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58일 / 맑음
드젤메스-오그레-리가
비와 함께 러시아에서 부러진 렉이 여행을 어렵게 만든다. 새벽부터 내리던 비가 주춤하는 사이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를 향해 출발한다.


이동거리
67Km
누적거리
17,347Km
이동시간
4시간 45분
누적시간
1,250시간

 
A6도로
 
A6도로
 
 
 
 
 
 
 
27Km / 1시간 40분
 
40Km / 3시간 05분
 
드젤메스
 
오그레
 
리가
 
 
355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라트비아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1주일 무제한, 3.5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6-73-330-1616

 
어젯밤 시작된 빗줄기는 아침까지 계속된다. 새벽 5시 빗소리에 잠이 깨어 잠시 뒤척이다 다시 잠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잠은 이른 아침 일어나 게으름을 피우듯 다시 잠드는 여분의 잠인 것 같다.

따듯하게 껴안을, 잠든 볼을 비비며 속삭이며 차갑고 무례한 손으로 파고들 부드러운 살결과 숨결이 그립다.

눅눅해질 대로 축축해진 침낭만을 끌어당긴다.

"비야, 그만 내려라."

8시, 다시 잠에서 깨어난다. 비는 멈췄지만 강변의 바람이 거세다.

어제 남은 볶음밥과 도시락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린다. 햇볕은 없지만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텐트가 마르기 시작한다.

부러진 리어렉을 케이블타이로 꼼꼼하게 정비를 하고, 이틀 전에 부러진 것을 이제서야 제대로 정비를 한다.

"정말 천성이 게으른 거야."

리어렉을 찾을 때까지 특별하게 문제가 없을 것 같고, 아프리카로 넘어가기 전까지만 교환하면 될 것 같다.

"정말이지. 휠보다 네가 먼저 망가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몽골 비포장 도로의 데미지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10시 20분, 대충 건조가 된 텐트를 정리하고 리가로 출발한다.

"오늘도 바람이다."

라트비아의 운전자들은 굉장히 얌전한 편이고 과속을 하지 않는다. 갓길이 없지만 큰 어려움 없이 도로를 달릴 수 있다.

가끔 도로변에 사과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 배고파서 죽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오늘도 날씨가 따듯하네."

20km 정도 달려 리가의 위성도시 오구레를 지나간다.

오구레부터 도로는 이차선으로 넓어지며 라이딩이 조금 더 편해진다.

"33km,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겠네."

잠시 쉬며 레제크네에서 산 빵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정말 부드럽고 달콤하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도로와 바람.

리가가 가까워지며 갓길도 넓어지고, 차량들의 통행도 급격하게 늘어난다.

리가 전의 마지막 소도시 살라스필스에 들어선다. 라트비아의 마을들을 지날 때마다 보이는 마을의 문장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살라스필스를 지나면 바로 리가의 경계가 나올 것이다.

숲길을 벗어나고, 강변과 마주한 구간이 펼쳐지자 지독한 맞바람이 불어온다. 자전거는 앞으로 나가질 않고 지나치는 화물차량으로 휘청거리며 빨려 들어가는 자전거, 갓길이 없어 너무 위험하다.

"에쉬, 발!"

이리저리 방향도 없이 불어오는 바람 앞에 페달링을 멈추고 잠시 쉬어간다.

리즈훼이는 젊은 여자의 죽음을 알려주며 안타까워한다.


"누군데? 설리?"

연예인의 삶이란 것이 대중들의 관심 속에 살아가는 직업이라지만 아직은 너무 어린 나이다. 꿋꿋하게 자신의 방식대로 세상을 비웃듯 이겨나가는 것처럼 보였고,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너무나 아쉽다.


너무나 깊고 깊이 가라앉는 심연의 시간,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고 깊이조차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 있다. 하나, 두울, 세엣.. 작은 돌을 던져 우물의 깊이를 알아보듯 선택의 주사위를 던져 가늠해 보고픈 찰나의 시간들, 수없이 많은 그 시간들을 지나쳐왔다.

모든 것을 소진할 것이다. 현재의 삶에 전부를 다하여 남김없이 비워낸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텅 빈 공간에서 담담히 나를 마주하며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리가의 경계에 들어선다.

"왔다!"

리가로 들어가는 숲길이 이어지며 지독했던 바람은 사그라든다.

여전히 예쁜 가을날의 풍경과는 달리 차량들의 움직임은 거칠어진다. 얌전했던 라트비아인들의 운전도 도시라는 욕망의 병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도시 외곽의 자동차 단지들을 지나고.

트램의 모습과 함께 시내의 모습이 시작된다.

"뭔가 허전한데."

복잡한 구조와 좁은 도로가 시작되고.

리가의 중심 구시가지까지 6km 정도가 남았다.

더욱 복잡하고 혼잡한 강변의 도로를 따라 시내 중심으로 이동한다.

"저건 뭐지?"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는 석조건물, 마치 모스크바의 외무성 건물을 보는 것 같다.

"뭐, 이쪽 동네의 트렌드야?"

라트비아 과학 아카데미 빌딩인데 전망대가 있어 리가의 시내를 둘러볼 수 있다고 한다. 5유로.

강변을 따라 구시가지로 이동한다.

시내의 도로가 좁고 협소하다 보니 일방통행의 길들이 많아 복잡하다.

구시가에 들어서며 많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자유기념비를 목적지로 정하고 근처 공원에서 자전거를 세운다. 만연한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공원, 단풍이 단 나무마다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즐겁다.

"만추네!"

"제법 유럽 느낌 난다."

별것도 없는데 공원의 풍경이 참 멋지다.

"일단 기념탑으로."

탁 트인 광장에 우뚝 솟은 자유 기념비와 언덕으로 된 주변 공원의 모습이 너무나 이국적이고 생경하다.

공원 벤치에 앉아 호스텔을 검색하고 광장 근처 호스텔을 찾아간다.

돌바닥으로 된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숙박을 하려는 호스텔을 찾았다. 러시아에서 아파트형 호스텔을 찾느라 애를 먹는 동안 건물 찾기에도 익숙해졌나 보다.

"찾았으니까 예약을 하고."

숙소로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부킹닷컴으로 예약을 하고 직원들은 모두 의사소통이 되니 편하다.

이제는 게스트하우스도 그냥 편하다. 조용하면 조용한 대로, 시끄러우면 시끄러운 대로.

샤워를 하고, 젖은 침낭과 텐트를 펼쳐놓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심각하게 삼겹살이 먹고 싶다."

골목들을 구경하며 한국 식당을 찾아간다.


"아기자기하네."

숙소에서 가까운 한국 식당으로 들어간다.

카페나 레스토랑처럼 꾸며져 있던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한식당과는 달리 우리네와 비슷한 인테리어다.

"27유로면 얼마야? 3만 5천원. 비싸네."

"몰라. 오늘은 좀 과소비를 할 테다."

뭔가 구색은 갖춰졌지만.

"이건 목살도 아니고 어디 부위지?"

삼겹살의 기름맛이 당겼는데, 아쉬운 대로 나름 괜찮다.

고기를 불판에 올려놓자 앞자리에서 식사를 하던 아주머니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자신도 삼겹살을 좋아한다며 웃는다.

보드카 두 잔을 시켜 입맛을 살리고, 야무지게 상추쌈을 하여 저녁을 한다.

"역시, 마늘과 고추가 없으니 밋밋하다."

식사를 마치고 메론 같은 후식을 내어주던 여직원이 웃으며 무언가를 물었지만 잘 듣지를 못했다.

고기를 좋아하는지 물었던 것 같은데, 질문을 확인하다 웃으며 돌아갔다.

"뭐, 이 정도로는 많이 부족한데."

2~3인분으로 책정된 고기를 혼자 앉아 구워 먹으니 이상했던 모양이다.

"한국에서 하단 삼겹살 혼밥을 라트비아 리가에서 하고 있네."

어둠이 내려앉은 골목에 조명들이 밝혀진다.

밤이 되어 추적추적 내리는 리가의 밤거리를 혼자 걷는다.

"신기하지. 나는 지금 리가의 밤거리를 혼자 걷고 있다."

"신기하지."

I was here.

and.

I'm here.

밤거리를 걷다 숙소로 들어온다.

모스크바를 떠나 시작된 긴 여정, 비와 눈, 바람으로 많이 지쳤다. 하지만 이곳에 왔다.

"하루를 푹 쉬고 바다로 가자."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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