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02일 / 흐림
사릅스보르그-할렌-스웨덴 나베르스타드
짧은 노르웨이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스웨덴으로 넘어간다. 생각하지 못한 극야현상과 계속되는 비로 인해 유럽의 체류기간인 쉥겐기간을 많이 소모하고 만다. "햇볕이 그립다!"


이동거리
66Km
누적거리
19,591Km
이동시간
5시간 23분
누적시간
1,434시간

 
22도로
 
165도로
 
 
 
 
 
 
 
52Km / 3시간 40분
 
14Km / 1시간 43분
 
사릅스
 
국경
 
나베르
 
 
282Km
 
 

・국가정보 
노르웨이, 오슬로
・여행경보 
-
・언어/통화 
노르웨이어, 크로네(1크로나=130원)
・예방접종 
-
・유심칩 
마이콜, 1기가 75크로네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7-9026-3544

 
비가 내리는 싸늘한 아침이지만 고요한 숲은 너무나 좋다. 출발을 서둘러야 하지만 체온으로 따듯하게 덥혀진 침낭에서 벗어나고 싶지가 않다.

시간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킨다.

"아, 오늘도 비!"

한적한 118 도로를 따라가고 15km를 달려 스웨덴 국경으로 가는 갈림길을 마주한다.

"바로 국경이기는 한데, 이후 도로가 명확하지가 않아!"

작은 도로들을 타고 여행을 하는 것이 좋지만 소요되는 시간에 대한 압박이 있다. 쉥겐기간 때문이다.

경로를 바꿔 국경의 도시 할렌으로 향한다. 해안선의 도로들이라 산을 넘어가는 구간이 계속 이어진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는 편안함이 있지만 체인 트러블이 갈수록 심해져 언덕을 오르는 것이 쉽지 않다.

작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동안 너무나 조용한 맵스미, 지도를 확인하니 길을 지나쳐 가고 있다.

"너 수줍음 타냐? 왜 말을 안 해?"

잠시 길을 돌아 할렌시청 앞에서 쉬어 간다. 강변의 높은 산 위로 오래된 성곽의 모습이 보인다.

"어쩐다니, 크리스마스트리가 보이기 시작하네."

자작나무를 깎아 만들어 놓은 루돌프와 눈사람 모형이 친근하다.

"이런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좋아!"

"자식, 스키를 타네."

국경으로 항하는 22 도로로 가기 위해 작은 다리를 천천히 건너는 동안 뒤편에서 여자 한 명이 따라붙는다.

"하이."

할렌시의 신문자 기자라며 자신을 소개한 여자는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한다.

"시간은 괜찮은데, 내가 영어가 짧은데."

여기자는 여행에 대해 질문들을 한다.


"왜 여행을 하죠?"

이 질문은 한국어로도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냥 삶이 지루해서.."

다리 위에 서서 30분가량 질문에 대답을 한다. 원활한 회화가 안되니 알아서 잘 듣고, 알아서 기사를 쓸 것이라 생각한다.

"Xavi fra Sør-Korea skal sykle jorda rundt – la inn et stopp i Halden" -Halden Arbeiderblad


어쨌든 부지런한 기자와 즐거운 인터뷰를 끝내고 22번 도로를 찾아간다. 길은 산 위의 성벽을 돌아 올라간다.

"설마 이곳을 올라올 줄이야."

산과 고개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런 느낌 오랜만이네."

산을 오르고 오른다. 그리 경사도가 가파른 산들은 아니지만 조금씩 지쳐간다.

국경까지 12km 정도를 남기고 천천히 내리막길이 시작되지만 페달링은 경쾌하지 않고, 비에 젖은 몸은 피곤함이 시작된다.

"다 온 것 같은데."

나무향이 좋은 작은 버스 정류장에서 휴식을 취하기 바쁘다.

"배도 고프고."

스웨덴의 국경까지 4km 정도가 남았다.

국경으로 가는 도로변에 작은 폭포가 있는 공원을 지난다. 계속해서 비가 오는 날씨에 폭포에서 떨어지는 유수량이 풍부하고 거칠다.

아주 작은 다리를 사이에 두고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국경이 나타난다.

"다시 왔다. 스웨덴."

국경과 함께 노르웨이 22번 도로의 노란 중앙선이 사라지고, 밋밋한 스웨덴의 165번 도로가 이어진다.

비슷한 모습이지만 스웨덴의 숲이 노르웨이의 숲보다 더 풍성하고 비밀스럽게 느껴진다.

작은 호수를 따라 조용한 도로는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천천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많이 못 왔네."

산들과 고개를 넘어오느라 60km 정도의 거리만을 달려왔다.

"쉬자. 오늘은 정말 피곤하다."

3시, 도로변 첫 번째 슈퍼마켓까지 이동을 하고.

"통닭 없나?"

작은 규모의 시골 슈퍼마켓이라 기대는 없었는데, ICA 체인점이라 그런지 통닭이 있다.

"따듯한 건 없나?"

전자렌지로 덥혀야 하는 제품이지만 식은 통닭도 괜찮다.

어릴 적 어머니는 가끔씩 읍내의 시장에서 기름에 튀긴 통닭을 사다 주시곤 했다. 노란 종이에 싸여 담긴 치킨 조각들은 대부분 따듯하게 먹기보다 고방에 넣어두고 기름이 밴 종이가 갈색으로 변하는 동안 조금씩 꺼내어 여러 날이 지나도록 나누어 먹었었다.

서울로 전학을 오고 기름에 갓 튀긴 따듯한 통닭과 달콤시큼한 무, 마요네즈 케찹에 버무려진 양배추 샐러드의 맛에 반하기도 하고, 달콤한 양념통닭의 환상적인 맛에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었고.

대학에 들어갈 때쯤 KFC를 먹기 위해 종로의 매장까지 친구들과 걸어가 색다른 인테리어와 주문 방식에 수줍은 주문을 하고, 두툼하고 바삭한 치킨의 첫 맛과 향에 충격을 느끼기도 했었다.

하지만 통닭은 크게 조각내어 튀겨진 시골 장터의 치킨, 반 건조되는 동안 꺼내 먹던 식은 통닭의 맛은 지금까지 나에게 최고의 맛이다.

가끔씩 통닭을 먹다 일부러 남긴 후 하루나 이틀 뒤에 먹어보기도 하지만 요즘의 통닭들은 그냥 눅눅해지거나 메말라버려 그 맛을 느낄 수가 없다.

동전 지갑에서 10크로나를 찾아 따듯한 커피로 몸을 녹인다.

"역시 스웨덴이 훨씬 저렴하네."

스웨덴의 물가도 비싼 편이지만 무지막지한 노르웨이에서 넘어오니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진다.

"여기 로또나 사 볼까? 여행 중에 로또에 당첨된 여행자의 뉴스 토픽을 본 것도 같고."

슈퍼에서 나와 도로를 따라가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숲으로 들어간다.

"정말 좋은 숲들이야!"

푹신한 숲에 텐트를 펼치고 통닭으로 저녁을 한다.

"무.. 통닭은 무맛인데."

덴마크로 가는 일정이 계속 늦어진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일은 또 어디까지 갈 수 있으려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