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10일 / 맑음
페도로브카-카예라크
친절하고 친절했던 카자흐스탄 여행의 마지막 여정, 러시아의 국경으로 향한다.


이동거리
98Km
누적거리
14,252Km
이동시간
7시간 11분
누적시간
1,034시간

 
M36도로
 
M3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페도로브
 
카라발리
 
카예라크
 
 
2,070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새벽까지 거세게 텐트를 뒤흔들던 바람이 조금씩 사그라든다. 다행이다.

여전히 두꺼운 구름에 뒤덮여있는 하늘은 일출인지, 일몰인지 알 수가 없는 분위기다.

텐트 밖을 나가기가 싫을 정도의 한기가 느껴지는 아침이다. 

"춥다."

요거트와 시리얼로 간단히 속을 달래고, 가까운 거리의 카페에서 든든하게 아침을 먹을 생각이다.

손이 시려 패니어 깊숙이 들어있던 장갑을 꺼낸다.

어제 야영을 한 곳이 페도로브카의 경계라 5km 정도의 이동으로 페도로브카에 도착한다.

도로변 마을의 카페 중 화물차들이 많이 정차되어 있는 곳을 들어간다. 우리의 기사식당처럼 화물차 운전자들이 가는 곳이 저렴하고 맛이 좋다.

"오, 깔끔."

주문을 받는 카운터의 여직원과 웃음을 주고받으며 메뉴를 고르고.

"나 저기 사람들이 먹는 것을 줘."

사람들이 먹는 계란 후라이와 햄을 가리키며 말을 하자 여직원이 걸어 나와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음식을 가리키며 확인한다.

"그래, 그것을 줘. 수프하고 커피도."

여직원이 추천한 수프는 카자흐스탄의 대표 음식이라던 고기국수다.

수프를 내어주고 기본 식빵 이외에 동그랗게 튀긴 빵 3개를 접시에 담아 내어준다.

"?"

"네가 원하는 게 정확히 뭐야?"

주문을 받았던 여직원이 웃으며 다시 메뉴를 물어본다.

"계란 후라이하고 햄!"

"수프는 아니고?"

"아니 이것도 먹고, 계란도 먹을 거야."

그제서야 주문을 정확히 이해했다는 듯이 빙그레 웃고는 카운터로 돌아간다.

"730텡게에 계란 후라이 가격은 안 들어간 건가?"

수프, 계란 후라이에 커피까지 해서 730텅게는 정말 싸다.

"동그랑땡 같은 빵은 서비스 같은데."

아마도 번역기에 저장되어 있던 자전거 세계 여행 중이라는 번역 기록을 얼핏 보고서 동그랑땡 빵 3개를 더 내어준 것 같다.

식사 후 친절하고 푸짐하게 서비스해 준 식당에서 빵과 음료수를 추가로 사들고 국경을 향해서 출발한다. 남은 거리 95km.

"북서쪽으로 가니 북서풍이 부네."

이상한 일이지만 초원에서 서풍은 기본이고, 남쪽으로 가면 서남풍이 불고, 북쪽으로 가면 북서풍이 불어온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갈대의 움직임을 감상하며 늦은 굿모닝도 알려주고.

조금씩 사그라드는 바람을 느끼며 달려간다. 조금 힘들었던 어제보다 수월한 라이딩이다.

러시아로 향하는 도로가 지나치는 마지막 마을 카라발리크의 모습이 나타난다.

마을 초입에 철퇴를 든 멋진 장군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마을로 들어가서 마지막 쇼핑을 하자."

카자흐스탄 현금이 남아있어 비상식을 추가로 사둘 생각이다. 아침을 먹고, 오는 도중 빵들을 먹어서 출출함은 전혀 없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슈퍼마켓으로 들어간다.

물, 음료수, 캔맥주, 빵, 요거트 등을 구매하고 1,500텡게만을 남겨 둔다. 혹시 국경 근처에 식당이 있으면 내일 아침으로 간단한 음식을 먹을 생각이다.

국경이 있는 카예라크까지 40km 정도의 거리라 7시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가도 가도 40km냐? 트로잇스크?"

국경까지 25km 정도가 남았고, 이정표는 러시아의 첫 번째 마을 트로잇스크까지의 거리를 안내하고 있다.

4시 반, 넉넉하게 6시면 국경까지 도착할 거리다.

페달링은 여유로워지고.

쉬엄쉬엄 천천히 구경을 향해간다.

6시 30분, 추수가 끝난 노란 들녘 너머로 국경 검문소의 구조물들이 나타난다.

"다 왔네."

화물차들이 길게 줄지어 정차를 하고 있고.

카자흐스탄으로 들어오는 차량의 행렬도 쉴 새 없다.

잠시 국경 부근에서 쉬는 동안 사람들이 호기심의 질문들을 건넨다.

"내일 아침 9시에 국경이 열리나요?"

"24시간 열려있어."

몽골-러시아의 국경과 달리 24시간 오픈되어 있다고 한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여 국경은 내일 아침에 넘어갈 생각이다.

근처에 캠핑을 할 장소를 찾으며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고 큰 군용 트럭을 타고 있던 군인이 적당한 자리를 알려준다.

화물차들이 길게 정차되어 있는 밀밭 주변에 대놓고 텐트를 설치하고.

오후에 슈퍼에서 사놓은 맥주로 카자흐스탄 여행의 마무리를 자축한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친절과 미소는 잊지 못할 거야."

코스타나이에서 사놓은 버거킹은 여전히 맛이 좋다.

9시가 넘어도 밝은 것을 보니 시간 변경선이 멀지 않았나 보다.

일기도, 자료도 미뤄두고 잠이 든다.

"카자흐스탄, 내년에 알마티에서 보자."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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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09일 / 흐림
코스타나이-페도로브카
코스타나이를 떠나 러시아의 국경으로 향한다. 이틀 동안 달려가는 카자흐스탄 여행의 마지막 여정이다.


이동거리
80Km
누적거리
14,154Km
이동시간
7시간 17분
누적시간
1,027시간

 
M36도로
 
M3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코스타나
 
오제르노
 
페도로브
 
 
1,978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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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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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 비는 멈췄지만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집 주인에게 10시 30분에 출발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패니어와 짐들을 정리한다.

메시지를 늦게 확인했다며 11시가 넘어 집주인이 도착해서 출발이 늦어졌지만 별문제는 없다.

시장에서 아침을 해결할지, 코리안하우스에서 김치찌개를 먹을지 고민하다 든든하게 밥을 먹는 게 좋겠다 싶다.

코스타나이를 벗어나기 전 작은 공원에 들러보고.

카자흐스탄은 농경문화에 대한 자긍심 같은 것이 있는지, 마을의 안내 구조물이나 도시의 공원에 농경문화를 상징하는 구조물들이 많다.

코리안하우스가 있는 시 외곽의 쇼핑몰 1층에 있는 창고형 마켓에서 빵과 음료수, 요거트, 닭고기 등을 비상식으로 사고.

코리안하우스로 들어가 김치찌개를 주문하고 버거킹에 들러 햄버거 하나를 산다.

"역시 한식은 밑반찬!"

김치찌개에 두 공기를 비우고 나니 따듯하게 몸의 열기가 느껴진다.

"보양식을 먹은 것도 아닌데."

카자흐스탄은 대부분이 무슬림이라 그런지 김치찌개에 소고기가 들어가 있고 몽골처럼 달달한 느낌의 김치찌개다.

1시, 국경까지 180km 정도의 거리를 이틀 동안 갈 생각이라 바쁜 것은 없지만 정면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이 매섭다.

"오늘 꽤 힘들겠네."

느리게 느리게 코스타나이의 외곽을 벗어나고.

"아, 바람."

10km.

8km.

무거운 페달링과 떨어진 의욕 탓에 제자리 걸음처럼 속도가 나질 않는다.

"참, 하늘은 오늘도 멋지네."

몽골, 카자흐스탄 초원의 하늘은 매번 처음 보는 것처럼 다양하고 경이롭다.

4시 30분, 겨우 세 번째 휴식 타임인데 온종일 라이딩을 한 것처럼 지친다.

빵을 먹으며 휴식하는 동안 버스 정류장의 양철지붕이 달그닥거리며 뜯겨 날아갈 것 같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도로를 빼꼼하게 고개를 내밀어 바라보니 거대한 먹구름과 함께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를 맞고 싶지는 않은데."

30여 분을 넘기며 비바람을 피하고, 변하지 않는 바람의 기세에 휴식을 포기하고 바람 속으로 들어간다.

이리저리 제멋대로 자전거를 흔들고 밀어내는 비바람을 힘들게 벗어나.

밝은 하늘을 향해 달려간다. 아니 기어간다.

"카자흐스탄이 쉽게 보내주질 않네."

거대하고 묵직한 구름층이 쌓이더니 낙뢰를 떨어뜨린다.

반대편 하늘은 맑은 구름이 평화롭기만 하고.

"딱 80km, 밥값만 하자."

양탄자 같은 두꺼운 구름 아래로 태양이 떨어지며 얼굴을 내민다.

"하늘에서 해가 뜨네."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하늘이냐?"

하늘에서 시작되는 일출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멋지네. 그만 가자."

도로변 밀밭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바람은 더욱 게세게 불어온다.

한기가 느껴진다. 빠르게 텐트를 설치하고 어제 먹다 남은 치킨과 생맥주로 저녁을 대신하고.

일찍 잠이 든다. 네트워크가 끊겨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곧 추위가 시작되려나 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08일 / 맑음
코스타나이
피곤한 밤이다. 숙소를 연장하고 코스타나이에서 하루를 더 머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4,074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020시간

 
재래시장
 
휴식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코스타나
 
코스타나
 
코스타나
 
 
1,898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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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가 떠오를 때까지 잠을 못 이루며 뒤척이다 7시에 하루를 더 머무를 것이라 주인 여자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잠시 기절하듯 피곤한 잠자리를 이어가고 12시, 숙박비를 받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멍한 상태로 2시가 되고,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맥도날드로 간다.

코스나타이 시내 중심에는 햄버거와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점들만이 들어서 있다. 뭔가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하다.

검색을 해도 마땅한 식당이 없고, 마음에 드는 메뉴의 식당은 멀다. 어쩔 수 없이 맥도날드에 들어가 세트메뉴를 주문하고.

"이걸로는 허전해."

기분 탓인지 컨디션 탓인지 허기지고 힘이 없다.

"재래시장은 없는가?"

카자흐스탄에 와서 재래시장을 본 적이 없다. 시장 구경을 하고 시장 내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면 괜찮을 것 같아, 구글맵으로 코스타나이의 재래시장을 검색한다.

숙소 아파트에서 2블록 정도 떨어진 가까운 곳에 재래시장이 검색되고 몇몇의 바베큐 메뉴도 보인다.

"좋아. 가 보자."

도보로 15분 정도의 거리, 시내 중심에서 멀지 않은 재래시장의 풍경은 사뭇 다른 느낌이 난다. 작은 인도와 골목으로 상인들의 가판이 줄지어 들어서 있고 사람들이 북적인다.

문구류를 파는 가판들이 길게 이어지고.

옷을 파는 가판들이 이어진다. 재래시장은 상품별로 구역이 나눠져 있다.

"사람 사는데 같네."

재래시장의 내부에는 과일과 정육 등을 파는 상점들이 모여있지만 골목시장만큼 복잡하지는 않다.

용도를 알 수 없는 잡지들과 신문을 파는 가판도 많고.

옷과 가방.

신발.

그리고 과일과 야채를 파는 구역들을 구경한다.

마늘이나 과일에 가격을 적어놓은 것이 재미있다.

"너구나. 달달한 자두가."

엄청나게 큰 수박이 5,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시장을 둘러보고 바베큐 꼬치를 파는 식당으로 간다.

다른 손님들이 먹는 메뉴를 가리켜 주문을 하고.

시원한 맥주도 한 잔.

바베큐 꼬치와 양파는 정말 궁합이 좋다.

카자흐스탄은 다민족 국가라 정말 사람들의 얼굴이 다양하다. 딱히 말을 하지 않으면 중국에서처럼 편안하고, 물건의 가격을 물을 때면 사람들이 의아해한다.

아시아몰이라는 곳에 들어갔지만 생각과 달리 슈퍼마켓이다.

"생선도 좀 먹어야 하는데."

치킨과 생맥주를 사서 아파트로 돌아온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생맥주는 싸기도 하지만 맛과 향이 꽤 좋다.

월터는 계속해서 염장을 지르고.

현관 앞에 냥이 한 마리가 앉아있다.

"너도 돌아갈 데가 없니?"

"나도 그렇다. 너나 나나 똑같네."

천둥과 번개가 치며 비가 내리고 전기가 끊겨버린다.

잠을 못 잔 탓에 피곤함에 바로 잠이 든다.

"내일 날씨가 나쁘려나?"

아무것도 하기가 싫은 요즘이다. 할 수만 있다면 일주일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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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07일 / 맑음
코스타나이
러시아로 넘어가기 전 코스타나이에서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동거리
12Km
누적거리
14,074Km
이동시간
1시간 56분
누적시간
1,020시간

 
엽서
 
한식당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코스타나
 
코스타나
 
코스타나
 
 
1,898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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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으로 쌓인 피로를 풀고, 선선한 가을날의 아침처럼 느껴진다.

슈퍼에 들러 도시락 컵라면과 요거트를 사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8일 동안 초원의 바람에 시달렸던 몸이 편안한 잠자리에 노곤해진다.

오후에 바람도 쐴 겸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간다. 따듯한 햇살과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좋다.

"일단, 엽서를 사 볼까?"

어제 아파트의 주인 여자가 알려준 가게를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갔지만.

생일카드 같은 것들만 있다.

우체국으로 가는 길에 한국 슈퍼가 있어 들어가 본다. 한국 제품을 파는 작은 가게에서 오뚜기 진라면과 짜장라면 하나씩을 사고.

도착한 우체국은 영업시간이 끝나 문이 닫혀있다.

우체국에서 나오는 아저씨에게 엽서를 파는 곳을 물으니 도로변의 서점을 알려준다.

다시 서점으로 들어가.

살펴봐도 역시나 카드 같은 것들만 판매한다.

서점의 여직원에게 우편 엽서를 물어봤지만 포토 카드와 같은 것만 있다.

"우편 봉투에 넣어서 보내면 돼요."

몇 종류의 포토 카드는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다.

"엽서는 포기. 내년이나 카자흐스탄에 다시 오면 알마티에서 사자."

몽골의 오초르가 페이스북 영상 통화를 걸어와 잠시 얼굴을 보고, 자전거 가게로 찾아간다.

"오 제법 그럴듯한데."

"슈발베 타이어 있어요?"

슈발베 마라톤 타이어를 묻자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타이어 제품들 속에 슈발베는 없고 컨티넨탈 타이어를 추천한다. 새 제품이라 지금의 타이어보다는 낫겠지지만 별반 차이가 없다.

튜브를 하나 챙겨들고, 펑크 패치 공구를 물어보니 종합툴 세트를 보여준다.

"난 펑크 패치만 필요해."

펑크 패치를 들고 말하니 이해했다는 듯 정비실로 들어가 멋진 정비용 펑크 패치를 뜯어준다.

"오, 바로 이거야."

당분간 펑크패치 걱정은 없을 것 같지만, 슈발베 마라톤 타이어 찾기는 계속될 것 같다.

코스타나이를 빠져나가기 전에 들리려고 했던 한국 식당을 찾아간다.

아스타나부터 이어지던 가라앉은 기분과 허기를 한국 음식으로 기분을 전환해보려 한다.

코스트코와 같은 창고형 매장이 있은 커다란 쇼핑몰에는 주말을 맞아 사람들이 북적인다.

2층의 푸드코트에는 햄버거들을 파는 매장과 버거킹이 있고, 역시나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에 비해 한가로운 한국식당, 비싼 가격 때문인지 사람이 없다.

김치찌개와 비빔밥을 주문하고, 고기가 먹고 싶지만 구이용 삼겹살과 목살은 판매하지만 돼지고기 제육볶음은 없고, 소고기 볶음들만 있다.

보드카 한 잔도 추가 주문한다. 술도 안 마시다 보니 혼자 먹는 술이 그리 맛이 없다.

김치찌개, 비빔밥 그리고 밑반찬을 모두 깨끗하게 비우고 나온다.

"역시 밥이 최고네."

파블로다르처럼 곳곳에 작은 공원과 산책로들이 많아서 좋다.

"내일 떠날까? 하루 더 있을까?"

뭔가 기분이 프레쉬하지 않다.

"너 키 큰 호빗 같아!"

알마티에 있는 월터가 염장을 지른다.

"몇 시간만 기다리면 여자친구가 온다."

"야!"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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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06일 / 맑음
스테프노이-코스타나이
카자흐스탄의 마지막 도시 아스타나로 들어간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 하루쯤 쉬어가도 될 것 같다.


이동거리
86Km
누적거리
14,062Km
이동시간
5시간 52분
누적시간
1,018시간

 
M36도로
 
M3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스테프노
 
세르바코
 
코스타나
 
 
1,886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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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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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이슬이 내려앉은 상쾌한 아침이다.

구름으로 가득 찼던 하늘은 깨끗한 도화지처럼 비어있다.

어제 식당에서 사온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린다.

밀밭을 따라 산책을 하듯 길을 출발한다.

카자흐스탄 여행의 마지막 도시 코스타나이까지 85km가 남았다.

여전히 바림이 불고, 허기지고, 심심한 초원의 길이 이어진다.

넓은 밀밭에서는 추수를 하느라 십여 대의 콤바인이 바쁘게 움직인다.

"이 넓은 곳을 추수하는 것도 쉽지가 않겠다."

길을 지나치던 경찰차들이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자며 요청을 하고, 두어 차례 경찰차들이 자전거를 따라와 말을 건넨다.

"어째, 군인이나 경찰들의 모습은 어딜 가나 똑같냐."

신분이나 위치가 사람의 의식을 좌우하는 것이 맞나 보다. 가끔씩 거들먹거리는 그들의 모습은 꼴보기 싫을 정도다. 물론 친절한 사람도 많다.

아무것도 없던 하늘은 다시 구름으로 채워져 간다.

며칠째 변함이 없는 풍경은 계속되고 페달링에 힘이 없다.

"언제 고기를 먹었지? 아스타나?"

첫 번째 보이는 카페로 들어간다.

주인 여자와 메뉴를 두고 시트콤을 찍는 동안 사람들이 웃으며 모여들고, 사람들에게 붙잡혀 사진을 찍힌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조리된 음식을 전자렌즈에 데워주는 곳이 대부분이다.

냉장고에서 꺼내온 메뉴들 중에서 음식을 고르고.

식사 전 사진을 찍었던 사람들 중의 남자가 다가와 2,000텡게를 건네준다. 여러 차례 거절을 해도 소용이 없고, 감사의 말과 함께 받아들어야 한다.

남은 40km의 거리를 속도를 내어 달린다.

멀리 코스타나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4시, 코스타나이의 외곽에 도착한다.

조금 복잡해지는 도로의 구조.

작은 토볼강을 건넌다.

"어머, 날아갈 것 같다야."

한국에서 일을 했다는 남자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시내로 들어와 숙소를 검색했다. 4~5만원대의 코스타나이의 호텔비는 굉장히 비싸다.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가 검색이 되질 않고.

2만원 정도의 아파트 숙소를 선택하고, 이틀을 예약했다. 23일, 부지런히 달려온 덕에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해도 될 것 같다.

러시아의 국경까지 180km 정도가 남았다.

숙소를 예약하고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중앙공원으로 이동한다.

넓은 중앙광장은 놀이공원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아이들과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서둘러 숙소로 이동한다.

며칠째 초원을 달린 터라 조금 지쳐있다.

아스타나와 파블로다르의 중간 정도의 느낌이다. 현대적 시설들과 나무들의 공원과 골목길들이 잘 어우러져 있는 편안한 느낌이다.

소나무 가로수가 길게 이어지는 공원길을 따라 숙소를 찾는다.

구글맵의 주소를 찾아갔지만 숙소나 호스텔로 보이지 않고 관공서 같은 건물이다.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초등학생 또래의 녀석들이 다가와 인사를 하더니 돈을 달라고 한다.

귀찮게 주변을 맴도는 녀석들을 쫓아내자 아이들은 어슬렁거리며 장난을 친다. 자전거를 묶어두고 잡아서 혼내주고 싶지만 철없는 얘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다.

숙소에 전화를 걸었지만 소통이 어렵고, 전화번호로 왓츠앱을 연결하고 메시지를 보내니 주소가 틀리다며 지도를 보내준다.

"김서방 찾기네. 구글맵을 보내줘야 찾지."

실시간 위치 정보를 보내달하고 하자, 나를 기다리다 떠났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뭐지?"

다른 호텔을 검색하며 벤치에 앉아있으니 한 여자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숙소는 10미터 정도 뒤편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다.

"부킹닷컴의 사진과 너무 다른데."

아파트의 내부는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 깨끗하고 좋다. 주인 여자에게 오래된 열쇠를 건네받고 체크인을 끝낸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딱히 생각나는 것은 없고 길을 오며 보았던 맥도널드에 갈 생각이다.

"이건 물을 받는 펌프인가?"

공원길을 걸어 스포츠마스터의 간판이 보이는 쇼핑몰로 들어간다.

스포츠마스터에는 타이어도, 간단한 캠핑용 의자도 없고.

건너편 쇼핑몰의 마르윈에 들어가 우편엽서를 찾았지만 역시나 없다.

쇼핑몰의 푸드코트에서 버거킹을 발견하고.

메뉴 전광판을 찍어 하나씩 주문을 한다.

친절하게 주문을 받던 여직원은 싱긋 웃는다.

햄버거를 포장해서 숙소로 돌아온다.

오래된 가로수의 골목길이 좋다. 이런 도시라면 한동안 머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조용하고 편한 카자흐스탄의 도시들이다.

슈퍼에서 캔맥주 두 개를 사서 돌아온다.

햄버거와 닭날개에 맥주 두 캔을 비우고.

피곤함에 바로 잠이 든다.

"내일은 엽서를 찾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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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05일 / 맑음
자파드노예-스테프노이
아침의 쌀쌀한 기운이 느껴진다. 여름을 지나 가을이 그리고 추위가 시작되려나 보다. 코스타나이를 향하여 길을 이어간다.


이동거리
107Km
누적거리
13,976Km
이동시간
8시간 32분
누적시간
1,012시간

 
M36도로
 
M3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자파드노
 
사리콜
 
스테프노
 
 
1,800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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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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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쌀쌀함이 느껴진다. 새벽 이슬이 내려 텐트가 젖어있다.

어젯밤 물을 부어놨던 몽골 패스트푸드를 끓여 아침을 해결한다.

불어오는 바람에 텐트를 말리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이제 긴바지를 입어야겠네."

북유럽를 향해 이어지는 여행, 올해의 여름은 이렇게 끝이 났나 보다.

11시, 자전거를 끌고 메인도로로 들어선다.

코스타나이까지 180km, 코스타나이로 들어가는 내일을 위해 최대한 거리를 줄여놓고 싶다.

하지만 바람 때문에 10km 정도의 속도로 느린 이동이 계속된다.

남은 카스테라 빵과 예브게니 아저씨의 치즈로 허기를 채운다. 텅 빈 초원에서 식당은커녕 마을조차 나타나지 않는다.

넓은 늪지대 같은 호수를 지나고.

"에쒸, 바람."

4시가 되어서야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메인도로를 벗어나 측면에 위치한 마을 사리콜.

"배고픈데 마을로 들어갈까."

메인도로를 따라 도로변의 식당을 찾아보지만.

도로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어쩔 수 없이 구글맵으로 검색되는 마을 중심의 카페를 찾아 마을로 들어간다.

작은 마을의 중심에서 자전거를 탄 낯선 이방인의 모습은 마을 사람들의 모든 시선을 끌어모은다.

사람들에게 붙잡혀 질문에 답을 하고, 사진을 찍느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작은 카페에는 빵과 만두밖에 없었다. 만두 2인분으로 허기를 채우고 비상식으로 빵들을 사서 출발한다.

5시, 바람으로 겨우 50km 남짓 이동을 한다.

"밥도 먹었고, 이제 달려 볼까."

언더바를 잡고 바람을 무시하고 달려간다. 30km 정도의 거리를 삭제하고.

울퉁불퉁 파이고 솟아있던 도로는 끝내 공사 중인 도로로 바뀐다.

새로 도로를 포장하는 듯 도로는 완전히 파헤쳐져 있고.

"한참 재미있었는데."

두 시간을 신나게 질주하고 잠시 쉬어간다.

멀리 작은 마을과 작은 호수, 풀을 뜯는 소떼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마저 가 보자. 100km는 가야지."

바람과 흙먼지 그리고 몽골의 흙길과 다를 바 없는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두 시간 가까이 비포장도로는 이어지고.

도로는 소나무 숲을 지나간다. 언덕과 언덕을 오르는 동안 반가운 아스팔트 도로를 다시 만나고.

소나무 숲의 적당한 야영지를 살피며 길을 따라간다.

소나무 숲이 끝나고 해는 지평선으로 떨어진다.

앞으로는 초원의 끝없는 밀밭이 펼쳐지고.

"소나무 숲으로 들어갈까?"

"아니다. 석양빛의 들판으로 가자."

밀밭 옆의 수풀 지역으로 들어가.

텐트를 펼친다.

오늘도 네트워크는 끊겨있다.

붉게 피어오르는 석양빛을 즐기다.

바로 잠이 든다.

무언가를 생각하기에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고 무겁다.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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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04일 / 흐림
사우말콜-자파드노예
어젯밤부터 시작된 빗줄기는 멈추지 않는다. 코스타나이로 향하는 길의 날씨가 순조롭지 않지만 오랜만에 동풍이 불어온다.


이동거리
151Km
누적거리
13,869Km
이동시간
8시간 05분
누적시간
1,004시간

 
M36도로
 
M3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사우말콜
 
루재부카
 
자파드노
 
 
1,693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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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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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 빗소리와 함께 묵직한 피로함이 느껴진다. 특별히 힘든 것도 없고, 한동안 술도 마시질 않았는데 피곤하다.

카자흐스탄의 일정이 여유가 있었다면 하루 종일 빗소리를 들으며 침낭 안에서 게으름을 피웠을 것 같다.

"일단, 뭐 좀 먹자."

빵과 비스킷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으면서 비에 젖은 텐트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생각한다.

내외피를 오랜만에 분리해야겠네."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쓸데없이 동풍이 불어온다.

"백 년 만에 동풍인데, 하필 비 내리는 날이냐."

텐트의 내외피를 분리하고 내피은 텐트 가방에, 외피는 렉펙 위에 올려놓고 고무밧줄로 고정한다.

10시 40분, 늦은 기상과 텐트를 정리하느라 출발이 늦어지고, 출발을 하려니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땡땡이가 지워진 땡땡이 우의와 레인팬츠로 빗속을 달리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눈으로 흘러내리는 빗물 때문에 시야가 흐려져 라이딩이 힘들다.

연신 얼굴과 눈을 닦아가며 빗속을 달려간다. 물이 고이고 울퉁불퉁한 좁은 도로지만 다행히 차량의 통행이 거의 없어 위험하지는 않다.

어렵게 어렵게 폭우가 쏟아지는 지역을 벗어나고, 도로변에 정차를 하고 기다리고 있는 화물차 가까이 자전거를 세운다.

덩치가 좋고 뚱뚱한 화물차 기사는 자전거를 싣고 가자며 비어있는 화물칸까지 열어 보여준다.

"아니요.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손사래를 치며 고맙다는 인사를 해도, 하늘을 가리키며 계속 비가 내릴 것이라며 자전거를 실으라며 웃는다.

아저씨에게 악수를 청하며 도움의 제안에 감사를 표하고 자전거를 출발한다.

2시간여를 달리는 동안 폭우의 지역을 벗어나고 잠시 버스 정류장에서 쉬어간다.

"이건 어디서 사는 거지."

폭우 지역은 벗어났지만 하루 종일 비는 계속될 것 같다.

검은 구름이 다시 내려앉고.

"아, 텐트를 어쩐다."

쉬는 동안 빗줄기가 시작되며 출발을 재촉한다. 땀이 식으며 쌀쌀함이 느껴진다.

작은 마을을 지나며 카페가 있기를 바랐지만 헛된 바람이고.

바람과 비는 계속된다.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많은 말들이 있는 풍경을 달리고.

조금씩 밝아지는 하늘을 향해 달려간다.

길게 이어지는 조용한 도로를 달리고 출출함이 찾아든다.

딱히 휴식을 취할 구조물도 없고 갓길에 엉덩이를 깔고 앉는다.

작은 카스테라 빵과 산딸기 잼으로 허기를 채운다.

"딸기 잼이 떨어졌다."

비가 그칠 것 같던 하늘은 다시 어두워지며 안개비를 다시 흩날린다.

2시가 넘어가며 바람이 강해지고, 도로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며 기상 예보처럼 뒷바람으로 등을 밀기 시작한다.

밝은 하늘을 향해 질주를 하는 사이 자전거의 균형감이 이상하다. 뒷바퀴를 확인했지만 이상이 없고, 물컹거리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이어지고.

"앞이냐!"

매일매일 펑크가 이어지더니 이번에는 말썽이 없던 앞바퀴가 주저앉는다. 작은 철심을 제거하고 스티커형 튜브 패치로 정비를 한다.

무게의 부담이 덜한 앞바퀴라 스티커형 튜브 패치로도 충분히 압력을 버틸 것 같다.

강해진 바람 탓에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자전거를 출발한다.

오늘의 목적지 루재브카까지 30km 정도가 남았고, 백 년만의 뒷바람은 도착시간을 많이 줄여줄 것 같다.

"따듯한 샤워와 고기가 간절하다."

한 시간 정도의 질주로 한달음에 루재브카에 도착하고.

"배고파!"

도로변을 따라 시골의 집들이 길게 이어지고.

코스타나이로 가는 갈림김의 삼거리에서 길을 확인한다.

"이쪽이면 바람의 측면인데, 아쉽네. 좋았는데."

삼거리의 허름한 카페에 들어가 이전 손님이 먹다 남긴 음식 그릇을 보고 같은 메뉴를 주문한다.

닭고기를 넣은 볶음밥 두 그릇을 비우고, 한 그릇을 더 주문하자 남은 음식이 없다며 주인 여자는 난감해하며 웃는다.

"그럼 뭐?"

주인 여자가 추천한 음식은 작은 만두다. 디저트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만두로도 뭔가 허전하지만 폭발하는 식욕을 억제하고 코스타나이로 향하는 도로를 확인한다.

남은 거리 250km, 남은 이틀 동안 가기에 부담스러운 거리고, 불어오는 동풍이 너무나 아깝다.

"조금만 더 줄이자."

5시 반, 늦은 출발과 폭우로 인해 느린 이동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비가 오는 동안 바람이 없었고, 뒷바람이 불어오며 생각보다 너무 일찍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틀 후 여유로롭게 코스타나이로 들어가기 위해 거리를 줄여 놓기로 결정한다. 완벽했던 뒷바람이 약간의 측면으로 바뀌었지만 큰 문제는 없다.

끝없이 이어지는 노란 밀밭의 초원이 이어진다. 시선에서 보이는 모든 곳이 노란색의 지평선이다.

"40km만 줄여놓자."

두꺼운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지만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바람에 출렁이는 밀들의 움직임이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부드럽게 흔들거린다.

손을 뻗어 바람과 출렁이는 밀의 흔들거림을 느껴보고 싶다.

조금씩 하늘이 열리고.

반가운 태양이 수줍은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30km 정도를 마저 달리고, 도로의 상태도 괜찮아지고 따듯한 저녁 햇볕이 시작된다.

밀밭 너머의 낮게 깔려있는 옅은 구름의 실루엣이 마치 바다와 같다.

"하늘에 바다가 펼쳐졌네."

"I was here."

해가 떨어진다.

"이 하늘을 어떻게 할까."

붉은 해가 떨어지는 하늘을 향해 달려간다.

자작나무가 다란 밀밭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좋다. 여기."

텐트를 설치하고.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버너를 꺼내고.

"아껴둔 진라면!"

라면에 자민우드에서 샀던 몽골의 패스트푸드 쌀을 붓는다.

"간만에 몽골 냄새가."

폭우와 함께 시작되어 멋진 석약빛으로 마무리된 하루다.

설익은 쌀에 물을 부어 넣고 잠이 든다. 통신도 끊겨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자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03일 / 맑음
콕셰타우-사우말콜
콕세타우를 떠나 카자흐스탄 여행의 마지막 도시 코스타나이를 향해 간다. 30일간의 체류기간이 다가오지만 시간은 충분하다.


이동거리
103Km
누적거리
13,718Km
이동시간
8시간 07분
누적시간
995시간

 
P11도로
 
P11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콕셰타우
 
아칸
 
사우말콜
 
 
1,542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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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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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연락처 
+7-705-757-9922

 

콕셰타우를 떠나 코스타나이를 향해서 출발한다. 콕셰타우에서 두만의 도움 요청으로 하루를 지체했지만 크게 상관은 없다.

"하루에 100km 정도씩만 이동하면 무리는 없겠지."

"알리아, 두만에게 포기하지 말고 아빠를 꼭 찾으라고 전해줘."

알리아와 작별 인사를 하고 식당에 들어가 볶음밥 두 그릇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콕셰타우의 중앙 공원을 둘러보기 위해 시내를 조금 돌았지만, 딱히 특색이 있는 공원은 아니다.

넓은 광장의 옆에 놀이공원이 함께 있는 것이 약간 독특할 뿐.

격자 모양의 콕셰타우의 시내를 돌아 나오고.

코스타나이를 향해간다. 러시아의 국경까지 700km 정도의 거리가 남았다.

"다시 시작하는구나."

콕셰타우를 벗어나 R232 메인도로에 진입했다. 구름을 보니 오늘도 바람이 불어올 모양이다.

메인도로의 첫 번째 언덕을 오르자 화물차 한 대가 정차하고 기다리고 있다.

"안녕하세요."

한국어를 하는 아저씨는 안산시에서 일을 했다고 하며 반갑게 인사를 하고 1,000텡게를 꺼내어 손에 쥐여준다.

"저 앞에 식당이 있어. 가서 밥 사 먹어."

아침으로 볶음밥을 두 그릇이나 비운 탓에 아저씨가 알려준 카페는 바로 지나친다.

하얀 점박이 무늬처럼 작은 구름들이 하늘 가득 빼곡하게 떠있다.

콕셰타우의 시계를 지나고.

도로변의 카페에서 휴식을 취한다. GPS용 휴대폰을 확인하니 오늘도 오류가 나 기록이 저장되지 않았다.

"왜 너까지 이러는 거야."

도로는 좁아지고 갓길도 사라진다. 차량의 통행이 많지 않아 불편함은 없지만 편히 앉아서 쉴 수 있었던 버스 정류장 같은 휴게소가 사라진 것이 아쉽다.

불어오는 바람에 체념하듯 익숙해지고 잠시 쉬려고 했던 곳에 도착하니 멀리 마을이 보인다.

10km 정도를 더 달려 작은 마을 예렌노브카에서 휴식을 취한다.

"구름의 모양이 정말 다양하다."

1시 30분, 잠시 고민을 하다 카페로 들어가 점심을 먹기로 한다.

"간단하게."

아침에 먹었던 볶음밥의 사진을 보여주니 식당의 아주머니는 웃으며 380을 적어 보여준다.

"왜 이렇게 싸지?"

그리고 나온 음식을 보니 저렴한 가격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밥이면 됐지."

2시, 든든해진 배를 튕기며 길을 이어간다.

바람 때문에 속도가 줄어들고, 묘한 자동차 휠을 달고 다니는 SUV에서 인상 좋은 아저씨가 손을 흔든다.

자전거를 싣고 가자는 아저씨의 제안을 웃으며 사양을 하고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2~3분 정도 도로를 따라가니 출발했던 아저씨가 다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가까이 가자 음식이 든 비닐봉지를 건네주며 웃으신다.

"쓰바시바."

봉지에는 약간의 과일들과 빵이 담겨 있다.

막내 누나는 수술을 마친 어머니가 선망증세가 있어 간병인이 힘들어한다며 전화를 한다. 입원할 때마다 반복되는 어려움이고, 그때마다 반복되는 힘겨움의 토로를 받아주어야 한다.

지친다.

한국에 있다면 간병의 어려움을 반씩 나눠지거나 알아서 해결을 해 줄 텐데, 이곳에서 어찌할 방법은 없다.

나 외에 50이 훌쩍 넘은 멀쩡한 자식이 넷이나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곳에서 노모의 간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나도, 이런 나에게라도 하소연을 해야 하는 막내 누이도 참 딱하고 불쌍하다.

"생각해 보니 4명 중 셋은 멀쩡하다는 표현도 과분하네."

몇 분 사이 내 기분처럼 타이어가 주저앉는다.

"젠장할."

모든 것이 귀찮아 펑크 패치로 대충 정비를 하고 대충 자전거를 출발한다.

5분이 안되어 다시 바람이 빠진다.

"에잇. 씨*!"

새 튜브를 찾기 위해 프런트 패니어를 모두 헤집어 놓아도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

새 튜브로 교체를 해버리고 며칠 전 머슬맨이 주었던 오이를 깨물어 먹는다.

"그래, 이 좋은 하늘 아래 화를 내어 뭐하겠어. 달라질 것도 없는데."

펑크로 인해 한 시간이 넘게 사라져 버리고, 목적지까지 갈 마음도 없이 그냥 페달만을 밟는다.

도로변에 서 있던 젊은 여자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작은 사탕들이 든 비닐봉지를 건넨다.

영어를 하는 여자와 함께 백발의 예쁜 할머니, 두건을 쓴 어머니 그리고 조그만 손으로 대뜸 악수부터 청하는 4살 정도의 남자아이와 6살 정도의 여자아이.

4대가 함께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을 하고 있다. 함께 사진을 찍자며 고운 얼굴의 할머니가 정중하게 인사를 하신다. 그 몸짓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정중하게 악수를 청하며 할머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다.

"우리 가족은 가족이라 말할 수 있을까?"

거리나 시간 같은 생각도 없이, 아무런 느낌도 없이 그냥 페달만 밟는다.

"정말 재미없네."

아저씨가 건네준 과일은 꼬마 사과와 자두 같은 과일인데 달콤하고 맛이 정말 좋다.

큰 씨를 뱉어가며 과일을 먹는 동안 차량 한 대가 바로 앞에 정차를 한다.

차에서 내린 남자와 차 안에 있는 여자, 서로 대화가 안되어 서로 웃고만 있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여자에게 다가가 번역기를 쓰려고 해도 네트워크가 끊겨 다시 서로의 눈을 보며 웃기만 한다.

어쩔 수 없이 웃으며 굿바이 인사를 교환하고, 출발하려던 남자와 여자는 500텡게를 건네주며 다시 웃는다.

세상에는 웃음만으로도 충분한 대화도 있나 보다.

휴식을 취했던 곳에서 커브를 돌자 바로 도로변의 작은 마을이 나오고, 오리들이 차로를 점령하고 길을 비켜주질 않는다.

무거웠던 마음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머릿속은 멍한 상태가 계속된다.

크게 변하지 않는 풍경 속에 기계적으로 페달을 밟으며 지나가고, 가끔씩 만나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다.

자작나무가 자라는 늪과 같은 묘한 지역이 길게 이어지고.

멀리 커다란 호수 주변으로 마을이 둥글게 들어선 모습이 보인다.

"사우말콜? 다 온 건가?"

마을 초입에 세워진 구조물에서 사진을 찍는 동안 멀리 휴게소에서 몇 명의 남자들이 기다리는 모습이 보인다.

세 명의 남자와 인사를 하고, 한 남자는 잠시 기다리라 제스처와 함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한국에서 일을 해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한국어를 하는 친구와 통화연결을 해준다.

잠시 그와 통화를 하고 숙소를 묻는 그들에게 구글맵을 검색해 사우말콜에 있는 호텔을 보여준다.

"여기 하루에 얼마야?"

"4,000텡게."

"오우, 비싸!"

비싸다고 크게 제스처를 하니 웃으며 침대 하나는 1,500텡게라고 알려준다.

"그래? 그럼 여기서 자야겠네."

인사를 하고 출발을 하려니 남자들이 '친구'라는 단어를 말하며 웃으며 손을 흔든다.

새로 포장을 하고 있는 끈적한 아스팔트 도로를 지나.

사우말콜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사우말콜은 마치 교통의 요충지처럼 동서남북으로 여러 갈래의 도로가 갈라지는 곳이다.

마을 중심의 공원 입구에서 다시 한번 호텔을 검색하고 고민을 한다. 처음 계획대로 사우말콜을 지나 캠핑을 할 것인지 아니면 검색한 숙소에 들어가 쉴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타나이까지의 거리를 조금 더 줄여놓고 싶은데, 가라앉은 기분 탓에 그냥 쉬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쉬자."

공원을 가로질러 숙소를 찾는 동안 16살 또래의 남자와 여자아이들이 호기심으로 말을 건네고, 그들과 잠시 농담을 하고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을 연결한다.

아이들의 안내를 받아 숙소로 이동하고.

도착한 숙소는 낡은 건물의 2층에 위치해 있었고, 앞장을 서며 들어가는 아이들을 따라 들어간다.

"숙박료가 얼마죠?"

"3,000텡게."

"사람들이 1,500텡게라고 했는데 아닌가요?"

숙소의 시설이나 평점에 비해 조금 비싸게 느껴진다. 숙소를 나오려고 하니 아이들이 호텔은 이곳뿐이라며 의아해한다.

"그냥 캠핑을 할래."

고개를 끄덕이던 아이들은 조금 후에 인사를 하며 돌아간다.

"비가 올 것 같은데 그냥 잘까? 몰라,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마을의 카페를 찾아 들어가 메뉴 선택의 난제를 여직원의 추천 음식으로 결정하고, 옆에 있던 남자에게 오늘 비가 올 것인지 물어보니 조금 내릴 것이라고 대답한다.

여직원이 추천한 메뉴는 만두 5개였다. 800텡게가 넘는 메뉴라 특별한 것이 나올 줄 알았는데 피식 헛웃음이 나온다.

"이건 에피타이저인가."

커다란 내부 공간의 식당은 동네에서는 제법 괜찮은 식당인지 가격이 비싸 보인다.

"맛은 좋네. 하나 더!"

만두를 하나 더 주문을 하니 여자 직원이 웃는다. 만두를 시키고 잠시 밖을 확인하니 가는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숙소? 캠핑?"

한 번 더 숙소를 검색하고 확인했지만 평점과 후기의 내용이 나쁘다.

"비가 많이 안 온다니 그냥 캠핑을 하자."

비에 젖을 텐트를 생각하니 귀찮지만 속 편하게 캠핑을 하기로 결정한다.

마을을 벗어나자 해는 떨어지고 어둠이 내려앉는다. 조금씩 비가 굵어져, 버스 정류장 같은 곳을 찾으려는 계획을 취소하고 휴게소 뒤편의 자작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화장실이 없는 휴게소의 숲 주변은 사람들이 급한 용무를 해결한 흔적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어, 최대한 깊숙이 안쪽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 적당한 곳을 찾는다.

우거진 나무 밑이라 약간의 비도 막아줄 수 있고, 사람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난 장소다. 서둘러 텐트를 설치하고, 간단히 팔과 다리를 씻고.

투둑 투둑.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바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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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02일 / 맑음
콕셰타우
두만의 부탁, 한국에 있는 두만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 콕셰타우에서 하루를 더 머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3,615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987시간

 
두만아빠
 
알리아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콕셰타우
 
콕셰타우
 
콕셰타우
 
 
1,439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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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편하게 늦잠을 자고, 두만 아빠의 정보를 어렵게 찾아냈다.

"두만 네 아빠를 찾았어."

소식을 들은 두만의 몸은 약간의 떨림이 계속된다.

"어려운 문제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네 아빠는 너에 대해서 알고 있니?"

"세 살 때까지 엄마랑 연락을 했어요."

"아빠는 너를 보고 싶어 할까?"

"아마도."

"밥이나 먹어야겠다."

밥을 먹으러 간 식당으로 두만은 따라온다. 아마도 10년이 넘도록 찾았던 아빠의 소식, 지금의 몇 분이 그에게는 10년의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질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두만의 손과 몸에서 미세한 떨림이 경련처럼 느껴진다. 애틋하다. 안쓰럽다.

조급한 그와는 상관없이 두 그릇의 밥을 먹는다.

"미안하다. 배고프다."

"두만, 아빠는 어쩌면 준비의 시간이 필요할지 몰라."

"나는 지금 전화를 하고 싶어요."

한국어를 못하는 두만이 아빠와 통화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는지 모르겠다.

"그럼 내가 먼저 메시지를 보내볼게."

두만의 아빠에게 여행 중 두만을 만났다는 소식을 알리고 통화를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그와 통화가 된다면 그의 의사를 정확히 묻고 두만에게 전달할 생각이다. 내가 바라는 결론은 'Yes or No' 둘중에 하나다 .

선택은 각자의 몫이므로 어떤 답과 결론이든 상관이 없고, 이후의 선택들도 그들의 몫이다.

두 차례의 메시지와 한 번의 통화 시도는 연락이 닿지 않은 채 채팅창의 메시지 수신 숫자는 사라져있다.

"두만, 아빠가 메시지는 확인을 했다. 하지만 연락은 닿지가 않는다."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두만의 표정은 간절함과 아쉬움이 가득하다.

"한국은 지금이 바쁜 시간이야. 기다려 보자."

두만의 아빠에게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건 자기변명의 시간일뿐이다.

어머니의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한다. 출출함으로 다시 식당에 들어가 허기를 채우는 시간 동안 두만은 여러 차례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 같다.

그 마음을 어떻게 탓할 수 있을까.

"두만, 아빠에게도 시간이 필요해. 천천히 기다려 봐. 근데 넌 몇 살이냐?"

"19. 한국 나이로 20살요."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다려 온 두만에게 천천히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지만 더 깊은 설명을 할 수 없으니 안타깝다.

두만은 어쩌면 끊임없이 전화를 걸지도 모른다. 그것은 두만의 선택이고 권리이다.

저녁 무렵, 두만과 숙소 업무를 교대하기 위해 출근 한 두만의 엄마 알리아가 방문을 열고 찾아온다.

짧은 인사와 함께 두만을 대하는 그의 몸짓에서 충분히 사랑을 쏟으며 키워왔음을 느낄 수 있다.

해가 지는 저녁, 숙소의 밖에서 노을을 보며 앉아있는 알리아가 말을 건넨다.

"내 인생에서 한 남자를 사랑했다."

"그래."

"그 사랑 때문에."

"그래."

번역기로 여러 가지 대화를 하려는 그녀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아프다.

"알리아, 넌 몇 살이야?"

"41."

"그래, 넌 후회 없이 사랑을 했으니 됐네. 두만이 아빠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니의 수술이 잘 됐고, 두만은 아빠를 찾았지만 딱히 달라질 것도, 좋아질 것도 없는 하루다. 어머니는 계속해서 잔병치레를 하며 위기들을 넘겨 갈 것이고, 두만은 계속해서 아빠를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사실은, 사람은 누군가의 자식이며 또한 누군가의 부모다.

부모가 자식을 보듬고,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것은 현실과의 타협이나 고려의 대상이 아니며 누군가와의 비교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 현실이 아무리 복잡하고 힘들지라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부정될 수 없는 사실, 그 외의 말들은 모두 개소리일 뿐이다.

"시간이 없으면 돈으로, 돈이 없으면 몸으로, 몸이 힘들면 마음으로, 마음마저 없다면 가식적이더라도 펑펑 우는 척이라도 해라. 비록 그 모습이 내게는 역겨울지 모르겠으나 너의 부모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할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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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01일 / 맑음
부라바이-콕세타우
조용한 보로보예 호수에서의 시간이 좋다. 무거워진 마음과 피곤한 몸을 잠시 추스르고 콕세타우로 향한다. 


이동거리
90Km
누적거리
13,615Km
이동시간
7시간 36분
누적시간
987시간

 
A1도로
 
A1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부라바이
 
케네사리
 
콕세타우
 
 
1,439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너무나 조용한 호숫가, 잠에 굶주린 사람처럼 밤새 푹 잔고 깨어난 아침이다.

생각해 보니 카자흐스탄에 와서 처음 보는 산과 호수다.

카자흐스탄 남부의 알마티 지역 고산지대와 달리 북부의 지역은 모두 평평한 초원 지대다.

"오늘 아침으로 이놈을 해결해야 하는데."

어젯밤 주저앉은 타이어를 정비하고.

펑크 난 곳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펑크패치가 뜯겨져 있다.

"매일처럼 이게 무슨 짓인지."

멜론을 잘라 아침을 대신한다. 달콤한 맛이 좋다.

모래사장에 앉아 느긋하게 오전의 시간을 보내며 200일의 여행을 정리한다.

11시 반, 80km 정도 거리에 있는 콕셰타우를 향해 출발한다.

호숫가 주변으로 잘 정비되어 있는 자전거길을 따라 보로보예 호수를 둘러본다.

호수의 중심지에 가까워질수록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거나 썬텐을 즐기고 있다. 가족 단위의 사람들의 움직임이 여유롭고 평온해 보인다.

야외 음식점에서 풍기는 바베큐의 냄새가 유혹의 손길을 뻗었지만 유원지의 물가는 어디를 가나 비싸다.

소나무 숲의 자전길을 천천히 산책을 하듯 이어가다 마주한 난감한 상황.

"아니, 저곳에 왜 회전문을?"

사람들이 자전거를 끌고 이동을 하기에 자전거를 끌고 통과를 해보려 했지만 쉽지 않다. 바보 같은 모습을 지켜보던 아저씨가 다가와 도움의 손길로 거들어 주어 겨우 통과한다.

20미터의 끝에도 회전문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어설픈 회전문 탓에 어렵지 않게 통과를 하고, 호숫가의 주변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피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바다가 없는 카자흐스탄도 몽골처럼 주변의 큰 호수를 바다처럼 즐기고 있고, 보로보예 호수는 너무나 아름답게 정비가 되어있다.

요란스럽게 인위적이지도 않고,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하여 꼭 필요한 만큼만의 편의 시설만이 갖춰져 있다.

"오, 자전거 도로가 끝까지 이어져 있네."

울창한 소나무 숲과.

호수변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

"잘 생긴 봉우리도 있고."

시간이 여유롭다면 산책과 물놀이를 반복하며 휴식을 취하고 싶은 곳이다.

잘생긴 돌 봉우리 위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호수 가운데 솟아있는 바위에서 점핑을 즐기는 사람들.

"카자크 사람들은 참 조용하다. 좋다."

호수를 벗어나 콕셰타우로 가는 메인도로로 빠지는 길을 따라간다.

넓은 공터에 높게 솟은 황금 독수리탑이 보이고, 도로의 좌우로 기념품을 사고, 기념사진을 찍느라 사람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역시나 여러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카자흐스탄의 전통 의상을 입고 독수리와 함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독수리보다 내가 더 인기가 많다.

몽골의 의상과 달리 카자흐스탄의 전통 의상은 하늘을 날아갈 듯 하늘하늘 예쁘다.

황금 독수리탑을 지나 메인도로로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을 달려간다. 생각대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도로의 끝에 큰 오르막을 앞두고 잠시 쉬어간다.

소나무 숲의 정자에 들어가 빵과 토마토로 출출함을 달래고.

머슬맨이 주었던 빵은 맛이 좋았지만 부드러운 크림 같은 내용물이 없어 무언가가 필요하다.

패니어 속의 러시아 바르나울에 산 잼을 꺼내어 빵과 함께 먹는다.

"이건 신발을 찍어 먹어도 맛이 있겠어. 러시아 가면 또 사야지."

"문제없어? 도와줄 일이 있니?"

나무 그늘에 앉아 콕셰타우의 숙소를 검색하는 동안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영어로 몇 가지 질문을 하더니 후원을 하겠다며 카자흐스탄 돈을 챙겨준다.

월터의 말처럼 리치한 남자다.

높은 경사의 오르막을 오르고, 결혼식을 마친 신혼부부가 긴 리무진을 정차하고 환호성을 질렀지만 조금 부러우니까 그냥 웃어주며 지나친다.

팀의 결혼 사진을 보도라도 카자흐스탄에서는 결혼식을 치른 하루 종일 드레스와 예복을 입고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닌다. 그리고 이틀에 걸쳐 축하 파티를 할 때에도 예복을 입고 있었다.

"결혼하기가 정말 힘들거나 정말 행복하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

오르막을 끝으로 내리막이 시작된다. 달리는 동안 여러 가족,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움을 나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벗어나자 바람과 함께 따가운 햇볕, 드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오아시스 같은 곳에서 보낸 시간처럼 아련하네."

초원 한가운데 생뚱맞게 솟아있는 높지도 않은 소나무 숲의 산과 호수를 벗어나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이상한 마을을 벗어난 느낌이 든다.

콕셰타우로 가는 A1 메인도로로 나왔다. 강한 바람이 정면에서 불어와 페달을 밟기가 힘들다.

"큰일이네. 60km는 가야 할 텐데."

내리막조차 무거운 페달을 밟아가며 내려와 도로변 휴게소로 들어간다.

계속된 캠핑으로 핸드폰의 배터리도 떨어져 가고 보조 배터리의 충전 용량도 넉넉하지 않다.

콕셰타우의 숙소를 검색하지만 몇몇의 호텔 그리고 3~5만원 정도의 숙박료에 어이가 없다.

"도대체 왜?"

가끔 작은 소도시의 숙박료가 터무니없이 높거나 쓸데없이 시설이 좋은 곳이 종종 있다.

4,500원 정도의 호스텔이 딱 한군데 검색되지만 이상하게 너무 저렴하다.

"몰라, 샤워만 하고 충전만 할 수 있으면 돼."

휴게소를 지나 도로는 90도 가까이 크게 휘어지며 바람의 방향을 살짝 비껴나게 만든다.

오르 내리막을 반복하며 부지런히 달려가고.

바람 탓에 무더위는 그럭저럭 덜하지만 갈증은 어쩔 수가 없다.

"아고, 다 와 가는가. 힘드네."

기찻길이 지나가는 다리 위에 앉아 200일의 여행을 정리한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자전거 세계일주 200일째, 막연했던 중국의 여행, 경이롭던 몽골의 하늘과 지평선 끝까지 이어지는 메밀꽃과 해바라기 밭의 러시아를 지나 카자흐스탄의 초원을 달린다.

매일 아침 짐을 싸고 어딘가를 향해 떠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길 위에 서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여행자의 삶에도 제법 익숙해졌다."

"세상의 넓은 땅과 하늘, 바람, 빛과 소리, 사람들의 미소와 삶의 모습들 그리고 지나쳐가는 공간과 시간의 흐름을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이 여행이 끝났을 때 단 한 사람의 눈과 마음, 시간을 담을 수 있는 자리가 내 안에도 생겨났으면 좋겠다."

"함께 했던 시간, 서로의 바람들과 고민 속에서 조금씩 금이 가고 깨어지던 감정의 유리 파편들. 어지럽게 흩어져 떠다니던 유리 파편들 속에서 각자가 바라던 시선에 의해 굴곡되고 반사된 우리의 거리는 아주 가깝게도 때로는 그 거리를 가늠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멀게도 느껴졌다.

그 거리는 어느 정도였을까. 너무나 아프게 마음을 짓누르고, 시리도록 눈을 흐리게 만들던 그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졌다."

"지구 한 바퀴, 그 정도의 거리일까?"

"되돌아갈 수 없는 길, 그 길 위에서 지난 시간들과 그녀로부터 멀리 벗어나 달아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아픈 거리를 가늠하며 현재의 그녀와 내 삶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익숙해져 버린 감정들을 애써 외면하며 이겨내기 보다 무거운 자전거의 무게가 조금씩 줄어가듯 마음속 감정들을 하나둘씩 내려놓는다."

"이 여행에서 나는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

"아직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콕셰타우로 들어선 길에서 한국어를 하는 남자를 만난다. 사가.

"무슨 일이 있으면 나에게 연락을 줘."

다른 도시에 비해 한적한 콕셰타우의 풍경이다.

시내를 가로질러.

부킹닷컴으로 숙박을 예약한 호스텔에 도착한다. 콕셰타우의 외곽 후미진 곳에 들어선 단층의 긴 건물.

호스텔에 숙박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입구에서 즐겁게 인사를 나누는 동안 동양인 외모의 젊은이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나를 쳐다본다.

사람들과 여행에 대해 말하며 잠시 쉬고.

체크인을 위해 들어간 숙소는 꽤 길쭉하다.

"저는 고려인이에요. 아버지는 중섭김."

숙소를 운영하는 동양인 외모의 남자가 자신을 소개한다.

고려인, 남북이 나뉘어진 현실에서 중앙아시아의 교포들이 고민 속에 선택해야 했던 자신들의 정체성이다.

대한민국이 아닌 고려인이라 스스로를 칭해야 했던 사람들의 슬픔과 고뇌가 담긴 호칭이다.

짐들을 옮기고.

자전거는 실내 창고에 넣어둔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숙소의 남자가 조용히 찾아와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

두만, 20살의 앳된 얼굴을 갖은 아이는 대뜸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아버지를 찾고 싶어요?"

"엉?"

"저의 아버지는 한국 사람이고, 어머니는 카자흐스탄 사람입니다. 태어나서 아버지를 본 적이 없어요."

카자흐스탄에서 일을 했던 남자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고, 두만은 자라며 아버지를 만나적이 없다고 한다.

어려운 이야기다. 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무거운 무게가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두만의 부모님은 각자의 선택에 의한 삶이지만 두만은 그렇지 않다. 이건 너무나 부당하고 불공평하다.

"왜 아버지를 찾는데?"

"그냥 아버지니까. 한 번 만나보고 싶어요."

"그래, 너의 바람이라면 그렇게 해. 너의 권리니까."

아무런 정보도 없고, 이름과 서울에 산다는 것이 전부다. 페이스북에서 캡쳐를 한 사진만을 받아들고 검색을 시작한다.

두만의 아버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지만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정보들은 모두 오래전의 것이라 도움이 되질 않는다.

"한국에서 사람 찾기가 힘든가요?"

"응, 한국에는 사람이 많아. 그리고 너의 아빠는 이름도 흔해서 힘들지 몰라. 괜찮아, 불가능하지는 않아."

무책임한 내 형제들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 화가 난다.

"두만, 내가 여기에 하루를 더 있을게. 천천히 찾아보자."

카자흐스탄의 체류기간이 빡빡하지만 전화번호라도 찾아주고 갈 생각이다.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냐. 괜찮아."

두만과 얘기를 하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고 식당은 문이 닫혀있다.

"에쒸, 하루 종일 굶었는데."

두만의 호스텔에는 사람들이 많다. 편안한 카자흐스탄 사람들이라 쉽게 친해지고 농담을 하며 웃는다.

이곳도 심심할 때는 카드놀이를 한다.

피곤하고 힘든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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