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5~131일 / 맑음 ・ 25도
헙드
헙드에서 만난 야기와 윤선생님 집에서 머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편안한 도시 헙드, 몽골 여행의 자료들을 정리하고 여정의 마무리를 준비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0,581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756시간

야기집
윤샘집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헙드
휴식
헙드
 
 
2,39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아침에 일어나니 야기는 이미 출근을 하고, 그의 아내와 아이들이 등교를 위해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

"헙드에서부터는 한 시간이 빨라지지!"

울란바토르보다 1시간이 빠른 헙드의 시간에 시계를 설정하니 1시간이 덤으로 생긴 것처럼 느껴진다.

여분의 집 열쇠를 나에게 건네주고 야기의 아내는 출근을 했다. 잠시 집에 앉아 쉬고 있으니 출출한 느낌이 든다.

"유나 선생님과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조금 일찍 가 볼까."

점심을 먹기 위해 유나 선생님께 전화를 건다.

"무엇을 드시고 싶으세요?"

"고기요! 양고기!"

감기가 걸려 움직이기 쉽지 않고 양고기를 먹겠다는 무례한 여행자의 입맛에 선생님은 자신의 집에서 식사를 하자며 제안을 한다.

"광장에서 에스바 방향으로 오시면 디귿자 모양의 아파트가 있어요. 사람들에게 에스바가 어디인지 물어보면 될 거예요."

알 수 없는 에스바라는 장소와 아파트의 모양, 색깔 만을 설명 들은 후 선생님의 아파트를 찾아 광장으로 걸어갔다. 김병남 선교사님의 위치 설명에 비하면 아주 디테일한 설명이다.

"일단 광장으로 가자."

야기를 처음 만났던 헙드 정부청사 앞의 넓은 광장은 쾌적하고 마음에 드는 공간이다.

광장을 둘러보고 선생님이 알려준 대로 사람들에게 에스바를 물어보려는 순간 유니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유니텔 건물 방향이라고 했는데."

우선 현금을 찾기 위해 칸뱅크의 ATM 기기가 있는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허름한 아파트 단지의 입구 옆에 놓인 칸뱅크의 ATM 기기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환전이 불가능한 시간이라며 돈을 찾을 수 없다.

"휴일이라 그런가? 점심시간이라 그런가?"

삼거리의 도로를 잠시 되돌아 나오니 선생님이 알려주었던 설명들과 비슷한 아파트 건물이 보인다.

"노란색, 빨간색 아파트 그리고 회색 아파트, 디귿자 모양의 아파트 단지. 대충 비슷한데?"

아파트 주차장에서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고 3층에서 내려오는 선생님과 아파트의 계단에서 조우한다. 이른 점심으로 양고기와 삼겹살을 구워주어 든든하게 밥을 먹고, 차와 커피 등을 마시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KOICA, 한국 국제 협력단이라는 NGO 단체이다. 선생님은 유아교육의 파트로 헙드의 유치원에 파견을 나와 2년 가까이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내가 건네준 여행자 명함을 보며 사진 편집툴이나 영상툴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묻는다.

"네. 간단한 것들은 할 수 있는데. 뭐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나요?"

2년의 KOICA 파견 기간을 모두 마치며 헙드 내의 유치원들이 모두 참여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시켰다는 선생님은 행사와 관련된 자료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하고 영상 자료들이 있는데 어떻게 편집을 해서 만들어야 할지 몰라서요."

"제가 도와드리고 갈게요."

몽골을 여행하며 조금은 지쳐있었고 얼마 남지 않은 몽골 여행의 아쉬움들이, 가능하다면 여유를 두고 시간을 보내고 싶다.

야기의 집으로 돌아가 노트북이 든 패니어만을 챙겨들고 선생님의 집으로 돌아간다.

헙드에 있는 15개 유치원들의 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유아 환경체험 행사를 진행했던 사진 자료들을 정리하며 하루를 보낸다.

밤늦게까지 영상으로 만들 사진들을 정리하고 유나 선생님 집에서 잠을 잔다.


아침에 일어나 선생님이 차려주는 정성스러운 식사를 하고, 유치원에 일을 보러 가는 선생님을 따라 헙드의 시내로 나간다.

선생님이 근무하는 2번 유치원에 들러보고.

헙드에 있는 재래시장을 구경하기 위해 시장으로 간다. 햇볕은 따갑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좋아지는 날이다.

은행에 들러 조금의 현금을 찾고.

아카시아 나무처럼 생긴 것이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고.

작은 벽돌집과 컨테이너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헙드의 재래시장은 낮시간임에도 사람들이 제법 붐빈다.

주로 생활용품들을 판매하는 좁은 시장 골목은 중국의 시장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전기 요금을 내기 위해 작은 사무실에 들어가 수납을 하고.

그 사이 시장 곳곳에 모여있는 신발 수선가게에 앉아 구경을 한다.

가죽 부츠를 신는 몽골의 사람들이라 신발을 수선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겨우 한 사람만이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샛길도 지나고.

저녁으로 고기메뉴를 해주기 위해 재래시장의 정육 코너를 들어갔지만 신선하고 좋은 부위를 고르는 법을 알지 못해 그냥 나온다. 중국 시장의 정육을 파는 곳들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바닥에 양과 염소의 머리들이 굴러다니고 비린 피냄새와 고기냄새들이 진하게 풍기는 음산한 분위기다.

마을의 골목을 따라 걸으며 시내를 구경하고 큰 슈퍼가 있는 건물로 들어간다. 규모가 작은 창고형 할인마트와 같은 구조의 제법 큰 슈퍼마켓이다.

김치 같은 것을 파는 코너도 있었지만 반찬의 모양들이 그리 맛있어 보이지는 않고, 선생님은 돼지고기와 몇 가지 식료품만을 사들고 슈퍼를 빠져나온다.

선생님은 헙드에서 무언가를 꼭 먹어야 한다며 호텔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지만 그 메뉴는 하지 않아 다른 메뉴를 먹어야 한다.

"꼭 먹어야 하는데."

"그래요. 그럼 그걸 먹을 때까지 헙드에 있어야겠네요."

선생님이 추천하는 음식은 개인 화로에 양이나 쇠고기를 샤브샤브처럼 먹는 음식인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와 영상 작업을 마무리하고 슈퍼에서 사온 돼지고기와 양고기수육으로 저녁을 먹는다.

"몽골에서 비싼 돼지고기에, 한국에서 비싼 양고기까지. 입이 호강을 하네요! 거기에 김치찌개까지!"

"처음부터 좋은 것을 드리면 안 되니까. 호호."



헙드에 들어서면서부터 몽골의 계절이 여름으로 순식간에 바뀐 느낌이다. 기온이 오르고 햇살이 굉장히 따갑게 느껴진다.

선생님과 함께 헙드의 강가에 나가기로 한다.

따가운 햇살 사이로 돌담과 작은 강가의 나무길을 지나.

넓게 펼쳐진 초원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여름이면 이곳에 게르들이 가득 들어서요."

여름이 시작되는 초입의 강변에는 몇몇 채의 게르들이 들어서 있고, 새로운 자리에 게르들을 설치하는 사람들이 모여이다.

잔디밭에 앉아 햇볕을 쬐는 사람들과 물장난을 치는 아이들이 한가로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고.

"몽골의 계절은 겨울, 겨울, 여름, 겨울인가?"

며칠 사이 갑작스레 바뀐 계절의 느낌이 생경하고 낯설게 느껴진다.

강을 건너는 작은 시멘트 다리에 배를 깔고 누워있는 아이들.

햇볕은 따갑지만 아직 20도가 조금 넘는 날씨에 물장구를 치고 노니 몸이 차가워 시멘트 바닥의 온기로 몸을 덥히고 있는 것이다.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도 무엇이 좋은지 깔깔거리기 바쁜 아이들이다.

엘사 드레스를 입은 예쁜 여자아이들은 무엇이 궁금한 것인지 나를 따라다니며 무언가 질문을 하는데 알아들을 수는 없고.

개구진 남자아이들은 물장구를 치며 짧은 영어로 인사를 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고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등의 한국말들을 따라 한다.

헙드의 사람들은 여름이면 이곳에 게르를 설치하고 여름을 보낸다고 한다.

몽골의 짧은 여름, 더위를 피하면서 따듯한 계절을 즐기는 시간일 것이다.

"자연 그대로, 그래도 최소한의 편의시설은 갖춰두면 정말 좋을 텐데."

"술병은 좀 그만 깨고."

강변을 따라 산책을 하고 잔디밭에 앉아 선생님이 준비한 샌드위치를 먹는다. 날이 좋은 날, 바람이 좋은 날, 시원한 자연의 강변에 앉아있으니 느린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천천히. 더욱 천천히."

샌드위치를 먹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한 젊은 남자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와 선생님의 옆에 앉더니 무언가 말을 건다.

"술 마셨어요!"

술을 마신 것 같다는 남자는 선생님의 카메라를 가리키며 무언가를 말하고, 카메라를 보여달라며 계속 중얼거린다. 카메라는 뒤적이는 남자에게 카메라는 챙긴 뒤 자리를 자리를 털고 일어나 돌아온다.

"정말 술이 문제인 것인지, 사람이 문제인 것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술에 취한 남자는 오랫동안 우리의 뒤를 따라왔지만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선생님께 프리미어와 포토샵의 사용법을 알려준 뒤 야기의 집으로 돌아간다.

가족들과 어머니 집에 다녀왔다는 야기는 저녁을 먹지 않은 나를 위해 양고기를 꺼내어 저녁을 준비한다.

울란바토르에 사는 친척에게 보낼 양고기를 사 와서 준비를 해두고, 야기가 직접 무언가를 요리한다.

몽골의 울란바토르에서는 신선한 양고기를 구할 수 없으니 시골에서 양고기를 사서 올란바토르로 보내는 것이다.

야기가 요리를 하는 동안 아이의 방에서 맑은 연주 소리가 난다. 야기의 아내가 작은 스틱을 들고 여춘이라는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피아노 줄처럼 생긴 현을 두드려 연주를 하는 것인데 그 소리가 너무나 맑고 좋다.

몽골의 사람들은 생활스포츠처럼 배구와 탁구 같은 것들을 즐기는데, 야기는 배구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은 가방에 들어있던 수많은 대회 메달들을 보여준다.

"아내는 스포츠 마스터야! 쇼트트렉 선수!"

체격이 제법 큰 그의 아내는 쇼트트랙을 하는데 그 실력이 좋은지 중국의 대회에 가서 메달들을 따온 것이다.

"중국은 쇼트트랙 잘하는데. 거기서 입상을 했으면 실력이 아주 좋네!"

야기는 나중에 텔레비전이 설치된 벽면에 메달을 전시해둘 것이고 설명을 한다.

"야기. 이 많은 걸 다 걸어놓으면 벽이 무너질 거야!"

야기가 직접 만든 초이완과 양고기 수육을 내가 사 온 맥주와 함께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다시 뽀로로 이불을 덮고 이내 잠이 든다.



야기의 식구들은 너무 부지런한 것인지 내가 일어나면 아무도 집에 없다. 헙드는 1시간 빠른 울란바토르의 시간에 맞추기 위해 업무시간이나 등교시간 등이 한 시간이 빠르다고 한다.

유나 선생님 집으로 산책을 하며 걸어간다. 여행 자료를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울리아스타이에서 마주쳤던 루시아노에게서 메시지가 온다.

"Where are you? i'm in Khovd now."

"어디에 있어? 나도 협드에 있어."

"Me too. My bike has been broken and i had to send the wheel to UB."

"그래? 나는 5일 동안 여기에 있었어. 내가 그쪽으로 갈게."

휠이 고장 나서 울란바토르에 수리를 보냈다는 루시아노는 어제 유나 선생님과 산책을 했던 헙드 강변의 게르에서 머물고 있다. 맥주 두 캔을 사들고 루시아노가 있는 강변으로 나간다.

강변에서 만난 루시아노는 반바지만 입은 채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고 있는 강변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헤이, 루시아노! 잘 있었어?"

루시아노와 강변에 앉아 울리아스타이에서부터 헙드까지 서로의 경로를 설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의 자전거 여행 경로와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자전거 경로 등을 설명한다.

"루시아노, 스페인에 가면 너네 집에 꼭 갈게."

"좋아. 꼭 와야 해."

농구를 하러 가겠다는 루시아노는 강변 옆에 있는 게르에 들러 몇 가지 소지품들을 챙기고, 그의 자전거는 바퀴가 빠진 채 게르 안에 놓여있다.

루시아노를 따라 헙드의 실내 체육관에 들어갔지만 체육관에는 배구 대회가 열리는지 헙드 인근 지역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배구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배구 게임이 진행 중인 관람석에 앉아 잠시 게임을 구경한다.

"음. 음."

"루시아노, 너는 오늘 농구를 못할 것 같아."

실내 체육관을 빠져나와 다른 농구장이 있다는 루시아노를 따라 헙드의 시내를 걸어갔지만 그곳은 문이 닫혀있다.

농구를 할 수 없어 실망한 루시아노는 헙드를 산책하기 위해 산책을 갔고, 나는 유나 선생님의 집으로 돌아온다.

저녁으로 삼겹살을 구워준 선생님 덕에 배부른 식사를 하고, 선생님과 함께 산책을 한다.



유나 선생님은 아침에 업무 미팅이 있다고 하여 약속 시간을 기다리고, 나는 야기의 학교에 들러 야기를 만나고 산책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광장에 위치한 야기의 학교에 들어가 다른 선생님들에게 야기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지만 야기는 어디에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야기의 아파트로 가서 자전거가 잘 있는지 확인을 하니 첸드아유쉬의 식당에서 샀던 열쇠고리가 뜯겨져 사라졌고, 자전거 가방에 들어있던 와이어 열쇠가 없어졌다.

6세대가 사는 5층 아파트 현관에 자전거를 묶어두며 안심을 했던 것인데 역시나 밖에 세워둔 물건은 여지없이 손을 탄다. 자전거 가방을 떼어내고 U자 관절락으로 자전거를 잠가둔다.

우체국 방향으로 걸어가니 밤에는 보지 못했던 이슬람 사원 같은 건물이 보인다.

잠시 안으로 들어가 구경을 하고 우체국으로 향한다.

1시 점심시간이 지나 우체국이 다시 열리고.

"포스트 카드."

우체국 사무실을 두리번거리자 나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던 여직원은 한 뭉치의 엽서들을 건네준다. 몽골 정부에서 발행하는 관광 엽서 중에서 호르고 화산의 전경이 그려진 엽서를 선택하고 중국의 리즈훼이에게 엽서를 보낸다.

울란바토르에서 함께 엽서를 보냈는데 중국의 리즈훼이에게는 엽서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리즈훼이가 알려준 주소에 '镇'이 빠져있어 엽서가 가지 않았던 것 같다.

주소와 함께 리즈후훼의 연락처를 함께 적어서 엽서를 보낸다.

엽서를 보내고 야기의 학교에 다시 들렀지만 야기는 여전히 학교에 없다.

학교의 교실들을 구경하고.

문이 잠긴 야기의 교장 선생님실을 발로 툭 차고 돌아온다.

"어디 간 거야?"

광장에서 바람을 쐬며 앉아 루시아노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루시아노 뭐하고 있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유나 선생님은 약속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나 약속에 대한 몽골 사람들의 개념은 이해하기가 정말 어렵다.

잠시 후 루시아노는 산책을 한다며 답장을 보낸다.

"밥 먹었어? 한국식당에 가서 한국 음식 먹어 볼래? 내가 살게."

"좋아!"

헙드 광장에서 1시간 후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유나 선생님께 한국 식당의 위치를 정확하게 설명을 듣는다.

엘리트라는 한국 식당에 들러 유나 선생님이 알려주었던 비빔밥과 제육볶음을 주문하고, 루시아노와 이야기를 나눴다. 스페니쉬 억양이 있는 루시아노의 빠른 말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럭저럭 번역기를 사용하며 이야기를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

유럽의 자전거 루트들과 아르헨티나의 자전거 루트들을 설명 받으며 식사를 마치고 루시아노와 헤어진다.

"울기까지 너와 함께 가고 싶은데, 내 자전거가 언제 수리가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루시아노와 헤어지고 유나 선생님, 한미경 선생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위너스 식당으로 찾아간다.

훠궈를 주문해서 식사를 하는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한미경 선생님댁에 들러 차를 마신 후 집으로 돌아온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24일 / 맑음 ・ 22도
터그럭-헙드
몽골-러시아의 국경까지 400km가 남았다. 몽골여행을 정리할 마지막 경유 도시 헙드로 향한다.


이동거리
79Km
누적거리
10,581Km
이동시간
7시간 45분
누적시간
756시간

AH4
AH4
48Km / 3시간 57분
31Km / 3시간 48분
터그럭
하르노스
헙드
 
 
2,39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바람이 없이 좋은 아침이다. 펑크 패치 정비를 했던 뒷바퀴의 바람이 조금 빠져있어 아침 운동으로 바람을 넣고.

시원한 굿모닝을 알린다.

첸드아유쉬의 식당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계란이 올려진 쇠고기 메뉴로 아침을 해결하고.

이틀 동안 넉넉한 웃음을 보이며 친절하게 대해준 첸드아유쉬와 헤어진다.

산을 향해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을 하고.

국경이 있는 울란바이신트까지 400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작은 삼거리에 놓여있다.

"400km면 몽골의 여행이 끝나는구나."

바람이 없는 직선 도로를 따라 가벼운 페달링으로 속도를 내여가며 라이딩을 즐기고.

본격적으로 산을 향해 오르는 길을 앞두고 여지없이 자전거를 세우는 바람이 불어온다.

"이렇게 맑고 더운 날에도 이유 없이 바람이 불어오는구나."

주변의 풍경은 온통 붉은 흙이 뒤덮인 지형으로 변한다.

느릿느릿 바람을 이기며 산길의 오르막을 오르고.

첸드아유쉬의 식당에서 사온 계란을 꺼내어 먹는다.

첸드아유쉬가 맛있다며 추천해 준 빵을 먹었지만 생각했던 것처럼 맛은 별로다.

"빵은 한국빵이지!"

멀리 하르노스 호수가 보이고, 구름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하르노스 호수의 입구를 지나며 바람은 더욱 거세진다. 자전거를 내려 끌고 타기를 반복하며 변하는 구름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낸다.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40km야!"

호수 방향으로 검은 구름들이 모이지만 반대편의 하늘은 찬란하다.

"모래 폭풍은 아니겠지? 뭐 불어오려면 와라!"

강한 바람으로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는 상황,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쓸데없는 사진찍기 놀이도 해본다.

점점 어두워지는 정면의 하늘.

거대하게 모여든 구름에서 끝내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놀랍지 않아!"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어두운 구름이 내려앉은 방향으로 길을 오른다.

도로 왼편의 밝은 하늘과 달리 오른편의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흩날리고 있다.

헙드를 15km를 남겨두고 우뚝 솟은 붉은 돌산이 정면에 나타나고.

하늘의 구름은 쉼 없이 변하며 바람과 함께 빗방울을 흩날린다.

첸드아유쉬의 식당에서 사온 맥주와 마지막 남은 계란 두 개를 꺼내고.

구름의 변화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낸다.

헙드의 초입을 알리는 구조물이 붉은 돌산을 배경으로 높은 고갯길 위에 나타난다.

"아, 올라가기 싫다!"

3km 정도의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고.

어붜와 구조물들이 헙드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고갯길 너머로 헙드 시내의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고, 산들에 둘러싸인 넓은 헙드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높게 솟은 붉은 돌산이 웅장하게 느껴진다.

"왔다. 헙드!"

시내 초입의 주유소들이 들어선 사거리에서 헙드의 지도를 검색하며 숙소와 음식점이 있는 시내 중심으로 이동한다.

"울란곰으로 가는 길이네. 이 길로 왔어야 했는데."

아주 오래된 석탄 공장처럼 보이는 곳을 지나는 동안 사람들의 모습조차 보이질 않는 황량한 도시의 풍경이다.

첫 번째 호텔이 보이는 사거리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다시 한번 지도를 검색한다.

"도시 정도의 크기인데 중심지가 어디지?"

사거리를 지나 1km 정도 도로를 따라 이동하니 갑작스레 푸른 가로수가 들어선 거리가 나타난다.

"몽골은 하늘도, 도시도 정말 느닷없다!"

헙드에 들어서며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검은 비구름, 푸른 가로수가 들어선 헙드의 모습은 이전까지 보아왔던 몽골의 여느 도시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호텔을 찾으며 천천히 거리를 따라가니 석상이 세워져 있는 넓은 광장이 나온다.

주변에 3개 정도의 호텔이 모여있는 광장에서 쉬며 숙소를 결정하기 위해 광장으로 걸어간다. 광장의 중심에 위치한 석상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 동안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누군지 알고 찍는 거야?"

"한국 사람이세요?"

고급진 어휘를 사용하는 남자는 광장 주변의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고, 한국에서 5년 정도 일을 하고 왔다며 자신을 소개한다. 남자와 광장에서 서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커피를 사주겠다는 남자를 따라 이동한다.

"이렇게 나무가 많은 몽골의 도시는 처음이야! 정말 좋다!"

몇 군데 커피를 판매하는 가게에 들어갔지만 토요일이라 모두가 문이 닫혀있다.

"일단 숙소에 들어가고 싶은데."

근처의 저렴한 호텔을 추천해 주는 남자를 따라 호텔로 이동했지만 샤워를 할 수 있다는 호텔은 아주 오래된 건물이다.

"그냥 우리 집에 가서 잘래?"

"나는 괜찮은데, 네가 불편하잖아."

"괜찮아! 우리 집에 가서 자도 되고, 호텔에서 자도 되고."

주변에 다른 50,000투그릭의 호텔이 있고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남자의 집에서 함께 보내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광장 근처의 오래된 아파트 5층, 주차장에 세워둔 남자의 승용차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아파트로 올라간다.

취업 비자를 받아 인천에 있는 냉난방기 제조회사에서 일을 했다는 야기와 차를 마시며 잠시 이야기를 한다.

"헙드에 한국 사람들이 있어. 7명 정도."

"한국 사람이 있어?"

"응. 학교에도 있고, 유치원에도 있고, 교회에도 있어."

"만나볼 수 있어?"

"체육 선생님이 있는데, 연락해 볼까? 만나고 싶어?"

"뭐, 여기까지 왔는데 밥이라도 한 끼 먹으면 좋지!"

야기는 학교의 남자 체육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지만 이미 한국으로 귀국을 해서 연락이 닿지 않는다.

"유치원 선생님도 한 분 있어."

야기는 유나라는 유치원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한 후 전화를 바꿔준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자전거 타고 여행하는 사람.."

유치원 선생님과 인사를 하는 동안 전화기는 끊어져 버린다.

"야기, 전화기 끊어졌는데?"

"요금이 없어서 그래! 전화번호로 전화해 봐."

몽골의 통신회사 모비콤과 유니텔, 각기 다른 통신사의 전화번호로 통화를 하면 통화요금이 굉장히 비싸서 충전해 둔 통화요금이 순식간에 떨어져 버린다고 한다.

밖으로 나와 모래폭풍으로 엉망이 된 패니어를 하나씩 옮기며 유치원 선생님에게 전화를 건다.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다음 날 점심 식사를 함께 하기로 하고 짧은 통화를 마친다.

패니어들을 야기의 집으로 모두 옮기고 자전거는 5층 난간에 묶어둔다.

야기의 12학년 딸(엥흐징)이 저녁을 만드는 동안 터그럭 모래폭풍의 먼지들을 씻어낸다.

"이제 살 것 같네!"

16살 야기의 딸이 만든 저녁은 제법 모양과 맛이 좋은 양고기 덮밥이다.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는데!"

야기는 밥과 함께 보드카를 한 병 꺼내어 따라주며 마시고 푹 자라고 한다.

"야기! 너무 멋져!"

그리고 독한 보트카보다 맥주를 마시자며 슈퍼에 나가 시원한 맥주 두 캔을 사 온다.

해가 지고 야기와 함께 맥주 한 캔씩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거실의 넓은 소파에서 뽀로로 이불을 덮고 잠이 든다.

"헙드가 좋아!"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23일 / 맑음 ・ 20도
터그럭
도로변 한 채의 식당, 첸드아유쉬의 식당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0,502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748시간

뒹굴뒹굴
광합성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터그럭
식당
터그럭
 
 
2,320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몸이 무거운 아침, 날씨는 화창하지만 바람이 불어온다.

"쉴까, 갈까."

첸드아유쉬는 식당 주변에 나무를 심어놨다.

"잘 자랐으면 좋겠네."

세수와 양치를 하라며 첸드아유쉬가 식당으로 부르고.

"헙드!"

헙드부터는 울란바토르보다 한 시간이 빨라진다. 시계를 가리키며 헙드의 시간이라 알려주는 첸드아유쉬.

방금 삶은 계란을 하나 건네준다.

어제 저녁으로 먹었던 볶음밥을 주문하고, 하루를 쉬고 싶은데 현금이 모두 떨어졌다.

"은행이 있어?"

터그럭 마을에 ATM 기기가 있는지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이더니 벽에 붙어있는 은행 큐알코드를 가리키며 계좌번호 같은 것을 적어준다.

"계좌이체?"

은행이 없는 마을에서 첸드아유쉬의 계좌에 입금을 하면 현금으로 바꿔주는 모양이다.

"이건 의미 없어!"

슈퍼의 계산대에 카드 단말기가 보여 VISA 카드 결제가 되는지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밥값하고 숙박비 결제해 줘. 10,000!"

밥 먹는 시늉과 잠자는 제스처를 하며 계산기에 10,000을 찍어서 보여주고 카드를 건네주니 다행히 결제가 이뤄진다.

"오, 하루 쉬었다 가자."

저렴한 식당에 잠자리가 있고, 통신탑이 바로 앞에 있어 네트워크도 아주 좋아 하루 정도 쉬어가기에 적당하다.

첸드아유쉬는 종이에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적어오더니 내 번호를 적어간다.

첸드아유쉬의 식당과 슈퍼는 사람들이 제법 찾아든다.

며칠 동안의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어슬렁거리며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먹나 살펴본다.

"고기를 먹고 싶다."

다른 사람이 먹는 음식을 가리켜 주문하고, 계란이 올려진 쇠고기가 작은 공기밥과 함께 나온다. 6,500투그릭.

밥 한 그릇을 더 비우고 7,000투그릭을 결제한다.

하루 종일 날씨가 좋다. 6월에 접어들며 몽골의 계절도 바뀌는 것 같다. 20도 정도의 기온인데 바람이 없으면 꽤나 덥게 느껴진다.

맥주나 아이스크림 같은 것들을 사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10시가 다 되어 점심과 다른 고기 메뉴를 주문한다.

"이건 뭐야? 양?"

첸드아유쉬는 두 손으로 뿔모양을 만들더니 염소의 울음소리를 내며 웃는다. 그 모습에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모아지고.

2,500투그릭의 작은 보드카를 사서 고기와 함께 저녁을 먹는다.

반주와 함께 식사를 하고 편하게 잠든다.

"내일도 날씨가 좋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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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22일 / 맑음 ・ 16도
지르크-터그럭
헙드까지 130km 정도가 남았다. 좋은 날씨의 아침, 터그럭까지의 여정을 떠난다.


이동거리
68Km
누적거리
10,502Km
이동시간
6시간 56분
누적시간
748시간

AH4
AH4
45Km / 3시간 35분
23Km / 3시간 21분
지르크
모래폭풍
터그럭
 
 
2,320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잠시 떠날지를 고민하다 패니어들을 정리했다. 터그럭까지 60km 남짓의 짧은 이동 거리가 게으른 여유를 준다.

"날씨도 좋은데 천천히 가 보자."

1층에서 오트사항을 만나 인사를 하고, 숙박비를 결제했다. 어제 먹었던 양고기 만두 5개는 4,000투그릭을 추가로 받는다.

사막과 같은 황량한 지르크에서 오트사항은 이른바 동네의 유지처럼 보인다. 흙벽 집들의 마을, 오래된 단층 건물들의 마을 거리에 세워진 한 동의 현대식 빌라를 개조해 운영하는 호텔 그리고 호텔 앞에 조성된 공원은 어색하고 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사막 한가운데 멋진 궁전을 세웠지만 찾아올 사람이 없는 공허한 공간처럼 보이고, 오트사항의 모습도 그저 무료하게 느껴진다.

마을의 중심에 있는 유일한 식당에 들어간다.

하나의 긴 테이블만이 덩그러니 놓인 식당은 김밥과 함께 튀긴 양고기 만두를 팔고 있다.

1,000투그릭의 김밥 두 줄과 500투그릭의 삶은 계란을 달하고 한다.

"한국에서 꼬마 김밥을 먹고 왔나. 가늘다 가늘어!"

김밥은 묘하게 비슷한 느낌의 다른 맛이다. 얇게 썬 당근과 소시지 그리고 있는 듯 없는 듯 단무지가 들어있는 것 같다.

찰기가 없는 몽골의 밥을 말기 위해 양고기 기름을 이용하는지 양고기의 냄새와 맛도 약간 난다.

중국의 한국 음식을 먹으면 황당한 느낌이지만 몽골의 한국 음식은 웃음이 나오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무나 가축의 똥이 연료인 화로를 사용하는 몽골에서 삶는 음식이 아닌 기름에 튀기는 모습은 처음 본다.

손바닥만 한 양고기 만두를 튀기는 것인데, 손님이 주문하여 한 입 베어 문 뒤 양고기가 익지 않아 다시 튀기는 중이다.

"화로의 화력으로 기름 온도가 올라가나?"

중국이라면 한두 개 정도 사 먹었을 것 같은데, 왠지 눅눅한 기름맛일 것 같아 포기한다.

김밥 네 줄과 삶은 계란 세 개를 비상식으로 담고 지르크를 출발한다.

"60km 정도니, 하나씩 까먹으면서 가면 충분하겠지."

넓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어 바람이 불어오지만 몽골에서 이 정도의 바람은 봄날의 산들바람이다.

큰 돌들이 많은 황무지에서 돌담을 쌓아 바람을 막는 게르의 모습이 색다르다.

마을을 벗어나 계란 하나를 까먹고.

지르크를 20km 정도 벗어나자 난데없이 강한 바람이 시작되며 자전거의 속도를 줄여 놓는다.

"정말 난데없다!"

바람을 피하며 빠르게 구름이 이동하기를 기다리며 쉬고, 다시 출발을 하려는 순간 뒷바퀴가 푸석거린다.

"오, 오랜만인데."

편하게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펑크 수리를 한다. 오래전에 펑크 패치를 붙여 논 곳에서 바람이 새고 있다.

새 튜브를 꺼내려다 귀찮아져서 펑크 패치로 정비를 하고, 바람이 빠지는지 기다리며 확인을 하고 다시 길을 출발한다.

"펑크가 나서 힘들었었나?"

펑크와 상관없이 강한 바람은 시속 10km가 안되는 속도로 페달링을 무겁게 만든다.

어렵게 두 시간여를 달려 15km 정도를 이동하고 순간순간 변해가는 하늘의 구름과 주변의 풍경을 바라본다.

"멋지네!"

화창한 왼쪽의 하늘과 달리 산으로 가로막힌 오른쪽의 하늘은 어두운 먹구름이 산의 정상을 가리고 있고.

뒤편의 초원에서는 두꺼운 검은 구름위에서 빗줄기가 흩날리고 있다.

강한 바람과 함께 매 순간 쉴 새 없이 변하는 하늘은 너무나 신비롭다.

"한 20km 정도 남았나?"

"좀 더 놀다 갈까!"

"그런데 저게 뭐지?"

멀리 정면의 방향에서 지면을 휩쓸며 검은 무언가가 다가온다.


"뭐야? 에이쒸!"


처이르를 가던 중 조르노크에서 보았던 모래폭풍이 밀려오고 있다.

빠른 속도로 거대하게 밀려드는 모래폭풍, 멀리 게르 한 채가 보이지만 자전거를 끌고 가기엔 너무나 멀고,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가축의 이동 통로도 없는데."

일단 자전거를 폭풍의 반대 방향으로 눕혀놓고.


옷들의 지퍼를 잠그며 폭풍을 맞을 준비를 한다.

거친 바람 소리와 함께 모래 먼지를 날리며 거대한 모래 폭풍이 밀려온다.

작은 돌들과 모래가 정신없이 날아들며, 신비롭던 하늘은 황색과 회색빛으로 뒤덮인다.



리어 패니아와 렉팩의 뒤로 머리를 숙이고 바닥에 누워 버프를 감싸고 몸을 웅크린다.

이리저리 흩날리는 모래들이 어깨와 등을 따갑게 때리고, 버프와 옷 속으로 모래먼지들이 파고든다.

폭풍과 함께 네트워크도 끊기고, 핸드폰의 녹음된 라디오를 반복 재생하며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헤어지고 나 홀로 걷던 길은 인어의 걸음처럼 아렸지만.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소중한 너를 잃는 게 나는 두려웠지. 하지만 이젠 알아. 우리는 자유로이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난걸." -이상은 "삶은 여행"중에서

30여 분의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주변이 밝아지고 바람의 강도도 조금 약해진다.


"대충 지나간 겨?"

회색빛 하늘에 여전히 강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위험한 순간은 지나간 것 같다.

모래폭풍이 시작된 지 한 시간이 지나간다.



모래 먼지로 자전거는 엉망이 돼버렸지만 손상이 된 부분은 없어 보인다.

다시 하늘은 맑아지기 시작하고.

핸들 가방은 새어들어 온 모래로 엉망이다. 물건들을 꺼내어 물티슈로 닦아내며 정리를 하고.

자전거를 세우고 생수로 세수를 하고, 옷과 패니어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내 보지만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온몸에서 흙먼지의 비린 냄새가 느껴진다.

폭풍이 지나간 후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지만 회색빛의 작은 후폭풍이 다시 밀려든다.

그렇게 도로변에서 자전거에 기대어 한 시간여를 더 바람을 맞았지만 도저히 멈출 것 같지 않은 바람이다.

"가자! 호르고에서 30km도 끌고 걸어갔는데, 이때 바람에 비하면 양반이네."

기어가듯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나간다. 하늘은 천천히 제 모습을 찾아가고.

폭풍이 불어왔던 자리는 여전히 회색빛의 바람이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고.

폭풍이 지나간 황량한 모래밭의 초원은 빗자루질을 해놓은 것처럼 깨끗하다.

겨우 7km를 이동하고 자리에 퍼질러 앉는다.

"네가 필요하다!"

김밥과 계란만을 먹은 식사의 허기짐과 흙먼지를 잔뜩 먹은 입안의 텁텁함이 맥주 한 캔의 시원함으로 가라앉는다.

"뭔가 너덜해진 하루 같은데, 이 맛은 왜 이렇게 좋냐!"

순간순간 구름을 변화시키는 바람은 여전하다.

길은 지겹도록 길게 오르막이 계속되고.

6km.

5km만을 이동하며 쉬어간다.

그리고.

강물이 흘러가는 터그럭의 초입에 도착한다.

"하하하. 정말!"

알타이에서부터 이어지던 산맥의 끝자락이다.

도로의 좌측으로 마을이 있음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지만.

"어디? 100미터 어디?"

"마을이 어디에 있다는 거냐?"

도로변에는 길 건너편의 주유소와 함께 한 채의 집만이 들어서 있다.

음식점으로 보이는 집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밥 먹을 수 있어?"

가게의 여자에게 밥 먹는 제스처를 하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인상 좋은 아저씨가 나오며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아이고."

식당 앞에서 주저앉아 쉬고 있으니 아저씨가 나와서 자전거를 끌고 오라며 제스처를 하고, 식당 옆에 있는 방문을 연다.

간의 침대들이 놓인 공간에 자전거를 넣고, 자물쇠를 나에게 건네준다.

"뭐가 이렇게 깔끔해!"

들어간 식당은 의외로 깔끔하고.

슈퍼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오, 좋은데!"

한국의 믹스커피를 꺼내어 타주면서 식사를 주문하라며 메뉴판을 보여주고.

식당에 도착했을 때부터 관심을 보이던 남자는 몽골의 음식이라며 볶음밥 같은 것을 먹으라고 추천해 준다.

큰 그릇에 양고기 볶음밥이 나오고.

"중국에서는 젓가락을 주더니, 몽골에서는 포크야?"

든든하게 허기를 채우고 가게를 둘러본다.

화초를 기르는 몽골 집은 처음이다. 가게 곳곳이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다.

가게 주인 첸드아유쉬는 넉넉한 아저씨 웃음으로 이것저것을 설명해 준다.

앙증맞은 열쇠고리들을 가져와 모양들의 용도를 설명하고.

"이건 안장에 달아볼까?"

말의 가죽을 말리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양의 똥들도 보여주며 알아듣지 못하는 몽골어로 설명을 한다.

그러는 사이 천천히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무 일도 없었던 평화로운 날처럼.

식당으로 커다란 화물차가 한 대 들어오고.

엄청나게 큰 차량을 구경한다.

"차이나!"

커다란 화물차에 올라간 사람들의 기념 사진을 찍어주고.

방으로 들어온다. 볼품없는 방이지만 자전거도 보이고 혼자 쓰고 있으니 여느 호텔보다 편하고 좋다.

11시가 넘었지만 석양의 빛이 남아있다.

4시간 정도면 될 것 같았던 터그럭까지의 여정이 무려 11시간 동안의 어드벤처 한 경험을 선사했다.

바람, 눈보라, 우박, 추위 그리고 모래폭풍까지 몽골 자연의 모든 것들을 짧은 여행 동안 다 보여주고 있다.

"굳이 이러지 않아도 돼. 몽골아!"

하루 종일 난리를 피우던 바람이 사라지고 하늘에 별들이 빼곡하게 빛나는 밤이다. 몽골의 여행을 뭐라 표현을 해야 할지.

"힘들고 어렵다 아니면 아름답고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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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21일 / 맑음 ・ 20도
네루-지르크
바람이 불지않는 따듯한 봄 날씨의 몽골이다. 60km 거리의 지르크로 향한다.


이동거리
70Km
누적거리
10,434Km
이동시간
4시간 57분
누적시간
741시간

AH4
AH4
50Km / 2시간 38분
20Km / 2시간 19분
네루
낙타마을
지르크
 
 
2,252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8시가 가까워지자 아침 햇살로 인해 텐트 안이 덥게 느껴진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기온보다 훨씬 덥게 느껴지는 몽골의 날씨다.

"햇볕이 굉장히 따갑네."

텐트를 정리하고, 세수와 함께 즐거운 굿모닝을 알려주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음식 준비를 하느라 바쁜 주방의 직원들 그리고 몇몇의 사람들이 우유차를 마시며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

어제의 양고기 볶음밥을 먹으려 했지만 준비가 되질 않아 양고기국을 선택한다. 중국식 만두와 함께 먹는 모양인데, 밥을 달라고 주문한다.

따듯한 우유차와 국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오늘의 목적지를 정한다.

알탄틸, 몽골 사람들이 지르크라고 부르는 곳까지 60km 그리고 터그럭까지 130km의 거리다.

사람들은 구글맵에 표기된 지명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마을들을 부른다. 부르간으로 표기된 이곳은 네루라고 부르고, 부르간을 물어보면 잘 모른다.

"지르크까지 이동을 하고 오트사항의 호텔로 가 볼까 아니면 날씨가 좋은데 터그럭까지 달려 볼까?"

"일단, 지르크까지!"

식당을 나와 마을의 작은 슈퍼에 들어간다.

좋은 날씨와 짧은 이동거리라 비상식은 채우지 않고 음료와 물 그리고 맥주 한 캔만을 사 든다.

바람이 없는 날씨, 정확하게 바람이 적게 불어오는 날씨라고 해야겠다.

라디오 앱을 실행하고 천천히 페달링을 즐긴다.

"정말 오랜만이네. 이렇게 편한 라이딩은!"

시끄럽고 거센 바람 소리가 안 들려오니 적막할 정도로 어색하다.

길은 산을 향해 이어지지만 아무런 부담이 없다.

"체력이 떨어진 게 아니었어. 바람 탓이었어."

"중국의 3위안 콜라, 몽골의 1,000투그릭 오렌지 주스"

눈이 쌓인 산 위로 예쁜 구름이 피어오른다.

사막에 가까운 지역이라 말보다 낙타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풀이 없어 못 먹어서 그런가? 애들이 벌거숭이네."

눈이 덮인 산이 가까워지며 뭉게구름 위로 솜털 같은 커다란 구름이 이중으로 피어오른다.

"정말 할 말이 없다."

구름과 하늘을 바라보며 도로변에 주저앉아 시간을 보낸다.

시속 20km로 달리다 보니 지르크까지 15km 밖에 남질 않았다.

"그냥 터그럭까지 갈까?"



흙집들과 게르 몇 채가 들어선 곳을 지나며 낙타를 끌고 가는 십 대 후반의 아이들을 만난다.

도로변에서 보던 낙타들은 다가서면 멀리 도망을 가버려서 가까이 보지 못했는데, 바로 옆에서 보니 덩치가 꽤나 큰 동물이다.

"참 성질 못되게 생겼어."

아이들은 낙타를 끌고 산 쪽으로 걸어가고.

그 사이 구름의 모양은 기하학적으로 변해간다.

아이들이 낙타를 끌고 나왔던 곳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하고 있다.

"궁금하면 못 참지."

자전거를 끌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간다.

흙벽돌집 사이의 우리 같은 곳에 많은 낙타들이 사람들을 피해 다니며 돌아다니고 있다.

검게 탄 얼굴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모여 낙타를 잡고 바쁘게 움직이고, 한편에서는 식사를 하려는지 사람들이 모여 앉아있다.

인사를 하며 다가가니 모자를 쓴 중년의 남자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장난스러운 제스처를 한다.

낙타들을 구경시켜 주던 남자는 내 손을 이끌며 사람들이 모여앉은 곳으로 데려가 우유차와 작은 빵을 먹으라고 한다.

'나랑 같이 한국으로 가자', '이 여자를 데리고 가라', '오토바이를 타고 가라' 등의 농담들을 하며 사람들과 웃는 남자는 유머스럽고 친절하다.

힘든 노동에 거칠어 보이는 모습들이지만 마치 우리네 농촌의 어르신들이나 마을 사람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음식을 나눠주는 여자가 우유차를 챙겨주는 사이 마가렛을 잔뜩 바르고 설탕을 뿌려놓은 식빵을 만들어 준다.

"이렇게 먹는 거야?"

우유차와 함께 어렵게 하나를 다 먹는다. 그리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중 남자는 다시 내 손을 끌어 밥을 먹던 곳으로 데려간다.

"마흐!"

"음메?"

양의 울음소리를 내니 사람들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웃고, 갓 삶은 양의 내장들을 칼로 잘라내어 먹는다.

사람들은 나의 자리를 만들어 주고, 양의 부속물들을 잘라 나눠먹으며 밥그릇에 위, 내장, 간 등의 부위를 먹기 좋게 잘라준다.

간 부위는 지방이 있는 부위와 함께 먹으라며 먹는 방법도 알려주고, 신선한 고기를 바로 삶은 것이라 맛이 좋다.

"막걸리 한 잔과 총각김치와 함께하면 딱이겠어."

밥을 먹는 동안 머리 위로 독수리들이 저공비행을 하며 빙빙 돌아다니고.

나무가 없는 이곳은 흙으로 만든 벽돌 집들이 대부분이다.

식사가 끝나고 숫돌에 가위를 갈며 사람들이 모여앉아 쉬는 시간,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이야기를 하고 어린 남자가 보드카 한 병을 가져와 사람들에게 잔을 따라준다.

"몽골 소주!"

나에게도 한 잔을 건네주어 독하다는 표정을 하며 거절을 하니 재차 잔을 권한다. 작게 한 모금을 마시고 잔을 돌려주니 마저 다 마시라며 모든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아우, 써!"

잔을 비우고 손사래를 치니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하며 웃는다.

"몽골 소주 38, 한국 소주 17."

바닥에 술의 도수를 적으며 사람들은 웃고, 술잔을 받은 다른 남자는 새끼손가락을 술을 묻히고 하늘을 향해 뿌리더니 잔을 모두 비우고 달콤하다는 표정을 익살스럽게 지어 보인다.

"에이, 엄청 쓰잖아!"

일을 하며 막걸리를 마시는 것처럼 보드카 한 잔을 돌려 마시는 것인데, 고기를 먹을 때 같이 먹질 않고 술만 따로 마시는 것이다.

"술맛의 70프로는 안주빨인데."

점심을 끝내고 사람들은 따갑게 내리는 햇볕 아래에서 낙타의 털을 깎는 작업을 한다.

남자는 작업을 하는 우리로 나를 데려가더니 사진을 찍으라며 낙타를 타는 시늉을 한다.

"낙타를 타겠다고?"

올가미를 던져 잡은 낙타의 등에 올라타더니 이리저리 날뛰는 낙타와 함께 우리 안을 뛰어다닌다.

그 관경에 사람들이 웃는 사이 남자는 얼마 못 가고 낙타에서 떨어진다.

울란바토르를 벗어나며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낙타의 가죽에서 털을 깎는 마을을 지나쳐 왔지만 살아있는 낙타의 털을 깎는 것은 처음 본다.

"산에서 봤던 벌거숭이 낙타는 못 먹은 게 아니고 털이 깎인 거였군."

낙타의 목에 올가미를 던져 잡은 후 다리에 올가미를 묶어 쓰러뜨린다.

그리고 두세 사람이 낙타를 밀어 눕히면 낙타는 얌전해지고 사람들은 털을 깎는 것이다.

털을 다 깎으면 발을 묶었던 올가미를 풀어주는데 사람들의 움직임이 가장 조심스럽다. 낙타가 일어서며 발을 휘둘러 찰 수 있으니 낙타의 행동을 살펴 가며 조심조심 올가미를 푼다.

우리의 울타리에는 유독 잘 생기고 덩치가 좋은 낙타가 고삐에 묶여있다.

"이놈들은 왜 고삐를 달고 있는 거지?"

낙타들의 울음소리와 사람들의 움직임들이 분주하다.

일손을 돕는 아이들과 장난도 치고.

아이들은 깎아놓은 털들을 모아 마대자루에 담는 일을 한다.

더운 날씨에 난폭한 낙타와 씨름하는 것이 매우 힘들어 보이는 작업이다.

"한 포대에 얼마 정도예요?"

잠시 쉬고 있는 사람에게 낙타털의 가격을 물어보며 핸드폰을 주니 500을 적어 보여준다.

"500투그릭? 말도 안 돼!"

선교사님의 말에 따르면 몽골은 양과 말, 낙타의 털이나 가죽을 가공할 공장이 없어 원재료 상태로 모두 중국으로 보내고, 가공된 제품을 비싸게 가져온다고 한다.

"어쨌든 500투그릭은 너무 하잖아.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 작업인데."

낙타를 쓰러뜨리고, 풀어주는 순간이 가장 위험해 보인다. 이리저리 날뛰는 낙타를 피해 사람들이 도망 다니기도 하고.

올가미를 던지는 사람들을 피해 낙타들이 도망 다니기도 한다.

코뚜레를 한 잘 생긴 낙타는 낙타 무리의 우두머리처럼 보인다.

우리의 한편에 몰려있는 곳으로 우두머리 낙타를 끌고 가면 우두머리를 따라 두세 마리의 다른 낙타가 따라오고, 우두머리 낙타를 울타리에 묶어놓은 후 따라온 낙타들에게 올가미를 던져 잡는 것이다.

"잘 생겼는데, 참 성질 나빠 보이는 재미있는 동물이야."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검게 탄 얼굴들이 더욱 검붉게 변해가며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으니 괜한 부끄러움이 생겨난다.

친절하게 대해준 모자를 쓴 남자와 사람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마을을 떠난다.

"삶이 넉넉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마음만은 풍요롭고 평화로운 사람들이다."

몽골에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가고 싶어 하고, 몽골의 도시와 마을로 떠나 허기진 눈빛으로 술만을 마시는 사람들과 드넓은 초원에서 가축을 기르며 사람들과의 만남을 그리워하며 가족과 친구, 사람을 좋아하는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있다.

몽골의 사람들이 주어진 자연 속에서 보다 잘 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다.

"자연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멋이 나고, 자연과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두 시간 가까이 시간을 보내고 가까이에 있던 지르크의 초입에 도착한다.



큰 바위와 돌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는 황량한 사막의 풍경이다.

낮은 흙벽돌집 사이로 현대식 주택이 우뚝 솟아 있는 것이 생뚱맞게 보일 정도다.

"저기가 오트사항의 호텔인데."

"황량하다."

나무가 없는 지역,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지역인지 모든 집들이 흙벽돌을 사용해 낮게 지어져있다.

오트사항의 호텔로 보이는 건물로 길을 따라가고, 마을 중심의 조각상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땅바닥에 앉아 쉬어간다.

인도의 턱을 오르며 떨어진 캔맥주를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주워 건네주고.

구멍 난 캔 맥주를 마시며 앉아 있으니 점잖은 할아버지가 다가와 말을 건다.

따듯한 햇볕 아래서 할아버지와 몽골 전통 복장을 한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4,000명이 산다는 지르크,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하며 여행 경로와 자전거에 대해 설명하는 할아버지와 맥주를 나눠 마신 후 헤어진다.

오트사항의 호텔은 빌라처럼 생긴 새 건물의 측면을 사용하고 있다.

빌라에 사는 아이들에게 붙잡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얘들아, 아저씨 힘들다. 좀 쉬자!"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몰려나와 끝도 없이 질문을 해댄다.

숙소로 들어가 오트사항을 찾았지만 보이질 않고 여직원의 안내를 받아 체크인을 한다.

오트사항의 호텔은 제법 모양을 갖춘 숙소지만 손님은 전혀 없다. 욕실을 갖춘 깨끗한 방의 숙박료는 40,000투그릭.

체크인을 하고 숙소 앞에 있는 작은 공원을 둘러보려고 나섰지만 여전히 호텔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를 가장 귀찮게 한 11살의 에르덴, 뒷머리를 길러 한 가닥으로 땋은 독특한 헤어스타일의 꼬마다.

무엇을 물어보든 오케이라고 대답하는 개구진 표정을 갖은 녀석 때문에 편히 앉아 쉴 수가 없다.

"어이!"

몽골에서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말인데, 4살 정도의 아이가 날 향해 이렇게 부르면 조금 황당하다.

한국에서 이렇게 상대를 불렀다가는 싸움이 나거나 싸다구를 맞을 확률이 클 것이다.

숙소 2층에는 레스토랑과 주방이 있었지만 손님이 없이 한가하다. 식사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양고기 만두 5개를 준다.

낙타 마을에서 이것저것 먹으면서 출출함은 많지 않아 적당한 양이다.

문 안쪽에서도 열쇠로 잠그는 이상한 방문이다.

잠시 소파에 누워 쉬다가 9시 정도에 슈퍼에 내려가 맥주 한 캔을 산다. 오트사항은 호텔과 슈퍼도 함께 운영을 하는 모양이다.

여전히 밖에서 놀고 있는 에르덴에게 아이스크림을 주고 벤치에 앉아 쉬고 있으니, 다시 아이들이 몰려든다.

"아, 이놈들이 내 사색의 시간을 방해하네."

동네 사람들이 천천히 해가 지는 시간까지 배구 게임을 하며 즐기는 동안 11살 남짓의 아이들에게 시달림을 받는다.

황량한 사막의 풍경이지만 양옆으로 눈이 쌓인 산들이 둘러싸고 있는 마을의 저녁 풍경은 느리고 편안하며 소박하고 이국적인 정취가 느껴진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저녁이다. 그래서 좋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20일 / 맑음 ・ 18도
불간-네루
이틀간 계속되는 황무지의 라이딩, 아무것도 없는 230km의 구간의 끝을 향해간다. 


이동거리
51Km
누적거리
10,364Km
이동시간
4시간 32분
누적시간
736시간

AH4
AH4
44Km / 3시간 50분
9Km / 42분
불간
시계
네루
 
 
2,182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바람이 잦아들고 어젯밤의 짙은 구름은 저 멀리 높은 산을 하얗게 만들어 논다.

"50km만 가면 밥을 먹을 수 있어."

길게 뻗은 도로는 눈이 덮인 산을 향해 이어진다.

아침으로 카스테라 빵을 먹었지만 역시나 너무 달아 먹을 수가 없다. 반쯤 남은 빵을 초원에 뿌려버리고.

"다시는 사지 말아야지."

시간의 여유와 상관없이 페달링이 무겁다.

10km 정도의 속도를 이어가며 도로변의 거리 이정표를 확인하며 쉬어간다.

"태극기 깃발이나 만들어 볼까."

간쑤크의 게르에서 얻은 자전거 스탠드 막대기에 케이블 타이로 태극기를 고정한다.

"좋은데."

눈 덮인 산들이 가까워진다.

"다 온 것 같은데."

뱃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네루의 초입을 알리는 구조물이 나오고.

아주 작은 마을 네루가 눈에 들어온다.

"235km 만의 마을이군."

마을의 초입에 있는 오렌지색 건물을 지나쳐 마을로 들어가는 삼거리에서 식당을 찾으며 마을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도로의 양옆으로 작은 슈퍼들이 이어지지만 식당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막다른 삼거리 도서관처럼 보이는 곳에 자전거를 세운다.

잠시 벤치에 앉아 쉬는 사이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10여 명이 넘는 아이들이 나를 둘러싸고 질문 공세를 시작한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주변에 식당이 있는지 물어본다.

"레스토랑 어디에 있어?"

잠시 멈칫거리던 아이들은 일제히 마을 초입의 방향을 가리킨다.

"앞장서. 어디야?"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이 안내하는 식당으로 가는 동안 동네의 모든 꼬마들이 자전거를 따라 달리며 서롱고스를 외친다.

"이런 장면은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사진에서 보던 장면인데."

아이들이 알려준 식당은 마을 초입의 오렌지색 건물이다.

"식당이었어?"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도로변 휴게소처럼 보이는 깨끗한 식당이다.

"오, 이런 곳이!"

몇 가지의 음식 중 눈에 익은 메뉴를 가리켜 배식을 받고 순식간에 한 접시를 해치운다.

"부족해!"

다시 접시를 가져가 배식을 하는 직원에게 접시를 주니 의아해하며 쳐다본다.

"한 접시 더 줘!"

다시 받아온 접시까지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이틀 동안의 허기가 조금은 사그라진다.

"이렇게 현대적으로 조리하니까 냄새도 없고 맛있네."

선교사님에게 전화를 해서 식당 주변에 텐트를 치고 잘 수 있게 통역을 부탁하고, 종업원에게 허락을 받는다.

아주 가끔씩 헙드에서 울란바토르로 가는 버스들이 정차를 하고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콘센트가 있는 자리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며 시간을 보내고.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낸다.

"한국 사람?"

네루에서 60km 떨어진 알탄틸에서 호텔을 운영한다는 남자는 자신의 호텔에 오라며 안내를 한다.

"월컴 투 마이 호텔!"

남자의 페이스북 아이디로 친구 등록을 하고 내일 호텔로 가겠다 말한다.

"알탄틸이 큰 마을인가? 현대식 건물에 호텔이라."

남자가 알려준 호텔의 전경은 마치 건설현장의 청사진처럼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텐트를 칠 자리를 둘러보며 식당 측면에 있는 화장실을 들어가니 돈의 단위 같은 숫자를 말한다.

"하하. 유료 화장실이야? 200투그릭?"

화장실 내부 테이블에 휴지 같은 것을 팔며 이용료를 받고 있다.

200투그릭을 주고 시원하게 볼 일을 해결하고.

식당과 마당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마치 터미널의 톰 행크스가 된 기분이다.

식당의 주차장으로 큰 화물차가 들어오고.

쌀포대들을 내린다. 여직원들이 힘들게 무거운 쌀포대를 옮기길래 그녀들의 일 손을 도와준다.

"한국 사람? 여기서 뭐해?"

트럭의 주변에 있던 젊은 여자가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이제 몽골에서 한국말을 하는 사람은 그러려니 생각된다.

"한국에서 일했구나?"

"5년 있었어."

"여기 좋은데 뭐하려고 한국에 갔어? 저기 봐. 하늘이 정말 좋잖아."

"돈 벌려고 갔어. 한국이 좋아!"

"여기가 좋아!"

식당으로 쌀포대들을 옮겨주고, 한국말을 하는 여자에게 네임카드를 주니 트럭 운전사가 남편이라며 소개를 한다.

여자의 남편은 휘파람을 불며 밖으로 나가자고 하더니 자신을 도와달라고 제스처를 한다. 아마도 트럭에서 더 내려야 할 물건이 있나 보다.

남자는 트럭에서 쌀포대를 더 꺼내고, 그의 트럭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가득 실려 있다.

"울란바토르!"

남자는 울란바토르에서 헙드까지 물건들을 배송해 주는 일을 하는 것 같다. 쌀포대를 꺼내고 출발을 하려던 남자는 트럭에 자전거를 싣고 헙드로 가자며 웃는다.

식당에 남은 여자와 짧은 이야기를 하고, 여자는 시간이 되며 다시 오겠다며 식당의 사무실처럼 생긴 방으로 들어간다.

"뭐야. 식당 주인인가?"

간간이 사람들을 가득 실은 버스들이 도착하고, 사람들이 식사를 한 후 떠나간다.

"영업 몇 시까지 해?"

식당의 여직원에게 식당의 영업시간을 물어보니 시계를 가리키며 바로 영업을 끝낸다고 한다.

"나 밥 먹어야 해!"

다시 똑같은 메뉴로 저녁을 해결하고.

화장실이 있는 마당 안쪽에 텐트를 펼친다.

"이제부터 이곳은 대한민국 영토!"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해가 지려면 두 시간 정도 더 남았다.

패니어의 고리에 텐트의 바닥면이 조금 찢어져있다.

힐링요 스티커는 새로운 용도로 괜찮은 것 같다.

"딱이네."

자료를 정리하며 텐트에서 편하게 쉰다.

여직원의 설명과 달리 손님들을 태운 버스는 저녁 늦게까지 식당으로 들어서고, 오초르가 페이스북 메신저로 영상통화를 걸어와 오랜만에 그의 얼굴을 보고 통화를 한다.

와이프가 있는 집으로 갔을 때 그의 아내가 통화를 연결해 주기 때문에 그나마 얼굴을 볼 수 있다.

자정이 가까워지도록 화물트럭들이 주차장으로 들어와 배기음 소리가 시끄럽다.

세면기가 있은 화장실 가까이 자리를 잡은 것이 문제인가 보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밤하늘에 별들이 빼곡하다. 몽골 여행 동안 패니어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 카메라로 별들의 풍경을 찍어보며 연습을 하고 싶지만 귀찮다.

"몽골은 별보다 구름이야!"

잠시 별들을 구경하다 잠이 든다.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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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9일 / 맑음 ・ 12도
울란티그-불간
다시 온몸을 휘청이게 만드는 바람이 불어온다. 


이동거리
83Km
누적거리
10,313Km
이동시간
8시간 32분
누적시간
732시간

AH4
AH4
63Km / 6시간 35분
20Km / 1시간 57분
울란티크
시계
불간
 
 
2,131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저녁부터 시작되었던 바람은 낡은 친조리그의 집을 날려버릴 듯 거세게 몰아친다.

합판과 양철 조각을 덧댄 집에서 철커덩거리는 소리와 함께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는 남자의 인기척, 그리고 한기가 스며드는 추위에 잠이 깬다.

새벽 2시, 밖으로 나가 침낭을 꺼내어 침낭 속으로 파고들어 잠이 든다.

남자의 휘파람 소리에 잠이 깨고, 피곤하게 일어나는 나를 보며 남자는 돈을 달라는 '머니머니'를 말하며 손으로 돈을 세는 시늉과 함께 가라는 제스처를 하며 휘파람을 분다.

"아, 칭기즈칸의 위대함을 자부하며 초원을 자유롭게 달리던 사람들이었을 텐데."

얼마의 금액을 달라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무턱대고 돈을 달라는 남자가 한심하고 애처롭게 느껴진다.

몽골의 식당에서 잠을 자는 5,000투그릭을 줄 수도 있었지만 밥 한 끼의 값도 안되는 돈을 받고자 저러는 것도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남자의 표정을 보며 씁쓸하고 씁쓸하다. 큰돈을 줄 수도 없지만 약간의 사례를 한다 해도 기분이 개운할 것 같지 않다.

"돈 없어요!"

침낭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와 짐을 정리한다. 부부는 이내 문을 잠그고 양들이 있는 곳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진다.

"냉수라도 한 그릇 주며 정이라도 베풀었으면 모를까."

어제와 똑같은 길 위에 거센 맞바람이 불어온다. 친조리그 부부의 불편함이 아니었다면 길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가자. 30km라도 가 보자."

겨우 5km 남짓을 이동하는데 한 시간이 소요된다.

"끌고 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이름 모를 들꽃들이 흔들거리는 것을 보며 작은 빵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5~60km만 가 보자."

시간당 10km 정도의 이동이 계속되고.

페달링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오르막이지 내리막인지 알 수도 없는 길을 꾸역꾸역 이어가고.

어제 사두지 못했던 물조차 바닥을 드러내며 떨어져 간다.

"큰일이네. 물이 없는데!"

300ml, 하루 정도의 식수로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야영을 하며 음식을 끓일 수 있을 만큼의 양은 안된다.

"어떻게 게르도 한 채가 안 보이냐!"

지나가는 차량을 잡아 물을 얻어야겠다 생각할 때쯤 고개를 땅에 박고 페달을 밟고 있는 내게 누군가 인사를 한다.

길 건너편에 승합차 한 대가 서있고, 한 남자가 나를 보며 웃고 있다.

"서롱고스?"

자전거를 세우고 인사를 나눈다. 헙드로 가는 것을 알려주고 물이 있는지 바닥이 드러난 물통을 들어 보여준다.

차량으로 오라며 손짓을 하더니 큰 막걸리통을 꺼내어 물병 가득 담아준다. 그리고 작은 생수병을 가져오라며 제스처를 하더니 자신이 가지고 있던 큰 물병에 물을 담아준다.

양털들을 수거해 판매를 하는지 승합차에는 양탈을 담은 포대들이 가득 차있다.

"바에르사, 감사합니다."

물을 가득 채워주고 남자는 인사를 하며 떠난다.

"이게 몽골 사람들의 인심이지."

"물 부자가 됐다!"

길은 여전히 반듯하고 하늘에는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두꺼운 구름으로 뒤덮여 있다. 그리고 지독한 맞바람은 계속된다.

"물도 생겼는데 양치나 해 볼까."

양치를 하며 기분을 바꿔봐도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수는 없고.

"야 이놈들아, 강풍기 꺼라!"

하루 종일 달리는데 구름 하나를 벗어나질 못한다.

50km를 이동하고 차량 한 대가 앞에서 정차를 한다. 양문을 열고 동시에 내린 두 명의 남자는 각자의 방향으로 소변을 본다.

"맞바람인데 그렇게 누면 신발에..."

소변을 보고 있는 남자들을 민망한 기분으로 손인사를 하며 지나치자 남자들이 나를 부르며 붙잡는다.

신발에 오줌을 잔뜩 묻힌 남자는 어디로 가는지 묻더니 자전거를 차에 싣고 가자며 제안을 한다.

감사의 인사를 하며 정중히 거절을 하고 헤어지려 해도 자전거를 붙잡고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남자다.

"네루까지 70km야. 그리고 곧 비가 올 거야."

구름과 바람으로 보아 비나 눈이 온다고 이상할 것은 없지만 이유 없이 자전거를 싣고 갈 생각은 없다.

"그냥 갈게."

궂은 날씨에 마을조차 없는 곳을 달리는 여행자에 대한 우려 섞인 배려심인지, 아니면 다른 이해관계를 생각하는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몇 번의 거절을 했음에도 쉽게 물러나지 않는 남자의 행동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차라리 먹을 것이나 챙겨줘."

어렵게 남자들을 떼어내고 길을 이어간다.

저녁이 되며 바람은 조금씩 잦아들었지만 이번에는 끝없는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여러 가지다. 딱 80km만 채운다."

짙은 비구름이 하늘을 덮고 눈과 비를 쏟아낼듯하지만 크게 걱정은 없다.

"난 이미 80km를 찍었거든."


주변에 게르는 보이질 않고, 가축들의 이동통로에 텐트를 칠 생각이다.

경사가 높아 도로 위의 시선에서 보이지 않고, 다리처럼 넓은 공간을 찾던 중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한다.

"빙고!"

동물의 사체도 없고, 이동 흔적도 적고, 근처에 게르나 가축들도 보이질 않고, 오토바이 자국은 흐릿하게 한 줄이 그려져 있다.

강수량이 적은 몽골에서 많은 비가 올 일도 없지만 비가 온다 해도 문제없다.

빠르게 텐트를 설치하고.

울리아스타이에서 사놓은 비상식들을 꺼내었다. 비비고 육개장, 햇반 컵반 순두부찌개.

물을 끓이고.

컵반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끝나는 줄 알았더니 라면처럼 끓이라고 한다.

우선 뜨거운 물을 덜어내어 커피를 타 놓고.

햇반을 넣고 끓인다.

순두부찌개를 먹는 동안 육개장을 끓이고.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순두부찌개에 라면을 넣고.

보글보글.

밥이 적어 조금 아쉬웠지만 그럭저럭 오랜만에 먹는 매운 국물에 만족.

"그나저나 해 안 지냐?"

9시가 훌쩍 넘었는데 너무나 환하다.

"넌 유니크 레어탬이다. 아껴둔다."

9시 50분, 서쪽 하늘에 붉은 석양이 떨어지고 하늘에는 멋진 구름이 떠있다.


그리고 여전히 밝다.

바람, 바람, 바람. 참 징그러운 몽골의 바람이다.

물을 채워준 남자 덕에 비상식을 맛있게 먹었으니 그것으로 좋은 하루다.

녹음된 라디오를 반복해 들으며 잠에 빠져든다.

"50km 정도만 가면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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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8일 / 맑음 ・ 16도
알타이-울란티그
헙드로 향하는 길, 알타이를 떠나 헙드로 가는 첫 번째 여정 230km의 길을 출발한다.


이동거리
102Km
누적거리
10,230Km
이동시간
6시간 59분
누적시간
723시간

AH4
AH4
83Km / 5시간 05분
19Km / 1시간 54분
알타이
게르식당
울란티그
 
 
2,048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가벼운 감기 기운처럼 몸이 나른하다. 2,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의 생활, 눈이 내리는 추위와 바람, 초봄의 따듯한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몽골 여행의 피로가 만만치 않다.

패니어를 모두 장착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주문을 했지만 음식은 30분이 넘도록 나오질 않는다.

"정말 느긋한 건지, 게으른 건지."

울리아스타이에서부터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고기만을 먹고 있지만 뒤돌아서면 배가 고프다.

"두 접시씩 먹고 싶은데."

몽골과 러시아의 국경 바이울기까지 800km의 거리, 경로의 중간에 위치한 헙드까지 450km의 거리다.

알타이에서 헙드로 이어지는 길의 처음 230km의 길, 지도상에 마을이 보이질 않는다.

"설마 작은 이름 없는 마을 정도는 있겠지."

알타이를 빠져나오기 전 작은 슈퍼에서 오렌지 음료수만을 추가로 사들고 출발한다.

울리아스타이에서 사두었던 비상식이 충분하여 마땅히 더 필요한 것이 없다.

"423km, 5일 정도에 갈 수 있을까?"

공항의 용도는 알 수 없지만 경비행기 정도 이착륙할 수 있을법한 비행장을 지나고, 길은 오르막이 이어진다.

"어떻게 이렇게 끊임없이 바람이 불 수 있지?"

북쪽으로 가든, 서쭉으로 가든 , 남쪽으로 가든 상관없이 맞바람이 불어오는 몽골이다.

느릿느릿 산의 정상을 알리는 어붜에 기대어 바람을 피한다.

"오늘도 멀리 가기는 틀렸어!"

바람이 불어오는 산길을 내려가며 천천히 바람이 잦아든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잠시 바람을 막고 있었나 보다.


산을 내려오고 평탄한 평지가 끝없이 이어지고 바람이 조금씩 사그라든다.

"왜 이래, 낯설게."


이곳의 풍경은 마치 황무지처럼 사막화가 되어가는 모습이다. 몽골 중북부 지역의 푸른 초원과 달리 황량하기 그지없다.

바람이 사라지며 기온이 올라가고 페달링의 속도도 경쾌해진다. 몽골에 들어서 가장 좋은 날씨가 아닌가 싶다.

바트의 집에서 이틀을 보내며 기다렸던 남동풍 이후 처음으로 맞바람을 맞지 않고 라이딩을 하고 있다.

차량의 통행마저 없는 한적한 도로를 내달린다.

시속 20km의 속도가 유지되고.

"그런데 이 길의 끝이 어디야?"

밑도 끝도 없는 황량한 풍경의 직선도로.

다리가 무너진 곳을 지나기 위해 작은 개울을 건너고.

80km만에 처음으로 몇 채의 집이 보인다.

"배가 고픈데, 물도 떨어져 가고."

오는 동안 물과 음료수 그리고 작은 빵들을 먹으며 출출함을 채웠지만 밥을 먹어야 한다.

도로변에 들어선 몇몇의 게르에 슈퍼나 음식점의 현수막이 걸려있고, 나를 지나치며 인사를 했던 러시아제 승합차가 게르 앞에 장차되어 있다.

"게르에서 음식을 파나?"

들어선 게르에는 승합차에서 내린 6~7명의 사람들이 우유차를 마시고 있다.

"밥 먹는데?"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와 숨을 돌리고 있으니, 나에게 인사를 했던 남자가 밖으로 나와 인사를 한다.

몽골트레킹 관광 회사를 하는 우가초고다. 영어를 하는 그와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쉬고, 그가 초이완을 주문해 주어 메뉴판도 없는 식당에서 주문을 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사라진다.

우가초고는 손님들을 승합차에 태우고 떠나고.

게르 식당으로 들어가니 아주머니는 음식을 준비하고 있고.

음식을 만드는 사이 간의 침대에 누워있으니 나른함이 밀려든다.

"아줌마, 잠자는데 얼마야?"

아주머니는 숫자를 말하며 다섯 손가락을 쥐었다 펴 보인다.

"5,000투그릭이구나."

역시나 30분이 더 지나 음식이 나오고 배까지 부르니 쉬고 싶은 마음이 더해진다.

알타이를 벗어나며 네트워크는 끊긴지 오래고,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은 일몰 시간까지 너무나 3시간이나 남아있다.

6,000투그릭 밥값을 내며 다시 한번 숙박비를 물으며 계산기를 건네주니 10,000을 적어 보여준다.

"10,000투그릭? 에이, 너무 많이 받는다. 전기도 없는데."

요금을 깎아볼 수도 있지만 귀찮아진다.

"날씨가 좋을 때 조금이라도 더 가자."

밥을 먹으며 물을 많이 마신 탓에 야영을 하며 사용할 물이 부족하다. 물병을 가리키며 슈퍼가 있는지 물으니 길 건너편의 게르를 가리키는 아주머니.

길 건너편 게르로 들어가니 젊은 여성이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고, 작은 테이블에 콜라 페트병들이 놓여있다.

생수병이 보이질 않고, 가슴을 드러내고 젖을 물리고 있는 젊은 여자를 바라보며 뭔가를 설명하기엔 어색하여 그냥 밖으로 나온다.

"가다 보면 오늘 밤 잠자리를 부탁할 게르 한 채 정도는 있겠지."

일몰까지의 시간이 있어 천천히 100km만 채우자는 생각으로 길을 따라간다.

구름이 덮이며 오후 들어 좋았던 날씨가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일단, 100km는 채웠고."

텐트를 칠만한 장소와 도로변의 게르를 찾으며 천천히 길을 따라가고.

도로변의 가까이 게르와 벽돌집의 모습이 보인다. 퇴근 시간이 된 양들이 돌아가는 집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허름한 벽돌집 한 채, 집으로 다가서자 얼굴을 모두 가리고 눈 부위만 구멍을 낸 두건을 쓴 여자가 나온다.

게르 옆에 텐트를 친 사진을 보여주며 잠자는 제스처를 하니 고개만을 끄덕이는 복면의 여자.

"컨셉이 참.."

여자는 양들이 모여있는 곳을 가리키고, 그곳에서 그녀의 남편으로 보이는 이가 무언가를 부지런히 하고 있다.

"똥을 푸는가?"

가까이 가서 보니 우물에서 물을 길어 양들에게 물을 먹이고 있다.

"와. 이런 곳에 우물이."

양 떼들이 물을 주는 시간을 알고 우물가로 모여든 것이다.


그리고 주위를 배회하던 말들이 난입하여 양들을 쫓아내고 물을 독차지한다.

겁쟁이 양들은 말을 피해 도망가고, 여자는 말을 쫓아내기 위해 초원을 누비며 달리기를 한다.

말들의 우두머리 수컷을 따라 말들이 기회를 엿보며 주위를 빙빙 돌아다니고.

말들을 피해 도망갔던 양들을 모으기 위해 여자는 나를 향해 말들을 쫓아내라 제스처를 한다.

졸지에 말들을 내쫓는 역할을 담당하고 멀리멀리 말들을 따라간다.

다시 양들이 우물가로 모이고.

멀리 달아났던 말들은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다가온다.

"가! 인마. 근데, 너 부인이 몇 마리야?"

말의 무리는 수컷을 중심으로 10여 마리 내외라고 한다. 특이한 것은 수컷의 엉덩이에만 인장이 새겨져 있다.

아마도 수컷 중심으로 무리 생활을 하니 수컷만 관리하면 되는 듯싶다.

양들이 물을 다 마시고 난 후 우물은 말들의 차지가 된다.

여자는 양동이를 가져와 양들의 무리에서 어미들을 잡아 고음의 노래를 부르며 젖을 짠다.

그 노랫소리가 너무나 좋다.

두 부부의 벽돌집은 낡고 허름하다. 침대 두 개와 낡은 서랍장, 화로와 작은 텔레비전이 살림살이의 전부이고 태양열을 이용하는 배터리가 전기 공급 장치의 전부이다.

텔레비전과 전등을 밝히는 배터리, 전압이 불안정하여 전등의 밝기도 약하지만 그마저도 깜박깜박 거린다.

네트워크가 끊겨 부부와의 대화나 의사소통은 어렵다. 간단히 마을의 이름과 남자의 이름만을 물어보고 만다.

남자는 안에서 잠을 자라며 돈을 달라는 제스처를 하고, 무슨 뜻인지 몰라 웃으며 돈이 없다고 말한다.

왠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부부이다.

작은 침대를 내어줬지만 이불 같은 것은 없다. 남자는 내게 와서 내 이불을 가져다 덮으라 제스처를 했지만 패니어에서 침낭 꺼내는 것이 귀찮고 피곤함 때문에 쓰러져 잠이 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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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17일 / 맑음 ・ 14도
알타이
알타이에서 하루를 휴식하기로 했다. 울리아스타이로 넘어오던 산길의 피곤함이 여전하다.

이동거리
00Km
누적거리
10,128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716시간

시내구경
고기고기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알타이
알타이
알타이
 
 
1,946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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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인다.

천천히 밝아오는 여명을 바라보고.

기절하듯 잠깐 잠이 들고 깨어났다. 800km 정도가 남은 몽골 여행을 정리하고.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알타이 구경을 나섰지만 일요일이라 거리가 한산하다.

슈퍼에서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자전거는 잘 있군."

점심으로 파인애플 치킨.

저녁으로 양갈비.

그리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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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16일 / 맑음 ・ 12도
차간아르칸-알타이
150km가 남은 알타이까지의 산길, 간쑤크의 도움을 받아 차량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도저히 자전거로 갈 수 없는 험한 산길이다.


이동거리
157Km
누적거리
10,128Km
이동시간
5시간 15분
누적시간
716시간

산넘고물건너
비포장길
112Km / 4시간 02분
45Km / 1시간 13분
차간느
타이시르
알타이
 
 
1,946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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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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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간쑤크의 가족들, 침대에 누워 게으름을 피우는 동안 아이들이 서로 장난을 치며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간쑤크와 바야르는 소의 젖을 짜느라 바쁘다. 어미의 젖을 물고 있는 송아지를 떼어내고 부드러운 손동작으로 양동이에 젖을 짜는 바야르.

초원의 소들은 건강한 것인지 쇠똥의 크기가 두꺼운 밀가루 반죽 같다.

양치를 하기 위해 자전거에 놓아둔 생수를 꺼내니 물이 얼어있다. 5월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여전히 바람이 차고 밤의 기온이 낮다.

게르 옆에 놓인 채찍을 보고 자전거 스탠드로 사용할 막대기가 생각난다.

"쓸만한 나무가 없네."

바야르가 우유차를 내어주고.

조금 전 짜낸 소의 젖을 채에 거른 후 화로 위에 올려놓는다.

간쑤크에게 자전거를 세울 긴 막대기가 필요하다 말하니 장대처럼 긴 채찍을 주고, 톱으로 필요한 만큼 잘라 쓰라고 한다.

Y자 모양이면 더 좋겠지만 자전거를 세우는데 문제는 없다.

"됐다. 자전거 스탠드 겸 못된 개들의 응징용 작대기."

포터 트럭으로 알타이까지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간쑤크는 게르에 놀러 왔던 남자의 SUV에 자전거를 실으라며 제스처를 한다.

남자는 자전거를 가져오며 몇 차례 타보려고 하지만 좌우로 흔들리는 자전거를 주체하지 못한다.

"말 타는 것보다 어렵지?"

패니어를 떼어내고 간쑤크에게 타보라고 하니 아이처럼 이리저리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다.

패니어들을 차량에 싣고.

앞 바퀴를 탈착한 자전거를 승용차에 넣는다.

"알타이까지 가는 것만 남았네."

바야르는 양고기의 살코기와 비계를 썰어 끓이고.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밀가루 반죽으로 면을 만든다.

양고기 국물에 면을 넣고.

몽골에서 초이완과 함께 주식으로 먹는 양고기 국수.

케찹을 뿌려서 먹기도 하는데 나는 그냥 먹는 것이 더 단백하고 좋다.

바야르가 자꾸 더 먹으라며 권해서 세 그릇을 비운다.

소의 뿔로 만든 젖병이다. 모유를 먹이는 몽골에서 아이에게 쓸 일은 없고, 어린 가축에게 젖을 먹일 때 사용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뿔의 안쪽을 긁어내고 끝부분에 젖꼭지를 달아 만든 것이 기발하다.

식사가 끝나자 간쑤크는 알타이로 가자며 서두른다. 150km의 흙길이니 자동차로 간다 해도 꽤 거리가 멀다.

나를 데려다주고 차간느까지 돌아오면 300km가 훌쩍 넘는 거리이니,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짐들을 챙기고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모로 신경을 써준 바야르와 사진을 찍고, 게르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인사를 한다.

간쑤크와 둘이 알타이로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간쑤크는 뒷자리에 타고 남자가 운전을 한다.

"간쑤크, 네가 앞에 앉아. 네가 크잖아."

덩치가 좋은 간쑤크에게 조수석을 양보했지만, 자전거 핸들이 뒷자리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비좁은 자리에 큰 덩치를 구겨 넣는다.

간쑤크의 게르를 떠난 승용차는 생각했던 대로 모래 바닥의 흙길을 이리저리 피해 가며 알타이로 향한다.

언덕들과 강물을 위아래 좌우로 요동을 치며 지나가고.

자갈과 돌들을 피해 달리지만 시속 30km의 속도가 나질 않는다.

"산악자전거라면 모를까 패니어를 단 자전거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길이네."

여러 갈래의 길 중에서 나름 괜찮은 길을 골라 승용차를 몰고, 가끔씩 차량을 세우고 망원경을 꺼내어 말들이 있는 곳을 관찰하며 간쑤크와 남자는 무언가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만나 반갑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쉬기도 한다.

수킬로미터씩 떨어져 지내는 사람들이라 반갑게 인사를 하며 대화를 하는 것이 편하고 즐거워 보인다.

간쑤크와 남자는 교대로 운전을 하며 흙길을 따라간다.

쉴 새 없이 핸들을 조작하고 브레이크와 악셀을 밟아야 하니 운전이 피곤하기도 할 것 같다.

"근데, 몽골에는 운전면허 같은 것이 있나?"

신호등도 교차로도 없는, 심지어 길도 없는 몽골에서 운전면허를 어떻게 따는지 궁금해진다.

산들을 하나씩 넘어가며 멀리 보이는 다음 산까지 구불구불 휘어진 흙길을 느릿느릿 달려간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날에 볼 수 있는 구름떼들만이 둥실거리며 하늘을 떠다니고.

햇볕을 받아 더워지는 차 안의 온도와 달리 제법 거센 찬바람이 불고 있는 날씨다.

한참을 달리던 승용차는 다시 사람들을 만나 정차를 하고, 간쑤크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짧은 대화들을 나눈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는 한국인에 대해 설명을 했는지 한 남자가 다가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농담의 제스처를 한다.

남자는 말의 뒤쪽을 두드리며 말을 타고 가자며 웃는다.

도로조차 없어 사람의 통행이 빈번하지 않으니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다. 아마도 이런 모습이 유목민족 몽골인의 참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멀리 떨어져 지내는 사람은 물론이고 낯선 사람에게조차 안부를 묻고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는 사람들.

언제나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산들을 넘고 넓은 평원이 이어지는 동안 하늘의 구름은 솜뭉치를 펼쳐놓은 것처럼 빼곡하게 하늘을 채우고 있다.

가끔씩 몽골의 비현실적인 구름의 풍경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이다.

"정말 어떻게 해야 널 담아 갈 수 있을까?"

11시에 차간느를 출발하여 두 시간 동안 50km를 이동한다. 몇 채의 게르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없는 초원의 흙길.

"정말 세상에서 가장 무의미한 이정표 중에 하나일 거다."

뒷자리에서 누워 잠을 자던 남자와 간쑤크는 다시 운전을 교대하고.

간쑤크에 비해 와일드한 운전을 하던 남자가 돌멩이가 차체를 튕기는 소리와 함께 승용차를 세운다.

뭔가 분주한 느낌이 들어 차에서 내려 들여다보니 앞바퀴가 펑크가 났다.

"어, 너네 스페어타이어는 있는 거야?"

차량의 화물칸 밑부분에서 스페어타이어를 꺼내고 타이어를 교체하는 것을 도와준다.

타이어를 장착하던 간쑤크의 모자가 바람에 날려 날아간다. 모자를 쫓아 50미터 정도를 죽어라 뜀박질을 하고 간쑤크에게 모자를 돌려준다.

산의 능산을 타고 달리던 차량은 2시 30분이 되어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하라콜룸, 체체를렉, 울리아스타이로 이어지던 푸르고 아름답던 몽골 중부의 마을과 달리 황량한 사막의 풍경이 느껴지는 마을이다.

"다시 남부의 사막지대로 왔구나."

간쑤크를 따라 작은 슈퍼로 들어가 빵과 음료수를 사들고 계산을 한다.

"내가 살게!"

간쑤크가 집어 든 작은 카스테라 빵. 빵을 먹으며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고 맛을 물어보는 간쑤크에게 엄지를 들어 '샌'이라고 말하지만 몽골의 빵은 정말 너무 달다.

"모! 모! 난 중국 빵이 더 좋아!"

남자가 고른 것은 보리식빵과 생선 통조림이다. 처이르에서 오초르가 챙겨주던 점심식사 메뉴다. 그냥 빵에 얹어서 함께 먹으면 비리지 않고 단맛이 난다.

아직도 알타이까지 50km나 남았다. 작은 마을 타이시르를 지나면서 사라졌던 비포장도로가 이틀 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간쑤크와 남자는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 대신 옆으로 나있는 초원의 흙길을 따라 승용차를 운전한다.

몽골의 비포장도로는 정말 최악의 길이다.

알타이에 가까워지며 아스팔트 포장을 위해 준비를 하는지 비포장도로가 매끈하게 이어진다.

돌들이 잘게 분쇄되고 평탄하게 작업된 비포장도로가 몽골 남부의 포장도로를 만나며 300km 넘게 이어지던 흙길과 비포장도로가 드디어 끝이 난다.

"아! 얼마 만에 아스팔트 길이냐!"

몽골의 도로는 울란바토르에서 국경이 있는 울기까지 남부와 북부의 포장도로(하이웨이)가 동서로 이어져있다. 울란바토르, 바양홍고르, 알타이, 헙드로 이어지는 남부 도로와 볼강, 므릉, 울란곰, 헙드로 이어지는 북부 도로이다.

북부 도로를 타고 울기로 향하던 길을 김병남 선교사님을 만나며 중부의 하라콜룸, 체체를렉, 호르고, 토승쳉겔을 따라 이동했고 중부의 포장도로는 끝이 났다.

북쪽의 울란곰과 남쪽의 알타이 중 몽골인의 '아스팔트'라는 잘못된 설명으로 울리아스타이와 알타이까지 이어지는 산길과 흙길을 넘어온 것이다.

"아스팔트!"

비단길을 미끄러지듯 내달려 알타이에 도착한다. 차간느를 출발하여 5시간 만에 도착한 것이다.

알타이도 제법 큰 마을이지만 중부의 마을들보다는 처이르나 사인샨드의 모습에 가깝게 느껴진다.

눈이 쌓인 높은 산을 배경으로 사막과 같은 푸석한 초원의 모습이다.

알타이 중심으로 들어와 칸뱅크에 들러 간쑤크에게 20만 투그릭을 찾아준다.

일주일 정도의 생활비지만 하루 종일 달려온 끔찍한 초원의 길을 생각하면 적당하다 생각한다. 자전거로 이동했다면 최소 일주일 정도 소요되고, 무엇보다 몸과 자전거가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이다.

은행 앞에서 자전거와 짐들을 꺼내어 정리를 하는데 자전거의 프론트 렉을 고정하는 볼트들이 모두 느슨하게 풀어져있다.

3일 동안 비포장도로와 산길을 달리며 요동치는 흔들거림과 충격으로 조금씩 풀어져 버린 것이다.

육각렌치를 꺼내어 볼트들을 다시 조이고, 패니어를 장착한다.

"간쑤크, 밥 먹고 가! 나랑 밥 먹고 집에 가!"

알타이에 와서 지인들에게 통화를 하는지 바쁜 두 사람에게 밥을 먹고 가라며 주변의 식당을 검색하여 이동한다.

첫 번째 레스토랑은 폐업을 했는지, 영업을 끝냈는지 문이 닫혀있다. 그사이 간쑤크의 지인으로 보이는 남자를 만나고, 그가 알려주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친절하게 대해주는 여자 주인과 주변 사람들과 달리 간쑤크의 지인인 남자는 뭔가 불만에 찬 표정으로 나를 대한다.

간쑤크와 밥을 먹으며 마지막으로 고마운 마음들을 전달하며 이야기하고 싶은데, 자꾸 끼어들며 철자도 똑바로 쓰지 못하면서 핸드폰을 달라고 한다.

핸드폰을 주면 엉뚱한 단어를 써놓거나 쓰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앱들을 눌러대는 남자.

"도시가 그렇게 힘들면 욕심내지 말고 다시 초원으로 돌아가. 촤식아!"

불만 가득 불쾌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남자는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가라', '집에 가라' 등의 단어를 적어놓고 헙드로 바로 가라며 보기 싫은 표정으로 말과 제스처를 해댄다.

"술 먹었나? 네가 뭔데 가라 마라야!"

간쑤크와 함께 운전을 하고 온 남자와의 헤어짐이 아쉬웠지만 정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얼굴의 남자다.

간쑤크의 게르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하루 종일 차를 타고 오면서도 늘 웃고, 장난스러운 제스처를 하며 소통을 하던 사람들의 표정이 좋질 않고 빨리 서두르는 모양이다.

간쑤크와 남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간쑤크 일행이 떠나고, 상냥한 식당 아주머니 그리고 옆 가게의 아주머니와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나니 찝찝했던 기분이 전환된다.

식당의 아주머니와 옆 가게의 아주머니에게 하룻밤 신세를 져볼까 생각하다 포기하고 숙소를 검색한다.

제법 깨끗한 호텔이 25,000원 정도의 숙박료를 받는 것 같다.

"편하게 이틀만 쉬고 울기까지 가자."

찾아간 호텔은 깨끗한 건물에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숙박비를 내고 자전거는 1층에 있는 큰 연회장 같은 곳에 넣어준다.

샤워를 하고 호텔 뒤편에 있는 라마교 사원처럼 생긴 공원에 올라간다.

알타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지던 중부의 마을들과 달리 별 감흥이 없다.

"그냥 황량하네."

슈퍼에 들러 먹을 것들을 사 오고.

과일이 정말 귀하지만 부실하다.

"딱 봐도 중국 과일이네."

숙소로 돌아와 레스토랑이 몇 시까지 하는지 알아보니 12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한다.

"좋아!"

그럼, 일단 너부터.

자전거 유라시아 횡단을 하고 있는 위너님과 카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낸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하여 연변과 길림을 거쳐 북경으로 향하고 있는 위너님은 내몽골과 몽골의 경로가 나와 비슷하다.

그에게 몽골 여행에 대한 정보들을 주고, 청춘의 도전과 여행을 응원해 주었다.

그보다 일찍 여행을 시작하고, 더 긴 여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언제나 그들의 선택과 행동이 부럽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하고 싶은 것과 포기해야 하는 것 등등을 가늠하며 답이 없는 고민 속에 허우적거리다 그것을 핑계 삼아 모든 것들을 미뤄두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남들처럼.

하지만 지금은 알고 있다. 누구나 그때의 시간들이 그러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처럼 그때의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그리고 현재의 지금이 또 다른 그때라는 것을.

지금은 나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을 바라고 행하길 바란다.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할 것을 잘 구분하는 사람이길 원하지 않는다. 너의 삶을 규정할 수 있는 존재나 시스템은 그 어디에도 없다. 너 자신조차도.

할 수 없다 생각한 것에 대해 스스로 왜 그것을 할 수 없다 생각하는지 의문하고, 할 수 있다 생각하면 할 수 없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 모든 것은 진심을 다하여 간절히 바라며 행하였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삼촌이 정현에게

10시가 넘어 식당으로 내려갔다. 한국 음식의 메뉴가 있지만 당연히 패쓰.

"네가 제일 잘 만드는 메뉴?"

이것저것 모르는 메뉴들을 고민하는 것보다 가장 잘 하는 메뉴가 무엇인지 묻는 것이 빠르다.

생글하게 웃는 여직원은 파인애플 치킨과 고기 메뉴 같은 것을 가리킨다.

"몽골 호텔 레스토랑에는 정해진 매뉴얼이라도 있는 거야?"

울리아스타이에서부터 입맛을 돋우던 치킨을 주문한다. 자민우드, 울리아스타이 그리고 알타이. 이곳의 음식 솜씨가 가장 좋은 것 같다. 12,900투그릭.

"내일까지 고기만 먹을 거야."

데이터 만수르가 되어 오랜만에 다스뵈이다를 몰아 보며 시시덕거리다 보니 몽골 마을의 야경을 다 구경하게 된다.

"울란바토르 말고 야경은 처음이네."

멀고 험난한 길을 빙빙 돌아왔지만 하라콜룸, 체체를렉, 호르고, 토승쳉겔 마지막으로 울리아스타이까지 아름다웠던 몽골 중부의 마을들을 지날 수 있어서 만족한다.

"힘들었지만 멋지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아쓰발..트 너 그러면 안 돼!"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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