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22일 / 맑음
함부르크-마이블름스토르프
함부르크를 떠나 네덜란드로 향한다. 자전거의 부러진 렉과 트러블이 잦아진 구동계를 정비해야 한다.


이동거리
34Km
누적거리
20,505Km
이동시간
4시간 03분
누적시간
1,519시간

 
수로
 
73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함부르크
 
보스텔벡
 
마이블름
 
 
228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독일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9-173-407-6943

 

따듯한 날씨의 아침이다. 영국의 EPL이나 스페인의 라리가의 축구경기를 보면서 추운 겨울 시즌이 힘들겠다 생각했는데 이곳의 겨울 날씨는 생각보다 따듯하다.

패니어들을 정리하고 출발을 준비한다.

"비가 안오니까 어쨌든 좋네."

10시, 체크아웃을 하고 하루의 일정을 생각한다.

"일단,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어제의 중식 뷔페는 오픈 시간이 한 시간 반이나 남았고, 맥도널드로 가려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중식 뷔페가 아쉽게 느껴진다.

"배부르게 먹고 출발하자."

숙소의 카페에 앉아 자료를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11시가 되어 중식 뷔페로 찾아간다.

유리를 닦고있던 중년의 중국인이 인사를 하며 25분 후에 오픈을 한다며 알려준다.

"11시 45분에 오픈한다고?"

식당의 주인으로 생각되는 남자는 성격이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이다. 어제 옆 테이블의 독일인들에게 음료를 추천하며 '저머니 워터'라며 맥주를 권하는 모습이 정말 살갑게 느껴졌다.

"슈퍼에 들러서 비상식을 사놓을까."

20분 정도의 빈 시간, 슈퍼에 들러 비상식을 사기 위해 슈퍼마켓으로 간다.

시청으로 가는 도로의 풍경이 함부르크에서 가장 예쁜 것 같다.

대형 쇼핑몰의 지하에 위치한 슈퍼마켓으로 들어간다.

"왜, 여기에만 있는 거야?"

도시의 시내에는 먹을 것도 많은데, 닭다리와 날개의 조리식품을 팔고 있다. 아쉽지만 빵만을 사들고 슈퍼마켓을 나오니 벽에 세워놓았던 자전거가 넘어지며 부러진 패니어 렉이 다시 틀어져 바퀴가 굴러가지 않는다.

"함부르크, 마음에 들지 않는 도시다."

자전거를 끌고 식당으로 돌아가고, 식당에 들어서자 중년의 남자는 밝게 눈인사를 하며 반겨준다.

"창가에 앉고 싶어요."

자전거를 확인하기 위해 창가의 자리를 달라고 하니 흔쾌히 자리를 안내해주며 여행에 대해 물어본다.

"오, 아주 대단한 여행이군요."

접시를 가득 채워 자리로 돌아오니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부부가 대단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식당의 남자가 나에 대해서 부부에게 설명을 한 모양이다. 정말 정감이 가는 아저씨다.

느긋하게 접시를 비워가며 점심을 먹고, 옆 테이블의 부부는 식당을 나가며 악수를 청한 후 좋은 여행을 하라며 인사를 한다.

점심시간이 되며 식당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주인아저씨의 모습을 보면 충분히 인기가 있을법한 식당이다.

"한식당들도 이렇게 위트 있고 친절하면 좋을 텐데."

이상한 일이지만 여행을 하며 한국 식당에 가면 의외로 스킨십들이 없다. 여행객들이 자주 들리는 식당이라 한국 손님이 특별하지는 않겠지만 주문이나 서빙을 하며 가볍게 한 마디 정도 인사를 하면 좋을 텐데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점심을 먹고 나니 1시가 되어간다. 100km 정도의 브레멘까지의 거리지만 오늘은 함부르크를 벗어나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겠다.

"배도 부르고, 가자!"

슈퍼마켓에서 넘어지며 렉의 상단 부분이 바퀴에 닿으며 불쾌한 잡음이 계속된다. 자전거를 세우고 부러진 렉을 고정한다.

케이블 타이를 다시 묶어서 렉을 고정하고 있으니 길을 지나던 젊은 여자가 도움이 필요한지 묻는다.

"어, 이쁘다."

빵모자를 쓴 보이쉬한 모습과 미소가 밝고 매력적인 여자다.

케이블 타이로 고정을 했지만 빠른 시일 내에 렉을 교체해야 할 것 같다.

리크머 리크머스호가 있던 항구를 따라 강을 건너고, 복잡한 수로들을 건너 함부르크를 벗어나야 한다.

항구를 따라 가지만 구글맵이 안내하는 다리가 보이질 않는다.

"다리가 안 보이는데."

구글맵이 안내하는 곳에는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없다. 페리를 타고 강을 건너라는 안내인지 다시 확인해도 구글맵의 안내는 분명 다리를 건너라는 안내다.

"뭐냐? 뭐냐고!"

황당한 상황 속에서 강의 주변을 배회하며 두리번거린다.

"설마?"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건물이 수상하다. 조심스럽게 건물로 들어가 안내판을 확인하니 아무래도 강의 지하로 터널이 뚫려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안내판을 보며 대화를 하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본다.

"저기, 여기 엘리베이터로 강을 건널 수 있나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세요."

건물 입구로 들어가니 엘리베이터의 출입문에 오토바이 표시가 그려져 있다. 가로로 길쭉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다.

"야, 이런 건 생각도 못했다."

강의 지하에는 밝은 조명의 긴 해저터널이 뚫려있고, 양쪽의 보행로와 중앙의 자전거길이 만들어져 있다.

"재미있군."

강의 건너편에도 같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해저터널을 지나 강의 건너편으로 나간다.

강의 건너편, 함부르크의 모습이 펼쳐진다. 평범한 도시의 모습이지만 높은 빌딩이 하나도 없는 것이 인상적이다.

강을 건너느라 길을 헤매는 동안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복잡한 수로들이 만들어진 작은 섬들을 지나며 다시 길을 헤맨다.

"함부르크. 너!"

강을 건너는 해저터널에서 만난 자전거를 타는 부녀에게 길을 확인하고, 함부르크로 가는 메인도로에 들어선다.

"힘드네. 어이없다. 함부르크!"

마지막 섬을 지나기 위해 길을 따라간다. 함부르크 주변의 난해한 모양의 섬들이 자연적인 모습인지 아니면 수로를 만드느라 섬의 모양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함부르크 외곽의 섬들에는 공업단지들과 발전소들이 자리 잡고 있어 황량한 느낌이 드는 지역이다.

"포항과 비슷한 느낌인가?"

마지막 섬을 지나 함부르크를 벗어났지만 피곤함이 밀려온다. 점심을 너무 많이 먹은 것인지, 길을 찾느라 진이 빠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피곤하다.

"벌써 3시네."

점심을 먹고, 강을 건넜을 뿐인데 붉은 석양빛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너무 느긋했나?"

자전거 도로가 완벽하지 않은 독일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가 않다. 이리저리 골목을 지나기도 하고, 철도길을 지하로 건너기도 하며 어렵게 길을 찾아간다.

"노르웨이, 스웨덴은 천국이었어! 독일, 실망이다."

점심을 먹은 후부터 느껴지던 갈증이 밀려들어 슈퍼마켓으로 들어간다.

"콜라. 콜라!"

이상하게 독일의 슈퍼마켓에서는 1.25리터의 콜라를 판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재활용과 관련이 되어있나 생각할 뿐이다.

물을 마시고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어 슈퍼마켓의 재활용 기기에 페트병을 넣어본다. 롤러 위에서 빙글빙글 돌던 페트병이 안쪽으로 사라지고 모니터에는 0.25의 숫자가 뜬다.

잠시 후 다른 행동이 없자 기기에서 0.25가 찍힌 영수증 같은 것이 나온다.

"아, 이렇게 쓰는구나."

아마도 계산을 할 때 재활용 영수증을 제시하면 재활용 비용만큼 현금 대신 계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멋진 시스템이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콜라로 갈증을 해소하고, 야영지를 정한다. 10km 정도의 거리에 공원 같은 공간이 검색된다.

"오늘은 여기까지!"

도로변 마을들이 이어지고, 인도 위로 무늬만 그려진 자전거 도로를 따라간다.

"우리나라 자전거 도로의 표본이 독일인가?"

4시가 넘어가도 석양빛이 밝다. 핀란드에서 처음 접한 짧은 하루의 황당함이 생각난다. 북유럽 보다 한 시간 정도 일조시간이 길어진 느낌이다.

작은 타운을 지나며 환하게 불이 밝혀진 자전거 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해가 지는데 어떻게 하지?"

잠시 고민을 하다 자전거샵으로 들어가 패니어렉이 있는지 확인하고, 구동계의 교환 비용을 문의한다.

규모가 꽤 큰 매장이다. 자전거를 확인하더니 창고에서 꺼낸 패니어렉을 보여줬지만 일반 자전거에 사용하는 렉이라 제한 무게가 25kg 정도다.

"더 튼튼한 것은 없어요?"

구동계의 교환비용을 알려주던 남자는 자전거를 매장 안으로 가져오라고 한다. 유심히 자전거를 살피던 남자는 자전거가 엉망이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새 자전거를 사는 것이 좋겠는데."

"싫어. 1, 2단 체인링하고 스프라켓, 체인만 교환하면 돼."

남자는 정비실로 들어가 자전거 미케닉을 데리고 나온다. 심각하게 뭔가를 상의하던 남자들은 설명을 하지 않고 멀뚱하게 자전거만을 바라본다.

"왜? 뭐가 이렇게 심각해?"

무표정한 미케닉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주인 남자가 테이블에 올려놓은 데오레 스프라켓을 치우고 XT 스프라켓을 올려놓는다.

"노. 노. XT 필요 없어. 데오레로 줘."

살짝 당황한 표정의 미케닉은 다시 데오레 스프라켓을 마지못한 듯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야, 선수한테 그러면 안 돼!"

주인 남자는 미케닉과 대화를 하더니 심각한 얼굴로 정비를 할 곳이 많다며 1~2일이 소요된다고 안내한다.

"어디에서 머물러요? 정비하는데 하루나 이틀은 걸려요."

"그럴 시간은 없다. 오늘은 불가능 해?"

20분도 안 걸리는 교환 작업인데 주인 남자는 하루로는 불가능하다고 하여, 그냥 가게를 나온다.

"마모된 체인링과 스프라켓만 교환하면 되는데."

대충 독일에서 자전거 부품의 알았으니 한두 군데 더 들러보고 여의치 않으면 부품만 사서 직접 교환을 해야겠다.

프레임이 부러진 것도 아니고, 소모품인 구동계를 교체하는데 무엇을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간단한 작업에 이틀씩이나 소요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2km 정도 남은 거리를 이동하고, 작은 호수가 있는 공원에 텐트를 펼친다. 든든하게 먹은 점심으로 저녁은 거른다.

날씨가 따듯하니 좋다.

"비가 안 오니까 정말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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