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53일 / 맑음
이드리사-라트비아 루자
러시아의 두 번째 여행을 마치고 유럽 여행의 시작 라트비아로 향한다. 아시아, 러시아와 다른 환경과 사람들이 기대된다.


이동거리
77Km
누적거리
17,069Km
이동시간
6시간 22분
누적시간
1,229시간

 
E22도로
 
E22도로
 
 
 
 
 
 
 
40Km / 3시간 40분
 
37Km / 2시간 42분
 
이드리사
 
국경
 
루자
 
 
77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라트비아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1주일 무제한, 3.5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6-73-330-1616

 
밤새 적지 않은 비가 계속 내린다. 어제 저녁 일찍 잠든 탓에 아침 일찍 잠이 깬다. 7시가 넘어서야 밖이 환하게 밝아온다.

"시간이 바뀌었나? 어쨌거나 정말 징그럽게 계속 내리네."

6일 동안의 야영으로 보조 배터리의 충전용량도 얼마 남지 않았다. 노트북을 꺼내어 두 개의 핸드폰을 충전하는 동안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는 영화를 본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헙드에서 다운로드 한 건가?"

영화를 보는 둥 마는 둥, 방한장갑을 꺼내어 고무장갑에 끼워 넣어 본다.

"오, 좀 빡빡하지만 괜찮은데."

국경까지 40km 정도의 거리라 아침을 거르고 출발을 준비한다.

"구경을 넘고, 어디까지 가야 하나."

하루 정도를 버틸 수 있는 배터리 잔여량이라서 오늘은 숙소를 잡아야 할 것 같다.

9시 50분, 라트비아를 향해서 출발한다.

"배가 고파서 그런가, 힘이 안 들어 가네."

국경으로 가는 길은 한적하다.

오르내리던 도로는 평탄해지고, 국경을 앞두고 도로변의 주유소들이 나타난다.

"카페인가? 좀 더 가볼까."

국경 검문소를 앞두고 화물차들이 길게 정차해 있다.

"다 왔네. 일단 배고프다."

도로변의 카페에 들어갔지만 폐업을 했는지 문이 닫혀있다.

도로 건너편 주유소 카페로 들어가.

물과 핫도그를 사고.

"몽골도 아닌데, 이렇게 배고프게 여행을 할 줄은 몰랐다."

이리저리 핸드폰으로 설정 메시지를 보내다 우연히 다시 연결이 된 네트워크, 국경 근처에 있는 라트비아의 마을과 도시를 검색한다.

루자라는 작은 마을이 40km, 레제크네라는 도시가 60km 정도 거리에 있다.

"일단 루자에 가서 유심칩을 사고 생각하자."

1시, 국경 검문소로 이동한다.

"러시아, 고맙다. 좋은 여행이었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다시 보자."

러시아 90일의 무사증 비자기간 중 20일 정도가 남았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를 지나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간으로 충분할 것 같다.

"부지런히 달렸네."

검문소에서 녹색 확인표를 받고, 국경 사무소로 들어간다.

승용차들이 서있는 곳에서 패니어들을 열고 짐 검사를 통과한다. 육안검사를 끝낸 여군인은 한국 사람인지를 묻더니 굿럭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바로 옆에 있는 출국도장을 받는 심사대로 이동한다. 중년의 여자 군인은 여권을 들고 사진과 나를 번갈아가며 확인하더니 어딘가 전화를 걸며 통화를 한다.

몇 분 후, 젊은 남자 직원이 오더니 여권과 나를 번갈아가며 확인을 한다. 그리고 여권의 추가된 사증 페이지를 계속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얘네들은 왜 사증 페이지를 신기하게 생각하지?"

남자는 검사대 밖으로 나와 어디를 가는지 묻고, 추가된 사증 페이지가 무엇인지 묻는다. 남자의 영어는 대화를 하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다.

천천히 또박또박 영어로 대답을 해주었다.

"I'm traveling around the world by bicycle. So I need a lot of passport pages. So I added extra pages in Korea."

남자는 내 대답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다. 핸드폰을 꺼내어 여행 루트를 보여주고 여행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남자는 검사대로 들어가 여자 군인에게 자전거 여행에 대해 설명하는 것 같더니, 다시 여권을 들고 여권의 사진과 내 얼굴을 계속 확인한다.

그 모습이 웃겼는지 내 옆에서 대기하던 여다가 웃으며 질문을 한다.

"Really your passport?"

"Yeah!"

남자는 계속해서 여권을 확인하고, 만지작거리며 어딘가 통화를 하는 행동을 반복한다.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처음 보는 동양인의 얼굴을 확인하기가 처음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고, 여행 중 살이 많이 빠지고 검게 그을린 탓에 확인하기가 조금 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설명도 없이 시간이 계속 지연되고, 한참 후 여자 군인은 검문소 사무실을 안내하며 대기하라고 한다.

비를 맞고 온 탓에 따듯한 사무실은 좋았다. 문제 될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크게 신경 쓸 것도 없고 해서 보조 배터리와 핸드폰을 모두 꺼내어 충전을 한다.

의자에 앉아 있으니 노곤한 졸음이 밀려온다.

"따듯한 커피라도 한 잔 주던가 하지."

한참 후 남자가 나타나서 핸드폰 충전하는 것들을 보며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충전 중이라 대답하니 '노'라며 말을 하고, 여권의 사진을 언제 찍었는지 물어본다.

충전을 못 하게 하는 순간 짜증이 밀려온다.

"멍청아! 여권을 만들 때 찍은 거지. 뭐가 문제인데?"

남자는 디셈버를 여러 번 되뇌더니 잠시 기다리라며 사무실로 들어간다. 전형적으로 일을 못하는 사람, 능력은 없는데 부지런한 스타일의 민폐스러운 남자인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배터리 충전을 못 하게 하여 짜증이 나기 시작했고, 화가 나기 시작한다.

첫째, 여권의 사증 페이지에 추가된 부분의 한국 외교부의 직인과 함께 영어 설명이 있어 번역기만 사용해도 이해할 수 있고, 한국 대사관에 확인을 하면 금방 해결될 문제이다.

둘째, 짧은 시간에 두 번의 러시아 국경을 넘었기 때문에 다른 국경을 문제없이 입출국 했다는 스탬프가 찍혀있고, 8개월의 자전거 여행을 생각하면 살이 빠진 모습을 감안해서 사진을 확인하면 쉬운 일이다.

1시에 들어왔던 국경 검문소, 시계는 3시를 가리킨다.

"이 멍청이를 믿다가는 끝이 없겠다!"

한국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니 외교부의 담당자에게 바로 연락을 하겠다고 한다. 대사관에서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며, 밖으로 나가 검사대의 여자 군인에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문제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여자 군인은 난감한 표정으로 미안한 듯 서류를 확인해야 한다는 답변을 한다.

"에쉬! 똥!"

20분 후, 대사관의 담당자에게 전화가 오지 않아 대사관에 다시 전화를 하여 담당자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러시아 핸드폰 번호에 문제가 있었나 보다.

"안녕하세요. 담당자님. 라트비아로 넘어가는데 러시아 국경 직원들이 영어도 안되고, 이유도 없이 2시간 넘게 대기를 하고 있어요."

대사관 직원과 통화를 하는 동안 국경의 남자 군인은 다른 여자 군인과 함께 사무실에서 나온다. 그리고 다시 여권을 들고 나에게 얼굴을 보여 달라며 확인을 한다.

"Wait. Calling to the Korean Embassy."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대사관 직원과 통화를 하는데 계속해서 여권을 들고 고개를 들라며 제스처를 한다.

"Hey. Are you kidding me?"

약간의 언성을 높여 말하니 남자 군인은 알았다는 제스처를 하더니 '오케이', '노 프라블럼'를 반복하며 검사대로 가자는 제스처를 한다.

남자 군인의 행동에 짜증이 난다. 핸드폰을 건네주고 대사관 담당자와 통화를 하게 해주었다. 통화를 끝내고 대사관 담당자는 통화 내용을 알려준다.

"한국 사람들이 자주 오는 곳이 아니라서 한국 여권을 처음으로 봤다고 하네요. 미안하다고 확인이 끝나서 통과해도 된다고 합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으로 3시간 동안 대기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출국 스탬프가 찍힌 여권을 돌려받고 훼손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한 후 러시아 국경을 넘었다.

남자 군인은 끝까지 사과를 하지 않았다. 러시아 국경을 넘을 때마다 불쾌한 느낌이 든다. 일부러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러시아 국경의 남자 군인들의 행동들은 좋게 생각 들지 않는다.

또한,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사과를 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타인에게 미소를 보이는 것보다 잘못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것이 더 바보 같은 것이다.

"잊자, 러시아는 그냥 후진국이다."

차라리 러시아가 아프리카의 이름 없는 나라,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고 마음이 편하다.

"배터리 충전만 시켜줬으면 괜찮았을 거야."

4시 50분, 바로 붙어있는 라트비아의 국경 검문소로 들어간다. 짙은 녹색의 니트를 입고 있는 군인의 모습과 행동은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여행에 대해 짧은 대화를 하고 입국 신고서를 받고 국경 사무소의 검사대로 이동한다.

영어가 되는 군인이 다가와 여행에 대해 묻고는 여권을 받아 검문대에 넣어주며 1번, 2번 창구를 순서대로 가라며 안내한다.

단, 몇 미터를 걸어와 국경을 넘었을 뿐인데 모든 분위기가 달라졌다.

1번 창구에서 여권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을 하고, 2번 창구에서 입국 스탬프를 찍어주며 '굿럭'이라며 미소를 보여준다. 모든 입국절차는 10분 만에 끝이 난다.

"어쨌든 유럽에 왔네."

국경 검문소 옆에 카페가 있지만 밥을 먹고 이동할 시간이 없다.

"겨우 유럽에 왔는데, 감동할 시간이 없네."

가까운 마을 루자까지 40km의 거리다. 러시아의 국경 사무실에서 대기하며 배터리들을 잠시 충전하여 하룻밤 정도는 충분히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근처에서 야영을 할까? 루자까지 갈까?"

3시간의 대기시간 때문에 모든 것이 꼬여버렸다.

"일단 가 보자. 카페나 주유소 하나쯤은 나오겠지."

라트비아의 첫 풍경은 러시아에 비해 목가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러시아의 울창한 숲과 광활한 평야의 느낌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국경을 넘었지만 러시아의 네트워크는 활성화되어 있다.

"정작 러시아에서는 잘 안 터지더니."

이글에게 라트비아에 도착했다는 짧은 메시지를 보내고 루자의 숙소를 검색했지만 두 군데 정도의 호텔만이 검색된다.

"가격도 비싸고 애매하네."

루자의 경계를 지나며 러시아의 네트워크는 끊기고, 도로변에는 카페나 주유소 같은 것은 전혀 없다.

허기와 피곤함이 밀려온다.

"그만 갈까?"

루자 주변의 주유소에서 간단한 식료품을 사고 야영을 한 후, 아침 일찍 숙소를 잡고 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7시,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루자의 경계를 넘고 도로변에 주택들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슈퍼나 카페가 없나?"

루자로 들어가는 초입의 교차로에서 환하게 불이 켜진 가게를 발견하고 들어간다.

동네의 슈퍼마켓, 바닥을 청소하던 젊은 여자는 낯선 여행자의 방문에 조금 놀라는 모습이다.

빵과 소시지 등을 사들고, 유로화는 없지만 카드 결제가 되니 문제는 없다.

"물가가 비싸지는구나."

라트비아의 물가는 러시아보다 조금 더 비싸게 느껴진다.

여직원에게 슈퍼 앞, 도로변의 공터에 텐트를 쳐도 되는지 물었지만 안된다고 한다.

어두운 거리, 지도를 확인하고 도로변 가옥이 없는 공터의 지역으로 가니 빈 목초지 같은 곳이 나온다.

풀이 자란 평탄하지 않은 목초지로 들어가 적당한 곳에 텐트를 치고, 버너를 꺼내어 라면과 커피를 끓인다.

밤이 깊어지고, 빗줄기가 다시 텐트를 두드린다.

"뭐, 어쨌든 도착했잖아."

한국을 떠나, 8개월 동안 넓은 대륙을 횡단하고 유럽에 도착했다. 유럽의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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