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2일 / 맑음
콕셰타우
두만의 부탁, 한국에 있는 두만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 콕셰타우에서 하루를 더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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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7시간

 
두만아빠
 
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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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셰타우
 
콕셰타우
 
콕셰타우
 
 
1,439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오랜만에 편하게 늦잠을 자고, 두만 아빠의 정보를 어렵게 찾아냈다.

"두만 네 아빠를 찾았어."

소식을 들은 두만의 몸은 약간의 떨림이 계속된다.

"어려운 문제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네 아빠는 너에 대해서 알고 있니?"

"세 살 때까지 엄마랑 연락을 했어요."

"아빠는 너를 보고 싶어 할까?"

"아마도."

"밥이나 먹어야겠다."

밥을 먹으러 간 식당으로 두만은 따라온다. 아마도 10년이 넘도록 찾았던 아빠의 소식, 지금의 몇 분이 그에게는 10년의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질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두만의 손과 몸에서 미세한 떨림이 경련처럼 느껴진다. 애틋하다. 안쓰럽다.

조급한 그와는 상관없이 두 그릇의 밥을 먹는다.

"미안하다. 배고프다."

"두만, 아빠는 어쩌면 준비의 시간이 필요할지 몰라."

"나는 지금 전화를 하고 싶어요."

한국어를 못하는 두만이 아빠와 통화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는지 모르겠다.

"그럼 내가 먼저 메시지를 보내볼게."

두만의 아빠에게 여행 중 두만을 만났다는 소식을 알리고 통화를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그와 통화가 된다면 그의 의사를 정확히 묻고 두만에게 전달할 생각이다. 내가 바라는 결론은 'Yes or No' 둘중에 하나다 .

선택은 각자의 몫이므로 어떤 답과 결론이든 상관이 없고, 이후의 선택들도 그들의 몫이다.

두 차례의 메시지와 한 번의 통화 시도는 연락이 닿지 않은 채 채팅창의 메시지 수신 숫자는 사라져있다.

"두만, 아빠가 메시지는 확인을 했다. 하지만 연락은 닿지가 않는다."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두만의 표정은 간절함과 아쉬움이 가득하다.

"한국은 지금이 바쁜 시간이야. 기다려 보자."

두만의 아빠에게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건 자기변명의 시간일뿐이다.

어머니의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한다. 출출함으로 다시 식당에 들어가 허기를 채우는 시간 동안 두만은 여러 차례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 같다.

그 마음을 어떻게 탓할 수 있을까.

"두만, 아빠에게도 시간이 필요해. 천천히 기다려 봐. 근데 넌 몇 살이냐?"

"19. 한국 나이로 20살요."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다려 온 두만에게 천천히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지만 더 깊은 설명을 할 수 없으니 안타깝다.

두만은 어쩌면 끊임없이 전화를 걸지도 모른다. 그것은 두만의 선택이고 권리이다.

저녁 무렵, 두만과 숙소 업무를 교대하기 위해 출근 한 두만의 엄마 알리아가 방문을 열고 찾아온다.

짧은 인사와 함께 두만을 대하는 그의 몸짓에서 충분히 사랑을 쏟으며 키워왔음을 느낄 수 있다.

해가 지는 저녁, 숙소의 밖에서 노을을 보며 앉아있는 알리아가 말을 건넨다.

"내 인생에서 한 남자를 사랑했다."

"그래."

"그 사랑 때문에."

"그래."

번역기로 여러 가지 대화를 하려는 그녀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아프다.

"알리아, 넌 몇 살이야?"

"41."

"그래, 넌 후회 없이 사랑을 했으니 됐네. 두만이 아빠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니의 수술이 잘 됐고, 두만은 아빠를 찾았지만 딱히 달라질 것도, 좋아질 것도 없는 하루다. 어머니는 계속해서 잔병치레를 하며 위기들을 넘겨 갈 것이고, 두만은 계속해서 아빠를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사실은, 사람은 누군가의 자식이며 또한 누군가의 부모다.

부모가 자식을 보듬고,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것은 현실과의 타협이나 고려의 대상이 아니며 누군가와의 비교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 현실이 아무리 복잡하고 힘들지라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부정될 수 없는 사실, 그 외의 말들은 모두 개소리일 뿐이다.

"시간이 없으면 돈으로, 돈이 없으면 몸으로, 몸이 힘들면 마음으로, 마음마저 없다면 가식적이더라도 펑펑 우는 척이라도 해라. 비록 그 모습이 내게는 역겨울지 모르겠으나 너의 부모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할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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