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00일 / 흐림
오슬로-오페고르-베스트비
평범했지만 편안했던 오슬로를 떠나 다시 스웨덴을 향해서 출발한다. "왜 해가 안 뜨는 거야?"


이동거리
49Km
누적거리
19,450Km
이동시간
5시간 08분
누적시간
1,422시간

 
152도로
 
152도로
 
 
 
 
 
 
 
22Km / 2시간 10분
 
27Km / 2시간 58분
 
오슬로
 
오페고르
 
베스트비
 
 
141Km
 
 

・국가정보 
노르웨이, 오슬로
・여행경보 
-
・언어/통화 
노르웨이어, 크로네(1크로나=130원)
・예방접종 
-
・유심칩 
마이콜, 1기가 75크로네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7-9026-3544

 
9시가 넘은 시각, 어두운 아침 하늘은 시간이 갈수록 늦어진다.

"극야라고?"

해가지지 않는 백야의 모습도 궁금하지만, 하루 종일 해가 뜨지 않는 극야의 모습도 궁금하다.

"하루 종일 밤이라, 술맛은 좋겠네."

짐들을 정리하고 숙소를 떠난다. 쾌적하고 넓은 호스텔이지만 정말 재미없는 숙소이다. 유럽의 숙소들은 친절하지만 재미가 없다.

덴마크의 쾨펜하겐까지 650km의 여정이다. 계속해서 내릴 겨울비와 짧은 라이딩 시간, 길 찾기가 쉽지 않은 자전거길을 생각하면 어려운 날들이 예상된다.

"아, 오늘이 300일째구나."

시내로 들어가는 익숙한 도로를 따라가고, 생각보다 쉽게 오슬로의 시내를 빠져나온다.

바닷가 방향으로 이어지던 도로는 난데없이 고개를 넘어간다.

오슬로의 해안가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왜 이렇게 자전거가 무겁지?"

아침부터 삐걱거리는 페달의 느낌도 불편하고, 마모가 심해진 스프라켓과 체인의 트러블도 심해진다.

오슬로의 해안가 풍경은 우리의 여수나 통영의 모습과 비슷하다. 잠시 풍경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여행 300일째, 무엇이 달라졌는지 지금은 모르겠다. 그저 달리고 싶은 바람 때문에 시작된 여행이기에 다른 특별함을 바라지는 않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저 가끔씩 찾아드는 피안의 시간들을 놓치지 않고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 외곽의 작은 마을을 지나며 버거킹에 들린다.

54크로네의 저렴한 메뉴를 주문하니 깜찍하게 귀여운 햄버거가 나온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오네."

구불구불한 언덕길들이 계속 이어지고, 1시가 되자 하늘이 더욱 어두워지며 이슬비가 시작된다.

갈수록 자전거가 무겁다. 브레이크가 닿는지 확인해 보려 자전거에서 내리니 뒷바퀴가 주저앉아 있다.

"헐."

우파에서 타이어를 교체하고 문제가 없었는데 오랜만의 펑크다.

빡빡한 타이어를 탈착하고 확인하니 철심이나 유리조각이 아닌 돌조각이 박혀있다. 굵은 트레이드의 틈 사이로 파고든 돌파편이다.

"구멍이 꽤 큰데 튜브패치로 될까?"

튜브패치를 붙이고 공기를 넣어보지만 역시나 실패다. 스페어 튜브를 꺼내어 교체를 하고 나니 40여 분의 시간이 지나버린다.

"안 그래도 라이딩 시간이 짧은데."

152번 도로를 따라가는 7번 자전거 도로, 길을 찾기가 쉽지 않은 자전거 도로보다 차라리 일반도로의 갓길로 이동하고 싶은데 도로에는 갓길의 여유가 없다.

자욱한 안개처럼 이슬비는 계속된다. 축축하게 젖어드는 느낌이 정말 싫다.

다시 작은 마을을 지나치고 도로변의 대형마트에 들어간다.

저녁으로 먹을 식료품을 사고 싶은데 매장의 대부분 상품은 생활용품들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는구나."

마을을 지나며 길은 심플해진다. 도로에서 벗어난 자전거 도로를 여유롭게 따라간다.

편안했던 자전거 도로는 어느새 비포장 흙길로 변하고.

다시 작은 마을을 지나치고 길은 언덕과 언덕을 계속해서 넘어간다.

"뭔가 느낌이 안 좋다."

미끄러운 흙길의 언덕들이 이어지지만 나름 괜찮은 풍경과 한적함이다.

하지만 조용한 시골 풍경 속으로 이어지던 흙길은 난데없이 진흙밭의 숲길로 이어진다.

"이건 아니잖아. 구글양!"

물이 고인 진흙밭의 오솔길에서 바퀴가 빠져드는 자전거와 온몸으로 씨름을 하고 나니 진이 빠진다.

오솔길을 벗어나 가축을 기르는 것 같은 축사와 시골집들을 지나고, 비에 젖은 비포장도로가 아스팔트로 변할 때쯤 멀리 언덕들 사이로 작은 마을이 나온다.

"해 떨어졌다. 힝."

마을의 슈퍼에 들러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닭을 찾아보지만 스웨덴과 달리 노르웨이 슈퍼에는 조리된 식료품 코너가 없다.

대부분 냉동식품들이거나 오븐으로 조리를 해야 하는 것들이다. 간단한 샐러드를 파는 공간이 있지만 풀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빨리 스웨덴으로 가야지."

3켤레에 76크로네로 할인을 하고 있는 양말이 있어 구매를 한다. 고약한 냄새가 밴 양말은 참을 수 있지만 비에 젖은 양말은 이제 정말 싫다.

슈퍼 옆에 위치한 스시집의 메뉴에 마른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허벅지를 꼬집는다.

"저거 5개 먹어봐야 입맛만 버릴 거야!"

채 50km도 이동하지 못한 거리, 자전거 도로를 따라 60km까지 가보려 하지만 비가 굵어지는 컴컴한 밤에 쓸데없는 욕심이다.

도로변 숲으로 들어가 젖은 바닥에 텐트를 펼친다. 이쯤 되면 마른 바닥의 흙냄새와 풀내음이 그리워질 지경이다.

"내일부터는 아침 시간을 서둘러 보자."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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