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4일 / 맑음
비스크-고르데예브스키
카우치서핑의 호스트 세미온의 집을 떠나 바르나울로 향한다. 바르나울까지의 거리가 있어 오늘은 월터와 함께 캠핑을 해야할 것 같다.


이동거리
88Km
누적거리
11,736Km
이동시간
5시간 21분
누적시간
847시간

 
P256도로
 
P25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비스크
 
불라니카
 
고르데예
 
 
83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문자 알람과 함께 잠에서 깨어 핸드폰을 열었지만 네트워크가 끊겨있다.

"월터, 네트워크가 안 된다. 유심을 살 때 30일이라고 했는데 15일짜리인가 봐."

"아마도 그럴 거야. 핸드폰 가게에 들르자. 근데 너 어제 코 엄청 골았어!"

"정말?"

코골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았는데 어제의 라이딩, 세미온의 집에서 제대로 휴식을 하지 못해 피곤했던 모양이다.

짐들을 정리하고 세미온을 깨우고 집을 나선다. 처음 경험한 카우치서핑의 헤어짐은 심플하고 쿨하다.

"잘 있어. 세미온."

우선, 슈퍼에 들러 월터가 사온 요거트에 시리얼을 넣어 아침을 대신한다.

월터는 매일 아침을 시리얼 같은 것으로 해결한다.

도로변에 있는 핸드폰 그림의 간판을 보고 들어갔지만 데이터 충전을 할 수 없고.

MTC 대리점으로 들어간다.

유심을 샀던 코쉬아가츠의 가격표와 뭔가가 다르다.

핸드폰 매장의 담당자는 영어를 못했지만 바로 구글 번역기를 꺼내어 사용하는 센스를 발휘한다.

"152루블을 충전해야 합니다. 저쪽 기기에서."

"도와주실래요?"

핸드폰 번호를 누르고 200루블을 충전하자 네트워크가 다시 활성화된다.

코쉬아가츠에서 구매한 데이터 무제한 유심칩은 15일 사용 기준인 것 같다.

"사비, 아마도 15일마다 충전이 필요할 것 같아."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핸드폰을 충전하고 복잡한 비스크의 시내를 빠져나온다.

P256 도로에 들어서 잠시 숨을 고르고.

"오늘도 지루한 도로야."

월터는 이어폰을 꺼내며 도로를 달릴 땐 작게 음악을 듣는다며 말을 한다.

"나도 그래."

각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출발한다.

내가 선두에 서서 도로를 따라가고 푸른 콩밭과 밀밭이 도로변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그리고 하얀 메밀밭이 넓게 이어지며 반복된다.

밀밭.

메밀밭.

야생화의 들녘과.

해바라기밭이 반복되어 펼쳐진다.

두 시간 가까이 라이딩이 이어지고.

조금씩 지쳐가며 앞서가는 월터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 간다.

점심을 먹을 적당한 장소를 찾으며 달려가던 월터는 시의 경계를 알리는 구조물의 그늘에 자리를 잡고 기다린다.

눈이 부신 메밀밭.

"해바라기 사진을 못 찍었다."

월터의 먹거리를 따라 어제 사두었던 식빵과 땅콩잼을 꺼내어.

"이렇게 먹는단 말이지."

월터와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월터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여자 친구를 만날 계획이다. 월터의 여자 친구는 변호사라 항상 일이 많고 바쁘다고 한다.

"난 매일 그녀를 기다리고 음식을 만들어야 해."

"한국 사람들의 삶도 매우 바쁘다. 일, 일, 일."

"맞아. 내가 본 한국의 남자들은 불쌍하다. 공부해야 하고, 군대에 가야 하고, 직장에 들어가야 하고. 그건 불공평하다."

"응. 나는 한국의 젊은 친구들이 너처럼 세상을 여행하기를 바란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부모에게 너무 의존한다. 부모님의 집, 부모님의 돈..."

"그래, 맞아. 잘 봤어."

"결혼했어?"

"아니, 한국 여자들은 날 별로 안 좋아해. 너처럼 금발도 아니고 파란 눈도 없거든."

"괜찮아. 러시아 워먼이 있잖아."

삼일 동안 월터가 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그의 생각과 가치관이 건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월터가 생각해두었던 저수지 옆의 야영지까지 20km 정도를 남겨두고, 월터는 도로를 벗어나 마을 길을 따라 이동하고 싶어 한다.

"마을의 철도길을 따라 비포장길이 있을 것 같아. 메인 도로는 너무 지루해."

작은 시골 마을을 지나.

비포장의 산길을 따라갔지만 월터가 생각했던 길은 숲으로 들어가는 오솔길이다.

"이쪽으로는 못 갈 것 같은데. 어때?"

"네가 선택해."

"음, 다시 메인 도로로 가는 것이 좋겠어."

P256 도로로 돌아가기 위해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을 따라간다. 많은 파리들이 땀 냄새를 맡고 몰려든다.

"웰컴투 몽골리아!"

"하하하. 정말 몽골 같잖아."

업다운이 계속 반복되는 도로 탓에 지쳐갔지만.

눈꽃처럼 느껴지는 메밀밭의 풍경은 너무나 좋다.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길.

"아, 싫어. 이제 그만!"

월터는 저수지를 찾아 산길을 향해 들어가고.

하얀 메밀꽃 밭의 향기가 더욱 진해진다.

"월터, 프리덤 해 봐!"

"왓?"

"감성이 메마른 놈!"

월터가 메밀꽃 밭을 지나 숲으로 들어가는 동안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앞서가던 월터가 작은 언덕을 앞두고 지도를 보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아마도 이쪽으로 가면 바로 저수지가 나올 거야."

월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30미터쯤 이동하자 들꽃들 사이로 작은 저수지가 나온다.

주변을 둘러보던 월터는 물이 깨끗하지 않아 수영을 할 수 없다며 실망스러워한다.

작은 나뭇가지들을 모아 휘발유를 살짝 뿌린 후 모닥불을 붙인다.

저수지 옆이라 모기와 파리가 귀찮을 정도로 달라붙는다. 서둘러 텐트를 설치하고 저녁을 준비한다.

"사비, 뭘 만들 거야? 난 밥을 할 거야."

"글쎄, 짜장 라면을 먹어 볼까."

만저로크에서 얻은 오이도 준비하고 라면을 끓이는 동안 월터는 몽골에서 산 쌀로 능숙하게 밥을 짓는다.

월터에게 휘발유 버너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며 라면을 끓이고, 유브게니에게 선물 받은 러시아 군대식의 고기 통조림도 꺼낸다.

월터의 밥과 짜장라면 그리고 러시아 군대의 전투식량으로 저녁상이 차려진다.

"월터, 좋은 장소, 좋은 음식 그리고 좋은 친구와 함께 하니까 좋다."

"맞아, 오늘 저녁은 배고프지 않아!"

맛있게 식사를 하고 식수가 부족하여 유브게니의 전투식량 중 물 정수제를 사용해 보기로 한다.

"이걸 넣고 기다리라는 거지."

"정말 좋네!"

"사비, 뭐 할 거야?"

"일기를 좀 쓰고 잘 거야."

"난 책을 좀 읽고 잘게. 잘 자."

텐트의 내외피의 공간에 파리들이 달라붙어 요란한 소리를 냈지만 텐트 안에는 모기와 파리가 들어오지 않는다.

겨우 한두 개의 안테나가 활성화되어있는 네트워크로는 사진 전송이 힘들어 라디오와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사비, 자전거 여행자들이 방금 지나갔어."

"그래? 여자야?"

"남자와 여자였어."

"어, 관심 끊어!"

자정이 넘어서며 텐트 주변으로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더니 나이 어린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텐트 주변을 배회하며 소곤거리는 소리가 30여 분이 이어지자 월터가 조용히 해달라고 말을 한다.

몽골에서도 그랬지만 텐트 밖 사람들의 소리에 경계를 하면서도 텐트를 건들지 않는다면 떠날 때까지 그냥 텐트 안에 있었다.

굳이 밖으로 나가 말을 섞고 귀찮아지는 것보다 조용히 구경을 하고 떠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

영어를 못하는 아이들과 몇 마디가 오가자 아이들의 반응이 활발해진다.

헬로, 와이, 프렌드.. 그리고 알아듣지 못할 러시아 말소리의 톤이 높아져 간다.

"사비, 일어나 있어?"

"어."

월터가 텐트 안에서 아이들에게 말을 하는 동안 텐트 밖으로 나간다.

13~14살 정도의 어린아이 두 명이 나를 보더니 '프렌드'하며 말을 건넨다.

"알았으니까 집에 가! 빨리."

아이들에게 다가가려 하자 알았다는 제스처를 하며 오토바이를 몰고 가려고 한다.

"사비, 밖으로 나갔어?"

"어. 애들 두 명이야."

월터가 나오고 그의 손에는 작은 과도가 들려있다. 오토바이를 몰고 가려던 아이들은 월터를 보더니 다시 '할로우', '프렌드'를 하며 말을 섞는다.

"아우, 너네는 좀 맞아야겠다."

모닥불을 피웠던 자리로 가서 장작으로 쓰려던 몽둥이를 들고 아이들에게 다가가자 월터와 악수를 청하던 아이가 월터의 자전거와 텐트를 발로 차고도망을 친다.

"야! 이 @$$%#%#%//$%!"

오토바이는 저수지의 뚝방길을 따라 건너편으로 사라지고, 오토바이의 불빛을 주시하며 기다린다.

"사비, 다시 오겠지?"

"어쩌면.. 조금 전에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놓을 걸 그랬네."

"좋은 생각인데, 다시 오면 그때 찍자."

"어디를 가나 15~23살짜리들은 위험해. 특히나 술에 취한 아이들."

"맞아."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 1시다. 월터가 옷을 입는 동안 오토바이의 불빛을 지켜보니 저수지의 건너편에서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마도 저녁 무렵 우리를 지나쳤던 자전거 커플의 캠핑지에 가서 해코지를 하는듯싶다.

"저기, 여자가 있는데. 러시아인이었어?"

"아니. 유러피안 같았어. 어디서나 여자 여행자는 위험해."

함께 있는 남자가 있고 아이들이 어려서 큰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불빛을 보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혹시나 여자의 비명소리 같은 것이 들리면 그곳으로 달려갈 생각이다.

20분 정도가 지나고 높은 여자의 언성과 함께 오토바이의 불빛은 저수지를 따라 사라진다.

"월터, 갔나 봐."

"또 돌아올 거야. 어쩌면 칼 같은 것을 들고 돌지도 몰라."

"뭐. 그럴 수도. 어쨌든 들어가자. 나는 지금 잠을 안 잘 거니까."

"나도."

오토바이 소리가 나는지 경계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2시가 훌쩍 넘어가고, 월터의 텐트 쪽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사비?"

"왜?"

텐트를 열고 내다보니 저수지 건너편에 있던 자전거 커플이 짐들을 챙겨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

그들은 월터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고, 내 텐트의 옆에 텐트를 친다.

"이제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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