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04일 / 맑음
닉코르나-예테보리
스웨덴의 대도시 예테보리로 들어간다. 축축하게 젖어 얼어있는 몸을 녹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따듯한 샤워가 하고 싶다."


이동거리
75Km
누적거리
19,749Km
이동시간
6시간 12분
누적시간
1,446시간

 
추워
 
춥다고
 
 
 
 
 
 
 
54Km / 3시간 50분
 
21Km / 4시간 22분
 
닉코르나
 
쿤갤프
 
예테보리
 
 
1,13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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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새벽의 한기에 잠이 깬다. 젖은 침낭이지만 체온으로 덥혀지면 따듯하게 보온이 되는 침낭인데 이상하다.

"왜 이렇게 춥지?"

텐트를 열고 밖을 보니 하얗게 눈이 쌓여있다. 어젯밤 내리던 비는 눈으로 바뀌어 내렸나 보다. 비에 젖은 텐트는 얼어붙어 눈으로 덮여있다.

"완전히 얼었네."

얼어붙은 자물쇠와 텐트의 폴대를 라이터로 녹여 정리를 하느라 꽤나 애를 먹는다.

눈이 내리고 하늘이 열려있다.

"정말 해가 뜬 거니?"

아침의 태양을 본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기온은 떨어졌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니 정말 상쾌한 기분이다.

눈이 쌓인 차가운 도로를 달린다. 비에 젖은 것들이 얼어버리며 변속기와 브레이크마저 제어가 안된다.

"괜찮아. 비를 맞는 것보다 낫잖아!"

습기가 차오르는 비닐봉지를 버리고 시린 발에 양말 한 켤레를 덧신는다. 어쨌든 추위는 해결할 수 있지만 비는 정말 어쩔 도리가 없다.

예테보리를 향해 달려간다.

"왜 이렇게 지치지?"

가능하다면 잠시 시간을 두고 머무를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예테보리가 가까워지며 마을들의 모습도 조금씩 커져가고.

길을 헤매는 빈도도 늘어간다.

예테보리의 실루엣이 조금씩 가까워진다.

오래된 이면 도로를 따라 시내로 진입한다.

강을 건너는 자전거 도로가 막혀있다.

"뭐냐?"

주위를 살펴보니 새로 생긴듯한 다리가 보이고, 다리의 측면으로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다행이네."

도시의 실루엣 너머로 저녁노을이 피어오른다.

"정말 오랜만이네. 좋다!"

초원을 달리며 매일처럼 마주하던 붉은 석양빛을 이렇게 오랫동안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다.

"가까이 있어 좋은 것들은 늘 이렇다. 없어지고 나면 너무나 사무치거든. 너처럼.."

잠시 복잡한 시내 한가운데에서 방향감을 잃었지만 숙소에 도착한다. 꽤나 깔끔하고 괜찮은 호스텔이라 숙소의 간판을 한 번 더 확인한다.

분위기가 좋은 호스텔이다. 젊은 여행자들은 없고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많다.

숙소의 직원에게 텐트를 말리고 싶다고 하니 텐트를 물로 씻어내 주고 건조대에 말려준다.

짧은 만남이지만 이런 만남의 즐거움이 좋다. 기숙사식의 대형 호스텔이나 어린 친구들이 복잡한 호스텔은 너무 삭막하고 재미가 없다.

미리 검색해둔 중국식 뷔페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해결한다.

90크로나의 저렴한 가격도 마음에 들지만 고기 요리가 많은 중국 메뉴라 더 좋다.

야무지게 한 접시를 채워 순식간에 비워내고.

크게 세 접시를 비우고서야 콜라를 집어 든다.

"역시 중국 음식이 배불러!"

다양한 인종과 연령의 사람들이 가득 찬 뷔페에서 한식은 세계적인 메뉴가 될 수 없는지 아쉽고, 터무니없이 비싼지 의문이 든다.

숙소로 돌아와 짐들을 정리하고.

앞 침대의 노신사는 숙소 관리를 하는 알렉산드라 할머니에게 나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지 텐트를 말리는 것과 함께 자전거를 숙소 내부로 넣어두라며 도움을 준다.

오슬로를 출발하여 꽤나 힘들게 지나온 것 같은데 헬싱보리까지 260km나 남아있다.

"왜 거리가 안 줄어드니?"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의 북유럽 여행도 몽골처럼 시간이 지난 후에 더 여운이 남는 그런 여정일 것 같다.

"북유럽의 숲은 정말 좋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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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03일 / 흐림
나베르스타드-닉코르나
스웨덴의 두 번째 여행, 예테보리를 지나 헬싱보리로 갈 생각이다. "제발, 비 좀 그만와라."


이동거리
83Km
누적거리
19,674Km
이동시간
6시간 01분
누적시간
1,440시간

 
165도로
 
E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나베르
 
우데발라
 
릭코르나
 
 
1,05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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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숲은 너무나 좋다. 조용하고 편안하고 싱그럽다.

싸늘한 비는 계속되지만 상쾌한 굿모닝을 거를 순 없고.

여름철 북유럽의 숲이 궁금하다.

"얼마나 좋을까?"

숲에서 나오니 비의 양이 제법 많다. 양말과 장갑 위에 비닐봉지를 씌우고 출발을 한다.

예테보리까지 150km 정도의 거리, 오늘 최대한 많은 거리를 이동하고 싶다.

"80km는 가야 할 텐데."

여전히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도로를 따라 20km를 달리고 어제의 목적지였던 마을의 슈퍼에서 빵을 사 들었다.

"10개는 먹을 수 있는데."

비에 젖은 몸에서 냉랭한 한기가 시작된다.

지쳐가는 페달링과 함께 체인 트러블도 심각해지고, 어쩔 수 없이 1단으로 떨어뜨리고 길을 이어간다.

40km 정도를 지났을 때 폴란드 자전거 커플을 만났다. 여행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누고 헤어진다.

"부럽네."

춥고 지쳐있으니 모든 것이 귀찮게 느껴진다.

비닐봉지를 씌운 양말이 땀에 젖어들며 발끝이 시려온다. 비에 젖나 땀에 젖나 똑같지만 비에 젖어 첨벙거리는 것보다는 낫다.

"정말 지겹게도 오르내리는구나."

2시 반, 오늘의 일차 야영지로 생각했던 작은 도시에 들어선다.

"좀 더 가도 되겠는데."

이리저리 사라지는 자전거 도로를 찾아가며 시내를 벗어난다.

여러 갈래로 나뉘지는 갈림길, 어느 길을 선택할지 잠시 고민을 하고.

"조금 돌더라도 큰 도로를 타고 갈까, 해안을 따라서 가 볼까?"

바다도 구경할 겸 해안가의 길을 선택한다.

평평한 해안 도로를 기대했는데 예쁘게 꾸며진 작은 공원의 산책로가 나온다.

해안 절벽을 따라 나무테크의 산책로가 이어지고.

아주 작은 모래사장의 해수욕장도 나온다.

"캠핑 자리로 딱인데."

길은 계속해서 산책로를 따라간다.

"10km나 남았는데, 너무 한가롭네."

다시 숲속의 작은 길이 이어지고, 오르막도 계속된다.

"그만. 오늘은 그만!"

4시가 되고 해는 떨어진다. 어두운 자전거 도로를 달려 이차 목적지인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슈퍼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고.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느껴지는 마을을 벗어난다.

"분위기 참 좋네."

마을을 벗어나자 가로등이 없는 도로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도로변의 공터로 무작정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 텐트를 펼친다.

"젖은 텐트를 치고 거두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네."

오늘 하루 80km를 이동해서 예테보리까지 70km 정도가 남았다.

예테보리의 숙소를 예약하고 젖은 침낭을 끌어당긴다.

"내일은 뽀송뽀송하게 잘 수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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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02일 / 흐림
사릅스보르그-할렌-스웨덴 나베르스타드
짧은 노르웨이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스웨덴으로 넘어간다. 생각하지 못한 극야현상과 계속되는 비로 인해 유럽의 체류기간인 쉥겐기간을 많이 소모하고 만다. "햇볕이 그립다!"


이동거리
66Km
누적거리
19,591Km
이동시간
5시간 23분
누적시간
1,434시간

 
22도로
 
165도로
 
 
 
 
 
 
 
52Km / 3시간 40분
 
14Km / 1시간 43분
 
사릅스
 
국경
 
나베르
 
 
28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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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싸늘한 아침이지만 고요한 숲은 너무나 좋다. 출발을 서둘러야 하지만 체온으로 따듯하게 덥혀진 침낭에서 벗어나고 싶지가 않다.

시간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킨다.

"아, 오늘도 비!"

한적한 118 도로를 따라가고 15km를 달려 스웨덴 국경으로 가는 갈림길을 마주한다.

"바로 국경이기는 한데, 이후 도로가 명확하지가 않아!"

작은 도로들을 타고 여행을 하는 것이 좋지만 소요되는 시간에 대한 압박이 있다. 쉥겐기간 때문이다.

경로를 바꿔 국경의 도시 할렌으로 향한다. 해안선의 도로들이라 산을 넘어가는 구간이 계속 이어진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는 편안함이 있지만 체인 트러블이 갈수록 심해져 언덕을 오르는 것이 쉽지 않다.

작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동안 너무나 조용한 맵스미, 지도를 확인하니 길을 지나쳐 가고 있다.

"너 수줍음 타냐? 왜 말을 안 해?"

잠시 길을 돌아 할렌시청 앞에서 쉬어 간다. 강변의 높은 산 위로 오래된 성곽의 모습이 보인다.

"어쩐다니, 크리스마스트리가 보이기 시작하네."

자작나무를 깎아 만들어 놓은 루돌프와 눈사람 모형이 친근하다.

"이런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좋아!"

"자식, 스키를 타네."

국경으로 항하는 22 도로로 가기 위해 작은 다리를 천천히 건너는 동안 뒤편에서 여자 한 명이 따라붙는다.

"하이."

할렌시의 신문자 기자라며 자신을 소개한 여자는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한다.

"시간은 괜찮은데, 내가 영어가 짧은데."

여기자는 여행에 대해 질문들을 한다.


"왜 여행을 하죠?"

이 질문은 한국어로도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냥 삶이 지루해서.."

다리 위에 서서 30분가량 질문에 대답을 한다. 원활한 회화가 안되니 알아서 잘 듣고, 알아서 기사를 쓸 것이라 생각한다.

"Xavi fra Sør-Korea skal sykle jorda rundt – la inn et stopp i Halden" -Halden Arbeiderblad


어쨌든 부지런한 기자와 즐거운 인터뷰를 끝내고 22번 도로를 찾아간다. 길은 산 위의 성벽을 돌아 올라간다.

"설마 이곳을 올라올 줄이야."

산과 고개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런 느낌 오랜만이네."

산을 오르고 오른다. 그리 경사도가 가파른 산들은 아니지만 조금씩 지쳐간다.

국경까지 12km 정도를 남기고 천천히 내리막길이 시작되지만 페달링은 경쾌하지 않고, 비에 젖은 몸은 피곤함이 시작된다.

"다 온 것 같은데."

나무향이 좋은 작은 버스 정류장에서 휴식을 취하기 바쁘다.

"배도 고프고."

스웨덴의 국경까지 4km 정도가 남았다.

국경으로 가는 도로변에 작은 폭포가 있는 공원을 지난다. 계속해서 비가 오는 날씨에 폭포에서 떨어지는 유수량이 풍부하고 거칠다.

아주 작은 다리를 사이에 두고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국경이 나타난다.

"다시 왔다. 스웨덴."

국경과 함께 노르웨이 22번 도로의 노란 중앙선이 사라지고, 밋밋한 스웨덴의 165번 도로가 이어진다.

비슷한 모습이지만 스웨덴의 숲이 노르웨이의 숲보다 더 풍성하고 비밀스럽게 느껴진다.

작은 호수를 따라 조용한 도로는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천천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많이 못 왔네."

산들과 고개를 넘어오느라 60km 정도의 거리만을 달려왔다.

"쉬자. 오늘은 정말 피곤하다."

3시, 도로변 첫 번째 슈퍼마켓까지 이동을 하고.

"통닭 없나?"

작은 규모의 시골 슈퍼마켓이라 기대는 없었는데, ICA 체인점이라 그런지 통닭이 있다.

"따듯한 건 없나?"

전자렌지로 덥혀야 하는 제품이지만 식은 통닭도 괜찮다.

어릴 적 어머니는 가끔씩 읍내의 시장에서 기름에 튀긴 통닭을 사다 주시곤 했다. 노란 종이에 싸여 담긴 치킨 조각들은 대부분 따듯하게 먹기보다 고방에 넣어두고 기름이 밴 종이가 갈색으로 변하는 동안 조금씩 꺼내어 여러 날이 지나도록 나누어 먹었었다.

서울로 전학을 오고 기름에 갓 튀긴 따듯한 통닭과 달콤시큼한 무, 마요네즈 케찹에 버무려진 양배추 샐러드의 맛에 반하기도 하고, 달콤한 양념통닭의 환상적인 맛에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었고.

대학에 들어갈 때쯤 KFC를 먹기 위해 종로의 매장까지 친구들과 걸어가 색다른 인테리어와 주문 방식에 수줍은 주문을 하고, 두툼하고 바삭한 치킨의 첫 맛과 향에 충격을 느끼기도 했었다.

하지만 통닭은 크게 조각내어 튀겨진 시골 장터의 치킨, 반 건조되는 동안 꺼내 먹던 식은 통닭의 맛은 지금까지 나에게 최고의 맛이다.

가끔씩 통닭을 먹다 일부러 남긴 후 하루나 이틀 뒤에 먹어보기도 하지만 요즘의 통닭들은 그냥 눅눅해지거나 메말라버려 그 맛을 느낄 수가 없다.

동전 지갑에서 10크로나를 찾아 따듯한 커피로 몸을 녹인다.

"역시 스웨덴이 훨씬 저렴하네."

스웨덴의 물가도 비싼 편이지만 무지막지한 노르웨이에서 넘어오니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진다.

"여기 로또나 사 볼까? 여행 중에 로또에 당첨된 여행자의 뉴스 토픽을 본 것도 같고."

슈퍼에서 나와 도로를 따라가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숲으로 들어간다.

"정말 좋은 숲들이야!"

푹신한 숲에 텐트를 펼치고 통닭으로 저녁을 한다.

"무.. 통닭은 무맛인데."

덴마크로 가는 일정이 계속 늦어진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일은 또 어디까지 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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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01일 / 흐림
베스트비-사릅스보르그
계속해서 축축한 비가 내린다. 비에 젖어있는 모든 것이 힘들다. "북유럽의 겨울은 정말 힘들어!" 


이동거리
75Km
누적거리
19,525Km
이동시간
5시간 51분
누적시간
1,428시간

 
151도로
 
112도로
 
 
 
 
 
 
 
20Km / 1시간 30분
 
55Km / 4시간 21분
 
베스트비
 
모스
 
사릅스
 
 
216Km
 
 

・국가정보 
노르웨이, 오슬로
・여행경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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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어, 크로네(1크로나=1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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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고 또 내린다. 정말 지치지도 않고 매일처럼 비가 내린다.

다행히 상온의 기온이라 얼지는 않지만 젖은 몸으로 파고드는 한기는 정말 어렵다.

여명과 함께 출발을 해보려 했지만 아침 침낭의 따듯함에 쉽게 벗어나기가 힘들다.

10시가 되기 전 오늘의 라이딩을 출발한다.

118 메인도로의 측면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모스까지 복잡하지 않고 편하게 이어진다.

"국경까지 90km, 부지런히 가자."

어제의 목적지였던 모스에 도착한다.

주변의 호숫가를 따라 예쁜 집들이 들어서 있다.

생각보다 쉽게 모스의 시내를 벗어나고 출출함이 밀려온다.

편의점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점심을 하며 국경까지의 경로를 재확인한다. 잠시 방심하며 흙길에서 몸부림을 쳤던 어제의 경험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아, 비 정말 그만 왔으면 좋겠다."

작은 마을들을 들어서면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회전 교차로로 이어지는 북유럽의 도로에서 방향을 잡기가 꽤 어렵다. 좌우 회전을 무한 반복하는 몹쓸 구글맵이다.

내비게이션 화면을 켜면 지도를 보며 따가가면 쉽지만 배터리를 아껴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도로의 좌우로 바뀌며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 오히려 자전거 도로가 없는 구간의 라이딩이 더 편하다.

국경 근처의 마지막 도시 사릅스보르그에 도착하기 전 시내를 가로지르는 118 도로를 벗어나 외곽으로 돌아가는 112 도로를 따라간다.

커다란 호수 주변으로 조용한 마을들이 이어진다.

호숫가 마을들의 풍경도 아늑하고 아기자기하다.

사릅스보르그의 외곽을 따라 시내를 쉽게 벗어나는듯싶었지만 오늘도 길을 헤매고 만다.

지나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저 높은 교각 위의 다리를 어떻게 올라가라는 말이지?"

주변을 둘러봐도 강을 건너는 다리는 높은 교각의 다리뿐이다.

가끔씩 좌우 회전을 거꾸로 안내하는 구글맵 때문에 길이 더 헤깔린다.

"닥쳐!"

안내 볼륨을 꺼버리고 지도를 확인하며 교각의 밑으로 이동하니 거대한 교각의 측면으로 자전거 도로가 나타난다.

"설마 이런 방법으로 이어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강을 넘는 높은 다리의 하부 측면에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다.

강을 건너자 강을 따라 이어지는 오솔길로 길이 이어진다. 강을 넘으며 잠시 길을 헤매는 사이 3시가 가까워진다.

3시, 저녁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오늘도 모든 것이 젖어들었다. 차가운 비, 축축히 젖은 몸, 길 찾기가 쉽지 않은 자전거 도로, 비싼 물가, 너무 일찍 찾아드는 어둠.

"북유럽의 여정, 정말 어렵다."

3시 반, 국경에서 15km 정도 떨어진 마을에 들어선다. 어두워진 하늘에서 조금 더 많은 빗줄기가 내린다.

슈퍼에서 2개에 99크로네로 할인을 하는 초밥세트를 큰맘 먹고 집어 든다.

"밥 좀 먹자."

조리식품을 팔지 않는 노르웨이의 슈퍼마켓은 고소한 빵 냄새만 좋다.

완전히 어두워진 하늘, 마을을 벗어나 도로변 숲에 텐트를 펼친다.

비 내리는 어두운 숲의 바닥은 풍성한 이끼들로 푹신푹신하다. 비에 젖은 풀숲이나 물이 고인 밀밭에 비하면 습기가 덜 올라와서 좋다.

비에 젖은 손등에서 하얀 김이 연기처럼 피어올라 사진조차 찍을 수 없다.

비에 젖은 바지와 양말을 벗고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아직은 축축함이 적은 침낭이라 다행이지만 예테보리까지 2~3일이 소요될 텐데 걱정이다.

"장갑과 바지가 문제네."

슈퍼에서 사 온 초밥은 냉장보관을 한 것이라 쌀알들이 제각각 입안을 돌아다닌다. 괜히 할인을 하는 것은 없나 보다. 고추냉이와 간장 맛으로 그럭저럭 만족한다.

"비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노르웨이의 여행이 끝나간다. 눈이 쌓인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따듯한 날씨에 비에 푹 젖은 여정이었다.

흐린 날씨 탓에 멋진 풍경을 마음껏 보지 못한 짧은 여정이었지만 잠시 머물다 갈 수 있어서 좋았다.

다른 시간이 다시 주어진다면 북부 지역의 숲을 여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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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00일 / 흐림
오슬로-오페고르-베스트비
평범했지만 편안했던 오슬로를 떠나 다시 스웨덴을 향해서 출발한다. "왜 해가 안 뜨는 거야?"


이동거리
49Km
누적거리
19,450Km
이동시간
5시간 08분
누적시간
1,422시간

 
152도로
 
152도로
 
 
 
 
 
 
 
22Km / 2시간 10분
 
27Km / 2시간 58분
 
오슬로
 
오페고르
 
베스트비
 
 
14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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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어, 크로네(1크로나=1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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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콜, 1기가 75크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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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가 넘은 시각, 어두운 아침 하늘은 시간이 갈수록 늦어진다.

"극야라고?"

해가지지 않는 백야의 모습도 궁금하지만, 하루 종일 해가 뜨지 않는 극야의 모습도 궁금하다.

"하루 종일 밤이라, 술맛은 좋겠네."

짐들을 정리하고 숙소를 떠난다. 쾌적하고 넓은 호스텔이지만 정말 재미없는 숙소이다. 유럽의 숙소들은 친절하지만 재미가 없다.

덴마크의 쾨펜하겐까지 650km의 여정이다. 계속해서 내릴 겨울비와 짧은 라이딩 시간, 길 찾기가 쉽지 않은 자전거길을 생각하면 어려운 날들이 예상된다.

"아, 오늘이 300일째구나."

시내로 들어가는 익숙한 도로를 따라가고, 생각보다 쉽게 오슬로의 시내를 빠져나온다.

바닷가 방향으로 이어지던 도로는 난데없이 고개를 넘어간다.

오슬로의 해안가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왜 이렇게 자전거가 무겁지?"

아침부터 삐걱거리는 페달의 느낌도 불편하고, 마모가 심해진 스프라켓과 체인의 트러블도 심해진다.

오슬로의 해안가 풍경은 우리의 여수나 통영의 모습과 비슷하다. 잠시 풍경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여행 300일째, 무엇이 달라졌는지 지금은 모르겠다. 그저 달리고 싶은 바람 때문에 시작된 여행이기에 다른 특별함을 바라지는 않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저 가끔씩 찾아드는 피안의 시간들을 놓치지 않고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 외곽의 작은 마을을 지나며 버거킹에 들린다.

54크로네의 저렴한 메뉴를 주문하니 깜찍하게 귀여운 햄버거가 나온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오네."

구불구불한 언덕길들이 계속 이어지고, 1시가 되자 하늘이 더욱 어두워지며 이슬비가 시작된다.

갈수록 자전거가 무겁다. 브레이크가 닿는지 확인해 보려 자전거에서 내리니 뒷바퀴가 주저앉아 있다.

"헐."

우파에서 타이어를 교체하고 문제가 없었는데 오랜만의 펑크다.

빡빡한 타이어를 탈착하고 확인하니 철심이나 유리조각이 아닌 돌조각이 박혀있다. 굵은 트레이드의 틈 사이로 파고든 돌파편이다.

"구멍이 꽤 큰데 튜브패치로 될까?"

튜브패치를 붙이고 공기를 넣어보지만 역시나 실패다. 스페어 튜브를 꺼내어 교체를 하고 나니 40여 분의 시간이 지나버린다.

"안 그래도 라이딩 시간이 짧은데."

152번 도로를 따라가는 7번 자전거 도로, 길을 찾기가 쉽지 않은 자전거 도로보다 차라리 일반도로의 갓길로 이동하고 싶은데 도로에는 갓길의 여유가 없다.

자욱한 안개처럼 이슬비는 계속된다. 축축하게 젖어드는 느낌이 정말 싫다.

다시 작은 마을을 지나치고 도로변의 대형마트에 들어간다.

저녁으로 먹을 식료품을 사고 싶은데 매장의 대부분 상품은 생활용품들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는구나."

마을을 지나며 길은 심플해진다. 도로에서 벗어난 자전거 도로를 여유롭게 따라간다.

편안했던 자전거 도로는 어느새 비포장 흙길로 변하고.

다시 작은 마을을 지나치고 길은 언덕과 언덕을 계속해서 넘어간다.

"뭔가 느낌이 안 좋다."

미끄러운 흙길의 언덕들이 이어지지만 나름 괜찮은 풍경과 한적함이다.

하지만 조용한 시골 풍경 속으로 이어지던 흙길은 난데없이 진흙밭의 숲길로 이어진다.

"이건 아니잖아. 구글양!"

물이 고인 진흙밭의 오솔길에서 바퀴가 빠져드는 자전거와 온몸으로 씨름을 하고 나니 진이 빠진다.

오솔길을 벗어나 가축을 기르는 것 같은 축사와 시골집들을 지나고, 비에 젖은 비포장도로가 아스팔트로 변할 때쯤 멀리 언덕들 사이로 작은 마을이 나온다.

"해 떨어졌다. 힝."

마을의 슈퍼에 들러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닭을 찾아보지만 스웨덴과 달리 노르웨이 슈퍼에는 조리된 식료품 코너가 없다.

대부분 냉동식품들이거나 오븐으로 조리를 해야 하는 것들이다. 간단한 샐러드를 파는 공간이 있지만 풀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빨리 스웨덴으로 가야지."

3켤레에 76크로네로 할인을 하고 있는 양말이 있어 구매를 한다. 고약한 냄새가 밴 양말은 참을 수 있지만 비에 젖은 양말은 이제 정말 싫다.

슈퍼 옆에 위치한 스시집의 메뉴에 마른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허벅지를 꼬집는다.

"저거 5개 먹어봐야 입맛만 버릴 거야!"

채 50km도 이동하지 못한 거리, 자전거 도로를 따라 60km까지 가보려 하지만 비가 굵어지는 컴컴한 밤에 쓸데없는 욕심이다.

도로변 숲으로 들어가 젖은 바닥에 텐트를 펼친다. 이쯤 되면 마른 바닥의 흙냄새와 풀내음이 그리워질 지경이다.

"내일부터는 아침 시간을 서둘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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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9일 / 흐림
오슬로
유럽 사람들이 휴식을 보내고 싶어하는 도시 오슬로, 오슬로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9,401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1,417시간

 
산책
 
고기뷔페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오슬로
 
오슬로
 
오슬로
 
 
9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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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오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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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이런 하늘을 보며 사는 것도 즐겁지는 않을 것 같다. 풍성한 숲과 자연을 만들어주는 날씨겠지만 매일처럼 반복되는 회색빛 하늘은 우울하다.

충분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니 무거웠던 몸이 조금은 가볍다. 마저 남은 오전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오슬로의 거리를 산책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24시간 교통권을 사용할까 생각하다 108크로네의 가격도 그렇고, 많은 곳을 움직이며 다닐 생각이 없다.

"자전거로 시내까지 가서 도보로 구경하지 뭐."

3km 정도의 거리, 오슬로 성당 주변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칼 요한 거리를 걸어보고 싶다.

오슬로 성당의 맞은편에 자전거를 잘 묶어둔다.

잠시 성당에 들린다. 일요일이라 오전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성당의 내부는 심플하고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인다.

성당을 나와 칼 요한 거리로 걸어간다.

"대체 무엇이 있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을까?"

유명 브랜드들의 샵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특별히 눈에 띄는 석조 건물이나 고건물도 없고, 서울의 명동 거리처럼 그냥 사람들의 움직임만 분주할 뿐이다.

왜 이 거리를 반드시 구경해야 한다고 했는지 따져보고 싶어진다.

"이유가 뭡니까?"

오직 특별한 것은 동전이 든 종이컵을 흔들며 밝은 웃음으로 인사를 하는 거지들이다.

"헤이, 헤이!"

젊은 여자 거지의 거침없는 인사에 놀라고, 웃는 얼굴이지만 사람을 가늠하는 듯 쳐다보는 불쾌한 눈빛에 소름이 끼친다.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사람, 벽에 기대에 퍼질러 앉아있는 사람, 무언가 안내 책자 같은 것들 들고 있는 사람 등 거지들의 모습도 참 다양하다.

"나도 거지야!"

많은 마을을 지나치며 대형 슈퍼마켓의 입구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꼭 한 명씩은 보았고, 슈퍼에서 산 식료품들을 건네주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어쩔 수 없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빈곤한 사람들의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지지만 기본적으로 나이가 젊은 거지들에게는 동정심 같은 것은 없다.

"러시아의 할머니들도 추운 날씨에 감자나 채소 같은 것을 가지고 나와 파는데."

멀리 스웨덴 궁전의 모습이 보인다. 칼 요한 거리는 스웨덴 궁전에서 오슬로 중앙역까지 직산으로 뻗은 거리다.

스웨덴 의회의 건물 앞으로 공원이 시작된다.

어제부터 시끌벅적한 공원의 모습이다.

회전목마와 관람차 그리고 작은 스케이트장이 공원에 들어서 있다.

대단한 놀이시설도 아닌데 아이들을 데리고 놀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나 밝고 재미있어 보인다.

놀이시설 주변에 작은 노점들에도 사람들이 많고, 스케이트장 주변에는 작은 모닥불과 의자들이 갖춰져 있다.

"대단한 것도 없는데, 무척이나 즐거워 보이네."

공원을 지나 궁전으로 걸어간다.

곳곳에 산책을 하듯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편안함이 느껴진다.

"오슬로, 이런 느낌의 공간이구나."

대단히 특별한 것은 없지만 사람들의 움직임과 표정은 마치 커다란 공원에 산책을 나온듯한 느낌이다.

심플 그 자체의 스웨덴 궁전이다.

내부의 모습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궁전이라는 사치스러운 단어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소박하다.

21세기에 왕가가 존재하는 국가들의 모습이 바보스럽게 느껴지지만 남의 나라의 전통이니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

"많은 유럽의 왕가 중에 스웨덴의 왕가는 국민들에게 얼마나 사랑과 존경을 받는가?"

궁전 뒤편의 정원도 소박하고, 궁전의 모습이라기 보다 시민들의 공원에 궁전이 들어서 있는 모양이다.

12시가 되자 근위병들의 교대식이 이뤄진다.

"하하하, 귀엽네."

형식적인 행위이겠지만 간소하고 유치할 정도의 근무 교대식의 모습을 사람들은 즐겁게 구경을 한다.

"가끔 보면 유럽 사람들은 유치스럽게 귀엽다."

일직선으로 뻗은 칼 요한의 거리가 보이는 궁전에서 풍경이 좋다.

국민들과 눈 높이가 맞춰진 왕가의 모습이 아닐까 느껴지는 풍경이다.

"노르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 같네."

"편안한 친근감, 자연스러운 여유 같은."

우리의 청와대로 이런 모습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싶다.

시내 곳곳에 조각상이 정말 많고,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볼 가치가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정말 평범한 도시다."

시청을 지나 오슬로항으로 걸어간다.

오슬로 근처 섬들을 유람하는 배들이 움직이고, 유람선이나 페리를 타고 오슬로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아케르스후스 요새를 둘러보기 위해 공원을 걷는다.

항구에서 바라본 요새는 거친 암벽 위에 세워진 철옹성처럼 보였는데 성 내부의 모습은 공원처럼 편안한 느낌이다.

성벽의 묵직함이 느껴진다.

오슬로항이 보이는 성벽으로 걸어가 풍경을 보지만 역시나 오슬로의 해안가 풍경은 큰 특색이 없다.

많은 기대를 했다면 정말 실망스러울 법한 풍경이다.

요새의 주변을 걷고 .

내부의 모습이 궁금하여 들어가 보니 입장료를 받는다. 100크로네가 넘는 금액이다.

"참 각박하다."

무료로 개방되는 박물관이 많던 스톡홀름과 달리 오슬로의 박물관들은 대부분 유료입장이다. 오슬로패쓰를 구매하고 관광을 하면 편하겠지만 교통권과 오슬로패쓰를 구매하려면 500크로네가 넘어간다.

"3박 4일 정도의 일정이라면 모를까. 뭉크 미술관 정도 외에 딱히 보고 싶은 것도 없는데."

일요일이라 2시에 오픈을 하는 식당, 한 시간 반의 여유가 있지만 딱히 둘러볼 곳도 더는 없다.

기념품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엽서와 자석을 사려 해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오슬로는 관광지로서의 매력은 그저 그런 도시인듯싶다.

그저 편안해 보이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평범한 일상의 시간들이 느껴진다.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하지 않은 것이 특별한 도시다.

사람들은 이런 평범한 일상의 시간, 그 흐름의 여유를 찾아 오슬로를 여행하는가 싶다.

어제의 식당으로 찾아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야무지게 밥을 먹는다.

여러 접시를 비우고 찾아온 포만감이지만 역시나 아쉽다.

오슬로 성당으로 돌아가기 전 냉장고 자석 하나를 사 들었다.

"그런데 소포는 한국에 도착한 건가? 실패인가?"

"꼭 도착했으면 좋겠는데."

숙소에 돌아와 자료들을 정리하고, 슈퍼에서 빵을 사 먹고, 출출하여 패니어에 든 식빵까지 먹어치운다.

"아, 왜 계속 배가 고프지? 죽겠네."

덴마크의 코펜하겐까지의 경로를 살펴보다 다시 시작될 축축한 빗속의 여정이 끔찍하다.

"정말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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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7일 / 흐림
비요르켈라겐-릴레스트룀
스웨덴에서 노르웨이로 산길을 넘어온 피곤함이 있지만 문제는 정말 지치지도 않고 내리는 차가운 겨울비다. "오슬로로 가자. 춥다!" 


이동거리
68Km
누적거리
19,377Km
이동시간
4시간 59분
누적시간
1,413시간

마이콜유심
나는누구
30Km / 2시간 10분
38Km / 2시간 49분
비요르켈
월스모언
릴레스트
6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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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오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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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끝임 없이 내린다. 징그러운 비와 습기다.

6시 반부터 시작된 알람 소리에 항복을 하고 침낭 밖으로 기어 나온다.

"오슬로까지 그냥 오늘 갈까?"

비에 젖어있는 모든 것이 싫지만 숙소를 예약하려면 먼저 유심카드를 사야 한다. 와이파이를 찾아 사용할 수도 있지만 검색을 하다 보면 이래저래 저녁이 되고 말 것이다.

"3시부터 시작되는 저녁은 여행자에게 너무 가혹하다."

아침 일찍 깨었지만 여명이 시작되고 라이딩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니 어차피 9시가 되기 전 시간이다.

"일단, 첫 번째 마을에 가서 유심칩을 사자."

15km 정도의 거리를 달려 노르웨이의 첫 번째 마을에 들어선다.

"동네 이름 참.."

스웨덴처럼 편의점에서 유심카드를 판매할 것 같아 첫 번째 매장으로 들어간다.

"어, 여긴 슈퍼마켓이네."

카운터의 여직원에게 어디서 유심칩을 구매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모른다고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와이파이를 검색하니 하나가 잡힌다.

"빙고!"

생일 메시지를 먼저 보내고 안도한다.

노르웨이의 유심카드를 검색하니 Telia와 Mycall이 검색되고, Mycall 유심카드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살 수 있다고 한다.

주변을 검색하니 마을을 벗어나기 전 주유소에 편의점이 있다.

"오케이."

주유소의 편의점에 도착.

따듯한 매장으로 들어가니 맛있는 냄새가 난다.

"찬국이네."

"유심카드 있어요?"

"네, 마이콜을 찾으시나요?"

"네!"

유심카드 49크로네, 데이터 1기가 75크로네다.

"와, 진짜 비싸다."

유심카드를 교체하고 세팅을 하려니 뭔가 방법이 특이하다.

Til 06160으로 이름과 퍼스널 넘버를 보내라고 적혀있다.

"이름은 알겠는데 퍼스널 넘버가 뭐야?"

이리저리 두 번의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다. 경험상 유심카드가 활성화되면 통신사에서 줄기차게 안내 문자가 수신되는데 말이다.

카운터의 직원에게 퍼스널 넘버 뭐냐고 묻자 유심카드의 코드를 가리킨다.

"이게 아닌데, 너네도 모르는구나!"

아무리 봐도 퍼스널 넘버는 노르웨이 아이디 번호를 말하는 것 같다.

유심카드의 포장에 퍼스널 넘버가 없는 사람들이 작성하는 양식이 한 장 첨부되어 있고, 내용을 작성하여 샵에 제출하라고 적혀있다.

"이거군!"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등을 적고 카운터의 직원들에게 설명서를 보여주니 잠시 상의를 하더니 서류를 들고 사라진다.

잠시 후 서류를 들고 갔던 여직원은 방긋 웃으며 서류를 건네준다.

"조금만 기다리면 돼."

문자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이 주문한 햄버거의 가격을 물어보니 159크로네라고 대답한다.

"159? 아니 뭔 햄버거가 2만원이나 해!"

핀란드에 들어서며 높은 물가에 억 소리가 났는데, 노르웨이에 오니 턱이 빠질 지경이다.

통신사 메시지가 오고,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을 설치한 후 유심카드의 활성화를 확인한다.

"일단, 오케이."

유심카드를 사느라 1시간 반을 소모했다. 따듯한 매장 안에 있으니 비 내리는 밖으로 나가기도 싫고, 배도 고프다.

작은 햄버거를 99크로네에 주문하고, 어이없게 비싼 햄버거로 아침 겸 점심을 한다.

"정말 살 떨리는 물가다."

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고, 12시가 되어 오슬로를 향해 출발한다. 아침보다 거센 빗방울이 떨어진다.

차량들이 흩날리는 물보라와 빗방울을 콤보로 맞으며 길을 따라간다.

첨벙거리는 신발과 천천히 젖어들어 너무나 차가워진 장갑 그리고 축축한 옷과 몸, 정말 끔찍하다.

"눈을 내려라. 이놈들아!"

오슬로의 위성도시 릴레스트룀에 들어서며 도로는 고속도로로 바뀌고, 도로변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타고 시내로 들어선다.

"이 마을은 삼지창!"

차가운 비는 하루 종일 계속해서 내린다.

"춥다. 춥다고!"

슈퍼마켓을 찾아 복잡한 시내 도로를 헤매는 사이 오늘도 어두워진다. 식빵과 콜라, 소시지만 사 들어도 2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미친다."

근처의 공원을 찾아 페달링을 서두르고, 비싼 콜라는 바닥에 떨어져 분수쇼를 펼치고, 손과 발은 너무나 시리다.

텐트를 치고 침낭을 꺼내어 덮어도 젖은 침낭은 쉽게 온기가 차오르지 않는다.

커피를 끓이기 위해 덜덜거리는 몸으로 애를 쓰고, 따듯한 커피를 마셔도 그때뿐이다. 억지스럽게 저녁을 해결하고 젖은 침낭을 끌어당긴다.

"침낭이 몸을 덥혀주는 건지, 내가 침낭을 말리고 있는 건지."

"나는 누구, 여긴 어디냐?"

숙소를 예약하고, 내일의 경로를 확인한다.

"에쉬! 값싼 스시뷔페도 없고, 뭔 뷔페가 250크로네나 하냐!"

값비싼 노르웨이 음식은 가격을 떠나 새똥만큼 주는 양이 문제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 고기가 있는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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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6일 / 흐림
아르비카-노르웨이 비요르켈란겐
내심 기다렸던 늑대는 나타나지 않고 기다리지 않던 비는 다시 시작된다. 노르웨이의 국경을 넘어간다. 


이동거리
58Km
누적거리
19,309Km
이동시간
5시간 18분
누적시간
1,408시간

 
산길
 
21도로
 
 
 
 
 
 
 
51Km / 4시간 40분
 
7Km / 0시간 38분
 
아르비카
 
국경
 
비요르켈
 
 
51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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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톡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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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 만에 모든 것들이 젖어든다. 따듯한 햇볕이 정말 그립다.

내심 기다렸던 늑대는 보이질 않았고, 멀리서 들려오는 우렁찬 계곡물소리와 텐트를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전부였다.

몽골에도 늑대는 있고, 러시아에도 곰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야생동물들이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이 시끄러운 동네까지 내려올 것 같지도 않고, 인간의 환경에서 먹이를 뒤적이며 생존하려는 놈이라면 그리 무서울 것 같지도 않다.

"뒷처리는 깔끔하게."

오슬로까지 130km, 노르웨이의 국경까지는 50km 정도가 남았다.

"국경만 넘자."

계속되는 비와 짧은 일조시간이 60km의 거리도 부담스럽게 만든다.

숲을 벗어나자 빗줄기가 제법 굵고 세차다. 바지와 양말 한 겹을 벗고, 레인팬츠로 갈아입는다.

오늘과 내일, 길게는 모레까지 빗속을 달려야 하니 조금 쌀쌀하더라도 비에 젖지 않은 옷들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길은 산들을 향해 이어진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스칸디나반도의 좌우를 나누는 산맥의 끝자락이니 높지는 않겠지만 여러 고개를 넘아야 할 것이다.

크고 작은 계곡과 호수를 지나치는 사이.

이미 온몸은 땀과 비로 젖어버렸다. 정말 싫은 축축하고 냉한 느낌이다.

부지런히 고개를 넘고, 구글맵은 기어코 비포장도로로 길을 안내한다.

"아, 오늘은 이 느낌 아닌데."

지도를 확인하니 포장도로는 멀리 우회를 하는 것 같고, 비포장도로는 길을 가로지르는 지름길이다.

"마을만 지나면 포장도로가 나오겠지. 설마?"

쓸데없는 바람은 언제나 여지없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길로 몇 개의 산을 넘는 동안 몽골 이후 오랜만에 끌바를 하며 몸부림을 친다.

풍성한 이끼가 뒤덮은 산골의 집과.

호숫가의 한적한 집과.

작은 강변의 고요한 집들을 삐걱거리는 체인소리와 삑삑거리는 브레이크 소음으로 요란스레 지나친다.

어제 윤활을 하여 부드럽게 움직이던 자전거는 흙길의 모래흙들이 묻으며 기괴한 마찰음과 함께 변속의 움직임을 포기한다.

10km 정도의 산길이 마지막 끌바와 함께 끝나고.

냉랭해진 몸으로 한기가 시작될 때 도로변 작은 마을의 슈퍼가 보인다.

빵과 콜라 그리고 바나나를 집어 들고.

물을 먹은 스펀지처럼 눅눅한 장갑을 벗고, 예비 장갑으로 교체한다.

"넌 내일도 사용해야 해."

비닐봉지와 노란 고무줄로 방수커버를 만든다.

"중국의 기모 고무장갑이 아쉽다."

국경까지 15km 정도는 편할까 싶었는데, 마지막은 다시 숲을 향해 들어간다.

빗물에 젖은 축축한 흙길의 끈적임이 느껴진다. 하지만 싱그러운 침엽수의 숲과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의 상쾌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숲속의 간소한 이정표 하나,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국경이다.

"노르지?"

이정표의 뜻을 알아보려 번역기를 실행시키니 네트워크가 끊겨있다.

"야! 나 아직 국경 안 넘었다."

"몰라. 너 노르웨이 국경!"

노르웨이의 첫 번째 지역은 가재다.

"뭐라고 읽는 거야? 아우르스콕 홀랜드? 아놔, 넌 가재!"

노르웨이의 산길을 마저 내려오고 21번 도로를 마주한다. 4시가 가까워지며 이미 하늘은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21번 도로를 벗어나 야영을 하려던 생각을 포기한다. 갓길이 없는 도로, 비 그리고 어둠 속에서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아무리 춥고, 물가가 비싸 배고파도 아무 곳에서나 캠핑을 해도 편안한 느낌은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 축축함은 어떻게 할 거냐!"

오슬로까지 75km가 남았다. 몽골만큼이나 힘든 여정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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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95일 / 맑음
프릭스타-아르비카
프릭스타에서의 달콤한 휴식, 쉥겐기간의 짧은 체류기간이 아쉽다. "노르웨이로 가자."


이동거리
70Km
누적거리
19,251Km
이동시간
5시간 11분
누적시간
1,402시간

 
61도로
 
61도로
 
 
 
 
 
 
 
40Km / 2시간 30분
 
30Km / 2시간 41분
 
프릭스타
 
비케네
 
아르비카
 
 
458Km
 
 

・국가정보 
스웨덴, 스톡홀름
・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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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어, 코로나(1크로나=1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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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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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연락처 
+46-8-5458-9400

 
재잘거리며 귀를 간지럽히는 새소리, 고요하고 맑은 아침이다.

"참 멋진 동네다."

시간의 흐름이 느리고 모든 것이 편안한 호숫가의 마을 프릭스타, 푸른빛 하늘이 열린다.

"언제 보았던 하늘이냐?"

최근 들어 회색빛 구름이 없는 하늘을 언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침 산책을 한 후 짐들을 정리하고, 숙소의 게스트북에 감사의 글을 적는다.

"정말 힐링의 시간이었다."

잠시 머물러도 전혀 아까울 것 같지 않은 프릭스타를 떠난다. 쉥겐의 여행 기간이 아쉽다.

강열하게 떠오르던 아침의 해는 이내 구름 사이로 그 모습을 감추고, 지면에서 피어오르는 것처럼 하얀 안개로 뒤덮인다.

노르웨이의 국경까지 120km 정도의 거리, 60km 떨어진 아르비카까지 길을 안내해 줄 61 메인도로에 들어선다.

"여기도 갓길이 전혀 없구나."

고속도로로 사용되는 E45 도로는 교차로를 지나며 61 일반도로로 바뀐다. 차량의 통행이 줄어들어 라이딩이 편해진다.

하지만 계속해서 고개를 넘는 도로가 이어지고.

아리비카의 경계를 지나.

오르내리막의 도로는 계속 이어진다.

"갓길의 여유가 조금만 더 있어도 편안할 텐데."

다행히 계속해서 불편한 느낌을 주던 왼쪽 관절 부분이 편해졌다.

도로변의 슈퍼에 들어가 시원한 캔 맥주의 유혹에 충동구매를 했지만 역시나 겨울에는 맥주가 별로다.

"몽골과 러시아의 맥주가 최고였어."

강아지들을 잠시 묶어둘 수 있는 시설이 세심하다.

20km 정도 남은 거리를 한달음에 삭제하고 아르비카에 들어선다.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의 시원한 공기의 느낌이 좋다.

슈퍼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느라 한 시간을 써버렸다. 두 군데의 슈퍼에 들러 끝내 통닭 한 마리를 사 들고 시내를 빠져나간다.

"잔디가 남다른 것인지, 잔디를 깎는 정성이 남다른 것인지?"

시골이나 도시, 어느 곳이든 집의 정원과 마당들이 깔끔하다. 녹색의 잔디와 나무들 그리고 자주빛 붉은 집들과 검은 지붕, 하얀 창틀 밖으로 새어 나오는 은은한 스탠드 불빛은 정말 매력적이다.

주변에 크고 작은 호수들이 많은 지역인데, 뜻하지 않게 거대한 급류를 보게 된다. 호수로 흘러 들어가는 급류의 우렁찬 물소리가 무서울 정도다.

깊은 계곡을 따라 흐르는 급류보다 우거진 나무숲에서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신기하다.

"와, 강변이라고 텐트를 쳤다가는 그냥 가겠네."

아르비카의 슈퍼에서 쓸데없이 시간을 소비하여 해가 질 때까지 거리를 조금 줄여놓는다.

밤이 되자 이슬비가 안개처럼 내려앉는다. 이면 도로의 숲에 텐트를 펼친다. 어두운 탓에 도로에서 가까운 자리에 텐트를 치려고 하니 지나가던 차량 한 대가 정차를 한다.

"뭐야?"

자세히 보니 경찰차다. 잠시 후 여경이 순찰차에서 내리고 라이트를 비추며 다가온다.

"헤이."

"헤이, 여기서 자려고 하는 거야?"

"응. 여기서 오늘 캠핑할 거야."

"괜찮아? 여기 늑대가 있어."

"오, 늑대!"

"괜찮겠어?"

"어, 나 배고파."

"그래, 별문제는 없을 거야. 좋은 하루 보내."

"고마워!"

뭔가 영화에서 본 것 같은 쿨하고 친절한 경찰의 모습이다.

"내일은 노르웨이로 넘아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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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4일 / 흐림
칼스타드-프릭스타
계속되는 비와 날씨에 지친 몸, 호수마을 프릭스타의 호스텔에서 쉬어간다.


이동거리
22Km
누적거리
19,181Km
이동시간
1시간 55분
누적시간
1,397시간

 
강변도로
 
소나무숲
 
 
 
 
 
 
 
7Km / 0시간 30분
 
15Km / 1시간 25분
 
킬스타드
 
스카레
 
프릭스타
 
 
38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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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톡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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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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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지치지도 않고 내린다.

"빗소리, 빗방울 소리."

시간이 느긋하고 가까운 곳에 들어가 쉴 숙소가 있으니 지겨운 빗소리도 운치가 있게 느껴진다.

"비 오는데 시내 구경은 틀렸고, 늘어지게 게으름이나 펴 보자."

1시에 체크인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시간을 보낸다.

11시, 20km 떨어진 킬의 숙소로 향한다. 밤새 내리던 비는 모든 것을 적신 후 멈추기 시작한다.

"시원하네."

작은 강변을 따라 여유로운 라이딩을 하고, 어제 비비를 교체한 자전거는 트러블이 많이 줄었다.

소박한 강변을 지나고.

풍성한 소나무 숲도 지난다.

겨울의 들녘에는 처음 보는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다닌다.

"미운 오리새끼? 백조들인가?"

킬의 숙소 근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 나무 이름이 뭘까?"

호수 근처의 숙소 주변은 소나무 숲이다. 곳곳에 차를 주차하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숲은 반대편에는 작은 스키장이 있다. 요란스럽지 않게 자연을 이용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숲을 배경으로 넓은 호수가 펼쳐진다.

"여기가 호텔인가?"

우리의 펜션 같은 숙소인데, 집이 참 예쁘다.

문을 열고 벨을 누르자 인상 좋은 중년의 여자가 따듯한 미소로 숙소의 방문을 환영해 준다. 따듯한 미소다.

어디서 왔는지, 여행은 어땠는지 천천히 묻고 말해주는 여자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묻어 나온다.

별관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 하얀 꽃망울의 이름 모를 꽃이 피어있다. 스웨덴에서 가끔 보던 나무인데 눈꽃송이처럼 생겼다.

네 개의 게스트룸이 있는 숙소는 아기자기하게 정성껏 꾸며져있다.

여자는 나를 위해 미리 침대의 세팅을 끝낸 방을 안내해 준다.

"많이 피곤해 보인다. 편하게 쉬어라."

샤워를 하고, 비에 젖은 것들을 펼쳐 말리고, 양말과 장갑을 빨아 라지에이터에 널어둔다.

따듯한 커피 한 잔을 끓이고 잠시 시간을 보낸다.

"호수를 둘러보고 싶은데, 지금은 너무 피곤하다."

호수를 산책하고 주변에 슈퍼나 식당이 있을까 싶어 둘러본다.

"참, 이 분위기!"

프리크스타, 이곳은 기차역의 종점이었던 모양이다. 과거의 기차역은 카페로 운영되는데 영업이 끝났는지 불이 꺼져있다.

"4신데, 왜 5시로 되어있지?"

예전의 기차도 전시되어 있고.

푸르게 변해가는 밤하늘과.

호숫가 주변 집들은 은은한 불빛들.

푸른 호수와 푸른 하늘의 경계가 사라진다.

누군가와 함께 걷고 싶은 풍경과 분위기다.

"좋다."

숙소로 돌아온다.

"할아버지 냄새가 나냐."

패니어에 들어있던 음식들로 저녁을 하고.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낸다.

"오늘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할래."

가끔씩 지쳐있을 때 찾아오는 이유 모를 편안함의 시간이다.

"왜 이런 피안의 느낌은 이런 시간에만 찾아들까?"

내일의 일정은 유럽의 일정으로, 그리고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일정의 고민으로 이어진다.

"쉥겐기간을 어떻게 하지? 아프리카는 어떻게 종단하나? 미국 비자는 어떻게 하지?"

정말 모든 게 쉽지가 않다.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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