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9일 / 맑음 ・ 12도
샹황기-쑤니터우기
일찍 잠들었지만 몸이 무겁다. 옌칭현에서 시작된 바람과 오르막 길의 피곤함이 누적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동거리
123Km
누적거리
7,865Km
이동시간
6시간 30분
누적시간
559시간

S208
X508
57Km / 2시간 45분
66Km / 3시간 45분
샹황기
교차로
쑤니터우
 
 
5,07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컨디션이 좋지가 않다. 아무래도 그 녀석이 다시 찾아온듯싶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확인한다. 이곳은 평균적으로 풍속 5~10m/s 정도의 바람은 일상적인가 싶다. 창문으로 찬 공기의 쌀쌀함이 느껴진다.

"으, 추워."

오늘 가야 할 주리허진이나 쑤니터우기는 모두 100km가 훌쩍 넘는 거리이다. 20km 정도 차이가 나는 두 곳을 두고 고민하다 바람과 진행 속도를 보고 갈림길에서 목적지를 결정하기로 한다.

"바람만 없으면 내리막길이니 어렵지 않게 쑤니터우기까지 갈 수 있는데."

체크아웃을 하며 여직원에게 중국어와 몽골어를 모두 구사하는지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오, 대단해! 몽골어는 너무 어렵다."

"몽골어는 어렵지 않아!"

번역기로 몽골어를 번역하여 여직원에게 보여주니 글씨를 못 알아본다.

"이게 몽골어잖아?"

"이건 중국의 몽골어가 아니다."

"중국의 몽골어하고 몽골의 몽골어가 다른 거야?"

"뚜이!"

언어 자체가 다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하게 표기법은 다른 모양이다.

"뭐, 그렇다 치고. 이 글자를 구분하여 인식하는 게 더 신기하다."

동풍이 살살 불어오는 초원의 길을 따라 출발한다.

평형한 초원의 길은 하늘로 올라간다.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착시현상처럼 오르막의 경사도와 길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동풍의 뒷바람이 페달링을 가볍게 해주고, 맑은 하늘과 구름, 고산지대 초원의 아름다운 곡선들을 보면서도 마음껏 즐기지 못했던 어제와 달리 마음의 여유가 생겨난다.

"이틀 동안 그렇게 힘들게 하더니 산을 내려가는 오늘만큼은 맘껏 즐겨보라 이거지?"

가벼운 몸풀기 라이딩으로 쌀쌀한 기운을 없애고.

"구름이 조금 많네. 하늘을 가렸어. 어쨌든 좋아!"

어제 사놓은 빵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목적지를 120km의 쑤니터우기로 결정한다.

"그럼 달려 볼까!"

뒤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도움을 받으며 길게 뻗어 이어지는 초원의 길을 달린다.

경쾌한 페달링으로 넓은 초원의 풍경을 바라보며 달린다.

어떠한 고민도 잡념도 없이.

삶의 시간이 풍경과 함께 스쳐가는 듯.

평온하다.

저 멀리 말들을 몰고 오는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보이고.

자전거를 세우고 그에게 인사를 했다.

"멋진데!"

짧은 인사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핸드폰에 사진을 찍고, 멀리 달아난 말들을 쫓아 서둘러 남자는 웃으며 떠난다.

바람의 도움으로 힘들지 않게 60km 가까이 이동을 했다. 쑤니터우기로 가는 두 개의 갈림길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이고.

좌회전을 하며 살짝 방향이 바뀐 도로는 거센 바람이 완벽하게 뒷바람으로 자전거를 밀어준다.

"이런 바람이면 200km도 순식간에 갈 수 있겠는데."

주리허전(朱日和镇)과 쑤니터우기로 가는 갈림길에서 잠시 고민을 한다. 70km의 거리는 남기고 완벽한 뒷바람을 맞으며 주리허전을 경유하여 쑤니터우기로 갈 것인지 아니면 약간의 측면 바람을 맞으며 쑤니터우기로 바로 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바람이 조금 아쉽지만 다이렉트로 가 보자. 설마 바람이 바뀌지는 않겠지."

S208 국도를 벗어나 작은 소도로를 타고 쑤니터우기로 향한다. 측면으로 바뀐 바람의 방향이 조금 불안하지만 잠시 바람을 이기며 가다 보면 도로의 방향이 바뀌어 뒷바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작은 언덕이 이어지는 길이 이어지고.

화물차의 통행마저 완전히 사라진 조용한 도로를 독차지하고 길을 이어간다.

작은 언덕을 오르고 바람을 피해 자전거를 세운다.

맛있는 벌꿀빵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주변의 풍경은 어느 순간 붉은 토양의 초원으로 바뀌어 있다.

붉은빛의 땅, 마치 화성의 일부를 떼어 놓은 것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달린다.

신비롭지만 적막한 풍경 속 라이딩의 심심함을 사진찍기 놀이로 달래보고.

쓸데없는 사진도 찍어보고.

달린다. 몇 채의 붉은 흙벽돌 집들이 들어선 마을에 들어선다.

자전거를 세우고 화물트럭에 무언가를 싣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말똥, 소똥인가?"

납작한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용도를 알 수 없는 것도 함께 펼쳐져 있다.

"똥으로 만든 것 같은데. 이것으로 집을 짓는 것은 아니겠지?"

도로변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내고 다시 길을 이어간다.

"너무 놀면서 왔나. 조금 빨리 달려야겠어."

잘 생긴 말의 무리들에게 인사도 하고.

수십 기의 풍력발전기가 놓인 언덕을 지나간다.

"마지막 언덕인가?"

윙윙거리며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를 지나 쑤니터우기로 향하는 마지막 페달링을 힘차게 밟아본다.

평평한 초원의 지평선으로 쑤니터우기의 모습이 천천히 눈에 들어온다.

"하하하. 다 왔다!"

소도로에서 수직으로 만난 G208 국도로 접어들자 거센 맞바람이 자전거를 휘청이게 만든다. 주리허전을 경유하여 G208 국도를 타고 쑤니터우기로 왔다면 거센 맞바람을 맞으며 왔겠다 싶다.

국도를 벗어나 쑤니터우기로 들어선다. 내몽골 자치구의 작은 도시 쑤니터우기, 그 모습은 생각했던 대로 조금은 황량하게 느껴진다.

시내로 들어서 잠시 숙소를 확인하기 위해 사거리 교차로에 자전거를 세운다.

"KFG?"

숙소를 검색하는 동안 주변에서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이내 십여 명의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패니어를 단 자전거를 호기심 있게 관찰하며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

쑤니터우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숙소들이 검색된다. 도로를 따라 이동하던 중 찾아가던 주점 대신 녹주상무주점으로 들어간다.

"자전거만 잘 보관할 수 있으면 아무 곳이나 괜찮지 뭐."

깔끔한 주점에 들어서 주숙등록이 가능한지를 묻고,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프런트의 여직원은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알려주며 방으로 자전거를 가져가도 된다고 말한다.

여권을 주고 주숙등록을 하는 동안 몇몇의 직원들이 모여 상의를 하고 체크인이 끝난다. 그리고 시니어급의 여직원이 다가와 자전거를 주점의 뒷마당에 놓아두라고 안내를 한다.

"자전거 잃어버리면 안 돼. 여기 안전한 거지?"

괜찮다는 여직원의 안내를 두어 차례 확인한 후 자전거를 잠가두고 패니어를 풀어 방으로 올라간다. 자전거를 놓아둘 공간이 부족한 작은방이라 자전거를 밖에 묶어두라고 안내한 모양이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주점의 식당으로 내려가 어제 먹었던 곱창볶음의 사진을 보여주며 음식을 주문을 한다.

"두 번 먹어도 맛있군."

"기름진 양곱창볶음에 이것이 제격이다."

든든하게 두 공기를 해치우고 방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감기 기운이 있는 것처럼 피곤하고 약간은 지쳐있다.

"한 번의 라이딩이면 중국의 여행이 끝나는구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8일 / 맑음 ・ 10도
화더현-샹황기
숙소 앞에 걸려있는 붉은 오성기가 찢어질 듯이 펄럭인다. 저쪽 방향이면 오늘 가야 할 방향인데.

이동거리
49Km
누적거리
7,703Km
이동시간
4시간 24분
누적시간
550시간

G511
S208
26Km / 2시간 30분
23Km / 1시간 54분
화더현
샹황기계
샹황기
 
 
4,95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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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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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G, 2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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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45분, 첫 번째 알람에 몸을 일으켜 세운다. 어제의 힘들었던 라이딩의 피로가 조금 남아있는 것 같다. 무심결에 바라본 창밖의 하늘이 심상치 않고 바람 소리가 요란하게 창문 틈을 파고든다.

"오늘은 정말 힘들겠구나."

조식을 먹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머리 위에 바로 떠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대한 구름의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직원에게 조식 시간을 물으니 7시 반이라고 알려준다. 다시 방으로 올라가 출발 준비를 한다.

타이레놀 한 알을 꺼내 먹고 패니어에 넣어두었던 이너웨어를 다시 꺼내 입는다.

"계절을 거꾸로 달려 들어가는 기분이야."

오늘 가야 할 목적지를 결정해야 한다. 몽골로 넘어가는 국경의 얼렌하오터시의 방향으로 숙소를 찾을 수 있는 도시가 몇 군데 없다.

쑤니터우기, 주리허진의 거리는 화더현에서 130km가 훌쩍 넘은 부담스러운 거리다.

"아무래도 끊어서 가야겠다. 이 바람을 이기며 130km를 달릴 수는 없어."

주리허진과 쑤니터우기로 향하는 길에 위치한 50km 거리의 소도시 샹황기. 샹황기의 지도를 확대하여 주점들의 유무를 확인하니 제법 많은 수의 빈관과 주점이 검색된다.

"됐다. 일단 출발해서 상황을 보고 샹황기를 지나칠지 고민하자."

체크인을 하고 현금을 조금 찾기 위해 시내 쪽으로 이동한다. 거센 바람을 등지고 가니 자전거가 스스로 굴러간다.

"오늘도 망했어!"

중국에서 사용할 경비 1,000위안을 찾고 찬 바람을 맞으며 샹황기 방향으로 길을 향한다.

이내 작은 소도시를 벗어나고 윙윙거리며 불어오는 바람 속에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쟤네들은 꼭 뒤돌아서있더라."

화더현, 내몽골 자치구에 들어서며 모든 이정표와 간판 등에는 꼬불거리는 이상한 글자가 함께 적혀있다.

무심하게도 열심히 돌아가는 수십 기의 풍력발전기들을 지나고, 고산지대의 초원으로 끝없이 길게 늘어진 도로가 나타난다.

순간순간 불어오는 강풍에 자전거는 휘청이고.

"힝. 바람, 바람, 바람! 이놈아!"

"그냥 뒤로 달려볼까?"

엄청나게 불어대는 바람과는 상관없이 하늘빛이 너무나 좋다.

햇빛에 반사되는 얼어붙은 호수를 지나며 잠시 쉬어간다.

뒤를 돌아 지나온 길과 하늘을 쳐다보며 감탄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거니?"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끝이 없고.

지나온 길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래, 내가 졌다! 샹황기까지만 이동하자."

상형문자처럼 보이는 글자가 얼핏 중국 한자와 형태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우리의 시골 분교들처럼 생긴 긴 주택들이 가끔씩 도로변에 자리 잡고 있다.

한적한 고산지대의 도로변에 교통 공안의 차가 정차되어 있어 그곳에 도착하니 모형이다.

"산타페의 적절한 사용법이군! 제법이야."

조금 더 지나니 교통 공안의 모형도 서있고, 그 이후 건너편에는 도로를 향해 과속탐지기를 들고 서있는 모형도 있다.

"너라면 속겠니? 차리리 방지턱을 이쁘게 만들어 놓지."

12시 30분, 평속 10km의 속도로 겨우 샹황기의 경계면에 들어선다.

"저 이상한 글자를 어떻게 식별하는 거지? 쓰기도 힘들 것 같은데."

도로변 아래로 우물 같은 것이 보여 자전거를 눕혀놓고 언덕 밑으로 내려간다.

도르래를 사용하고 우물을 퍼 올리는 듯싶다.

여전히 사용감이 느껴지는 우물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얼마나 많은 세대에 걸쳐 우물을 파고 관리했을까."

언덕을 내려오니 바람이 없다. 이런 곳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 정도 야영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샹황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해발 1,500미터. 생각보다 기온이 낮은 것 같지는 않은데 일교차가 큰 탓인지, 차가운 바람과 기압의 영향인지 얼음이 녹지 않고 있다.

길은 멀리 보이는 흙산을 향해 오르막이 이어지고 소모양의 안내판이 재미있다.

장국영이 나오는 왕가위 감독의 동서사독 속 풍경들이 떠오른다. 이해하기가 정말 힘들었던 영화, 언제나 보다가 잠들어 버려서 한편 전체를 끝까지 보지 못해 이해하지 못했던 영화라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시간과 공간, 에피소드들이 뒤섞여 있는 영화의 흐름을 따라잡는 것이 힘들지만 시간에 대한 왕가위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과 장국영의 냉소적이며 쓸쓸함 전해지는 연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멀뚱멀뚱 쳐다보는 소들에게도 인사를 하고.

샹황기 역시 마지막 오르막길을 오르라 한다.

능선 위로 철탑이 들어선 산을 넘어 작은 마을 샹황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전의 도시들과는 완전히 다른 다른 나라의 도시에 들어온 듯 묘한 분위기의 마을이다.

마을에 들어서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하니 판매 완료 표시가 된 주점 한 곳이 검색된다.

"일단 주숙등록은 된다는 말이니 다른 방이라도 있겠지."

찾아간 주점은 폐업을 했는지, 리모델링 중인지 영업을 하는 것 같지 않고 큰 건물만이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 있다.

조금 난감하지만 주점이나 빈관이 마을의 규모에 비해 많고 시간도 넉넉하게 있어 걱정 없이 고덕지도로 다시 검색을 한다.

마을의 공원 옆에 위치한 주점을 찾아가 어렵지 않게 체크인을 하고, 슈퍼에 들러 내일의 긴 여정을 위해 비상식을 먼저 사둔다.

가격표 붙이기가 귀찮은지 물건들에 숫자들을 직접 적어놓은 슈퍼.

멀쩡한 계산기를 옆에 두고 아주 오래된 주판을 튕겨 계산을 한다.

빵과 과자 그리고 콜라를 넉넉하게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의 프런트 직원에게 굼벵이 모양의 글자를 가리키며 무엇인지를 묻자 몽골어라고 알려준다.

"몽골어. 이상하네 몽골어는 영어 알파벳처럼 생겼었는데."

자료들을 정리하다 출출함이 느껴져 1층 식당으로 내려간다.

식당 입구에서 조리사 복장을 입고 있던 젊은 남자는 한국인이라 말하니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 이것저것 질문들을 한다.

자신의 핸드폰은 번역이 안된다며 투덜거리길래 위챗의 변역 기능을 알려준다.

"자, 봐. 네가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면 위챗으로 변역을 할 수가 있어."

왜 중국 사람에게 중국의 SNS 채팅앱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방법을 알려주니 좋아하며 위챗으로 메시지를 날린다.

"야. 지금은 여기에 그냥 말해!"

양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니 98위안하는 어린양 통구이를 추천해 준다.

"양이 많아?"

"아니 몇 개 못 먹을 거야."

"그런데 왜 추천했어?"

고기를 좋아하는지 묻고는 88위안하는 메뉴를 추천해 준다.

담배 한 개비를 뺏어 피더니 아주 신이 난 아이처럼 우유차와 수박을 내주며 무료라고 알려준다.

몽골 지방에서 먹는 우유차 같은데 조금 비린 듯 고소한 맛이 난다.

약간 짜면서 매콤한 맛이 감도는 우리의 백김치 같은 것도 밑반찬으로 내어주고.

잠시 후 추천해 주었던 메뉴가 나온다. 고수를 수북하게 깔고 그 위에 올려진 바삭하게 구워진 고기다.

약간 오돌뼈 같은 느낌이지만 연골이 씹히는 느낌은 거의 없고, 고수와 적당히 섞어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다.

"근데 왜 그림이랑 완전히 틀리지? 그리고 언제부터 고수를 미나리 먹듯이 먹게 된 거지?"

밥 두 공기를 비우고 계산을 하니 72위안을 달라고 한다.

"대체 뭘 요리해 준 걸까?"

주방에서 조리를 하는지 보이지 않는 젊은 남자에게 위챗으로 메시지를 남겨도 답이 없고, 서빙을 하던 아주머니에게 담배 한 갑을 건네준다.

"그 녀석에게 주세요. 선물!"

의외의 선물에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방방 뛰 듯 젊은 남자를 찾아 주방으로 들어간다.

알 수 없는 요리를 한 젊은 남자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빨갛게 얼굴이 상기되어 인사를 한다.

"브로, 남자는 쿨해야 돼."

시크하게 빠, 바이를 외치며 손을 들고 식당을 나온다.

아름다운 하늘과 넓은 초원의 풍경들이지만 감기 기운은 여전하다. 내일 가야 할 100km가 넘는 거리가 조금은 부담스럽다.

구글 지도를 확인하여 쑤니터우기까지는 내리막길임을 확인했지만 바람이 불면 내리막도 오르막도 의미가 없는 길이다.

"제발, 조금만 불어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7일 / 맑음 ・ 14도
장베이현-화더현
해발 1,500미터의 고산지대, 허베이성을 지나 내몽골 자치구의 화더현으로 향한다.

이동거리
112Km
누적거리
7,654km
이동시간
7시간 58분
누적시간
546시간

S245
S245
63Km / 4시간 27분
49Km / 3시간 31분
장베이현
얼하오부
화더현
 
 
4,905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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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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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비자 30~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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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잠든 덕에 무거웠던 몸이 조금은 괜찮다. 아침을 먹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가 숙소 밖으로 나가보니 해발 1,400미터에 위치한 곳이라 쌀쌀한 날씨가 느껴진다.

"오늘 가야 할 길이 멀다. 서두르자!"

7시에 식당으로 들어가니 숙소 직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치띠엔 반!"

7시 30분부터 조식 시간인가 보다. 방으로 돌아와 어제 접속이 불규칙하여 올리지 못한 사진들을 업로드하고, 구글 지도에 접속하여 오늘 가야 할 화더현까지의 고도를 살펴본다. 

"오늘은 길을 파악하고 거야. 어제는 너무 느닷없었다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지만 화더현은 장베이현보다 더 높은 고도에 위치해 있다.

"꽤나 힘든 하루가 되겠네. 바람만 안 불면 좋겠다."

어제 저녁으로 먹었던 음식의 맛이 괜찮아 나름 기대했는데 볶음밥도 없고 메뉴가 부실하다. 조죽 같은 것과 함께 이것저것 담아서 아쉬운 대로 배를 채운다.

"먹어야 산다!"

며칠 동안 패니어들을 재장착하고 출발하다 보니 10시를 전후의 시간에 출발을 했다. 일찍 일어나 조식까지 챙겨 먹고 9시가 되기 전에 오늘의 목적지 화더현으로 출발한다. 예상거리 110km.

"하늘빛이 정말 좋구나!"

30여 분 S245도로를 이어가기 위해 이동하는 중 파란 하늘이 좋아 사진을 찍고 출발하려는데 투둑 체인이 끊겨버린다.

"아, 진짜 아침마다 왜 이러는 거야?"

"이제 매일 아침 눕는 게 일이구나."

끊어진 체인을 보니 어제 연결해 놓은 체인링크가 부러져있다. 뒷드레일러가 망가지면서 체인에 변형이 생겼는지 계속 말썽을 일으킨다.

"몽골에 가기 싫다 이거지. 그럼 바꿔야지!"

무거운 체인의 무게를 감내하며 비상용으로 챙겨온 여분의 체인을 꺼내어 바로 교체한다.

전국일주 2,400km와 중국여행 5,000km를 잘 버텨낸 체인. 유럽정도에 가서 스프라켓과 함께 교체하려던 계획이었는데 조금 일찍 교체를 한다.

중국의 남부 지방을 여행하며 우중 라이딩의 흙자갈들이 묻어 많이 마모되고 유격이 생겼을 것이다.

새 체인으로 연결을 해두었지만 크랭크의 2단 체인링과 스프라켓의 마모를 생각하면 트러블이 많이 일어날 것 같다.

"쉬안화구에는 스프라켓도 교환할 걸 그랬나."

장렬하게 전사한 체인은 도로변에 묻어두고.

"그동안 수고했다!"

변속을 하며 트러블을 체크한다. 생각한 대로 7, 8 ,9에서 체인을 제대로 물지 못하고 더더덕 트러블이 발생한다. 2단 체인링과 8, 9단 스프라켓을 자세히 살펴보니 마모 상태가 깊고 넓다.

"어쩔 수 없다. 8, 9단은 버리자."

8, 9단을 사용하지 않고 스프라켓을 교환할 수 있는 곳까지 가야 한다. 당분간 속도를 내어 달릴 일이 없어 문제 될 것은 없지만 내리막길의 체인비가 가벼워진 아쉬움을 어떻게 해야 할지.

체인을 교체하고 트러블을 점검하느라 9시에 출발했던 시간의 여유는 사라져버린다. 화더현까지 이어질 S245 도로 위로 맞바람이 불어온다.

"오늘도 틀렸네. 그냥 소처럼!"

원중도(元中都, 위안중두)의 입구에서 잠시 쉬어간다. 원나라 시대의 성이 있던 자리 같은데 성터만 남아있는지 과거 성의 모습을 그린 안내도와 달리 건물들이 보이지 않는다.

"넓어서 그런가? 안쪽에 뭐가 있나?"

흙길을 따라 안쪽으로 조금 이동하니 주차장과 출입구가 나오고, 입장료가 별도로 있는 공원처럼 보여 그냥 돌아서 나온다.

"뭐 이런 황무지에 성을 쌓았어. 백성들 힘들게."

도로의 나뭇가지마다 까마귀들의 둥지가 걸려있고.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의 들판을 달려간다.

"허허벌판이란 이 정도는 돼야 허허벌판이란 표현이 맞지."

도로를 따라 좌우의 방향만 바뀔 뿐 바람은 여전히 정면에서 불어오고 인가들이 모여있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바람을 막기 위한 전형적인 낮은 벽돌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길에는 소똥밖에 없고.

"대체 어디가 끝인 거니? 만약 지구가 평평하다면 저 끝에 낭떠러지가 있을 거야."

바람을 피해 벽돌들을 모아둔 곳에 기대어 잠시 쉬어간다.

"12시, 75km가 남았네. 빵을 사야 하는데."

오는 동안 몇 개의 주유소를 지나쳤지만 모두 편의점이 없는 곳이고, 도로변의 마을에는 식당처럼 보이는 곳이 많지만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인적감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길 건너편의 주유소에 편의점이 있는 것 같아서 몇 번을 확인하고 두리번거리며 주유소로 들어간다.

"이건 있다고 해야 하는데, 없다고 하는 것이 더 맞아!"

콜라와 함께 달랑 하나 남아있던 비스켓만을 사들고, 물건의 가격을 모르는 여자 직원 때문에 한참을 기다린다.

완전히 다른 주택 구조처럼 생활 방식도 완전히 다를 텐데 사람 구경하기가 힘든 곳이다.

"이곳은 아이들이 안 보이네."

열악한 환경의 정도는 비슷해 보이지만 중국 남부 지방은 작은 마을에도 젊은 청장년들과 아이들이 항상 있어 마을의 생기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로변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할머니들, 천천히 나를 훑어보더니 자전거를 멈추자 피하듯이 자리를 일어난다.

"할매, 어디 가? 어. 가게네!"

할아버지와 달리 할머니는 내가 가는 곳마다 도망을 다니신다.

"나쁜 사람 아닌데."

빵 같은 것은 없고,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에 오래된 흙먼지들만이 가득 쌓여있는 슈퍼.

"메이요?"

전에 먹었던 빵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빵이 있는지를 물으니 당연하 없다는 듯 웃으시는 할아버지.

그냥 빈손으로 나오기가 뭐 해서 10원짜리 담배를 하나 사들고 할아버지에게 담배를 태우는지 물어본다.

"저쓰 한궈 앤초."

할아버지에게 한국 담배 한 개비를 건네주니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시고, 주변을 계속 맴돌던 할머니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할아버지에게 뭔가를 말한다.

아마도 '그놈하고 놀지 말아' 아니면 '그 담배 버려' 아닐까 싶다.

"할배, 같이 사진이나 찍어요. 한국사람 처음 보잖아!"

슈퍼가 있는 할아버지의 집을 자세히 살펴본다.

낮고 길게 지어진 벽돌집에 굴뚝같은 것이 3개 정도 지붕 위로 솟아있고, 마당 한편에 석탄처럼 보이는 검은 흙이 쌓여있다.

"나무가 없으니 탄을 때는 건가?"

창문마다 두꺼운 이불이나 커튼이 쳐져 있고 실내는 어둡다. 어떤 집은 창문의 2/3를 벽돌로 가려놓은 곳도 많으니, 그나마 할아버지 집은 바람이 없는 동향인가 보다.

목축업이 대부분일 테니 넓은 마당이 있고, 마당의 한편에는 가축들의 축사가 함께 있다.

오로지 길게 뻗어 올라가는 도로와 바람뿐이다.

"오늘도 밥 먹기는 틀렸어."

초코과자를 다 먹고 앞드레일러를 정비한다. 비를 맞아 녹이 슬고 흙먼지들이 들러붙어 3단의 변속이 올라가지 않던 것을 정비하지 않고 그냥 놔뒀었다.

"2단이 이상하니, 이제 너를 써야겠다."

변속 속선과 조절나사로 장력을 조정하고 드레일러에 윤활도 조금 해준다. 8, 9단을 사용하지 못하니 내리막이나 속도가 조금 필요할 때는 3단 크랭크를 사용할 생각이다.

수십 기의 풍력 발전기가 나를 등지고 열심히 돌아가고.

도로변의 가로수들 마저 사라져 시야가 넓게 트인다.

길은 하늘을 향해 오르기만 하고.

얼핏 바람이 부는 제주도의 해안가를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착각도 들지만.

푸른 바다는 없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지네. 올해 안에 볼 수 있겠지?"

"하늘도 좋고 잠시 놀다 갈까!"

"뒤도 곡선, 앞도 곡선. 길도 이쁘네."

"하늘아, 너 정말 끝장이다."

"정면은 이렇게. 각도가 안 나오네. 차로라 힘들어 패쓰."

"뒷모습은 이 정도 거리면 될까?"

열심히 블루투스 리모컨을 누르고.

"그만해. 해 떨어진다. 가자!"

계속되는 하늘길을 오르고 올라.

"야, 중국 소! 나 한국 사람이야!"

좋은 것도 한두 번, 좋은 하늘 아래 사람이 점점 실없어질 때쯤.

도로가 바뀌면서 내몽골 자치구에 들어선다.

황량해 보이던 풍경이 낮은 능선들을 따라 곱게 이어지며 하늘과 맞닿아 있다.

집들은 레고 블록처럼 길게 겹겹으로 지어져있고, 도로의 이정표에는 굼벵이 같은 이상한 글자가 한자와 함께 적혀있다.

하늘이 열린 듯 아름다운 풍경들이 이어지고 바람도 여전하다. 하루 종일 맞바람 속을 달려오니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뜨기가 힘들어진다.

신기하게도 양들이 양을 치는 할아버지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

고산지대에 오르면서부터 어묘(魚苗) 광고가 많이 보이는데 무엇인지 모르겠다. 한자로만 보면 새끼물고기인데 고산지대에서 양어장을 할 일도 없는데.

"펩시콜라는 이렇게 쓰는구나. 그렇게 많이 마셨는데 처음 보네."

5시가 가까워져 오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해가 있어 일몰 직전에는 화더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앞일은 모를 일이니.

지겨운 바람 속에서도 아름다운 풍경들이 여행자의 발을 붙잡고.

현(县) 규모의 도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풍경 속에서 어떻게 도시가 그 모습을 드러낼까 궁금하기도 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고산지대의 직선 도로도 화더현 시내를 14km 남기고, 화더현의 초입에 들어서며 체력은 모두 고갈된 듯 지쳐간다.

슈퍼와 식당들이 도로변에 이어지지만 시내라 부르기엔 아직 황량한 모습이고. 창고 같은 용도를 사용하는지 게르 같은 모형의 공간도 보인다.

화더현을 7km 남기고 길은 정면으로 보이는 산을 향해 계속해서 올라간다.

"끝까지 이렇단 말이지. 넘어가 주겠어!"

바람을 이겨가며 힘겹게 산의 정상에 다다르자 허망한 풍경이 나타난다. 산등성이를 타고 떨어지는 석양빛에 반짝이는 각종 비닐봉지들.

아름답기만 했던 부드러운 곡선의 산등성이가 작은 도시의 외곽으로 오니 온통 쓰레기 비닐봉지들로 가득하다.

"어디서 날아든 것일까? 아니면 쓰레기 매립지라도 되는가?"

"인간들이 민폐다."

동쪽을 향해있는 묘지군으로 보이는 곳에 비닐봉지들이 날아와 나뭇가지와 철조망에 걸리고, 수풀에 걸려 산 전체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다.

산등성이를 넘자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작은 소도시 화더현이 모습을 드러낸다. 높은 건물이 전혀 없는 중국 내몽골 자치구의 화더현.

내리막길을 따라 천천히 소도시의 모습을 바라보는 중 시커먼 물체가 도로 한가운데서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작은 인력거를 끌고 올라오며 힘이 들었는지 도로 한가운데 앉아 쉬어가는 할아버지다.

"할배, 왜 넓은 갓길을 놔두고 길 한가운데에서 그래요."

시내의 초입에서 숙소를 검색한다. 트립닷컴에는 잡히지 않는 작은 소도시, 고덕지도의 주점 검색을 하여 평점이 좋은 빈관으로 이동한다.

해가 떨어지며 조금씩 차가운 기운이 밀려온다.

첫 번째 빈관에 들어가 투숙이 가능한지를 물어본다.

"워쓰 한궈렌. 커이 시아지앙?"

숙박이 불가능하다며 주변에 있는 어느 숙소를 알려준다. 고덕지도로 숙소를 검색하고 어떤 곳인지 알려달라 부탁을 하니 숙박이 가능한 주점을 찾아준다.

1.4km의 거리, 시내가 작다 보니 움직이는 거리도 짧다.

예쁘기만한 빛을 남기고 해는 떨어지고, 끝까지 자전거를 밀어내는 찬바람에 머리가 지끈지끈 거린다.

7시, 모택동의 동상이 정중앙에서 맞이하는 주점에서 체크인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안심이 된다.

주점의 점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에게 자전거 여행 중이라며 자전거를 잃어버리는 안된다고 하니 흔쾌하게 주점의 안쪽에 자전거를 놓으라고 한다.

따듯한 차를 내어주며 영어 번역기를 써서 이것저것 안내해 주는 점장 그리고 뜻하지 않은 조식권까지 건네준다.

한국인의 등장으로 넓은 숙소의 프런트층에 있던 다른 숙박객과 직원들의 동요가 일어나지만 짧은 미소로 인사만을 전한다.

"여기서 말을 했다가는 1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샤워를 마치고 1층 식당으로 내려간다. 아침 조식 이후 먹은 것은 초코과자 하나뿐이다.

태블릿 메뉴판을 들고 와 주문을 받는 여직원은 친절하고 인내심 있게 주문을 기다려준다. 이것저것 메뉴들을 고르다 처음 여직원이 추천해 주었던 닭고기 같은 음식을 선택하고 밥을 많이 달라고 부탁한다.

방긋 웃으며 알았다는 여직원.

한참 후 나온 음식은 닭고기의 비주얼은 찾아볼 수가 없다.

"뭐지? 그림하고 틀린데."

한 점을 집어먹어봐도 부드러운 것이 고기는 아닌듯하고 알 수가 없다.

"맛있는데. 이게 뭐야?"

밥을 많이 달라고 했더니 큰 접시에 가득 담아서 나온다.

밥과 함께 알 수 없이 맛있는 메뉴를 먹다 보니 익숙한 곱창의 느낌과 맛이 난다.

"이거 곱창볶음이네."

밀가루 반죽처럼 부드러운 것은 버섯이고, 마늘과 고추, 양파, 대파 등을 넣어 만든 곱창볶음이다.

차를 마시며 천천히 식사를 하기 위해 물컵을 부탁하며 양곱창인지 돼지곱창인지를 물어보려 했지만 핸드폰을 쓰기도 귀찮아진다.

"꿀꿀."

"뚜이!"

코끝을 살짝 들고 '꿀꿀' 했더니 친절한 여직원이 잠시 생각하더니 그렇다고 한다.

확실히 중국 음식을 먹을 땐 녹차가 제격이고, 정말 맛있게 먹은 기름맛이 감도는 부드러운 곱창볶음이다. 남은 기름에 밥을 볶아먹지 못해 아쉬울 정도다.

"50위안이면 8,500원. 이거 한국이면 초대박집이다!"

깨끗하게 음식들을 비우고 카운터로 가니 식당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페이창 하오 츠! 엄지 척!"

일제히 함박 웃음을 보이며 모두가 웃고 떠든다.

51위안. 밥을 많이 달라고 했더니 2위안 추가의 쌀밥을 3위안 받나 보다. 돈을 주려고 하니 보증금에서 처리한다며 51위안 영수증을 써준다.

식당을 나와 프런트 옆에 있는 제물이 올려진 관우상을 보며 점장에게 관우가 맞는지 묻고 있는데 식당 쪽의 입구가 어수선하다.

관우상을 보고 있는 내 옆으로 다가와 벽에 인사를 하는 아저씨.

"뭐 하세요? 관우는 이쪽인데!"

뭘 하는지 옆에서 살펴보고 있으니 퇴근 체크를 하고 씨익 웃으며 지나간다.

식당의 모든 직원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줄을 서서 퇴근 체크를 한다.

조금 전 나의 음식평에 일제히 좋아했던 직원들은 그저 퇴근을 할 수 있어서 좋아했던 모양이다.

"나의 따봉에 일제히 환호했던 게 아니었어!"

어딜 가나 퇴근은 기분 좋은 일인가 보다. 직원들의 얼굴에서 편안한 웃음들이 만발하고 있으니 말이다.

프런트 왼쪽에도 관우상이 있고.

자동 구두닦이도 있고.

그분도 계시고.

가짜 황금도 가득 있고.

중국의 오래된 주점에 오면 어떻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들이 지키는 격식 같은 것이 있다. 낡은 카페트에서 오래된 냄새가 나고, 시설이 노후되어 좋지 않고 값도 저렴하지만 손님을 대하는 응대나 절차 등을 보면 주점에 대한 자부심이나 프라이드 같은 것이 있다.

굉장히 매력적인 모습이다.

방으로 돌아와 감기 기운이 있어 감기약을 먹으려니 판피린 한 병이 들어있다. 불끈 기운을 돋운다며 약사가 권해준 이상한 것과 함께 마시고 따듯한 방한 바지를 꺼내 입고 잠이 든다.

"간 기능 개선 약인데 왜 기운이 난다는 거지?"

하루 종일 하늘빛이 찬란한 풍경 속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달려오느라 피곤한 하루다.

"멋진 하늘을 봤으니 됐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6일 / 맑음 ・ 16도
쉬안화구-장자커우시-장베이현
자전거를 정비하고 몽골을 향해 길을 이어간다. 거센 바람이 잦아들기만을 바란다.

이동거리
91Km
누적거리
4,793Km
이동시간
6시간 49분
누적시간
370시간 16분

G110
G207
34Km / 2시간 04분
57Km / 4시간 45분
쉬안화구
장자커우
장베이현
 
 
4,793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숙소의 아침 조식은 모든 음식이 조금씩 짜고 메뉴가 다양하지 않다. 볶음밥으로 그럭저럭 배를 채우고 출발을 준비한다.

숙소의 주차장에 세워두었던 자전거는 아저씨의 말처럼 이상 없이 그대로 잘 있다. 패니어들을 장착하는 준비 시간이 소요되어 10시가 되어서야 출발을 한다.

숙소의 정문에서 패니어들을 장착하고 출발을 하기 위해 지도를 확인하고 있으니 사이클을 탄 아저씨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엄지를 세우며 사진을 찍자며 기분 좋게 반겨준다.

"멋쟁이 아저씨 같으니라고."

기온이 떨어진 탓인지 제법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이다. 패니어에 넣어 두었던 바람막이를 꺼내어 입고 쉬안화구의 시내를 빠져나간다.

시내의 외곽에 위치한 성곽을 빠져나와 장자커우시까지 이어질 한적한 자전거 도로를 따라 여유롭게 라이딩을 이어간다.

"오랜만에 타보는 자전거 길이네. 오늘은 펑크날 일이 없겠어."

한 시간여를 달려 거대한 항아리 굴뚝을 보며 중국에서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이 생각난다. 흐린 비안개 너머로 거대한 기둥이 하늘을 향해 벽처럼 올라가 있던 생경함 광경이었다.

사진을 찍고 출발을 하려는데 체인이 투둑거리며 튕겨져 나간다.

"뭐지?"

어제 체인의 한마디를 제거하고 임시로 이어놓았던 부분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체인링크를 걸어놓을 걸, 정말 게을러터졌어!"

패니어 어딘가에 체인링크와 체인핀이 잔뜩 들어있는데 문제는 어디에 놓어두었는지 생각이 안 나는 것이다. 패니어들의 내용물들을 목록으로 정리해 두면 편할 텐데 역시나 그 정도의 부지런함은 나에겐 없다.

첫 번째 패니어에서는 체인링크가 없고 손톱깎이가 나온다.

"어, 잘 됐다. 손톱이나 좀 깎자!"

길가에 앉아 웃자란 손톱들을 정리하고.

다행히 두 번째 패니어에서 체인링크가 들어있는 비닐팩이 나온다.

끊어진 체인을 마저 제거하고.

체인 링크를 걸어 정비 끝.

"아, 오늘도 손이 검뎅이로 변해버렸네."

화력 발전소 같은데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중국의 도시 곳곳에 거대한 항아리 모양의 굴뚝들이 솟아있다.

길은 장자커우시의 외곽으로 이어지고, 쓸데없이 친절한 고덕지도의 최단거리 안내로 인해 시내로 들어가는 길과 외곽으로 빠지는 길에서 잠시 헤맨다.

"곧 헤어질 테니 참는 거야. 고덕양!"

대도시 장자커우시의 복잡함을 피해 시내도 진입하지 않고 외곽의 G110 국도를 따라 장베이로 이동할 생각이다. 고덕지도가 안내하는 작은 소도로를 따라 이동하는데 스프라켓의 9단에서 체인 트러블을 일으킨다.

잠시 도로변에 자전거를 세워 드레일러와 체인의 상태를 살펴보았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고 마모 상태가 심한 9단의 스프라켓에서 트러블이 일어나는 것 같다.

"9단은 이제 못쓰겠네."

장자커우시의 서쪽 외곽을 돌아가던 길은 흙산의 절개지들을 따라 오르막이 시작된다.

황토빛 황량한 풍경들 너머로 겹겹이 둘러싸인 산들만이 눈에 들어온다.

도로는 북쪽의 산을 향해 길게 이어지고 도로변의 건물들은 완전히 사라진다.

붉은 오성홍기와 산불조심을 알리는 깃발만이 바람을 따라 요란하게 춤을 추고.

피곤함 탓인지, 자전거가 무거운 것인지 조금씩 페달링이 느려져만 간다.

"잠시 쉬었다 가야겠다."

샤화위안에서 사놓았던 사과를 꺼내어 심심한 입을 달래본다. 당도는 부족하지만 과즙이 풍부하고 시원하니 맛이 괜찮다.

멀리 보이던 산이 정면으로 눈앞에 놓이고.

장베이로 넘어가는 S207 도로를 만나게 된다.

"오늘은 너를 넘어가나 보구나."

베이징을 떠나 내몽골이 가까워질수록 주변의 풍경들이 황량하게 변하고 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따라 붉은 흙산들을 향해서 올라간다.

마치 대형 산불이 휩쓸고 간 산등성이처럼 황량하다.

풍성했던 중국 남부의 풍경들을 지나온 탓인지 눈앞에 펼쳐지는 삭막한 풍경들이 너무나 생경하다.

벽돌집으로 변한 주택들의 모습도 오래 방치된 폐가처럼 을씨년스럽다.

"춘련이 붙어있는 것으로 보면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인데."

황량한 풍경 속에 지루한 오르막이 계속되고.


3시, 장베이로 가는 마지막 마을을 지나치고 19km만이 남아있다.

"저기 보이는 산은 뭘까?"

길게 뻗은 직진길은 불안한 느낌대로 멀리 보이던 산을 향해 올라간다.

"뭔데? 왜 이렇게 힘든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산을 향해 오르다 자전거를 세우고 만다. 도로변에 앉아 고덕지도를 확대해서 살펴보니 구불거리며 올라가는 길의 모양에 작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에쉬."

"정말 이 삭막한 풍경은 적응이 안 된다."

구불거리며 올라가는 산길을 오른다.

"아, 뭔데? 왜 이렇게 힘들어?"

도무지 알 수 없는 고단함의 이유가 궁금하여 패니어에 들어있는 핸드폰을 꺼내어 GPS 정보를 확인하니 이상한 숫자의 고도 수치가 표시되어 있다.

"1,300은 뭐냐?"

구불거리는 길의 마지막을 향해 느리게 느리게 페달을 밟아가고.

3시 15분, 산을 넘는 고개의 정상 장베이의 경계에 도착한다. 다리의 근육들이 너덜거리는 기분이다.

"1,500이냐. 마음에 준비 좀 하게 미리 좀 알려주라. 느닷없이 이렇게 올라오면 어떻게 하니!"

아무것도 없는 풍경 속에 도로변에는 뜬금없는 주점들이 들어서 있다.

소와 당나귀들만이 도로 위를 어슬렁거리고.

"저도 좀 태워주시면 안 될까요?"

몽골의 게르처럼 이상하게 생긴 집들도 보이고.

언제 봐도 반갑지 않은 바람개비들만이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다.

"설마 이제는 내려가겠지?"

4시 50분, 좀처럼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는 내리막길을 따라 장베이현의 입구에 도착한다.

4월, 베이징으로 향하던 길에 20도가 훌쩍 넘어가던 날씨는 다시 겨울로 접어든 것처럼 장베이현의 하천은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있다. 쌀쌀한 바람과 함께 내리막을 달려온 몸에서는 빠르게 한기가 찾아든다.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한다. 몇몇 주점들이 검색되지만 이상하게 숙박비들이 비싸다. 장베이현의 외곽에 있는 저렴한 숙소의 가격도 20,000원이 수준이다. 조식이 제공되는 2만원짜리 주점을 예약하고 서둘러 숙소로 향한다.

해가 지면서 더욱 차가운 기운이 느껴진다. 다행히 문제없이 체크인이 끝나고 허기짐을 채우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간다.

"워 헌 어! 헌 어!"

식당의 여자와 오랫동안 토론을 하고 나온 메뉴는 달콤한 간장소스 맞에 후추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맛이 정말 좋은 음식이다.

"이게 후추인가?"

후추 크기의 동그란 열매는 알싸한 후추맛이 나는데, 고기와 함께 씹어먹으면 그 향과 맛이 일품이다.

여행 전 어떤 환경일까 궁금했던 중국 지도의 노란색으로 표시되는 지역으로 들어왔다. 황량한 풍경과 낮은 기온에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중국의 여행이 끝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내일은 중국의 몰골인 내몽골 자치구로 들어간다.

"이제 중국이 편해진 것 같은데 여행이 끝나가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3일 / 맑음 ・ 18도
옌칭현-화이라이현-샤화위안구
새벽 4시가 넘어 겨우 잠들었다. 다섯번째 마지막 알람음에 항복하듯 억지스레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이동거리
76Km
누적거리
4,671Km
이동시간
6시간 13분
누적시간
360시간 25분

G110
G110
49Km / 3시간 50분
27Km / 2시간 23분
옌칭현
화이라이
샤후위안
 
 
4,671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숙소의 창문으로 밝은 햇살이 스며든다. 그 환한 빛이 좋아 바람결에 살랑이는 커튼의 움직임에 멍하니 시선을 놓아둔다.

새벽에 겨우 잠이 든 탓에 피곤함이 남아있는 아침, 더 게으름이 찾아들기 전에 서둘러 짐들을 정리하고 떠날 준비를 한다.

9시 30분. 숙소의 물품 창고에서 자전거를 꺼내어 패니어들를 장착하고, 이제는 아침나절 쓸데없는 루틴이 되어버린 바람이 빠진 타이어에 펌프질을 한 후 오늘의 목적지 샤화위안구로 향한다.

숙소 주변에 있던 규모가 제법 큰 자이언트 매장에 들러 킥스탠드를 장착하고 27C 튜브를 사둘까 생각하다 쌀쌀한 날씨에 귀찮아져 그냥 지나친다.

"몽골로 가기 전에 타이어와 튜브를 챙겨두어야 할 것 같은데."

옌칭현 시내에서 장자커우시로 이어지는 G110 도로까지 이동하기 위해 시내 중심을 벗어나 허름하고 외진 골목길과 소도로를 타고 한 시간 정도 이동한다.

따듯한 햇볕이 드는 날씨지만 불어오는 바람에 한기가 섞여있고, 베이징시의 외곽의 하늘은 다시 뿌연 회색빛이 내려앉아 있다.

문제는 잠시 잊고 지냈던 중국의 신경질적인 크락션 소리가 다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G110 도로에 이르자 옌칭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던 북쪽의 옥두산과 송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송산(松山)은 이름과 달리 흙과 바위가 민낯을 드러낸 회색빛의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진다.

해발 450미터에 위치한 옌칭현, 장자커우시까지 내리막길이 이어져 편안한 라이딩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길은 평지와 오르막이 계속된다.

"더 올라갈 것이 무엇이 있다고."

G110 도로를 따라 회색빛의 천황산과 거대한 산맥들이 계속 이어진다.

한 시간여를 달려 작은 버스 종점이 있는 마을의 입구에서 잠시 쉬어간다.

자금성의 처마 끝에서도 보았지만 중국의 북부지역의 처마 장식의 끝에는 사람(노인)이 무언가를 타고 있는 형상이 조각되어 있다.

맞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더니 이내 황량한 흙먼지의 바람으로 바뀌어간다. 남부지역의 2층 구조 목조주택과 달리 북부지역은 단층의 벽돌집들이다.

12시, 대형 풍력발전기의 바람개비들이 들어서 있는 랑산의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학교 앞에서 아이들의 하교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도로변에 시장이 열려있어 북부지방의 시장은 어떠한지 궁금하여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출출한데 맛있는 장터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특별히 다른 것은 없고 옷과 잡화, 농작물의 씨앗과 농기구들 그리고 다양하지만 조금은 빈약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과일의 신선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이 약간 특이하다.

저울의 눈금을 맞추느라 내용물을 붓고 저울 한 번 보고, 다시 내용물을 붓고 눈금을 확인하느라 바쁘다.

각종 열매와 꽃들을 말려 색과 향이 좋은 차들을 판매하고.

어디서나 시장의 초입에는 정육을 판매하는 곳이 자리 잡고 있다. 제법 길게 이어진 시장을 구경하며 돌아오니 간간이 보이던 빵과 튀김류를 팔던 곳들이 철수를 해버렸다.

시장의 건너편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점심으로 면을 하나 주문하고.

이곳에서는 직접 면을 들고 칼로 면을 잘라내어 온수물에 삶는다.

향긋한 고수향이 퍼지는 면요리. 면의 양이 많다 보니 국물이 조금이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면발이 탱탱하고 식감이 좋다. 넉넉한 양의 면요리지만 겨우 한 그릇에 배가 차는 만족감이 느껴진다.

"확실히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거야."

식사를 하고 아주머니께 마을의 이름을 물어보니 7콰이라는 답변을 한다. 다시 한번 마을의 이름을 묻자 옆에 있던 아저씨가 담배를 끄고 랑산(狼山, 늑대산)이라고 알려준다.

"늑대산, 이름만 들어도 포스가 느껴지네."

밖에 놓아둔 자전거를 보더니 한국 사람인지를 묻는 아저씨에게 한국 담배 한 개비를 선물로 건네주니 환하게 웃으며 좋아한다.

"저쓰 한궈 앤초!"

랑산마을의 북쪽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남쪽으로는 커다란 저수지(水库)가 펼쳐져 있다. 저수지 쪽으로 수십 기의 풍력 발전기가 세워져 커다란 날개들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랑산 마을에 세워진 수십 기의 풍력 발전기는 무심하게도 나를 등지고 돌아가고 거센 바람과 함께 직선의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간간이 불어오는 강풍이 느릿느릿 기어가는 자전거를 멈춰 세워놓고 자연스레 스탠딩 연습을 시켜준다.

"한 기만 세워져 있어도 무서운데 도대체 몇 기야?"

랑산을 지나 화이라이현으로 크게 우회전을 하며 돌아가는 길에서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를 바랐지만 이번에는 우측의 산등성이에 수십 기의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얘들아 나를 좀 봐. 왜 뒤돌아서있는 거야?"

오르막과 내리막길의 차이가 무엇인지 모를 만큼 느릿느릿 기어간다.

화이라이현의 초입에 들어서며 너무나 무겁게 느껴지는 페달링의 무게에 잠시 뒤바퀴를 내려다보니 느낌이 이상하다. 안장에서 엉덩이를 들어다 앉으니 물컹거리는 타이어와 바닥에 부딪치는 림의 딱딱함이 느껴진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아파트 공사를 하는 넓은 입구에 자전거를 눕혀놓고 튜브를 정비한다. 아침이면 조금씩 바람이 빠져있어 10여 일 동안의 매일처럼 펌프질을 해야 했던 게으름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것이다.

튜브를 탈착하고 바람이 새는 펑크패치를 찾아야 하는데 펑크패치가 이곳저곳에 붙어있어 어떤 것이 바람이 새는 불량 패치인지 알 수가 없다. 귀를 대어 바람이 빠지는 소리를 확인하려 해도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묻혀 느껴지지도 않는다.

마지막 남은 새 튜브를 꺼내어 교체하고 2개의 튜브는 숙소에 들어가 펑크패치로 정비를 해두어야겠다.

"아침부터 자이언트 매장에 들어가고 싶더라니."

"도대체 몇 기가 세워져 있는 거야? 백 개 정도 되는 거야?"

양쪽으로 높은 산맥들이 둘러싸여 이곳으로 북쪽의 바람이 지나가는가 싶다.

"바람의 언덕인가. 언덕? 근데 계속 올라가고 있는 느낌인데, 얼마나 올라온 거야?"

고도 580미터. 거센 바람을 이겨내느라 정신이 없어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오는 동안 오른편으로 이어지던 회색빛의 산맥을 넘어야 하는 모양이다.

2시간 동안 겨우 15km 정도를 이동하여 화이라이현에 도착한다.

좁은 자전거길과 긴 대기시간의 신호등들을 지나치느라 라이딩 속도는 더욱 느려지고.

"그냥 오늘 여기까지만 탈까?"

잠시 오늘의 라이딩을 마무리할까 생각하다 내일도 오늘과 같은 바람이 불어올 것이 뻔하여 길을 이어가기로 했다.

중국의 사거리에서 신호등이 고장 나면 길 가운데 임시 신호등을 세워두는데, 눈여겨보지 않으면 건널목에 신호등이 없는 것처럼 보여서 잘 확인하고 건너야 한다.

화이라이 시내를 벗어나자 회색빛의 산들은 기묘한 계곡의 울퉁불퉁한 근육들을 자랑한다. 산들을 깎아 골재를 채취하는 것인지 산줄기의 일부분들이 파여있다.

"태산도 옮길 수 있다는데, 중국에서 산 하나쯤 없애는 것쯤이야."

하루 종일 황량한 도로변을 따라 더 흉물스러운 화물차들의 정비업을 하는 가게들만이 줄지어 있다.

화이라이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화물차들의 적재량을 검사하느라 도로의 한 차로가 완전히 화물차들로 끝없이 이어진다. 가운데 차로는 일단 차량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분리되어 있다.

"정말 합리적인 것과는 담을 쌓고 있는 대륙이다."

옌칭현에서부터 오른쪽 측면으로 이어지던 산맥이 정면으로 보일 때쯤 뒷바퀴의 물컹거림이 느껴진다.

"새 튜브로 교체한지 얼마나 안됐는데 이게 뭐야. 진짜!"

화물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차고지 같은 곳에서 다시 펑크 수리를 한다. 바람이 불어 펑크 패치와 휴대용 정비 공구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녀 수리를 하는데 두 배는 힘이 들고, 바람으로 인해 싸늘한 한기마저 느껴진다.

튜브를 정비하고 지겹도록 펌프질을 한 후 바람이 빠지는지 기다린다. 후난성의 산길들을 지나며 하루에 몇 차례씩 펑크 트러블을 겪었던 악몽이 되살아 난다.

"또 한 시간을 잡아먹었구나."

풍력 발전 바람개비에 이어 이번에는 산을 깎아놓은 곳에 검은 패널들을 잔뜩 설치되어 있다.

"태양열 집열판인가?"

후이라이시내를 벗어나며 보았던 산을 깎아 파놓은 곳이 어쩌면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기 위해 사전 작업을 한 것인가 싶기도 하고.

바람이 빠지지 않아 다시 출발했지만 장지아커우시로 향하는 우회전 안내판을 보며 타이어의 상태를 재차 확인해 보니 출발할 때의 공기압보다 느슨해져있다.

"아, *******************. 돌아버리겠다!"

도로의 방향이 바뀌었지만 바람은 정면에서 미친 듯이 불어오고, 도로는 평지처럼 보이는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뒷변속기를 1단까지 내려 천천히 기어가지만 그것마저도 힘이 들어 잠시 자전거를 멈춰 세운다.

바람이 불어오면 정면을 보면 평지처럼 느껴지는데, 지나왔던 길을 돌아보니 눈으로 느껴질 만큼의 경사도가 보인다.

자전거를 눕히고 펌프를 꺼내어 바람을 넣으며 임시 조치를 취한다. 펑크 패치를 붙였던 곳에서 아주 조금씩 바람이 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름 특색이 있는 멋진 산들을 깎아 골재를 채취하고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해 놓은 것이 흉물스럽고 아쉽게 느껴진다.

"땅도 넓은데 굳이 산을 깎아서 그래야만 하니?"

한없이 무거워진 페달링으로 오르막을 오르고 도로변에 나타난 작은 마을의 입구에 철퍼덕 주저앉는다.

"차라리 나를 죽여라!"

계속해서 바람이 빠지는 타이어를 다시 정비하고.

자리에 주저앉아 오랫동안 쉬어간다. 베이징을 벗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주변이 풍경들이 휑하다.

"그나저나 동네 풍경들이 참 황량하다."

모든 것을 해탈한 사람처럼 무감각해지는 페달링이 이어지고.

"깜짝이야. 아저씨 놀랬잖아요!"

샤화위안구를 5km 정도 남기고 오후의 마지막 햇살이 찬란하게 빛나는 고개의 정상에 도착한다.

"천국의 문이 여기에 있네."

나지막하게 이어지던 깨끗한 도로는 샤화위구를 얼마 남기지 않고 공사구간으로 변한다.

"뭔가 불안하다. 느낌이 안 좋아!"

고층의 아파트들이 보이는 샤화위구의 모습이 나타나고 불안하게 이어지던 도로는 폭격을 맞은 것처럼 구멍들이 뚫려있다.

구멍들을 피해 가며 이리저리 핸들을 돌리는 사이 파헤쳐진 도로의 잔해물들로 길이 막혀있다.

"..."

더는 할 말이 없다.

자전거를 끌고 어떻게 넘어갈지를 확인하며 주저하고 있으니 두 명의 아저씨가 다가와 말을 건다.

파헤쳐진 길을 가리키며 난감하다는 제스처를 하자 환하게 웃으며 자전거를 들고 가자는 제스처를 한다. 아저씨들의 도움으로 자전거를 옮겨 도로를 건넌다.

"시에 시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샤화위안구의 풍경은 새로 들어선 신도시처럼 깨끗한 느낌이다. 검색해 두었던 사거리의 주점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주점을 예약한다.

"제임스 조이스 커피텔?"

모던한 인테리어의 주점은 지금까지 투숙했던 중국의 주점들과 분위기가 너무나 다르다.

"이 분위기는 뭐야. 왜 이렇게 어색하지?"

친절하고 세련된 주점의 직원들은 모두 짧은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여 쉽게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는 1층의 공간에 넣어둔다. 패니어와 짐들을 옮기고 샤워를 한 후 분위기가 있는 주점의 내부를 구경하고.

룸키와 함께 커피 쿠폰을 주어 맛있는 카푸치노 한 잔을 마시고.

숙소 주변을 산책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주점 사장이 책과 커피를 좋아하나. 율리시스 굉장히 난해한 책인데."

아침에 사놓은 햄버거로 저녁을 해결하고.

자료를 정리하다 전혜린의 책을 읽으며 잠이 든다.

"내일은 여기에서 하루를 보내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2일 / 맑음 ・ 20도
베이징 창핑구-연화산-베이징 옌칭현
팔달령의 만리장성을 넘기 위해 경로를 확인하였으나 자전거 통행이 불가능할 것 같다. 아쉽지만 십삼릉 풍경구를 넘어 옌칭현으로 달려간다.


이동거리
45Km
누적거리
7,344Km
이동시간
4시간 07분
누적시간
522시간

G110
G110
29Km / 2시간 50분
16Km / 1시간 17분
창핑구
연화산
옌칭현
 
 
4,595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고덕지도가 안내하는 팔달령의 만리장성을 넘는 S216 소도의 길을 포기하고 팔달령장성과 십삼릉의 사이로 이어지는 G110 도로를 타고 옌칭현으로 향한다.

아침 10, 다섯 개의 알람을 모두 건너뛰는 게으른 아침의 연속이다. 어제 사놓은 빵으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패니어의 짐들을 다시 분배하여 정리한다.

"특별히 추가된 것이 없는데 왜 이렇게 무겁지?"

프론트 패니어의 무게를 조금 줄여 핸들의 조향을 편하게 만들고, 리어 패니어의 짐들을 빼곡히 수납하여 패니어의 모양을 잡는다. 아침이면 바람이 살짝 빠져있는 타이어에 바람을 넣고 체크아웃을 한다.

"몽골로 넘어가기 전에는 튜브를 정비하겠지. 정말 게을러터졌다!"

창핑구를 벗어나는 회전 교차로. 직진을 하면 S216 도로를 따라 팔당령장성으로 오르게 되고, 2시 방향은 G110 도로를 따라 북경 십이릉 풍경구를 넘어 옌칭현으로 이어진다.

"아, 만리장성을 넘어버려야 하는데 아쉽다."

시내를 벗어나 G110 도로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회전 교차로에 있는 할배네 치킨에서 세트 1번으로 부족한 아침과 비상식을 해결할 생각이다. 베이징 시내에서 쇠고기 오방을 햄버거 세트로 잘못 산 기억 때문에 메뉴를 정확히 확인하려고 매장을 둘러보아도 세트메뉴 1번이 보이질 않는다.

직원과 커뮤니케이션이 안되고 그동안 먹은 세트 1번을 보여주려고 핸드폰의 사진을 검색하고 있으니 매장의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가 와서 핸드폰으로 주문하는 딜리버리 페이지를 보여주며 선택하라고 한다.

"역시, 짬밥이 틀리구나. 무조건 없다고 한 직원, 너 손들고 서있어! 눈치가 없으면 센스라도 장착해야지."

치즈파이와 치킨 3조각은 아침식사로 먹고 햄버거는 비상식으로 남겨둔다. 게으른 출발로 12시가 다 되어간다.

"700미터 정도는 오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자, 가보자."

회전 교차로를 벗어나자 바로 시작되는 G110 국도.

오토바이조차 보이질 않는 넓고 깨끗한 자전거 도로를 혼자서 독차지하고,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산들을 향해 달려간다.

거대한 벽처럼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겹겹이 치솟은 높은 산들이 이어지고.

코너를 회전할 때마다 특색 있는 모양과 풍경으로 제각각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흙산, 기암 바위의 산, 벚꽃과 복사꽃으로 울긋불긋 흩뿌려진 산들이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산길은 낮은 경사로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풍경을 감상하며 한가로운 페달링을 이어간다.

산골의 마을 입구에서 따사로운 햇볕을 즐기고.

"심심한데 기념사진이나 찍을까."

"해발 700미터의 산쯤이야 껌딱지지!"

오른쪽 북경 십삼릉 풍경구가 있는 산들은 흙과 바위산, 왼쪽 팔달령장성이 있는 산은 울긋불긋 복사꽃과 벚꽃들이 흩뿌려놓은 듯 예쁘다.

조명도 없는 두 개의 짧은 터널을 지나는 사이, 산들이 낮아진 것인지 아니면 높이 올라온 것인지 산들의 능선이 눈높이 맞춰진다.

계속해서 하늘을 향해 오르막이 이어지고.

화물차 운전자들이 식사를 하는 휴게소 같은 곳에서 잠시 쉬어간다.

"얼마나 올라온 거지?"

산들샘을 확인하니 해발 560미터가 조금 넘었다. 중국의 남부를 여행하며 매일처럼 600미터가 넘는 산길을 넘어온 탓인지 동네 뒷동산에 오르는 듯이 별 느낌이 없다.

십여 분 정도 더 오르자 드디어 도로 위로 하늘이 열린다. 연화산 분수령.

"시원하게 내려가자!"

열어놨던 바람막이의 지퍼를 올리며 내리막 다운을 즐기기 위한 준비들을 하고 출발.

2Km 정도 내려오니 톨게이트 같은 곳이 갑자기 나타난다. 아주 오래된 식당차도 보이고.

중국에서 국도 톨게이트는 처음 본다.

고덕지도가 안내하는 톨게이트의 옆길로 살짝 돌아가니 교통 공안 두 명이 차를 세워두고 서있고 길은 경계석으로 막혀있다.

"커이 취?"

지도를 한 번 더 확인하고 공안에게 길이 맞는지 물으니 고개를 끄덕이며 경계석 사잇길을 손으로 가리킨다.

"오토바이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차량으로 통행하는 얌체족을 단속하는 것인가?"

높은 산길마저 쓸데없이 예쁜 중국의 도로길을 달리고, 도로변에서는 나무들을 심느라 사람들이 바쁘다.

오늘의 목적지인 옌칭현이 10km도 안 남았는데 길은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는다.

"뭐지? 설마 산 중턱쯤에 위치한 도시인 거야."

너무나 좋은 평지의 가로수길이 아까울 정도로 오가는 사람이 없다.

포도나무 넝쿨처럼 꼬불꼬불 이상하게 자라는 가로수.

옌칭현의 초입 사거리에 북경 기독교 교회가 들어서 있다. 가끔 이슬람 사원 같은 곳은 볼 수 있었지만 교회가 있는 것은 처음 본다. 뾰족한 첨탑 위로 십자가가 걸려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가 싶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개신교 특히, 대형 교회들의 폐단들 때문에 기독교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다.

중국 여행 중 흔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던 풍경이 어색한 과거의 유물처럼 느껴진다.

자전거 수리 아저씨 옆에 앉아 숙소를 검색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 주점으로 이동한다. 작은 도시라 그런지 한적하고 지금까지의 중국 도시의 느낌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상하이에서 후난성을 지나 광시성으로, 후베이를 지나 허난성으로 중국의 남북의 느낌이 다르듯 중국의 동서를 가르는 산맥을 넘고 나니 도시와 사람들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워쓰 한궈렌. 커이 시아지앙?"

도로변의 주점에 들어가 숙소에 들어가 숙박이 가능한지를 묻고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지를 문의한 후 체크인을 한다. 만리장성 관광권이라 주점의 숙박비가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저렴한 주점이나 빈관을 찾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다.

숙소의 관리 직원들까지 모두 나와 자전거를 요리조리 살피며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짐들을 정리하는 것과 프런트 건너편 보관창고에 자전거를 놓아두는 것을 도와준다.

베이징의 좋은 호텔에서 편하게 쉬었지만 이런 스킨십과 교감을 할 수 있는 곳이 더 좋다는 생각이다.

쫓겨날 일은 없으니 편하게 샤워를 하고 이른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시내 중심에 있는 광장으로 나간다. 퇴근 시간 전이라 넓은 광장에는 사람들이 붐비지 않고 한적하다.

식당에 들어가 18위안하는 덮밥을 시키니 바로 음식이 나온다.

"빨라서 좋네. 냄새도 좋고."

달콤한 간장소스에 감자와 고기 경단이 들어간 덮밥. 광장이나 성 같은 대단위 센터의 음식들은 한국에서 먹는 음식과 비슷한 맛이라 고민이 없다.

"식욕이 없는 것이 몸이나 마음에 큰 이상이 있는 게 아닐까?"

숙소에 돌아와 아침 조식이 있는지 물으니 가능하다고 한다. 20위안 조식을 어떻게 먹는지 다시 물어보니 핸드폰으로 결제를 하면 가능하다고 한다.

"메이요."

현금밖에 없다고 하니 불가능하다며 손사래를 친다. 조식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주문 결제하는 시스템인가 싶다.

570Km가 남은 중국과 몽골의 국경, 중국의 얼렌하오터까지의 경로를 잡으며 하루를 정리한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1일 / 맑은 ・ 18도
베이징 왕푸징-베이징 창핑구
베이징을 출발하여 몽골로 향한다. 길었던 중국 여행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이동거리
44Km
누적거리
7,229Km
이동시간
3시간 59분
누적시간
518시간

S216
S216
4Km / 25분
40Km / 3시간 39분
왕푸징
북해공원
창핑구
 
 
4,55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피곤하게 쓰러졌던 이틀 전의 많은 수면 탓인지 새벽까지 잠 못 이룬 밤의 피곤함이 조금은 덜하다. 8시가 조금 넘어 식당으로 내려간다.

삼 일째 같은 메뉴지만 소시지와 베이컨 그리고 계란 후라이는 언제나 진리다.

5일 동안 라이딩을 하지 않은 탓인지, 헛헛한 마음탓인지 좋은 아침 메뉴임에도 입맛이 별로 없다. 한 접시를 먹는 둥 마는 둥 비워내고 방으로 돌아온다.

아직 결정을 하지 않은 오늘의 목적지를 선택하기 위해 고민에 빠진다. 이화원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이화원과 원명원 그리고 베이징대학의 컴퍼스를 구경할지, 만리장성이 있는 창핑구까지 이동하여 팔달령장성을 관광할지, 처음의 일정대로 옌칭현까지 이동하여 몽골로 향하는 길을 이어갈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왕푸징에서 20km 거리에 있는 이화원 근처의 숙소들을 검색하다 비싼 숙박비에 비해 오래되고 낡은 시설들을 보고 이화원 관람을 포기한다. 숙소를 옮겨 베이징에서 하루 정도 더 머무를까 싶지만 여전히 관광지로써 베이징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자. 몸도 풀 겸 창핑구까지 40km 정도만 이동하지 뭐."

3일 동안 머물렀던 숙소의 짐들을 정리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더 무거워지고 빵빵해진 패니어들을 메고 낑낑대며 프런트로 내려와 체크아웃을 하고 패니어들을 장착하고 바람이 빠진 타이어에 열심히 펌프질을 한다.

묵직함이 느껴지는 자전거가 어색하다.

11시 늦어진 출발, 왕푸징을 출발하여 중국미술관, 징산공원, 북해공원을 지나 베이징시를 빠져나갈 것이다. 40km의 시내 라이딩이라 급할 것 없이 느긋하게 이동한다.

북해공원을 지나자 관광객들과 차량들로 복잡했던 도로는 조금은 한적하게 바뀐다. 쌀쌀한 바람 사이로 어느 가을날처럼 푸르고 뭉실거리며 떠다니는 구름의 하늘이 예쁘다.

"복잡한 전기레일을 따라 어떻게 버스가 움직이지? 안 꼬이나?"

"하늘을 봐. 널 닮은 하늘이 참 좋다."

창핑구로 향하는 시외길의 하늘에는 회색빛의 웅장한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 지면 가까이 이내 내려앉을 것 같은 구름에 짧은 감탄이 새어 나온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도로길의 라이딩, 힘이 없는 페달링을 달래주는 베이징의 하늘이다.

"너무하네. 바로 밑의 지방은 매일처럼 흙먼지가 날려 뿌연 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있는데."

평속 10km의 느린 라이딩에도 짧은 거리 탓에 일찍 창핑구에 도착한다. 다른 도시에 비해 유독 한가롭고 조용한 도시의 느낌이다.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데. 꼭 이만큼의 거리일까? 참 얄궂다."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예약하고 문제없이 체크인을 한다. 자전거의 보관을 묻는 질문에 흔쾌하게 방으로 가지고 들어가라며 안내해 준다.

호기심 가득 지켜보던 중년의 직원은 엄지를 세우며 인사를 건넨다.

기역자 모양의 4층 건물. 양쪽으로 길게 뻗은 숙소의 복도가 끝이 어딘지 궁금해진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그냥 침대에 널브러진다.

저녁도 먹어야 하고, 새로 받은 노트북도 세팅하고 필요한 프로그램도 설치해야 하고, 패니어의 짐들도 다시 분배를 해야 하고, 몽골까지의 경로도 잡아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게으름병이 걸렸나 보다.

"수염을 잘라서 그런가? 밋밋하고 허전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네."

내일 이동할 경로를 검색하는데 고덕지도가 팔달령에 있는 만리장성을 관통하는 경로를 안내한다.

"어? 이 길로 갈 수 있는 건가? 만리장성을 자전거로 넘을 수 있다고?"

팔달령장성을 관통하는 S216 도로가 늘어져있던 호기심의 말초신경을 톡톡 건드리며 정신 차리라며 밑밥을 던진다.

"일단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반바지에 쪼리를 신고 프런트로 내려오자 프런트의 직원들이 내 모습이 재미있는 듯 나를 보며 웃는다.

숙소 주변의 빵집에 들러 간단히 먹을 중국의 제과빵들을 사고, 슈퍼에 들러 환타와 초콜릿 비스켓을 사든다. 중국의 편의점은 대부분 넓은데 휑하니 물건들이 없다.

저녁으로 먹을 밥을 숙소 1층에 있는 식당에 들러 포장을 한다. 중국의 식당은 물도 없고 특별한 밑반찬도 없기 때문에 포장을 해서 먹나 식당에서 먹나 별반 차이가 없다.

19위안 물고기 향이 나는 돼지고기 덮밥인데 콜라 한 캔을 함께 준다.

"밥을 먹는데 콜라는 주는 신선한 조합은 뭐지. 마음에 드는데."

숙소로 돌아와 프런트 직원에게 S216 도로의 경로를 보여주며 자전거로 갈 수 있는지를 물었지만 모른다고 대답한다.

포장해온 덮밥은 맛이 좋다. 우리의 김밥천국 같은 곳의 웬만한 메뉴들보다 훨씬 괜찮은 맛이다.

"이 퀄리티로 편의점에서 팔면 완전 대박 나겠는데."

S216 도로의 경로를 구글지도와 고덕지도를 번갈아 가며 자전거로 오를 수 있는지를 계속 확인한다. 팔달령을 향하는 길은 기찻길과 고속도로 그리고 S216 도로가 있다.

S216도로는 두 갈래로 나누어져 하나는 터널을 통해 팔달령을 지나고, 하나는 팔달령 관광지를 관통하여 지상으로 지나간다.

"뭐 고도는 7~800미터쯤 될 것 같고, 이대로라면 만리장성을 지나 팔달령을 넘어갈 수 있겠는데."

팔달령의 고도를 알아보기 위해 구글지도로 경로탐색을 하는데 구글지도는 팔달령을 넘는 도로가 아닌 터널을 통과하는 경로만을 안내한다. 700미터가 약간 넘는 팔달령의 높이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고, 위성지도로 전환하여 도로를 꼼꼼하게 확인한다.

"만리장성을 도로가 어떻게 통과하는 거야?"

만리장성 부근을 확대하니 일반 중국의 성들처럼 장성의 문을 통과하여 도로가 지나간다.

"일단 도로는 이어지는데, 중국의 5A급 관광지인데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들어갈 수 있나?"

구글지도를 끝까지 확대를 하고 S216 도로를 따라 길들을 살펴본다. 주차장을 가득 매운 버스들과 도로를 따라 점선으로 길게 이어진 버스의 행렬 그리고 주차장에서 만리장성까지 이어진 도로 위에 찍혀있는 수많은 검은 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 이거 사람이잖아."

만리장성의 위와 주변의 지역에 빼곡하고 불규칙하게 찍혀있는 점들은 만리장성을 관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아마도 주차장 이후로 차량통행은 불과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 그렇지. 이러면 나가린데!"

4시간 넘도록 고민하고 검색했던 노력이 헛되이 사라져 버린다.

"국내라면 미친 척 가보고 싶다만 중국이라 그럴 수도 없네."

새 노트북의 기본적인 세팅을 하고 포토샵, 일러스트, 프리미어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놓은 후 3시 되어 겨우 잠이 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8일~60일 / 맑음 ・ 20도
베이징
그리움을 그리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7,255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514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베이징
 
베이징
 
베이징
 
 
4,47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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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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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비자30~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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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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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7일 / 맑음 ・ 23 도
베이징 자금성
휴식 이틀째, 천안문 광장으로 나가 자금성을 관광할 것이다.

이동거리
15Km
누적거리
7,076Km
이동시간
4시간 37분
누적시간
495시간

천안문
신무문
11Km / 4시간 07분
4Km / 30분
숙소
자금성
숙소
 
 
4,32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아침 9시, 부시시 일어나 쪼리를 끌며 밖으로 나온다. 따듯한 햇볕이 아파트 단지 사이로 내려앉아 봄날의 기분 좋은 아침을 안겨준다. 광합성을 하는 식물들처럼 햇볕을 쬐며 멍하니 앉아 있으니 이유 모를 편안함이 찾아든다.

"아, 편안해."

어제 저녁 숙소로 돌아가던 길에 보아두었던 미용실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가 잠시 뒹굴거리다 10시 30분에 다시 들리니 어젯밤 친절하게 웃던 아주머니가 들어오라며 손짓을 한다. 헤어컷을 하는 자리와 샴푸를 하는 자리가 하나씩 놓인 작은 가게.

딱히 우리의 미용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실내와 미장원의 냄새, 약간 이용원과 미장원이 섞여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잠시 자리에 앉아 길게 자란 구레나룻을 가리키며 여행 중인데 머리카락이 많이 자랐다 제스처를 하니 느낌으로 알아듣는다. 어떻게 잘라주면 되는지 묻길래 앞머리카락을 내려 눈썹 위 정도에 손가락으로 집었더니 알았다고 한다.

"수염도 잘랐는데 머리도 잘라야지."

가위로 머리숱을 정리하고, 전기 헤어커터로 머리카락의 길이를 맞추고 정리한다. 미용기술은 모두가 똑같은가 보다.

구레나룻을 전기 헤어커터로 깨끗하게 정리해 주고 다시 한번 이용원에서 쓰는 면도기로 깔끔하게 정리를 해준다. 깔끔하게 샴푸도 해주고 헤어드라이기를 가리키며 말려준다는 것을 다른 손님이 기다리고 있어 괜찮다고 한다.

딱히 앞머리의 길이 정도만을 얘기했는데 머리 스타일을 보고 한국에서와 차이 없이 자연스럽게 헤어컷을 해준다. 20위안을 내고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식당으로 간다.

"다시 이뻐졌네. 감사합니다."

중국 전체에서 실행되는 것인지 이 미용실에서만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75세 노인의 이발이 무료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중국을 여행하며 중국의 미용실에는 남자 미용사가 많다는 것과 도로변이나 마을 앞 길가에서 이발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식당으로 들어가 골라 먹는 3가지 메뉴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자금성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2위안의 중국 버스, 정말 공공요금이 저렴하다.

자금성 부근의 정류장에 내려 대로변에 있는 첫 번째 검문소를 통과한다.

등소평의 커다란 초상화가 걸려있는 처 번째 천안문(天安門)을 지나고.

두 번째 단문(端門)을 지나.

넓은 광장에 사람들의 움직임이 북적인다.

"중국에서 그것도 자금성에서 이 정도의 관광객이면 없는 거나 다름없지."

자금성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로 사용되는 세 번째 오문(午門)의 모습이 보인다. 입장권을 사기 위해 오문의 주변을 둘러보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측면의 매표소로 갔지만 그곳은 중산공원으로 들어가는 매표소다.

다시 정면의 광장으로 돌아와 측면에 있는 자금성의 매표소를 발견한다.

여권과 입장료를 주고 간단하게 입장권을 받는다.

복잡했던 다른 관광지들의 여행 상품과 달리 자금성 관람의 단일 입장권만을 팔고 있으니 심플하고 편하다.

자금성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다시 신분증 같은 것을 제출하고 입장을 한다.

여권을 보여주고 오문(午門)으로 들어간다.

다시 엑스레이 검문소에서 소지품을 검열하고, 패니어에 들어있던 맥가이버칼 때문에 작은 문제가 발생한다.

검열을 하던 여자 검열관이 다가와 뭔가를 말하더니 패니어를 헤집으며 떠들어댄다. 너무나 무례하고 황당한 행동이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어서 쳐다보니 맥가이버칼을 집어 들고 다시 중국어로 쉴 새 없이 떠들어댄다.

"What are you doing? I'm Korean. what's the problem?"

무례하게 미친 사람처럼 떠들며 맥가이버칼을 흔들어대던 여자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할 말을 잃은 사람처럼 계면쩍은 얼굴로 쳐다보고 있다.

"워 쓰 한궈렌!"

여행으로 인해 조금 추레한 복장을 하고 있으니 중국인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여자의 요란스러운 행동으로 주변에 있던 다른 검열관들이 모여들고 자금성 안으로 맥가이버칼을 소지하고 들어갈 수 없다며 시끄럽게 안내를 한다.

영어로 말을 하다 도저히 소통이 안되어 번역기를 들고 자전거 여행자라서 다용도칼이 중요하다고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하니 알아듣는 눈치지만 젊은 남자 검열관은 다용도칼을 들고 자신에게 칼을 주고 가라며 농담을 하듯 빈정거린다.

"죽을래?"

처음 소란을 피우며 일을 벌였던 여자는 자신의 행동이 미안했는지 젊은 남자에게 다용도칼을 돌라주라는 제스처를 하고, 계속되는 여자의 채근에 남자는 못 이기는 척 다용도칼을 돌려준다.

"어이가 없네. 설령 내가 중국인이라 해도 너희들은 중국의 인민들을 어떻게 생각하길래 이 따위 무례한 행동을 하냐?"

아무런 생각 없이 들고 나온 다용도칼 때문에 발생한 소란이지만 만약에 다용도칼을 돌려받지 않았다면 자금성의 관람을 포기하고 다용도칼을 선택했을 것이다.

작은 소란을 뒤로하고 오문(午門)을 지나.

이제는 어린 황제도, 늙은 환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자들도 사라지고 헛된 욕망의 흔적처럼 남아있는 자금성으로 걸어간다.

금수교(金水桥)을 넘어.

넓은 광장의 끝에 청동 사자상이 세워진 태화문(太和門)이 보인다.

태화문을 지나 다시 넓은 광장과 함께 태화전(太和殿).

그리고 중화전(中和殿)과 보화전(保和殿).

천하를 얻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감옥처럼 느껴지는 궁궐에서 배설되는 인간의 욕망들을 대면했을 황제의 삶도 그리 행복했을 것 같지 않다.

겹겹으로 높은 성을 쌓고 넓고 넓은 궁궐을 지어 화려한 대리석과 금빛으로 물들였지만 그들은 모두 죽고 누구 하나 남아있지를 않다.

"부질없고 의미 없다. 어쨌든 모두 죽어버렸잖아!"

내 안에 이런 성 하나를 부지런히 쌓아가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는 모르겠다. 화려하지만 외롭고 공허한, 타인의 시선에 대한 갈망과 두려움 그리고 집착 따위들을 켜켜이 쌓아놓고 부질없는 덧칠만을 반복하는 의미 없는 껍데기 같은 것을 말이다.

의미 모를 자금성의 관람을 포기하고 중화전의 외부 벤치에 앉아 봄날의 시간을 보낸다. 그저 따듯하게 느껴지는 봄날의 기운과 바람만이 좋다.

후궁으로 들어가는 건청문(乾淸門)을 지나 건청궁(乾淸宮).

후궁을 지나 후원의 어화원(御花園).

자금성의 북문인 신무문(神武門)으로 자금성을 빠져나온다.

너무나 넓은 자금성을 하루 만에 구경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다.

신무문을 빠져나와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간다. 베이징의 버스에는 보안요원 같은 건장한 남자들이 동승하고 있는데 승객들을 대하는 거만하고 위압적인 행동들이 꼴 보기 싫다.

숙소로 돌아와 식당에서 샌드위치와 같은 것들을 포장하고.

침대에 쓰러진다.

"오늘은 일찍 잠들어야 해. 그래야 내일이 빨리 오지!"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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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6일 / 맑음 ・ 20도
베이징 천단공원
6일간 베이징에서 보낼 생각이다. 장가계를 출발할때의 걱정과 달리 너무 일찍 베이징에 도착하여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이동거리
10Km
누적거리
4,312Km
이동시간
2시간 12분
누적시간
322시간 37분

버스
버스
7Km / 1시간 47분
3Km / 25분
숙소
천단공원
숙소
 
 
4,31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라이딩이 없어 느릿하게 아침을 시작한다. 10시가 넘도록 늦잠을 자고 일어난다.


"오늘 뭘 해야 하지. 숙소를 연장하고, 자전거 정비를 할까?"

숙소를 연장하려 트립닷컴에 접속하니 숙소에 방이 없다. 하루를 보내고 만족스러우면 이틀을 연장하려고 했는데 단체 손님이 들어왔는지 7만원이 넘는 방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검색되질 않는다.

"아, 몰라. 프런트에서 해결하자."

아침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와 자전거가 잘 있는지 확인하고, 볼수록 깨끗하게 세차를 하고 정비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빨리 뒤돌아서 식당으로 향한다.

"햇볕이 좋은 아침이다."

아침을 하는 곳의 메뉴판을 한 번 째려보고 번역기로 메뉴들의 정체를 파악하느라 시간이 좀 걸린다.

사람들이 식판에 두 가지 또는 세 가지의 찬을 놓고 식사를 하는 것으로 보아 여러 가지 반찬 중에서 몇 가지를 선택하여 주문을 하는 것 같다.

两荤一素, 一荤两素.

"고기요리 둘 그리고 뭐지? 오케이, 이해했어. 고기반찬 두 개, 풀반찬 하나"

계산대로 가니 어제 봤던 어린 여자 직원이 나를 보고 또 왔냐는 듯 빙긋이 웃는다.

两荤一素를 주문하고 배식을 하는 주방에 주문표를 준다.

식판에 큼지막하게 밥을 퍼주는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여러 반찬 중 육해공을 하나씩 선택한다.

언제나 푸짐한 중국의 밥 인심.

중국의 생선은 잔가시가 많아 먹기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잔가시를 뱉어내며 먹고 있으니 동네 할아버지 한 분이 앞자리에 앉더니 물고기 이름을 알려준다.

크게 관심이 없어 예의상 한 번 더 물어보고 흘려듣는다.

"역시 생선은 구워야 맛있는데."

밥을 먹는 사이 식당에 사람들이 붐빈다. 11시가 넘으니 다들 점심을 먹으러 오는가 싶다.

아침을 먹고 나니 움직이기가 싫어진다.

"오늘은 그냥 침대에서 뒹굴뒹굴해야겠다."

프런트에 숙박연장을 하고 싶다 얘기를 하니 방이 없다며 조금 기다려 달라고 한다.

"지금은 방이 없어요. 방이 나면 옮길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숙박하고 있는 방은 다른 예약이 있어 방을 옮겨야 한다고 안내를 해준다. 체크아웃 시간이라 매우 바쁜 직원에게 준비가 되면 연락을 해달라 부탁하고 방으로 돌아온다.

숙박비를 내기 위해 현금을 찾으러 고덕지도를 검색해 주변에 있는 공상은행으로 걸어간다.

한국어 서비스도 지원하는 신형 ATM 기기에서 1,000위안을 찾아 돌아온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노점에서 파는 한라봉처럼 보이는 큰 귤 세 개를 담아 10위안에 사든다.

숙소 프런트의 여직원은 여전히 바쁘다. 잠시 프런트 앞 소파에 앉아 기다리다 방으로 들어온다.

30분쯤 후, 전화벨이 울리고 여직원은 몇 마디 중국어를 하고 말을 이어가질 못하겠다.

"I will get down. 아니, 워 시아."

'我下' 했더니 알아들은 듯 OK 하며 대답한다.

여직원은 열심히 핸드폰을 두드려 방들을 안내한다. 표준 방, 큰 방, 창문이 없는 방이 있고 지금 묵고 있는 방은 없다고 한다.

"뭐 일단 방이 있으면 됐다. 얼마?"

238, 438, 238위안. 방들을 보고 결정을 하라 안내를 한다. 1층과 2층에 있는 방을 보니 지금 묵고 있는 방에 비해 작고 급이 낮다.

"2박 3일로 예약을 하지 않은 내 탓이니 어쩔 수 없지 뭐."

1층의 표준 방으로 결정을 하고 숙박비를 결제한다.

"I'll stay two more days. How much is it?"

계속 난감해하지만 친절하고 상냥한 여직원이다.

"아냐. 내가 잘못했어. 뚸 샤오 치엔?"

웃으면서 계산기로 238를 적어 보여준다. 그냥 암산으로 더하면 될 것을, 그것도 귀찮아서 다시 여직원에게 물어본다.

"얼티엔."

못 알아듣는 여직원.

"이틀이 중국어로 뭐야?"

그제서야 번역기로 两天을 보여주니 '아' 하며 방긋 웃는다.

처음부터 번역기를 사용하면 편하지만 여행을 하다 보니 몸짓으로 표현하고, 이것저것 아는 말들을 내뱉고, 그리고 소통이 안되면 번역기를 사용하게 된다.

타인에게 나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시키는 것, 또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려 한다는 것이 얼마나 정성스럽고 애틋한 행위인지를 여행을 통해서 배우고 있는 중이다.

"한 번 더 귀 기울여 들어줬더라면, 한 번 더 바라봐 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고작 밥 한 끼, 하룻밤 잠자리에 이렇게 정성인데 말이야."

결제를 하고 고생스럽게 응대를 한 여직원에게 한라봉 하나를 건네주니 다이아 반지라도 받은 것처럼 좋은 웃음을 지어준다.

"방을 청소하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20분 후, 여직원의 연락을 받고 짐들을 정리해 4층 방을 나선다. 건너편 방을 청소하는 직원에게 인사를 하고 한라봉 하나를 건네다.

청소 직원도 너무나 좋아하며 감사의 인사를 한다.

"이거 한라봉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귀티 나서 그런 거 아냐?"

패니어 두 개를 덥석 들어 엘리베이터까지 옮겨주며 인사를 하고, 안내를 위해 4층까지 올라와 기다리던 다른 프런트 직원에게 패니어를 인계한다.

"你是韩国人吗?"

눈을 마주치며 호감 있게 웃는 여직원은 방문까지 패니어를 옮겨주고 환영의 인사를 하고 돌아간다.

"欢迎来到中国."

"아놔, 왜 중국어가 자꾸 들리지."

방을 옮기고 베이징 시내의 관광지들을 검색하다 공원에 나가 바람을 쐬며 산책을 하고 싶어진다.

고덕지도에 천안문과 함께 아이콘으로 표시된 탑모양의 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천단공원(天坛公园), 한 번 가볼까?"

숙소에서 버스로 4정거장 거리에 있어 부담도 없고 산책 겸 천단공원으로 간다.

베이징 시내의 버스 정류장에는 바닥에 버스가 정차하는 지역이 표시되어 있다.

2위안짜리 기다란 버스를 타고.

천단공원 동문으로 가니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중국 기준으로)

일단 공원의 대략적인 모양과 입장료를 확인하고.

비수기와 성수기 요금이 다른 것 같은데 11~3월까지는 비수기에 해당되나 보다. 공원입장료가 10위안, 기년전과 회음벽, 원구까지 들어갈 수 있는 입장료가 28위안이다.

잠시 입장료를 살피는 사이 한가하던 매표소에 사람들로 가득하다.

"방심했네. 여기는 중국."

중국 사람들이 표를 사며 신분증을 제시하길래 나도 여권을 꺼내어 보여주고 28위안 표를 구매한다.

"천국의 사원이라, 그럼 들어가 볼까."

향나무가 들어선 긴 산책로가 이어지고.

탑으로 향하는 길에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공원 입구의 우측으로 체육시설 같은 것이 놓여있고 중국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기년전으로 가는 통로에 사람들이 앉아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공짜인가?"

길게 이어진 통로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 남녀노소 섞인 채 카드게임을 하고 있다.

너무나 많이 봐왔던 모습이라 그러려니 하며 지나치고 기년전으로 들어가는 게이트를 통과한다.

넓은 광장 위로 뾰족 솟은 원뿔 모양의 천단의 기년전.

진청색의 기와와 처마들, 붉은 문과 기둥이 강렬한 느낌을 준다.

천단(天坛)
천단은 제천의식, 즉 오곡풍양(五穀豊穰)을 위한 기우제와 풍년제 등을 올리기 위해 1420년 명대의 영락제가 건설한 제단이다. 자금성을 중심으로 남쪽에는 천단(天坛), 북쪽에는 지단(地坛), 동쪽에는 일단(日坛), 서쪽에는 월단(月坛)이 있어 각각 하늘, 땅, 해, 달에 제사를 지냈는데 천단은 황실 최대의 제단이었다. 이후 낙뢰로 소실되었다가 1896년에 재건되었으며 황제의 상징인 용보다 황후의 상징인 봉황이 더 크게 조각된 것은 당시 서태후의 권력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지식백과)

붉고 화려한 기둥, 은은하지만 강렬한 색의 처마들과 황금빛 용 문양들이 검은 제단과 함께 웅장하게 느껴진다.

기년전(祈年殿)
명대에서 청대까지(1368~1911) 황제가 풍년을 기원하던 축전(祝殿)으로 베이징(北京) 천단(天坛)에서 가장 먼저 건립된 건축물이며 1420년 착공되었다.(지식백과)

"화려하다. 그런데 무언가 재미가 없다."

뒷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감동은 없었지만 이색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옛 중국 관료들의 모자 같기도 하고."

천단의 뒤편으로 황첸덴(皇乾殿, 황건전)이 들어서 있다. 왠지 모르게 작게 느껴진다.

안쪽에 검은 제단이 놓여있고 천장의 무늬들이 독특하고 화려하다.

기년전으로 들어가는 기년문을 지나 단비차오(丹陛桥, 단폐교)를 걸어 원구가 있는 성정문으로 향한다.

단폐교 위로 관광객들이 붐볐지만 400미터 가까운 길이의 넓은 공간이 여유 있게 보인다.

단폐교(丹陛桥)
길이가 360m이며, 지면에서 4m 높이에 있고, 폭은 30m이다. 가운데에 돌이 깔린 길을 '선루[神路]'라고 하여, 천제(天帝)만이 다니는 길로 정하였다. 동쪽의 벽돌이 깔린 길은 '위루[御路]'라고 하며, 황제(皇帝) 전용으로 사용되었으며, 왕공대신(王公大臣)은 서쪽에 있는 '왕루[王路]'로만 다닐 수 있었다. (두산백과)

단체 관광객들의 가이드들이 용꼬리 같은 깃발들을 들고 단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기다린다.

"용꼬리야? 붕어꼬리야? 귀엽네."

공원입장 시 한 번, 천단 입장 시 한 번. 게이트를 지날 때마다 구멍이 하나씩 뚫린다.

"길긴 길다. 걷다가 지치네."

성정문을 지나니 오래된 향나무 사이로 원형의 돌담이 나온다.

아주 오래된 향나무가 공원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원구를 가기 위해 마지막 게이트를 통과하고.

"대체 뭐가 있길래?"

원형의 돌담, 회음벽 안으로 중앙에 원형의 사당과 좌우 양편에 직사각형의 사당이 놓여있다.

회음벽(回音壁)
황충위[皇穹宇]의 담장으로, 돌을 간 다음 쌓아 만들었으며, 담장 위에는 남색 유리기와를 얹었다. 두 사람이 둥[东], 시페이뎬[西配殿] 뒤편에 나누어 선 다음, 벽에 기대어 서서 벽 가까이에 대고 북쪽을 향해 말하면, 소리가 담벼락을 타고 전해져 200m 떨어진 곳에서도 들을 수 있다.(두산백과)

좌측이 서배전(西配殿), 우측이 동배전(配殿)인데, 그곳에 서서 천단 방향으로 말을 하면 벽을 타고 반대편에서 소리가 들린다 하여 회음벽이란다.

"싱겁기는, 누가 있어야 팩트체크를 해보지."

회음벽 중앙에 원형의 환충위(皇穹宇, 황궁우)가 위치해 있다. 기년전의 미니미처럼 모양과 색이 비슷하다.

동배전 내부에 제단이 놓여있고, 천장과 기둥 그리고 문살이 독특하고 예쁘다.

기년전을 축소해 놓은듯한 황궁우.

회음벽 건너편의 원구로 넘어간다.

원구의 문이 조이고.

넓은 광장에 놓인 3단의 석조단인데 사당이나 누각 같은 것이 없고 하늘이 열려있다.

원구(圜丘)
한백옥(汉白玉)으로 된 3층의 기단(基坛)으로 황제가 제사를 올리던 곳이다. 제사를 올릴 때 기단 북쪽의 황궁우에 선대 황제의 위패를 안치했다. 원구의 계단과 포석, 난간의 수는 9의 배수로 되어 있다.

용들이 지천에 깔려있다.

원구에 오르니 사람들이 정중앙에 놓인 돌 위에 서서 기도를 하거나 기념촬영을 한다.

천심석(天心石), 원구 중앙에 놓인 돌로 하늘을 상징한다고 한다.

넓고 넓은 천단공원을 구경했는데 버스가 있는 동문까지 다시 걸어갈 생각을 하니 다리가 무겁다.

원구의 게이트를 빠져나와 단폐교를 걷지 않고 향나무들이 빼곡하게 심어진 산책로를 따라 동문 방향으로 걸어갔다.

이곳 주민이라면 매일처럼 산책을 하고 싶은 길이다.

어깨 높이로 내려온 향나무 가지들을 천천히 걸으니 깊은 숲속에 들어온 듯 비밀스럽고 좋다.

관광객들이 거의 없는 조용한 길이라 더욱 마음에 든다.

대각선으로 이어지던 길은 천단으로 들어섰던 곳으로 이어진다.

오랜 세월 인간의 헛된 욕망들을 지켜봤을 향나무.

동문을 빠져나오기 전 사람들이 모여 운동을 하던 곳으로 걸어간다.

지난 과거의 유물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궁금하다.

체육 시설이 놓여있고 여기저기에서 제기를 차느라 바쁘고 즐겁다.

"아놔, 이 귀여운 중국인들."

열심히 제기를 차며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제시를 확인하고 싶어진다. 제기를 차는 사람들의 흐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호기심만을 증폭시키며 기다렸지만 제기차기가 끝나질 않는다.

한참 후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데 뒤편 난간에 제기가 꽂혀있는 쇠줄이 눈에 들어온다.

배드민턴 공처럼 철사를 꼬아 제기 보관틀을 만들었다.

"아이디어, 완성도, 편리성 최고!"

네 갈래의 큰 깃털로 날개를 만들고.

밑 머리는 고무.

그리고 중간에 딱지 같은 양철 조각을 넣어 맛깔스러운 소리가 나도록 만들었다.

제기를 차는 소리가 묵직하여 적당히 무게감이 있을 줄 알았은데 생각보다 가볍다.

겹으로 분배해 놓은 고무와 양철 조각이 묵직한 타격음을 만들 뿐 제기를 차며 발등이 아플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얀 깃털 사이로 작고 부드러운 갈색 깃털을 추가하여 모양을 낸 것도 있다.

제기를 구경하고 동문으로 걸어가다 소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알록달록한 제기를 들고 있는 것을 보인다.

할머니와 공원을 산책 후 돌아가는 길인듯.

"웨이, Show me this."

할머니가 웃으며 보여주라고 하니 의아해하며 제기를 전해준다.

"알록달록한 게 이쁘네."

예쁜 모양의 제기는 어른들이 차던 제기와 달리 기성품으로 만들어진 제품 같다.

"시에 시에, 고마워, 땡큐!"

여전히 이 사람은 뭔가 싶은 얼굴로 쳐다보는 아이에게 할머니가 '할로'를 하라며 웃는다.

동문에 도착하니 땅끝으로 석양이 시작된다. 가볍게 산책을 나와서 급 피곤해진 오후다.

버스를 타기 전 할배네 햄버거를 사 가려고 들린다. 베이징이라 외국인들이 가게 안에 많이 있다.

어제 베이징 시내의 초입에도 주문을 아주머니가 받아 소통이 어려웠는데 여기도 아주머니가 주문을 받는다.

말없이 주문대 위에 놓인 그림을 가리키며 37위안을 꺼내어 준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고.

식당에 들러 메뉴판을 째려본 뒤.

토마토 계란 볶음 덮밥을 시켜 먹었다. 토마토와 케찹맛이 전부였다.

"자전거도 안 타는데, 너무 많이 먹는가."

식당과 숙소 사이에 작은 미용실이 있다. 미용실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는데 들어오라며 손짓을 한다.

"워쓰 한궈렌, 밍티엔."

손가락 가위 모양으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제스처를 하니 맞다며 하며 웃는다.

심심한데 내일 이발이나 해야겠다.

숙소에 돌아와 사진들을 업로드하는데 와이파이가 너무 느리고 접속이 자주 끊긴다.

"방이 조금 안 좋아졌다고 와이파이까지 차별할 필요는 없잖아."

몇 분이면 될 업로드를 하느라 프런트를 왔다 갔다 하며 신호를 잡는다.

밤늦게 출출해져서 포장해온 할배네 햄버거 세트를 경건한 의식을 치르듯 순서대로 꺼내어 먹는다.

"치즈파이, 치킨 3조각 그리고 하이라이트 햄.. 버. 이건 뭐냐?"

두툼한 치킨버거는 없고 무슨 밀가루 전병 같은 것이 들어있다.

"소고기 오방? 넌 뭐니!"

멘붕이 밀려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주문할 때 찍어놓은 메뉴판 사진을 핸드폰으로 다시 확인하니 이것을 주문한 것이 맞다.

세트 넘버 1을 말하는 게 귀찮아 언뜻 보이는 메뉴판을 가리켰는데 햄버거가 아니고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이다.

"제발, 이상한 향신료 맛만 나지 말아라."

다행히 그럭저럭 먹을만했지만 치킨버거의 행복감을 대신해 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조식도 빼먹고, 숙소예약도 꼬이고, 햄버거까지 날려먹다니. 느슨해진 거야, 정신 똑바로 차리자."

내일은 자금성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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