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76일 / 맑음
상트 아쿨라-비보르크
폭우처럼 쏟아진 빗속의 라이딩으로 하루만에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러시아의 마지막 소도시 비보르크에서 쉬어가야겠다.


이동거리
92Km
누적거리
18,333Km
이동시간
6시간 23분
누적시간
1,320시간

 
E18도로
 
E18도로
 
 
 
 
 
 
 
40Km / 2시간 40분
 
52Km / 3시간 43분
 
아쿨라
 
킬릴로브
 
비보르크
 
 
4,458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텐트는 얼어붙고, 침낭은 물기를 머금어 축축하다. 콧물과 재채기가 연속되고, 으스스한 한기가 느껴진다.

"감기는 아니겠지?"

습도가 90%가 넘어가는 날씨에 침낭은 엉망이 된다.

"싼 게 비지떡인 거야? 이곳 기후가 이상한 거야?"

라면과 오트밀로 아침을 하고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려 보지만 의미가 없다. 젖은 바닥에 설치한 텐트의 풋프린트와 비에 젖은 외피 그리고 습기로 축축해진 내피까지 총체적 난국이다.

텐트를 정리하는 동안 물기가 묻은 손이 찌르 듯 시리다.

"겨우 -2도인데, 북유럽은 어쩐다니."

체감적으로 더 춥게 느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습도? 바람? 기온? 피곤함? 뭐지?"

국경까지 130km 정도가 남아있다. 쉥겐 기간을 아끼기 위해 러시아에서 이틀을 보내고 아침 일찍 국경을 넘을 생각이다.

핀란드 국경 근처의 비보르크까지 이동하고, 이후에 다음 결정을 해야겠다.

젖은 장갑들을 패니어에 넣고, 라트비아에서 새로 장만한 방한 장갑을 개시한다. 따듯한 것이 아주 좋다.

출발과 함께 눈보라가 시작되며 라이딩을 어렵게 만들고, 도로마저 확장공사 구간이 이어진다.

이글이 챙겨준 양말를 덧신었지만 신발이 얇은 탓에 발이 시리다.

"여름 양말을 하나 더 덧신어야 하는가?"

한 시간 정도가 지나니 시리던 발의 문제는 사라졌지만 조만간 해결책을 찾아야겠다.

두 시간을 쉼 없이 달렸지만 겨우 20km 남짓 이동하고, 공사 구간을 벗어나 잠시 쉬어간다.

"비보다는 낫긴 한데, 이 바람은 어쩔 거냐!"

차량들이 흩날리는 흙먼지의 물보라에 옷과 패니어가 시커멓게 얼룩이 진다.

산길의 업힐도 아닌데 페달링이 쉽지가 않다. 일주일간의 휴식으로 생기는 힘겨움이라 딱히 방법이 없다.

"항상 이틀째가 제일 힘드네."

좀처럼 비보르크와의 거리가 줄어들지 않고 페달링의 속도는 쳐져간다.

"배가 고픈 거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삶아 온 계란으로 심심한 입을 달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주유소의 카페로 들어간다.

샌드위치와 함께 수프를 주문했는데, 그릇의 크기를 보고 헛웃음이 나온다.

"90루블인데, 왜 커피잔에 수프를 주는 거야!"

역시나 주유소 카페는 쓸데없이 비싸다. 양이 적지만 따듯한 닭고기 국물이 들어가니 좋다.

문제는 따듯한 실내에 앉아 있으니 쌀쌀한 밖으로 나가는 것이 싫어진다는 것이고, 더 문제는 마지못해 밖으로 나오니 이전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묵직하게 느껴지는 근육과 삐거덕거리는 관절들의 뻣뻣함을 느끼며 억지스레 페달을 밟아간다.

라이딩이 힘들어지면 마치 여행의 방향을 잃어버린 것처럼 멍한 공백의 시간이 찾아든다.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3시 50분, 비보르크에 다가서고 부킹닷컴으로 시내의 숙소를 검색하니 기대하지 않았던 호스텔이 검색된다.

"500루블, 괜찮은데. 오늘은 숙소로 갈까?"

"좋은 캠핑 자리인데, 아쉽네."

비보르크로 향하며 핀란드와 노르웨이, 스웨덴의 경로를 생각한다. 북유럽 세 나라의 경로를 줄이면 유럽에서 아이슬란드를 들어갈 시간이 충분할 것도 같다.

"아이슬란드로 가는 경로와 비행기를 알아보고 결정하자. 월터한테 물어봐야지."

비보르크의 초입에 도착했지만 시내 중심까지는 길을 더 가야 한다.

"오, 맥도날드가 있다!"

비보르크에 들어섰지만 5시가 가까워지며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에쉬, 내 맥도날드!"

초입의 슈파에 들러 맥커피와 라면을 사서 나오니 밖이 캄캄하다. 검색해 두었던 숙소를 예약하고 서둘러 출발한다.

아주 복잡하고 이상한, 러시아의 구도시들의 길은 대체적으로 미로처럼 복잡하다.

구시가지로 들어서며 멀쩡했던 도로는 옛날의 돌바닥으로 바뀐다. 요란스럽게 춤을 추는 자전거를 타고 숙소를 찾아간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인도에 놓인 한 량의 기차칸을 보며 사진을 찍는다.

"노점 카페 아닌가? 기념물인가 보네."

숙소 근처에 비보르크캐슬이 있어 잠시 들렸더니 성의 야경은 어둡기만 하고, 성의 건너편에 묘한 동상과 옛 건물만이 보인다.

"오늘은 너무 늦었네. 내일 보자."

숙소를 찾고.

샤워를 하고 나니 배가 너무 고프다.

젖은 침낭과 텐트를 꺼내어 말려두고.

주변 식당을 검색해도 모두 레스토랑들뿐이다.

"관광지는 너무 배고파."

근처에 있는 빵과 잼류를 파는 가게로 가서 빵을 사서 돌아온다. 조명이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지만 비보르크의 모습은 중세 시대의 골목과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도 같다.

"내일 오전에 산책 겸 둘러봐야겠다."

숙소로 돌아와 빵으로 저녁을 먹고, 꽤 맛이 좋다.

숙소 여기저기에 젖은 것들을 말린다.

복도의 벽면 인테리어가 참 좋다.

그림 벽지인 줄 알았는데, 타일도 아니고 벽면에 직접 그리고, 붙인 인테리어다.

"금손이네. 금손!"

"정말, 힘든 하루였어. 오늘만은 수고했다!"

국경까지 50km 정도의 거리다. 오전에 잠시 비보르크를 둘러보고 시간을 보낸 뒤 국경으로 갈 생각이다.

"국경 근처에서 마지막 야영을 하고 핀란드로 가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74일 / 맑음 ・ -4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보내는 마지막 하루,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5,436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42시간 11분

우체국
출발준비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카잔성당
숙소
 
 
4,31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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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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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까지 늦잠을 자고 겨우 잠에서 깨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보내는 마지막 하루, 보바, 알렉산드르와 보낸 시간 이외에 특별히 한 것이 없는데 순식간에 일주일이 지나간 느낌이다.

"오늘도 추워, 방한 준비를 잘 해야겠다."

무엇을 하며 보낼까 생각하다 역시나 게으름이 최고다. 복잡해진 패니어들을 정리하고.

엽서를 쓴다. 중국의 리즈훼이는 어제서야 첫 번째 엽서를 받았다고 한다. 니즈니노브도로드에서 보낸 엽서가 이제서야 도착한 모양이다.

"내가 한자를 못 쓴 건지, 중국의 우편 시스템이 이상한 건지."

시끄러운 가족 일행이 점심시간이 되자 숙소로 몰려 들어온다.

"시끄러운 것은 정말 질색이야."

일주일 동안 방학을 해서 핸드폰을 받았다는 이사벨은 가족들과 볼링을 치러 간다며 메세지를 보낸다. 정말 귀여운 꼬마 아가씨다.

"이사벨, 스트라이크를 치면 메세지를 보내줘."

구글맵으로 우체국을 검색하고 거리로 나온다.

성 이사악 성당을 지나.

"왠지 겨울과 어울리는 도시야."

성 이사악 성당 주변의 우체국은 찾을 수가 없다. 구글의 후기를 확인하니 존재하지 않는 우체국이라고 한다.

카잔 성당 방향으로 강을 따라 걷고 찾아간 두 번째 우체국은 나를 보더니 무언가 러시아어로 안내를 한다.

"이곳은 우편을 취급 안 하는가?"

구글맵을 보여주며 세 번째 우체국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카잔 성당 옆에 있는 우체국으로 찾아간다.

"여기서는 보낼 수 있겠다."

아무것이나 눌러 번호표를 받아 기다리고 있으니 창구의 여직원이 손짓을 한다. 엽서를 가리키며 계산기에 150을 찍어서 보여준다.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엽서를 넣고.

"이번에도 잘 도착해줘!"

바로 옆에 있는 카잔성당으로 간다. 보바와 함께 왔지만 내부 구경을 못해 아쉬웠는데.

"잘 됐다."

성당에는 기도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오지만 너무나 조용하다.

내부의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여행 일기도 작성한다.

두 시간이 지나고 성당의 내부를 구경하고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선다.

"초도 하나 켜 볼까."

동전 지갑의 애물단지인 동전들을 모아 작은 초 하나를 사고.

사람들이 정성스레 촛불을 켜는 곳으로 간다.

초 하나를 켠다.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이 그리고 그녀가 행복한 하루를 보내기를."

몽골의 티벳사원, 러시아 정교회, 카자흐스탄의 모스크는 너무나 좋다. 각기 다른 느낌이지만 너무나 편안하다.

교회의 중앙 제단 왼쪽으로 길게 줄이 서 있다. 액자에 입을 맞추고 머리를 기대어 기도를 하는 모습의 교회 내의 모든 곳에서 이루어지지만 유독 저곳에만 대기하는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성 니콜라스?"

러시아 카페로 가서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간다.

어제처럼 달콤한 낮잠을 자고 깨어나, 사두고 먹지 못했던 계란을 처리한다.

"쿠킹 오일 있어요?"

숙소에서 식용유를 빌리고.

여섯 개는 삶아서 내일 가져갈 생각이고.

네 개는 후라이를 해서 허기를 채운다.

"하루에 한 알은 먹어야 하는데, 참 힘드네."

창고에 넣어둔 패니어들을 정리하며 떠날 준비를 한다.

보바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를 떠난다는 소식을 알리고, 내년 소치에서 만나기를 약속한다.

"굿 바이, 마이 프렌드."


날씨가 춥다. 가슴까지 시원한 북유럽의 추위를 맛보고 싶다.

 

경비내역

・식비
349루블
・식료품
358루블
・우편료
150루블
・비용합계
857루블
・누적경비

 

 

 

 

 

 

하늘밥도둑 후원 : KEB 하나은행 / 변차섭 / 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박시,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D+267일 / 흐림 ・ 10도
시니매에-나르바-러시아 킨기세프-코르차니
에스토니아 러시아의 국경을 넘어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향한다. 세 번째 러시아의 여행, 상트 페테르부르의 모습이 궁금하다.


이동거리
88Km
누적거리
17,973Km
이동시간
6시간 23분
누적시간
1,293시간

E20
E20
28Km / 2시간 40분
60Km / 3시간 43분
시니메에
국경
코르차니
4,098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바람이 많이 불어오는 날이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서 좋다. 에스토니아 국경 도시 나르바가 가까이 있어 아침을 거르고 출발을 서두른다.

구글맵으로 보이는 에스토니아와 러시아의 국경은 작은 강을 사이에 두고 오래된 성들의 유적이 있다. 나르바 요새와 이반고로드 요새.

"국경을 넘기 전 구경 좀 하고 갈까."

9시 40분, 나르바로 향한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나르바의 경계에 도착하고.

시의 중심을 향해 들어간다.

"오, 맥도날드!"

나르바는 작은 도시지만 대형 쇼핑몰들이 들어서 있다.

"아침 겸 점심, 포장도 하나 해서 갈까?"

자동화 기기로 쉽게 주문을 하고, 늘 똑같은 메뉴인데 탈린보다 저렴하다.

프리 와이파이로 자료들을 업로드하고, 음원이나 방송들을 다운로드한다.

지도를 확인하며 나르바 요새가 있는 공원의 산책로로 찾아간다. 작은 나르바강을 사이에 두고 나르바 요새와 이반고로드 요새가 마주하고 있다.

러시아의 이반고로드 요새의 모습이 보인다.

그동안 보아왔던 러시아 연방의 아름다운 성들과 달리 지금도 전투를 치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난다.


아주 작은 나르바강을 서로 마주하고 있는 두 성의 모습을 보니 궁금증이 일어난다.

"어떻게 서로 싸운 거야?"

얼마나 중요한 것을 지키려고 이렇게 높은 것들을 쌓고 싸웠을까 싶다.

에스토니아의 나르바 요새는 강변으로 산책로와 공원이 조성되어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고, 러시아의 이반고로드 요새 쪽에는 자연상태 그대로의 강변에서 몇몇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작은 차이지만 에스토니아와 러시아의 문화적 차이가 느껴진다.

두 요새는 전쟁으로 많은 부분이 파괴되고 다시 복원이 된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로 넘어가는 국경의 다리가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공원을 둘러본다.

국경을 도보로 넘나드는 사람들이 많다. 작은 강을 사이에 두고 도시가 있으니 서로 왕래를 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공원의 산책로가 조성된 에스토니아 방면과.

자연스러운 강변을 따라 들어선 강변마을에 러시아의 풍경이 대비된다.

강변의 산책로를 돌아 요새 위의 공원으로 올라간다.

나르바강과 두 요새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제 국경을 넘을까."

공원을 돌아 국경 검문소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온다.

차량의 통행보다 도보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에스토니아 국경 검문소의 측면으로 나르바 요새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어 성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박물관으로 운영되는 복원된 성탑 이외에 아무런 건물이 없다.

차량들이 들어가는 검문소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여자 담당자가 다가와 사람들이 드나드는 측면 사무실로 들어가라며 안내를 한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무실로 들어가니,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오라고 한다.

사무실에서 여권을 확인하고 심사를 마친 후 러시아로 넘어간다며 안내를 하고, 출국 스탬프를 찍어준다.

특별한 질문도, 짐을 검사하는 작업도 없이 신분 확인 후 바로 끝이 난다.


자전거를 끌고 사무실을 나와 인도를 따라 나르바강의 다리를 넘는다.

"왠지 러시아 쪽은 색깔도 칙칙하네."

자전거를 끌고 국경 사무실까지 이동했지만 자동문 시스템이던 에스토니아의 사무실과 달리 러시아의 사무실은 좁고 복잡하다.

"여기로 가는 것 맞아?"

잠시 대기를 하다 통로를 되돌아가던 중 자전거를 끌고 오던 할머니가 사무실 방향으로 가라며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다.

순서를 기다려 문과 검문대를 지나 입국심사를 한다. 다른 러시아 국경처럼 입출국 카드도 작성하지 않고, 여권을 확인하던 심사관은 투어리스트인지를 묻고 정보가 입력된 출입국 카드를 주며 서명만을 요청한다.

"오, 자동화! 60일이나 주네."

출입국 카드에 60일의 체류 기간이 찍혀있다. 간단한 짐 검사가 끝나고 입국 절차가 끝났다.

"러시아, 어색하게 왜 이래?"

차량들이 드나드는 도로와 분리된 인도를 따라 러시아의 국경 마을 이반고로드로 이동한다.

도시의 나르바와 달리 이반고로드의 모습은 작은 시골 마을처럼 느껴진다.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우산 비상금을 찾기 위해 은행에 들리고.

데이터를 충전하기 위해 MTC 매장으로 찾아간다.

"데이터를 충전하고 싶어요. 데이터. 인터넷. 발란스."

발란스라는 단어에 남자 직원은 반응을 하고 종이에 216루블을 적어준다.

"인터넷 언리미팃?"

데이터 무제한이 아니라며 300루블을 추가하라는 번역기를 보여준다. 러시아의 데이터 요금제는 정말 모르겠다.

"새 유심칩을 살게요."

우파에서 구매했던 500루블의 요금제를 가리키며 무제한 상품이 맞는지 확인을 하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800루블을 달라고 한다.

"이놈이 어디서 사기를 쳐!"

바로 가게를 나와 주변의 텔레2 매장으로 들어간다.

영어가 되는 남자에게 요금을 묻고, 40기가 상품을 350루블에 구매를 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두 개의 유심칩을 받고 핸드폰을 개통한다.

"비상식만 사면 끝인가."

슈퍼마켓에서 잼과 라면 등을 사고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향한다.

"역시 러시아가 저렴하군."

"가자.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상트 페테르부르크 150km.

2시 반, 이반고로드를 벗어나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보바와 이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나 러시아에 왔어."

나르바를 구경하고, 국경을 넘느라 시간이 늦어졌다.

"50km만 갈까?"

익숙해진 러시아의 도로를 달리고.

허기가 시작된다.

"역시 햄버거 하나로는 부족하군."

화창한 날씨는 아니지만 오랜만에 보는 하늘이다.

"아 배고파. 힘이 없다."

러시아의 나무집들은 참 좋다. 작은 마을들을 지나치고.

천천히 해가 떨어진다.

자전거를 세우고 뒤를 돌아보니 오렌지빛 석양이 물들고 있다.

"정말 오랜만이다. 너!"

"밥값은 했고, 근처에서 야영을 할까."

이곳의 도로변은 소나무나 자작나무의 숲이 아니라 야영을 하기에 마땅치 않다.

야영 장소를 찾으며 도로를 따라가고.

붉게 떨어지는 석양빛이 아쉽다.

"텐트를 치고 감상을 해야 했는데."

"오늘은 밀밭에 텐트를 쳐야겠다."

도로변의 밀밭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

어두워지기 전 서둘러 텐트를 친다.

"나름 괜찮네."

상트 페테르부르크까지 90km가 남았다. 러시아 속의 유럽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궁금하고, 친구가 그립다.

"가자. 상트 페테르부르크!"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65일 / 흐림 ・ 10도
탈린-할자라
털린을 떠나 러시아를 향해서 출발한다. 비와 함께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날씨가 계속된다.


이동거리
97Km
누적거리
17,781Km
이동시간
5시간 58분
누적시간
1,1280시간

E20
E20
13Km / 1시간 45분
84Km / 4시간 13분
탈린
시계
할자라
 
 
345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경보
여행안전
・언어/통화
에스토니아어, 유로(1유로=1,300원)
・예방접종
-
・유심칩
1기가, 1.96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쉥겐우선
・대사관
・긴급연락처
+358-40-903-1021

새벽이 되어서야 비는 멈췄지만,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며 싸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8시가 넘어서 잠이 깨고, 9시가 가까워 오지만 밖은 어둡다.

"일출 시간이 이렇게 느린가?"

회색빛 하늘, 오늘은 비 예보가 없는 날이다.

짐들을 챙기고 탈린을 떠나기 위해 준비한다. 이틀 밤을 보냈지만 왠지 아주 오랫동안 머물다 떠나는 느낌이다.

"일단 우체국에 들리고,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하고, 비상식을 채우면 끝인가?"

처음 찾아간 쇼핑몰의 우체국은 사무실이 없고 뭔가가 이상하다.

"뭐야? 개인 사서함들인가?"

"시내를 빠져나가자."

작은 규모의 도시라 외곽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수월하다.

시 외곽에 있던 또 다른 한식당을 찾아서 간다. 인터체인지를 지나쳐 버리는 바람에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어렵게 도착한 도착한 ANNON은 탈린의 외곽 작은 타운에 있는 식당이다.

가게가 오픈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동양인 외모의 할아버지가 카운터와 서빙을 담당하고 있다.

"고려인이신가?"

할아버지는 주문을 하라는 제스처를 하지만 한국말을 못 하는 것 같다. 메뉴판을 보며 난감해 하고 있으니 주방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나오신다.

"한국 사람이에요?"

"네, 안녕하세요."

약간 어눌한 발음의 할머니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메뉴들을 설명해 준다.

"배가 많이 고파서요.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밥 있어요?"

"김치하고 된장국이 있어요."

메뉴들을 가리키며 무엇인지 물어보다 돼지고기라는 발음을 어렵게 하시길래 제육볶음 같은 것으로 짐작했다.

"아주 매운 거, 좋아요?"

"좋죠. 그럼, 김치하고 된장국 그리고 돼지고기 주세요."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다른 사람들이 먹고 있는 플롭을 한 그릇 주문할까 생각하다 참는다.

잠시 후 커다란 그릇에 흰쌀밥이 가득 담겨서 나오고, 양념이 붉지 않은 배추김치와 생선 식혜 같은 것을 함께 내어준다.

"이거 생선.. 뭐라고 하지? 잊어버렸네."

"식혜요."

"아, 식혜"

할머니는 웃으시며 생선 식혜 한 접시 서비스로 주신다.

"윤기가 흐르는 쌀밥이 얼마 만이냐?"

다른 메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고소한 밥 냄새에 참을 수 없다. 크게 한 젓가락을 입에 넣고, 생선 식혜를 집어 들었다.

"아, 맛있다."

매콤한 생선 식혜에 따듯한 쌀밥, 황홀하다. 아삭한 김치도 시원하고 맛이 제대로다.

"직접 만든 것 같은데, 정말 맛있네."

식혜와 김치로 정신없이 밥을 먹는 동안 돼지고기 메뉴가 나오고, 푸짐한 양과 맛이 정말 좋다.

잠시 후 된장국이 나온다.

"아, 이것도 주문했지."

집밥 같은 음식들을 먹다 보니 된장국을 주문한 것도 잊고 있었다.

"약간 독특한데."

할머니의 된장국은 현지화된 완벽한 퓨전요리처럼 그 맛이 일품이다.

"야, 이거 대박이다."

김치와 쇠고기, 야채들을 넣고 끊은 된장국은 러시아의 수프에 가깝지만 모든 것이 완벽한 맛처럼 느껴진다.

여행을 하며 한국 사람, 현지인, 고려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모두 가봤지만 현지화된 음식들은 뭔가 발란스가 맞지 않거나 특색을 잃어버린 음식들이었다.

"완벽하다."

여행을 하며 처음으로 제대로 된 밥을 먹은 느낌이다.

"역시 쌀밥은 머슴밥이 최고야!"

"아, 이 풍만한 행복감이란."

탈린 시내에 있었으면 삼시 세끼를 찾아가 먹었을 것 같다.

할아버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동안 할머니는 주방에서 바쁘게 요리를 한다. 현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점인 듯 작은 식당에 계속해서 사람들이 들어온다.

출발을 하려고 하자 주방의 유리창 너머로 할머니가 웃으며 손을 흔든다. 허리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쇼핑몰을 찾아 출발한다.

맵스미를 이용하여 러시아로 향하는 1번 메인 도로를 들어서기 전 대형 쇼핑몰을 찾았다.

"일단 우체국 먼저."

번호표를 뽑고.

한국과 중국, 러시아로 엽서를 보낸다.

"다음은 데이터 충전."

텔레2 매장으로 들어가 1기가를 충전하고, 여직원이 다른 상품을 추천했지만 이틀만 사용하면 되니 용량이 많을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Rimi 슈퍼로 들어가서 비상식량."

확실하게 물가가 비싸니 선뜻 손이 안 간다. 저렴한 편인 식빵과 요거트, 잼을 사고.

훈제 닭다리와 함께 손을 떨며 500ml 하이네켄 한 캔을 사 들었다.

"1.19유로면 1,500원이 넘네. 러시아에서 천 원도 안 하는데."

"이건 할부인가? 한국이랑 비슷해. 비싸!"

1시 50분, 러시아로 가는 메인 도로에 들어선다.

"아, 많이 늦었네."

국경이 있는 나르바까지 200km의 거리,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동쪽을 향해 달려간다.

"설마, 오늘만 이상하게 서풍이 안 불어오는 것은 아니겠지?"

서풍이 약하게 불어주니 페달링이 가볍다.

그동안의 길들과 달리 갓길은 너무나도 넓고, 주변의 풍경은 숲이 아니라 평야에 가깝다.

쭉쭉 뻗은 평지의 길을 달리고.

잠시 쉬어간다.

"벌써 3신데, 34km 밖에 못 왔네."

"조금 달려볼까!"

쉼 없이 두 시간을 달려 40km를 줄이고, 다시 20km를 삭제한다.

라크베레 근처에서부터 도로 확장 공사가 시작되고.

6시, 공사 구간을 벗어나기 위해 길을 이어가고, 해는 떨어진다.

"비가 내릴 것 같은데, 교각 밑에서 텐트를 칠까? 시끄럽겠지!"

해가 떨어져 야영할 장소를 찾아야 한다. 어두운 숲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도로변 주변의 적당한 곳을 찾고.

"그냥 오늘은 대놓고 캠핑이다."

도로변의 언덕 위에 텐트를 설치한다. 이슬비가 천천히 내리기 시작한다.

"아, 지겨운 비. 또 내리냐!"

국경까지 120km가 남았다. 내일 저녁까지 이동해 러시아 국경을 넘은 뒤 캠핑을 할 생각이다.

"쉥겐기간을 하루라도 아껴야지."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53일 / 맑음
이드리사-라트비아 루자
러시아의 두 번째 여행을 마치고 유럽 여행의 시작 라트비아로 향한다. 아시아, 러시아와 다른 환경과 사람들이 기대된다.


이동거리
77Km
누적거리
17,069Km
이동시간
6시간 22분
누적시간
1,229시간

 
E22도로
 
E22도로
 
 
 
 
 
 
 
40Km / 3시간 40분
 
37Km / 2시간 42분
 
이드리사
 
국경
 
루자
 
 
77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라트비아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1주일 무제한, 3.5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6-73-330-1616

 
밤새 적지 않은 비가 계속 내린다. 어제 저녁 일찍 잠든 탓에 아침 일찍 잠이 깬다. 7시가 넘어서야 밖이 환하게 밝아온다.

"시간이 바뀌었나? 어쨌거나 정말 징그럽게 계속 내리네."

6일 동안의 야영으로 보조 배터리의 충전용량도 얼마 남지 않았다. 노트북을 꺼내어 두 개의 핸드폰을 충전하는 동안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는 영화를 본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헙드에서 다운로드 한 건가?"

영화를 보는 둥 마는 둥, 방한장갑을 꺼내어 고무장갑에 끼워 넣어 본다.

"오, 좀 빡빡하지만 괜찮은데."

국경까지 40km 정도의 거리라 아침을 거르고 출발을 준비한다.

"구경을 넘고, 어디까지 가야 하나."

하루 정도를 버틸 수 있는 배터리 잔여량이라서 오늘은 숙소를 잡아야 할 것 같다.

9시 50분, 라트비아를 향해서 출발한다.

"배가 고파서 그런가, 힘이 안 들어 가네."

국경으로 가는 길은 한적하다.

오르내리던 도로는 평탄해지고, 국경을 앞두고 도로변의 주유소들이 나타난다.

"카페인가? 좀 더 가볼까."

국경 검문소를 앞두고 화물차들이 길게 정차해 있다.

"다 왔네. 일단 배고프다."

도로변의 카페에 들어갔지만 폐업을 했는지 문이 닫혀있다.

도로 건너편 주유소 카페로 들어가.

물과 핫도그를 사고.

"몽골도 아닌데, 이렇게 배고프게 여행을 할 줄은 몰랐다."

이리저리 핸드폰으로 설정 메시지를 보내다 우연히 다시 연결이 된 네트워크, 국경 근처에 있는 라트비아의 마을과 도시를 검색한다.

루자라는 작은 마을이 40km, 레제크네라는 도시가 60km 정도 거리에 있다.

"일단 루자에 가서 유심칩을 사고 생각하자."

1시, 국경 검문소로 이동한다.

"러시아, 고맙다. 좋은 여행이었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다시 보자."

러시아 90일의 무사증 비자기간 중 20일 정도가 남았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를 지나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간으로 충분할 것 같다.

"부지런히 달렸네."

검문소에서 녹색 확인표를 받고, 국경 사무소로 들어간다.

승용차들이 서있는 곳에서 패니어들을 열고 짐 검사를 통과한다. 육안검사를 끝낸 여군인은 한국 사람인지를 묻더니 굿럭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바로 옆에 있는 출국도장을 받는 심사대로 이동한다. 중년의 여자 군인은 여권을 들고 사진과 나를 번갈아가며 확인하더니 어딘가 전화를 걸며 통화를 한다.

몇 분 후, 젊은 남자 직원이 오더니 여권과 나를 번갈아가며 확인을 한다. 그리고 여권의 추가된 사증 페이지를 계속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얘네들은 왜 사증 페이지를 신기하게 생각하지?"

남자는 검사대 밖으로 나와 어디를 가는지 묻고, 추가된 사증 페이지가 무엇인지 묻는다. 남자의 영어는 대화를 하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다.

천천히 또박또박 영어로 대답을 해주었다.

"I'm traveling around the world by bicycle. So I need a lot of passport pages. So I added extra pages in Korea."

남자는 내 대답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다. 핸드폰을 꺼내어 여행 루트를 보여주고 여행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남자는 검사대로 들어가 여자 군인에게 자전거 여행에 대해 설명하는 것 같더니, 다시 여권을 들고 여권의 사진과 내 얼굴을 계속 확인한다.

그 모습이 웃겼는지 내 옆에서 대기하던 여다가 웃으며 질문을 한다.

"Really your passport?"

"Yeah!"

남자는 계속해서 여권을 확인하고, 만지작거리며 어딘가 통화를 하는 행동을 반복한다.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처음 보는 동양인의 얼굴을 확인하기가 처음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고, 여행 중 살이 많이 빠지고 검게 그을린 탓에 확인하기가 조금 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설명도 없이 시간이 계속 지연되고, 한참 후 여자 군인은 검문소 사무실을 안내하며 대기하라고 한다.

비를 맞고 온 탓에 따듯한 사무실은 좋았다. 문제 될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크게 신경 쓸 것도 없고 해서 보조 배터리와 핸드폰을 모두 꺼내어 충전을 한다.

의자에 앉아 있으니 노곤한 졸음이 밀려온다.

"따듯한 커피라도 한 잔 주던가 하지."

한참 후 남자가 나타나서 핸드폰 충전하는 것들을 보며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충전 중이라 대답하니 '노'라며 말을 하고, 여권의 사진을 언제 찍었는지 물어본다.

충전을 못 하게 하는 순간 짜증이 밀려온다.

"멍청아! 여권을 만들 때 찍은 거지. 뭐가 문제인데?"

남자는 디셈버를 여러 번 되뇌더니 잠시 기다리라며 사무실로 들어간다. 전형적으로 일을 못하는 사람, 능력은 없는데 부지런한 스타일의 민폐스러운 남자인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배터리 충전을 못 하게 하여 짜증이 나기 시작했고, 화가 나기 시작한다.

첫째, 여권의 사증 페이지에 추가된 부분의 한국 외교부의 직인과 함께 영어 설명이 있어 번역기만 사용해도 이해할 수 있고, 한국 대사관에 확인을 하면 금방 해결될 문제이다.

둘째, 짧은 시간에 두 번의 러시아 국경을 넘었기 때문에 다른 국경을 문제없이 입출국 했다는 스탬프가 찍혀있고, 8개월의 자전거 여행을 생각하면 살이 빠진 모습을 감안해서 사진을 확인하면 쉬운 일이다.

1시에 들어왔던 국경 검문소, 시계는 3시를 가리킨다.

"이 멍청이를 믿다가는 끝이 없겠다!"

한국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니 외교부의 담당자에게 바로 연락을 하겠다고 한다. 대사관에서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며, 밖으로 나가 검사대의 여자 군인에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문제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여자 군인은 난감한 표정으로 미안한 듯 서류를 확인해야 한다는 답변을 한다.

"에쉬! 똥!"

20분 후, 대사관의 담당자에게 전화가 오지 않아 대사관에 다시 전화를 하여 담당자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러시아 핸드폰 번호에 문제가 있었나 보다.

"안녕하세요. 담당자님. 라트비아로 넘어가는데 러시아 국경 직원들이 영어도 안되고, 이유도 없이 2시간 넘게 대기를 하고 있어요."

대사관 직원과 통화를 하는 동안 국경의 남자 군인은 다른 여자 군인과 함께 사무실에서 나온다. 그리고 다시 여권을 들고 나에게 얼굴을 보여 달라며 확인을 한다.

"Wait. Calling to the Korean Embassy."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대사관 직원과 통화를 하는데 계속해서 여권을 들고 고개를 들라며 제스처를 한다.

"Hey. Are you kidding me?"

약간의 언성을 높여 말하니 남자 군인은 알았다는 제스처를 하더니 '오케이', '노 프라블럼'를 반복하며 검사대로 가자는 제스처를 한다.

남자 군인의 행동에 짜증이 난다. 핸드폰을 건네주고 대사관 담당자와 통화를 하게 해주었다. 통화를 끝내고 대사관 담당자는 통화 내용을 알려준다.

"한국 사람들이 자주 오는 곳이 아니라서 한국 여권을 처음으로 봤다고 하네요. 미안하다고 확인이 끝나서 통과해도 된다고 합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으로 3시간 동안 대기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출국 스탬프가 찍힌 여권을 돌려받고 훼손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한 후 러시아 국경을 넘었다.

남자 군인은 끝까지 사과를 하지 않았다. 러시아 국경을 넘을 때마다 불쾌한 느낌이 든다. 일부러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러시아 국경의 남자 군인들의 행동들은 좋게 생각 들지 않는다.

또한,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사과를 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타인에게 미소를 보이는 것보다 잘못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것이 더 바보 같은 것이다.

"잊자, 러시아는 그냥 후진국이다."

차라리 러시아가 아프리카의 이름 없는 나라,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고 마음이 편하다.

"배터리 충전만 시켜줬으면 괜찮았을 거야."

4시 50분, 바로 붙어있는 라트비아의 국경 검문소로 들어간다. 짙은 녹색의 니트를 입고 있는 군인의 모습과 행동은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여행에 대해 짧은 대화를 하고 입국 신고서를 받고 국경 사무소의 검사대로 이동한다.

영어가 되는 군인이 다가와 여행에 대해 묻고는 여권을 받아 검문대에 넣어주며 1번, 2번 창구를 순서대로 가라며 안내한다.

단, 몇 미터를 걸어와 국경을 넘었을 뿐인데 모든 분위기가 달라졌다.

1번 창구에서 여권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을 하고, 2번 창구에서 입국 스탬프를 찍어주며 '굿럭'이라며 미소를 보여준다. 모든 입국절차는 10분 만에 끝이 난다.

"어쨌든 유럽에 왔네."

국경 검문소 옆에 카페가 있지만 밥을 먹고 이동할 시간이 없다.

"겨우 유럽에 왔는데, 감동할 시간이 없네."

가까운 마을 루자까지 40km의 거리다. 러시아의 국경 사무실에서 대기하며 배터리들을 잠시 충전하여 하룻밤 정도는 충분히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근처에서 야영을 할까? 루자까지 갈까?"

3시간의 대기시간 때문에 모든 것이 꼬여버렸다.

"일단 가 보자. 카페나 주유소 하나쯤은 나오겠지."

라트비아의 첫 풍경은 러시아에 비해 목가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러시아의 울창한 숲과 광활한 평야의 느낌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국경을 넘었지만 러시아의 네트워크는 활성화되어 있다.

"정작 러시아에서는 잘 안 터지더니."

이글에게 라트비아에 도착했다는 짧은 메시지를 보내고 루자의 숙소를 검색했지만 두 군데 정도의 호텔만이 검색된다.

"가격도 비싸고 애매하네."

루자의 경계를 지나며 러시아의 네트워크는 끊기고, 도로변에는 카페나 주유소 같은 것은 전혀 없다.

허기와 피곤함이 밀려온다.

"그만 갈까?"

루자 주변의 주유소에서 간단한 식료품을 사고 야영을 한 후, 아침 일찍 숙소를 잡고 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7시,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루자의 경계를 넘고 도로변에 주택들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슈퍼나 카페가 없나?"

루자로 들어가는 초입의 교차로에서 환하게 불이 켜진 가게를 발견하고 들어간다.

동네의 슈퍼마켓, 바닥을 청소하던 젊은 여자는 낯선 여행자의 방문에 조금 놀라는 모습이다.

빵과 소시지 등을 사들고, 유로화는 없지만 카드 결제가 되니 문제는 없다.

"물가가 비싸지는구나."

라트비아의 물가는 러시아보다 조금 더 비싸게 느껴진다.

여직원에게 슈퍼 앞, 도로변의 공터에 텐트를 쳐도 되는지 물었지만 안된다고 한다.

어두운 거리, 지도를 확인하고 도로변 가옥이 없는 공터의 지역으로 가니 빈 목초지 같은 곳이 나온다.

풀이 자란 평탄하지 않은 목초지로 들어가 적당한 곳에 텐트를 치고, 버너를 꺼내어 라면과 커피를 끓인다.

밤이 깊어지고, 빗줄기가 다시 텐트를 두드린다.

"뭐, 어쨌든 도착했잖아."

한국을 떠나, 8개월 동안 넓은 대륙을 횡단하고 유럽에 도착했다. 유럽의 여행이 시작된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52일 / 흐림
노보소콜니키-이드리사
라트비아의 국경이 얼마남지 않았다. 궂은 날씨 속에서의 라이딩으로 따듯한 침대와 샤워가 그리워진다. "가자, 라트비아로!"


이동거리
90Km
누적거리
16,992Km
이동시간
6시간 11분
누적시간
1,223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노보소콜
 
푸스토시
 
이드리사
 
 
4,01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하루쯤 맑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마치 중국의 2월처럼 매일같이 흐리고 비가 내린다. 춥고 눅눅한, 침낭 밖으로 빠져나가기가 싫다.

아침에 일어나니 핸드폰의 네트워크가 다시 끊겨있다. 네트워크 활성화를 알리는 4G의 아이콘이 떠있지만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다.

"정말 모르겠다. 러시아의 인터넷 시스템은."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을 준비한다. 라트비아의 국경까지 140km 정도가 남았다.

러시아와 라트비아 국경도 24시간 오픈되어 있지만 국경 근처에서 하루를 보낼 생각이다.

"100km만 가자."

10시 40분, 피곤함에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출발이 늦다.

찬 바람 때문에 손과 발이 시리지만 10분쯤 달리다 보면 몸에 열기가 올라 괜찮아진다.

다시 빗줄기가 추적추적 떨어진다.

버스 정류장에서 비를 피하며 잠시 쉬어간다.

"오늘은 정말 비를 맞기가 싫다."

빗줄기가 사그라들기를 기다리고.

다시 길을 따라간다.

비가 내릴 때마다 가까운 버스 정류장을 찾아 비를 피한다.

"오늘도 카페는 없는 건가?

푸스토시카로 들어가는 교차로 주변의 유일한 작은 슈퍼에 많은 화물차들이 정차되어 있다.

몇몇의 주유소가 있어 카페나 슈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작은 슈퍼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작고 오래된 슈퍼는 매장 가득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고르는 사이 작은 슈퍼의 내부를 둘러본다.

기름에 튀긴 빵 두 개와 훈제된 닭고기 같은 것을 두 개 사 들었다. 여기서부터 국경까지는 아무것도 없다.

"오늘 점심은 먹을 복이 없나 보다."

국경까지 남은 거리 80km, 도로를 따라 배고픈 페달링을 이어가단 중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를 만난다.

버스 정류장이 없는 구간을 15분 정도 달리는 동안 옷과 장갑이 모두 젖어버린다.

"에쉬, 오늘은 비 맞기 싫었는데."

도로 건너편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가.

물기들을 털어내고, 슈퍼에서 사온 튀김빵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달콤한 기름맛이 입안에 감돌며 식욕을 자극한다.

"오호, 맛있네."

역시, 기름에 튀기는 것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나 보다. 한두 개쯤 더 사 올 것을 생각이 든다.

비가 쉽게 그칠 것 같지 않고, 레인자켓, 레인팬츠,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빗속으로 들어간다.

한참 후 하늘은 조금씩 맑아진다.

땀이 찬 레인팬츠와 고무장갑을 벗고.

비슷비슷한 풍경 속을 달려 국경을 향해간다.

느려져 가는 페달링의 속도와 함께.

조금씩 지쳐간다.

이드리사로 빠지는 교차로를 지나며 차량의 통행마저 많이 줄어든다.

6시, 전방으로 보이는 경사로를 보고 힘이 빠진다.

"아, 그만 가자. 힘들다."

시간 변경선을 넘어서 한 시간이 느려진 것인지 아니면 일몰 시간이 느려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날이 밝지만, 오르막을 오르고 싶지 않아 도로변의 소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푹신푹신한 이끼들과 가지런히 정비가 된 소나무 숲이다.

"오랜만에 만난 좋은 야영지네."

평평한 숲에 텐트를 설치하고.

"나무 냄새가 좋네."

국경까지 40km 정도가 남았다.

"라트비아로, 유럽으로 가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51일 / 흐림
세메노브스코예-노보소콜니키
라트비아로 가는 여정, 계속해서 흐린 날씨와 비가 계속된다. "춥다. 추워!"


이동거리
109Km
누적거리
16,902Km
이동시간
8시간 03분
누적시간
1,217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세메노브
 
znsi
 
노보소콜
 
 
3,92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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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영하로 떨어지고, 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다. 텐트, 침낭 그리고 어제 저녁 물에 빠진 신발과 양말, 모든 것이 눅눅하고 축축하다.

가지고 있던 비상식도, 식수도, 휘발유도, 핸드폰의 데이터도 모두 떨어졌다.

"어떤 것부터 보충해야 하나?"

커피를 끓이고, 오트밀의 물을 끓이다 휘발유가 떨어지며 버너의 불이 꺼져버린다. 미지근한 물에 오트밀을 불린 후 아침을 해결한다.

"일단 식량과 휘발유가 필요해."

"무섭게 곰의 사진을 쓰냐."

습지와 같은 음침한 숲의 분위기, 곰이 나와도 이상할 것 같지 않다.

뿌연 회색빛 하늘, 눈이 내릴 것 같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와 페달링의 속도가 느리다.

한 시간 반, 첫 번째 라이딩을 끝내고 잠시 쉬어간다.

이글과 보바에게서 동시에 메시지가 오고, 이글에게 영상 통화가 걸려오지만 데이터가 소진되어 통화가 안 된다.

다행히 수신된 메시지는 확인을 할 수가 있다. 보바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고 한다.

흐리던 하늘이 갑자기 화창하게 변하더니.

그것도 잠시뿐, 무거운 회색빛 구름이 심상치가 않다.

두 번째 휴식을 하며 삐거덕 거리던 체인에 오일을 바르고, 불쾌한 잡음이 계속되던 크랭크를 확인하니 비비가 이상한 것인지 크랭크 축이 흔들거린다.

"육각 비비도 아닌데, 이게 흔들거리네."

큰 도시에 가면 수리를 해야겠다.

휴식을 끝내고 출발을 하자 이내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싸릿눈이 따갑게 얼굴을 때리고, 전방의 시야가 완전히 흐려진다.

"손도, 발도 시리네."

싸릿눈, 함박눈, 빗방울이 번갈아가며 휘날리는 길을 달려간다.

1시, 도로변의 작은 마을을 지나치며 주유소로 들어간다. 주유를 하는 차량도, 사람의 인기척도 없는 한산한 주유소다.

"설마, 닫힌 건 아니겠지."

입구에 놓인 핸드폰 요금 결제를 할 수 있는 자동화 기기가 눈에 들어온다.

"이건 되는 건가? 일단, 밥부터 먹자."

카페에 들어가 메뉴판의 첫 번째 메뉴들을 주문하고, 카페의 와이파이를 연결했다.

보바에게 짧은 답장을 하고, 방송 파일들을 다운로드한다.

번역기를 사용해서 여직원에게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할 수 있는지 묻자 의사소통의 답답함을 표정 짓던 여직원은 긍정의 제스처를 한다.

러시아는 핸드폰 데이터라고 부르지 않고 밸런스라고 부르는 것 같다.

"폰 데이터, 밸런스! 인터넷!"

순식간에 음식들이 사라지고, 여직원에게 다가가 데이터 충전을 어떻게 하는지 물어본다.

여직원이 잠시 안절부절하는 사이, 카페로 들어서건 남자가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오호. I want to recharge my phone data. Possible?"

"Yes. No problem."

"I need a data for 2 to 3 days. How much is..?"

"I think... Maybe 200 rubles."

"Is not enough for 100 rubles?"

"I don't know. Maybe 200 rubles."

남자의 도움으로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하고, 남자와 인사를 나눈다. 남자는 영화 프로듀서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주유소의 사무실 겸 마트로 들어간다. 버너의 연료통을 들고 연료를 살 수 있는지 물어본다.

의아하게 쳐다보던 여직원은 물을 달라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퓨얼, 가솔린, 개솔린!"

여전히 빨간색 연료통에만 관심을 보이는 여직원에게 '95'의 숫자를 적어 보여주니 이해를 했다는 듯 싱긋 웃는다.

여직원은 종이에 1리터 46루블이라며 적어준다. 여직원의 종이에 0.5리터를 적으며 연료통의 눈금을 가리키니 난감한 웃음을 짓는다.

밖으로 나갔던 영화 프로듀서가 다시 들어와 나에 대해 소개하더니 여직원과 짧은 대화를 한다.

"1리터 단위로 사야 해."

"그래, 1리터 줘."

연료통에 바로 담아주어도 되는데, 1리터 플라스틱 음료수 병을 잘라 휘발유를 담아준다.

연료통에 다시 휘발유를 담고, 반 정도 남은 휘발유를 어딘가 담아야 한다. 주유소 사무실로 들어 작은 음료수 병이 있는지 묻자 없다고 한다.

냉장고에서 0.5리터 생수를 사서 빈 병에 남은 휘발유를 담는다.

"휘발유보다 물이 더 비싸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휘발유 1리터 46루블, 탄산수 0.5리터 48루블. 주유소에서 파는 물이라 휘발유보다 훨씬 비싸다.

"됐다. 한동안 연료 걱정은 없겠네."

주유소의 여직원이 사진을 찍으며 커피를 마실 건지 물어봐서 고개를 끄덕였더니 나중에 계산을 한다.

"난 또 따듯한 커피 한 잔 그냥 주는 줄 알았네. 괜히 비싼 커피를 마셨어. 낚었어!"

밥을 먹고, 물과 휘발유를 사고, 핸드폰 데이터도 충전을 했다.

"비상식하고 저녁만 해결하면 완벽하겠네."

필요한 것들을 해결하는 사이 3시가 다가오고, 다행히 계속해서 흩날리던 눈발은 사라졌다.

"날씨가 좋아지려고 하는가?"

요란스럽던 날씨의 변화가 잠잠해진다.

계속해서 언덕과 고개를 넘어가는 사이.

천천히 해가 떨어진다.

"저녁을 해결해야 하는데."

도로변에 카페는 나타나질 않고, 다음 주유소까지의 거리도 20km 정도 떨어져 있다.

인터체인지 교차로의 주유소까지 가야 한다. 하얗게 눈꽃이 핀 숲길을 따라 달려간다.

"몽골도 아닌데."

"이렇게 배고프게 달려야 하는가."

배는 고프고, 해는 떨어져 간다.

6시를 전후로 두꺼운 구름 사이로 붉은 석양빛이 물든다.

석양빛을 감상하며 부지런히 달렸지만 고개를 오르는 동안 붉고 붉은 태양은 구름 아래로 사라져 간다.

"아쉽다. 멋졌는데."

구글맵으로 확인했던 교차로 주유소에 도착했다. 지도에서 본 것처럼 주유소 하나만 달랑 놓여있다.

다행히 식료품과 핫도그를 팔지만, 큰 규모의 주유소가 아니라 상품이 다양하지는 않다.

비싸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도시락 라면과 과자들을 골라들고.

핫도그 두 개를 포장한다.

교차로를 벗어나.

주변의 숲으로 들어간다.

다행히 습지는 아니고, 어둠이 내려앉기 전에 서둘러 텐트를 설치한다.

이글에게 여러 개의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 네트워크가 끊기고, 데이터가 없어서 그동안 답변을 못했더니 자신에게 화가 났는지 묻는다.

"이글, 그럴 일이 있겠니?"

답장을 하자 이글에게 바로 영상 통화가 온다. 너무나 반가운 얼굴, 컴컴한 텐트 안에서 오랜만에 통화를 한다.

포장해온 핫도그로 저녁을 해결하고, 그동안 업로드하지 못한 자료들을 올린 후 잠이 든다.

"아, 왜 이렇게 배고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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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50일 / 흐림
조리노-세메노브스코예
영하로 떨어진 기온과 쌀쌀한 날씨, 라트비아로 가는 여정이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왜 끝이 없어!"


이동거리
96Km
누적거리
16,793Km
이동시간
6시간 24분
누적시간
1,209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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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노
 
넬리도보
 
세매노브
 
 
3,811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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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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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도, 다시 쌀쌀하게 변한 날씨다. 어젯밤 약간의 눈이 내렸는지 텐트 위로 좁쌀만 한 싸릿눈이 쌓여있다.

"아, 춥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휘발유도 떨어져 가고, 슈퍼에 가지 못해 비상식도 모두 떨어져 간다.

문자 메시지로 무언가 안내문이 들어온다. 한 달 동안 사용했던 데이터가 모두 소진된 것 같다.

"충전하기가 애매하네."

11시, 늦잠을 자고 추워진 날씨에 게으름을 피운 탓으로 출발이 늦어진다.

노란 자작 나뭇잎이 도로를 뒤덮고.

불어오는 바람결에 '후드득' 춤을 추며 나뭇잎이 휘날린다.

"아고, 오늘 80km 정도 갈 수 있으려나."

12시 반, 첫 번째 라이딩을 마치고 도로변 카페로 들어간다.

생각보다 카페가 없어, 카페가 보일 때 밥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멋지긴 한데, 밤에 보면 무섭겠다."

난감한 글자 메뉴판에서 플롭의 단어를 발견하고, 플롭을 주문한다.

"수프 라그만, 빵 세 개 그리고 커피."

이제는 카페에서 대충 주문을 할 수 있다.

오랜만에 먹는 플롭의 맛은 그저 그랬지만 역시 밥이 든든하다.

카페의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자료를 업로드하고, 메인도로 주변의 MTC 매장을 검색했지만 도로변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는 마을을 제외하고 찾을 수가 없다.

"3일 정도 인터넷 없이 지낼까."

두 번의 라이딩으로 50km 정도를 이동하고, 늦은 출발이었지만 부지런히 달린 덕에 넉넉히 80km는 이동할 수 있을 것 같다.

쌀쌀한 날씨, 손과 발이 시려온다.

잠시 휴식하는 동안 빠르게 땀이 식으며 한기가 느껴져 출발을 서둘러야 한다.

도로 라이딩의 심심함을 달래주던 라디오 음악도 없고.

차량들의 소음 속에서 노란 단풍들만이 지루한 라이딩의 작은 즐거움을 준다.

4시 반, 추운 날씨 속에서 거리를 줄이기 위해 페달을 밟던 중 나를 지나치며 엄지를 치켜세우던 오토바이 한 대가 천천히 갓길로 정차를 한다.

기다리던 오토바이로 다가가니 한국 번호판의 오토바이다.

송달성, 오토바이를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하고 있는 청년과 인사를 하고 짧은 대화를 나눈다.

"한국 사람 두 번째로 보네."

"누구요?"

"포항 번호판인데, 은호?"

"원희 아니에요?"

"아, 원희!"

"저, 그 형 만나러 가고 있어요."

세상은 참 넓지만, 한편 이런 우연들을 생각하면 좁다는 생각도 든다.

비와 눈을 맞고 달려온 달성은 한기로 인해 추위에 떨고 있었다.

"어여 빨리 가서 쉬어. 건강하고!"

젊은 청춘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 좋고, 좀 더 많은 청춘들이 세상을 향해 떠나기를 바란다.

그저 잘 먹고살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청춘들이 부럽다.

기성세대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루고 민주화를 이루웠듯이, 우리의 청춘들은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믿는다.

5시, 도로변 주유소의 카페로 들어간다.

저녁을 포장해서 가져갈 생각이다.

"오, 핸드폰 데이터 충전?"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할 수 있는 자동화 기기가 있지만 고장이 났는지 작동이 안 된다.

카페로 들어가 샤슬릭이 있는지 묻자 비슷한 메뉴가 있다는 제스처를 한다.

"뭔지는 모르지만 고기면 돼."

고기가 들어간 빵을 사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앉아있으니 달궈진 소모양의 팬 위에 지글거리는 고기를 테이블로 서빙을 한다.

"포장, 포장!"

옆 사람과 수다를 떨던 여직원은 깜박했다는 제스처를 하더니 종이에 15를 적어 보인다.

동전 지갑을 탈탈 터니 14루블이 나온다. 동전이 든 손바닥을 펼쳐 보이니 여자는 14루블을 집으며 괜찮다며 싱긋 웃는다.

"스바시바."

일반 카페가 없다 보니 비싼 주유소 카페를 계속 이용해야 한다.

고기를 싸 들고 캠핑을 할 장소를 찾으며 달린다. 날은 어두워지지만 도로변의 지형은 산길로 변하며 경사가 지거나 숲의 주변은 습지와 같은 형태로 바뀐다.

물이 고여있는 도로변의 숲이 계속 이어진다.

"뭐야? 이 습지는."

5km 정도 가려던 길을 10km가 넘도록 달리고, 비포장길로 들어서는 갈림길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물이 고여있는 곳을 모르고 지나가다 신발이 빠진다. 어두워지고 수풀이 자라나 있어 고여있는 물이 보이질 않는다.

"젠장, 양말까지 다 젖었네."

서둘러 텐트를 치고, 주변을 보니 나무숲 주변이 넓은 습지처럼 보인다.

"에쉬, 곰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이곳을 오는 동안 도로 주변의 노점은 과일이나 말린 고기 등을 팔던 다른 곳과 달리 모피나 곰과 같은 동물의 박제들을 많이 팔고 있었다.

"몰라. 곰이 오면 잡아먹지 뭐."

밤의 기온도 영하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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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49일 / 흐림
쿠즈민카-조리노
자정이 조금 넘어 깨어버린 잠으로 밤을 지새우고 만다. "너는 정말 지독하게도 찾아든다."


이동거리
123Km
누적거리
16,697Km
이동시간
7시간 26분
누적시간
1,202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쿠즈민카
 
르제프
 
조리노
 
 
3,71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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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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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쯤 잠이 깨어 아침까지 잠들지 못한다.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칼릴 지브란

7시, 출발을 준비하며 아침을 준비하고.

햄버거와 짜장라면, 오트밀까지 아침을 든든하게 해결한다.

"오늘은 멀리까지 달려볼까."

시원하게 굿모닝을 알리고.

9시, 오늘도 달려간다.

비가 내린 후, 날씨는 다시 쌀쌀해졌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하늘빛은 심상치 않고.

20km를 달리고 잠시 쉬어간다.

오르내리는 언덕과 고개들은 계속 이어지고, 멀리 보이는 하늘은 검은 구름이 비를 뿌리며 빠르게 흘러간다.

"빠르다. 빠르다. 그러게 벌써 9개월을 달렸구나."

순식간에 시작된 빗줄기에 모두 젖어버린다.

10분 동안 빗속을 달리며 작은 마을을 지나쳐 간다.

하늘은 다시 밝아지고, 간간이 따듯한 햇살이 내비친다. 아마도 오늘 하루는 이런 날씨가 계속될 것 같다.

"리가, 706km."

두 번의 라이딩으로 50km를 이동하고, 도로변의 카페로 들어간다.

"카페, 오랜만이네."

플롭이 없다. 수프와 계란 후라이를 주문한다.

"계란 후라이가 사진하고 다르잖아."

러시아의 수프는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한, 정말 괜찮은 음식이다.

1시, 카페에서 빵 두 개를 포장하고 오후의 라이딩을 시작한다.

잠시 도로 공사구간을 지나치고.

이슬비 같은 빗방울이 흩날리다 다시 맑은 하늘이 열리고를 반복한다.

다채로운 구름빛의 하늘이 시시각각 변화하며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늘, 구름빛의 유혹이다.

"나의 삶은 어떻게 변화 중일까?"

하늘의 구름만을 바라보며 페달을 밟는다.

아무런 잡념도.

생각도.

그리움도.

외로움도 없다.

혼자서 외롭지 않겠냐고 물었다.

늘 외로워서 외롭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살아오는 동안 내가 느낀 감정이 외로움이라는 것이라면 외롭다는 감정은 너무나 잔인한 것이다.

나는 그것을 외로움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단지, 그것은 알 수 없는 슬픔.

나조차도 알 수 없는 그 감정의 깊이는 누구에게 말해줄 수도, 드러낼 수도, 나눌 수도 없는 마음의 병이다.

"외로움이 무엇인지 알아?"

혼자라서 외롭지는 않다.

외로움이 두려웠다면.

널 떠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네가 없어 외롭다.

나에게 외로움이란 그것뿐이다.

늘 외로워서 나는 외로움을 모른다.

나는 외로움을 모른다.

해가 저물어 간다.

"카페를 찾아야 하는데."

구글맵으로 도로변 카페를 검색하고.

7km 정도를 더 이동하고서야.

도로변에 작은 카페가 있다. 라트비아가 가까워질수록 카페를 찾는 것이 힘들어진다.

"러시아 미녀는 액자 속에 존재하는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샤슬릭이 있는지 묻자 샤슬릭이 있다고 한다.

"앗싸!"

샤슬릭 한 꼬치와 작은 만두를 포장하고, 시원한 맥주를 두 병 산다. 슈퍼도 없고, 다른 카페도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조금 비싸다.

"됐다.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지."

카페를 나와 조금 이동을 한 후, 근처의 나무숲에 바로 텐트를 칠 생각이다.

"노을이 좋네."

잠시 저물어가는 석양빛을 바라보고.

도로변 숲으로 들어간다.

뭔가 눅눅한 숲의 기운이다.

적당한 자리를 여기저기 살펴보고.

딱히 좋은 자리가 없어 그냥 텐트를 펼쳤다.

도로변에서 약하게 잡히던 네트워크는 바로 끊어져 버린다.

적은 양의 샤슬릭과 작은 만두들, 슈퍼 가격의 두 배나 되는 값비싼 맥주로 맛있는 저녁을 하고 침낭 속에 파묻힌다.

"날씨 탓에 라트비아로 가는 길이 꽤 고단하고 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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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46일 / 흐림
모스크바
자전거를 타고 모스크바 시내를 둘러볼 생각이다. 모스크바 강변과 빅토르 최의 벽 그리고 볼쇼이 극장을 둘러보고 싶다.


이동거리
17Km
누적거리
16,392Km
이동시간
2시간 42분
누적시간
1,183시간

 
뒹굴뒹굴
 
빅토르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모스크바
 
장소
 
모스크바
 
 
3,41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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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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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내 내리던 비가 멈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전 시간을 보내고.

1시 반이 되어 바람을 쐴 겸 자전거를 끌고 나간다.

모스크바강을 건너 표트르 대제 기념비가 있는 강변 공원으로 간다.

매일 비가 오는 날씨지만 포근하고, 강변의 바람은 제법 시원하다.

표트르 대제 기념비에서 잠시 모스크바 강변을 구경하고.

느린 유람선의 움직임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다.

잘 정비된 강변의 공원, 고리키 공원의 산책로를 달리고.

공원을 가로질러 베이지색 대리석으로 세워진 정문을 나선다.

놀이공원과 미술관 등이 있는 커다란 공원이다.

다시 모스크바강을 건너 모스크바 중심을 감싸고 있는 원형의 도로를 따라간다.

도심 전체의 모든 건물들이 웅장하고 흥미롭다.

넓고 한적한 인도를 따라 자전거를 타는 것이 너무 편하고 좋다.

모스크바 어느 곳에서도 보이던 석조빌딩이 나타난다.

"하늘 높이 우뚝 솟은 놈이 너구나."

러시아 외무성의 건물, 스탈린 시대의 건물 중 하나인 외무성 빌딩은 압도적인 위압감이 느껴진다.

구시가지 아르바트 거리로 들어간다.

보행 도로인 아르바트 거리에는 그 유명한 빅토르 최의 벽이 있다.

기타를 남녀가 벤치에 앉아 있고, 몇몇의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찍는다.

"차가운 땅 위에 거대한 도시가 있다.
그곳에선 가로등이 빛나고, 자동차들의 소리가 울린다.
도시 위에는 밤이 있고, 밤 위에는 달이 있다.
오늘은 달이 핏방울처럼 붉다.

주위엔 행복뿐이다. 지옥 같은 것은 볼 수조차 없다.
주위엔 아름다움뿐이다. 지옥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소리친다. '와~!'
그리고 모두는 앞으로 달려간다.
이 모두들 위로 새 하루가 시작된다.

집은 서있고, 등불이 빛난다 .
창문 밖으로 먼 곳이 보이는데
어디서 이 슬픔이 오는 걸까?
살아있고 건강하므로,
살아감을 슬퍼해서는 안 되는데.
어디서 이 슬픔이 오는 것일까?"

-Kino(빅토르 최), 슬픔

어린 시절에는 러시아에서 유명한 고려인 락 커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빅토르 최, 사람들은 그에게 혁명가이며 진정한 로커라고 말한다.

엄혹한 80년대 구소련 체제 속에서 자유와 변화에 대해 노래하였고, 끝까지 노동자의 삶을 살았으니 그를 노래하는 혁명가라고 불러도, 락의 정신을 보여준 진정한 로커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나에게 빅토르 최는 자유와 사람 그리고 삶을 사랑했던 시인이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여행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빅토르 최를 아는지 물어봤었다.

"I love Viktor Tsoi!"

빅토르 최의 벽 앞에서 담배 한 개비를 태우는 동안 기타를 가지고 앉아있던 남녀가 그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벤치에 앉아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다 쓰이지 않은 노래가 몇 개인가? 말해봐, 뻐꾸기야, 노래해라."

초이는 살아있다! 빅토르 최(1962.6.21~1990.8.15)

인형탈을 쓰고 기념사진을 찍거나 자석 기념품을 파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아르바트 거리를 빠져나간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 볼까? 볼쇼이?"

도로와 공원길을 따라가고.

푸시킨의 동상을 만난다. 비둘기가 동상의 머리 위에 앉아있어 울버린 같기도 하고, 뿔난 악마 같기도 하다.

모스크바의 대로에는 신호등이 아닌 지하보도를 건너야 하는 곳이 많다. 우리처럼 깊지 않은 지하보도들이라 큰 문제는 없다.

지도를 보며 구시가지들을 따라 볼쇼이 극장으로 찾아간다.

여기저기 오래된 석조 건물들과 카페들.

그리고 오랜만에 맑은 하늘이다.

순백색의 기둥들과 짙은 베이지색의 볼쇼이 극장의 모습에 짧은 탄성이 새어 나온다.

정중앙의 정면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세 명의 불청객이 앞을 가로막으며 길게 대화를 이어간다.

"아니, 공간도 넓은데 굳이 내 앞에서 저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피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아, 그들의 앞으로 이동한다.

"각도가 조금 좁아졌지만 괜찮아."

고개를 꺾어 한참 동안 하늘을 쳐다보고.

"멋지다!"

분수대가 있는 벤치에서 잠시 쉬며 주변을 살펴본다.

길 건너편으로 칼 맑스의 동상이 세워져있고.

멋진 분수대의 뒤편으로 붉은 광장의 모습들이 보인다.

"이제 돌아갈까."

모스크바 강변을 따라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따라가고.

교차로의 좌회전 신호등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붉은 광장 방향으로 돌아간다.

붉은 광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의 건물들과 골목들을 천천히 구경하고.

모스트바 강변으로 빠져나온다.

공원에서 강변으로 길게 이어진 스카이라운지에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강변 쪽의 크렘린 성벽을 따라 이동한다.

한적하게 성벽을 관찰할 수 있어서 좋다.

숙소가 있는 방향의 Vodovzvodnaya Tower와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니 성곽의 탑을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면 어쩌란 말이지?"

숙소 건너편에 세워진 블라디미르 동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숙소로 돌아간다.

20km 정도의 거리, 자전거를 타고 모스크바 시내의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라트비아 국경까지 650km 정도만이 남았다.

"가자. 라트비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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