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56일 / 흐림
레제크네-쿠카스
라트비아의 리가로 향하는 여정, 계속해서 내리는 비의 날씨가 여행을 어렵게 만든다. "이 좋은 가을에 비만 내리면 어쩌란 말이지?"


이동거리
83Km
누적거리
17,184Km
이동시간
6시간 16분
누적시간
1,239시간

 
E22도로
 
E22도로
 
 
 
 
 
 
 
42Km / 3시간 20분
 
41Km / 2시간 56분
 
레제크네
 
바라클락
 
쿠카스
 
 
192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라트비아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1주일 무제한, 3.5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6-73-330-1616

 
여지없이 비가 내리고, 커다란 자작나무의 흔들림이 심상치가 않다.

"오늘 하루도 꽤나 힘들겠네."

충전이 된 기기들을 챙기고.

"일주일은 거뜬하겠군."

텐트와 옷들이 이제야 뽀송뽀송하게 말랐는데 아깝다.

아침으로 슈퍼에서 사온 플롭을 먹고.

슈퍼에 들러 비상식을 보충하고 출발을 한다.

"생각 같아선 하루 더 쉬고 싶다. 정말 싫다, 비!"

레제크네시를 벗어나며 신발은 이미 첨벙거리기 시작하고.

땀과 빗물로 온몸은 천천히 젖어들어 간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강한 비바람이고, 더 힘든 것은 지붕이 없는 라트비아의 버스 정류장이다.

"왜, 뚜껑이 없어!"

라트비아 시골 들녘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풍경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첫 번째 휴식 후, 도로변에 나타난 지붕이 있는 오래된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비를 피한다.

"어이가 없네."

다시 출발을 하려는 순간 리어렉에 바퀴가 걸린다. 이물질이 걸린 것도 아니고, 휠셋이 틀어진 것도 아닌데 이상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리어렉의 오른쪽 하단이 부러져 있다.

"젠장, 큰일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리어렉의 파손, 부러진 부분이 스프라켓 쪽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임시조치를 취하고, 리어렉이 주저앉지 않기만을 바란다.

비바람으로 속도가 느려지고, 자전거를 정비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잠시 비가 약해진 사이 출발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더울 강해진 비바람이 몰아친다.

자전거를 세우고 좌우로 흔들어 대는 바람과 화물차들이 일으키는 돌풍으로 자전거가 휘청거린다.

무게 중심이 흔들리며 부러진 리어렉이 스프라켓 쪽으로 넘어가며 페달이 돌아가질 않는다.

자전거를 눕혀 리어렉을 빼내고, 다행히 스프라켓의 톱니바퀴는 이상이 없다.

휘청거리는 불안한 라이딩이 이어진다. 지붕이 있는 도로 건너편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가 비와 바람을 피한다.

"와, 진퇴양난이다. 갈 수도 없고, 안 갈 수도 없고."

바람을 이기며 힘들게 거리를 줄여간다.

작은 마을의 단풍나무 숲이 쉬어가라며 유혹을 하고.

헬멧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 때문에 눈이 아파온다. 자전거를 세우고 레인자켓의 모자를 뒤집어쓴다.

고무장갑이 헬멧의 버클에 찝히며 동그란 구멍이 생겼다. 순간 나도 모르고 고함이 터져 나온다.

"아, 진짜 너무하네."

장맛비처럼 쏟아지는 비와 지독한 맞바람, 갓길조차 없는 도로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화물차량들, 땀과 비로 젖어든 축축함과 비옷으로 인한 움직임의 불편함, 추위와 배고픔, 부러진 리어렉 때문에 생긴 심리적 불안감까지 종합 선물세트다. 그런데 소중한 나의 레어 아이템까지 구멍이 나다니.

"다른 건 다 참겠는데, 내 고무장갑 어쩔 거야!"

분노의 페달링이 이어지고, 평야지대를 벗어나 숲길로 들어서자 바람은 조금씩 사그라든다.

기찻길을 따라 이어지는 소나무와 단풍이 든 노란 자작나무 그리고 침엽수의 숲들이 이어진다.

"그냥 들어가서 캠핑을 하고 싶네."

라트비아는 러시아보다 모든 것이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비슷한 풍경이지만 웅장하거나 거친 느낌보다는 예쁘다는 느낌에 가깝다.

조금씩 변하던 하늘은 비를 멈추었다. 땀에 젖은 장갑을 갈아끼고, 레인팬츠도 벗어던진다. 모든 것이 축축하다.

라이딩이 마무리되는 시간이 다가오자 시골 농가들의 풍경이 이어진다.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농가들의 풍경이 그림처럼 예쁘다.

시골 마을을 벗어나기 위해 길을 달려간다. 너무나 예뻤던 나무숲에서 캠핑을 하고 싶은 마음에 숲길이 나오기를 바라며 길을 따라가지만 아쉽게도 숲의 풍경은 이전과 달라졌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겨우 밥값만 했네. 오늘은 여기까지."

습지 같은 지역이 이어지다 나타난 나무숲 길,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들어간 숲은 진한 흙냄새와 굵은 나무들이 하늘로 치솟은 원시림처럼 느껴진다. 푹신푹신한 이끼들과 소복하게 쌓인 나뭇잎들.

"어, 하트가 보인다."

은밀하고 조용한 비밀의 숲처럼 아늑하다.

"멋진 숲이다."

힘든 하루지만 나쁜 날은 아니었다.

"비록 고무장갑에 구멍은 났지만 찢어지진 않았잖아."

그래도 비는 그만 내렸으면 좋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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