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6일 / 맑음
스테프노이-코스타나이
카자흐스탄의 마지막 도시 아스타나로 들어간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 하루쯤 쉬어가도 될 것 같다.


이동거리
86Km
누적거리
14,062Km
이동시간
5시간 52분
누적시간
1,018시간

 
M36도로
 
M36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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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프노
 
세르바코
 
코스타나
 
 
1,886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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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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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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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5-757-9922

 
아침 이슬이 내려앉은 상쾌한 아침이다.

구름으로 가득 찼던 하늘은 깨끗한 도화지처럼 비어있다.

어제 식당에서 사온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린다.

밀밭을 따라 산책을 하듯 길을 출발한다.

카자흐스탄 여행의 마지막 도시 코스타나이까지 85km가 남았다.

여전히 바림이 불고, 허기지고, 심심한 초원의 길이 이어진다.

넓은 밀밭에서는 추수를 하느라 십여 대의 콤바인이 바쁘게 움직인다.

"이 넓은 곳을 추수하는 것도 쉽지가 않겠다."

길을 지나치던 경찰차들이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자며 요청을 하고, 두어 차례 경찰차들이 자전거를 따라와 말을 건넨다.

"어째, 군인이나 경찰들의 모습은 어딜 가나 똑같냐."

신분이나 위치가 사람의 의식을 좌우하는 것이 맞나 보다. 가끔씩 거들먹거리는 그들의 모습은 꼴보기 싫을 정도다. 물론 친절한 사람도 많다.

아무것도 없던 하늘은 다시 구름으로 채워져 간다.

며칠째 변함이 없는 풍경은 계속되고 페달링에 힘이 없다.

"언제 고기를 먹었지? 아스타나?"

첫 번째 보이는 카페로 들어간다.

주인 여자와 메뉴를 두고 시트콤을 찍는 동안 사람들이 웃으며 모여들고, 사람들에게 붙잡혀 사진을 찍힌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조리된 음식을 전자렌즈에 데워주는 곳이 대부분이다.

냉장고에서 꺼내온 메뉴들 중에서 음식을 고르고.

식사 전 사진을 찍었던 사람들 중의 남자가 다가와 2,000텡게를 건네준다. 여러 차례 거절을 해도 소용이 없고, 감사의 말과 함께 받아들어야 한다.

남은 40km의 거리를 속도를 내어 달린다.

멀리 코스타나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4시, 코스타나이의 외곽에 도착한다.

조금 복잡해지는 도로의 구조.

작은 토볼강을 건넌다.

"어머, 날아갈 것 같다야."

한국에서 일을 했다는 남자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시내로 들어와 숙소를 검색했다. 4~5만원대의 코스타나이의 호텔비는 굉장히 비싸다.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가 검색이 되질 않고.

2만원 정도의 아파트 숙소를 선택하고, 이틀을 예약했다. 23일, 부지런히 달려온 덕에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해도 될 것 같다.

러시아의 국경까지 180km 정도가 남았다.

숙소를 예약하고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중앙공원으로 이동한다.

넓은 중앙광장은 놀이공원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아이들과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서둘러 숙소로 이동한다.

며칠째 초원을 달린 터라 조금 지쳐있다.

아스타나와 파블로다르의 중간 정도의 느낌이다. 현대적 시설들과 나무들의 공원과 골목길들이 잘 어우러져 있는 편안한 느낌이다.

소나무 가로수가 길게 이어지는 공원길을 따라 숙소를 찾는다.

구글맵의 주소를 찾아갔지만 숙소나 호스텔로 보이지 않고 관공서 같은 건물이다.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초등학생 또래의 녀석들이 다가와 인사를 하더니 돈을 달라고 한다.

귀찮게 주변을 맴도는 녀석들을 쫓아내자 아이들은 어슬렁거리며 장난을 친다. 자전거를 묶어두고 잡아서 혼내주고 싶지만 철없는 얘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다.

숙소에 전화를 걸었지만 소통이 어렵고, 전화번호로 왓츠앱을 연결하고 메시지를 보내니 주소가 틀리다며 지도를 보내준다.

"김서방 찾기네. 구글맵을 보내줘야 찾지."

실시간 위치 정보를 보내달하고 하자, 나를 기다리다 떠났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뭐지?"

다른 호텔을 검색하며 벤치에 앉아있으니 한 여자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숙소는 10미터 정도 뒤편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다.

"부킹닷컴의 사진과 너무 다른데."

아파트의 내부는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 깨끗하고 좋다. 주인 여자에게 오래된 열쇠를 건네받고 체크인을 끝낸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딱히 생각나는 것은 없고 길을 오며 보았던 맥도널드에 갈 생각이다.

"이건 물을 받는 펌프인가?"

공원길을 걸어 스포츠마스터의 간판이 보이는 쇼핑몰로 들어간다.

스포츠마스터에는 타이어도, 간단한 캠핑용 의자도 없고.

건너편 쇼핑몰의 마르윈에 들어가 우편엽서를 찾았지만 역시나 없다.

쇼핑몰의 푸드코트에서 버거킹을 발견하고.

메뉴 전광판을 찍어 하나씩 주문을 한다.

친절하게 주문을 받던 여직원은 싱긋 웃는다.

햄버거를 포장해서 숙소로 돌아온다.

오래된 가로수의 골목길이 좋다. 이런 도시라면 한동안 머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조용하고 편한 카자흐스탄의 도시들이다.

슈퍼에서 캔맥주 두 개를 사서 돌아온다.

햄버거와 닭날개에 맥주 두 캔을 비우고.

피곤함에 바로 잠이 든다.

"내일은 엽서를 찾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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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01일 / 맑음
부라바이-콕세타우
조용한 보로보예 호수에서의 시간이 좋다. 무거워진 마음과 피곤한 몸을 잠시 추스르고 콕세타우로 향한다. 


이동거리
90Km
누적거리
13,615Km
이동시간
7시간 36분
누적시간
987시간

 
A1도로
 
A1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부라바이
 
케네사리
 
콕세타우
 
 
1,439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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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조용한 호숫가, 잠에 굶주린 사람처럼 밤새 푹 잔고 깨어난 아침이다.

생각해 보니 카자흐스탄에 와서 처음 보는 산과 호수다.

카자흐스탄 남부의 알마티 지역 고산지대와 달리 북부의 지역은 모두 평평한 초원 지대다.

"오늘 아침으로 이놈을 해결해야 하는데."

어젯밤 주저앉은 타이어를 정비하고.

펑크 난 곳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펑크패치가 뜯겨져 있다.

"매일처럼 이게 무슨 짓인지."

멜론을 잘라 아침을 대신한다. 달콤한 맛이 좋다.

모래사장에 앉아 느긋하게 오전의 시간을 보내며 200일의 여행을 정리한다.

11시 반, 80km 정도 거리에 있는 콕셰타우를 향해 출발한다.

호숫가 주변으로 잘 정비되어 있는 자전거길을 따라 보로보예 호수를 둘러본다.

호수의 중심지에 가까워질수록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거나 썬텐을 즐기고 있다. 가족 단위의 사람들의 움직임이 여유롭고 평온해 보인다.

야외 음식점에서 풍기는 바베큐의 냄새가 유혹의 손길을 뻗었지만 유원지의 물가는 어디를 가나 비싸다.

소나무 숲의 자전길을 천천히 산책을 하듯 이어가다 마주한 난감한 상황.

"아니, 저곳에 왜 회전문을?"

사람들이 자전거를 끌고 이동을 하기에 자전거를 끌고 통과를 해보려 했지만 쉽지 않다. 바보 같은 모습을 지켜보던 아저씨가 다가와 도움의 손길로 거들어 주어 겨우 통과한다.

20미터의 끝에도 회전문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어설픈 회전문 탓에 어렵지 않게 통과를 하고, 호숫가의 주변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피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바다가 없는 카자흐스탄도 몽골처럼 주변의 큰 호수를 바다처럼 즐기고 있고, 보로보예 호수는 너무나 아름답게 정비가 되어있다.

요란스럽게 인위적이지도 않고,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하여 꼭 필요한 만큼만의 편의 시설만이 갖춰져 있다.

"오, 자전거 도로가 끝까지 이어져 있네."

울창한 소나무 숲과.

호수변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

"잘 생긴 봉우리도 있고."

시간이 여유롭다면 산책과 물놀이를 반복하며 휴식을 취하고 싶은 곳이다.

잘생긴 돌 봉우리 위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호수 가운데 솟아있는 바위에서 점핑을 즐기는 사람들.

"카자크 사람들은 참 조용하다. 좋다."

호수를 벗어나 콕셰타우로 가는 메인도로로 빠지는 길을 따라간다.

넓은 공터에 높게 솟은 황금 독수리탑이 보이고, 도로의 좌우로 기념품을 사고, 기념사진을 찍느라 사람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역시나 여러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카자흐스탄의 전통 의상을 입고 독수리와 함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독수리보다 내가 더 인기가 많다.

몽골의 의상과 달리 카자흐스탄의 전통 의상은 하늘을 날아갈 듯 하늘하늘 예쁘다.

황금 독수리탑을 지나 메인도로로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을 달려간다. 생각대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도로의 끝에 큰 오르막을 앞두고 잠시 쉬어간다.

소나무 숲의 정자에 들어가 빵과 토마토로 출출함을 달래고.

머슬맨이 주었던 빵은 맛이 좋았지만 부드러운 크림 같은 내용물이 없어 무언가가 필요하다.

패니어 속의 러시아 바르나울에 산 잼을 꺼내어 빵과 함께 먹는다.

"이건 신발을 찍어 먹어도 맛이 있겠어. 러시아 가면 또 사야지."

"문제없어? 도와줄 일이 있니?"

나무 그늘에 앉아 콕셰타우의 숙소를 검색하는 동안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영어로 몇 가지 질문을 하더니 후원을 하겠다며 카자흐스탄 돈을 챙겨준다.

월터의 말처럼 리치한 남자다.

높은 경사의 오르막을 오르고, 결혼식을 마친 신혼부부가 긴 리무진을 정차하고 환호성을 질렀지만 조금 부러우니까 그냥 웃어주며 지나친다.

팀의 결혼 사진을 보도라도 카자흐스탄에서는 결혼식을 치른 하루 종일 드레스와 예복을 입고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닌다. 그리고 이틀에 걸쳐 축하 파티를 할 때에도 예복을 입고 있었다.

"결혼하기가 정말 힘들거나 정말 행복하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

오르막을 끝으로 내리막이 시작된다. 달리는 동안 여러 가족,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움을 나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벗어나자 바람과 함께 따가운 햇볕, 드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오아시스 같은 곳에서 보낸 시간처럼 아련하네."

초원 한가운데 생뚱맞게 솟아있는 높지도 않은 소나무 숲의 산과 호수를 벗어나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이상한 마을을 벗어난 느낌이 든다.

콕셰타우로 가는 A1 메인도로로 나왔다. 강한 바람이 정면에서 불어와 페달을 밟기가 힘들다.

"큰일이네. 60km는 가야 할 텐데."

내리막조차 무거운 페달을 밟아가며 내려와 도로변 휴게소로 들어간다.

계속된 캠핑으로 핸드폰의 배터리도 떨어져 가고 보조 배터리의 충전 용량도 넉넉하지 않다.

콕셰타우의 숙소를 검색하지만 몇몇의 호텔 그리고 3~5만원 정도의 숙박료에 어이가 없다.

"도대체 왜?"

가끔 작은 소도시의 숙박료가 터무니없이 높거나 쓸데없이 시설이 좋은 곳이 종종 있다.

4,500원 정도의 호스텔이 딱 한군데 검색되지만 이상하게 너무 저렴하다.

"몰라, 샤워만 하고 충전만 할 수 있으면 돼."

휴게소를 지나 도로는 90도 가까이 크게 휘어지며 바람의 방향을 살짝 비껴나게 만든다.

오르 내리막을 반복하며 부지런히 달려가고.

바람 탓에 무더위는 그럭저럭 덜하지만 갈증은 어쩔 수가 없다.

"아고, 다 와 가는가. 힘드네."

기찻길이 지나가는 다리 위에 앉아 200일의 여행을 정리한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자전거 세계일주 200일째, 막연했던 중국의 여행, 경이롭던 몽골의 하늘과 지평선 끝까지 이어지는 메밀꽃과 해바라기 밭의 러시아를 지나 카자흐스탄의 초원을 달린다.

매일 아침 짐을 싸고 어딘가를 향해 떠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길 위에 서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여행자의 삶에도 제법 익숙해졌다."

"세상의 넓은 땅과 하늘, 바람, 빛과 소리, 사람들의 미소와 삶의 모습들 그리고 지나쳐가는 공간과 시간의 흐름을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이 여행이 끝났을 때 단 한 사람의 눈과 마음, 시간을 담을 수 있는 자리가 내 안에도 생겨났으면 좋겠다."

"함께 했던 시간, 서로의 바람들과 고민 속에서 조금씩 금이 가고 깨어지던 감정의 유리 파편들. 어지럽게 흩어져 떠다니던 유리 파편들 속에서 각자가 바라던 시선에 의해 굴곡되고 반사된 우리의 거리는 아주 가깝게도 때로는 그 거리를 가늠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멀게도 느껴졌다.

그 거리는 어느 정도였을까. 너무나 아프게 마음을 짓누르고, 시리도록 눈을 흐리게 만들던 그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졌다."

"지구 한 바퀴, 그 정도의 거리일까?"

"되돌아갈 수 없는 길, 그 길 위에서 지난 시간들과 그녀로부터 멀리 벗어나 달아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아픈 거리를 가늠하며 현재의 그녀와 내 삶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익숙해져 버린 감정들을 애써 외면하며 이겨내기 보다 무거운 자전거의 무게가 조금씩 줄어가듯 마음속 감정들을 하나둘씩 내려놓는다."

"이 여행에서 나는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

"아직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콕셰타우로 들어선 길에서 한국어를 하는 남자를 만난다. 사가.

"무슨 일이 있으면 나에게 연락을 줘."

다른 도시에 비해 한적한 콕셰타우의 풍경이다.

시내를 가로질러.

부킹닷컴으로 숙박을 예약한 호스텔에 도착한다. 콕셰타우의 외곽 후미진 곳에 들어선 단층의 긴 건물.

호스텔에 숙박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입구에서 즐겁게 인사를 나누는 동안 동양인 외모의 젊은이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나를 쳐다본다.

사람들과 여행에 대해 말하며 잠시 쉬고.

체크인을 위해 들어간 숙소는 꽤 길쭉하다.

"저는 고려인이에요. 아버지는 중섭김."

숙소를 운영하는 동양인 외모의 남자가 자신을 소개한다.

고려인, 남북이 나뉘어진 현실에서 중앙아시아의 교포들이 고민 속에 선택해야 했던 자신들의 정체성이다.

대한민국이 아닌 고려인이라 스스로를 칭해야 했던 사람들의 슬픔과 고뇌가 담긴 호칭이다.

짐들을 옮기고.

자전거는 실내 창고에 넣어둔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숙소의 남자가 조용히 찾아와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

두만, 20살의 앳된 얼굴을 갖은 아이는 대뜸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아버지를 찾고 싶어요?"

"엉?"

"저의 아버지는 한국 사람이고, 어머니는 카자흐스탄 사람입니다. 태어나서 아버지를 본 적이 없어요."

카자흐스탄에서 일을 했던 남자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고, 두만은 자라며 아버지를 만나적이 없다고 한다.

어려운 이야기다. 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무거운 무게가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두만의 부모님은 각자의 선택에 의한 삶이지만 두만은 그렇지 않다. 이건 너무나 부당하고 불공평하다.

"왜 아버지를 찾는데?"

"그냥 아버지니까. 한 번 만나보고 싶어요."

"그래, 너의 바람이라면 그렇게 해. 너의 권리니까."

아무런 정보도 없고, 이름과 서울에 산다는 것이 전부다. 페이스북에서 캡쳐를 한 사진만을 받아들고 검색을 시작한다.

두만의 아버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지만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정보들은 모두 오래전의 것이라 도움이 되질 않는다.

"한국에서 사람 찾기가 힘든가요?"

"응, 한국에는 사람이 많아. 그리고 너의 아빠는 이름도 흔해서 힘들지 몰라. 괜찮아, 불가능하지는 않아."

무책임한 내 형제들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 화가 난다.

"두만, 내가 여기에 하루를 더 있을게. 천천히 찾아보자."

카자흐스탄의 체류기간이 빡빡하지만 전화번호라도 찾아주고 갈 생각이다.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냐. 괜찮아."

두만과 얘기를 하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고 식당은 문이 닫혀있다.

"에쒸, 하루 종일 굶었는데."

두만의 호스텔에는 사람들이 많다. 편안한 카자흐스탄 사람들이라 쉽게 친해지고 농담을 하며 웃는다.

이곳도 심심할 때는 카드놀이를 한다.

피곤하고 힘든 하루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9일 / 맑음
아스타나-아크콜
아스나타를 떠나 콕세타우를 향해서 길을 떠난다. 10일 정도 남은 카자흐스탄의 체류기간 동안 러시아의 국경을 넘어가야 한다.


이동거리
123Km
누적거리
13,382Km
이동시간
7시간 46분
누적시간
970시간

 
A1도로
 
A1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아스타나
 
쇼르탄디
 
아크몰
 
 
1,20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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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아스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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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리된 패니어들을 하나씩 옮기고, 바람이 빠진 타이어에 바람을 넣었다. 스티커형 펑크 패치를 붙여 논 곳에서 조금씩 바람이 새는 모양이다.

"하루 정도는 충분히 가겠네."

호스텔의 식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길을 나선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아침, 한국의 가을과 같은 느낌이 난다. 머지않아 추위가 시작될 것 같다.

콕셰타우로 향하는 길, 300km 정도의 거리이니 3일이면 충분할 것 같다. 아스타나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터라 이제부터는 조금 서둘러 국경으로 가야 한다. 남은 체류 기간은 13일, 1,000km의 거리를 달려 러시아의 국경으로 갈 것이다.

아침을 먹을 카페와 은행, 슈퍼를 찾으며 시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길을 따라간다.

"오, 버거킹!"

아침은 햄버거로 간단히 해결하고, 옆에 있는 슈퍼에서 물과 음료수 그리고 두루마리 휴지만을 사든다.

"가다 보면 카페 하나둘 정도는 있겠지."

구글맵으로 ATM을 검색하고 주변을 맴돌았지만 보이질 않아 포기하고, 다른 곳을 가기 위해 길을 잡으려는 순간 사거리 모퉁이 엉뚱한 곳에 은행이 숨어있다.

"구글맵, 너 정말!"

비상금을 찾고, 아스타나의 시내를 완전히 벗어나 콕셰타우로 가는 A1 메인도로 방향으로 길을 이어간다.

A1 도로로 이어지는 외곽의 좁은 도로의 끝에서 첫 번째 휴식을 취한다.

수박과 멜론을 팔고 있는 트럭 주변에 앉아 있으니 한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고, 몇 가지를 묻더니 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자고 한다.

"5,000."

땅에 5,000의 숫자를 적으며 계속 숫자를 말하는 남자.

"나 카자흐스탄 돈 없어."

돈이 없다고 하니 웃더니 더는 귀찮게 하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한국 사람이라며 알려준다.

"수박 한 덩이 시원하게 먹었으면 좋겠네."

수박 한 통은 싼 가격이지만 저 큰 것을 자전거에 싣고 갈 수도 없거니와 시원하게 먹을 방법도 없다.

"누구라도 한 명만 더 있으면 쪼개서 먹을 텐데."

아쉬운 마음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콕셰타우로 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1시 반, 아스타나를 빠져나오고, 동그랗게 회전을 하는 외곽도로를 따라오느라 많은 시간이 지나버린다.

"100km 정도는 가야 하는데. 몰라, 가는 데까지 가자."

톨게이트를 지나고, 팀의 말처럼 콕셰타우로 가는 도로는 마치 고속도로처럼 길이 좋고, 갓길도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다.

약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고, 비 예보와 달리 날씨도 제법 괜찮다.

30여 분을 달리고 첫 번째로 보이는 휴게소로 들어간다. 약간의 출출함이 느껴진다.

휴게소 입구에 도로 주변의 휴게소와 주유소의 정보판이 세워져있다.

"오, 최소한 이 도로에서는 굶어 죽지는 않겠어."

화장실인줄 알았던 곳은 휴게소 매점이다.

"좋은데."

작은 매점에는 기본적인 식료품과 빵들을 판매하고 있어, 세 개의 빵과 콜라를 사든다.

"카자흐스탄 빵은 제법 맛있단 말이야."

휴게소를 떠나 1시간 반 정도를 달렸을 때 뒤쪽 바퀴가 물컹거린다.

"올 것이 왔구나."

어제 정비해 놓은 예비 튜브로 교체했지만 역시나 펑크 패치가 제대로 붙지 않아 새로 산 38C 튜브로 교체한다.

오는 동안 도로의 좌우편으로 내리던 빗줄기가 정면에서 흩날리고 있다. 몽골에서 이미 여러 차례 보았지만 구름 아래로 비가 내리는 모양은 정말 신비롭다.

"빗속으로 들어가야 하는가."

"맑은 하늘에 소나기도 아니고 어떻게 저렇게 비가 내릴까?"

빗물에 젖은 도로를 달리는 동안 눈앞에 있던 비구름은 계속 이동을 하여 다행히 비를 맞지는 않는다.

"초원의 하늘은 다 똑같은 건가. 멋진 하늘의 변화다."

도로 위의 비구름에서는 비가 멈추고.

멀리 도로 측면의 구름에서는 여전히 쏟아지듯 비가 내리고 있다.

"정말 표현할 방법이 없다."

검은 비구름이 머리 위를 뒤덮고 있고, 한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람이 불어온다.

"벗어나야 해."

비구름을 빠져나가려고 속도를 내어 달려보지만.

새로 교체한 뒷바퀴가 힘없이 주저앉는다.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데.

"참 부지런히도 야무지게 박힌다."

무슨 일인지 새 튜브를 교체하면 바로 펑크가 난다. 다행히 38C 튜브라 펑크 패치가 잘 붙었지만 이래저래 30분이 넘게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바로 앞에 있던 휴게소에 들렀지만 이곳 휴게소는 영업을 하지 않고, 가야 할 거리가 50km나 남아있어 식사를 할 시간도 없다.

"아, 벌써 6시네. 빨리 달려야겠다."

언더바를 잡고 빠른 속도로 질주를 한다. 그림 같은 몽환적 구름의 변화는 계속되고.

한편에서는 검은 비구름이 저물어 가는 태양을 숨기며 비를 쏟아내고 있다.

"구름과 하늘, 참 예쁘다."

7시, 30km 정도가 남았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주었던 쿠키를 먹으며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한달음에 목적지까지 갈 생각이다.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겠네."

8시가 되면서 붉은 석양빛이 퍼지기 시작하고.

하늘과 구름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언더바를 잡고 신나게 달려간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며 도로변 멀리 오늘의 목적지 아크쿨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계속 비가 올까? 마을로 들어가야 하나?"

도로변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마을에 들어가는 것이 귀찮다. 구글맵에는 전방의 도로변에 아무것도 없고, 조금 멀리 카페 하나가 검색이 된다.

"에이, 못 먹어도 고! 캠핑을 하자."

마을로 들어가는 인터체인지를 지나 적당한 캠핑 자리를 찾으며 도로를 따라간다.

"8시 반인데 해가 지는 거야? 해가 짧아졌나?"

밀을 수확하고 텅 빈 초원과 우거진 밀밭 주변의 나무숲이 캠핑을 하기에 적당했지만 도로변에 설치된 가드레일이 끊어지질 않는다.

자전거를 들어 옮길 수도 있지만 그 정도의 정성이나 부지런함은 나에게 없다. 도로를 따라 계속 길을 이어가고 9시가 되었을 때 멀리 작은 마을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식당? 설마 여기까지 와버린 거야?"

아크쿨에서 구글맵을 보며 내일 아침을 해결하려 했던 식당까지 와버렸다.

"뭐라고 읽는 거야? 바라프? 어쨌든 잘 됐네."

지도에도 안 잡히던 작은 마을이 보이고, 도로 위를 어슬렁거리는 말들 사이로 카페의 레온 사인이 보인다.

그리고 휴게소 방향에도 작은 매점이 보여, 일단 휴게소로 들어갔다. 작은 매점에는 음료수 같은 것들만 보일뿐 음식 메뉴는 없는 것 같다.

매점 옆 빈 공간의 텐트 자리를 확인하고 건너편 카페로 이동한다.

카페 주변은 넓은 공터지만 가축들의 분뇨 냄새가 나서 캠핑을 하기엔 부적절하다. 일단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가 그림 메뉴판을 보고 쉽게 주문을 한다.

감자, 토마토 수프와 양고기 만두로 저녁을 먹고.

다시 매점으로 돌아와 캠핑을 허락받았지만 텐트를 펼치는 순간 안개비처럼 약간의 빗방울이 흩날린다.

"비가 오겠는데."

큰 비는 아니겠지만 내일 아침 텐트를 말리는 것이 귀찮다. 주변을 둘러보고 주차장에 설치된 휴게실에는 탁자가 놓여있어 텐트를 칠 수 없다.

매점에서 20미터쯤 털어진 곳에 커다란 지붕의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정류장 내부를 확인하니 꽤 너비가 넓은 공간이다.

"뭐 하는 곳이야? 뭐, 알 건 없고 딱 좋네."

어둠 속에서 익숙한 동작으로 텐트를 설치하고 잠자리를 마련한다.

"제발 조용했으면 좋겠다."

아스타나를 가던 중 버스 정류장 뒤편에 캠핑을 하며 사람들의 인기척 소히에 새벽에 잠이 깨어 시간을 착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몇몇의 자동차가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정류장 근처로 들어온다.

"에쒸, 그럼 버스만이라도 들어오지 말아 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4일 / 맑음 ・ 32도
투르가이-아스타나
아스타나로 향하여 4일간 달려왔던 여정이 끝나간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로 간다.


이동거리
134Km
누적거리
13,046Km
이동시간
8시간 34분
누적시간
951시간

P4
P4
70Km / 3시간 58분
64Km / 4시간 36분
투르가이
프르레츠
아스타나
 
 
1,004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아침부터 다시 바람이 불어온다. 파블로다르에서부터 4일째 계속되는 바람이다.

"그만 불어도 되지 않니?"

간단히 세수를 하는 동안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차를 마시자며 카페를 가리킨다. 정말 카자흐스탄의 사람들은 너무나 친절하다.

자신의 승합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자는 아저씨의 제안에 웃음으로 답하자 자신의 전화번호를 주면서 필요할 때 연락을 하라고 한다.

"아저씨, 영어 못하잖아요. 하하하."

어젯밤 알리나의 가족이 놓고 간 상자 안에는 빵과 햄, 찐 감자, 삶은 계란, 오이 등등이 가득 들어있다.

"이 많은 걸 어떻게 하지. 날씨도 더운데 난감하네."

일단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식당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식당의 여자가 사탕과 쿠키를 담아 건네준다.

"일주일은 먹겠어. 오늘 배고플 일은 없어서 좋긴 한데."

텐트를 정리하고 알리나의 가족이 준 음식들은 각각의 패니어에 나눠 담는다.

카우치서핑으로 아스타나에서 하루를 머무를 호스트 팀에게 연락을 한다.

"아스타나까지 123km가 남았는데 바람이 불어 늦어질지도 모르겠어. 늦은 저녁이나 내일 정도 도착할 것 같아."

너무 늦게 도착하거나 하루가 늦어지면 호스트가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고 도착이 늦어지면 숙소를 잡는 것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가까이 오면 알려줘. 차로 픽업을 갈게."

"아냐. 오늘 안으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볼게. 주소를 줘. 도착하면 연락할게."

팀의 집은 아스타나의 외곽에 있어 140km 정도의 거리가 찍힌다.

"야, 이게 부지런히 가야겠다."

바람을 이기며 15km씩 이동을 한다.

"남서쪽으로 가니 서남풍이 불어오네. 참 나."

길을 따라가던 중 차량을 세우고 기다리던 커플은 트렁크를 열고 커다란 생수통을 가리키고 웃으며 인사를 한다.

"노, 노, 노, 노!"

사진을 찍은 후 남자는 꿀처럼 보이는 큰 유리병을 던지듯 건네주고 가버린다. 시골 할머니들이 아무리 사양을 해도 주머니에 돈을 꽂아 넣어 주며 괜찮다는 듯 웃어주는 그런 모양새다.

"아니, 이 무거운 것을 어떻게 하지. 이러다 살아있는 말도 주는 거 아냐?"

어찌 됐든 여자를 데려가라는 몽골 사람들보다는 괜찮지만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친절은 너무나 과분할 정도이다.

카우치서핑으로 호스트를 찾아 하루를 머물며 신세를 지는 것이 숙소비를 절약하고 현지의 사람들과 편하게 만날 수 있어 좋기는 한데, 일정이 정확하지 않은 자전거 여행이다 보니 날씨나 자전거 트러블 같은 변수가 있어 도착 시간에 대한 압박이 느껴진다.

물론 하루나 이틀 동안 잠자리를 내어주고 음식 등을 대접하겠다는 호스트들은 그런 것에 신경을 덜 쓰겠지만, 어쨌든 한국 사람이고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라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늦어지면 먼저 연락하고 숙소를 잡자."

15~18km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며 50분 단위의 휴식으로 평상시보다 짧게 짧게 끊어간다.

"오늘은 먹는 것도 부지런해야 해."

패니어에 가득 들어있는 음식들을 부지런히 먹어 치워야 한다.

날은 계속해서 더워지고 바람 때문에 조금 선선했던 이틀보다 7~8도가 더 올라간다.

배는 든든하게 부르지만 갈증이 밀려온다.

아주 멀리서 흰색의 승용차가 정차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몽골에서는 길 위에 차량이 정차되어 있으면 왠지 모를 피곤한 감정이 앞서들었는데, 카자흐스탄에서는 그들의 친절함이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역시나 밝게 웃는 커플이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차에서 한가득 음식들을 건네준다.

"아니, 많아요! 엄청 많이 있어요."

말이 안 통하니 웃으며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표정하게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차갑게 냉장이 잘 된 빵과 과자, 포도 그리고 바나나까지 받아들 수밖에 없다. 하나를 먹으면 세 개가 더 늘어나는 음식들이다.

시원한 작은 포도로 갈증을 해소시키고 무르기 쉬운 바나나는 바로 먹어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

모든 패니어에 음식들이 가득 들어 있어 더는 넣을 공간도 없다. 음식이라기보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정이라는 것이 맞는 표현 같다.

먹을 수 있는 만큼 감사하게 먹고, 남은 음식들은 호스트에게 주면 될 것이다. 문득 이쯤 되면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국인을 도와주라는 방송이 나간 것은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든다.

"그냥 하릴없이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일 뿐인데."

어느 나라 사람들이든, 무엇을 하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현재를 벗어나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속의 바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막연하고 헛헛한 감정선 같은 것이 있나 보다 생각하고 만다.

무엇을 위해 여행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쓸데없는 나의 여정이 누군가에게 작은 에피소드가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고마운 일이다.

멀리 보이는 초원에서 불이 났는지 검은 연기가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다.

"불이 났는가? 그건 그거고, 연기가 바로 올라가네."

"오호, 드디어 바람이 사그라드는 건가."

아스타나까지 70km 정도를 남기고 4일 동안 괴롭히던 바람이 사그라든다.

"아, 시원한 물이 필요해."

아스타나에 가까워지며 도로의 상태도, 갓길의 너비도 좋아지고.

"사비, 어디쯤 왔어?"

"50km 정도 남았어. 4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 8시쯤 도착하겠다."

네트워크가 끊겨 연락이 안 되던 팀과 메시지를 교환하고 아스타나를 향해 달려간다.

의미를 알 수 없는 톨게이트를 지나며 아스타나의 경계를 넘고 부쩍 혼잡해진 도로를 따라 페달을 밟아간다.

속도가 빨라지며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람만 없으면 이렇게 좋은데."

천천히 아스타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차량의 통행이 많아질수록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의 수도 그만큼씩 늘어난다.

이상한 일이지만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도시로 진입하는 도로들은 모두 상태가 안 좋다.

"이 지역들의 컨셉인가?"

공단 지역과 같은 아스타나의 외곽을 가로질러.

중국의 도시마다 들어선 화력 발전소와 비슷한 모양의 거대한 굴뚝을 지나고.

이스티나의 북동쪽 시내로 들어선다. 일단, 시원한 물을 마시고 싶은 갈증이 밀려온다.

"오, 버거킹! 좋은 도시임이 틀림없다."

슈퍼에 들러 음료수를 사들고,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덕에 시내를 둘러보고 팀의 집으로 갈 생각이다.

구글맵으로 아스타나의 시내를 검색하는 동안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사진을 찍자며 인사를 한다. 잠시 어딘가에 엉덩이를 붙이기가 무섭지만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웃는 얼굴은 참 편안하다.

근처에 있는 공원과 모스크를 구경하고 팀의 집으로 가는 경로를 잡는다.

전쟁 기념 공원을 지나.

웅장한 규모의 모스크, Hazrat Sultan Mosque으로 향한다.

유난히 깔끔하고 깨끗한 아스타나의 시내.

거대한 규모의 모스크가 한눈에 들어온다.

"와우!"

아치형 돔과 네 개의 기둥, 흰색의 외관이 저녁의 햇볕을 받아 유독 아름답게 느껴진다.

모스크의 광장에서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을 때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저팬?"

한 사람으로 시작된 '셀피'는 끊임없이 이어져 모스크의 모습을 감상하기는커녕 제대로 된 사진조차 찍을 수가 없다.

자리를 옮겨 모스크의 측면으로 이동했지만 그곳에는 또 다른 카자흐스탄의 사람들이 모여들 뿐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겠다. 팀의 집으로 가자."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히고 질문에 대답을 하느라 다른 곳을 둘러볼 염두가 나질 않는다.

모스크를 빠져나와 팀의 집을 찾아간다.

모스크 옆에 위치한 공원을 지나치고.

작은 이심강을 건너.

2017년 엑스포가 열린 엑스포 광장으로 이동, 이곳은 마치 신도시처럼 새로운 아파트 단지들이 조성되어 있다.

해는 저물어 가고.

팀이 알러준 주소에 도착하여 메시지를 보낸다.

"팀, 나 왔어."

팀은 다시 자세한 주소를 구글맵으로 찍어주고, 그곳의 사거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큰 키에 마른 체형, 환하게 웃는 얼굴이 친숙하고 차분한 성격을 갖은 친구로 느껴진다.

팀의 안내로 새로 지어진듯한 오피스텔의 19층 그의 집에 도착한다.

오늘 먼저 도착한 키프로스의 젊은 학생 커플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프랭키 커플은 배낭 여행으로 1년 동안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하고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에 놓여있는 체중기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설마?"

하루 종일 물과 음식을 섭취하고 왔는데 60kg이 나온다.

"고장난 거 아니야?"

길 위에서 만난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챙겨준 음식들을 팀에게 건네주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함께 웃는다.

팀이 저녁으로 샐러드와 계란 후라이로 대접하고 차를 마시며 넷이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천천히 말해라, 못 알아듣는다. 그리고 내 말은 너네들이 알아서 듣고 이해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알마티 그리고 키프로스와 터키, 한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멋진 곳들의 정보를 많이 알려준다.

"터키에서 10달러면 키프로스에 갈 수 있다는 말이지. 알았어!"

"응, 근데 하루면 다 구경할 거야."

12시가 되어 거실의 넓은 소파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어 편하게 잠이 든다.

잠시 시내를 지나며 아스타나를 구경했지만 작은 도시 아스타나가 궁금해진다.

현재의 카자흐스탄에 모든 것들이 집약되어 있는 듯한 아스타나는 색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도시다.

내일은 팀과 함께 논의를 한 경로를 따라 아스타나를 불러볼 생각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3일 / 맑음 ・ 25도
토르트쿠두크-투르가이
연일 이어지는 바람이다. 아스타나를 향해서 달려간다.

이동거리
107Km
누적거리
13,046Km
이동시간
8시간 15분
누적시간
942시간

P4
P4
67Km / 5시간 45분
40Km / 2시간 30분
도르트쿠
에르에이
투르가이
 
 
870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환해진 텐트, 시계를 12시가 넘었는데 피곤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뭐지? 이 피곤함은?"

일어나지 못하고 하루를 쉴 생각으로 다시 잠이 든다.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를 했는지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계속되고, 말이나 소가 화물차에서 움직이는 소리에 다시 잠에서 깬다.

2시가 넘어가는데 텐트 안은 생각보다 환하지 않고, 여전히 몸이 무겁다.

"그늘이 졌나? 날이 안 좋은가? 근데 왜 이렇게 힘들지?"

소변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하늘이 까맣다.

"뭐야? 새벽이잖아!"

잠결에 시계를 확인하며 정오가 넘은 시간으로 착각을 했다. 정류장에는 몇 대의 차량이 정차를 하고 잠을 자거나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몸이 이상한 게 아니라 다행이네."

다시 쉽게 잠들지 못하고 조금 뒤척이다 잠이 든다.

7시가 조금 넘어 일어나니 여전히 불어오는 바람으로 쌀쌀한 느낌이다. 며칠 전 세메이에서 39도를 넘나들던 날씨가 어느새 10도 가까이 떨어지고 아침 기온은 12도밖에 되질 않는다.

"올해 여름은 이것으로 끝인가 보다."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펑크가 났던 뒷바퀴의 튜브를 예비 튜브로 교체한다.

"타이어를 교체할 때까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9시, 패니어를 정리하고 출발하려는데 뒷바퀴가 주저앉아 있다. 정비해 두었던 예비튜브의 펑크패치가 제대로 붙지 않은 모양이다.

펑크가 난 튜브를 다시 꺼내어 펑크패치를 붙이고, 맞바람이 불어오는 도로를 따라 무거운 페달링을 해간다.

평속 8km 정도의 속도, 오늘도 꽤나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에쉬, 오늘도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오늘의 목적지는 100km 정도 떨어진 투르가이, 어제 타지 못한 20km 정도의 거리 때문에 투르가이까지 가더라도 아스타나까지 의 거리가 120km아 남는다.

"오늘은 100km를 갈 수 있으려나?"

한 시간이 넘도록 달렸지만 고작 10km만을 이동하고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아무래도 저 산을 넘어가는 모양이네."

"초원에 구름이 많은 날은 이제 무섭다."

어렵사리 첫 번째 산을 넘으며 바람의 방향이 극적으로 바뀌기를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날리 없고, 오히려 더 강한 바람이 정면에서 불어온다.

"답이 없다. 없어!"

세 시간이 지나 어제의 목적지였던 아크몰라의 주경계에 도착한다.

출출함과 함께 몸이 무거워지던 참이었는데 다행히 주경계에 작은 식당이 하나 들어서 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식당에서 난감한 메뉴 결정의 토론을 해야 한다.

"어떤 것을 먹어야 하나요? 추천을."

번역기로 해결을 해보려 해도 네트워크가 좋질 않아 사용할 수도 없고, 전에 먹었던 닭고기 바베큐 사진을 보여주니 그런 메뉴는 없다고 하고, 어제 식당에서 먹었던 고기국수 사진을 보여주니 메뉴가 있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거 주세요! 국수."

주문을 받고 주방으로 들어가는 아주머니를 붙잡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닭다리 구이 사진을 보여주니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진짜? 그럼 이것도 하나 줘요."

어제의 식당보다 정결하게 담긴 국수는 넓고 얇은 면의 색깔이 뽀얗게 이쁘고 국물도 시원하니 딱 좋다.

주유소 옆의 음식점보다 100텡게가 비싼 500텡게의 닭다리는 주유소 식당보다는 못하다.

개운한 국물의 고기국수를 먹는 동안 하나둘씩 손님들이 들어오고 나를 보며 인사를 한다.

"잠깐, 저건 밥인데!"

다른 테이블에서 주문한 음식을 서빙하는 쟁반 위에 볶음밥 같은 것이 있다.

"투르가이까지 아무것도 없은데 든든하게 먹고 가자."

밥을 먹고 있는 손님을 가리키며 메뉴를 묻고 추가 주문을 하니 아주머니가 피식 웃는다.

몽골에서 먹었던 양고기 볶음밥과 비슷한 맛인데 잡내가 거의 없다. 깨끗하게 음식들을 비우고 사람들의 질문에 야간의 대화를 나눈 후 오후 라이딩을 시작한다.

1시가 넘은 시각, 투르가이까지 76km가 남았고 바람은 여전히 끔찍한 맞바람이다.

어제 만난 새 도로에서부터 세워져있던 이정표의 거리는 아스타나까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것 같다.

"오늘 대충 130 정도까지 가면 끝인가."

"아고, 언제 다 가냐."

구름의 높이가 조금 다를 뿐 몽골의 풍경과 너무나 흡사하다.

"몰라. 놀면서 갈 거야."

"에잇, 신발!"

"넌 뭐, 무임승차냐?"

평평했던 도로는 작은 언덕들을 넘어가며 업다운을 반복하더니 오늘의 두 번째 산을 향해 곡선을 그리고 있다.

앞 기어를 떨어뜨리고 천천히 산을 오른다. 바람만 없다면 힘들 것도 없는 높이와 거리이지만 2~3km 정도의 거리가 한없이 길게 느껴진다.

두 번째 산을 넘고 주변의 풍경은 조금씩 달라진다. 지평선의 끝으로 산들의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고 길게 이어지는 도로는 산들을 향해 업다운을 반복한다.

"하, 정말 지독하게 괴롭히는구나."

긴 오르막의 끝에서 차를 정차하고 기다리고 있는 커플을 만넌다. 쾌활한 성격의 여자와 무뚝뚝한 남자는  왠지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영어를 잘 하는 여자와 짧게 대화를 하는 동안 'Your Crazy'만을 반복하며 고개를 절로 흔들어대는 남자.

몇 장의 사진을 함께 찍는 동안 아스타나에 도착하면 시내를 구경시켜 주겠다는 여자와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헤어진다.

빵과 함께 작은 사과를 챙겨주며 길게 여행에 대한 응원을 해주고 떠난다.

30여 분 정도를 더 이동하고 도로변의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하루 종일 괴롭히고 있는 바람이 저녁이 되어가며 조금 선선해지니 상쾌하게 느껴진다.

조금 전 남녀 커플이 챙겨준 빵과 사과로 출출함을 달래보고.

늘 그렇듯 사람들과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카자흐스탄으로 와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각자의 핸드폰으로 번갈아 가며 찍던 전과 달리 나는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을 포기한지 오래다. 대신 명함을 주고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으로 메시지가 오면 사진을 보내달라 부탁하고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오늘은 어디에서 마무리를 할까? 30km 정도 남았는데."

긴 오르막을 오르고 6시가 넘어가자 바람이 점차 사그라든다.

"달려!"

언더바를 잡고 분노의 질주를 시작한다.

적당히 사라진 더위와 평평해진 도로 그리고 땀을 식혀주는 미풍의 간지러움을 느끼며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순식간에 20km가 사라지고.

토르가이로 들어가는 교차로에 도착한다.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와 마을의 외곽을 돌아가는 도로의 갈림길.

이정표를 바라보면 짧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친다.

"이젠, 어느 쪽이든 상관없잖아."

길을 잘못 들어섰다 해도 지나쳐버린 길을 되돌아갈 수도, 되돌아갈 필요도 없다.

앞으로 가야 하고, 갈 수 있고, 가고 싶은 길이 더 많으니까.

어느 쪽을 선택하든 펼쳐진 길 위에서 진심을 다해 현재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

"현재를 살아간다."

10km 정도를 달려 갈라졌던 도로는 다시 만난다.

도로변의 휴게소에 작은 음식점이 보이고.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해 한 시간 정도를 더 가고 싶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아스타나까지 123km 정도가 남았다.

카페 앞에서 숨을 돌리는 동안 사람들이 인사를 하고.

"밥이 있나요?"

전에 먹었던 볶음밥 사진을 보여줘도 없다는 응답을 한다.

"추천! 맛있는 것을 추천해 줘요!"

"마른!"

1,200텡게의 메뉴를 카자흐스탄 음식이라며 소개를 해준다.

"다른 것들보다 비싸네. 뭐지? 오케이! 주세요."

잠시 후 주방에서 나온 중년의 여자가 카운터의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내게 뭔가를 진지하게 묻는다.

"말고기인데 괜찮아?"

"말고기야? 말고기를 여기서 먹어볼 수 있네. 오케이!"

음식이 나오는 동안 식당의 주변에 텐트를 칠 수 있는지 묻고 허락을 받는다.

넓은 밀가루 면 위에 말고기의 수육이 올려져 있고, 말의 사골 국물이 한 그릇 담겨 나온다.

"말고기다!"

부드러운 면과 함께 수육을 함께 먹으니 아주 맛이 좋다.

"소와 비슷한데 뭔가가 다르네."

식사를 하은 동안 앞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계속해서 번역기를 들고 뭔가를 설명하며 웃는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야. 최고지."

옆을 보니 함께 온 사람은 밥으로 된 음식을 먹고 있다.

"밥 메뉴는 없다고 하더니."

아침에 먹으려고 남자의 메뉴를 핸드폰으로 찍고 있으니 번역기를 사용하던 남자가 손사래를 친다.

"이건 나쁜 음식이야. 이걸 먹으면 배 아파. 베쉬바르막을 먹어야지."

Бешбармак, 말고기를 베쉬바르막이라고 부르나 보다.

남자의 일행과 즐겁게 떠들고 그의 아이들과 사진을 찍는다.

알리나의 가족, 6명의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을 갖은 남자는 텐트를 치는 동안 가스 버너를 가져와 커피를 끓여주겠다고 한다.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커피를 마실 수 있는지 물었을 때, 식당에서 타는 커피는 짜다는 이상한 설명을 들어 포기한 것이 마음에 쓰였나 보다.

알리나의 아빠는 떠나며 음식이 가득 담긴 상자를 놓고 웃으며 가버린다.

"아니, 이거 너무 많아요."

아무래도 카자흐스탄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인사나 가격을 묻는 질문보다 정중하게 사양을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깊이 잠이 든다.

"아스타나로 가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2일 / 맑음 ・ 26도
에키바스투즈-토르트쿠두크
강한 초원의 바람이 불어온다. 아스타나로 가는 길이 험난하다.


이동거리
81Km
누적거리
12,939Km
이동시간
8시간 06분
누적시간
934시간

A17
P4
45Km / 4시간 00분
36Km / 4시간 06분
에키바스
쉬데르티
토르트쿠
 
 
763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햇살, 창문과 하얀 커튼 그리고 살랑이는 바람. 아침을 맞이할 때의 이 느낌을 좋아한다.

짐들을 정리하고 출발을 서두른다.

식당의 여자는 어제 사놓은 얼음물을 가져가라며 테이블 위로 물을 챙겨준다.

"오늘의 아이템!"

딱히 다른 메뉴를 선택할 수 없어, 늘 그렇듯 먹어본 음식을 주문하고.

"은근히 괜찮단 말이야!"

오늘 가야 할 거리는 120km 정도의 파블로다르와 아크몰라의 경계지역이다. 아스타나에 도착하는 날의 거리를 최대한 줄여놓고 싶다.

어제부터 조금씩 불어오던 바람이 서쪽 방향에서 정면으로 불어온다. 왠지 하루의 느낌이 좋질 않다.

"아, 빌어먹을 바람."

시속 8km 정도로 기어가는 힘겨운 페달링이 이어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람 때문에 기온은 높이 올라가지 않고.

"에쉬, 몽골이냐!"

"아무래도 깔판이나 캠핑 의자를 하나 사야겠어."

공사 중으로 차량의 통행을 막아놓은 차로를 편하게 독차지하고 달리지만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몽골에서처럼 바람이 부는 날에는 구름의 모양이나 움직임이 신기하다.

이제 멋진 구름의 하늘이 무섭다.

"그만해. 몽골에서 원없이 봤잖아."

쳐질 대로 쳐진 무거운 페달링이 계속 이어지고, 멀리 주변을 희뿌옇게 만드는 이상한 연기가 보인다.

"도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다행이지. 끔찍하네."

골재 공장으로 보이는 곳의 굴뚝과 주변에 쌓아놓은 골재의 흙더미에서 연기와 흙먼지가 콜라보를 하며 주변으로 흩날리고 있다.

골재 공장을 지나 도로변에 작은 마을이 나온다. 쉬데르티, 이곳을 지나면 주의 경계까지 정말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마을의 외곽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에는 식당이나 카페가 보이질 않는다.

"망했나?"

잠시 후, 구글맵에는 주유소만 검색되던 곳에 작은 식당이 함께 있다.

"죽으라는 법은 없네."

나를 지나쳐가며 손인사를 했던 바이크 커플의 오토바이가 보이고.

주유를 하던 러시아 친구가 다가와 인사를 하며 사진을 찍자고 한다.

주유를 하던 그에게 떨어져가던 버너의 연료를 보충하기 위해 주유기의 사용법을 물어보려 했지만 뭐가 그리 바쁜지 인사를 하고 떠나간다.

"야, 잠깐만."

그러는 동안 두 대의 버스에서 중학생 또래의 학생들이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몰려든다. 자전거와 태극기를 보며 서로 무언가를 떠들며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은 짧은 영어를 하며 호기심의 눈빛으로 인사를 한다.

"정신 차리자, 한두 마디 받았다가는 여긴 지옥이 될 거야."

바쁜척하며 인사만을 건네고 딴청을 부리며 시선을 외면하고, 지도 선생님의 외침에 아이들은 서둘러 버스로 돌아간다.

"살았다!"

연료통을 들고 주유소의 직원에게 휘발유를 살 수 있는지 물오본다. 연료통을 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재팬'이라고 한다.

"아냐, 한국 거야."

주유를 하느라 바쁜 아저씨를 기다리며 주유기에 달린 95의 숫자를 가리킨다.

"퓨얼! 가솔린!"

한꺼번에 몰려든 차량들이 빠져나가고, 아저씨는 어쩔 수 없다는 미소를 보이더니 주유소의 사무실을 가리킨다.

"오케이! 땡큐!"

휘발유를 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옆의 식당으로 가니 아저씨는 사무실 방향을 가리키며 나를 부른다.

"배고파요. 밥부터 먹고."

햇볕에 놓아둔 자전거를 식당 옆의 그늘진 곳으로 옮기고.

파블로다르를 지나며 멋진 러시아의 클래식한 소형차가 잘 안 보인다. 그 대신 일본의 못생긴 도요타 차량들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일본 차량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사람들이 나에 대해 물을 때 저팬이라고 먼저 묻는 것 같다.

들어선 식당 안의 모든 시선을 집중시키고 카운터의 여자와 진지한 메뉴 고르기 토론을 한다.

"수프, 그냥 첫 번째 것으로 줘."

빵과 음료를 묻는 질문에 '카바스'라고 말하니 여직원이 피식 웃는다.

카운터에 올려진 닭다리를 하나 더 주문하고 자리를 잡는다.

"아무래도 카바스는 내 취향이 아닌가 봐."

월터가 쉴 새 없이 외치던 러시아의 국민음료 카바스는 달달한 느낌의 연한 한약 맛도 나고, 탄산이 섞여있는지 김빠진 느끼한 콜라 같기도 하다.

"뭔가 식단의 조합이 이상해."

소시지가 들어간 빵과 정체 모를 빵을 포장하고 닭다리 하나를 포장해서 식당을 나온다.

여전히 바람은 거세고, 바람이 없는 햇볕은 따갑기만 하다.

"얼마나 부는 거야? 23짜리 서풍이냐!"

40이 넘는 바람도 몽골에서 흔하게 맞아온 터라 23의 숫자가 커 보이지는 않지만 정면에서 불어오니 아주 죽을 맛이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겨우 23km/h 가지고."

주유소 사무실로 들어가 물을 사고, 여직원에게 연료통을 보여주며 가솔린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조금 난감해 하더니 손가락으로 사고 싶은 휘발유의 양을 알려주니 방긋 웃으며 허락을 해준다.

밖으로 나와 아저씨를 보며 연료통을 흔드니 따라서 웃는다.

74텡게, 250원 정도로 연료통을 가득 채웠다.

"휘발유 가격 엄청 싸네. 카자흐스탄에도 석유가 나오는가?"

1리터에 500원 정도이니 우리나라의 1/3도 안 되는 가격이다.

주유기의 사진을 찍어 사무실로 들어가지 여직원이 재미있다는 듯 친절하게 웃으며 영수증을 보여준다.

"오호, 자동이네."

카자흐스탄에서는 주유를 하고 난 후 사무실에 들어가 결제를 하는 시스템인 모양이다. 동전 주머니를 털어 75텡게을 주니 5텡게를 되돌려준다.

"페이백인가? 스바시바."

휘발유를 채워 넣으니 괜히 마음이 편하고 든든하게 느껴진다.

"그나저나 이제 겨우 45km 왔네."

4시, 목적지까지 70km 정도가 더 남아있다. 평상시라면 무난한 거리지만 바람 속에서 목적지까지 갈 수 없을 것 같다.

"80? 100?"

바람 속에서 길마저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며 라이딩의 속도를 줄여놓는다.

도로 위에서 만나는 친절한 카자흐스탄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손인사를 하며 지나치는 차량들마저 없다면 정말 지루하고 힘든 하루였을 것 같다.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변화 없는 초원의 풍경 속을 달리는 동안 천천히 하루가 저물어 간다.

"초원은 모두 똑같아."

아스타나로 가는 도로는 도로의 확장과 함께 인터체인지를 만드는 공사들이 계속된다. 파블로다르와 아스타나까지 동서를 가르는 도로에 주변의 도시나 마을을 잇는 도로를 만들어 가는 중인 것 같다.

7시 30분, 구글맵에 검색이 되지 않던 작은 마을이 도로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 일몰까지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 있지만 야영지를 찾으며 라이딩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마을로 들어가기엔 귀찮은 거리다. 인터체인지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 앉아 캠핑을 할 장소와 주변에 식당이 있는지를 검색한다.

휴식을 위해 정차를 하는 한두 가족이 지나가고, 승용차에서 상의를 탈의한 남자와 함께 가족들이 내린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아스타나에 가고 있다는 남자는 너무나 유쾌한 사람이다.

여행에 대해 질문을 하더니 차에서 코냑을 가져와 따라준다.

향이 좋고 달콤한 맛이 아주 좋다.

남자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의 아내는 빵과 함께 먹을 것들을 챙겨 놓는다.

"카자흐스탄 돈은 있어?"

돈이 필요한지 묻는 남자에게 '노'를 외치며 사양을 하느라 고생을 한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적은 금액의 돈을 주었지만, 돈이 필요한지 묻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을 생각은 없다.

유쾌한 남자는 못내 아쉬운지 탄산수 한 병을 더 꺼내어 건네주고 아스타나로 떠난다.

그리고 몇몇의 차량들이 더 지나가며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는 동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월터에게 메시지가 와 잠시 왓츠앱으로 대화를 나누고.

"여기서 캠핑을 할 거야. 새로운 켄셉이지. 어때?"

"나도 해봤어. 나쁘진 않은데 버스가 서지 않기를 바라."

8시 50분, 빠른 속도로 하늘이 붉게 변해가고, 약간의 코냑은 피로에 지친 몸을 완전히 무장해제 시킨다.

"이건 뭐 갈수록 태산이네."

버스 정류장 뒤편 공간에 자리를 잡고.

식당에서 사온 빵과 닭다리로 저녁을 해결한다. 배가 고프진 않은데 여름 날씨라서 먹어치우는 것이 좋겠다 싶다.

달달한 코냑에 취한 것인지, 사람들의 정에 취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졸음이 밀려와 이내 잠이 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1일 / 맑음 ・ 28도
파블로다르-에키바스투즈
파블로다르를 떠나 아스타나로 향한다. 450km의 여정, 카자흐스탄의 수도가 궁금하다.

이동거리
136Km
누적거리
12,858Km
이동시간
9시간 00분
누적시간
926시간

A17
A17
72Km / 4시간 30분
64Km / 4시간 30분
파블로다
도르투크
에키바스
 
 
682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1시간의 시차가 생기며 딱히 달라진 것은 없지만 괜한 게으름이 시작된다.

"딱 한 시간 만큼의 게으름."

밖에 나가 날씨를 확인하고, 어젯밤 마른 하늘에 천둥과 번개가 요란하더니 선선한 자람이 불며 날씨가 좋다.

출발을 준비해야 하는데, 무심결에 틀어놓은 유시민 작가의 유튜브 강연에 빠져 한 시간을 시청했다.

패니어를 정리하고, 어제 냉동실에 얼려놓은 물을 꺼내려고 하니 냉동실에 있어야 할 물병이 사라졌다.

"에잇, 방심했네."

숙소에 사람들이 많지 않아 신경을 덜 썼더니 누군가가 들고 간 모양이다. 기분이 조금 상한다.

500원 정도의 1.5리터 생수의 가격은 차치하고, 더위를 식히기 위한 회심의 아이템이었는데 말이다.

새로 바뀐 숙소의 여자에게 물어보기도 귀찮고 바로 숙소를 나온다.

얼음물 때문에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에게도 별 흥이 안 나고.

파블로다르를 벗어나기 전, 근처에 있는 정교회를 구경하기 위해 길을 돌아간다.

오늘의 목적지 에키바스투즈까지 는 145km 정도의 거리라 부담스럽지만 큰 상관은 없다.

얼음물 때문에 빈정이 상해 있는 터라 오늘 하루는 아무렇게나 삐뚤어질 것이다.

"삐뚤어질 테야!"

"뉘신지? 1,700년대 사람이라니."

파블로다르의 우거진 나무들 때문에 교회의 전경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안을 들어갈까, 말까?"

조용하게 교회로 들어가 신부님이 보는 앞에서 과감하게 사진을 찍는다.

"삐뚤어질 거야."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정교회는 정숙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고.

벽에 걸려있는 많은 액자와 장식물 등을 구경하는 것도 흥미롭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기도를 하는 사람들의 행동,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믿음에 대한 간절함 같은 것.

정말 정성스럽고 바람에 대한 애틋함이 느껴진다.

맹목적으로 아멘만을 외쳐대는 한국의 개신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대머리 큰목사, 빤스목사 따위에게 아멘이라니."

교회를 나와 아르티시 강변의 산책로를 따라가고.

어제부터 궁금했던 아르티시 강을 가로지르는 철교를 보기 위해 찾아간다.

"정말 구닥다리 철교네."

철교의 근처는 버스들의 종점처럼 보인다. 슈퍼에 들어가 물과 미니 피자처럼 생긴 빵만을 사 든다.

"밥은 가다가 식당에서 해결하지 뭐."

파블로다르를 빠져나오며 도로변에 있는 식당처럼 보리는 곳에 들어갔지만 SM그룹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체인이다.

"도로변에 식당 하나쯤 더 있겠지."

인터체인지를 돌아 아스타나로 향하는 도로에는 아무것도 없다. 왕복 4차선으로 만들어진 도로에는 속도를 내어 달리는 승용차와 화물차만이 바쁘게 지나칠 뿐 아무것도 없다.

도로변에 마련된 공동묘지는 마치 모스크를 줄여놓은 미니어처들처럼 보인다.

정교회를 믿는 사람들의 공간도 함께 있는데, 무슬림의 화려한 무덤에 비해 작은 공간에 소박한 묘비만이 놓여있는 것이 다르다.

한 시간을 달려 도로변의 식당을 발견했지만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다.

매끈하던 아스팔트 도로는 시멘트 도로로 바뀌며 도로면이 좋지는 않고, 서서히 바람이 강해지기 시작한다.

"글렀어."

슈퍼에서 산 피자 모양의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어떠한 풍경의 변화도 없이 똑같은 도로를 소처럼 달려간다.

두 번째 휴식, 45km를 달렸다. 남은 거리는 100km, 날씨마저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한다.

화물차의 통행이 많고 갓길이 거의 없는 도로여서 너무 시끄럽다.

끝없는 직선 도로가 사방을 둘러봐도 똑같은 초원 위로 길게 이어지고.

가도가도 똑같은 풍경이다.

"에쒸, 물도 떨어져 가네."

몸을 씻고 취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숙소에서 수돗물을 1.5리터 정도 받아왔지만, 식수용 생수는 슈퍼에서 딱 한 통만을 사 왔다.

지금까지 카자흐스탄의 도로에 드문드문 마을이 있었기 때문에 식당이나 슈퍼 정도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탓이다.

20분 정도를 달려 도로변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마을이 보였지만 들어가기가 귀찮다.

"그냥 가자, 주유소라도 하나쯤 나오겠지."

하지만 주유소 같은 헛된 바람은 일찍 버렸어야 했다.

도로는 자꾸만 공사를 하는 느낌으로 변해가고.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멀리 인터체인지를 만드는 공사 구간에서 작업자들이 차량들을 흙길로 우회시키는 모습이 보인다.

"에잇, 정말! 어라, 식당?"

공사장 근처의 도로 건너편으로 작은 식당이 보인다.

작은 식당의 카운터에는 보란 듯이 닭고기 바베큐가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거, 이거!"

번역기를 사용할 정신도 없고, 손가락질을 하며 고기와 계산기를 번갈아 가며 가리킨다.

"1,000."

300, 500 단위의 도로변 식당의 음식을 먹어온 터라 닭꼬치의 가격에 살짝 당황했지만 비장한 합리화로 정신승리를 한다.

"좋은 고기니까 조금 더 비싼 거겠지."

빵이 얼마나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두 팔을 들어 엑스자를 만드니 여직원이 이상한 듯 빤히 쳐다본다.

"왜? 난 고기 먹을 때 빵 같은 건 안 먹어."

잠시 후, 아주 성의 있게 접시에 담은 고기를 성의 없이 던져주듯 테이블에 올려놓은 여직원에게 포크를 달라며 귀찮게 하고.

3,000원짜리 닭고기 4조각을 해치운다. 당연히 아쉽고 부족하다.

식당을 나서며 물과 함께 닭고기를 포장한다. 자세히 보니 빵 두 조각을 함께 놓어준다.

아무래도 닭고기 바베큐에 빵이 세트로 나오는가 싶다.

"진작에 빵은 공짜라고 말을 했어야지."

인터체인지 공사를 하는 짧은 우회로를 돌아 도로는 다시 이어진다.

지금까지와 달리 이번에는 가는 방향의 차로를 막고 건너편 차로를 임시 도로로 열어놓아 혼자서 도로를 독차지하고 편안하게 달린다.

마치 중국의 넓은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다. 다시 생각해도 중국의 자전거 도로는 정말 환상적이다.

"심심할 때는 쓸데없는 셀카짓."

도로의 시멘트면을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내어 틈을 만드는 작업과 도로의 주변에 철조망을 쳐서 초원과 분리를 하는 작업으로 사람들이 바쁘지만.

공사 구간으로 막아놓은 도로를 라이딩 한다고 제재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손을 흔들거나 작업을 멈추고 달려와 사진을 찍자며 반가워한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대부분 일본 사람인지를 묻는다.

한국보다 일본에 대한 인식이 더 높은 것 같다. 일본말로 인사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한국인이라고 하면 잘 알아듣는 것이 우리에 대한 인식도 그리 나쁘지는 않는 것 같다.

아주 멀리에서부터 보이던 공장의 굴뚝과 연기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아무래도 저기가 에키바스투즈 근처인가 본데."

에키바스투즈로 들어가는 교차로는 15km 정도의 거리가 남아있고, 에키바스투즈는 교차로에서 10km 정도를 더 들어가야 한다.

중국의 모든 도로는 도시와 연결되지만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도로는 도시들과 5~10km 정도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평평한 초원에서 도로를 도시와 연결하지 않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 교통의 흐름 때문이라면 도시의 외곽으로 이어놓아도 충분할 것 같은데 말이다.

에키바스투즈로 들어가는 교차로 근처에 식당 하나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목적지를 잡는다.

저녁을 해결하고 식료품들을 보충한 후 적당한 야영지를 찾아봐야겠다.

페달링의 속도가 많이 떨어지면서 도착 시간이 많이 늦어진다.

8시가 넘어가며 붉은 태양은 초원의 지평선을 향해 천천히 내려앉는다.

"멋지네."

여행 전 초원의 라이딩을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그려보던 라이딩의 모습, 지평선으로 붉게 떨어지는 석양의 풍경 속을 달린다.

중국의 내몽골, 몽골의 초원에서 쉽게 할 수 없었던 늦은 시간의 라이딩이다.

"하루 종일 볼거리가 전혀 없더니, 이거면 충분하네."

8시 40분, 도로변의 식당에 도착했지만 야영지를 찾아 갓길이 없는 도로를 더 달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식당 주변에 텐트를 쳐야겠다."

깔끔하게 정리된 식당의 내부.

여전히 난감한 메뉴판.

젊은 여자의 추천으로 카자흐스탄 음식이라는 메뉴를 주문하고, 주변에 텐트를 칠 수 있는지 물으니 흔쾌하게 수락을 한다.

잠시 후 식당의 뒤편에 있는 숙소에서 자라며 1,500 텡게라고 알려준다.

"1,500? 4,500원? 왠지 끌린다."

밥을 먹고 식당의 숙소에 짐을 푼다. 그리고 식당의 아주머니에게 물을 얼려줄 수 있는지 물으니 이미 얼어있는 생수병을 보여준다.

"오, 대박!"

자료를 정리하다 출출해져 포장해온 닭고기를 야식으로 먹는다.

오늘 먹기는 아깝지만 날씨가 더우니 빨리 해치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언제부터 생양파가 나왔지? 비스크?"

바베큐나 고기에 함께 나오는 양파의 식감과 매운맛이 좋다. 보통 소스를 뿌려 먹는 것 같은데, 생양파를 그대로 주는 식당도 많다.

"그래도 양파는 쌈장이지."

아스타나까지 300km 정도가 남았고, 길은 오늘과 같은 초원이 계속될 것 같다.

왜 사람들이 카자흐스탄 여행에서 알마티 지역으로 경로를 잡는지 알 것 같다.

"난 러시아로 가야 해."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0일 / 맑음 ・ 32도
파블로다르
바람이 불어오는 날, 파블로다르에서 하루를 머물기로 한다.


이동거리
15Km
누적거리
12,722Km
이동시간
3시간 12분
누적시간
917시간

아르티시강
뒹굴뒹굴
15Km / 3시간 12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산책
숙소
 
 
546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바람이 많이 불어오는 날이다. 어제 마셨던 약간의 보드카는 피곤한 몸을 완전히 넉다운 시켜버렸다.

9시에 잠이 깨고 바로 숙소를 연장한다.

"산책이나 가 볼까?"

구글맵으로 확인한 파블로다르에는 특별한 관광지가 없다. 작은 박물관과 정교회, 모스크, 도시 곳곳에 있는 작은 공원들 그리고 아르티시 강변 등이 전부다.

자전거를 챙기고 나가려고 하니 60대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차와 커피를 마시고 가라고 한다.

어제 숙소에 있던 아주머니 보다 훨씬 친절해 보이는 아주머니는 젊었을 때 예쁘다는 소리를 제법 들었을법하다.

"야속한 세월이네. 뭐, 지금도 많이 예뻐요."

32도의 기온과 24km/h의 바람이 예보된 하루, 강한 바람에 자작나무들의 흔들림이 요란하다.

차량의 통행은 많지만 경적을 울리거나 크게 불편함을 주는 운전자들은 아니다.

작은 도시인데 곳곳에 공원들과 산책로가 정말 많다.

이곳의 조각상들은 왠지 감성적이다. 강렬한 느낌의 중국, 강인한 느낌의 몽골, 러시아의 상징적 조각들과는 달리 서정적이고 애잔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도로변의 인도들은 울창한 가로수에 싸여 아늑하고 시원하다.

곳곳에 예쁜 카페들도 보이고.

현대식 건물들조차 높고 웅장하기보다는 작은 도시의 한 부분처럼 어울림이 좋다.

어디를 가든 길은 작은 공원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곳에는 작은 나무 벤치들이 놓여있다.

"영원한 기억."

큰 기대없이 도착한 아르티시 강변은 생소한 풍경이다. 잘 정비된 산책로와 자전거길 그리고 작은 모래사장에는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일광욕을 즐기거나 수영을 하고 있다.

야외 수업을 하는 듯 한 무리의 학생들이 백사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고.

백사장에는 나무로 만든 파라솔이 설치되어 있고.

마치 동해안의 작은 해변처럼 느껴진다.

신발을 벗고 백사장을 거닐며 잠시 강물에 발을 담근다.

작은 물고기들이 발을 간지럽히고.

강가의 돌 위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수영복이 하나쯤 필요하겠어."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강변의 공원에서.

냉커피 한 잔으로 속을 달랜다.

러시아의 광장도 마찬가지였지만 공원에 울려퍼지는 클래식 연주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파블로다르의 지도를 검색하다 공원 주변에 있는 버거킹을 발견하고.

"카자흐스탄의 햄버거도 먹어봐야지."

시원한 매장은 한가롭고, 메뉴판에서 간단한 버거세트를 주문한다.

직원은 이름을 묻더니 영수증에 이름을 적어놓는다.

"오호, 이런 시스템."

가끔씩 방송으로 고객의 이름을 부르는 안내 멘트가 나오고, 싸비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1,700텡게면 우리 돈으로 얼마지?"

시원하고 한적한 매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노트북을 가져왔다면 좋았겠다 싶다.

다른 곳을 둘러보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30도를 알려주는 커다란 온도계를 지나.

예쁜 목조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1897이라는 숫자가 지붕 위에 세워진 박물관처럼 보이는 목조 건물이다.

자주빛 짙은 색에 하얀 창틀과 문양이 조각된 목조 건물이 정말 예쁘다.

"정말 걷고 싶게 만드는 골목들이네."

작은 골목길들을 따라가며 시내를 구경하고.

은행에서 비상금도 조금 보충하고.

현대식 건물들도 참 예쁘게 짓는다.

대리석의 탑이 세워진 곳은 2차 세계대전의 추모공원이다.

탑 아래로 횃불이 타오르고 공원에는 참전 군인들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인도와 산책로, 골목과 도로가 울창한 가로수 사이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도시 전체가 공원처럼 느껴지네."

골목과 작은 이면 도로를 따라오다 보니 숙소 근처로 되돌아온다.

"모스크를 구경하러 가 볼까."

예쁜 상점들도 많고.

골목길을 따라가며 호기심 가득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이리저리 모스크의 방향으로 길들을 따라간다.

"숙소 근처의 맛집인가 보다."

햄버거를 파는 노점에 젊은이들이 서서 기다리고 있다.

"24시 오픈이면, 저녁에 와 볼까."

거미줄처럼 이어지는 아파트 단지의 골목길을 따라가고.

어제 보았던 모스크에 도착한다.

"어, 반바지 출입금지네."

이슬람의 모스크 내부를 본 적이 없어 그 모습이 궁금한데 복장이 문제다.

"들어가 보자. 안되면 나오고."

모스크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니 입구의 안내 데스크처럼 보이는 곳에서 인상 좋은 아저씨가 잠시 당황을 한다.

"신발을 벗어야 해."

신발을 벗자 아저씨와 한 중년의 여자가 맨발을 보더니 난감한 듯 양말를 신어야 한다며 제스처를 한다.

아주머니가 자신의 부츠를 벗어 양말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자신도 맨발이다.

아저씨는 미소를 짓더니 잠깐 구경을 하라며 예배당의 방향을 알려준다.

원형으로 만들어진 넓은 예배당에는 서너 사람이 벽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고, 예배당의 천장과 벽은 화려하진 않지만 공간의 웅장함이 느껴진다.

잠시 구경을 하고 안내 데스크로 나오니 아저씨는 어디서 왔는지를 묻고서, 긴바지와 양말를 신고, 모자를 써야한다고 알려준다.

"아쉽지만 다음에 복장을 갖춰 모스크 내부를 자세히 구경하는 것으로 하고."

다시 골목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온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 내에 놀이터를 지나고.

작은 학교도 지나고.

재미있는 사진의 생맥주 가게도 지나며 구불구불 연결되어 있는 골목길들이 재미를 준다.

슈퍼에서 음료수와 물, 요거트를 사 들고 숙소로 돌아오니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분이 숙소를 지키고 있다.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어요?"

"500텡게."

"오우, 500?"

세탁기를 사용하는 비용에 놀라니 지긋이 웃더니 '너는 공짜야'라고 하신다.

세탁물을 세탁기에 올려놓고 샤워를 하고 방에 들어가 쉰다. 몇 시간 후에 세탁기를 돌리려고 나가니 아주머니가 이미 세탁을 하여 건조대에 옷들을 널어놓았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했더니 나이를 묻고는 '너보다 24살이 많아. 괜찮아'라고 하신다.

속옷까지 세탁을 한 것을 괜찮다고 하신건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더 인사를 드린다.

카자흐스탄은 다민족 국가이다 보니 동양인처럼 보이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워낙 친절한 사람들이라 불편한 것도 없지만 외모상으로 특별히 두드러져 보이지도 않아 아주 편안하다.

물론, 말 한 마디만 하면 바로 티나지만..

저녁 6시가 넘어도 햇볕이 강렬하다. 카자흐스탄의 여름은 우리와 비슷한 느낌이다.

숙소 건너편의 식당에 꼬치구이 현수막에 정신이 팔리고.

식당으로 들어가 사진을 보여주며 주문을 했지만 돼지나 소가 아닌 닭이 나온다.

"이건 사실관계가 다른데."

어쨌든 고기니까, 6,500원 정도로 시원한 맥주 한 잔까지 할 수 있으니 그만이다.

9시 45분, 열시가 되어가는데 밖이 너무나 환하다.

"이상한데."

숙소 전광판의 시계는 한 시간이 느리다.

"언제 변한 거지?"

숙소의 아주머니에게 한 번 더 확인하니 1시간 느린 것이 맞다고 한다.

"얼떨결에 한 시간이 생겨버렸네."

"어쩐지 요즘 피곤하더라. 시차때문이었어."

내일 가야 할 에스크바스투즈는 145km 정도의 거리, 라이딩을 하며 목적지를 결정해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89일 / 맑음 ・ 26도
아크큐-파블로다르
카자흐스탄의 두 번째 도시, 파블로다르로 향한다.


이동거리
107Km
누적거리
12,707Km
이동시간
6시간 33분
누적시간
914시간

M38
M38
52Km / 2시간 53분
55Km / 3시간 40분
아크큐
야미쉐보
파블로다
 
 
531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아침부터 햇볕이 따갑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보니 오늘은 소들이 자연의 알람음을 울린다.

"저리 가. 임마!"

카자흐스탄의 초원에도 시원한 굿모닝을 알리고, 텐트를 정리하고 도로변의 쉼터로 나간다.

파블로다르가 가까워지며 도로에는 15km 정도의 일정한 간격으로 쉼터가 만들어져 있다.

빵과 사과로 아침을 해결하고, 도로변의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을 생각이다.

파블로다르까지 100km 정도의 거리, 빠른 이동과 휴식을 반복하며 더위 속을 달려갈 것이다.

한 시간을 달리고 버스정류장에서 자전거를 세운다.

양치로 기분 전환을 하고.

다시 한 시간을 달려 이번에는 버스정류장의 화장실을 체험한다.

"심플한데, 뭔가 어색한 구조는 뭘까? 구멍이 너무 작잖아!"

카자흐스탄의 도로변 버스정류장에는 이런 화장실이 하나씩 갖춰져있다.

잠시 후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도로변의 브로들과도 찍고.

몇몇의 마을을 지나쳤지만 도로와 떨어진 곳에 있어 슈퍼나 식당을 찾지 못하고 1시가 되어간다.

첫 번째 만난 작은 식당으로 들어가.

식당 안을 둘러보고 작은 냉장고를 살피다 테이블에 올려진 묘한 색깔의 콜라를 발견한다.

차갑게 냉장이 된 콜라병 속의 내용물을 궁금해하다 냄새를 맡아보기 위해 뚜껑을 돌리니 피식하며 탄산가스가 올라온다.

"이거 콜라인데."

카운터 위에 올려진 음식들 중 계란지단으로 만든 음식을 가리키니 아주머니는 계산기를 들고 300+300을 한다.

콜라를 마시려고 하니 아주머니는 유리잔을 주려고 한다. 유리잔을 사양하고 병째 마시려니 콜라가 안 나온다.

"아하, 얼려놨구나. 센스쟁이."

아주머니가 피식 웃으며 유리잔을 건네준다.

시원한 콜라와 함께 계란지단 안에 고기와 야채를 다져 넣은 이름 모를 음식을 맛있게 먹고.

"하나만 더 주세요!"

"하나 더 주세요!"

카운터에 올려진 세 개의 계란지단을 모두 먹어버린다.

"50km 남았네. 가 볼까."

도로에서 자전거를 세워 태워주겠다는 멋쟁이 할아버지를 만나고.

"할아버지, 카메라를 봐야죠."

언더바를 잡고 50분 동안 21km를 이동한다.

"덥다. 빨리 끝내자."

버스정류장에서 가족들을 만나 즐겁게 사진을 찍고.

"웃어야지. 보이!"

한 시간 라이딩 후 충분히 휴식을 하며 글과 사진을 업로드한다. 더위에 방법이 없다. 빨리 달리고 충분히 휴식을 하며 피해 갈 수밖에.

3시, 29km 정도만이 남았다.

공장의 희뿌연 연기와 함께 도시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한다.

"왔다!"

매끈해진 시내의 도로를 따라.

커다란 회전 교차로를 건너고.

파블로다르의 시내가 시작된다.

트램의 마지막 종착점인 것 같은 정차를 하고 있는 트램들을 지나고.

"하나 쪼개서 시원하게 먹고 싶다."

역시나 파블로다르의 시내길도 평평하다.

도로의 좌우로 푸른 가로수들이 울창하고.

트램의 철로는 도로의 정중앙에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도로변을 따라 산책로와 공원들이 잘 조성되어 있고.

뭔가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의 도시다. 어수선했던 세메이와는 다른 느낌이다.

러시아의 알타이 지역, 몽골의 도시와는 달리 잘 정비가 된 가로수와 도로들.

울창한 나무들을 잘 정비해 놓으니 도시 자체가 생기있고 깨끗하다.

파스텔톤의 알록달록한 아파트들.

어디를 가나 여름철 분수대는 인기 만점.

시내의 정중앙, 공원 내에 있는 모스크를 구경하기 위해 도로를 건넌다. 차로와 완전히 분리된 트램의 철로를 지나고.

공원의 하늘 위로 모스크의 첨탑들이 솟아있다.

"꽤 크네."

아직 모스크의 내부를 본 적이 없어서 내일 파블로다르에서 하루를 머문다면 구경해 보고 싶다.

"다스베이더 같기도 하고."

숙소 방향으로 러시아의 전쟁공원 같은 것이 있다.

광장의 비둘기는 나는 법을 잊었나 보다.

커다란 카자흐스탄 국기의 뒤편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산책로를 따라 전쟁 전사자들에 대한 정보들이 적혀있다.

쾌적하고 시원한 공원의 벤치에는 가족과 연인 그리고 연세가 든 어르신들이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 앞에서 뽀뽀만 하지 말아라."

공원의 끝에 기념 조각상이 세워져있고.

용맹스러운 군인의 모습도, 헤어짐의 슬픔을 담은 조각상도 아닌 주저앉아 있는 군인의 조각상에서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진다.

전쟁이란 참으로 가혹한 것이다.

5~6km 정도의 시내를 가로질러 외곽에 위치한 숙소를 찾아간다.

트램의 철로를 건너 구글맵이 가리키는 곳에 도착했지만 숙소는 보이질 않고.

주변을 빙빙돌며 방황을 하다 고르노 알타이스크의 게스트하우스가 생각이 난다.

"설마 아파트 지하?"

생각대로 건물 안쪽 측면에 숙소로 보이는 간판이 보인다.

제법 깨끗하고 넓은 프런트 공간을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중년의 아주머니가 나온다.

어렵지 않게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는 안쪽에 보관해 둔다.

큰 소파를 개조해서 만든 간의 침대인데, 나름 푹신하고 좋다.

"슈퍼 어디에 있어요?"

샤워보다 시원한 물과 음료수가 더 급하다.

도로 건너 작은 슈퍼에서 물과 음료수를 사서 드링킹, 속이 다 시원하다.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트램은 느리지만 클래식한 매력이 있다.

"내일 타 볼까?"

더위 속에서 엄청나게 많은 물과 음료를 마시고 온몸을 적시며 버티고 있다.

"몽골이 아닌 게 어디냐!"

숙소로 돌아와 공용 샤워실에서 샤워를 한다.

"여긴 하녀가 없어서 알아서 씻어야 해. 문 잘 닫고, 내가 훔쳐보지는 않을 거야."

아주머니가 웃으며 농담을 한다.

배는 고픈데, 졸음이 쏟아진다. 어제의 바람과 3일 동안의 무더위에 피곤했나 보다.

"밥을 먹어? 말어?"

"일단, 나가자!"

아주머니에게 메뉴를 물어보니 자신은 식당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질문이 아니잖아요!"

숙소 건너편에서 스테이크 그림이 좋은 레스토랑을 발견하고 들어간다.

가급적 늦은 시간에 술을 파는 곳은 가고 싶지 않지만 오늘은 피곤하니 보드카 한 잔을 해야겠다.

흥겨운 음악이 나오는 간접조명 만땅의 레스토랑에서 칵테일과 주스를 만드느라 바쁜 잘 생긴 남자와 번역기를 들고 토론을 하고.

"잘 생긴 놈이 친절하기까지 하니까 매력적이군."

나쁜 놈들 제외하고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기본 성향은 정말 순하고 친절한 것 같다. 급하지 않고 나긋하면서도 밝은 기운이 전이되는 것처럼 편하다.

"이쯤 되면 나쁜 놈 좀 만나보고 싶네."

부드럽고 두툼한 스테이크는 맛이 좋고, 몽골에서 마지막으로 마시고 처음 마시는 보드카는 달달하다.

약간의 보드카가 취기를 불러온다.

쓸데없는 감정의 무게가 느껴진다. 쓸쓸함 같은 것.

숙소에 돌아와 기절한다.

"내일은 좋아질 거야."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88일 / 맑음 ・ 28도
세미온노브카-아크큐
파블로다르를 향해서 달려간다. 아침부터 불어오는 쌀쌀한 바람이 심상치 않다.

이동거리
115Km
누적거리
12,600Km
이동시간
8시간 57분
누적시간
907시간

M38
M38
66Km / 5시간 35분
49Km / 3시간 22분
세미온
쉐르바크
아크큐
 
 
424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아침부터 찬바람이 불어온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자작 나뭇잎 소리가 너무나 좋다.

쌀쌀한 기운 탓에 침낭 속을 벗어나기가 싫다.

"자연의 알람이라니?"

한 무리의 말들이 먼지를 휘날리며 뛰어가는 통에 화들짝 놀라 일어난다.

아침으로 예브게니 아저씨가 준 전투식량 중 메밀죽을 선택하고.

메밀죽과 장조림은 메밀밥과 야채 통조림이다.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러시아의 전투식량들의 내용물을 안드레가 알려줬는데 약간 차이가 있다. 번역기의 오류겠지 싶다.

전투 식량들이 하나같이 맛이 좋다. 러시아 장교들은 전쟁이 나도 굶어 죽지는 않겠다 싶다.

텐트를 정리하고 출발을 준비한다. 파블로다르까지 210km 정도가 남았고, 오늘 가급적이면 많은 거리를 줄여놓고 내일 파블로다르에 일찍 도착하고 싶다.

여행을 하다 보니 혼잡하고 숙박비가 비싼 도시는 일찍 들어가 숙소를 잡은 후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오늘도 평평한 카자흐스탄의 초원을 달려야 한다. 맞바람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강도가 심상치 않아 바람막이를 꺼내어 입고 출발을 한다.

"바람이라면 이제 이골이 난다."

이번 이정표에는 누르술탄이 아니고 아스타나로 적혀있다. 645km.

한 시간을 달리고 소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쉬며 어제 세메이에서 사놓은 빵으로 부지런히 먹어둔다.

"오늘 꽤나 힘든 라이딩이 될 것 같아."

빵을 먹는 동안 작은 나비가 손등을 타고 내려앉는다.

"어디서 온 거니?"

바람이 힘들다. 그리고 30도를 향해 오르는 기온은 불어오는 바람으로도 더위를 식히지 못한다.

"하나만 해. 하나만!"

기분 탓인지 아니면 바람 탓인지 계속 오르막을 올라가는 기분이다.

멀리 높은 송신탑이 보이고.

작은 식당이 하나 있다.

"시원한 물!"

식당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한 부부에게 붙잡혀 이리저리 사진을 찍히고.

겨우 식당으로 들어가 카운터의 아주머니에게 10,000텡게를 보여주니 고개를 가로 젖는다. 주머니 속에 잔돈은 500텡게 밖에 없는데 밥값은 800텡게.

카자흐스탄의 작은 슈퍼나 음식점에서 10,000텡게를 쪼개는 것이 어렵다. 잔돈들을 모았지만 세메이의 숙소에서 10,000텡게를 받고 되돌려줄 잔돈이 없다고 해서 모아둔 잔돈을 모두 써버렸다.

"밥 못 먹는 거야?"

조금 전 정신없이 사진을 찍던 남자가 그 모습을 보더니 지갑에서 5,000텡게 두 장을 꺼내어 돈을 교환해 준다.

5,000텡게를 흔들며 웃으니 아주머니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그것을 보고 남자는 5,000텡게도 쪼개주겠다며 2,000텡게와 1,000텡게로 나눠 교환해 준다.

메뉴 중, 느낌대로 아무거나 주문을 하니 감자와 고기가 들어간 면요리가 나온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오늘의 컨셉은 부지런히 먹고 바람과 한 판 부대껴보는 것이다.

밥을 먹는 동안 아주머니가 자전거를 안쪽으로 들여놓으라고 한다.

"허허벌판에 누가 있다고?"

밖으로 나가니 십여 명의 가족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고, 그들에게 붙잡혀 온갖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힌다.

"아, 이 귀여운 사람들을 어떻게 하냐."

네트워크가 연결되는 곳에서 사진들을 업로드하고.

"초원의 바람은 정말 답이 없다."

몽골이 2,000미터의 초원 지대라면 카자흐스탄은 100미터 이내의 초원이다. 하늘과 구름의 색과 모양이 다를 뿐 주변의 풍경은 거의 흡사하다.

잠시 공사 중인 도로를 만나 당황했지만.

우회하는 비포장도로는 짧게 끝이 난다.

"놀랐다야."

새로 아스팔트가 깔리고 버스 정류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곳에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쉬고.

바람과 더위 속에 전혀 변하지 않는 풍경 속을 한 시간 반 동안 달린다.

"그늘도 없어!"

오르막의 끝에 다다르고 적당한 소나무 그늘을 찾으며 힘들게 이동을 하던 중.

도로변의 식당이 눈에 들어온다.

자전거를 내던지듯 세워놓고 가게 안으로 직행한다.

콜라를 집어 드는 할머니에게 연신 손사래를 치며, 어제 젊은 남자들이 주었던 음료를 달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문 앞에 있는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고 머리와 온몸에 물을 적시고.

그늘에 앉아 음료수를 드링킹.

"아, 살 것 같다."

불어오는 바람에 열기가 사그라들고,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화물차의 운전자가 나와 자전거와 나에게 관심을 갖는다.

말을 붙이기가 무섭게 인사를 하더니 인스타그램을 등록하고 영상을 찍는다. 아마도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를 올리는 모양이다.

처음 찍은 영상이 마음에 안 드는지 다시 영상을 찍으며 나에게 인사말을 강요하고.

"하이, 아임 싸비. 트레.."

인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뭔가를 중얼거리며 자기말을 하더니 촬영을 종료한다.

물을 가리키며 뭔가를 말하고 화물차에서 물 두 통을 가져와 패니어에 끼워 넣는다.

"야, 찬물을 줘야지. 그건 짐이야!"

주는 것을 사양할 수도 없고, 졸지에 미지근한 물 부자가 돼버렸다.

"고맙다. 발 씻을 때 쓸게."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 어느새 솜뭉치 같은 구름이 가득하고.

다시 40여 분을 달리고 도로변에 있는 식당으로 이끌리듯 들어간다.

"그늘!"

식당에는 슈퍼를 겸하고 있어 카운터로 걸어가 음료수를 달라 애원한다.

"아니, 저기 레몬! 레몬!"

동전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아주머니의 동전통이 가득하다.

아주머니는 웃으며 밥은 안 먹는지를 묻는다. 알 수 없는 메뉴 중 양고기가 들어간다는 수프를 주문하고.

큼지막한 양고기가 들어간 야채수프와 빵, 그리고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건네준 카바스와 같은 시원 음료로 식사를 한다.

꽤 괜찮은 맛이고, 오늘 저녁은 먹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6시가 넘어가며 조금씩 바람의 강도도 약해져 가고.

도로에 정차시킨 세 대의 차량에서 가족들이 내리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가족들과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갑자기 차의 트렁크를 열더니 음식들을 비닐봉지에 담아준다.

차갑게 보관을 한 피자처럼 좋은 냄새가 나는 빵도 넣어주고.

사진을 찍는 동안 음식을 넣은 비닐봉지는 자전거의 후미에 매달아 놓았다.

"음, 미학적 관점에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고맙고, 오늘 저녁 걱정이 없네."

봉지에 담긴 우유로 갈증을 달래고.

7시가 되면서 하루 종일 괴롭히던 바람은 페달링을 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 줄어든다.

"좀 달려 볼까."

지평선을 향해 떨어지는 해를 두고 멀리 오늘의 목적지 아크큐의 실루엣이 보인다.

"10km는 족히 넘겠는데."

구불구불 이어지는 아르티시 강을 따라 15km 정도를 달려 아크큐에 도착한다.

양을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저씨의 모습은 몽골의 목동들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마을의 초입 버스 정류장에서 구글맵으로 야영지를 찾는 동안 승용차에서 내린 젊은 남자의 가족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예르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사진을 찍은 후, 바쁘게 차량 안을 뒤적이더니 500텡게와 동전을 주고 웃으며 떠난다.

카자흐스탄으로 와서 낯선 여행자에 대한 경계의 눈빛이나 몸짓, 불온한 시선 같은 것은 느끼지 못했다.

하나같이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밝게 웃어준다. 정말 정이 많고 편안한 사람들이다.

8시 50분, 하루 종일 불어온 맞바람 때문에 생각했던 시간보다 많이 늦어졌다. 캠핑을 할 장소를 찾으며 도로를 따라가지만 정말 아무것도 없는 초원이 이어진다.

아르티시 강이 도로와 근접해지는 지점에서 강변에 텐트를 치려고 했지만 강은 하천과 비슷할 만큼 작고, 시야에 완전히 오픈되어 있다.

강의 건너편 초원과의 경계에 작은 나무 군락지로 들어간다.

서둘러 텐트를 치고, 식당에서 화물차 남자에게 받은 물로 팔과 다리를 씻어낸다.

지평선으로 빠르게 해가 떨어진다.

"힘든 하루였다."

마지막 가족이 비닐봉지에 넣어준 사과와 오이 그리고 피자 같은 빵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바로 잠자리에 든다.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고, 잠시 소변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가니 까만 하늘에 별들이 빼곡하게 박혀있다.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은하수로 보이는 별의 무리들이 하늘 위로 가로질러 이어지는 밤하늘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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