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65일 / 맑음
판햄-윈체스터
영국을 떠나기 전 윈체스터 대성당을 보기 위해 윈체스터로 향한다.


이동거리
49Km
누적거리
21,942Km
이동시간
4시간 58분
누적시간
1,663시간

 
도로
 
산길
 
 
 
 
 
 
 
27Km / 2시간 40분
 
22Km / 2시간 18분
 
판햄
 
비튼
 
윈체스터
 
 
486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여행경보 
-
・언어/통화 
영어, 파운드(1파운드=1,5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쓰리심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18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4-78-7650-6895

 

산책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큰 개가 짖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여행을 시작한지 1년이네."

뜬눈으로 밤을 새며 떨치지 못한 감정의 힘겨움을 견뎌야 했던 일 년 전 오늘은 분명 슬픔이었다.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여전히 알 수는 없지만 슬픔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텐트의 외피는 뽀송하게 말라있지만 물기가 있는 바닥은 축축하게 젖어있다. 일년내내 축축하게 젖어있을 것 같은 질척거림, 영국의 숲은 그렇다.

어제 점심에 사놓은 햄버거로 아침을 해결하고 길을 나선다. 허리와 허벅지가 뻐근하게 느껴진다.

숲길을 안내하는 네비게이션, 경로를 무시하고 어제의 도로를 찾아 길을 따라간다. 오르막과 오르막이 이어지는 도로는 페달링의 힘겨움이 느껴진다.

"왜 이렇게 힘든 거야."

긴 휴식 후 찾아드는 라이딩의 어려움이지만 유난히 힘이 들어가지 않는 날이다.

작은 타운에 들어서고 한적한 시골의 마을들은 여느 유럽의 도시처럼 조용하고, 사람들의 표정도 여유로워 보인다.

도로변의 철물점에 들어가 리어 패니어를 고정할 밧줄을 하나 더 구매하려 했지만 세트로 판매하는 것들만 있어 포기한다.

"좀 더 단단하게 고정을 했으면 좋겠는데."

타운을 지나치고 길은 다시 산길로 이어진다. 다음 마을로 넘어가는 길은 고속도로처럼 보이는 도로와 산길 두 경로뿐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생각 외로 정말 형편없는 영국의 도로망이다.

양들을 키우는 농장을 지나고 자전거도로 표시가 된 길은 작은 오솔길로 이어진다.

"왜 이런게 자전거 도로야?"

비에 젖은 흙길에 바퀴가 미끄러지며 자전거를 탈 수가 없다. 신발과 바퀴에 엉겨 붙는 진흙과 낙엽들에 엉망이 되어간다.

농장의 목초지가 지나고 오솔길은 넓은 임도로 바뀌고 황량한 풍경의 침엽수림이 시작된다.

"볼품은 없어도 숲이라고 조용하고 좋네."

잠시 자리에 앉아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들의 움직임을 바라본다.

무게워진 페달링으로 힘들게 숲을 벗어난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의 눈인사가 즐거움을 준다.

시골의 마을길을 돌아 마주한 도로는 고속도로처럼 차량들의 속도가 빠른 구간이다.

"위험한데!"

윈체스터까지 위험한 도로의 경로를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의 경로를 변경한다. 2km 정도의 도로를 조심스레 따라가는 동안 긴장감이 밀려든다.

작은 소로로 빠지는 길을 마주하고 도로를 건너기 위해 천천히 속도를 줄이는 사이 지나치던 버스에서 이상한 이물질이 날아든다.

"뭐야? 지금 침을 뱉은 거야?

뭔가 흩어지며 날아드는 이물질은 버스에서 누군가 뱉어낸 침인 것 같다.

"이런 신발 개무지개 영국 놈을 봤나!"

 

인종차별 같은 찌질한 인간들의 혐오심 따위는 게으름의 냉소로 무시하는 성격이라 별 상관은 없지만 면상에 대고 시원하게 욕지거리를 해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영국, 참 마음에 안 드는 나라다."

 

시골의 마을 길을 따라 윈체스터로 향한다. 허기짐 때문인지, 체력이 바닥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힘든 라이딩이다.

"영국, 정말 최악의 여행이야."

작은 마을에 들어서고 슈퍼에 들러 콜라를 산다.

"역시 콜라가 있어야 해."

윈체스터까지 10km, 산길과 신경질적인 영국의 도로를 따라오느라 하루의 이동거리가 몽골보다 짧고 힘이 든다.

오르내리는 산길이 다시 이어진다.

"당 떨어진다. 촤식들아! 이제 그만해라!"

윈체스터를 3km 남기고 다시 혼잡한 도로와 마주한다.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의 한가로움이 좋다.

작고 오래된 타운의 초입에 들어선다. 시골마을의 분위기가 마치 한국의 작은 읍내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고전적인 건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래된 건물을 돌아 좁은 돌담길을 따라간다.

"이게 윈체스터 대성당이구나."

붉은 십자가의 잉글랜드 국기가 휘날리는 윈체스터 대성당의 모습은 마치 오래된 고성의 모습이다.

열십자 모양의 대성당의 크기와 높이가 웅장하다.

대성당의 입구를 찾아 주변을 돌아간다.

"크다! 천년이나 됐다고?"

성당의 내부로 들어가려니 9.5파운드의 입장료가 있다. 입구에서 바라본 성당 내부의 모습은 심플하면서도 아름다운 아치 형태의 천장들이다.

"체크카도 받아요?"

현금이 없어 카드결제가 되는지 묻자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애매하다.

"4시가 넘었는데, 구경하면 해가 질 것 같네."

9.5파운드의 입장료를 내고 흘깃 구경을 하기엔 조금 아깝게 느껴진다. 주변에 저렴한 숙소가 있는지 검색해도 30파운드 정도의 호텔들만 검색된다.

"오늘은 패쓰!"

작은 구시가지로 들어가 KFC를 찾는다. 여행에 대해 관심을 갖던 할아버지 한 분은 야영을 한다고 하니 1월에 무슨 야영이냐며 장난기 어린 제스처를 한다.

KFC에 들어가 세트메뉴를 주문하고, 햄버거는 패니어에 넣어둔다.

"야영지를 찾아야 하는데."

윈체스터 주변의 공원을 확인하고 어둠이 내리기 전 서둘러 야영지를 찾는다.

"색깔 참 곱네."

안개가 짙은 영국의 노을빛은 황홀하지는 않지만 나름 매력이 있다.

공원의 풀밭, 정확히 무엇을 하는 장소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한 구조물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다.

 

풀밭은 끝자락에 텐트를 펼친다. 햄버거로 출출함을 채우고 패니어에 든 매운 라면도 끓여 먹는다.

"일 년 된 기념이다."

오랜만에 먹는 매운 라면에 입술과 혀가 따갑고 맵다.

 

후베이성 우한과 250km 정도 떨어진 징저우에 살고 있는 리즈훼이는 일주일이 넘도록 집에만 있다고 한다. 리즈훼이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응원을 하고, 쑤니터우기 사람들의 안부를 묻는다. 다행히 내몽골에는 확진환자가 없다고 한다.

별이 뜬 조용한 밤하늘, 내일도 맑았으면 좋겠다.

"리, 짜요!"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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