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9일 / 맑음 ・ 12도
샹황기-쑤니터우기
일찍 잠들었지만 몸이 무겁다. 옌칭현에서 시작된 바람과 오르막 길의 피곤함이 누적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동거리
123Km
누적거리
7,865Km
이동시간
6시간 30분
누적시간
559시간

S208
X508
57Km / 2시간 45분
66Km / 3시간 45분
샹황기
교차로
쑤니터우
 
 
5,07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컨디션이 좋지가 않다. 아무래도 그 녀석이 다시 찾아온듯싶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확인한다. 이곳은 평균적으로 풍속 5~10m/s 정도의 바람은 일상적인가 싶다. 창문으로 찬 공기의 쌀쌀함이 느껴진다.

"으, 추워."

오늘 가야 할 주리허진이나 쑤니터우기는 모두 100km가 훌쩍 넘는 거리이다. 20km 정도 차이가 나는 두 곳을 두고 고민하다 바람과 진행 속도를 보고 갈림길에서 목적지를 결정하기로 한다.

"바람만 없으면 내리막길이니 어렵지 않게 쑤니터우기까지 갈 수 있는데."

체크아웃을 하며 여직원에게 중국어와 몽골어를 모두 구사하는지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오, 대단해! 몽골어는 너무 어렵다."

"몽골어는 어렵지 않아!"

번역기로 몽골어를 번역하여 여직원에게 보여주니 글씨를 못 알아본다.

"이게 몽골어잖아?"

"이건 중국의 몽골어가 아니다."

"중국의 몽골어하고 몽골의 몽골어가 다른 거야?"

"뚜이!"

언어 자체가 다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하게 표기법은 다른 모양이다.

"뭐, 그렇다 치고. 이 글자를 구분하여 인식하는 게 더 신기하다."

동풍이 살살 불어오는 초원의 길을 따라 출발한다.

평형한 초원의 길은 하늘로 올라간다.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착시현상처럼 오르막의 경사도와 길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동풍의 뒷바람이 페달링을 가볍게 해주고, 맑은 하늘과 구름, 고산지대 초원의 아름다운 곡선들을 보면서도 마음껏 즐기지 못했던 어제와 달리 마음의 여유가 생겨난다.

"이틀 동안 그렇게 힘들게 하더니 산을 내려가는 오늘만큼은 맘껏 즐겨보라 이거지?"

가벼운 몸풀기 라이딩으로 쌀쌀한 기운을 없애고.

"구름이 조금 많네. 하늘을 가렸어. 어쨌든 좋아!"

어제 사놓은 빵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목적지를 120km의 쑤니터우기로 결정한다.

"그럼 달려 볼까!"

뒤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도움을 받으며 길게 뻗어 이어지는 초원의 길을 달린다.

경쾌한 페달링으로 넓은 초원의 풍경을 바라보며 달린다.

어떠한 고민도 잡념도 없이.

삶의 시간이 풍경과 함께 스쳐가는 듯.

평온하다.

저 멀리 말들을 몰고 오는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보이고.

자전거를 세우고 그에게 인사를 했다.

"멋진데!"

짧은 인사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핸드폰에 사진을 찍고, 멀리 달아난 말들을 쫓아 서둘러 남자는 웃으며 떠난다.

바람의 도움으로 힘들지 않게 60km 가까이 이동을 했다. 쑤니터우기로 가는 두 개의 갈림길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이고.

좌회전을 하며 살짝 방향이 바뀐 도로는 거센 바람이 완벽하게 뒷바람으로 자전거를 밀어준다.

"이런 바람이면 200km도 순식간에 갈 수 있겠는데."

주리허전(朱日和镇)과 쑤니터우기로 가는 갈림길에서 잠시 고민을 한다. 70km의 거리는 남기고 완벽한 뒷바람을 맞으며 주리허전을 경유하여 쑤니터우기로 갈 것인지 아니면 약간의 측면 바람을 맞으며 쑤니터우기로 바로 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바람이 조금 아쉽지만 다이렉트로 가 보자. 설마 바람이 바뀌지는 않겠지."

S208 국도를 벗어나 작은 소도로를 타고 쑤니터우기로 향한다. 측면으로 바뀐 바람의 방향이 조금 불안하지만 잠시 바람을 이기며 가다 보면 도로의 방향이 바뀌어 뒷바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작은 언덕이 이어지는 길이 이어지고.

화물차의 통행마저 완전히 사라진 조용한 도로를 독차지하고 길을 이어간다.

작은 언덕을 오르고 바람을 피해 자전거를 세운다.

맛있는 벌꿀빵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주변의 풍경은 어느 순간 붉은 토양의 초원으로 바뀌어 있다.

붉은빛의 땅, 마치 화성의 일부를 떼어 놓은 것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달린다.

신비롭지만 적막한 풍경 속 라이딩의 심심함을 사진찍기 놀이로 달래보고.

쓸데없는 사진도 찍어보고.

달린다. 몇 채의 붉은 흙벽돌 집들이 들어선 마을에 들어선다.

자전거를 세우고 화물트럭에 무언가를 싣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말똥, 소똥인가?"

납작한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용도를 알 수 없는 것도 함께 펼쳐져 있다.

"똥으로 만든 것 같은데. 이것으로 집을 짓는 것은 아니겠지?"

도로변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내고 다시 길을 이어간다.

"너무 놀면서 왔나. 조금 빨리 달려야겠어."

잘 생긴 말의 무리들에게 인사도 하고.

수십 기의 풍력발전기가 놓인 언덕을 지나간다.

"마지막 언덕인가?"

윙윙거리며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를 지나 쑤니터우기로 향하는 마지막 페달링을 힘차게 밟아본다.

평평한 초원의 지평선으로 쑤니터우기의 모습이 천천히 눈에 들어온다.

"하하하. 다 왔다!"

소도로에서 수직으로 만난 G208 국도로 접어들자 거센 맞바람이 자전거를 휘청이게 만든다. 주리허전을 경유하여 G208 국도를 타고 쑤니터우기로 왔다면 거센 맞바람을 맞으며 왔겠다 싶다.

국도를 벗어나 쑤니터우기로 들어선다. 내몽골 자치구의 작은 도시 쑤니터우기, 그 모습은 생각했던 대로 조금은 황량하게 느껴진다.

시내로 들어서 잠시 숙소를 확인하기 위해 사거리 교차로에 자전거를 세운다.

"KFG?"

숙소를 검색하는 동안 주변에서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이내 십여 명의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패니어를 단 자전거를 호기심 있게 관찰하며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

쑤니터우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숙소들이 검색된다. 도로를 따라 이동하던 중 찾아가던 주점 대신 녹주상무주점으로 들어간다.

"자전거만 잘 보관할 수 있으면 아무 곳이나 괜찮지 뭐."

깔끔한 주점에 들어서 주숙등록이 가능한지를 묻고,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프런트의 여직원은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알려주며 방으로 자전거를 가져가도 된다고 말한다.

여권을 주고 주숙등록을 하는 동안 몇몇의 직원들이 모여 상의를 하고 체크인이 끝난다. 그리고 시니어급의 여직원이 다가와 자전거를 주점의 뒷마당에 놓아두라고 안내를 한다.

"자전거 잃어버리면 안 돼. 여기 안전한 거지?"

괜찮다는 여직원의 안내를 두어 차례 확인한 후 자전거를 잠가두고 패니어를 풀어 방으로 올라간다. 자전거를 놓아둘 공간이 부족한 작은방이라 자전거를 밖에 묶어두라고 안내한 모양이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주점의 식당으로 내려가 어제 먹었던 곱창볶음의 사진을 보여주며 음식을 주문을 한다.

"두 번 먹어도 맛있군."

"기름진 양곱창볶음에 이것이 제격이다."

든든하게 두 공기를 해치우고 방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감기 기운이 있는 것처럼 피곤하고 약간은 지쳐있다.

"한 번의 라이딩이면 중국의 여행이 끝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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