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65일 / 흐림 ・ 10도
탈린-할자라
털린을 떠나 러시아를 향해서 출발한다. 비와 함께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날씨가 계속된다.


이동거리
97Km
누적거리
17,781Km
이동시간
5시간 58분
누적시간
1,1280시간

E20
E20
13Km / 1시간 45분
84Km / 4시간 13분
탈린
시계
할자라
 
 
345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경보
여행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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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어, 유로(1유로=1,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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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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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가, 1.96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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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쉥겐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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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40-903-1021

새벽이 되어서야 비는 멈췄지만,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며 싸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8시가 넘어서 잠이 깨고, 9시가 가까워 오지만 밖은 어둡다.

"일출 시간이 이렇게 느린가?"

회색빛 하늘, 오늘은 비 예보가 없는 날이다.

짐들을 챙기고 탈린을 떠나기 위해 준비한다. 이틀 밤을 보냈지만 왠지 아주 오랫동안 머물다 떠나는 느낌이다.

"일단 우체국에 들리고,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하고, 비상식을 채우면 끝인가?"

처음 찾아간 쇼핑몰의 우체국은 사무실이 없고 뭔가가 이상하다.

"뭐야? 개인 사서함들인가?"

"시내를 빠져나가자."

작은 규모의 도시라 외곽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수월하다.

시 외곽에 있던 또 다른 한식당을 찾아서 간다. 인터체인지를 지나쳐 버리는 바람에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어렵게 도착한 도착한 ANNON은 탈린의 외곽 작은 타운에 있는 식당이다.

가게가 오픈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동양인 외모의 할아버지가 카운터와 서빙을 담당하고 있다.

"고려인이신가?"

할아버지는 주문을 하라는 제스처를 하지만 한국말을 못 하는 것 같다. 메뉴판을 보며 난감해 하고 있으니 주방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나오신다.

"한국 사람이에요?"

"네, 안녕하세요."

약간 어눌한 발음의 할머니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메뉴들을 설명해 준다.

"배가 많이 고파서요.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밥 있어요?"

"김치하고 된장국이 있어요."

메뉴들을 가리키며 무엇인지 물어보다 돼지고기라는 발음을 어렵게 하시길래 제육볶음 같은 것으로 짐작했다.

"아주 매운 거, 좋아요?"

"좋죠. 그럼, 김치하고 된장국 그리고 돼지고기 주세요."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다른 사람들이 먹고 있는 플롭을 한 그릇 주문할까 생각하다 참는다.

잠시 후 커다란 그릇에 흰쌀밥이 가득 담겨서 나오고, 양념이 붉지 않은 배추김치와 생선 식혜 같은 것을 함께 내어준다.

"이거 생선.. 뭐라고 하지? 잊어버렸네."

"식혜요."

"아, 식혜"

할머니는 웃으시며 생선 식혜 한 접시 서비스로 주신다.

"윤기가 흐르는 쌀밥이 얼마 만이냐?"

다른 메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고소한 밥 냄새에 참을 수 없다. 크게 한 젓가락을 입에 넣고, 생선 식혜를 집어 들었다.

"아, 맛있다."

매콤한 생선 식혜에 따듯한 쌀밥, 황홀하다. 아삭한 김치도 시원하고 맛이 제대로다.

"직접 만든 것 같은데, 정말 맛있네."

식혜와 김치로 정신없이 밥을 먹는 동안 돼지고기 메뉴가 나오고, 푸짐한 양과 맛이 정말 좋다.

잠시 후 된장국이 나온다.

"아, 이것도 주문했지."

집밥 같은 음식들을 먹다 보니 된장국을 주문한 것도 잊고 있었다.

"약간 독특한데."

할머니의 된장국은 현지화된 완벽한 퓨전요리처럼 그 맛이 일품이다.

"야, 이거 대박이다."

김치와 쇠고기, 야채들을 넣고 끊은 된장국은 러시아의 수프에 가깝지만 모든 것이 완벽한 맛처럼 느껴진다.

여행을 하며 한국 사람, 현지인, 고려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모두 가봤지만 현지화된 음식들은 뭔가 발란스가 맞지 않거나 특색을 잃어버린 음식들이었다.

"완벽하다."

여행을 하며 처음으로 제대로 된 밥을 먹은 느낌이다.

"역시 쌀밥은 머슴밥이 최고야!"

"아, 이 풍만한 행복감이란."

탈린 시내에 있었으면 삼시 세끼를 찾아가 먹었을 것 같다.

할아버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동안 할머니는 주방에서 바쁘게 요리를 한다. 현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점인 듯 작은 식당에 계속해서 사람들이 들어온다.

출발을 하려고 하자 주방의 유리창 너머로 할머니가 웃으며 손을 흔든다. 허리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쇼핑몰을 찾아 출발한다.

맵스미를 이용하여 러시아로 향하는 1번 메인 도로를 들어서기 전 대형 쇼핑몰을 찾았다.

"일단 우체국 먼저."

번호표를 뽑고.

한국과 중국, 러시아로 엽서를 보낸다.

"다음은 데이터 충전."

텔레2 매장으로 들어가 1기가를 충전하고, 여직원이 다른 상품을 추천했지만 이틀만 사용하면 되니 용량이 많을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Rimi 슈퍼로 들어가서 비상식량."

확실하게 물가가 비싸니 선뜻 손이 안 간다. 저렴한 편인 식빵과 요거트, 잼을 사고.

훈제 닭다리와 함께 손을 떨며 500ml 하이네켄 한 캔을 사 들었다.

"1.19유로면 1,500원이 넘네. 러시아에서 천 원도 안 하는데."

"이건 할부인가? 한국이랑 비슷해. 비싸!"

1시 50분, 러시아로 가는 메인 도로에 들어선다.

"아, 많이 늦었네."

국경이 있는 나르바까지 200km의 거리,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동쪽을 향해 달려간다.

"설마, 오늘만 이상하게 서풍이 안 불어오는 것은 아니겠지?"

서풍이 약하게 불어주니 페달링이 가볍다.

그동안의 길들과 달리 갓길은 너무나도 넓고, 주변의 풍경은 숲이 아니라 평야에 가깝다.

쭉쭉 뻗은 평지의 길을 달리고.

잠시 쉬어간다.

"벌써 3신데, 34km 밖에 못 왔네."

"조금 달려볼까!"

쉼 없이 두 시간을 달려 40km를 줄이고, 다시 20km를 삭제한다.

라크베레 근처에서부터 도로 확장 공사가 시작되고.

6시, 공사 구간을 벗어나기 위해 길을 이어가고, 해는 떨어진다.

"비가 내릴 것 같은데, 교각 밑에서 텐트를 칠까? 시끄럽겠지!"

해가 떨어져 야영할 장소를 찾아야 한다. 어두운 숲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도로변 주변의 적당한 곳을 찾고.

"그냥 오늘은 대놓고 캠핑이다."

도로변의 언덕 위에 텐트를 설치한다. 이슬비가 천천히 내리기 시작한다.

"아, 지겨운 비. 또 내리냐!"

국경까지 120km가 남았다. 내일 저녁까지 이동해 러시아 국경을 넘은 뒤 캠핑을 할 생각이다.

"쉥겐기간을 하루라도 아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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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53일 / 맑음
이드리사-라트비아 루자
러시아의 두 번째 여행을 마치고 유럽 여행의 시작 라트비아로 향한다. 아시아, 러시아와 다른 환경과 사람들이 기대된다.


이동거리
77Km
누적거리
17,069Km
이동시간
6시간 22분
누적시간
1,229시간

 
E22도로
 
E22도로
 
 
 
 
 
 
 
40Km / 3시간 40분
 
37Km / 2시간 42분
 
이드리사
 
국경
 
루자
 
 
77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라트비아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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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무제한, 3.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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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3-330-1616

 
밤새 적지 않은 비가 계속 내린다. 어제 저녁 일찍 잠든 탓에 아침 일찍 잠이 깬다. 7시가 넘어서야 밖이 환하게 밝아온다.

"시간이 바뀌었나? 어쨌거나 정말 징그럽게 계속 내리네."

6일 동안의 야영으로 보조 배터리의 충전용량도 얼마 남지 않았다. 노트북을 꺼내어 두 개의 핸드폰을 충전하는 동안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는 영화를 본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헙드에서 다운로드 한 건가?"

영화를 보는 둥 마는 둥, 방한장갑을 꺼내어 고무장갑에 끼워 넣어 본다.

"오, 좀 빡빡하지만 괜찮은데."

국경까지 40km 정도의 거리라 아침을 거르고 출발을 준비한다.

"구경을 넘고, 어디까지 가야 하나."

하루 정도를 버틸 수 있는 배터리 잔여량이라서 오늘은 숙소를 잡아야 할 것 같다.

9시 50분, 라트비아를 향해서 출발한다.

"배가 고파서 그런가, 힘이 안 들어 가네."

국경으로 가는 길은 한적하다.

오르내리던 도로는 평탄해지고, 국경을 앞두고 도로변의 주유소들이 나타난다.

"카페인가? 좀 더 가볼까."

국경 검문소를 앞두고 화물차들이 길게 정차해 있다.

"다 왔네. 일단 배고프다."

도로변의 카페에 들어갔지만 폐업을 했는지 문이 닫혀있다.

도로 건너편 주유소 카페로 들어가.

물과 핫도그를 사고.

"몽골도 아닌데, 이렇게 배고프게 여행을 할 줄은 몰랐다."

이리저리 핸드폰으로 설정 메시지를 보내다 우연히 다시 연결이 된 네트워크, 국경 근처에 있는 라트비아의 마을과 도시를 검색한다.

루자라는 작은 마을이 40km, 레제크네라는 도시가 60km 정도 거리에 있다.

"일단 루자에 가서 유심칩을 사고 생각하자."

1시, 국경 검문소로 이동한다.

"러시아, 고맙다. 좋은 여행이었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다시 보자."

러시아 90일의 무사증 비자기간 중 20일 정도가 남았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를 지나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간으로 충분할 것 같다.

"부지런히 달렸네."

검문소에서 녹색 확인표를 받고, 국경 사무소로 들어간다.

승용차들이 서있는 곳에서 패니어들을 열고 짐 검사를 통과한다. 육안검사를 끝낸 여군인은 한국 사람인지를 묻더니 굿럭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바로 옆에 있는 출국도장을 받는 심사대로 이동한다. 중년의 여자 군인은 여권을 들고 사진과 나를 번갈아가며 확인하더니 어딘가 전화를 걸며 통화를 한다.

몇 분 후, 젊은 남자 직원이 오더니 여권과 나를 번갈아가며 확인을 한다. 그리고 여권의 추가된 사증 페이지를 계속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얘네들은 왜 사증 페이지를 신기하게 생각하지?"

남자는 검사대 밖으로 나와 어디를 가는지 묻고, 추가된 사증 페이지가 무엇인지 묻는다. 남자의 영어는 대화를 하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다.

천천히 또박또박 영어로 대답을 해주었다.

"I'm traveling around the world by bicycle. So I need a lot of passport pages. So I added extra pages in Korea."

남자는 내 대답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다. 핸드폰을 꺼내어 여행 루트를 보여주고 여행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남자는 검사대로 들어가 여자 군인에게 자전거 여행에 대해 설명하는 것 같더니, 다시 여권을 들고 여권의 사진과 내 얼굴을 계속 확인한다.

그 모습이 웃겼는지 내 옆에서 대기하던 여다가 웃으며 질문을 한다.

"Really your passport?"

"Yeah!"

남자는 계속해서 여권을 확인하고, 만지작거리며 어딘가 통화를 하는 행동을 반복한다.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처음 보는 동양인의 얼굴을 확인하기가 처음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고, 여행 중 살이 많이 빠지고 검게 그을린 탓에 확인하기가 조금 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설명도 없이 시간이 계속 지연되고, 한참 후 여자 군인은 검문소 사무실을 안내하며 대기하라고 한다.

비를 맞고 온 탓에 따듯한 사무실은 좋았다. 문제 될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크게 신경 쓸 것도 없고 해서 보조 배터리와 핸드폰을 모두 꺼내어 충전을 한다.

의자에 앉아 있으니 노곤한 졸음이 밀려온다.

"따듯한 커피라도 한 잔 주던가 하지."

한참 후 남자가 나타나서 핸드폰 충전하는 것들을 보며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충전 중이라 대답하니 '노'라며 말을 하고, 여권의 사진을 언제 찍었는지 물어본다.

충전을 못 하게 하는 순간 짜증이 밀려온다.

"멍청아! 여권을 만들 때 찍은 거지. 뭐가 문제인데?"

남자는 디셈버를 여러 번 되뇌더니 잠시 기다리라며 사무실로 들어간다. 전형적으로 일을 못하는 사람, 능력은 없는데 부지런한 스타일의 민폐스러운 남자인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배터리 충전을 못 하게 하여 짜증이 나기 시작했고, 화가 나기 시작한다.

첫째, 여권의 사증 페이지에 추가된 부분의 한국 외교부의 직인과 함께 영어 설명이 있어 번역기만 사용해도 이해할 수 있고, 한국 대사관에 확인을 하면 금방 해결될 문제이다.

둘째, 짧은 시간에 두 번의 러시아 국경을 넘었기 때문에 다른 국경을 문제없이 입출국 했다는 스탬프가 찍혀있고, 8개월의 자전거 여행을 생각하면 살이 빠진 모습을 감안해서 사진을 확인하면 쉬운 일이다.

1시에 들어왔던 국경 검문소, 시계는 3시를 가리킨다.

"이 멍청이를 믿다가는 끝이 없겠다!"

한국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니 외교부의 담당자에게 바로 연락을 하겠다고 한다. 대사관에서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며, 밖으로 나가 검사대의 여자 군인에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문제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여자 군인은 난감한 표정으로 미안한 듯 서류를 확인해야 한다는 답변을 한다.

"에쉬! 똥!"

20분 후, 대사관의 담당자에게 전화가 오지 않아 대사관에 다시 전화를 하여 담당자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러시아 핸드폰 번호에 문제가 있었나 보다.

"안녕하세요. 담당자님. 라트비아로 넘어가는데 러시아 국경 직원들이 영어도 안되고, 이유도 없이 2시간 넘게 대기를 하고 있어요."

대사관 직원과 통화를 하는 동안 국경의 남자 군인은 다른 여자 군인과 함께 사무실에서 나온다. 그리고 다시 여권을 들고 나에게 얼굴을 보여 달라며 확인을 한다.

"Wait. Calling to the Korean Embassy."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대사관 직원과 통화를 하는데 계속해서 여권을 들고 고개를 들라며 제스처를 한다.

"Hey. Are you kidding me?"

약간의 언성을 높여 말하니 남자 군인은 알았다는 제스처를 하더니 '오케이', '노 프라블럼'를 반복하며 검사대로 가자는 제스처를 한다.

남자 군인의 행동에 짜증이 난다. 핸드폰을 건네주고 대사관 담당자와 통화를 하게 해주었다. 통화를 끝내고 대사관 담당자는 통화 내용을 알려준다.

"한국 사람들이 자주 오는 곳이 아니라서 한국 여권을 처음으로 봤다고 하네요. 미안하다고 확인이 끝나서 통과해도 된다고 합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으로 3시간 동안 대기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출국 스탬프가 찍힌 여권을 돌려받고 훼손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한 후 러시아 국경을 넘었다.

남자 군인은 끝까지 사과를 하지 않았다. 러시아 국경을 넘을 때마다 불쾌한 느낌이 든다. 일부러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러시아 국경의 남자 군인들의 행동들은 좋게 생각 들지 않는다.

또한,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사과를 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타인에게 미소를 보이는 것보다 잘못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것이 더 바보 같은 것이다.

"잊자, 러시아는 그냥 후진국이다."

차라리 러시아가 아프리카의 이름 없는 나라,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고 마음이 편하다.

"배터리 충전만 시켜줬으면 괜찮았을 거야."

4시 50분, 바로 붙어있는 라트비아의 국경 검문소로 들어간다. 짙은 녹색의 니트를 입고 있는 군인의 모습과 행동은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여행에 대해 짧은 대화를 하고 입국 신고서를 받고 국경 사무소의 검사대로 이동한다.

영어가 되는 군인이 다가와 여행에 대해 묻고는 여권을 받아 검문대에 넣어주며 1번, 2번 창구를 순서대로 가라며 안내한다.

단, 몇 미터를 걸어와 국경을 넘었을 뿐인데 모든 분위기가 달라졌다.

1번 창구에서 여권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을 하고, 2번 창구에서 입국 스탬프를 찍어주며 '굿럭'이라며 미소를 보여준다. 모든 입국절차는 10분 만에 끝이 난다.

"어쨌든 유럽에 왔네."

국경 검문소 옆에 카페가 있지만 밥을 먹고 이동할 시간이 없다.

"겨우 유럽에 왔는데, 감동할 시간이 없네."

가까운 마을 루자까지 40km의 거리다. 러시아의 국경 사무실에서 대기하며 배터리들을 잠시 충전하여 하룻밤 정도는 충분히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근처에서 야영을 할까? 루자까지 갈까?"

3시간의 대기시간 때문에 모든 것이 꼬여버렸다.

"일단 가 보자. 카페나 주유소 하나쯤은 나오겠지."

라트비아의 첫 풍경은 러시아에 비해 목가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러시아의 울창한 숲과 광활한 평야의 느낌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국경을 넘었지만 러시아의 네트워크는 활성화되어 있다.

"정작 러시아에서는 잘 안 터지더니."

이글에게 라트비아에 도착했다는 짧은 메시지를 보내고 루자의 숙소를 검색했지만 두 군데 정도의 호텔만이 검색된다.

"가격도 비싸고 애매하네."

루자의 경계를 지나며 러시아의 네트워크는 끊기고, 도로변에는 카페나 주유소 같은 것은 전혀 없다.

허기와 피곤함이 밀려온다.

"그만 갈까?"

루자 주변의 주유소에서 간단한 식료품을 사고 야영을 한 후, 아침 일찍 숙소를 잡고 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7시,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루자의 경계를 넘고 도로변에 주택들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슈퍼나 카페가 없나?"

루자로 들어가는 초입의 교차로에서 환하게 불이 켜진 가게를 발견하고 들어간다.

동네의 슈퍼마켓, 바닥을 청소하던 젊은 여자는 낯선 여행자의 방문에 조금 놀라는 모습이다.

빵과 소시지 등을 사들고, 유로화는 없지만 카드 결제가 되니 문제는 없다.

"물가가 비싸지는구나."

라트비아의 물가는 러시아보다 조금 더 비싸게 느껴진다.

여직원에게 슈퍼 앞, 도로변의 공터에 텐트를 쳐도 되는지 물었지만 안된다고 한다.

어두운 거리, 지도를 확인하고 도로변 가옥이 없는 공터의 지역으로 가니 빈 목초지 같은 곳이 나온다.

풀이 자란 평탄하지 않은 목초지로 들어가 적당한 곳에 텐트를 치고, 버너를 꺼내어 라면과 커피를 끓인다.

밤이 깊어지고, 빗줄기가 다시 텐트를 두드린다.

"뭐, 어쨌든 도착했잖아."

한국을 떠나, 8개월 동안 넓은 대륙을 횡단하고 유럽에 도착했다. 유럽의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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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52일 / 흐림
노보소콜니키-이드리사
라트비아의 국경이 얼마남지 않았다. 궂은 날씨 속에서의 라이딩으로 따듯한 침대와 샤워가 그리워진다. "가자, 라트비아로!"


이동거리
90Km
누적거리
16,992Km
이동시간
6시간 11분
누적시간
1,223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노보소콜
 
푸스토시
 
이드리사
 
 
4,01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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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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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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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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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쯤 맑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마치 중국의 2월처럼 매일같이 흐리고 비가 내린다. 춥고 눅눅한, 침낭 밖으로 빠져나가기가 싫다.

아침에 일어나니 핸드폰의 네트워크가 다시 끊겨있다. 네트워크 활성화를 알리는 4G의 아이콘이 떠있지만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다.

"정말 모르겠다. 러시아의 인터넷 시스템은."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을 준비한다. 라트비아의 국경까지 140km 정도가 남았다.

러시아와 라트비아 국경도 24시간 오픈되어 있지만 국경 근처에서 하루를 보낼 생각이다.

"100km만 가자."

10시 40분, 피곤함에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출발이 늦다.

찬 바람 때문에 손과 발이 시리지만 10분쯤 달리다 보면 몸에 열기가 올라 괜찮아진다.

다시 빗줄기가 추적추적 떨어진다.

버스 정류장에서 비를 피하며 잠시 쉬어간다.

"오늘은 정말 비를 맞기가 싫다."

빗줄기가 사그라들기를 기다리고.

다시 길을 따라간다.

비가 내릴 때마다 가까운 버스 정류장을 찾아 비를 피한다.

"오늘도 카페는 없는 건가?

푸스토시카로 들어가는 교차로 주변의 유일한 작은 슈퍼에 많은 화물차들이 정차되어 있다.

몇몇의 주유소가 있어 카페나 슈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작은 슈퍼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작고 오래된 슈퍼는 매장 가득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고르는 사이 작은 슈퍼의 내부를 둘러본다.

기름에 튀긴 빵 두 개와 훈제된 닭고기 같은 것을 두 개 사 들었다. 여기서부터 국경까지는 아무것도 없다.

"오늘 점심은 먹을 복이 없나 보다."

국경까지 남은 거리 80km, 도로를 따라 배고픈 페달링을 이어가단 중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를 만난다.

버스 정류장이 없는 구간을 15분 정도 달리는 동안 옷과 장갑이 모두 젖어버린다.

"에쉬, 오늘은 비 맞기 싫었는데."

도로 건너편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가.

물기들을 털어내고, 슈퍼에서 사온 튀김빵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달콤한 기름맛이 입안에 감돌며 식욕을 자극한다.

"오호, 맛있네."

역시, 기름에 튀기는 것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나 보다. 한두 개쯤 더 사 올 것을 생각이 든다.

비가 쉽게 그칠 것 같지 않고, 레인자켓, 레인팬츠,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빗속으로 들어간다.

한참 후 하늘은 조금씩 맑아진다.

땀이 찬 레인팬츠와 고무장갑을 벗고.

비슷비슷한 풍경 속을 달려 국경을 향해간다.

느려져 가는 페달링의 속도와 함께.

조금씩 지쳐간다.

이드리사로 빠지는 교차로를 지나며 차량의 통행마저 많이 줄어든다.

6시, 전방으로 보이는 경사로를 보고 힘이 빠진다.

"아, 그만 가자. 힘들다."

시간 변경선을 넘어서 한 시간이 느려진 것인지 아니면 일몰 시간이 느려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날이 밝지만, 오르막을 오르고 싶지 않아 도로변의 소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푹신푹신한 이끼들과 가지런히 정비가 된 소나무 숲이다.

"오랜만에 만난 좋은 야영지네."

평평한 숲에 텐트를 설치하고.

"나무 냄새가 좋네."

국경까지 40km 정도가 남았다.

"라트비아로, 유럽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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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51일 / 흐림
세메노브스코예-노보소콜니키
라트비아로 가는 여정, 계속해서 흐린 날씨와 비가 계속된다. "춥다. 추워!"


이동거리
109Km
누적거리
16,902Km
이동시간
8시간 03분
누적시간
1,217시간

 
M9도로
 
M9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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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영하로 떨어지고, 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다. 텐트, 침낭 그리고 어제 저녁 물에 빠진 신발과 양말, 모든 것이 눅눅하고 축축하다.

가지고 있던 비상식도, 식수도, 휘발유도, 핸드폰의 데이터도 모두 떨어졌다.

"어떤 것부터 보충해야 하나?"

커피를 끓이고, 오트밀의 물을 끓이다 휘발유가 떨어지며 버너의 불이 꺼져버린다. 미지근한 물에 오트밀을 불린 후 아침을 해결한다.

"일단 식량과 휘발유가 필요해."

"무섭게 곰의 사진을 쓰냐."

습지와 같은 음침한 숲의 분위기, 곰이 나와도 이상할 것 같지 않다.

뿌연 회색빛 하늘, 눈이 내릴 것 같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와 페달링의 속도가 느리다.

한 시간 반, 첫 번째 라이딩을 끝내고 잠시 쉬어간다.

이글과 보바에게서 동시에 메시지가 오고, 이글에게 영상 통화가 걸려오지만 데이터가 소진되어 통화가 안 된다.

다행히 수신된 메시지는 확인을 할 수가 있다. 보바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고 한다.

흐리던 하늘이 갑자기 화창하게 변하더니.

그것도 잠시뿐, 무거운 회색빛 구름이 심상치가 않다.

두 번째 휴식을 하며 삐거덕 거리던 체인에 오일을 바르고, 불쾌한 잡음이 계속되던 크랭크를 확인하니 비비가 이상한 것인지 크랭크 축이 흔들거린다.

"육각 비비도 아닌데, 이게 흔들거리네."

큰 도시에 가면 수리를 해야겠다.

휴식을 끝내고 출발을 하자 이내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싸릿눈이 따갑게 얼굴을 때리고, 전방의 시야가 완전히 흐려진다.

"손도, 발도 시리네."

싸릿눈, 함박눈, 빗방울이 번갈아가며 휘날리는 길을 달려간다.

1시, 도로변의 작은 마을을 지나치며 주유소로 들어간다. 주유를 하는 차량도, 사람의 인기척도 없는 한산한 주유소다.

"설마, 닫힌 건 아니겠지."

입구에 놓인 핸드폰 요금 결제를 할 수 있는 자동화 기기가 눈에 들어온다.

"이건 되는 건가? 일단, 밥부터 먹자."

카페에 들어가 메뉴판의 첫 번째 메뉴들을 주문하고, 카페의 와이파이를 연결했다.

보바에게 짧은 답장을 하고, 방송 파일들을 다운로드한다.

번역기를 사용해서 여직원에게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할 수 있는지 묻자 의사소통의 답답함을 표정 짓던 여직원은 긍정의 제스처를 한다.

러시아는 핸드폰 데이터라고 부르지 않고 밸런스라고 부르는 것 같다.

"폰 데이터, 밸런스! 인터넷!"

순식간에 음식들이 사라지고, 여직원에게 다가가 데이터 충전을 어떻게 하는지 물어본다.

여직원이 잠시 안절부절하는 사이, 카페로 들어서건 남자가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오호. I want to recharge my phone data. Possible?"

"Yes. No problem."

"I need a data for 2 to 3 days. How much is..?"

"I think... Maybe 200 rubles."

"Is not enough for 100 rubles?"

"I don't know. Maybe 200 rubles."

남자의 도움으로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하고, 남자와 인사를 나눈다. 남자는 영화 프로듀서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주유소의 사무실 겸 마트로 들어간다. 버너의 연료통을 들고 연료를 살 수 있는지 물어본다.

의아하게 쳐다보던 여직원은 물을 달라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퓨얼, 가솔린, 개솔린!"

여전히 빨간색 연료통에만 관심을 보이는 여직원에게 '95'의 숫자를 적어 보여주니 이해를 했다는 듯 싱긋 웃는다.

여직원은 종이에 1리터 46루블이라며 적어준다. 여직원의 종이에 0.5리터를 적으며 연료통의 눈금을 가리키니 난감한 웃음을 짓는다.

밖으로 나갔던 영화 프로듀서가 다시 들어와 나에 대해 소개하더니 여직원과 짧은 대화를 한다.

"1리터 단위로 사야 해."

"그래, 1리터 줘."

연료통에 바로 담아주어도 되는데, 1리터 플라스틱 음료수 병을 잘라 휘발유를 담아준다.

연료통에 다시 휘발유를 담고, 반 정도 남은 휘발유를 어딘가 담아야 한다. 주유소 사무실로 들어 작은 음료수 병이 있는지 묻자 없다고 한다.

냉장고에서 0.5리터 생수를 사서 빈 병에 남은 휘발유를 담는다.

"휘발유보다 물이 더 비싸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휘발유 1리터 46루블, 탄산수 0.5리터 48루블. 주유소에서 파는 물이라 휘발유보다 훨씬 비싸다.

"됐다. 한동안 연료 걱정은 없겠네."

주유소의 여직원이 사진을 찍으며 커피를 마실 건지 물어봐서 고개를 끄덕였더니 나중에 계산을 한다.

"난 또 따듯한 커피 한 잔 그냥 주는 줄 알았네. 괜히 비싼 커피를 마셨어. 낚었어!"

밥을 먹고, 물과 휘발유를 사고, 핸드폰 데이터도 충전을 했다.

"비상식하고 저녁만 해결하면 완벽하겠네."

필요한 것들을 해결하는 사이 3시가 다가오고, 다행히 계속해서 흩날리던 눈발은 사라졌다.

"날씨가 좋아지려고 하는가?"

요란스럽던 날씨의 변화가 잠잠해진다.

계속해서 언덕과 고개를 넘어가는 사이.

천천히 해가 떨어진다.

"저녁을 해결해야 하는데."

도로변에 카페는 나타나질 않고, 다음 주유소까지의 거리도 20km 정도 떨어져 있다.

인터체인지 교차로의 주유소까지 가야 한다. 하얗게 눈꽃이 핀 숲길을 따라 달려간다.

"몽골도 아닌데."

"이렇게 배고프게 달려야 하는가."

배는 고프고, 해는 떨어져 간다.

6시를 전후로 두꺼운 구름 사이로 붉은 석양빛이 물든다.

석양빛을 감상하며 부지런히 달렸지만 고개를 오르는 동안 붉고 붉은 태양은 구름 아래로 사라져 간다.

"아쉽다. 멋졌는데."

구글맵으로 확인했던 교차로 주유소에 도착했다. 지도에서 본 것처럼 주유소 하나만 달랑 놓여있다.

다행히 식료품과 핫도그를 팔지만, 큰 규모의 주유소가 아니라 상품이 다양하지는 않다.

비싸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도시락 라면과 과자들을 골라들고.

핫도그 두 개를 포장한다.

교차로를 벗어나.

주변의 숲으로 들어간다.

다행히 습지는 아니고, 어둠이 내려앉기 전에 서둘러 텐트를 설치한다.

이글에게 여러 개의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 네트워크가 끊기고, 데이터가 없어서 그동안 답변을 못했더니 자신에게 화가 났는지 묻는다.

"이글, 그럴 일이 있겠니?"

답장을 하자 이글에게 바로 영상 통화가 온다. 너무나 반가운 얼굴, 컴컴한 텐트 안에서 오랜만에 통화를 한다.

포장해온 핫도그로 저녁을 해결하고, 그동안 업로드하지 못한 자료들을 올린 후 잠이 든다.

"아, 왜 이렇게 배고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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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50일 / 흐림
조리노-세메노브스코예
영하로 떨어진 기온과 쌀쌀한 날씨, 라트비아로 가는 여정이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왜 끝이 없어!"


이동거리
96Km
누적거리
16,793Km
이동시간
6시간 24분
누적시간
1,209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조리노
 
넬리도보
 
세매노브
 
 
3,811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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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도, 다시 쌀쌀하게 변한 날씨다. 어젯밤 약간의 눈이 내렸는지 텐트 위로 좁쌀만 한 싸릿눈이 쌓여있다.

"아, 춥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휘발유도 떨어져 가고, 슈퍼에 가지 못해 비상식도 모두 떨어져 간다.

문자 메시지로 무언가 안내문이 들어온다. 한 달 동안 사용했던 데이터가 모두 소진된 것 같다.

"충전하기가 애매하네."

11시, 늦잠을 자고 추워진 날씨에 게으름을 피운 탓으로 출발이 늦어진다.

노란 자작 나뭇잎이 도로를 뒤덮고.

불어오는 바람결에 '후드득' 춤을 추며 나뭇잎이 휘날린다.

"아고, 오늘 80km 정도 갈 수 있으려나."

12시 반, 첫 번째 라이딩을 마치고 도로변 카페로 들어간다.

생각보다 카페가 없어, 카페가 보일 때 밥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멋지긴 한데, 밤에 보면 무섭겠다."

난감한 글자 메뉴판에서 플롭의 단어를 발견하고, 플롭을 주문한다.

"수프 라그만, 빵 세 개 그리고 커피."

이제는 카페에서 대충 주문을 할 수 있다.

오랜만에 먹는 플롭의 맛은 그저 그랬지만 역시 밥이 든든하다.

카페의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자료를 업로드하고, 메인도로 주변의 MTC 매장을 검색했지만 도로변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는 마을을 제외하고 찾을 수가 없다.

"3일 정도 인터넷 없이 지낼까."

두 번의 라이딩으로 50km 정도를 이동하고, 늦은 출발이었지만 부지런히 달린 덕에 넉넉히 80km는 이동할 수 있을 것 같다.

쌀쌀한 날씨, 손과 발이 시려온다.

잠시 휴식하는 동안 빠르게 땀이 식으며 한기가 느껴져 출발을 서둘러야 한다.

도로 라이딩의 심심함을 달래주던 라디오 음악도 없고.

차량들의 소음 속에서 노란 단풍들만이 지루한 라이딩의 작은 즐거움을 준다.

4시 반, 추운 날씨 속에서 거리를 줄이기 위해 페달을 밟던 중 나를 지나치며 엄지를 치켜세우던 오토바이 한 대가 천천히 갓길로 정차를 한다.

기다리던 오토바이로 다가가니 한국 번호판의 오토바이다.

송달성, 오토바이를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하고 있는 청년과 인사를 하고 짧은 대화를 나눈다.

"한국 사람 두 번째로 보네."

"누구요?"

"포항 번호판인데, 은호?"

"원희 아니에요?"

"아, 원희!"

"저, 그 형 만나러 가고 있어요."

세상은 참 넓지만, 한편 이런 우연들을 생각하면 좁다는 생각도 든다.

비와 눈을 맞고 달려온 달성은 한기로 인해 추위에 떨고 있었다.

"어여 빨리 가서 쉬어. 건강하고!"

젊은 청춘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 좋고, 좀 더 많은 청춘들이 세상을 향해 떠나기를 바란다.

그저 잘 먹고살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청춘들이 부럽다.

기성세대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루고 민주화를 이루웠듯이, 우리의 청춘들은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믿는다.

5시, 도로변 주유소의 카페로 들어간다.

저녁을 포장해서 가져갈 생각이다.

"오, 핸드폰 데이터 충전?"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할 수 있는 자동화 기기가 있지만 고장이 났는지 작동이 안 된다.

카페로 들어가 샤슬릭이 있는지 묻자 비슷한 메뉴가 있다는 제스처를 한다.

"뭔지는 모르지만 고기면 돼."

고기가 들어간 빵을 사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앉아있으니 달궈진 소모양의 팬 위에 지글거리는 고기를 테이블로 서빙을 한다.

"포장, 포장!"

옆 사람과 수다를 떨던 여직원은 깜박했다는 제스처를 하더니 종이에 15를 적어 보인다.

동전 지갑을 탈탈 터니 14루블이 나온다. 동전이 든 손바닥을 펼쳐 보이니 여자는 14루블을 집으며 괜찮다며 싱긋 웃는다.

"스바시바."

일반 카페가 없다 보니 비싼 주유소 카페를 계속 이용해야 한다.

고기를 싸 들고 캠핑을 할 장소를 찾으며 달린다. 날은 어두워지지만 도로변의 지형은 산길로 변하며 경사가 지거나 숲의 주변은 습지와 같은 형태로 바뀐다.

물이 고여있는 도로변의 숲이 계속 이어진다.

"뭐야? 이 습지는."

5km 정도 가려던 길을 10km가 넘도록 달리고, 비포장길로 들어서는 갈림길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물이 고여있는 곳을 모르고 지나가다 신발이 빠진다. 어두워지고 수풀이 자라나 있어 고여있는 물이 보이질 않는다.

"젠장, 양말까지 다 젖었네."

서둘러 텐트를 치고, 주변을 보니 나무숲 주변이 넓은 습지처럼 보인다.

"에쉬, 곰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이곳을 오는 동안 도로 주변의 노점은 과일이나 말린 고기 등을 팔던 다른 곳과 달리 모피나 곰과 같은 동물의 박제들을 많이 팔고 있었다.

"몰라. 곰이 오면 잡아먹지 뭐."

밤의 기온도 영하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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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49일 / 흐림
쿠즈민카-조리노
자정이 조금 넘어 깨어버린 잠으로 밤을 지새우고 만다. "너는 정말 지독하게도 찾아든다."


이동거리
123Km
누적거리
16,697Km
이동시간
7시간 26분
누적시간
1,202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쿠즈민카
 
르제프
 
조리노
 
 
3,71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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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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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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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쯤 잠이 깨어 아침까지 잠들지 못한다.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칼릴 지브란

7시, 출발을 준비하며 아침을 준비하고.

햄버거와 짜장라면, 오트밀까지 아침을 든든하게 해결한다.

"오늘은 멀리까지 달려볼까."

시원하게 굿모닝을 알리고.

9시, 오늘도 달려간다.

비가 내린 후, 날씨는 다시 쌀쌀해졌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하늘빛은 심상치 않고.

20km를 달리고 잠시 쉬어간다.

오르내리는 언덕과 고개들은 계속 이어지고, 멀리 보이는 하늘은 검은 구름이 비를 뿌리며 빠르게 흘러간다.

"빠르다. 빠르다. 그러게 벌써 9개월을 달렸구나."

순식간에 시작된 빗줄기에 모두 젖어버린다.

10분 동안 빗속을 달리며 작은 마을을 지나쳐 간다.

하늘은 다시 밝아지고, 간간이 따듯한 햇살이 내비친다. 아마도 오늘 하루는 이런 날씨가 계속될 것 같다.

"리가, 706km."

두 번의 라이딩으로 50km를 이동하고, 도로변의 카페로 들어간다.

"카페, 오랜만이네."

플롭이 없다. 수프와 계란 후라이를 주문한다.

"계란 후라이가 사진하고 다르잖아."

러시아의 수프는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한, 정말 괜찮은 음식이다.

1시, 카페에서 빵 두 개를 포장하고 오후의 라이딩을 시작한다.

잠시 도로 공사구간을 지나치고.

이슬비 같은 빗방울이 흩날리다 다시 맑은 하늘이 열리고를 반복한다.

다채로운 구름빛의 하늘이 시시각각 변화하며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늘, 구름빛의 유혹이다.

"나의 삶은 어떻게 변화 중일까?"

하늘의 구름만을 바라보며 페달을 밟는다.

아무런 잡념도.

생각도.

그리움도.

외로움도 없다.

혼자서 외롭지 않겠냐고 물었다.

늘 외로워서 외롭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살아오는 동안 내가 느낀 감정이 외로움이라는 것이라면 외롭다는 감정은 너무나 잔인한 것이다.

나는 그것을 외로움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단지, 그것은 알 수 없는 슬픔.

나조차도 알 수 없는 그 감정의 깊이는 누구에게 말해줄 수도, 드러낼 수도, 나눌 수도 없는 마음의 병이다.

"외로움이 무엇인지 알아?"

혼자라서 외롭지는 않다.

외로움이 두려웠다면.

널 떠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네가 없어 외롭다.

나에게 외로움이란 그것뿐이다.

늘 외로워서 나는 외로움을 모른다.

나는 외로움을 모른다.

해가 저물어 간다.

"카페를 찾아야 하는데."

구글맵으로 도로변 카페를 검색하고.

7km 정도를 더 이동하고서야.

도로변에 작은 카페가 있다. 라트비아가 가까워질수록 카페를 찾는 것이 힘들어진다.

"러시아 미녀는 액자 속에 존재하는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샤슬릭이 있는지 묻자 샤슬릭이 있다고 한다.

"앗싸!"

샤슬릭 한 꼬치와 작은 만두를 포장하고, 시원한 맥주를 두 병 산다. 슈퍼도 없고, 다른 카페도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조금 비싸다.

"됐다.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지."

카페를 나와 조금 이동을 한 후, 근처의 나무숲에 바로 텐트를 칠 생각이다.

"노을이 좋네."

잠시 저물어가는 석양빛을 바라보고.

도로변 숲으로 들어간다.

뭔가 눅눅한 숲의 기운이다.

적당한 자리를 여기저기 살펴보고.

딱히 좋은 자리가 없어 그냥 텐트를 펼쳤다.

도로변에서 약하게 잡히던 네트워크는 바로 끊어져 버린다.

적은 양의 샤슬릭과 작은 만두들, 슈퍼 가격의 두 배나 되는 값비싼 맥주로 맛있는 저녁을 하고 침낭 속에 파묻힌다.

"날씨 탓에 라트비아로 가는 길이 꽤 고단하고 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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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48일 / 흐림
쿠르사코보-쿠즈민카
가을, 계절의 시간은 좋은 가을날의 따듯함이 계속 되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비만 내리는 러시아의 가을이다. "힘들어. 그만 내려!"


이동거리
96Km
누적거리
16,574Km
이동시간
6시간 39분
누적시간
1,195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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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사코
 
보로콜람
 
쿠즈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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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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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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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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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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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리는 빗줄기는 아침까지 계속된다.

"그만 내려도 되는데."

라면과 오트밀, 커피로 아침을 하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정말 텐트가 마를 날이 없네."

10시, 비가 내려 쌀쌀함이 느껴지는 도로 속으로 들어간다.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동남아시아에서 사용하려던 레인 쟈켓과 슈퍼에서 구매했던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나니 모든 것이 완벽하다.

"신발만 어떻게 하면 되는데."

"고무장갑 최고다."

한 시간 정도 후, 비구름 지역을 벗어나고 땀이 찬 레인팬츠와 고무장갑을 벗고 라이딩을 이어간다.

40km를 달리고, 허기짐이 밀려와 점심을 해결해야 한다.

볼로콜람스크에 맥도널드가 있어 메인도로를 벗어나 마을 중심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맥도널드에서 자동 주문을 하고, 작은 동네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람들로 보아 러시아에서 맥도널드가 인기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치킨 빅사이즈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 큰 것, 콜라 0.5리터가 239루블이니 러시아 카페의 일반적인 가격에 비하면 비싼 것 같지는 않다.

러시아의 맥도널드나 KFC에 가면 음식을 먹고 음식 쟁반을 그대로 테이블에 놓고 간다. 각자가 치우면 서로 편할 것 같은데 이상한 문화다.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주문 메뉴를 서빙해주는 것도 이상한 시스템이고 어색하다.

"내가 잘 모르는 건가? 우리나라도 그런가?"


기본 햄버거 세트를 추가로 주문하여 패니어에 넣고, 비상식을 사기 위해 슈퍼로 들어간다.

커피와 맥주를 사고 넓적다리 닭고기를 포장했다. 오는 도착할 목적지 부근에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아 두 끼 정도의 비상식을 준비한다.

맥주를 계산하던 여직원은 맥주를 들고 계산을 하지 않고 뭔가를 계속 말한다.

"패스포트?"

동양인의 나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더라도 나이를 확인하자니 어이가 없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다. 여권을 건네주니 여권을 확인하더니 다시 뭔가를 계속 말하며 여권을 돌려준다.

"왜? 내가 동안인 걸 어떻게 하라고!"

점심을 먹고, 슈퍼에서 물건들을 고르느라 시간을 보내고 나니 2시 반이 되어간다.

"갈 길이 먼데, 부지런히 달려야겠다."

볼로콜람스크까지 이어지던 넓은 도로는 왕복 이차선 도로로 좁아지고, 길은 모스크바로 진입할 때의 길의 데칼코마니처럼 오르내리막의 언덕길이 이어진다.

제법 넓은 갓길이 유지되어 크게 불편하지 않고, 차량의 통행이 줄어들며 조금 조용해져서 좋다.

자작나무의 숲이 짙은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다. 비가 내린 직후의 풍경이라 그 색과 빛이 더욱 선명하다.

흐린 회색빛의 구름을 배경과 대비되어 너무나 고운 색감이다.

고개와 언덕들을 넘느라 속도가 느려져 간다.

"아, 쉬었다 가자."

"역시 햄버거 하나로는 부족해."

볼로콜람스크까지의 대로 주변은 모두 주유소에서 운영하는 비싼 카페들 뿐이었고, 이후 작은 소로의 주변에 일반 카페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좀처럼 카페가 나타나지 않는다.

"단풍이 물든 나무숲이 너무 좋다."

흐리던 하늘도 조금씩 밝아오고.

길게 이어지는 도로와 언덕.

황금빛 나무숲은 계속된다.

비밀스럽고 아늑한 숲길을 달려간다.

"아, 오늘은 노란 자작나무 숲에서 캠핑을 해야겠어."

곡선으로 오르내리는 길과 솜털 뭉치처럼 하늘을 뒤덮은 구름 그리고 알록달록 물든 나무숲의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빨리 숲속으로 들어가 텐트를 치고 싶네."

몽골에서 넘어와 알타이의 짙푸른 침엽수 숲을 달리던 흥분감이, 노란 자작나무 숲을 달리며 같은 느낌으로 되살아 난다.

5시, 일몰을 한 시간 앞두고 한순간 숲이 사라지고 넓은 초원이 나타난다.

갑자기 나타난 초원의 모습이 시원하기는 하지만, 자작나무 숲에서 캠핑을 하고 싶은 마음에 뭔가 아쉽다.

"설마, 이대로 숲이 끝나는 것은 아니겠지?"

울창했던 숲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20여 분 초원과 같은 도로를 달리고 주경계를 알리는 듯한 이정표가 보인다.

"리가, 763km! 바다로 가자."

주경계를 지나며 도로는 러시아에서 너무 익숙하게 지나왔던 20센티 정도의 갓길로 변한다.

"러시아야, 한 20센티만 더 쓰지."

듬성듬성 자작나무 숲이 나타나고, 캠핑을 할 적당한 장소를 찾으며 길을 따라간다.

6시, 라이딩을 마무리한다.

"뭔가 아쉬운데."

앞 쪽으로 보이는 숲이 더 풍성한 것 같아 조금 더 길을 따라간다.

"여기로 결정!"

하루 종일 지나왔던 풍성한 숲에 비해 너무 아쉽지만.

"나름 괜찮네."

평탄한 자리를 찾아 텐트를 설치하고, 슈퍼에서 사놓은 닭다리 한 조각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흐린 날씨와 추위에 힘들었지만 멋진 가을날의 풍경이었다.

"리가로 가자. 바다가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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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47일 / 맑음
모스크바-쿠르사코보
모스크바를 떠나 라트비아로 향한다. 길고 길었던 러시아의 두 번째 여행이 끝나간다. "800km나 남았는데?"


이동거리
86Km
누적거리
16,478Km
이동시간
5시간 16분
누적시간
1,188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모스크바
 
크라스노
 
쿠르사코
 
 
3,49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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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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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하늘이 맑다. 구름도 없이 화창한 가을 날씨, 새벽까지 뒤척이다 잠든 피곤함이 느껴진다.

"도시만 들어오면 피곤해지네."

패니어를 정리하는데 시간이 소요되고, 숙소의 여주인과 인사를 나누고 출발을 한다.

모스크바의 도로는 좌회전 신호가 없는 곳이 많고, 사거리의 신호등은 지하 보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것이 힘들거나 많은 거리를 돌아가야 한다.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모스크바를 떠나기 전 김치찌개나 비빔밥을 먹기 위해 M9 메인도로 근처의 한식당으로 찾아간다.

붉은 광장 중심의 시내 중심을 벗어나자 현대식 고층 건물들이 나타난다.

모스크바 강변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내고, 12시에 오픈을 하는 한식당으로 이동한다.

첫 번째 찾아간 식당은 무역센터 같은 건물 내에 위치해 있어 자전거 보관이 힘들다.

한 블록 떨어진 곳의 다른 식당으로 이동했지만 이곳도 12시에 오픈을 한다.

테라스에 앉아 주변의 카페와 슈퍼마켓을 검색하며 오픈 시간을 기다린다.

"그런데 뭐가 이렇게 비싸지?"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컨셉인지 15,000원 정도의 기본 가격이다.

"먹고 싶지만 햄버거가 몇 개냐? 버거킹으로 가자."

오픈을 기다리다 M9 메인도로로 이어지는 사거리의 맥도날드로 찾아갔지만, 12시 점심시간의 매장은 인산인해다.

"그냥 가자, 가다 보면 뭔가 있겠지."

라트비아로 이어지는 M9 메인도로를 향해 시내 외곽으로 빠져나간다.

30분 정도 도로를 달리는 동안 대로변에 카페는 보이질 않는다.

"배고파. 뭐라도 먹어야 해."

어제부터 딱히 변변한 식사를 하지 못한 상태라 라이딩을 하기가 힘들다.

구글맵을 검색하다 근처의 맥도널드를 보고 메인도로를 벗어나고, 맥도날드로 가던 중 도로변의 슈퍼마켓을 보고 들어간다.

"있을 때 필요한 것을 사두자."

빵과 라면, 잼 등을 고르 우유를 집어 드는 순간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며 '퍽' 소리를 내며 깨진다.

"에쉬."

복숭아 잼이 바닥에 떨어져 깨져버린다. 병 모양이 그대로 유지된 내용물을 들고, 다시 새로운 잼을 하나 더 집어든다.

러시아 슈퍼마켓의 계산대는 늘 느리고, 기다리고 있으면 속이 터진다. 동전이 많아 계산을 하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가끔 손님들과 물건을 들고 아주 오랫동안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이 먹는 작은 젤리과자 같은 것을 들고 한참 동안 옥신각신하던 아주머니는 세 개의 과자 봉지를 빼내고 계산을 마친다.

계산원에게 들고 있던 깨진 유리병을 보여주며 함께 계산을 해달라는 제스처를 하자 의아하게 쳐다보더니 그냥 계산을 한다.

"이거, 원, 투!"

잼을 가리키며 두 개를 계산해 달라고 하니 뚱한 표정으로 한 번 더 포스를 찍는다.

깨진 병의 잼으로 손과 패니어 가방, 지갑이 엉망이다. 끈적거리는 손과 가방을 닦아내고, 슈퍼 입구에서 파는 와퍼를 사서 허기를 달래본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다음부터 꼭 바구니를 사용해야지."

와퍼를 먹고 근처의 맥도널드로 간다.

"와퍼는 에피타이저야."

이곳도 제법 사람들이 많다. 주문을 위해 길게 줄을 서있는 사람들을 보고, 자동 주문기를 사용해 보기로 한다. 다행히 영어 서비스가 지원된다.

"진작에 이걸로 주문할걸."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니 묘한 느낌이 든다. 부지런한 삶의 현장 같기도 하고, 씁쓸한 일상의 무의미한 반복 같기도 하다.

"저런 삶에서 튕겨져 나왔는데,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맛있게 햄버거를 먹었지만 밥은 역시나 쌀밥에 고기가 최고다.

"그럼, 라트비아를 향해서 가 볼까?"

교차로의 우회전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앞쪽으로 그려진 그림자가 이상하다.

"그림자가 왜 앞에 있는 거지?"

지도를 확인하니 맥도널드에서 직진을 해야 하는데 우회전 길을 따라 달리고 있다.

"에쉬, 멍청이."

달려온 길을 돌아가 다시 대로변에 들어서고.

5차로까지 늘어난 도로를 따라가다 모스크바강을 건너기 전 다시 지도를 확인한다.

"아, 이 길이 아닌데."

모스크바강을 건너 M9 메인도로로 가기 위해서는 5차선의 1~3차 차선으로 들어가야 했었다.

다시 길을 되돌아간다. 넉넉한 거리까지 돌아간 후 천천히 3차로로 진입해 들어간다.

모스크바강을 넘는 다리를 건너고.

계속되는 교차로에서 지도를 확인해 가며 이동을 하고 아주 긴 지하 차도로 진입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숙소를 출발한지 4시간 반 만에 M9 메인도로에 들어선다.

"야, 모스크바 도로 정말 복잡하다."

모스크바의 도로는 뭔가 도로 설계가 이상한 도로들이다.

모스크바의 경계를 벗어나기 위해 수많은 교차로를 지나쳐간다.

고속 주행을 하는 차량들 사이에서 신경은 곤두서고.

꼬불꼬불 이어지는 마지막 모스크바강을 건넌다.

모스크바의 경계를 벗어나고 넓은 갓길에 들어서서야 편안한 라이딩이 시작된다.

"오늘 날씨는 좋네."

정신없이 모스크바 시내를 빠져나오는 사이 맑은 가을날의 파스텔톤 저녁빛이 내려앉는다.

시내를 벗어나는 긴장과 스트레스 탓인지 갈증이 밀려온다. 도로변의 주유소에 들어가 콜라를 사려고 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다음 주유소도 비슷한 가격이라 어쩔 수 없이 비싼 콜라를 하나 사 들고.

노을을 따라 달려간다.

"85km, 밥값은 했고."

도로변의 숲으로 들어가.

텐트를 치고 하루를 정리한다.

"정신없는 하루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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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46일 / 흐림
모스크바
자전거를 타고 모스크바 시내를 둘러볼 생각이다. 모스크바 강변과 빅토르 최의 벽 그리고 볼쇼이 극장을 둘러보고 싶다.


이동거리
17Km
누적거리
16,392Km
이동시간
2시간 42분
누적시간
1,183시간

 
뒹굴뒹굴
 
빅토르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모스크바
 
장소
 
모스크바
 
 
3,41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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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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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내 내리던 비가 멈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전 시간을 보내고.

1시 반이 되어 바람을 쐴 겸 자전거를 끌고 나간다.

모스크바강을 건너 표트르 대제 기념비가 있는 강변 공원으로 간다.

매일 비가 오는 날씨지만 포근하고, 강변의 바람은 제법 시원하다.

표트르 대제 기념비에서 잠시 모스크바 강변을 구경하고.

느린 유람선의 움직임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다.

잘 정비된 강변의 공원, 고리키 공원의 산책로를 달리고.

공원을 가로질러 베이지색 대리석으로 세워진 정문을 나선다.

놀이공원과 미술관 등이 있는 커다란 공원이다.

다시 모스크바강을 건너 모스크바 중심을 감싸고 있는 원형의 도로를 따라간다.

도심 전체의 모든 건물들이 웅장하고 흥미롭다.

넓고 한적한 인도를 따라 자전거를 타는 것이 너무 편하고 좋다.

모스크바 어느 곳에서도 보이던 석조빌딩이 나타난다.

"하늘 높이 우뚝 솟은 놈이 너구나."

러시아 외무성의 건물, 스탈린 시대의 건물 중 하나인 외무성 빌딩은 압도적인 위압감이 느껴진다.

구시가지 아르바트 거리로 들어간다.

보행 도로인 아르바트 거리에는 그 유명한 빅토르 최의 벽이 있다.

기타를 남녀가 벤치에 앉아 있고, 몇몇의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찍는다.

"차가운 땅 위에 거대한 도시가 있다.
그곳에선 가로등이 빛나고, 자동차들의 소리가 울린다.
도시 위에는 밤이 있고, 밤 위에는 달이 있다.
오늘은 달이 핏방울처럼 붉다.

주위엔 행복뿐이다. 지옥 같은 것은 볼 수조차 없다.
주위엔 아름다움뿐이다. 지옥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소리친다. '와~!'
그리고 모두는 앞으로 달려간다.
이 모두들 위로 새 하루가 시작된다.

집은 서있고, 등불이 빛난다 .
창문 밖으로 먼 곳이 보이는데
어디서 이 슬픔이 오는 걸까?
살아있고 건강하므로,
살아감을 슬퍼해서는 안 되는데.
어디서 이 슬픔이 오는 것일까?"

-Kino(빅토르 최), 슬픔

어린 시절에는 러시아에서 유명한 고려인 락 커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빅토르 최, 사람들은 그에게 혁명가이며 진정한 로커라고 말한다.

엄혹한 80년대 구소련 체제 속에서 자유와 변화에 대해 노래하였고, 끝까지 노동자의 삶을 살았으니 그를 노래하는 혁명가라고 불러도, 락의 정신을 보여준 진정한 로커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나에게 빅토르 최는 자유와 사람 그리고 삶을 사랑했던 시인이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여행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빅토르 최를 아는지 물어봤었다.

"I love Viktor Tsoi!"

빅토르 최의 벽 앞에서 담배 한 개비를 태우는 동안 기타를 가지고 앉아있던 남녀가 그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벤치에 앉아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다 쓰이지 않은 노래가 몇 개인가? 말해봐, 뻐꾸기야, 노래해라."

초이는 살아있다! 빅토르 최(1962.6.21~1990.8.15)

인형탈을 쓰고 기념사진을 찍거나 자석 기념품을 파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아르바트 거리를 빠져나간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 볼까? 볼쇼이?"

도로와 공원길을 따라가고.

푸시킨의 동상을 만난다. 비둘기가 동상의 머리 위에 앉아있어 울버린 같기도 하고, 뿔난 악마 같기도 하다.

모스크바의 대로에는 신호등이 아닌 지하보도를 건너야 하는 곳이 많다. 우리처럼 깊지 않은 지하보도들이라 큰 문제는 없다.

지도를 보며 구시가지들을 따라 볼쇼이 극장으로 찾아간다.

여기저기 오래된 석조 건물들과 카페들.

그리고 오랜만에 맑은 하늘이다.

순백색의 기둥들과 짙은 베이지색의 볼쇼이 극장의 모습에 짧은 탄성이 새어 나온다.

정중앙의 정면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세 명의 불청객이 앞을 가로막으며 길게 대화를 이어간다.

"아니, 공간도 넓은데 굳이 내 앞에서 저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피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아, 그들의 앞으로 이동한다.

"각도가 조금 좁아졌지만 괜찮아."

고개를 꺾어 한참 동안 하늘을 쳐다보고.

"멋지다!"

분수대가 있는 벤치에서 잠시 쉬며 주변을 살펴본다.

길 건너편으로 칼 맑스의 동상이 세워져있고.

멋진 분수대의 뒤편으로 붉은 광장의 모습들이 보인다.

"이제 돌아갈까."

모스크바 강변을 따라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따라가고.

교차로의 좌회전 신호등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붉은 광장 방향으로 돌아간다.

붉은 광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의 건물들과 골목들을 천천히 구경하고.

모스트바 강변으로 빠져나온다.

공원에서 강변으로 길게 이어진 스카이라운지에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강변 쪽의 크렘린 성벽을 따라 이동한다.

한적하게 성벽을 관찰할 수 있어서 좋다.

숙소가 있는 방향의 Vodovzvodnaya Tower와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니 성곽의 탑을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면 어쩌란 말이지?"

숙소 건너편에 세워진 블라디미르 동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숙소로 돌아간다.

20km 정도의 거리, 자전거를 타고 모스크바 시내의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라트비아 국경까지 650km 정도만이 남았다.

"가자. 라트비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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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45일 / 맑음
모스크바
붉은광장과 크렘린궁을 구경하며 모스크바를 산책하며 걸어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6,375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80시간

 
붉은광장
 
붉은광장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모스크바
 
모스크바
 
모스크바
 
 
3,39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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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거덕 거리는 숙소의 침대 소리에 잠이 깨고, 간단히 세수를 하고 밖으로 나간다.

숙소를 하루 연장한 후 관광 지도 한 장을 들고.

붉은 광장 주변을 산책하기 위해 길을 건너고.

크렘린을 따라 걸어간다. 크렘린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중국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주변의 대부분 관광객도 중국인들이다.

"보고 싶지만 뒤섞이고 싶지 않다."

입구 가득 줄지어 서있는 크렘린을 지나 붉은 광장 쪽으로 걸어간다.

붉은 벽돌의 역사 박물관 사이로 붉은 광장이 이어진다.

아침부터 많은 관광객, 중국어가 여기저기서 시끄럽다.

마치 레고 블록을 예쁘게 쌓아 올려놓은 것 같은 역사 박물관 심플하면서도 복잡한 외형이 인상적이다. 웅장한 규모의 건물이지만 어느 한 곳 비어 보이지 않는 완벽한 조합이다.

크렘린 성탑 중 하나인 니콜스카야 탑이 박물관 측면으로 높이 솟아있다.

크렘린을 따라 붉은 광장의 정면, 레닌의 무덤으로 걸어간다. 광장의 중앙은 무슨 행사를 준비 중인지 펜스로 막혀있다.

"아쉽네. 360도 촬영을 하고 싶은데."

광장의 끝에 성 바실리 대성당이 보인다.

붉은 광장의 중앙, 군인으로 보이는 보안요원이 경계를 서고 있는 레닌의 묘를 지나고.

붉은 광장의 시계탑 스파스카야 타워로 걸어간다.

Spasskaya Bashnya, 붉은 성벽 위로 높게 치솟은 시계탑이다.

스파스카야 타워의 정면으로 성 바실리 대성당이 있다.

성당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동화 속에서나 그려져 있을법한 예쁜 모습이다.

"알록달록. 알록달록."

팀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떠오르는 색감이다.

중국 여행객들을 피해서 정면 사진도 찍어보고.

붉은 광장의 사형대 계단에 앉아 잠시 쉬고.

광장 맞은편의 굼 쇼핑몰 방향으로 걷는다.

짙은 베이지 색의 거대한 석조 건물에는 카페들이 들어서 있고, 쇼핑몰로 들어가는 출입구에서는 공항이나 법원을 들어가는 것처럼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쇼핑몰 아닌가?"

굼 쇼핑몰의 측면 거리는 온통 작은 조명들이 설치되어 있다.

"야경이 화려하겠다."

선물 가게들을 구경하고, 우체국으로 들어가 일러스트로 그린 모스크바 엽서를 산다.

우체국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 비가 내리더니 이내 멈추고 화창하게 맑은 하늘이 열린다.

걷힐 것 같지 않던 회색 구름이 한순간 사라지고 한동안 볼 수 없었던 맑은 하늘은 푸르고 청명하다.

"너무나 맑고 깨끗하다."

점심이 가까워지며 관광객들은 더욱 북적인다.

야경을 보기 위해 저녁에 다시 산책할 생각으로 붉은 광장을 빠져나온다.

"니 하오."

러시아의 고전 복장을 한 여성이 팔짱을 끼며 인사를 하고, 대답을 하지 않고 있으니 이번에는 '곤니찌와'라며 인사를 한다.

"암 코리안!"

기념 촬영을 위해 영업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미소로 대답을 하니 바로 '안녕하세요'라며 한국 인사를 한다.

"쏘리."

짧은 인사를 하고 그녀의 팔짱을 푼다.

"나 배고파요."

러시아의 도시에서 초록색, 파란색, 노란색의 네모난 가방을 메고 자전거를 타거나 걸러 다니는 젊은이들을 자주 보는데 무엇인지 모르겠다.

박물관 쪽에서 관악대의 연주와 함께 뭔가 행사가 진행된다.

사람들이 행사장 주변에 모여있고.

군인 복장을 한 사람들이 도열을 하고 어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다 지하보도를 건너본다.

구글맵에 검색되던 한국 식당에 들러 커다란 만두를 사 먹는다. 편수라는 한글 간판을 달고 있는 아주 작은 식당인데 고기만두가 한국식 만두인지는 모르겠다.

"한국에 이런 만두가 있나?"

러시아 국립 도서관을 따라 걷고.

숙소의 여직원에게 물어보니 음식 배달원이라고 한다. 피자나 치킨 같은 딜리버리 푸드를 배달하는 모양이다.

도심 곳곳에 설치된 전동 퀵보드 대여소, 퀵보드로 이동하며 돌아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숙소 건너편 언덕에 위치한 중세의 대저택 Pashkov House.

크렘린과 모스크바강이 한눈에 들어올 것 같은 대저택의 구조, 외관의 기둥과 조각들이 하나하나 경이롭고 예술적이다.

"사치스러울 정도로 아름답네."

두 개의 신호등을 건너 숙소로 돌아온다.

놀이터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새들과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들어와 햄과 계란 후라이로 점심을 먹는다. 해가 지기를 기다리며 쉬는 동안 다시 빗줄기가 굵어지고 바람이 불어온다.

"야경을 볼 거야. 그만 내려라."

월터는 아프니스탄의 국경까지 이동을 한 모양이다.

"너 혹시 아프타니스탄에 갈 거야?"

"아니, 위함 할 것 같아."

"그래, 가지 마."

7시 반, 낮 동안 계속되던 비가 멈추어 모스크바의 야경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석조 건물의 간접 조명은 정말 느낌이 좋다. 따듯한 느낌과 차가운 느낌이 동시에 느껴지는 포근함과 이질적인 화려함이 모두 있다.

아침에 막혀있던 알렉산드롭스키 정원길도 열려있고, 공원 곳곳에 키스를 나누는 커플들이 염장을 지른다.

"에잇!"

중국 관광객으로 가득 찼던 거리는 러시아인들의 생활 공간으로 바뀐 것처럼 관광객들의 모습보다 모스크바 시민들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그 많던 중국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알렉산드롭스키 정원을 지나 붉은 광장으로 걸어간다.

붉은 벽돌의 박물관에도 조명이 들어오고.

러시아 거리의 조도는 참 마음에 든다. 약간 어두운 듯 은은한 불빛이 인위스럽지 않고 편안하다.

낮에 사람들이 많아 보지 못했던 부분들도 자세히 들여다본다.

니콜스카야 타워의 성문 손잡이가 독특하다.

은은한 간접 조명의 편안함과 멋스러움에 비해 네온 불빛으로 건물 전체를 밝힌 굼 쇼핑몰의 조명은 화려하지만 값싸 보이는 불빛이다.

성 바실리 대성당으로 걸어간다.

"정말 인상적인 건물이다."

시계탑에서 8시를 알리는 종이 울린다.

모스크바강변의 야경이 유혹의 손짓을 보낸다.

"내일 가 봐야지."

"달콤한 초콜릿으로 만든 성 같아."

오전과 같은 길을 걸으며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모스크바의 야경은 또 다른 도시처럼 느껴진다.

작은 조명들의 불이 켜지며 은하수처럼 밝은 별들이 가득하다.

"항상 혼자만 좋군."

오전에 들렀던 선물 가게에서 냉장고 자석을 구매한다.

"와, 보물 창고다."

끝없이 이어진 조명을 따라 걷다가 숙소로 돌아간다.

"혼자서 무슨 재미냐."

"별 특색이 없는 우리나라의 건물들은 어떻게 안 될까?"

돌아오는 길, KFC에 들러 저녁을 해결한다. 이상하게 대도시에 들어오면 오히려 밥을 먹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혼밥이라면 이골이 날 정도지만 레스토랑에 혼자 들어가 밥을 먹기도 싫고, 술집이나 바 같은 곳은 여행 중 들어갈 마음이 없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캠핑을 하는 것이 편하고 좋다.

내일은 자전거를 타고 모스크바 시내를 둘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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