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9일 / 맑음 ・ 24도
차간누르-울란바이신트
몽골여행의 마지막 라이딩, 국경까지 30km의 거리를 남겨두고 있다. 막연하고 막연했던 몽골의 여행이 끝나간다. 

이동거리
29Km
누적거리
10,906Km
이동시간
2시간 48분
누적시간
788시간

AH3
AH3
8Km / 35분
21Km / 2시간 15분
차간누르
비포장길
국경
 
 
2,724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아침에 일어나 출발을 서둘렀다. 차간누르는 내 생각보다 훨씬 작은 마을로, 국경을 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구할 수 없는 곳이다.

출발을 준비하는 나에게 자르갈이글은 환전을 해준다며 자신의 친구에게 가자고 한다.

"돈 없어. 은행 가야 해. 은행은 있어?"

"차를 타고 가면 돼."

"근데, 어떻게 환전해 줄 건데?"

200,000투그릭이 러시아 루블로 얼마인지를 묻자 핸드폰에 숫자를 보여준다.

환율기로 확인해 보니 15,000원 정도 차이가 난다.

"얘가, 미쳤나."

너무 비싸다며 거절을 하고, 출발을 하려고 하니 어딘가 전화를 걸고는 어느 정도를 원하냐며 묻는다.

"1루블:40투그릭."

환율기에 루블과 투그릭의 환율은 1:41 정도다. 러시아에 도착해서 유심카드를 살 현금과 비상금이 있으면 좋겠다 싶고, 어린아이들이 많은 형편이라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었는데.

자르갈이글은 현명하지 못하고 욕심을 부린 것이다. 계속 비싸다고 하니 조금씩 가격을 높여 부른다.

"이미 늦었다."

자르갈이글이 여행자들을 상대할 생각이라면 욕심을 부려 한 번에 좀 더 큰 이득을 취하기 보다 여행자들의 마음을 얻어 작지만 안정적인 소득을 얻으려 해야만 한다.

자신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오랫동안 여행을 하며 온갖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흥정을 하려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몽골의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그런 것 같다. '몽골인들은 사람을 속인다'는 지아오강강의 말처럼 악의적인 속임수는 없을지 몰라도 작은 것에 욕심을 내느라 큰 것을 손해 보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자르갈이글과의 만남은 안타깝다고 찝찝한 유쾌하지 못한 그런 것이었다. 마을을 빠져나오는 동안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사내 녀석이 영어로 인사를 하며 호객 행위를 한다.

"삼촌, 기분이 별로다. 가!"

복장과 짐들을 재정리 하는 동안 도로변의 슈퍼 같은 곳을 가리키며 가자고 한다. 어찌 됐든 아이들은 어른들을 닮아간다. 사내아이를 보면서 차간누르 사람들에 일상의 단면을 그려볼 수 있었다.

몇 km 정도 도로를 따라가고 아스팔트 도로는 끝이 난다. 25km 정도는 흙길을 따라 국경까지 가야 한다.

울기에서 사온 요거트로 아침을 대신하고.

흙길을 따라 울란바이신트로 향한다. 도로변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나를 보더니 달려와 초콜릿을 달라고 한다.

"뭐, 줄 것은 없고."

아이들의 외모, 특히 눈매 같은 것이 많이 다르다.

작은 하천이 나와.

자전거를 세우고.

세수와 양치를 한다.

울퉁불퉁한 흙길은 자꾸만 올라가는 분위기고.

잠시 도로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저 멀리 게르에서 아이들이 말을 타고 달려온다.

"오지 마! 사색 좀 하자."

두 남자아이가 와서 게르를 가리키며 차를 마시는 시늉을 한다. 거절을 하니 빤히 얼굴을 쳐다보고는 도로의 건너편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이번에는 오른 편에서 아이들이 말을 타고 달려온다. 마치 고속도로 사고 현장에 달려드는 렉카들의 레이싱 같다.

두 아이들도 게르를 가리키며 차를 마시는 시늉을 한다.

남자아이들이 사라지고 말을 끌고 도착한 여자아이도 수줍게 같은 제스처를 한다.

"너 참 이쁘게 생겼다."

사진을 찍으니 여전히 수줍게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고, 사진을 보며 웃는 사이 말의 고삐를 놓쳤는지 말이 멀리 달아나 버린다.

말을 쫓아가는 여자아이 그리고 여자아이의 실루엣 너머로 또 다른 아이들이 말을 타고 달려온다.

"에잇. 뭐 하는 동네야. 애들한테까지."

좋은 풍경을 두고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작은 언덕을 지나 약간의 허기가 찾아들 때쯤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무슨 잠인데. 저 산 너머에 울란바이신트가 있나?

마을 초입에서 만난 아이들과 눈이 마주칠까 조용히 지나간다.

슈퍼처럼 보이는 곳에 나무 의자가 있어 자전거를 세우고, 주위를 둘러봐도 딱히 뭐가 없다.

"은행도, 식당도.. 아무것도 없냐?"

주머니를 털어 1,200투그릭의 주스를 사고 나니 400투그릭이 남는다.

나무 의자에 앉아 쉬고 있으니 얼굴이 검은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어디가?"

"카자흐스탄."

"잠 잘 때는 있어?"

"국경까지 갈 거야."

"여기가 국경인데. 저기!"

"뭐?"

구글맵을 확인하니 국경 검문소가 200미터 앞에 있다.

"여기가 울란바이신트야?"

"어, 므앙가니잠. 울란바이신트."

울란바이신트는 므앙가이잠으로 불리는가 보다. 5km 정도 더 가야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얼떨결에 울란바이신트에 도착했다.

"그나저나 여기가 끝이면 난감하네. 돈도 없는데."

"근데 여기 호텔이 있어?"

"어, 옆에 게르."

"얼만데? 돈이 없어."

"7,000투그릭."

"카드 돼?"

"아니."

주머니 속에 400투그릭을 보여주자 남자는 피식 웃는다.

잠시 후 남자가 다시 오더니 따라오라고 한다. 슈퍼 옆의 작은 문으로 들어가 허름한 식당의 후문으로 들어간다.

"오호, 여기에 식당이 있네."

남자는 식당의 여자에게 뭔가를 말하더니 여자와 함께 슈퍼로 가서 카드로 결제를 하라고 한다.

슈퍼의 주인과 뭔가를 말하고, 밥값까지 해서 20,000투그릭을 결제한다.

남자가 말하는 호텔은 넓은 게르다.

게르에는 남자와 함께 두 명의 젊은 남자가 더 머물고 있다. 반갑게 인사를 하는 남자들.

처음 말을 건넨 친구는 40살의 비꾸, 그리고 젊은 남자들은 26살 동갑내기 아스카와 아까.

약간의 보드카를 마시며 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로 나온 만두를 함께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술을 잘 먹지 못하는 아스카는 맥주만 마시는데도 힘들어하고, 아스카의 페이스북을 보며 머리가 길었던 아스카의 학생 때 모습에 깔깔거리며 웃는다.

핸드폰의 네트워크을 잡기 위해 도로변을 서성거리고.

잠시 시간이 흐르고, 비꾸 일행이 밖으로 나가자고 하여 따라 나간다. 차를 몰고 검문소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차를 정차시켜 놓는다.

검문소의 앞에는 몇 대의 화물차가 정차를 하고 대기 중이다.

"어, 국경이 이렇게 생겼구나."

차를 세워두고 비꾸 일행은 길 건너편의 나무로 만든 집으로 걸어간다.

"대체 뭘 하려는 거야?"

나무집의 한편에는 양들의 축사가 흙벽돌로 지어져 있고.

"비꾸, 여기 봐."

비꾸 일행은 난데없이 나무집으로 들어간다. 무전기를 찬 남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사내아이들이 집에 있다.

"무전기는 뭐야?"

"어, 나는 저기 국경에서 근무하는 군인이야."

비꾸 일행과 놀러 간 집은 국경 검문소에서 일하는 군인의 집이다. 수박을 내어주며 잠시 대화를 하고.

차를 정차한 곳을 둘러본 후 .

게르로 돌아온다.

저녁이 다가오며 국경을 넘기 위해 줄을 서는 차들이 제법 길게 늘어선다.

"비꾸, 왜 오늘은 국경이 닫혀있는 거야?"

일요일에는 국경이 쉰다고 한다. 그리고 나담이 시작되는 날에도 국경이 닫혀있을 것이라고 한다.

"국경도 쉬는 날이 있어? 날짜 맞춰서 왔으면 큰일 날뻔했네!"

해가 지고, 국경에서 근무하는 군인이 보드카를 들고 게르로 놀러 온다.

자신을 몽골의 긴또깡이라 소개하는 남자 그리고 비꾸 일행과 함께 보드카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비꾸와 함께 주변에 있는 식당과 슈퍼들을 돌아다녔지만 살 수 있는 것은 우유차가 전부다. 빵과 함께 우유차로 늦은 야식을 먹고 골아 떨어진다.

몽골의 마지막 밤이 지나간다.

"굿나잇, 몽골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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