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82일 / 흐림
룹촙스크
비가 내린다. 첫 번째 러시아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룹촙스크에서 하루를 쉬며 휴식을 취한 후 카자흐스탄으로 떠날 생각이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2,176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77시간

 
재래시장
 
러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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룹촙스크
 
룹촙스크
 
룹촙스크
 
 
1,27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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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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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에 잠이 깨고, 창밖에선 비가 내리고 있다. 피곤함에 다시 잠이 든다.

10시에 일어나 산책 겸 아침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재래시장 같은 골목이 보이고.

룹촙스크의 시내가 한가롭다.

극장처럼 보이는 곳의 레스토랑에 200루블의 세트 메뉴가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그냥 그림만 좋아 보이는 메뉴다.

오면서 보았던 재래시장으로 들어간다. 의류와 신발 같은 것을 주로 팔고 있고.

한 블록에는 야채와 과일을 파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제법 사람들도 북적이고.

"시장은 장터 음식이지."

고기를 굽고 있는 시장의 음식점으로 들어가 그림 속에 있는 꼬치구이를 가리키며 주문한다.

160루블, 역시 시장이라 저렴하다.

식빵과 양파 그리고 꼬치구이가 나온다. 물론 싼 게 비지떡이지만 그런대로 고기니까 괜찮다.

숙소 쪽으로 걸어 나오니 바로 숙소의 맞은편이 시장의 입구다.

빗물에 자전거가 깨끗하게 세차가 되고.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5시가 가까워지니 슬슬 배가 고프다.

이번에는 아침에 먹었던 식당의 옆집으로 가보려고 했는데, 재래시장은 4시에 모두 문을 닫는가 보다.

오전에 보았던 극장 같은 곳의 레스토랑으로 걸어간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레스토랑이 맞는지 확인을 하고 있으니 건물의 관리를 하는 아저씨가 무언가를 말한다.

"이게 레스토랑이죠?"

"맞아, 그런데 네 복장으로는 들어갈 수 없어!"

반바지 차림에 맨발로 있는 나를 보더니 자신처럼 긴바지의 복장을 해야 한다는 듯 제스처를 한다.

"왜? 내 복장이 어때서."

아저씨에게 주변의 식당을 물어보니 재래시장의 입구를 지나 마리아-라 슈퍼에 식당이 있다고 알려준다.

커다란 마리아-라 매장이 보이고, 광장에는 러시아의 도시에서 흔하게 보이는 노점이 보인다. 맥주나 음료를 파는 것 같은데 항상 궁금했다.

"이게 뭐야?"

책을 읽고 있던 여자는 살짝 웃으며 카바스라고 한다. 비스크의 세미온의 집에서 하루를 보낼 때 그는 슈퍼에서 카바스 두 통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월터는 러시아의 국민 음료수라고 알려주었다.

"아, 카바스. 얼마예요?"

작은 컵으로 한 잔에 10루블을 받는다. 거리나 도로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카바스를 파는 노점이다.

약간 달달한 음료인데, 시원하게 마시면 더 좋을 것 같다.

마리아라에 들어가.

빵과 치킨 반마리를 사서 저녁을 해결한다.

오후 늦게 비는 멈추고 하늘이 맑아진다.

숙소에 러시아 친구가 들어온다. 아무런 말도 없는 그에게 인사를 하고 얘기를 하던 중 궁금했던 것을 물어본다.

"그런데 러시안들은 왜 잘 안 웃어?"

생뚱맞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을 일이 있으면 잘 웃지만, 평상시에는 잘 웃지 않아."

"왜?"

"별일 없이 웃으면 바보라고 생각하거든."

위너님이 알려주었던 이유와 똑같이 말하며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내가 생각하기엔 안 웃는 것이 더 바보 같던데."

어쨌든 식당, 호텔, 슈퍼 그리고 길거리에서 만난 러시아의 여자들이 웃지 않는 이유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런 것이 아니고, 월터의 말처럼 단지 러시안이기 때문이었다.

"겁나 다행이네. 다리 펴고 편히 자자."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81일 / 맑음
포스펠리카-룹촙스크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길, 러시아의 마지막 도시 룹촙스크로 들어간다. 


이동거리
84Km
누적거리
12,176Km
이동시간
5시간 36분
누적시간
877시간

 
A322도로
 
A322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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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펠리
 
해바라기
 
룹촙스크
 
 
1,27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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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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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화물차들이 주차장으로 들어와 휴식을 하는 바람에 조금 시끄러웠고, 새벽 일찍 떠나는 화물차들의 엔진음으로 6시부터 잠이 깨고 잠들기를 반복해야 했다.

8시가 안되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양치와 함께 짐들을 정리한다.

식당에 들어가 세수를 하고 아침으로 고기를 주문했다. 250루블.

출발하기 전 몽골의 보츠와 같은 튀김 만두를 두 개를 점심으로 먹기 위해 포장을 한다. 여전히 식당의 종업원들은 잘 웃지 않는다.

"먼저 웃으면 바보처럼 보일까 봐 그렇다고?"

안개가 내려앉은 아침의 날씨가 꽤 쌀쌀하다. 바람막이를 꺼내어 입고 출발을 한다. 오늘은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러시아의 마지막 도시 룹촙스크로 간다. 90km 정도의 거리다.

15km 정도의 속도로 길을 이어가고.

끝없는 해바라기 밭은 오늘도 계속된다.

"언제쯤 이 해바라기 밭이 끝날까?"

12시, 점심을 먹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음식점에서 사온 튀김만두를 꺼내었다. 크기에 비해 만두의 소로 들어간 고기의 양이 조금 적어 약간 실망스럽다.

"45km 정도 남았네. 일찍 도착할 수 있겠다."

도로변에 접근하기 편안한 해바라기 밭이 나온다.

"사진을 좀 찍고 갈까. 또 언제 이런 해바라기 밭을 볼 수 있겠어?"

해바라기를 찍고 출발한 길은 기역자를 그리며 왼쪽 방향으로 크게 휘어진다. 일직선으로 길게 뻗은 평탄한 길이 질주의 유혹을 보낸다.

"뭐, 그럼 달려줘야지."

5km 정도의 직선 도로를 언더바를 잡고 힘차게 질주하니 시원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길은 다시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룹촙스크 까지 27km가 남았음을 알려준다.

천천히 도로를 따라가며 쉴만한 장소를 찾는다.

작은 마을 앞에 놓여있는 버스 정류장을 발견하고 길을 건너자 뒷바퀴가 물컹거린다.

"잉? 또?"

튜브를 탈착해 보니 이물질이 박혀 펑크가 난 것이 아니고 튜브가 약간 불량인 것 같다.

펑크 패치로 정비를 했지만 실패, 아무래도 몽골에서 산 본드의 성능이 떨어지나 보다.

새 튜브를 꺼내어 교체를 하고, 오늘 숙소에 들어가 두 개의 튜브를 정비해둘 생각이다.

천천히 라이딩의 속도를 줄이며 여유를 부리고.

인공 호수인지, 자연 호수인지 알 수 없는 저수지 크기의 작은 호수가 나오고 도로는 호수를 가로질러 이어진다.

작지만 오랜만에 호수를 보니 마음이 후련하다.

"바다도 보고 싶네."

작은 호수를 지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공장의 굴뚝을 시작으로 룹촙스크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 나무집들을 지나 두 번째 호수를 앞두고 룹촙스크로 들어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A322의 도로를 따라 룹촙스크의 외곽을 돌아 시내로 들어가는 큰 길이 나오지만 작은 길을 따라 시내 외곽부터 구경을 하고 싶다.

잠시, 두 번째 호수를 구경하러 가보니 10여 명의 남녀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호수로 들어가는 입구에 요금을 받은 관리소가 있다. 미끄럼틀처럼 보이는 커다란 목조건물이 호수를 향해 경사를 두고 만들어져 있다.

"별거 없네. 시내로 들어가자."

흙길과 울퉁불퉁한 시멘트길을 따라 룹촙스크의 외곽을 지나가고.

철도길을 넘어.

시내로 들어간다.

러시아 도시의 주택가 도로는 몽골처럼 포장이 안 된 흙길 그대로다.

과일을 파는 노점상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으로 보아 재래시장의 근처인것처럼도 보이고.

룹촙스크 시내의 인도는 오래된 가로수가 우거진 흙길이고, 차도 역시 먼지가 날리는 오래된 시멘트길이다.

"나라가 작아서 그렇겠지만 우리나라가 참 대단한 나라야."

지방의 소도시는 물론 작은 시골의 마을까지 깨끗하게 도로가 정비되고 관리되는 우리나라가 대단해 보인다.

시내에 있는 광장을 향해 길을 따라가고.

오래된 건물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룹촙스크 의 광장이 나온다.

공장의 중앙에는 클래식 음악에 맞춰 분수들이 물을 뿜어내고 있고, 한 무리의 아이들이 신나게 물장난을 치고 있다.

광장의 정면에 레닌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분수대에서는 아이들이, 주변의 벤치에는 부모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리에 앉아 구글맵으로 주변의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하고.

6인실 침대가 놓인 깨끗한 호스텔을 찾았다.

"바로 옆에 있네. 좋았어."

일단 슈퍼에 들러 탄산수 하나를 사서 갈증을 해결한다. 가끔은 콜라보다 탄산수가 좋은 것 같다. 가격도 저렴하고.

"러시아에서 탄산수 맛을 알아버렸네."

검색했던 호스텔로 갔지만 프런트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는 시큰둥하게 방이 없다며 몇 마디를 하고 그만이다.

"러시아의 일방적인 응대 문화야? 뭐야? 뭐가 이렇게 불편해!"

혹시나 하고 트립닷컴을 검색하니 호텔의 저렴한 3인실 룸이 검색된다. 추가 정보가 불확실하여 일단 호텔로 이동한다.

호텔을 찾는 동안 길거리의 아저씨들과 운전자들이 환대를 해주며 인사를 하고.

트립닷컴의 호텔에 도착한다.

"외관이 그럴싸한데. 저렴한 방이 있다고?"

호텔의 프런트에는 세 명의 젊은 여자들이 앉아있다.

트립닷컴의 화면을 보여주며 투숙을 하고 싶다고 하니 가장 어려 보이는 직원이 당황한 듯 살짝 웃으며 안내를 한다.

"1,800루블."

"아니, 그 방 아니고."

다시 트립닷컴의 화면을 보여주며 3인실 방을 확인시켜 주어도 여전히 어리둥절.

"그냥, 온라인으로 결제해도 될까요?"

여직원은 뭔지 모르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 있던 여직원 뭔가를 퉁명스럽게 몇 마디 하고 만다.

트립닷컴으로 할인까지 받아 8,000원이 안 되는 금액을 결제하고, 호텔 바우처를 보여줘도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니, 왜 너네가 당황을 해. 난감한 건 난데."

몇 분 동안 아무런 안내도 없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냥 책상에만 앉아있다.

"어떤 문제라도 있어?"

그제서야 몇 마디를 러시아말로 중얼거리는 여직원이다. 번역기를 갖다 대니 '필요서류'라는 말이 번역된다.

"혹시 여권?"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여권을 주자 여러 차례 복사를 하더니 방의 키를 들고 안내를 한다.

"아니, 말을 해야 알지. 뚱한 표정으로 멀뚱하게 앉아있으면 어쩌라는 거야."

숙소는 호텔의 별관처럼 도로변에 있는 저가형 룸들의 건물이다.

3개의 침대와 화장실이 있고, 별관의 휴게실에는 에어컨이 나오는 것 같다.

"아주 좋아."

여직원은 방을 확인시켜 주고 열쇠만을 건네준 후 돌아가버린다.

"한 번이라도 웃으면 얼굴에 주름이라도 생긴다니."

짐들을 옮겨놓고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한다.

"월터, 러시아 여자들은 정말 잘 안 웃어. 내가 못생겨서 그런가 봐."

"아냐, 그냥 러시아인이라 그런 거야."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갈 겸 룹촙스크 시내를 살짝 둘러본다.

사람들이 모여있을 기차역으로 가서.

전쟁 영웅으로 보이는 사람의 동상을 보고, 공원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작은 도시라 딱히 별다른 것은 없다.

"오, 생맥주 가게. 맥주나 1리터 사 마실까?"

근처 슈퍼에 가서 90루블 통닭 반 마리와 맥주 두 캔을 사서 돌아온다.

이곳의 인도는 가로수 관리나 인도 정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러시아의 도시들이 모두 그랬지만 자연스럽다고 하기에는 방치된 느낌에 가깝다.

잘 보면 몽골의 도시들이 러시아의 도시들과 구조나 모습들이 흡사하다.

"몽골은 러시아의 영향을 복사하듯 받았네."

아마도 몽골 도시의 설계나 건축은 러시아의 원조나 시공으로 거의 대부분이 이루어진 것 같다.

호텔 입구에 있는 묘한 광고판이 눈길을 끈다.

"마사지 광고야? 꿀 광고야?"

숙소로 들어와 저녁을 먹고 잔다.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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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80일 / 맑음
알레이스크-포스펠리카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길, 러시아의 마지막 국경 도시 룹촙스크를 향해서 달려간다.  


이동거리
81Km
누적거리
12,092Km
이동시간
5시간 32분
누적시간
872시간

 
A322도로
 
A322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할레이스
 
시푸노보
 
포스켈리
 
 
1,186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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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게 골아 떨어졌다. 새벽에 잠시 깨었지만 무엇을 했는지조차 모르겠다.

"물 마셨나?"

신체 알람 8시에 자동으로 일어나.

러시아 땅에도 굿모닝을 푸짐하게 알려주고.

어제 남은 닭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다시 남은 닭고기는 잘게 찢어 점심에 요거트와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세 끼를 해결하고 290루블이면 정말 훌륭하다."

짐들을 정리하고 나니 10시가 가까워져 온다.

"오늘 어디까지 가야 하나. 160km, 룹촙스크까지 가 볼까?"

아침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역풍으로.

"잠시만, 팔토시를 써야겠어. 너무 따가워."

어제 라이딩으로 팔 부분이 탔는지 따갑고 간지럽다.

약간의 바람이 불어 평속 12km 정도의 진행이다.

여전히 끝없는 해바라기의 노란 물결이 펼쳐지고.

푸른 콩밭도 나타나고.

들풀이 무성한 들녘도 나타난다.

계속되는 12km 정도의 이동, 더워지는 날씨 탓에 조금씩 지쳐가고.

배고픔도 찾아온다.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그늘이 없냐?"

점심을 먹을 그늘을 찾아 길을 따라가지만.

평야의 도로변은 하얀 메밀꽃과.

밭들의 구획을 나누는 경계인듯한 나무들과.

은은한 파스텔톤을 뽐내는 밀밭과.

작고 예쁜 러시아의 클래식한 승용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간다는 것을 제외하면 몽골의 환경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쉼 없이 두 시간을 달리며 겨우 찾아낸 도로변의 나무 그늘.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수풀 사이로 정신없이 널브러져 있었지만 몰려드는 날벌레가 적어 나름 괜찮은 장소이다.

요거트와 시리얼 그리고 닭고기를 준비하고.

요거트에 시리얼과.

닭고기를 넣어 푸짐하게 먹는다.

"닭고기가 신의 한 수인데."

밥을 먹는 동안 두어 대의 승용차들도 그늘을 찾아 들어오고, 건너편의 그늘에도 여러 명의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1시 반, 룹촙스크까지 120km가 남았다.

"덥다. 룹촙스크까지는 못 간다."

두 개 정도의 마을을 지나면 룹촙스크까지 80km의 도로변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마지막 마을인 40km 거리의 포스펠리카까지만 갈 생각이다.

노란 해바라기밭과.

하얀 메밀꽃밭은 너무나 예쁘지만.

쉴 수 있는 그늘이 없다.

그늘을 찾아 한 시간 반을 달려 앉을 곳조차 없는 곳에서 햇볕을 피하고, 물을 마시고 목덜미에도 뿌려보지만 큰 효과가 없다.

길 건너편으로 한 대의 버스가 서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에서 내린다. 휴게소 같은 것이 없으니 소변을 해결하려는 듯 남녀를 가리지 않고 다들 숲을 향해 들어간다.

"아무리 땅이 넓어도 러시아 정도면 대충 휴게소 정도는 만들어 놓지."

포스펠리카까지 15km, 도로를 달리는 동안 심심치 않게 도로변에서 정비를 하는 차량들을 볼 수 있다.

자동차 긴급 정비 같은 네트워크가 러시아 전체를 커버할 수 없으니 때때로 자가 정비를 해야 하는 것인데, 땅이 너무 넓어도 불편하겠구나 싶다.

포스펠리카로 들어가는 교차로 전, 식당처럼 보이는 곳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주차장에서 캠핑을 하고 싶지만 내일의 비상식을 사야 한다.

잠시 후 주유소가 보이고.

포스펠리카로 들어가는 교차로가 나온다. 6km, 마을로 들어가면 식당과 함께 저렴한 호텔도 검색되지만 왠지 들어가기가 귀찮다.

잠시 그늘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도로변에 있는 24시간을 알리는 식당과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주유소를 발견한다.

식당의 주변에는 주차장과 함께 넓은 공터가 있고, 주유소의 사무실로 사람들의 드나들며 손에 뭔가를 들고 나온다.

"일단, 식당에서 밥을 먹고 주차장 근처에 텐트를 치자. 그리고 저 주유소에 편의점이 있나 본데, 그러면 이곳에서 모든 게 해결된다."

먼저 주유소로 넘어간다.

주유소에는 작은 슈퍼가 있다. 조금 비싼 편이지만 내일 아침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다.

주유소에서 시원한 물을 사고 건너편 식당으로 다시 넘어간다.

"자, 여기서 텐트만 허락해 주면 오늘은 끝."

시원한 에어컨이 틀어져있는 식당에서.

"헉, 고기!"

"고.. 고기 주세요!"

토마토 수프와 함께 숯불구이 고기를 340루블에 사 먹는다.

"에어컨 바람에 고기라, 천국이군."

식당의 세면대에서 세안을 깨끗하게 하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집어 들고 번역기를 보여준다.

"자전거 여행 중인데, 주차장에 텐트를 쳐도 되나요?"

번역기를 보며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하더니 그렇게 하라는 듯한 제스처를 한다.

"뭐지? 이 애매함은. 하라는 건가?"

몽골의 500투그릭짜리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먹은 후 계산대에 다시 다가가 번역기를 보여주며 음식점 주변을 가리키니 이번에도 뚱한 표정으로 반대편을 가리키며 무어라 말한다.

주차장 부근에 텐트를 치라는 제스처인데 웃지도 않고 표정이 뚱하다.

많은 러시아의 슈퍼들과 음식점을 다녔지만 사람들이 좀처럼 웃지를 않는다. 이방인의 낯선 행동이 서툴고, 대화가 안되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을 법도 한대 대부분이 무뚝뚝하다.

"러시아인들은 왜 잘 안 웃지?"

주차장 부근에 텐트를 치고.

"아고, 내 집이 제일 편해."

텐트 건너 해바라기도 구경하고.

"사비, 나 고기도 먹고 러시아 여자도 많이 봤어."

월터에게 메시지가 온다.

"고기는 알겠는데, 러시아 여자는 어디에 있냐?"

월터는 어제 클럽 같은 곳을 갔는지 요란한 조명 아래에서 춤을 추는 영상을 보낸다.

"어, 세미온 집보다는 좋네."

음악을 커다랗게 틀어놓고 싸이키 조명 같은 것을 켜놓았던 세미온 집의 이상한 분위기를 생각하며 함께 웃는다.

"사비, 카자흐스탄에 가면 세메이 부근에 좋은 캠핑 자리가 있으면 알려줘."

"알았어."

밤이 깊어지고 주자창 공터에 요상한 차들이 들락거린다.

"에쉬, 편히 자기는 틀렸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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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9일 / 맑음
바르나울-알레이스크
휴식을 취했던 바르나울을 떠나 카자흐스탄을 넘어가는 국경으로 향한다. 러시아의 첫 번째 여행이 끝나간다.


이동거리
142Km
누적거리
12,011Km
이동시간
8시간 17분
누적시간
866시간

 
A322도로
 
A322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바르나울
 
장소
 
알레이스
 
 
1,10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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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나울에서의 휴식을 끝내고 카자흐스탄으로 향한다. 카자흐스탄의 국경까지 350km의 거리, 4~5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에어컨이 없는 게스트하우스, 더위가 시작되었는지 새벽까지 방안의 후덥지근한 열기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숙소를 나가기 위해 부스럭거리는 젊은 러시아 친구 때문에 8시쯤 잠에서 깨어난다.

"스모그인가? 날씨가 흐린 건가?"

바르나울에 도착해서 하늘은 언제나 뿌옇다. 매캐한 냄새는 없어서 스모그나 미세먼지처럼 느껴지진 않은데 잘 모르겠다.

하루 종일 혼잡한 도로의 상태를 보면 스모그일 것도 같다.

약간 바람이 빠진 타이어를 빵빵하게 채우고.

짐들을 정리해서 게스트하우스를 나선다. 오늘은 어린 남자아이가 숙소를 지키고 있다. 아마도 가족이 돌아가며 게스트하우스를 지키는 것 같다.

오늘 가야 할 거리가 130km가 넘으니 비상식을 충분히 준비를 해야 한다.

슈퍼에서 시리얼과 식빵 등을 사는데 어제부터 카운터에 있는 30대 중후반의 뚱뚱한 여직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물건들을 던지듯 하며 계산을 한다.

"뭐가 저리 불만일까? 인상을 쓴다 해서 삶이 달라질 것 같진 않은데."

숙소 옆에 있던 식당은 영업 전인지 문이 닫혀있다.

"아침을 해결하고 떠나고 싶은데 로만의 가게 옆 식당으로 가자."

언덕을 내려와 로만의 자전거 가게 근처의 식당으로 갔지만 역시나 문이 닫혀있다.

"설마?"

시계를 보니 오늘은 토요일이다. 매일 영업을 하는 우리와 달리 몽골과 러시아는 주말에 많은 식당들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

알레이스로 가는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몇몇의 식당이 검색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니, 우선 슈퍼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찾아본다.

30루블의 커다란 빵과 60루블의 1리터짜리 콜라를 사든다. 러시아의 가격표에는 소수 자리까지 적혀있는데 대부분 가게에서는 계산을 할 때 절삭을 하고 계산을 한다.

나름 맛이 좋은 빵을 먹는 동안 비둘기 한 마리가 다가와 뻔뻔스러운 얼굴로 쳐다본다.

"뭐? 어쩌라고?"

녀석에게 빵 부스러기와 빵을 작게 떼어주며 아침을 해결한다.

바르나울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가기 위해서는 A322 도로를 따라 남서쪽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바르나울을 벗어나는 인터체인지의 언덕을 오르며 작은 러시아의 소도시 바르나울을 떠난다.

트램의 철로를 따라가는 도로는 공사 중으로 교통이 혼잡하고.

갓길이 전혀 없는 좁은 도로는 약간 불편하다.

40여 분이 지나 트램의 철로는 끝이 나고, 이상한 회전 교차로를 지나 유턴을 한 후 바르나울의 교외 지역까지 완전히 벗어난다.

이곳의 회전 교차로는 사방의 도로에서 진입하고 빠져나가는 다른 곳과 달리 바르나울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차량만이 진입을 할 수 있는 이상한 교차로다.

교차로 부근에 몇 군데의 식당은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비둘기와 99.9:0.1의 비율로 분할해서 먹은 빵 때문에 그냥 지나친다.

길은 오르마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이어지고 언덕의 곡선을 따라 마을들이 종종 나타난다.

조금씩 넓은 평야들이 펼쳐지더니 4~5대의 트랙터들이 줄을 맞춰 흙먼지를 날리며 밀밭을 고르는 풍경이 펼쳐진다.

끝이 없는 평야의 밀밭은 연녹색의 푸른 밀들과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밀들이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파종하는 시기가 다르거나 품종이 다른지도 모르겠다.

"에잇, 발!"

"점심이나 먹자."

1시, 약간은 지루한 라이딩에 허기도 일찍 찾아든다. 월터에게 배운 요거트와 시리얼 그리고 식빵과 잼으로 조합하는 식단이다.

빨간 잼은 석류잼 같은 것인데, 나탈리아의 집에서 식사를 할 때 만저로크에서 유리에게 선물 받았다며 자랑하던 월터의 것을 맛보고 슈퍼에서 발견하고 하나 사 들었다. 66루블인데 적당한 양과 무게가 마음에 든다.

"월터 따라 하기 점심!"

햇볕 아래에서 날벌레들과 사투를 하며 점심을 끝내고 출발하려는데 뒷바퀴가 푸석거린다.

"일일 일빵이니? 그만하지."

쉐발리노의 고개를 넘으며 임시 조치로 덧대었던 펑크패치가 더는 공기압을 이기지 못하고 올챙이배처럼 부풀어 올라 있다.

"더는 안되겠다."

전국 일주와 중국, 몽골, 러시아까지 견뎌냈던 16방의 펑크 패치를 붙인 튜브의 퇴역이다.

"수고했다. 충분했어!"

고르노 알타이에서 새로 산 튜브로 교체하고.

넓은 평야를 달린다.

완전 평면으로 변한 평야의 길을 언더바를 잡고 3단을 걸어 달려간다.

"간만에 제대로 달려보자."

무엇을 심을지 궁금한 로터리가 잘 쳐진 평야도 보이고.

쭉쭉 뻗은 도로에는.

적당한 곳에 식당도 있고.

어디가 끝일까 궁금한 밀밭을 지나고.

천지가 들꽃뿐인 들판도 지나고.

쓸데없는 셀카질도 해보고.

어느새 94km를 달려왔다.

"50km 정도 남았네. 3시간이면 충분하겠지."

긴 질주 끝에.

노란 해바라기 밭이 펼쳐진다.

월터와 함께 라이딩하는 동안 찍지 못했던 해바라기.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해바라기의 노란 물결.

"참 재미있고 유쾌한 꽃이야."

"자, 발!"

수천, 수만의 웃는 얼굴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처럼 즐겁다.

40km 가까이 이어지던 평야는 알레이스크가 가까워지며 끝이 난다.

오르막의 길이 조금씩 힘들어질 때쯤 왼쪽 방향 멀리 건물과 함께 마을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로변을 따라 단층의 나무집들이 보이고.

"여기가 입구가 아닌가?"

왼편으로 마을의 모습이 보이는데 도로의 안내판은 계속 직진을 하라고 한다.

4km 정도 후 알레이스크를 지나가는 길은 좌회전을 알리며 기역자 모양으로 꺾인다.

"일단, 다 왔다."

마을로 향하는 내리막을 달려.

마을 초입의 도로변에 식당들과 함께 작은 슈퍼들이 있다.

"시원한 콜라를."

식당 주변에 있는 작은 슈퍼에 들어가려고 하니 어린 여자가 웃으며 밖에서 주문을 하라고 한다.

작은 슈퍼는 시내의 간의 판매점처럼 밖에서 물건을 주문하여 구매하는 방식이다.

"아, 근데 왜 이렇게 비싸!"

27루블 정도 하는 콜라가 50루블, 아침에 60루블에 산 콜라가 100루블이다.

"마을로 들어가서 사자."

도로변에서 밥을 먹고 야영지를 찾아가려던 생각을 바꿔 알레이스크로 들어가 저녁거리를 사고 야영지를 찾으려고 한다.

알레이스크로 들어가는 도로의 구조물에서 인증샷을 찍고.

3km 정도 안쪽으로 들어갔다. 구글맵을 검색하여 초입에 있는 마리아-라로 들어간다.

슈퍼를 둘러보고 시원한 콜라만을 사서 밖으로 나와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한다.

"어디서 왔어?"

슈퍼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하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어르신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말을 건넨다.

"한국요. 혹시 주변에 텐트를 칠만한 장소가 있나요?"

번역기를 보여주니 아저씨는 '뭐?'라는 표정으로 놀라며 없다고 한다.

"이곳은 밤에 위험한가요?"

아저씨는 심각한 얼굴로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아저씨가 다가와 마리아-라 위가 호텔이라며 그곳에서 자라고 알려준다.

"얼만데요?"

"600~800루블 정도."

구글로 검색을 해보니 일반 호텔처럼 보이고, 신축을 했는지 깨끗하게 보인다. 잠시 망설이다 가격을 물어보려 4층의 호텔로 올라간다.

"500루블이면 여기서 쉬어야지."

공실로 비어있는 2, 3층을 지나 4층으로 들어가니 프런트의 여자가 무표정하게 바라보더니 가격을 물으니 1,400과 2,200을 종이에 적는다.

"헐, 시골에 호텔이 뭐가 이렇게 비싸!"

그대로 뒤돌아서 내려와 슈퍼에서 290루블 통닭과 맥주, 요거트, 물을 500루블에 사서 나온다.

"숙박비로 치맥을 먹는 것이 낫지."

이제 야영지를 찾아야 한다. 다시 A322 도로로 빠져나와 룹촙스크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가며 야영지를 찾는다.

"마을에서 완전히 벗어나 네트워크가 되는 곳이면 좋겠는데."

핸드폰의 네트워크 안테나를 보며 한참 동안 길을 따라다 5km 이상 벗어난 지역에서 통신이 끊어지기 시작한다.

"어, 대충 이 근방에서 찾아보자."

도로와 기찻길 사이 나무숲으로 자동차 바큇자국이 있어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자전거를 끌고 나무숲으로 들어가니 길은 기찻길을 지나는 통로로 이어진다. 통로는 큰 자갈밭이라 텐트를 치기가 어려웠고, 주변은 기차의 소음으로 잠을 자기가 힘들 것 같았다.

풀밭의 땅을 고르며 생각하는 동안 모기에게 수방을 물리고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왔던 길로 돌아온다.

도로로 나가는 도중 작은 샛길을 발견하고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트랙터 같은 것이 지나가며 길이 난듯한 곳인데 땅도 푹신하고 무언가가 지나간 흔적들도 전혀 없다.

"좋은데, 여기로 결정!"

모기들을 피하며 빠르게 텐트를 설치하고.

짐들을 정리한다.

물로 간단히 세안을 하고, 물티슈로 팔과 다리를 닦아낸 후 침낭을 베고 눕는다.

"아고, 좀 쉬자. 먹는 건 나중에."

9시 40분, 해가 떨어져가며 어두워진다.

"먹어 볼까."

우리의 전기구이 통닭처럼 생긴 녀석과 함께 시원한 맥주 두 캔으로 저녁을 먹고, 남은 닭은 내일 아침으로 먹을 것이다.

140km를 달려와서인지, 맥주 두 캔에 약간의 취기가 느껴진다.

"사비, 여기는 완전히 미쳤어. 네가 여기에 왔어야 했는데."

노보시비르스크에 간 월터는 러시아 남자들만 잔뜩 나온 사진을 보내며 러시아 여자가 많이 있다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래, 아주 황홀하다. 좋겠다!"

아무래도 요즘 러시아에서는 여자들이 남성 호르몬 주사를 맞는가 보다.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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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8일 / 맑음
바르나울
고르노 알타이스트에서 만나 일주일 동안 함께 여행을 했던 월터는 노보시비르스크로 기차를 타고 떠난다. "정 들었네!"


이동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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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거리
11,869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58시간

 
굿바이월터
 
뒹굴뒹굴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바르나울
 
바르나울
 
바르나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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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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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는 8시에 노보시비르스크로 기차를 타고 떠나기로 했다.

6시 30분부터 울리는 알람들을 패쓰하고, 이틀 동안 쉬었지만 묵직한 피곤함에 몸이 무겁다.

8시, 기차역으로 나간다는 월터의 메시지에 부랴부랴 옷을 갖춰 입고 기차역으로 나간다.

"아고, 세이 굿바이는 해야 하는데."

기차역 승강장들을 빙빙 돌며 월터를 찾고.

"월터, 어디야?"

실시간 위치정보를 교환했지만 찾기가 어렵다.

"나 기차역 정면에 있어. 노란모자 안 보이는데."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가 겨우 월터와 나탈리아를 만난다.

요상한 기차가 대기 중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이런 느낌 싫다."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나탈리아.

"음, 사진 솜씨가 별로군."

월터와 나탈리아의 사진을 찍어주고.

"이렇게 찍어야지."

"사비, 노보시비르스크까지 6시간이 걸려. 겨우 200km라고."

"자전거가 빠르겠다. 나도 기차 타고 갈까?"

문이 닫히고 월터는 떠난다.

나탈리아에게 메일로 사진을 전송해 주고, 아침과 커피를 먹자는 나탈리아의 제안을 미안하지만 거절한다.

"나 잠을 자야 해."

아침으로 슈퍼에서 요거트를 사들고.

잠시 자료를 정리하다 게스트하우스의 숙박을 하루 더 연장한다. 며칠째 숙박을 연장하는 것이 이상한지 아주머니는 비자를 보여달라고 한다.

"한국 사람은 러시아에 비자 없이 올 수 있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말 없이 되돌아간다.

"Have a good trip ! Keep in touch."

"킵 인 터치? 촤식, 끝까지 깨알 같은 영어를 알려주네."

월터는 떠나며 마지막 메시지를 남긴다.

"이제 다시 혼자 여행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해. 고마웠어. 월터!"

"헤어지는 것은 언제나 짜증 나. 여행을 하며 새로운 경험이 기다릴 거야. 좋은 사람을 만날 거고. 굿 럭!"

숙소 옆의 식당으로 들어가니 반갑게 미소를 짓는다.

"뭐지? 오늘 생파라도 있나?"

닭다리가 없어 닭고기처럼 생긴 메뉴를 주문하여 점심을 해결한다. 230루블, 여전히 저렴한 식당이다.

오후 내내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저녁이 되어 전쟁 공원을 산책하고.

KFC로 건너간다.

"러시아 할배는 러시아 사람 같아."

치킨과 햄버거를 테이크아웃 하고.

슈퍼에서 월터와 마셨던 러시안 스트롱 비어를 두 캔 산다.

"우울할 땐 고기와 술이지."

러시안 스트롱 비어는 강하다. 그래봐야 맥주지만.

여행을 떠난 지 6개월이 되어간다. 모르겠다.

여전히 지긋한 가족들 때문인지, 갑작스레 찾아온 그리움인지 아니면 러시안 스트롱 비어 탓인지..

잊고 살았던 몹쓸 감정의 무게가 느닷없이 러시아의 한복판에서 찾아든다.

"방심했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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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77일 / 맑음
바르나울
카자흐스탄으로 가기 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바르나울, 자전거를 타고 바르나울의 시내를 둘러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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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6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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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강
 
스카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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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나울
 
바르나울
 
바르나울
 
 
96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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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기절을 하고 8시에 잠에서 깬다. 자연스럽게 8시에 기상시간이 맞춰진 것 같다.

아침을 먹기 위해 슈퍼에 들러 요거트와 음료를 사 들고.

"아니, 왜 동전은 하나를 쓰면 두 개가 느는 거야?"

"이런 소스들을 먹는단 말이지."

"못생겼지만 과일들도 신선하고."

자료들을 정리하고 어제 문이 닫혀 가지 못한 숙소 옆 식당에 들어간다.

러시아의 식당은 주로 배식창구에서 메뉴를 고르는 형태인가 보다.

닭다리와 보리밥 같은 이상한 곡류를 선택하고 180루블.

아침에 사온 맥커피로 입가심을 하고.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월터에게 메시지가 온다. 나탈리아와 함께 시내를 구경할 것이라고 한다.

북쪽에 있는 동방교회를 구경하고 오비강으로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다.

"시내 구경을 하고 올게요. 짐 좀 잘 보관해 주세요."

크리스타나는 퇴근을 하고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숙소를 지키고 있다.

6km 정도 떨어진 정교회를 찾아가기 위해 내비게이션을 따라간다.

도로의 중앙으로 트램이 지나다니는 탓에 도로의 폭이 좁고 차량의 통행이 제법 혼잡하지만 도로 위의 운전자들은 매너가 좋은 편이다.

큰 대성당을 배경으로 들어선 작은 성당, 알렉산더 넵스키 대성당에 도착한다.

빨간 벽돌로 지어지고 볼록한 지붕과 십자가의 첨탑이 이색적이다.

성당을 들어가며 나오며 스카프를 머리에 둘러쓰고 성호를 그리며 머리를 조아리는 여성들의 모습이 보인다.

마음속 신앙의 깊이가 느껴지는 정성스러운 동작이다.

사람들을 따라 조심스레 교회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서너 사람들들의 신도와 수녀들이 기도를 하거나 촛대를 닦고 있다.

작은 교회의 내부는 벽화와 촛불 그리고 여러 가지 기도의 장식물들이 놓여있어 아담하고 아름답다.

작은 천들을 가위로 자르고 있는 수녀의 옆에 앉아 교회의 내부와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낸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커다란 대성당은 공사 중인지 내부를 구경할 수 없다.

러시아의 회전 교차로는 중앙으로 트램이 회전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교차로의 크기가 굉장히 넓다.

러시아에서 느낀 것이지만 도로의 횡단보도에서 사람이 건너면 차량들이 안전하게 정차를 하며 기다려준다.

복잡한 회전 교차로에는 차량의 통행이 복잡했지만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안전하게 건널 수가 있다.

굉장히 성숙된 교통 문화이다.

오비강 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무슬림의 모스크도 보이고.

레닌 광장을 지나 오비강변을 향해 이동한다.

"사비, 어디야? 우리는 강변에 있는 교회에 있어."

월터와 왓츠앱으로 실시간 위치를 주고받으며 그들이 있는 장소로 이동한다.

오비강의 잠망킨 수녀원(Znamensky nunnery) 근처에서 월터가 손을 흔든다.

수녀원의 근처 공원에서 월터와 나탈리아는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시 수녀원을 둘러보고.

알렉산더 넵스키 대성당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수녀원은 직선의 석조건물이 너무나 심플하고 예쁘다.

높은 아치형 천장과 밝은 톤의 벽화들, 그리고 검은 수녀복을 입은 수녀들이 무언가를 정성스럽게 하고 있다.

잠시 내부를 구경하고 입구로 나오자 여성 두 명이 입구의 의류함에서 스커트와 스카프를 꺼내어 착용을 한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월터와 나탈리아 때문에 오래 구경을 못하고 그들에게 돌아간다.

"나탈리아, 혹시 여자들이.."

의류함의 사진을 보여주자 나탈리아는 알았다는 듯 설명을 한다.

"여자들은 스커트와 스카프를 하고 교회에 들어가야 해."

월터와 함께 수도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월터, 재미없어."

"그럼 이렇게."

"너네들 어제 싸웠니?"

"그럼 셋이서."

"코리안 스타일, 셀카봉."

"월터, 나 맥주가 필요해. 강으로 가자."

"예, 리버타임!"

오비강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할까 생각했지만.

작은 강변의 노점에는 음료들만 판매하고, 삼각 팬츠를 입은 풍만한 몸매의 할아버지들이 모여있을 뿐이다.

"사비, 우리는 약간의 음식을 먹고, 다른 교회를 구경하고, 저녁에 스카이바에 갈 거야."

"그래, 난 들어가서 쉴래."

크게 불편한 것은 없지만 나탈리아의 성격이나 움직임이 편하지 않고, 조금 쉬고 싶다.

돌아오는 길에 KFC에서 치킨과 햄버거를 사 먹는다.

"있을 때 많이 먹어두자."

숙소로 돌아오니 피곤함이 밀려든다. 자료도 정리하기가 힘들고 나른해진다.

게스트하우스에 러시아 친구 로만이 들어온다. 41살의 로만과 번역기를 사용해 어렵게 대화를 하는 동안 월터에게 연락이 온다.

"우리는 이 교회에 왔어. 한 시간 후에 스카이 바에 갈 건데 올래?"

쉬고 싶었지만 월터를 만날 시간이 얼마 없어서 함께 맥주를 먹기로 한다.

"내가 가도 돼? 맥주는 있어?"

"물론!"

로만과 얘기를 나누고 시간에 맞춰 스카이바가 있는 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

스카이바는 자전거를 정비해 줬던 보드엘의 로만의 자전거 가게 옆의 높은 건물이다.

13층 밖에 안되지만 바르나울에 고층 빌딩이 없어서 그 정도면 시내의 스카이뷰를 감상하기에 충분한 높이인가 보다.

쇼핑몰의 내부에서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스카이바 Loft에 먼저 도착한다.

마지막 남은 창가 자리를 잡고, 흥겨운 음악 속에서 맥주와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월터, 나 왔어."

"나탈리아는 너무 느려. 하루 종일 그녀를 기다리는 것에 지쳤어."

약간 독특한 성격의 나탈리아는 사람을 조금 편치 않게 만든다. 술도, 음식도 잘 먹지 않고 뭔가 느리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종업원이 다가와 주문을 요청하고 되돌아갈 동안 월터와 나탈리아는 도착하지 않고, 꽤 오랫동안 그들을 기다린다.

월터와 나탈리아가 도착하고 독일 맥주에, 닭날개 구이를 안주로 이야기를 나눈다.

"한 잔 더 할까?"

몇 모금 만에 500cc의 맥주잔을 비워지고, 월터에게 한 잔씩 더 하자고 하니 비싸서 싫다고 한다.

한 잔에 207루블의 메뉴판을 가리키는 월터에게 애원하듯 '내가 살게' 했더니 손사래를 친다.

"딱! 한 잔만 살게. 같이 먹자. 응?"

마지못해 수락을 한 월터와 맥주를 마시고, 나탈리아는 사과 주스를 마신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니 돈을 아껴야 하는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하다 보니 4,000원 정도의 맥주를 사는 것조차 쉽지가 않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니 뭔가 짠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지금 4,000원이 너와 함께할 마지막 시간의 비용일지도 모르잖아. 그 댓가의 4,000원이라면 아끼지 말자."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월터, 알타이에서 여자친구를 만나지?"

"응, 겨우 한 달 남았어. 한 달이라고!"

여자친구를 만나는 기대감에 신이 난 월터.

"염장질이냐. 한 달은 롱롱롱롱롱 롱타임이야!"

"어. 그래도 겨우 한 달이야!"

월터가 아이슬란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쉥겐협약 때문에 아이슬란드에 갈 수 없다고 하자 월터는 핸드폰을 무언가를 찾더니 소리를 친다.

"사비, 이것 봐. 토론토에서 아이슬란드에 갈 수 있어! 비행기표도 엄청 싸."

스카이스캐너를 통해 검색한 항공권은 50만원 정도의 금액이다.

"왕복?"

"아마도."

월터는 캐나다 사람들이 아이슬란드에 많이 살고, 여행을 간다며 정보를 알려준다.

"빙고, 나도 아이슬란드에 갈 수 있어."

토론토에서 아이슬란드로 가는 방법을 알게 돼서 캐나다에 도착하면 아이슬란드로 가는 경로를 생각해봐야겠다.

음식값을 분할한 계산서로 각자 계산을 하고 스카이 바를 나온다. 내가 계산한 돈은 8,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10시가 넘어 두 사람은 트램을 타고 가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오른다. 트램보다 빠르게 언덕을 오르는 나를 보더니 월터가 메시지를 보낸다.

"You are right. Steep."

"스티ㅍ...."

숙소에 돌아오니 로만은 잠들어 있다. 월터의 염장질 탓인지, 약간의 맥주 탓인지 아니면 편치 않은 나탈리아의 모습 때문인지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것이 밀려온다.

"잠이나 자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6일 / 맑음 ・ 24도
바르나울
바르나울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는 하루, 시내를 둘러보고 보드엘에 들러 자전거를 정비 해야겠다.


이동거리
17Km
누적거리
11,844Km
이동시간
2시간 52분
누적시간
855시간

시내구경
나탈리아의집
12Km / 2시간 16분
5Km / 36분
숙소
보드엘
숙소
 
 
938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8,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어제 새벽 늦게 잠든 탓에 세상모르게 잠들었다. 묵직함이 느껴지는 컨디션이다.

"아고, 어린 녀석을 따라다니려니 힘드네."

잠시, 쑤니터우기에 있는 파박님과 영상 통화를 하며 오랜만에 지아오강강의 얼굴을 보고, 파박님은 오늘 얼롄하오터로 들어간다고 한다.

시내를 둘러보고 어제 만난 보드엘에 놀러 갈 생각이다.

숙소의 아저씨는 퇴근을 하고 예쁜 크리스티나가 숙소를 지키고 있다. 숙박을 연장하고 짐들을 잘 보관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건 뭐니?"

밤새 주저앉아 있는 타이어, 튜브를 교체하기도 귀찮고 해서 펌프로 바람을 넣은 후 시내 구경을 나간다.

"여기는 기차역인가?"

숙소 근처 전쟁공원의 뒤편으로 바르나울의 기차역이 있다.

"가깝네. 월터가 떠날 때 배웅을 나와야겠다."

잠시 기차역을 구경하는 사이 타이어의 바람은 모두 빠져버린다. 펑크 패치를 붙인 곳에서 조금씩 빠지던 바람이 아닌 것 같다.

"펑크가 새로 났나 보네. 이번에 튜브를 교체해야겠다."

자전거를 끌고 레닌 광장 방향을 걸어가며 시내 풍경을 구경한다.

예쁜 길거리 카페들이 영업을 준비하고 거리는 한산하다. 그리고 모기나 하루살이 같은 것들이 아주 많아 귀찮게 만든다.

레닌 광장에 도착하고.

레닌의 동상의 뒤로 관공서들이 들어서 있고, 광장의 건너편은 전쟁 박물관이 있는 분수 공원이 있다.

귀찮지만 펌프를 꺼내어 바람을 넣고 큰 길을 따라 오비강의 방향으로 내려간다.

대학교 같은 건물들이 계속 들어서 있고.

공사 중인 도로 사이로 러시아 정교회가 보인다.

붉은 벽돌의 오래된 교회, Nikol'skiy Khram.

교회 안에서는 부드러운 찬송가 소리가 작은 울림으로 퍼지고, 몇몇의 사람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계속해서 오비강의 방향으로 길을 따라가며 바람이 빠지는 타이어에 연신 펌프질을 한다.

"아무래도 먼저 자전거 가게로 가야겠다."

도로 중앙의 산책로를 따라 레닌의 동상과 러시아 정교회의 구조물들이 세워져 있다.

"아, 귀찮아. 자전거 가게부터 가자."

인스타그램에 적혀있는 가게를 찾아 시내를 가로질러 간다.

게스트하우스 이즈바에서 멀지 않은 곳의 도로변에 보드엘의 간판이 보인다.

"문이 닫혔나?"

"나 가게에 왔어. 어디야?"

"오, 15분 정도 후에 도착할 것 같아. 기다려 줄래?"

슈퍼에 들러 시원한 콜라를 사서 마시고.

러시아의 모든 가게에서는 현금을 계산할 때 노란색의 받침대 같은 것을 사용한다. 동전이 많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손과 손이 접촉하는 것이 싫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습관적으로 돈을 주려고 하면 받침대에 놓으라고 한다. 중국이나 몽골처럼 돈을 테이블 위로 아무렇게나 던지는 것보다는 좋기는 한데. 하여튼 재미있다.

배가 출출하여 주변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오호, 여기 주문 시스템은.."

배식 장소에서 메뉴를 고르고 저울에 무게를 단 후 계산을 하면 된다.

샐러드와 마카로니 그리고 얇은 돼지고기로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는 동안 자전거 가게가 열리고 보드엘은 보드와 자전거 렌탈을 하는 정비 샵이다.

로만, 26살의 멋진 친구고 예쁜 여자친구가 있다.

자전거 펑크를 수리한 로만은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중국에서부터 흔들리던 리어 허브를 정비해 주겠다고 한다.

웬만하면 분해를 해서 정비하는 것보다 그냥 부서질 때까지 타고 교체를 하려고 했는데, 그의 손놀림이 능숙하다.

허브를 분해하고 베어링들을 빼내어 다시 그리스 작업을 한다. 고급형 엠티비보다 중저가용 레포츠형 자전거를 많이 정비하다 보니 저가형 허브를 정비하는 것이 익숙해 보인다.

기름때와 상관없이 거침없이 자전거를 만지는 모양이 마음에 들지만 작업의 수고스러움을 알기에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작업을 마치고 로만은 밀크커피까지 대접을 해준다.

겨울엔 보드, 여름엔 자전거와 롱보드를 하는 보드엘.

나이는 어리고 가게는 볼품이 없을지는 몰라도 로만은 자부심을 갖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로만은 부자네. 꿈이 있고 삶에 자긍심이 있으니 그리고 예쁜 여자친구까지."

"로만 고마워. 네가 정비를 해줘서 아프리카까지 잘 갈 수 있을 것 같아."

정비된 자전거를 타고 레닌 광장을 돌아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에서 자료들을 정리하는 동안 월터에게서 메시지가 온다.

"사비, 호스트와 함께 저녁을 먹고 맥주 마실래?"

"좋아. 내가 그곳으로 갈게."

자전거를 타고 월터의 호스트 집을 찾아간다. 숙소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의 오래된 아파트에는 모기가 굉장히 많다.

"월터, 나 왔어."

"사비, 오늘의 메뉴는 치킨과 감자야."

호스트 나탈리아와 함께 슈퍼에서 생닭과 감자 그리고 맥주를 산다.

나탈리아가 감자를 슈퍼에 놓고 오는 바람에 다시 슈퍼에 들러 감자를 사 오고.

월터와 각자의 맥주 한 병씩을 마시며 이야기를 한다.

"나탈리아는 술 안 마셔?"

"글쎄, 그녀는 술도 안 마시고, 음식도 잘 안 먹어."

"왜?"

"잘 모르겠어."

월터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탈리아는 방 안에서 무언가를 하는지 나오지를 않는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 그녀다.

1971년에 지어졌다는 그녀의 아파트는 20대 초중반 젊은 여자의 집처럼 보이질 않고, 좁고 낡은 외향적 모습보다 무겁게 내려앉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녀는 왜 카우치서핑을 하며 낯선 이방인과의 만남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비닐봉지에 닭과 소스를 넣고 오븐에 구운 닭고기가 준비된다.

"맛있네. 나탈리아, 한국인은 1일 1닭이야!"

나와 월터가 정신없이 닭을 해체하며 식사를 하는 동안 나탈리아는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사비, 맥주 한 잔 더 할까?"

슈퍼에서 사온 세 병의 맥주를 모두 마시고 월터는 맥주 가게에서 1리터의 맥주를 사 오자고 한다.

맥주를 사 오고 나탈리아에게 차를 타주며 함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월터, 사람들이 나이를 물어보면 몇 살이라고 할까? 44는 너무 많잖아."

"맞아. 나탈리아, 사비가 몇 살처럼 보여?"

"29 정도."

"그럼, 32 정도라고 해."

"싫어. 30이라고 할래!"

"월터, 너 밥 로스 같잖아!"

설거지를 해주고 바르나울의 밤거리를 달려 숙소로 돌아온다.

"피곤하다. 자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5일 / 맑음
고르데예브스키-바르나울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가기 위해 지나쳐야 하는 도시 바르나울로 들어간다. 카자흐스탄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노보시비르스크로 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이동거리
91Km
누적거리
11,827Km
이동시간
5시간 02분
누적시간
852시간

 
P256도로
 
P25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고르데예
 
폴코브니
 
바르나울
 
 
921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새벽까지 잠을 못 잔 탓에 피곤한 아침이다.

아침 이슬이 내려앉아 텐트가 젖어있고, 간밤에 피난을 왔던 마르코 커플은 아침 일찍 일어나 있다.

"하이."

강가를 잠시 산책하는 동안 월터도 잠에서 깨어난다.

"사비, 바르나울 호스트의 집으로 갈 거야?"

"아니, 게스트하우스에서 쉬고 싶어. 호스트의 집이 좋은데 편하지가 않아. 영어도 피곤하고."

"응. 여기 좋은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350루블."


월터가 마르코 커플과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의 정보와 현금을 교환하는 동안 빠르게 짐들을 정리한다.

"사비가 지금 담배가 필요해. 우리는 이제 가야 해."

마르코 커플과 헤어지고 슈퍼를 찾아 마을로 들어간다.

흙길과 비포장 길이 이어지는 시골의 작은 마을이다.

동네의 작은 슈퍼에서 콜라와 요거트를 고르는 사이 월터는 조용히 빵과 과일 같은 것을 산다.

작은 요거트에 월터의 시리얼을 넣어, 빵과 함께 아침을 해결한다. 슈퍼 앞에 앉아 아침을 먹는 동안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친절하게 말을 걸며 인사를 한다.

11시 반이 넘어 바르나울을 향해 출발한다.

작은 마을을 빠져나와.

다시 P256 도로에 접어들고 내가 선두에 서서 길을 이끈다.

한 시간이 지나고 업다운이 반복되며 다시 월터가 길을 이끈다.

계속 이어지는 메밀밭을 배경으로 빠르게 거리가 줄어들고.

바르나울까지의 거리가 반으로 줄어든다.

언덕을 오르면 시야에서 사라져버리는 월터.

"월터, 오르막이 영어로 뭐야?"

"스팁."

"스팁?"

"프, 프."

"스팁프"

"프, 프."

"우쒸 적어 봐."

"steep."

"그럼 내리막은?"

"down steep."

"아하 그런 거야?"

"인클라인, 디클라인."

"인클라임?"

"라인, 화이트라인. 라인!"

"아하 라인! 인클라인, 디클라인!"

"응. 비지니스 토킹이야."

다시 긴 오르막이 나타나고 월터는 완전히 사라진다. 천천히 나의 속도대로 길을 이어가고.

휴게소 같은 곳에서 월터가 기다리고 있다.

"밥 먹고 갈까? 저기엔 고기가 있을 거야."

바르나울로 들어가는 인터체인지를 앞두고 길 건너편 휴게소에서 허기를 달래기로 한다.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쉬는 사이 한 여성이 다가와 월터에게 말을 걸며 뭔가 이야기를 한다.

"사비, 리포터야."

러시아 기자는 여행의 경로 같은 것을 묻고 월터와 나의 사진을 찍어간다. 월터가 대화를 하는 동안 중국 내몽골 쑤이터우기에 도착하여 머물고 있는 파박님의 소식을 쑤니터우기의 친구들이 위챗으로 보내온다.

"너의 친구는 우리와 점심을 먹고 있어."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보내는데 월터가 나를 부르며 시원한 맥주병을 건네준다.

"뭐야?"

"그들이 주고 갔어."

"예!!!"

"저기에 고기가 있을 거야. 쇼핑하고 와."

"넌?"

자신은 괜찮다는 월터를 대신해 휴게소의 식당으로 들어간다.

"유레카!"

갈비와 닭고기 꼬치를 월터의 몫까지 사든다.

"한국 사람은 혼자는 안 먹지."

휴게소의 직원에게 비닐봉지를 얻어 음식을 포장해서 월터와 하나씩 나눠먹는다.

고기를 들고 흔들며 웃자 월터는 가격을 물어본다.

"몰라."

맛있게 고기를 먹고 조금의 돈을 보태려는 월터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손사래를 치니 월터는 한국어로 인사를 한다.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인터체인지에서 바르나울까지 20km 정도의 거리다. 조금 넓어진 갓길을 따라 바르나울을 향해서 간다.

"인증샷 좀 찍자."

사진을 찍는 사이 월터는 다시 시야에서 사라진다.

잠시 후 도로변에서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월터를 지나쳐 천천히 길을 따라간다.

바르나울로 들어가는 다리를 앞두고 월터가 나를 불러 세운다.

"사비, 나 호스트를 바꿔야 해.

"왜?"

"호스트가 지금 다른 도시에 있데. 80km나 떨어진 곳에."

도착일과 시간을 알려주며 호스트의 집으로 가는데 호스트가 다른 도시로 외출을 나간 것이다.

도로변에 앉아 다른 호스트에게 연락을 하고, 잠시 후 다른 호스트가 다행히 연결된다.

바르나울로 들어가는 오비강을 건너고.

"사비, 너는 이 길을 따라가다 좌회전을 하고 나는 여기서 우회전을 해야 해."

"응. 난 이틀 동안 쉬고 카자흐스탄으로 갈 거야."

"오케이. 저녁에 맥주 마실 건데. 같이 마실래?"

"알았어."

월터와 헤어지고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서 이동한다.

비스크보다 훨씬 커 보이는 바르나울의 모습에 약간 흥분감이 느껴진다.

"천천히 둘러봐야지."

초입에 멋진 기념탑이 서있고, 트램이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의 모습이 새롭다.

도로는 좁고 혼잡하지만 예쁜 목조 건물과 현대식 건물들이 뒤섞여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시내의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며.

월터가 찾아놓은 오래된 목조 건물의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다.

나무문을 열고, 나무 계단을 오르자 마음까지 넉넉하게 만들어주는 인상이 좋은 할머니가 손주를 맞이하는 듯한 표정으로 인사를 한다.

"잠잘 수 있어요?"

"오우, 지금은 방이 없어. 내일 오후에 방이 비는데 어떻게 하지?"

"히잉."

"괜찮아. 내가 다른 호스텔을 알려줄게."

천천히 다른 게스트하우스의 위치를 자세히 설명하는데도 길이 너무 복잡하다.

"아니야. 내가 전화를 해 볼게."

할머니는 다른 곳에 전화를 해서 방을 잡아주려 했지만 그곳도 방이 없는 모양이다. 바르나울에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가 여러 군데 검색이 되어 이곳이 아니어도 큰 어려움 없이 다른 곳을 찾을 것 같고, 호텔도 여러 곳이 있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나는 너를 좋아해. 정말 아쉽다."

할머니는 끝까지 마음을 써주며 포근하게 웃어준다. 너무나 좋은 환대다.

호스텔의 계단에서 다른 숙소를 검색하는 동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젊은 남자가 호기심을 갖고 말을 건넨다.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자전거에 트러블이 없는지 묻더니 바이크 샵을 운영한다고 말한다.

"뭐 괜찮아. 나도 정비를 할 수 있어."

"바르나울에서 자전거 문제가 생기면 연락을 줘."

남자와 사진을 찍으며 인스타그램을 교환하고 헤어진다.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찾기 위해 언덕을 오르는 동안 대학교처럼 보이는 석조 건물도 보이고.

작은 석조 건물들이 도로변에 들어서 있다.

바르나울 호텔의 건너편 도로변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를 찾고.

작지만 깨끗한 게스트하우스, 쉽게 체크인을 하고 샤워와 세탁을 한다.

"사비, 잘 도착했어? 저녁에 내 호스트와 맥주 마실래?"

"아니, 오늘은 좀 쉴래. 내일은 괜찮아."

"나는 내일 시내를 구경하고 노보시비르스크까지 기차로 갈 거야. 그리고 카자흐스탄까지 5일 정도 자전거, 알마티까지 기차로 갈 생각이야."

"음, 나는 낼 쉬고 모레 카자흐스탄으로 갈 생각이야."

"카자흐스탄도 몽골처럼 빈약할 거야."

"맞아. 힘든 여행이 될 거야. 내일 보자."

자전거는 숙소 앞 계단 근처에 자물쇠를 걸어 잘 보관을 하고.

숙소의 아저씨가 알려준 식당으로 갔지만 문이 닫혀있다.

작은 도로를 건너 전쟁기념 공원을 산책하고.

"부모, 형제, 가족, 사랑하는 사람.."

전쟁의 포화 속에서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사람들의 이별, 슬픔, 그리움.. 모든 것을 주지 못한 감정의 아쉬움 같은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가족이 너무나 괴롭고 괴롭고 고통스럽다.

공원 건너편에서 KFC를 발견하고.

울란바토르를 떠나며 마지막으로 먹었던 할배네 치킨과 햄버거.

어렵지 않게 주문을 하고, 깨끗하게 해치운다.

극장이 있는 건물인지 젊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간이고, 신체 비율이 이상한 예쁜 인형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정말 러시아에 왔군!"

KFC와 함께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살아있는 인형들의 모습에 잠시 가라앉았던 기분이 되살아 난다.

"여행 중이잖아. 괜찮아."

숙소에 돌아와 자료를 정리하며 휴식한다. 파박님은 쑤니터우기의 친구들이 잘 대접을 해준 것 같다. 고맙다는 인사를 다시 보내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오늘 같은 날 함께 백주를 마시며 웃고 떠들었으면 좋겠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다.

게스트하우스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 편하게 쉴 수 있다.

"헤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가게로 와 도와줄게. 무료다!"

"내일 시간이 되면 놀러 갈게."

Izbar의 앞에서 만났던 자전거샵의 친구가 인스타그램의 메시지를 보내온다.

내일 시내를 둘러보고 잠시 놀러 가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4일 / 맑음
비스크-고르데예브스키
카우치서핑의 호스트 세미온의 집을 떠나 바르나울로 향한다. 바르나울까지의 거리가 있어 오늘은 월터와 함께 캠핑을 해야할 것 같다.


이동거리
88Km
누적거리
11,736Km
이동시간
5시간 21분
누적시간
847시간

 
P256도로
 
P25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비스크
 
불라니카
 
고르데예
 
 
83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문자 알람과 함께 잠에서 깨어 핸드폰을 열었지만 네트워크가 끊겨있다.

"월터, 네트워크가 안 된다. 유심을 살 때 30일이라고 했는데 15일짜리인가 봐."

"아마도 그럴 거야. 핸드폰 가게에 들르자. 근데 너 어제 코 엄청 골았어!"

"정말?"

코골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았는데 어제의 라이딩, 세미온의 집에서 제대로 휴식을 하지 못해 피곤했던 모양이다.

짐들을 정리하고 세미온을 깨우고 집을 나선다. 처음 경험한 카우치서핑의 헤어짐은 심플하고 쿨하다.

"잘 있어. 세미온."

우선, 슈퍼에 들러 월터가 사온 요거트에 시리얼을 넣어 아침을 대신한다.

월터는 매일 아침을 시리얼 같은 것으로 해결한다.

도로변에 있는 핸드폰 그림의 간판을 보고 들어갔지만 데이터 충전을 할 수 없고.

MTC 대리점으로 들어간다.

유심을 샀던 코쉬아가츠의 가격표와 뭔가가 다르다.

핸드폰 매장의 담당자는 영어를 못했지만 바로 구글 번역기를 꺼내어 사용하는 센스를 발휘한다.

"152루블을 충전해야 합니다. 저쪽 기기에서."

"도와주실래요?"

핸드폰 번호를 누르고 200루블을 충전하자 네트워크가 다시 활성화된다.

코쉬아가츠에서 구매한 데이터 무제한 유심칩은 15일 사용 기준인 것 같다.

"사비, 아마도 15일마다 충전이 필요할 것 같아."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핸드폰을 충전하고 복잡한 비스크의 시내를 빠져나온다.

P256 도로에 들어서 잠시 숨을 고르고.

"오늘도 지루한 도로야."

월터는 이어폰을 꺼내며 도로를 달릴 땐 작게 음악을 듣는다며 말을 한다.

"나도 그래."

각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출발한다.

내가 선두에 서서 도로를 따라가고 푸른 콩밭과 밀밭이 도로변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그리고 하얀 메밀밭이 넓게 이어지며 반복된다.

밀밭.

메밀밭.

야생화의 들녘과.

해바라기밭이 반복되어 펼쳐진다.

두 시간 가까이 라이딩이 이어지고.

조금씩 지쳐가며 앞서가는 월터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 간다.

점심을 먹을 적당한 장소를 찾으며 달려가던 월터는 시의 경계를 알리는 구조물의 그늘에 자리를 잡고 기다린다.

눈이 부신 메밀밭.

"해바라기 사진을 못 찍었다."

월터의 먹거리를 따라 어제 사두었던 식빵과 땅콩잼을 꺼내어.

"이렇게 먹는단 말이지."

월터와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월터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여자 친구를 만날 계획이다. 월터의 여자 친구는 변호사라 항상 일이 많고 바쁘다고 한다.

"난 매일 그녀를 기다리고 음식을 만들어야 해."

"한국 사람들의 삶도 매우 바쁘다. 일, 일, 일."

"맞아. 내가 본 한국의 남자들은 불쌍하다. 공부해야 하고, 군대에 가야 하고, 직장에 들어가야 하고. 그건 불공평하다."

"응. 나는 한국의 젊은 친구들이 너처럼 세상을 여행하기를 바란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부모에게 너무 의존한다. 부모님의 집, 부모님의 돈..."

"그래, 맞아. 잘 봤어."

"결혼했어?"

"아니, 한국 여자들은 날 별로 안 좋아해. 너처럼 금발도 아니고 파란 눈도 없거든."

"괜찮아. 러시아 워먼이 있잖아."

삼일 동안 월터가 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그의 생각과 가치관이 건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월터가 생각해두었던 저수지 옆의 야영지까지 20km 정도를 남겨두고, 월터는 도로를 벗어나 마을 길을 따라 이동하고 싶어 한다.

"마을의 철도길을 따라 비포장길이 있을 것 같아. 메인 도로는 너무 지루해."

작은 시골 마을을 지나.

비포장의 산길을 따라갔지만 월터가 생각했던 길은 숲으로 들어가는 오솔길이다.

"이쪽으로는 못 갈 것 같은데. 어때?"

"네가 선택해."

"음, 다시 메인 도로로 가는 것이 좋겠어."

P256 도로로 돌아가기 위해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을 따라간다. 많은 파리들이 땀 냄새를 맡고 몰려든다.

"웰컴투 몽골리아!"

"하하하. 정말 몽골 같잖아."

업다운이 계속 반복되는 도로 탓에 지쳐갔지만.

눈꽃처럼 느껴지는 메밀밭의 풍경은 너무나 좋다.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길.

"아, 싫어. 이제 그만!"

월터는 저수지를 찾아 산길을 향해 들어가고.

하얀 메밀꽃 밭의 향기가 더욱 진해진다.

"월터, 프리덤 해 봐!"

"왓?"

"감성이 메마른 놈!"

월터가 메밀꽃 밭을 지나 숲으로 들어가는 동안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앞서가던 월터가 작은 언덕을 앞두고 지도를 보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아마도 이쪽으로 가면 바로 저수지가 나올 거야."

월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30미터쯤 이동하자 들꽃들 사이로 작은 저수지가 나온다.

주변을 둘러보던 월터는 물이 깨끗하지 않아 수영을 할 수 없다며 실망스러워한다.

작은 나뭇가지들을 모아 휘발유를 살짝 뿌린 후 모닥불을 붙인다.

저수지 옆이라 모기와 파리가 귀찮을 정도로 달라붙는다. 서둘러 텐트를 설치하고 저녁을 준비한다.

"사비, 뭘 만들 거야? 난 밥을 할 거야."

"글쎄, 짜장 라면을 먹어 볼까."

만저로크에서 얻은 오이도 준비하고 라면을 끓이는 동안 월터는 몽골에서 산 쌀로 능숙하게 밥을 짓는다.

월터에게 휘발유 버너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며 라면을 끓이고, 유브게니에게 선물 받은 러시아 군대식의 고기 통조림도 꺼낸다.

월터의 밥과 짜장라면 그리고 러시아 군대의 전투식량으로 저녁상이 차려진다.

"월터, 좋은 장소, 좋은 음식 그리고 좋은 친구와 함께 하니까 좋다."

"맞아, 오늘 저녁은 배고프지 않아!"

맛있게 식사를 하고 식수가 부족하여 유브게니의 전투식량 중 물 정수제를 사용해 보기로 한다.

"이걸 넣고 기다리라는 거지."

"정말 좋네!"

"사비, 뭐 할 거야?"

"일기를 좀 쓰고 잘 거야."

"난 책을 좀 읽고 잘게. 잘 자."

텐트의 내외피의 공간에 파리들이 달라붙어 요란한 소리를 냈지만 텐트 안에는 모기와 파리가 들어오지 않는다.

겨우 한두 개의 안테나가 활성화되어있는 네트워크로는 사진 전송이 힘들어 라디오와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사비, 자전거 여행자들이 방금 지나갔어."

"그래? 여자야?"

"남자와 여자였어."

"어, 관심 끊어!"

자정이 넘어서며 텐트 주변으로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더니 나이 어린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텐트 주변을 배회하며 소곤거리는 소리가 30여 분이 이어지자 월터가 조용히 해달라고 말을 한다.

몽골에서도 그랬지만 텐트 밖 사람들의 소리에 경계를 하면서도 텐트를 건들지 않는다면 떠날 때까지 그냥 텐트 안에 있었다.

굳이 밖으로 나가 말을 섞고 귀찮아지는 것보다 조용히 구경을 하고 떠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

영어를 못하는 아이들과 몇 마디가 오가자 아이들의 반응이 활발해진다.

헬로, 와이, 프렌드.. 그리고 알아듣지 못할 러시아 말소리의 톤이 높아져 간다.

"사비, 일어나 있어?"

"어."

월터가 텐트 안에서 아이들에게 말을 하는 동안 텐트 밖으로 나간다.

13~14살 정도의 어린아이 두 명이 나를 보더니 '프렌드'하며 말을 건넨다.

"알았으니까 집에 가! 빨리."

아이들에게 다가가려 하자 알았다는 제스처를 하며 오토바이를 몰고 가려고 한다.

"사비, 밖으로 나갔어?"

"어. 애들 두 명이야."

월터가 나오고 그의 손에는 작은 과도가 들려있다. 오토바이를 몰고 가려던 아이들은 월터를 보더니 다시 '할로우', '프렌드'를 하며 말을 섞는다.

"아우, 너네는 좀 맞아야겠다."

모닥불을 피웠던 자리로 가서 장작으로 쓰려던 몽둥이를 들고 아이들에게 다가가자 월터와 악수를 청하던 아이가 월터의 자전거와 텐트를 발로 차고도망을 친다.

"야! 이 @$$%#%#%//$%!"

오토바이는 저수지의 뚝방길을 따라 건너편으로 사라지고, 오토바이의 불빛을 주시하며 기다린다.

"사비, 다시 오겠지?"

"어쩌면.. 조금 전에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놓을 걸 그랬네."

"좋은 생각인데, 다시 오면 그때 찍자."

"어디를 가나 15~23살짜리들은 위험해. 특히나 술에 취한 아이들."

"맞아."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 1시다. 월터가 옷을 입는 동안 오토바이의 불빛을 지켜보니 저수지의 건너편에서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마도 저녁 무렵 우리를 지나쳤던 자전거 커플의 캠핑지에 가서 해코지를 하는듯싶다.

"저기, 여자가 있는데. 러시아인이었어?"

"아니. 유러피안 같았어. 어디서나 여자 여행자는 위험해."

함께 있는 남자가 있고 아이들이 어려서 큰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불빛을 보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혹시나 여자의 비명소리 같은 것이 들리면 그곳으로 달려갈 생각이다.

20분 정도가 지나고 높은 여자의 언성과 함께 오토바이의 불빛은 저수지를 따라 사라진다.

"월터, 갔나 봐."

"또 돌아올 거야. 어쩌면 칼 같은 것을 들고 돌지도 몰라."

"뭐. 그럴 수도. 어쨌든 들어가자. 나는 지금 잠을 안 잘 거니까."

"나도."

오토바이 소리가 나는지 경계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2시가 훌쩍 넘어가고, 월터의 텐트 쪽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사비?"

"왜?"

텐트를 열고 내다보니 저수지 건너편에 있던 자전거 커플이 짐들을 챙겨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

그들은 월터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고, 내 텐트의 옆에 텐트를 친다.

"이제 자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3일 / 흐림
고르노 알타이스크-비스크
안드레와 월터를 만나게 된 고르노 알타이스크를 떠나 바르나울을 향해서 떠난다. 바르나울까지 월터와 함께 여행하기로 한다.


이동거리
105Km
누적거리
11,648,Km
이동시간
5시간 10분
누적시간
842시간

 
P256도로
 
P25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고르노
 
비스트리
 
비스크
 
 
742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비스크로 떠나는 날, 오전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안드레가 어제 오늘은 맑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틀간 풀어놓은 짐들을 정리하는 동안 월터는 출발 준비를 모두 끝낸다. 자전거의 무게가 놀랍게도 45kg 밖에 안 된다는 월터의 패니어는 너무나 심플하다.

"왜, 내 건 이렇게 무겁지?"

내 자전거를 들어보던 월터와 안드레는 10kg 정도 차이가 날 것 같다고 하지만 15kg 이상은 무거운 것 같다.

아쉽지만 요가 마스터이자 채식주의자인 안드레와 헤어지고 비스크로 향한다.

"안녕, 안드레!"

길을 나서자마자 빗방울이 강해져 레인팬츠와 땡땡이 우의를 입는다. 비를 맞아도 괜찮지만 중국에서의 경험이 지긋한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모양이다.

고르노 알타이를 빠져나오는 언덕을 넘고.

P256 도로에 다시 들어선다.

한국에서도 누군가와 속도를 맞춰 라이딩을 한다는 것이 조금은 불편한 것이었는데, 오늘의 라이딩은 어떨지 궁금하다.

월터는 비스크를 지나 바이나울 그리고 대도시 노보시비르스크까지 간 후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갈 계획이고, 나는 아직 확실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바르나울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바로 넘어갈지 아니면 노보시비르스크를 지나 옴스크까지 60일의 비자 기간을 사용하며 첫 번째 러시아 여행을 길게 이어갈지 결정을 못 한 것이다.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의 겨울을 생각하면 시간을 아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썬!"

한 시간을 달려 비가 멈추고 햇볕이 들자 월터는 자전거를 세운다.

우의들을 벗기 위해 자전거를 세우려고 낑낑거리자 월터가 자신의 자전거를 가리키며 이것이 필요하겠다고 한다.

핸들이 돌아가는 것을 막아주는 브라켓인데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다.

월터의 여행용 자전거는 내장기어를 장착한 고무벨트 체인의 자전거로 앞쪽에 라이트를 충전할 수 있는 장치까지 갖춰져 있다.

내장기어라 고장이 나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겠지만 큰 문제만 없다면 효율적일 것 같다.

트러블이 일어날 경우의 수가 줄고, 잡소리도 없고, 오일도 필요 없고, 부품이 마모되어 교체할 필요도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많은 공구와 짐들이 줄어든다.

하지만 긴 여행이라면 가장 보편적인 부품을 사용한 자전거가 번거롭지만 더 좋은 선택일 것 같다.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 어떻게 내장 기어를 정비할 수 있겠는가.

100km 정도의 비스크까지 빠르게 달려간다. 오르막길에서는 월터를 따라가기가 버겁지만 일반적인 경사 정도는 크게 어렵지 않다.

카툰강을 따라 큰 풍경의 변화 없이 작은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평지의 길이 계속 이어진다.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부터 도로변의 풍경은 조금 지루할 만큼 단조롭다.

1시, 고르노 알타이스크를 출발한지 2시간 30분 만에 45km를 달리고 도로변 작은 슈퍼 앞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슈퍼에서 시원한 콜라를 사 들고, 월터는 요거트 하나를 산다.

어제 안드레와 슈퍼에서 사놓은 빵으로 점심을 하고.

월터는 식빵에 땅콩잼과 초콜릿 잼을 발라 먹는다.

평상시 식빵을 잘 안 먹던 식습관 때문에 여행 도중 허기를 채우는 방법들이 궁금했는데, 월터를 관찰하면 좋은 해결책을 찾을 것 같다.

점심을 먹으며 월터는 비스크에 있는 호스트와 연락을 하고, 나는 비스크에서 보낼 숙소를 검색한다.

"비스크 숙소는 비싸네."

고르노 알타이스크보다 크지만 소도시에 불과한 비스크의 숙박료는 30,000원 정도다.

"월터, 카우치서핑은 어떻게 쓰는 거야?"

"음, 먼저 정보들을 입력해야 해."

"그래, 그럼 네가 써!"

월터는 필요 정보들을 입력하며 이것저것을 물어본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호스트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것인지 등등 낯부끄럽고 귀찮은 나에 관한 사항들이지만 호스트에게 꼭 필요한 정보들이다.

"어. 고기, 술, 여자.. 알아서 적어주면 안 될까?"

"어. 안 돼! 아니, 내가 할게."

"하하하. 하여튼 이런 것을 발라 먹는다는 말이지."

월터의 먹거리들을 살펴보는 동안 월터가 갑자기 소리를 친다.

"사비, 바르나올의 내 호스트가 너도 함께 와도 된대!"

"정말!"

"응. 방금 메시지가 왔어. 굿 가이야!"

카우치서핑으로 비스크의 호스트 세미온에게 연락을 하고 다시 길을 출발한다.

도로변의 휴게소 같은 곳에서 잠시 구경을 하고.

꿀과 허브차 같은 것을 주로 팔고 있다.

월터는 100루블에 작은 꿀 한 병을 산다. 가게 주인은 200루블을 달라고 했는데 100루블을 들고 주저주저하고 있으니 그냥 가져가라며 웃는다.

"이상하지만 좋은 방법인데."

휴게소 뒤편으로 해바라기 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다시 길을 달려 비스크는 가까워지고.

넓은 평야에 해바라기나 밀 같은 것이 심어져 있다.

"오, 비스크!"

비스크 초입, 숯불구이를 하고 있는 음식점을 보더니 월터는 자전거를 세운다.

"먹고 싶어?"

"당연히, 하나만 먹자!"

작은 카페의 테이블은 모두 차 있었고, 입구에 세워진 냉장고의 시원한 맥주가 눈에 들어온다.

"월터, 맥주 안 마실래?"

"노! 비싸잖아."

냉장고의 캔맥주는 200루블 정도니 슈퍼나 맥주가게에 비하면 비싼 편이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다 다시 월터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딱, 한 캔만?"

"좋아!"

"예!!!"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있으니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숯불구이가 나온다.

200루블짜리 맛있는 닭고기다.

작고 좁은 다리의 건너편으로 비스크의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다리 건너 비스크 초입의 멋진 벽돌 건물, 러시아 여행의 머릿속 풍경이 조금씩 눈앞에 펼쳐진다.

"이제 러시아에 온 것 같네."

레닌의 동상이 세워진 광장 앞 커다란 회전 교차로를 지나.

비스크의 호스트 세미온의 집을 찾아간다. 길게 이어지는 공원을 따라 낯선 러시아의 풍경들이 이어지고.

복잡한 도로를 따라가던 월터는 이상한 숲길로 들어간다.

"이길이 아닌데."

다시 길을 잡고.

비스크 시내의 외곽까지 깊숙이 들어간다.

아주 오래된 궤도전차 트램이 시내를 돌아다니는데 월터는 별 관심이 없다.

"나는 처음 본다고."

오래된 작은 시내길을 돌아 세미온의 아파트에 도착한다.

나무와 풀이 울창하게 자라난 낡은 벽돌 아파트 단지다.

5분 정도 후, 밖에 나가있던 세미온이 아주 작은 아이와 함께 반갑게 맞이해준다.

"마이 프렌드, 웰 컴!"

몽골의 낡은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 비슷한 느낌이다.

1층 계단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짐들을 옮긴다. 화장실과 주방, 거실과 방이 하나 있는 세미온의 집이다.

거실 한편에 인도 여자로 보이는 누군가의 사진과 제단 같은 것이 놓여있어 이색적이었으나 물어보지는 않았다.

샤워를 하고 세미온은 러시아에서 먹던 수프를 내어주고.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슈퍼에 가자고 한다. 아파트 단지 내 놓여있는 러시아의 올드카들이 흥미롭다.

러시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작은 올드카들은 몽골에서 보던 중고차와는 다른 느낌이다.

클래식한 느낌이 아주 좋고 타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처음 보는 트램도 자세히 구경해 보고.

내일 라이딩을 하며 먹을 비상식을 구매하고 세미온의 집으로 돌아온다.

세미온은 우리를 위해 저녁으로 바베큐를 준비한다. 숯불을 준비하고.

양념을 하고 냉장고에 숙성을 시킨 돼지고기를.

숯불에 굽는다.

"아, 나 지금 행복해지려고 해."

잘 구워진 돼지고기는 길게 세로로 자른 오이, 잘게 썬 양파와 함께 먹는다.

오이와 양파를 버무린 소스가 독특하고 맛이 좋다.

식사를 하는 동안 음악을 좋아하는 세미온은 유튜브의 오래된 팝송을 아주 크게 틀어놓는다.

"뭔가 아주 독특한 친구네."

러시아 군인인 세미온은 한국의 친구가 있어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 친구가 비스크에 살아?"

"응. 여자, 남자 친구 모두 있어."

"만나볼 수 있어?"

"아니, 그녀는 한국말을 못 한다."

세미온이 말하는 한국 친구는 까레이스키로 불리는 러시아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교포 2세나 3세 정도 되는 사람들인가 보다.

영어를 잘 한다는 세미오온의 친구가 11시쯤 방문을 하여 월터와 긴 대화를 나누고 돌아간다.

군인이라 주둔지를 벗어나 여행을 갈 수 없다는 얘기, 돈이나 직업에 대한 얘기 등등이 이어지는 동안 피로가 몰려든다.

웜샤워나 카우치서핑은 현지의 사람들과 깊은 스킨쉽을 할 수 있지만 휴식의 시간이 많이 줄어드는 것 같다.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하기 때문에 성향이나 취미 등등이 서로 맞아야 할 것 같고,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공통의 언어도 필요하다.

"쉬고 싶은데.."

세미온의 친구가 떠나고, 거실에 놓인 커다란 침대(소파)에서 월터와 함께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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