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15일 / 맑음 ・ 6도
울리아스타이-차간느아르칸
이틀 동안 편하게 쉬었던 울리아스타이에서 출발하여 알타이로 향한다. 200km의 흙길과 산길을 넘어가야 하는 험난한 일정이다.

이동거리
46Km
누적거리
9,9711Km
이동시간
7시간 11분
누적시간
711시간

산길
모래길
23Km / 3시간 58분
23Km / 3시간 13분
울리아
시계
차간느
 
 
1,78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좋은 아침이다. 알타이로 가기 위해 200km 정도의 흙길을 따라 해발 2,000미터가 훌쩍 넘어가는 산들을 넘어가야만 한다.

울리아스타이에서 쉬며 많은 고기들을 섭취했기 때문에 컨디션이 조금은 괜찮지만 비포장도로의 산길에서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

"뭐. 가다가 할 수 없으면 알타이까지 가는 트럭이라도 빌려 타 보자."

무료로 제공되는 조식을 입가심으로 해결하고 패니어들을 하나둘씩 1층으로 옮겨놓는다.

어제 비가 내리고 날씨가 다시 차가워지며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다. 자전거에 패니어를 장착하고 있으니 주방의 여직원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나를 계속 지켜봐 준다.

"며칠 봤다고 아쉬운 모양이네."

짐들을 모두 장착하고 2층의 프런트로 올라가 직원들과 사진을 찍는다.

"서롱고스 간다. 잘 있어라!"

아침을 먹기 위해 피쉬아이 카페에 들어가 파인애플 치킨을 주문한다. 양과 쇠고기만을 먹다 보니 오랜만에 먹어 본 닭고기의 기름맛이 입맛을 당긴다.

"언제 또 먹을지 모르니 있을 때 먹고 가자."

주문을 하고 자전거가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으려고 할 때 식당 입구에 도착한 자전거 여행자를 발견한다. 그를 보고 카페의 입구로 나가니 그도 내 자전거를 보고 카페로 들어오고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고 포옹을 한다. 자전거를 타고 쓸데없이 세상을 돌아다니는 철없는 사람들의 동질감 같은 것.

"헤이, 어디서 오는 거야?"

아르헨티나 출신의 루시아노 안드레스는 스페인에 살고 있고, 몽골을 돌아 중국의 서북부 신장지역, 키르기스스탄, 타자키스탄, 터키를 거쳐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오는 거리에서 처음 만난 자전거 여행자에 대한 반가움에 흥분되어 정신이 없다. 몽골의 여행 경로를 살펴보니 나와 비슷한 루트로 울리아스타이까지 왔던 것이다. 여행 루트를 보여주려고 하는데 필요할 때는 언제나 말썽을 일으키는 네트워크 탓에 보여주지 못하고 네임카드를 건네며 여행의 경로를 설명한다.

"나는 오늘 여기를 떠날 거야."

이제 막 울리아스타이로 들어온 루시아노는 주변에 호텔이 있는지 물어보고 가격을 물어본다.

"여기 호텔들은 비싸! 60,000투그릭!"

"저렴한 호텔이 어딘지 알아?"

"몰라!"

60,000투그릭의 숙박료를 말하자 루시아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난감해한다.

"하루만 더 일찍 오지 그랬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만난 루시아노는 일정도, 여행 루트도 모두 다르다. 

무엇보다 추시아노는 남자다! 세상에서 제일 귀찮은 것이 말이 통하지 않는 남자와 함께 있는 시간의 지루함이 아닐까 싶다.

"행운을 빌어!"

서로의 어깨를 만져주며 포옹을 하고 악수를 하고, 누가 보면 동난시절 떨어져 잃어버린 형제가 만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루시아노를 호텔을 함께 운영하는 식당으로 안내를 해주고 자리에 잠시 앉아있는 동안 루시아노는 바람처럼 사라져 버린다. 어수선하고 정신이 없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녀석에게 밥이라도 사주면서 이야기를 나눌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뭐가 이렇게 급해? 할 것이라고는 자전거 타는 것 밖에 없는 녀석이."

루시아노와 페이스북을 연결하고 기념 촬영을 한 사진을 확인하니 이상한 사진이 찍혀있다. 셀카모드로 사진을 찍었는데 정신이 없다 보니 버튼이 잘못 눌러져 외부 카메라로 찍혔던 모양이다.

"루시아노, 너랑은 인연이 아닌가 보다."

파인애플 치킨을 흡입하듯 먹으며 배를 채우고.

슈퍼에 들러 맥주 한 캔과 음료수를 사들고 울리아스타이를 떠난다.

"왜 갈려고 하니까 바람이 불고 그래!"

강을 건너는 두 개의 다리를 넘고 거리를 청소하는 울리아스타이의 사람을 지나치며 넘어가야 할 산을 향해 페달을 밟는다. 중국에서는 외진 산골의 도로에서도 청소를 하는 청소 직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몽골에서 주민들이 단체로 나와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어색하다.

"나름 깨끗하고 다른 마을들과 달리 분위기가 다른 이유가 있구나."

딱 마을의 경계까지만 포장이 된 도로는 멀리 보이는 산을 향해서 비포장도로가 이어진다.

알타이까지 185km를 알리는 이정표와 제멋대로 그려진 자동차의 타이어 자국을 보면서 긴 한숨을 쉬어 보고, 마을의 외곽까지 나와 쓰레기를 줍는 알리아스타이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자, 서롱고스! 감사합니다!"

멀리 산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길을 보며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쉬어간다.

"루시아노와 울리아스타이에 머물며 함께 여행을 할 것을 그랬나? 너무 정신이 없었네."

처음으로 만난, 그것도 몽골에서, 더욱이 사람들이 오지 않는 울리아스타이에서 만난 루시아노를 여유 없이 그냥 보낸 것이 못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야! 귀찮을 거야. 혼자 다니는 것이 편하고 좋지! 더욱이 같은 거지꼴인데 그놈은 왠지 간지가 나잖아. 내 미모가 죽을 거야!"

길은 산의 정상을 향해 S자로 휘어지며 길을 훤히 들러내놓고 올라간다.

"시작부터 그냥 대놓고 죽어보라는 거지?"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바람은 거세지고 경사도도 급해진다. 자전거를 끌다 타기를 반복하는 동안 2시간 전에 떠난 울리아스타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불어오는 맞바람에 자전거의 태극기는 오늘도 정신없이 춤을 춘다.

추위와 한기가 밀려드는 가운데 하늘을 향해 구름들이 모아지고.

산을 타고 넘어가는 거센 바람 탓에 정상에서 사진을 찍기도 힘들다.

"대체 길이 어떻게 이어지는 거야?"

어붜가 쌓여있던 정산에서 길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산의 반대편을 빙 돌아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다행히 바람은 잦아들었지만 제멋대로 파이고 자갈들이 널브러져 있는 산길은 오르기가 쉽지 않다.

산의 능선을 따라 이어지던 오르막길을 힘들게 이어갈 때쯤 정차되어 있는 승용차와 오토바이에서 한 무리의 남자들이 나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2미터쯤 돼 보이는 덩치가 커다란 남자와 함께 다섯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다가오며 악수를 청한다. 사람들의 얼굴과 눈을 보면 그 사람의 분위기를 쉽게 알 수 있다. 몽골 여행 한 달이 넘어가며 차츰 그들이 사람을 대하는 문화나 특징에도 익숙해져 간다.

"사람에 대한 관심, 특히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몽골의 사람들이다."

짧은 영어와 몽골어를 하는 사람들의 말을 눈치껏 알아듣고 여행에 대해서 설명하며 짧은 만남의 시간을 즐긴다.

"조금만 올라가면 계속 내리막길이야!"

"응. 고마워!"

네임카드를 한 장씩 건네주고 서로의 핸드폰에 사진을 찍고 응원과 함께 안전한 여행을 하라며 당부의 말들을 건네며 헤어진다.

건장한 남자 5명이서 소형 도요타 차량에 동승하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다니는 것이 불편하지 않는지도 궁금하지만 굳이 이렇게 몰려다니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사람들과 즐거운 만남으로 기분이 가벼워지고 2,476미터 산의 정상에 도착한다. 4시간 만에 20km 정도의 산길을 따라 해발 800미터를 올라온 것이다.

바람을 피해 시계를 알리는 구조물에 몸을 숨기고 주저앉아 눈 높이에서 변화하며 떠다니는 구름들을 올려다본다.

4시간 전에 출발했던 울리아스타이의 모습이 저 멀리 눈에 들어오고.

"엄청 추운데, 이 하늘은 정말 치명적인 중독이다!"

하늘을 가득 메운 구름의 모양들이 동서남북이 방향으로 모두가 다른 모습들이다.

내려가야 할 남쪽의 하늘에서는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가듯 거대한 구름이 만들어지고 있고.

울리아스타이 쪽의 하늘은 뭉쳐진 구름들이 둥실거리며 바람을 타고 빠르게 이동을 한다.

하늘을 카메라에 담는 동안 손이 차갑게 시려오며 얼어붙는 느낌이다. 겨울용 방한 장갑을 꺼내어 착용하고 겨울용 자켓을 꺼내 입고 내리막길을 타고 산을 내려간다.

어디가 내리막의 끝인지 보이지도 않는 길과 순간순간 변화하는 구름의 움직임.

S자의 내리막도 모자라 마치 8자로 무한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길이 이어지고.

길의 방향에 따라 앞뒤 좌우에서 정신없이 바람이 불어온다.

울퉁불퉁 자갈길이 나왔다가.

조금 괜찮아지나 싶어지면.

어김없이 난감한 그 자체의 길이 나오고.

심하게 요동을 치며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는 어느 순간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린다.

"정말 너무하네. 이정표도 없는데 이게 뭐야!"

구글지도를 확인하고 여기저기 제멋대로 그려진 초원의 흙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이정표도 없는 제멋대로의 그려진 자동차 바퀴자국이지만 딱딱한 흙바닥은 오히려 흔들림이 덜하고 좋다.

좋은 길들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한참을 달려 내려간 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언덕에서 자전거를 눕히고 쉬어간다. 비상식으로 사놓은 빵과 음료수를 마시며 지나온 거리를 확인해 보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

두꺼운 구름에 해가 가려지며 쌀쌀한 한기마저 느껴지고.

구글맵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며 강을 넘는다.

그리고 시작된 흙길은 모래가 두껍게 쌓인 사막의 길과 비슷하다.

모래에 자전거의 바퀴가 파묻히며 움직이질 않는 길을 끌고 가기를 반복한다.

마치 눈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듯 미끄러지고 뒤틀리며 스키딩을 한다.

"에이쉬, 하다 하다 별짓을 다하게 만드네."

도저히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는 모래바닥의 길은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다닌 흔적조차 찾기가 힘들고, 간간이 강의 건너편으로 흙먼지를 날리며 지나가는 트럭의 움직임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쪽이 길인가 보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포기하고 푹푹 빠져들어가는 모래바닥 위를 끌며 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마을을 향해 이동한다.

"다리가 안 보이는데 어떻게 건너 가지?"

마을을 향해 무작정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도 강을 건너는 다리가 보이질 않는다.

가까운 곳에 세워져 있는 게르를 향해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때마침 게르에서 나오던 차량이 있어 마을로 건너갈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니 멀리 돌아서 가는 길을 알려준다.

"아, 의미 없다!"

게르의 주변에서 야영을 하기로 결정하고 게르를 향해 계속 이동하니 개들이 짖어대며 나에게 다가온다. 개 짖는 소리에 사람들이 나와 나를 확인하더니 사납게 짖어대는 개들을 잡아주며 나에게 손짓을 한다.

"샌 베노!"

자전거를 세우고 인사를 하자 게르의 주인은 게르 안으로 들어가자며 안내를 하고, 이내 우유차와 빵들을 내어준다.

게르 옆에 텐트를 쳤던 사진을 보여주며 잠을 자는 제스처를 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라고 대답을 한다. 마치 오래된 지인이나 옆집에 사는 사람이 놀러 온 것처럼 별다른 질문도 없고, 그냥 일상적인 모습 그대로 편하게 대하는 사람들이다.

"타니 네르 캔 베?"

우유차와 빵을 먹으며 이름들과 게르 안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파악하며 짧은 대화들을 이어간다.

차간느아르칸에서 유목을 하는 간쑤크와 그의 아내 바야르의 게르다. 부부 사이에는 딸과 아들이 한 명씩 있고, 딸의 또래인 여자아이가 함께 있는데 누구의 아이인지는 모르겠다. 잠시 후 부부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작은 아이를 데리고 게르로 들어와 아이에게 양고기를 잘라 먹이며 이야기를 한다.

처음 몽골의 게르에 방문했을 때는 여러 가족 또는 친구들이 뒤섞여 있어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자주 접하다 보니 유목 민족의 독특한 문화를 엿볼 수 있어서 재미가 있다.

잠시 게르를 빠져나와 핸들 가방과 헬멧을 챙기며 간쑤크의 포터 트럭을 보니 알타이 방향으로 짧게나마 이동을 시켜줄 수 있을까 하는 바람이 생긴다.

"한 20km만이라도 실어다 주면 그게 어디냐!"

김병남 선교사님께 전화를 걸어 내일 알타이 방향으로 자전거를 싣고 태워다 줄 수 있는지 물어봐 달라 부탁을 한다. 간쑤크는 선교사님과 오랫동안 통화를 하며 사람들과 뭔가 대화를 주고받더니 나에게 전화기를 되돌려 준다.

"뭐래요?"

"자기한테 화물차 같은 것이 있어서 알타이까지 태워다 줄 수 있데요."

"돈 같은 것은 얼마나 줘야 해요?"

"150km로 흙길이라서 알타이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돌아와야 하니까. 20만 투그릭, 한국돈으로 10만원 정도 달라고 하네요."

"아. 10만원 정도요."

왕복 300km 정도의 초원의 흙길을 달려 알타이까지 데려다주는데 20만 투그릭이면 비싼 금액은 아니다 생각된다. 150km가 남은 알타이까지 모래바닥과 돌, 자갈 그리고 이정표조차 없는 산길을 가려면 자전거를 끌다시피 걸어가며 최소 5~6일 정도는 소요될 것 같다.

물론 그동안 몸과 자전거는 만신창이가 될 것이 자명한 일이다.

20만 투그릭이면 5~6일 정도의 생활비라 작은 돈은 아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래, 돈도 중요하지만 시간과 몸도 돈이잖아!"

간쑤크와 선교사님이 통화를 하고 트럭으로 알타이까지 데려다주기로 한다. 몽골인이 알려준 '아스팔트!'로 인해 시작된 몽골 초원의 비포장도로와 흙길의 산길 라이딩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간쑤크의 게르를 방문하여 이야기를 하고 음식을 먹는 사이 바야르는 어린 양을 삶아 고기를 내어준다.

양의 머리 부위와 갈비 그리고 발목 등을 삶은 양고기다.

간쑤크가 알려주는 대로 고기를 썰어 맛을 보니 그 맛이 일품이 아닐 수 없다.

살코기의 수육 부위도 먹어 보고.

갈비도 뜯어보고.

머리와 턱 부위의 고기도 먹어 보고.

한 점, 두 점 먹다 보니 뭔가가 아쉽다.

"맥주!"

갈증을 해소하려고 아침에 사놓은 맥주 한 캔이 생각난다. 패니어에서 맥주를 꺼내와 간쑤크에게 한 잔을 따라주고 나머지 맥주를 마시며 양고기를 맛있게 먹는다.

간쑤는 맥주를 한 입 마시고 옆에 놀러 온 남자에게 잔을 준다. 그리고 잔을 받은 남자가 한 입을 마신 후 다시 간쑤크에게 잔을 되돌려 준다. 간쑤그는 다시 한 입을 마시고는 나를 향해 잔을 든다.

"뭐? 건배하자고?"

맥주캔을 들어 간쑤크의 잔에 건배를 하니 간쑤크가 생뚱맞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그 관경을 보고 있던 바야르가 깔깔거리며 웃는다.

"왜? 왜 뭔데?"

그때서야 동궈이 바른자야의 게르에서 사람들이 나를 위해 한 모금씩 입을 대고 맥주잔을 건네주었던 행동들이 생각난다.

"아, 그런 거였어? 뭐, 어때. 건배했으면 된 거지!"

바야르는 양을 삶았던 육수 국물에 밥을 말아 주고, 고기와 함께 밥을 세 그릇이나 담아 준다.

저녁이 가까워지면서 바야르는 양들을 몰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바쁘게 움직이고.

간쑤크는 자전거를 타는 사진을 찍어달라며 자전거를 타보겠다고 한다.

"이거 많이 흔들거려서 힘들어."

자전거를 타보던 간쑤크는 1미터도 가지 못하고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 그 모습에 간쑤크와 함께 깔깔거리며 웃고 떠들고 있으니 어린 아들이 와서 자전거를 태워달라고 조르고.

안장에 올려놓으니 좋다고 웃는 녀석. 4~5살 정도로 보이는데 간쑤크를 닮아서인지 덩치가 크게 자랄 모양이다.

간쑤크가 가축들을 관리하는 사이 바야르는 따듯한 게르 안에서 잠을 자라며 한쪽 면에 놓인 침대를 가리킨다.

9시가 넘으며 천천히 해가 떨어지고 피로와 함께 잠이 쏟아진다.

침대를 가리키며 누워 잠을 자라는 제스처를 하는 바야르.

10시 10분. 산 너머로 여전히 환하게 석양의 빛이 밝게 빛나는 몽골의 밤이다.

바야르는 아이들과 자신들의 잠자리를 침대와 바닥에 마련하며, 침대에 누워있는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두꺼운 간쑤크의 몽골 의상을 이불 위로 한 번 더 덮어준다.

몽골의 옷은 무게가 꽤 나가는지 몸을 누르는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가축들을 관리하던 간쑤크가 돌아와 다른 몽골 사람들처럼 옷을 벗고 가족들과 나란히 누워 나긋나긋 무언가를 속삭이며 대화를 한다.

가끔씩 칭얼대는 그의 아들과 새근거리며 잠을 자는 여자아이들 그리고 간쑤크와 바야르의 대화 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져든다.

서롱고스, 무지개 나라의 사람. 왜 한국을 그렇게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참 마음에 드는 호칭이다.

막연했던 몽골의 여행도 조금씩 적응이 되어 편안해진다. 뭔가 허기져 보이는 도시의 사람들과 달리 유목을 하는 초원의 사람들은 자연의 모습을 닮아있다. 더 좋은 음식들과 더 달콤한 잠자리가 필요 없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낯선 이방인에게 스스럼없이 음식과 잠자리를 내어주고, 가족들과 함께 바닥에 누워 살을 비비며 잠이 드는 사람들.

가족, 친구 그리고 사람들을 사랑하는 그들에게, 그것보다 소중한 가치가 무엇이 있을까 싶다.


"정말 많은 것을 갖은 부유한 사람들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3, 114일 / 맑음, 비 ・ 10도
울리아스타이
깨끗하게 맑은 날씨 그리고 비가 내리며 다시 바람이 분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9,925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704시간

뒹굴뒹굴
고기고기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숙소
숙소
 
 
1,743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피곤함이 묵직하게 몸을 짓누른다. 계단을 오르는 허벅지가 뻐근한 것이 오늘 떠나기엔 무리다.

호텔의 조식은 빵과 계란 후라이 그리고 소시지 몇 개가 전부다. 간단하게 먹기 좋은 메뉴지만 순식간에 사라진 아침을 먹고 나니 더 배가 고파진다.

"툴가에게 전화했어?"

생글생글 잘 웃던 주방 직원은 조금 어두운 낯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가지 마! 여기가 좋아. 한국 생활은 어려워. 여기가 샌이야!"

툴가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보증금과 비행기표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내일 여행을 위해 교차로의 큰 슈퍼에 들러 식량들과 음료들을 준비한다.

최소 3일 분의 비상식으로 컵라면과 컵밥 그리고 봉지 육개장, 스팸 등을 사두었다. 큰 슈퍼라 한국의 제품들이 제법 진열되어 있다.

부지런히 먹어 두어야 한다. 호텔보다 음식 맛이 좋았던 피쉬아이 카페에서 어제 먹었던 쇠고기 메뉴를 시키고, 약간의 잡내와 느끼함을 없애려 맥주를 시킨다.

몽골은 맥주가 정말 싸다. 큰 맥주캔이 900~1,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여전히 앙증맞은 밥 한 덩어리를 주는 식당. 쇠고기를 먹으면서 툴가가 했던 말이 떠올라 피식 웃고 만다.

"몽골 사람들은 좋은 고기를 많이 먹는데 빨리 죽어요."

야채라고는 감자와 당근만을 주로 먹는 몽골 사람들, 최근 들어 샐러드나 야채를 조금씩 먹는다지만 아주 많이 먹어야 할 듯싶다.

숙소로 돌아와 낮잠을 늦게까지 자고 호텔의 식당에서 계란 후라이를 덮은 쇠고기를 다시 먹고.

주방 직원에게 계산을 하며 징기스의 초상과 100투그릭의 초상이 누군지 물어보니 징기스라고 한다.

"징기스? 무슨 돈을 청년 징기스, 장년 징기스 이렇게 그려서 넣냐?"

징기스가 맞다는 주방 직원의 말이 이상하여 프런트 직원에게 물어보니 다른 사람의 이름을 알려준다.

"그렇지? 하여튼 뭘 물어보기가 무섭다."

몽골 여행 전 지아오강강은 몽골 사람들은 사람을 잘 속인다며 조심하라 알려주었는데, 생각해보면 사람을 속인다는 것보다 틀린 내용을 잘 알려준다는 쪽에 가까운 것 같다.

"그냥 모른다고 해 줘!"


자료들을 정리하며 잠이 들었지만 하루 정도 더 쉬며 체력을 보충해야 할 것 같다.




어제 저녁부터 짙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더니 아침에 약간의 비가 내린다. 11시가 가까워지며 프런트 직원이 방문을 두드리며 무언가를 말한다.

호텔의 프런트 직원이 몇 명인지 날마다 얼굴이 바뀐다. 변장을 한 것이 아니라면 하루 근무를 하고 이틀을 쉬는 모양이다.

이틀치의 숙박료를 주고 번역기로 '어제, 오늘'을 적어 보여주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참 잘 웃는 사람들인데."

"5월 23일이네. 부끄럽지 않게 살자!"

자전거를 꺼내어 다리의 상태를 체크할 겸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한다. 제법 피로가 많이 풀린 것 같다.

마을의 시장에 들러 구경을 했지만 차량의 트렁크에 물건을 담아 파는 노점상들이 많고 특별히 색다른 것이 없다.

"역시 시장 구경은 중국이야."

피쉬아이 카페에서 큰맘 먹고 6,000원 짜리 쇠고기 스테이크를 시키니 안된다고 한다.

계속 먹어왔던 쇠고기보다 다른 것이 먹고 싶다.

"이건 닭고기인가?"

자민우드에서 먹었던 파인애플 치킨 같은 것이 있어 메뉴에 적힌 글자를 입력해 보니 닭고기 넓적다리라고 뜬다.

"뭔 닭고기가 쇠고기 보다 비싸냐?"

구워진 닭고기의 비주얼에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부드럽고 좋다.

"내일 한 번 더 먹고 출발할까?"

오랜만에 먹은 닭고기가 입맛을 돋운다.

돌아오며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두 개를 사서 프런트와 주방 직원에게 주니 환하게 웃는다.

"500원 짜린데. 난 250원 짜리야!"

8시가 되어 식당으로 내려간다. 프런트 직원도, 주방 직원도 아이스크림의 효과만큼 밝게 눈웃음을 짓는다.

"네가 제일 잘 만드는 음식?"

쇠고기 대신 가장 자신 있는 메뉴를 달라고 하니 잠시 고민을 하더니 8,000투그릭의 메뉴를 가리키며 자신 있는 표정을 짓는다.

"좋아!"

"맵게 해줄까?"

"좋아!"

주방에서 부지런히 뭔가를 만들더니 오이향이 향긋하게 풍기는 묘한 메뉴를 가져온다.

"오! 비주얼 좋고, 냄새 좋고!"

쌍엄지를 치켜세워 주니 생글 웃으며 어깨가 올라간다.

소고기 덮밥 같은 것인데 잡내도 적고 괜찮다.

"오호, 좀 하는데!"

여직원은 생글생글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간다.

따듯한 물의 욕조에 몸을 푹 담가보려 했는데 뜨거운 물은 욕조가 차기 전에 끊겨 버린다.

전기온수기라 용량에 한계가 있나 보다. 반신욕으로 만족하며 다리의 근육들을 풀어준다.

"출발 준비는 된 것 같고, 힘든 여정이겠지만 알타이까지 가 볼까."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2일 / 맑음 ・ 14도
울리아스타이
비포장도로의 산길을 따라 해발 2,400미터를 오르고 울리아스타이로 향한다.

이동거리
24Km
누적거리
9,925Km
이동시간
3시간 00분
누적시간
704시간

강가에서
라마교사원
15Km / 1시간 41분
9Km / 1시간 19분
게르
시계
울리아
 
 
1,743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온몸이 쑤신다. 따듯하게 온도가 올라가는 텐트 안에서 비비적거리며 몸을 일으킨다.

텐트 밖으로 나오니 소의 젖을 짜는 디미르의 가족들이 인사를 한다. 따듯한 햇볕을 쬐며 앉아 있으니 디미르의 아버지가 다가와 손 세정제와 물을 가져다준다.

"울리아스타이 22km!"

울리아스타이가 22km이고, 알타이가 200km가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려준 남자는 식사를 하자며 제스처를 한다.

식빵을 내어주고.

직접 만든 치즈를 얇게 썰어 주고.

빵에 올려 함께 먹으라 알려준다.

그리고 직접 만든 요거트와 백설탕을 주며 비벼서 먹으라 알려준다.

부드러운 요거트는 너무나 신선하고 맛이 좋다.

바구니에서 작은 사과도 하나를 건네준 그와 번역기 없이 사진들과 제스처로 어렵게 대화를 이어간다.

디미르의 아버지는 유머가 있는 유쾌한 남자다. 익살스런 표정으로 장난스러운 농담들을 하는 그와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디미르와 그의 아내가 게르 안으로 들어온다.

"몇 살이야?"

"나스? 내 나이?"

나이를 묻는 몇 번의 질문을 받고 핸드폰에 나이를 적어 보여주니 모두가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친다.

"맞아! 1974."

생년을 적어주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더니 핸드폰을 가져가 1970을 적으며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인다.

"50? 형이네!"

남자는 자기는 못한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아무것도 아닌 서로의 나이를 알려주며 그의 가족들과 웃으며 시간을 보낸다.

"아무래도 몽골에서는 열 살 정도 줄여야겠어!"

밖으로 나간 가족들은 양과 염소를 몰아가는데, 채찍을 이용해 새끼들만을 따로 분리한다.

"새끼들에게 표시를 하려고 하나? 아직 뿔이 없는데."

어린 새끼들만이 분리되어 바위산에 남아있고 어미들과 다른 양들은 '음메' 소리를 내며 건너편 산을 지나 천천히 이동을 한다.

남자는 새끼 한 마리를 안고 와서 게르 옆에 묶어 둔다.

"네가 오늘의 볼모구나!"

양과 염소들이 집으로 돌아오게 하려고 하는 것인지, 새끼들이 초원에서 떨어져 죽을까 봐 관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양을 치기 위해 준비를 하던 남자는 오토바이의 뒤에 자전거를 묶고 가자며 농담을 하고, 말을 끌고 오더니 안장에 올라가 보라며 말을 잡고 웃는다.

"노, 노!"

말을 타본 적이 없어 괜찮다는 사양을 하니 재차 말을 타보라며 손을 이끈다.

몽골의 말은 서양의 말에 비해 조금 작지만 안장에 올라간 높이는 제법 높게 느껴지고, 살아있는 동물의 등에 올라가 있으니 미안한 생각이 먼저 든다.

디미르는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말을 타고 있는 사진을 찍어주고, 고삐를 끌어 게르 한 바퀴를 돌게 도와준다.

디미르의 아버지는 경쾌하게 인사를 하고 멀리 떨어진 양들을 향해 신나게 말을 타고 사라진다. 곧이어 디미르도 오토바이에 뭔가를 준비하고 아버지처럼 경쾌한 인사를 하고 멀리 사라진다.



볼모로 잡힌 새끼 염소의 친구들이 바위산을 내려와 함께 게르 주변에 모여들고.

텐트에 들어가 잠시 누워 잠을 더 잘까 고민하다 침낭과 텐트를 정리한다.

"어차피 갈 길, 울리아스타이에 가서 쉬자."

네트워크가 끊겨있어 울리아스타이의 숙소나 식당들이 어느 정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도상에 펼쳐진 마을의 규모가 체체를렉보다 큰 마을인 것 같다.

텐트를 정리하는 동안 디미르의 엄마가 나와 울리아스타이에 가서 쉬라는 듯 잠을 자는 제스처를 하며 웃는다.

그녀도 유쾌하게 인사를 전하며 손을 흔든다. 성격이 정말 유쾌한 가족들이다.

도로, 흙바닥의 비포장도로로 나와 잠시 이동을 하니 도로변에서 디미르의 아버지가 그곳에서 양들을 살피고 있다.

"형! 사진 찍자."

고맙다는 인사와 악수를 나누니 핸드폰을 장 챙기라는 제스처를 하며 웃는다.

"바에르사! 바이시떼!"

덜컹거리는 도로를 천천히 따라가지만 흔들거리는 머리와 엉덩이가 아프다.

오토바이 한 대가 천천히 나의 속도에 맞추더니 젊은 남자가 함께 가자며 웃는다.

"암 슬로!"

비포장도로에서 벗어나 초원의 흙길로 빠져나와 따라가 본다.

"사람들이 멀쩡한 도로를 두고 흙길을 왜 달리는지 알겠네."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와 달리 이리저리 기울어진 길이지만 덜컹거리지 않고 좋다.

13km를 달리고 넓게 펼쳐진 강줄기를 만나 자전거를 세운다. 어제 넘었던 산의 작은 계곡이 울리아스타이에 가까워지며 넓은 하천으로 변한다.

따듯한 햇살,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바람과 시원한 물소리, 푸른 하늘과 초원의 높은 산들.

강물에 얼굴과 손을 씻어내고.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네."

자전거에 기대어 오랫동안 시간을 보낸다.



몽골의 어려운 여행 환경에 지쳐있을 때면 언제나 이렇게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풍경과 넉넉한 시간을 내어준다.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울리아스타이의 경계를 알리는 언덕을 오른다.

8km 정도가 남은 울리아스타이의 모습이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모습이 체체를렉만큼 소박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길을 달려 울리아스타이의 톨게이트를 지나고.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울리아스타이.

"아스팔트네!"

마을에 들어서며 이어진 포장도로, 마치 고급 리무진을 타고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조용하다.

몽골의 다른 마을들처럼 길게 이어진 골목을 집들이 이어지고.

"다 왔다."

구글맵을 보며 버스 정류장에 앉아 쉬었다. 지나왔던 다른 마을과는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작은 산 위로 라마교의 사원이 보이고.

산을 돌아 마주한 회전 교차로.

차량들과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교차로에서 음식점과 숙소를 검색한다.

"마을이 제법 큰데, 있겠지?"

크게 네 개의 구역으로 나눠진 울리아스타이의 중심지는 회전 교차로가 있는 부근인 것 같다.

슈퍼와 시장, 호텔과 레스토랑이 교차로의 우측으로 들어서 있다.

"별점이 있나?"

몇 곳의 레스토랑 중에서 리뷰가 가장 많은 식당 피쉬아이 카페로 들어간다.

제법 구색이 갖춰진 레스토랑에 들어가 메뉴판을 우선 집어 들고.

"고기를 줘!"

8,900투그릭 하는 소고기 메뉴를 주문하고.

앙증맞게 접시에 올려진 밥을 추가로 주문하니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

"밥보다 소고기가 더 싸냐."

2층에 호텔을 같이 하는 식당에서 계산을 하며 숙박비를 물어본다.

"60,000투그릭."

몽골은 이상하게 호텔의 숙박료가 비싸다. 화장실이 있는지 물어보고 방을 볼 수 있는지 물어보니 여권을 달라고 한다.

"방을 보여줘!"

계속해서 여권을 달라는 눈치 없는 여직원과 답답해하고 있으니 짧은 영어를 하는 다른 여직원이 다가와 안내를 해준다.

두 개의 침대와 화장실이 있는 방을 확인하고, 근처에 새로 생긴 호텔을 보고 오겠다 말하고 식당을 나온다.

구글맵을 따라 허름한 아파트 단지로 들어간 곳에는 새로 지어진 호텔 모양의 건물이 보이질 않고, 주위를 빙빙 돌다 길가에 서있던 남자에게 길을 물어본다.

"자브칸 호텔?"

남자는 잠시 구글맵을 확인하더니 라마교 사원이 있는 곳으로 가라고 한다. 두어 차례 자브칸 호텔이 맞는지 물어도 맞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20미터쯤 남자가 알려준 방향으로 이동하니 구글맵의 호텔 위치와 반대 방향으로 멀어진다.

다시 길을 가는 여자에게 호텔의 위치를 물어보니 남자를 만났던 곳을 가리킨다.

"아, 정말!"

몽골 사람들은 이상하게 길을 물어보면 모두 맞다고 알려주는 것이 문제다. 차라리 모른다고 하면 편할 것 같은데.

아파트 건물에 붙어 지어진 건물에 호텔의 간판이 걸려있는데 러시아어 표기라 읽을 수가 없다.

지나가는 남학생을 붙잡고 간판을 가리키며 자브칸인지 물어보니 맞다고 한다.

"아, 이건 설마 예상 못 했다."

새로 지어 깨끗하고 조요한 호텔, 입구에서 마주친 직원들과 얘기를 하고 방을 확인한다.

60,000투그릭의 숙박비가 너무 부담스럽지만 일단 지친 몸을 추스르고 싶다.

안쪽 현관에 놓아두라던 자전거는 여행을 설명하니 지하에 있는 창고에 넣어준다.

그리고 세 명의 여직원들과 짐을 나눠들고 방으로 올라간다. 세 명의 직원은 이 호텔의 전 직원이다. 카운터, 식당 그리고 세탁 담당자.

샤워도 미루고 먹을 수 있는 요깃거리를 찾아 아파트 슈퍼로 간다.

아파트 1층으로 들어가 마트의 현관을 찾아도 모두 문이 잠겨있고, 두 차례 아파트 입구를 들락거리며 확인을 해도 문이 안 보인다.

"슈퍼마켓?"

계단을 내려오는 남자에게 슈퍼마켓을 물어봐도 생뚱맞게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한국인이세요?"

한국말로 물어보는 남자와 아파트를 나와 1층 벽에 붙은 슈퍼마켓의 간판을 가리키니 아파트 지하의 계단을 가리킨다.

"아. 할 말 없다."

싱겁다는 듯 웃으며 가는 남자.

"슈퍼마켓 정도의 영어는 알아 들어야지!"

작은 슈퍼에서 음료수와 과자, 빵 등을 사들고.

일단 너부터.

호텔에 돌아오니 식사를 언제 할 것인지 자꾸 물어본다. 시계를 보여주며 8시를 가리키니 고개를 흔들며 7시 내려오라고 안내를 한다.

"알았어!"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눕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가만히 침대에 누워 있으니 산 위에 있던 라마교 사원이 궁금해진다.

"아무것도 안 할 건데. 궁금하다!"

핸드폰만 챙겨들고 사원이 있는 산 자브흘란트 톨고이(жавхлант толгой)로 걸어간다.

따듯한 오후의 햇볕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울리아스타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라마교 사원에 올른다.

바위산 위로 들어선 라마교 사원.

고승들의 사리탑 같은 것이 세워져 있고.

라마교의 부처상, 조각상들은 정말 강렬하다.

라마교와 토템 사상의 영향을 받는 몽골은, 공산화 과정에서 사원들을 철폐시키며 문화유산들이 많이 남아있질 않다.

개방 이후 라마교의 사원들이 새로 정비되어 관리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게르나 몽골인들의 집에는 기도를 올리는 작은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중국의 도교사상이 중국인들의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몽골의 라마교 역시 몽골인들 삶의 밑바탕인 듯싶다.

"이런 자연과 함께 살던 사람들이 자본의 허기짐에 매일 술만 먹고 있으니."

울리아스타이는 사원과 강을 중심으로 북쪽의 마을과.

남쪽의 마을이 나눠져 있다.

산 위의 전경을 구경하고 내려가려던 순간 산 위 정자의 난간에 기대어 하늘을 보고 있는 소년이 보인다.

소년은 하늘을 바라보고, 나는 소년을 바라본다.

"오초르(пүрэв очир), 11살의 소년은 어떤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꿈을 꿀까?"

그와 함께 바람이 불어오는 산의 정상에서 하늘과 울리아스타이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겹겹이 둘러싸인 산들을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호기심 가득 바라보았던, 미래에 대한 막연함은 그 산들 너머의 무엇이었다. 하나둘 그 산들을 오르며 어른이 되었음을 자랑삼는 동안, 단 한 번도 그 산들을 오르거나 넘기를 시도하지 않았다.

사실 인식에 대한 실망 또는 확인된 사실의 부재에 대한 허무함 같은 것들이 두려웠는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그 산들을 오르지 않음으로써 여전히 유지되는 막연한 상상들은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산들을 넘을 것이다 바라였다."

나는 지금 그 산들 너머의 무엇을 확인하기 위해 길 위에 서있다.

오초르와 함께 하늘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는 어느새 떠나버리고, 중년의 검은 남자가 바위에 앉아 오랜 시간을 보낸다.

"아직 그 산들을 넘어가질 못했나? 아니면 산 너머에 무언가를 잃어버린 건가?"

오초르와 남자, 남자와 오초르.

나와 나, 그리고 나와 나.

"오초르, 언젠가 산 너머의 무언가를 확인하길 바라."

오랜 시간을 보내고 산을 내려온다.

울리아스타이는 유난히 분위기가 밝고 시간의 흐름이 느리게 느껴질 만큼 여유롭다.

특별히 세련된 마을도 아니며.

부유하지도 않지만 몽골의 여느 마을들과는 다른 느낌이다.

8시가 다 되어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이번엔 계란 후라이를 덮은 쇠고기다. 점심에 먹었던 식당에 비해 잡내가 조금 진하게 난다.

"고기면 돼!"

밥을 모두 먹자 프런트 직원이 다가와 아침을 언제 먹을지 물어본다. 조식이 제공되는 모양이다.

중국의 숙소라면 조식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이나마 있을 텐데 식문화가 빈약한 몽골에서는 별 기대가 없다.

"9시!"

프런트 직원과 식당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핸드폰을 달라고 한다. 그리고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조르노크와 처이르에서 듣고 오랜만에 듣는 말이다.

잘 모르겠다고 말하려다 날 쳐다보고 있는 두 명의 눈빛을 보니 안쓰럽기까지 하다.

"툴가야, 잘 설명해줘!"

툴가에게 부탁을 하고, 전화번호를 받은 여직원은 오드바야르처럼 흥분하며 좋아한다.

"툴가가 좋은 얘기 안 해줄 것 같은데."

9시가 넘어도 해가 떨어지지 않고.

쑤니터우이치의 우장징, 대구 아저씨와 위챗으로 소식을 주고받는다. 대구 아저씨는 얼마 전 얼롄하오터까지 자전거로 라이딩을 했는지 GPS 기록을 보여줬고, 우장징은 전에 말했던 일본 여행을 갔고, 지아오강강은 사람들과 초원에 잔디를 심는 행사에 다녀왔다 한다.

9시 30분이 넘어서 일몰이 시작된다. 이러다 몽골 국경인 울기에 가면 10시에 일몰이 시작되는 건 아닐까 싶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몽골을 지나왔지만 추위와 바람, 산길 그리고 부족했던 음식 등으로 체력이 많이 떨어졌나 보다.

"쉬었다 가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1일 / 맑음 ・ 12도
텔먼-울리아스타이
울란곰으로 향하는 길, 초원의 흙길을 피해 텔먼으로 돌아온 길 50km 정도를 돌아 넘루그로 가야한다.


이동거리
103Km
누적거리
9,901Km
이동시간
9시간 16분
누적시간
701시간

A0603
비포장길
44Km / 2시간 45분
59Km / 6시간 31분
텔먼
2,400
울리아
 
 
1,71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담요 한 장으로 조금 쌀쌀했지만 불편함이 없는 잠자리다.

넘루그까지 거리가 100km 정도지만 해가 지는 9시까지 시간이 많아 게으름을 피워본다.

토승쳉겔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먹는 것이 부실한 탓인지, 그동안 바람을 이기며 온 체력이 떨어진 것인지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식당의 주인 남자는 손재주가 제법 있는 모양이다.

어제 먹었던 음식을 다시 주문하고, 러시아와의 국경이 있는 울기까지의 경로를 확인한다.

처음의 경로였던 울란곰을 거쳐 울기로 가는 길은 850km 정도이지만 비포장도로라고 한다.

울란곰에서 헙드로 내려가 울기로 가는 길은 1,000km의 거리, 울리아스타이와 알타이를 거쳐 헙드와 울기로 이어지는 길도 대략 1,000km의 거리이다.

"일단 울란곰으로 가서 울기로 향하는 도로의 상태를 다시 알아보고 결정하자."

어느 쪽을 선택하든 국경까지 15일 정도는 소요될 것 같다.

"알타이 쪽으로 가 볼까?"


크고 작은 마을들이 일정하게 들어선 알타이를 지나는 몽골 동남부의 도로도 괜찮을 것 같다. 먹는 것에 대한 부족함이 조금 돌아가는 길이지만 잠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식당 아주머니의 음식이 입맛에 맞는 이유가 고춧가루를 넣어 매운맛이 나고, 고기를 기름에 볶아서 주기 때문인 것 같다. 아마도 부산에서 살고 있는 시누이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 위해 슈퍼에 넣어둔 자전거를 꺼내며 기분이 약간 상한다. 열쇠로 감긴 슈퍼에 넣어둔 자전거의 가방들이 뒤적거려진 흔적이 느껴진다.

아마도 호기심이 많았던 주인 남자가 핸드폰 가방 등을 조금 뒤적거려 본 것 같다. 그냥 아무렇지 않은 듯이 지퍼를 잠그고 패니어에 들어있던 노트북을 확인하고 자전거를 꺼낸다.

중국과 몽골의 차이점 중에 하나는 몽골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물건에 손을 댄다는 것이다. 자전거나 여행 물품에 대한 분실을 걱정했던 중국은 길거리에 자전거를 놓아두어도 전혀 만지질 않는다. 그리고 패니어를 단 자전거에 대한 호기심이 많지만 주변에 서서 구경만 할 뿐, 들어 보라 하여도 좀처럼 만지거나 하질 않는다.

그에 비해 몽골은 자전거에 넣어둔 먹다 남은 물병 같은 것도 빼서 가져가 버린다. 자민우드의 첫날, 밖에 세워둔 자전거에서 아무 필요도 없는 액션 카메라의 브라켓이 사라졌고, 토승쳉겔에서는 숙소 안에 넣어두었던 자전거의 물병이 사라졌다. 몽골을 여행하며 카메라는 패니어에 넣어두고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다.

선교사님은 몽골 유목민족의 독특한 공유 문화 때문에 남의 물건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죄의식이 없다고 했지만 내 생각에는 그저 현대 사회에 맞는 사회적 규범이나 제도적 장치 같은 것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몽골을 여행하며 가장 좋은 날씨인 것 같다. 바람이 조금 불어오지만 따듯해진 날씨에 땀을 식혀주는 정도의 시원한 바람이다. 토승쳉겔을 떠나 2,000미터의 산을 넘을 뒤로 계속 이어지는 평지의 길이지만 페달링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나 보네."

라이딩 중 울렸던 핸드폰은 오초르의 전화다. 한 시간을 달리고 쉬는 동안 오초르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한다. 오초르와 싸비, 울란바토르, 울란곰 등의 말뿐이지만 웃으며 안부를 전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좋다.

"오초르, 이제 끊어! 페이스북 메신저! 알지?"

오초르의 와이프에게 메신저로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고 다시 길을 출발한다.

조금씩 더워지는 날씨 속에 평탄한 초원의 길은 눈이 덮인 산들을 향해 이어진다.

"아무래도 저 산들을 넘기 전에 넘루그로 회전을 하나 보다."

전혀 풍경의 변화가 없는 길을 달리고 패니어에 넣어둔 카스테라 빵을 꺼내어 먹는다. 아침밥을 먹은 지 두 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입이 심심하게 느껴졌다. 몽골의 빵은 정말 달다.

"중국의 3위안짜리 골라 먹는 빵이 먹고 싶다."

넘루그로 향하는 오른쪽의 길을 놓치지 않기 위해 천천히 속도를 낮추며 길을 확인을 하지만 나타나야 할 우측 교차로의 길이 보이질 않는다. 앞쪽으로 보이는 우회전의 길이 넓게 회전을 하는 도로인가 생각하며 길을 따라간다.

2km를 이동하고 구글맵을 확인하니 넘루그로 가는 교차로를 이미 지나쳐 있다.

"대체 이 황당한 시추에이션은 뭐야?"

긴가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금 더 앞으로 나가니 삼거리처럼 보이는 곳에 식당으로 보이는 작은 집이 있다.

"저기가 삼거리 교차로인가?"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 언덕에는 새로 집을 짓는 사람들이 바닥 공사를 하고 있고, 넘루그로 가는 도로 같은 것은 보이질 않는다. 자전거를 눕히고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 후 핸드폰을 보여주며 넘루그로 가는 길을 물어본다.

"3km, 78km!"

남자는 내가 지나온 방향의 흙길을 가리키며 3km를 가서 작은 집이 나오면 우측 길을 따라서 70km를 가라고 알려준다.

"포장된 도로야? 아스팔트?"

일을 하던 세 사람이 동시에 아니라며 흙바닥을 가리킨다.

"망했네!"

어제 지나쳤던 토승쳉겔에서 넘루그까지의 흙길, 그리고 이곳의 교차로에서 이어지는 길도 흙길이다. 결론은 토승쳉겔에서 넘루그까지 가는 모든 길은 초원의 흙길인 것이다. 자동차가 지나다니며 만들어진 초원의 흙길은 딱딱하게 좋은 길들도 있지만 흙모래가 덮여 자전거로 지나다니기 힘들 길도 있어 피하고 싶다.

"이정표도 없는 흙길을 따라서 어떻게 따라가라는 말이야!"

허탈하게 웃고 있으니 남자는 내가 따라왔던 포장도로를 가리키며 '아스팔트'라고 알려준다.

"울리아스타이, 알타이 아스팔트?"

남자는 알타이를 말하며 다시 바닥에 280km를 적고, 울리아스타이를 말하며 80km를 적는다. 구글맵에는 울리아스타이까지 작은 길로 이어지지만 도로의 표시는 아니다.

"울리아스타이, 아스팔트?"

울라이스타이까지 포장도로인지 재차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이며 넘루그로 가는 흙길을 가리키며 손으로 X자 표시를 한다. 넘루그까지 흙길 그리고 울란곰까지의 도로도 확인이 안되니, 차라리 200km를 돌아가더라도 알타이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 울란곰의 큰 호수를 못 보는 것은 아쉽지만 몽골의 서남부 쪽을 여행하는 것도 괜찮잖아!"

몽골에서 무용지물이 된 구글맵이 지금처럼 계속 틀렸기를 바라며 포장된 도로의 거리 이정표를 확인하며 울리아스타이로 길을 향한다. 78km 정도의 거리이니 5시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5km를 조금 지나 약간의 언덕길을 오르던 길은 정면으로 높은 산들을 앞에 두고, 멀리 보이는 아스팔트의 모양이 심상치 않다.

"왜 멀쩡한 길을 놔두고 차들이 흙먼지를 날리며 다가오는 거지?"

산이 시작되는 곳에서 포장도로는 공사 중으로 끊겨있고, 도로의 옆으로 차들이 다니며 만들어 놓은 초원의 흙길이 어지럽게 그려져 있다.

"설마? 아니겠지!"

도로 공사로 인해 잠시 길이 끊겨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방향만 같을 뿐 이리저리 마구잡이로 그려진 초원의 흙길을 따라간다. 그리고 난감하기 그지없는 작은 개울을 만난다.

작은 돌들을 밟아가며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기며 자전거를 억지스레 끌고 개울을 넘는다.

"괜찮아, 곧 좋은 길이 나올 거야!"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말들을 낑낑거리며 지나치고.

멀리 도로를 향해 빠져나가는 승용차의 뒷모습이 모습이 보이고, 어지럽게 그려진 초원의 길들이 도로를 향해 모아진다.

"살았다. 끝났나 보다!"

초원의 흙길을 벗어난 곳에는 공사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있고, 울리아스타이로 가는 길은 언덕을 향해 비포장길이 길게 이어진다.

"아, 이런 아쓰발...트!"

초원을 향해 말과 오토바이를 타고 아무렇게나 달리는 몽골 사람들에게 비포장도로는 좋은 길일지도 모르겠다. 몽골 사람들을 만나 가는 곳의 목적지를 말하면 그들은 먼저 그곳까지의 거리와 방향을 알려준다. 예전의 시골 어르신들이 옆 마을까지의 거리와 길을 꿰뚫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그 길로 얼마를 가라고 알려주지만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길인지는 고려하지 않고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길로 70km를 가야 한다는 말이지!"

울퉁불퉁 상태가 좋지 않은 비포장길은 오전내 바라보며 달려왔던 눈이 덮인 산을 향해 올라간다. 간간이 지나가는 차량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차량 한 대가 천천히 지나가며 차량을 세운다.

건장한 세 명의 남자들이 동시에 내리면서 인사를 하고, 각자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자고 한다. 술이 취하지 않는 몽골인들은 그냥 사람에게 호감이 많은 사람들로 보인다.

"Do you drink?"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묻던 남자가 마실 것을 주려는지 묻길래 맥주가 있느냐고 물으니 웃으면서 자기는 술을 안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는 커다란 생수병을 건네주고 인사를 하며 가버린다.

"고맙긴 한데. 이건 짐이야!"

2~30분에 한 대 정도 지나치는 차량들은 나를 향해 인사를 하거나 속도를 줄이고 구경을 하며 지나간다. 자전거로 몽골을 달리는 사람도 보기 힘들겠지만 비포장의 산길을 패니어를 잔뜩 달고 오르고 있으니 신기하기도 할 것이다.

"날 죽여라. 몽골아!"

"아무래도 저 눈 덮인 산을 기어이 오르고야 끝이 나겠어! 오늘의 2,000미터는 너란 말이지!"

조금씩 허기가 지고 힘이 떨어지는데 패니어에 든 카스테라 빵을 먹고 싶지 않다.

"맥주 한 캔만 시원하게 먹었으면 좋겠다."

끝없이 이어지며 겹겹으로 싸여있던 산들이 사라지고 눈 덮인 하나의 산만이 남아있다. 큰 고갯길을 넘는 곳에 정차하고 서있던 화물차량의 운전기사가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어디 가?"

"울리아스타이!"

"몽골에 언제 왔어?"

"1월에, 중국에서 몽골로 왔어!"

남자는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웃더니 화물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자는 제스처를 하며 웃는다.

"울리아스타이 멀어! 여기서 60km는 가야 돼!"

"60km? 길은?"

"똑같아! 알타이까지 똑같아!"

"뭐? 알타이까지?"

구글맵을 보면 울리아스타이는 제법 큰 마을처럼 지도가 넓게 나타난다. 산을 넘으면 큰 마을의 울리아스타이 그리고 알타이까지 포장도로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완전히 예상을 빗나간다.

"완전 망했어! 하하하하"

산의 계곡을 따라 크게 회전을 하며 돌던 길은 하늘을 열어놓고.

S자로 휘어지며 올라간다.

"야! 그만해!"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더욱 가팔라지고 자전거를 끌며 가다 서기를 반복한다.

산의 꼭대기에서 느리게 내려오는 차량들이 하나둘 곁을 지나치고.

비포장길이 시작된 지 3시간 30분 만에 20km를 낑낑거리며 2,400미터가 넘는 산의 정상에 오른다.

산의 정상에 쌓여있는 커다란 어붜를 돌며 차들은 크락션을 울리며 지나간다.

저녁 6시, 해가 지려면 3시간의 여유가 있지만 서둘러 산을 내려가야만 한다.

"정말 힘든데, 이 이유 모를 성취감과 만족감은 도대체 뭐야!"

울리아스타이까지 이어질 산길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오줌을 싸주고.

덜컹거리며 요란한 소리는 내는 자전거를 타고 길을 따라 내려간다.

계곡을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산길은 끝없이 내려가고.

족히 1미터가 넘어 보이는 두께의 얼음들이 무너지며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계곡길을 따라간다.

휘어지고 휘어지는 산길은 내려가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산을 오르며 힘이 빠진 다리로 페달을 지탱하는 것조차 쉽지 않고, 덜컹거리는 자전거에 흔들거리는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온다.

"야! 내장까지 흔들거려서 아프다. 고만해라!"

8시가 넘어가며 구글맵상에 도로로 표시된 곳까지 내려왔지만 화물 기사의 말처럼 계속되는 비포장도로의 흙자갈길이다.

"구글맵, 넌 이 길이 도로로 보이니?"

여전히 울리아스타이까지의 거리는 많이 남아있어 적당한 곳에서 야영을 해야만 한다. 오른쪽은 높은 산들로 막혀있고 왼쪽은 계곡이 흘러가는 곳이라 눈에 보이는 게르들은 도로와 너무나 많이 떨어진 곳에 있다.

작은 언덕조차 자전거를 타고 오르지 못할 만큼 다리에 힘이 떨어진다.

"더는 못 가! 안 가!"

해가 지는 산의 언덕 위로 물끄러미 쳐다보는 말들에게 괜스레 시비를 걸어보고.

"뭘 봐! 자전거 타는 사람 처음 봐?"

주위를 둘러보던 중 멀리 산의 중턱에 게르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자전거를 끌고 게르가 있는 곳으로 들어간다.

밤이 되어 양과 염소들이 집으로 모여들고.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람을 불러봐도 인기척이 없다. 살짝 게르의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게르 안에는 아무도 없고, 지금껏 봐왔던 마을의 게르들과 달리 어수선하고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모양새다.

게르의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텐트를 칠 수도 없어 자전거에 기대어 쉰다. 9시가 되며 천천히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어딜 간 거야? 설마 울리아스타이에 술 먹으러 나간 것은 아니겠지?"

10여 분 정도가 흐르고 말과 소들이 게르로 돌아오고, 멀리에서 소를 모는 소리와 함께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온다. 게르 가까이 소를 몰고 오던 남자는 오토바이를 몰고 게르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검붉게 탄 얼굴이지만 20대 초중반의 앳돼 보이는 얼굴의 남자이다.

"샌 베노. 비 서롱고스!"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 게르 옆에 텐트를 쳤던 사진을 보여주니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게르로 들어가자며 안내를 하고 우유차와 함께 몽골의 작은 빵은 내어준다.

양과 소를 치는 게르에는 마을의 게르들과 달리 가구들이나 침대가 없이 여기저기 물건들이 놓여있다.

무언가를 해겠다며 말하고 나간 남자는 소들의 무리에서 새끼들을 잡아 울타리 안의 줄에 묶어두느라 소들과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새끼들을 묶어두어 어미들이 멀리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통신이 되지 않으니 물어볼 방법이 없다.

해가 져서 어둠이 찾아오는 동안에도 남자는 소와 양들을 관리하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남자와 함께 라면을 끓여 먹고 싶지만 산길을 넘어오느라 피곤하여 텐트를 치고 안으로 들어가 눕는다.

배가 고프지만 온몸이 쑤셔대니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아이고, 정말 험난하다. 험난해!"

알타이까지 어떻게 갈까 생각을 하다 깊은 잠에 골아 떨어진다.

"뭐, 그냥 가는 거지!"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0일 / 맑음 ・ 10도
토승쳉겔-텔먼
변덕스런 날씨를 핑계 삼아 휴식을 취했던 토승첼겔을 떠나 울란곰으로 향한다. "가 보자!"

이동거리
69Km
누적거리
9,789Km
이동시간
6시간 08분
누적시간
692시간

A0603
A0603
27Km / 2시간 51분
42Km / 3시간 17분
토승쳉겔
갈림길
텔먼
 
 
1,616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4일 동안 우박을 동반한 눈이 순서 없이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더니 쾌청한 날씨로 변해있다.

바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토승쳉겔의 날씨다.

새벽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해 피곤하지만 서둘러 출발을 준비한다.

호텔의 여주인과 인사를 하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영업을 할지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일찍 오픈을 한다.

늘상 먹었던 음식을,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으니 주문해두고 은행에 들러 약간의 현금을 찾는다.

제법 굵게 잘린 고기의 질감이 좋았지만 너무 많이 먹다 보니 약간 물리는 느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술에 취한 젊은 사내가 앞자리에 앉아 뭔가를 떠들고, 그의 친구가 서둘러 그를 데려갔지만 좋았던 아침 기분을 찝찝하게 만들어 놓는다.

"이젠 질리지도 않다! 포기했어!"

9시, 토승쳉겔을 빠져나가기 위해 구글맵을 켜고 출발을 했지만 이내 도로로 진입하지 않고 흙길의 마을 골목을 계속 이어간다.

"목적지를 잘못 입력했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뒤바퀴가 푹푹 빠져들어가는 골목길을 따라간다.

마을을 벗어난 길은 비포장 산길을 향한다.

"아무래도 이상한데. 저 산을, 이 길로 넘어가라고?"

아무런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흙길, 제멋대로 다니며 길이 된듯한 산길을 따라 힘들게 페달링을 이어간다.

천천히 등 뒤로 토승쳉겔의 전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 뒤 조금씩 사라진다.

"계속 이런 길이면 지옥과 다를 바가 없는데."

한 시간 동안 산길을 올라 산의 정상에 다다른다.

좌우 여러 갈래로 나누어지는 흙길의 흔적들이 어지럽게 그려져 있고, 구글맵을 확인하지만 도저히 정확한 길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잠시 후 멀리 보이는 시야의 끝에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차량의 모습이 보이고, 흙먼지를 날리지 않고 부드럽게 빠른 질주를 한다.

"저기가 도로구나. 됐다!"

도로 표시가 된 토승쳉겔을 돌아 나오는 길은 흙길의 산길이고, 미확인 표시되어 있는 길이 포장도로인 것이다.

지도로 보아 토승쳉겔에 도착했을 때 쫓아오던 개에게 돌을 던졌던 주유소들의 삼거리가 도로로 이어지는 모양이다.

새로 도로가 닦였는지 아스팔트의 검은빛이 제법 진하다.


"구글양, 너라는 아이는 대체."

길은 산들을 향해 길게 이어지고.

본격적인 라이딩을 시작하기 전 잠시 쉰다. 한 시간이 넘도록 흙길의 산길을 넘으며 피곤함이 쌓여있다.

연이어 산을 넘는 동안 조금씩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고, 제법 쌀쌀한 찬바람이 체온을 떨어뜨려 놓는다.

겨울용 장갑과 겨울 자켓을 다시 꺼내 입고 바람을 맞으며 산을 올라간다.

"거 봐. 다시 올라갈 텐데. 이흐울에서 너무 많이 내려온 거야."

해발 2,000미터를 찍고서야 길게 이어지는 내리막이 시작된다. 높은 산을 넘은 후 바람은 약해지기 시작하고, 길은 평지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도로변에 세워진 거리를 알리는 숫자 이정표만을 보며 지쳐가는 페달링을 이어간다.

잠시 도로의 우측에서 흙먼지를 날리며 진입하는 몇 대의 차량을 보고 갈림길인지를 구글맵으로 확인하지만 갈림길까지는 몇 km가 더 남아 보인다.

마지막 쉬었던 산의 정상에서 쉼 없이 20km를 이동하고 쉬어가기 위해 자전거를 세운다.

"갈림길이 왜 안 나오지?"

주변에 마을이 있는지 끊겨있던 네트워크가 불안정하게 연결이 되고, 다시 부팅을 한 구글맵의 현재 위치가 갈림길을 한참이나 지나있다.

"앵? 오는 동안 갈림길이 없었는데!"

구글맵은 넘루그까지 직선로는 92km, V자로 돌아가는 길은 135km의 남은 거리를 알려준다.


약한 바람이지만 힘들게 바람을 이기며 달려왔는데, 순간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구글양, 넌 일을 안 하냐?"

40km가 넘는 거리를 돌아갈 수는 없으니 왔던 길로 되돌아가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포장도로를 지나쳐온 기억이 없다.

"10km나 지나쳐왔는데, 돌아가서 길이 없으면 30km 정도 헛짓을 하는 건데."

되돌아가는 길은 뒷바람이라 쉽게 30분이면 갈 것 같아 일단 되돌아가기로 한다.

천천히 생각을 하며 페달을 밟아도 바람이 밀어주니 빠르게 5km를 지나간다.

"아냐!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포장도로를 본 기억이 없어. 확실해!"

자전거를 세우고 다시 처음의 자리로 바람을 맞으며 되돌아간다.

한 시간 동안 같은 자리를 빙빙 돌아 구글맵을 확인했던 곳에서 겨우 6km 밖에 이동을 못한다.

"젠장할!"

저녁에 넘루그에 도착하여 시원하게 마시려던 캔맥주를 꺼내어 마신다.

"아! 시원해! 천연 냉장고가 따로 없네."

같은 자리를 빙빙 돌며 시간과 체력을 빼앗아 간 야속한 길도 쳐다보고.

앞으로 길게 돌아가야 할 애꿎은 길도 쳐다본다.

"길을 잘못 들어섰습니다!"

한때 너무나 가슴 아프게, 예리한 비수처럼 날카롭게 가슴을 후비며 혀끝을 맴돌던 절망의 되새김이다.

"뭐, 좀 어떠냐. 이젠 그런 것 따위! 길 위에서 그저 보이는 길을 따라가면 그만이지. 조금 느리고, 조금 돌아가면 좀 어떠냐! 길은 계속될 테고, 나 역시 그 길을 계속 이어갈 텐데."

오랫동안 초원과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한 시간 정도를 달려 틸먼 마을에 도착한다.

"밥이나 먹고 갈까?"

도로변의 작은 식당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식당 앞이 어수선해지며 한 무리의 어린 학생들이 한꺼번에 나와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

영어를 하는지 묻더니 짧은 영어로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 왜 여행을 하는지 등을 묻고.

차를 내다 주고, 음식을 서빙해 주고, 내 사진을 찍으며 깔깔거리며 웃기 바쁘다.

명함을 달라며 줄을 서고, 페이스북을 보여주며 마을 자랑을 하고, 짧은 한국어를 말하며 자기네끼리 실력을 자랑하는 등 밥을 먹는 동안 내 곁을 떠나지 않고 호기심의 눈으로 쳐다본다.

"얘들아 사진 찍자. 김치다. 김치!"

스쿨버스를 타기 위해 아이들이 모두 떠나고, 음식 솜씨가 좋은 아주머니에게 잠자는 제스처를 하고 가격을 물어본다.

아주머니는 계산기를 가져와 밥 먹는 시늉을 하며 7,000을 적고, 잠자는 시늉을 하며 5,000을 적어 보여준다.

"오케이!"

딱히 숙박업소가 없다 보니 몽골의 작은 마을의 식당들은 모두 넓은 간의 침대를 두고 숙박을 할 수 있게 한다.

화물차 운전기사나 장거리를 이동하는 사람들이 하룻밤씩 머물다 가는 장소일 것이다.

바로 옆집에 작은 슈퍼도 겸하고 있어서 그곳에 자전거를 넣어두고 피곤함에 못 이겨 짧게 잠이 든다.

남자들의 시끄러운 대화 소리에 잠이 깼다. 화물차 기사들이 식사를 하고 있고, 동승자로 보이는 사람만이 반주를 곁들이고 있다.

이젠 술 취한 몽골 사람을 봐도 별 감흥이 없지만 화물차 기사들은 젠틀한 사람들 같다.

선잠을 자는 동안 약간의 한기가 있어 아주머니에게 담요가 없는지 물어보니 담요와 바닥에 깔 이불이 가져다준다.

차량 정비를 마친 기사들이 출발 전 슈퍼에 들러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사길래 따라 들어간다.

음료수를 사던 남자가 나를 보고 화물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자는 제스처로 농담을 하며 웃는다.

몽골 도로 사정을 꿰뚫고 있을 남자에게 울란곰에서 울기까지의 길을 보여주며 포장된 도로인지 물어보니 아니라고 알려준다.

울란곰에서 구경을 넘을 울기까지의 길이 가장 궁금했는데 확실하게 알게 됐다.

울란곰에서 남쪽으로 다시 내려와 헙드를 거쳐 울기로 돌아가야 한다. 몽골의 여정이 생각보다 많이 길어진다.

나란불라그에서 도로의 상황을 보고 헙드로 이동할 수 있다면 울란곰까지 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식당의 남자 주인에게 맥주가 없는지 물어보니 큰 페트병 맥주를 보여준다.

"작은 거, 캔 없어요?"

서로 웃으며 손사래를 치다가 아저씨에게 함께 마실지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인다.

식당으로 돌아와 식당 부부와 맥주를 마시며 몽골 씨름 중계를 봤다. 여동생이 한국 사람과 결혼해서 부산에 산다는 식당 부부는 굉장히 친절하다.

저녁을 먹으며 나에게도 커다란 만두를 줘서 맥주와 함께 맛있게 먹는다. 정말 음식 솜씨가 좋은 아주머니다.

"이건 툴가가 준 선물의 특대형 버전인가?"

화물차 기사들이 대화를 하며 손장난처럼 가지고 놀던 것은 가축의 뼈인데, 몽골 사람들은 이것으로 게임을 하는 것인지 운을 점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툴가는 운을 점친다 알려줬고, 선교사님은 게임을 한다고 말했었다.

9시가 넘어서야 달이 지면에서 하늘로 올라온다. 유난히 밝고 커 보이는 달이다.

"역시 핸드폰에는 안 잡히는구나. 아깝네."

넘루그까지 120km 정도의 거리가 남았다.

"천천히 가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07일, 108일, 109일 / 흐림
토승쳉겔
눈이 내리고 흐린 날씨가 계속된다. "5월 중순인데 날씨가 왜 이러는 거야?"


이동거리
68Km
누적거리
9,729Km
이동시간
4시간 44분
누적시간
685시간

맑았다흐림
흐렸다맑음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토승쳉겔
토승쳉겔
토승쳉겔
 
 
1,547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간밤에 우박과 눈보라가 휘몰아치더니 모든 것이 얼어붙는다.

"정말 알 수가 없는 날씨다."

해가 뜨며 순식간에 눈과 얼음은 사라지고.

밥을 먹기 위해 마을의 중심으로 나간다.

오늘도 노점상들은 바쁘고.

문이 닫힌 한국 음식점은 폐업을 한 것 같다.

어제 밥을 먹었던 식당으로 다시 찾아가 똑같은 메뉴를 주문하고.

"요건 이렇게 꼭지를 누르면 물이 나오지."

"다른 메뉴는 없을까?"


몽골 슈퍼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상품은 보드카인 것 같다.


수많은 종류의 화려한 보드카의 라인업에 비해.


과일과.


야채들의 상태는 그리 좋지가 않다.


화장지와 몇 가지 식료품을 사들고 숙소로 돌아간다.


매 순간 알 수가 없는 날씨의 변화가 계속된다.


저녁 9시가 되어 가는데 몽골의 하늘은 너무나 밝다.


이상하고 신기한 몽골의 하늘과 날씨다.


아침 하늘은 너무나 찬란하지만 언제 다시 먹구름이 몰려와 눈발을 흩날리지 모른다.


"오늘은 머리를 정리해 볼까."


중국의 베이징에서 다듬었던 머리가 지저분하다.


몽골 스타일로 잘라달라는 부탁에 시원하게 옆머리를 날려버린다.


"오호, 마음에 들어!"


동네에 있는 작은 치과를 구경하고.


왠지 모르게 진료보다 원예에 더 소질이 있어 보이는 의사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리저리 도로변의 노점상들을 구경하고.


몽골 고기 메뉴의 비릿함을 컵라면으로 가라앉히고.


여지없이 하늘은 순식간에 어두워진다.


갑작스레 변하고.


미친 듯이 쏟아붓고.


이내 멈추기를 반복한다.


정말 알 수가 없는 몽골의 날씨다.


맑았다 흐렸다는 순식간에 반복하며 하루가 지나간다.


호텔은 아침부터 내부 공사를 하는지 무언가 부산하다.


"도와줄까?"


호텔의 여주인을 도와 공사에 필요한 자재들을 옮기고.


"철물점은 제대로네."


철물점에서 자전거도 함께 취급을 하지만 어린이용 자전거만 판매하는 모양이다.


오늘 하루도 흐렸다 맑았다를 반복한다.


하루 종일 내 곁을 맴돌지만 가까이 오지 않던 꼬마 아가씨는.


"이건 못 참을걸?"


어쩔 수 없이 살갑게 다가와 과자를 함께 먹는다.


"근데 너는 왜 변화가 없냐?"


"이제 떠나볼까."

토승쳉겔에서 충분한 휴식으로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생각지 못한 5월의 추위와 눈 내림으로 계속되지만 내일은 흡스굴을 향하여 떠나야겠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06일 / 눈 ・ 5도
이흐울-토승쳉겔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조금은 지쳐있다. 울란곰까지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길을 나선다.

이동거리
43Km
누적거리
9,729Km
이동시간
3시간 43분
누적시간
685시간

A0603
A0603
36Km / 2시간 56분
9Km / 47분
이흐울
힘들어
토승쳉겔
 
 
1,547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울란곰까지 600km 정도의 거리가 남았다. 작은 식당의 넓은 간의 침대에서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어 어제의 피로가 많이 사라진듯하다.

정말 얄궂은 몽골의 날씨이다.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보니 지독했던 어제의 날씨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화창하고 밝다.

"이곳에서 하루 정도 머무를까?"

술을 팔지 않는 작은 식당은 깔끔하고 음식 맛도 괜찮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으니 그것보다 좋은 것이 없는 것 같다.

다음 목적지를 정하기 위해 구글맵을 확인하니 토승쳉겔(Tosontsengel,Тосонцэнгэл)을 거쳐 넘루그(Numrug, Нөмрөг)까지 150km 정도의 거리다. 토승쳉겔에서 넘루그까지 100km 정도의 거리에 작은 마을조차 지도상에 보이질 않는다. 날씨와 바람을 생각하면 하루에 가기에는 어려운 거리다.

"토승쳉겔까지 가서 거리를 줄여놔야겠네."

침낭과 패니어를 정리하고 기분 나쁜 마찰음을 내던 앞브레이크를 정비하며 어제 저녁으로 먹었던 만둣국을 주문한다. 몽골의 작은 식당들은 화로로 음식을 하기 때문에 음식을 만드는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다.

20분이 조금 넘어 만둣국이 나오고 따듯한 우유차와 함께 든든하게 아침을 해결한다. 만둣국을 먹고 있으니 여자 주인은 육수를 한 그릇 가득 담아내어준다. 제법 음식 솜씨가 좋은 가게이다.

몽골 여행의 어려운 일들 중 하나는 음식인 것 같다. 식문화가 다양하지 않은 몽골에서 변변하게 먹을 음식을 찾기가 힘들고, 제대로 된 식당을 찾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와 같다.

느긋하게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으니 10시 30분이 되어 출발을 한다.

작은 바람만이 느껴지는 화창한 날씨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를 가볍게 달려간다. 등쪽으로 떨어지는 따듯한 햇볕이 이내 몸을 덥히고, 라이딩의 가벼움은 140km 거리의 넘루그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욕심을 만들어 낸다.

"무리겠지? 날씨가 너무 아까운데, 이런 날 많이 이동을 해야 하는데."

어제 타르바가태(Tarvagatai, Тарвагатай)를 넘은 이후 펼쳐지는 풍경은 초원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산악지대의 모습에 가깝다. 뾰족뾰족하게 솟은 산봉우리들과 바위, 돌 산들이 겹겹이 늘어서 있다.

이흐울을 6~7km 정도 벗어나니 다시 통신은 완전히 끊겨버리고 화창했던 하늘을 두꺼운 회색 구름으로 뒤덮여 있다.

다시 조금씩 바람이 일며 이흐울의 따듯함과는 다른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풍부한 강줄기는 멋들어진 곡선을 그리며 계속 이어지고, 바람과 함께 진눈깨비가 조금씩 날리기 시작한다. 토승쳉겔 방향의 하늘이 어둡게 변해있고 눈을 흩뿌리는 듯한 풍경이다.

강물을 따라 휘어지고 작은 언덕들이 연이어지는 길에서 쉽게 지쳐간다. 아무래도 어제의 피로가 쌓여있는 것 같다. 멋들어진 바위들이 솟아오른 산 밑에서 잠시 쉬어간다.

"40km 정도조차 쉽게 보내주질 않는구나."

좌우로 불어오며 진눈깨비를 휘날리는 바람을 맞으며 느릿느릿 도로를 따라가다 내 앞에서 멈춰 선 오토바이를 탄 젊은 남자를 만난다. 울란바토르에 간다는 남자와 인사를 하고 뭔가 대화를 이어가려 해도 네트워크가 끊겨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사진을 찍자고 하니 흔쾌하게 헬멧을 벗고 포즈를 취한다. 헬멧을 벗으니 보라색으로 염색을 하여 멋은 낸 청년이다.

멋쟁이 남자와 짧은 만남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연이어지는 오르막과 거세지는 바람이 자전거를 다시 멈춰 세운다.

"얼마큼 온 거지? 15km, 20km 정도 남았나?"

나무가 자라지 않는 산등성이에도 작은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라있어 산들이 표범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 같다. 바닥에 주저앉아 잠시 쉬고 있으니 한기가 밀려든다.

"가자. 3시 정도면 도착할 수 있겠지 뭐."

해발 2,500미터의 타르바가태 산을 넘고 1,500미터의 이흐울까지 갑작스레 고도가 떨어지더니,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는 듯 페달링을 힘들게 한다.

언덕과 언덕으로 이러지던 길의 큰 고개를 오르니 바람이 잦아들며 하늘빛이 밝게 변하고 도로의 끝이 보이지 않는 직선 도로가 이어진다.

15km 이상은 더 가야 할 것으로 생각했던 토승쳉겔의 모습이 직전 도로의 끝에 보이기 시작한다.

"오호, 다 왔다!"

고갯길의 내리막을 달려 길은 눈앞에 보이는 토승쳉겔의 방향으로 이어지질 않고 우회전을 하며 높은 언덕길 위로 마을의 입구가 보인다.

"왜? 왜 좋은 길을 놔두고 빙 돌아 언덕으로 올라가는 거야?"

"정말 올라가기가 싫어진다."

2시가 조금 넘어 토승쳉겔에 도착한다. 언덕 밑으로 제법 많은 집들이 넓게 들어서 있는 마을이다.

"호텔! 씻을 수 있을까?"

체체를렉의 페어필드에서 마지막으로 샤워를 하고 10일 가까이 양치만을 하며 살았다. 두건을 쓰고 다니는 머리에서 쉰 냄새가 나기 시작하던 참이다.

마을 초입의 언덕에 올라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는 사이 토승쳉겔의 하늘이 변하며 눈을 휘날리고 있다.

마을 초입에 여러 개의 주유소들이 연이어지고, 주유소의 마당에서부터 짖어대며 쫓아오던 개를 향해 계란만한 돌멩이를 주워 던진다.

"가! 이 개******!"

추워진 날씨, 구글 지도를 확인하며 마을 초입에 보았던 스카이라인 호텔을 찾아 마을의 중심으로 이동한다. 여러 개의 슈퍼마켓이 보이고 몇몇의 식당들도 보이는 도로변에 옷과 신발들을 파는 노점상들의 모습도 보인다.

흙바닥의 골목길을 빙빙 돌아 스카이라인 호텔에 도착하자 때마침 승용차에서 내리던 중년의 여자가 나를 유심히 쳐다보며 호텔의 문을 열어준다.

"호텔 맞지?"

호텔의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는 짧은 영어를 할 수 있어 대화를 하는데 어렵지 않다. 하루나 이틀쯤 머무를 것이라 대답하고 25,000투그릭의 숙박료를 확인한다.

1층에 있는 샤워실, 자전거를 놓아둘 장소 등을 안내해 주고 2층으로 올라가 방을 정해준다.

"이건 40,000투그릭!"

여러 개의 낡은 방문을 열어보며 빈 방을 찾더니 침대가 2개 놓인 방은 40,000투그릭이라고 중얼거린다.

낡은 침대가 놓인 방의 열쇠를 건네주고 2층에 있는 화장실의 위치를 알려주고 여주인은 그냥 내려간다.

복도의 끝에 있는 화장실에는 좌변기가 놓여있고 나름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다.

"이 정도면 특급호텔이야!"

1층에 있는 샤워장에도 낡은 샤워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따듯한 온수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찬물이면 어때. 씻을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복도 옆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넓은 주방에서 3명의 여자들과 함께 빵을 만들어 굽고 있는 여주인에게 식사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오늘은 레스토랑을 열지 않는다고 한다.

호텔을 나와 음식점과 슈퍼가 있던 거리로 나간다. 몽골의 마을에는 가라오케나 디스코텍 같은 것이 음식점보다 많은 것 같다.

"참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네."

슈퍼마켓에 들러 저녁에 먹을 빵과 음료수, 과자 같은 것을 조금 사 들고 나와 길 건너편의 음식점으로 걸어간다.

음식들의 메뉴 사진이 걸려있는 건물 앞에는 옷을 파는 노점상들이 내리는 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고, 가게의 문은 닫혀있다.

"가만. 느낌상 한국 음식을 파는 가게 같은데!"

서롱고스라고 쓰인 익숙한 글자가 보이고 자세히 보니 한국의 음식들의 사진이다. 제육볶음의 사진이 사람을 환장하게 만들어 버린다.

"왜 이런 운은 없는 것일까? 내일 다시 와봐야지."

진눈깨비의 눈바람이 더 거세지고, 대형 버스에서 내린 한무리의 사람들이 들어가는 식당으로 따라 들어간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운터에서 사람들의 주문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한 남자가 테이블 위에 음식을 올려놓고 자리에 앉는다.

"나도 이것으로 먹어야지."

음식의 사진을 찍고 카운터로 가서 핸드폰을 보여주니 종이에 글씨를 쓴 오더지를 주방으로 건네준다.

양고기의 잡내가 조금 있었지만 아주 맛있게 허기를 달랜다.

"역시 고기를 먹어야 해."

진눈깨비는 어느새 우박으로 변하여 정신없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슈퍼도 아니고 병원도 아닌데 사람들의 출입이 빈번한 건물이 궁금하여 들어가 본다.

핸드폰 가게들과 주류가게, 꽃집 그리고 2층에는 옷가게들이 들어선 일명 몽골의 쇼핑몰 건물이다.

가게들을 둘러보면 나와 눈이 마주친 젊은 꽃집의 여자가 나를 부른다.

"서롱고스!"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가게를 둘러보는 동안 웃는 얼굴로 나를 지켜본다. 몽골에서 꽃집을, 그리고 붉은 장미를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콩알만한 우박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은행에 들러 약간의 현금을 찾고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의 직원들은 여전히 빵을 굽느라 바쁘다.

넓게 밀가루 반죽을 펴서, 버터를 바르고, 설탕을 뿌린 후 돌돌 말아 자르고 오븐에 넣으면 끝이다.

따듯한 물과 컵을 구하러 내려갔는데 구워낸 빵을 2개 건네준다. 그냥 밀가루 빵 맛이다.

슈퍼에서 사온 박카스를 마시고 누워있으니 누군가 방문을 두드린다.

전구가 없던 방에 전구를 끼워 넣기 위해 남자 직원이 서있다.

전구를 끼워 넣고.

불을 켜는데 남자가 이상한 행동을 한다. 스위치가 있는 벽을 확인하니 스위치가 없고 전선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아니, 딱히 불은 없어도 되는데 저걸 어떻게 끄지?"

"간만에 씻어 볼까?"

감바의 집 현관을 여느라 20분 정도를 낑낑댔던 기억이 난다. 몽골의 문들은 자물쇠가 딸깍딸깍 두 번이 걸린다.

1층에 있는 샤워실에는 보기와 달리 따듯한 물이 잘 나온다. 오랜만에 머리를 감느라 중국 호텔에서 가져온 작은 샴푸통을 다 비운다.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울란바토르의 테를지의 리조트에 취직을 했다는 김병남 선교사님과 오랫동안 통화를 한다. 한국 사업가가 운영하는 리조트에 관리인으로 취직을 했는데 새롭게 일을 하려다 보니 약간은 피곤한 모양이다.

리즈후이에게 위챗 메시지가 와서 번역기를 돌려가며 오랫동안 메시지를 주고받고, 휴가를 받아 아내에게 갔다는 오초르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잠을 자는지 답장이 없다.

"이 침대 시트는 어디에 있는 첼시 호텔이냐?"

데이터 만수르가 되어 CBS 라디오를 들으며 별 기대 없이 카톡으로 사연을 쓰고 신청곡을 보내본다. 카톡 메시지를 보내고 시계를 확인하니 8시 50분이 넘어간다.

"끝날 때가 됐네. 괜히 보냈네!"

김현주의 행복한 동행, 방송이 끝나는 마지막 광고가 끝나고 클로징 멘트를 하던 김현주가 나의 사연을 읽어준다.

"멀리 몽골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는 변차섭씨가... "

"헐!"

아쉽게 마지막으로 급하게 신청된 노래라 이상은의 노래는 중간에 끊겨버렸지만 뜻밖의 즐거움이다. 12시가 가까워지며 창밖으로 거칠게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다. 아무래도 내일 길을 떠나긴 틀린 것 같다. CBS 음악 FM은 저작권의 문제 때문에 다시 듣기가 제공되지 않는 모양이다. 온갖 곳을 검색하고 유튜브, 팟캐스트 등등을 뒤적여봐도 다시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자전거 세계 일주 106일째, 중국을 거쳐 몽골의 초원을 달리고 있어요. 아무것도 없는 끝없는 몽골의 넓은 초원을 홀로 달리는 것이 가끔 외롭지만... 저의 눈을 통해 함께 세상을 보고 있을 그녀와 듣고 싶네요. 항상 그녀의 삶이 행복하기를.."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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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05일 / 눈 ・ 4도
아브갈대-이흐울
밤새 눈이 내리고 다시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다. 계속되는 흐린 날씨다.


이동거리
94Km
누적거리
9,686Km
이동시간
8시간 08분
누적시간
682시간

A0603
A0603
42Km / 2시간 40분
50Km / 4시간 25분
아브갈대
타르바가
이흐울
 
 
1,504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경사가 진 간이침대에서 이리저리 뒹굴었지만 크게 불편함이 없는 잠자리다.

밤새 눈이 내려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다.

다행히 작은 처마가 있어 자전거에는 많은 눈이 쌓여있지 않았지만 날이 밝으며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로 젖어있다.

자전거를 집 앞으로 옮기고 쌓여있는 눈을 털어내고, 여자 주인에게 어제 먹은 음식을 달라고 요청한다.

조용한 하늘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집 앞으로 나가 바람의 방향을 살펴보았지만 역시나 맞바람이다. 오늘도 꽤나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하루가 지났지만 잔여 데이터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 몽골의 미사용 데이터는 그대로 이월이 되는 모양이다.

"힝, 5,000원짜리만 충전해도 됐는데."


양고기밥으로 아침을 먹지만 정말 몽골의 먹거리들은 빈약하다는 생각이다. 겨울철에 딱히 할 일이 없어 보이는 시골의 몽골 사람들에게는 충분할 것 같지만 초원에 돌아다니는 많은 양과 소들은 어디서 소비가 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이고, 이거라도 감지덕지지!"

"힘들면 다시 돌아올 거야."

바람이 불어 라이딩이 가능할지 알 수가 없어, 식당의 여자에게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며 말하고 길을 출발한다.

해가 뜨며 도로변에 쌓인 눈은 순식간에 녹아 사라지고, 라이딩을 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강한 맞바람이 차갑게 불어온다.

"이흐울까지 90km가 넘는데 큰일이네."

"그나저나 이 풍경은 뭐냐!"

하얀 눈이 쌓인 지면과 산등성이들 그리고 하늘을 덮고 있는 흰 구름의 풍경이 거친 바람 속 라이딩의 힘겨움과는 상관없이 넋을 놓고 바라보게 만든다.

해발 2,000미터가 넘은 고도에서도 길은 계속 산을 향해 올라가고.

차가운 바람에 못 이겨 방풍자켓과 겨울용 버프를 착용하기 위해 잠시 자전거를 세운다.

강한 바람으로 구름이 빠르게 이동하며 고개를 돌리면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정말 너를 어떻게 눈에 담아야 하는 거니?"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함께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너무나 안타깝고 아깝게 느껴진다. 고글을 벗고 올려다보는 하늘과 카메라에 담기는 하늘의 풍경마저 달리 보이는 찬란하기 그지없는 하늘.

"춥다. 가자!"

연이어 산길을 넘어가며 조금씩 지쳐간다.

조금씩 거세지는 바람 탓에 바닥에 고개를 숙이고 길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페달링이 너무나 힘들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거대한 눈보라가 나를 향해 빠르게 휘몰아치며 다가온다.

"뭐야 또!"

20여 분을 진눈깨비가 휘날리는 바람 속을 자전거를 끌며 기어나가니 거짓말처럼 맑은 하늘이 나타난다. 구름의 이동에 따라 순간순간 변해버리는 몽골의 날씨.

계속 이어지는 산길, 아무래도 멀리 눈앞으로 보이는 눈이 쌓인 산을 넘어야 오늘의 라이딩이 끝날 모양이다.

멀리 게르에서 뛰쳐나온 검은 개 두 마리가 길을 막고 짖어댄다. 자전거를 세우고 3분 정도 개와 길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정말 생각 같아서는 자전거를 팽개치고 걷어 차버리고 싶지만 맞바람이 불어오는 오르막길을 개들과 단거리 경주를 하듯이 내달리고 사납게 짖어대는 개는 떨어졌지만 기진맥진 힘이 떨어진다.

산으로 가로막혀 잠시 바람이 잠잠해진 산길의 코너를 돌아가자 구불구불 휘어지면 산을 향해 이어지는 비포장 흙길이 나온다. 왜 몽골의 산길들은 포장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바람을 피해 잠시 쉬며 구글맵을 확인하니 타르바가테(Tarvagatai, Тарвагатай) 산을 넘어가는 초입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가 끊겨있어 산을 넘는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는 없다.

"3시간 동안 겨우 20km 왔는데, 이 길은 또 뭐냐?"

자리를 털고 일어나 흙길을 따라 산을 오르고.

갑자기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길을 자전거를 끌며 기어가고.

눈 구름이 사라지면 그림 같은 하늘이 나타난다.

1시간 동안 겨우 4km 남짓을 오르고 계곡을 건너는 작은 다리에 자전거를 세우고 바람을 피해 계곡으로 내려가 잠시 쉰다. 주머니에 넣어둔 작은 빵 두개로 점심을 대신한다.

흙길을 기어가듯 오르내리는 차량들을 바라보며 오르막의 끝을 가늠해 보지만 쓸데없는 짓이다.

쉬는 동안 맑았던 하늘은 다시 눈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 산길을 고개를 숙이고 자전거를 끌며 오른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의 팔과 고글에 눈이 쌓이고 차가워진 손이 찌릿찌릿하다.

"개가 짖던 게르까지 5km 정도니까, 어려우면 다시 내려가자."

맑은 하늘과 눈보라가 반복되지만 혹시 모를 비상 상황을 생각하며 자전거를 끌고 30여 분을 올라간다. 갖춰 입은 방한 웨어로 추위를 막고 텐트와 침낭이 있어 야영을 한다 해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러시아나 핀란드 그리고 캐나다의 북쪽 끝까지 갈 수도 있어, 여행을 준비하며 겨울용 침낭과 외피, 그리고 여름용 내피를 준비해 두었다. 극한의 추위가 아니라면 캠핑을 해도 추위를 버틸 수 있겠지만 그런 상황을 즐기고 싶지는 않다.

30여 분을 끌고 오르니 멀리 산의 정상을 알리는 어붜가 보이고, 어붜를 돌며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발 2,500미터 타르바가테를 넘는 도로의 정상에 도착한다.

천천히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니 차량에서 내린 사람들이 인사를 건넨다.

"어디서 왔어?"

영어를 하는 중년의 남자가 인사를 하며 춥지는 않은지 묻고 보드카를 마시겠냐고 물어본다. 독한 보드카 한 잔이 생각났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어떤지 알 수 없어 사양을 한다.

"여기서부터 45km 정도 가면 마을이 있어. 그리고 지금부터는 내리막길이야!"

여러 번 반복해서 내리막길이라고 알려주는 남자는 울란바토르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처럼 여유가 있고 매너가 좋은 사람이다.

"배고프지는 않아?"

"괜찮아요!"

작은 빵으로 점심을 대신하여 약간의 허기가 있었지만 정신없이 바람이 불어오면 산에서 빨리 내려가고 싶다.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는 남자와 차량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한 시간은 훌쩍 지나버릴 것이다.

"3일 동안 날씨가 좋지 않아! 정말 대단하다!"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는 남자와 서로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악수를 하며 인사를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몽골 국회의 부의장이다.

어붜를 돌며 소원을 빌어보고.

"제발 이제는 바람 좀 그만 불게 해주세요. 많이 맞았잖아요!"

남자의 말대로 길은 흙길의 내리막이 계속된다. 여전히 바람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동안 한기가 느껴진다.

길은 다시 계곡을 따라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눈보라가 치는 예쁜 숲길을 멀리 화창한 구름이 떠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이내 눈 구름을 벗어나 믿을 수없이 아름다운 풍경의 도로를 달린다.

"몽골의 숲을 달리면 이런 기분이구나."

숲길의 도로와 눈 높이에 맞춰진 구름과 하늘을 바라보며 자전거의 속도를 내어본다.

바람이 잦아든 아름다운 길을 내달리고, 다시 산악 초원의 풍경이 이어졌지만 길은 여전히 내리막이 길게 이어진다. 산의 정상에서 찬바람을 맞은 탓에 몸에 한기가 들어 춥다.

몸을 덥히기 위해 열심히 페달링을 하여 질주하는 동안 하늘에서는 콩알만한 우박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도로와 헬멧을 때리는 우박 소리와 정신없이 튕기며 도로에 흩날리는 우박을 맞으며 달린다.

"정말 어려가지 다양하다. 한 가지만 해. 한 가지만!"

우박과 눈보라 그리고 맑은 하늘이 번갈아가며 여러 번 바뀌는 동안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달려 내려간다.

"다시 올라가야 할 텐데 너무 내려가는 거 아냐?"

멀리 장벽처럼 높은 산들이 가로막은 곳에서 길은 사라지듯 보이질 않고, 자전거를 멈추고 잠시 쉬었다. 한참을 달려 내려온 길과 이흐울까지의 남은 거리를 확인하니 2,500미터의 정상에서 무려 1,000미터나 순식간에 내려와 있다.

"어렵게 쌓은 마일리지인데 너무 많이 내려왔네."

이흐울로 향하는 길은 유수량이 풍부한 강을 따라 서쪽으로 휘어지며 이어지고 편안했던 내리막길은 그것으로 끝이 난다. 그리고 정면에서 불어오는 서풍의 괴롭힘도 다시 시작된다.

"아! 진짜. 아직 30km나 더 남았다고!!!!"

타르바가테를 넘으며 주변의 풍경은 완전히 변하여 넓은 초원의 모습보다는 산악지대의 풍경에 가깝다. 거센 바람을 맞으며 작은 언덕들을 넘는 동안 페달링은 천천히 느려져만 간다.

높은 언덕 위로 이흐울의 초입을 알리는 구조물이 눈에 들어오고, 언덕 너머로 이흐울의 모습이 나타난다.

"왔다! 젠장할."

언덕으로 휘몰아치는 바람을 피하며 이흐울의 숙소를 검색해 봤지만 아무것도 없다. 어제와 같은 작은 식당에 들어가 잠을 잘 수 있는 곳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5km 정도가 남은 이흐울로 출발을 한다.

이흐울의 초입에서 다시 미친 듯이 불어대는 눈보라를 맞으며 도로를 따라 마을로 들어간다. 첫 번째 주유소에 자전거를 세우고 주유소 직원에게 식당과 숙소를 물어보려고 생각하던 중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울린다.

호르고에서부터 누군지 모를 몽골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 '서동고'와 '울란바토르'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들을 하여 가끔 전화를 안 받았었다.

"여보세요?"

"변차섭씨, 저 김병남입니다."

무료 통화가 가능한 핸드폰 상품을 변경하여 전화번호가 바뀐 김병남 선교사님의 전화다. 어디쯤에 있는지 위치를 확인한 선교사님은 주변에 작은 식당에서 식사와 잠을 잘 수 있다고 알려준다.

"거기 마을 초입 주유소 뒤편에 작은 식당이 있어요. 찾아가 보세요."

"식당 이름이 뭐예요?"

"이름은 모르고, 식당같이 작은 창문이 있는 곳이에요."

도로변으로 주유소가 3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있는 곳에서 어느 집을 말하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 선교사님은 언제나 김서방 찾기 놀이를 하게 만드네."

첫 번째 주유소를 시작으로 유리창이 달린 집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며 지나치고, 식당의 테이블이 놓인 곳으로 들어간다.

어제 잠을 잤던 다코라의 식당과 비슷하지만 꽤나 깨끗하고 사람들의 인상이 좋다.

"간이 침대도 평평하네!"

식당에 들어가 인사를 하고 선교사님께 전화를 걸어 식당의 여주인과 통화를 하게 한다.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을 알아보고 잠을 자고 가겠다는 의사를 전달한다.

"선교사님, 저 배가 많이 고파요. 두 개를 시켜주세요."

네 가지 정도의 메뉴 중 만두국과 초이완을 주문하니 식당의 여주인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다.

"밥 먹고, 잠자는데 얼마야? 히뜨웨?"

제스처를 해가며 핸드폰을 건네주니 22,000을 적어서 보여준다. 다코라의 집에 비하면 조금 비싼 금액이지만 나쁘지는 않고 선택의 여지도 없다.

자전거를 가게 안으로 들여놓고, 흐려서 보이지 않는 눈을 비비며 마사지를 하는 동안 음식은 나오지를 않는다. 화로에서 조리를 하고 만두를 빚어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가 보다.

따듯한 우유차를 마시며 기다리는 동안 진한 양고기 국물의 만두국이 나온다. 양이 제법 많은 만두국은 깔끔하고 맛이 좋다.

"음식을 좀 하는 집인데!"

만두국과 푸짐하게 담긴 초이완을 먹으며 창밖을 내다보니 하루 종일 난리법석이었던 하늘이 고요하다.

넓고 깨끗한 간이 침대에 침낭을 꺼내어 잠자리를 마련하고.

한 줌의 바람조차 불지 않는 얄궂은 저녁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원하게 오줌을 싸준다.

"정말 몽골 날씨에 할 말이 없다. 너 너무한다 몽골!"

다코라의 집과 달리 이흐울의 식당에서는 술을 팔지 않고, 술에 취한 사람들도 들어오지 않는다. 조용한 가게에서 혼자 넓은 침대를 독차지하고 이내 꿈속으로 빠져든다.


"정말 길고 긴 하루다. 여기서 조금 쉬었다 갈까?"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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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04일 / 맑음 ・ 4도
호르고-아브갈대
즐거웠고, 한가로웠고 그리고 불편하기도 했던 호르고를 떠나 울란곰을 향해서 출발한다.

이동거리
62Km
누적거리
9,592Km
이동시간
6시간 51분
누적시간
674시간

A0603
A0603
42Km / 2시간 40분
50Km / 4시간 25분
호르고
타리안트
아브갈대
 
 
1,410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일찍 잠든 탓에 아침 일찍 깨어났다. 여전히 쌀쌀한 날씨이고 바람이 불어오지만 오늘은 호르고를 떠나고 싶다.

뒷마당에 있는 화장실에서 혹시나 핸드폰이 떨어질까 불안해하며 꼭 쥔 두 손에 힘을 주고, 1층에 있는 간이 세면대에서 양치만을 한다. 체체를렉을 떠나 제대로 씻어본 적이 없다. 양말 속 두 발바닥이 화석처럼 굳어가는 느낌이다.

"어디서 쉰 냄새가 나는 거지?"

자민우드에서 충전했던 데이터의 사용 기한 오늘 밤 자정으로 끝나기 때문에 데이터를 충전하고 비상식을 조금 사서 서동고의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8시에 문을 연다는 슈퍼는 30분이 지나도 열리지 않고, 9시가 다 되어서야 문이 열린다.

"특별히 기대도 하지 않았다."

"아줌마! 데이터 충전해야 하는데."

몽골에서는 데이터를 '다타'라고 인간적인 발음으로 읽는 것 같다. 핸드폰을 보여주며 '다타'를 연신 외쳐대니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G모바일의 충전기를 보여준다.

"유니텔. 유니텔이야!"

슈퍼 아주머니는 무뚝뚝한 슈퍼 아저씨를 불러오고 유니텔 통신의 태블릿을 꺼내어 보여준다.

"여기 봐. 15기가 30일 32,000투그릭!"

자민우드에서 50기가를 충전하고 사진 업로드 등은 체체를렉의 페어필드 와이파이를 이용한 터라 데이터가 37기가나 남아있다. 한 달 정도의 몽골 일정 동안 15기가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 32,000투그릭의 상품을 충전해 달라고 요청한다.

테블릿을 아무리 눌러봐도 32,000투그릭의 요금제가 없다. 2G 폰을 주로 사용하는 몽골의 시골에서 데이터를 사용하는 요금제를 사용할 일이 없으니 슈퍼 아저씨도 모르는 듯 은근슬쩍 아주머니에게 태블릿을 넘겨버리고.

이리저리 메뉴들을 눌러보던 아주머니는 나에게 태블릿을 넘겨버린다.

"뭐야? 몰라? 모르는 거야?"

10,000투그릭의 상품이 맞다며 안내를 해주지만 그것이 데이터를 포함한 요금인지는 모르는 모양이다. 게르에서 이용하는 데이터 요금제를 자꾸만 눌러대는 아주머니를 보며 이러다 생돈을 날려버리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아주머니는 한참을 태블릿을 눌러보며 고민을 하더니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그래, 유니텔에 물어보면 되지."

뭔가 통화를 하던 아주머니는 갑자기 전화기를 나에게 건네주며 받아보라고 한다.

"몽골 유니텔에 한국어 상담 서비스가 있는 거야?"

전화의 상대는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슈퍼의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부모라고 소개하는 슈퍼집의 딸이다. 감바보다 한국어를 잘 하지 못했지만 천천히 설명을 하면 그런대로 이해하는 한국어 수준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어를 하는 슈퍼집 딸도 데이터를 충전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한참을 통화를 하며 데이터 요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설명만을 전달하고, 무언가 결정을 한듯한 아주머니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50,000투그릭의 상품을 데이터 상품이라고 한다.

"뭐지? 근거 없는 자신감은!"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고 50기가 데이터를 충전한다. 그리고 1423번에 'See' 메시지를 보내봤지만 데이터 충전 내역이 갱신되지 않는다.

"거 봐! 안 됐잖아."

잠시 멘붕이 오려던 찰나 몽골 사람들이 슈퍼에서 데이터를 충전하고 핸드폰으로 세팅을 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잠시만!"

1423번에 메시지를 Help, 50, On의 순서대로 보내어 데이터 충전 세팅을 해본다. 그리고 다시 'See' 메시지를 보내니 데이터가 충전된 것이 확인된다.

"됐네. 됐어! 이것 봐. 이렇게 하는 거야!"

중국에서는 주숙등록을 하는 것을 가르치며 다녔는데, 몽골에서는 데이터 충전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근데. 데이터 용량이 그대로 남아있네? 설마 미사용 데이터가 이월되는 거야?"

자정이 되어서 미사용 데이터가 사라지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미사용 데이터와 신규로 신청한 데이터가 합산해서 표시되어 있다.

"졸지에 데이터 만수르가 된 거야? 초원에서 터지지도 않는 데이터로 뭘 할 수 있을까?"

1,500투그릭의 데이터만 충전했어도 되는 데이터를 50기가나 더 쓰게 생겼다.


무려 한 시간 동안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하기 위해 아주머니와 난리 법석을 피운 탓에 아침을 먹을 시간을 뺏겨버렸다. 서동고에게 줄 과자와 마뜨가가 피우는 담배를 두 갑 사서 사동고의 집으로 돌아간다.

서동고의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마뜨가의 아내인지 아니면 뱀바의 가족인지 모를 사람들로부터 전화를 받았지만 알아들을 수 없으니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서동고 게르'만을 외치고 끊어버린다.

어제 술이 취한 마뜨가 부부와 함께 오지 않았던 서동고가 강아지처럼 웃으면서 뛰어다니고, 마뜨가는 술병이 났는지 힘이 없이 침대에 파묻혀 있다.

"서동고, 이리 와. 이제 아저씨 가야 해!"

마침 자주색 니트를 들고 있던 서동고의 옷을 입혀주고, 어제 식당에서 산 모자를 씌어주니 완벽한 깔맞춤이 된다.

침대에 누워있는 마뜨가에게 담배를 건네주며 건강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술을 조금만 마시라 제스처를 하고, 과일주스를 한 컵 따라서 건네준다.

마뜨가는 핸드폰의 번역기를 달라고 하더니 '행운을 빈다'다는 메시지와 '다음에 오면 언제든지 오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악수와 함께 짧은 포옹을 하고 서동고의 집을 나온다.

신이 나서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는 서동고와 마뜨가의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길을 나선다.

"바이시떼! 서동고!"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하느라 빵과 음료수를 사두는 것을 깜박하여 호르고에 도착하여 처음 들렀던 슈퍼로 들어간다.

들어선 가게에는 초도트쏨에서 '소주'를 외치며 장난을 치던 남자가 돈을 세며 나를 보며 웃는다.

"엉? 네가 여기에 왜 있어?"

능글맞은 웃음을 보이며 가게가 자신의 집이라는 제스처를 하는 남자 지그다.

"지그, 이리 와. 이번에는 사진을 찍자!"

사진 찍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던 지그가 이번에는 순순히 사진을 찍는다. 담배 한 개비를 건네며 피우라고 제스처를 하는 지그와 인사를 하고 호르고를 들어왔던 흙길을 따라 도로로 빠져나온다.

"정말 다사다난했던 날들이었다. 호르고 안녕!"

사간느 호수와 이어지는 하천을 지나 넓은 용암지대의 숲이 보이고 사간느 호수가 오른 편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눈이 내리며 더욱 차가워진 맞바람이 충분한 휴식을 취했던 체력을 금세 원상태로 되돌려 놓는다.

세기와 함께 왔던 호수의 반대편을 달리는 동안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강도는 더욱 거세져만 가고.

호수의 풍경을 구경하기는커녕 도로에 시선을 떨어뜨리고 소처럼 페달만을 밟는다.

쉴 새 없이 불어오는 강풍의 속도에 구름의 모양은 빠르게 빠르게 변화하며 마음을 사로잡고, 사간느 호수가 끝나는 지점까지 20km를 달려 잠시 자리에 앉아 쉬어간다.

엄청 달달한 맛의 몽골의 카스테라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지겨운 바람을 맞는 동안 타리안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작은 마을이다.

"작은 음식점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는데."

타리안트를 지나는 동안 음식점처럼 보이는 곳은 없고, 도로변에서 휘청거리며 취해있는 몽골인들만이 나를 향해 소리를 치며 불러 세운다. 호르고에서 너무나 많이 바라본 모습이라 이젠 놀랍지도 않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제는 징그럽기까지 한 초원의 도로는 자꾸만 산을 향해서 올라가고, 하늘의 구름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브갈대를 20km 정도 남겨두고 도로변의 몇 채의 집과 게르가 들어선 마을이 나타난다. 끊겨있던 통신도 불안정하지만 간간이 연결이 되고.

슈퍼로 보이는 집으로 무작정 들어간다. 슈퍼의 아주머니에게 맥주를 한 캔 사들고 밥을 먹는 제스처를 하니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한국분이세요?"

갑자기 어눌한 발음으로 존댓말을 하는 아주머니는 빙긋이 웃으며 뒤편에 있는 집을 가리키며 밥 먹는 제스처를 한다. 몽골에는 뜬금없이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손주를 보고 있는 할머니가 운영하는 음식점에 들어가 음식을 달라고 요청하니 냉장고에서 고기 한 덩이와 당근 그리고 감자를 꺼내어서 보여준다.

"초이완?"

고개를 끄덕이는 할머니에게 '음메에', '음머', '히히잉' 세 가지 소리를 내어 무슨 고기인지 물어보니 소고기라고 한다.

"아니 이런 레어 아이템은 어디에서 난 거예요?"

할머니의 다용도 충전 케이블에 핸드폰을 충전하며 앉아있으니 사발과 함께 커피를 내어준다.

"할머니 센스쟁이!"

스탠레스 접시에 모양 좋게 내어준 6,000투그릭의 초이완은 양도 많고 정결하고 맛도 좋다. 슈퍼에서 사 온 맥주와 함께 오랜만에 맛있는 식사를 한다.

"숨은 맛집이네. 할매 음식 솜씨 짱!"

아브갈대를 지나 이흐울까지의 거리를 줄여놓을 생각이지만 바람으로 인해 속도가 떨어지며 목적지를 아브갈대로 정한다.

계속되는 산길의 오르막길에 변화무쌍한 구름의 움직임들이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고.

순간순간 변화는 하늘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믿을 수 없는 아름다움.

바람과 사람들로 인해 피곤해진 몽골 여행의 모든 것들이 눈이 녹듯 사라져버린다.

지면을 타고 하늘로 모아지는 구름들의 모습은 경이롭고.

몽골의 아름다움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시간을 멈추고 보이는 모든 것들을 눈에 담아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보여주고 싶어! 무언가 욕심을 내야 한다면 지금의 이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

가슴 뛰게 만드는 풍경들을 뒤로하고 작은 산의 언덕을 오르니 고개 너머로 아브갈대의 모습이 나타난다.

"오긴 왔는데,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볼까?"

도로의 왼편으로 아브갈대의 마을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고, 도로변으로 주유소와 작은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다.

천천히 도로를 따라가며 적당한 음식점을 찾던 중 초입의 작은 식당에서 창문을 열고 한 남자가 나를 부르며 손짓을 한다.

"부르는데 가 봐야지!"

남자의 식당으로 들어가 인사를 하니 마당 안쪽으로 자전거를 놓아두라며 안내를 한다.

"미니 싸비, 타니 네르?"

"다코라."

인상이 썩 좋지 않은 남자 다코라와 악수를 하고 허름한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그의 아내와 어린 아들 그리고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그의 딸이 어린 젖먹이 동생을 돌보며 나를 쳐다본다.

"샌 베노!"

스마트폰에 익숙할 큰 딸에게 가족들의 이름을 물어보고 대화를 이어가려 했지만 어딘가로 떠나는지 큰 캐리어 가방을 들고 창밖을 응시하며 바쁘다. 아마도 도시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기 위해 떠나는 것 같다.

무난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큰 딸이 떠나버리고 다코라와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한다. 저녁을 먹으라는 다코라에게 메뉴와 가격을 물으니 초이완을 설명하며 6,000투그릭이라고 알려준다.

강한 인상을 갖은 다코라는 얼굴에 주먹다짐의 상흔으로 보이는 상처가 나있어 더 불량하게 느껴진다. 오늘 도중 할머니의 식당에서 맛있는 초이완을 먹고 온 터라 초이완 대신 밥을 달라고 요청하고 8시 30분쯤에 밥을 먹겠다고 시계를 보여준다.

스마트폰을 주고 번역기의 자판을 몽골자판으로 바꿔주어도 도무지 글자를 쓸 생각을 하지 않는 다코라. 그에 비해 그녀의 아내는 서글서글한 인상을 갖은 마음씨 좋은 웃음을 가졌다.

다코라와 그의 아내는 테이블에 앉아 자꾸만 몽골어로 무언가를 말하며 떠든다. 다시 한번 시계를 보여주며 조금 후에 저녁을 먹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낡은 간이침대를 가리키며 잠을 자고 가겠다고 알려준다.

"밥 먹고 잠자는데 얼마야?"

다코라는 그제서야 11,000을 적더니 밥 먹는 제스처를 하며 6,000 그리고 잠자는 제스처를 하며 5,000을 적어 보여준다. 식사와 숙박비에 대해 알았다는 제스처를 했지만 다코라와 그의 아내는 무언가를 계속 물어보는 듯한 말들을 이어간다.

도저히 어떤 내용인지 알 수가 없어 툴가에게 전화를 했지만 수업 중이라 통화가 어렵고, 선교사님은 통화가 되질 않는다. 마지못해 감바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내용인지를 알려달라 부탁을 한다.

한참 동안 감바와 통화를 하던 여자는 통화가 끝나지 않는 전화기를 나에게 건네준다. 아마도 감바가 또 잔소리와 같은 연설을 여자에게 한 모양이다. 생각대로 감바는 여자를 붙잡고 '여행하는 한국 사람이니까 잘 도와줘야 한다'는 내용의 일장 연설을 한 것이다.

"우리 감바형은 정말 캐릭터가 확실해!"

식사와 숙박료에 대한 합의가 끝난 것으로 생각하고 낡은 침대가 놓인 어두운 방에 누워 잠시 쉰다. 그동안 술에 취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밥을 먹으며 시끄러운 소리로 대화를 이어가고 그중에 술에 취한듯한 한 사내가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벌러덩 드러눕는다.

술에 취한 사람들과 대면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애써 그들을 외면하고, 다코라의 어린 아들에게 핸드폰의 사진을 보여주며 시간을 보낸다.

"야! 너 이름은 너무 어려워서 도저히 발음이 안 된다."

대형 화물 트럭을 운전하는 기사들이 식당으로 들어와 반주와 함께 술을 마시고, 울란곰으로 간다는 화물차 운전사는 약간 취기가 올랐는지 나에게 자전거를 싣고 가자며 두어 차례 말을 걸어온다.

웃으며 손사래를 쳤지만 정말 술에 취한 몽골인들을 대하는 것이 힘들게 느껴진다. 몽골을 여행하며 좋지 않은 도로의 환경과 100km 단위로 나타나는 작은 마을들, 고산지대의 산길과 계속되어 이어지는 거센 바람들, 의사소통이 안되는 언어 장벽 그리고 너무나 빈약한 몽골의 음식들보다 힘든 것이 밤낮으로 술에 취해있는 몽골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얼굴에 주먹다짐의 상처를 하나씩 달고 다니는 몽골의 남자들. 그것 또한 그들의 생활 방식이고 문화이겠지만 타국의 이방인의 눈에는 그런 모습의 사람을 바라보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툴가야, 몽골 사람들을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는 거니? 전통적으로 술을 좋아하는 민족이니?"

"아니요. 술을 많이 마시지만 술과 어울리지 않아요."

"몽골 남자들이 손가락에 끼고 다니는 반지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그것 때문에 싸울 때마다 사람들 얼굴에 상처가 나잖아!"

"아니요. 그냥 건강 반지 같은 거예요."

"..."

툴가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 다코라의 아내가 저녁 식사를 준비해 주고, 화물트럭 기사들이 빠져나간 식당에는 점잖은 노부부가 들어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물을 찾던 중 '한국 커피'를 외치는 노신사에게도 한 대접을 타서 건네준다.

잠깐 동안 노부부와 여행에 대해 얘기를 하고 낡고 균형이 맞지 않은 간이침대에 눕는다.

승용차를 몰고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것인지 허름한 식당의 숙소에 들어와 자연스럽게 잠을 자는 점잖은 노부부를 보며 몽골인들의 일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술에 취해있지 않는 몽골인들은 너무나 사람을 좋아하고, 손님을 대하는 유목민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친족 또는 부족에 대한 강한 결속력은 때로 타인에 대한 배타적인 이면의 모습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겠지만 인구수가 많지 않은 넓은 초원에서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을 안고 사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단지 몽골 사람들의 문화일까 아니면 상실감에 의한 욕구의 불만일까? 정말 알 수가 없다!"

경사가 진 낡은 침대에서 패니어들을 묶은 와이어를 팔에 감고 잠이 든다.

"가난한 나라의 알 수 없는 사람들 틈에서 가난한 여행자가 가난한 마음을 품고 불안해하며 잠이 든다. 이런 불편한 마음을 품은 내가 구역질 나게 싫지만 이 여행을 멈추고 싶지 않아. 미안해 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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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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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03일 / 맑음 ・ 4도
호르고
계속 이어지는 쌀쌀하고 차가운 날씨다. 돌아오지 않는 서동고의 가족으로 인해 하루를 더 호르고에 머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9,530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667시간

사간느호수
가출
00Km / 00분
0Km / 00분
서동고집
화산
호텔
 
 
1,348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12시에 돌아온다는 서동고의 가족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타국의 이방인에게 집을 맡기고 소식조차 없는 몽골인들의 정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열쇠를 맡기고 갔는데, 돌아올때까지 못 가잖아!"

화로에 불을 피우기 위해 장작을 패고, 허리가 아파보이는 마뜨가를 위해 넉넉하게 장작을 마련해 놓는다. 가축의 똥들을 모아 연료로 사용하는 남부의 몽골과 달리 나무가 자라는 지역이라 장작을 쓰는데, 산의 한 면에만 자라는 나무들로 집집마다의 연료 수요가 되는지 궁금하다.

"하루 종일 뭘 하지?"

이틀째 보이질 않는 뱀바에게 연락을 해달라 선교사님에게 부탁을 하였으나 뱀바는 출산을 한 아내에게 가 있어 화산에 데려가줄 수 없다고 한다.

변변한 식사를 하지 못한 탓에 고기가 먹고 싶어져, 호텔들과 마트가 있는 거리로 나간다.

슈퍼와 레스토랑 그리고 호텔이 있는 건물의 슈퍼로 들어가니 제법 구색을 갖춘 슈퍼이다.

"믹스커피 빙고!"

슈퍼의 옆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전에 먹었던 양고기볶음 요리가 있는지 사진을 보여주며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5,000투그릭이라 알려주는 직원에게 식사를 달라고 요청하고, 한참을 기다려 나온 음식은 그 비주얼이 사뭇 다르다.

"뭐야. 밥에 케찹 찍어놓은 것만 같잖아!"

어쨌든 밥과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한 접시를 더 주문하여 깨끗하게 비워낸다.

밥을 먹고 호텔 건물 옆에 있는 작은 가게가 무엇인지 두리번거리며 쳐다보니 가게 안에 있는 젊은 여자가 나를 쳐다보며 손짓을 한다.

"얘네들은 눈만 마주치면 무조건 오라고 하네."

작은 가게는 의자나 액자 같은 생활 용품들을 파는 곳이다. 예쁘게 생긴 젊은 여자와 인사를 하고 번역기로 대화를 하려니 난감함이 밀려 든다. 구글 번역기에 몽골 자판을 설치하고 여자에게 건네준다.

"화산에 가고 싶다. 어떻게 가야 하니? 도와줘!"

이름을 물어보고 번역기로 화산에 가 보고 싶다 말하니 젊은 사람답게 스마트폰을 익숙하게 사용한다. 잠시 기다리라고 제스처를 한 안냐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한다.

"가이드가 올 거야!"

화산에 가겠다는 나를 데려다 줄 가이드에게 전화를 한 모양이다. 잠시 후 오토바이를 몰고 키가 큰 젊은 남자가 들어와 영어로 인사를 한다. 세기는 안냐의 남편이라며 자신을 소개하고 사간느 호수에 자신의 리조트가 있다며 알려준다.

"그래! 사간느 호수에도 가 보고 싶은데. 내일 너의 리조트에 갈 수 있어?"

여름에 리조트를 운영하며 호숫가에서 생활한다는 세기와 함께 호르고 화산을 오르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간다. 고글과 카메라를 가져가기 위해 서동고의 집에 잠시 들리고.

"사비, 오늘 사간느 호수와 호르고 화산을 가자! 30,000투그릭 어때?"

"좋아! 그렇게 하자!"

호르고 화산에서 5km 떨어져 있다는 사간느 호수와 호르고 화산을 안내하는데 가이드 비용으로 30,000투그릭을 주기로 한다. 선글라스를 가지고 가야한다며 세기의 집에 잠시 들리고, 세기와 안냐의 어린 아이를 만난다. 

"너 정말 이쁘게 생겼구나!"

선글라스를 챙기고 집을 출발한 세기는 오토바이에 기름을 넣자며 주유소로 들어간다. 주유소에 도착하여 아무리 크락션을 울려도 나오지 않던 직원은 도로 건너편에서 천천히 걸어 나타난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몽골 사람들의 게으름이다.

10,000투그릭을 주유한 세기는 나에게 주유비를 내라고 말한다. 

"야! 기름은 네가 넣어야지! 그래, 못 갈 것 같던 화산에 가는데 형이 넣어줄게." 

울퉁불퉁한 흙길, 정확히 말하면 길이 아닌 산길과 초원의 길을 달려 호르고 화산을 지나친다. 호르고 마을에서 보이던 검고 둥글하게 생긴 산이 화산이다.

"사간느 호수에 먼저 가자!"

용암이 흐르며 만들어진 현무암 지대를 지나 큰 언덕을 오르니 얼음이 얼어있는 사간느 호수가 눈 앞에 펼쳐진다.

"웰컴투 마이 게스트하우스!" 

잔잔하게 바람이 불어오는 사간느 호수에는 사람들이 쌓아올린 검은 현무암의 돌탑들이 가득하고.

몽골에서 처음 보는 넓은 호수의 풍경은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기분이다.

"정말 오랜만에 물을 본다. 바다가 보고 싶다!"

여름 시즌에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는 사간느 호수에는 음식점과 슈퍼 그리고 작은 리조트들이 들어서 있다.

"여름에 이곳에서 선텐도 하고, 수영도 하고, 낚시도 한다."

아주 작은 모래사장을 가리키며 세기는 유쾌하고 즐겁게 대화를 이어간다. 

"물을 마셔도 돼! 아주 깨끗한 물이야."

세기의 게스트하우스는 나무집과 게르가 한 채씩 들어서 있고, 주변의 다른 펜션들은 게르 모양의 숙소들과 나무집들이 여러 채 들어서 있다. 세기는 이제막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소양호 정도의 호수지만 몽골의 내륙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큰 호수라 세기에게는 애착이 가는 장소인듯 싶다. 몽골 사람들이 홉스굴 호수를 보며 왜 바다라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될 것 같다.

"세기, 이리 와!"

세기의 오토바이를 타고 길이 아닌 초원의 산길을 따라 다시 호르고 화산이 있는 입구에 도착한다. 몇몇의 관광객들도 차를 가지고 화산의 입구까지 도착해 있다. 

화산의 입구에는 여름에 운영된다는 음식점들의 간의 테이블들이 허름하게 설치되어 있고.

현무암의 자갈들이 펼쳐져있는 길을 따라 산을 올라간다.

세기와 지나쳐 왔던 넓은 용암지대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고. 

잠시 후 산을 오르는 자갈길은 시멘트 계단으로 이어진다.

큰 숨을 몰아쉬던 세기가 잠시 쉬며 사진을 찍어주고.

조금 더 산을 오르니 뭔가 시야가 왜곡되어 착시현상처럼 느껴지는 화산의 분화구가 나타난다. 화산의 입구에서 채 10여 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다. 

분화구의 규모가 크거나 넓지는 않지만 쉽게 걸어서 올라올 수 있는 호르고의 휴화산.

몇몇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즐겁게 기념촬영을 하고있고.

처음 보는 화산의 풍경은 생경하고 이색적이다.

"넓은 백두산의 천지나 활화산에 가면 어떤 느낌일까?"

"아이슬란드나 솔로몬제도 부근에 활화산이 있다는데 가보고 싶네."

몽골의 관광지라는 곳을 가 보면 조금 실망스런 부분이 없지않다. 불현듯 펼쳐져 감탄을 불러 일으키는 중국의 자연과는 달리 주변에 펼쳐져 있는 초원과 아름다운 산들의 곡선 그리고 하늘과 구름의 어우러짐 등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갖은 몽골이라 그런 것 같다.  

초도트쏨의 협곡, 사간느 호수 그리고 호르고의 화산까지도 그저 초원의 일부분으로 느껴질 뿐, 감탄을 자아낼만큼의 절경은 아닌 것 같다. 

"역시 몽골은 초원이네!"

화산을 내려가자고 하니 신이나서 휘파람을 부는 세기를 보며 그의 꿈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몽골이 얼마나 대단한 것들을 갖고 있는지를 세기는 알까?"

선교사님의 말처럼 대자연을 품고 있고, 수많은 광물 자원을 갖은 인구수 300만명의 몽골이 이처럼 못 사는 것도 정말 어렵고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화산을 내려오는 초입에서 캠핑카를 세워두고 뭔가를 하는 외국인 부부를 만난다. 4개월 동안 터키와 이란, 카자흐스탄 등을 거쳐 몽골에 왔다는 프랑스의 노부부다.

작은 캠핑카를 타고 짧게 각 대륙들을 여행하는 프랑스 부부는 몽골에서 러시아를 거쳐 다시 프랑스로 돌아갈 것이라고 한다. 명함을 건네주고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남자는 지도를 꺼내들고 펼쳐보이며 우수아이아에서 멕시코로 이어지는 길들을 추천해준다.

"이 길은 정말 환상적이야! 너의 루트는 잊어버리고 이 길로 가라. 정말이야! 판타스틱!"

남미 대륙의 끝자락 우수아이아에서 아르헨티나를 거쳐 브라질과 파라과이로 이어지는 코스는 재미가 없다며 칠레의 고산지대를 따라 칠로에섬과 산티아고로 이어지는 길을 추천해 준다.

"나는 자전거라고!"

"너의 루트는 잊어버려!"

여러 번 칠레의 길을 따라 여행을 하라고 알려주는 프랑스 부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여행이 끝나고 시간이 다시 주어진다면 그 때는 누군가와 함께 작은 캠핑카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꿈이다.

"세기! You can do it. With your wipe."

듣는지 마는지 세기는 자전거는 느리다며 오토바이를 사라고 웃으며 떠들어 댄다. 짧은 가이드를 하며 용돈을 번 하루가 무척이나 신이난 모양이다. 

안냐의 가게로 돌아와 세기에게 맥주를, 안냐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맥주 한 캔을 시원하게 마신다.

"보이!"

맥주를 마시는 동안 아이를 데려온 세기는 자신의 아이를 가리키며 남자애라고 알려준다.

"여자 아니였어?"

자세히 보니 안냐와 많이 닮은 남자 아이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려는 안냐에게 인사를 하고 가려니 세기가 가족들과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다.

조르노크에서도 그랬지만 몽골의 젊은 여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가슴을 내밀고 아이에게 젖을 물린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젊은 여자가 가슴을 까고 젖을 물리는 모습이 낯부끄러운지라 피해주려고 했던 것인데. 

세기네 가족과 헤어지고 서동고의 집으로 걸어가는 중 승용차가 멈춰서며 차량 안에서 오도덕이 밝게 인사를 한다. 언제나 가슴팍에 술병을 숨기고 있는 오도덕은 술병을 꺼내들고 능글맞게 웃으며 서동고의 집으로 가자고 한다.

서동고의 집에 도착하니 대문이 약간 열려있어 사람들이 돌아왔나 보다. 내가 열쇠를 가지고 있어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니 처음보는 중년의 남자가 술에 취해 햇볕이 드는 현관에 기대어 앉아 있다.

"누구신지?"

잠시 그 사람의 곁에 앉아 햇볕을 쬐는 동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술에 취한 마뜨가의 아내를 부축하며 집으로 들어온다. 열쇠가 잠겨있어 다른 집에서 있었던 모양이다. 

마뜨가의 아내를 침대에 눕혀논 여자들은 아침에 잘라놓은 장작들을 가져와 능숙한 손길로 잘게 잘라낸 뒤 쉽게 불을 피운다.

"아, 저렇게 하는 거구나."

술이 취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몽골말로 계속해서 말을 걸어와 불편하게 만든다.

"정말 너희들 대책이 없다!" 

패니어를 정리하고 호텔에 가서 쉬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다. 

"나 호텔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돌아올게."

잠시 후 들어와 침대에 쓰러진 마뜨가에게 번역기를 보여주니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화로에 장작들을 더 넣어주고 한 무더기의 장작을 화로 옆에 놓아둔다. 그리고 도끼질을 하여 장작들을 충분하게 쌓아두고 서동고의 집을 빠져나온다.

아침을 먹었던 호텔을 지나 건물의 모양이 조금 괜찮은 곳을 들어갔지만 호텔의 직원을 찾을 수가 없다. 1층에 있는 슈퍼에 들어가 호텔에 대해 물으니 슈퍼의 여자가 전화를 걸어 호텔의 직원과 통화를 했지만 오랫동안 기다려도 나타나질 않는다.

다시 짐들을 들고 아침을 먹었던 식당으로 들어가니 여기저기 옷가지와 장신구들을 펼쳐놓고 물건을 팔고 있다.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야?"

중국에서 물건들을 가져와 팔고있는 보따리 장수 같다. 

내일 떠나며 서동고에게 선물할 예쁜 모자를 5,000투그릭에 사들고.

아침을 먹었던 식당의 종업원에게 가장 맛있는 메뉴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니 무언가 번역기에 적는데 철자가 틀렸는지 뜻을 알 수가 없다.

"그래, 이것으로 줘!"

한참 후에 나온 음식은 아침에 먹었던 메뉴와 같은 양고기볶음이다.

"아놔! 정말 센스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하하하하."

아침과 마찬가지로 한 접시를 더 시켜 배를 채우고, 호텔을 가리키며 숙박비를 물어보니 25,000을 적어서 보여준다.

"20,000투그릭이라고 하던데. 아냐?"

식당의 여자가 호텔을 왔다갔다하며 가격을 조정하는 사이 퇴근을 하던 안냐가 어깨를 두드리며 인사를 한다.

"사람들이 너무 술을 많이 마신다. 오늘은 호텔에서 잘려고 해."

안냐는 자신이 아는 곳이 있다며 15,000을 적어 보여주고 따라오라고 한다. 안냐가 데려간 곳은 다름아닌 식당 옆에 있는 슈퍼다. 

오늘 아침부터 묵뚝뚝하게 말을 건네는 아저씨와 몸짓으로 농담을 하던 슈퍼에서 호텔을 같이 운영하는 모양이다. 

"아저씨, 히뜨웨?"

"20,000투그릭!"

"아니 이 동네는 무슨 숙박비가 고무줄이야?"

안냐는 2층에 있는 방을 안내해 주고 인사를 하며 돌아간다. 나무로 짠 작은 침대와 나무 테이블이 전부인 호르고의 호텔.

"화장실은 어디에 있는 거야?"

호텔의 화장실은 뒷마당에 재래식 화장실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다. 슈퍼의 아저씨에게 내일 아침 오픈 시간을 물어보니 8시라고 알려준다.

출발 전 사용기간이 끝나는 핸드폰의 데이터를 충전하고,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면 될 것 같다.


"내일은 정말 이곳을 떠나야겠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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