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83일 / 흐림
에푸스-사우콜라
당황스러운 폴란드의 겨울 날씨, 3시가 되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날씨는 하루의 이동 거리를 짧게 만들어 놓는다. 


이동거리
56Km
누적거리
18,676Km
이동시간
4시간 05분
누적시간
1,352시간

 
110도로
 
110도로
 
 
 
 
 
 
 
20Km / 1시간 50분
 
36Km / 2시간 15분
 
에푸스
 
베이콜라
 
사우콜라
 
 
286Km
 
 

・국가정보 
핀란드, 헬싱키
・여행경보 
-
・언어/통화 
핀란드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텔레2, 1기가/2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58-40-903-1021

 
"정말 기나긴 밤이다."

8시가 되었지만 아침 하늘은 아직 어둡다. 간밤에 내린 눈으로 세상은 더 하얗게 변하고.

바람이 불지 않아 추운 것은 좀 덜하다. 짧아진 하루를 생각하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출발을 해야 하지만 침낭 밖으로 나가는 것이 싫다.

아희가 챙겨준 빵과 호스텔에서 만들어 온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아침을 한다. 어제 배불리 먹은 초밥 덕분인가 보다.

9시 반, 투르쿠를 향해 출발한다.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데, 그 모습이 궁금하다.

눈이 쌓인 자전거 도로를 조심스럽게 따라가다 에푸스 초입에서 맥도날드를 발견했다. 굿모닝을 알리지 못한 아침이라 화장실도 급하고, 일찍 배를 채워야겠다.

비싼 김치버거 대신 저렴한 치킨버거를 주문한다.

"역시 치킨버거가 최고야!"

시속 10km가 안되는 속도로 눈길을 따라간다. 에푸스를 지나며 자전거 도로도 사라지고, 투르쿠로 향하는 110번 도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조심스레 나를 피해 가거나 속도를 줄여 지나치지만 가끔씩 화물차량들이 눈이 녹은 흙탕물을 끼얹으며 지나쳐간다.

"멋지게 꽃무늬를 그려주셨군!"

다시 마을을 지나치며 자전거 도로를 찾았지만 마을을 벗어나면 자전거 도로는 끝이 난다.

작은 오르 내리막이 반복되는 110번 도로, 녹은 눈이 쌓여있는 갓길은 미끄러울 것 같아 지나가기가 어렵다. 매너가 좋은 핀란드 운전자들을 믿고 차선의 반을 차지하고 도로를 이동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가끔씩 흙탕물이 날아들지만 어쩔 수 없는 도로의 환경이고, 대부분 너무나 매너가 좋은 운전자들이니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핀란드도 피할 수 없는 그래피티 낙서들이다.

1시, 작은 교차로에서 마주친 차량이 천천히 속도를 줄이더니 커피가 필요한지를 묻는다.

"예!"

따라오라며 앞장을 서던 승용차는 도로변 사잇길로 들어간다. 안전한 공간에서 커피를 건네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집으로 초대를 한 것이다.

도로변 숲속에 있는 집으로 오르는 낮은 오르막에서 미끄러운 신발 때문에 자전거를 끌고 갈 수가 없다.

남자의 도움으로 난감한 웃음을 지으며 집으로 올라가고.

숲의 안쪽에 위치한 집으로 들어간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좋은 숲속의 집이다. 아내의 부모님을 모시고, 두 명의 남자아이를 둔 태요(Teijo)의 가족이다.

숲의 곳곳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 기구들이 놓여있고, 집의 내부에도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어수선하지만 정감 있는 풍경이다.

두 부모님과 인사를 하고, 모두들 반갑게 맞이해준다. 거실의 벽에는 많은 아이들의 사진들이 차례대로 붙어있다.

"사촌들의 아이들, 어머니는 일곱 명의 자식이 있어."

"와, 다복하시네."

어머니께서 빵과 커피를 준비하시는 동안 태요의 부부와 여행에 대해 대화를 하고, 인스타그램의 여행 사진들도 보여준다.

집에서 만든 수제 빵인데 쫀득한 것이 독특하고 맛이 좋다. 이름을 알려줘도 핀란드의 지명과 단어들은 발음하기가 너무 어렵다.

세 살의 둘째, 수줍음이 많은 여섯 살의 첫째는 엄마를 닮았고, 개구진 둘째는 태요를 닮았다.

파란 눈, 너무나 예쁜 눈이다. 파란 핀란드가 아이의 눈 속으로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하하하, 아이들은 어딜 가나 다 똑같다."

즐겁고 편안한 시간이다.

"핀란드의 삶은 이렇구나. 참 편안한 나라다."

태요의 가족과 이야기를 하며 순식간에 두 시간이 지나버린다. 다음에 와서 사우나를 해보라는 어머니의 농담과 함께 가족들과 헤어진다.

숲과 같은 마당의 한켠에는 채소나 야채들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고.

채소를 기르는 작은 온실 하우스도 있다.

태요는 그래픽디자인 같은 것을 하는 작가인데, 틈틈이 무언가를 만드나 보다.

"그림만 그리는 금손이 아니네. 정말 재미있게 사는구나."

북유럽 국가 중 첫 번째 나라 핀란드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을 느낀다.

"삶을 대하는 방식이 여유롭다."

"3시가 넘었네. 곧 해가 지겠다."

태요의 가족과 함께한 시간 때문인지 이유 모를 여유로움이 마음속에 가득하다.

"천천히 가지 뭐."

야영을 생각했던 호숫가에 도착하고 GPS를 확인하니 겨우 40km를 이동했다.

"부지런히 달렸는데, 너무 적네."

조금 더 길을 이어간다.

투르쿠까지의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다.

4시가 넘어가고 어둠이 찾아온다. 야영지를 찾는 사이 마을이 나오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마을을 지나쳐야겠다."

슈퍼에 잠시 들린다.

핀란드의 자동문은 옆으로 열리지 않고 바깥쪽으로 열린다.

"바나나도 비싸네."

조리된 고기도 없고, 맥주는 3천원이 넘어 살 수가 없다. 빵과 바나나를 집어 들고.

"이걸 어떻게 쓰나? 숫자가 있나?"

과일을 올려놓고 과일의 번호를 누르니 가격표가 나온다.

마을을 벗어나 수확이 끝난 밀밭에 텐트를 펼친다. 5시, 완전히 어두워진 저녁이다.

저녁 시간 동안 계속 비가 내린다. 얼어붙었던 날씨가 풀어져 괜찮지만 비가 내리는 것보다는 조금 추운 것이 더 낫겠다 싶다.

100km의 투르쿠까지 이틀에 나눠서 갈 생각이다.

"눈 때문에 하루가 딜레이 됐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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