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23일 / 맑음
마이볼름스토르프-제븐
브레멘으로 향하는 길, 트러블이 일어나는 자전거를 정비해야 한다. "자전거샵이 어디에 있는 거야?"


이동거리
47Km
누적거리
20,552Km
이동시간
4시간 14분
누적시간
1,523시간

 
73도로
 
자전거정비
 
 
 
 
 
 
 
14Km / 1시간 10분
 
33Km / 3시간 04분
 
마이볼름
 
아픈슨
 
제븐
 
 
275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독일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9-173-407-6943

 

어제 저녁부터 내리던 요란스러운 비는 새벽 무렵 멈추기 시작한다.

"텐트가 마를 날이 없어요."

북유럽을 지나고 독일에 들어선 후 날씨가 좋아졌다는 것을 확연히 느끼지만 흐린 하늘과 가끔씩 내리는 비는 여전하다.

"오늘 브레멘까지 갈 수 있을까?"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깨었지만 침낭 안에서 벗어나기가 싫다.

"이런 게으름이 좋은데, 일어나자."

카카오톡 인증을 위해 한국에서 핸드폰을 개통하기로 한다. 카카오톡에서 요청한 통신사의 이용계약 확인서를 받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서류를 들고 대리점을 가야만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다.

"카카오, 잊지 않겠다!"

며칠 후 핸드폰을 개통하겠다는 누나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아무리 대리인이 개통하는 것이라지만 왜 인감도장까지 필요한지 정말 이해를 못하겠다.

"참 쓸데없는, 출생신고서와 토지문서를 요구 안 하는 게 다행이네."

10시, 브레멘을 향해서 출발한다. 비도 내리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는 날이다. 며칠째 괴롭히던 허리의 통증도 조금은 사라진 느낌이고, 아직도 왜 허리가 아픈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무게가 많은 자전거를 들거나 옮길 때 누적된 피로인지 아니면 1년 가까이 계속된 텐트생활로 인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날씨 때문인지 오랜만에 페달링이 가볍게 느껴진다. 5km 정도를 이동하던 중 고가의 밑으로 맥도널드 매장이 보인다.

"아니, 왜 거기에 있는 거야?"

아침도 해결하고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위해 맥도널드로 들어가 자동주문 기기로 메뉴를 선택하는데, 햄버거 세트가 보이질 않는다.

두세 차례 주문을 취소하고 확인을 해도 햄버거 세트는 없고, 블랙퍼스트 메뉴만이 제공된다.

"그냥 먹자."

따듯한 커피가 생각나 콜라 대신 커피를 선택했더니 아주 커다란 머그컵에 커피가 담겨 나온다.

"야! 햄버거가 커야지, 커피가 크면 어쩌냐!"

아침메뉴라 햄버거의 크기도 작고, 가격도 저렴하여 치킨버거를 하나 더 주문해서 허기를 채운다.

커피잔의 크기에 놀라 재미있어하며 핸드폰으로 방송들을 다운로드하는데 데이터 사용 경고음이 울린다.

"안 돼!"

맥도널드 매장의 와이파이를 연결하지 않고 데이터로 방송들을 다운로드하고 말았다.

"어, 아까운 내 데이터!"

Buxtehude, 이 작은 타운을 지나면 브레멘까지 도로를 따라 일직선으로 이동하면 된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인도와 함께 상태가 좋지 않은 자전거 도로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와 함께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정말 형편없는 독일이다. 차라리 자전거 도로가 없으면 도로를 따라가는 것이 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타운을 벗어나는 마지막 이정표를 확인하고, 지도를 재확인하며 잠시 주변을 둘러본다.

"어라, 자전거 가게!"

길쭉한 건물에 들어선 자전거 가게를 확인하고 고민에 빠진다.

"그냥 가던 길을 갈까? 자전거를 정비하고 갈까?"

오랜만에 느껴지는 페달링의 가벼움이 좋은 날이라 라이딩을 이어가고 싶지만 3개월 넘게 지속된 체인 트러블과 부러진 리어렉을 해결해야겠다.

어제의 매장처럼 규모가 제법 큰 매장이다. 요즘 자전거의 대세인 E 바이크의 종류도 다양하고, 스포츠형 자전거들도 종류가 다양하게 전시가 되어있다.

카운터로 다가가 우선 패니어렉이 있는지 문의를 한다.

"자전거 패니어 렉이 부러졌다. 패니어 렉이 있어?"

발음이 구린 탓이겠지만 영어로 말할 때 힘든 것 중에 하나는 현지에서 사용하는 단어들과 내가 사용하는 단어들이 다른 경우가 그렇다. 셀카, 핫스팟, 체크카드 등과 같은 콩글리쉬의 경우와 비슷하다.

"패니어 렉이라고 안 부르나? 왜 못 알아들어?"

 

전시된 자전거의 렉을 가리키며 다시 설명을 하고, 그냥 자전거를 보라며 카운터의 남자를 밖으로 데려간다.

자전거를 확인 한 남자에게 구동계도 함께 교환하고 싶다고 하니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한다.

"이 동네 자전거 가게들은 뭐가 이렇게 바빠?"

카운터의 남자는 정비실에서 중년의 자전거 미케닉을 불러서 나온다. 미케닉 아저씨도 자전거를 살피더니 창고에서 패니어렉을 꺼내와 보여준다.

"이건 약해. 곧 부러질 것 같다."

관절 부분들이 접히는 편리한 렉이지만 무거운 패니어와 장시간 흔들림의 충격이 가해지면 관절 부분이 부러질 것 같다.

미케닉에게 구동계를 보여주며 체인링, 스프라켓, 체인을 교환하고 싶다고 말하니 '체인링'을 말할 때 못 알아듣는 눈치다. 아마도 독일에서는 명칭이 다른가 보다.

"체인링, 같은 사이즈 체인링이 가게에 없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하려니 말문이 막힌다. 부품을 사서 직접 교환을 할 생각으로 카운터의 남자에게 독일과 네덜란드 중 어디가 더 싸냐고 물으니 독일이 더 저렴하다고 한다.

스프라켓과 체인을 집어 들고 혹시나 체인링이 없는지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미케닉 아저씨가 여러 개의 구멍이 뚫린 작은 고정 막대를 보여주며 패니어렉을 고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와우, 굿 아이디어!"

독일 자전거 매장의 정비실은 정말 구색이 완벽하다. 완전히 독립된 공간에 마치 자동차 정비실처럼 장비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갖고 싶은 공간이다."

미케닉 아저씨는 드릴로 렉에 나사 구멍을 뚫고 고정 스틱으로 자전거와 렉을 고정한다.

아저씨가 정비를 하는 동안 정비실을 둘러보다 쓸만한 체인링을 발견한다. 34T의 2단 체인링, T수가 작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사용할만한 크기다.

"체인비가 조금 부족하겠지만 속도를 낼 일도 없고, 힘도 없다."

임시적으로 사용을 한 후 적당한 체인링을 구하면 예비용으로 보관하면 될 것 같다.

렉의 수리를 마친 아저씨에게 구동계를 교환하고 싶다고 말하니 큰 한숨을 쉬며 가게를 닫을 시간이라고 말한다.

"12시 반인데?"

12시부터 2시까지 브레이크 타임, 하루 7시간 근무의 점심시간이다.

"역시 마인드가 달라. 이런 건 좋은 거야!"

자전거 샵을 운영하며 점심시간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먹던 밥을 팽개치고 정비를 하고 나면 입맛이 사라지고, 차가워진 음식들을 보면서 숟가락을 놓아버렸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필요한 부품들을 사서 가게를 나와 자전거를 뒤집는다.

"오랜만이네."

 

왜 무거운 공구를 패니어 속에 넣고 다녔는지 의문이던 스프라켓 공구를 꺼내어 스프라켓을 교환한다.

"정말 널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스프라켓 완료!"

다음은 표창처럼 마모가 된 풀리를 교환한다. 울산의 선화가 중국으로 보내준 예쁜 별들을 꺼내어 교환을 하고.

가장 큰 난관인 크랭크를 분리하고 체인링을 떼어낸다.

록타이트가 발려있는 1단 체인링의 나사를 푸는 것은 언제나 어렵고 짜증 나는 일이다.

34T의 체인링과 1단의 체인링을 교환하고, 새 체인을 걸어 정비를 마친다.

시커먼 기름때가 묻은 손을 닦아내고, 마모된 부품들은 깨끗하게 정리하여 쓰레기통에 버린다.

"아고, 어쨌든 정비를 했네."

유격이 생긴 앞바퀴의 허브와 변속, 브레이크 속선를 교환하고 드레일러와 캘리퍼를 점검하면 1년 동안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허브 정비용 스패너를 챙겨 올 것을 그랬나?"

무거운 스프라켓 공구를 챙기면서도, 가벼운 허브용 스패너 두 개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녹이 낀 변속선과 온갖 흙먼지가 쌓인 드레일러 때문에 약간의 변속이 문제지만 체인 트러블은 완전히 사라졌다.

"아직 실력이 녹슬지 않았군!"

1시 반, 자전거 정비를 끝내고 간결해진 자전거 도로를 따라 브레멘을 향해서 길을 따라간다.

"오늘은 멀리 못 가겠다."

15km 정도 남은 Zeven의 근처에서 야영을 할 생각이다. 타운의 슈퍼마켓을 검색하고, 타운 근처의 공원이나 숲을 검색하여 야영지를 확인한다.

어둠이 시작되는 저녁, 작은 타운의 도로가 요란한 크락션 소리로 가득하다. 한 무리의 트랙터들이 깜박이는 조명들을 켜고 길게 줄을 이어 도로를 달리며 커다란 크락션을 눌러댄다.

"시위 같은 건가?"

슈퍼에 들러 빵과 소시지, 콜라를 사 들고, 전단지나 광고판에 붙어있는 닭고기 요리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뭐, 주문형 요리야? 뭐야?"

작은 시골의 타운들에도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가득하다.

가로등이 있는 도로의 따라 타운을 벗어나고 도로변의 숲에 텐트를 펼친다.

스웨덴의 통닭처럼, 독일에서는 매일 소시지와 빵으로 저녁을 한다. 나름 나쁘지 않은 식사지만 다른 메뉴를 연구해 봐야겠다.

"너무 여유를 잡고 가나?"

암스테르담까지 400km 정도가 남았고, 월터는 24일에 만나기로 했다. 이틀 정도 암스테르담을 구경하려면 21~22일 사이에 암스테르담에 도착하면 좋을 것 같다.

"헐, 늦었네. 내일부터 열심히 달려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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