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4일 / 흐림
사우말콜-자파드노예
어젯밤부터 시작된 빗줄기는 멈추지 않는다. 코스타나이로 향하는 길의 날씨가 순조롭지 않지만 오랜만에 동풍이 불어온다.


이동거리
151Km
누적거리
13,869Km
이동시간
8시간 05분
누적시간
1,004시간

 
M36도로
 
M3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사우말콜
 
루재부카
 
자파드노
 
 
1,693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아침 9시, 빗소리와 함께 묵직한 피로함이 느껴진다. 특별히 힘든 것도 없고, 한동안 술도 마시질 않았는데 피곤하다.

카자흐스탄의 일정이 여유가 있었다면 하루 종일 빗소리를 들으며 침낭 안에서 게으름을 피웠을 것 같다.

"일단, 뭐 좀 먹자."

빵과 비스킷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으면서 비에 젖은 텐트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생각한다.

내외피를 오랜만에 분리해야겠네."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쓸데없이 동풍이 불어온다.

"백 년 만에 동풍인데, 하필 비 내리는 날이냐."

텐트의 내외피를 분리하고 내피은 텐트 가방에, 외피는 렉펙 위에 올려놓고 고무밧줄로 고정한다.

10시 40분, 늦은 기상과 텐트를 정리하느라 출발이 늦어지고, 출발을 하려니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땡땡이가 지워진 땡땡이 우의와 레인팬츠로 빗속을 달리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눈으로 흘러내리는 빗물 때문에 시야가 흐려져 라이딩이 힘들다.

연신 얼굴과 눈을 닦아가며 빗속을 달려간다. 물이 고이고 울퉁불퉁한 좁은 도로지만 다행히 차량의 통행이 거의 없어 위험하지는 않다.

어렵게 어렵게 폭우가 쏟아지는 지역을 벗어나고, 도로변에 정차를 하고 기다리고 있는 화물차 가까이 자전거를 세운다.

덩치가 좋고 뚱뚱한 화물차 기사는 자전거를 싣고 가자며 비어있는 화물칸까지 열어 보여준다.

"아니요.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손사래를 치며 고맙다는 인사를 해도, 하늘을 가리키며 계속 비가 내릴 것이라며 자전거를 실으라며 웃는다.

아저씨에게 악수를 청하며 도움의 제안에 감사를 표하고 자전거를 출발한다.

2시간여를 달리는 동안 폭우의 지역을 벗어나고 잠시 버스 정류장에서 쉬어간다.

"이건 어디서 사는 거지."

폭우 지역은 벗어났지만 하루 종일 비는 계속될 것 같다.

검은 구름이 다시 내려앉고.

"아, 텐트를 어쩐다."

쉬는 동안 빗줄기가 시작되며 출발을 재촉한다. 땀이 식으며 쌀쌀함이 느껴진다.

작은 마을을 지나며 카페가 있기를 바랐지만 헛된 바람이고.

바람과 비는 계속된다.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많은 말들이 있는 풍경을 달리고.

조금씩 밝아지는 하늘을 향해 달려간다.

길게 이어지는 조용한 도로를 달리고 출출함이 찾아든다.

딱히 휴식을 취할 구조물도 없고 갓길에 엉덩이를 깔고 앉는다.

작은 카스테라 빵과 산딸기 잼으로 허기를 채운다.

"딸기 잼이 떨어졌다."

비가 그칠 것 같던 하늘은 다시 어두워지며 안개비를 다시 흩날린다.

2시가 넘어가며 바람이 강해지고, 도로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며 기상 예보처럼 뒷바람으로 등을 밀기 시작한다.

밝은 하늘을 향해 질주를 하는 사이 자전거의 균형감이 이상하다. 뒷바퀴를 확인했지만 이상이 없고, 물컹거리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이어지고.

"앞이냐!"

매일매일 펑크가 이어지더니 이번에는 말썽이 없던 앞바퀴가 주저앉는다. 작은 철심을 제거하고 스티커형 튜브 패치로 정비를 한다.

무게의 부담이 덜한 앞바퀴라 스티커형 튜브 패치로도 충분히 압력을 버틸 것 같다.

강해진 바람 탓에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자전거를 출발한다.

오늘의 목적지 루재브카까지 30km 정도가 남았고, 백 년만의 뒷바람은 도착시간을 많이 줄여줄 것 같다.

"따듯한 샤워와 고기가 간절하다."

한 시간 정도의 질주로 한달음에 루재브카에 도착하고.

"배고파!"

도로변을 따라 시골의 집들이 길게 이어지고.

코스타나이로 가는 갈림김의 삼거리에서 길을 확인한다.

"이쪽이면 바람의 측면인데, 아쉽네. 좋았는데."

삼거리의 허름한 카페에 들어가 이전 손님이 먹다 남긴 음식 그릇을 보고 같은 메뉴를 주문한다.

닭고기를 넣은 볶음밥 두 그릇을 비우고, 한 그릇을 더 주문하자 남은 음식이 없다며 주인 여자는 난감해하며 웃는다.

"그럼 뭐?"

주인 여자가 추천한 음식은 작은 만두다. 디저트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만두로도 뭔가 허전하지만 폭발하는 식욕을 억제하고 코스타나이로 향하는 도로를 확인한다.

남은 거리 250km, 남은 이틀 동안 가기에 부담스러운 거리고, 불어오는 동풍이 너무나 아깝다.

"조금만 더 줄이자."

5시 반, 늦은 출발과 폭우로 인해 느린 이동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비가 오는 동안 바람이 없었고, 뒷바람이 불어오며 생각보다 너무 일찍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틀 후 여유로롭게 코스타나이로 들어가기 위해 거리를 줄여 놓기로 결정한다. 완벽했던 뒷바람이 약간의 측면으로 바뀌었지만 큰 문제는 없다.

끝없이 이어지는 노란 밀밭의 초원이 이어진다. 시선에서 보이는 모든 곳이 노란색의 지평선이다.

"40km만 줄여놓자."

두꺼운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지만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바람에 출렁이는 밀들의 움직임이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부드럽게 흔들거린다.

손을 뻗어 바람과 출렁이는 밀의 흔들거림을 느껴보고 싶다.

조금씩 하늘이 열리고.

반가운 태양이 수줍은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30km 정도를 마저 달리고, 도로의 상태도 괜찮아지고 따듯한 저녁 햇볕이 시작된다.

밀밭 너머의 낮게 깔려있는 옅은 구름의 실루엣이 마치 바다와 같다.

"하늘에 바다가 펼쳐졌네."

"I was here."

해가 떨어진다.

"이 하늘을 어떻게 할까."

붉은 해가 떨어지는 하늘을 향해 달려간다.

자작나무가 다란 밀밭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좋다. 여기."

텐트를 설치하고.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버너를 꺼내고.

"아껴둔 진라면!"

라면에 자민우드에서 샀던 몽골의 패스트푸드 쌀을 붓는다.

"간만에 몽골 냄새가."

폭우와 함께 시작되어 멋진 석약빛으로 마무리된 하루다.

설익은 쌀에 물을 부어 넣고 잠이 든다. 통신도 끊겨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자자!"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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