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25일 / 맑음
올덴부르크-허번
독일의 첫 번째 여행이 끝나간다. 바람이 부는 날, 독일과 네덜란드의 국경을 향해 달려간다.


이동거리
76Km
누적거리
20,705Km
이동시간
5시간 23분
누적시간
1,534시간

 
바람
 
바람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올덴부룩
 
Garrel
 
허번
 
 
428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독일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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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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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9-173-407-6943

 

바람이 불지만 어제처럼 상쾌한 아침이다.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여 피곤함이 남아있다.

패니어에 넣어둔 사과로 아침을 하고 바로 출발을 준비한다.

암스테르담까지의 전체 경로를 확인하고, 100km 정도 떨어진 메펜을 오늘의 목적지로 설정한다.

"23일 정도 암스테르담에 도착하겠네."

유채꽃 같은 배추꽃의 향기가 좋은 들녘,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의 움직임과 불어오는 바람의 느낌이 심상치 않다.

작은 마을을 지나치며 빵집에 들러 아침으로 먹을 빵을 사 들고, 한 시간여를 달린 후 벤치에 앉아 허기를 달랜다. 치즈 같은 것이 올려진 빵인데 짭조름한 맛이 마음에 들어, 자주 사서 먹는 빵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들녘에는 계속해서 풍력 발전기가 몇 기씩 무리를 지어 세워져 있다. 아마도 바람이 많은 동네인가 보다.

"한 번쯤 머리를 돌리고 있을 법도 한데."

방심한 사이 구글맵은 들녘 사이로 난 흙길로 길을 안내하고.

"아침인데 하늘빛이 저녁처럼 느껴지네."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속도가 나질않고, 피곤함 때문인지 쉽게 지쳐간다.

"몸이 안 좋은가? 요즘 왜 이러지?"

버스 정류장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유럽 사람들의 생활자전거들은 참 정감이 간다. 저렴해 보이는 자전거를 타고, 모두 짐을 싣는 바구니나 패이어들이 달려있다.

자전거에 대한 인식도 달라 보이고, 차량들은 자전거가 지나가면 우선적으로 지나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다. 도로나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기 힘든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

독일의 가로수나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는 도토리 나무인 참나무들이다. 나뭇잎과 도토리가 떨어져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수명이 오래된 나무들의 모습도 너무 멋지다. 탈린과 리가에서도 가을의 황금빛 도시의 풍경을 만들어 주던 나무들도 참나무였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참나무를 가로수로 사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낙엽이나 토도리가 많이 떨어져서 그런가?"

중국의 월계수, 카자흐스탄의 소나무, 러시아의 자작나무, 발트해의 참나무, 북유럽의 침엽수가 떠오르는데 우리의 공원에 어떤 나무가 심어져 있었는지 딱히 떠오르질 않는다.

첫 번째 들어선 타운에서 슈퍼마켓으로 간다.

"너를 사용해 볼 테다!"

며칠 동안 마시고 버리지 않은 콜라와 생수병을 꺼내어.

재활용 병을 수거하는 기기에 넣는다. 찌그러진 페트병을 넣으니 빙빙 돌아가는 롤러는 페트병을 뱉어낸다.

"오호!"

찌그러진 페트병을 바람을 불어 본래의 모습으로 만들고 다시 기기에 넣으니 페트병이 안쪽으로 사라지고 모니터에 25센트가 찍힌다.

세 개의 빈 페트병을 반환하고 75센트가 찍힌 영주증을 받는다.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계산할 때 계산원에게 줘 봐야지."

어제 슈퍼마켓에 들리지 않아 모두 떨어진 비상식들을 다시 채우고, 계산을 하려니 계산원이 재활용 영수증을 자연스럽게 받은 후 포스기로 스캔을 한다.

"정말 멋진 시스템이다."

빈 페트병 4개가 1유로이니 꽤 쏠쏠한 금액이다. 그 동안 그냥 버린 페트병들이 아깝게 느껴진다.

"앞으로 잘 모아야겠다."

타운을 벗어나는 동안 하교를 하는 아이들이 자신의 책가방을 자전거에 싣고 집으로 간다. 헬멧을 쓰고 바구니에 책가방을 넣은 모습들이 너무나 보기 좋다.

작은 꼬마 아가씨도 작은 책가방을 작은 자전거에 싣고 부지런히 페달을 밟는다.

"네덜란드에 가까워지는데 풍차는 없고, 하루 종일 바람개비만 보이네."

타운을 벗어나면서부터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아침부터 불어오던 바람은 등을 돌리고 서있는 커다란 바람개비만 신나게 돌리고 있다.

"바람의 동네다."

바람이 불어오는 들판, 작은 마을과 타운을 번갈아 가며 지나치는 동안 바람 때문에 지치고, 마을과 타운의 인도 위로 이어지는 울퉁불퉁한 자전거 도로에 힘이 빠진다.

다시 작은 타운을 지나친다.

"메펜, 아직도 40km나 남았어?"

"쉬자. 쉬자."

"왜 이렇게 힘든 거야? 어제 고기도 먹었는데!"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았던 허리도 아파오고, 다리도 뻐근한 것이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바람 앞에 장사 없어!"

타운을 벗어나고.

천천히 하루가 마무리되어간다.

거대한 바람개비들을 지나고 나면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바람개비들이 서 있다.

"정말 징그럽다!"

속도가 나질 않는 자전거를 억지스레 페달을 밟으며 도로를 따라간다.

커다란 닭농장이 나온다. 철조망이 쳐진 넓은 들판 가운데 커다란 축사가 있고, 수없이 많은 닭들이 들판을 돌아다니고 있다.

"닭을 사육해야 한다면 최소한 이런 시스템이어야 하는데."

동물복지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사육시스템에는 문제가 너무 많다.

"아주 줄을 지어 떼로 서 있구나."

타들어 가는 듯 유난히 붉은 석양빛이 물든다.

"더는 못 가겠다. 몸살 나겠어!"

5시가 되기 전, 도로변 오래된 참나무 아래 텐트를 펼친다.

"정말 힘든 날이었다!"

암스테르담까지 250km 정도가 남았고, 내일이면 네덜란드의 국경을 넘어간다.

이글, 안드레에게서 영상통화가 와 반가운 얼굴들을 보고, 월터와 함께 25일 다시 통화를 하자고 약속을 한다.

"어쨌든 조금 휴식이 필요한 것 같아."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24일 / 맑음
제븐-브레멘-울덴부르크
빠르게 네덜란드를 향해서 달려간다.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90일의 체류기간을 허용하는 쉥겐기간의 아쉬움이 많다. "조금 더 여유롭게 유럽을 여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이동거리
77Km
누적거리
20,629Km
이동시간
5시간 50분
누적시간
1,529시간

 
잡채?
 
델멘호르스트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제븐
 
브레멘
 
울덴부룩
 
 
35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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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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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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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상쾌한 아침이다.

"적응 안되게 왜 이러는 거야."

9시가 넘어 잠에서 깬 아침, 게으름을 피울 시간 없이 출발을 서두른다.

"너무 여유를 부렸나?"

자전거 트러블과 허리 통증으로 느긋하게 여유를 부렸더니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일정이 빡빡해졌다.

암스테르담에서 만나기로 한 월터와 메세지로 도착 일자를 확인한다.

"크리스마스 때 한국음식을 만들어 줄 수 있냐고 가족들이 물어보는데?"

유럽의 가정에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는 것이 궁금하기도 하고,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글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해 볼게. 잡채!"

혼자서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특별히 음식을 만들어 먹질않아 할 수 있는 음식이 없다.

누군가를 위해서 만들어 본 첫 번째 음식은 잡채였다. 야채들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라 손이 많이 가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웬만해서는 맛이 없을 수 없는 음식이다.

"할 수 있을 거야. 나와 같이 재료를 사고 아침에 음식을 만들어야 해."

잡채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하고 나니 당면을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가만, 참기름하고 볶은깨는 어떻게 하지."

잡채의 완성은 참기름과 살짝 뿌린 깨인데."

암스테르담에 아시안푸드 슈퍼마켓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최근 들어 가장 날씨가 좋은 날이다. 트러블이 사라진 구동계의 부드러움과 삐걱거리던 잡소리가 사라진 패니어렉이 고정되어 있으니 페달링이 경쾌해진다.

매일처럼 흐리고 비가 내리던 날에는 이곳에 살면 우울증이 걸리겠다 싶더니, 하늘이 맑고 포근할 정도의 따듯한 기온의 겨울 날씨가 너무나 좋다.

"유럽의 겨울은 이런 맛이군!"

들녘의 노란 배춧꽃의 향기도 좋고.

한가한 도로변의 풍경도 시간의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어라, 이쪽 길이 훨씬 빠른데."

구글맵의 안내를 무시하고 이정표를 따라 작은 타운을 가로질러 간다.

우회전과 유턴을 떠들어 대는 구글맵은 계속해서 멀리 돌아가는 길을 안내한다.

"싫다!"

구글맵의 안내를 무시하고 타운의 메인도로를 따라간다.

타운을 벗어나고 구글맵이 그토록 돌아가라던 도로와 다시 만나고.

브레멘의 경계에 들어선다.

시외곽의 맥도널드로 들어가 배터리를 충전하고, 와이파이를 사용하며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한다.

8유로 정도의 햄버거 세트 가격이 비싸게 느껴지지만 독일의 햄버거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크기가 남다르다.

브레멘은 함부르크에 비해 작은 도시지만 자전거 도로도 괜찮은 편이고 도시의 분위기도 밝게 느껴진다.

"널 누르고 기다리는 것도 일이다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고, 패니어를 단 생활자전거들도 많다. 재미있는 모습은 어린아이들의 자전거에도 패니어나 렉이 달려있어 아이들의 짐은 아이들이 가지고 다닌다.

어릴 때부터 생활자전거에 대한 습관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보기 좋고, 부럽다는 생각이다.

시청이 있는 구시가지를 찾아간다.

구시가지의 초입의 공원에 예쁜 풍차가 눈에 들어오고, 거리에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지?"

크리스마스 시즌을 감안하더라도 작은 소도시의 거리에 북적이는 사람들의 모습에 의아한 생각이 든다.

"독일의 인구가 몇 명이지?"

구시가의 초입 골목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가 가득하다.

시청광장으로 걸어가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는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기 힘들 정도다.

오래된 시청 건물이 보이고 주변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 있다.

시청 광장 주변의 오래된 멋진 건물들이 궁금하지만 크리스마스 마켓들로 인해 다가가 구경을 할 수가 없다.

"아, 아쉽다. 멋진 건물인데."

함부르크의 시청만큼 멋진 브레멘의 시청 건물이다.

"멋진데,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네."

시청 옆으로 우뚝 솟은 두개의 첨탑이 인상적인 성 베드로 성당. 1,042년에 완공되었다는 성 베드로 성당의 모습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거리를 두고 전체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아, 크리스마스 마켓!"

성당의 측면으로 돌아가도 역시나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 있다. 유럽의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도시의 풍경을 구경할 수 없으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브레멘이 이렇게 생겼구나.

복잡하게 구성된 오래된 옛도시의 모습이 궁금하고, 작은 골목들을 걷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너무 아쉽다. 브레멘! 시간이 없어."

함부르크의 모습에 조금 실망한 터라 큰 기대 없이 브레멘의 시내로 들어왔는데 브레멘의 모습은 호기심을 자극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뒤로하고 길을 출발하지만 시간의 흔적이 묻어있는 법원 건물이 다시 바쁜 걸음을 붙잡는다.

"멋지다."

작은 카페 골목을 지나 구시가지를 벗어나는 길을 찾는다.

"브레멘, 멋진 도시네."

작은 베저강을 넘어 구시가지를 벗어나고.

다음 경로를 확인하며 잠시 쉬어간다.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길은 여러 갈래의 길이 있어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 작은 도시들을 지나쳐 가는 길과 조금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는 길, 각기 다른 장단점들이 있어 선택이 어렵다.

"몰라. 다음 델멘호르스트로 가자."

브레멘에서 15km 정도 떨어진 타운 델멘호르스트를 향해 출발한다.

작은 도로를 따라가던 중 브레멘의 경계 도로변에서 통닭을 팔고있는 푸드트럭을 지나친다.

"안 돼!"

자전거를 세우고 푸드트럭으로 되돌아간다.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결코 그래서는 안된다.

"얼마예요?"

"한 마리? 7.60유로."

"주세요!"

지갑 속 잔돈을 털어 통닭값을 지불하고.

장작구이가 아니라서 아쉽지만 끝없는 행복감이 밀려든다.

3시 20분, 따듯한 통닭을 패니어에 넣고 경쾌하게 페달을 밟는다.

"지금 당장 해가 떨어져도 실망하지 않을 거야!"

작은 타운 델멘호르스트의 거리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하고.


역시나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있다.

"내일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사 볼까?"

아이들의 전용열차는 만원의 꼬마 손님들을 태우고 커다란 경적소리와 함께 출발을 한다.

4시가 지나고 맑은 하루를 선사했던 붉은 태양이 석양빛으로 사라진다.

"정말 좋은 날씨였어!"

"그리고 날씨만큼 더 좋은 하루였어!"

남은 석양빛 속에서 야영지로 생각했던 도로변 숲을 찾아간다.

어둠 속에서 텐트를 펼치고, 어젯밤처럼 밝은 별빛들이 반짝이는 밤이다.

"오늘만큼만 좋은 하루를 부탁해!"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23일 / 맑음
마이볼름스토르프-제븐
브레멘으로 향하는 길, 트러블이 일어나는 자전거를 정비해야 한다. "자전거샵이 어디에 있는 거야?"


이동거리
47Km
누적거리
20,552Km
이동시간
4시간 14분
누적시간
1,523시간

 
73도로
 
자전거정비
 
 
 
 
 
 
 
14Km / 1시간 10분
 
33Km / 3시간 04분
 
마이볼름
 
아픈슨
 
제븐
 
 
275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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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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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유로(1유로=1,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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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부터 내리던 요란스러운 비는 새벽 무렵 멈추기 시작한다.

"텐트가 마를 날이 없어요."

북유럽을 지나고 독일에 들어선 후 날씨가 좋아졌다는 것을 확연히 느끼지만 흐린 하늘과 가끔씩 내리는 비는 여전하다.

"오늘 브레멘까지 갈 수 있을까?"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깨었지만 침낭 안에서 벗어나기가 싫다.

"이런 게으름이 좋은데, 일어나자."

카카오톡 인증을 위해 한국에서 핸드폰을 개통하기로 한다. 카카오톡에서 요청한 통신사의 이용계약 확인서를 받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서류를 들고 대리점을 가야만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다.

"카카오, 잊지 않겠다!"

며칠 후 핸드폰을 개통하겠다는 누나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아무리 대리인이 개통하는 것이라지만 왜 인감도장까지 필요한지 정말 이해를 못하겠다.

"참 쓸데없는, 출생신고서와 토지문서를 요구 안 하는 게 다행이네."

10시, 브레멘을 향해서 출발한다. 비도 내리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는 날이다. 며칠째 괴롭히던 허리의 통증도 조금은 사라진 느낌이고, 아직도 왜 허리가 아픈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무게가 많은 자전거를 들거나 옮길 때 누적된 피로인지 아니면 1년 가까이 계속된 텐트생활로 인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날씨 때문인지 오랜만에 페달링이 가볍게 느껴진다. 5km 정도를 이동하던 중 고가의 밑으로 맥도널드 매장이 보인다.

"아니, 왜 거기에 있는 거야?"

아침도 해결하고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위해 맥도널드로 들어가 자동주문 기기로 메뉴를 선택하는데, 햄버거 세트가 보이질 않는다.

두세 차례 주문을 취소하고 확인을 해도 햄버거 세트는 없고, 블랙퍼스트 메뉴만이 제공된다.

"그냥 먹자."

따듯한 커피가 생각나 콜라 대신 커피를 선택했더니 아주 커다란 머그컵에 커피가 담겨 나온다.

"야! 햄버거가 커야지, 커피가 크면 어쩌냐!"

아침메뉴라 햄버거의 크기도 작고, 가격도 저렴하여 치킨버거를 하나 더 주문해서 허기를 채운다.

커피잔의 크기에 놀라 재미있어하며 핸드폰으로 방송들을 다운로드하는데 데이터 사용 경고음이 울린다.

"안 돼!"

맥도널드 매장의 와이파이를 연결하지 않고 데이터로 방송들을 다운로드하고 말았다.

"어, 아까운 내 데이터!"

Buxtehude, 이 작은 타운을 지나면 브레멘까지 도로를 따라 일직선으로 이동하면 된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인도와 함께 상태가 좋지 않은 자전거 도로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와 함께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정말 형편없는 독일이다. 차라리 자전거 도로가 없으면 도로를 따라가는 것이 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타운을 벗어나는 마지막 이정표를 확인하고, 지도를 재확인하며 잠시 주변을 둘러본다.

"어라, 자전거 가게!"

길쭉한 건물에 들어선 자전거 가게를 확인하고 고민에 빠진다.

"그냥 가던 길을 갈까? 자전거를 정비하고 갈까?"

오랜만에 느껴지는 페달링의 가벼움이 좋은 날이라 라이딩을 이어가고 싶지만 3개월 넘게 지속된 체인 트러블과 부러진 리어렉을 해결해야겠다.

어제의 매장처럼 규모가 제법 큰 매장이다. 요즘 자전거의 대세인 E 바이크의 종류도 다양하고, 스포츠형 자전거들도 종류가 다양하게 전시가 되어있다.

카운터로 다가가 우선 패니어렉이 있는지 문의를 한다.

"자전거 패니어 렉이 부러졌다. 패니어 렉이 있어?"

발음이 구린 탓이겠지만 영어로 말할 때 힘든 것 중에 하나는 현지에서 사용하는 단어들과 내가 사용하는 단어들이 다른 경우가 그렇다. 셀카, 핫스팟, 체크카드 등과 같은 콩글리쉬의 경우와 비슷하다.

"패니어 렉이라고 안 부르나? 왜 못 알아들어?"

 

전시된 자전거의 렉을 가리키며 다시 설명을 하고, 그냥 자전거를 보라며 카운터의 남자를 밖으로 데려간다.

자전거를 확인 한 남자에게 구동계도 함께 교환하고 싶다고 하니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한다.

"이 동네 자전거 가게들은 뭐가 이렇게 바빠?"

카운터의 남자는 정비실에서 중년의 자전거 미케닉을 불러서 나온다. 미케닉 아저씨도 자전거를 살피더니 창고에서 패니어렉을 꺼내와 보여준다.

"이건 약해. 곧 부러질 것 같다."

관절 부분들이 접히는 편리한 렉이지만 무거운 패니어와 장시간 흔들림의 충격이 가해지면 관절 부분이 부러질 것 같다.

미케닉에게 구동계를 보여주며 체인링, 스프라켓, 체인을 교환하고 싶다고 말하니 '체인링'을 말할 때 못 알아듣는 눈치다. 아마도 독일에서는 명칭이 다른가 보다.

"체인링, 같은 사이즈 체인링이 가게에 없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하려니 말문이 막힌다. 부품을 사서 직접 교환을 할 생각으로 카운터의 남자에게 독일과 네덜란드 중 어디가 더 싸냐고 물으니 독일이 더 저렴하다고 한다.

스프라켓과 체인을 집어 들고 혹시나 체인링이 없는지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미케닉 아저씨가 여러 개의 구멍이 뚫린 작은 고정 막대를 보여주며 패니어렉을 고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와우, 굿 아이디어!"

독일 자전거 매장의 정비실은 정말 구색이 완벽하다. 완전히 독립된 공간에 마치 자동차 정비실처럼 장비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갖고 싶은 공간이다."

미케닉 아저씨는 드릴로 렉에 나사 구멍을 뚫고 고정 스틱으로 자전거와 렉을 고정한다.

아저씨가 정비를 하는 동안 정비실을 둘러보다 쓸만한 체인링을 발견한다. 34T의 2단 체인링, T수가 작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사용할만한 크기다.

"체인비가 조금 부족하겠지만 속도를 낼 일도 없고, 힘도 없다."

임시적으로 사용을 한 후 적당한 체인링을 구하면 예비용으로 보관하면 될 것 같다.

렉의 수리를 마친 아저씨에게 구동계를 교환하고 싶다고 말하니 큰 한숨을 쉬며 가게를 닫을 시간이라고 말한다.

"12시 반인데?"

12시부터 2시까지 브레이크 타임, 하루 7시간 근무의 점심시간이다.

"역시 마인드가 달라. 이런 건 좋은 거야!"

자전거 샵을 운영하며 점심시간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먹던 밥을 팽개치고 정비를 하고 나면 입맛이 사라지고, 차가워진 음식들을 보면서 숟가락을 놓아버렸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필요한 부품들을 사서 가게를 나와 자전거를 뒤집는다.

"오랜만이네."

 

왜 무거운 공구를 패니어 속에 넣고 다녔는지 의문이던 스프라켓 공구를 꺼내어 스프라켓을 교환한다.

"정말 널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스프라켓 완료!"

다음은 표창처럼 마모가 된 풀리를 교환한다. 울산의 선화가 중국으로 보내준 예쁜 별들을 꺼내어 교환을 하고.

가장 큰 난관인 크랭크를 분리하고 체인링을 떼어낸다.

록타이트가 발려있는 1단 체인링의 나사를 푸는 것은 언제나 어렵고 짜증 나는 일이다.

34T의 체인링과 1단의 체인링을 교환하고, 새 체인을 걸어 정비를 마친다.

시커먼 기름때가 묻은 손을 닦아내고, 마모된 부품들은 깨끗하게 정리하여 쓰레기통에 버린다.

"아고, 어쨌든 정비를 했네."

유격이 생긴 앞바퀴의 허브와 변속, 브레이크 속선를 교환하고 드레일러와 캘리퍼를 점검하면 1년 동안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허브 정비용 스패너를 챙겨 올 것을 그랬나?"

무거운 스프라켓 공구를 챙기면서도, 가벼운 허브용 스패너 두 개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녹이 낀 변속선과 온갖 흙먼지가 쌓인 드레일러 때문에 약간의 변속이 문제지만 체인 트러블은 완전히 사라졌다.

"아직 실력이 녹슬지 않았군!"

1시 반, 자전거 정비를 끝내고 간결해진 자전거 도로를 따라 브레멘을 향해서 길을 따라간다.

"오늘은 멀리 못 가겠다."

15km 정도 남은 Zeven의 근처에서 야영을 할 생각이다. 타운의 슈퍼마켓을 검색하고, 타운 근처의 공원이나 숲을 검색하여 야영지를 확인한다.

어둠이 시작되는 저녁, 작은 타운의 도로가 요란한 크락션 소리로 가득하다. 한 무리의 트랙터들이 깜박이는 조명들을 켜고 길게 줄을 이어 도로를 달리며 커다란 크락션을 눌러댄다.

"시위 같은 건가?"

슈퍼에 들러 빵과 소시지, 콜라를 사 들고, 전단지나 광고판에 붙어있는 닭고기 요리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뭐, 주문형 요리야? 뭐야?"

작은 시골의 타운들에도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가득하다.

가로등이 있는 도로의 따라 타운을 벗어나고 도로변의 숲에 텐트를 펼친다.

스웨덴의 통닭처럼, 독일에서는 매일 소시지와 빵으로 저녁을 한다. 나름 나쁘지 않은 식사지만 다른 메뉴를 연구해 봐야겠다.

"너무 여유를 잡고 가나?"

암스테르담까지 400km 정도가 남았고, 월터는 24일에 만나기로 했다. 이틀 정도 암스테르담을 구경하려면 21~22일 사이에 암스테르담에 도착하면 좋을 것 같다.

"헐, 늦었네. 내일부터 열심히 달려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22일 / 맑음
함부르크-마이블름스토르프
함부르크를 떠나 네덜란드로 향한다. 자전거의 부러진 렉과 트러블이 잦아진 구동계를 정비해야 한다.


이동거리
34Km
누적거리
20,505Km
이동시간
4시간 03분
누적시간
1,519시간

 
수로
 
73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함부르크
 
보스텔벡
 
마이블름
 
 
228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독일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9-173-407-6943

 

따듯한 날씨의 아침이다. 영국의 EPL이나 스페인의 라리가의 축구경기를 보면서 추운 겨울 시즌이 힘들겠다 생각했는데 이곳의 겨울 날씨는 생각보다 따듯하다.

패니어들을 정리하고 출발을 준비한다.

"비가 안오니까 어쨌든 좋네."

10시, 체크아웃을 하고 하루의 일정을 생각한다.

"일단,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어제의 중식 뷔페는 오픈 시간이 한 시간 반이나 남았고, 맥도널드로 가려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중식 뷔페가 아쉽게 느껴진다.

"배부르게 먹고 출발하자."

숙소의 카페에 앉아 자료를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11시가 되어 중식 뷔페로 찾아간다.

유리를 닦고있던 중년의 중국인이 인사를 하며 25분 후에 오픈을 한다며 알려준다.

"11시 45분에 오픈한다고?"

식당의 주인으로 생각되는 남자는 성격이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이다. 어제 옆 테이블의 독일인들에게 음료를 추천하며 '저머니 워터'라며 맥주를 권하는 모습이 정말 살갑게 느껴졌다.

"슈퍼에 들러서 비상식을 사놓을까."

20분 정도의 빈 시간, 슈퍼에 들러 비상식을 사기 위해 슈퍼마켓으로 간다.

시청으로 가는 도로의 풍경이 함부르크에서 가장 예쁜 것 같다.

대형 쇼핑몰의 지하에 위치한 슈퍼마켓으로 들어간다.

"왜, 여기에만 있는 거야?"

도시의 시내에는 먹을 것도 많은데, 닭다리와 날개의 조리식품을 팔고 있다. 아쉽지만 빵만을 사들고 슈퍼마켓을 나오니 벽에 세워놓았던 자전거가 넘어지며 부러진 패니어 렉이 다시 틀어져 바퀴가 굴러가지 않는다.

"함부르크, 마음에 들지 않는 도시다."

자전거를 끌고 식당으로 돌아가고, 식당에 들어서자 중년의 남자는 밝게 눈인사를 하며 반겨준다.

"창가에 앉고 싶어요."

자전거를 확인하기 위해 창가의 자리를 달라고 하니 흔쾌히 자리를 안내해주며 여행에 대해 물어본다.

"오, 아주 대단한 여행이군요."

접시를 가득 채워 자리로 돌아오니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부부가 대단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식당의 남자가 나에 대해서 부부에게 설명을 한 모양이다. 정말 정감이 가는 아저씨다.

느긋하게 접시를 비워가며 점심을 먹고, 옆 테이블의 부부는 식당을 나가며 악수를 청한 후 좋은 여행을 하라며 인사를 한다.

점심시간이 되며 식당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주인아저씨의 모습을 보면 충분히 인기가 있을법한 식당이다.

"한식당들도 이렇게 위트 있고 친절하면 좋을 텐데."

이상한 일이지만 여행을 하며 한국 식당에 가면 의외로 스킨십들이 없다. 여행객들이 자주 들리는 식당이라 한국 손님이 특별하지는 않겠지만 주문이나 서빙을 하며 가볍게 한 마디 정도 인사를 하면 좋을 텐데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점심을 먹고 나니 1시가 되어간다. 100km 정도의 브레멘까지의 거리지만 오늘은 함부르크를 벗어나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겠다.

"배도 부르고, 가자!"

슈퍼마켓에서 넘어지며 렉의 상단 부분이 바퀴에 닿으며 불쾌한 잡음이 계속된다. 자전거를 세우고 부러진 렉을 고정한다.

케이블 타이를 다시 묶어서 렉을 고정하고 있으니 길을 지나던 젊은 여자가 도움이 필요한지 묻는다.

"어, 이쁘다."

빵모자를 쓴 보이쉬한 모습과 미소가 밝고 매력적인 여자다.

케이블 타이로 고정을 했지만 빠른 시일 내에 렉을 교체해야 할 것 같다.

리크머 리크머스호가 있던 항구를 따라 강을 건너고, 복잡한 수로들을 건너 함부르크를 벗어나야 한다.

항구를 따라 가지만 구글맵이 안내하는 다리가 보이질 않는다.

"다리가 안 보이는데."

구글맵이 안내하는 곳에는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없다. 페리를 타고 강을 건너라는 안내인지 다시 확인해도 구글맵의 안내는 분명 다리를 건너라는 안내다.

"뭐냐? 뭐냐고!"

황당한 상황 속에서 강의 주변을 배회하며 두리번거린다.

"설마?"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건물이 수상하다. 조심스럽게 건물로 들어가 안내판을 확인하니 아무래도 강의 지하로 터널이 뚫려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안내판을 보며 대화를 하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본다.

"저기, 여기 엘리베이터로 강을 건널 수 있나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세요."

건물 입구로 들어가니 엘리베이터의 출입문에 오토바이 표시가 그려져 있다. 가로로 길쭉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다.

"야, 이런 건 생각도 못했다."

강의 지하에는 밝은 조명의 긴 해저터널이 뚫려있고, 양쪽의 보행로와 중앙의 자전거길이 만들어져 있다.

"재미있군."

강의 건너편에도 같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해저터널을 지나 강의 건너편으로 나간다.

강의 건너편, 함부르크의 모습이 펼쳐진다. 평범한 도시의 모습이지만 높은 빌딩이 하나도 없는 것이 인상적이다.

강을 건너느라 길을 헤매는 동안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복잡한 수로들이 만들어진 작은 섬들을 지나며 다시 길을 헤맨다.

"함부르크. 너!"

강을 건너는 해저터널에서 만난 자전거를 타는 부녀에게 길을 확인하고, 함부르크로 가는 메인도로에 들어선다.

"힘드네. 어이없다. 함부르크!"

마지막 섬을 지나기 위해 길을 따라간다. 함부르크 주변의 난해한 모양의 섬들이 자연적인 모습인지 아니면 수로를 만드느라 섬의 모양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함부르크 외곽의 섬들에는 공업단지들과 발전소들이 자리 잡고 있어 황량한 느낌이 드는 지역이다.

"포항과 비슷한 느낌인가?"

마지막 섬을 지나 함부르크를 벗어났지만 피곤함이 밀려온다. 점심을 너무 많이 먹은 것인지, 길을 찾느라 진이 빠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피곤하다.

"벌써 3시네."

점심을 먹고, 강을 건넜을 뿐인데 붉은 석양빛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너무 느긋했나?"

자전거 도로가 완벽하지 않은 독일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가 않다. 이리저리 골목을 지나기도 하고, 철도길을 지하로 건너기도 하며 어렵게 길을 찾아간다.

"노르웨이, 스웨덴은 천국이었어! 독일, 실망이다."

점심을 먹은 후부터 느껴지던 갈증이 밀려들어 슈퍼마켓으로 들어간다.

"콜라. 콜라!"

이상하게 독일의 슈퍼마켓에서는 1.25리터의 콜라를 판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재활용과 관련이 되어있나 생각할 뿐이다.

물을 마시고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어 슈퍼마켓의 재활용 기기에 페트병을 넣어본다. 롤러 위에서 빙글빙글 돌던 페트병이 안쪽으로 사라지고 모니터에는 0.25의 숫자가 뜬다.

잠시 후 다른 행동이 없자 기기에서 0.25가 찍힌 영수증 같은 것이 나온다.

"아, 이렇게 쓰는구나."

아마도 계산을 할 때 재활용 영수증을 제시하면 재활용 비용만큼 현금 대신 계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멋진 시스템이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콜라로 갈증을 해소하고, 야영지를 정한다. 10km 정도의 거리에 공원 같은 공간이 검색된다.

"오늘은 여기까지!"

도로변 마을들이 이어지고, 인도 위로 무늬만 그려진 자전거 도로를 따라간다.

"우리나라 자전거 도로의 표본이 독일인가?"

4시가 넘어가도 석양빛이 밝다. 핀란드에서 처음 접한 짧은 하루의 황당함이 생각난다. 북유럽 보다 한 시간 정도 일조시간이 길어진 느낌이다.

작은 타운을 지나며 환하게 불이 밝혀진 자전거 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해가 지는데 어떻게 하지?"

잠시 고민을 하다 자전거샵으로 들어가 패니어렉이 있는지 확인하고, 구동계의 교환 비용을 문의한다.

규모가 꽤 큰 매장이다. 자전거를 확인하더니 창고에서 꺼낸 패니어렉을 보여줬지만 일반 자전거에 사용하는 렉이라 제한 무게가 25kg 정도다.

"더 튼튼한 것은 없어요?"

구동계의 교환비용을 알려주던 남자는 자전거를 매장 안으로 가져오라고 한다. 유심히 자전거를 살피던 남자는 자전거가 엉망이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새 자전거를 사는 것이 좋겠는데."

"싫어. 1, 2단 체인링하고 스프라켓, 체인만 교환하면 돼."

남자는 정비실로 들어가 자전거 미케닉을 데리고 나온다. 심각하게 뭔가를 상의하던 남자들은 설명을 하지 않고 멀뚱하게 자전거만을 바라본다.

"왜? 뭐가 이렇게 심각해?"

무표정한 미케닉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주인 남자가 테이블에 올려놓은 데오레 스프라켓을 치우고 XT 스프라켓을 올려놓는다.

"노. 노. XT 필요 없어. 데오레로 줘."

살짝 당황한 표정의 미케닉은 다시 데오레 스프라켓을 마지못한 듯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야, 선수한테 그러면 안 돼!"

주인 남자는 미케닉과 대화를 하더니 심각한 얼굴로 정비를 할 곳이 많다며 1~2일이 소요된다고 안내한다.

"어디에서 머물러요? 정비하는데 하루나 이틀은 걸려요."

"그럴 시간은 없다. 오늘은 불가능 해?"

20분도 안 걸리는 교환 작업인데 주인 남자는 하루로는 불가능하다고 하여, 그냥 가게를 나온다.

"마모된 체인링과 스프라켓만 교환하면 되는데."

대충 독일에서 자전거 부품의 알았으니 한두 군데 더 들러보고 여의치 않으면 부품만 사서 직접 교환을 해야겠다.

프레임이 부러진 것도 아니고, 소모품인 구동계를 교체하는데 무엇을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간단한 작업에 이틀씩이나 소요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2km 정도 남은 거리를 이동하고, 작은 호수가 있는 공원에 텐트를 펼친다. 든든하게 먹은 점심으로 저녁은 거른다.

날씨가 따듯하니 좋다.

"비가 안 오니까 정말 좋구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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