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4일 / 맑음 ・ 22도
헙드-에르덴부릉
한 달여의 휴식을 마치고 헙드를 떠난다.

이동거리
54Km
누적거리
10,639Km
이동시간
6시간 50분
누적시간
763시간

AH3
AH3
43Km / 5시간 25분
11Km / 1시간 25분
헙드
산길
에르덴
 
 
2,457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유나 선생님이 챙겨준 아침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헙드를 떠날 준비를 한다.

다음 목적지인 울기까지는 220km의 거리, 만년설이 쌓여있는 2,600미터의 차스트울을 넘어가야 하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헙드의 고도가 1,300미터 정도이니 한 번에 꽤나 높이 오르막을 올라가야 한다. 이틀 또는 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배웅을 나온 선생님과 함께 마지막으로 부얀트걸에 들러 시간을 보낸다.

부얀트걸은 언제나 시원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다.

한 달의 시간 동안 불편함 없이 챙겨준 유나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중국의 비와 몽골의 바람 속에서 지쳐있던 체력이 회복되고, 아무런 생각 없이 보낸 편안한 헙드의 시간이었다.

"자, 이제 가야 해요. 기념사진 찍어요."

마지막 인사와 함께 다시 여행의 길을 떠난다. 미묘한 감정의 울림과 낯설어진 자전거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동안 부얀트걸을 산책하며 주변을 둘러보아도 구글맵으로 검색되던 AH4의 도로는 보이질 않았다.

울기까지 새도로가 생겼다는 야기의 말대로라면 검은 아스팔트 라인이 부얀트걸을 건너는 다리 너머로 이어져야 하지만 산길을 넘는 어지러운 흙길 이외는 보이질 않는다.

부얀트걸을 지나 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멀리에서 보아도 분명 흙길이다.

"야기!"

부얀트걸의 두 번째 다리를 건너자 바로 산길이 시작된다.

"뭐, 이 산만 넘으면 매끈한 아스팔트가 나오겠지."

울기로 넘어가는 산길은 시작부터 순탄치가 않다. 푹신한 모래들이 쌓여있는 길은 슬립이 나며 자전거를 타고 가기가 힘들다.

이리저리 상태가 좋은 곳을 골라가며 페달을 밟아보지만 두어 차례 슬립이 나며 자전거가 넘어진다.

바람조차 불지 않는 산길을 자전거를 끌며 오른다. 생각대로 오랜 휴식 후의 첫 라이딩은 쉽지가 않다.

부얀트걸을 출발하여 한 시간 만에 고개의 정상에 도착한다. 약간의 미풍이 불어 땀을 식혀주지만 몇 초의 시간이 지나기도 전, 요란스레 달라붙는 모기떼들의 극성으로 빠르게 출발을 한다.

고개의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길은 오랜 휴식으로 싱싱해진 라이딩의 욕구를 순식간에 사그라들게 만든다.

끝이 보이질 않는 비포장의 흙길이 하염없이 펼쳐져 있다.

빨래판처럼 울퉁불퉁 거리는 짧은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길은 업다운이 반복되며 이어진다.

자전거를 멈춰 세우면 득달같이 달려드는 모기 때문에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힘들고, 건조하고 무더운 날씨와 더불어 쉬어갈 그늘조차 없다.

흙자갈길의 상태가 그나마 괜찮은 곳을 찾아 따라가다 보니 울기로 향하는 AH4번 도로와 멀어져 버린다.

AH4번 도로를 찾기 위해 '내가 가는 곳이 길'인 길을 따라 초원을 가로질러 다시 AH4번 도로에 돌아온다.

페달링을 하며 따가운 느낌의 종아리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더니 모기가 잡혔나 보다. 몽골의 모기는 아무리 몸을 움직이고, 쫓아내어도 소용이 없다. 근성이 대단한 녀석들이다.

만년설이 쌓인 산을 향해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은 이내 끝날 것 같지가 않다.

"완전 망했어! 근데 왜 지나가는 차조차도 없는 거지? 이 길이 아닌가?"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핸들을 잡은 손등과 반바지 차림으로 노출된 종아리에 달라붙는 모기를 잡아가며 길을 따라가는 동안 조금씩 지쳐간다.

모기를 쫓아내는 손사래와 함께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자전거를 컨트롤할 때마다 헙드에서 채워놓은 체력게이지가 뚝뚝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작은 바람이 불어 모기들의 극성이 사라진 언덕 위에서 잠시 쉬어간다. 햇볕을 받아 따가운 것인지, 모기에 물려 따가운 것인지 알 수 없는 종아리를 보호하기 위해 긴바지로 갈아입는다.

"내가 졌다. 몽골에서 반바지는 무리야. 무리!"

헙드를 떠날 때 유나 선생님이 챙겨준 모기 기피제와 실리콘 팔찌를 꺼내어 제품의 효능처럼 효과가 있기를 기대하며 무장을 한다.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지만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굳은 신념의 체면을 걸어본다.

패니어 속에서 물컹하게 변해버린 바나나로 허기를 달래고 달콤한 향이 퍼지는 껍데기를 멀리 집어던져 초파리와 날파리들을 떼어낸다.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이 그립네."

부얀트걸에서 맥주를 사 오려다 더운 날씨에 미지근하게 변해버릴 것 같아 사 오지 않은 것이 약간 아쉽다.

길은 정상을 향해 이어지고 시원한 바람과 함께 커다란 바위들이 수없이 펼쳐져 놓여있다.

그리고 길은 모래 해변보다 푹신한 모래밭으로 변한다.

자전거를 끌며 묘한 돌무더기의 산봉우리를 넘고.

아래로 내려가는 길마저 모래바닥이다.

"아니, 차가 왜 한 대도 지나가지를 않지?"

모래 바닥을 피해 가며 어렵게 흙길을 따라가니 멀리 다리 같은 것이 보인다.

"저기가 끝인가? 제발 끝이기를."

모래길의 끝에 멀쩡한 검은 아스팔트가 나오고.

도로의 이정표에는 헙드로 가는 길임을 알리는 표시가 되어있다.

"나는 오늘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이름하여 뻘짓!"

추측하건데 구글맵에 잡히지 않은 새 도로는 울란곰 방향의 도로에서 산을 돌아 만들어진 것 같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작은 강 건너 한 채의 건물이 보인다.

무엇이든 건물 주변에서 야영을 할 생각으로 다가가니 운 좋게도 도로변 식당이다.

"먹을 복은 있는 하루네."

식당에 들어가 간의 세면대에서 얼굴을 씻으니 카드놀이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 신기한 눈빛으로 웃는다.

"메뉴가?"

몽골 식당의 메뉴는 뻔하지만 네트워크가 불안정한 핸드폰을 들고 애를 쓰기엔 너무 지쳐있다.

"선생님, 뭐라고 적혀있나요?"

유나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고 작은 만두가 들어간 만둣국을 주문한다.

주문과 함께 만두를 빚는 몽골의 식당은 조금 오래 기다려야 한다. 음식을 만드는 동안 유나 선생님께 주인 여자와 통화를 하여 주변에 텐트를 칠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소통이 잘 안된다.

핸드폰에 저장된 텐트의 사진을 보여주며 식당 옆 공터를 가리키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식사를 하고 카드놀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헙드의 길을 물어보니 생각했던 경로가 맞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에쒸, 야기에게 확실하게 물어보고 출발할 것을."

모기들을 쫓아내며 어렵게 텐트를 설치하고.

편안하게 텐트에 누웠다.

"정말 힘든 하루였어."

저녁이 되며 바람이 거세지고 텐트가 날아갈 듯 요란한 소리를 낸다.

밖으로 나가 앵커들을 모두 박아 고정을 한 후 하늘을 쳐다보니 은하수의 별무리가 확연하게 하늘 위로 펼쳐져 있다.

"정말 할 말이 없다. 그렇게 힘들게 하더니."

이상한 일이지만 몽골에서 바람이 강하고 날씨가 안 좋을수록 멋진 풍경을 볼 수가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한 보상이네."

다시 여행이 시작됐다. 엉덩이가 아프고 뭔가 불편하지만 또 이내 적응을 할 것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