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4일 / 흐림
사우말콜-자파드노예
어젯밤부터 시작된 빗줄기는 멈추지 않는다. 코스타나이로 향하는 길의 날씨가 순조롭지 않지만 오랜만에 동풍이 불어온다.


이동거리
151Km
누적거리
13,869Km
이동시간
8시간 05분
누적시간
1,004시간

 
M36도로
 
M3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사우말콜
 
루재부카
 
자파드노
 
 
1,693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아침 9시, 빗소리와 함께 묵직한 피로함이 느껴진다. 특별히 힘든 것도 없고, 한동안 술도 마시질 않았는데 피곤하다.

카자흐스탄의 일정이 여유가 있었다면 하루 종일 빗소리를 들으며 침낭 안에서 게으름을 피웠을 것 같다.

"일단, 뭐 좀 먹자."

빵과 비스킷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으면서 비에 젖은 텐트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생각한다.

내외피를 오랜만에 분리해야겠네."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쓸데없이 동풍이 불어온다.

"백 년 만에 동풍인데, 하필 비 내리는 날이냐."

텐트의 내외피를 분리하고 내피은 텐트 가방에, 외피는 렉펙 위에 올려놓고 고무밧줄로 고정한다.

10시 40분, 늦은 기상과 텐트를 정리하느라 출발이 늦어지고, 출발을 하려니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땡땡이가 지워진 땡땡이 우의와 레인팬츠로 빗속을 달리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눈으로 흘러내리는 빗물 때문에 시야가 흐려져 라이딩이 힘들다.

연신 얼굴과 눈을 닦아가며 빗속을 달려간다. 물이 고이고 울퉁불퉁한 좁은 도로지만 다행히 차량의 통행이 거의 없어 위험하지는 않다.

어렵게 어렵게 폭우가 쏟아지는 지역을 벗어나고, 도로변에 정차를 하고 기다리고 있는 화물차 가까이 자전거를 세운다.

덩치가 좋고 뚱뚱한 화물차 기사는 자전거를 싣고 가자며 비어있는 화물칸까지 열어 보여준다.

"아니요.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손사래를 치며 고맙다는 인사를 해도, 하늘을 가리키며 계속 비가 내릴 것이라며 자전거를 실으라며 웃는다.

아저씨에게 악수를 청하며 도움의 제안에 감사를 표하고 자전거를 출발한다.

2시간여를 달리는 동안 폭우의 지역을 벗어나고 잠시 버스 정류장에서 쉬어간다.

"이건 어디서 사는 거지."

폭우 지역은 벗어났지만 하루 종일 비는 계속될 것 같다.

검은 구름이 다시 내려앉고.

"아, 텐트를 어쩐다."

쉬는 동안 빗줄기가 시작되며 출발을 재촉한다. 땀이 식으며 쌀쌀함이 느껴진다.

작은 마을을 지나며 카페가 있기를 바랐지만 헛된 바람이고.

바람과 비는 계속된다.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많은 말들이 있는 풍경을 달리고.

조금씩 밝아지는 하늘을 향해 달려간다.

길게 이어지는 조용한 도로를 달리고 출출함이 찾아든다.

딱히 휴식을 취할 구조물도 없고 갓길에 엉덩이를 깔고 앉는다.

작은 카스테라 빵과 산딸기 잼으로 허기를 채운다.

"딸기 잼이 떨어졌다."

비가 그칠 것 같던 하늘은 다시 어두워지며 안개비를 다시 흩날린다.

2시가 넘어가며 바람이 강해지고, 도로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며 기상 예보처럼 뒷바람으로 등을 밀기 시작한다.

밝은 하늘을 향해 질주를 하는 사이 자전거의 균형감이 이상하다. 뒷바퀴를 확인했지만 이상이 없고, 물컹거리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이어지고.

"앞이냐!"

매일매일 펑크가 이어지더니 이번에는 말썽이 없던 앞바퀴가 주저앉는다. 작은 철심을 제거하고 스티커형 튜브 패치로 정비를 한다.

무게의 부담이 덜한 앞바퀴라 스티커형 튜브 패치로도 충분히 압력을 버틸 것 같다.

강해진 바람 탓에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자전거를 출발한다.

오늘의 목적지 루재브카까지 30km 정도가 남았고, 백 년만의 뒷바람은 도착시간을 많이 줄여줄 것 같다.

"따듯한 샤워와 고기가 간절하다."

한 시간 정도의 질주로 한달음에 루재브카에 도착하고.

"배고파!"

도로변을 따라 시골의 집들이 길게 이어지고.

코스타나이로 가는 갈림김의 삼거리에서 길을 확인한다.

"이쪽이면 바람의 측면인데, 아쉽네. 좋았는데."

삼거리의 허름한 카페에 들어가 이전 손님이 먹다 남긴 음식 그릇을 보고 같은 메뉴를 주문한다.

닭고기를 넣은 볶음밥 두 그릇을 비우고, 한 그릇을 더 주문하자 남은 음식이 없다며 주인 여자는 난감해하며 웃는다.

"그럼 뭐?"

주인 여자가 추천한 음식은 작은 만두다. 디저트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만두로도 뭔가 허전하지만 폭발하는 식욕을 억제하고 코스타나이로 향하는 도로를 확인한다.

남은 거리 250km, 남은 이틀 동안 가기에 부담스러운 거리고, 불어오는 동풍이 너무나 아깝다.

"조금만 더 줄이자."

5시 반, 늦은 출발과 폭우로 인해 느린 이동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비가 오는 동안 바람이 없었고, 뒷바람이 불어오며 생각보다 너무 일찍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틀 후 여유로롭게 코스타나이로 들어가기 위해 거리를 줄여 놓기로 결정한다. 완벽했던 뒷바람이 약간의 측면으로 바뀌었지만 큰 문제는 없다.

끝없이 이어지는 노란 밀밭의 초원이 이어진다. 시선에서 보이는 모든 곳이 노란색의 지평선이다.

"40km만 줄여놓자."

두꺼운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지만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바람에 출렁이는 밀들의 움직임이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부드럽게 흔들거린다.

손을 뻗어 바람과 출렁이는 밀의 흔들거림을 느껴보고 싶다.

조금씩 하늘이 열리고.

반가운 태양이 수줍은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30km 정도를 마저 달리고, 도로의 상태도 괜찮아지고 따듯한 저녁 햇볕이 시작된다.

밀밭 너머의 낮게 깔려있는 옅은 구름의 실루엣이 마치 바다와 같다.

"하늘에 바다가 펼쳐졌네."

"I was here."

해가 떨어진다.

"이 하늘을 어떻게 할까."

붉은 해가 떨어지는 하늘을 향해 달려간다.

자작나무가 다란 밀밭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좋다. 여기."

텐트를 설치하고.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버너를 꺼내고.

"아껴둔 진라면!"

라면에 자민우드에서 샀던 몽골의 패스트푸드 쌀을 붓는다.

"간만에 몽골 냄새가."

폭우와 함께 시작되어 멋진 석약빛으로 마무리된 하루다.

설익은 쌀에 물을 부어 넣고 잠이 든다. 통신도 끊겨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자자!"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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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03일 / 맑음
콕셰타우-사우말콜
콕세타우를 떠나 카자흐스탄 여행의 마지막 도시 코스타나이를 향해 간다. 30일간의 체류기간이 다가오지만 시간은 충분하다.


이동거리
103Km
누적거리
13,718Km
이동시간
8시간 07분
누적시간
995시간

 
P11도로
 
P11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콕셰타우
 
아칸
 
사우말콜
 
 
1,542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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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5-757-9922

 

콕셰타우를 떠나 코스타나이를 향해서 출발한다. 콕셰타우에서 두만의 도움 요청으로 하루를 지체했지만 크게 상관은 없다.

"하루에 100km 정도씩만 이동하면 무리는 없겠지."

"알리아, 두만에게 포기하지 말고 아빠를 꼭 찾으라고 전해줘."

알리아와 작별 인사를 하고 식당에 들어가 볶음밥 두 그릇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콕셰타우의 중앙 공원을 둘러보기 위해 시내를 조금 돌았지만, 딱히 특색이 있는 공원은 아니다.

넓은 광장의 옆에 놀이공원이 함께 있는 것이 약간 독특할 뿐.

격자 모양의 콕셰타우의 시내를 돌아 나오고.

코스타나이를 향해간다. 러시아의 국경까지 700km 정도의 거리가 남았다.

"다시 시작하는구나."

콕셰타우를 벗어나 R232 메인도로에 진입했다. 구름을 보니 오늘도 바람이 불어올 모양이다.

메인도로의 첫 번째 언덕을 오르자 화물차 한 대가 정차하고 기다리고 있다.

"안녕하세요."

한국어를 하는 아저씨는 안산시에서 일을 했다고 하며 반갑게 인사를 하고 1,000텡게를 꺼내어 손에 쥐여준다.

"저 앞에 식당이 있어. 가서 밥 사 먹어."

아침으로 볶음밥을 두 그릇이나 비운 탓에 아저씨가 알려준 카페는 바로 지나친다.

하얀 점박이 무늬처럼 작은 구름들이 하늘 가득 빼곡하게 떠있다.

콕셰타우의 시계를 지나고.

도로변의 카페에서 휴식을 취한다. GPS용 휴대폰을 확인하니 오늘도 오류가 나 기록이 저장되지 않았다.

"왜 너까지 이러는 거야."

도로는 좁아지고 갓길도 사라진다. 차량의 통행이 많지 않아 불편함은 없지만 편히 앉아서 쉴 수 있었던 버스 정류장 같은 휴게소가 사라진 것이 아쉽다.

불어오는 바람에 체념하듯 익숙해지고 잠시 쉬려고 했던 곳에 도착하니 멀리 마을이 보인다.

10km 정도를 더 달려 작은 마을 예렌노브카에서 휴식을 취한다.

"구름의 모양이 정말 다양하다."

1시 30분, 잠시 고민을 하다 카페로 들어가 점심을 먹기로 한다.

"간단하게."

아침에 먹었던 볶음밥의 사진을 보여주니 식당의 아주머니는 웃으며 380을 적어 보여준다.

"왜 이렇게 싸지?"

그리고 나온 음식을 보니 저렴한 가격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밥이면 됐지."

2시, 든든해진 배를 튕기며 길을 이어간다.

바람 때문에 속도가 줄어들고, 묘한 자동차 휠을 달고 다니는 SUV에서 인상 좋은 아저씨가 손을 흔든다.

자전거를 싣고 가자는 아저씨의 제안을 웃으며 사양을 하고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2~3분 정도 도로를 따라가니 출발했던 아저씨가 다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가까이 가자 음식이 든 비닐봉지를 건네주며 웃으신다.

"쓰바시바."

봉지에는 약간의 과일들과 빵이 담겨 있다.

막내 누나는 수술을 마친 어머니가 선망증세가 있어 간병인이 힘들어한다며 전화를 한다. 입원할 때마다 반복되는 어려움이고, 그때마다 반복되는 힘겨움의 토로를 받아주어야 한다.

지친다.

한국에 있다면 간병의 어려움을 반씩 나눠지거나 알아서 해결을 해 줄 텐데, 이곳에서 어찌할 방법은 없다.

나 외에 50이 훌쩍 넘은 멀쩡한 자식이 넷이나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곳에서 노모의 간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나도, 이런 나에게라도 하소연을 해야 하는 막내 누이도 참 딱하고 불쌍하다.

"생각해 보니 4명 중 셋은 멀쩡하다는 표현도 과분하네."

몇 분 사이 내 기분처럼 타이어가 주저앉는다.

"젠장할."

모든 것이 귀찮아 펑크 패치로 대충 정비를 하고 대충 자전거를 출발한다.

5분이 안되어 다시 바람이 빠진다.

"에잇. 씨*!"

새 튜브를 찾기 위해 프런트 패니어를 모두 헤집어 놓아도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

새 튜브로 교체를 해버리고 며칠 전 머슬맨이 주었던 오이를 깨물어 먹는다.

"그래, 이 좋은 하늘 아래 화를 내어 뭐하겠어. 달라질 것도 없는데."

펑크로 인해 한 시간이 넘게 사라져 버리고, 목적지까지 갈 마음도 없이 그냥 페달만을 밟는다.

도로변에 서 있던 젊은 여자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작은 사탕들이 든 비닐봉지를 건넨다.

영어를 하는 여자와 함께 백발의 예쁜 할머니, 두건을 쓴 어머니 그리고 조그만 손으로 대뜸 악수부터 청하는 4살 정도의 남자아이와 6살 정도의 여자아이.

4대가 함께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을 하고 있다. 함께 사진을 찍자며 고운 얼굴의 할머니가 정중하게 인사를 하신다. 그 몸짓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정중하게 악수를 청하며 할머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다.

"우리 가족은 가족이라 말할 수 있을까?"

거리나 시간 같은 생각도 없이, 아무런 느낌도 없이 그냥 페달만 밟는다.

"정말 재미없네."

아저씨가 건네준 과일은 꼬마 사과와 자두 같은 과일인데 달콤하고 맛이 정말 좋다.

큰 씨를 뱉어가며 과일을 먹는 동안 차량 한 대가 바로 앞에 정차를 한다.

차에서 내린 남자와 차 안에 있는 여자, 서로 대화가 안되어 서로 웃고만 있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여자에게 다가가 번역기를 쓰려고 해도 네트워크가 끊겨 다시 서로의 눈을 보며 웃기만 한다.

어쩔 수 없이 웃으며 굿바이 인사를 교환하고, 출발하려던 남자와 여자는 500텡게를 건네주며 다시 웃는다.

세상에는 웃음만으로도 충분한 대화도 있나 보다.

휴식을 취했던 곳에서 커브를 돌자 바로 도로변의 작은 마을이 나오고, 오리들이 차로를 점령하고 길을 비켜주질 않는다.

무거웠던 마음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머릿속은 멍한 상태가 계속된다.

크게 변하지 않는 풍경 속에 기계적으로 페달을 밟으며 지나가고, 가끔씩 만나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다.

자작나무가 자라는 늪과 같은 묘한 지역이 길게 이어지고.

멀리 커다란 호수 주변으로 마을이 둥글게 들어선 모습이 보인다.

"사우말콜? 다 온 건가?"

마을 초입에 세워진 구조물에서 사진을 찍는 동안 멀리 휴게소에서 몇 명의 남자들이 기다리는 모습이 보인다.

세 명의 남자와 인사를 하고, 한 남자는 잠시 기다리라 제스처와 함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한국에서 일을 해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한국어를 하는 친구와 통화연결을 해준다.

잠시 그와 통화를 하고 숙소를 묻는 그들에게 구글맵을 검색해 사우말콜에 있는 호텔을 보여준다.

"여기 하루에 얼마야?"

"4,000텡게."

"오우, 비싸!"

비싸다고 크게 제스처를 하니 웃으며 침대 하나는 1,500텡게라고 알려준다.

"그래? 그럼 여기서 자야겠네."

인사를 하고 출발을 하려니 남자들이 '친구'라는 단어를 말하며 웃으며 손을 흔든다.

새로 포장을 하고 있는 끈적한 아스팔트 도로를 지나.

사우말콜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사우말콜은 마치 교통의 요충지처럼 동서남북으로 여러 갈래의 도로가 갈라지는 곳이다.

마을 중심의 공원 입구에서 다시 한번 호텔을 검색하고 고민을 한다. 처음 계획대로 사우말콜을 지나 캠핑을 할 것인지 아니면 검색한 숙소에 들어가 쉴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타나이까지의 거리를 조금 더 줄여놓고 싶은데, 가라앉은 기분 탓에 그냥 쉬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쉬자."

공원을 가로질러 숙소를 찾는 동안 16살 또래의 남자와 여자아이들이 호기심으로 말을 건네고, 그들과 잠시 농담을 하고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을 연결한다.

아이들의 안내를 받아 숙소로 이동하고.

도착한 숙소는 낡은 건물의 2층에 위치해 있었고, 앞장을 서며 들어가는 아이들을 따라 들어간다.

"숙박료가 얼마죠?"

"3,000텡게."

"사람들이 1,500텡게라고 했는데 아닌가요?"

숙소의 시설이나 평점에 비해 조금 비싸게 느껴진다. 숙소를 나오려고 하니 아이들이 호텔은 이곳뿐이라며 의아해한다.

"그냥 캠핑을 할래."

고개를 끄덕이던 아이들은 조금 후에 인사를 하며 돌아간다.

"비가 올 것 같은데 그냥 잘까? 몰라,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마을의 카페를 찾아 들어가 메뉴 선택의 난제를 여직원의 추천 음식으로 결정하고, 옆에 있던 남자에게 오늘 비가 올 것인지 물어보니 조금 내릴 것이라고 대답한다.

여직원이 추천한 메뉴는 만두 5개였다. 800텡게가 넘는 메뉴라 특별한 것이 나올 줄 알았는데 피식 헛웃음이 나온다.

"이건 에피타이저인가."

커다란 내부 공간의 식당은 동네에서는 제법 괜찮은 식당인지 가격이 비싸 보인다.

"맛은 좋네. 하나 더!"

만두를 하나 더 주문을 하니 여자 직원이 웃는다. 만두를 시키고 잠시 밖을 확인하니 가는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숙소? 캠핑?"

한 번 더 숙소를 검색하고 확인했지만 평점과 후기의 내용이 나쁘다.

"비가 많이 안 온다니 그냥 캠핑을 하자."

비에 젖을 텐트를 생각하니 귀찮지만 속 편하게 캠핑을 하기로 결정한다.

마을을 벗어나자 해는 떨어지고 어둠이 내려앉는다. 조금씩 비가 굵어져, 버스 정류장 같은 곳을 찾으려는 계획을 취소하고 휴게소 뒤편의 자작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화장실이 없는 휴게소의 숲 주변은 사람들이 급한 용무를 해결한 흔적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어, 최대한 깊숙이 안쪽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 적당한 곳을 찾는다.

우거진 나무 밑이라 약간의 비도 막아줄 수 있고, 사람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난 장소다. 서둘러 텐트를 설치하고, 간단히 팔과 다리를 씻고.

투둑 투둑.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바로 잠이 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4일 / 맑음 ・ 32도
투르가이-아스타나
아스타나로 향하여 4일간 달려왔던 여정이 끝나간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로 간다.


이동거리
134Km
누적거리
13,046Km
이동시간
8시간 34분
누적시간
951시간

P4
P4
70Km / 3시간 58분
64Km / 4시간 36분
투르가이
프르레츠
아스타나
 
 
1,004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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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다시 바람이 불어온다. 파블로다르에서부터 4일째 계속되는 바람이다.

"그만 불어도 되지 않니?"

간단히 세수를 하는 동안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차를 마시자며 카페를 가리킨다. 정말 카자흐스탄의 사람들은 너무나 친절하다.

자신의 승합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자는 아저씨의 제안에 웃음으로 답하자 자신의 전화번호를 주면서 필요할 때 연락을 하라고 한다.

"아저씨, 영어 못하잖아요. 하하하."

어젯밤 알리나의 가족이 놓고 간 상자 안에는 빵과 햄, 찐 감자, 삶은 계란, 오이 등등이 가득 들어있다.

"이 많은 걸 어떻게 하지. 날씨도 더운데 난감하네."

일단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식당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식당의 여자가 사탕과 쿠키를 담아 건네준다.

"일주일은 먹겠어. 오늘 배고플 일은 없어서 좋긴 한데."

텐트를 정리하고 알리나의 가족이 준 음식들은 각각의 패니어에 나눠 담는다.

카우치서핑으로 아스타나에서 하루를 머무를 호스트 팀에게 연락을 한다.

"아스타나까지 123km가 남았는데 바람이 불어 늦어질지도 모르겠어. 늦은 저녁이나 내일 정도 도착할 것 같아."

너무 늦게 도착하거나 하루가 늦어지면 호스트가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고 도착이 늦어지면 숙소를 잡는 것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가까이 오면 알려줘. 차로 픽업을 갈게."

"아냐. 오늘 안으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볼게. 주소를 줘. 도착하면 연락할게."

팀의 집은 아스타나의 외곽에 있어 140km 정도의 거리가 찍힌다.

"야, 이게 부지런히 가야겠다."

바람을 이기며 15km씩 이동을 한다.

"남서쪽으로 가니 서남풍이 불어오네. 참 나."

길을 따라가던 중 차량을 세우고 기다리던 커플은 트렁크를 열고 커다란 생수통을 가리키고 웃으며 인사를 한다.

"노, 노, 노, 노!"

사진을 찍은 후 남자는 꿀처럼 보이는 큰 유리병을 던지듯 건네주고 가버린다. 시골 할머니들이 아무리 사양을 해도 주머니에 돈을 꽂아 넣어 주며 괜찮다는 듯 웃어주는 그런 모양새다.

"아니, 이 무거운 것을 어떻게 하지. 이러다 살아있는 말도 주는 거 아냐?"

어찌 됐든 여자를 데려가라는 몽골 사람들보다는 괜찮지만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친절은 너무나 과분할 정도이다.

카우치서핑으로 호스트를 찾아 하루를 머물며 신세를 지는 것이 숙소비를 절약하고 현지의 사람들과 편하게 만날 수 있어 좋기는 한데, 일정이 정확하지 않은 자전거 여행이다 보니 날씨나 자전거 트러블 같은 변수가 있어 도착 시간에 대한 압박이 느껴진다.

물론 하루나 이틀 동안 잠자리를 내어주고 음식 등을 대접하겠다는 호스트들은 그런 것에 신경을 덜 쓰겠지만, 어쨌든 한국 사람이고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라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늦어지면 먼저 연락하고 숙소를 잡자."

15~18km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며 50분 단위의 휴식으로 평상시보다 짧게 짧게 끊어간다.

"오늘은 먹는 것도 부지런해야 해."

패니어에 가득 들어있는 음식들을 부지런히 먹어 치워야 한다.

날은 계속해서 더워지고 바람 때문에 조금 선선했던 이틀보다 7~8도가 더 올라간다.

배는 든든하게 부르지만 갈증이 밀려온다.

아주 멀리서 흰색의 승용차가 정차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몽골에서는 길 위에 차량이 정차되어 있으면 왠지 모를 피곤한 감정이 앞서들었는데, 카자흐스탄에서는 그들의 친절함이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역시나 밝게 웃는 커플이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차에서 한가득 음식들을 건네준다.

"아니, 많아요! 엄청 많이 있어요."

말이 안 통하니 웃으며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표정하게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차갑게 냉장이 잘 된 빵과 과자, 포도 그리고 바나나까지 받아들 수밖에 없다. 하나를 먹으면 세 개가 더 늘어나는 음식들이다.

시원한 작은 포도로 갈증을 해소시키고 무르기 쉬운 바나나는 바로 먹어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

모든 패니어에 음식들이 가득 들어 있어 더는 넣을 공간도 없다. 음식이라기보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정이라는 것이 맞는 표현 같다.

먹을 수 있는 만큼 감사하게 먹고, 남은 음식들은 호스트에게 주면 될 것이다. 문득 이쯤 되면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국인을 도와주라는 방송이 나간 것은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든다.

"그냥 하릴없이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일 뿐인데."

어느 나라 사람들이든, 무엇을 하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현재를 벗어나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속의 바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막연하고 헛헛한 감정선 같은 것이 있나 보다 생각하고 만다.

무엇을 위해 여행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쓸데없는 나의 여정이 누군가에게 작은 에피소드가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고마운 일이다.

멀리 보이는 초원에서 불이 났는지 검은 연기가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다.

"불이 났는가? 그건 그거고, 연기가 바로 올라가네."

"오호, 드디어 바람이 사그라드는 건가."

아스타나까지 70km 정도를 남기고 4일 동안 괴롭히던 바람이 사그라든다.

"아, 시원한 물이 필요해."

아스타나에 가까워지며 도로의 상태도, 갓길의 너비도 좋아지고.

"사비, 어디쯤 왔어?"

"50km 정도 남았어. 4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 8시쯤 도착하겠다."

네트워크가 끊겨 연락이 안 되던 팀과 메시지를 교환하고 아스타나를 향해 달려간다.

의미를 알 수 없는 톨게이트를 지나며 아스타나의 경계를 넘고 부쩍 혼잡해진 도로를 따라 페달을 밟아간다.

속도가 빨라지며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람만 없으면 이렇게 좋은데."

천천히 아스타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차량의 통행이 많아질수록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의 수도 그만큼씩 늘어난다.

이상한 일이지만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도시로 진입하는 도로들은 모두 상태가 안 좋다.

"이 지역들의 컨셉인가?"

공단 지역과 같은 아스타나의 외곽을 가로질러.

중국의 도시마다 들어선 화력 발전소와 비슷한 모양의 거대한 굴뚝을 지나고.

이스티나의 북동쪽 시내로 들어선다. 일단, 시원한 물을 마시고 싶은 갈증이 밀려온다.

"오, 버거킹! 좋은 도시임이 틀림없다."

슈퍼에 들러 음료수를 사들고,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덕에 시내를 둘러보고 팀의 집으로 갈 생각이다.

구글맵으로 아스타나의 시내를 검색하는 동안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사진을 찍자며 인사를 한다. 잠시 어딘가에 엉덩이를 붙이기가 무섭지만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웃는 얼굴은 참 편안하다.

근처에 있는 공원과 모스크를 구경하고 팀의 집으로 가는 경로를 잡는다.

전쟁 기념 공원을 지나.

웅장한 규모의 모스크, Hazrat Sultan Mosque으로 향한다.

유난히 깔끔하고 깨끗한 아스타나의 시내.

거대한 규모의 모스크가 한눈에 들어온다.

"와우!"

아치형 돔과 네 개의 기둥, 흰색의 외관이 저녁의 햇볕을 받아 유독 아름답게 느껴진다.

모스크의 광장에서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을 때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저팬?"

한 사람으로 시작된 '셀피'는 끊임없이 이어져 모스크의 모습을 감상하기는커녕 제대로 된 사진조차 찍을 수가 없다.

자리를 옮겨 모스크의 측면으로 이동했지만 그곳에는 또 다른 카자흐스탄의 사람들이 모여들 뿐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겠다. 팀의 집으로 가자."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히고 질문에 대답을 하느라 다른 곳을 둘러볼 염두가 나질 않는다.

모스크를 빠져나와 팀의 집을 찾아간다.

모스크 옆에 위치한 공원을 지나치고.

작은 이심강을 건너.

2017년 엑스포가 열린 엑스포 광장으로 이동, 이곳은 마치 신도시처럼 새로운 아파트 단지들이 조성되어 있다.

해는 저물어 가고.

팀이 알러준 주소에 도착하여 메시지를 보낸다.

"팀, 나 왔어."

팀은 다시 자세한 주소를 구글맵으로 찍어주고, 그곳의 사거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큰 키에 마른 체형, 환하게 웃는 얼굴이 친숙하고 차분한 성격을 갖은 친구로 느껴진다.

팀의 안내로 새로 지어진듯한 오피스텔의 19층 그의 집에 도착한다.

오늘 먼저 도착한 키프로스의 젊은 학생 커플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프랭키 커플은 배낭 여행으로 1년 동안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하고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에 놓여있는 체중기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설마?"

하루 종일 물과 음식을 섭취하고 왔는데 60kg이 나온다.

"고장난 거 아니야?"

길 위에서 만난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챙겨준 음식들을 팀에게 건네주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함께 웃는다.

팀이 저녁으로 샐러드와 계란 후라이로 대접하고 차를 마시며 넷이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천천히 말해라, 못 알아듣는다. 그리고 내 말은 너네들이 알아서 듣고 이해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알마티 그리고 키프로스와 터키, 한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멋진 곳들의 정보를 많이 알려준다.

"터키에서 10달러면 키프로스에 갈 수 있다는 말이지. 알았어!"

"응, 근데 하루면 다 구경할 거야."

12시가 되어 거실의 넓은 소파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어 편하게 잠이 든다.

잠시 시내를 지나며 아스타나를 구경했지만 작은 도시 아스타나가 궁금해진다.

현재의 카자흐스탄에 모든 것들이 집약되어 있는 듯한 아스타나는 색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도시다.

내일은 팀과 함께 논의를 한 경로를 따라 아스타나를 불러볼 생각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86일 / 맑음 ・ 32도
세메이
세메이에서 휴식을 취하며 자료들을 정리한다.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2,36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91시간

셀프이발
양꼬치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식당
숙소
 
 
191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9시가 넘어 잠이 깬다. 나른한 게으름이 시작된다.

어제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덥다. 정비를 한 튜브를 장착하고 출발을 준비하다 그냥 쉬기로 한다.

"음, 뭔가 프레쉬한 것이 필요해."

면도를 하고 머리를 자른다. 셀프치고는 나름 괜찮다.

"월터, 어때?"

"음, 이제 러시아 여자가 웃을 거야!"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밀린 빨래를 하고.

"햇볕이 좋은데."

이틀 만에 출근한 마리나에게 식당을 물어본다.

"바베큐, 맥주!"

숙소 근처의 식당으로 자전거를 타고.

셀프 이발로 아낀 이발비로 점심을 푸짐하게 먹는다.

1,800텡게 양고기 케밥 이라나.

"5,500원 치고는 과하게 고급지고 양이 많군. 그럼, 두 꼬치!"

10시가 되어서야 해가 떨어지고, 밤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제, 아스타나로 가 볼까!"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84일 / 맑음 ・ 34도
보로둘리하-세메이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들어오는 국경을 무사히 넘고, 보로둘리하에서 자넬을 만나 유심카드도 쉽게 구매했다. 카자흐스탄의 첫 번째 도시 세메이를 향해 여행을 시작한다.


이동거리
85Km
누적거리
12,367Km
이동시간
6시간 02분
누적시간
891시간

A11
A11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보로둘리
시계
세메이
 
 
191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새벽 늦게 잠들었지만 7시가 넘으며 텐트 안이 더워지며 강제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8시가 되기도 전에 강렬한 햇볕이 따갑고, 숨이 턱 막히게 하는 날씨다.

공원에서는 아침부터 꽃과 나무에 물을 주느라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물 호스를 빌려 세수와 함께 온몸을 닦아내고 싶었지만 왠지 한가로운 짓 같다.

어제 공원의 관리인과 자넬에게서 느꼈지만 공원은 이곳 사람들에게 중요한 공간인 것 같다. 이른 아침부터 공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애정 어린 손길들이 느껴진다.

텐트를 정리하기 전 자전거를 살펴보니 타이어가 주저앉아 있다.

"아이고."

짐들을 정리하고 텐트를 말리며 타이어에 바람을 넣는 동안 한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며 말을 건넨다. 무뚝뚝한 러시아, 관심이 부담스러운 몽골인에 비해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편안하고 다정다감하다.

"비상식을 사고, 자넬이 소개해 준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출발하자."

세메이까지 70km의 거리, 천천히 이동을 해도 이른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카우치서핑이나 해 볼까?"

물을 사기 위해 카드 카드 결제가 되는 슈퍼로 들어가니 시원한 에어컨이 켜져있다. 슈퍼를 둘러보는데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웃는 얼굴로 무어라 계속 말을 한다.

생수를 들고 흔들어 보고 있으니 재미있다는 듯 계속 말을 한다. 모르면 괜찮지만 알고 있으면 써먹어야 한다. 어젯밤 위너님이 알려준 대로 '녯가즈'라고 말하니 탄산수들 가운데 생수를 골라 준다.

"스바시바!"

요거트와 콜라를 사들고 계산을 할 때까지 무엇이 그렇게 반갑고 좋은지 살가운 웃음으로 말들을 이어간다.

"어디로 가니?"

슈퍼를 나와 시원한 콜라를 마시고 있으니 조금 전의 아주머니와 그녀의 남편으로 보리는 남자가 질문을 한다.

명함을 건네주고 여행에 대해 설명을 하니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고 슈퍼로 들어간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동네의 꼬마들이 자신들의 핸드폰을 들고 망설이더니, 물과 요거트를 패니어에 집어넣자 수줍게 다가와 사진을 찍자고 한다.

"그래, 이리 와."

각자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더니 인사를 하며 돌아간다.

식당으로 출발을 하려는데 아주머니가 바쁘게 나오더니 돔브라 모양의 열쇠고리를 선물로 준다.

마을 초입에 있는 식당으로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종업원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가 좋은 얼굴로 응대를 한다.

"카드로 결제가 돼요?"

약간 뚱뚱한 카운터의 여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 젖고, 친절한 종업원이 '방크'라며 은행이 있는 방향을 알려준다.

"방크에 갔다 올게."

마을로 다시 들어가 은행을 찾아도 은행 비슷한 것도 없고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손인사를 한다.

자넬을 만났던 곳까지 이동을 했지만 은행은 없다. 길 건너편에서 중년의 여자가 손짓으로 나를 부르더니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한다.

"은행이 어디에 있어요?"

손짓으로 은행의 방향을 알려주는데 공원 근처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그녀가 알려준 대로 집들 사이의 골목을 따라 공원의 입구까지 다시 갔지만 아무리 봐도 은행이 있을법한 장소가 아니다.

다시 길을 돌아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우체국 앞에 있던 아저씨가 인사를 한다.

"아저씨, 은행이 어디 있어요?"

아저씨가 다가와 구글맵을 보며 은행이 있는 위치를 알려주고, 맵을 확인하는 동안 계속해서 몸짓으로 길을 안내한다.


공원 뒤쪽의 길을 따라 이동하여 마을의 외진 곳에 있는 은행을 찾았다.

"아니, 은행이 왜 여기에 있어?"

은행 앞의 그늘진 곳의 벤치에 앉아있던 할아버지가 인상 좋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그의 옆에 앉아 은행의 이름을 검색하니 카자흐스탄의 최대 은행 Halyk Bank다.

여행 경비 50,000텡게를 찾고 할아버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식당으로 갔다.

아침부터 은행을 찾기 위해 보로둘리하의 온 동네를 휘졌고 다녔지만 피곤하고 힘들기 보다 사람들의 반가운 환대에 즐거움이 가득하다.

식당에 도착하여 먼저 펑크를 정비한다.

어제 스티커형 펑크패치를 붙인 곳이 떨어져 있다.

"간편해서 좋았는데, 딱 그것만이군."

본드칠을 하여 정성스럽게 펑크패치를 다시 붙였지만 펑크패치의 팽창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펑크 수리를 하는 동안 고기를 굽던 남자가 커피를 타서 건네준다.

어쨌든 펑크 수리를 했지만 오늘 하루만 버텨줬으면 좋겠다. 이틀 전부터 너덜거리던 바테잎도 전기 테이프로 단단히 고정을 하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종업원 여자가 다시 반갑게 맞이해주고, 식당에는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있다.

메뉴판에서 600텡게 볶음밥과 350텡게의 고기 메뉴 같은 것을 주문하고 10,000텡게를 주자 뚱뚱한 카운터의 여자가 잔돈이 없다는 제스처를 하며 안 된다고 한다.

"없어? 안 돼?"

어이가 없으니 웃음만 나온다.

"돈이 있어도 밥을 먹을 수 없다니."

한국돈 30,000원 정도의 금액인데 바꿔줄 잔돈이 없어서 밥을 못 먹다니.

식사를 포기하고 빈 테이블에 앉아서 세메이로 가는 도로를 확인하고 있으니, 잠시 후 여자 종업원이 나를 부른다.

손님들에게 받은 음식값들을 더하고, 자신들의 지갑을 털어 카자흐스탄의 모든 지폐와 동전들을 하나씩 카운터 위에 올려놓는다.

"뭔 종류가 이렇게 많아."

무표정했던 뚱뚱한 카운터의 여자도 끝내 웃음을 터트린다.

그림과는 많이 다른 메뉴가 나왔지만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 은행을 찾느라 거리를 헤매고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느라 늦은 아침의 식사가 점심 식사가 돼버렸지만 사람들로 인해 마음이 넉넉해진다.

식당의 주차장에서 7~8명의 남자들이 인사를 하며 악수를 청하고 이것저것들을 묻는다.

즐거운 농담과 웃음들이 오가고 보로둘리하를 떠난다.

여행을 하며 많은 친절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마을 전체에서 마주한 모든 사람들이 친절한 웃음과 환대를 해주는 곳은 처음이다.

어제 보로둘리하에 도착하며 규모가 작은 올드 타운의 모습에 약간 경계의 마음을 가졌었다.

자연, 울창한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보로둘리하의 사람들에게서는 은은한 솔향기가 느껴진다. 그들과의 만남은 카자흐스탄 여행의 첫 번째 선물처럼 생각된다.

"고마워. 보로둘리하!"

작은 다리를 건너 어제 지나왔던 소나무 숲을 가로질러 디미트리에브카로 돌아온다.

오르막길이 돼버린 도로를 올라오느라 갈증이 난다. 사거리의 작은 슈퍼에 들어간다.

"물, 시원한 물!"

카자흐스탄의 작은 슈퍼에도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하는 기기가 놓여있다.

슈퍼를 들어가기 전부터 말을 건네던 아저씨가 사진을 찍자고 하고.

시원한 냉수를 마시며 쉬고 있으니 길을 가던 남자가 다가와 어떤 말을 하더니 못 알아 들으니 시크하게 빵 한 봉지를 건네주고 간다.

2시, 슈퍼 앞에서 충분히 휴식을 하고 세메이로 출발한다.

더워지는 날씨, 여전히 평평한 도로를 언더바를 잡고 질주한다.

넓은 평야에는 수풀들을 동그랗게 말아놓은 커다란 짚단들이 여기저기 놓여있고.

빠르게 빠르게 세메이로 향하지만 도로의 상태가 조금 아쉽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남은 세메이까지 남은 거리는 30km.

쉬지 않고 계속해서 페달을 밟아가고, 27km를 남기고 철도 건널목을 건넌다.

작은 식당들이 모여있는데 쉴 그늘이 없다.

도로변 식당 앞에 주차되어 있는 화물차의 그늘에서 첫 번째 휴식을 취한다.

식당에서 채운 물로 목덜미와 팔뚝에 물을 부으니 뜨거운 기운이 느껴져 깜짝 놀란다. 잠시 후 불어오는 바람에 물에 젖은 부분이 시원해진다.

여러 차례 온몸에 물을 부어가며 더위를 식히고, 미지근한 물을 마셔보지만 숨이 막히는 무더위다.

화물차가 만든 그늘에서 쪼그려앉아 카우치서핑으로 호스트를 찾는데, 식사를 마친 화물차가 출발을 해버린다.

"으, 더워. 좋았는데."

어쩔 수 없이 다시 출발을 하고, 길은 소나무 숲을 향해 길게 이어진다.

세메이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페달링이 느려지고.

더위에 지쳐간다.

겨우 도로변의 그늘을 찾아 햇볕을 피하고.

"돔브라를 어디에 달아 볼까?"

아침에 보로둘리하의 슈퍼에서 선물 받은 열쇠고리는 핸들 패니어에 달아둔다.

세메이로 향하는 도로는 내리막길이 이어지지만 쉽게 내려가지 않고 회전을 반복한다.

세메이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이고.

시내의 외곽에서부터 도로의 상태가 매끈하게 변한다. 초입에 들어선 음식점에서 바베큐 냄새들이 유혹을 하지만 지금은 고기보다 시원한 음료가 마시고 싶다.

슈퍼를 찾으며 도로를 따라가지만 쉽게 찾을 수가 없다. 몽골과 러시아에서는 슈퍼를 쉽게 구분할 수 있었는데 카자흐스탄에서는 구별이 쉽지 않다.

세메이 중심으로 들어가는 Y자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숙소로 알아보았던 호텔의 방향이고, 왼쪽은 시내 중심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지만 시내를 보고 숙소로 가기 위해 왼쪽의 도로로 진입한다.

단층의 목조 주택들을 지나며 차량의 통행은 급속도로 복잡해진다.

하지만 운전 매너가 좋은 카자흐스탄의 운전자들이라 어렵지는 않고, 여기저기에서 손인사들을 전한다.

차량을 세우고 기다리며 사진을 찍자며 정중히 요청하는 사람들도 많고 다들 즐거워한다.

카자흐스탄으로 들어와 이틀 동안 정말 많은 사진을 찍는다.

가로수와 수풀이 무성한 시내길을 지나 빌딩과 상가가 들어선 시내 중심에 도착한다.

"왔다!"

박물관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슈퍼는 어디에 있는 거야?"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어야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콘에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저울에 달아 가격을 알려준다.

"왠지 합리적인 것 같으면서도 비효율적이네."

바닐라와 멜론 맛의 아이스크림을 선택하고.

작은 아이스크림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날씨가 덥다 보니 아이스크림은 겨우 아이스한 정도이다.

그늘에서 카우치서핑을 확인하고, 저렴한 숙소들을 검색하다 더위에 지쳐버린다.

"에쒸, 왜 이렇게 더워. 몇 도야?"

32도, 몽골에 비해 기온이 높지만 따가운 햇볕의 몽골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오면서 바람마저 후덥지근한 바람으로 변하여 숨이 막혀온다. 물론 덥기는 몽골이나 카자흐스탄이나 마찬가지다.

부킹닷컴으로 저렴한 숙소를 예약한다. 침대가 있는 호텔은 몽골의 울기가 마지막이었으니 한 달 만인가 보다.

"그래, 오랜만에 편하게 에어컨 바람도 쐬어보고 자료도 정리하자."

고급진 6,000텡게(18,000원)짜리 호텔은 시내 외곽에 위치해 있다.

아르티시강을 따라 시내를 구경하고.

강변의 산책로를 둘러보고.

강변을 산책하는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외곽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2층 건물의 가정집 같은데 단층의 목조 건물들 사이에 있으니 고급진 호텔로 보인다.

프런트에 들어가자 시원한 에어컨이 틀어져 있다.

"물, 코크!"

냉장고에 있는 물과 콜라를 집어 드는데 미지근하다. '왜?'라는 표정으로 여직원을 쳐다보니 웃으면서 냉장고의 코드를 찾아 콘센트에 꽂는다.

체크인을 하고.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방은 천국과 다름없다.

졸졸거리며 새어 나오는 샤워기로 샤워를 하고 알몸으로 누운 채 천국을 만끽한다.

"아, 저 에어컨 떼어가고 싶다."

해가 저물어 가고, 숙소의 냉장고 속 음료들은 여전히 만족스러울 만큼 시원하지가 않다.

"주변에 식당 없어?"

"2km 정도 걸어가면 돼."

"안 갈래. 슈퍼는?"

"큰 슈퍼는 없어."

"왓?"

"길 건너편에 손톱만 한 가게는 있어."

손톱만 한 가게에서 콜라와 카자흐스탄 컵라면을 사들고 돌아온다.

더위에 지친 탓인지 배는 고프지만 심하게 음식이 당기지는 않는다.

모기에 물리고, 상처가 나고, 이상하게 간지럽고, 얼룩덜룩 제각각의 색으로 변해간다.

큰 용량의 컵라면인데 엄청 싸다. 600원 정도.

"무슨 맛일까?"

카레맛이 나는데 국물이 시원하고 좋다. 하지만 면발은 영 별로다.

일기를 써야 하는데 졸리다.

"아, 모르겠다. 천국에선 일기 같은 것은 안 쓸 거야. 매일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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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82일 / 흐림
룹촙스크
비가 내린다. 첫 번째 러시아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룹촙스크에서 하루를 쉬며 휴식을 취한 후 카자흐스탄으로 떠날 생각이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2,176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77시간

 
재래시장
 
러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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룹촙스크
 
룹촙스크
 
룹촙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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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에 잠이 깨고, 창밖에선 비가 내리고 있다. 피곤함에 다시 잠이 든다.

10시에 일어나 산책 겸 아침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재래시장 같은 골목이 보이고.

룹촙스크의 시내가 한가롭다.

극장처럼 보이는 곳의 레스토랑에 200루블의 세트 메뉴가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그냥 그림만 좋아 보이는 메뉴다.

오면서 보았던 재래시장으로 들어간다. 의류와 신발 같은 것을 주로 팔고 있고.

한 블록에는 야채와 과일을 파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제법 사람들도 북적이고.

"시장은 장터 음식이지."

고기를 굽고 있는 시장의 음식점으로 들어가 그림 속에 있는 꼬치구이를 가리키며 주문한다.

160루블, 역시 시장이라 저렴하다.

식빵과 양파 그리고 꼬치구이가 나온다. 물론 싼 게 비지떡이지만 그런대로 고기니까 괜찮다.

숙소 쪽으로 걸어 나오니 바로 숙소의 맞은편이 시장의 입구다.

빗물에 자전거가 깨끗하게 세차가 되고.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5시가 가까워지니 슬슬 배가 고프다.

이번에는 아침에 먹었던 식당의 옆집으로 가보려고 했는데, 재래시장은 4시에 모두 문을 닫는가 보다.

오전에 보았던 극장 같은 곳의 레스토랑으로 걸어간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레스토랑이 맞는지 확인을 하고 있으니 건물의 관리를 하는 아저씨가 무언가를 말한다.

"이게 레스토랑이죠?"

"맞아, 그런데 네 복장으로는 들어갈 수 없어!"

반바지 차림에 맨발로 있는 나를 보더니 자신처럼 긴바지의 복장을 해야 한다는 듯 제스처를 한다.

"왜? 내 복장이 어때서."

아저씨에게 주변의 식당을 물어보니 재래시장의 입구를 지나 마리아-라 슈퍼에 식당이 있다고 알려준다.

커다란 마리아-라 매장이 보이고, 광장에는 러시아의 도시에서 흔하게 보이는 노점이 보인다. 맥주나 음료를 파는 것 같은데 항상 궁금했다.

"이게 뭐야?"

책을 읽고 있던 여자는 살짝 웃으며 카바스라고 한다. 비스크의 세미온의 집에서 하루를 보낼 때 그는 슈퍼에서 카바스 두 통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월터는 러시아의 국민 음료수라고 알려주었다.

"아, 카바스. 얼마예요?"

작은 컵으로 한 잔에 10루블을 받는다. 거리나 도로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카바스를 파는 노점이다.

약간 달달한 음료인데, 시원하게 마시면 더 좋을 것 같다.

마리아라에 들어가.

빵과 치킨 반마리를 사서 저녁을 해결한다.

오후 늦게 비는 멈추고 하늘이 맑아진다.

숙소에 러시아 친구가 들어온다. 아무런 말도 없는 그에게 인사를 하고 얘기를 하던 중 궁금했던 것을 물어본다.

"그런데 러시안들은 왜 잘 안 웃어?"

생뚱맞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을 일이 있으면 잘 웃지만, 평상시에는 잘 웃지 않아."

"왜?"

"별일 없이 웃으면 바보라고 생각하거든."

위너님이 알려주었던 이유와 똑같이 말하며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내가 생각하기엔 안 웃는 것이 더 바보 같던데."

어쨌든 식당, 호텔, 슈퍼 그리고 길거리에서 만난 러시아의 여자들이 웃지 않는 이유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런 것이 아니고, 월터의 말처럼 단지 러시안이기 때문이었다.

"겁나 다행이네. 다리 펴고 편히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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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81일 / 맑음
포스펠리카-룹촙스크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길, 러시아의 마지막 도시 룹촙스크로 들어간다. 


이동거리
84Km
누적거리
12,176Km
이동시간
5시간 36분
누적시간
877시간

 
A322도로
 
A322도로
 
 
 
 
 
 
 
0Km / 0시간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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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펠리
 
해바라기
 
룹촙스크
 
 
1,27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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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화물차들이 주차장으로 들어와 휴식을 하는 바람에 조금 시끄러웠고, 새벽 일찍 떠나는 화물차들의 엔진음으로 6시부터 잠이 깨고 잠들기를 반복해야 했다.

8시가 안되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양치와 함께 짐들을 정리한다.

식당에 들어가 세수를 하고 아침으로 고기를 주문했다. 250루블.

출발하기 전 몽골의 보츠와 같은 튀김 만두를 두 개를 점심으로 먹기 위해 포장을 한다. 여전히 식당의 종업원들은 잘 웃지 않는다.

"먼저 웃으면 바보처럼 보일까 봐 그렇다고?"

안개가 내려앉은 아침의 날씨가 꽤 쌀쌀하다. 바람막이를 꺼내어 입고 출발을 한다. 오늘은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러시아의 마지막 도시 룹촙스크로 간다. 90km 정도의 거리다.

15km 정도의 속도로 길을 이어가고.

끝없는 해바라기 밭은 오늘도 계속된다.

"언제쯤 이 해바라기 밭이 끝날까?"

12시, 점심을 먹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음식점에서 사온 튀김만두를 꺼내었다. 크기에 비해 만두의 소로 들어간 고기의 양이 조금 적어 약간 실망스럽다.

"45km 정도 남았네. 일찍 도착할 수 있겠다."

도로변에 접근하기 편안한 해바라기 밭이 나온다.

"사진을 좀 찍고 갈까. 또 언제 이런 해바라기 밭을 볼 수 있겠어?"

해바라기를 찍고 출발한 길은 기역자를 그리며 왼쪽 방향으로 크게 휘어진다. 일직선으로 길게 뻗은 평탄한 길이 질주의 유혹을 보낸다.

"뭐, 그럼 달려줘야지."

5km 정도의 직선 도로를 언더바를 잡고 힘차게 질주하니 시원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길은 다시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룹촙스크 까지 27km가 남았음을 알려준다.

천천히 도로를 따라가며 쉴만한 장소를 찾는다.

작은 마을 앞에 놓여있는 버스 정류장을 발견하고 길을 건너자 뒷바퀴가 물컹거린다.

"잉? 또?"

튜브를 탈착해 보니 이물질이 박혀 펑크가 난 것이 아니고 튜브가 약간 불량인 것 같다.

펑크 패치로 정비를 했지만 실패, 아무래도 몽골에서 산 본드의 성능이 떨어지나 보다.

새 튜브를 꺼내어 교체를 하고, 오늘 숙소에 들어가 두 개의 튜브를 정비해둘 생각이다.

천천히 라이딩의 속도를 줄이며 여유를 부리고.

인공 호수인지, 자연 호수인지 알 수 없는 저수지 크기의 작은 호수가 나오고 도로는 호수를 가로질러 이어진다.

작지만 오랜만에 호수를 보니 마음이 후련하다.

"바다도 보고 싶네."

작은 호수를 지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공장의 굴뚝을 시작으로 룹촙스크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 나무집들을 지나 두 번째 호수를 앞두고 룹촙스크로 들어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A322의 도로를 따라 룹촙스크의 외곽을 돌아 시내로 들어가는 큰 길이 나오지만 작은 길을 따라 시내 외곽부터 구경을 하고 싶다.

잠시, 두 번째 호수를 구경하러 가보니 10여 명의 남녀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호수로 들어가는 입구에 요금을 받은 관리소가 있다. 미끄럼틀처럼 보이는 커다란 목조건물이 호수를 향해 경사를 두고 만들어져 있다.

"별거 없네. 시내로 들어가자."

흙길과 울퉁불퉁한 시멘트길을 따라 룹촙스크의 외곽을 지나가고.

철도길을 넘어.

시내로 들어간다.

러시아 도시의 주택가 도로는 몽골처럼 포장이 안 된 흙길 그대로다.

과일을 파는 노점상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으로 보아 재래시장의 근처인것처럼도 보이고.

룹촙스크 시내의 인도는 오래된 가로수가 우거진 흙길이고, 차도 역시 먼지가 날리는 오래된 시멘트길이다.

"나라가 작아서 그렇겠지만 우리나라가 참 대단한 나라야."

지방의 소도시는 물론 작은 시골의 마을까지 깨끗하게 도로가 정비되고 관리되는 우리나라가 대단해 보인다.

시내에 있는 광장을 향해 길을 따라가고.

오래된 건물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룹촙스크 의 광장이 나온다.

공장의 중앙에는 클래식 음악에 맞춰 분수들이 물을 뿜어내고 있고, 한 무리의 아이들이 신나게 물장난을 치고 있다.

광장의 정면에 레닌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분수대에서는 아이들이, 주변의 벤치에는 부모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리에 앉아 구글맵으로 주변의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하고.

6인실 침대가 놓인 깨끗한 호스텔을 찾았다.

"바로 옆에 있네. 좋았어."

일단 슈퍼에 들러 탄산수 하나를 사서 갈증을 해결한다. 가끔은 콜라보다 탄산수가 좋은 것 같다. 가격도 저렴하고.

"러시아에서 탄산수 맛을 알아버렸네."

검색했던 호스텔로 갔지만 프런트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는 시큰둥하게 방이 없다며 몇 마디를 하고 그만이다.

"러시아의 일방적인 응대 문화야? 뭐야? 뭐가 이렇게 불편해!"

혹시나 하고 트립닷컴을 검색하니 호텔의 저렴한 3인실 룸이 검색된다. 추가 정보가 불확실하여 일단 호텔로 이동한다.

호텔을 찾는 동안 길거리의 아저씨들과 운전자들이 환대를 해주며 인사를 하고.

트립닷컴의 호텔에 도착한다.

"외관이 그럴싸한데. 저렴한 방이 있다고?"

호텔의 프런트에는 세 명의 젊은 여자들이 앉아있다.

트립닷컴의 화면을 보여주며 투숙을 하고 싶다고 하니 가장 어려 보이는 직원이 당황한 듯 살짝 웃으며 안내를 한다.

"1,800루블."

"아니, 그 방 아니고."

다시 트립닷컴의 화면을 보여주며 3인실 방을 확인시켜 주어도 여전히 어리둥절.

"그냥, 온라인으로 결제해도 될까요?"

여직원은 뭔지 모르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 있던 여직원 뭔가를 퉁명스럽게 몇 마디 하고 만다.

트립닷컴으로 할인까지 받아 8,000원이 안 되는 금액을 결제하고, 호텔 바우처를 보여줘도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니, 왜 너네가 당황을 해. 난감한 건 난데."

몇 분 동안 아무런 안내도 없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냥 책상에만 앉아있다.

"어떤 문제라도 있어?"

그제서야 몇 마디를 러시아말로 중얼거리는 여직원이다. 번역기를 갖다 대니 '필요서류'라는 말이 번역된다.

"혹시 여권?"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여권을 주자 여러 차례 복사를 하더니 방의 키를 들고 안내를 한다.

"아니, 말을 해야 알지. 뚱한 표정으로 멀뚱하게 앉아있으면 어쩌라는 거야."

숙소는 호텔의 별관처럼 도로변에 있는 저가형 룸들의 건물이다.

3개의 침대와 화장실이 있고, 별관의 휴게실에는 에어컨이 나오는 것 같다.

"아주 좋아."

여직원은 방을 확인시켜 주고 열쇠만을 건네준 후 돌아가버린다.

"한 번이라도 웃으면 얼굴에 주름이라도 생긴다니."

짐들을 옮겨놓고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한다.

"월터, 러시아 여자들은 정말 잘 안 웃어. 내가 못생겨서 그런가 봐."

"아냐, 그냥 러시아인이라 그런 거야."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갈 겸 룹촙스크 시내를 살짝 둘러본다.

사람들이 모여있을 기차역으로 가서.

전쟁 영웅으로 보이는 사람의 동상을 보고, 공원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작은 도시라 딱히 별다른 것은 없다.

"오, 생맥주 가게. 맥주나 1리터 사 마실까?"

근처 슈퍼에 가서 90루블 통닭 반 마리와 맥주 두 캔을 사서 돌아온다.

이곳의 인도는 가로수 관리나 인도 정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러시아의 도시들이 모두 그랬지만 자연스럽다고 하기에는 방치된 느낌에 가깝다.

잘 보면 몽골의 도시들이 러시아의 도시들과 구조나 모습들이 흡사하다.

"몽골은 러시아의 영향을 복사하듯 받았네."

아마도 몽골 도시의 설계나 건축은 러시아의 원조나 시공으로 거의 대부분이 이루어진 것 같다.

호텔 입구에 있는 묘한 광고판이 눈길을 끈다.

"마사지 광고야? 꿀 광고야?"

숙소로 들어와 저녁을 먹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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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80일 / 맑음
알레이스크-포스펠리카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길, 러시아의 마지막 국경 도시 룹촙스크를 향해서 달려간다.  


이동거리
81Km
누적거리
12,092Km
이동시간
5시간 32분
누적시간
872시간

 
A322도로
 
A322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할레이스
 
시푸노보
 
포스켈리
 
 
1,18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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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게 골아 떨어졌다. 새벽에 잠시 깨었지만 무엇을 했는지조차 모르겠다.

"물 마셨나?"

신체 알람 8시에 자동으로 일어나.

러시아 땅에도 굿모닝을 푸짐하게 알려주고.

어제 남은 닭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다시 남은 닭고기는 잘게 찢어 점심에 요거트와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세 끼를 해결하고 290루블이면 정말 훌륭하다."

짐들을 정리하고 나니 10시가 가까워져 온다.

"오늘 어디까지 가야 하나. 160km, 룹촙스크까지 가 볼까?"

아침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역풍으로.

"잠시만, 팔토시를 써야겠어. 너무 따가워."

어제 라이딩으로 팔 부분이 탔는지 따갑고 간지럽다.

약간의 바람이 불어 평속 12km 정도의 진행이다.

여전히 끝없는 해바라기의 노란 물결이 펼쳐지고.

푸른 콩밭도 나타나고.

들풀이 무성한 들녘도 나타난다.

계속되는 12km 정도의 이동, 더워지는 날씨 탓에 조금씩 지쳐가고.

배고픔도 찾아온다.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그늘이 없냐?"

점심을 먹을 그늘을 찾아 길을 따라가지만.

평야의 도로변은 하얀 메밀꽃과.

밭들의 구획을 나누는 경계인듯한 나무들과.

은은한 파스텔톤을 뽐내는 밀밭과.

작고 예쁜 러시아의 클래식한 승용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간다는 것을 제외하면 몽골의 환경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쉼 없이 두 시간을 달리며 겨우 찾아낸 도로변의 나무 그늘.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수풀 사이로 정신없이 널브러져 있었지만 몰려드는 날벌레가 적어 나름 괜찮은 장소이다.

요거트와 시리얼 그리고 닭고기를 준비하고.

요거트에 시리얼과.

닭고기를 넣어 푸짐하게 먹는다.

"닭고기가 신의 한 수인데."

밥을 먹는 동안 두어 대의 승용차들도 그늘을 찾아 들어오고, 건너편의 그늘에도 여러 명의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1시 반, 룹촙스크까지 120km가 남았다.

"덥다. 룹촙스크까지는 못 간다."

두 개 정도의 마을을 지나면 룹촙스크까지 80km의 도로변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마지막 마을인 40km 거리의 포스펠리카까지만 갈 생각이다.

노란 해바라기밭과.

하얀 메밀꽃밭은 너무나 예쁘지만.

쉴 수 있는 그늘이 없다.

그늘을 찾아 한 시간 반을 달려 앉을 곳조차 없는 곳에서 햇볕을 피하고, 물을 마시고 목덜미에도 뿌려보지만 큰 효과가 없다.

길 건너편으로 한 대의 버스가 서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에서 내린다. 휴게소 같은 것이 없으니 소변을 해결하려는 듯 남녀를 가리지 않고 다들 숲을 향해 들어간다.

"아무리 땅이 넓어도 러시아 정도면 대충 휴게소 정도는 만들어 놓지."

포스펠리카까지 15km, 도로를 달리는 동안 심심치 않게 도로변에서 정비를 하는 차량들을 볼 수 있다.

자동차 긴급 정비 같은 네트워크가 러시아 전체를 커버할 수 없으니 때때로 자가 정비를 해야 하는 것인데, 땅이 너무 넓어도 불편하겠구나 싶다.

포스펠리카로 들어가는 교차로 전, 식당처럼 보이는 곳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주차장에서 캠핑을 하고 싶지만 내일의 비상식을 사야 한다.

잠시 후 주유소가 보이고.

포스펠리카로 들어가는 교차로가 나온다. 6km, 마을로 들어가면 식당과 함께 저렴한 호텔도 검색되지만 왠지 들어가기가 귀찮다.

잠시 그늘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도로변에 있는 24시간을 알리는 식당과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주유소를 발견한다.

식당의 주변에는 주차장과 함께 넓은 공터가 있고, 주유소의 사무실로 사람들의 드나들며 손에 뭔가를 들고 나온다.

"일단, 식당에서 밥을 먹고 주차장 근처에 텐트를 치자. 그리고 저 주유소에 편의점이 있나 본데, 그러면 이곳에서 모든 게 해결된다."

먼저 주유소로 넘어간다.

주유소에는 작은 슈퍼가 있다. 조금 비싼 편이지만 내일 아침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다.

주유소에서 시원한 물을 사고 건너편 식당으로 다시 넘어간다.

"자, 여기서 텐트만 허락해 주면 오늘은 끝."

시원한 에어컨이 틀어져있는 식당에서.

"헉, 고기!"

"고.. 고기 주세요!"

토마토 수프와 함께 숯불구이 고기를 340루블에 사 먹는다.

"에어컨 바람에 고기라, 천국이군."

식당의 세면대에서 세안을 깨끗하게 하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집어 들고 번역기를 보여준다.

"자전거 여행 중인데, 주차장에 텐트를 쳐도 되나요?"

번역기를 보며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하더니 그렇게 하라는 듯한 제스처를 한다.

"뭐지? 이 애매함은. 하라는 건가?"

몽골의 500투그릭짜리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먹은 후 계산대에 다시 다가가 번역기를 보여주며 음식점 주변을 가리키니 이번에도 뚱한 표정으로 반대편을 가리키며 무어라 말한다.

주차장 부근에 텐트를 치라는 제스처인데 웃지도 않고 표정이 뚱하다.

많은 러시아의 슈퍼들과 음식점을 다녔지만 사람들이 좀처럼 웃지를 않는다. 이방인의 낯선 행동이 서툴고, 대화가 안되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을 법도 한대 대부분이 무뚝뚝하다.

"러시아인들은 왜 잘 안 웃지?"

주차장 부근에 텐트를 치고.

"아고, 내 집이 제일 편해."

텐트 건너 해바라기도 구경하고.

"사비, 나 고기도 먹고 러시아 여자도 많이 봤어."

월터에게 메시지가 온다.

"고기는 알겠는데, 러시아 여자는 어디에 있냐?"

월터는 어제 클럽 같은 곳을 갔는지 요란한 조명 아래에서 춤을 추는 영상을 보낸다.

"어, 세미온 집보다는 좋네."

음악을 커다랗게 틀어놓고 싸이키 조명 같은 것을 켜놓았던 세미온 집의 이상한 분위기를 생각하며 함께 웃는다.

"사비, 카자흐스탄에 가면 세메이 부근에 좋은 캠핑 자리가 있으면 알려줘."

"알았어."

밤이 깊어지고 주자창 공터에 요상한 차들이 들락거린다.

"에쉬, 편히 자기는 틀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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