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3일 / 흐림
고르노 알타이스크-비스크
안드레와 월터를 만나게 된 고르노 알타이스크를 떠나 바르나울을 향해서 떠난다. 바르나울까지 월터와 함께 여행하기로 한다.


이동거리
105Km
누적거리
11,648,Km
이동시간
5시간 10분
누적시간
842시간

 
P256도로
 
P25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고르노
 
비스트리
 
비스크
 
 
742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비스크로 떠나는 날, 오전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안드레가 어제 오늘은 맑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틀간 풀어놓은 짐들을 정리하는 동안 월터는 출발 준비를 모두 끝낸다. 자전거의 무게가 놀랍게도 45kg 밖에 안 된다는 월터의 패니어는 너무나 심플하다.

"왜, 내 건 이렇게 무겁지?"

내 자전거를 들어보던 월터와 안드레는 10kg 정도 차이가 날 것 같다고 하지만 15kg 이상은 무거운 것 같다.

아쉽지만 요가 마스터이자 채식주의자인 안드레와 헤어지고 비스크로 향한다.

"안녕, 안드레!"

길을 나서자마자 빗방울이 강해져 레인팬츠와 땡땡이 우의를 입는다. 비를 맞아도 괜찮지만 중국에서의 경험이 지긋한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모양이다.

고르노 알타이를 빠져나오는 언덕을 넘고.

P256 도로에 다시 들어선다.

한국에서도 누군가와 속도를 맞춰 라이딩을 한다는 것이 조금은 불편한 것이었는데, 오늘의 라이딩은 어떨지 궁금하다.

월터는 비스크를 지나 바이나울 그리고 대도시 노보시비르스크까지 간 후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갈 계획이고, 나는 아직 확실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바르나울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바로 넘어갈지 아니면 노보시비르스크를 지나 옴스크까지 60일의 비자 기간을 사용하며 첫 번째 러시아 여행을 길게 이어갈지 결정을 못 한 것이다.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의 겨울을 생각하면 시간을 아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썬!"

한 시간을 달려 비가 멈추고 햇볕이 들자 월터는 자전거를 세운다.

우의들을 벗기 위해 자전거를 세우려고 낑낑거리자 월터가 자신의 자전거를 가리키며 이것이 필요하겠다고 한다.

핸들이 돌아가는 것을 막아주는 브라켓인데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다.

월터의 여행용 자전거는 내장기어를 장착한 고무벨트 체인의 자전거로 앞쪽에 라이트를 충전할 수 있는 장치까지 갖춰져 있다.

내장기어라 고장이 나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겠지만 큰 문제만 없다면 효율적일 것 같다.

트러블이 일어날 경우의 수가 줄고, 잡소리도 없고, 오일도 필요 없고, 부품이 마모되어 교체할 필요도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많은 공구와 짐들이 줄어든다.

하지만 긴 여행이라면 가장 보편적인 부품을 사용한 자전거가 번거롭지만 더 좋은 선택일 것 같다.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 어떻게 내장 기어를 정비할 수 있겠는가.

100km 정도의 비스크까지 빠르게 달려간다. 오르막길에서는 월터를 따라가기가 버겁지만 일반적인 경사 정도는 크게 어렵지 않다.

카툰강을 따라 큰 풍경의 변화 없이 작은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평지의 길이 계속 이어진다.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부터 도로변의 풍경은 조금 지루할 만큼 단조롭다.

1시, 고르노 알타이스크를 출발한지 2시간 30분 만에 45km를 달리고 도로변 작은 슈퍼 앞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슈퍼에서 시원한 콜라를 사 들고, 월터는 요거트 하나를 산다.

어제 안드레와 슈퍼에서 사놓은 빵으로 점심을 하고.

월터는 식빵에 땅콩잼과 초콜릿 잼을 발라 먹는다.

평상시 식빵을 잘 안 먹던 식습관 때문에 여행 도중 허기를 채우는 방법들이 궁금했는데, 월터를 관찰하면 좋은 해결책을 찾을 것 같다.

점심을 먹으며 월터는 비스크에 있는 호스트와 연락을 하고, 나는 비스크에서 보낼 숙소를 검색한다.

"비스크 숙소는 비싸네."

고르노 알타이스크보다 크지만 소도시에 불과한 비스크의 숙박료는 30,000원 정도다.

"월터, 카우치서핑은 어떻게 쓰는 거야?"

"음, 먼저 정보들을 입력해야 해."

"그래, 그럼 네가 써!"

월터는 필요 정보들을 입력하며 이것저것을 물어본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호스트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것인지 등등 낯부끄럽고 귀찮은 나에 관한 사항들이지만 호스트에게 꼭 필요한 정보들이다.

"어. 고기, 술, 여자.. 알아서 적어주면 안 될까?"

"어. 안 돼! 아니, 내가 할게."

"하하하. 하여튼 이런 것을 발라 먹는다는 말이지."

월터의 먹거리들을 살펴보는 동안 월터가 갑자기 소리를 친다.

"사비, 바르나올의 내 호스트가 너도 함께 와도 된대!"

"정말!"

"응. 방금 메시지가 왔어. 굿 가이야!"

카우치서핑으로 비스크의 호스트 세미온에게 연락을 하고 다시 길을 출발한다.

도로변의 휴게소 같은 곳에서 잠시 구경을 하고.

꿀과 허브차 같은 것을 주로 팔고 있다.

월터는 100루블에 작은 꿀 한 병을 산다. 가게 주인은 200루블을 달라고 했는데 100루블을 들고 주저주저하고 있으니 그냥 가져가라며 웃는다.

"이상하지만 좋은 방법인데."

휴게소 뒤편으로 해바라기 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다시 길을 달려 비스크는 가까워지고.

넓은 평야에 해바라기나 밀 같은 것이 심어져 있다.

"오, 비스크!"

비스크 초입, 숯불구이를 하고 있는 음식점을 보더니 월터는 자전거를 세운다.

"먹고 싶어?"

"당연히, 하나만 먹자!"

작은 카페의 테이블은 모두 차 있었고, 입구에 세워진 냉장고의 시원한 맥주가 눈에 들어온다.

"월터, 맥주 안 마실래?"

"노! 비싸잖아."

냉장고의 캔맥주는 200루블 정도니 슈퍼나 맥주가게에 비하면 비싼 편이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다 다시 월터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딱, 한 캔만?"

"좋아!"

"예!!!"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있으니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숯불구이가 나온다.

200루블짜리 맛있는 닭고기다.

작고 좁은 다리의 건너편으로 비스크의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다리 건너 비스크 초입의 멋진 벽돌 건물, 러시아 여행의 머릿속 풍경이 조금씩 눈앞에 펼쳐진다.

"이제 러시아에 온 것 같네."

레닌의 동상이 세워진 광장 앞 커다란 회전 교차로를 지나.

비스크의 호스트 세미온의 집을 찾아간다. 길게 이어지는 공원을 따라 낯선 러시아의 풍경들이 이어지고.

복잡한 도로를 따라가던 월터는 이상한 숲길로 들어간다.

"이길이 아닌데."

다시 길을 잡고.

비스크 시내의 외곽까지 깊숙이 들어간다.

아주 오래된 궤도전차 트램이 시내를 돌아다니는데 월터는 별 관심이 없다.

"나는 처음 본다고."

오래된 작은 시내길을 돌아 세미온의 아파트에 도착한다.

나무와 풀이 울창하게 자라난 낡은 벽돌 아파트 단지다.

5분 정도 후, 밖에 나가있던 세미온이 아주 작은 아이와 함께 반갑게 맞이해준다.

"마이 프렌드, 웰 컴!"

몽골의 낡은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 비슷한 느낌이다.

1층 계단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짐들을 옮긴다. 화장실과 주방, 거실과 방이 하나 있는 세미온의 집이다.

거실 한편에 인도 여자로 보이는 누군가의 사진과 제단 같은 것이 놓여있어 이색적이었으나 물어보지는 않았다.

샤워를 하고 세미온은 러시아에서 먹던 수프를 내어주고.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슈퍼에 가자고 한다. 아파트 단지 내 놓여있는 러시아의 올드카들이 흥미롭다.

러시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작은 올드카들은 몽골에서 보던 중고차와는 다른 느낌이다.

클래식한 느낌이 아주 좋고 타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처음 보는 트램도 자세히 구경해 보고.

내일 라이딩을 하며 먹을 비상식을 구매하고 세미온의 집으로 돌아온다.

세미온은 우리를 위해 저녁으로 바베큐를 준비한다. 숯불을 준비하고.

양념을 하고 냉장고에 숙성을 시킨 돼지고기를.

숯불에 굽는다.

"아, 나 지금 행복해지려고 해."

잘 구워진 돼지고기는 길게 세로로 자른 오이, 잘게 썬 양파와 함께 먹는다.

오이와 양파를 버무린 소스가 독특하고 맛이 좋다.

식사를 하는 동안 음악을 좋아하는 세미온은 유튜브의 오래된 팝송을 아주 크게 틀어놓는다.

"뭔가 아주 독특한 친구네."

러시아 군인인 세미온은 한국의 친구가 있어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 친구가 비스크에 살아?"

"응. 여자, 남자 친구 모두 있어."

"만나볼 수 있어?"

"아니, 그녀는 한국말을 못 한다."

세미온이 말하는 한국 친구는 까레이스키로 불리는 러시아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교포 2세나 3세 정도 되는 사람들인가 보다.

영어를 잘 한다는 세미오온의 친구가 11시쯤 방문을 하여 월터와 긴 대화를 나누고 돌아간다.

군인이라 주둔지를 벗어나 여행을 갈 수 없다는 얘기, 돈이나 직업에 대한 얘기 등등이 이어지는 동안 피로가 몰려든다.

웜샤워나 카우치서핑은 현지의 사람들과 깊은 스킨쉽을 할 수 있지만 휴식의 시간이 많이 줄어드는 것 같다.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하기 때문에 성향이나 취미 등등이 서로 맞아야 할 것 같고,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공통의 언어도 필요하다.

"쉬고 싶은데.."

세미온의 친구가 떠나고, 거실에 놓인 커다란 침대(소파)에서 월터와 함께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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