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44일 / 맑음
포크로프-모스크바
오랜 러시아의 여행,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로 간다. "크렘린, 붉은 광장, 볼쇼이 극장.. 모스크바 기다려!" 


이동거리
103Km
누적거리
16,375Km
이동시간
6시간 29분
누적시간
1,180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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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로푸
 
노긴스크
 
모스크바
 
 
3,393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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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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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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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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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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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5)783-2727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며칠 전에 비해 포근한 날씨다.

우거진 나뭇가지 덕분에 조금이나마 비를 피할 수 있었다.

저녁 무렵 졸음이 밀려오던 타임을 지나친 탓에 자정이 넘도록 잠들지 못했다. 수십 년 동안 지속된 불면증의 습관은 아무리 피곤하고 지쳐도, 내 안 어딘가 각인된 채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가 보다.

컵라면과 오트밀로 차가워진 몸을 따듯하게 만든다.

"이제, 뭔가 다른 메뉴도 개발해봐야겠어."

텐트가 조금이나마 마르기를 기다리며 싱그러운 숲속에서 은밀하게 굿모닝을 알리고 출발을 준비한다.

비에 젖은 진한 숲의 내음이 좋은 장소다.

10시 45분, 모스크바까지 98km 정도가 남았다. 모스크바 근교에서 야영을 하려던 계획을 바꿔 오늘 바로 시내로 들어갈 생각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가려면 아까운 비자 기간을 조금이라도 아껴야 한다.

평탄하고 넓은 도로가 이어지고, 비가 내려 조금 늦어진 출발을 만회하기 위해 힘차게 페달을 밟아간다.

12시 반, 30km 정도를 달리고 첫 번째 휴식을 취하며 바람막이와 겨울용 장갑을 벗는다.

안개비가 내려앉은 날이지만 쌀쌀한 기운은 없는 날씨다.

도로변의 마을들이 이어지고.

출출한 허기가 밀려온다.

"너무 달렸나? 배고프네."

마을과 마을, 도시가 가까워지면 쉽게 도로변의 카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주유소와 함께 운영되는 카페들은 그냥 지나치고, 일반 카페를 찾는데 나오질 않는다. 마지못해 주유소 카페를 들어가려는데 주유소가 폐점을 했는지 영업을 하지 않는다.

"젠장. 배고프다고."

카페를 찾으며 페달을 밟는 사이 50km를 달려왔다. 주유소의 서브웨이와 뒤편으로 KFC가 보인다.

"오늘은 햄버거 느낌 아닌데."

KFC로 들어갔지만 새로 오픈을 준비하는 곳이라 영업을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주유소의 서브웨이로 들어간다.

"빅 사이즈로 주세요."

30센티 샌드위치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40km 정도 남았나?"

도로 확장공사 구간이 많아서 속도가 느려지고, 정체된 차량들 사이에서 신경을 쓰느라 정신이 없다.

조금만 공간을 내주면 좋을 것 같은데, 가끔씩 자전거 옆으로 차량을 바짝 밀어붙이는 화물차들이 얄밉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공사 구간을 빠져나오는 사이 도로변의 풍경은 차츰 도시의 모습으로 바뀌어있다.

대형 건물들과 아파트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3차선, 4차선으로 넓어지는 도로와.

복잡한 인터체인지 교차로들을 조심스럽게 지나친다.

4시 15분, 모스크바의 경계를 알리는 특별한 구조물도 없다. 모스크바로 들어선다.

잠시 쉬며 오늘 숙박을 할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한다. 붉은 광장 근처의 두 곳을 두고 고민하다 저렴한 곳으로 결정한다.

"좀 더 좋은 숙소는 샌드위치로 먹어버렸다."

붉은 광장을 향해서 달려간다. 모스크바로 진입하던 도로에 비해 한적해진 도로, 좌측 차선은 전기버스 전용 차선인지 모르겠지만 어지간해서는 차량들이 들어오질 않는다.

어쨌든 아주 편안하게 도로를 달릴 수 있어서 좋다.

현대식 건물들이 조금씩 오래된 석조 건물로 바뀌고.

모스크바강변 도로를 따라가다 베이지색 웅장한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Музей-квартира Г.С. Улановой

도로의 폭이 좁아지고 도로변에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한다. 붉은 광장으로 향하는 구시가지의 건물들은 하나같이 웅장하고 멋있다.

공원의 기념비(Plevna Chapel)에서 붉은 광장의 위치를 한 번 더 확인하고.

두 블록 정도 거리의 붉은 광장으로 이동한다.

고풍스러운 석조건물과 돌바닥, 붉은 광장과 성 바실리 대성당이 나온다.

붉은 광장은 생각보다 넓지는 않았고, 많은 단체 관광객들이 모여 기념촬영 등을 하고 있다.

광장은 철대 펜스로 막혀있다.

"힝, 못 들어가나?"

혹시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보지만 자전거나 이륜차 같은 것은 보이질 않는다.

"내일 산책 겸 걸어와야겠다."

"숙소로 가자."

"일단, 인증샷 하나는 찍고."

성 바실리 대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작은 수로와 같은 모스크바강을 건넌다.

과거의 구도로 때문인지 모스크바 도로의 구조나 연결 방식은 조금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자전거로 이동하기에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숙소로 가기 위해 다시 모스크바강을 건너 돌아가고.

다리 너머로 크렘린의 남서쪽 외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다려. 내일 가줄게."

크렘린 건너편의 숙소를 가기 위해 빙빙 회전을 하며 돌아간다.

멋진 벽화가 그려진 아파트.

숙소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체크인을 하고, 샤워를 하고 근처의 슈퍼로 나간다.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고.

햄과 계란 후라이로 저녁을 한다.

숙소에 한국인이 있는지 콩글리시 발음으로 시끄럽게 대화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 게스트하우스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보인다. 중국, 유럽인, 러시아인 그리고 시끄러운 한국인.

도시의 조명이 밝은 것인지, 환한 보름달이 떴는지 모르겠지만 밤 하늘이 이상하리만큼 밝다.

모스크바에서 3일 동안 머무를 생각이다. 하루는 대중교통과 도보로 산책을 하고, 하루는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둘러볼 생각이다.

"모스크바, 너의 모습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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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06일 / 맑음
스테프노이-코스타나이
카자흐스탄의 마지막 도시 아스타나로 들어간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 하루쯤 쉬어가도 될 것 같다.


이동거리
86Km
누적거리
14,062Km
이동시간
5시간 52분
누적시간
1,018시간

 
M36도로
 
M3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스테프노
 
세르바코
 
코스타나
 
 
1,88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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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아스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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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이슬이 내려앉은 상쾌한 아침이다.

구름으로 가득 찼던 하늘은 깨끗한 도화지처럼 비어있다.

어제 식당에서 사온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린다.

밀밭을 따라 산책을 하듯 길을 출발한다.

카자흐스탄 여행의 마지막 도시 코스타나이까지 85km가 남았다.

여전히 바림이 불고, 허기지고, 심심한 초원의 길이 이어진다.

넓은 밀밭에서는 추수를 하느라 십여 대의 콤바인이 바쁘게 움직인다.

"이 넓은 곳을 추수하는 것도 쉽지가 않겠다."

길을 지나치던 경찰차들이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자며 요청을 하고, 두어 차례 경찰차들이 자전거를 따라와 말을 건넨다.

"어째, 군인이나 경찰들의 모습은 어딜 가나 똑같냐."

신분이나 위치가 사람의 의식을 좌우하는 것이 맞나 보다. 가끔씩 거들먹거리는 그들의 모습은 꼴보기 싫을 정도다. 물론 친절한 사람도 많다.

아무것도 없던 하늘은 다시 구름으로 채워져 간다.

며칠째 변함이 없는 풍경은 계속되고 페달링에 힘이 없다.

"언제 고기를 먹었지? 아스타나?"

첫 번째 보이는 카페로 들어간다.

주인 여자와 메뉴를 두고 시트콤을 찍는 동안 사람들이 웃으며 모여들고, 사람들에게 붙잡혀 사진을 찍힌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조리된 음식을 전자렌즈에 데워주는 곳이 대부분이다.

냉장고에서 꺼내온 메뉴들 중에서 음식을 고르고.

식사 전 사진을 찍었던 사람들 중의 남자가 다가와 2,000텡게를 건네준다. 여러 차례 거절을 해도 소용이 없고, 감사의 말과 함께 받아들어야 한다.

남은 40km의 거리를 속도를 내어 달린다.

멀리 코스타나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4시, 코스타나이의 외곽에 도착한다.

조금 복잡해지는 도로의 구조.

작은 토볼강을 건넌다.

"어머, 날아갈 것 같다야."

한국에서 일을 했다는 남자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시내로 들어와 숙소를 검색했다. 4~5만원대의 코스타나이의 호텔비는 굉장히 비싸다.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가 검색이 되질 않고.

2만원 정도의 아파트 숙소를 선택하고, 이틀을 예약했다. 23일, 부지런히 달려온 덕에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해도 될 것 같다.

러시아의 국경까지 180km 정도가 남았다.

숙소를 예약하고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중앙공원으로 이동한다.

넓은 중앙광장은 놀이공원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아이들과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서둘러 숙소로 이동한다.

며칠째 초원을 달린 터라 조금 지쳐있다.

아스타나와 파블로다르의 중간 정도의 느낌이다. 현대적 시설들과 나무들의 공원과 골목길들이 잘 어우러져 있는 편안한 느낌이다.

소나무 가로수가 길게 이어지는 공원길을 따라 숙소를 찾는다.

구글맵의 주소를 찾아갔지만 숙소나 호스텔로 보이지 않고 관공서 같은 건물이다.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초등학생 또래의 녀석들이 다가와 인사를 하더니 돈을 달라고 한다.

귀찮게 주변을 맴도는 녀석들을 쫓아내자 아이들은 어슬렁거리며 장난을 친다. 자전거를 묶어두고 잡아서 혼내주고 싶지만 철없는 얘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다.

숙소에 전화를 걸었지만 소통이 어렵고, 전화번호로 왓츠앱을 연결하고 메시지를 보내니 주소가 틀리다며 지도를 보내준다.

"김서방 찾기네. 구글맵을 보내줘야 찾지."

실시간 위치 정보를 보내달하고 하자, 나를 기다리다 떠났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뭐지?"

다른 호텔을 검색하며 벤치에 앉아있으니 한 여자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숙소는 10미터 정도 뒤편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다.

"부킹닷컴의 사진과 너무 다른데."

아파트의 내부는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 깨끗하고 좋다. 주인 여자에게 오래된 열쇠를 건네받고 체크인을 끝낸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딱히 생각나는 것은 없고 길을 오며 보았던 맥도널드에 갈 생각이다.

"이건 물을 받는 펌프인가?"

공원길을 걸어 스포츠마스터의 간판이 보이는 쇼핑몰로 들어간다.

스포츠마스터에는 타이어도, 간단한 캠핑용 의자도 없고.

건너편 쇼핑몰의 마르윈에 들어가 우편엽서를 찾았지만 역시나 없다.

쇼핑몰의 푸드코트에서 버거킹을 발견하고.

메뉴 전광판을 찍어 하나씩 주문을 한다.

친절하게 주문을 받던 여직원은 싱긋 웃는다.

햄버거를 포장해서 숙소로 돌아온다.

오래된 가로수의 골목길이 좋다. 이런 도시라면 한동안 머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조용하고 편한 카자흐스탄의 도시들이다.

슈퍼에서 캔맥주 두 개를 사서 돌아온다.

햄버거와 닭날개에 맥주 두 캔을 비우고.

피곤함에 바로 잠이 든다.

"내일은 엽서를 찾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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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05일 / 맑음
자파드노예-스테프노이
아침의 쌀쌀한 기운이 느껴진다. 여름을 지나 가을이 그리고 추위가 시작되려나 보다. 코스타나이를 향하여 길을 이어간다.


이동거리
107Km
누적거리
13,976Km
이동시간
8시간 32분
누적시간
1,012시간

 
M36도로
 
M3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자파드노
 
사리콜
 
스테프노
 
 
1,800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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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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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쌀쌀함이 느껴진다. 새벽 이슬이 내려 텐트가 젖어있다.

어젯밤 물을 부어놨던 몽골 패스트푸드를 끓여 아침을 해결한다.

불어오는 바람에 텐트를 말리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이제 긴바지를 입어야겠네."

북유럽를 향해 이어지는 여행, 올해의 여름은 이렇게 끝이 났나 보다.

11시, 자전거를 끌고 메인도로로 들어선다.

코스타나이까지 180km, 코스타나이로 들어가는 내일을 위해 최대한 거리를 줄여놓고 싶다.

하지만 바람 때문에 10km 정도의 속도로 느린 이동이 계속된다.

남은 카스테라 빵과 예브게니 아저씨의 치즈로 허기를 채운다. 텅 빈 초원에서 식당은커녕 마을조차 나타나지 않는다.

넓은 늪지대 같은 호수를 지나고.

"에쒸, 바람."

4시가 되어서야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메인도로를 벗어나 측면에 위치한 마을 사리콜.

"배고픈데 마을로 들어갈까."

메인도로를 따라 도로변의 식당을 찾아보지만.

도로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어쩔 수 없이 구글맵으로 검색되는 마을 중심의 카페를 찾아 마을로 들어간다.

작은 마을의 중심에서 자전거를 탄 낯선 이방인의 모습은 마을 사람들의 모든 시선을 끌어모은다.

사람들에게 붙잡혀 질문에 답을 하고, 사진을 찍느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작은 카페에는 빵과 만두밖에 없었다. 만두 2인분으로 허기를 채우고 비상식으로 빵들을 사서 출발한다.

5시, 바람으로 겨우 50km 남짓 이동을 한다.

"밥도 먹었고, 이제 달려 볼까."

언더바를 잡고 바람을 무시하고 달려간다. 30km 정도의 거리를 삭제하고.

울퉁불퉁 파이고 솟아있던 도로는 끝내 공사 중인 도로로 바뀐다.

새로 도로를 포장하는 듯 도로는 완전히 파헤쳐져 있고.

"한참 재미있었는데."

두 시간을 신나게 질주하고 잠시 쉬어간다.

멀리 작은 마을과 작은 호수, 풀을 뜯는 소떼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마저 가 보자. 100km는 가야지."

바람과 흙먼지 그리고 몽골의 흙길과 다를 바 없는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두 시간 가까이 비포장도로는 이어지고.

도로는 소나무 숲을 지나간다. 언덕과 언덕을 오르는 동안 반가운 아스팔트 도로를 다시 만나고.

소나무 숲의 적당한 야영지를 살피며 길을 따라간다.

소나무 숲이 끝나고 해는 지평선으로 떨어진다.

앞으로는 초원의 끝없는 밀밭이 펼쳐지고.

"소나무 숲으로 들어갈까?"

"아니다. 석양빛의 들판으로 가자."

밀밭 옆의 수풀 지역으로 들어가.

텐트를 펼친다.

오늘도 네트워크는 끊겨있다.

붉게 피어오르는 석양빛을 즐기다.

바로 잠이 든다.

무언가를 생각하기에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고 무겁다.

"자자."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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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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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01일 / 맑음
부라바이-콕세타우
조용한 보로보예 호수에서의 시간이 좋다. 무거워진 마음과 피곤한 몸을 잠시 추스르고 콕세타우로 향한다. 


이동거리
90Km
누적거리
13,615Km
이동시간
7시간 36분
누적시간
987시간

 
A1도로
 
A1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부라바이
 
케네사리
 
콕세타우
 
 
1,43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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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아스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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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조용한 호숫가, 잠에 굶주린 사람처럼 밤새 푹 잔고 깨어난 아침이다.

생각해 보니 카자흐스탄에 와서 처음 보는 산과 호수다.

카자흐스탄 남부의 알마티 지역 고산지대와 달리 북부의 지역은 모두 평평한 초원 지대다.

"오늘 아침으로 이놈을 해결해야 하는데."

어젯밤 주저앉은 타이어를 정비하고.

펑크 난 곳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펑크패치가 뜯겨져 있다.

"매일처럼 이게 무슨 짓인지."

멜론을 잘라 아침을 대신한다. 달콤한 맛이 좋다.

모래사장에 앉아 느긋하게 오전의 시간을 보내며 200일의 여행을 정리한다.

11시 반, 80km 정도 거리에 있는 콕셰타우를 향해 출발한다.

호숫가 주변으로 잘 정비되어 있는 자전거길을 따라 보로보예 호수를 둘러본다.

호수의 중심지에 가까워질수록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거나 썬텐을 즐기고 있다. 가족 단위의 사람들의 움직임이 여유롭고 평온해 보인다.

야외 음식점에서 풍기는 바베큐의 냄새가 유혹의 손길을 뻗었지만 유원지의 물가는 어디를 가나 비싸다.

소나무 숲의 자전길을 천천히 산책을 하듯 이어가다 마주한 난감한 상황.

"아니, 저곳에 왜 회전문을?"

사람들이 자전거를 끌고 이동을 하기에 자전거를 끌고 통과를 해보려 했지만 쉽지 않다. 바보 같은 모습을 지켜보던 아저씨가 다가와 도움의 손길로 거들어 주어 겨우 통과한다.

20미터의 끝에도 회전문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어설픈 회전문 탓에 어렵지 않게 통과를 하고, 호숫가의 주변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피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바다가 없는 카자흐스탄도 몽골처럼 주변의 큰 호수를 바다처럼 즐기고 있고, 보로보예 호수는 너무나 아름답게 정비가 되어있다.

요란스럽게 인위적이지도 않고,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하여 꼭 필요한 만큼만의 편의 시설만이 갖춰져 있다.

"오, 자전거 도로가 끝까지 이어져 있네."

울창한 소나무 숲과.

호수변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

"잘 생긴 봉우리도 있고."

시간이 여유롭다면 산책과 물놀이를 반복하며 휴식을 취하고 싶은 곳이다.

잘생긴 돌 봉우리 위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호수 가운데 솟아있는 바위에서 점핑을 즐기는 사람들.

"카자크 사람들은 참 조용하다. 좋다."

호수를 벗어나 콕셰타우로 가는 메인도로로 빠지는 길을 따라간다.

넓은 공터에 높게 솟은 황금 독수리탑이 보이고, 도로의 좌우로 기념품을 사고, 기념사진을 찍느라 사람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역시나 여러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카자흐스탄의 전통 의상을 입고 독수리와 함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독수리보다 내가 더 인기가 많다.

몽골의 의상과 달리 카자흐스탄의 전통 의상은 하늘을 날아갈 듯 하늘하늘 예쁘다.

황금 독수리탑을 지나 메인도로로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을 달려간다. 생각대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도로의 끝에 큰 오르막을 앞두고 잠시 쉬어간다.

소나무 숲의 정자에 들어가 빵과 토마토로 출출함을 달래고.

머슬맨이 주었던 빵은 맛이 좋았지만 부드러운 크림 같은 내용물이 없어 무언가가 필요하다.

패니어 속의 러시아 바르나울에 산 잼을 꺼내어 빵과 함께 먹는다.

"이건 신발을 찍어 먹어도 맛이 있겠어. 러시아 가면 또 사야지."

"문제없어? 도와줄 일이 있니?"

나무 그늘에 앉아 콕셰타우의 숙소를 검색하는 동안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영어로 몇 가지 질문을 하더니 후원을 하겠다며 카자흐스탄 돈을 챙겨준다.

월터의 말처럼 리치한 남자다.

높은 경사의 오르막을 오르고, 결혼식을 마친 신혼부부가 긴 리무진을 정차하고 환호성을 질렀지만 조금 부러우니까 그냥 웃어주며 지나친다.

팀의 결혼 사진을 보도라도 카자흐스탄에서는 결혼식을 치른 하루 종일 드레스와 예복을 입고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닌다. 그리고 이틀에 걸쳐 축하 파티를 할 때에도 예복을 입고 있었다.

"결혼하기가 정말 힘들거나 정말 행복하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

오르막을 끝으로 내리막이 시작된다. 달리는 동안 여러 가족,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움을 나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벗어나자 바람과 함께 따가운 햇볕, 드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오아시스 같은 곳에서 보낸 시간처럼 아련하네."

초원 한가운데 생뚱맞게 솟아있는 높지도 않은 소나무 숲의 산과 호수를 벗어나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이상한 마을을 벗어난 느낌이 든다.

콕셰타우로 가는 A1 메인도로로 나왔다. 강한 바람이 정면에서 불어와 페달을 밟기가 힘들다.

"큰일이네. 60km는 가야 할 텐데."

내리막조차 무거운 페달을 밟아가며 내려와 도로변 휴게소로 들어간다.

계속된 캠핑으로 핸드폰의 배터리도 떨어져 가고 보조 배터리의 충전 용량도 넉넉하지 않다.

콕셰타우의 숙소를 검색하지만 몇몇의 호텔 그리고 3~5만원 정도의 숙박료에 어이가 없다.

"도대체 왜?"

가끔 작은 소도시의 숙박료가 터무니없이 높거나 쓸데없이 시설이 좋은 곳이 종종 있다.

4,500원 정도의 호스텔이 딱 한군데 검색되지만 이상하게 너무 저렴하다.

"몰라, 샤워만 하고 충전만 할 수 있으면 돼."

휴게소를 지나 도로는 90도 가까이 크게 휘어지며 바람의 방향을 살짝 비껴나게 만든다.

오르 내리막을 반복하며 부지런히 달려가고.

바람 탓에 무더위는 그럭저럭 덜하지만 갈증은 어쩔 수가 없다.

"아고, 다 와 가는가. 힘드네."

기찻길이 지나가는 다리 위에 앉아 200일의 여행을 정리한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자전거 세계일주 200일째, 막연했던 중국의 여행, 경이롭던 몽골의 하늘과 지평선 끝까지 이어지는 메밀꽃과 해바라기 밭의 러시아를 지나 카자흐스탄의 초원을 달린다.

매일 아침 짐을 싸고 어딘가를 향해 떠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길 위에 서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여행자의 삶에도 제법 익숙해졌다."

"세상의 넓은 땅과 하늘, 바람, 빛과 소리, 사람들의 미소와 삶의 모습들 그리고 지나쳐가는 공간과 시간의 흐름을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이 여행이 끝났을 때 단 한 사람의 눈과 마음, 시간을 담을 수 있는 자리가 내 안에도 생겨났으면 좋겠다."

"함께 했던 시간, 서로의 바람들과 고민 속에서 조금씩 금이 가고 깨어지던 감정의 유리 파편들. 어지럽게 흩어져 떠다니던 유리 파편들 속에서 각자가 바라던 시선에 의해 굴곡되고 반사된 우리의 거리는 아주 가깝게도 때로는 그 거리를 가늠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멀게도 느껴졌다.

그 거리는 어느 정도였을까. 너무나 아프게 마음을 짓누르고, 시리도록 눈을 흐리게 만들던 그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졌다."

"지구 한 바퀴, 그 정도의 거리일까?"

"되돌아갈 수 없는 길, 그 길 위에서 지난 시간들과 그녀로부터 멀리 벗어나 달아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아픈 거리를 가늠하며 현재의 그녀와 내 삶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익숙해져 버린 감정들을 애써 외면하며 이겨내기 보다 무거운 자전거의 무게가 조금씩 줄어가듯 마음속 감정들을 하나둘씩 내려놓는다."

"이 여행에서 나는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

"아직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콕셰타우로 들어선 길에서 한국어를 하는 남자를 만난다. 사가.

"무슨 일이 있으면 나에게 연락을 줘."

다른 도시에 비해 한적한 콕셰타우의 풍경이다.

시내를 가로질러.

부킹닷컴으로 숙박을 예약한 호스텔에 도착한다. 콕셰타우의 외곽 후미진 곳에 들어선 단층의 긴 건물.

호스텔에 숙박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입구에서 즐겁게 인사를 나누는 동안 동양인 외모의 젊은이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나를 쳐다본다.

사람들과 여행에 대해 말하며 잠시 쉬고.

체크인을 위해 들어간 숙소는 꽤 길쭉하다.

"저는 고려인이에요. 아버지는 중섭김."

숙소를 운영하는 동양인 외모의 남자가 자신을 소개한다.

고려인, 남북이 나뉘어진 현실에서 중앙아시아의 교포들이 고민 속에 선택해야 했던 자신들의 정체성이다.

대한민국이 아닌 고려인이라 스스로를 칭해야 했던 사람들의 슬픔과 고뇌가 담긴 호칭이다.

짐들을 옮기고.

자전거는 실내 창고에 넣어둔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숙소의 남자가 조용히 찾아와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

두만, 20살의 앳된 얼굴을 갖은 아이는 대뜸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아버지를 찾고 싶어요?"

"엉?"

"저의 아버지는 한국 사람이고, 어머니는 카자흐스탄 사람입니다. 태어나서 아버지를 본 적이 없어요."

카자흐스탄에서 일을 했던 남자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고, 두만은 자라며 아버지를 만나적이 없다고 한다.

어려운 이야기다. 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무거운 무게가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두만의 부모님은 각자의 선택에 의한 삶이지만 두만은 그렇지 않다. 이건 너무나 부당하고 불공평하다.

"왜 아버지를 찾는데?"

"그냥 아버지니까. 한 번 만나보고 싶어요."

"그래, 너의 바람이라면 그렇게 해. 너의 권리니까."

아무런 정보도 없고, 이름과 서울에 산다는 것이 전부다. 페이스북에서 캡쳐를 한 사진만을 받아들고 검색을 시작한다.

두만의 아버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지만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정보들은 모두 오래전의 것이라 도움이 되질 않는다.

"한국에서 사람 찾기가 힘든가요?"

"응, 한국에는 사람이 많아. 그리고 너의 아빠는 이름도 흔해서 힘들지 몰라. 괜찮아, 불가능하지는 않아."

무책임한 내 형제들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 화가 난다.

"두만, 내가 여기에 하루를 더 있을게. 천천히 찾아보자."

카자흐스탄의 체류기간이 빡빡하지만 전화번호라도 찾아주고 갈 생각이다.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냐. 괜찮아."

두만과 얘기를 하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고 식당은 문이 닫혀있다.

"에쒸, 하루 종일 굶었는데."

두만의 호스텔에는 사람들이 많다. 편안한 카자흐스탄 사람들이라 쉽게 친해지고 농담을 하며 웃는다.

이곳도 심심할 때는 카드놀이를 한다.

피곤하고 힘든 하루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9일 / 맑음
아스타나-아크콜
아스나타를 떠나 콕세타우를 향해서 길을 떠난다. 10일 정도 남은 카자흐스탄의 체류기간 동안 러시아의 국경을 넘어가야 한다.


이동거리
123Km
누적거리
13,382Km
이동시간
7시간 46분
누적시간
970시간

 
A1도로
 
A1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아스타나
 
쇼르탄디
 
아크몰
 
 
1,206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재정리된 패니어들을 하나씩 옮기고, 바람이 빠진 타이어에 바람을 넣었다. 스티커형 펑크 패치를 붙여 논 곳에서 조금씩 바람이 새는 모양이다.

"하루 정도는 충분히 가겠네."

호스텔의 식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길을 나선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아침, 한국의 가을과 같은 느낌이 난다. 머지않아 추위가 시작될 것 같다.

콕셰타우로 향하는 길, 300km 정도의 거리이니 3일이면 충분할 것 같다. 아스타나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터라 이제부터는 조금 서둘러 국경으로 가야 한다. 남은 체류 기간은 13일, 1,000km의 거리를 달려 러시아의 국경으로 갈 것이다.

아침을 먹을 카페와 은행, 슈퍼를 찾으며 시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길을 따라간다.

"오, 버거킹!"

아침은 햄버거로 간단히 해결하고, 옆에 있는 슈퍼에서 물과 음료수 그리고 두루마리 휴지만을 사든다.

"가다 보면 카페 하나둘 정도는 있겠지."

구글맵으로 ATM을 검색하고 주변을 맴돌았지만 보이질 않아 포기하고, 다른 곳을 가기 위해 길을 잡으려는 순간 사거리 모퉁이 엉뚱한 곳에 은행이 숨어있다.

"구글맵, 너 정말!"

비상금을 찾고, 아스타나의 시내를 완전히 벗어나 콕셰타우로 가는 A1 메인도로 방향으로 길을 이어간다.

A1 도로로 이어지는 외곽의 좁은 도로의 끝에서 첫 번째 휴식을 취한다.

수박과 멜론을 팔고 있는 트럭 주변에 앉아 있으니 한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고, 몇 가지를 묻더니 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자고 한다.

"5,000."

땅에 5,000의 숫자를 적으며 계속 숫자를 말하는 남자.

"나 카자흐스탄 돈 없어."

돈이 없다고 하니 웃더니 더는 귀찮게 하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한국 사람이라며 알려준다.

"수박 한 덩이 시원하게 먹었으면 좋겠네."

수박 한 통은 싼 가격이지만 저 큰 것을 자전거에 싣고 갈 수도 없거니와 시원하게 먹을 방법도 없다.

"누구라도 한 명만 더 있으면 쪼개서 먹을 텐데."

아쉬운 마음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콕셰타우로 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1시 반, 아스타나를 빠져나오고, 동그랗게 회전을 하는 외곽도로를 따라오느라 많은 시간이 지나버린다.

"100km 정도는 가야 하는데. 몰라, 가는 데까지 가자."

톨게이트를 지나고, 팀의 말처럼 콕셰타우로 가는 도로는 마치 고속도로처럼 길이 좋고, 갓길도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다.

약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고, 비 예보와 달리 날씨도 제법 괜찮다.

30여 분을 달리고 첫 번째로 보이는 휴게소로 들어간다. 약간의 출출함이 느껴진다.

휴게소 입구에 도로 주변의 휴게소와 주유소의 정보판이 세워져있다.

"오, 최소한 이 도로에서는 굶어 죽지는 않겠어."

화장실인줄 알았던 곳은 휴게소 매점이다.

"좋은데."

작은 매점에는 기본적인 식료품과 빵들을 판매하고 있어, 세 개의 빵과 콜라를 사든다.

"카자흐스탄 빵은 제법 맛있단 말이야."

휴게소를 떠나 1시간 반 정도를 달렸을 때 뒤쪽 바퀴가 물컹거린다.

"올 것이 왔구나."

어제 정비해 놓은 예비 튜브로 교체했지만 역시나 펑크 패치가 제대로 붙지 않아 새로 산 38C 튜브로 교체한다.

오는 동안 도로의 좌우편으로 내리던 빗줄기가 정면에서 흩날리고 있다. 몽골에서 이미 여러 차례 보았지만 구름 아래로 비가 내리는 모양은 정말 신비롭다.

"빗속으로 들어가야 하는가."

"맑은 하늘에 소나기도 아니고 어떻게 저렇게 비가 내릴까?"

빗물에 젖은 도로를 달리는 동안 눈앞에 있던 비구름은 계속 이동을 하여 다행히 비를 맞지는 않는다.

"초원의 하늘은 다 똑같은 건가. 멋진 하늘의 변화다."

도로 위의 비구름에서는 비가 멈추고.

멀리 도로 측면의 구름에서는 여전히 쏟아지듯 비가 내리고 있다.

"정말 표현할 방법이 없다."

검은 비구름이 머리 위를 뒤덮고 있고, 한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람이 불어온다.

"벗어나야 해."

비구름을 빠져나가려고 속도를 내어 달려보지만.

새로 교체한 뒷바퀴가 힘없이 주저앉는다.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데.

"참 부지런히도 야무지게 박힌다."

무슨 일인지 새 튜브를 교체하면 바로 펑크가 난다. 다행히 38C 튜브라 펑크 패치가 잘 붙었지만 이래저래 30분이 넘게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바로 앞에 있던 휴게소에 들렀지만 이곳 휴게소는 영업을 하지 않고, 가야 할 거리가 50km나 남아있어 식사를 할 시간도 없다.

"아, 벌써 6시네. 빨리 달려야겠다."

언더바를 잡고 빠른 속도로 질주를 한다. 그림 같은 몽환적 구름의 변화는 계속되고.

한편에서는 검은 비구름이 저물어 가는 태양을 숨기며 비를 쏟아내고 있다.

"구름과 하늘, 참 예쁘다."

7시, 30km 정도가 남았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주었던 쿠키를 먹으며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한달음에 목적지까지 갈 생각이다.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겠네."

8시가 되면서 붉은 석양빛이 퍼지기 시작하고.

하늘과 구름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언더바를 잡고 신나게 달려간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며 도로변 멀리 오늘의 목적지 아크쿨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계속 비가 올까? 마을로 들어가야 하나?"

도로변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마을에 들어가는 것이 귀찮다. 구글맵에는 전방의 도로변에 아무것도 없고, 조금 멀리 카페 하나가 검색이 된다.

"에이, 못 먹어도 고! 캠핑을 하자."

마을로 들어가는 인터체인지를 지나 적당한 캠핑 자리를 찾으며 도로를 따라간다.

"8시 반인데 해가 지는 거야? 해가 짧아졌나?"

밀을 수확하고 텅 빈 초원과 우거진 밀밭 주변의 나무숲이 캠핑을 하기에 적당했지만 도로변에 설치된 가드레일이 끊어지질 않는다.

자전거를 들어 옮길 수도 있지만 그 정도의 정성이나 부지런함은 나에게 없다. 도로를 따라 계속 길을 이어가고 9시가 되었을 때 멀리 작은 마을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식당? 설마 여기까지 와버린 거야?"

아크쿨에서 구글맵을 보며 내일 아침을 해결하려 했던 식당까지 와버렸다.

"뭐라고 읽는 거야? 바라프? 어쨌든 잘 됐네."

지도에도 안 잡히던 작은 마을이 보이고, 도로 위를 어슬렁거리는 말들 사이로 카페의 레온 사인이 보인다.

그리고 휴게소 방향에도 작은 매점이 보여, 일단 휴게소로 들어갔다. 작은 매점에는 음료수 같은 것들만 보일뿐 음식 메뉴는 없는 것 같다.

매점 옆 빈 공간의 텐트 자리를 확인하고 건너편 카페로 이동한다.

카페 주변은 넓은 공터지만 가축들의 분뇨 냄새가 나서 캠핑을 하기엔 부적절하다. 일단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가 그림 메뉴판을 보고 쉽게 주문을 한다.

감자, 토마토 수프와 양고기 만두로 저녁을 먹고.

다시 매점으로 돌아와 캠핑을 허락받았지만 텐트를 펼치는 순간 안개비처럼 약간의 빗방울이 흩날린다.

"비가 오겠는데."

큰 비는 아니겠지만 내일 아침 텐트를 말리는 것이 귀찮다. 주변을 둘러보고 주차장에 설치된 휴게실에는 탁자가 놓여있어 텐트를 칠 수 없다.

매점에서 20미터쯤 털어진 곳에 커다란 지붕의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정류장 내부를 확인하니 꽤 너비가 넓은 공간이다.

"뭐 하는 곳이야? 뭐, 알 건 없고 딱 좋네."

어둠 속에서 익숙한 동작으로 텐트를 설치하고 잠자리를 마련한다.

"제발 조용했으면 좋겠다."

아스타나를 가던 중 버스 정류장 뒤편에 캠핑을 하며 사람들의 인기척 소히에 새벽에 잠이 깨어 시간을 착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몇몇의 자동차가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정류장 근처로 들어온다.

"에쒸, 그럼 버스만이라도 들어오지 말아 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7일, 198일 / 맑음
아스타나
편안한 아스타나의 시간 하지만 이유 모르게 기운이 다운되어 있는 상태다. 아스타나의 야경을 둘러보며 기분을 전환할 생각이다.


이동거리
32Km
누적거리
13,259Km
이동시간
3시간 57분
누적시간
962시간

 
야경
 
핸드폰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아스타나
 
아스타나
 
아스타나
 
 
1,083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늦게까지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피운다. 아스타나의 생활이 편안하다 보니 동안 가라앉아 있던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고 싶어진다.

"기분이 다운이다. 의욕상실."

점심때가 되어 근처에 있은 한국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가며 모스크를 들어가기 위해 긴바지와 양말을 신고 밖으로 나온다.

검색을 해보니 하즈랏 술탄 모스크 건너편에 평가가 좋은 한국 식당이 있다.

"카카오닭?"

1층은 한국 화장품과 식료품을 파는 가게가 있고, 2층의 식당에는 젊은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제법 들어앉아 있다.

"맛집인가?"

비빔밥과 김치찌개를 주문하고.

맛있게 두 그릇을 비워낸다.

한국 제품들을 파는 가게는 조금 가격이 비싼 편이고.

김치도 따로 팔고 있다.

레쓰비와 진라면을 하나씩 산다. 작은 레쓰비가 300텡게 정도로 너무 비싸다.

돌아오는 길에 하즈랏 술탄으로 간다.

입구에 여성들을 위한 망토가 별도로 준비되어 있고, 신발을 벗고 모스크의 내부로 들어간다. 약간의 설렘이 일어난다.

외부의 규모만큼이나 넓은 모스크의 내부, 몇몇의 사람들이 기둥이나 벽을 향해 간절히 기도를 올리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모스크의 내부를 구경하고 있다.

카페트가 깔린 바닥에 누워있거나 기둥이나 벽에 기대어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은 평온해 보인다.

높은 돔의 천장에 걸려있는 샹들리에가 너무나 찬란하고 아름답다.

한가운데의 기둥에 기대어 앉아 시간을 보낸다.

"이런 분위기와 조용함, 편안함이 좋다."

러시아의 정교회 그리고 카자흐스탄의 모스크에서 보내는 시간은 너무나 평온해서 좋다. 이런 종교시설이 주변에 있다면 언제든 찾아가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형제, 자매를 찾는 귀찮은 방해자도 없고 뭔가 강요받는 듯한 참회의 요구도 없으며 역겨운 타인의 시선도 없다.

신을 믿지는 않지만 광신도 집단 같은 한국의 개신교와 조폭의 무리가 돼버린 조계종을 바라보며 믿음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많은 지금,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을 여행하며 신앙에 대한 고결함과 진실함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믿음, 어떤 무엇을 믿든지 절대적 존재를 통해 선을 찾으려는 행위는 숭고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선? 옳음에 대한 기준의 문제일까, 행위의 문제일까, 아니면 목사나 중들의 문제인가?"

모스크에서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온다.

"슈퍼에 생수를 담아 갈 수 있는 자판기가 있구나."

오후 내내 빌어먹을 네이버와 씨름을 하고, 9시 30분이 되어 아스나타의 야경을 구경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백색의 찬란한 하즈랏 술탄을 시작으로.

문화 광장을 지나 이심강을 건넌다.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공원을 따라 쇼핑몰까지 산책을 한다.

"배가 고프네. KFC에 갈까."

야경에 취해 한 시간 반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출출함이 느껴진다.

쇼핑몰 옆에 있는 아시아 파크몰의 KFC에 들러 햄버거를 포장해 갈 생각이다.

3층에 있는 KFC를 찾는 동안 11시가 넘어가고 겨우 도착한 KFC는 영업이 종료된 상태다.

옆에 있는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와 치킨을 주문한다.

주문한 메뉴는 1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고, 밖에 묶어둔 자전거가 자꾸 신경이 쓰인다.

"구조물에 묶어둘걸."

햄버거를 받아들고 밖으로 나와 빠르게 숙소로 돌아간다.

10여 분을 달려 이심강을 건너기 전 야경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려니 핸드폰이 없다.

핸들 패니어에도, 휴대폰 백에도, 주머니에도 핸드폰이 보이질 않고 어느 곳에서 빠뜨린 것인지도 전혀 모르겠다.

"에쉬, 큰일났네."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핸드폰이 떨어져 있는지를 확인하고 햄버거 가게로 다시 찾아간다.

"I lost my phone. Is there my phone here?"

어리둥절 쳐다보는 직원과 대화가 어렵고 직원에게 핫스팟을 연결해 달라고 부탁하고, 블로그를 열어 카자흐스탄의 전화번호를 확인한 후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달라 부탁한다.

"Can you call this number?"

직원의 전화기로 연속해서 세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송신음만 들릴 뿐 받지를 않는다.

"아, 제발 받아라."

햄버거 가게의 직원은 전화번호는 250텡게면 다시 살 수 있다는 황당한 설명만을 한다.

다시 한번 직원에게 전화를 부탁하고 명함을 주며 직원의 인스타그램을 등록한다.

"If you have a phone call, send me message. Ok?"

멘붕이 밀려온다. 어쨌든 방법을 찾아봐야 하겠지만 핸드폰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직원에게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내달라며 두어 번 더 부탁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로 돌아와 마음을 추스르고 직원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고 연락이 오면 메시지를 보내달라 재차 부탁을 한다.

그러자 핸드폰을 주은 사람과 연락이 됐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 사람은 쉽게 핸드폰을 돌려주지 않을 거야. 돈을 요구할 것이다."

"자전거 여행자라 돈이 없지만 필요하면 주겠다."

"얼마나 줄 수 있어?"

직원은 사례금에 대한 말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얼마를 달라는지에 대한 물음에 얼마를 줄 수 있는지를 계속 물어본다.

이유 모를 짜증이 밀려온다. 현금이 1,000텡게밖에 없다고 말하자 돈을 정말 줄 수 있는지 물어본다.

"그럼, 내일 5시에 가게로 와서 남자에게 10,000텡게를 주고 핸드폰을 받아라."

"알았다."

어찌 됐든 핸드폰을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짧은 시간 쌓인 스트레스 탓인지 기분이 말이 아니다.

애꿎은 햄버거를 먹는 둥 마는 둥 하다 쓰레기통에 버려버린다.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들고 신경이 예민해져 4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이 든다.





11시가 넘어 피곤하게 잠에서 깨고 패니어들을 재정리하며 앉아있으니 숙소의 남자가 오늘 떠날 것인지 묻는다.

"하루 더 있어야 해. 어제 핸드폰을 잃어버렸어. 오늘 핸드폰을 찾아야 해."

남자는 놀라며 자초지종을 묻고는 그 사람의 말을 믿지 말라고 한다.

"돈은 필요 없어. 5시에 나랑 함께 가자. 내가 이야기하겠다."

30,000원 정도의 금액이라 핸드폰을 찾을 수 있으면 그만이다 생각했는데 주인 남자가 도와주겠다니 좀 더 마음이 놓인다.

자료를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주인 여자가 핸드폰 이야기를 듣고서 말을 건넨다.

"10,000텡게는 너무 많아. 여기에서는 2,000텡게만 줘도 괜찮아."

아스타나에서는 핸드폰을 주은 사람에게 2,000텡게 정도를 사례하는 모양이다.

"고마워. 오후에 남편이 같이 가기로 했어."

"그래 잘 됐네. 그가 이야기 잘 해줄 거야."

4시 40분이 되자 주인 남자는 핸드폰을 찾으러 가자고 한다.

그의 차를 타고 아시아몰로 이동한다.

햄버거 가게에 도착하자 주인 남자는 직원과 대화를 하고, 5분 정도 후에 한 젊은 남자가 핸드폰을 들고 찾아온다.

주인 남자는 그와 악수를 하고 짧게 대화가 오가더니 나에게 2,000텡게를 주라고 한다.

남자는 2,000텡게를 받고 이내 사라지고, 햄버거 가게의 직원에게 감사의 말과 악수를 전하고 핸드폰을 찾아서 나온다.

"쇼핑몰에 떨어진 것을 주웠다는데, 2,000텡게면 괜찮지?"

"그럼. 고마워!"

비 예보가 된 날씨, 하늘에 두꺼운 솜이불을 덮어놓은 것처럼 넓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정말 신기한 하늘이다."

숙소로 돌아와 카카오닭에서 저녁을 먹는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라 치킨 한 마리를 먹고, 김치찌개를 시켜 깨끗하게 비우고 나온다.

다사다난한 이틀이었다. 핸드폰을 찾았으니 내일 아스타나를 떠나야겠다.

"뭔가 기분 전환이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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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96일 / 맑음 ・ 27도
아스타나
아스타나에서 휴식을 취한다. "오늘은 그냥 쉬고 싶다."


이동거리
15Km
누적거리
13,227Km
이동시간
3시간 02분
누적시간
959시간

유라시아쇼핑몰
뒹굴뒹굴
15Km / 3시간 02분
0Km / 0시간 00분
아스타나
숙소
아스타나
 
 
1,051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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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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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까지 늦잠을 자고.

1시가 되어 엽서를 구매하기 위해 팀이 알려준 유라시아 쇼핑몰을 찾아간다.

카자흐스탄의 수동형 건널목.

쓸데없이 한국 대사관도 지나가 보고.

커다란 유라시아 쇼핑몰에 도착한다.

작은 선물 가게에서 냉장고 자석과 점토 읺형을 샀지만 우편엽서은 찾을 수가 없다.

쇼핑몰을 나와 문방구에도 들러봤지만 엽서는 없다.

"다음에 사자."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식당으로 들어간다.

어렵게 맥주와 꼬치구이를 주문하고.

시원하고 맛있게 점심을 한다.

"혼자만 좋네. 젠장."

카자흐스탄의 식당에는 우리나라처럼 좌식 테이블이 놓여있는 공간이 있다.

팀이 알려준 유라시아 쇼핑몰에 다시 돌아갔지만.

이전에 보았던 그림 카드다.

숙소로 돌아오며 헙드에 도착한 위너님이 쉴 수 있도록 유나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체기의 아파트를 소개시켜 준다.

편히 쉬고 몰골의 여행을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

아스타나의 야경을 보고 싶었지만 귀찮은 게으름이 시작된다.

"하루를 더 쉴까. 모든 것이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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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95일 / 맑음 ・ 32도
아스타나
카자흐스탄의 수도, 매력적인 아스타나를 둘러볼 생각이다.


이동거리
32Km
누적거리
13,180Km
이동시간
4시간 45분
누적시간
951시간

광장구경
엽서를찾아서
13Km / 1시간 54분
19Km / 2시간 51분
아스타나
러브광장
모스크
 
 
1,051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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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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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따가운 아스타나의 아침이다. 팀의 좋은 집에서 편하게 보낸 하룻밤이었다.

"도시 참 작고 예쁘네."

평지의 아스타나는 건물들의 스카이 라인이 높지 않아 19층의 팀의 집에서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팀 역시도 여행을 즐긴다. 두 명의 아이를 갖은 팀은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여행했다.

팀의 사진 앨범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시리얼과 빵으로 아침을 먹는다.

카자흐스탄에서는 결혼 축하연을 신랑쪽과 신부쪽에서 이틀 동안 한다고 한다.

"결혼하기 참 힘든 나라네."

차분한 성격의 팀은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고.

하루 더 머물라는 팀의 제안을 정중하게 사양하고 짐들을 정리해 아스타나 구경을 나선다.

팀의 집은 너무나 편하지만 자료들을 정리하고 휴식을 취하기엔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든다.

"이거 가져갈 거야?"

팀이 바구니에 가득 담긴 계란과 꿀병을 들고 웃는다.

"아니, 너무 무겁고 먹지도 못할 거야."

사람들에게 받은 음식들을 팀에게 모두 주고.

팀, 프랭키 커플과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온다.

"타이어를 교체하고, 엽서와 자석을 사고, 어제 만든 경로대로 구경을 하고, 숙소를 잡거나 집으로 초대를 한 쟈니벡의 집으로 가거나."

"건물들을 참 예쁘게도 짓는다."

첫 번째로 타이어를 교환하기 위해 자전거 샵으로 이동한다.

조금 혼잡한 도로이지만 사람들의 인사는 끊이질 않고.

커다란 회전 교차로의 중앙에 대리석으로 만든 커다란 문이 세워져있다.

1997년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 수도를 옮긴 뒤 누르술탄으로 명칭을 변경했다고 한다.

신도시의 아스타나는 초원의 평지 위에 잘 설계된 도시처럼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다. 오래된 도시의 트램도 보이질 않고, 시내의 건물들은 일정한 리듬처럼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어 보인다.

조금 아쉽다면 교통량에 비해 도로의 구조나 설계가 조금 부족해 보이고, 인도의 폭과 시설이 완벽하지 않다.

아스타나 동쪽에 위치한 누르 아스타나 모스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잠시 모스크를 구경하는 사이 차량 한 대가 정차를 하더니 작은 생수 두 병과 사과를 건네주며 응원의 말을 전하고, 길을 지나가던 할머니가 갑자기 1,000텡게를 쥐여주며 어깨를 토닥이고 지나간다.

"방심했다."

검색했던 자전거 샵을 찾았지만 월요일 1시의 시간에 문이 잠겨있다.

"왜, 항상 이런 것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이럴까?"

주변을 서성이다 되돌아가려는데 중년의 남성이 다가와 막 주차장에 정차를 한 자동차를 가리키며 무언가를 말한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자전거를 보더니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잠시 후 영어를 하는 젊은 남자가 나타난다.

"오늘이 휴일인데 너 때문에 잠시 문을 연 거야. 자전거에 문제가 있어?"

"아니, 타이어를 교체하려고. 슈발베 마라톤 있나요?"

"컨티넨탈 타이어밖에 없어요."

"그럼, 튜브는?"

지하에 있는 매장은 정비실과 매장이 구분되어 있다. 샵의 주인은 컨티넨탈 타이어를 찾아 보여주지만 여행용이 아니라 사용할 의미가 없다.

이것저것 튜브를 찾던 중, 38C 튜브를 찾아내 3,000텡게로 두 개를 구매했다.

"배고픈데, 밥부터 먹을까?"

자전거 샵을 나와 KFC 앞에서 잠시 고민을 하다 한국 식당을 검색해 본다.

"오, 있다!"

러브파크에서 대통령의 집무실까지 이어지며 아스타나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공원을 그냥 지나치고 한식당으로 향한다.

여러 나라의 레스토랑이 모여있는 도로변에 기와지붕의 코리안 하우스.

"야, 간만에 김치찌개에 쌀밥 좀 먹어보자."

왠지 비싸 보이지만 오늘만은 과소비를 할 터이다.

시원하고 깨끗한 레스토랑의 내부, 약간의 한국어를 하는 직원에게 김치전골을 달라고 하니 양이 많다며 김치찌개를 추천해 준다.

"배고픈데."

제육볶음과 김치찌개를 주문한다.

찬물을 달라고 하니 얼음과 생수를 내어준다.

고수가 올려진 묘한 제육볶음이 나오고, 중국을 여행하며 고수의 향과 맛에 완전히 적응을 했나 보다. 고수가 너무 좋다.

김치찌개에 두 공기의 밥과 국물까지 싹싹 비워낸다.

7,700텡게.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지출했지만 먹는 것에는 아낌없이 쓰는 것이 하룻밤 편안한 호텔보다 낫다.

"충격받았다고. 겨우 60kg!"

"잘 먹었다. 그럼 아스타나를 돌아볼까."

러브파크로 되돌아가 대통령 집무실까지 공원을 따라 이동한다.

공원의 건너편으로 카자흐스탄의 전통 모자처럼 생긴 쇼핑몰이 이색적이다.

러브파크를 시작으로 길게 공원이 이어진다.

러브파크를 지나갈 때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식사를 하며 나를 향해 손짓을 한다. 영어를 하는 아주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여행에 대해 묻고는 사람들에게 통역을 하며 설명을 하자 사람들의 모든 시선이 나에게로 향한다.

"오늘은 우리의 중요한 기념일이야. 여기 와서 같이 음식을 먹자."

"방금 점심을 많이 먹었어요."

물과 음식 등을 권하더니 여러 사람들이 사진을 찍자며 달려든다. 그리고 한 남자가 무언가를 읊조리듯 기도를 올리자 모든 사람들이 머리를 숙이고 조용해진다.

남자가 기도를 드리는 동안 사람들은 손을 모아 무언가를 받는 듯 기도를 올리고 세안을 하듯 얼굴을 감싸며 기도가 끝난다.

다시 시끌벅적해진 사람들은 돌라가며 사진을 찍고 음식을 담아 건네준다.

"아이고, 팀의 집에 겨우 음식들을 놓고 왔는데 또 쌓이네."

영어를 하는 아주머니는 마지막으로 덕담을 해주며 인사를 한다.

"네가 여행을 하며 이곳에 왔고, 우리는 기념일에 이곳에 모여 너를 만났으니 이것은 신은 축복이다. 카자흐스탄은 너를 좋아한다. 행운을 빈다."

"정말 카자흐스탄의 사람들은 축복과도 같다."

공원의 좌우로 현대식 빌딩들이 각자의 모양과 색으로 멋을 내고.

높은 바이테렉 타워가 우뚝 솟아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타워에 오를 수 있는 모양이지만 자전거 보관 때문에 포기한다.

바이테렉 타워를 지나 황금빛의 빌딩 사이로 대통령의 집무실이 보인다.

아무도 아스타나의 도시를 설계하며 이곳을 중심으로 도시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의 광화문처럼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러브광장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며 도시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듯하다.

대통령의 집무실까지 둘러보고 엽서를 사기 위해 우체국으로 이동한다.

우체국 앞의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 할머니 한 분이 어깨를 두드린다.

"투어리스트냐?"

"네. 한국에서 왔어요."

무언가 러시아어로 간곡하게 말씀하시며 1,000텡게를 손에 쥐어주신다.

말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어깨를 쓰다듬으며 하시는 말씀의 의미는 충분히 알 것 같다.

"쓰바시바. 건강하게 잘 다니겠습니다."

우체국에 들어가 엽서를 파는지 물었지만 팔지 않는다고 한다.

"엽서를 어디서 사지?"

구글을 검색하고 바이테렉 타워 근처의 서점에 들렀지만 엽서를 구할 수는 없다.

"내일 다시 찾아보자."

숙소를 검색하고 이동하며 누르 아스타나 매스트를 구경한다.

모스크의 광장에 설치된 분수대에서 아이들이 물장난을 하느라 바쁘다.

도착한 게스트하우스에는 빈 방이 없어 이심강을 넘어 하즈랏 술탄 모스크 방향으로 이동한다.

광장과 문화센터를 지나.

다시 마주한 하즈랏 술탄 모스크.

다시 봐도 웅장하고 아름답다.

몇몇의 사람들이 인사를 하며 사진을 찍었지만 어제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지는 않는다.

대한민국 대사관 부근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체크인을 한다. 히잡을 쓰고 있는 부부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깨끗하고 괜찮은 숙소다.

팀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고 팀은 엽서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을 알려준다.

아스타나,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둘러보아도 즐거움이 가득한 매력적인 도시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4일 / 맑음 ・ 32도
투르가이-아스타나
아스타나로 향하여 4일간 달려왔던 여정이 끝나간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로 간다.


이동거리
134Km
누적거리
13,046Km
이동시간
8시간 34분
누적시간
951시간

P4
P4
70Km / 3시간 58분
64Km / 4시간 36분
투르가이
프르레츠
아스타나
 
 
1,004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아침부터 다시 바람이 불어온다. 파블로다르에서부터 4일째 계속되는 바람이다.

"그만 불어도 되지 않니?"

간단히 세수를 하는 동안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차를 마시자며 카페를 가리킨다. 정말 카자흐스탄의 사람들은 너무나 친절하다.

자신의 승합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자는 아저씨의 제안에 웃음으로 답하자 자신의 전화번호를 주면서 필요할 때 연락을 하라고 한다.

"아저씨, 영어 못하잖아요. 하하하."

어젯밤 알리나의 가족이 놓고 간 상자 안에는 빵과 햄, 찐 감자, 삶은 계란, 오이 등등이 가득 들어있다.

"이 많은 걸 어떻게 하지. 날씨도 더운데 난감하네."

일단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식당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식당의 여자가 사탕과 쿠키를 담아 건네준다.

"일주일은 먹겠어. 오늘 배고플 일은 없어서 좋긴 한데."

텐트를 정리하고 알리나의 가족이 준 음식들은 각각의 패니어에 나눠 담는다.

카우치서핑으로 아스타나에서 하루를 머무를 호스트 팀에게 연락을 한다.

"아스타나까지 123km가 남았는데 바람이 불어 늦어질지도 모르겠어. 늦은 저녁이나 내일 정도 도착할 것 같아."

너무 늦게 도착하거나 하루가 늦어지면 호스트가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고 도착이 늦어지면 숙소를 잡는 것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가까이 오면 알려줘. 차로 픽업을 갈게."

"아냐. 오늘 안으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볼게. 주소를 줘. 도착하면 연락할게."

팀의 집은 아스타나의 외곽에 있어 140km 정도의 거리가 찍힌다.

"야, 이게 부지런히 가야겠다."

바람을 이기며 15km씩 이동을 한다.

"남서쪽으로 가니 서남풍이 불어오네. 참 나."

길을 따라가던 중 차량을 세우고 기다리던 커플은 트렁크를 열고 커다란 생수통을 가리키고 웃으며 인사를 한다.

"노, 노, 노, 노!"

사진을 찍은 후 남자는 꿀처럼 보이는 큰 유리병을 던지듯 건네주고 가버린다. 시골 할머니들이 아무리 사양을 해도 주머니에 돈을 꽂아 넣어 주며 괜찮다는 듯 웃어주는 그런 모양새다.

"아니, 이 무거운 것을 어떻게 하지. 이러다 살아있는 말도 주는 거 아냐?"

어찌 됐든 여자를 데려가라는 몽골 사람들보다는 괜찮지만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친절은 너무나 과분할 정도이다.

카우치서핑으로 호스트를 찾아 하루를 머물며 신세를 지는 것이 숙소비를 절약하고 현지의 사람들과 편하게 만날 수 있어 좋기는 한데, 일정이 정확하지 않은 자전거 여행이다 보니 날씨나 자전거 트러블 같은 변수가 있어 도착 시간에 대한 압박이 느껴진다.

물론 하루나 이틀 동안 잠자리를 내어주고 음식 등을 대접하겠다는 호스트들은 그런 것에 신경을 덜 쓰겠지만, 어쨌든 한국 사람이고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라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늦어지면 먼저 연락하고 숙소를 잡자."

15~18km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며 50분 단위의 휴식으로 평상시보다 짧게 짧게 끊어간다.

"오늘은 먹는 것도 부지런해야 해."

패니어에 가득 들어있는 음식들을 부지런히 먹어 치워야 한다.

날은 계속해서 더워지고 바람 때문에 조금 선선했던 이틀보다 7~8도가 더 올라간다.

배는 든든하게 부르지만 갈증이 밀려온다.

아주 멀리서 흰색의 승용차가 정차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몽골에서는 길 위에 차량이 정차되어 있으면 왠지 모를 피곤한 감정이 앞서들었는데, 카자흐스탄에서는 그들의 친절함이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역시나 밝게 웃는 커플이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차에서 한가득 음식들을 건네준다.

"아니, 많아요! 엄청 많이 있어요."

말이 안 통하니 웃으며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표정하게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차갑게 냉장이 잘 된 빵과 과자, 포도 그리고 바나나까지 받아들 수밖에 없다. 하나를 먹으면 세 개가 더 늘어나는 음식들이다.

시원한 작은 포도로 갈증을 해소시키고 무르기 쉬운 바나나는 바로 먹어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

모든 패니어에 음식들이 가득 들어 있어 더는 넣을 공간도 없다. 음식이라기보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정이라는 것이 맞는 표현 같다.

먹을 수 있는 만큼 감사하게 먹고, 남은 음식들은 호스트에게 주면 될 것이다. 문득 이쯤 되면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국인을 도와주라는 방송이 나간 것은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든다.

"그냥 하릴없이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일 뿐인데."

어느 나라 사람들이든, 무엇을 하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현재를 벗어나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속의 바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막연하고 헛헛한 감정선 같은 것이 있나 보다 생각하고 만다.

무엇을 위해 여행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쓸데없는 나의 여정이 누군가에게 작은 에피소드가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고마운 일이다.

멀리 보이는 초원에서 불이 났는지 검은 연기가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다.

"불이 났는가? 그건 그거고, 연기가 바로 올라가네."

"오호, 드디어 바람이 사그라드는 건가."

아스타나까지 70km 정도를 남기고 4일 동안 괴롭히던 바람이 사그라든다.

"아, 시원한 물이 필요해."

아스타나에 가까워지며 도로의 상태도, 갓길의 너비도 좋아지고.

"사비, 어디쯤 왔어?"

"50km 정도 남았어. 4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 8시쯤 도착하겠다."

네트워크가 끊겨 연락이 안 되던 팀과 메시지를 교환하고 아스타나를 향해 달려간다.

의미를 알 수 없는 톨게이트를 지나며 아스타나의 경계를 넘고 부쩍 혼잡해진 도로를 따라 페달을 밟아간다.

속도가 빨라지며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람만 없으면 이렇게 좋은데."

천천히 아스타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차량의 통행이 많아질수록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의 수도 그만큼씩 늘어난다.

이상한 일이지만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도시로 진입하는 도로들은 모두 상태가 안 좋다.

"이 지역들의 컨셉인가?"

공단 지역과 같은 아스타나의 외곽을 가로질러.

중국의 도시마다 들어선 화력 발전소와 비슷한 모양의 거대한 굴뚝을 지나고.

이스티나의 북동쪽 시내로 들어선다. 일단, 시원한 물을 마시고 싶은 갈증이 밀려온다.

"오, 버거킹! 좋은 도시임이 틀림없다."

슈퍼에 들러 음료수를 사들고,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덕에 시내를 둘러보고 팀의 집으로 갈 생각이다.

구글맵으로 아스타나의 시내를 검색하는 동안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사진을 찍자며 인사를 한다. 잠시 어딘가에 엉덩이를 붙이기가 무섭지만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웃는 얼굴은 참 편안하다.

근처에 있는 공원과 모스크를 구경하고 팀의 집으로 가는 경로를 잡는다.

전쟁 기념 공원을 지나.

웅장한 규모의 모스크, Hazrat Sultan Mosque으로 향한다.

유난히 깔끔하고 깨끗한 아스타나의 시내.

거대한 규모의 모스크가 한눈에 들어온다.

"와우!"

아치형 돔과 네 개의 기둥, 흰색의 외관이 저녁의 햇볕을 받아 유독 아름답게 느껴진다.

모스크의 광장에서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을 때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저팬?"

한 사람으로 시작된 '셀피'는 끊임없이 이어져 모스크의 모습을 감상하기는커녕 제대로 된 사진조차 찍을 수가 없다.

자리를 옮겨 모스크의 측면으로 이동했지만 그곳에는 또 다른 카자흐스탄의 사람들이 모여들 뿐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겠다. 팀의 집으로 가자."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히고 질문에 대답을 하느라 다른 곳을 둘러볼 염두가 나질 않는다.

모스크를 빠져나와 팀의 집을 찾아간다.

모스크 옆에 위치한 공원을 지나치고.

작은 이심강을 건너.

2017년 엑스포가 열린 엑스포 광장으로 이동, 이곳은 마치 신도시처럼 새로운 아파트 단지들이 조성되어 있다.

해는 저물어 가고.

팀이 알러준 주소에 도착하여 메시지를 보낸다.

"팀, 나 왔어."

팀은 다시 자세한 주소를 구글맵으로 찍어주고, 그곳의 사거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큰 키에 마른 체형, 환하게 웃는 얼굴이 친숙하고 차분한 성격을 갖은 친구로 느껴진다.

팀의 안내로 새로 지어진듯한 오피스텔의 19층 그의 집에 도착한다.

오늘 먼저 도착한 키프로스의 젊은 학생 커플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프랭키 커플은 배낭 여행으로 1년 동안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하고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에 놓여있는 체중기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설마?"

하루 종일 물과 음식을 섭취하고 왔는데 60kg이 나온다.

"고장난 거 아니야?"

길 위에서 만난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챙겨준 음식들을 팀에게 건네주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함께 웃는다.

팀이 저녁으로 샐러드와 계란 후라이로 대접하고 차를 마시며 넷이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천천히 말해라, 못 알아듣는다. 그리고 내 말은 너네들이 알아서 듣고 이해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알마티 그리고 키프로스와 터키, 한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멋진 곳들의 정보를 많이 알려준다.

"터키에서 10달러면 키프로스에 갈 수 있다는 말이지. 알았어!"

"응, 근데 하루면 다 구경할 거야."

12시가 되어 거실의 넓은 소파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어 편하게 잠이 든다.

잠시 시내를 지나며 아스타나를 구경했지만 작은 도시 아스타나가 궁금해진다.

현재의 카자흐스탄에 모든 것들이 집약되어 있는 듯한 아스타나는 색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도시다.

내일은 팀과 함께 논의를 한 경로를 따라 아스타나를 불러볼 생각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3일 / 맑음 ・ 25도
토르트쿠두크-투르가이
연일 이어지는 바람이다. 아스타나를 향해서 달려간다.

이동거리
107Km
누적거리
13,046Km
이동시간
8시간 15분
누적시간
942시간

P4
P4
67Km / 5시간 45분
40Km / 2시간 30분
도르트쿠
에르에이
투르가이
 
 
870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환해진 텐트, 시계를 12시가 넘었는데 피곤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뭐지? 이 피곤함은?"

일어나지 못하고 하루를 쉴 생각으로 다시 잠이 든다.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를 했는지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계속되고, 말이나 소가 화물차에서 움직이는 소리에 다시 잠에서 깬다.

2시가 넘어가는데 텐트 안은 생각보다 환하지 않고, 여전히 몸이 무겁다.

"그늘이 졌나? 날이 안 좋은가? 근데 왜 이렇게 힘들지?"

소변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하늘이 까맣다.

"뭐야? 새벽이잖아!"

잠결에 시계를 확인하며 정오가 넘은 시간으로 착각을 했다. 정류장에는 몇 대의 차량이 정차를 하고 잠을 자거나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몸이 이상한 게 아니라 다행이네."

다시 쉽게 잠들지 못하고 조금 뒤척이다 잠이 든다.

7시가 조금 넘어 일어나니 여전히 불어오는 바람으로 쌀쌀한 느낌이다. 며칠 전 세메이에서 39도를 넘나들던 날씨가 어느새 10도 가까이 떨어지고 아침 기온은 12도밖에 되질 않는다.

"올해 여름은 이것으로 끝인가 보다."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펑크가 났던 뒷바퀴의 튜브를 예비 튜브로 교체한다.

"타이어를 교체할 때까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9시, 패니어를 정리하고 출발하려는데 뒷바퀴가 주저앉아 있다. 정비해 두었던 예비튜브의 펑크패치가 제대로 붙지 않은 모양이다.

펑크가 난 튜브를 다시 꺼내어 펑크패치를 붙이고, 맞바람이 불어오는 도로를 따라 무거운 페달링을 해간다.

평속 8km 정도의 속도, 오늘도 꽤나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에쉬, 오늘도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오늘의 목적지는 100km 정도 떨어진 투르가이, 어제 타지 못한 20km 정도의 거리 때문에 투르가이까지 가더라도 아스타나까지 의 거리가 120km아 남는다.

"오늘은 100km를 갈 수 있으려나?"

한 시간이 넘도록 달렸지만 고작 10km만을 이동하고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아무래도 저 산을 넘어가는 모양이네."

"초원에 구름이 많은 날은 이제 무섭다."

어렵사리 첫 번째 산을 넘으며 바람의 방향이 극적으로 바뀌기를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날리 없고, 오히려 더 강한 바람이 정면에서 불어온다.

"답이 없다. 없어!"

세 시간이 지나 어제의 목적지였던 아크몰라의 주경계에 도착한다.

출출함과 함께 몸이 무거워지던 참이었는데 다행히 주경계에 작은 식당이 하나 들어서 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식당에서 난감한 메뉴 결정의 토론을 해야 한다.

"어떤 것을 먹어야 하나요? 추천을."

번역기로 해결을 해보려 해도 네트워크가 좋질 않아 사용할 수도 없고, 전에 먹었던 닭고기 바베큐 사진을 보여주니 그런 메뉴는 없다고 하고, 어제 식당에서 먹었던 고기국수 사진을 보여주니 메뉴가 있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거 주세요! 국수."

주문을 받고 주방으로 들어가는 아주머니를 붙잡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닭다리 구이 사진을 보여주니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진짜? 그럼 이것도 하나 줘요."

어제의 식당보다 정결하게 담긴 국수는 넓고 얇은 면의 색깔이 뽀얗게 이쁘고 국물도 시원하니 딱 좋다.

주유소 옆의 음식점보다 100텡게가 비싼 500텡게의 닭다리는 주유소 식당보다는 못하다.

개운한 국물의 고기국수를 먹는 동안 하나둘씩 손님들이 들어오고 나를 보며 인사를 한다.

"잠깐, 저건 밥인데!"

다른 테이블에서 주문한 음식을 서빙하는 쟁반 위에 볶음밥 같은 것이 있다.

"투르가이까지 아무것도 없은데 든든하게 먹고 가자."

밥을 먹고 있는 손님을 가리키며 메뉴를 묻고 추가 주문을 하니 아주머니가 피식 웃는다.

몽골에서 먹었던 양고기 볶음밥과 비슷한 맛인데 잡내가 거의 없다. 깨끗하게 음식들을 비우고 사람들의 질문에 야간의 대화를 나눈 후 오후 라이딩을 시작한다.

1시가 넘은 시각, 투르가이까지 76km가 남았고 바람은 여전히 끔찍한 맞바람이다.

어제 만난 새 도로에서부터 세워져있던 이정표의 거리는 아스타나까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것 같다.

"오늘 대충 130 정도까지 가면 끝인가."

"아고, 언제 다 가냐."

구름의 높이가 조금 다를 뿐 몽골의 풍경과 너무나 흡사하다.

"몰라. 놀면서 갈 거야."

"에잇, 신발!"

"넌 뭐, 무임승차냐?"

평평했던 도로는 작은 언덕들을 넘어가며 업다운을 반복하더니 오늘의 두 번째 산을 향해 곡선을 그리고 있다.

앞 기어를 떨어뜨리고 천천히 산을 오른다. 바람만 없다면 힘들 것도 없는 높이와 거리이지만 2~3km 정도의 거리가 한없이 길게 느껴진다.

두 번째 산을 넘고 주변의 풍경은 조금씩 달라진다. 지평선의 끝으로 산들의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고 길게 이어지는 도로는 산들을 향해 업다운을 반복한다.

"하, 정말 지독하게 괴롭히는구나."

긴 오르막의 끝에서 차를 정차하고 기다리고 있는 커플을 만넌다. 쾌활한 성격의 여자와 무뚝뚝한 남자는  왠지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영어를 잘 하는 여자와 짧게 대화를 하는 동안 'Your Crazy'만을 반복하며 고개를 절로 흔들어대는 남자.

몇 장의 사진을 함께 찍는 동안 아스타나에 도착하면 시내를 구경시켜 주겠다는 여자와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헤어진다.

빵과 함께 작은 사과를 챙겨주며 길게 여행에 대한 응원을 해주고 떠난다.

30여 분 정도를 더 이동하고 도로변의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하루 종일 괴롭히고 있는 바람이 저녁이 되어가며 조금 선선해지니 상쾌하게 느껴진다.

조금 전 남녀 커플이 챙겨준 빵과 사과로 출출함을 달래보고.

늘 그렇듯 사람들과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카자흐스탄으로 와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각자의 핸드폰으로 번갈아 가며 찍던 전과 달리 나는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을 포기한지 오래다. 대신 명함을 주고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으로 메시지가 오면 사진을 보내달라 부탁하고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오늘은 어디에서 마무리를 할까? 30km 정도 남았는데."

긴 오르막을 오르고 6시가 넘어가자 바람이 점차 사그라든다.

"달려!"

언더바를 잡고 분노의 질주를 시작한다.

적당히 사라진 더위와 평평해진 도로 그리고 땀을 식혀주는 미풍의 간지러움을 느끼며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순식간에 20km가 사라지고.

토르가이로 들어가는 교차로에 도착한다.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와 마을의 외곽을 돌아가는 도로의 갈림길.

이정표를 바라보면 짧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친다.

"이젠, 어느 쪽이든 상관없잖아."

길을 잘못 들어섰다 해도 지나쳐버린 길을 되돌아갈 수도, 되돌아갈 필요도 없다.

앞으로 가야 하고, 갈 수 있고, 가고 싶은 길이 더 많으니까.

어느 쪽을 선택하든 펼쳐진 길 위에서 진심을 다해 현재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

"현재를 살아간다."

10km 정도를 달려 갈라졌던 도로는 다시 만난다.

도로변의 휴게소에 작은 음식점이 보이고.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해 한 시간 정도를 더 가고 싶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아스타나까지 123km 정도가 남았다.

카페 앞에서 숨을 돌리는 동안 사람들이 인사를 하고.

"밥이 있나요?"

전에 먹었던 볶음밥 사진을 보여줘도 없다는 응답을 한다.

"추천! 맛있는 것을 추천해 줘요!"

"마른!"

1,200텡게의 메뉴를 카자흐스탄 음식이라며 소개를 해준다.

"다른 것들보다 비싸네. 뭐지? 오케이! 주세요."

잠시 후 주방에서 나온 중년의 여자가 카운터의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내게 뭔가를 진지하게 묻는다.

"말고기인데 괜찮아?"

"말고기야? 말고기를 여기서 먹어볼 수 있네. 오케이!"

음식이 나오는 동안 식당의 주변에 텐트를 칠 수 있는지 묻고 허락을 받는다.

넓은 밀가루 면 위에 말고기의 수육이 올려져 있고, 말의 사골 국물이 한 그릇 담겨 나온다.

"말고기다!"

부드러운 면과 함께 수육을 함께 먹으니 아주 맛이 좋다.

"소와 비슷한데 뭔가가 다르네."

식사를 하은 동안 앞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계속해서 번역기를 들고 뭔가를 설명하며 웃는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야. 최고지."

옆을 보니 함께 온 사람은 밥으로 된 음식을 먹고 있다.

"밥 메뉴는 없다고 하더니."

아침에 먹으려고 남자의 메뉴를 핸드폰으로 찍고 있으니 번역기를 사용하던 남자가 손사래를 친다.

"이건 나쁜 음식이야. 이걸 먹으면 배 아파. 베쉬바르막을 먹어야지."

Бешбармак, 말고기를 베쉬바르막이라고 부르나 보다.

남자의 일행과 즐겁게 떠들고 그의 아이들과 사진을 찍는다.

알리나의 가족, 6명의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을 갖은 남자는 텐트를 치는 동안 가스 버너를 가져와 커피를 끓여주겠다고 한다.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커피를 마실 수 있는지 물었을 때, 식당에서 타는 커피는 짜다는 이상한 설명을 들어 포기한 것이 마음에 쓰였나 보다.

알리나의 아빠는 떠나며 음식이 가득 담긴 상자를 놓고 웃으며 가버린다.

"아니, 이거 너무 많아요."

아무래도 카자흐스탄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인사나 가격을 묻는 질문보다 정중하게 사양을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깊이 잠이 든다.

"아스타나로 가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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