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96일 / 흐림
아르비카-노르웨이 비요르켈란겐
내심 기다렸던 늑대는 나타나지 않고 기다리지 않던 비는 다시 시작된다. 노르웨이의 국경을 넘어간다. 


이동거리
58Km
누적거리
19,309Km
이동시간
5시간 18분
누적시간
1,408시간

 
산길
 
21도로
 
 
 
 
 
 
 
51Km / 4시간 40분
 
7Km / 0시간 38분
 
아르비카
 
국경
 
비요르켈
 
 
51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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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 만에 모든 것들이 젖어든다. 따듯한 햇볕이 정말 그립다.

내심 기다렸던 늑대는 보이질 않았고, 멀리서 들려오는 우렁찬 계곡물소리와 텐트를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전부였다.

몽골에도 늑대는 있고, 러시아에도 곰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야생동물들이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이 시끄러운 동네까지 내려올 것 같지도 않고, 인간의 환경에서 먹이를 뒤적이며 생존하려는 놈이라면 그리 무서울 것 같지도 않다.

"뒷처리는 깔끔하게."

오슬로까지 130km, 노르웨이의 국경까지는 50km 정도가 남았다.

"국경만 넘자."

계속되는 비와 짧은 일조시간이 60km의 거리도 부담스럽게 만든다.

숲을 벗어나자 빗줄기가 제법 굵고 세차다. 바지와 양말 한 겹을 벗고, 레인팬츠로 갈아입는다.

오늘과 내일, 길게는 모레까지 빗속을 달려야 하니 조금 쌀쌀하더라도 비에 젖지 않은 옷들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길은 산들을 향해 이어진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스칸디나반도의 좌우를 나누는 산맥의 끝자락이니 높지는 않겠지만 여러 고개를 넘아야 할 것이다.

크고 작은 계곡과 호수를 지나치는 사이.

이미 온몸은 땀과 비로 젖어버렸다. 정말 싫은 축축하고 냉한 느낌이다.

부지런히 고개를 넘고, 구글맵은 기어코 비포장도로로 길을 안내한다.

"아, 오늘은 이 느낌 아닌데."

지도를 확인하니 포장도로는 멀리 우회를 하는 것 같고, 비포장도로는 길을 가로지르는 지름길이다.

"마을만 지나면 포장도로가 나오겠지. 설마?"

쓸데없는 바람은 언제나 여지없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길로 몇 개의 산을 넘는 동안 몽골 이후 오랜만에 끌바를 하며 몸부림을 친다.

풍성한 이끼가 뒤덮은 산골의 집과.

호숫가의 한적한 집과.

작은 강변의 고요한 집들을 삐걱거리는 체인소리와 삑삑거리는 브레이크 소음으로 요란스레 지나친다.

어제 윤활을 하여 부드럽게 움직이던 자전거는 흙길의 모래흙들이 묻으며 기괴한 마찰음과 함께 변속의 움직임을 포기한다.

10km 정도의 산길이 마지막 끌바와 함께 끝나고.

냉랭해진 몸으로 한기가 시작될 때 도로변 작은 마을의 슈퍼가 보인다.

빵과 콜라 그리고 바나나를 집어 들고.

물을 먹은 스펀지처럼 눅눅한 장갑을 벗고, 예비 장갑으로 교체한다.

"넌 내일도 사용해야 해."

비닐봉지와 노란 고무줄로 방수커버를 만든다.

"중국의 기모 고무장갑이 아쉽다."

국경까지 15km 정도는 편할까 싶었는데, 마지막은 다시 숲을 향해 들어간다.

빗물에 젖은 축축한 흙길의 끈적임이 느껴진다. 하지만 싱그러운 침엽수의 숲과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의 상쾌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숲속의 간소한 이정표 하나,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국경이다.

"노르지?"

이정표의 뜻을 알아보려 번역기를 실행시키니 네트워크가 끊겨있다.

"야! 나 아직 국경 안 넘었다."

"몰라. 너 노르웨이 국경!"

노르웨이의 첫 번째 지역은 가재다.

"뭐라고 읽는 거야? 아우르스콕 홀랜드? 아놔, 넌 가재!"

노르웨이의 산길을 마저 내려오고 21번 도로를 마주한다. 4시가 가까워지며 이미 하늘은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21번 도로를 벗어나 야영을 하려던 생각을 포기한다. 갓길이 없는 도로, 비 그리고 어둠 속에서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아무리 춥고, 물가가 비싸 배고파도 아무 곳에서나 캠핑을 해도 편안한 느낌은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 축축함은 어떻게 할 거냐!"

오슬로까지 75km가 남았다. 몽골만큼이나 힘든 여정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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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5일 / 맑음
프릭스타-아르비카
프릭스타에서의 달콤한 휴식, 쉥겐기간의 짧은 체류기간이 아쉽다. "노르웨이로 가자."


이동거리
70Km
누적거리
19,251Km
이동시간
5시간 11분
누적시간
1,402시간

 
61도로
 
61도로
 
 
 
 
 
 
 
40Km / 2시간 30분
 
30Km / 2시간 41분
 
프릭스타
 
비케네
 
아르비카
 
 
45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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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잘거리며 귀를 간지럽히는 새소리, 고요하고 맑은 아침이다.

"참 멋진 동네다."

시간의 흐름이 느리고 모든 것이 편안한 호숫가의 마을 프릭스타, 푸른빛 하늘이 열린다.

"언제 보았던 하늘이냐?"

최근 들어 회색빛 구름이 없는 하늘을 언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침 산책을 한 후 짐들을 정리하고, 숙소의 게스트북에 감사의 글을 적는다.

"정말 힐링의 시간이었다."

잠시 머물러도 전혀 아까울 것 같지 않은 프릭스타를 떠난다. 쉥겐의 여행 기간이 아쉽다.

강열하게 떠오르던 아침의 해는 이내 구름 사이로 그 모습을 감추고, 지면에서 피어오르는 것처럼 하얀 안개로 뒤덮인다.

노르웨이의 국경까지 120km 정도의 거리, 60km 떨어진 아르비카까지 길을 안내해 줄 61 메인도로에 들어선다.

"여기도 갓길이 전혀 없구나."

고속도로로 사용되는 E45 도로는 교차로를 지나며 61 일반도로로 바뀐다. 차량의 통행이 줄어들어 라이딩이 편해진다.

하지만 계속해서 고개를 넘는 도로가 이어지고.

아리비카의 경계를 지나.

오르내리막의 도로는 계속 이어진다.

"갓길의 여유가 조금만 더 있어도 편안할 텐데."

다행히 계속해서 불편한 느낌을 주던 왼쪽 관절 부분이 편해졌다.

도로변의 슈퍼에 들어가 시원한 캔 맥주의 유혹에 충동구매를 했지만 역시나 겨울에는 맥주가 별로다.

"몽골과 러시아의 맥주가 최고였어."

강아지들을 잠시 묶어둘 수 있는 시설이 세심하다.

20km 정도 남은 거리를 한달음에 삭제하고 아르비카에 들어선다.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의 시원한 공기의 느낌이 좋다.

슈퍼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느라 한 시간을 써버렸다. 두 군데의 슈퍼에 들러 끝내 통닭 한 마리를 사 들고 시내를 빠져나간다.

"잔디가 남다른 것인지, 잔디를 깎는 정성이 남다른 것인지?"

시골이나 도시, 어느 곳이든 집의 정원과 마당들이 깔끔하다. 녹색의 잔디와 나무들 그리고 자주빛 붉은 집들과 검은 지붕, 하얀 창틀 밖으로 새어 나오는 은은한 스탠드 불빛은 정말 매력적이다.

주변에 크고 작은 호수들이 많은 지역인데, 뜻하지 않게 거대한 급류를 보게 된다. 호수로 흘러 들어가는 급류의 우렁찬 물소리가 무서울 정도다.

깊은 계곡을 따라 흐르는 급류보다 우거진 나무숲에서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신기하다.

"와, 강변이라고 텐트를 쳤다가는 그냥 가겠네."

아르비카의 슈퍼에서 쓸데없이 시간을 소비하여 해가 질 때까지 거리를 조금 줄여놓는다.

밤이 되자 이슬비가 안개처럼 내려앉는다. 이면 도로의 숲에 텐트를 펼친다. 어두운 탓에 도로에서 가까운 자리에 텐트를 치려고 하니 지나가던 차량 한 대가 정차를 한다.

"뭐야?"

자세히 보니 경찰차다. 잠시 후 여경이 순찰차에서 내리고 라이트를 비추며 다가온다.

"헤이."

"헤이, 여기서 자려고 하는 거야?"

"응. 여기서 오늘 캠핑할 거야."

"괜찮아? 여기 늑대가 있어."

"오, 늑대!"

"괜찮겠어?"

"어, 나 배고파."

"그래, 별문제는 없을 거야. 좋은 하루 보내."

"고마워!"

뭔가 영화에서 본 것 같은 쿨하고 친절한 경찰의 모습이다.

"내일은 노르웨이로 넘아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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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1일 / 흐림
에스킬스투나-외레브로
노르웨이로 향하는 여정이 축축하게 비를 내리는 날씨로 쉽지가 않다. "그만.. 그만 내려!"


이동거리
84Km
누적거리
19,031Km
이동시간
5시간 15분
누적시간
1,385시간

 
E20도로
 
비그만와라
 
 
 
 
 
 
 
47Km / 3시간 00분
 
37Km / 2시간 15분
 
에스킬스
 
아르보가
 
외레브로
 
 
23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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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의 비 예보, 한겨울 쌓인 눈으로 인해 험난할 것 같았던 북유럽의 여행은 매일 내리는 비와 짧은 일조시간이라는 생각지 못한 난제를 만났다.

5~6도의 기온이지만 차가운 공기 그리고 습한 날씨로 인해 춥게 느껴진다.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에 텐트는 흠뻑 젖어있다. 젖은 텐트와 침낭은 정말 끔찍하다.

아침 일찍 출발을 준비한다. 축구장의 구석진 곳이지만 사람들이 오기 전에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분다.

"하루하루가 쉽지가 않네."

출발과 함께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시내를 빨리 벗어나야 할 텐데."

스웨덴의 도시는 어딜 가나 깔끔하다.

두 개의 시계탑이 올라가 있는 클로스터스 교회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강변의 자전거 도로를 타고 쉽게 에스킬스투나의 시내를 빠져나간다.

조금씩 굵어지는 빗줄기에 레인팬츠를 꺼내 입고, 마른 양말을 젖은 양말로 갈아 신는다. 축축한 양말의 느낌이 싫다.

오늘의 목적지 외레브로까지 80km 정도의 거리다.

소도로에 진입하여 아침을 해결한다.

"시간만 넉넉하면 숲에서 캠핑하고 싶다."

빵과 바나나로 간단히 아침을 한다.

"정말 배고픈 여행이다."

조용했던 소도로는 얼마 가지 않아 E20 메인도로와 다시 만난다. 에스킬스투나를 벗어나며 자동차 전용도로였던 E20 메인도로는 일반도로로 바뀐다.

구불구불 돌아가는 소도로 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만 갓길의 여유가 없고, 차량들의 속도가 빨라 그리 편하지는 않다.

간만에 차량들과 함께 달리니 정신이 없지만 빠르게 거리는 줄어든다.

아르보가를 지나며 메인도로를 벗어난다.

다시 편해진 한적해진 도로, 비에 젖은 신발과 장갑으로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작은 아르보가 마을을 구경하고.

외레브로를 향해 지치고 힘든 페달링을 이어간다.

"아, 뭐가 이렇게 힘들지?"

축 젖은 싸늘한 차가움, 쉬고 싶은 생각뿐이다. 외레브로의 숙소를 검색해 봐도 의미가 없다.

15~20만원 정도의 호텔비, 답이 안 나오는 금값 호텔들이다.

스웨덴의 골목에는 우체통이 나란히 놓여있다. 집집마다 대문 앞까지 배달이 되는 우리와는 달리 재미있는 모습이다.

미리 검색을 해둔 슈퍼마켓에서 저녁거리를 사고.

숲으로 생각했던 곳들은 모두 물이 차 있거나 집 주변이라 캠핑을 할 수 없다. 어둠이 내려앉기 전, 도로변 풀밭에 텐트를 친다.

물기가 차오른 풀밭,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많은 좋은 숲들을 지나치지만 야영지를 찾을 때가 되면 항상 이렇다.

계속해서 비가 내린다.

"텐트 뚫어지겠다. 그만 내려라."

텐트, 침낭, 옷과 몸도 푹 젖어버린 하루다.

"오슬로는 어기에 있는 거니?"

노르웨이로 넘어가기 전에 숙박을 하며, 젖은 장비를 정비하고 배터리들도 충전해야 한다. 칼스타드 외곽에 가장 저렴한 350크로나의 호스텔이 있다.

"350크로나가 제일 싼 호텔이라니, 정말 환장하겠다."

아무리 물가가 비싸다지만 2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숙박료는 정말 이해불가다.

"그리고 비, 그만 와라!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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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0일 / 흐림
쇠데르텔리에-에스킬스투나
어젯밤부터 시작된 안개는 온세상을 뿌옇게 만들어 놓는다. "와, 지독한 안개다."


이동거리
80Km
누적거리
18,947Km
이동시간
5시간 51분
누적시간
1,380시간

 
지독한안개
 
안개숲
 
 
 
 
 
 
 
35Km / 2시간 30분
 
45Km / 3시간 21분
 
쇠데르텔
 
오커스
 
에스킬스
 
 
15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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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4시의 저녁보다 자정이 되면 더 밝아지는 하늘이다.

비는 그쳤지만 자욱한 안개가 내려앉는다.

"해를 언제 마지막으로 봤지?"

하루가 너무나 짧은 탓에 시간에 대한 압박이 느껴진다. 서둘러 짐들을 정리하고 출발을 준비한다.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면 바로 해가 떨어지니 정말 난감한 계절이다.

"안개, 대단한 안개네."

가시거리가 짧은 안갯속으로 들어간다.

"비가 안 내리는 것으로 감지덕지다."

스웨덴의 시골 풍경은 참 예쁘다.

기회가 있다면 북유럽의 방식으로 집을 짓고 공간을 꾸며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호수의 나라 핀란드에서 보지 못한 작은 호수들이 스웨덴도 많다.

"갈수록 사진들이 삐딱하네."

작은 호수를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던 도로는 갈림길에서 나누어진다.

"음, 더 작은 길을 가 볼까?"

차량들의 소음을 피해 작은 소로를 따라가니 길은 숲을 향해 비포장도로로 변한다.

"비포장.. 안개숲이 유혹을 하는구나."

안개가 내려앉은 숲은 더 고요하고 비밀스러움을 품고 있다.

숲의 갈림길들이 난감하기는 하지만.

싱그러운 소나무 숲은 너무나 깨끗하고 좋다.

조용한 숲속 마을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숲 가운데 들어선 예쁜 시골집들을 구경하며 길을 따라간다.

오래된 창고와.

작은 집들.

"정말 멋지다."

산길은 계속 이어진다.

작고 예쁜 집의 정원에는 소박한 조명들이 켜지고.

지난 할로윈의 호박들도 놓여있다.

한 시간 반 동안의 숲속 여행은 아스팔트 도로와 함께 끝이 난다.

"딱, 적당했어!"

숲을 벗어나자 안개는 더 자욱하다.

"무슨 안개가 하루 종일 피어있냐!"

영국이나 유럽이 배경인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짙은 안개숲의 풍경이 이해가 된다.

깔끔한 집들이 이어지는 조용한 마을을 지나고, 오늘의 도착지 에스킬스투나까지 17km 정도가 남았다.

"아고, 힘드네."

조금 속도를 내어 도로를 따라가던 중, 내비게이션은 다시 숲으로 향하는 비포장도로를 안내한다.

일몰까지 한 시간의 여유밖에 남지 않아 숲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

이리저리 구불구불 젖은 흙길을 따라간다.

이상하게 왼쪽 종아리가 불편한 느낌이다. 연일 비를 맞은 컨디션 때문인지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이다.

"정말 좋다."

"엠티비를 타고 라이딩을 해도 정말 좋겠다."

러시아 그리고 북유럽의 숲은 정말 보석 같다.

"완전 베스트 캠핑 자린데. 아쉽다."

에스킬스투나 초입의 대형 슈퍼로 들어간다.

슈퍼 입구에 빈 병과 페트병을 수거하고 환불해 주는 기기가 있다.

"굿! 아이디어."

"이건 뭐냐?"

슈퍼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들고 휴대용 포스기로 바코드를 찍는다. 핸드폰을 확인하는 것을 보니 스마트폰 앱과 연동이 된 간편결제 시스템 같다.

물건을 들고 무인 계산대에서 결제를 하려니 뭔가 시스템이 다르다. 아마도 휴대용 포스를 사용한 사람들이 결제를 하는 것인가 보다.

정말 편리한 시스템처럼 보이는데, 휴대용 포스기 없이 휴대폰에서 바로 바코드를 인식하면 더 편할 것 같기도 하다.

"정말 앞으로 밭은 누가 멜까?"

슈퍼를 나오니 역시나 어두워졌다.

"아, 도시에서 저녁은 난감한데."

안전한 나라이지만 캠핑 자리를 정하지 못한 도시, 그리고 도시 어느 곳이든 캠핑을 하는 것은 되도록 피하고 싶은 일들 중 하나다.

시내로 들어가지 않고 슈퍼마켓 주변을 둘러보고, 축구장 갈대숲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도 오지 마라."

"근데 겨울에 잔디들이 이렇게 좋냐. 부럽네."

푹신푹신한 잔디, 밝은 조명시설이 갖춰진 체육시설이 참 좋다.

"80km 달리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생각지도 못한 짧은 일조시간에 오슬로로 향하는 길이 길게 느껴진다.

"이 계절 이곳은 차가 아니면 여행이 힘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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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89일 / 흐림
스톡홀름-봇쉬르카-쇠데르텔리에
비오는 스톡홀름은 그마저도 분위기가 있지만 여행자를 힘들게 한다. 스톡홀름을 떠나 노르웨이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생일에는 고기지!"


이동거리
45Km
누적거리
18,867Km
이동시간
4시간 24분
누적시간
1,374시간

 
생일축하
 
통닭!
 
 
 
 
 
 
 
23Km / 2시간 20분
 
22Km / 2시간 04분
 
스톡홀름
 
봇쉬르카
 
쇠데르텔
 
 
7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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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아침이다. 일찍 잠에서 깨었지만 을씨년스러운 겨울 날씨에 움직이기가 싫다.

"생일이라.."

이상한 일이지만 생일에 대한 우울함이 있다. 특별히 기억하고 싶지 않고, 특별히 지내고 싶은 날도 아니다.

"막둥이, 맛있는 것 사 먹어라."

언제부터인지 어머니의 생일 안부 메시지마저 사라진 후로 더욱 그렇다. 그녀의 기억과 함께 사라진 나의 생일이다.

무심결에 확인한 카톡에 많은 축하의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

"뭐지?"

짐들을 정리하고 스톡홀름을 떠난다. 더 머물고 싶지만 쉥겐기간의 압박이 느껴진다.

"생일엔 햄버거지."

치킨버거는 버거킹보다 맥도날드, 맥도날드보다 KFC가 맛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잘 먹지도 않던 햄버거를 나라별 빅맥지수를 체크하듯 먹고 있다.

"중국의 맛이 가장 독특했고, 몽골의 맛이 최고였어."

핀란드도 그랬지만 스웨덴의 시내길도 너무 복잡하다. 자전거 도로가 별도로 있고, 도로 자체가 거미줄처럼 복잡하니 길을 찾기가 정말 힘들다.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며 길들을 따라가지만 비가 내리고, 손이 시려서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리즈훼이가 짧은 화상통화로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낸다.

"헤이, 리!"

인사를 하자마자 통화가 끊겨버린다. 작은 케익에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 메시지를 말하다 케익이 쓰러졌나 보다.

"귀여운 녀석!"

여행을 하다 보니 우울한 생일에 축하를 해주는 외국 친구도 생기고, 기분이 묘하다.

복잡한 자전거 도로를 따라간다. 교차로에 들어서면 방향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아, 오늘은 스톡홀름을 벗어나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신발이 젖어든다. 고무장갑으로 해결을 한 손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발이 시려온다.

좌회전, 우회전을 번갈아 가며 외쳐대는 내비게이션은 복잡한 시내에 들어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길이 있어야 우회전을 하지!"

방향감만으로 보이는 길들을 따라가고, 이리저리 헤매지만 어쩔 수 없다.

스톡홀름의 근교 도시 보쉬르카시를 지나며 복잡한 도로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도로변의 버거킹에 들어간다. 출출함보다는 축축하게 젖은 발을 녹이고 싶은 마음이다.

"스웨덴에는 러시아처럼 값싼 카페가 없을까?"

보쉬르카를 빠져나오고 도로는 심플해졌다.

2시 반, 천천히 일몰이 시작되어 간다.

조금씩 어두워지는 하늘이다. 핀란드나 스웨덴의 겨울 풍경은 생각과 달리 짙푸르다. 숲에는 풍성한 침엽수와 소나무, 푸른 이끼류들이 깔려있고, 들녘에는 밀로 보이는 새싹들과 배추과의 작물들이 자라나 있어 싱그러운 느낌을 준다.

"쇠데르텔리에에 가까이 온 것 같은데."

핀란드 특히 스웨덴의 도시 지명들은 정말 어렵다. 초행길의 도로에서 내비게이션보다 도로의 이정표를 보며 따라가는 것이 확실한데 지명들이 눈에 안 들어오니 쉽지가 않다.

소도시의 초입에 위치한 대형 슈퍼마켓으로 들어간다.

"우울해도 생일인데 고기는 먹어야지!"

스웨덴의 우편 시스템은 약간 독특한 것 같다.

큰 슈퍼마켓이지만 음식 코너가 닫혀있어 딱히 살만한 것이 없다.

간식용 빵을 사 들고, 이리저리 매장을 둘러보다 치킨을 발견한다.

"와, 50크로나!"

하나 남은 치킨을 먼저 집어 들려는 남자의 망설임에 간절한 기도의 염원을 보낸다.

"제발, 아저씨!"

남자는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집어 든 치킨을 내려놓는다. 싱긋 웃으며 재빠르게 치킨을 집어 든다.

슈퍼를 나오니 어둠이 내려앉았다.

"시내를 빠져나가야 하는데."

어두워진 하늘, 어두운 조명의 시내를 빠져나간다.

다행히 시내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길은 복잡하지 않다. 물론 여러 차례 헤매임은 어쩔 수 없었지만 스톡홀름에 비하면 수월한 편이고, 자전거 도로가 있어 안전한 편이다.

시내를 벗어나 도로변 숲에 자리를 잡는다. 4시 반, 완전히 어두워진 저녁이다.

"40km 달리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비는 멈추고, 짙은 안개가 내려앉기 시작한 조용한 밤이다.

"오늘 하루 수고했다. Happy birthday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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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85일 / 흐림
파이미오-투르쿠-스웨덴 스톡홀름
핀란드의 마지막 여정, 핀란드의 북부로 향하던 일정은 극야와 좋지않은 날씨로 인해 포기하고 투르쿠에서 페리를 타고 스웨덴의 스톡홀름으로 갈 생각이다. 


이동거리
48Km
누적거리
18,793Km
이동시간
5시간 33분
누적시간
1,362시간

 
도로
 
페리
 
 
 
 
 
 
 
48Km / 5시간 33분
 
261Km / 0시간 00분
 
파이미오
 
투르쿠
 
스톡홀름
 
 
403Km
 
 

・국가정보 
핀란드, 헬싱키
・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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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통화 
핀란드어, 유로(1유로=1,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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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칩 
텔레2, 1기가/2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58-40-903-1021

 
싱그러운 숲속으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고요한 아침이다.

"그래도 비는 싫은데."

눅눅해졌지만 따듯한 온기가 있는 침낭을 벗어나기가 힘들다.

어젯밤 출출함으로 남은 비상식들을 모두 먹어버려 아무것도 없다. 커피를 끓여 몸을 녹인다.

10시 10분, 30km 정도 남아있는 투르쿠를 향해 이슬비가 내리는 도로를 달려간다.

레인 팬츠를 꺼내 입었지만 젖어드는 신발과 장갑은 어쩔 수가 없다.

"조금 더 추워도 좋아. 눈을 내려라!"

20km를 달리고 투르쿠 주변의 마을들이 연이어진다.

러시아 국경에서 산 골라 먹는 과자들로 허기를 채워보고.

"좀 더 사 올 것을 그랬다."

투르쿠의 경계를 지난다.

"뭔가 형이상학적 문양이군."

오래된 고목들이 잘 정비된 핀란드스러운 깔끔한 도시의 풍경이다.

"아, 추워."

손과 발이 완전히 젖어 얼어붙는 느낌이다.

시내의 중심으로 들어서자 아주 오래된 투르쿠 성당이 나온다. 핀란드의 가장 오래된 도시답게 중세 시대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오긴 왔는데, 몸이 언다."

일단은 스톡홀름으로 가는 배를 확인하기 위해 작은 아우라강을 따라 항구로 향한다.

수로와 같은 아주 작은 강변에는 수상카페들이 들어서 있고,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산책을 하는 사람들에 제법 있다.

몇 개의 다리를 지나치고 구글맵은 갑자기 페리를 타고 강을 건너라고 안내한다.

"페리? 이 작은 강에 페리라니!"

엉뚱하게 페리를 타라는 구글맵을 타박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할머니 한 분이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강변으로 내려간다.

건너편을 보니 작은 배가 천천히 할머니가 서 있는 선착장으로 다가온다.

"아하. 이런 거!"

"요금이 있나?"

산책을 나온 여성에게 무료인지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오, 북유럽!"

투르쿠 성당에서 작은 선착장까지 오는 2km 정도의 강변 산책로에 5개가 정도의 다리가 있고, 그중에는 작은 아치형의 인도교들도 있었지만 작은 화물선으로 강을 건널 수 있게 해놓으니 마치 작은 이벤트처럼 재미있다.

"중국에서는 요금을 받았는데, 역시 북유럽이야."

항구로 가는 길, 배와 관련된 박물관이 있는지 멋진 범선 한 척이 정박해 있다. 그리고 커다란 소국 모형의 조형물.

"언제 봐도 사랑스러운 꽃이야."

많은 꽃들 중 소국을 가장 좋아한다. 흰색, 노란색, 붉은색 형형색색의 작은 꽃망울과 진한 향기가 너무나 좋다.

가끔씩 소국 한 다발을 사들고, 누군가에게 이유 없이 건네주기도 했었다. 누군가에게 작은 선물을 주는 기쁨이나 뜻밖의 작은 선물에 기뻐하는 사람의 모습이 좋아서라기 보다 길을 걷다 발견한 소국을 사 들었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행복감을 주었다.

"소국 한 다발을 사고 싶을 때가 다시 올까? 그저 그래서, 날이 좋아서, 하늘이 흐려서, 하루 종일 아무렇지 않아서, 네가 보고 싶어서, 그래서 그냥 꽃 한 다발을 사 들었다."

투르쿠 항구에 도착해서.

스톡홀름으로 가는 여객선의 터미널을 찾았다.

"SILJA, J는 묵음 같은데 실아?"

도착한 터미널은 문이 닫혀있다. 하루에 두 번씩만 입출항을 하는 노선이라 그 시간 때에만 운영을 하는 모양이다.

"구글에 정보를 올려놓든지 하지!"

어젯밤 검색해 놓은 초밥 뷔페로 점심을 먹기 위해 되돌아간다. 핀란드 사람들은 초밥을 좋아하는지 작은 도시 투르쿠에도 초밥집이 다섯 군데 정도가 검색된다.

"초밥은 양이지! 일식집 특선보다 뷔페 음식이야."

"너는 인어의 꼬리냐? 분수대냐?"

아우라강변에는 작은 조형물들이 다양하게 설치되어 있다.

다시 강을 건너는 재미있는 배를 타고.

초밥 뷔페에 도착, 여기도 가게 안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1시 반, 늦은 점심시간인데 빈 테이블 찾기가 힘들 정도다.

"핀란드에서 초밥집을 해야 하나?"

특별히 고급 진 초밥은 없지만 회의 상태는 나쁘지 않고, 12.5유로의 가격도 핀란드 물가를 생각하면 꽤 저렴한 것 같다.

헬싱키의 초밥집과는 다르게 중식 스타일의 메뉴가 놓여있다.

"오, 고기다!"

"자, 시작!"

계속해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사이 초밥과 중식 메뉴를 끊임없이 흡입한다.

"이럴 땐 대화 상대가 없다는 것이 이렇게 좋다!"

여섯 접시를 비우고서야 테이블에 놓인 냉수를 마신다.

"헬싱키처럼 콜라만 있으면 두 접시 더 가는 건데, 아쉽다."

3시가 되어간다. 2시간의 빈 공백을 어디에서 보낼까 생각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거리로 나온다.

식당 근처에 교회가 있어 찾아간다. 투르쿠 성당과 함께 두 곳의 오래된 성당이 더 있지만 비에 젖어 한기가 든 몸은 2km의 거리도 멀게 느껴진다.

"배를 채웠으니 마음을 평화롭게 다스려야지."

들어선 교회에는 합창 공연이 있는지, 아이들을 비롯해서 여러 팀들이 리허설 같은 것을 하고 있다.

청아한 합창소리와 아이들을 챙기는 보호자들의 대화 소리가 뒤섞여있지만 너무나 좋다.

천사와 같은 목소리로 세 번의 합창 연습을 하고 돌아온 꼬마 아이들은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청아한 노랫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느른한 졸음이 부드러운 합창 소리처럼 내려앉는다.

"천국이 따로 없네."

4시 반, 여객선 터미널로 되돌아가기 위해 교회를 나선다.

어둠이 내린 투르쿠의 강변은 별빛처럼 불빛들이 채워져 가고.

하루 종일 그칠 줄 모르는 비를 맞으며 항구로 향한다.

투르쿠 성의 모습, 낮에 보았던 모습보다 야경이 더 괜찮다.

"참, 멋없는 건물이다."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했지만 10분 정도가 남아있어 문이 닫혀있다.

5시가 되기 전 터미널이 오픈되어 있을 것 같았는데, 우리와는 달리 시간 개념이 확실한가 보다.

정확히 5시가 되고 터미널의 문이 열린다.

첫 번째로 여객선의 티켓을 구매한다. 홈페이지에서 보았던 금액보다 훨씬 비싼 요금이 청구된다.

"뭐지?"

홈페이지의 가격은 회원 특가의 금액이고, 두 타입의 저가형룸 중에서 조용하다는 룸을 선택했는데, 자전거 화물비용 10유로를 포함하여 75유로가 나온다.

"그럼 그렇지. 이상하게 싸더라! 페리전용 온라인에서 구매를 할걸."

티켓 창구에서는 승선권을 주지 않고 예약확인서만을 출력해 주며, 자전거는 터미널 밖으로 나가 자동차 체크인 구역으로 가라며 설명을 해준다.

2층 승강장에서 몸을 녹이며 시간을 기다린다.

"넌 컨셉이 뭐냐?"

승선 1시간 전, 7시가 되어 승용차의 체크인 구역으로 이동하고.

검문소에서 예약확인증을 확인하고 승선권을 건네준다.

안내 직원의 설명대로 가지런히 정차되어 있는 차량들의 측면으로 들어가.

여객선이 정박하기를 기다린다.

여기저기 여행자들의 스티커가 붙어있다.

"오늘은 나 혼자야."

20여 분 후 거대한 여객선이 정박을 하고.

다시 20분 동안 배 안에서 차량들이 쏟아져 나온다.

"괜히 일찍 나왔어. 어차피 자전거는 일 순위인데."

첫 번째 차량과 함께 가장 먼저 여객선의 화물칸으로 들어간다.

국내 여객선의 시스템과 같은 형태라 익숙하다.

배의 끝부분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

반대편 출구 앞에 자전거를 세운다. 자전거용 컨테이너가 따로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별거 없다.

"실망인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입구를 찾고.

"10층까지 있네."

저가형 룸들은 객실의 가장 저층인 3층이다.

끝이 없는 복도에는 이제 막 떠난 손님들의 뒷정리를 하느라 직원들이 바쁘게 청소를 하고 있다.

"이 방이군. 어라, 1인실이네!"

저가형룸의 두 타입 중 조용하다는 설명만 덧붙여 있던 B타입은 1인실인가 보다.

"홈페이지 정보가 엉망이네. 어쩐지 비싸더라."

전기 콘센트는 기본이고.

화장실과 샤워 시설까지 별도로 갖춰져 있다.

"어, 3인실은 이렇구나."

"뭐 이렇게 된 거 편하게 쉬자."

샤워를 하고 배 안을 구경하려고 나왔지만 국내 여객선과 큰 차이는 없다. 우리처럼 여러 명이 사용하는 공용룸이 아니라 개별 룸으로 이루어진 탓인지 편의 시설의 다양함은 국내 여객선이 더 많다.

국제선이다 보니 면세품 마켓이 넓게 들어서 있고, 카지노와 레스토랑이 편의 시설의 전부다.

기본 물가가 비싼 탓에 면세품이지만 가격이 높다.

큰맘을 먹고 추위를 견디게 해줄 보드카 한 병을 사 들었다. 앱솔루트 블루 1리터 180크로나, 대략 2만원 정도 하는가 보다.

출렁임의 느낌도 없는 여객선, 와이파이는 유명무실 접속이 잘 안된다.

유럽의 경로를 확인하느라 1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든다.

"6시에 어떻게 일어나지? 걱정이네!"

짧은 핀란드 여행을 마치고, 스웨덴의 스톡홀름으로 간다. 보고 싶었던 오로라는 볼 수 없게 됐지만 캐나다 여행이 남아 있으니 문제는 없다.

추위와 높은 물가 때문에 고생은 했지만 정말 마음만은 편안한 핀란드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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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84일 / 흐림
사우콜라-살로-파이미오
극야, 여름철 해가 지지 않는 백야현상과 반대로 겨울철 해가 뜨지 않는 이상한 핀란드의 겨울이다. "하루가 짧아도 너무 짧아!"


이동거리
69Km
누적거리
18,745Km
이동시간
4시간 51분
누적시간
1,356시간

 
110도로
 
110도로
 
 
 
 
 
 
 
50Km / 3시간 10분
 
19Km / 1시간 41분
 
사우콜라
 
살로
 
파이미오
 
 
35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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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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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멈추고, 뿌연 안개가 내려앉는다. 바람이 없는 포근한 겨울의 날씨다.

"하루 정도 쉬고 싶은데, 춥다."

라면과 오트밀로 아침을 해결하고, 10시가 넘었는데도 하늘이 어둡다.

"참 신기하다."

태요의 아내에게 핀란드의 짧은 하루에 대해 말하니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다고 했다. 백야, 자고 일어나도 밤인지 낮인지 헷갈린다며 지금은 겨울이라 계속해서 어두워질 것이라고 한다.

11시가 다 되어 느긋하게 출발을 한다. 50~70km 정도만 이동하고, 내일 투르쿠로 들어갈 생각이다.

영상으로 올라간 기온으로 쌓여있던 눈들은 깔끔하게 녹아내렸다.

작은 오르막들이 이어지는 110번 도로를 따라 편안하세 페달을 밟아간다. 바람도, 눈도 없으니 여러 겹으로 끼어입은 옷이 덥게 느껴진다.

"역시, 겨울에 먹는 콜라가 제맛이지."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고즈넉한 시골의 겨울 풍경 속을 달려간다.

"밀인가?"

겨울인데도 가끔씩 보이는 푸른 들녘은 싱그럽기까지 하다.

아희가 빈 캔을 반납하고 간식이라며 건네준 작음 음료수.

"오, 바이탈! 10% 정도 에너지가 보충된 느낌인데."

익숙한 과일 쥬스맛인데, 진하고 맛이 좋다.

피자 모양의 화려한 빵은 생각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잠시 투르쿠의 호텔과 숙소를 검색해 보니 헬싱키보다 더 비싸다.

"대단한 숙박료들이다."

오늘의 목적지로 생각했던 살로에 이르게 도착하다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눈이 녹은 도로, 핀란드의 도로에도 익숙해진 탓에 생각보다 일찍 살로에 도착했다.

"4시까지 더 달리자."

살로의 외곽을 지나치는 도로라 큰 어려움 없이 마을을 빠져나간다.

언덕길과 이슬비는 계속된다.

"힘들어."

며칠 동안 고기를 먹지 못한 탓인지 쉽게 지치는 느낌이다.

"스톡홀름, 스웨덴 사람들이 즐겨먹는 고기 메뉴가 있었으면 좋겠네."

3시 반, 하루가 다르게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 느낌이다. 잠이 많거나 새벽에 잠드는 사람들은 하루의 해를 보지 못하는 날이 더 많을 것 같다.

언덕 너머로 들녘의 모습이 보이고, 숲에서 캠핑을 하고 싶은 마음에 하루의 라이딩을 끝낸다.

높게 자란 침엽수의 숲.

푹신한 이끼류가 자라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참 좋은 숲이다."

겨울철인데, 이렇게 싱그런 숲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조금 젖어있는 텐트지만 큰 문제는 없다.

"음, 공기 공기!"

투르쿠에서 스톡홀름으로 가는 페리의 정보를 한 번 더 확인한다. 저녁 8시에 출발하여 새벽 6시에 스톡홀름에 도착하는 페리는 내일과 모레의 가격이 평상시보다 훨씬 저렴하다.

20~125유로 정도의 가격인데 내일은 15유로, 모레는 10유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럭키!"

내일 투르쿠에 도착하여 도시를 둘러보고, 저녁에 바로 떠날지 하루를 더 머무를지 결정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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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83일 / 흐림
에푸스-사우콜라
당황스러운 폴란드의 겨울 날씨, 3시가 되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날씨는 하루의 이동 거리를 짧게 만들어 놓는다. 


이동거리
56Km
누적거리
18,676Km
이동시간
4시간 05분
누적시간
1,352시간

 
110도로
 
110도로
 
 
 
 
 
 
 
20Km / 1시간 50분
 
36Km / 2시간 15분
 
에푸스
 
베이콜라
 
사우콜라
 
 
286Km
 
 

・국가정보 
핀란드, 헬싱키
・여행경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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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어, 유로(1유로=1,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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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나긴 밤이다."

8시가 되었지만 아침 하늘은 아직 어둡다. 간밤에 내린 눈으로 세상은 더 하얗게 변하고.

바람이 불지 않아 추운 것은 좀 덜하다. 짧아진 하루를 생각하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출발을 해야 하지만 침낭 밖으로 나가는 것이 싫다.

아희가 챙겨준 빵과 호스텔에서 만들어 온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아침을 한다. 어제 배불리 먹은 초밥 덕분인가 보다.

9시 반, 투르쿠를 향해 출발한다.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데, 그 모습이 궁금하다.

눈이 쌓인 자전거 도로를 조심스럽게 따라가다 에푸스 초입에서 맥도날드를 발견했다. 굿모닝을 알리지 못한 아침이라 화장실도 급하고, 일찍 배를 채워야겠다.

비싼 김치버거 대신 저렴한 치킨버거를 주문한다.

"역시 치킨버거가 최고야!"

시속 10km가 안되는 속도로 눈길을 따라간다. 에푸스를 지나며 자전거 도로도 사라지고, 투르쿠로 향하는 110번 도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조심스레 나를 피해 가거나 속도를 줄여 지나치지만 가끔씩 화물차량들이 눈이 녹은 흙탕물을 끼얹으며 지나쳐간다.

"멋지게 꽃무늬를 그려주셨군!"

다시 마을을 지나치며 자전거 도로를 찾았지만 마을을 벗어나면 자전거 도로는 끝이 난다.

작은 오르 내리막이 반복되는 110번 도로, 녹은 눈이 쌓여있는 갓길은 미끄러울 것 같아 지나가기가 어렵다. 매너가 좋은 핀란드 운전자들을 믿고 차선의 반을 차지하고 도로를 이동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가끔씩 흙탕물이 날아들지만 어쩔 수 없는 도로의 환경이고, 대부분 너무나 매너가 좋은 운전자들이니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핀란드도 피할 수 없는 그래피티 낙서들이다.

1시, 작은 교차로에서 마주친 차량이 천천히 속도를 줄이더니 커피가 필요한지를 묻는다.

"예!"

따라오라며 앞장을 서던 승용차는 도로변 사잇길로 들어간다. 안전한 공간에서 커피를 건네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집으로 초대를 한 것이다.

도로변 숲속에 있는 집으로 오르는 낮은 오르막에서 미끄러운 신발 때문에 자전거를 끌고 갈 수가 없다.

남자의 도움으로 난감한 웃음을 지으며 집으로 올라가고.

숲의 안쪽에 위치한 집으로 들어간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좋은 숲속의 집이다. 아내의 부모님을 모시고, 두 명의 남자아이를 둔 태요(Teijo)의 가족이다.

숲의 곳곳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 기구들이 놓여있고, 집의 내부에도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어수선하지만 정감 있는 풍경이다.

두 부모님과 인사를 하고, 모두들 반갑게 맞이해준다. 거실의 벽에는 많은 아이들의 사진들이 차례대로 붙어있다.

"사촌들의 아이들, 어머니는 일곱 명의 자식이 있어."

"와, 다복하시네."

어머니께서 빵과 커피를 준비하시는 동안 태요의 부부와 여행에 대해 대화를 하고, 인스타그램의 여행 사진들도 보여준다.

집에서 만든 수제 빵인데 쫀득한 것이 독특하고 맛이 좋다. 이름을 알려줘도 핀란드의 지명과 단어들은 발음하기가 너무 어렵다.

세 살의 둘째, 수줍음이 많은 여섯 살의 첫째는 엄마를 닮았고, 개구진 둘째는 태요를 닮았다.

파란 눈, 너무나 예쁜 눈이다. 파란 핀란드가 아이의 눈 속으로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하하하, 아이들은 어딜 가나 다 똑같다."

즐겁고 편안한 시간이다.

"핀란드의 삶은 이렇구나. 참 편안한 나라다."

태요의 가족과 이야기를 하며 순식간에 두 시간이 지나버린다. 다음에 와서 사우나를 해보라는 어머니의 농담과 함께 가족들과 헤어진다.

숲과 같은 마당의 한켠에는 채소나 야채들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고.

채소를 기르는 작은 온실 하우스도 있다.

태요는 그래픽디자인 같은 것을 하는 작가인데, 틈틈이 무언가를 만드나 보다.

"그림만 그리는 금손이 아니네. 정말 재미있게 사는구나."

북유럽 국가 중 첫 번째 나라 핀란드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을 느낀다.

"삶을 대하는 방식이 여유롭다."

"3시가 넘었네. 곧 해가 지겠다."

태요의 가족과 함께한 시간 때문인지 이유 모를 여유로움이 마음속에 가득하다.

"천천히 가지 뭐."

야영을 생각했던 호숫가에 도착하고 GPS를 확인하니 겨우 40km를 이동했다.

"부지런히 달렸는데, 너무 적네."

조금 더 길을 이어간다.

투르쿠까지의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다.

4시가 넘어가고 어둠이 찾아온다. 야영지를 찾는 사이 마을이 나오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마을을 지나쳐야겠다."

슈퍼에 잠시 들린다.

핀란드의 자동문은 옆으로 열리지 않고 바깥쪽으로 열린다.

"바나나도 비싸네."

조리된 고기도 없고, 맥주는 3천원이 넘어 살 수가 없다. 빵과 바나나를 집어 들고.

"이걸 어떻게 쓰나? 숫자가 있나?"

과일을 올려놓고 과일의 번호를 누르니 가격표가 나온다.

마을을 벗어나 수확이 끝난 밀밭에 텐트를 펼친다. 5시, 완전히 어두워진 저녁이다.

저녁 시간 동안 계속 비가 내린다. 얼어붙었던 날씨가 풀어져 괜찮지만 비가 내리는 것보다는 조금 추운 것이 더 낫겠다 싶다.

100km의 투르쿠까지 이틀에 나눠서 갈 생각이다.

"눈 때문에 하루가 딜레이 됐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82일 / 눈
헬싱키-에푸스
헬싱키의 휴식을 끝내고 스웨덴으로 향한다. 새벽부터 내린 눈이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 놓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스키 라이딩이 시작되는가?"


이동거리
20Km
누적거리
18,620Km
이동시간
5시간 19분
누적시간
1,347시간

 
스시뷔페
 
유심카드
 
 
 
 
 
 
 
15Km / 4시간 10분
 
05Km / 1시간 09분
 
헬싱키
 
레파바라
 
에푸스
 
 
230Km
 
 

・국가정보 
핀란드, 헬싱키
・여행경보 
-
・언어/통화 
핀란드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텔레2, 1기가/2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58-40-903-1021

 
자정이 넘도록 아희와 대화를 하고, 유럽의 경로를 결정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피곤하게 잠이 깬 8시,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다.

"올 것이 오는구나."

눈이 내리는 날에도 핀란드의 사람들은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하루의 일정을 생각한다.

"일단 짐들을 정리하고, 조식으로 나오는 샌드위치를 포장하고, 우체국에 들러 엽서를 보내고, 아희가 추천한 스시 뷔페에서 점심을 먹고, 유심카드를 산 다음 투르쿠로 떠난다."

여전히 눈은 계속해서 내린다.

어제보다 한산한 조식 타임이다. 아마도 10시가 가까워지면 사람들이 몰려나올 것 같다.

일단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커피와 함께 하나는 아침의 출출함을 달래고, 두 개는 포장을 한다.

비싼 숙박료에 대한 반항으로 마음껏 풀어놓은 짐들을 정리하고, 떠날 준비가 마무리되는 사이 로비에서 아희를 마주친다.

"이제 가시는 거예요?"

아희는 감기약 세 정을 건네준다.

체크아웃을 하고 저녁에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아희는 짐을 숙소에 보관하고 시간을 보낼 생각인가 보다. 그녀의 두 손에는 빈 캔과 물병이 들려있다.

"뭔데 어제부터 계속 마시는 거야?"

"아니요. 이거 반납하면 15센트 환불해 줘요."

"오, 큰 봉지 하나 달고 빈 캔들 모으면서 다녀야겠다."

체크아웃을 하고 지하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꺼내어 패니어들을 장착하는 동안 키가 큰 남자가 자전거를 보더니 말을 걸어온다.

어제 보았던 자전거 여행자인데, 자전거를 슈퍼 앞 가로등에 묶어둔 것이 기억난다.

아마도 자전거 보관 추가요금이 싫어서 밖에 두었나 싶었고, 슈퍼 옆에 놓인 자전거 거치대에 앞바퀴만 남은 것들이 보여 핀란드도 자전거 도난이 많은가 싶기도 했었다.

폴란드 자전거 여행자 라이언, 발트해 3국을 거쳐 페리를 타고 헬싱키로 왔다고 한다. 영어가 유창한 아희가 있으니 편하다.

"패니어에 담아 가고 싶네."

폴란드에 가면 라이언에게 연락을 하겠다며 왓츠앱을 연결하고, 아희는 라이언에게 스시 뷔페를 소개한다.

"알 럽 스시."

라이안과 만남으로 출발 시간이 늦어지고, 아희와 라이언과 인사를 전하고 출발을 한다.

"씨유 베를린, 씨유 폴란드."

숙소 근처의 우체국에 들러 엽서를 보내고.

어제 만난 여직원이 친절하게 엽서를 보내준다.

눈이 내린 도로는 미끄러워 조심조심 페달을 밟아간다.

우체국에서 엽서를 보내는 동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던 라이언이 작은 언덕 아래에 서있다.

"내리막에서 넘어졌어."

허리가 아픈지 라이언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라이언의 타이어를 보니 트레드가 없는 민무늬 타이어이다.

"조심하지. 천천히, 천천히."

스시 뷔페로 가기 위해 앞장을 섰지만 라이언은 따라오지 않는다.

"다른 곳에 가는 건가?"

수줍은 페달링으로 천천히 시내로 들어서고, 길을 지나치던 할아버지는 스파이크 타이어가 필요하다며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마지막 여행지 캐나다나 알래스카라면 모를까 이곳에서 스파이크 타이어는 그냥 짐이다.

"대충 여기 어딘데?"

"찾았다!"

"배고픈 자전거 여행자 처음 봐요?"

작은 식당에는 사람들로 꽉 차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작!"

잠시 후 라이언이 식당으로 들어온다.

"괜찮아?"

라이언은 여전히 허리가 좋지 않은가 보다.

"키가 커도 문제군."

197cm라는 라이언은 건장한 몸이라 더욱 커 보인다. 라이언과 식사를 하며 대화를 이어가고, 복잡한 대화에 커뮤니케이션 안되니 조금 당황한다.

"괜찮아. 너도 월터처럼 곧 익숙해질 거야."

두 시간 정도 초밥을 먹고 든든해진 배를 두드린다.

"벌써 2시네."

"응, 곧 해가질 거야."

라이언과 폴란드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그럼, 가 볼까!"

눈이 쌓인 자전거 도로를 따라 유심카드를 사기 위해 헬싱키 근교의 대형 쇼핑몰을 찾아간다.

작은 공원을 지나고 복잡해진 자전거 도로를 계속 확인하며 길을 따라가고,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점심을 먹었을 뿐인데 어두워지냐?"

공원에서 만난 남자는 쇼핑몰의 위치를 보더니 길을 안내해 준다.

복잡한 시내길을 그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지날 수 있었다.

"앤틱, 고마워!"

기차역과 연결되는 대형 쇼핑몰의 텔리아 매장으로 들어간다.

아주 친절하고 유쾌한 남자 직원의 도움으로 즐겁게 데이터 상품을 안내받는다.

핀란드의 ID 카드가 있는지 묻더니 없다고 하자 두 종류의 상품을 알려준다. 1달과 1주일 사용할 수 유심카드는 호스텔에서 판매하던 유심카드와 같은 것이다.

"이것은 핀란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요."

3~4일 정도밖에 못쓰지만 어쩔 수 없다.

"인터넷 언리밋?"

"예."

인터넷을 개통하고 슈퍼에 들러 빵과 음료수를 사고.

대형 쇼핑몰 지하로 연결되는 공간에 잘 갖춰진 자전거 거치대가 마련되어 있다.

4시가 되어가니 어둠이 내려앉는다. 갈수록 해가 짧아지는 이상한 나라다.

자전거 도로는 흙길로 변하더니.

공사 구간으로 바뀐다.

"겨우 4신데."

눈이 쌓인 길이라 라이딩을 이어가기가 힘들다.

도로변 넓은 공터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펼친다.

"든든하게 초밥을 먹었는데, 힘쓸 일이 없네."

"그나저나 이 기나긴 밤을 어쩌란 말이냐!"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조용하게 눈이 내린다.

텐트에 쌓인 눈들을 털어내고.

"밤 하늘이 참 오묘하다. 오로라가 펼쳐지면 정말 좋을 텐데."

140km 투르쿠까지 가는 길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짧아지는 일조시간과 날씨, 쉥겐기간을 생각하면 투르크에서 스톡홀름으로 건너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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