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2일 / 맑음 ・ 10도
쑤니터우이치-얼롄하오터
3일동안 강한 서풍의 바람예보, 초속 7, 10, 8 미터의 강풍. 즐겁게 보낸 쑤니터우이치의 시간을 뒤로하고 중국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 얼롄하오터로 향한다.

이동거리
120Km
누적거리
8,167Km
이동시간
8시간 51분
누적시간
572시간

G208
G208
50Km / 4시간 00분
70Km / 4시간 51분
쑤니터우
얼롄시계
얼례하터
 
 
5,41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8시,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깬다. 황급히 옷을 챙겨 입고 나가니 아침을 먹자며 우창정이 웃고 있다.

세수와 양치만을 하고 프런트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맑은 하늘에 바람에 불어온다.

아무리 봐도 중국 몽골어는 비슷하니 구분이 잘 안된다.

따뜻하게 몸을 덥혀주는 우유차와 양고기만두 그리고 계란으로 아침을 먹는다.

"오늘 몇 시에 얼롄하우터로 갈 거야?"

식사를 마칠 때쯤 얼롄하우터로 몇 시에 떠날 것인지를 물어 10시에 떠나겠다고 알려준다.

"우리가 너와 함께 조금은 같이 가줄게."

대구에 사는 딸의 전화번호를 물어 카카오톡 친구 등록을 해둔다. 간간이 소식들을 전하고, 몽골어를 하면 몽골 여행 중 도움을 받을까 싶었는데 몽골어는 못한다고 한다.

지아오강강은 오늘 갈 길이 멀고 오르락내리락 한다며 힘들다는 제스처를 한다.

"오르락내리락은 메이콴시. 펑 헌 난!"

"진티엔 시펑!"

"뚜이! 오늘 난 죽었다."

8시 30분, 식사 후 10시에 주점에서 다시 만나자며 모두들 돌아가고, 방으로 돌아와 펑크가 난 튜브를 정비하고 짐들을 정리하고 나니 10시가 되어간다.

"아, 떠나기가 아쉽네."

준비를 마치고 프런트에 앉아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보이질 않고, 처음 보는 동호회분과 함께 출발을 하자고 한다. 10시에 오겠다며 돌아간 지아오강강도 보이질 않고 주점의 사장도 보이질 않는다.

"아직 인사를 못 드렸어요!"

대구 아저씨는 괜찮다고 하며 어서 떠나자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늦은 출발 시간으로 120km가 넘는 얼롄하오터까지 일정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아저씨의 안내를 받으며 쑤니터우이치의 시내를 벗어나고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길을 따라간다. 아저씨들의 뒷모습이 천천히 사라져간다.

1시간을 겨우 달려 10km에 있는 톨게이트에 도착한다.

작별 인사를 못해 못내 마음에 걸렸던 우창정은 차량으로 이동해 톨게이트 앞에서 박수를 치며 맞아준다.

"다행이네. 보고 갈 수 있어서."

톨게이트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서로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아쉬운 마음들을 달랜다.

"바빠서 돌아다니느라 대접을 제대로 못하고 미안하다."

젠틀하고 친절한 우창정은 못내 아쉬운 마음을 전하며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짓는다.

"너무 많은 신세를 지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떠나려는 나에게 자신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코코넛 사탕들을 모두 꺼내어 전해주는 대구 아저씨와 아무것도 없다며 농담을 하는 우창정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얼롄하오터로 향한다.

"위챗으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쑤니터우이치의 사람들과 헤어지고 톨게이트를 바로 지나치자 길은 G208 국도로 접어든다. 무섭게 불어오는 서풍의 바람 소리와는 달리 어린이 동화책에서나 그려져 있을법한 뭉게구름들이 하늘 가득 퍼져있다.

"하늘은 이렇게 좋은데."

자전거를 세우고 하늘을 바라보며 쑤니터우이치에서 보낸 3일간의 시간을 정리해 본다.

하우촌 사람들, 청여요의 식구, 우바이주, 리즈훼이, 제임스 커피텔의 직원들 그리고 쑤니터우이치의 사람들까지. 중국 여행 중 만났던 그들과의 만남이 즐겁고 작별의 아쉬움이 크지만 그 감정의 깊이만큼 내 안에 무언가가 채워져있을 것이다.

"가자. 중국 여행의 마지막 얼롄하오터로!"

끝없이 이어지는 초원의 길과 끊임없이 불어오는 오는 바람, 시속 10km의 속도조차 나질 않고 불어오는 바람에 휘청거리며 길을 기어간다.

간간이 지나쳐가는 화물트럭의 소용돌이에 자전거가 빨려 들어가지 않게 조향을 하느라 더욱더 힘이 든다.

"10시, 이 속도라면 10시가 돼야 얼롄하오터에 도착할 수 있겠는데."

30분에 채 5km의 전진도 힘들어지며 야영을 할 것인지, 얼롄하오터까지 야간 라이딩을 할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야영을 하는 것이 오히려 편할 수도 있겠지만 바람이 너무나 거세게 불어 그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도로는 좋으니 얼롄하오터까지 최대한 가보자."

초원지대를 지나고 사막 지대에 가까워지며 바람과 함께 사막의 모래까지 휩쓸려 날아든다.

"아 정말 대단한 바람이다. 어떻게 이렇게 한결같이 불어올 수 있을까?"

땅바닥만 쳐다보며 페달링을 하는 사이 나를 지나치던 오토바이 한 대가 도로변에 정차를 한다.

"저 멋진 머신은 무엇이지?"

인사를 하며 선뜻 물 한 병을 건네주며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는 바이크 라이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전거와 패니어들을 유심히 살펴보며 핸드폰으로 촬영을 해댄다.

"통화를 하는 거야? 실시간 방송을 하는 거야?"

몸을 휘청이게 하는 바람 속에서 핸드폰을 갖다 대며 인사를 하라는 바이크 라이더.

"니 하오!"

창시에서 출발하여 동쪽으로 중국을 한 바퀴 돌겠다는 라이더의 여행루트가 보인다.

"다른 건 모르겠고 막혀있지 않은 대륙이라 너희들이 생각할 수 있는 상상력의 폭이 부럽긴 하다."

남북이 나누어져 단절되고 막혀있는 우리의 현실이 서글프게 느껴진다.

"우리도 지도를 보며 마음껏 상상하고 도전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취 나리?"

촬영을 끝낸 라이더에게 어디로 가는지 묻자 얼롄하오터로 간다고 한다. 얼롄하오터에서 얼마 정도 머무를 것인지 물으니 하루를 보낼 계획이라 말한다. 이틀 정도 머물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잠은 어떻게 자니?"

"호텔과 캠핑을 한다."

"캠핑? 좋겠다! 한궈렌, 자이 중궈 부커능 캠핑."

중국에서 여행한 경로를 보여주니 자신에게 여행 루트를 보내달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중국의 여행 루트와 네임카드를 건네준다.

"형은 요렇게 갈 거다!"

위챗으로 친구등록을 하고 사진을 찍을 후 바이크 라이더와 헤어진다.

"오늘만큼은 네가 부럽다. 엄청 빨리 가네!"

멋진 바이크 라이더와 얘기를 하느라 30분을 잡아먹고 겨우 엘롄하오터의 시계에 도착한다.

"이제 겨우 1/3 온 거야?"

패니어에 들어있는 유일한 비상식 '나의 친구' 초코파이를 꺼내어 먹는다.

"어떻게 120km가 넘는 도로 구간에 주유소 한곳이 없냐고!"

씽씽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소리 대신 음악을 듣기 위해 GPS용 핸드폰을 꺼내보니 배터리가 모두 떨어져 꺼져있다.

"뭥미? 언제부터 꺼져있었던 거야?"

세찬 바람과 함께 40여 분의 GPS 기록도 날아가 버리고 오른쪽 어깨가 조금씩 아파온다.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바람을 맞으며 길을 이어가는 중 바이크 라이더에게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리는 위챗 메시지가 날아온다.

"현재 나의 위치. 얼롄하오터 숙소!"

"..."

바이크 라이더에게 답장을 하려니 네트워크가 불안정하여 인터넷 연결조차 되질 않는다.

오후 4, 6시간 동안 55Km를 겨우 이동하여 첫 번째 마을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4~5채의 집만이 들어서 있고 아무것도 없다.

오후 5시 65km 이동. 일몰까지 2시간 30분 정도 남아있는데 남은 거리는 50km.

"1시간에 10km 정도면 10시에 도착하겠네. 뭐 나쁘진 않다. 초원의 일몰을 보며 달려보는 거야."

6시 30분, 천천히 일몰이 시작되며 끊임없이 불어오던 바람이 거짓말처럼 잦아들기 시작한다. 속도를 내어 보지만 이미 체력은 바닥이 나있고 오늘은 콜라 파워조차 낼 수 없다.

6시 40분, 얼롄하오터까지 30km를 남겨두고 톨게이트가 나온다.

"일몰시간 7시 30분이면 대략 8시까지는 석양이 남아있을 텐데. 1시간 반 동안 20km는 달려야겠네. 아이구!"

마지막 체력으로 속도를 내어 달려야 하는데 초원의 붉은 노을이 바쁜 여행자의 발목을 잡고.

오후부터 침침하고 어두워지던 시야, 흙먼지로 인해 고글이 더럽혀졌나 생각했는데 고글을 벗고 일몰을 쳐다봐도 그리 선명하지가 않다.

하루 종일 정면으로 맞아온 바람으로 눈이 충혈되어 백내장이 온 것처럼 시야가 뿌옇게 변해버린 것이다.

"곧 어두워질 텐데. 라이트를 꺼내야 하나?"

이내 태양은 사라지고 붉은 석양만이 남아있다. 라이트를 꺼내어 장착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아까워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길을 따라 달리기로 한다.

석양의 남은 불빛과 간간이 지나치는 차량의 헤드라이트에 의존하며 천천히 페달을 밟아간다. 저 멀리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모습과 함께 도시의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7시 50분. 거대한 공룡 조각상이 세워진 얼롄하오터시에 도착한다.

"드디어 도착했네. 정말 징하다. 바람!"

가로등이 켜져 있는 얼롄하오터의 외곽에 도착했지만 도심까지는 10km가 더 남아있다. 눈이 충혈되어 뿌옇게 보이는 시야는 더욱 흐려져 속도조차 낼 수가 없다.

8시 30분, 얼롄하오터의 시내에 들어서 내비게이션을 끄고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한다. 생각보다 많은 숙소들이 검색되고 여러 가지 따질 것 없이 저렴한 4성급 호텔을 선택한다.

천천히 한기가 밀려오고 충혈된 눈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을씨년스러운 외곽의 풍경과 달리 얼롄하오터의 시내는 화려하고 사람들로 북적인다.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 단체로 춤을 추며 운동을 하고.

9시, 숙소에 도착하여 무리 없이 체크인을 마치자 얼롄하오터까지 무사히 도착했는지를 묻는 쑤니터우이치의 사람들에게 도착 메시지를 보낸다. 하루 종일 도착 소식이 궁금하여 걱정들을 하고 있었나 보다.

숙소의 관리 아저씨가 방까지 짐을 올려다 주고 자전거는 프런트의 옆에 놓아두었다.

"나 2~3일 여기에 더 머무를지도 몰라."

영업 종료를 하려는 식당에서 양고기와 덮밥을 시켜 먹으니 테이블과 식당의 청소를 하느라 바쁘다. 남은 양고기를 포장하여 숙소로 돌아온다.

샤워를 하며 따듯한 물에 하루의 피로를 풀어도 하얀 이물질이 낀 것처럼 눈은 잘 보이지 않고 어른쪽 어깨까지 잘 들리지 않는다.

"정말 대단한 바람이었다. 어쨌든 도착했으니 됐고!"

위챗과 인스타에 얼롄하오터에 도착했다는 피드를 남기고.

12시, 남은 양고기와 슈퍼에서 사온 작은 백주 한 병을 마시고 기절한다.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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