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1일 / 비 ・ 18도
고르노 알타이스크-초르토브 팔레츠-고르노 알타이스크
안드레와 함께 초르토브 팔레츠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카툰강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이동거리
60Km
누적거리
11,543Km
이동시간
4시간 57분
누적시간
837시간

P256
P256
28Km / 2시간 07분
32Km / 2시간 50분
숙소
초르토브
숙소
 
 
637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8,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안드레의 차와 함께 요거트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게스트 하우스를 하루 더 연장한다.

"안드레, 오늘 우체국에 가서 엽서를 보내고, 초르토브 팔레츠에 가자."

"좋아."

우체국에 가던 중 어제 들렀던 작은 자전거 가게에 다시 가보았지만 로드용 튜브는 없다.

"일단 펑크 패치를 샀으니까 괜찮아."

우체국에 들렀지만 엽서를 사 와야 한다고 한다.

안드레와 길을 걷고.

작은 쇼핑몰 내에 있는 문방구에서 알타이의 풍경이 담긴 긴 엽서를 산다.

"멋진데, 나도 하나 사야겠다."

엽서를 보던 안드레도 같은 것을 하나 사든다.

"사비, 자전거 샵에서 자전거를 렌트하고 우체국으로 가자."

"자전거 렌트? 초르토브 팔레츠를 자전거로 가자고?"

"응, 자전거를 빌려서 같이 가자."

안드레는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25km 정도 떨어진 초르토브 팔레츠까지 라이딩을 하자고 한다.

사람들에게 자전거 렌트샵을 물어보던 안드레는 두 정거장 떨어진 곳으로 버스를 타고 가자고 한다.

"좋아, 버스를 타보고 싶었어."

미니버스 크기의 오래되고 커튼이 달린 버스를 타보고 싶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행하는 국가의 버스를 타면 재미있다.

"안드레, 여기 버스는 얼마야?"

"18루블."

"여기도 차비가 싸네."

시내를 관통하는 길이 하나뿐이라서 아무 버스나 타면 된다.

운전석 옆에 이상한 테이블이 있고 버스 안내양이 앞에 앉아있다.

러시아 버스는 느긋하다. 손님들이 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으면 버스가 출발하고, 조금 후에 안내양이 다가가 현금이나 카드 같은 것을 받아 버스표를 주거나 카드 단말기에 터치를 한다.

"오, 찾아가는 서비스."

중국에서 버스를 탔을 때는 우리나라처럼 뭔가 조급하고 서둘러야 하는 기분이었고, 특히 베이징 버스에 탑승해있는 보안요원들은 굉장히 강압적인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버스는 편안할 만큼 느긋하고 바쁘지 않다.

안드레가 버스 정류장을 하나 지나쳐 내리는 바람에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간다.

그리고 다시 길을 지나쳐 되돌아가고.

"안드레, 죽고 싶어?"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겨우 자전거를 렌트할 수 있는 가게에 도착한다.

자전거 렌탈과 정비를 하는 작은 자전거 가게에서 안드레는 자전거를 빌리며 초르토브 팔레츠로 가는 길을 물어본다.

도로를 따라 25km 정도 이동을 하고, 산의 정상까지 올라가야 한다.

"사비, 길을 알겠어?"

"어, 접수했어!"

정비실 한켠에서 로드용 튜브를 발견한다.

"유레카!"

32C 튜브라서 펑크가 나면 펑크 패치를 붙이기가 조금 나쁘겠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다.

"이제 안심이 되네."

자전거를 빌린 안드레는 신이 난 듯 상기되어 있다.

"안드레, 난 버스 타고 우체국으로 갈게. 넌 자전거를 타고 와."

두 정거장만 가면 되는 곳인데, 안드레는 버스를 잡고 나를 우체국 앞에서 내려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두 정거장 후에, 운전사와 안내양도 친절하게 우체국을 가리키며 길 안내를 해준다.

작은 도시들의 편안함이란 어디나 똑같은 것 같다.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무엇을 이런 것과 바꾸어 살고 있는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우체국에 도착하자 안드레도 곧 도착하고, 아이처럼 상기된 얼굴로 빨리 오지 않았냐며 즐거워한다.

엽서를 적는 동안, 안드레는 한국, 중국으로 엽서가 가는지 물어보고.

"안드레, 엽서는 당연히 가겠지. 그것이 궁금한 거야? 여직원이 마음에 든 거야?"

한국과 중국으로 두 번째 엽서를 보낸다.

"너도 무사히 잘 도착하기를."

온라인이나 SNS로 쉽게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엽서를 보내는 멋이 조금은 덜하지만 그래도 참 좋다.

필기를 할 일이 없어 삐뚤삐뚤 엉망으로 변해버린 손글씨고, 뭔가 쓸말이 없어 단순한 내용이지만 아련한 감정을 담아 보내는 기분이 든다.

"안드레, 점심을 먹고 출발하자."

어제 안드레가 소개해준 식당은 점심시간이라 대기하는 줄이 길게 서있어서 게스트 하우스 방향의 다른 음식점으로 걸어간다.

"여기는 좀 모던하네."

"사비, 고기?"

"당연한 것을 왜 물어."

식당의 메뉴에는 고기가 없다. 팬케이크 같은 메뉴가 주메뉴인데, 채식을 하는 안드레에게는 팬케이크 안에 들어가 있는 속재료도 많은 고기처럼 보이는 것이다.

안드레는 20년 가까이 요가를 하고 있고, 그래서인지 채식을 한다.

"이건 고기가 아냐! 두 개!"

블리니라고 하는 팬케이크인데 러시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인가 보다. 블리니 두 조각과 함께 수프를 주문해서 먹고, 안드레는 풀과 샐러드를 시켜 후추를 듬뿍 뿌리고, 소금으로 간을 한 후 천천히 오랫동안 식사를 한다.

점심을 먹고 나자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어제도 비를 흠뻑 맞은 탓에 다시 비를 맞는 것이 싫었지만 하루 종일 상기되어 있는 안드레의 얼굴을 보니 초르토브 팔레츠에 안 갈 수가 없다.

"고고싱, 안드레!"

어제 지나왔던 길이라 초르토브 팔레츠로 가는 길은 익숙하다.

패니어를 뗀 빈 자전거라 날아갈 듯 편하고 생활 자전거를 빌린 안드레의 속도를 맞춰가며 빗속을 달린다.

"안드레, 좋냐?"

산 위에 커다란 송신탑이 세워진 곳이 초르토브 팔레츠인 모양이다.

"근데, 저 위를 자전거로 갈 수 있나?"

카툰 강을 건너 초르토브 팔레츠가 있는 산의 둘레길을 빙 돌아 간다.

가는 동안 곳곳에 음식점들에서는 바베큐 냄새가 강하게 마음을 뒤흔들고.

초르토브 팔레츠로 오르는 입구에 도착한다. 역시나 도로변의 카페에서는 바베큐를 비롯하여 맛있는 냄새들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사비, 생선 먹고 싶어?"

다양한 생선을 훈제하여 팔고있는 노점이 신기하여 구경을 하고 있으니 안드레가 물어본다.

"아,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먹으면 죽이겠다."

침샘이 폭발한 참을 수 없는 식욕을 가격표를 보며 억누른다.

"kg당 가격인가? 낱개의 가격인가?"

필요한 만큼만 살 수도 있지만 귀찮다 생각하면 귀찮아지는 법이다.

"그냥 가자, 정상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나 물어봐."

노점상의 남자에게 길을 물었지만 '모른다'라고 했는지 남자를 가리키며 안드레는 개구진 웃음을 짓는다.

자갈 길의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고 3~4km 정도 거리에.

차단기가 내려진 초르토브 팔레츠의 입구가 나온다.

입구를 관리하는 듯한 젊은 남자와 대화를 하던 안드레는 자전거를 가지고 더는 올라갈 수 없다고 한다.

"정상까지 4km래. 그런데 이쪽으로 가면 1.5km라는데. 어느 쪽으로 갈까?"

"숏 웨이!"

자전거를 묶어두고 젊은 남자가 알려준 지름길을 따라 산을 오른다.

완만한 산등성이를 따라가는 길에 비해 경사가 지고 미끄러웠지만.

크게 힘든 길은 아니다.

20분 정도 비를 맞으며 완만한 산의 능선에 도착하고 멀리 초르토브 팔레츠가 있는 송신탑이 보인다.

"안드레, 힘들지?"

"괜찮아!"

카툰강이 보이는 능선을 따라 초르토브 팔레츠로 향한다.

빗방울은 조금씩 더 강해지고.

길은 더 미끄러워진다.

그리고 도착한 초르토브 팔레츠.

"안드레, 저기야!"

암석으로 된 산의 정상, 그리고 정상의 옆으로 나선 모양으로 올라간 촛대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

"와, 겁나게 높다!"

"사비, 사진 찍어줄게."

"아냐, 네가 먼저 가 봐! 넌 결혼도 한 번 해봤잖아."

안드레는 빗물에 젖은 바위의 소로를 따라 조심스럽게 바위에 오르고.

빗물에 젖어 정신을 못차리는 핸드폰의 액정을 부지런히 닦아가며 사진을 찍는다.

"안드레, 이렇게 찍어 줘!"

날씨 때문에 단 한 번뿐인 포토타임, 안드레를 믿고 조심스럽게 바위에 오른다.

카툰강이 한눈에 펼쳐져 있는 절경 그리고 쿵쾅거리는 심장.

"안드레, 빨리 찍어. 무서워!"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바위의 꼭대기로 올라간다.

"무서운 건 무서운 거고. 볼 건 봐야지!"

비안개가 밀려들며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었지만 시원한 풍경이다.

"안드레, 이리 올라와 같이 찍자!"

바위에서 내려와 넓은 바위의 정상으로 올라간다. 촛대 모양의 바위가 내려다보이고 카툰강의 전경이 펼쳐진다.

"아쉽네. 이 구도에서도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비가 강해지고, 자욱하게 비안개가 주변을 감싼다. 그리고 핸드폰의 물기는 젖은 옷으로 훔쳐봐도 소용이 없다.

"가자, 안드레!"

"오, 여기 이제 문 닫았어요. 우리가 마지막이라고!"

정상을 향해 내려오는 다른 러시아 가족들을 보며 안드레는 개구진 농담을 하며 깔깔거린다.

순식간에 밀려온 비안개 때문에 더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미끌거리는 길을 따라 내려오며 중심을 잃고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도 깔깔거리며 웃고 떠든다.

"안드레, 나 배고파."

"사비, 고기?"

초르토브 팔레츠의 초입 도로변으로 내려와 숯불 바베큐를 굽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정신이 혼미하다.

식당에 들어가 비에 젖은 옷을 쥐어짜고, 진흙이 묻은 옷들을 씻어낸다. 그리고 차와 커피를 마시며 언 몸을 녹이고.

"사비, 뭘 먹을 거야?"

"당연히 고기지!"

안드레가 러시아말로 무언가 얘기를 하더니 식당의 아저씨가 고기를 준비한다.

"얼만데? 나 카드밖에 없어."

"전부 해서 900루블, 현금만 받는데."

20,000원 정도의 가격에 조금 놀랐지만, 고기의 양을 보고 더 놀랐다.

"뭐야? 한 꼬치뿐이야?"

안드레가 가지고 있던 현금으로 계산을 하고, 잠시 후 곱게 구운 양갈비가 나온다.

그리고 안드레는 볶음밥과 함께 풀들에 후추와 소금을 뿌린 후 천천히 먹는다.

"안드레, 고기 안 먹을래? 그건 소나 염소들이 먹는 거지?"

"안 먹어. 고기는 정신 건강에 해로워."

러시아에서 많이 사용하는 향신료 우크롭 (укроп), 은은한 향이 나름 매력적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비가 잠시 멈추고.

안드레와 함께 논스톱으로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돌아온다.

"안드레, 나 현금을 조금 찾아야 해."

안드레는 러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은행이라며 설명을 해준다. 코쉬아가츠에서 처음 사용한 ATM도 이 은행이다.

영어 서비스가 안되는 구형 기기였지만 안드레가 있어서 무난하게 현금을 찾고, 안드에에게 1,000루블을 건네주니 사양을 한다.

"내가 비싼 고기를 먹었으니까 내가 살게."

"아냐. 너는 여행을 길게 해야하잖아. 그럼 하프로 하자."

안드레는 500루블을 되돌려주며 방긋 웃는다.

안드레는 자전거를 반납하기 위해 자전거 가게로 가고, 나는 숙소로 돌아온다.

비에 젖은 모습을 보며 깔깔거리며 웃던 게스트하우스의 나타샤는 빨리 샤워를 하라며 몸에 달라붙은 상의를 벗는 것을 도와준다.

샤워를 마치자 안드레도 곧 도착한다.

"빨리 왔지?"

안드레가 만든 차로 하루의 피로를 달래는 동안 다른 러시아 게스트들이 들어와 하나둘 침대를 차지한다.

"사비, 오늘 찍은 사진들을 내 친구의 이메일로 보내줄 수 있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안드레는 오늘 함께한 사진 전부를 친구에게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사진들을 메일로 전송을 하고, 안드레와 함께 세탁기를 돌린 후.

보일러실에 빨래를 건조시키고.

잠이 든다.

"안드레,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 쓰바시바!"



 

 

GPS 정보

 

 

 

 

 

하늘밥도둑 후원 : KEB 하나은행 / 변차섭 / 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유나박시, 김혜숙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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