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6일 / 눈 ・ 5도
이흐울-토승쳉겔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조금은 지쳐있다. 울란곰까지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길을 나선다.

이동거리
43Km
누적거리
9,729Km
이동시간
3시간 43분
누적시간
685시간

A0603
A0603
36Km / 2시간 56분
9Km / 47분
이흐울
힘들어
토승쳉겔
 
 
1,547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울란곰까지 600km 정도의 거리가 남았다. 작은 식당의 넓은 간의 침대에서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어 어제의 피로가 많이 사라진듯하다.

정말 얄궂은 몽골의 날씨이다.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보니 지독했던 어제의 날씨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화창하고 밝다.

"이곳에서 하루 정도 머무를까?"

술을 팔지 않는 작은 식당은 깔끔하고 음식 맛도 괜찮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으니 그것보다 좋은 것이 없는 것 같다.

다음 목적지를 정하기 위해 구글맵을 확인하니 토승쳉겔(Tosontsengel,Тосонцэнгэл)을 거쳐 넘루그(Numrug, Нөмрөг)까지 150km 정도의 거리다. 토승쳉겔에서 넘루그까지 100km 정도의 거리에 작은 마을조차 지도상에 보이질 않는다. 날씨와 바람을 생각하면 하루에 가기에는 어려운 거리다.

"토승쳉겔까지 가서 거리를 줄여놔야겠네."

침낭과 패니어를 정리하고 기분 나쁜 마찰음을 내던 앞브레이크를 정비하며 어제 저녁으로 먹었던 만둣국을 주문한다. 몽골의 작은 식당들은 화로로 음식을 하기 때문에 음식을 만드는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다.

20분이 조금 넘어 만둣국이 나오고 따듯한 우유차와 함께 든든하게 아침을 해결한다. 만둣국을 먹고 있으니 여자 주인은 육수를 한 그릇 가득 담아내어준다. 제법 음식 솜씨가 좋은 가게이다.

몽골 여행의 어려운 일들 중 하나는 음식인 것 같다. 식문화가 다양하지 않은 몽골에서 변변하게 먹을 음식을 찾기가 힘들고, 제대로 된 식당을 찾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와 같다.

느긋하게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으니 10시 30분이 되어 출발을 한다.

작은 바람만이 느껴지는 화창한 날씨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를 가볍게 달려간다. 등쪽으로 떨어지는 따듯한 햇볕이 이내 몸을 덥히고, 라이딩의 가벼움은 140km 거리의 넘루그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욕심을 만들어 낸다.

"무리겠지? 날씨가 너무 아까운데, 이런 날 많이 이동을 해야 하는데."

어제 타르바가태(Tarvagatai, Тарвагатай)를 넘은 이후 펼쳐지는 풍경은 초원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산악지대의 모습에 가깝다. 뾰족뾰족하게 솟은 산봉우리들과 바위, 돌 산들이 겹겹이 늘어서 있다.

이흐울을 6~7km 정도 벗어나니 다시 통신은 완전히 끊겨버리고 화창했던 하늘을 두꺼운 회색 구름으로 뒤덮여 있다.

다시 조금씩 바람이 일며 이흐울의 따듯함과는 다른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풍부한 강줄기는 멋들어진 곡선을 그리며 계속 이어지고, 바람과 함께 진눈깨비가 조금씩 날리기 시작한다. 토승쳉겔 방향의 하늘이 어둡게 변해있고 눈을 흩뿌리는 듯한 풍경이다.

강물을 따라 휘어지고 작은 언덕들이 연이어지는 길에서 쉽게 지쳐간다. 아무래도 어제의 피로가 쌓여있는 것 같다. 멋들어진 바위들이 솟아오른 산 밑에서 잠시 쉬어간다.

"40km 정도조차 쉽게 보내주질 않는구나."

좌우로 불어오며 진눈깨비를 휘날리는 바람을 맞으며 느릿느릿 도로를 따라가다 내 앞에서 멈춰 선 오토바이를 탄 젊은 남자를 만난다. 울란바토르에 간다는 남자와 인사를 하고 뭔가 대화를 이어가려 해도 네트워크가 끊겨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사진을 찍자고 하니 흔쾌하게 헬멧을 벗고 포즈를 취한다. 헬멧을 벗으니 보라색으로 염색을 하여 멋은 낸 청년이다.

멋쟁이 남자와 짧은 만남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연이어지는 오르막과 거세지는 바람이 자전거를 다시 멈춰 세운다.

"얼마큼 온 거지? 15km, 20km 정도 남았나?"

나무가 자라지 않는 산등성이에도 작은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라있어 산들이 표범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 같다. 바닥에 주저앉아 잠시 쉬고 있으니 한기가 밀려든다.

"가자. 3시 정도면 도착할 수 있겠지 뭐."

해발 2,500미터의 타르바가태 산을 넘고 1,500미터의 이흐울까지 갑작스레 고도가 떨어지더니,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는 듯 페달링을 힘들게 한다.

언덕과 언덕으로 이러지던 길의 큰 고개를 오르니 바람이 잦아들며 하늘빛이 밝게 변하고 도로의 끝이 보이지 않는 직선 도로가 이어진다.

15km 이상은 더 가야 할 것으로 생각했던 토승쳉겔의 모습이 직전 도로의 끝에 보이기 시작한다.

"오호, 다 왔다!"

고갯길의 내리막을 달려 길은 눈앞에 보이는 토승쳉겔의 방향으로 이어지질 않고 우회전을 하며 높은 언덕길 위로 마을의 입구가 보인다.

"왜? 왜 좋은 길을 놔두고 빙 돌아 언덕으로 올라가는 거야?"

"정말 올라가기가 싫어진다."

2시가 조금 넘어 토승쳉겔에 도착한다. 언덕 밑으로 제법 많은 집들이 넓게 들어서 있는 마을이다.

"호텔! 씻을 수 있을까?"

체체를렉의 페어필드에서 마지막으로 샤워를 하고 10일 가까이 양치만을 하며 살았다. 두건을 쓰고 다니는 머리에서 쉰 냄새가 나기 시작하던 참이다.

마을 초입의 언덕에 올라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는 사이 토승쳉겔의 하늘이 변하며 눈을 휘날리고 있다.

마을 초입에 여러 개의 주유소들이 연이어지고, 주유소의 마당에서부터 짖어대며 쫓아오던 개를 향해 계란만한 돌멩이를 주워 던진다.

"가! 이 개******!"

추워진 날씨, 구글 지도를 확인하며 마을 초입에 보았던 스카이라인 호텔을 찾아 마을의 중심으로 이동한다. 여러 개의 슈퍼마켓이 보이고 몇몇의 식당들도 보이는 도로변에 옷과 신발들을 파는 노점상들의 모습도 보인다.

흙바닥의 골목길을 빙빙 돌아 스카이라인 호텔에 도착하자 때마침 승용차에서 내리던 중년의 여자가 나를 유심히 쳐다보며 호텔의 문을 열어준다.

"호텔 맞지?"

호텔의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는 짧은 영어를 할 수 있어 대화를 하는데 어렵지 않다. 하루나 이틀쯤 머무를 것이라 대답하고 25,000투그릭의 숙박료를 확인한다.

1층에 있는 샤워실, 자전거를 놓아둘 장소 등을 안내해 주고 2층으로 올라가 방을 정해준다.

"이건 40,000투그릭!"

여러 개의 낡은 방문을 열어보며 빈 방을 찾더니 침대가 2개 놓인 방은 40,000투그릭이라고 중얼거린다.

낡은 침대가 놓인 방의 열쇠를 건네주고 2층에 있는 화장실의 위치를 알려주고 여주인은 그냥 내려간다.

복도의 끝에 있는 화장실에는 좌변기가 놓여있고 나름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다.

"이 정도면 특급호텔이야!"

1층에 있는 샤워장에도 낡은 샤워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따듯한 온수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찬물이면 어때. 씻을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복도 옆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넓은 주방에서 3명의 여자들과 함께 빵을 만들어 굽고 있는 여주인에게 식사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오늘은 레스토랑을 열지 않는다고 한다.

호텔을 나와 음식점과 슈퍼가 있던 거리로 나간다. 몽골의 마을에는 가라오케나 디스코텍 같은 것이 음식점보다 많은 것 같다.

"참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네."

슈퍼마켓에 들러 저녁에 먹을 빵과 음료수, 과자 같은 것을 조금 사 들고 나와 길 건너편의 음식점으로 걸어간다.

음식들의 메뉴 사진이 걸려있는 건물 앞에는 옷을 파는 노점상들이 내리는 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고, 가게의 문은 닫혀있다.

"가만. 느낌상 한국 음식을 파는 가게 같은데!"

서롱고스라고 쓰인 익숙한 글자가 보이고 자세히 보니 한국의 음식들의 사진이다. 제육볶음의 사진이 사람을 환장하게 만들어 버린다.

"왜 이런 운은 없는 것일까? 내일 다시 와봐야지."

진눈깨비의 눈바람이 더 거세지고, 대형 버스에서 내린 한무리의 사람들이 들어가는 식당으로 따라 들어간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운터에서 사람들의 주문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한 남자가 테이블 위에 음식을 올려놓고 자리에 앉는다.

"나도 이것으로 먹어야지."

음식의 사진을 찍고 카운터로 가서 핸드폰을 보여주니 종이에 글씨를 쓴 오더지를 주방으로 건네준다.

양고기의 잡내가 조금 있었지만 아주 맛있게 허기를 달랜다.

"역시 고기를 먹어야 해."

진눈깨비는 어느새 우박으로 변하여 정신없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슈퍼도 아니고 병원도 아닌데 사람들의 출입이 빈번한 건물이 궁금하여 들어가 본다.

핸드폰 가게들과 주류가게, 꽃집 그리고 2층에는 옷가게들이 들어선 일명 몽골의 쇼핑몰 건물이다.

가게들을 둘러보면 나와 눈이 마주친 젊은 꽃집의 여자가 나를 부른다.

"서롱고스!"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가게를 둘러보는 동안 웃는 얼굴로 나를 지켜본다. 몽골에서 꽃집을, 그리고 붉은 장미를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콩알만한 우박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은행에 들러 약간의 현금을 찾고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의 직원들은 여전히 빵을 굽느라 바쁘다.

넓게 밀가루 반죽을 펴서, 버터를 바르고, 설탕을 뿌린 후 돌돌 말아 자르고 오븐에 넣으면 끝이다.

따듯한 물과 컵을 구하러 내려갔는데 구워낸 빵을 2개 건네준다. 그냥 밀가루 빵 맛이다.

슈퍼에서 사온 박카스를 마시고 누워있으니 누군가 방문을 두드린다.

전구가 없던 방에 전구를 끼워 넣기 위해 남자 직원이 서있다.

전구를 끼워 넣고.

불을 켜는데 남자가 이상한 행동을 한다. 스위치가 있는 벽을 확인하니 스위치가 없고 전선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아니, 딱히 불은 없어도 되는데 저걸 어떻게 끄지?"

"간만에 씻어 볼까?"

감바의 집 현관을 여느라 20분 정도를 낑낑댔던 기억이 난다. 몽골의 문들은 자물쇠가 딸깍딸깍 두 번이 걸린다.

1층에 있는 샤워실에는 보기와 달리 따듯한 물이 잘 나온다. 오랜만에 머리를 감느라 중국 호텔에서 가져온 작은 샴푸통을 다 비운다.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울란바토르의 테를지의 리조트에 취직을 했다는 김병남 선교사님과 오랫동안 통화를 한다. 한국 사업가가 운영하는 리조트에 관리인으로 취직을 했는데 새롭게 일을 하려다 보니 약간은 피곤한 모양이다.

리즈후이에게 위챗 메시지가 와서 번역기를 돌려가며 오랫동안 메시지를 주고받고, 휴가를 받아 아내에게 갔다는 오초르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잠을 자는지 답장이 없다.

"이 침대 시트는 어디에 있는 첼시 호텔이냐?"

데이터 만수르가 되어 CBS 라디오를 들으며 별 기대 없이 카톡으로 사연을 쓰고 신청곡을 보내본다. 카톡 메시지를 보내고 시계를 확인하니 8시 50분이 넘어간다.

"끝날 때가 됐네. 괜히 보냈네!"

김현주의 행복한 동행, 방송이 끝나는 마지막 광고가 끝나고 클로징 멘트를 하던 김현주가 나의 사연을 읽어준다.

"멀리 몽골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는 변차섭씨가... "

"헐!"

아쉽게 마지막으로 급하게 신청된 노래라 이상은의 노래는 중간에 끊겨버렸지만 뜻밖의 즐거움이다. 12시가 가까워지며 창밖으로 거칠게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다. 아무래도 내일 길을 떠나긴 틀린 것 같다. CBS 음악 FM은 저작권의 문제 때문에 다시 듣기가 제공되지 않는 모양이다. 온갖 곳을 검색하고 유튜브, 팟캐스트 등등을 뒤적여봐도 다시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자전거 세계 일주 106일째, 중국을 거쳐 몽골의 초원을 달리고 있어요. 아무것도 없는 끝없는 몽골의 넓은 초원을 홀로 달리는 것이 가끔 외롭지만... 저의 눈을 통해 함께 세상을 보고 있을 그녀와 듣고 싶네요. 항상 그녀의 삶이 행복하기를.."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9일 / 맑음 ・ 12도
고르도비-사이샨드
기다리던 동풍이 불어온다. 이틀간 함께했던 바트바르드와 작별을 하고 사인샨드로 떠난다.


이동거리
187Km
누적거리
8,414Km
이동시간
9시간 37분
누적시간
590시간

AH3
AH3
74Km / 3시간 26분
113Km / 6시간 11분
고르도비
갈림길
사인샨드
 
 
232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기온이 많이 떨어진 몽골의 아침이다. 아침에 깨어 바람의 바람을 확인하니 일기예보대로 동풍이 불어온다.

"또, 길을 가야겠네."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는 바트에게 동풍이 불어온다며 제스처를 하니 휘파람을 불며 그렇다고 알려준다.

"바트, 나 이제 가야 해."

패니어들을 정리하고 바트가 침대에 꽂아두었던 태극기를 챙겨들고 대신 작은 태극기 하나를 건네주니 가방에 넣어둔다. 23~24일에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휴일이라며 집으로 가져갈 생각인가 보다.

패니어들을 꺼내어 하나씩 자전거에 장착하는 동안 바트도 일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바트의 늙은 개에게도 인사를 하고.

"바트, 사진 한 장 찍고 가자."

다치지 말고 건강하라며 인사를 하고 악수와 가벼운 포옹으로 작별의 아쉬움을 달랜다.

뒤쪽에서 밀어주는 바람을 맞으며 한결 가벼워진 페달링으로 190km 떨어진 몽골의 두 번째 도시 사인샨드를 향해서 떠난다.

몽골 유목민의 복장으로 말을 타며 양을 모는 아저씨를 만나 사진을 찍으니 손가락으로 양떼들을 가리킨다.

사진을 찍은 핸드폰에 관심이 있는지 뭔가를 물었지만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그냥 웃으며 인사만을 하고 길을 이어간다.

자민우드에서 만난 툴가에게 몽골이 위험한지 물어봤을 때, 특별히 위험하지는 않지만 시골 같은 곳에는 카메라나 스마트폰 같은 것이 없어 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을 준다면 바꿀 생각은 있는데, 지금은 딱히 말이 필요가 없네."

한 시간 정도를 길게 뻗은 초원의 도로를 달리고 잠시 쉬어간다. 평균 20km의 속도가 나는 편안한 라이딩이다.

자민우드에서 사인샨드로 가는 길은 아마도 산악지대가 아닌가 싶다.

끝없이 길게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지나간다.

바트가 챙겨놓은 차를 마시고.

"언제 챙겨놓은 거야? 자, 본격적으로 달려 볼까?"

몽골 여행의 혹독한 신고식을 거센 바람으로 맞이해주었으니 오늘은 몽골의 초원을 거침없이 달려볼 생각이다.

붉은 흙의 초원과 산들의 고개를 넘고, 낮은 경사로 길게 떨어지는 내리막길을 시원하게 달려간다.

주로 물류를 운반하는 화물 차량들이 오가고 승합차와 승용차들이 간간이 지나치지만 통행량이 많지 않은 AH3 도로.

지나가는 차량들은 가끔씩 차량을 세워 인사를 하기도 하고, 헤드라이트를 깜박이며 손인사를 전하기도 한다. 갓길이 없어 조금은 불안했던 도로 라이딩이었는데 지나치는 차량들의 매너들이 생각과 달리 좋다.

높은 초원 지대에도 물이 고여이는 오아시스 같은 곳도 있고 붉은 흙산들과 아무것도 없는 넓은 초원의 길은 계속 이어진다.

신나게 핸들바의 언더를 잡고 달리던 중, 초원 한가운데 지어진 낡은 나무집 앞에서 두 명의 남자가 짐 같은 것을 옆에 두고 도로변에 서서 히치하이킹을 하듯 차량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인다.

유목민 복장을 한 검은 얼굴의 남자들이 나를 향해서도 휘파람을 불며 자전거를 세우라는 제스처를 한다. 그들을 쳐다보며 도로를 넓게 돌아 피해 질주를 하니 큰 소리를 쳐댄다.

몽골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몽골인들에 대한 낯섦이 아직은 그들과 부대끼며 인사를 나눌 마음의 여유를 주질 않는다. 이국적인 생김새의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만큼 그들 또한 외국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이 있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초원의 한가운데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그들과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

자민우드에서 사인샨드로 가는 길은 두 갈래의 길로 나뉜다. 구글맵의 지도상으로 보면 작은 마을 두 곳이 있는 오른쪽 길과 아무것도 없는 왼쪽 길이 있다.

Burdene Bulag(Бүрдэнэ Булаг) 야생 동물 보호구역 부근에서 길이 나뉘어지는데, 툴가에게 물어봤을 때 자신들을 에르덴이 있는 마을의 도로를 타고 울란바트로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3시간을 달려 갈림길의 부근에 도착한다.

바람이 부는 언덕을 오르니 왼편으로 돌들을 쌓아올리고 푸른 천들을 걸어놓은 탑들이 보인다.

중앙에 큰 돌무더기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작은 돌탑들이 쌓아져있고 푸른 천들이 바람에 휘날린다.

몽골 유목민들이 소원을 기원하는 장소일 듯싶다. 잠시 쉬며 간단히 점심을 먹기 위해 돌탑이 있는 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들어간다.

돌탑에는 자동차 핸들커버 같은 것도 여기저기 걸려있고.

바람을 피해 자전거를 세워두고.

바트와 나눠먹고 남은 빵과 잼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어느 방향으로 가지? 그래도 마을이 있는 길로 가는 것이 편하겠지?"

바람을 등지고 온 탓에 생각보다 빠르게 67km 정도를 이동했다. 사인샨드까지는 여전히 100km가 넘게 남았지만 진행속도를 봐서는 오늘 사인샨드까지 갈 수도 있겠다 싶다.

빵을 먹고 중앙의 큰 돌탑을 둘러보니 돈과 술, 담배 같은 제물들을 받쳤던 흔적들이 보인다.

화물차 모양의 장난감이 놓여있는 것으로 보아 돌들과 함께 쌓여있는 핸들바 커버가 쓰레기를 올린 것이 아니고 안전운행 같은 것을 비는 상징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바트의 오토바이에도 묶여있던 푸른 천. 중국의 차량들이 사이드 미러나 바퀴 같은 곳에 붉은색 천들을 묶어 놓고 행운이나 복을 기원한다면 몽골에서는 푸른색의 천이 그것을 대신하는 것 같다.

하늘과 초원 그리고 바람 이외에 아무것도 없는 초원의 길.

가끔씩 풀을 뜯는 양떼들만이 있을 뿐.

15km 남짓의 거리에 있어야 할 갈림길을 보이지 않고 계속 길이 이어진다.

"길을 지나쳤나?"

언덕을 오르는 길에 자전거를 세우고 구글지도를 검색해 보니 현재의 위치가 갈림길을 지나 도로변에 아무것도 없는 왼쪽의 도로에 진입해 있다. 신나게 내리막길을 달려오기는 했지만 갈림길의 이정표나 도로를 지나친 기억이 없다.

"뭐야? 초원이라 GPS 위치를 정확하게 못 잡는 건가?"

아무리 초원이라도 GPS의 위치 정보가 터무니없이 틀릴 일은 없다. 지금까지 지나쳐왔던 갈림길들을 보면 AH3 도로를 두고 좌우로 갈라지는 길의 초입에만 포장이 되어있고 초원의 흙길을 향해 자동차의 바퀴자국들만 어지럽게 남아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길을 돌아가려니 맞바람이 불어오는 뒤편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모르겠다. 그냥 가보자."

언덕을 오르니 멀리 작은 주유소가 보이고 이정표와 함께 아스팔트 포장의 갈림길이 나온다. 도로가 새로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구글지도의 갈림길과는 거리의 차이가 제법 있다.

에르덴의 마을이 있는 길과 아무것도 없는 AH3 도로의 사이에서 잠시 고민을 하다 작은 경찰 초소가 있는 AH3 도로를 타고 사인샨드까지 이동하기로 결정한다.

"1시 남은 거리 100km, 5시간이면 충분하겠네. 달려보자."

구글맵의 지도를 위성으로 보아도 아무것도 없는 100km의 도로이고, 자민우드에서 툴가에게 물었을 때 그의 가족들 역시 아무것도 없다고 알려주었던 구간이다.

오르고 내리는 산길들을 넘어가고, 마치 물감을 풀어 휘저어 놓은 것 같은 구름들을 바라보며.

어디가 끝인지도 모를 길을 따라간다.

"집 발견!"

도로변에 세워진 게르 한 채를 보며 잠시 쉬어간다.

아무것도 없다.

3시간을 달리는 동안 정말 아무것도 없다.

5시가 가까워지며 붉은빛의 흙산들이 사라지고 황금빛의 초원이 이어진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없다.

조금씩 라이딩의 속도가 쳐져만 가고 체력이 떨어진다. 중국의 작은 도로변 마을을 지나치며 쉽게 먹을 수 있었던 면 요리들이 먹고 싶어진다.

사인샨드에 가까워지며 내리막과 평지 그리고 작은 언덕을 넘는 길들이 반복되며 페달링이 느려지고 지쳐간다.

지나치는 차량들에서는 창문을 열고 말을 걸어오거나 정차를 하고 자전거를 세우는 사람들이 인사를 하고 가끔씩 짧은 한국말로 한국 사람인지를 묻는다.

그냥 손인사를 하며 지나쳐 주면 좋을 것 같은데 굳이 자전거를 세우고 알아듣지 못하는 몽골말로 계속 말을 걸어온다.

어떤 모습으로 사인샨드가 모습을 드러낼지 궁금해진다. 중국의 도시들은 시내 중심을 4~5km 정도 남기고 갑작스레 도시의 모습으로 변하며 나타난다.

몇 차례 젊은 남자들이 탄 승용차들이 자전거를 세우며 관심을 드러내고, 오토바이를 탄 부부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사이 승용차 한 대가 천천히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건넨다.

인사를 하고 길을 이어가는 나를 따라오며 계속 몽골말을 떠들어 자전거를 세웠다. 한국 사람인지 묻는 질문에 한국인이라 대답을 했는데 다시 일본인이냐며 묻는다.

"I'm korean!"

횡설수설 떠드는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니 피부가 트고 각질이 올라온 양 볼이 붉게 물든 것이 술에 취해있는 것 같다.

"형이 지금 힘들다. 그냥 가라!"

무언가 강한 어조로 시비를 거는 듯 몽골말을 하는데 위압감이나 두려움이 들기보다 피곤함이 밀려든다.

"술 먹었으면 집에 가서 자. 낼 속 쓰려. 인마!"

그냥 무시하고 사인샨드를 외치며 자전거를 출발한다. 10미터 정도를 앞서가다 차량을 먼저 보내고 가려고 기다리는데 갓길에 정차를 했던 차량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놔, 신경 쓰이게 하네."

술 취한 남자의 있을지 모를 행패가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음주운전의 차량으로 안한 사고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거리를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자전거를 세워 뒤를 돌아보며 기다려도 차량이 지나가질 않는다.

천천히 일몰이 시작되며 어두워지는데 술에 취한 남자로 인해 신경이 쓰여 마음이 불편하다. 갓길을 따라가며 뒤편에서 오는 차량들의 소리에 자전거를 먼저 세우고 확인하기를 반복하며 짜증과 함께 피곤함이 쌓여간다.

"아, 이놈의 도로에는 왜 경찰도 한 명 없는 거야?

어쩔 수 없이 떨어진 체력으로 속도를 내어 달리며 뒤편의 차량들을 신경을 써가며 가는 수밖에.

사안샨드의 도착을 알리는 5km를 남기고 도로변으로 주유소가 나타나고 높은 언덕길이 나타난다.

사인샨드로 들어가는 왼편의 도로를 따라 언덕길을 오른다.

"왜 항상 마지막은 약속이나 한 듯이 오르막 길들일까?"

힘들게 언덕길을 오르니 멀리 산등성이 위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의 모습이 보인다.

"넓은 평지를 놔두고 왜 산등성이에 도시가 있는 거야."

시 외곽의 작은 변전소를 지나 점점 가까워지는 사인샨드의 모습은 산동네의 판자촌처럼 보인다. 도시의 모습을 생각했던 기대와 달리 펼쳐진 사인샨드의 모습은 조금 충격적이다.

도로변의 집들은 나무 널판의 담 너머로 벽돌집과 게르, 흙집들이 섞여있고 골목길은 모두 흙길이다. 구글맵은 흙길의 집들이 있는 곳으로 길을 안내하는데 낯설고 황망한 풍경의 골목으로 자전거를 타고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포장된 도로를 따라 호텔이 있는 방향으로 마을을 돌아간다. 작은 아파트와 문이 굳게 닫힌 가게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마을을 지나쳐 간다.

호텔들과 마켓들이 모여있는 삼거리에 이르러 작은 공원에서 자전거를 멈춰 세운다.

갓난 아이를 안고 있는 젊은 부부와 인사를 하고 나서야 알 수 없는 마음의 안도감이 생긴다. 젊은 부부의 편안하고 친절한 눈웃음이 마음에 들었을까 몽골의 여행을 시작하며 가지고 있던 마음속의 막연함과 답답함들이 한순간 녹아 내려간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막연함이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두려움을 만들고, 두려움의 거북함이 불안한 마음의 무게를 만들었나 싶다.

"여기도 이렇게 사람들이 사는 곳일 뿐인데."

몽골, 사인샨드 그리고 사람들. 무언가를 애써 받아들인다는 느낌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서야 몽골의 여행이 시작되었나 보다."

공원에서 놀고 있는 아이에게 한국의 인사법을 가르쳐주며 장난을 치고 주변의 숙소를 검색한다.

트립닷컴이나 부킹닷컴에는 어떤 숙소도 잡히질 않고, 구글맵을 통해 사인샨드의 호텔들을 검색한다. 생각보다 많은 호텔들이 구글지도에 표시가 되지만 가격정보는커녕 호텔의 기본 정보도 부족하다.

"어, 이건 불고기 백반 같은 건가?"

몇 개의 후기가 있는 호텔 중에 한국 음식이 나와있는 사진을 보고 공원 주변의 호텔들을 포기하고 조금 떨어져 있는 호텔로 찾아간다. 문이 닫혀있는 2층 건물의 호텔로 들어가서 잠을 잘 수 있는지를 제스처를 하며 물어본다.

멀뚱하게 나를 쳐다보는 프런트의 아주머니와 잠시 스톱 모션이 걸린 것처럼 난감해하는 사이 뒤쪽에 있는 젊은 남자가 한국말로 한국인인지를 묻는다.

자민우드의 호텔에서, 사인샨드로 오는 도로에서 그리고 이곳에서도 짧은 한국말을 하는 몽골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어렵게 찾은 몽골의 회화 어플로 숙박비를 물어보니 프런트의 아주머니가 전혀 응대를 하지 못한다. 한국말을 했던 남자가 영어를 할 줄 아는지 묻더니 잠시 기다리라는 제스처를 하고 젊은 여자를 데리고 왔다.

키가 큰 이국적인 외모의 여자는 기본적인 영어를 구사한다. 숙박비와 와이파이가 있는지를 묻고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지 물어보려 하는데 몸이 피곤하고 힘드니 머릿속에 영어가 뒤죽박죽 섞여 횡설수설이다.

"Sorry. i'm tired. Today, I rode a bicycle for 200km."

자전거는 호텔 옆에 있는 세차장의 안쪽에 열쇠를 걸어 놓아두고 젊은 남자의 도움을 받아 짐들을 방으로 옮겨놓는다.

샤워도 미루고 식당으로 들어가 여직원의 도움을 받아 저녁을 시킨다. 돼지고기볶음 같은 것인데 밥 2인분이 기본으로 들어있는 메뉴다.

조그만 그릇에 담겨있는 밥의 양은 부족했지만 8,000원 정도 하는 고기의 양이 많고 넉넉하여 괜찮다.

"역시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해. 미안해 바트."

야채들을 섞어 볶은 돼지고기는 달달하니 제법 우리의 음식과 비슷한 맛이 나서 괜찮다. 하지만 쌀밥은 푸석함이란.

중국도 그랬지만 아직까지 쌀밥은 우리나라의 밥이 제일 맛있는 것 같다.

툴가와 여직원에게 간단한 몽골어를 알려달라 부탁하여 배워봐도 발음이 굉장히 어렵다.

"안녕하세요, 얼마예요, 감사합니다, 저기요, 다음에 봐요, 잘 먹었습니다 같은 것만 알려줘 봐."

짧은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여직원에게 근처에 한국인이 사는지 물으니 사인샨드에는 살지 않고 울란바토르에 한국인인 많이 산다고 알려주고, 구글지도에 있는 호텔의 한국 음식을 보여주니 자기는 잘 모르겠다고 답하며 웃는다.

"낚였어?"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는데 뜨거운 물이 나오질 않는다. 프런트로 내려가 설명을 하자니 그것이 더 피곤할 것 같아 찬물로 간단히 샤워를 하고 만다.

자민우드와 사인샨드의 호텔을 보면 몽골의 호텔은 대충 40,000~60,000투그릭 정도의 숙박료를 받는 것 같다. 하지만 중국의 시설에 비하면 부족한 부분들이 많아 비싸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강한 모래바람으로 맞이해준 몽골에게 시원한 라이딩으로 대답해 준 하루다. 너무나 피곤하지만 짧은 한국말을 잘 하고, 자전거 여행자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해주는 몽골인들이 궁금해진다.


"됐어. 일단 자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6일 / 맑음 ・ 20도
자민우드
하루를 더 자민우드에서 쉬며 캠핑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준비하기로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19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576시간

주유소
슈퍼마켓
00Km / 00분
00Km / 00분
숙소
자민우드
숙소
 
 
1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아침에 일찍 잠이 깨어 믹스커피 한 잔을 들고 숙소 밖으로 나온다. 프런트에는 어제의 여직원이 아닌 중년의 여자가 앉아있다. 바람이 조금 잦아들었는지 햇살이 좋은 아침이다.

프런트의 여직원에게 하루 더 머무를 것이라 말하니 바로 이해하고 알아듣는다. 어제의 눈치 없던 직원과 달리 업무에 능숙하고 친절하다.

"와이파이가 잘 되는 방으로 주세요."

여러 번 번역기를 돌려도 제대로 된 몽골어가 검색되지 않는다. 어렵게 비슷한 뉘앙스의 번역을 보여주니 뜻을 이해했는지 번역기에 알았다는 몽골어를 써준다.

"휘발유는 주유소에서 파나요?"

한 번 더 가솔린을 번역해서 보여주고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국경 근처의 주유소를 가리키니 맞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몽골어가 문제가 아니었어. 이건 눈치와 센스의 문제야!" 

어제 숙소에 와 의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여직원과 대화하느라 힘들었는데 이 직원이 있었으면 훨씬 편했겠다 생각이 든다.

전산이 없이 꼼꼼하게 노트 필기를 하는 자민우드의 숙소, 마치 몽골어가 복잡한 수학 공식처럼 보인다.

방으로 올가와 버너의 연료통을 들고 바로 내려온다. 숙소 입구에 세워둔 자전거를 끌고 도로로 나와 페달을 밟으니 핸들이 요란하게 흔들거린다.

이내 가벼운 핸들에 적응을 하고 천천히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국경이 있는 주유소로 도로를 따라간다. 

몽골도 중국처럼 80, 92, 95의 숫자를 붙여 휘발유를 판매한다. 80번은 디젤이고 92와 95는 가솔린인데 차이는 아직도 모르겠다.

자전거를 세우고 사무실에 있는 직원과 눈을 마주치며 연료통과 함께 번역기로 가솔린을 보여준다. 약간 의아해하며 안된다는 X 표시를 두 팔로 표시를 하는 남자 직원에게 자전거 여행 중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버너로 음식을 하는 사진을 보여준다.

뜻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이지만 계속 안된다는 의사 표현을 한다. 나중에 알았지만 가솔린을 팔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작은 버너 연료통만큼은 팔 수가 없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10리터의 커다란 연료통을 가져오더니 그곳에 가솔린을 받아 버너의 연료통에 넣으라고 제스처를 한다. 

"얼마에요? 1리터만 주세요."

핸드폰을 주니 2,000의 숫자를 적어준다. 1리터에 900원 정도의 가격이니 중국과 휘발유 가격은 비슷한 것 같다.

주유소의 직원에게 2,000투그릭를 주니 주유기 측면에 붙어있는 곳에 숫자를 누르고 큰 휘발유통에 휘발유를 넣어준다.

버너의 연료통에 부으라는 제스처를 하며 주유소 건물의 측면 모래밭으로 안내해주며 양동이을 건네준다.

"브로, 남자는 함부로 흘리지 않아. 걱정 마!"

필요한 만큼만 연료통에 휘발유를 담은 후 남은 휘발유는 직원에게 돌려준다. 무려 75일 동안 사지 못했던 가솔린을 몽골에 넘어와 쉽게 산다.

"됐다. 버너의 연료도 샀고." 

돌아오는 길 자민우드 초입에 있는 작은 공원의 탑도 구경하고.

숙소에 돌아와 여직원에게 빨간 연료통을 들어 보이니 빙긋 웃는다.

"이제 남은 위안화를 환전해 볼까."

중국에서 사용하고 남은 위안화는 505.5위안이 남아있다. 8만원 정도의 금액이니 어제 ATM에서 찾아 쓴 투그릭과 합치면 울란바토르까지 사용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

숙소 앞에 있는 은행에 들어가니 아침부터 사람들이 북적이며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가장 측면의 여직원에게 번역기를 보여주며 환전하는 곳을 물어보니 다행히 한 사람만이 창구에 서서 업무를 보고 있는 한가한 창구이다.

"번호표 같은 게 설마 있나?"

주위를 둘러봐도 번호표 같은 것은 보이질 않고 은행 창구에도 딱히 순번을 알리는 숫자들이 보이질 않는다.

환전 창구로 가 바닥에 그려진 안내선에 서서 차례 기다린다.

"뭐라고 쓰여있는 걸까? 여기서 대기? 가까이 오지 마시오? 줄을 서시오?"

어느새 익숙해진 위안화. 남은 0.5위안은 기념으로 넣어두고 505위안을 환전할 것이다.

한 사람밖에 없어 빨리 환전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은행 직원은 계속해서 지폐를 세는 카운터기를 돌리며 오른쪽과 왼쪽의 카운터기를 모두 사용해 무언가를 처리하느라 바쁘다. 아무래도 지폐의 종류가 많고 금액에 따른 지폐의 숫자가 많아 반복적으로 카운터기를 돌려야 하는 것 같다.

"야, 이 동네는 돈 세느라 하루가 다 가겠네."  

20분 넘게 돌아가는 카운터기의 숫자들만을 구경하는 사이 내 뒤로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지폐 확인이 끝나고 내 차례가 돌아온다.

위안화를 보여주며 환전을 하고 싶다고 하니 환전 신청서 같은 것을 건네준다. 환전할 금액과 이름을 적으라 알려주고 뒤에서 기다리던 아주머니가 서명을 하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고참으로 보이는 여직원을 부르더니 무언가를 상의하고 내 핸드폰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적으라고 한다.

"핸드폰 번호를 적으라고?"

몽골 유심을 사며 핸드폰 번호가 생겼기 때문에 유심카드를 확인하고 당당하게 핸드폰 번호를 적어주었더니 재미있는 듯 쳐다보는 사람들.

한 다발의 투그릭을 건네줄 거라 생각했는데 환전 영수증을 주고.

처음보는 돈들을 조금 건네준다.

"금액이 맞나? 왜 이렇게 조금 주지. 만수르가 되고 싶었는데, 실망스럽게."

20,000투그릭, 10,000투그릭, 5,000투그릭, 1,000투그릭 그리고 잔돈들까지 해서 1위안당 391투그릭으로 환전을 해준다.

"무슨 지폐가 이렇게 많아. 주체할 수가 없네."

숙소로 돌아오니 여직원이 다른 방 키를 흔들며 나를 부른다. 와이파이를 확인하라며 함께 올라가자는 제스처를 해서 그녀를 따라 3층으로 올라간다.

공유기가 붙어있는 복도의 첫 번째 방을 내어주며 와이파이를 확인하라고 안내를 한다. 활기차게 모든 안테나를 채우고 있는 와이파이를 확인하고 OK 표시를 해준다.

4층으로 올라와 짐들을 나눠 들어주고 3층으로 방을 옮긴다. 

점심을 먹기 위해 고글을 벗고 안경을 찾는데 안경이 보이질 않는다. 방을 옮기며 꼼꼼하게 남겨둔 물건이 없나 확인을 했는데 안경을 빠뜨리고 온 모양이다. 

다른 방을 청소하는 직원에게 안경을 놓고 왔다는 제스처를 하며 '안경'이라고 한국말을 하니 한국말로 대답을 한다.

"한국말을 하시네요?"

"네, 조금 할 줄 알아요."

"405호에 안경을 놓고 왔나 봐요."

"알았어요."

작은 도시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자민우드다. 

식당으로 내려가니 어제의 여직원은 보이지 않고 그녀가 추천해 주었던 세 번째 메뉴 스팀 비프를 주문한다. 감자와 함께 모양 좋게 나온 음식은 제법 괜찮았지만 어제의 파인애플 치킨보다는 조금 맛이 덜하다.

몽골 숙소에서는 물은 큰 물통을 통째로 준다.

캠핑을 대비해 무거운 무게를 감내하며 들고 다녔던 고용량 보조 배터리도 충전을 시켜 놓고 음식들을 사기 위해 기차역 앞의 마트로 간다.

2중으로 되어있는 나무 문이 항상 닫혀있는 자민우드의 마트.

장바구니를 들고 무엇이 있나 천천히 매장을 둘러본다.

다양한 종류의 소시지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뾰족구두 신사화처럼 생긴 동물의 특수 부위도 통째로 있다.

"이게 대체 어느 부위인 거야? 혓바닥인가, 턱인가?"

매장 곳곳에서 한국 제품들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박카스와 레츠비 그리고 뽀로로 음료수까지 있다.

일단 두툼한 햄과 빵 그리고 잼을 사들고.

아무리 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몽골의 즉석 식품도 무게가 가벼워 하나 사둔다.

과자와 쵸콜릿 등을 조금 골라 담고 계산대로 가 어떻게 계산을 하나 궁금했는데 우리와 똑같이 바코드를 찍으며 쉽게 계산을 한다. 단지 카운터의 책상 서랍에 엄청난 양의 지폐들이 꽂혀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계산을 끝내고 마트 내에 있는 문구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골라 사 먹었는데 엄청나게 달아서 먹느라 힘들다. 

마트 2층에는 미용실과 화장품 가게 그리고 옷 가게 같은 것이 있고 분위기는 우리와 거의 흡사하다.

숙소에 돌아와 저녁으로 먹으려던 파인애플 치킨을 포기하고 매운 컵라면으로 출출한 배를 채웠다. 몽골에서 파는 매운 컵라면에는 중국처럼 플라스틱 포크가 들어있다.

조금 나른한 기분이 들어 잠을 잘까 생각하다 내일부터 시작될 몽골 라이딩을 위해 짐들을 재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양치와 세수를 하려고 칫솔세트를 열어보니 세트 상자에 세면도구가 모두 들어있다.

숙소에 들어와 비누와 샴푸를 찾아도 없어 가지고 다니던 세면도구를 사용했는데 이곳에 한꺼번에 들어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빗은 중국이나 여기나 필수품이구나."

패니어의 짐들을 풀어 헤치며 중국 남부의 빗속을 달리게 도와주었던 6위안짜리 고무장갑을 버린다.

"잘 썼다. 당분간 비 맞을 일이 없으니 여기까지."

패니어의 짐들을 가지런히 펼쳐놓고 중국의 우중 라이딩에 맞춰져 있던 짐들을 캠핑에 적합하게 재분배한다.

렉 패니어에 들어있던 옷들과 잡동사니들을 빼내고 침구류와 취사도구들을 넣고 캠핑용 식량으로 채워 넣고.

취사도구들이 빠져나간 프런트 패니어에 노트북을 옮겨 담고.

노트북이 빠져나간 리어 패니어에는 겨울옷들을 넣어 둔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리어 패니어를 뒤적이며 물건들을 꺼내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

많은 짐들이 어떻게 패니어에 다 들어가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짐들을 풀어헤치고 나니 마음은 개운한데 몸이 피곤해진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 몽골의 초원과 사막, 높은 고산지대와 드넓은 호수를 향해 달려보자. 밤하늘을 보며 캠핑도 해보고..  

"몽골, 너를 보여줘!"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3일 / 맑음 ・ 10도
얼롄하오터시
강한 맞바람을 맞으며 120km 넘게 라이딩을 한 탓에 몸이 쇠덩이처럼 묵직하다. 겨우 조식 시간에 맞춰 몸을 일으키고 하루를 시작한다.

이동거리
15Km
누적거리
8,182Km
이동시간
2시간 56분
누적시간
575시간

시내길
공룡공원
5Km / 21분
10Km / 1시간 35분
얼렌하터
중국국경
얼렌하터
 
 
5,43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오른쪽 어깨가 쑤셔온다. 다섯 개의 알람을 모두 패쓰하고 9시 30분 조식을 먹기 위해 겨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다. 조식 타임이 아니었다면 오전 시간 내내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쑤니터우이치의 사람들에게 위챗의 메시지와 함께 피드의 댓글로 응원의 문구들이 올라와 있다. 어제 인사를 못한 사람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고 식당으로 내려간다.

아무도 없는 식당에 내려가 남아있는 음식으로 접시를 채우고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다.

"판, 미판 메이요?"

여러 가지 종류의 만두와 빵들이 메뉴들이라 볶음밥이 보이질 않아 아쉽다.

양고기 내장탕 같은 것에 고수를 가득 올려 한 그릇 담아 놓고 보니 이건 밥과 함께 반주를 곁들여야 제격일 듯싶다.

"저쓰 썬머?"

조죽과 빵, 계란으로 배를 채우고 과일을 먹으며 식당 정리를 하는 아주머니에게 과일의 이름을 물어본다. 주점들의 조식을 먹으며 자주 먹던 과일인데 섬유질이 풍부하고 달지 않아 제법 맛이 있었다.

"화룡과!"

"엉? 이게 화룡과었어!"

원피스의 능력자 열매처럼 생긴 화룡과의 맛이 궁금했었는데, 지금까지 계속 먹었던 디저트 과일이 화룡과다.

"..."

식사를 하고 프런트로 내려가 여직원에게 몽골로 넘어가는 방법들을 물어보았지만 잘 알지 못한다.

"너네 동네인데 왜 몰라?"

고덕지도의 얼롄하오터에서 몽골의 자민우드 방향으로 끊겨있는 도로에 국경 검문소가 있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정확히 확인할 수가 없다. 어제 저녁에 계시던 관리 아저씨마저 보이질 않고.

"국경 검문소가 어디에 있어?"

한참을 이것저것 뒤적이고 주변에 전화를 하던 호텔 여직원이 그 길이 맞다며 알려준다.

"前进路!"

얼롄하오터의 치엔진루(前进路, 전진로)의 끝에 국경 검문소가 있는 것 같다. 숙소에서 자민우드 방향으로 약 4km 정도 떨어진 거리.

"일단 가서 확인해 보자!"

따스한 햇살 아래 거세게 불어오는 강풍, 일기 예보대로 강한 바람이 서쪽으로부터 불어온다.

20여 분 얼롄하오터의 한적한 시내길을 달려 전진로의 끝부분에 도착한다. 무지개 아치가 세워진 검문소와 뒤편으로 출입국 관리소 같은 건물이 보이고, 몽골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짐들을 들고 도로변에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검문소까지 다가가 자전거를 세우자 검은 제복을 입은 보안요원이 다가온다.

"워쓰 한궈렌. 밍티엔, 취 몽구! 쯔싱처, 커이취마?"

자전거를 가리키며 여기로 갈 수 있는지 물으니 보안요원이 무언가 안내한다. 번역기로 번역을 하려니 구글 번역기가 먹통이다. 네트워크가 불안정한 것인지 며칠 동안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 파파고를 돌려보지만 역시나 반응속도가 느리다. 보안요원의 말을 복사하여 파파고에 붙여넣기를 하고 있으니 다른 요원이 다가와 제재를 하려는 제스처를 취한다.

"노노! 번역기!"

"번역기?"

사진을 찍는 것으로 알고 제재하려던 요원에게 눈치 빠르게 손사래를 치며 번역기라고 한국말을 하니 어리둥절하니 나를 쳐다만 본다.

"자전거를 타고 여기를 지나갈 수 없고 차를 타고 지나가야 한다."

파파고에 번역된 내용을 확인하고 있으니 두 번째로 다가온 요원이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묻더니 짧은 영어로 버스를 타고 지나가야 한다고 덧붙여 설명해 준다.

"언더스탠?"

"오케이, 땡큐!"

짤게 설명을 한 남자는 첫 번째 요원에게 우쭐한 표정과 몸짓을 보이며 시크하게 돌아간다.

보안 요원이 가리키던 곳, 사람들이 길가에 서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1번 버스가 정류장에 서더니 이내 유턴을 하여 반대 방향으로 넘어간다.

"아, 이건 여기까지만 운행하는 중국 버스인가 보다."

"몽골로 어떻게 넘어가는 거야? 지아오강강도 버스를 타고 간다고 했는데."

짐들을 들고 도로변에 서있는 사람들의 곁에 앉아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몽골어를 하는 사람들의 말은 전혀 알아들을 수도 없고 번역기도 불통이다.

사람들은 낡은 짚차들이 도로변을 지나치면 손을 들어 차를 잡으려 하고, 낡은 짚차 안에는 보통 4, 5명의 사람들이 오밀조밀 뒤자석에 앉아있고 차의 뒤쪽에 짐들이 가득 실려있다.

"아, 국경을 넘어가는 짚차를 얻어 타는구나!"

나와 함께 한참 동안 길가에 서있던 부녀가 짐들을 들고 짚차에 올라타고.

짚차를 잡아주었던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와 몽골에 가냐며 말을 건다.

"차를 타는데 얼마예요?"

"150위안."

"자전거도 실어줘요?"

중국어를 하는 아저씨에게 짧은 질문들을 하고 패니어와 짐들이 많다는 내용을 번역하려니 번역기가 다시 먹통이 된다.

"젠장, 꼭 중요할 때 이래."

쑤니터우이치에서 지아오강강은 몽골 사람들이 요금을 높게 요구할 것이라며 최대한 깎으라고 알려주었다. 지아오강강에게 위챗을 하여 150위안을 달라고 한다는 내용을 보내니 자신들도 그 정도 요금을 냈다고 답장을 한다.

"2, 3km 정도 가는데 150위안이면 되게 비싸네!"

"일단 알았으니 돌아가자."

비싼 요금을 차치하고 아무리 중국과 몽골의 국경이라고 하지만 대책 없이 길가에 서서 국경을 넘는 차량들을 잡아탄다는 것이 너무 고전적이고 투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딘가 짚차들이 출발하는 데가 따로 있을 것 같은데."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은행에 들러 국경을 넘는 비용과 2, 3일 얼롄하오터에 머무를 경비를 찾는다.

"이틀치 숙박비 300위안, 국경 차량비 150위안, 밥값으로 조금 사용하고 나머지는 몽골에서 환전을 하면 되겠다."

숙소 근처에 있는 얼롄하오터역으로 가본다.

"기차를 타고 갈 수는 없나? 150위안은 너무 비싸잖아. 그리고 대책 없이 히치하이킹을 한다는 것도 난감하고."

예전의 역사처럼 보이는 곳을 중심으로 왼편에 국제선, 오른 편에 국내선의 기차역이 새로 들어서 있다.

자민우드까지 기차표와 수수료를 포함하여 66위안이지만 자전거를 실을 수는 없다.

"쯔싱처, 취부러!"

빵과 과자를 사서 숙소로 돌아와 프런트 여직원에게 자전거로 자민우드를 갈 수 없다고 알려주고 몽골에 가는 사람이 없는지 물어본다. 오락프로그램을 보며 정신을 팔고 있던 여직원은 정말 자전거로 갈 수 없냐며 나에게 되물어 본다.

"그래, 못 가. 차를 타고 가야 해! 이런 건 남자들이 잘 아는데, 아저씨는 어디 간 거지."

여직원과 몽골에 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1층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다.

"내가 몽골에 가는 법을 안다! 그들은 서쪽 광장에 모여있다."

중년의 남자가 몽골로 가는 차들이 있는 곳을 알고 있다며 다가온다. 고덕지도를 보여주며 그곳을 알려달라 부탁하니 숙소 근처 공원의 건너편 주점을 가리킨다.

"여기에 몽골로 가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오, 씨에씨에! 뚸 샤오 치엔?"

"빠스!"

중년의 남자는 가위 모양의 손가락 숫자를 보여주며 80위안이라고 말한다.

"너는 나보다 더 모르니?"

"맞아! 여기에 있어!"

프런트의 여직원에게 타박을 하는 제스처를 하니 그제서야 공원의 건너편에 몽골 사람들이 있다며 맞장구를 친다.

"여기 맞아? 공원 쪽이야 아니면 공원 건너편이야?"

여직원은 공원의 건너편을 가리키며 호들갑스럽게 웃는다.

"뚜이, 뚜이!"

"하하하. 근데 너 이름이 뭐니?"

"왕칭옌(王青燕, 왕청연)."

드라마와 오락프로를 보며 웃느라 바쁜 통통한 몸매의 왕칭옌은 성격이 밝고 유쾌한 여자 아이다.

어제 저녁 숙소를 잡고 지나쳐 왔던 곳, 단체로 춤을 추던 공원의 길 건너편 공룡 모형이 사거리에 놓여있는 공롱광창(恐龙广场, 공룡광장)이다.

몽골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곳으로 가는 중 도로변의 상가 앞에서 물건들을 싣거나 내리는 몽골 번호판의 짚차들이 많이 보인다.

"이곳에서 중국과 몽골을 오가며 물건들을 나르는구나."

거리의 간판들에는 중국어와 중국 몽골어 그리고 몽골어까지 함께 표기되어 있다.

공룡광장 건너편 얼롄하오터이우샹마오청(二连浩特义乌商贸城) 앞에 도착한다. 도로변에 물건을 싣는 짚차들과 몽골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몽골의 이동통신을 취급하는 노점도 보이고.

상가의 앞은 몽골 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잠시 주변을 돌아보고 있으니 젊은 남자가 다가와 몽골에 가는지 묻는다.

"밍티엔, 취 몽골."

자전거를 가리키며 얼마냐고 물으니 옆을 지나가던 마른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90위안이라고 한다.

"지우쓰, 나인티!"

"아저씨, 80위안인 거 알고 있어요!"

자전거와 함께 짐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핸드폰에 들어있는 자전거의 사진을 찾는 동안 젊은 남자가 갑자기 영어를 한다.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묻자 그렇다고 대답하는 젊은 남자.

"I have a bike and baggage."

"Ok. Are you going to Mongo?"

"Zamyn-Uud. I'll go to Zamyn-Uud. tomorrow!"

젊은 남자와 내일 자밍우드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90위안을 말했던 중년의 남자가 이번에는 80위안이라며 '빠스'를 외치고 있다.

"아저씨, 50위안에도 갈 수 있다는 거 다 알아요!"

젊은 남자는 중국 핸드폰 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 핸드폰이 없다고 말하고 위챗으로 연락을 하겠다고 하니 젊은 남자에게 친구등록을 해달고 한다.

젊은 남자는 위챗등록을 한 후 내일 연락을 하라며 바쁘게 돌아가려고 한다. 젊은 남자를 불러 악수를 청하고 내일 연락을 주겠다 말한다.

"땡큐!"

시크하게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젊은 남자.

"브로, 남자는 시크해야 해. 뭘 좀 아는 녀석이군!"

"일단 몽골로 가는 방법을 찾아냈으니 됐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사거리에 공룡의 모형이 있는 광장이 왜 공룡광장인지는 모르겠다. 넓은 광장에는 놀이기구를 타는 몇몇 사람들만이 있을 뿐 한가롭기 그지없다.

"멍구렌!"

숙소로 돌아와 왕칭옌에게 위챗을 보여주며 몽골인을 만났다는 것을 알려주니 따라서 웃는다.

밥 먹을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무엇이 먹고 싶냐며 되묻는다.

"로우, 양로우! 肉, 羊肉!"

근처에 맛집이 없는지 한참을 고민하더니 사람들과 이것저것 대화를 한 후 숙소에서 한 블록쯤 떨어져 있는 곳을 알려준다.

"쩌리, 하오츠마?"

"뚜이!"

10분 정도 왕칭옌이 알려 준 식당으로 걸어갔지만 폐업을 했는지 아무것도 없이 가게가 휑하다.

"에헤, 중국에도 둥이짓을 하는 애가 있네!"

잠시 근처의 식당들을 둘러보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중국의 식당들은 낮에는 불을 꺼놓아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들어선 식당 역시 불이 꺼진 채 조리복을 입은 아저씨가 소파에 누워있다.

가게로 들어선 나를 보며 놀라 일어나는 주인에게 밥을 먹을 수 있는지 물으니 한 명이냐며 묻는다.

"이거. 커이 츠마?"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식사를 할 수 있다며 메뉴를 보여준다.

"너는 닭고기와 양고기를 먹을 수 있다."

메뉴판에 있는 돼지고기 고추볶음은 중국여행을 하며 너무 많이 먹었던 메뉴라 고수와 양고기가 있는 메뉴를 주문하고 밥을 달라고 말한다.

"몽골로 가는 차비 70위안을 아꼈으니 그것으로 양고기를 먹을 테야!"

주인이 조리를 하는 사이 식당을 둘러본다.

오랜만에 보는 원재료들이 들어있는 냉장고.

엄청나게 큰 고추.

"피망인가? 어쨌든 부럽네!"

둥글둥글한 가지.

요상하게 생긴 버섯.

그리고 술.

큰 술병에 밸브를 달아 잔으로 파는지 500ml에 20위안이라는 표기가 되어 있다.

카운터 뒤편으로 모시는 신의 제단이 있고.

잠시 후 향긋한 양고기 볶음이 나온다.

고수가 조금 들어가 있어서 아쉽지만 적당히 매콤한 양고기가 한 접시 가득 담겨 나온다.

"아, 뭔가가 빠졌어!"

아저씨에게 술병을 가리키니 술병 위에 놓인 비이커를 꺼내어 보여주며 150ml의 눈금을 가리키고 6위안이라고 말한다.

"위에 놓은 술병은 42%, 아래 놓인 술병은 40%."

풍미가 좋은 양고기와 향긋한 중국 백주로 맛있는 점심을 하고.

"중국의 술과 고기 맛을 이제서야 알겠네."

이국적인 건물들과 맑은 하늘의 얼롄하오터, 거리를 거닐며 숙소로 돌아간다.

오래된 골목도 구경해 보고.

숙소 앞에 놓인 자전거와 오토바이는 강풍을 못 이기고 넘어져 있다.

"왕칭옌, 이 집은 망했어!"

숙소에 돌아와 왕칭옌이 알려준 식당이 폐업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프런트 위에 있는 컵들이 무언지 물어보니 그냥 물을 먹는 컵이라고 한다. 홍보용 컵으로 보이는 것을 하나 가져가라며 손짓을 하는 왕칭옌.

방으로 돌아와 여행 자료들을 정리하려니 졸음이 밀려든다. 오후 4시가 넘으며 밝고 환한 햇볕이 넓은 창문을 통해 방안을 따듯하게 비추고, 두꺼운 커튼을 치고 신통치 않은 어깨를 주무르며 이내 잠이 든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는 시각,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잠시 잠에서 깬다.

잠을 잘 때 모든 옷을 다 벗고 자는 버릇 때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잠결에 침대 시트를 당기며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주머니와 잠시 눈이 마주친 후 다시 잠들어 버린다.

테이블 위에 무언가를 올려놓으며 무언가를 말하고 아주머니는 방을 나간다.

"몰라. 잘 거야!"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2일 / 맑음 ・ 10도
쑤니터우이치-얼롄하오터
3일동안 강한 서풍의 바람예보, 초속 7, 10, 8 미터의 강풍. 즐겁게 보낸 쑤니터우이치의 시간을 뒤로하고 중국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 얼롄하오터로 향한다.

이동거리
120Km
누적거리
8,167Km
이동시간
8시간 51분
누적시간
572시간

G208
G208
50Km / 4시간 00분
70Km / 4시간 51분
쑤니터우
얼롄시계
얼례하터
 
 
5,41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8시,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깬다. 황급히 옷을 챙겨 입고 나가니 아침을 먹자며 우창정이 웃고 있다.

세수와 양치만을 하고 프런트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맑은 하늘에 바람에 불어온다.

아무리 봐도 중국 몽골어는 비슷하니 구분이 잘 안된다.

따뜻하게 몸을 덥혀주는 우유차와 양고기만두 그리고 계란으로 아침을 먹는다.

"오늘 몇 시에 얼롄하우터로 갈 거야?"

식사를 마칠 때쯤 얼롄하우터로 몇 시에 떠날 것인지를 물어 10시에 떠나겠다고 알려준다.

"우리가 너와 함께 조금은 같이 가줄게."

대구에 사는 딸의 전화번호를 물어 카카오톡 친구 등록을 해둔다. 간간이 소식들을 전하고, 몽골어를 하면 몽골 여행 중 도움을 받을까 싶었는데 몽골어는 못한다고 한다.

지아오강강은 오늘 갈 길이 멀고 오르락내리락 한다며 힘들다는 제스처를 한다.

"오르락내리락은 메이콴시. 펑 헌 난!"

"진티엔 시펑!"

"뚜이! 오늘 난 죽었다."

8시 30분, 식사 후 10시에 주점에서 다시 만나자며 모두들 돌아가고, 방으로 돌아와 펑크가 난 튜브를 정비하고 짐들을 정리하고 나니 10시가 되어간다.

"아, 떠나기가 아쉽네."

준비를 마치고 프런트에 앉아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보이질 않고, 처음 보는 동호회분과 함께 출발을 하자고 한다. 10시에 오겠다며 돌아간 지아오강강도 보이질 않고 주점의 사장도 보이질 않는다.

"아직 인사를 못 드렸어요!"

대구 아저씨는 괜찮다고 하며 어서 떠나자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늦은 출발 시간으로 120km가 넘는 얼롄하오터까지 일정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아저씨의 안내를 받으며 쑤니터우이치의 시내를 벗어나고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길을 따라간다. 아저씨들의 뒷모습이 천천히 사라져간다.

1시간을 겨우 달려 10km에 있는 톨게이트에 도착한다.

작별 인사를 못해 못내 마음에 걸렸던 우창정은 차량으로 이동해 톨게이트 앞에서 박수를 치며 맞아준다.

"다행이네. 보고 갈 수 있어서."

톨게이트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서로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아쉬운 마음들을 달랜다.

"바빠서 돌아다니느라 대접을 제대로 못하고 미안하다."

젠틀하고 친절한 우창정은 못내 아쉬운 마음을 전하며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짓는다.

"너무 많은 신세를 지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떠나려는 나에게 자신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코코넛 사탕들을 모두 꺼내어 전해주는 대구 아저씨와 아무것도 없다며 농담을 하는 우창정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얼롄하오터로 향한다.

"위챗으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쑤니터우이치의 사람들과 헤어지고 톨게이트를 바로 지나치자 길은 G208 국도로 접어든다. 무섭게 불어오는 서풍의 바람 소리와는 달리 어린이 동화책에서나 그려져 있을법한 뭉게구름들이 하늘 가득 퍼져있다.

"하늘은 이렇게 좋은데."

자전거를 세우고 하늘을 바라보며 쑤니터우이치에서 보낸 3일간의 시간을 정리해 본다.

하우촌 사람들, 청여요의 식구, 우바이주, 리즈훼이, 제임스 커피텔의 직원들 그리고 쑤니터우이치의 사람들까지. 중국 여행 중 만났던 그들과의 만남이 즐겁고 작별의 아쉬움이 크지만 그 감정의 깊이만큼 내 안에 무언가가 채워져있을 것이다.

"가자. 중국 여행의 마지막 얼롄하오터로!"

끝없이 이어지는 초원의 길과 끊임없이 불어오는 오는 바람, 시속 10km의 속도조차 나질 않고 불어오는 바람에 휘청거리며 길을 기어간다.

간간이 지나쳐가는 화물트럭의 소용돌이에 자전거가 빨려 들어가지 않게 조향을 하느라 더욱더 힘이 든다.

"10시, 이 속도라면 10시가 돼야 얼롄하오터에 도착할 수 있겠는데."

30분에 채 5km의 전진도 힘들어지며 야영을 할 것인지, 얼롄하오터까지 야간 라이딩을 할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야영을 하는 것이 오히려 편할 수도 있겠지만 바람이 너무나 거세게 불어 그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도로는 좋으니 얼롄하오터까지 최대한 가보자."

초원지대를 지나고 사막 지대에 가까워지며 바람과 함께 사막의 모래까지 휩쓸려 날아든다.

"아 정말 대단한 바람이다. 어떻게 이렇게 한결같이 불어올 수 있을까?"

땅바닥만 쳐다보며 페달링을 하는 사이 나를 지나치던 오토바이 한 대가 도로변에 정차를 한다.

"저 멋진 머신은 무엇이지?"

인사를 하며 선뜻 물 한 병을 건네주며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는 바이크 라이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전거와 패니어들을 유심히 살펴보며 핸드폰으로 촬영을 해댄다.

"통화를 하는 거야? 실시간 방송을 하는 거야?"

몸을 휘청이게 하는 바람 속에서 핸드폰을 갖다 대며 인사를 하라는 바이크 라이더.

"니 하오!"

창시에서 출발하여 동쪽으로 중국을 한 바퀴 돌겠다는 라이더의 여행루트가 보인다.

"다른 건 모르겠고 막혀있지 않은 대륙이라 너희들이 생각할 수 있는 상상력의 폭이 부럽긴 하다."

남북이 나누어져 단절되고 막혀있는 우리의 현실이 서글프게 느껴진다.

"우리도 지도를 보며 마음껏 상상하고 도전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취 나리?"

촬영을 끝낸 라이더에게 어디로 가는지 묻자 얼롄하오터로 간다고 한다. 얼롄하오터에서 얼마 정도 머무를 것인지 물으니 하루를 보낼 계획이라 말한다. 이틀 정도 머물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잠은 어떻게 자니?"

"호텔과 캠핑을 한다."

"캠핑? 좋겠다! 한궈렌, 자이 중궈 부커능 캠핑."

중국에서 여행한 경로를 보여주니 자신에게 여행 루트를 보내달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중국의 여행 루트와 네임카드를 건네준다.

"형은 요렇게 갈 거다!"

위챗으로 친구등록을 하고 사진을 찍을 후 바이크 라이더와 헤어진다.

"오늘만큼은 네가 부럽다. 엄청 빨리 가네!"

멋진 바이크 라이더와 얘기를 하느라 30분을 잡아먹고 겨우 엘롄하오터의 시계에 도착한다.

"이제 겨우 1/3 온 거야?"

패니어에 들어있는 유일한 비상식 '나의 친구' 초코파이를 꺼내어 먹는다.

"어떻게 120km가 넘는 도로 구간에 주유소 한곳이 없냐고!"

씽씽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소리 대신 음악을 듣기 위해 GPS용 핸드폰을 꺼내보니 배터리가 모두 떨어져 꺼져있다.

"뭥미? 언제부터 꺼져있었던 거야?"

세찬 바람과 함께 40여 분의 GPS 기록도 날아가 버리고 오른쪽 어깨가 조금씩 아파온다.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바람을 맞으며 길을 이어가는 중 바이크 라이더에게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리는 위챗 메시지가 날아온다.

"현재 나의 위치. 얼롄하오터 숙소!"

"..."

바이크 라이더에게 답장을 하려니 네트워크가 불안정하여 인터넷 연결조차 되질 않는다.

오후 4, 6시간 동안 55Km를 겨우 이동하여 첫 번째 마을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4~5채의 집만이 들어서 있고 아무것도 없다.

오후 5시 65km 이동. 일몰까지 2시간 30분 정도 남아있는데 남은 거리는 50km.

"1시간에 10km 정도면 10시에 도착하겠네. 뭐 나쁘진 않다. 초원의 일몰을 보며 달려보는 거야."

6시 30분, 천천히 일몰이 시작되며 끊임없이 불어오던 바람이 거짓말처럼 잦아들기 시작한다. 속도를 내어 보지만 이미 체력은 바닥이 나있고 오늘은 콜라 파워조차 낼 수 없다.

6시 40분, 얼롄하오터까지 30km를 남겨두고 톨게이트가 나온다.

"일몰시간 7시 30분이면 대략 8시까지는 석양이 남아있을 텐데. 1시간 반 동안 20km는 달려야겠네. 아이구!"

마지막 체력으로 속도를 내어 달려야 하는데 초원의 붉은 노을이 바쁜 여행자의 발목을 잡고.

오후부터 침침하고 어두워지던 시야, 흙먼지로 인해 고글이 더럽혀졌나 생각했는데 고글을 벗고 일몰을 쳐다봐도 그리 선명하지가 않다.

하루 종일 정면으로 맞아온 바람으로 눈이 충혈되어 백내장이 온 것처럼 시야가 뿌옇게 변해버린 것이다.

"곧 어두워질 텐데. 라이트를 꺼내야 하나?"

이내 태양은 사라지고 붉은 석양만이 남아있다. 라이트를 꺼내어 장착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아까워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길을 따라 달리기로 한다.

석양의 남은 불빛과 간간이 지나치는 차량의 헤드라이트에 의존하며 천천히 페달을 밟아간다. 저 멀리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모습과 함께 도시의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7시 50분. 거대한 공룡 조각상이 세워진 얼롄하오터시에 도착한다.

"드디어 도착했네. 정말 징하다. 바람!"

가로등이 켜져 있는 얼롄하오터의 외곽에 도착했지만 도심까지는 10km가 더 남아있다. 눈이 충혈되어 뿌옇게 보이는 시야는 더욱 흐려져 속도조차 낼 수가 없다.

8시 30분, 얼롄하오터의 시내에 들어서 내비게이션을 끄고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한다. 생각보다 많은 숙소들이 검색되고 여러 가지 따질 것 없이 저렴한 4성급 호텔을 선택한다.

천천히 한기가 밀려오고 충혈된 눈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을씨년스러운 외곽의 풍경과 달리 얼롄하오터의 시내는 화려하고 사람들로 북적인다.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 단체로 춤을 추며 운동을 하고.

9시, 숙소에 도착하여 무리 없이 체크인을 마치자 얼롄하오터까지 무사히 도착했는지를 묻는 쑤니터우이치의 사람들에게 도착 메시지를 보낸다. 하루 종일 도착 소식이 궁금하여 걱정들을 하고 있었나 보다.

숙소의 관리 아저씨가 방까지 짐을 올려다 주고 자전거는 프런트의 옆에 놓아두었다.

"나 2~3일 여기에 더 머무를지도 몰라."

영업 종료를 하려는 식당에서 양고기와 덮밥을 시켜 먹으니 테이블과 식당의 청소를 하느라 바쁘다. 남은 양고기를 포장하여 숙소로 돌아온다.

샤워를 하며 따듯한 물에 하루의 피로를 풀어도 하얀 이물질이 낀 것처럼 눈은 잘 보이지 않고 어른쪽 어깨까지 잘 들리지 않는다.

"정말 대단한 바람이었다. 어쨌든 도착했으니 됐고!"

위챗과 인스타에 얼롄하오터에 도착했다는 피드를 남기고.

12시, 남은 양고기와 슈퍼에서 사온 작은 백주 한 병을 마시고 기절한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1일 / 맑음 ・ 10도
쑤니터우이치-홍산다카르
바람이 불지 않는 쑤니터우이치의 아침, 쑤니터우이치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막으로 간다.

이동거리
181Km
누적거리
8,047Km
이동시간
4시간 21분
누적시간
563시간

S101
S101
93Km / 1시간 21분
88Km / 3시간 00분
쑤니터우
홍산
쑤니터우
 
 
5,29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푹 자고 일어난 아침이다. 8시가 되기 전 잠에서 깨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바람이 불지 않는 깨끗하고 맑은 하늘이다.

8시, 여행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으니 주점의 사장과 쑤니터우이치의 사람들이 방문을 두드린다.

"밥 먹으러 가자!"

4명의 사람들과 주점의 식당에서 아침을 함께 한다. 이른 아침 주점의 식당은 제법 사람들로 붐빈다.

테이블에 앉아 따듯한 우유차로 속을 달래고, 평상시에 우유를 전혀 먹지 않는데 거부감 없이 고소하고 맛이 좋다.

삶은 계란과 함께 작은 밀가루 과자 같은 것도 나오고.

딱딱한 밀가루 과자를 우유차에 넣어서 먹으면 된다.

일단 삶은 계란을 하나씩 나눠먹고.

예쁘게 빚은 커다란 양고기 만두도 나오고.

얇은 밀가루 피에 양고기를 넣은 물만두 같은 만두도 나오고.

이것은 간장에 살짝 찍어서 먹으라고 한다.

동그란 만두는 다진 양고기가 들어있는 찐만두 스타일이라면, 꽃처럼 빚어놓은 만두는 조금 더 굵은 양고기가 들어가 있어 육즙이 풍부하고 물만두처럼 느껴진다.

붉은 젓갈처럼 생긴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두부라고 한다.

요우티아오에 살짝 발라며 먹으니 짭조름한 맛이 요우티아오의 기름맛을 잡아주어 썩 괜찮다.

마지막으로 하얀 두유를 따듯하게 마시고 식사를 마친다.

"나는 오늘 바빠서 일을 봐야 해. 세 사람과 사막을 구경하고 우리는 내일 만나자."

언제나 유쾌한 웃음을 보이는 우창정은 바쁘게 자리를 일어나며 사막 구경을 잘하고 오라고 말한다.

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를 챙겨 숙소 밖으로 나오니 흰색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다. 사막에서 오토바이를 멋지게 타던 남자가 오늘의 가이드인 모양이다.

앙증맞은 바이크의 미니어처가 놓여있는 차를 타고 사막으로 향한다.

얼롄하오터의 동쪽 방향으로 끝없이 뻗어있는 초원의 도로를 따라 1시간을 달려간다.

"이 땅들에 주인이 있나요?"

"있다!"

"이렇게 넓은데요?"

"이 넓은 땅들은 모두 개인들의 것이고, 수천만 평이다."

"와, 땅부자네. 땅부자!"

한 시간 넘게 달리던 차는 작은 마을로 들어가 정차를 한다.

작은 시골집의 창고가 열리고 4륜 구동의 짚차와 오토바이가 놓여있다.

"아, 이걸 타는구나! 멋지다!"

오토바이에 별 관심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그 모양이나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고 처음 보는 바이크의 형태이다.

그리고 제법 포스가 느껴지는 사막용 짚차.

짚차로 갈아타고 앞자리의 조수석을 나에게 내어준다.

"오, 상남자 스타일!"

짚차를 타고 포장된 도로를 조금 달리고 우측으로 보이는 흙길로 어떤 망설임도 없이 와일드하게 들어간다.

좌우상하로 요동을 치며 달리던 차의 정면으로 사막의 모래 산들이 나타나고 모래 언덕을 향해 차량이 달려간다.

"부릉부릉. "

한차례 모래 언덕을 오르던 차량이 멈춰서더니 후진을 한 후 더 강한 엔진음을 배출하며 가볍게 산을 올라간다. 한 바퀴 크게 언덕의 둘레는 돌더니 정면으로 보이는 높은 언덕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간다.

짧은 내리막을 타며 속도를 붙이더니 높은 오르막을 올라탄다.

"와우! 와!"

잠시 하늘에 붕 뜬듯한 느낌이 들더니 시야가 확 트인 높은 언덕에 올라와 있다.

"황산 다카르!"

이곳에서 오토바이를 탄다는 제스처를 하며 넓은 사막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킨다.

"멋지다!"

잠시 부드러운 모래의 사막을 구경하고.

괜한 사진도 찍어보고.

발자국도 찍어보고.

"해변의 모래사장과는 조금 다르네."

"저 녀석, 모래사막을 처음 보는 거야?"

이리저리 차량으로 돌아다니고.

글자 놀이도 해보고.

"땡큐! 멋진 남자!"

짧은 시간, 광활한 아프리카의 사막은 아니지만 처음 보는 사막의 풍경이고 사막을 달려보는 경험이었다.

"사막이 초원과 섞여있으니 너무 아름답잖아!"

다시 한 시간을 넘게 달려 쑤니터우이치로 돌아간다.

12시 30분, 쑤니터우이치로 돌아와 점심을 먹기 위해 양고기 훠궈 식당으로 들어간다. 세련된 분위기의 깨끗하고 커다란 식당에서 뭔가를 주문하더니.

달달하고 시원한 차가 나오고.

"이 차 너무 맛있다. 시원해서 정말 좋다!"

조그마한 백주가 두 병이 나오고.

"빠질 수 없지!"

각각의 작은 냄비에 훠궈 육수가 담겨 나온다.

내 육수는 빨간색 매운 국물을 시켜주고.

고수와 함께 여러 가지 양념들을 담아 건네준다.

"이것을 섞어라!"

보글보글 육수가 끓어오르고.

커다란 양꼬치가 에피타이저로 나온다.

"이건 한국에서 먹던 것과 사이즈와 맛이 완전히 틀려요."

그리고 얇게 손질이 된 빛깔조차 고운 양고기가 나오고.

야채와 버섯들을 함께 곁들여 냄비에 넣고.

소스를 찍어 한입 먹으면.

"와! 이런 맛은 한국에 없어. 나 여기에 살고 싶어!"

다시 양고기 한 접시가 크게 나오고.

맛있게, 더욱 맛있게 양고기 훠궈를 즐긴다.

"내가 사위라면 이곳에서 살 텐데!"

두 번째 접시가 반쯤 남았을 때, 마치 늘 먹는 김치찌개를 남기듯 이쑤시개를 들고 식사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이다.

"아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고기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더구나 이렇게 맛있는 양고기를!"

사람들은 남은 양고기를 몽땅 내 냄비에 집어넣는다.

"일어나 90도 각인사를 해야 하나, 예의 있게 젓가락을 물려야 하나."

고기를 거부할 용기나 체면 같은 것은 나에게 전혀 없다. 부지런히, 열심히 먹는 것이 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이자 고기에 대한 예의인 것이다.

"이것 먹고 오늘은 푹 자! 원샷!"

철없는 여행자의 바람으로 200km 정도의 거리는 아무 말 없이 함께 해주고 맛있는 식사까지 대접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마지막 술잔을 비워낸다.

숙소로 돌아와 창문으로 스며드는 따듯한 햇볕을 받으며 노곤한 낮잠 속으로 빠져든다.

너무나 편하게 침대를 뒹굴며 잠들다 7가 넘어 잠에서 깨어난다. 잠시 밖으로 나와 조용한 쑤니터우이치의 밤거리를 산책하고.

숙소로 돌아와 중국의 여행들을 정리한다.

"하루 정도 더 머무를까?"

충분하게 남은 시간과 쑤니터우이치의 시간이 너무나 편하고 좋다. 얼롄하오터까지의 경로들을 확인하고 며칠간의 날씨를 확인한다.

내일부터 시작되어 강한 바람의 날씨가 계속된다. 내일 7m/s 서풍, 금요일 10m/s 서풍, 토요일 8m/s 서풍, 일요일 맑음.

"초당 10미터 서풍이 분다고? 이 정도면 거의 태풍이잖아!"

10미터, 8미터의 바람보다는 7미터짜리 맞바람을 맞는 것이 낫겠다 싶다.

"내일 얼렌하오터로 출발하자."

너무 많은 친절과 환대를 받고 조용한 쑤니터우이치의 시간이 좋지만 더 오래 머무는 것도 민폐, 그리고 날씨 또한 좋지 않아 아쉽지만 내일 얼롄하오터로 떠나기로 결정한다.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여행 기록들을 정리하며 5시가 되어서야 잠이 든다.

내일이면 중국에서의 마지막 라이딩을 하게 된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0일 / 맑음 ・ 10도
쑤니터우이치
몽골의 국경 엘런하오터시까지 100km가 남았다. 하루면 닿을 거리, 중국여행의 마지막 종착지를 향해 달린다.

이동거리
39Km
누적거리
7,865Km
이동시간
2시간 00분
누적시간
559시간

X246
X246
21Km / 1시간 03분
18Km / 57분
쑤니터우
초원
쑤니터우
 
 
5,116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9시가 넘어 잠에서 깬다. 120km가 넘는 거리를 달려온 피곤함과 여전히 남아있는 감기 기운으로 몸이 무겁다.

"하루를 쉴까? 작은 도시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얼롄하오터까지 가서 쉬는 게 낫겠어."

패니어와 짐들을 챙겨들고 자전거가 놓은 주차장으로 내려가 패니어들을 하나씩 장착한다.

"한국인이냐?"

자전거 복장을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으나 너무나 피곤한 탓에 짧은 대답만을 하고 짐들을 정리한다. 자전거에 패니어들을 모두 장착하고 남자의 얼굴을 보며 자전거 여행과 일정들에 대해 대화를 시작한다.

"나는 여기에서 사람들과 자전거를 탄다. 어디로 가느냐?"

"나는 오늘 얼롄하오터에 가야 한다."

사람들과 자전거를 타는 사진을 보여주는 남자에게 멋있다며 말을 건네니 자신의 친구들이 있는 자전거 가게에 잠시 들렀다 가라고 한다.

"쯔싱쳐 띠엔? 여기에 자전거샵이 있어?"

"요!"

늦은 출발 시간과 피곤함이 트러블을 일으키던 스프라켓을 교환하고 하루를 쉬라며 유혹의 손길을 던진다.

"하오 취!"

10여 분 정도 남자를 따라 시내를 이동하여 자전거 가게로 이동한다. 후지 브랜드를 단 작은 자전거샵이다.

몇몇의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왔다며 소개를 하고, 그들과 인사를 나눈다.

우선 패니어들을 모두 떼어내고 자전거 가게의 주인에게 스프라켓이 마모되어 교환을 해달라고 요청한 후 사람들이 건네주는 차와 담배를 하며 쏟아지는 질문들에 대답을 한다.

"나의 큰 딸이 시집을 가 대구에 산다. 10년이 됐다."

큰 딸이 대구에 산다며 사진들을 보여주는 아저씨와 대화를 이어가고 있으니 동호회 사람들로 보이는 이들이 하나둘씩 가게로 모여든다.

모두들 자전거를 살펴보고 나를 보며 담배를 건네고 차를 따라주고 질문들을 한다. 모두들 호기심 가득한 재미있는 표정을 하며 반갑게 대해주며 이야기를 한다.

"오늘 얼롄하오터에 언제 갈 거냐?"

"오늘은 못 갈 것 같다. 얼롄하오터로 가기에는 너무 늦었다."

나를 자전거샵으로 안내한 남자에게 하루를 머물러야 한다고 하니 오후에 함께 식사를 하자며 초대를 한다.

"너의 오늘 호텔비는 무료다."

"응?"

"호텔비는 무료!"

호텔비가 무료라는 말에 뜻을 알지 못해 의아해하며 '왜'라는 표정을 하고 있으니 모두들 크게 웃는다.

"너 주점을 하는 거야?"

한 번 더 사람들이 크게 웃어댄다. 젊은 남자는 내가 묵었던 루저우쌍우주띠엔(绿洲商务酒店, 녹주상무주점)의 사장이다.

자전거의 스프라켓을 교환하고 자전거샵의 남자는 교환상태를 체크하라고 말한다. 밖으로 나가 변속을 하며 주행을 하니 트러블 없이 잘 변속이 이루어진다.

크랭크 2단을 가리키며 마저 교환을 해달라고 요청을 하고 자전거 가게를 구경한다.

스프라켓을 교환하는 남자의 움직임을 보았을 때 손이 꼼꼼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가지런히 놓여있는 정비 공구들에서 그의 성격을 알 것도 같다.

32T 체인링를 들고 34T가 없다고 하여 2단 크랭크는 교체하지 않고 그냥 놔둔다. 32T 체인링을 교체해도 상관없지만 32T는 나에게 가벼운 체인비라 2단이 마모되기 전에 교환하면 될 것 같고, 크랭크를 분해하느라 소요될 시간이 부담스럽다.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와 자전거를 세차해 주겠다는 자전거샵의 남자에게 괜찮다고 했지만 물걸레를 들고 열심히 닦아낸다.

아저씨들과 담배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중국을 여행하며 엉망진창 흙먼지가 묻었던 자전거는 중국의 마지막 여행을 앞두고 깨끗해졌다.

생글생글 웃으며 조용하게 말하는 자전거샵 남자의 성격은 내 성격의 대척점 정도에 있지 않을까 싶다. 친절하고 부지런하다.

12시 되어 식사를 하자며 대구에 사는 큰 딸을 둔 아저씨가 식당으로 안내한다. 가게 주인에게 스프라켓의 가격을 물으니 식당으로 가자며 옷을 챙겨 입는다.

흙벽돌의 담길들을 돌아 빈관의 식당으로 들어가고.

동그란 식탁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자리는 잡고 있으니 자전거샵에서 보았던 아저씨들이 하나둘 식당으로 모여든다.

"중국에서 가장 좋은 것은 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것뿐이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주점의 젊은 남자가 농담을 하며 유쾌하게 웃는다.

"하하하, 맞다! 한국에서는 식당에서 담배를 못 피운다."

가장 나이가 많은 회원이 65세인 쑤니터우이치의 자전거 회원들, 주점의 남자와 자전거샵의 남자가 막내들이라고 소개를 한다.

차가 나오더니 두 병의 중국 술이 먼저 나온다.

테이블을 빙빙 돌려 나에게 한 잔을 집으라 알려주고.

두유를 먹는 자전거샵 남자의 아들에게 젓가락으로 술을 찍어 먹이며 장난을 치는 아저씨와 몇 입 받아먹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는 아이, 모두가 즐겁고 유쾌하게 웃으며 말을 한다.

하나둘 음식들이 나오고.

말린 쇠고기와 국수.

고기와 야채를 넣은 볶음면.

냉채처럼 시원한 맛이 나고 고수와 파, 오이와 양파들을 넣어 먹는 요리.

고소한 맛이 일품인 콩요리.

아이가 마시는 것은 요쿠르트 같은 것이다.

하나하나 음식들을 먹어가는 동안 담배들도 하나씩 테이블에 쌓여만 가고.

자전거샵의 남자는 지아오강강(叫刚刚, 규강강) 35세, 차분한 성격으로 항상 웃으면서 나긋나긋하게 말을 한다.

울란바토르에서 일을 했었다는 지아오강강은 몽골 여행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들을 해준다. 몽골의 치안이 좋지 않아 여행 시 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과 몽골의 서북부를 여행할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며 여행의 루트를 변경할 것이 좋겠다고 한다.

"울란바토르에서 다르항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몽골을 여행할 때는 귀중품을 잘 챙겨야 합니다."

쇠고기 완자가 들어간 탕과 함께 양의 내장 무침 요리도 나오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요리가 나온다.

"이게 뭐야?"

"양의 지지!"

"지지? 설마 그거야?"

오번역이 된 핸드폰을 보며 손사래를 치며 지아오강강이 다시 천천히 핸드폰에 발음을 한다.

"양의 꼬리!"

"하하하하. 그렇지!"

모든 음식은 맛이 좋고 풍미가 넘치며, 특히 양꼬리의 맛은 그 맛이 정말 예술이다.

"넌 이름이 뭐야?"

"卞且燮"

번역기에 한자로 이름을 적어서 보여주니 섭(燮)자가 중국에서 흔하지 않은지, 아니면 정자로 써서 익숙하지 않은지 잘 읽지를 못한다.

"비엔치에씨에!"

중국어로 이름을 발음해 주니 따라서 내 이름을 부르며 크게 웃던 사람들은 돌아가며 내 이름을 부르고 건배를 권한다.

재미있는 것은 술을 마신 후 탁자를 두드리고 건배를 한 사람에게 빈 잔을 보여준다. 우리가 소주를 마시고 잔을 머리 위로 거꾸로 들어 올리는 것이 '나는 다 마셨다. 너도 다 마셔라.'하는 느낌이라면 이곳의 느낌은 '너를 위해 술잔을 비웠다.'라는 느낌 같은 것이다.

조금 후 지아오강강의 아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아저씨들과 즐거운 대화와 함께 술잔을 주고받는다. 그녀의 성격은 지아오강강과 달리 호쾌하고 대범해 보인다.

술을 마시는 그녀를 보며 술꾼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지아오강강. 그의 말처럼 나에게도 잔을 들어 원샷을 보여주며 여행을 잘하라며 건배를 권한다.

즐거운 식사 자리가 끝나갈 때쯤 색깔이 예쁜 마늘 한 접을 건네주며 먹으라고 한다.

"이걸 먹으라고?"

모두들 웃으며 마늘이 피부에 좋다느니, 중국인들은 열정이 많다느니 농담들을 주고받는다.

옆에 있던 지아오강강이 마늘 하나를 떼어내어 먹으며 '그냥 먹으라'며 웃는다.

마늘 하나를 떼어내어 껍질을 벗기려고 하니 지아오강강이 그냥 먹으라고 한다.

"아니 생마늘을 왜 먹어?"

처음엔 단맛이 약간 나던 마늘은 그냥 맵다.

"매워!"

다시 한번 테이블이 웃음바다가 되고 점심 식사가 끝이 난다.

대구 아저씨와 함께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에서 쉴 것이냐 아니면 우리와 함께 초원으로 자전거를 탈래?"

"자전거를 타러 가자!"

아저씨는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가자고 한다.

"패니어를 떼고 자전거를 타야지요!"

어려운 말은 번역기가 전혀 번역을 하지 못한다. 아저씨와 자전거를 두고 설왕설래를 하고 있으니 주점의 남자가 나타난다.

주점의 남자는 자전거를 주점 안으로 끌고 들어가 1층에 있는 넓은 방에 자전거를 넣어두고 방 키를 건네준다. 그리고 도로변에 나가 지나가던 승합차를 잡아 나를 자전거샵까지 태워달라고 부탁을 하고 사라진다.

"아무리 작은 도시라지만 뭐가 이리 친밀도가 높지? 서로 집집마다 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있는 거야?"

승합차는 자전거샵에 나를 내려주고 아무렇지 않게 사라진다.

"형님, 안 자는 거 다 알아요. 일어나세요. 초원에 가야지요!"

하루 종일 각양각색의 담배가 쏟아진다. 정말 중국의 담배 인심은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지아오강강이 자신이 타는 자전거를 내놓고 자전거 회원들은 초원 라이딩을 위해 열심히 준비들을 한다.

70여 일 만에 타는 가벼운 핸들의 자전거, 좌우로 흔들리는 자전거에 이내 적응을 하고 후미에 쳐져 있는 아저씨들을 따라 달린다.

70kg이 넘는 자전거를 끌다가 15kg이 안 되는 MTB를 타니 자전거가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갈 것 같다.

"난 여기서도 후미야?"

천천히 아저씨들을 따라가고 있으니 선두로 가는 대구 아저씨를 따라가라며 손짓을 한다.

멀리 앞서가던 대구 아저씨도 빠르게 따라잡고 뒤를 따라 천천히 라이딩을 즐긴다.

"300km 넘게 초원을 달려왔는데 쉬는 날에도 자전거를 타다니."

15km 정도 초원을 달려 도착한 곳은 게르 같은 것이 놓여있고 무대가 설치되어 있는 공연장 같은 곳이다.

사람들과 있으니 개도 무섭지 않고.

구름이 가득한 하늘은 참 좋다.

중간 지점에 조금 있으니 어느새 라이딩 복장을 갈아입은 주점의 남자가 사이클을 타고 나타난다.

"언제 또 나타난 거야!"

돌아가며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맞바람이 불어오는 초원길을 달려 돌아온다.

대구 아저씨의 인증샷도 찍어주고.

자전거샵에 도착하여 후미에 쳐진 아저씨들을 기다리며 잠시 쉰다.

"아직 건강하시네요!"

술을 많이 마셔서 걱정이라는 딸의 말과는 달리 아저씨는 건강하게 잘 달렸다.

아무래도 오늘 쑤니터우이치에서 중국의 모든 담배를 하나씩 건네받을 모양이다.

"저녁으로 백주를 마시고 싶어? 맥주를 마시고 싶어?"

"바이주!"

주점의 남자가 저녁 반주로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어와 맥주는 한국에도 많다며 바이주를 먹고 싶다고 대답한다.

언제나 유쾌한 주점의 남자는 집에서 바이주를 가져오겠다며 자전거샵을 떠나고, 자전거샵에서 휴식을 취한 후 대구 아저씨, 지아오강강 그리고 말수가 그리 많지 않았던 남자와 함께 저녁을 먹을 음식점으로 이동한다.

양고기 요리를 하는 식당의 2층에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주점의 남자는 다시 반갑게 맞이해 준다.

"정체가 뭐야? 동해 번쩍 서해 번쩍."

우창정(吴长征, 오장정), 녹주상무주점을 운영하며 언제나 유쾌하고 위트가 있어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남자다.

집에서 가져온 예쁜 포장의 바이주 2병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차갑게 보관이 된 바이주는 병도 예쁘다.

"이건 김치인데?"

"파오차이, 泡菜"

"한국의 김치와 맛이 약간 다르다."

젓갈을 사용하지 않아 중국의 향신료 냄새가 조금 있지만 우리의 김치와 거의 비슷한 맛이 난다.

"이 동네에 한국 사람이 3명이 살고 있다."

"정말? 그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그 사람들은 오래전에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갔다."

아마도 이곳에 김치와 비슷한 것이 있는 이유가 한국 사람이 정착을 하며 이곳에 김치를 알려주고 간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양고기를 하는 음식점이다. 한국의 불고기와 비슷하다."

우창정은 자신의 핸드폰으로 번역을 하여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들을 한다. 가벼운 농담을 섞으며 위트 있게 말하고 언제나 겸손하게 표현을 하는 젠틀한 남자다.

우창정이 가져온 바이주는 차가운 물에 넣어 냉기를 유지시키고.

양파를 넣고 볶는 양고기가 먹음직스럽게 구워질 때쯤, 시원한 바이주 한 잔을 건배와 함께 마셨다.

"중국 술은 강하지만 향과 풍미가 정말 좋다!"

술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중국 술은커녕 값비싼 양주까지도 향이 진한 술은 전혀 먹지를 않는다. 도수가 높아 숙취가 조금 덜하다는 정도 이외에 특별히 맛이 좋다거나 향이 좋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먹는 주량이 많다 보니 숙취가 덜하다는 장점도 나에게는 의미가 없다.

중국 여행을 하는 70일 동안 손에 꼽을 정도로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여행이 끝나갈 때쯤 중국 술의 맛과 향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중국의 바이주, 참 괜찮은 술이다!"

그리고 노릇하게 구워진 양고기를 맛본다.

냄새 같은 것은 전혀 나질 않는 부드럽고 기름진 양고기의 맛이다.

달짝지근한 소스와 양파, 버섯, 상추 등과 함께 쌈을 하여도 그 맛이 제격이다.

"초원은 6월에 풀이 나서 아름답다."

우창정은 풀이 자란 초원의 언덕에서 자전거와 오토바이, 4륜 바이크 등을 타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정말 멋지다. 이곳에서는 이렇게 노는구나!"

푸른 초원에서 마음껏 달리며 즐기는 모습들이 멋지고 부럽다.

"초원에서 캠핑을 하며 하룻밤 보내고 싶은데, 중국에서는 그것을 못 하게 하니 아쉽다."

푸른 초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곳을 지나 유라시아 횡단을 준비하는 위너님이 생각난다. 인스타그램에서 그의 사진과 여행 경로들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부탁을 한다.

"아마도 6월이나 7월에 이 녀석이 이곳을 지나갈 것이다. 이 녀석이 오면 아름다운 초원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알았다!"

"나는 이 여행이 끝나면, 이곳에 다시 놀러 오겠다. 그때 푸른 초원에서 건배를 하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두 번째 메뉴로 소고기가 나온다. 야채들과 함께 구워진 소고기를 밀가루 전병 같은 곳에 넣은 후 먹으니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사위는 힘들겠다. 이곳 음식이 먹고 싶어서."

"하하하. 사위는 이곳에 두 번이나 다녀갔다."

"손녀들이 많이 보고 싶겠다?"

"그렇다."

대구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저씨는 딸과 손녀가 보고 싶어졌는지 대구에 사는 딸과 영상 통화를 한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대구에 가서 딸에게 맛있는 것을 사줄게요."

밀쌈을 하는데 이것저것 젓가락으로 집어넣어 주는 우창정. 그리고 하루 종일 조용하게 말을 하던 중년의 남자는 핸드폰으로 자신이 타는 오토바이 사진들을 보여준다.

"와, 멋진데요. 그런데 여기에 사막이 있나요?"

"얼롄하오터로 가는 길의 중간에도 있고, 이곳에서 조금 가면 사막이 있다."

"사막도 보고 싶어요!"

"너를 데려가 줄 수 있어!"

사막에서 오토바이와 4륜 바이크를 타는 영상과 사진을 보며 사막에 대해 묻고 이야기를 나눈다.

"언제 얼롄하오터로 떠날 거니?"

"하루나 이틀쯤 더 머물고 싶네요. 몽골에 21일까지 가면 되거든요."

복잡한 이야기가 오가니 번역기는 쓸모가 없는 애물단지가 된다.

"딸의 번역!"

대구 아저씨에게 딸과 영상통화를 하여 내 의견을 전달해 달라 부탁하니 이해하고 전화 통화를 한다. 그사이 세 번째 메뉴로 양고기가 추가되고.

대구의 큰 딸에게 시간의 여유가 있어 하루나 이틀쯤 쑤니터우이치에 머물며 사막을 구경하고 싶다고 말한다. 딸의 통역으로 완벽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모두들 내일 사막으로 가자며 건배를 나눈다.

즐거운 식사가 끝나갈 때쯤 오이와 야채를 넣은 수제비처럼 생긴 죽이 나온다.

향긋하게 퍼지는 오이 향이 정말 일품이고 부드럽게 속을 감싸주는 듯 맛이 좋다.

"아, 나 정말 쑤니터우이치가 너무 좋아!"

자신들의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타지의 이방인에게 관심을 놓지 않고 배려하는 우창정, 한국으로 시집간 딸을 생각하며 여행 온 한국인이 불편하지 않을까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는 대구 아저씨, 언제나 웃는 얼굴로 이것저것 나긋나긋하게 설명을 하는 지아오강강 그리고 말 수는 적지만 은근하게 관심을 써주는 남자까지.

"오늘 아침에 굉장히 힘들었는데, 이렇게 신경을 써주시고 환대를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니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말한다.

"숙소에 가서 편하게 쉬고 내일 보자!"

우창정은 숙소의 방까지 안내를 해주고 화장실과 침대, 커튼 등을 한 번 더 점검한 후 편하게 쉬라며 인사를 하고 떠난다.

"내일 8시에 아침을 먹자. 8시에 올게!"

"아 쓸데없이 너무 넓고 좋은 방이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뜻하지 않은 환대와 고마운 배려들을 받는다. 너무나 즐겁고 좋은 사람들과 시간들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 거칠고 야박할 것 같았던 초원의 사람들은 중국의 어느 지역의 사람들보다 여유롭고 웃는 얼굴들을 하고 있다.

"그곳은 위험해. 다른 곳을 가. 동남아 좋잖아!"

"그 사람들이 위험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나에게 가장 위험한 사람은 너야!"

여행을 하기 전 사람들은 중국의 내몽골을 경유하는 중국 북서부 지역의 여행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들을 보였다.

"네가 사는 집은 위험하지 않니?"

고개를 끄덕이며 싱거운 농담처럼 사람들의 말을 흘려보낸다. 그런 사람들과의 대화는 아무런 의미도 없으며 도움도 되질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삶의 수많은 선택과 그에 따라 놓여있는 또 다른 선택들은 항상 두렵고 두렵다. 하지만 스스로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타인의 추측이나 판단 같은 것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두렵다. 타인의 시선에 갇혀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는 더 두렵다."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함 그리고 불안함. 그 이유 모를 감정의 불온함들로 언제나 삶은 투박하고 실수투성이지만 스스로 경험하고 싶은 두려움들은 강한 삶의 욕구로 나를 지탱한다.

"보잘것없는 삶이지만 삶을 선택하고 판단하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장기를 빼내갈지 모른다던 이곳의 사람들은 언제나 웃으며 대화를 하고 그들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뚜이'.

"对! 对!"

방긋 웃으며 말을 하고, 상대의 말에 '맞아, 맞아'를 먼저 말하며 상대의 말을 끊는 법도 모른다.

언제나 부정적인 표정으로 온갖 세상의 걱정과 스트레스를 쌓아가고, 가식의 웃음으로 자신의 말만을 들어달라 악다구니를 쳐가며 살아가는 것이 위험하지 않은 우리들의 현재다.

"잘 모르겠지만 이곳 사람들은 잘 웃고 여유롭다. 양과 소의 장기는 좋아하는 것 같다만 나의 장기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9일 / 맑음 ・ 12도
샹황기-쑤니터우기
일찍 잠들었지만 몸이 무겁다. 옌칭현에서 시작된 바람과 오르막 길의 피곤함이 누적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동거리
123Km
누적거리
7,865Km
이동시간
6시간 30분
누적시간
559시간

S208
X508
57Km / 2시간 45분
66Km / 3시간 45분
샹황기
교차로
쑤니터우
 
 
5,07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컨디션이 좋지가 않다. 아무래도 그 녀석이 다시 찾아온듯싶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확인한다. 이곳은 평균적으로 풍속 5~10m/s 정도의 바람은 일상적인가 싶다. 창문으로 찬 공기의 쌀쌀함이 느껴진다.

"으, 추워."

오늘 가야 할 주리허진이나 쑤니터우기는 모두 100km가 훌쩍 넘는 거리이다. 20km 정도 차이가 나는 두 곳을 두고 고민하다 바람과 진행 속도를 보고 갈림길에서 목적지를 결정하기로 한다.

"바람만 없으면 내리막길이니 어렵지 않게 쑤니터우기까지 갈 수 있는데."

체크아웃을 하며 여직원에게 중국어와 몽골어를 모두 구사하는지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오, 대단해! 몽골어는 너무 어렵다."

"몽골어는 어렵지 않아!"

번역기로 몽골어를 번역하여 여직원에게 보여주니 글씨를 못 알아본다.

"이게 몽골어잖아?"

"이건 중국의 몽골어가 아니다."

"중국의 몽골어하고 몽골의 몽골어가 다른 거야?"

"뚜이!"

언어 자체가 다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하게 표기법은 다른 모양이다.

"뭐, 그렇다 치고. 이 글자를 구분하여 인식하는 게 더 신기하다."

동풍이 살살 불어오는 초원의 길을 따라 출발한다.

평형한 초원의 길은 하늘로 올라간다.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착시현상처럼 오르막의 경사도와 길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동풍의 뒷바람이 페달링을 가볍게 해주고, 맑은 하늘과 구름, 고산지대 초원의 아름다운 곡선들을 보면서도 마음껏 즐기지 못했던 어제와 달리 마음의 여유가 생겨난다.

"이틀 동안 그렇게 힘들게 하더니 산을 내려가는 오늘만큼은 맘껏 즐겨보라 이거지?"

가벼운 몸풀기 라이딩으로 쌀쌀한 기운을 없애고.

"구름이 조금 많네. 하늘을 가렸어. 어쨌든 좋아!"

어제 사놓은 빵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목적지를 120km의 쑤니터우기로 결정한다.

"그럼 달려 볼까!"

뒤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도움을 받으며 길게 뻗어 이어지는 초원의 길을 달린다.

경쾌한 페달링으로 넓은 초원의 풍경을 바라보며 달린다.

어떠한 고민도 잡념도 없이.

삶의 시간이 풍경과 함께 스쳐가는 듯.

평온하다.

저 멀리 말들을 몰고 오는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보이고.

자전거를 세우고 그에게 인사를 했다.

"멋진데!"

짧은 인사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핸드폰에 사진을 찍고, 멀리 달아난 말들을 쫓아 서둘러 남자는 웃으며 떠난다.

바람의 도움으로 힘들지 않게 60km 가까이 이동을 했다. 쑤니터우기로 가는 두 개의 갈림길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이고.

좌회전을 하며 살짝 방향이 바뀐 도로는 거센 바람이 완벽하게 뒷바람으로 자전거를 밀어준다.

"이런 바람이면 200km도 순식간에 갈 수 있겠는데."

주리허전(朱日和镇)과 쑤니터우기로 가는 갈림길에서 잠시 고민을 한다. 70km의 거리는 남기고 완벽한 뒷바람을 맞으며 주리허전을 경유하여 쑤니터우기로 갈 것인지 아니면 약간의 측면 바람을 맞으며 쑤니터우기로 바로 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바람이 조금 아쉽지만 다이렉트로 가 보자. 설마 바람이 바뀌지는 않겠지."

S208 국도를 벗어나 작은 소도로를 타고 쑤니터우기로 향한다. 측면으로 바뀐 바람의 방향이 조금 불안하지만 잠시 바람을 이기며 가다 보면 도로의 방향이 바뀌어 뒷바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작은 언덕이 이어지는 길이 이어지고.

화물차의 통행마저 완전히 사라진 조용한 도로를 독차지하고 길을 이어간다.

작은 언덕을 오르고 바람을 피해 자전거를 세운다.

맛있는 벌꿀빵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주변의 풍경은 어느 순간 붉은 토양의 초원으로 바뀌어 있다.

붉은빛의 땅, 마치 화성의 일부를 떼어 놓은 것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달린다.

신비롭지만 적막한 풍경 속 라이딩의 심심함을 사진찍기 놀이로 달래보고.

쓸데없는 사진도 찍어보고.

달린다. 몇 채의 붉은 흙벽돌 집들이 들어선 마을에 들어선다.

자전거를 세우고 화물트럭에 무언가를 싣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말똥, 소똥인가?"

납작한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용도를 알 수 없는 것도 함께 펼쳐져 있다.

"똥으로 만든 것 같은데. 이것으로 집을 짓는 것은 아니겠지?"

도로변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내고 다시 길을 이어간다.

"너무 놀면서 왔나. 조금 빨리 달려야겠어."

잘 생긴 말의 무리들에게 인사도 하고.

수십 기의 풍력발전기가 놓인 언덕을 지나간다.

"마지막 언덕인가?"

윙윙거리며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를 지나 쑤니터우기로 향하는 마지막 페달링을 힘차게 밟아본다.

평평한 초원의 지평선으로 쑤니터우기의 모습이 천천히 눈에 들어온다.

"하하하. 다 왔다!"

소도로에서 수직으로 만난 G208 국도로 접어들자 거센 맞바람이 자전거를 휘청이게 만든다. 주리허전을 경유하여 G208 국도를 타고 쑤니터우기로 왔다면 거센 맞바람을 맞으며 왔겠다 싶다.

국도를 벗어나 쑤니터우기로 들어선다. 내몽골 자치구의 작은 도시 쑤니터우기, 그 모습은 생각했던 대로 조금은 황량하게 느껴진다.

시내로 들어서 잠시 숙소를 확인하기 위해 사거리 교차로에 자전거를 세운다.

"KFG?"

숙소를 검색하는 동안 주변에서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이내 십여 명의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패니어를 단 자전거를 호기심 있게 관찰하며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

쑤니터우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숙소들이 검색된다. 도로를 따라 이동하던 중 찾아가던 주점 대신 녹주상무주점으로 들어간다.

"자전거만 잘 보관할 수 있으면 아무 곳이나 괜찮지 뭐."

깔끔한 주점에 들어서 주숙등록이 가능한지를 묻고,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프런트의 여직원은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알려주며 방으로 자전거를 가져가도 된다고 말한다.

여권을 주고 주숙등록을 하는 동안 몇몇의 직원들이 모여 상의를 하고 체크인이 끝난다. 그리고 시니어급의 여직원이 다가와 자전거를 주점의 뒷마당에 놓아두라고 안내를 한다.

"자전거 잃어버리면 안 돼. 여기 안전한 거지?"

괜찮다는 여직원의 안내를 두어 차례 확인한 후 자전거를 잠가두고 패니어를 풀어 방으로 올라간다. 자전거를 놓아둘 공간이 부족한 작은방이라 자전거를 밖에 묶어두라고 안내한 모양이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주점의 식당으로 내려가 어제 먹었던 곱창볶음의 사진을 보여주며 음식을 주문을 한다.

"두 번 먹어도 맛있군."

"기름진 양곱창볶음에 이것이 제격이다."

든든하게 두 공기를 해치우고 방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감기 기운이 있는 것처럼 피곤하고 약간은 지쳐있다.

"한 번의 라이딩이면 중국의 여행이 끝나는구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8일 / 맑음 ・ 10도
화더현-샹황기
숙소 앞에 걸려있는 붉은 오성기가 찢어질 듯이 펄럭인다. 저쪽 방향이면 오늘 가야 할 방향인데.

이동거리
49Km
누적거리
7,703Km
이동시간
4시간 24분
누적시간
550시간

G511
S208
26Km / 2시간 30분
23Km / 1시간 54분
화더현
샹황기계
샹황기
 
 
4,95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6시 45분, 첫 번째 알람에 몸을 일으켜 세운다. 어제의 힘들었던 라이딩의 피로가 조금 남아있는 것 같다. 무심결에 바라본 창밖의 하늘이 심상치 않고 바람 소리가 요란하게 창문 틈을 파고든다.

"오늘은 정말 힘들겠구나."

조식을 먹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머리 위에 바로 떠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대한 구름의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직원에게 조식 시간을 물으니 7시 반이라고 알려준다. 다시 방으로 올라가 출발 준비를 한다.

타이레놀 한 알을 꺼내 먹고 패니어에 넣어두었던 이너웨어를 다시 꺼내 입는다.

"계절을 거꾸로 달려 들어가는 기분이야."

오늘 가야 할 목적지를 결정해야 한다. 몽골로 넘어가는 국경의 얼렌하오터시의 방향으로 숙소를 찾을 수 있는 도시가 몇 군데 없다.

쑤니터우기, 주리허진의 거리는 화더현에서 130km가 훌쩍 넘은 부담스러운 거리다.

"아무래도 끊어서 가야겠다. 이 바람을 이기며 130km를 달릴 수는 없어."

주리허진과 쑤니터우기로 향하는 길에 위치한 50km 거리의 소도시 샹황기. 샹황기의 지도를 확대하여 주점들의 유무를 확인하니 제법 많은 수의 빈관과 주점이 검색된다.

"됐다. 일단 출발해서 상황을 보고 샹황기를 지나칠지 고민하자."

체크인을 하고 현금을 조금 찾기 위해 시내 쪽으로 이동한다. 거센 바람을 등지고 가니 자전거가 스스로 굴러간다.

"오늘도 망했어!"

중국에서 사용할 경비 1,000위안을 찾고 찬 바람을 맞으며 샹황기 방향으로 길을 향한다.

이내 작은 소도시를 벗어나고 윙윙거리며 불어오는 바람 속에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쟤네들은 꼭 뒤돌아서있더라."

화더현, 내몽골 자치구에 들어서며 모든 이정표와 간판 등에는 꼬불거리는 이상한 글자가 함께 적혀있다.

무심하게도 열심히 돌아가는 수십 기의 풍력발전기들을 지나고, 고산지대의 초원으로 끝없이 길게 늘어진 도로가 나타난다.

순간순간 불어오는 강풍에 자전거는 휘청이고.

"힝. 바람, 바람, 바람! 이놈아!"

"그냥 뒤로 달려볼까?"

엄청나게 불어대는 바람과는 상관없이 하늘빛이 너무나 좋다.

햇빛에 반사되는 얼어붙은 호수를 지나며 잠시 쉬어간다.

뒤를 돌아 지나온 길과 하늘을 쳐다보며 감탄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거니?"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끝이 없고.

지나온 길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래, 내가 졌다! 샹황기까지만 이동하자."

상형문자처럼 보이는 글자가 얼핏 중국 한자와 형태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우리의 시골 분교들처럼 생긴 긴 주택들이 가끔씩 도로변에 자리 잡고 있다.

한적한 고산지대의 도로변에 교통 공안의 차가 정차되어 있어 그곳에 도착하니 모형이다.

"산타페의 적절한 사용법이군! 제법이야."

조금 더 지나니 교통 공안의 모형도 서있고, 그 이후 건너편에는 도로를 향해 과속탐지기를 들고 서있는 모형도 있다.

"너라면 속겠니? 차리리 방지턱을 이쁘게 만들어 놓지."

12시 30분, 평속 10km의 속도로 겨우 샹황기의 경계면에 들어선다.

"저 이상한 글자를 어떻게 식별하는 거지? 쓰기도 힘들 것 같은데."

도로변 아래로 우물 같은 것이 보여 자전거를 눕혀놓고 언덕 밑으로 내려간다.

도르래를 사용하고 우물을 퍼 올리는 듯싶다.

여전히 사용감이 느껴지는 우물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얼마나 많은 세대에 걸쳐 우물을 파고 관리했을까."

언덕을 내려오니 바람이 없다. 이런 곳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 정도 야영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샹황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해발 1,500미터. 생각보다 기온이 낮은 것 같지는 않은데 일교차가 큰 탓인지, 차가운 바람과 기압의 영향인지 얼음이 녹지 않고 있다.

길은 멀리 보이는 흙산을 향해 오르막이 이어지고 소모양의 안내판이 재미있다.

장국영이 나오는 왕가위 감독의 동서사독 속 풍경들이 떠오른다. 이해하기가 정말 힘들었던 영화, 언제나 보다가 잠들어 버려서 한편 전체를 끝까지 보지 못해 이해하지 못했던 영화라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시간과 공간, 에피소드들이 뒤섞여 있는 영화의 흐름을 따라잡는 것이 힘들지만 시간에 대한 왕가위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과 장국영의 냉소적이며 쓸쓸함 전해지는 연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멀뚱멀뚱 쳐다보는 소들에게도 인사를 하고.

샹황기 역시 마지막 오르막길을 오르라 한다.

능선 위로 철탑이 들어선 산을 넘어 작은 마을 샹황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전의 도시들과는 완전히 다른 다른 나라의 도시에 들어온 듯 묘한 분위기의 마을이다.

마을에 들어서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하니 판매 완료 표시가 된 주점 한 곳이 검색된다.

"일단 주숙등록은 된다는 말이니 다른 방이라도 있겠지."

찾아간 주점은 폐업을 했는지, 리모델링 중인지 영업을 하는 것 같지 않고 큰 건물만이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 있다.

조금 난감하지만 주점이나 빈관이 마을의 규모에 비해 많고 시간도 넉넉하게 있어 걱정 없이 고덕지도로 다시 검색을 한다.

마을의 공원 옆에 위치한 주점을 찾아가 어렵지 않게 체크인을 하고, 슈퍼에 들러 내일의 긴 여정을 위해 비상식을 먼저 사둔다.

가격표 붙이기가 귀찮은지 물건들에 숫자들을 직접 적어놓은 슈퍼.

멀쩡한 계산기를 옆에 두고 아주 오래된 주판을 튕겨 계산을 한다.

빵과 과자 그리고 콜라를 넉넉하게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의 프런트 직원에게 굼벵이 모양의 글자를 가리키며 무엇인지를 묻자 몽골어라고 알려준다.

"몽골어. 이상하네 몽골어는 영어 알파벳처럼 생겼었는데."

자료들을 정리하다 출출함이 느껴져 1층 식당으로 내려간다.

식당 입구에서 조리사 복장을 입고 있던 젊은 남자는 한국인이라 말하니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 이것저것 질문들을 한다.

자신의 핸드폰은 번역이 안된다며 투덜거리길래 위챗의 변역 기능을 알려준다.

"자, 봐. 네가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면 위챗으로 변역을 할 수가 있어."

왜 중국 사람에게 중국의 SNS 채팅앱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방법을 알려주니 좋아하며 위챗으로 메시지를 날린다.

"야. 지금은 여기에 그냥 말해!"

양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니 98위안하는 어린양 통구이를 추천해 준다.

"양이 많아?"

"아니 몇 개 못 먹을 거야."

"그런데 왜 추천했어?"

고기를 좋아하는지 묻고는 88위안하는 메뉴를 추천해 준다.

담배 한 개비를 뺏어 피더니 아주 신이 난 아이처럼 우유차와 수박을 내주며 무료라고 알려준다.

몽골 지방에서 먹는 우유차 같은데 조금 비린 듯 고소한 맛이 난다.

약간 짜면서 매콤한 맛이 감도는 우리의 백김치 같은 것도 밑반찬으로 내어주고.

잠시 후 추천해 주었던 메뉴가 나온다. 고수를 수북하게 깔고 그 위에 올려진 바삭하게 구워진 고기다.

약간 오돌뼈 같은 느낌이지만 연골이 씹히는 느낌은 거의 없고, 고수와 적당히 섞어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다.

"근데 왜 그림이랑 완전히 틀리지? 그리고 언제부터 고수를 미나리 먹듯이 먹게 된 거지?"

밥 두 공기를 비우고 계산을 하니 72위안을 달라고 한다.

"대체 뭘 요리해 준 걸까?"

주방에서 조리를 하는지 보이지 않는 젊은 남자에게 위챗으로 메시지를 남겨도 답이 없고, 서빙을 하던 아주머니에게 담배 한 갑을 건네준다.

"그 녀석에게 주세요. 선물!"

의외의 선물에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방방 뛰 듯 젊은 남자를 찾아 주방으로 들어간다.

알 수 없는 요리를 한 젊은 남자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빨갛게 얼굴이 상기되어 인사를 한다.

"브로, 남자는 쿨해야 돼."

시크하게 빠, 바이를 외치며 손을 들고 식당을 나온다.

아름다운 하늘과 넓은 초원의 풍경들이지만 감기 기운은 여전하다. 내일 가야 할 100km가 넘는 거리가 조금은 부담스럽다.

구글 지도를 확인하여 쑤니터우기까지는 내리막길임을 확인했지만 바람이 불면 내리막도 오르막도 의미가 없는 길이다.

"제발, 조금만 불어줘!"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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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7일 / 맑음 ・ 14도
장베이현-화더현
해발 1,500미터의 고산지대, 허베이성을 지나 내몽골 자치구의 화더현으로 향한다.

이동거리
112Km
누적거리
7,654km
이동시간
7시간 58분
누적시간
546시간

S245
S245
63Km / 4시간 27분
49Km / 3시간 31분
장베이현
얼하오부
화더현
 
 
4,905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일찍 잠든 덕에 무거웠던 몸이 조금은 괜찮다. 아침을 먹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가 숙소 밖으로 나가보니 해발 1,400미터에 위치한 곳이라 쌀쌀한 날씨가 느껴진다.

"오늘 가야 할 길이 멀다. 서두르자!"

7시에 식당으로 들어가니 숙소 직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치띠엔 반!"

7시 30분부터 조식 시간인가 보다. 방으로 돌아와 어제 접속이 불규칙하여 올리지 못한 사진들을 업로드하고, 구글 지도에 접속하여 오늘 가야 할 화더현까지의 고도를 살펴본다. 

"오늘은 길을 파악하고 거야. 어제는 너무 느닷없었다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지만 화더현은 장베이현보다 더 높은 고도에 위치해 있다.

"꽤나 힘든 하루가 되겠네. 바람만 안 불면 좋겠다."

어제 저녁으로 먹었던 음식의 맛이 괜찮아 나름 기대했는데 볶음밥도 없고 메뉴가 부실하다. 조죽 같은 것과 함께 이것저것 담아서 아쉬운 대로 배를 채운다.

"먹어야 산다!"

며칠 동안 패니어들을 재장착하고 출발하다 보니 10시를 전후의 시간에 출발을 했다. 일찍 일어나 조식까지 챙겨 먹고 9시가 되기 전에 오늘의 목적지 화더현으로 출발한다. 예상거리 110km.

"하늘빛이 정말 좋구나!"

30여 분 S245도로를 이어가기 위해 이동하는 중 파란 하늘이 좋아 사진을 찍고 출발하려는데 투둑 체인이 끊겨버린다.

"아, 진짜 아침마다 왜 이러는 거야?"

"이제 매일 아침 눕는 게 일이구나."

끊어진 체인을 보니 어제 연결해 놓은 체인링크가 부러져있다. 뒷드레일러가 망가지면서 체인에 변형이 생겼는지 계속 말썽을 일으킨다.

"몽골에 가기 싫다 이거지. 그럼 바꿔야지!"

무거운 체인의 무게를 감내하며 비상용으로 챙겨온 여분의 체인을 꺼내어 바로 교체한다.

전국일주 2,400km와 중국여행 5,000km를 잘 버텨낸 체인. 유럽정도에 가서 스프라켓과 함께 교체하려던 계획이었는데 조금 일찍 교체를 한다.

중국의 남부 지방을 여행하며 우중 라이딩의 흙자갈들이 묻어 많이 마모되고 유격이 생겼을 것이다.

새 체인으로 연결을 해두었지만 크랭크의 2단 체인링과 스프라켓의 마모를 생각하면 트러블이 많이 일어날 것 같다.

"쉬안화구에는 스프라켓도 교환할 걸 그랬나."

장렬하게 전사한 체인은 도로변에 묻어두고.

"그동안 수고했다!"

변속을 하며 트러블을 체크한다. 생각한 대로 7, 8 ,9에서 체인을 제대로 물지 못하고 더더덕 트러블이 발생한다. 2단 체인링과 8, 9단 스프라켓을 자세히 살펴보니 마모 상태가 깊고 넓다.

"어쩔 수 없다. 8, 9단은 버리자."

8, 9단을 사용하지 않고 스프라켓을 교환할 수 있는 곳까지 가야 한다. 당분간 속도를 내어 달릴 일이 없어 문제 될 것은 없지만 내리막길의 체인비가 가벼워진 아쉬움을 어떻게 해야 할지.

체인을 교체하고 트러블을 점검하느라 9시에 출발했던 시간의 여유는 사라져버린다. 화더현까지 이어질 S245 도로 위로 맞바람이 불어온다.

"오늘도 틀렸네. 그냥 소처럼!"

원중도(元中都, 위안중두)의 입구에서 잠시 쉬어간다. 원나라 시대의 성이 있던 자리 같은데 성터만 남아있는지 과거 성의 모습을 그린 안내도와 달리 건물들이 보이지 않는다.

"넓어서 그런가? 안쪽에 뭐가 있나?"

흙길을 따라 안쪽으로 조금 이동하니 주차장과 출입구가 나오고, 입장료가 별도로 있는 공원처럼 보여 그냥 돌아서 나온다.

"뭐 이런 황무지에 성을 쌓았어. 백성들 힘들게."

도로의 나뭇가지마다 까마귀들의 둥지가 걸려있고.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의 들판을 달려간다.

"허허벌판이란 이 정도는 돼야 허허벌판이란 표현이 맞지."

도로를 따라 좌우의 방향만 바뀔 뿐 바람은 여전히 정면에서 불어오고 인가들이 모여있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바람을 막기 위한 전형적인 낮은 벽돌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길에는 소똥밖에 없고.

"대체 어디가 끝인 거니? 만약 지구가 평평하다면 저 끝에 낭떠러지가 있을 거야."

바람을 피해 벽돌들을 모아둔 곳에 기대어 잠시 쉬어간다.

"12시, 75km가 남았네. 빵을 사야 하는데."

오는 동안 몇 개의 주유소를 지나쳤지만 모두 편의점이 없는 곳이고, 도로변의 마을에는 식당처럼 보이는 곳이 많지만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인적감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길 건너편의 주유소에 편의점이 있는 것 같아서 몇 번을 확인하고 두리번거리며 주유소로 들어간다.

"이건 있다고 해야 하는데, 없다고 하는 것이 더 맞아!"

콜라와 함께 달랑 하나 남아있던 비스켓만을 사들고, 물건의 가격을 모르는 여자 직원 때문에 한참을 기다린다.

완전히 다른 주택 구조처럼 생활 방식도 완전히 다를 텐데 사람 구경하기가 힘든 곳이다.

"이곳은 아이들이 안 보이네."

열악한 환경의 정도는 비슷해 보이지만 중국 남부 지방은 작은 마을에도 젊은 청장년들과 아이들이 항상 있어 마을의 생기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로변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할머니들, 천천히 나를 훑어보더니 자전거를 멈추자 피하듯이 자리를 일어난다.

"할매, 어디 가? 어. 가게네!"

할아버지와 달리 할머니는 내가 가는 곳마다 도망을 다니신다.

"나쁜 사람 아닌데."

빵 같은 것은 없고,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에 오래된 흙먼지들만이 가득 쌓여있는 슈퍼.

"메이요?"

전에 먹었던 빵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빵이 있는지를 물으니 당연하 없다는 듯 웃으시는 할아버지.

그냥 빈손으로 나오기가 뭐 해서 10원짜리 담배를 하나 사들고 할아버지에게 담배를 태우는지 물어본다.

"저쓰 한궈 앤초."

할아버지에게 한국 담배 한 개비를 건네주니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시고, 주변을 계속 맴돌던 할머니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할아버지에게 뭔가를 말한다.

아마도 '그놈하고 놀지 말아' 아니면 '그 담배 버려' 아닐까 싶다.

"할배, 같이 사진이나 찍어요. 한국사람 처음 보잖아!"

슈퍼가 있는 할아버지의 집을 자세히 살펴본다.

낮고 길게 지어진 벽돌집에 굴뚝같은 것이 3개 정도 지붕 위로 솟아있고, 마당 한편에 석탄처럼 보이는 검은 흙이 쌓여있다.

"나무가 없으니 탄을 때는 건가?"

창문마다 두꺼운 이불이나 커튼이 쳐져 있고 실내는 어둡다. 어떤 집은 창문의 2/3를 벽돌로 가려놓은 곳도 많으니, 그나마 할아버지 집은 바람이 없는 동향인가 보다.

목축업이 대부분일 테니 넓은 마당이 있고, 마당의 한편에는 가축들의 축사가 함께 있다.

오로지 길게 뻗어 올라가는 도로와 바람뿐이다.

"오늘도 밥 먹기는 틀렸어."

초코과자를 다 먹고 앞드레일러를 정비한다. 비를 맞아 녹이 슬고 흙먼지들이 들러붙어 3단의 변속이 올라가지 않던 것을 정비하지 않고 그냥 놔뒀었다.

"2단이 이상하니, 이제 너를 써야겠다."

변속 속선과 조절나사로 장력을 조정하고 드레일러에 윤활도 조금 해준다. 8, 9단을 사용하지 못하니 내리막이나 속도가 조금 필요할 때는 3단 크랭크를 사용할 생각이다.

수십 기의 풍력 발전기가 나를 등지고 열심히 돌아가고.

도로변의 가로수들 마저 사라져 시야가 넓게 트인다.

길은 하늘을 향해 오르기만 하고.

얼핏 바람이 부는 제주도의 해안가를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착각도 들지만.

푸른 바다는 없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지네. 올해 안에 볼 수 있겠지?"

"하늘도 좋고 잠시 놀다 갈까!"

"뒤도 곡선, 앞도 곡선. 길도 이쁘네."

"하늘아, 너 정말 끝장이다."

"정면은 이렇게. 각도가 안 나오네. 차로라 힘들어 패쓰."

"뒷모습은 이 정도 거리면 될까?"

열심히 블루투스 리모컨을 누르고.

"그만해. 해 떨어진다. 가자!"

계속되는 하늘길을 오르고 올라.

"야, 중국 소! 나 한국 사람이야!"

좋은 것도 한두 번, 좋은 하늘 아래 사람이 점점 실없어질 때쯤.

도로가 바뀌면서 내몽골 자치구에 들어선다.

황량해 보이던 풍경이 낮은 능선들을 따라 곱게 이어지며 하늘과 맞닿아 있다.

집들은 레고 블록처럼 길게 겹겹으로 지어져있고, 도로의 이정표에는 굼벵이 같은 이상한 글자가 한자와 함께 적혀있다.

하늘이 열린 듯 아름다운 풍경들이 이어지고 바람도 여전하다. 하루 종일 맞바람 속을 달려오니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뜨기가 힘들어진다.

신기하게도 양들이 양을 치는 할아버지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

고산지대에 오르면서부터 어묘(魚苗) 광고가 많이 보이는데 무엇인지 모르겠다. 한자로만 보면 새끼물고기인데 고산지대에서 양어장을 할 일도 없는데.

"펩시콜라는 이렇게 쓰는구나. 그렇게 많이 마셨는데 처음 보네."

5시가 가까워져 오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해가 있어 일몰 직전에는 화더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앞일은 모를 일이니.

지겨운 바람 속에서도 아름다운 풍경들이 여행자의 발을 붙잡고.

현(县) 규모의 도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풍경 속에서 어떻게 도시가 그 모습을 드러낼까 궁금하기도 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고산지대의 직선 도로도 화더현 시내를 14km 남기고, 화더현의 초입에 들어서며 체력은 모두 고갈된 듯 지쳐간다.

슈퍼와 식당들이 도로변에 이어지지만 시내라 부르기엔 아직 황량한 모습이고. 창고 같은 용도를 사용하는지 게르 같은 모형의 공간도 보인다.

화더현을 7km 남기고 길은 정면으로 보이는 산을 향해 계속해서 올라간다.

"끝까지 이렇단 말이지. 넘어가 주겠어!"

바람을 이겨가며 힘겹게 산의 정상에 다다르자 허망한 풍경이 나타난다. 산등성이를 타고 떨어지는 석양빛에 반짝이는 각종 비닐봉지들.

아름답기만 했던 부드러운 곡선의 산등성이가 작은 도시의 외곽으로 오니 온통 쓰레기 비닐봉지들로 가득하다.

"어디서 날아든 것일까? 아니면 쓰레기 매립지라도 되는가?"

"인간들이 민폐다."

동쪽을 향해있는 묘지군으로 보이는 곳에 비닐봉지들이 날아와 나뭇가지와 철조망에 걸리고, 수풀에 걸려 산 전체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다.

산등성이를 넘자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작은 소도시 화더현이 모습을 드러낸다. 높은 건물이 전혀 없는 중국 내몽골 자치구의 화더현.

내리막길을 따라 천천히 소도시의 모습을 바라보는 중 시커먼 물체가 도로 한가운데서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작은 인력거를 끌고 올라오며 힘이 들었는지 도로 한가운데 앉아 쉬어가는 할아버지다.

"할배, 왜 넓은 갓길을 놔두고 길 한가운데에서 그래요."

시내의 초입에서 숙소를 검색한다. 트립닷컴에는 잡히지 않는 작은 소도시, 고덕지도의 주점 검색을 하여 평점이 좋은 빈관으로 이동한다.

해가 떨어지며 조금씩 차가운 기운이 밀려온다.

첫 번째 빈관에 들어가 투숙이 가능한지를 물어본다.

"워쓰 한궈렌. 커이 시아지앙?"

숙박이 불가능하다며 주변에 있는 어느 숙소를 알려준다. 고덕지도로 숙소를 검색하고 어떤 곳인지 알려달라 부탁을 하니 숙박이 가능한 주점을 찾아준다.

1.4km의 거리, 시내가 작다 보니 움직이는 거리도 짧다.

예쁘기만한 빛을 남기고 해는 떨어지고, 끝까지 자전거를 밀어내는 찬바람에 머리가 지끈지끈 거린다.

7시, 모택동의 동상이 정중앙에서 맞이하는 주점에서 체크인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안심이 된다.

주점의 점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에게 자전거 여행 중이라며 자전거를 잃어버리는 안된다고 하니 흔쾌하게 주점의 안쪽에 자전거를 놓으라고 한다.

따듯한 차를 내어주며 영어 번역기를 써서 이것저것 안내해 주는 점장 그리고 뜻하지 않은 조식권까지 건네준다.

한국인의 등장으로 넓은 숙소의 프런트층에 있던 다른 숙박객과 직원들의 동요가 일어나지만 짧은 미소로 인사만을 전한다.

"여기서 말을 했다가는 1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샤워를 마치고 1층 식당으로 내려간다. 아침 조식 이후 먹은 것은 초코과자 하나뿐이다.

태블릿 메뉴판을 들고 와 주문을 받는 여직원은 친절하고 인내심 있게 주문을 기다려준다. 이것저것 메뉴들을 고르다 처음 여직원이 추천해 주었던 닭고기 같은 음식을 선택하고 밥을 많이 달라고 부탁한다.

방긋 웃으며 알았다는 여직원.

한참 후 나온 음식은 닭고기의 비주얼은 찾아볼 수가 없다.

"뭐지? 그림하고 틀린데."

한 점을 집어먹어봐도 부드러운 것이 고기는 아닌듯하고 알 수가 없다.

"맛있는데. 이게 뭐야?"

밥을 많이 달라고 했더니 큰 접시에 가득 담아서 나온다.

밥과 함께 알 수 없이 맛있는 메뉴를 먹다 보니 익숙한 곱창의 느낌과 맛이 난다.

"이거 곱창볶음이네."

밀가루 반죽처럼 부드러운 것은 버섯이고, 마늘과 고추, 양파, 대파 등을 넣어 만든 곱창볶음이다.

차를 마시며 천천히 식사를 하기 위해 물컵을 부탁하며 양곱창인지 돼지곱창인지를 물어보려 했지만 핸드폰을 쓰기도 귀찮아진다.

"꿀꿀."

"뚜이!"

코끝을 살짝 들고 '꿀꿀' 했더니 친절한 여직원이 잠시 생각하더니 그렇다고 한다.

확실히 중국 음식을 먹을 땐 녹차가 제격이고, 정말 맛있게 먹은 기름맛이 감도는 부드러운 곱창볶음이다. 남은 기름에 밥을 볶아먹지 못해 아쉬울 정도다.

"50위안이면 8,500원. 이거 한국이면 초대박집이다!"

깨끗하게 음식들을 비우고 카운터로 가니 식당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페이창 하오 츠! 엄지 척!"

일제히 함박 웃음을 보이며 모두가 웃고 떠든다.

51위안. 밥을 많이 달라고 했더니 2위안 추가의 쌀밥을 3위안 받나 보다. 돈을 주려고 하니 보증금에서 처리한다며 51위안 영수증을 써준다.

식당을 나와 프런트 옆에 있는 제물이 올려진 관우상을 보며 점장에게 관우가 맞는지 묻고 있는데 식당 쪽의 입구가 어수선하다.

관우상을 보고 있는 내 옆으로 다가와 벽에 인사를 하는 아저씨.

"뭐 하세요? 관우는 이쪽인데!"

뭘 하는지 옆에서 살펴보고 있으니 퇴근 체크를 하고 씨익 웃으며 지나간다.

식당의 모든 직원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줄을 서서 퇴근 체크를 한다.

조금 전 나의 음식평에 일제히 좋아했던 직원들은 그저 퇴근을 할 수 있어서 좋아했던 모양이다.

"나의 따봉에 일제히 환호했던 게 아니었어!"

어딜 가나 퇴근은 기분 좋은 일인가 보다. 직원들의 얼굴에서 편안한 웃음들이 만발하고 있으니 말이다.

프런트 왼쪽에도 관우상이 있고.

자동 구두닦이도 있고.

그분도 계시고.

가짜 황금도 가득 있고.

중국의 오래된 주점에 오면 어떻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들이 지키는 격식 같은 것이 있다. 낡은 카페트에서 오래된 냄새가 나고, 시설이 노후되어 좋지 않고 값도 저렴하지만 손님을 대하는 응대나 절차 등을 보면 주점에 대한 자부심이나 프라이드 같은 것이 있다.

굉장히 매력적인 모습이다.

방으로 돌아와 감기 기운이 있어 감기약을 먹으려니 판피린 한 병이 들어있다. 불끈 기운을 돋운다며 약사가 권해준 이상한 것과 함께 마시고 따듯한 방한 바지를 꺼내 입고 잠이 든다.

"간 기능 개선 약인데 왜 기운이 난다는 거지?"

하루 종일 하늘빛이 찬란한 풍경 속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달려오느라 피곤한 하루다.

"멋진 하늘을 봤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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