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0일 / 맑음 ・ 10도
쑤니터우이치
몽골의 국경 엘런하오터시까지 100km가 남았다. 하루면 닿을 거리, 중국여행의 마지막 종착지를 향해 달린다.

이동거리
39Km
누적거리
7,865Km
이동시간
2시간 00분
누적시간
559시간

X246
X246
21Km / 1시간 03분
18Km / 57분
쑤니터우
초원
쑤니터우
 
 
5,116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9시가 넘어 잠에서 깬다. 120km가 넘는 거리를 달려온 피곤함과 여전히 남아있는 감기 기운으로 몸이 무겁다.

"하루를 쉴까? 작은 도시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얼롄하오터까지 가서 쉬는 게 낫겠어."

패니어와 짐들을 챙겨들고 자전거가 놓은 주차장으로 내려가 패니어들을 하나씩 장착한다.

"한국인이냐?"

자전거 복장을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으나 너무나 피곤한 탓에 짧은 대답만을 하고 짐들을 정리한다. 자전거에 패니어들을 모두 장착하고 남자의 얼굴을 보며 자전거 여행과 일정들에 대해 대화를 시작한다.

"나는 여기에서 사람들과 자전거를 탄다. 어디로 가느냐?"

"나는 오늘 얼롄하오터에 가야 한다."

사람들과 자전거를 타는 사진을 보여주는 남자에게 멋있다며 말을 건네니 자신의 친구들이 있는 자전거 가게에 잠시 들렀다 가라고 한다.

"쯔싱쳐 띠엔? 여기에 자전거샵이 있어?"

"요!"

늦은 출발 시간과 피곤함이 트러블을 일으키던 스프라켓을 교환하고 하루를 쉬라며 유혹의 손길을 던진다.

"하오 취!"

10여 분 정도 남자를 따라 시내를 이동하여 자전거 가게로 이동한다. 후지 브랜드를 단 작은 자전거샵이다.

몇몇의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왔다며 소개를 하고, 그들과 인사를 나눈다.

우선 패니어들을 모두 떼어내고 자전거 가게의 주인에게 스프라켓이 마모되어 교환을 해달라고 요청한 후 사람들이 건네주는 차와 담배를 하며 쏟아지는 질문들에 대답을 한다.

"나의 큰 딸이 시집을 가 대구에 산다. 10년이 됐다."

큰 딸이 대구에 산다며 사진들을 보여주는 아저씨와 대화를 이어가고 있으니 동호회 사람들로 보이는 이들이 하나둘씩 가게로 모여든다.

모두들 자전거를 살펴보고 나를 보며 담배를 건네고 차를 따라주고 질문들을 한다. 모두들 호기심 가득한 재미있는 표정을 하며 반갑게 대해주며 이야기를 한다.

"오늘 얼롄하오터에 언제 갈 거냐?"

"오늘은 못 갈 것 같다. 얼롄하오터로 가기에는 너무 늦었다."

나를 자전거샵으로 안내한 남자에게 하루를 머물러야 한다고 하니 오후에 함께 식사를 하자며 초대를 한다.

"너의 오늘 호텔비는 무료다."

"응?"

"호텔비는 무료!"

호텔비가 무료라는 말에 뜻을 알지 못해 의아해하며 '왜'라는 표정을 하고 있으니 모두들 크게 웃는다.

"너 주점을 하는 거야?"

한 번 더 사람들이 크게 웃어댄다. 젊은 남자는 내가 묵었던 루저우쌍우주띠엔(绿洲商务酒店, 녹주상무주점)의 사장이다.

자전거의 스프라켓을 교환하고 자전거샵의 남자는 교환상태를 체크하라고 말한다. 밖으로 나가 변속을 하며 주행을 하니 트러블 없이 잘 변속이 이루어진다.

크랭크 2단을 가리키며 마저 교환을 해달라고 요청을 하고 자전거 가게를 구경한다.

스프라켓을 교환하는 남자의 움직임을 보았을 때 손이 꼼꼼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가지런히 놓여있는 정비 공구들에서 그의 성격을 알 것도 같다.

32T 체인링를 들고 34T가 없다고 하여 2단 크랭크는 교체하지 않고 그냥 놔둔다. 32T 체인링을 교체해도 상관없지만 32T는 나에게 가벼운 체인비라 2단이 마모되기 전에 교환하면 될 것 같고, 크랭크를 분해하느라 소요될 시간이 부담스럽다.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와 자전거를 세차해 주겠다는 자전거샵의 남자에게 괜찮다고 했지만 물걸레를 들고 열심히 닦아낸다.

아저씨들과 담배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중국을 여행하며 엉망진창 흙먼지가 묻었던 자전거는 중국의 마지막 여행을 앞두고 깨끗해졌다.

생글생글 웃으며 조용하게 말하는 자전거샵 남자의 성격은 내 성격의 대척점 정도에 있지 않을까 싶다. 친절하고 부지런하다.

12시 되어 식사를 하자며 대구에 사는 큰 딸을 둔 아저씨가 식당으로 안내한다. 가게 주인에게 스프라켓의 가격을 물으니 식당으로 가자며 옷을 챙겨 입는다.

흙벽돌의 담길들을 돌아 빈관의 식당으로 들어가고.

동그란 식탁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자리는 잡고 있으니 자전거샵에서 보았던 아저씨들이 하나둘 식당으로 모여든다.

"중국에서 가장 좋은 것은 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것뿐이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주점의 젊은 남자가 농담을 하며 유쾌하게 웃는다.

"하하하, 맞다! 한국에서는 식당에서 담배를 못 피운다."

가장 나이가 많은 회원이 65세인 쑤니터우이치의 자전거 회원들, 주점의 남자와 자전거샵의 남자가 막내들이라고 소개를 한다.

차가 나오더니 두 병의 중국 술이 먼저 나온다.

테이블을 빙빙 돌려 나에게 한 잔을 집으라 알려주고.

두유를 먹는 자전거샵 남자의 아들에게 젓가락으로 술을 찍어 먹이며 장난을 치는 아저씨와 몇 입 받아먹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는 아이, 모두가 즐겁고 유쾌하게 웃으며 말을 한다.

하나둘 음식들이 나오고.

말린 쇠고기와 국수.

고기와 야채를 넣은 볶음면.

냉채처럼 시원한 맛이 나고 고수와 파, 오이와 양파들을 넣어 먹는 요리.

고소한 맛이 일품인 콩요리.

아이가 마시는 것은 요쿠르트 같은 것이다.

하나하나 음식들을 먹어가는 동안 담배들도 하나씩 테이블에 쌓여만 가고.

자전거샵의 남자는 지아오강강(叫刚刚, 규강강) 35세, 차분한 성격으로 항상 웃으면서 나긋나긋하게 말을 한다.

울란바토르에서 일을 했었다는 지아오강강은 몽골 여행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들을 해준다. 몽골의 치안이 좋지 않아 여행 시 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과 몽골의 서북부를 여행할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며 여행의 루트를 변경할 것이 좋겠다고 한다.

"울란바토르에서 다르항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몽골을 여행할 때는 귀중품을 잘 챙겨야 합니다."

쇠고기 완자가 들어간 탕과 함께 양의 내장 무침 요리도 나오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요리가 나온다.

"이게 뭐야?"

"양의 지지!"

"지지? 설마 그거야?"

오번역이 된 핸드폰을 보며 손사래를 치며 지아오강강이 다시 천천히 핸드폰에 발음을 한다.

"양의 꼬리!"

"하하하하. 그렇지!"

모든 음식은 맛이 좋고 풍미가 넘치며, 특히 양꼬리의 맛은 그 맛이 정말 예술이다.

"넌 이름이 뭐야?"

"卞且燮"

번역기에 한자로 이름을 적어서 보여주니 섭(燮)자가 중국에서 흔하지 않은지, 아니면 정자로 써서 익숙하지 않은지 잘 읽지를 못한다.

"비엔치에씨에!"

중국어로 이름을 발음해 주니 따라서 내 이름을 부르며 크게 웃던 사람들은 돌아가며 내 이름을 부르고 건배를 권한다.

재미있는 것은 술을 마신 후 탁자를 두드리고 건배를 한 사람에게 빈 잔을 보여준다. 우리가 소주를 마시고 잔을 머리 위로 거꾸로 들어 올리는 것이 '나는 다 마셨다. 너도 다 마셔라.'하는 느낌이라면 이곳의 느낌은 '너를 위해 술잔을 비웠다.'라는 느낌 같은 것이다.

조금 후 지아오강강의 아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아저씨들과 즐거운 대화와 함께 술잔을 주고받는다. 그녀의 성격은 지아오강강과 달리 호쾌하고 대범해 보인다.

술을 마시는 그녀를 보며 술꾼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지아오강강. 그의 말처럼 나에게도 잔을 들어 원샷을 보여주며 여행을 잘하라며 건배를 권한다.

즐거운 식사 자리가 끝나갈 때쯤 색깔이 예쁜 마늘 한 접을 건네주며 먹으라고 한다.

"이걸 먹으라고?"

모두들 웃으며 마늘이 피부에 좋다느니, 중국인들은 열정이 많다느니 농담들을 주고받는다.

옆에 있던 지아오강강이 마늘 하나를 떼어내어 먹으며 '그냥 먹으라'며 웃는다.

마늘 하나를 떼어내어 껍질을 벗기려고 하니 지아오강강이 그냥 먹으라고 한다.

"아니 생마늘을 왜 먹어?"

처음엔 단맛이 약간 나던 마늘은 그냥 맵다.

"매워!"

다시 한번 테이블이 웃음바다가 되고 점심 식사가 끝이 난다.

대구 아저씨와 함께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에서 쉴 것이냐 아니면 우리와 함께 초원으로 자전거를 탈래?"

"자전거를 타러 가자!"

아저씨는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가자고 한다.

"패니어를 떼고 자전거를 타야지요!"

어려운 말은 번역기가 전혀 번역을 하지 못한다. 아저씨와 자전거를 두고 설왕설래를 하고 있으니 주점의 남자가 나타난다.

주점의 남자는 자전거를 주점 안으로 끌고 들어가 1층에 있는 넓은 방에 자전거를 넣어두고 방 키를 건네준다. 그리고 도로변에 나가 지나가던 승합차를 잡아 나를 자전거샵까지 태워달라고 부탁을 하고 사라진다.

"아무리 작은 도시라지만 뭐가 이리 친밀도가 높지? 서로 집집마다 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있는 거야?"

승합차는 자전거샵에 나를 내려주고 아무렇지 않게 사라진다.

"형님, 안 자는 거 다 알아요. 일어나세요. 초원에 가야지요!"

하루 종일 각양각색의 담배가 쏟아진다. 정말 중국의 담배 인심은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지아오강강이 자신이 타는 자전거를 내놓고 자전거 회원들은 초원 라이딩을 위해 열심히 준비들을 한다.

70여 일 만에 타는 가벼운 핸들의 자전거, 좌우로 흔들리는 자전거에 이내 적응을 하고 후미에 쳐져 있는 아저씨들을 따라 달린다.

70kg이 넘는 자전거를 끌다가 15kg이 안 되는 MTB를 타니 자전거가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갈 것 같다.

"난 여기서도 후미야?"

천천히 아저씨들을 따라가고 있으니 선두로 가는 대구 아저씨를 따라가라며 손짓을 한다.

멀리 앞서가던 대구 아저씨도 빠르게 따라잡고 뒤를 따라 천천히 라이딩을 즐긴다.

"300km 넘게 초원을 달려왔는데 쉬는 날에도 자전거를 타다니."

15km 정도 초원을 달려 도착한 곳은 게르 같은 것이 놓여있고 무대가 설치되어 있는 공연장 같은 곳이다.

사람들과 있으니 개도 무섭지 않고.

구름이 가득한 하늘은 참 좋다.

중간 지점에 조금 있으니 어느새 라이딩 복장을 갈아입은 주점의 남자가 사이클을 타고 나타난다.

"언제 또 나타난 거야!"

돌아가며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맞바람이 불어오는 초원길을 달려 돌아온다.

대구 아저씨의 인증샷도 찍어주고.

자전거샵에 도착하여 후미에 쳐진 아저씨들을 기다리며 잠시 쉰다.

"아직 건강하시네요!"

술을 많이 마셔서 걱정이라는 딸의 말과는 달리 아저씨는 건강하게 잘 달렸다.

아무래도 오늘 쑤니터우이치에서 중국의 모든 담배를 하나씩 건네받을 모양이다.

"저녁으로 백주를 마시고 싶어? 맥주를 마시고 싶어?"

"바이주!"

주점의 남자가 저녁 반주로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어와 맥주는 한국에도 많다며 바이주를 먹고 싶다고 대답한다.

언제나 유쾌한 주점의 남자는 집에서 바이주를 가져오겠다며 자전거샵을 떠나고, 자전거샵에서 휴식을 취한 후 대구 아저씨, 지아오강강 그리고 말수가 그리 많지 않았던 남자와 함께 저녁을 먹을 음식점으로 이동한다.

양고기 요리를 하는 식당의 2층에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주점의 남자는 다시 반갑게 맞이해 준다.

"정체가 뭐야? 동해 번쩍 서해 번쩍."

우창정(吴长征, 오장정), 녹주상무주점을 운영하며 언제나 유쾌하고 위트가 있어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남자다.

집에서 가져온 예쁜 포장의 바이주 2병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차갑게 보관이 된 바이주는 병도 예쁘다.

"이건 김치인데?"

"파오차이, 泡菜"

"한국의 김치와 맛이 약간 다르다."

젓갈을 사용하지 않아 중국의 향신료 냄새가 조금 있지만 우리의 김치와 거의 비슷한 맛이 난다.

"이 동네에 한국 사람이 3명이 살고 있다."

"정말? 그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그 사람들은 오래전에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갔다."

아마도 이곳에 김치와 비슷한 것이 있는 이유가 한국 사람이 정착을 하며 이곳에 김치를 알려주고 간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양고기를 하는 음식점이다. 한국의 불고기와 비슷하다."

우창정은 자신의 핸드폰으로 번역을 하여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들을 한다. 가벼운 농담을 섞으며 위트 있게 말하고 언제나 겸손하게 표현을 하는 젠틀한 남자다.

우창정이 가져온 바이주는 차가운 물에 넣어 냉기를 유지시키고.

양파를 넣고 볶는 양고기가 먹음직스럽게 구워질 때쯤, 시원한 바이주 한 잔을 건배와 함께 마셨다.

"중국 술은 강하지만 향과 풍미가 정말 좋다!"

술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중국 술은커녕 값비싼 양주까지도 향이 진한 술은 전혀 먹지를 않는다. 도수가 높아 숙취가 조금 덜하다는 정도 이외에 특별히 맛이 좋다거나 향이 좋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먹는 주량이 많다 보니 숙취가 덜하다는 장점도 나에게는 의미가 없다.

중국 여행을 하는 70일 동안 손에 꼽을 정도로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여행이 끝나갈 때쯤 중국 술의 맛과 향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중국의 바이주, 참 괜찮은 술이다!"

그리고 노릇하게 구워진 양고기를 맛본다.

냄새 같은 것은 전혀 나질 않는 부드럽고 기름진 양고기의 맛이다.

달짝지근한 소스와 양파, 버섯, 상추 등과 함께 쌈을 하여도 그 맛이 제격이다.

"초원은 6월에 풀이 나서 아름답다."

우창정은 풀이 자란 초원의 언덕에서 자전거와 오토바이, 4륜 바이크 등을 타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정말 멋지다. 이곳에서는 이렇게 노는구나!"

푸른 초원에서 마음껏 달리며 즐기는 모습들이 멋지고 부럽다.

"초원에서 캠핑을 하며 하룻밤 보내고 싶은데, 중국에서는 그것을 못 하게 하니 아쉽다."

푸른 초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곳을 지나 유라시아 횡단을 준비하는 위너님이 생각난다. 인스타그램에서 그의 사진과 여행 경로들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부탁을 한다.

"아마도 6월이나 7월에 이 녀석이 이곳을 지나갈 것이다. 이 녀석이 오면 아름다운 초원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알았다!"

"나는 이 여행이 끝나면, 이곳에 다시 놀러 오겠다. 그때 푸른 초원에서 건배를 하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두 번째 메뉴로 소고기가 나온다. 야채들과 함께 구워진 소고기를 밀가루 전병 같은 곳에 넣은 후 먹으니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사위는 힘들겠다. 이곳 음식이 먹고 싶어서."

"하하하. 사위는 이곳에 두 번이나 다녀갔다."

"손녀들이 많이 보고 싶겠다?"

"그렇다."

대구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저씨는 딸과 손녀가 보고 싶어졌는지 대구에 사는 딸과 영상 통화를 한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대구에 가서 딸에게 맛있는 것을 사줄게요."

밀쌈을 하는데 이것저것 젓가락으로 집어넣어 주는 우창정. 그리고 하루 종일 조용하게 말을 하던 중년의 남자는 핸드폰으로 자신이 타는 오토바이 사진들을 보여준다.

"와, 멋진데요. 그런데 여기에 사막이 있나요?"

"얼롄하오터로 가는 길의 중간에도 있고, 이곳에서 조금 가면 사막이 있다."

"사막도 보고 싶어요!"

"너를 데려가 줄 수 있어!"

사막에서 오토바이와 4륜 바이크를 타는 영상과 사진을 보며 사막에 대해 묻고 이야기를 나눈다.

"언제 얼롄하오터로 떠날 거니?"

"하루나 이틀쯤 더 머물고 싶네요. 몽골에 21일까지 가면 되거든요."

복잡한 이야기가 오가니 번역기는 쓸모가 없는 애물단지가 된다.

"딸의 번역!"

대구 아저씨에게 딸과 영상통화를 하여 내 의견을 전달해 달라 부탁하니 이해하고 전화 통화를 한다. 그사이 세 번째 메뉴로 양고기가 추가되고.

대구의 큰 딸에게 시간의 여유가 있어 하루나 이틀쯤 쑤니터우이치에 머물며 사막을 구경하고 싶다고 말한다. 딸의 통역으로 완벽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모두들 내일 사막으로 가자며 건배를 나눈다.

즐거운 식사가 끝나갈 때쯤 오이와 야채를 넣은 수제비처럼 생긴 죽이 나온다.

향긋하게 퍼지는 오이 향이 정말 일품이고 부드럽게 속을 감싸주는 듯 맛이 좋다.

"아, 나 정말 쑤니터우이치가 너무 좋아!"

자신들의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타지의 이방인에게 관심을 놓지 않고 배려하는 우창정, 한국으로 시집간 딸을 생각하며 여행 온 한국인이 불편하지 않을까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는 대구 아저씨, 언제나 웃는 얼굴로 이것저것 나긋나긋하게 설명을 하는 지아오강강 그리고 말 수는 적지만 은근하게 관심을 써주는 남자까지.

"오늘 아침에 굉장히 힘들었는데, 이렇게 신경을 써주시고 환대를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니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말한다.

"숙소에 가서 편하게 쉬고 내일 보자!"

우창정은 숙소의 방까지 안내를 해주고 화장실과 침대, 커튼 등을 한 번 더 점검한 후 편하게 쉬라며 인사를 하고 떠난다.

"내일 8시에 아침을 먹자. 8시에 올게!"

"아 쓸데없이 너무 넓고 좋은 방이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뜻하지 않은 환대와 고마운 배려들을 받는다. 너무나 즐겁고 좋은 사람들과 시간들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 거칠고 야박할 것 같았던 초원의 사람들은 중국의 어느 지역의 사람들보다 여유롭고 웃는 얼굴들을 하고 있다.

"그곳은 위험해. 다른 곳을 가. 동남아 좋잖아!"

"그 사람들이 위험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나에게 가장 위험한 사람은 너야!"

여행을 하기 전 사람들은 중국의 내몽골을 경유하는 중국 북서부 지역의 여행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들을 보였다.

"네가 사는 집은 위험하지 않니?"

고개를 끄덕이며 싱거운 농담처럼 사람들의 말을 흘려보낸다. 그런 사람들과의 대화는 아무런 의미도 없으며 도움도 되질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삶의 수많은 선택과 그에 따라 놓여있는 또 다른 선택들은 항상 두렵고 두렵다. 하지만 스스로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타인의 추측이나 판단 같은 것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두렵다. 타인의 시선에 갇혀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는 더 두렵다."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함 그리고 불안함. 그 이유 모를 감정의 불온함들로 언제나 삶은 투박하고 실수투성이지만 스스로 경험하고 싶은 두려움들은 강한 삶의 욕구로 나를 지탱한다.

"보잘것없는 삶이지만 삶을 선택하고 판단하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장기를 빼내갈지 모른다던 이곳의 사람들은 언제나 웃으며 대화를 하고 그들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뚜이'.

"对! 对!"

방긋 웃으며 말을 하고, 상대의 말에 '맞아, 맞아'를 먼저 말하며 상대의 말을 끊는 법도 모른다.

언제나 부정적인 표정으로 온갖 세상의 걱정과 스트레스를 쌓아가고, 가식의 웃음으로 자신의 말만을 들어달라 악다구니를 쳐가며 살아가는 것이 위험하지 않은 우리들의 현재다.

"잘 모르겠지만 이곳 사람들은 잘 웃고 여유롭다. 양과 소의 장기는 좋아하는 것 같다만 나의 장기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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