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2일 / 흐림
고르노 알타이스크
피를 맞으며 라이딩을 한 탓에 피곤함이 남아있다.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하루를 더 머물며 휴식을 취할 생각이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1,543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37시간

 
월터
 
맥주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고르노
 
고르노
 
고르노
 
 
637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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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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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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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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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5)783-2727

 
어제 초르토브 팔레츠를 다녀오느라 비를 맞고 피곤하여 하루를 더 머물기로 한다.

몽골의 오초르에게 전화가 와서 짧게 통화를 하고.

요거트로 아침을 대신한다.

"안드레, 자전거를 세차해야겠어."

안드레는 게스트 하우스에 있는 양동이와 수세미를 찾아서 건네준다.

"지금은 힘들어. 2시에 할래."

"헬로우, 만저로크에서 너의 이야기를 들었어."

"하이, 어디서 왔어?"

"네델란드!"

키가 큰 금발의 젊은 남자가 게스트하우스에 투숙을 하며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안드레, 자전거 여행하는 네델란드인 월터야."

월터는 17개월 정도 한국을 비롯해 인도, 네팔, 동남아시아, 일본, 중국, 몽골을 거쳐 러시아로 넘어왔다.

비행기나 기차 등을 이용하기도 해서 그동안 18,000km를 자전거로 달렸다며 속도계의 누적데이터를 보여준다.

"사비, 넌 얼마나 달렸어?"

"10,000 정도."

안드레는 나의 라이딩 거리를 묻더니 '겨우?'라는 표정을 지으며 웃는다.

"왜? 10,000km가 어때서?"

옆에서 월터가 5개월 동안 10,000km는 매우 빠르다고 설명을 하자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월터가 짐들을 모두 정리하자 안드레는 함께 점심을 먹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월터는 어제 먹다 남은 음식이 있다며 코펠에 남은 마카로니 파스타를 보여준다.

"난 이걸 마저 먹어야 해. 저녁을 같이 먹자."

"사비, 어떤 식당으로 갈래?"

"고기 식당!"

안드레와 함께 첫날 갔었던 식당으로 가서 닭고기와 함께 생선도 추가해 본다.

채식을 하는 안드레의 식사 속도는 아주 느리고 느긋하다. 천천히 소화를 시키며 식사를 하는 안드레와 달리 육식을 주로 하는 나의 접시는 순식간에 비워진다.

안드레와 공원을 산책하며 숙소로 돌아가고.

해바라기씨를 던져주는 사람을 따라가며, 공원의 비둘기는 바닥에 뿌려진 해바라기씨를 깨끗하게 먹어치운다.

"사비, 이것 봐. 깨끗해!"

슈퍼에서 필요한 음식들을 사고, 숙소에 돌아와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이른 저녁, 월터는 저녁을 먹자며 안드레를 찾는다. 자전거를 타고 왔으니 배가 고플 것이다.

안드레, 월터와 블리니를 파는 식당으로 들어가고, 월터는 팬케잌이 주메뉴인 식당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하다.

안드레가 여러 가지 설명을 해보지만 배고픈 여행자에게 팬케이크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 것이 사실이다.

숙소에 가서 음식을 더 먹어야겠다는 월터는 맥주를 조금 마시자며 제안을 한다.

"사비, 맥주를 사서 게스트하우스에서 마실래?"

"좋아!"

두 사람을 따라 근처에 있던 작은 건물에 들어가니 여러 개의 맥주 밸브가 설치되어 있는 맥주 가게이다.

"이건 또 뭐야?"

러시아의 슈퍼에서 생맥주를 팔고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맥주만 파는 가게는 처음 본다.

여러 가지 맥주 중 하나를 선택해서 안드레가 주문을 해주고 약간의 육포를 사든다.

"한국에서 맥주는 비싸다."

월터의 말대로 1리터의 생맥주가 100루블 정도이니 한국의 500cc의 맥주보다 싼 가격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맥주 파티를 준비하는 동안 옆 테이블에서 저녁을 먹던 어린 러시아 여자도 합석을 하고, 게스트하우스의 나타샤도 합석을 한다.

월터는 여행을 많이 해서 그런지 나에게 말을 할 때 쉬운 문장을 구사하고, 코리안 잉글리쉬라며 내가 하는 말도 알아서 잘 이해한다.

치아 교정기를 끼고 있는 러시아 여자는 말이 굉장히 빠르고 흘리는 듯한 발음이라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월터와 러시아 여자는 영어로, 안드레와 러시아 여자는 러시아어로 대화를 하는 동안 머리가 아파온다.

월터는 여행에 필요한 어플들을 여러 개 알려준다. 카우치서핑, 왓츠앱, 아이오버랜드.

카우치사핑은 웜샤워와 비슷한 여행자와 호스트를 연결해 주는 어플이고, 왓츠앱은 유러피안들이 주로 사용하는 메신저 그리고 아이오버랜드는 캠핑장소, 숙소, 식수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도앱이다.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들이 오가는 동안 월터는 한국에서 만난 호스트 루나와 통화를 하더니 전화기를 건네준다.

루나와 여행에 대해 짧게 통화를 하고, 맥주가 떨어져 자리에서 일어난다.

"스몰 워킹?"

월터가 다가와 스몰 워킹이라며 손가락으로 걷는 제스처를 하는데 잘 모르겠다. 월터가 돌아가고 안드레가 다가와 다시 스몰 워킹이라며 무언가를 묻는 제스처를 한다.

"Take a walk?"

"Yes, do you want?"

안드레와 월터의 대화를 들어보면 이상한 말들을 한다. '쭈쭈'라는 표현을 하는데 약간이라는 의미 같고, Maybe라는 단어를 정말 많이 사용한다.

"산책을 스몰 워킹이라고 하는구나."

안드레와 함께 고르노 알타이의 밤거리를 걸는다. 맥주 가게도 여러 군데 보이고.

"안드레, 난 러시아 여자가 하는 말은 전혀 이해가 안 돼."

"나도 그래!"

안드레는 러시아 여자의 흉내를 내며 말이 너무 빠르다며 웃는다.

안드레와 함께 공원까지 걸어가 되돌아온다. 11시가 되자 공원의 모든 조명은 꺼지고 기념탑의 횃불만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안드레, 나는 내일 떠나야 해. 고마웠어!"

"응, 이 메일로 가끔씩 연락할게. 러시아말로 써도 괜찮지?"

"그럼. 번역기가 있잖아."

"맞아!"

"카자흐스탄을 지나서 다시 러시아에 오면 너의 동네에 갈게."

"좋아. 우리 동네에서 쉬었다 가."

안드레의 집은 우파와 카잔의 중간쯤에 위치한 소도시 나베레츠니 첼니이다. 다행히 모스크바로 가는 경로에 있어 다시 러시아로 돌아오면 안드레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안드레와 산책을 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내일부터 바르나올까지 260km 정도는 네덜란드 친구 월터와 함께 길을 갈 것이다.

러시아에서 계속 좋은 인연들을 만나 즐거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1일 / 비 ・ 18도
고르노 알타이스크-초르토브 팔레츠-고르노 알타이스크
안드레와 함께 초르토브 팔레츠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카툰강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이동거리
60Km
누적거리
11,543Km
이동시간
4시간 57분
누적시간
837시간

P256
P256
28Km / 2시간 07분
32Km / 2시간 50분
숙소
초르토브
숙소
 
 
637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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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무제한,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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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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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의 차와 함께 요거트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게스트 하우스를 하루 더 연장한다.

"안드레, 오늘 우체국에 가서 엽서를 보내고, 초르토브 팔레츠에 가자."

"좋아."

우체국에 가던 중 어제 들렀던 작은 자전거 가게에 다시 가보았지만 로드용 튜브는 없다.

"일단 펑크 패치를 샀으니까 괜찮아."

우체국에 들렀지만 엽서를 사 와야 한다고 한다.

안드레와 길을 걷고.

작은 쇼핑몰 내에 있는 문방구에서 알타이의 풍경이 담긴 긴 엽서를 산다.

"멋진데, 나도 하나 사야겠다."

엽서를 보던 안드레도 같은 것을 하나 사든다.

"사비, 자전거 샵에서 자전거를 렌트하고 우체국으로 가자."

"자전거 렌트? 초르토브 팔레츠를 자전거로 가자고?"

"응, 자전거를 빌려서 같이 가자."

안드레는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25km 정도 떨어진 초르토브 팔레츠까지 라이딩을 하자고 한다.

사람들에게 자전거 렌트샵을 물어보던 안드레는 두 정거장 떨어진 곳으로 버스를 타고 가자고 한다.

"좋아, 버스를 타보고 싶었어."

미니버스 크기의 오래되고 커튼이 달린 버스를 타보고 싶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행하는 국가의 버스를 타면 재미있다.

"안드레, 여기 버스는 얼마야?"

"18루블."

"여기도 차비가 싸네."

시내를 관통하는 길이 하나뿐이라서 아무 버스나 타면 된다.

운전석 옆에 이상한 테이블이 있고 버스 안내양이 앞에 앉아있다.

러시아 버스는 느긋하다. 손님들이 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으면 버스가 출발하고, 조금 후에 안내양이 다가가 현금이나 카드 같은 것을 받아 버스표를 주거나 카드 단말기에 터치를 한다.

"오, 찾아가는 서비스."

중국에서 버스를 탔을 때는 우리나라처럼 뭔가 조급하고 서둘러야 하는 기분이었고, 특히 베이징 버스에 탑승해있는 보안요원들은 굉장히 강압적인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버스는 편안할 만큼 느긋하고 바쁘지 않다.

안드레가 버스 정류장을 하나 지나쳐 내리는 바람에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간다.

그리고 다시 길을 지나쳐 되돌아가고.

"안드레, 죽고 싶어?"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겨우 자전거를 렌트할 수 있는 가게에 도착한다.

자전거 렌탈과 정비를 하는 작은 자전거 가게에서 안드레는 자전거를 빌리며 초르토브 팔레츠로 가는 길을 물어본다.

도로를 따라 25km 정도 이동을 하고, 산의 정상까지 올라가야 한다.

"사비, 길을 알겠어?"

"어, 접수했어!"

정비실 한켠에서 로드용 튜브를 발견한다.

"유레카!"

32C 튜브라서 펑크가 나면 펑크 패치를 붙이기가 조금 나쁘겠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다.

"이제 안심이 되네."

자전거를 빌린 안드레는 신이 난 듯 상기되어 있다.

"안드레, 난 버스 타고 우체국으로 갈게. 넌 자전거를 타고 와."

두 정거장만 가면 되는 곳인데, 안드레는 버스를 잡고 나를 우체국 앞에서 내려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두 정거장 후에, 운전사와 안내양도 친절하게 우체국을 가리키며 길 안내를 해준다.

작은 도시들의 편안함이란 어디나 똑같은 것 같다.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무엇을 이런 것과 바꾸어 살고 있는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우체국에 도착하자 안드레도 곧 도착하고, 아이처럼 상기된 얼굴로 빨리 오지 않았냐며 즐거워한다.

엽서를 적는 동안, 안드레는 한국, 중국으로 엽서가 가는지 물어보고.

"안드레, 엽서는 당연히 가겠지. 그것이 궁금한 거야? 여직원이 마음에 든 거야?"

한국과 중국으로 두 번째 엽서를 보낸다.

"너도 무사히 잘 도착하기를."

온라인이나 SNS로 쉽게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엽서를 보내는 멋이 조금은 덜하지만 그래도 참 좋다.

필기를 할 일이 없어 삐뚤삐뚤 엉망으로 변해버린 손글씨고, 뭔가 쓸말이 없어 단순한 내용이지만 아련한 감정을 담아 보내는 기분이 든다.

"안드레, 점심을 먹고 출발하자."

어제 안드레가 소개해준 식당은 점심시간이라 대기하는 줄이 길게 서있어서 게스트 하우스 방향의 다른 음식점으로 걸어간다.

"여기는 좀 모던하네."

"사비, 고기?"

"당연한 것을 왜 물어."

식당의 메뉴에는 고기가 없다. 팬케이크 같은 메뉴가 주메뉴인데, 채식을 하는 안드레에게는 팬케이크 안에 들어가 있는 속재료도 많은 고기처럼 보이는 것이다.

안드레는 20년 가까이 요가를 하고 있고, 그래서인지 채식을 한다.

"이건 고기가 아냐! 두 개!"

블리니라고 하는 팬케이크인데 러시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인가 보다. 블리니 두 조각과 함께 수프를 주문해서 먹고, 안드레는 풀과 샐러드를 시켜 후추를 듬뿍 뿌리고, 소금으로 간을 한 후 천천히 오랫동안 식사를 한다.

점심을 먹고 나자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어제도 비를 흠뻑 맞은 탓에 다시 비를 맞는 것이 싫었지만 하루 종일 상기되어 있는 안드레의 얼굴을 보니 초르토브 팔레츠에 안 갈 수가 없다.

"고고싱, 안드레!"

어제 지나왔던 길이라 초르토브 팔레츠로 가는 길은 익숙하다.

패니어를 뗀 빈 자전거라 날아갈 듯 편하고 생활 자전거를 빌린 안드레의 속도를 맞춰가며 빗속을 달린다.

"안드레, 좋냐?"

산 위에 커다란 송신탑이 세워진 곳이 초르토브 팔레츠인 모양이다.

"근데, 저 위를 자전거로 갈 수 있나?"

카툰 강을 건너 초르토브 팔레츠가 있는 산의 둘레길을 빙 돌아 간다.

가는 동안 곳곳에 음식점들에서는 바베큐 냄새가 강하게 마음을 뒤흔들고.

초르토브 팔레츠로 오르는 입구에 도착한다. 역시나 도로변의 카페에서는 바베큐를 비롯하여 맛있는 냄새들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사비, 생선 먹고 싶어?"

다양한 생선을 훈제하여 팔고있는 노점이 신기하여 구경을 하고 있으니 안드레가 물어본다.

"아,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먹으면 죽이겠다."

침샘이 폭발한 참을 수 없는 식욕을 가격표를 보며 억누른다.

"kg당 가격인가? 낱개의 가격인가?"

필요한 만큼만 살 수도 있지만 귀찮다 생각하면 귀찮아지는 법이다.

"그냥 가자, 정상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나 물어봐."

노점상의 남자에게 길을 물었지만 '모른다'라고 했는지 남자를 가리키며 안드레는 개구진 웃음을 짓는다.

자갈 길의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고 3~4km 정도 거리에.

차단기가 내려진 초르토브 팔레츠의 입구가 나온다.

입구를 관리하는 듯한 젊은 남자와 대화를 하던 안드레는 자전거를 가지고 더는 올라갈 수 없다고 한다.

"정상까지 4km래. 그런데 이쪽으로 가면 1.5km라는데. 어느 쪽으로 갈까?"

"숏 웨이!"

자전거를 묶어두고 젊은 남자가 알려준 지름길을 따라 산을 오른다.

완만한 산등성이를 따라가는 길에 비해 경사가 지고 미끄러웠지만.

크게 힘든 길은 아니다.

20분 정도 비를 맞으며 완만한 산의 능선에 도착하고 멀리 초르토브 팔레츠가 있는 송신탑이 보인다.

"안드레, 힘들지?"

"괜찮아!"

카툰강이 보이는 능선을 따라 초르토브 팔레츠로 향한다.

빗방울은 조금씩 더 강해지고.

길은 더 미끄러워진다.

그리고 도착한 초르토브 팔레츠.

"안드레, 저기야!"

암석으로 된 산의 정상, 그리고 정상의 옆으로 나선 모양으로 올라간 촛대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

"와, 겁나게 높다!"

"사비, 사진 찍어줄게."

"아냐, 네가 먼저 가 봐! 넌 결혼도 한 번 해봤잖아."

안드레는 빗물에 젖은 바위의 소로를 따라 조심스럽게 바위에 오르고.

빗물에 젖어 정신을 못차리는 핸드폰의 액정을 부지런히 닦아가며 사진을 찍는다.

"안드레, 이렇게 찍어 줘!"

날씨 때문에 단 한 번뿐인 포토타임, 안드레를 믿고 조심스럽게 바위에 오른다.

카툰강이 한눈에 펼쳐져 있는 절경 그리고 쿵쾅거리는 심장.

"안드레, 빨리 찍어. 무서워!"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바위의 꼭대기로 올라간다.

"무서운 건 무서운 거고. 볼 건 봐야지!"

비안개가 밀려들며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었지만 시원한 풍경이다.

"안드레, 이리 올라와 같이 찍자!"

바위에서 내려와 넓은 바위의 정상으로 올라간다. 촛대 모양의 바위가 내려다보이고 카툰강의 전경이 펼쳐진다.

"아쉽네. 이 구도에서도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비가 강해지고, 자욱하게 비안개가 주변을 감싼다. 그리고 핸드폰의 물기는 젖은 옷으로 훔쳐봐도 소용이 없다.

"가자, 안드레!"

"오, 여기 이제 문 닫았어요. 우리가 마지막이라고!"

정상을 향해 내려오는 다른 러시아 가족들을 보며 안드레는 개구진 농담을 하며 깔깔거린다.

순식간에 밀려온 비안개 때문에 더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미끌거리는 길을 따라 내려오며 중심을 잃고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도 깔깔거리며 웃고 떠든다.

"안드레, 나 배고파."

"사비, 고기?"

초르토브 팔레츠의 초입 도로변으로 내려와 숯불 바베큐를 굽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정신이 혼미하다.

식당에 들어가 비에 젖은 옷을 쥐어짜고, 진흙이 묻은 옷들을 씻어낸다. 그리고 차와 커피를 마시며 언 몸을 녹이고.

"사비, 뭘 먹을 거야?"

"당연히 고기지!"

안드레가 러시아말로 무언가 얘기를 하더니 식당의 아저씨가 고기를 준비한다.

"얼만데? 나 카드밖에 없어."

"전부 해서 900루블, 현금만 받는데."

20,000원 정도의 가격에 조금 놀랐지만, 고기의 양을 보고 더 놀랐다.

"뭐야? 한 꼬치뿐이야?"

안드레가 가지고 있던 현금으로 계산을 하고, 잠시 후 곱게 구운 양갈비가 나온다.

그리고 안드레는 볶음밥과 함께 풀들에 후추와 소금을 뿌린 후 천천히 먹는다.

"안드레, 고기 안 먹을래? 그건 소나 염소들이 먹는 거지?"

"안 먹어. 고기는 정신 건강에 해로워."

러시아에서 많이 사용하는 향신료 우크롭 (укроп), 은은한 향이 나름 매력적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비가 잠시 멈추고.

안드레와 함께 논스톱으로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돌아온다.

"안드레, 나 현금을 조금 찾아야 해."

안드레는 러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은행이라며 설명을 해준다. 코쉬아가츠에서 처음 사용한 ATM도 이 은행이다.

영어 서비스가 안되는 구형 기기였지만 안드레가 있어서 무난하게 현금을 찾고, 안드에에게 1,000루블을 건네주니 사양을 한다.

"내가 비싼 고기를 먹었으니까 내가 살게."

"아냐. 너는 여행을 길게 해야하잖아. 그럼 하프로 하자."

안드레는 500루블을 되돌려주며 방긋 웃는다.

안드레는 자전거를 반납하기 위해 자전거 가게로 가고, 나는 숙소로 돌아온다.

비에 젖은 모습을 보며 깔깔거리며 웃던 게스트하우스의 나타샤는 빨리 샤워를 하라며 몸에 달라붙은 상의를 벗는 것을 도와준다.

샤워를 마치자 안드레도 곧 도착한다.

"빨리 왔지?"

안드레가 만든 차로 하루의 피로를 달래는 동안 다른 러시아 게스트들이 들어와 하나둘 침대를 차지한다.

"사비, 오늘 찍은 사진들을 내 친구의 이메일로 보내줄 수 있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안드레는 오늘 함께한 사진 전부를 친구에게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사진들을 메일로 전송을 하고, 안드레와 함께 세탁기를 돌린 후.

보일러실에 빨래를 건조시키고.

잠이 든다.

"안드레,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 쓰바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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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밥도둑 후원 : KEB 하나은행 / 변차섭 / 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유나박시, 김혜숙 산부인과




D+170일 / 흐림
만저로크-고르노 알타이스크
만저로크 카툰강변에서이 캠핑을 끝내고 러시아의 첫 번째 도시 고르노 알타이스코로 들어간다. 러시아 도시의 풍경이 궁금하다.


이동거리
43Km
누적거리
11,483Km
이동시간
3시간 21분
누적시간
832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먼저로크
 
소우즈가
 
고르노
 
 
57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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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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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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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부터 시작된 비는 밤새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한다.

첫 번째, 튜브와 펑크 패치를 사야 한다.
두 번째, 씻어야 한다.
세 번째, 고기가 먹고 싶다.

잠시 비가 멈춘사이 고르노 알타이스크로 떠나기 위해 이틀 동안 널브러져 있던 짐들을 정리한다.

예브게니 아저씨가 준 러시아 군대의 비상식량 박스를 뜯고 내용물들을 나눠 담는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많은 비상식량들이 한가득 쏟아진다.

"우리랑은 차원이 다른데!"

천천히 짐들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텐트에 묻은 물기들을 닦아낼 때쯤 예브게니 아저씨와 그의 손자가 와서 사진을 찍고 인사를 건넨다.

"안전하게 즐거운 여행을 해라. 응원한다!"

잠시 후 예브게니 아저씨의 옆에서 캠핑을 하던 유리 아저씨와 아이들이 다가와 사진을 찍고, 무언가 말을 하면서 영상까지 부지런히 담아 간다.

"유리 아저씨, 유튜버인가?"

그 모습을 보던 예브게니 아저씨는 아쉬운 듯 다시 사진을 찍자며 다가온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하하하."

이틀 전, 예브게니의 손자에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하는지 물었을 때 러시아의 SNS라며 주황색 아이콘의 앱을 보여줬다.

"예브게니, 러시아 SNS 보여줘 봐요."

앱을 다운로드해 설치할 시간은 없고 SNS 앱의 이름을 찍어둔다.

"읒? 우리나라 몹쓸 저축은행을 가장한 사채금융 아냐!"

OK는 러시아에서 사용하는 SNS 어플이다.

그리고 예브게니의 아이디를 찍어두고.

"예브게이,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연락을 할게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소통하려면 중국의 위챗, 몽골의 페이스북 그리고 러시아의 OK까지 세계의 SNS를 모두 섭렵해야 하는 모양이다.

"이럴 땐 과거의 엽서나 편지가 훨씬 좋았겠어."

핸드폰 배터리는 46%, 40km를 이동하는데 충분한 용량이지만 숙소를 찾을 때까지 최대한 아껴 써야 한다.

길은 평탄한 도로이지만 고르노 알타이스크에 가까워질수록 차량의 통행이 많아지고 있다.

알타이 지역에서는 벌꿀을 판매하는 노점상이 많다.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리발카부터 도로는 이차선의 갓길을 갖춘 도로로 바뀐다.

"얼마 만에 만난 갓길이냐!"

충분한 넓이의 갓길은 편안했지만 지금까지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사라져 아쉽다.

한두 차례 긴 오르막을 오르고.

고르노 알타이스트와 노보시비르스크로 나뉘는 인터체인지가 나온다.

노보시비르스크는 이 근처에서 가장 큰 도시라고 한다. 450km 정도의 거리니 4~5일이면 갈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첫 번째 러시아 여행의 정확한 경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노보시비르스크와 옴스크를 거쳐 길게 러시아를 둘러볼지 아니면 바르나올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바로 들어갈지 결정을 못한 상태다.

고르노 알타이스크로 가는 마지막 오르막을 오르고, 버스 정류장에서 쉬며 자전거 샵을 검색한다.

Sportmaster, 종합 스포츠 용품을 파는 괜찮은 쇼핑몰이 검색된다.

"일단, 이곳으로 가자."

고르노 알타이스크로 들어가는 좁은 도로를 따라.

마주한 삼거리에서 우회전의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간다.

"어떤 도시일까?"

알타이 공화국의 수도인 고르노 알타이스크의 초입은 초라한 느낌이다.

울퉁불퉁한 도시의 도로를 따라 작은 소도시 고르노 알타이스크를 지나친다.

도로변의 낡은 건물들, 낡은 버스와 혼잡하고 좁은 도로 그리고 푸른 산과 산 위로 들어선 예쁜 나무 집들이 극명하게 대비되어 조화롭게 들어선 소도시의 풍경이다.

러시아의 석조 건물이나 웅장한 규모의 오래된 건축물은 전혀 보이질 않고, 복잡한 차량들의 움직임만이 어지럽다.

도시의 첫 번째 사거리에서 작은 공원을 발견했다. 중앙에 놓인 기념탑을 배경으로 1941, 1945의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2차 세계대전 당시 이 지역의 참전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인 듯싶다.

공원의 산책로에는 대리석의 흉상들과 사진 그리고 군인에 대한 설명 안내판이 곳곳에 놓여있다.

중국의 추모 공원처럼 도심의 한가운데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은 정말 좋게 느껴진다.

복잡한 도로를 따라 스포츠마스터 건물을 찾으며 천천히 도시를 구경한다.

기역자 모양으로 길쭉하게 생긴 고르노 알타이스크의 중심부처럼 보이는 곳에서 스포츠마스터의 건물을 찾는다.

인도로 올라가 건물의 코너를 돌자 넓은 광장이 나오고 광장의 중앙에 레닌의 동상이 멋들어지게 세워져있다.

"형, 나 왔어!"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하고 맑았다 개었다를 반복하는 날씨다.

"자전거 매장은 찾았고, 숙소를 찾아볼까?"

레닌의 동상에 앉아 숙소를 검색하는 동안 핸드폰의 배터리가 20% 이하로 떨어진다.

핸드폰의 밝기를 낮추며 빠르게 검색을 해보지만 고르노 알타이의 숙박료는 터무니가 없다.

아파트형 숙소, 일반 호텔, 펜션형 등 다양한 호텔이 있지만 모두가 40,000원 언저리의 가격들이다.

"미쳤다! 일단 튜브부터 해결하자."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의 옆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보관을 부탁한 후 스포츠마스터 건물에 들어갔지만 매장이 보이질 않는다.

커피를 파는 어린 여자에게 질문을 하니 무조건 모른다며 고개를 흔들고, 1~3층까지 올라갔지만 찾을 수가 없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작은 소품을 파는 아주머니에게 물으니 지하에 있다는 제스처를 한다.

지하 1층의 스포츠 매장의 자전거 코너는 아주 작다. 엠티비 사이즈의 튜브만 전시되어 있고 로드용 튜브는 없다.

휴대용 튜브 패치만을 사들고 스포츠마스터를 빠져나온다.

"일단, 이것으로 그럭저럭 해결하자."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고, 숙소를 검색하는 동안 핸드폰의 배터리는 15% 이하로 떨어진다.

"식당에 가서 핸드폰 충전부터 할까?"

지나왔던 고르노 알타이스크의 초입에 500루블짜리 게스트하우스가 두 군데 검색이 되지만 4km를 되돌아가야 한다.

초입의 주변에는 식당이나 슈퍼가 보이질 않아 이동이 망설여졌지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첫 번째 도착한 게스트 하우스는 트립닷컴에 서 검색을 한 숙소다. 도로를 벗어나 골목길 안쪽에 위치한 숙소는 조용하다.

어두운 실내를 들어가 한 아주머니에게 잠을 잘 수 있는지 묻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고개를 흔들며 안된다고 한다.

"젠장!"

다시 도로로 나와 부킹닷컴에서 검색된 건너편의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가 보지만 찾을 수가 없다.

10% 이하로 떨어진 핸드폰으로 지도를 봐가며 느낌대로 찾아간 골목 안쪽에서 한 남자가 아파트를 가리킨다.

"여기?"

"게스트 하우스 느낌 난다."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의 문이 닫혀있어 영업을 하지 않을까 의심했지만 자전거를 세우는 동안 두 명의 여자가 문을 열고 나오며 '와우!'라며 웃는다.

"와우! 즈드랏스 부이졔."

밝게 인사를 하고 게스트 하우스 안으로 들어간다. 컬러풀한 벽면에 작은 소품들이 인테리어 된 깨끗한 숙소다.

중년의 아주머니와 어렵게 대화를 하는 사이 백발의 마른 남자가 다가와 영어를 하는지 묻는다.

남자의 도움으로 체크인을 쉽게하고 500루블의 4인실 도미토리 방을 잡는다.

짐들을 떼어내고 옮기려 하자 남자는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패니어를 들고 방까지 안내한다.

남자의 이름은 안드레, 4인실 방에는 안드레가 사용하고 있고 맞은편 1층 침대를 선택한다.

그리고 안드레는 식당, 화장실, 샤워장 등등 숙소 곳곳을 안내해 준다.

"게스트 하우스 직원인가? 그냥 여행자인가?"

코쉬아가츠를 떠나 일주일 만에 샤워를 했다. 안드레의 말처럼 따듯한 물이 아주 잘 나온다.

"배 안 고파?"

"어, 죽을 거 같아."

"내가 좋은 식당을 알려줄게. 비싸지 않고 좋아. 같이 가자."

"그래? 좋아."

여행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며 식당을 향해 걸어간다.

"안드레 몇 살이야?"

"48."

"어, 나는 46."

"뭐, 46나 48 비슷하네."

"뭐, 그렇네."

48의 안드레 71년생이고, 나는 만으로 44이니 사실은 세 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위아래 열 살은 친구다!"

공원을 다시 지나 도착한 음식점은 배식형태의 식당이다. 아마도 혼자 이곳에 왔다면 꽤나 난감했을 듯하다.

"뭘 먹고 싶어?"

"고기! 고기를 줘!"

고기에 한없이 집착을 하는 나를, 실없는 사람을 쳐다보듯 안드레는 웃으며 쳐다본다.

"수프, 수프에 고기 많이 들어있어!"

"어, 그건 그거고. 비프, 램, 포크, 치킨 앤..."

안드레와 메뉴에 대해 말하는 동안 커다란 닭다리를 들고 가는 사람이 보인다. 순간 이성 마비, 머릿속에 종이 울리고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샘이 터져버린다.

"안드레, 저것을 주문해!"

러시아 수프와 커다란 치킨을 주문해서 정신없이 흡입을 시작한다.

"천천히 먹어! 나는 밖에서 기다릴게."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음식들.

"뭔가 많이 아쉽지만 참자!"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는 공원의 산책로를 안드레와 함께 걸는다.

러시아의 화장실에는 남자는 М, 여자는 Ж가 적혀있다.

저녁으로 먹을 간식거리를 찾아 근처의 슈퍼마켓에 들러 빵과 음료수 등을 사들고.

숙소로 돌아온다.

비와 땀으로 젖어있는 옷들을 세탁하고.

보일러실에 있는 빨래걸이에 말려두고.

오랜만에 편하게 휴식을 취한다.

"안드레 여기 봐"

안드레는 엘지의 2G폰을 사용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정신건강에 해롭다나.

슈퍼에서 사랑하는 레츠비를 발견한다. 몽골의 레츠비와는 다르게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아닌 러시아의 글자들이 적혀있다.

시원한 하이네켄 병맥주로 사치도 부려보고.

저녁이 되면서 게스트 하우스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요란스러웠지만 안드레를 만나 즐거웠던 또 하루가 지나간다.

"안드레, 내일 함께 초르토브 팔레츠에 올라가 볼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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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69일 / 맑음
만저로크
만저로크 카툰강에서 캠핑, 자전거를 정비하고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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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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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
 
뒹굴뒹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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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저로크
 
만저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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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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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연락처 
+7(495)783-2727

 
아침에 일어나니 타이어가 주저앉아 있다.

며칠 전 펑크 패치를 재활용하며 정비했던 곳에서 조금씩 바람이 빠지는 것은 알았지만 하룻밤 새 타이어가 주저앉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상하다.

카툰강으로 내려가 강물에 튜브를 담그니 몽골에서 정비했던 부분이 공기압을 이기지 못하고 펑크 패치가 부풀어 올라 바람이 새고 있는 것이다.

"너마저 문제가 생기면 정말 큰일이다."

2장이 남은 펑크 패치 중 하나를 마저 사용하여 정비를 한다.

"고르노 알타이스크에 가면 첫 번째로 자전거 샵을 찾아야겠군."

점심을 먹기 위해 정비된 자전거를 타고 슈퍼로 갔다. 여전히 사람들이 붐비고 세로 구조의 계산대에는 길게 줄이 서있다.

"아니 계산대를 왜 세로로 만든 거야?"

치킨이 먹고 싶었은데 조리가 되어있질 않고, 작은 만두와 요거트, 물과 어제 먹었던 쇠고기 통조림을 산다.

"오늘 점심은 만두라면!"

간만에 매콤한 라면을 먹는다.

텐트에 누워 여행 자료를 정리하고.

강가에 나가 물에 발을 담그고 시원한 맥주도 한 캔.

쓸데없는 낙서를 해봐도 시간이 너무나 느리다.

"에쒸, 철자도 틀렸네."

핸드폰의 배터리가 모두 떨어져 간다. 믿었던 대용량 보조 배터리는 자밍우드에서 충전을 한 후 사용을 하지 않은 탓에 방전이 됐는지 이틀 전 샤오미 배터리를 완충시킨 후 꺼져버린다.

"비상시에 쓸려고 그 무게를 감내하며 가지고 다녔는데 버려버릴까 보다."

"저녁은 뭘로 할까?"

어제와 같은 쇠고기 통조림에 마지막 누룽지를 털어 넣고 저녁을 해결한다.

"유나 선생님, 누룽지 잘 먹었습니다."

노트북의 배터리로 핸드폰을 충전한다. 느리지만 아침이면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사용할 배터리는 충전될 것 같다.

몇 대의 캠핑카들이 들어왔다 나가는 동안 천천히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빗소리는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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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68일 / 맑음 
만저로크
카툰강변에서의 캠핑이 계속된다. 함께 캠핑을 하고 있는 러시아 아저씨들의 친절한 배려로 캠핑이 즐겁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1,440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28시간

 
정비
 
예브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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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저로크
 
만저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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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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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정도에 잠이 깨어 카툰강물에 세안을 하고 다시 잠이 든다.

9시가 넘어서 다시 잠에서 깨고 아침으로 요거트와 햄을 빵과 함께 먹는다. 어제 저녁 샐러드를 만들어 주었던 케메로보 아저씨의 부부는 캠핑장을 떠나며 물과 통조림, 오이와 토마토 등 남은 식재료를 건네주고 떠난다.

텐트에서 자료를 정리하며 쉬는 동안 카툰강에서는 레프팅을 하는 사람들의 구호 소리가 들려온다.

강이 넓고 급류가 흐르는 카툰강은 레프팅을 하기에 괜찮은 장소처럼 생각된다.

오후에 자전거의 느슨해진 볼트들을 조이고, 펑크가 난 튜브와 며칠 전 못에 찔러 구멍이 난 튜브를 정비할 생각이다.

자전거 정비를 하려는데 톰스크에 사는 아저씨가 다가와 점심을 먹으라며 부른다.

아저씨의 캠핑 테이블에 가서.

물고기와 감자 그리고 러시아인들이 즐겨먹는 허브 줄기를 넣은 수프를 빵과 함께 먹는다.

"이 통조림은 이렇게 먹는 거구나."

아저씨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매년 알타이에서 여름을 보낸다는 아저씨는 러시아의 여러 곳을 소개해 준다.

텐트로 돌아와 펑크 정비를 한다. 못에 찔려 구멍이 난 새 튜브에는 4~5개의 크고 작은 구멍들에서 기포가 올라온다. 펑크가 난 후 안전한 장소까지 끌고 가는 동안 타이어에 박혀있던 못에 의해 여러 곳이 추가로 찔린 모양이다.

"사용한 지 몇 시간도 안 된 새 튜브였는데 살릴 수 있을까?"

이 튜브를 쓸 수 없으면 가지고 있는 예비 튜브는 없고, 튜브 패치는 딱 4장만이 남아있다.

튜브 패치 2장을 사용하여 정비를 해봤지만 실패다.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40km가 남아있어 남은 2장의 튜브 패치는 사용할 수 없다.

"미케닉 장인이 와도 이건 못 살리겠다."

케메로보 아저씨가 준 식재료에서 토마토로 튜브 정비 실패의 쓰라림을 달래고 있으니.

톰스트 아저씨의 손자가 와서 러시아의 커피라며 선물을 주고 간다.

"겨우 두 장 남았다."

중국 남부 산길들을 달리며 매일처럼 펑크가 난 탓에 가지고 왔던 펑크 패치가 모두 떨어졌다.

구글맵으로 고르노 알타이스크의 자전거 샵을 검색하니 다행히 몇 군데 가게가 검색된다.

산책을 겸해서 만저로크의 슈퍼에 가서 간식거리, 특히 숯불구이 꼬치를 사 먹기 위해 걸어갔지만.

8시의 시간인데 꼬치집은 문이 닫혀있고 슈퍼에는 계산을 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 그냥 돌아온다.

"이건 뭘까?"

케메로보 아저씨가 남기고 간 통조림으로 저녁을 해결할 생각이다.

"일단 까 보자."

쇠고기 통조림에 누룽지를 넣고 끓이는 동안.

톰스크 아저씨가 구운 감자를 건네주더니.

비스킷과 함께 찍어 먹으라며.

버터 같은 것을 주었다.

예브게니 말루찐, 60세의 아저씨는 퇴역을 한 군인인 것 같다.

잠시 후 보이스카웃이 적힌 다용도 툴을 선물하고.

러시아 장교의 비상식량이라며 묵직한 상자를 건네준다.

해가 떨어지고 예브게니 아저씨는 차를 마시자며 초대를 하고, 그의 태블릿에 담긴 오래된 사진들을 보며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군인 가족인 예브게니 아저씨의 가족들의 사진과 톰스크, 크림반도 그리고 러시아의 여러 곳을 여행했던 사진들 그리고 건강하고 젊은 예브게니에서 아이들과 손주들이 자라나 함께한 지금의 예브게니까지. 그의 삶이 담겨있는 사진들이다.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자연의 경이로움만큼 묘한 감동을 준다.

"나의 삶은 무엇이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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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67일 / 맑음
쉐발리노-만져로크
비에 젖은 들꽃들의 꽃내임이 싱그럽다. 고르노 알타이스크로 향하는 길, 가툰강변에서 캠핑을 하며 시간을 보낸 후 시내로 들어갈 생각이다.


이동거리
79Km
누적거리
11,440Km
이동시간
5시간 52분
누적시간
828시간

 
P256도로
 
P25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쉐발리노
 
세마
 
만져로크
 
 
534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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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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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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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풀냄새. 비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싱그러운 아침이다.

비와 이슬 그리고 안개로 인해 텐트가 젖어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좋은 아침이야!"

싱그러운 풀과 들꽃들에게 시원한 굿모닝을 알리고.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120km 정도 남았지만 오늘은 시내로 들어가지 않고 카툰강 근처에서 캠핑을 할 것이다.

구글과 부킹닷컴으로 검색되는 고르노 알타이스크의 숙박료가 평균 40,000 정도라 부담스럽고, 그동안의 여행기를 정리하려면 2~3일은 필요할 것 같다.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30km 정도 떨어진 곳에 적당한 캠핑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오르막의 길은 없을 것 같다. 아니, 없었으면 좋겠다.

여전히 소박하고 예쁜 나무집들을 지나며 경쾌하게 페달을 밟아간다.

계속되는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도로변 마을 간의 간격도 많이 줄어든다.

시속 20km 정도의 라이딩 속도, 한 시간을 달려 첫 번째 마을 체르가에 도착한다.

마을에 들어서며 네트워크가 연결되고.

몽골의 오초르에게 페이스북 영상 통화가 온다. 옆집에 사는 오드바야르의 아내가 통화를 연결해 준 것이다.

"오초르, 러시아. 러시아라고."

항상 말은 통하지 않지만 웃는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다.

"끊어, 오초르. 러시아라니까!"

잠시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길을 떠난다.

두 번째 마을 캄라크에 이르러 더워지는 날씨에 조금씩 지쳐간다.

작은 슈퍼에서 음료수를 사 먹을까 생각하다 멀지 않은 곳에 오늘의 야영지로 생각했던 우스츠 세마가 있어 그대로 지나친다.

잠시 짧은 오르막이 나오고.

우스츠 세마로 들어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카툰강의 본류가 지나가는 길목의 우스츠 세마, 다시 만난 카툰강은 협곡의 모습에서 넓고 웅장한 강으로 변해있다.

작고 좁은 다리를 건너.

우스츠 세마에 도착한다.

식당을 찾으며 숨을 돌히는 동안 기념품을 팔고 있던 아저씨와 호기심이 많은듯한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레스토랑?"

인상이 좋은 아저씨에게 명함을 주며 주변의 음식점을 물어보니 바로 옆의 카페를 가리킨다.

4개의 테이블이 놓인 한산한 음식점에 들어가 친절한 아주머니와 점심 메뉴에 대해 상담하듯 질문을 하며 주문을 한다.

글자 메뉴는 무시하고 메뉴판 하단에 조그맣게 그려진 만두와 볶음밥 같은 것을 주문하고 탄산수를 달라고 한다.

"수프! 수프는 어떤 거?"

수프를 반복적으로 말하자 메뉴판에서 첫 번째의 메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245루블? 왜 이렇게 싸지?"

100루블씩 하는 볶음밥과 만두, 탄산수, 수프를 주문했는데 가격이 저렴하다.

러시아에서 탄산수를 처음 마셨는데 의외로 괜찮은 것 같다. 그래도 난 냉수가 좋다.

보기에도 깔끔한 음식이 나온다.

"어, 수프는?"

주문했던 수프는 러시아 사람들이 마시는 홍차 같은 것이다.

"어쩐지 싸더라. 뭐 상관없고."

러시아 식당의 주문은 대략 메뉴를 고르면 빵과 음료를 추가할 것인지 묻고, 가끔은 샐러드 같은 것을 먹을 것인지 묻는 것 같다.

순식간에 비워진 접시, 아주머니에게 200루블을 건네며 같은 것을 달라고 하자 방긋 웃는다.

그리고 나온 음식은 이전보다 양이 많이 담겨 나온다.

"오, 센스쟁이."

식당을 알려준 아저씨는 카페의 주인처럼 보인다. 밥을 먹고 나오자 나를 뒤따라 나오며 웃으며 말을 건넨다.

블라디미르, 웃음이 많고 쾌활한 아저씨다. 번역기로 몇 가지 질문에 대답들을 하는 사이 기분이 좋으면 악수를 청하는 아저씨는 맥주를 마실 건지를 물어본다.

"예! 예!"

아저씨가 사다 준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대화를 주고받는다. 옆에서 기념품을 파는 앞니 전체를 반짝이는 금니로 씌운 멋쟁이 할아버지는 가끔씩 농담을 던지고, 수염을 기르고 헤어밴드를 한 아저씨도 이리저리 오가며 대화에 관심을 갖는다.

"한국에 가서 블라디미르랑 사진을 찍었다고 알려줘라!"

"쟤랑도 한 번 찍어!"

우스츠 세마의 아저씨들과 즐겁게 놀고 든든해진 배를 튕기며 야영지를 찾기 위해 떠난다.

너무 일찍 우스츠 세마에 도착한 탓에 고르노 알타이스크 방향으로 좀 더 가까이 가서 야영을 할 생각이다.

카툰강을 따라 달리며 캠핑을 하기에 적당한 장소를 눈여겨 살펴보지만 넓은 강줄기로 변하고 급류가 흐르는 강가에 야영지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변의 좋은 곳에는 유료 캠핑장이나 펜션 같은 것들이 들어서 있고.

도로변에 차들이 빼곡하게 정차되어 있는 장소가 나타난다. 역시나 기념품 가게들이 길게 들어서 있고.

"유원지인가?"

도로의 건너편으로 철교처럼 생긴 오래된 다리가 놓여 있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싫고."

구글맵에 제법 규모가 큰 만저로크까지 가보기로 한다.

강을 따라 왼쪽으로 크게 회전을 하며 나타난 만저로크의 도로변에는 큰 마트와 함께 여러 가지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고 사람들로 붐빈다.

우선 마트에 들러 물과 음료수만을 사들고, 카쉬아가츠에서 사 먹었던 치킨이 강하게 마음을 흔들며 유혹했지만 참아야 한다.

시원하게 환타 한 병을 들이마시며 주변의 숙소나 캠핑장을 검색해 봤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

"이러다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가야 하는 거 아냐?"

40km 정도 거리의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가기에 넉넉한 시간이다.

"일단 가 보자. 뭐라도 나오겠지."

만조로크를 500미터쯤 벗어났을 때 도로 건너편으로 캠핑을 하는 차와 텐트들이 보인다.

"오, 좋은데! 유료 캠핑장인가?"

입구에 캠핑장의 관리 사무실이 없는 것으로 보아 유료 캠핑장은 아닌듯하고.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차량들 사이 적당한 곳에 자전거를 세운다.

"여기서 캠핑을 하려면 돈을 내야 하나요?"

텐트를 치고 있는 가족에게 다가가 번역기를 보여주니 고개를 흔들며 아니라고 대답한다.

"유레카!"

러시아 오니 자꾸 동전들이 쌓여 주머니가 무거워진다.

"아니 왜 같은 돈을 동전과 지폐로 다 만드는 거야."

섹시하게 텐트를 설치하고.

강가에 내려가 가볍게 얼굴과 팔 등을 씻어낸다.

편안한 옷으로 환복을 하니 상의에 소금꽃이 하얗게 피어있다.

"강에서 빨까,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빨까."

"일단 저녁부터 먹자."

마트에서 치킨을 사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해결할 수 있는 저녁거리는 가지고 있다.

"컵라면에 누룽지를 넣고 끓이자."

헙드를 떠날 때 유나 선생님이 챙겨준 누룽지로 든든한 한 끼를 해결하고.

소나무 숲을 산책한다.

가늘고 길게 자란 소나무들이 멋지고, 주변의 숲도 풀과 나무가 울창한 건강한 숲이다.

"공기 좋고, 시간도 좋고."

오늘 하루도 지나간다.

산책에서 돌아오니 옆에서 캠핑을 하던 아저씨가 말을 건네며 관심을 보인다.

명함을 건네주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캠핑 의자를 내어주며 샐러드와 차를 대접한다.

케메로보에서 왔다는 아저씨와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샐러드와 차를 먹는 사이 아저씨는 옆 텐트의 아저씨까지 불러와 대화를 하자고 한다.

톰스크에서 왔다는 60세의 아저씨는 자신의 손자라며 초등학생의 남자아이를 소개한 후 여행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묻는다.

"러시아에서 살고 싶어요?"

구글 번역기를 설치하더니 남자아이가 수줍게 핸드폰을 보여준다.

"러시아 여자들이 이쁘더라."

아이의 질문에 대답한 번역기를 보며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고, 즐거운 대화가 오간 후 사진을 찍자며 각자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언제 고르노 알타이스크로 갈 거냐?"

"하루 정도 있다가 모레 정도 가려고 한다."

"그래, 그럼 오늘은 가서 쉬어라."

내일 정도 갈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다음날 가겠다고 하니 잘 됐다는 듯이 악수를 청하며 쉬라고 한다.

재미있고 친절한 사람들이다.

타티아나, 블라디미르 그리고 캠핑장의 아저씨들까지 즐거운 만남이 계속되고 있다.

"좋은 하루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66일 / 맑음 
옹구데이-쉐발리노
갑작스럽게 더워진 날씨, 러시아의 첫 번째 도시 고르노 알타이스크를 향해 달려간다. 알타이 지역의 자연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이동거리
93Km
누적거리
11,361Km
이동시간
7시간 57분
누적시간
822시간

 
P256도로
 
P25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옹구데이
 
토푸차야
 
쉐발리노
 
 
45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아침에 깨어나 옹구데이에서 하루를 더 머물지를 고민한다. 네트워크도 괜찮고, 무엇보다 조용하고 좋은 곳이다.

텐트 옆에 놓인 테이블에서 여행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젊은 부부의 남자가 차와 간식거리를 건네주고 간다.

어제와 오늘까지 너무나 많은 것을 챙겨주는 부부이다.

잠시 후 젊은 부부의 옆집에서 캠핑을 하던 아주머니가 보라색 그릇을 들고 찾아와 물고기가 들어있은 수프를 건네주고 돌아간다.

감자를 넣고 맑게 끓인 국물인데 제법 시원하다.

"이건 이렇게 먹는 거구나."

식사를 끝낸 후 젊은 여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며 사진을 찍자고 한다.

"응, 너의 인스타그램을 봤어. 고마워."

사진을 찍고 그녀의 이름을 물어본다.

"다나. 러시아 풀 네임은 어려워."

"다나, 고마워. 음식은 너무 잘 먹었어."

그녀의 본명은 코소바 타티아나(Kosova Tatiana)인 것 같다. 5~6세 정도의 귀여운 딸을 갖은 젊은 부부이다.

여행을 잘 하라는 당부와 함께 그녀의 가족은 캠핑장을 떠나고, 캠핑장의 입구에서 그들을 배웅하며 손인사를 건넸다.

물고기 수프를 챙겨준 아주머니의 가족도 캠핑장을 떠나고, 나도 짐들을 챙겨 캠핑장을 빠져나온다.

자전거를 끌고 도로변으로 빠져나오자 옹구데이의 경계를 알리는 구조물이 있다.

"오늘은 어디까지 가 볼까?"

90km 거리에 쉐발리노라는 마을이 검색된다.

길게 이어지는 어제와 같은 도로와.

비슷한 느낌의 마을들을 지난다.

알타이 공화국의 나무집들은 매력적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오래된 나무집, 파스텔톤의 창문과 하얀 커튼 그리고 풀들이 자란 크고 작은 마당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있어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타티아나의 가족과 물고기 수프를 챙겨준 아주머니 덕분에 오전의 라이딩이 가볍다.

조금씩 기온이 오르고 출출함이 찾아들 때쯤.

도로변에 작은 음식점이 나온다.

"밥 먹고 가자."

식당은 깨끗하고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카운터에 글자로만 적혀있는 메뉴판이 난감하지만 이젠 이런 문제에 익숙하다.

몽골의 보츠처럼 보이는 넓적한 튀김 만두를 두 개 주문하고 커피와 수프를 달라고 한다.

메뉴를 모를 땐 메뉴판의 가장 첫 번째 메뉴를 선택하거나 적당한 가격의 첫 번째 메뉴를 선택한다.

뜨거운 물을 따라준 커피잔에 믹스커피를 타고, 수프가 나오는 동안 튀김 만두를 먹는다.

곧바로 나온 수프는 고기와 감자, 토마토 소스에 면이 들어있는 음식이었다. 토마토 향이 듬뿍 나는 달콤한 맛의 수프.

"모두 해서 203루블이면 훌륭한데."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길을 따라간다. 점심 식사 후의 도로는 계곡이 사라지고 산을 향해 오르는 기분이다.

"아..."

도로변의 언덕들에는 파스텔톤의 꽃들이 알록달록한 각자의 색으로 산 전체를 뒤덮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매력적이지 않지만, 흔한 들꽃들의 군락과 은은한 풀냄새가 온 마음을 사로잡는다.

"저기 한가운데 눕고 싶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과 색감이다.

길을 따라 펼쳐지는 들꽃들을 모습에 반해 페달링의 힘겨움을 잊는다.

"근데 왜 자꾸 올라가는 거지?"

이유 없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길이다.

구름이 가까워지고 주변의 산등성이가 눈높이에 맞춰지기 시작한다.

점심을 먹은 후 4시간 동안 부지런히 페달을 밟으며 오르막길을 올랐지만 쉐발리노까지의 거리가 줄어들지를 않는다.

"뭐지? 얼마나 올라온 거야? 1,600미터!!"

5시가 가까워져 오는데 쉐발리노까지 아직도 50km가 남아있다.

주변의 산등성이와 구름의 위치로 보아 정상에 다다른듯하고, 페달링이 무거워지며 골반과 허리가 당겨온다.

"저기가 끝인 것 같은데."

산의 정상처럼 보이는 하늘길을 확인하고 출발하려는 순간 뒷바퀴가 이상하다.

"아, 왜 또!"

뒷바퀴의 바람이 반쯤 남아 물컹거린다. 좁은 갓길에 최대한 안쪽으로 자전거를 눕히고 튜브를 탈착한다.

차량 통행의 소음과 바람 소리 탓에 펑크가 난 자리를 찾기가 힘들다. 작은 실구멍이라면 펌프질을 해가며 갈 수 있을까 싶어 튜브를 넣고 공기를 채워놓으니 이내 바람이 빠져버린다.

"에쒸."

다시 튜브를 탈착하고 바람이 빠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공기를 넣어 겨우 펑크가 난 자리를 찾는다.

"찾았다. 요놈아!"

펑크 수리를 하는 동안 건장한 남자가 다가와 도와줄 일이 없는지 묻는다. 자신도 자전거를 탄다는 남자에게 명함을 건네주니 혼자서 여행을 하냐며 웃는다.

"유 아 크레이지!"

"그래, 안 그래도 지금부터 미칠 것 같아."

예비 튜브도 없고 튜브패치도 떨어져간다. 지난번 사용한 튜브패치를 재활용해서 정비를 했지만 1차 시도 실패, 다시 로드용 패치를 재활용해서 겨우 정비를 마친다.

타이어를 4번이나 탈착하는 동안 한 시간 반이 지나버린다.

마지막 남은 담배 한 개비를 달콤하고 태우고 마지막 업힐을 끝낸다.

"산 정상에 마을이 있는 거야? 변태스럽게."

산의 정상에는 마을이 아닌 기념품 가게들이 길게 들어서 있다.

"러시아는 이런 느낌이군."

몽골의 산 정상에는 어김없이 어붜가 쌓여져 있고, 러시아의 산 정상에는 기념품 가게들이 들어선 모양새다.

기념탑 같은 곳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바람막이를 걸쳐 입은 후 바로 출발을 한다. 7시가 가까워지고 있었고 쉐발리노까지 여전히 40km 가까이 남아있다.

산의 정상에서 시작되는 내리막의 경사로, 브레이크를 풀고 시원하게 내달렸다. 적당히 맞바람이 불며 속도를 제어해 주었고, 하루 종일 힘겹게 오른 업힐에 대한 보상이다.

그리고 이틀 전 우중 라이딩 이후 브레이크의 제동력은 거의 느슨해져 있었던 터이다.

"달릴 거야!"

순식간에 10km의 거리가 삭제되고 급경사는 끝이 난다.

"조금 아쉬운데."

나지막하게 떨어지는 내리막길을 오랜만에 언더바를 잡고 신나게 질주한다.

나에게 있어 자전거 여행의 즐거움은 새로운 것들을 보고 경험하는 것과 세계의 도로를 마음껏 달려보는 것이다.

몽골 여행이 답답하고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람과 도로의 환경으로 경쾌한 라이딩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험한 오지를 자전거로 탐험하며 경이로운 자연을 마주하는 것보다 다양한 길과 풍경을 지나치며 페달을 밟아가는 라이딩이 더 즐겁다. 지금의 여행은 그렇다.

빠르게 알타이의 풍경들을 지나치며, 마을의 사람들과 바이커 그리고 손인사를 하는 운전자들과 인사를 하며 달려간다.

산과 들에 피어오른 이름 모를 들꽃들을 바라보며 내달리는 라이딩의 즐거움이 너무나 좋다.

비구름이 내려앉은 쉐발리노를 향해 달려간다.

도로변의 산에는 눈꽃이 내려앉은 듯 하얀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4시간 동안 올라갔던 30km의 오르막 그리고 쉐발리노까지 30km의 내리막을 한 시간 만에 도착한다.

도로의 아래로 쉐발리노의 풍경이 펼쳐진다.

마을 뒤편의 산을 배경으로 강을 따라 이어지는 쉐발리노, 예쁘고 평화롭다.

하루 종일 길을 안내한 다양한 들꽃들.

길을 따라 작은 언덕을 넘어가니.

더 큰 마을이 펼쳐진다. 쉐발리노는 지금까지 지나쳤던 마을들에 비해 굉장히 넓고 큰 느낌이다.

"일단은 슈퍼를 찾아 캠핑 음식을 마련하자."

구글맵을 검색하여 도로변에 있는 슈퍼를 확인했지만 찾을 수가 없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 슈퍼를 찾기 위해 마을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첫 번째 도착한 슈퍼,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하자 젊은 여자가 황급하게 문을 닫으며 영업이 끝났다는 제스처를 한다.

"아니, 뭘 이리 야박하게."

다시 길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이동한다. 아직 해가 남아있는 시간임에도 거리는 너무나 한산하고 적막하다.

관공서처럼 보이는 건물 주변에서 슈퍼를 발견하고 들어간다.

동양인의 방문에 어리둥절한 주인 여자에게 아침부터 연습한 러시아 인사를 건네본다.

"즈드랏스 뿌이쩨."

여전히 어색한 행동의 여주인 웃음이 없다. 빵과 요거트, 음료 등을 사들고 계산을 하니 가게 안에 있던 사람에게 무언가를 묻고는 그제서야 '땡큐'라 말하며 엷은 미소를 짓는다.

비가 내릴 듯 흐려지는 날씨에 해가 떨어지고, 서둘러 마을을 벗어나 야영을 할 장소를 찾아야 한다.

오래된 고목의 가로수 길을 끝으로 쉐발리노를 벗어난다.

"어디가 좋을까? 이왕이면 강가의 들꽃들 속이면 좋겠는데."

야영지를 찾으며 도로를 따라가는 순간 통신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 네트워크!"

핸드폰을 열어보니 데이터의 안테나가 하나가 남아있다. 온라인을 열어 통신이 되는지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저기가 좋겠다."

하천 방면 언덕의 수풀 속을 헤집고 들어가 적당한 자리를 잡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져 서둘러 텐트를 치고 저녁 준비를 한다.

"좋네. 들꽃들 한가운데."

타티아나 가족이 챙겨준 음식으로 어제 먹지 못했던 닭고기 통조림을 꺼낸다.

"일단은."

"끓이자."

슈퍼에서 사온 빵을.

요거트와 함께.

닭고기 수프에 찍어서 저녁을 해결한다.

우리나라의 닭고기 제품보다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저녁이다.

"엊그제가 초복이던데, 러시아 닭을 먹어보네."

조용하게 텐트를 두드리던 빗방울이 멈추고, 꽃과 풀내음은 더욱 짙어진다.

"산을 오르는 것이 힘들었지만 괜찮은 하루였어."

계곡의 물소리, 들꽃들의 풀내음.. 그리고 깊이 잠들었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65일 / 맑음 ・ 22도
인야-옹구데이
아름다운 카툰강을 따라 옹구데이로 향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알타이 공화국의 자연이다.


이동거리
74Km
누적거리
11,269Km
이동시간
6시간 47분
누적시간
815시간

P256
P256
32Km / 2시간 37분
42Km / 4시간 10분
인야
쿠푸쳉겐
옹구데이
 
 
363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8,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일찍 잠에서 깨었다. 게무진의 아버지는 이른 아침부터 오토바이의 체인으로 만들고 있던 용의 날개를 붙이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

패니어를 장착하고 게무진의 집을 나선다.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어제의 음식점에 들렀지만 영업 전이고, 비상식을 사기 위해 슈퍼에 들렀지만 문이 닫혀있다.

"난감하네. 좀 기다렸다 갈까?"

9시가 넘으면 가게들의 문이 열릴 수도 있겠지만 뭔가 귀찮다. 구글을 검색하니 30km 거리에 마을이 검색된다.

"30km, 가자! 식당 하나쯤 있겠지."

인야를 벗어나 거북손 모양의 산을 바라보며 패니어에 들어있던 바나나와 웨하스로 아침을 대신한다.

"웨하스는 러시아지."

그럭저럭 아쉬운 대로 출출함을 달래고 길을 떠난다.

아무것도 없었던 강변의 작은 마을을 지나.

절대로 길을 비켜주지 않는 소들을 지나니.

카툰강으로 흘러가는 작은 하천 주변으로 캠핑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좋은 곳이 여기에 있었네. 아쉽다."

강을 따라 오르내리는 길은 여전히 계속되고, 날씨는 더워져 간다.

폭이 좁은 러시아의 도로는 몽골의 도로와 비슷한 느낌이다. 도로의 폭과 상태, 이정표까지 몽골의 도로들이 러시아의 형태를 따라 했거나 러시아에 의해 건설되었을 것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몽골 도로의 갓길에 세워진 동물의 통로를 알려주는 볼링핀 모양의 안내석이 없다는 것뿐이다.

사람들이 자동차를 정차하고 사진을 찍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넓은 공터가 나온다.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바닥에 앉아 쉬어간다.

나의 주변을 살피던 젊은 여자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통신이 끊겨 번역기를 사용할 수은 없었지만 명함과 여행 경로를 보여주며 짧게 인사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여 각자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헤어진다.

주말이라 그런지 아니면 러시아의 휴가철인지 카툰강을 따라 캠핑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들의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모습에서 야영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중국과 몽골을 지나며 잠자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먹거리만 해결된다면 편안한 곳에 텐트를 쳐도 문제가 없겠네."

11:30분, 아침에 검색되었던 마을에 도착한다.

"아휴, 배고파."

어제부터 달려온 도로는 9~10%의 경사도의 짧은 오르막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안내판들에 위너님의 말처럼 총알구멍 같은 것이 뚫려있다.

"총알 구멍일 리는 없고 뭐지?"

힘들게 업힐을 하고 나타난 마을에는 슈퍼나 음식점이 보이질 않는다.

"식당이 어디에 있는 거야?"

러시아의 마을마다 1940, 1945년이 적혀있는 작은 추모공원 같은 것이 하나씩 있다. 아마도 2차 세계대전 때 사망한 군인들을 추모하는 공원인 것 같다.

버스 정류장 근처의 작은 슈퍼에서 시원한 콜라를 사 마시고, 앞쪽으로 보이는 도로변에 음식점으로 보이는 현수막 간판의 그림들이 보인다.

음식점으로 보이던 곳은 슈퍼다. 슈퍼에 들어가 주변에 식당이 있는지 물어보니 없다고 한다.

"망했다."

슈퍼를 둘러봐도 딱히 요기를 할만한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담배를 사던 중 코쉬아가츠에서 사 먹었던 크림빵 한 봉지가 눈에 들어온다.

"이런 산골에서의 삶은 어떤 것일까?"

조용하고 너무 조용한 곳의 생활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욕심 없는 자연의 삶일까, 무료한 일상의 반복일까.

달콤한 크림빵을 하나씩 비워가는 동안 마을에 사는 아저씨가 다가와 뭔가를 말하며 박력 있게 악수를 청한다.

돈이나 물건 같은 것을 요구하던 몽골 사람들의 대면이 불편했다면 러시아 사람들은 호기심을 갖은 인사처럼 편안하다.

도로변의 수돗가에서 물을 채우는 사람들이 보인다.

"오, 저렇게도 식수를 수급하는구나."

빵을 먹는 동안 태극기를 붙인 오토바이를 보고 손을 들었지만 손인사의 답례를 하며 그냥 지나쳐 간다. 자전거에 달린 태극기를 보고 바이커 역시도 놀란 몸짓이다.

"오토바이인데, 잠시 쉬었다 가지."

마을을 지나 길은 조금씩 오르막이 계속되고, 계곡은 반대편 방향으로 흘러내린다.

"다시 올라가는 건가?"

조금씩 경사가 가팔라질 때쯤 반대편 방향에서 자전거를 탄 세 명의 여행자가 내려온다.

"하이"

자전거를 멈추고 세우는 동안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며 말을 건넨다.

스페인의 알바와 프랑스의 토마스는 연인 사이처럼 보이고, 러시아 친구는 어제 라이딩을 하면서 만났다고 한다.

알바와 토마스는 유럽에서부터 11개월 동안 여행을 하고 있고, 러시아의 친구는 러시아를 종주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쾌활한 성격의 알바는 내게 러시아 비자 기간을 묻더니 자신들은 10일 동안의 비자라 하루에 100km가 넘게 라이딩을 하며 몽골로 가고 있다고 한다.

"이쪽으로 가면 업힐 후에 내리막이야."

"그래? 너희들은 국경까지 계속 업힐이야. 2,000미터까지 올라가야 해."

"500km 정도 거리에 한국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어. 카자흐스탄을 지나 러시아로 갈 거래."

"500km 앞에?"

각자의 명함을 주고받으며 사진을 찍고 바쁜 알바 일행과 헤어진다.

지금까지 만난 자전거 여행자들의 최종 목적지는 모두 중국이다. 이럴 땐 남북이 분단되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진다. 육로를 통해 한국에 갈 수 있다면 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분명 중국이 아닌 한국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유럽의 여행 경로에서 섬나라인 영국을 경유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처럼 그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궁금하지만 건너가기 귀찮은 섬나라, 비싼 물가 그리고 좁은 땅.

"한국 좋은데."

씩씩한 알바가 앞장을 서며 길을 떠나고.

나의 길은 알바의 말처럼 산을 향해 오르막이 이어진다.

"아무래도 너를 넘어가야 하나보다. 딱, 미시령 사이즈 같은데."

"이 정도면 논스톱 원킬 후 시원한 맥주 한 캔이다."

S자를 그리며 휘어지는 오르막을 소처럼 페달을 밟고.

40분 만에 산의 정상에 도착한다.

"뭐야, 전망이 뭐 이래. 아무것도 없잖아."

맥주 한 캔을 마시기 위해 고개의 건너편으로 넘어가자 차량들이 정차되어 있다.

산의 정상으로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들어선 골목이 나오고.

주차장 한편에서 숯불구이의 고기 냄새가 나를 유혹한다.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혼미한 정신으로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꼬치집으로 다가가 자전거를 던졌버린다.

"얼마야?"

"250루블"

"빨리 줘! 어서!"

두툼한 고기를 접시에 담고 오이와 양파를 얻어주는 동안 패니어에 들어있던 캔맥주를 부들부들 거리며 꺼낸다.

"와우!"

캔 맥주를 따자 꼬치를 굽던 젊은 남자가 소리를 지른다.

"와우! 죽인다!"

비록 미지근한 맥주지만 그 맛이 끝내주고 부드러운 고기 맛이 일품이다.

"상의는 온통 땀에 전 소금밭이지만 무슨 상관이냐. 지금이 천국이지."

순식간에 맥주와 고기를 비우고, 부족한 고기의 양에 입맛이 다셔지지만 250루블이 비싸게 느껴진다.

과거 탄광촌이거나 도로를 건설했던 곳을 기념하기 위한 공간인 듯싶다.

산을 넘어 길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내달린다.

다시 강을 따라 길은 이어지고 태양빛은 뜨겁기만 하다.

산길을 오르며 탱탱해진 허벅지의 뻐근함을 느끼며.

작은 갈림길을 지나 오늘의 도착지 옹구데이에 도착한다.

강을 따라 길게 들어서 있는 옹구데이.

말들과 양들도 한낮의 더위를 피해 그늘을 찾아 들어가고.

도로 건너편 강을 따라 넓게 펼쳐진 옹구데이의 모습이 소박하다.

"일단 슈퍼를 찾아야 하는데."

도로변에는 식료품 가게가 검색이 되질 않고 강 건너의 마을 중심으로 들어가야 한다.

자전거를 끌고 언덕 밑의 마을을 향해 들어갔다.

보드카가 엄청나게 진열된 슈퍼에서 탄산수를 사 목을 축이고.

그늘에 기대어 앉아 더위를 가라앉힌다.

한참 동안 땀을 식힌 후, 슈퍼에 들어가 빵과 맥주, 물과 음료 그리고 닭고기 그림이 그려진 통조림 캔을 사든다.

마을 앞의 강물에서는 어른과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즐기고 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 평화롭기까지 하다.

차도를 점령한 소들을 피해서 야영을 할 장소를 찾으며 길을 따라간다.

잠시 후 강변을 향해 차량들이 들어가는 흙길을 따라 들어간다.

강변의 근처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캠핑장처럼 보이는 곳이 나오고,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작은 나무집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숲에서 산책을 하며 거닐고 있다.

캠핑장 입구의 관리 사무실의 할머니에게 텐트를 칠 수 있는지, 가격이 얼마인지를 물어본다.

"300루블."

밖에 세워두었던 자전거를 캠핑장으로 끌고 들어오자 젊은 러시아 부부가 다가와 무엇을 원하는지를 묻는다.

"여기에 텐트를 치고 자고 싶어."

영어를 하는 금발의 여자는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하고 300루블이라며 알려준다.

"응. 알아."

"어디서 왔어?"

"한국, 자전거 여행 중이야."

명함을 꺼내어 건네주니 놀란 표정을 하며 무언가를 할머니에게 말하며 대화를 한다. 할머니에게 주머니의 돈을 꺼내어 보여주니 젊은 여자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할머니는 잠시 주저하더니 300루블을 가져간다.

"그녀가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네가 돈을 꺼내니 요금을 받아버렸어. 편한 곳에 텐트를 치면 된다고 해."

"괜찮아. 고마워."

아마도 그녀는 여행을 하고 있으니 요금을 받지 말라고 할머니에게 부탁을 했던 모양이다.

적당한 자리에 텐트를 치고 있으니 예쁜 꼬마와 함께 샌드위치와 차를 들고 그녀가 찾아온다.

"오, 땡큐."

빠르게 텐트를 치고.

강으로 내려간다.

시원한 강물로 땀을 씻어낸 후 발을 담그고 자리에 앉아 쉰다.

배고프고 힘들었던 하루의 피로가 풀어지는 것 같다.

"할매, 웃어봐!"

캠핑장 곳곳에 간이 세면대가 나무에 꼽혀있다.

저녁으로 젊은 여자가 건네준 샌드위치를 먹는다. 빵에 치즈 같은 것을 바르고 햄을 올려놓았을 뿐인데 썩 괜찮다.

"오호, 이렇게 먹으면 되는구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텐트에 누워 쉰다.

알바가 준 명함의 블로그를 구경하고 있으니 젊은 여자의 남편이 다가와 '똑똑' 소리를 낸다.

그는 큼지막하게 썰어낸 수박을 들고 와 건네주고 돌아간다.

노을이 지는 동안 잠시 캠핑장과 강가를 산책하고.

라디오를 켜고 다시 자리에 누워 시간을 보낸다.

10시 30분쯤, 두 젊은 부부가 텐트로 찾아와 샐러드와 고기 그리고 여러 가지 과자를 건네준다.

"어, 잠깐만."

몽골에서 사두었던 게르 모양의 냉장고 자석을 꺼내어 부부에게 선물을 한다.

"몽골 여행 중에 산 거야."

아이와 놀고 있던 부부 가족의 모습은 행복해 보이고, 그것을 지켜보며 시간의 흐름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이제부터 러시아의 여행이 시작되는가 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64일 / 맑음 ・ 23도
아크타쉬-인야
아름다운 알타이 산맥을 따라 고르노 알타이스크로 가고 있다. 알타이 공화국의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에 매료된다.


이동거리
106Km
누적거리
11,4195Km
이동시간
7시간 13분
누적시간
808시간

P256
P256
70Km / 4시간 25분
36Km / 2시간 48분
아크타쉬
카툰강
인야
 
 
289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8,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푹 잠들었다. 알람이 없이도 자연스레 7시가 되면 잠이 깬다.

일어나 숙소 밖으로 나가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지만 곧 그칠 것도 같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어제의 일기를 조금 적어보고 짐들을 정리하여 출발을 준비한다.

오늘 갈 곳은 Inya, 아크타쉬에서 90km 정도 떨어진 거리의 마을이다.

"내리막길일 테니 쉽게 가겠지."

비안개가 산을 타고 넘어가는 모습이 산골 마을의 정취를 더해준다.

마트에 들러 바나나와 음료만을 사 들고.

"밥을 먹고 가자."

어제의 식당에 들러 고기 한 접시를 비운다. 다시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다.

출발을 준비하는데 엷게 미소만 보이던 가게의 어린 남자가 숙소가 필요한지를 물어본다.

"아니, 오늘 인야까지 가야 해."

함께 사진을 찍고 보니 머리통이 반밖에 안된다.

"몽골까지는 괜찮았는데, 작아도 너무 작다."

10:40, 비와 아침 식사로 출발 시간이 조금 늦어졌다.

침엽수가 자란 길들은 여전히 싱그럽고.

파스텔톤의 나무집들은 너무나 예쁘다.

앞으로 수없이 많은 길들을 달리겠지만, 이런 길들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국은 오늘이 복날인가 보다. 삼계탕 한 그릇이 심하게 당기는 날이다.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345km.

높은 산과 강의 곡선을 따라 좌우로 휘어지고, 오르내림이 반복되며 이어지는 도로의 자연스러움이 너무나 좋다.

모든 짐을 떼고 다운과 댄싱을 반복하며 신나게 질주하고 싶어지는 길이다.

한 시간을 달리고 도로를 가로막는 말들 때문에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좀처럼 쉽게 길을 비켜주지 않는 녀석들이다.

"오늘은 널 사용하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뒷바퀴에 바람을 충분히 넣고 산과 계곡 그리고 카툰강을 따라 달려간다.

오르 내리막이 반복되는 사이 잘생긴 바위산이 나타나고.

사람들이 자동차를 세우고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다.

"뭐지? 폭포!"

잘 생긴 바위산의 측면으로 작은 폭포가 떨어지고 있다. 아직 수량이 많지 않아 멋진 장관은 연출되지 않지만 꽤나 운치가 있는 풍경이다.

작은 오솔길을 따라 사람들이 폭포 쪽으로 들어가고, 작은 간의 테이블에 앉아 잠시 쉬어간다.

"풍경이 좋네."

다시 길을 달려 작은 바위산이 우뚝 솟아있는 곳에서 자전거를 세운다.

달리는 동안 계속해서 눈길을 사로잡던 이름 모를 들꽃들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도로변에 간단히 세워져 있는 작은 묘비들, 군인인지 아니면 일반인인지 모르겠지만 작은 사진과 함께 조화들이 놓여있다.

"배고프다. 빵이나 먹자."

다행히 러시아의 빵들은 제법 맛이 좋다.

전체적으로 산을 내려가고 있는 느낌이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라이딩이 쉽지만은 않다.

다시 도로변에 사람들이 자동차를 정차하고 무언가를 구경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군용 짚차와 트럭으로 보이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조형물의 건너편으로 무언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전거를 놓고 구경을 가고 싶을 만큼의 호기심은 없다.

길을 안내하는 강물은 조금씩 협곡의 형태로 깊어져만 간다.

작은 마을을 지나며 나의 반대편으로 향하는 자전거 여행 커플을 지나쳤지만 짧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는 것으로 지나친다.

조금씩 더워지는 날씨에 지쳐갈 때쯤이면 그냥 손인사를 하며 지나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알타이를 지나며 오토바이를 탄 바이커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러시아를 지나 몽골까지 이어지는 고산지대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오토바이가 좋을 것 같다.

손을 흔들거나 엄지를 치켜세우며 지나치는 바이커들이 혼자 여행을 하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

도로변으로 관광지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세워져있고 작은 바위산 밑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조금 쉴까."

별 기대 없이 잠시 쉬기 위해 들어간 곳의 안내판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설명 사진이 걸려있다.

"사람 문양 돌? 상형문자?"

바위산을 배경으로 넓은 초원 위에 사람 얼굴의 돌상이 삐딱하게 기울어져 세워져 있다.

단순한 조각인데 왠지 모르게 강렬한 느낌이다.

상형 문자를 보기 위해 바위산으로 걸어간다.

"어디?"

"어디에?"

"어디에 그려진 거야?"

병풍처럼 솟아있는 바위산에는 사람들이 적어놓은 낙서를 지운 흔적 같은 것이 있을 뿐, 안내판에 찍혀있던 상형문자는 보이질 않는다.

"이건가? 어, 대충 느낌 나네."

바위산의 하단 부분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그림문자들이 보인다.

"말, 소, 사슴? 토끼? 얘도 무진장 심심했나 보네. 돌에다 낙서를 하고."

도로를 달리는 동안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낙서와 별반 다른 느낌은 없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락카로 낙서를 하고, 저 시절의 사람들은 돌로 낙서를 했다는 차이일 뿐.

"그래도, '나 왔다 감'보다는 생산적인 낙서네."

도로변에 세워진 작은 묘비, 자동차 핸들 모양의 묘비들인데 의미를 잘 모르겠다.

"묘비가 아닌가? 묘비 느낌인데."

어제 먹고 남은 빵을 한 개, 두 개 먹다 보니 모두 해치워버린다. 자꾸만 손이 가는 달콤한 맛이다.

인야가 가까워지며 도로는 매끈한 아스팔트로 새 포장되어 있다.

작은 마을을 지나치고.

협곡의 깊이는 더해진다.

그리고 많은 자동차가 정차되어 있는 오르막의 커브길, 카툰강의 협곡을 구경할 수 있는 장소가 나온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협곡 쪽으로 걸어간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언덕 밑으로 굽이지며 휘돌아가는 카툰강의 강줄기가 멋진 산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시원하다."

어떤 편의 시설이나 유치한 전망대조차 없는 자연의 언덕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이라 더욱 마음에 든다.

잠시 언덕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인야로 향한다.

묘하게 구부러지고 휘어진 도로를 오르고.

인야의 초입에 들어선다.

자전거 투어 관련 스티커들도 보인다.

"스티커 생각은 못 했네. 하나 만들어서 올 것을."

독일 커플의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인야의 오래된 나무다리를 찾으며 마을을 지나친다. 조용하고 오래된 마을처럼 느껴진다.

마을을 관통하고 강을 건너는 다리 부근에 작은 동상 하나가 세워져 페달링을 멈추게 만든다.

"오, 레닌!"

구소련이 붕괴되며 레닌의 동상들이 모두 허물어진 것으로 알았는데, 이곳의 동상은 큰 훼손 없이 그대로인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나의 사고와 가치관에 있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인물이 아닐까 싶다. 대학시절 자본론을 비롯하여 그와 관련된 많은 책들을 읽었던 기억이 스쳐간다.

"모스크바 정도에서 볼 줄 알았더니, 일찍 보게 되니 반갑네."

조촐한 레닌의 동상을 구경하고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는 인야를 벗어나 8km 거리에 떨어진 작은 강변 마을에서 캠핑을 하기 위해 출발한다.

협곡을 건너는 다리를 건널 때 다리의 왼편으로 찾고 있던 인야의 오래된 다리가 나타난다.

"저기에 있었구나."

바람과 함께 온종일 업다운을 반복했던 페달링의 속도도 느려져만 가고.

거북손처럼 생긴 기묘한 산이 정면에 나타난다.

"묘하게 생겼다."

잠시 후 짧은 내리막길의 끝에 야영지로 생각했던 작은 강변의 마을에 도착한다.

작은 수로를 따라 시냇물의 흐르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의 흙길을 따라 카툰강 쪽으로 내려갔다.

"강변에 괜찮은 야영지가 있을까?"

낮은 지형의 강변은 작은 모래들이 퇴적되어 캠핑을 하기에 괜찮았지만 양과 염소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공간이라 텐트를 칠 수가 없다.

"일단, 슈퍼가 없나?"

캠핑을 하기 위해 슈퍼를 찾아봐도 아무것도 없다. 나무 울타리로 되어있는 집들의 텃밭에는 감자처럼 보이는 것들이 심어져있고, 골목에는 사람들의 인기척도 보이질 않는다.

오는 도중 빵과 음료를 모두 먹은 후라 패니어 안에는 변변찮은 간식만이 몇 가지 남아있는 상태이다.

무엇보다 내일 80km 정도의 라이딩을 하기 위해서는 비상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네트워크도 끊기고 슈퍼도, 식당도 없네."

마을 앞의 도로변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잠시 고민을 하다 인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음식이든 통신이든 둘 중에 하나는 있어야지."

내려왔던 내리막길을 다시 올라가야 했지만 뒷바람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인야로 되돌아온다.

"젠장, 한 시간 반을 날려버렸어."

인야로 돌아와 식당을 찾고, 슈퍼도 확인한다.

작은 도로변의 식당에서 아주머니가 말하는 수프를 주문하고 환타 한 병을 사 마신다.

주방으로 들어간 아주머니는 접시에 무언가를 담아와 보여주며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중얼거린다.

"만두? 오케이! 다해서 얼마예요?"

아주머니는 메모지에 203을 적어서 보여주고, 음식을 준비하는 그녀에게 식당 옆의 공간에 텐트를 치고 잘 수 있는지 물어보니 안 된다는 제스처를 한다.

인야의 다리를 건너기 전 텐트를 칠만한 곳을 두어 군데 생각해 두었지만, 식당의 주변에 야영을 하면 내일 아침 식사까지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쉽다.

"뭐 어쩔 수 없고."

금방 조리가 되어 나온 수프는 우리의 육개장과 비슷한 맛이 난다. 면과 고기, 육수와 채수의 조화가 나름 괜찮은 맛이다.

"오호, 러시아의 수프는 이런 맛이군. 괜찮네."

고기만두와 함께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슈퍼로 들어갔지만 딱히 살만한 것이 없다.

"저녁은 해결했으니 내일 아침에 다시 오자."

다리를 건너가면 내일 아침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마을의 주변에서 야영지를 찾고 싶다.

"마당에 텐트를 치면 좋을 것 같은데, 아무 집이나 불쑥 들어갈 수도 없고."

마을을 둘러보며 이왕이면 협곡 쪽의 집들이 좋겠다 싶어 골목길을 따라 무작정 들어간다.

협곡의 언덕 위, 전망이 좋은 곳에 작은 의자와 테이블이 만들어져 있다.

"와우, 죽이는데."

나무 전망대에 앉아 카툰강을 바라보다 마당이 있는 건너편 집의 아이들과 눈이 마주친다.

"하이!"

재잘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젊은 남자에게 나를 가리키고, 남자는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온다.

"마당에 텐트를 치고 자도 될까요?"

번역기를 보여주니 남자는 흔쾌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땡큐!"

자전거를 세워두고 전망대에 앉아 잠시 쉬는 동안 남자는 누군가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창고처럼 생긴 곳의 주변에 텐트를 치려고 마당으로 들어가니 남자가 다가와 다른 곳에 텐트를 치라며 마당의 안쪽으로 안내한다.

마당의 안쪽, 나무로 만든 게르처럼 생긴 공간(바베큐를 구워 먹은 장소)의 뒤편을 가리키며 원하는 곳에 텐트를 치라는 안내를 하고 남자는 집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텐트를 치려고 준비를 하는데 남자가 다가와 머뭇거리며 핸드폰을 보여준다.

루블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 200루블을 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다. 조금 당황했지만 차라리 그것이 속 편하겠다 생각이 든다.

"응. 알았어. 근데 너 이름이 뭐야?"

"게무진."

텐트를 치고 집 안을 둘러본다. 아이들의 놀이터, 그네, 바베큐장, 화단 등 아기자기한 손길이 느껴진다.

용도를 알 수 없는 작은 집들도 몇 채가 들어서 있고, 감자를 기르는 텃밭과 염소들의 헛간도 들어서 있다.

대부분의 집들이 울타리 안쪽으로 감자를 기르는 텃밭이 있다.

창고처럼 보이는 곳에는 쇠붙이로 공예품 같은 것을 만들고 있다. 취미 생활인지 솜씨가 그럴듯하다.

게무진에게 500루블을 줬더니 잔돈이 없는지 차를 몰고 어딘가로 나간 후 300루블을 내어준다.

"이거 네가 만든 거야?"

"아버지가 만든 거야. 기념품."

게무진의 아내로 보이는 젊은 여자는 창고 옆 칸의 공간에서 무언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오른다.

"부엌이 외부에 따로 있는가?"

그녀에게 안쪽을 구경해도 되는지 물어보니 조금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반야."

창고의 한편은 사우나를 할 수 있는 반야로 사용하고 있다. 한 가족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 나무 의자 같은 것이 놓여있고 불을 지펴놓은 후라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아이들의 나무 그네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게무진의 아버지가 무언가를 마시는 시늉을 하며 집을 가리켰지만 정중하게 사양을 한다.

"200루블 받아서 삐진 거 아냐. 오늘 조금 피곤해서 그래."

아직은 러시아 사람들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몽골의 사람들에 비해 편안하기는 하지만 상냥한 느낌은 없다.

아마도 외지인, 동양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산중의 마을이라 낯설어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63일 / 흐림
코쉬아가츠-아크타쉬
이틀째 비가 내리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코쉬아가츠를 떠나 러시아의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이동거리
103Km
누적거리
11,089Km
이동시간
6시간 56분
누적시간
801시간

P256
P256
65Km / 4시간 21분
38Km / 2시간 35분
코쉬아가
쿠라이
아크타쉬
 
 
183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8,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내리던 비는 아침까지 계속되고 있다. 숙소의 창밖에 설치된 온도계의 눈금은 10도를 가리키고 있다.

몽골의 국경에서 70km 정도 떨어진 곳이지만 완전히 다른 환경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오늘은 가야 해."

짐들을 정리하고 아쿠아 슈즈와 레인 팬츠를 꺼내고.

중국에서 차려입었던 우중 라이딩 복장을 갖춘다.

"오랜만이네. 고무장갑이 빠졌군."

필립과 마리사에게 내 이야기를 들었다는 두 명의 자전거 여행자에게 인스타그램 메시지가 온다. 러시아 구경을 넘어 코쉬아가츠 근처에서 도착한 것 같지만 그들을 기다릴 수는 없다.

"인연이 있으면 길 위에서 만나겠지."

패니어들을 장착하고 떠날 준비를 한다. 강한 비바람은 없지만 조금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다.

오늘 가야 할 목적지는 100km 거리의 Aktash.

국경과 가깝다 보니 짐을 싣고 가는 바쁘게 달리는 차량들이 많다. 좁은 이차선 도로에 조심스럽게 진입을 하고, 다행히 차량들의 매너가 좋은 편이다.

작은 다리를 건네 크게 좌회전을 하고.

서쪽 방향을 향해 조금 달려가니 코쉬아가츠의 경계가 바로 나온다. 알타이 공화국의 수도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454km, 도착까지 5일~6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작은 오르막과 평지가 이어지지만 대체적으로 라이딩하기에 편안한 길이 이어지고, 핸드폰으로 실행해둔 라디오는 연결이 불안정하더니 완전히 끊겨버린다.

위너님의 여행기에 러시아의 산길에서 데이터가 안된다는 내용이 생각난다. 이제 통신이 없다고 해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한 시간의 라이딩을 하고, 첫 번째 나타난 마을의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려고 하니 뒷바퀴의 느낌이 이상하다.

"빵구! 오랜만이네."

바람이 너무나 강하게 불어 도로에 이물질조차 없을 것 같은 몽골에서는 펑크에 대한 걱정이 없었는데, 러시아에서의 신고식을 일찍도 한다.

작은 철심을 제거하고, 전부터 조금씩 바람이 새던 튜브를 정비해둔 예비 튜브로 교체한다.

맥주 안주로 사두었던 작은 빵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대신하며 타이어의 바람이 새는지 기다린다.

튜브는 잘 교체된 것 같다.

도로를 건너 자전거에 오르려는 순간 차량 한 대가 정차하더니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몽골의 국경에서 만났던 삐꾸가 창문을 열고 밝게 웃고 있다.

"삐꾸!"

서둘러 자전거를 가로등에 기대어 놓고, 이스카, 아카, 삐꾸와 반가움의 포옹을 한다. 다시 몽골로 돌아간다는 그들은 도로변에 서있던 나를 보고 차량을 유턴해서 돌아온 모양이다.

우연히도 여러 차례 만나게 되는 세 사람이다. 승용차 안에는 처음 보는 여자들이 나를 향해 인사를 하고, 흥미로운 표정으로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스카, 러시아 가서 여자친구들 만들고 왔어?"

반가움의 인사들을 하는 사이 세워두었던 자전거가 기우뚱 움직이더니 푸시식 소리를 내며 뒷바퀴가 주저앉는다.

"오 마이 갓!"

이스카와 삐꾸는 무슨 일인가 신기하게 뒷바퀴를 만져보며 대화를 하고, 아카는 자전거를 버스 정류장까지 옮겨준다.

국경을 넘기 위해 서둘러야 하는 세 사람과 아쉬움의 인사를 차례대로 하고 헤어진다. 정말 아쉽다.

"그런데 넌 뭐냐?"

튜브를 꺼내보니 튜브를 장착할 때 림과 타이어 사이에 튜브의 일부가 씹혔나 보다. 다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찢어져 있다.

중국 쉬안화에서 사두었던 새 튜브를 꺼내어 교체한다.

"오랫동안 문제없이 가 보자. 부탁해!"

길은 작은 강을 따라 이어지고 수변의 나무들은 울창하게 들어서 있다.

작은 오르막길이 계속되고.

차가운 바람이 손등을 시리게 만든다. 중국의 고무장갑이 아쉽다.

계속되는 비바람으로 조금씩 한기가 밀려들고 배고픔도 함께 찾아든다.

바람을 등지고 작은 카스테라 빵을 꺼내어 허기를 달랜다. 낱개로 포장이 되어 먹기가 편하고 달콤한 잼이 들어있어 꽤 맛이 좋다.

다시 빗속을 달려 작은 오르막이 끝나고 언덕 위에 몽골의 어붜처럼 작은 돌무더기가 쌓여있다.

빗줄기는 다시 강해지고 평탄해진 도로를 한참 동안 달린다.

잠시 비가 멈추고 바람도 사그라든다.

60km의 거리를 달려 작은 마을이 나오고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오늘 여기까지만 탈까."

가야 할 길의 오르막길을 보니 게으름이 생긴다. 아크타쉬까지 35km의 거리가 남았고 시간은 3:40분을 가리키고 있다.

"갈까 말까?"

긴 오르막을 오르고 다시 경사가 높은 오르막이 이어진다.

그리고 나타난 내리막길.

"그래, 이제 달려 볼까?"

비와 바람, 천천히 스며든 한기 속에서 지속되던 오르막을 끝내고 내리막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순간 뒷바퀴가 물컹거린다.

"뭐지?"

순식간에 빠져버린 바람, 마땅히 자전거를 눕힐 곳이 없어 자전거를 끌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다.

작은 못 하나가 야무지게 타이어에 박혀있다.

오전의 펑크로 예비 튜브를 버리고 장착한 새 튜브, 여분의 튜브도 없고 비가 내리는 도로변에서 너무나 난감하다.

"중국의 펑크 귀신이 러시아에서 다시 붙었나."

"펑크 패치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빗속에서 어렵게 물기들을 제거하고 펑크가 난 곳을 정비했지만 이내 바람이 빠지고 만다.

"아앙. 제발!"

튜브를 다시 제거하니 못이 튜브를 관통했는지 펑크패치를 붙인 반대편에도 구멍이 나있다.

다시 펑크패치를 덧붙여 마무리를 했지만 다시 바람이 빠진다.

"새 튜브인데, 이건 안되겠네."

오전에 펑크가 난 튜브를 꺼내어 펑크가 난 곳을 찾는다. 비와 바람이 불어오는 도로변에서 작은 바람 구멍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가 않고, 한참 동안 튜브에 귀를 가까이하고 앉아있으니 지나가던 승용차 한 대가 정차하더니 괜찮은지를 묻는다.

다시 어렵게 펑크패치를 붙이고 세 번째 펌프질을 한다.

"30km만 가자. 그나저나 튜브도 없고, 펑크패치도 떨어져가고 문제네."

길은 내리막으로 길게 이어지고 아크타쉬의 경계를 알리는 안내 표지가 나타난다.

하루 종일 내리던 비도 잠시 소강상태가 되고.

주변의 자연환경은 몽골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짙푸른 녹음의 산속, 나무와 풀 그리고 바람의 냄새가 싱그럽다.

나무로 지어진 펜션과 가옥들의 모양들이 침엽수의 숲과 어우러져 너무나 예쁘다.

아크타쉬에 도착한다. 높은 알타이산맥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 아늑한 느낌의 산골마을이다.

마을 초입의 식당에서 숙소를 검색하고, 바이커들이 많이 이용하는 숙소를 선택한다.

마을의 중심에 있는 마트와 학교를 지나.

검색했던 숙소에 도착하고.

나무로 지어진 이층 구조의 건물의 내부는 좁고 허름하다.

뚱뚱한 아주머니가 거친 쉼호흡을 하며 잠시 기다리라는 제스처를 하고, 핸드폰으로 영어 번역을 하여 몇 명인지를 묻는다.

"져스 원! 하우 머치?"

"400루블."

아주머니는 자전거를 창고로 사용하는 방 안으로 넣어두라고 말한다. 바이커들과 가난한 여행자들이 많이 찾아오는지 응대가 자연스럽고 능숙하다.

아주머니는 누군가를 부르자 어린 여자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2층의 방을 안내한다.

열쇠를 건네주고 내려간 그녀는 타올과 슬리퍼를 들고 다시 올라와 잠시 후 여권을 가지고 내려와 달라고 한다.

1층으로 내려가니 아주머니는 숙박계 같은 것을 낡은 노트에 빼곡하게 적는다.

아주머니의 딸이나 손녀로 보이는 어린 여자는 자신을 안나라고 소개하고 1층에 있는 화장실과 샤워실 그리고 주방을 안내해 주고, 나가고 들어올 때 현관문을 잠그라며 열쇠로 문을 잠그는 것을 알려준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마트가 있는 곳으로 나간다. 제법 큰 규모의 마트를 중심으로 작은 노점 카페들이 있었지만 모두 문이 닫혀있다.

마트 건너편의 건물에 음식 메뉴 현수막이 걸려있어 안으로 들어간다.

작은 식당에는 눈웃음이 예쁜 어린 남자와 아주머니가 동양인의 등장에 잠시 의아해하더니 친절한 웃음을 보여준다.

주방 앞 테이블에 놓여있는 갈비찜 같은 고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거, 이거 줘!"

가격을 물어보니 200루블, 커피와 고기를 주문하니 이미 조리가 된 고기를 접시에 담아 전자렌지에 데워준다.

"오. 빨라서 좋다!"

큰 소갈비 3대와 감자 그리고 상추와 풋풋한 향이 나는 채소를 접시에 담아준다.

"그냥 먹어?"

어떻게 먹는지 제스처를 하니 손으로 들고 뜯으라고 알려준다.

갈비는 너무나 부드럽고 맛이 좋다. 15cm 정도의 두툼한 갈비살과 함께 준 채소들을 곁들인다.

식사를 하며 아주머니에게 맛이 좋다는 표현을 하니 아주머니는 빵이 필요한지를 묻는다.

"아니, 그 옆에 생선을 줘."

"피쉬?"

"응."

생선을 먹은지가 너무 오래됐다. 두툼한 생선찜, 명태처럼 느껴진다.

갈비찜을 한 접시 더 달라고 주문하니 아주머니가 웃으며, 매콤한 토마토 소스 같은 것을 조금 덜어 접시에 담아준다.

"냅킨도 이쁘네."

정신없이 고기를 먹는 동안 작은 식당에는 러시아 사람들로 가득 찬다.

"아고, 잘 먹었다. 내일 또 먹어야지."

숙소로 돌아와 소파를 개조해서 만든 넓은 간의 침대에 쓰러진다.

낡고 허름한 숙소지만 세상 편안하고 좋다.

빗속에 100km 정도의 산길을 달려오니 졸음이 밀려온다.

아직은 러시아에 왔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내일은 맑았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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