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42일 / 맑음
고로호베츠-보골류보보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긴 여정, 오늘도 모스크바를 향해서 간다.


이동거리
126Km
누적거리
16,168Km
이동시간
6시간 38분
누적시간
1,167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고로호베
 
바즈니키
 
보골류보
 
 
3,186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안개가 내려앉은 아침, 세상이 하얗다.

텐트가 마르는 동안 아침으로 라면과 오트밀을 준비한다.

"블라디미르까지 140km, 거리가 애매하네."

10시, 텐트를 정리하고 출발한다.

오르막으로 시작되는 라이딩, 고로호베츠를 지나며 평탄했던 도로는 다시 고개와 언덕을 넘어가는 길이 계속된다.

투두둑, 뭔가 이상한 소리가 나며 느낌이 이상하다. 자전거를 세우고 이상한 곳이 있나 자전거를 살펴보니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보이질 않는다.

"뭐지? 뭘 밟은 건가?"

다시 출발을 하려는 순간 핸드폰백이 허전하다.

"에쉬, 핸드폰."

5미터 정도를 뒤돌아가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집어든다.

거미줄처럼 어지럽게 깨어진 핸드폰 액정, 다행히 카메라 부분은 이상이 없다.

"이제서야 여행자의 핸드폰답네."

15km를 달리고 첫 번째 휴식을 취한다. 일다의 아들이 선물한 과자를 뜯었는데 묘한 소시지 맛이 난다.

우유와 함께 아무런 생각 없이 먹으니 그런대로 독특한 맛이다.

"근육도 풀리고 안장통도 사라졌는데, 오늘은 좀 달려 볼까."

자작나무 숲이 이어지는 도로를 달려간다.

"모스크바, 300km."

언더바를 잡고 질주하며 오랜만에 라이딩을 즐긴다.

두 시간을 쉼 없이 달려, 두 번의 라이딩으로 50km를 삭제한다.

출출함이 느껴져 도로변 카페로 들어간다.

언제나 뚱한 표정의 러시아인들이 이제는 귀엽게 보이지만, 무표정한 그들과 첫 대면은 여전히 어색하다.

"손님에게 웃어도 바보라고 생각 안 해요. 밝게 웃어주면 서로 기분이 좋잖아요."

글자로 된 메뉴판을 보며 난감한 제스처를 해도 전혀 반응이 없는 직원을 보며 그냥 다른 가게로 갈까 생각하다 쓸데없는 오기가 발동한다.

"라그만?"

무표정하게 라그만은 없다는 제스처를 한다.

"수프, 숲, 수프?"

수프를 여러 차례 발음하자 여러 가지 수프를 설명하는 직원에게 첫 번째 수프를 달라고 주문하고.

"플롭, 쁠롭?"

이번에도 플롭이 없다는 제스처를 하더니 메뉴판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설명한다. 느낌상 플롭은 없지만 비슷한 메뉴를 추천하는 모양이다.

"그래, 그걸로 줘."

메인메뉴의 주문이 끝나자 모든 러시아 식당이 그렇듯 빵과 차를 먹을 것인지 묻는다.

"빵 두 개, 커피!"

수프와 함께 처음 보는 고기덮밥이 나온다. 약간 밋밋한 것이 고추장을 넣고 비비면 맛있을 것 같다.

"고기면 됐지 뭐."

1시 반, 블라디미르까지 90km가 남았다. 해가 짧아졌지만 블라디미르까지 도착하기에 충분한 시간, 블라디미르 시내까지 들어가지 않고 근처에서 야영을 할 생각이다.

"밥도 먹었고, 달려 볼까."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지만, 페달링에 속도가 붙는다. 한 시간을 달려 25km를 줄이고, 쉼 없이 한 시간을 더 이어가려고 생각하던 중 여행용 오토바이 한 대가 갓길에 정차를 한다.

한참 페달링에 속도가 붙고 라이딩의 즐거움에 빠져있던 터라 그냥 손인사만 하고 지나치려 생각했지만, 바이커가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인사를 한다.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오토바이를 확인하니 한국의 번호판이 달려있다.

"경북 포항? 한국 여행자?"

여행 중 처음 만나는 한국 여행자의 모습에 순간 말문이 막힌다. 마치 한국말을 잊어버린 사람 같다.

"반가워요."

남자에게 악수를 청하고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이원희, 오래된 바이크를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하고 있는 남자다. 서로의 명함을 주고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낡은 오토바이, 찌그러진 자전거,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떠난들 무엇이 어떻겠는가. 떠날 수 있고, 떠나왔으며, 여행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갈 수 있으면 그만이지.

쌀쌀한 도로변에서 만나 많은 이야기는 할 수 없었지만 괜찮은 친구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항상 그렇지만 여행을 하는 청춘들의 모습은 부럽다.

30분 남짓 대화를 하고, 한국에서 소주 한 잔 나눌 날을 기약하며 그와 헤어진다.

아주 오랜만에 마주하는 화창한 햇살이다.

하늘을 뒤덮고 있던 회색빛 양탄자 같던 구름이 사라진다.

4시 반, 블라디미르와 모스크바로 가는 길의 분기점, 길은 다시 블라디미르에서 만나게 된다.

"메인도로를 벗어나 조금 조용한 길로 가 볼까?"

이미 105km 정도를 달려왔고, 블라디미르까지는 35km 정도만이 남았다. 시내까지 들어갈 생각이 아니기에 20km 정도 이동한 후 야영을 할 생각이다.

차량 통행이 좀 더 적은 구도로를 타고 이동한다. 도로의 폭이 좁아졌지만 새로 공사가 된 도로의 갓길은 달리기에 충분하다.

작은 숲속을 달리는 것처럼 붉게 물들어가며 도로를 감싸고 있는 나무숲 길이 좋다.

"카페나 슈퍼가 안 보이네."

5시 반, 20km 정도를 달리고 저녁거리를 찾기 위해 도로변 마을로 들어간다.

아주 작은 마을이다.

마을의 슈퍼에 들어가 필요한 것들을 사느라 슈퍼를 다섯 바퀴쯤 돌며,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

마을을 빠져나오고 마을 초입에 있는 작은 카페를 발견했다. 숯불이 피워진 화로를 보고 샤슬릭을 외치며 카페로 들어갔지만 문이 잠겨있다.

불이 켜진 창문으로 사람의 움직임이 보이고, 주방에서 꼬치창에 고기 조각을 꽂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창문을 두드리자 여자가 다가와 창문을 열고, 간절한 목소리로 샤슬릭을 외쳤지만 여자는 없다는 제스처를 하고 바로 뒤돌아 가버린다.

내 발음이 이상한 것인지, 샤슬릭이 모두 떨어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샤슬릭.."

오늘도 고기를 먹을 팔자가 아닌가 보다.

해가 떨어진 도로를 조금 달리고, 도로변 숲으로 들어가 텐트를 친다.

도로에서 조금만 벗어나 숲으로 들어오면 네트워크가 끊겨버린다.

빵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침낭 속에 파묻힌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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