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63일 / 비
런던-뉴몰던-호턴
다사다난했던 런던을 떠난다. 윈체스터를 지나 프랑스로 가는 페리가 있는 포츠머스로 갈 생각이다.


이동거리
33Km
누적거리
21,841Km
이동시간
4시간 13분
누적시간
1,652시간

 
도로
 
진고개
 
 
 
 
 
 
 
20Km / 2시간 33분
 
13Km / 1시간 40분
 
런던
 
뉴몰든
 
호턴
 
 
385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여행경보 
-
・언어/통화 
영어, 파운드(1파운드=1,5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쓰리심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18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4-78-7650-6895

 

묵직한 피곤함, 세 번째 알람 소리에 억지스레 몸을 일으킨다.

"컨디션 조절 실패군."

짐들을 하나씩 1층으로 내려놓고 숙소의 조식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비싸지 않은 듯 비싸고, 많지도 적지도 않은 이상한 메뉴들이다.

휴게실에 앉아 엽서를 작성하고 체크아웃을 한다. 유난히 붉은 광택의 새자전거가 어색하다.

1년 동안 익숙해진 패니어 세팅이 달라져 이상하다.

"런던에서는 변변한 인증샷도 없네."

근처의 자전거샵으로 가 타이어에 바람을 보충하고, 피팅 세팅을 한다.

"다시, 여행해 보자.

"월터, 나 간다!"

월터와 올리버에게 출발 메세지를 보내고 길었던 런던의 여행을 마치고 출발한다.

부드러운 변속과 성능 좋은 브레이크, 잡소리 없이 굴러가는 자전거가 어색하고 불편하다.

어수선한 런던의 도로를 따라 시내를 빠져나간다. 런던의 도로는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 불편한 도로다.

윈체스터를 지나 포츠머스로 갈 계획이다. 윈체스터까지 110km 정도의 거리, 긴 휴식으로 며칠 동안 힘들 라이딩이니 천천히 가며 자전거에 적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선, 올리버가 추천한 한식당으로."

윈체스터로 가는 경로에 있는 진고개라는 식당을 올리버 부부는 추천을 해주었다. 메뉴들을 보니 과도하게 비싼 한식당은 아닌 것 같고, 이동 경로에 있어 점심을 해결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런던 시내를 벗어나고, 한적해진 외곽의 작은 슈퍼에서 엽서를 보낸다.

자전거 도로가 형편없고, 좌측통행을 하는 영국 도로의 라이딩은 너무나 힘들고 피곤하다. 자전거 도로는 버스차선과 맞물려 있고, 자전거 도로의 구간도 짧지만 대부분은 별도의 구분이 없다. 도로가 러시아보다 좁게 느껴지고 운전자들의 운전습관도 꽤나 거칠고 여유가 없어 보인다.

"영국인들의 성격이 급한가?"

"하늘빛이 수상하다."

그럭저럭 괜찮았던 하늘이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한다. 한식당 진고개는 5km 정도 남아있다.

흐려지던 하늘에서 소나기처럼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순식간에 옷들이 젖어버린다.

"왜? 왜? 자전거만 타면 비가 오냐?"

런던에 머물던 내내 좋았던 날씨가 라이딩이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차다. 버스정류장에서 비를 피하고, 잠시 주춤해진 사이 진고개를 찾아간다.

 

식당으로 들어가니 중년의 아주머니들이 서빙을 하느라 분주하다. 한국어를 하는 친숙한 외모를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역시 한국식당은 물을 줘야지. 제대로 된 식당이네."

다른 한식당들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고, 메뉴도 다양하다. 메뉴 고민을 하다 김치찌개를 주문한다.

"야무지게 삼계탕을 먹을걸 그랬나?"

4가지의 밑반찬이 깔리고, 넉넉하게 담긴 밑반찬들이 먹음직스럽다. 그리고 푸짐한 김치찌개가 나온다.

"사장님이 많이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첫 번째 국물의 맛이 제대로 된 김치찌개다.

"왜 이런 가게는 외곽에만 있는 거야."

런던의 시내에 식당이 있었다면 매일 찾아왔을 것 같다. 아침으로 먹은 숙소의 아침이 아쉽게 느껴진다. 두 공기의 밥을 비우는 동안 비는 계속되고.

"혹시 포장도 되나요?"

식어도 맛이좋은 제육볶음을 포장하고 더 굵어진 빗속으로 들어간다.

차가운 빗물에 모든 것이 젖어들고, 흙탕물을 뿌려대는 자동차들과 섞여 길을 헤매고 헤맨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 영국!"

손과 몸이 얼어가기 시작한다. 내비게이션은 도로를 벗어나 공원처럼 보이는 숲길로 길을 안내하고, 길은 진흙과 흙탕물의 엉망진창이다.

늪지처럼 물이 고여있는 숲은 풍성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텐트를 펼칠 곳을 찾으며 길을 따라가도 마땅한 곳이 보이질 않고, 괜찮은 공간은 사유지인지 울타리로 가로막혀 들어갈 수가 없다.

"오늘은 도저히 안 되겠다. 여기까지."

4시, 물이 고여있지 않은 숲에 텐트를 펼친다. 손이 굳어오며 한기가 시작된다.

 

어렵게 텐트를 설치하고, 숙소에 머무는 동안 자전거 문제로 신경을 쓰느라 건조하는 것을 깜박 잊어버린 습기가 남아있는 눅눅한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피곤함에 이내 잠이 든다.

8시가 넘어 단잠에서 깨어나고, 축축해진 텐트의 습한 기운이 끔찍하다. 식당에서 포장해 온 제육볶음으로 출출함을 달랜다.

허기만을 채우려던 젓가락질은 한꺼번에 모두를 해치우고 만다. 정말 맛이 좋은, 소주가 생각나는 제육볶음이다.

"아쉽다!"

다시 시작된 여행이다. 따듯한 날씨가 그립다.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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