유나 선생님께 다시 전화를 걸어 통화를 했지만 계좌번호가 맞지 않다는 이상한 설명만을 듣는다.

"뭐지? 내 돈 내놔라!"

다시 통장의 거래내역을 확인하니 인출됐던 금액이 입금되어 있다.

"아 놔!"

헙드 광장의 칸뱅크 ATM으로 걸어가 현금을 인출하고 치킨집으로 돌아간다.

9,000투그릭의 치킨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괜찮은데요. 큰 것으로 포장해서 맥주랑 같이 먹어요."

45,000투그릭의 큰 세트를 주문하고 포장해서 집으로 들어온다.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보헤미안 랩소디와 아일라를 본다.




이틀 동안 비가 내리고 있다. 몽골 여행의 영상 자료들을 편집하며 하루를 보낸다.

가버디움과 달랑을 본다.

새벽 3시가 넘었는데도 밤 하늘이 신기할 정도로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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