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05일 / 맑음
예테보리
어젯밤 발생한 핸드폰 도난사건으로 뒤숭숭한 마음과 함께 몹시 피곤한 아침이다. "빌어먹을 도둑놈!"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9,749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1,446시간

 
핸드폰분실
 
경찰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예테보리
 
예테보리
 
예테보리
 
 
1,133Km
 
 

・국가정보 
스웨덴, 스톡홀름
・여행경보 
-
・언어/통화 
스웨덴어, 코로나(1크로나=130원)
・예방접종 
-
・유심칩 
COMVIQ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2-2-3210-0404

 
자정을 넘기고 피곤함에 기절하듯 잠이 들었지만 늦은 시각 방문을 열고 드나드는 사람의 인기척에 잠이 깨었다.

"뭐냐? 이 시간에 매너 없이 시끄럽게."

피곤함 탓에 검은 남자와 한차례 눈이 마주쳤지만 시트를 끌어않고 등을 돌려 잠들었다.

마지막 문이 닫히고 블루투스로 연결된 라디오의 음악이 끊어진다. 한참 후 이내 잠들지 못한 체 라디오를 다시 켜기 위해 핸드폰을 찾았지만 머리맡에 놓아둔 핸드폰이 보이질 않는다.

"에쉬, 뭐야?"

함께 잠들어 있던 사람들이 깨어나고 핸드폰 도난 사실을 알린다.

"여기에 있던 흑인이 안 보이네. 그 녀석일 거야!"

여기저기 핸드폰을 찾아 침대를 샅샅이 뒤져봐도 없다. 다른 사람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봐도 이미 전원이 꺼진 상태다.

"젠장할!"

여행 중 언젠가는 핸드폰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신분증을 체크하는 북유럽의 호스텔에서 도난을 당한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다.

새벽 늦게서야 잠이 들고, 하필 이런 날에 하늘은 전에 보지 못한 맑음이다.

8시, 숙소의 카운터가 열리고 직원에게 조용하게 핸드폰 도난을 알린다.

"아침이나 먹자."

숙소의 직원은 혹시 핸드폰을 훔쳐 간 남자가 흑인이냐며 묻고는 신분증의 사본을 보여준다.

"맞는 것 같다. 잠결에 봐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슷하다."

아침을 먹은 후 숙소의 직원은 경찰서에 가야 한다며 가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먼저 숙소를 하루 연장하고.

"이거 되게 어려운 미션이네."

"넌 자전거로 2만km를 여행한 사람이잖아. 문제없을 거야."

일단 프레스뷔런 편의점에서 1일 교통권을 산다.

"트램을 이렇게 타보게 되다니."

난생처음 트램을 타고.

예테보리의 중앙역 광장으로 간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 이게 뭐야!"

조금 쌀쌀하지만 북유럽에 와서 처음 맞는 맑은 날인데 이러고 있다.

토요일 휴일이라는 경찰서를 찾아간다.

한국에서도 갈 일이 없는 경찰서에 들어가 도난의 상황에 대해서 면담을 하고, 세 시간 후에 리포트를 받으러 다시 오라는 안내를 받는다.

"의미가 있을까?"

예테보리의 시내를 둘러볼까 생각하다 기운이 없어 그냥 숙소로 되돌아온다.

숙소의 친절한 알렉산드라 할머니는 원두커피가 좋다며 커피 메이커의 사용법을 알려준다.

"그러고 보면 한 줄 아는 게 없다."

그리고 잘 말린 텐트를 가방에 담아 건네주는 알렉산드라.

컴퓨터를 꺼내어 무엇부터 정리할 것인지 생각한다.

"은행? SNS? 막막하다."

숙소의 사람들은 너무나 편안하고 좋다. 쉥겐기간의 압박이 없다면 아주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든다.

3시, 경찰서로 다시 찾아가 사건의 리포트를 받아온다.

"힝. 다 스웨덴 말이네."

예테보리는 다른 북유럽의 도시들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항구 도시인 예테보리는 우리의 울산과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뭔가 어지러운 것 같지만 이색적이다.

다시 트램을 타고 숙소로 돌아온다. 러시아나 카자흐스탄 작은 도시의 오래된 트램이 아니라서 작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탄 느낌이다.

딱히 승차권을 검사하는 사람도 없고 여러 개의 단말기와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기기가 놓여있을 뿐이다.

어제의 중국식 뷔페로 간다. 배가 많이 고픈 것은 아니지만 기운이 없을 땐 고기가 최고다.

"고기 먹고 힘내자."

자전거를 안 타니 두 접시에 배가 부른다.

"별일 아니잖아. 언젠가 잃어버릴 것이라 생각도 했고."

숙소에 돌아오니 모두들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본다.

"그냥 서류 한 장 받았어. 내일 핸드폰을 새로 사야 할 것 같아."

요즘 유럽은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라 저렴한 가격에 핸드폰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은행의 공인인증서를 재발급 받고, 타은행 인증서도 모두 등록을 다시 한다. 핸드폰 인증이 안되어 걱정을 했지만 해외체류 확인 메뉴가 있어 휴대폰 인증 없이 쉽게 해결을 한다. 다행이다.

"내일 핸드폰을 사고, 유심카드를 사서 카카오톡을 연결한 다음 왓츠앱, 위챗, 카카오뱅크를 해결하고 모레 떠나자."

중저음의 목소리가 너무나 멋진 스포레(Sporre) 아저씨가 내일 함께 핸드폰을 사러 가자고 하신다.

"예테보리의 하루는 정말 잊을 수 없을 거야. 그리고 Hisingen Hostel의 사람들도."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