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39일 / 흐림・ 1도
니즈니 노브고로드
몸과 마음이 무거운 날들은 계속된다. "그냥 쉬자."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5,94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54시간

 
휴식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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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즈니
 
니즈니
 
니즈니
 
 
2,96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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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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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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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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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5)783-2727

 
8시가 되면 잠에서 깬다. 허벅지의 근육은 풀리지 않고 여전히 묵직하다.

마른 텐트를 정리하고, 오늘의 일정을 세우려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푹 쉬기로 한다.

"휴식만큼 좋은 것도 없겠지."

오늘도 춥고 흐린 날씨다.

식당으로 내려가 아침을 해결한다.

이틀 전에 산 치킨을 잘라 전자렌즈에 돌리고.

빵과 함께, 조식으로 먹는 빵에도 익숙해진 모양이다.

오후까지 자료들을 정리하고, 엽서를 쓰고.

저녁이 가까워져 볼가강변의 구시가지로 산책을 나간다.

20여 분쯤 거리를 걷자 화려한 첨탑의 교회가 나온다.

붉은 벽돌의 석조 건물, 기둥과 외벽에 새겨진 화려한 문양들이 경이롭다.

"정말 정교하고 아름답다."

건물을 돌아 작은 언덕을 오르자 종탑의 건물이 나온다.

교회로 들어가 50루블로 두 개의 양초를 사 들고, 예배당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금빛의 화려한 벽면과 샹들리에, 실내등이 꺼지고 청아한 찬송가 소리와 기도문을 읽는 소리가 이어진다.

작은 촛불을 들고, 수기로 쓰여진 작은 책을 넘기며 기도문을 읽는 여자, 그리고 예배당 안쪽에서 굵은 저음의 남자의 기도문이 이어진다.

짧은 기도문과 청아한 찬송가가 대화를 주고받듯이 이어진다.

눈을 감고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20분, 30분, 40분.

신을 믿지 않지만 신이 있다면 무엇을 소원할 것인가.

촛불 하나를 켠다.

"그녀의 삶에 있어 나의 존재가 잠시나마 작은 위안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촛불 하나를 켠다.

"나의 삶에 있어 그녀의 존재는 언제나 큰 위안이었음을 감사드립니다."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거리를 걷는다.

"도시가 예뻐도 문제네."

"독한 술에 취하고 싶은 날이다."

아침과 다르지 않는 저녁으로 식사를 하고.

"떠날까? 머무를까?"

"그냥 쉬어 가자."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31일 / 흐림
나베레츠니 첼니-카잔
안드레, 보바, 이글과 함께 정신없이 보낸 나베레츠니 첼니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여행을 떠난다. 러시아의 오래된 도시들을 지나 모스크바로 향하는 여정이다. 카잔까지 함께 가자는 이글의 제안으로 이글의 차를 타고 카잔으로 향한다.


이동거리
263Km
누적거리
15,540Km
이동시간
7시간 11분
누적시간
1,122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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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니
 
카트미쉬
 
카잔
 
 
2,55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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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 후 맑은 아침의 바람이 좋다.

첼니에서의 일주일을 보내고 카잔으로 떠나는 날, 이글과 함께 카잔으로 가기로 한다.

안드레는 언제나처럼 인도차를 끓여 아침을 해결하고, 안드레의 차는 향과 맛이 좋다.

"사비, 가끔씩 연락해야 해."

안드레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참 편안한 친구다. 짐들을 정리하며 안드레에게 중국과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여행 동안 사용했던 버프를 선물한다.

"안드레, 산에 갈 때나 강에 갈 때 이것을 써."

좀 더 좋은 선물이 있다면 좋겠지만 안드레라면 기꺼이 기분 좋게 받아줄 것 같다.

땅이 넓어서 인지, 전쟁이나 재해를 대비한 것인지 러시아의 지하 주차장의 지상은 아무런 용도 없이 비어있다. 우리라면 지상의 주차장으로 빼곡하게 이용을 할 텐데 말이다.

이글이 안드레의 집으로 찾아오고 짐들을 들고 밖으로 나온다.

"안드레, 이제 가야 해."

이글의 승용차에 자전거의 바퀴들을 분리하고 짐들을 싣는다.

월터의 말처럼 헤어짐의 감정은 그다지 좋아하거나 익숙해지는 감정이 아닌 것 같다.

"안드레, 잘 있어."

아쉬움의 인사를 여러 차례 반복하고 안드레와 헤어진다.

"다시 만날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지기를 바란다. 내 친구, 안드레."

이글은 성능이 떨어진 USB 케이블을 사주기 위해 전자기기 가게에 들르고.

튼튼해 보이는 USB 케이블을 사준다.

"아프리카까지 잘 써 볼게."

러시아의 물가는 우리보다 20~30프로 정도 저렴하다.

이글은 보바에게 가서 작별 인사를 하자고 한다. 이글이 말하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하자고 부탁했을 것이다.

보바의 직장으로 이동해서.

보바와 작별 인사를 한다.

언제나 다정다감한 따듯한 친구 보바, 소치에서 꼭 다시 만나자.

보바와 헤어지고 이글은 이발을 하자며 이동을 한다. 꼼꼼한 이글은 오늘의 동선을 메모리에 적어왔는지 뭔가를 계속 확인하며 시간을 사용한다.

며칠 전부터 이발을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동안 시간이 없어 머리카락을 자르지 못하고 있었다.

미장원에 앞선 손님이 있어 잠시 대기한다.

"얼마 만이야. 오늘 날씨 참 좋다."

미장원 앞에 있던 작은 고양이가 살갑게 다가와 자리를 잡는다.

"네가 사랑받는 법을 아는구나."

"잠깐 비포 사진을 찍고."

눈 내리던 몽골에서 머리를 자르고 러시아까지 왔다.

"기분 전환이 필요한 요즘이야."

짧게 머리를 자르고 인증샷, 시원하게 잘린 머리가 마음에 든다.

러시아의 모든 곳에는 할머니들의 노점이 있다. 거리에 나와 시간을 보내며 작은 용돈을 버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날씨가 쌀쌀하여 춥지는 않을까 생각되지만 이렇게 거리에 나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이글과 카잔으로 향한다. 200km 정도의 거리, 3시간 정도 이동하면 될 것이다.

이글은 이동하는 동안 지나치는 곳들의 설명을 하느라 바쁘다.

한 시간 반을 달려 중간 지잠에서 차를 세우는 이글, 도로변의 휴게소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자고 한다.

여기저기서 손짓을 하는 중년의 여성들, 간단한 음식과 함께 기념품과 말린 생선 등을 판매하고 있다.

러시아의 말린 생선은 정말 별미다.

이글은 한 가게에서 만두처럼 생긴 손바닥만한 큰 빵을 주문한다. 이름을 알려주었지만 어려워서 모르겠고 감자 반죽의 피에 다진 고기와 야채가 들어있어 쫀득하고 맛이 좋았다.

이글의 성화에 가게 주인과 사진도 찍고.

유료 화장실에서 급한 용무도 해결하고.

출발하려는 사이 다른 가게의 여자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이글과 무슨 대화를 하는지는 모르겠고, 테이블 밑에 숨겨두었던 말린 생선을 보여주는데 뭔가 은밀하게 행동하는 것이 판매가 금지된 어종인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도로를 달리던 이글은 뭔가 생각이 난 듯 차량을 유턴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좋은 장소가 있다고 한다.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도로변의 오래된 카페인데, 오래된 오토바이와 차량들이 카페 주변에 전시되어 있다.

카페에서 운영하는 작은 박물관인데 우리나라의 자동차 박물관에나 있을법한 올드카들이 주차장에 방치되듯 전시되어 있다.

"아깝다. 좀 더 제대로 보관하면 좋을 텐데."

장애인을 위한 차라고 하는데, 구조가 조금 다르게 생긴 것 같다.

오래전 러시아의 나무집도 재현되어 만들어져 있고.

상점의 모습도 재현되어 있다. 냉장고와 계산기, 카운터 포스 등을 제외하면 현재 러시아 시골의 모습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아, 그런데 인형이 너무 무섭다."

이글의 말레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 들리며 구경을 하고 사진 촬영을 하는 장소라고 한다.

졸음이 쏟아져 잠시 눈을 붙인다.

카잔으로 들어가는 교차로에 들어섰을 때 잠에서 깬다.

"사비, 저기 봐. 비가 내리고 있어."

"어, 몽골, 카자흐스탄, 러시아에서 많이 봤어."

이글은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알려주느라 간단한 것도 여러 번 설명을 하며 '언더 스탠드'를 외친다.

카잔의 날씨는 흐리고 비가 흩날리고 있다.

알 수 없는 거대한 구름들의 움직임이 계속된다.

카잔의 외곽에 들러서 이글의 친구를 만나고, 잠시 은행에 들린다.

은행 안의 풍경이 색다르다. 상담을 하고 있는 고객들이 모두 측면을 향해 앉아있는 구조다.

이틀 동안 머무를 집을 구했다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글과 친구, 아마도 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가 아닌 아파트를 빌려 머무를 생각인가 보다.

러시아의 거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어느 곳을 가나 울창한 나무의 골목길, 산책로, 인도가 있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관리를 하지 않아 모기가 많기는 하지만 도시 한가운데 이런 길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오래된 건물에는 뭔가 특별한 멋이 있다.

인도의 길바닥에 뭔지 모를 글자와 숫자들이 많이 쓰여 있는데 의미를 모르겠다.

침대가 두 개 놓인 오래된 아파트를 렌트한다. 러시아의 숙소, 렌트의 시스템은 잘 모르겠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여행 중 아파트 숙소에서 머문 적도 있지만 시스템을 안다면 값비싼 호텔보다 좋을 것 같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이글은 어제 촬영을 했던 인터뷰가 방송이 된다고 알려준다. 첼니의 지역 방송이라 카잔에서 시청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이글은 카잔 크렘린 주변의 야경을 보러 가자고 한다.

완전히 어두워진 8시, 저녁을 먹기 위해 카페로 이동하며 핸들 패니어를 들고 가는 나에게 이글은 중요한 것이 없으면 핸드폰만 들고 가라고 한다.

"안 돼. 여행의 습관을 만드는 거야. 귀찮아도 항상 들고 다녀야 잃어버리지 않아."

구글을 검색하면 수프전문 식당으로 검색되는 카페인데, 저렴하게 여러 가지 메뉴를 먹을 수 있어 몇 차례 이용을 했던 곳이다.

카잔에 대학교가 있어서 그런지 다른 지역에 비해 젊은층의 세대가 많이 보인다.

메뉴가 다양한 카페에 들어서니 여지없이 이글의 자세한 설명들이 이어진다.

"사비, 이건 뭐고 저건 뭐고..."

"어, 이글."

"사비 샐러드 안 먹어?"

"어, 풀은 안 먹어."

이글의 모든 설명을 듣고, 번역기로 확인하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거, 이거."

재빠르게 메뉴들을 골라 주문을 하지만 이글은 내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고 배식을 하는 여직원에게 묻고 닭고기인지 생선인지를 설명한다.

"하하하. 내가 졌다. 이글."

플롭이 없어서 마카로니를 고르고 고기로 보이는 두 가지 토핑을 선택한다.

생선과 닭고기라며 꼼꼼하게 설명을 하는 이글과 달리 나에게는 모두 고기일 뿐이다. 고기 메뉴는 연어꼬치와 잘게 다진 돼지고기 같다.

이글은 재미있게 생긴 빵을 두 개 챙겨 나에게 하나를 건네준다. 안 쪽에 다진 고기가 들러간 빵이다.

이글의 메뉴는 샐러드와 감자다.

김치와 나물을 기본 반찬으로 하는 우리의 식탁에선 특별히 샐러드를 추가로 먹을 필요가 없지만 러시아의 식탁에서 샐러드와 메인 메뉴 그리고 빵과 차를 기본적으로 먹는 것 같다.

러시아를 여행하며 식당에서 주문을 받는 절차는 수프나 메인 메뉴를 고르면 빵이 몇 개 필요한지를 묻고, 차와 커피를 마실 것인지를 묻는다.

밥과 고기 그리고 밑반찬을 많이 먹는 나로서는 으깬 감자나 감자 등을 주메뉴로 먹는 것을 보면 가끔 신기하다.

"간단한 식사로 좋긴 할 것 같은데, 저게 배가 부른가?"

확실히 내 취향은 오리지널 한국의 촌놈 입맛이다.

식사를 하고 택시를 불러 카잔 크렘린으로 이동한다. 러시아의 도시에는 우버 택시가 많이 보이고, 정식 택시의 모습도 많이 보이지만 몽골처럼 개인이 택시를 하는 경우도 있는지 잘 모르겠다.

도로변에서 아무 차나 붙잡고 타는 몽골과 같은 시스템이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보는 사람도 게르에 앉아 함께 차를 마시고 음식을 먹는 몽골, 누구든 악수를 하고 나면 형제가 되는 카자흐스탄의 브로맨스처럼 러시아의 커뮤니케이션도 타인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은 듯싶다.

한국 사람들이 정이 많다고 하지만 몽골과 카자흐스탄, 러시아를 여행하며 이들이 처음 보는 타인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한국인의 모습이 각박해 보일 정도이다.

잠시 첼니 방송국의 카메라맨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택시에서 내리자 펼쳐진 풍경은 실로 이색적이다.

"와, 러시아의 크렘린이 이런 것이군."

높지 않은 언덕을 따라 이어지는 성벽과 언덕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성 내부의 건물들이 조명을 받아 아름답게 반사된다.

약간의 흥분감으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이글은 내일 구경을 하자며 강변으로 가자고 한다.

"내일은 내일이고, 야경은 다르지."

리카 카잔카의 강변으로 내려간다.

차가운 강바람과 함께 화려한 조명의 야경이 펼쳐진다.

강변의 카페들과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고.

"이글 웃어봐."

건너편의 야경도 화려하다.

이글과 함께 강변을 걷고.

이글은 강 건너편에 세워진 항아리 모양의 구조물에 대해 설명한다. 카잔의 명칭과 관련된 유래이고, 그것을 상징하는 구조물이라는 설명이다.

"이글, 이제 돌아가자."

작은 조명들이 수놓아진 길을 걸으며, 이글은 타악기를 두드리는 남자에게 다가가 무언가 대화를 하더니 바르간을 물고 남자와 함께 즉흥 연주를 한다.

"너무 꼼꼼해서 잔소리가 많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남자다."

"이글, 이곳에 오면 없던 사랑도 생기겠다."

보바와 영상 통화를 하고, 늘 함께 있다 떨어져 있으니 어색하다.

분위기 좋은 리카 카잔카의 강변이지만 바람이 너무 차갑다.

이글이 택시를 부르고,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크렘린 주변의 야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사비, 저기 건물 입구에 나무가 자라고 있어."

커다란 석조 건물의 현관에 오래된 고목의 실루엣이 보인다.

"오, 신기하다."

택시를 타고 돌라오는 동안 크렘린 주변의 석조 건물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빛내고 있다.

"이글, 여기는 사람이 없어? 저녁에 무서워서 혼자는 못 오겠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거리에 사람의 인적이 드물다.

바쁘게 움직인 날들로 인해 이글도, 나도 피곤하다.

"이글, 들어가서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고 푹 자자."

숙소의 주변 슈퍼에 들러 필요한 식료품은 샀지만 10시가 넘어 맥주는 살 수 없다.

오트밀을 좋아한다고 보바가 말했는지 이글은 오트밀과 함께 착착을 산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오트밀을 조리해 주고.

보바는 유튜브에 올려진 인터뷰의 영상을 캡처해서 보내준다.

"아, 정말 꾀죄죄하다."

"이글, 왜 보바를 째려보고 있는 거야."

우파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러시아 음식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을 때 인스타그램 친구들이 추천해 준 착착, 달콤한 꿀로 버무린 우리의 강정과 같은 맛이 난다.

간단하게 간식을 먹고 잠들었다. 카잔 크렘린의 모습이 궁금하다.

"오늘도 고마워.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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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29일 / 맑음
나베레츠니 첼니
첼니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려는 이글의 이유 있는 욕심으로 나는 몹시 피곤하다. "이글, 땡큐!"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5,27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15시간

 
이사벨
 
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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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니
 
첼니
 
첼니
 
 
2,29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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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아침, 꽤 쌀쌀하다.

이글은 누군가 나를 만나기를 원하고, 그녀가 집으로 올 것이라고 말한다. 함께 있는 동안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주려는 이글은 마음과 몸이 몹시 바빠 보인다.

편히 휴식하며 피로를 풀고, 여행의 자료들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도 무한하지 않으므로 소중하다.

이글의 집으로 금발의 여성이 찾아오고, 루이자는 나를 보며 몹시 기뻐한다.

루이자는 그녀의 딸이 한국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한다고 한다.

루이자의 딸 이사벨을 만나기 위해 밖으로 이동한다.

12살의 예쁜 소녀 이사벨을 만난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이사벨은 한국어를 공부한다며 한국어의 자음과 모음을 적어놓은 작은 노트를 보여준다.

"나는 한국에 갈 거예요."

"이사벨, 너의 이름을 한국어로 쓸 수 있니?"

이사벨의 노트에 이사벨의 이름을 적어주니, 이글은 노트에 사인을 해주라고 한다.

"이사벨, 항상 웃고 한국에 꼭 갈 수 있기를 바라."

한국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때 언제든지 연락하라며 인스타그램을 알려주고 이사벨 가족과 헤어진다.

이사벨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이글의 친구를 만나기 위해 다시 이동한다.

정말 정신이 없다.

이글과 복싱을 함께 운동한 친구를 만나고.

식사를 하는 동안 하나둘씩 친구들이 늘어난다.

이글은 시내 외곽에서 말을 기르는 친구와 함께 농장으로 가서 말을 타자고 한다.

하루 종일 비는 오락가락하며 내린다.

이곳에 날씨는 알 수가 없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흐리고 맑고 비가 내린다.

방열 발전소 근처의 작은 마을에 도착하고.

새 집을 짓고 있는 중이라 러시아 시골의 주택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벽돌과 원목으로 지어지는 집의 중심에는 커다란 베치카가 놓여있다.

암수 한 쌍의 말이 있는 공터로 이동한다.

말의 갈기와 털들을 쓰다듬듯 정리를 하며 안장과 고삐를 달고.

수컷의 머리와 몸에는 이빨에 물린 상처들이 아주 많다. 종마를 중심으로 무리 생활을 하는 말들의 습성상, 다 자란 수컷 말이 자신의 자마일지라도 서열을 정하거나 경쟁을 하는 모양이다.

부마의 괴롭힘 때문에 이곳에 서로 떼어놓고 관리를 하는 것 같다.

이글의 친구가 우리를 돌며 천천히 말을 다스리려 길을 들이고.

"사비, 말을 타."

몽골 게르에서 말을 타고, 두 번째 타보는 말이다. 몽골의 말보다 훨씬 크고 높다.

이글의 친구가 고삐를 잡아주어 우리 둘레를 두세 바퀴 돌고 말에서 내린다.

"왠지 말을 타면 미안하단 말이야."

긴 장검을 들고 사진도 찍고.

모델이 나빠서 그렇겠지만 이글은 사진을 참 못 찍는다.

"이글, 사진은 이렇게 찍어야지."

농장의 남자는 장검을 들고 현란한 검술을 보여준다.

제법 무게가 있는 장검을 능수능란하게 돌리는 것이 신기하기도 멋진 춤사위처럼 보이지만, 확실히 총이 편하겠다 싶다.

"전통 복장을 갖추고 검술을 하면 정말 멋지겠네."

수고한 말들은 감자로 보답을 받고, 감자를 먹으며 서로 교감한다.

"젠장, 말까지 염장이야. 말도 짝이 있는데."

"개야, 그렇지?"

"넌 내 마음 알지? 싱글끼리 놀자."

말들이 모여있는 농장으로 이동하고.

카잔으로 들어올 때 낮은 산등성이를 따라 들어선 집들이 인상적이다.

산을 따라 들어선 작은 집들과 말 목장의 풍경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이글의 친구가 작은 휘파람을 불자 말들이 울타리 쪽으로 다가온다.

큰 소리가 아님에도 휘파람에 반응하는 말들의 모습이 신기하다.

이글의 친구는 말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쓰다듬으며 교감을 나눈다.

"멋진 모습이다."

하루 종일 수없이 하늘이 변화한다.

말 농장을 떠나 다시 첼니의 시내로 돌아간다.

처음 첼니에 도착했을 때, 이 도시의 모든 것을 알려주었던 상징적인 방열 발전소의 풍경이다.

이글은 카마즈의 공장을 보여주기 위해 방향을 잡고.

심상치 않은 하늘의 모습, 그저 신기할 뿐이다.

몽골과 카자흐스탄 그리고 러시아, 초원과 평야, 대륙의 하늘은 언제 봐도 신비롭다.

이글은 카마즈 공장의 주변을 돈다.

"사비, 카마즈 공장이야."

이글의 성격은 조금 성급해 보이지만 꼼꼼한 편이다. 모든 것들을 챙기려다 보니 늘 바빠 보이고 많은 신경을 쓰다 보니 보바는 이글에게 엄마 같다는 농담을 한다.

"네, 마미."

퇴근을 한 보바와 다시 만나 이글의 시골집으로 향한다.

킹크랩 요리를 해주려고 식재료를 찾았지만 대형 슈퍼에는 킹크랩이 없었나 보다.

요란한 구름과 빗방울이 흩날리더니 어느새 무지개가 하늘 높이 색색의 아치를 그리고 있다.

이글의 시골집에 가기 위해 시 외곽으로 빠져나오고.

다른 대형 마트에 들러 바베큐 소시지와 음식 재료들을 산다.

수박을 고르는 친구들, 이글의 신중하고 꼼꼼한 모습이 재미있다.

러시아의 수산물은 정말 풍부하고 다양하다.

냉동 새우를 담고 직접 저울에 무게를 잰다.

정육 코너의 돼지고기, 우리와 달리 스테이크나 바베큐를 주로 먹는 곳이라 고기를 해체해놓은 모양이 다르다.

맥주도 사고.

"오늘 맥주, 저녁을 먹고 반야를 하자."

피곤함 때문에 맥주를 마시고 쓰러지고 싶은데, 러시아인들은 반야를 정말 좋아한다.

물과 사우나를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반야를 즐기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저녁 길을 달려 이글의 시골집에 도착하고.

보바는 불을 피워 바베큐를 준비하고.

마당의 창고에서 바베큐를 먹는 사이.

보바는 버섯 요리도 만들어 온다.

음악과 이야기 그리고 친구들, 좋은 밤이다.

보바는 북두칠성의 첫 번째 별을 가리키며 자신의 별이라고 한다.

"나의 별은 가장 작은 메그레즈야."

북두칠성의 일곱개 별 중에서 가장 작은 별 메그레즈, 가장 작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밝게 빛나는 별이다.

"나는 언제나 변함없이 이 자리에 있을 것이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아무도 너의 곁에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면 언제든 나에게로 와. 나는 지금의 자리에, 지금의 모습으로, 지금처럼 있을 테니까."

m2grez, 하는밥도둑은 25년 넘게 사용하는 나의 또 다른 이름이고, 지금은 Xavi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이글과 보바의 요청에 못 이기는 척 함께 반야를 즐기고 나니 피로가 조금 풀린다.

저녁 간식으로 새우를 먹고.

먼저 잠이 든다.

이사벨에게 짧은 메시지가 와있다.

"i believe that in the future i will go south korea."

"An earnest hope will come true someday. Always remember what you dream about. Always smile. Isabel! I will support your dreams."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81일 / 맑음
포스펠리카-룹촙스크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길, 러시아의 마지막 도시 룹촙스크로 들어간다. 


이동거리
84Km
누적거리
12,176Km
이동시간
5시간 36분
누적시간
877시간

 
A322도로
 
A322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포스펠리
 
해바라기
 
룹촙스크
 
 
1,27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새벽까지 화물차들이 주차장으로 들어와 휴식을 하는 바람에 조금 시끄러웠고, 새벽 일찍 떠나는 화물차들의 엔진음으로 6시부터 잠이 깨고 잠들기를 반복해야 했다.

8시가 안되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양치와 함께 짐들을 정리한다.

식당에 들어가 세수를 하고 아침으로 고기를 주문했다. 250루블.

출발하기 전 몽골의 보츠와 같은 튀김 만두를 두 개를 점심으로 먹기 위해 포장을 한다. 여전히 식당의 종업원들은 잘 웃지 않는다.

"먼저 웃으면 바보처럼 보일까 봐 그렇다고?"

안개가 내려앉은 아침의 날씨가 꽤 쌀쌀하다. 바람막이를 꺼내어 입고 출발을 한다. 오늘은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러시아의 마지막 도시 룹촙스크로 간다. 90km 정도의 거리다.

15km 정도의 속도로 길을 이어가고.

끝없는 해바라기 밭은 오늘도 계속된다.

"언제쯤 이 해바라기 밭이 끝날까?"

12시, 점심을 먹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음식점에서 사온 튀김만두를 꺼내었다. 크기에 비해 만두의 소로 들어간 고기의 양이 조금 적어 약간 실망스럽다.

"45km 정도 남았네. 일찍 도착할 수 있겠다."

도로변에 접근하기 편안한 해바라기 밭이 나온다.

"사진을 좀 찍고 갈까. 또 언제 이런 해바라기 밭을 볼 수 있겠어?"

해바라기를 찍고 출발한 길은 기역자를 그리며 왼쪽 방향으로 크게 휘어진다. 일직선으로 길게 뻗은 평탄한 길이 질주의 유혹을 보낸다.

"뭐, 그럼 달려줘야지."

5km 정도의 직선 도로를 언더바를 잡고 힘차게 질주하니 시원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길은 다시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룹촙스크 까지 27km가 남았음을 알려준다.

천천히 도로를 따라가며 쉴만한 장소를 찾는다.

작은 마을 앞에 놓여있는 버스 정류장을 발견하고 길을 건너자 뒷바퀴가 물컹거린다.

"잉? 또?"

튜브를 탈착해 보니 이물질이 박혀 펑크가 난 것이 아니고 튜브가 약간 불량인 것 같다.

펑크 패치로 정비를 했지만 실패, 아무래도 몽골에서 산 본드의 성능이 떨어지나 보다.

새 튜브를 꺼내어 교체를 하고, 오늘 숙소에 들어가 두 개의 튜브를 정비해둘 생각이다.

천천히 라이딩의 속도를 줄이며 여유를 부리고.

인공 호수인지, 자연 호수인지 알 수 없는 저수지 크기의 작은 호수가 나오고 도로는 호수를 가로질러 이어진다.

작지만 오랜만에 호수를 보니 마음이 후련하다.

"바다도 보고 싶네."

작은 호수를 지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공장의 굴뚝을 시작으로 룹촙스크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 나무집들을 지나 두 번째 호수를 앞두고 룹촙스크로 들어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A322의 도로를 따라 룹촙스크의 외곽을 돌아 시내로 들어가는 큰 길이 나오지만 작은 길을 따라 시내 외곽부터 구경을 하고 싶다.

잠시, 두 번째 호수를 구경하러 가보니 10여 명의 남녀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호수로 들어가는 입구에 요금을 받은 관리소가 있다. 미끄럼틀처럼 보이는 커다란 목조건물이 호수를 향해 경사를 두고 만들어져 있다.

"별거 없네. 시내로 들어가자."

흙길과 울퉁불퉁한 시멘트길을 따라 룹촙스크의 외곽을 지나가고.

철도길을 넘어.

시내로 들어간다.

러시아 도시의 주택가 도로는 몽골처럼 포장이 안 된 흙길 그대로다.

과일을 파는 노점상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으로 보아 재래시장의 근처인것처럼도 보이고.

룹촙스크 시내의 인도는 오래된 가로수가 우거진 흙길이고, 차도 역시 먼지가 날리는 오래된 시멘트길이다.

"나라가 작아서 그렇겠지만 우리나라가 참 대단한 나라야."

지방의 소도시는 물론 작은 시골의 마을까지 깨끗하게 도로가 정비되고 관리되는 우리나라가 대단해 보인다.

시내에 있는 광장을 향해 길을 따라가고.

오래된 건물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룹촙스크 의 광장이 나온다.

공장의 중앙에는 클래식 음악에 맞춰 분수들이 물을 뿜어내고 있고, 한 무리의 아이들이 신나게 물장난을 치고 있다.

광장의 정면에 레닌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분수대에서는 아이들이, 주변의 벤치에는 부모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리에 앉아 구글맵으로 주변의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하고.

6인실 침대가 놓인 깨끗한 호스텔을 찾았다.

"바로 옆에 있네. 좋았어."

일단 슈퍼에 들러 탄산수 하나를 사서 갈증을 해결한다. 가끔은 콜라보다 탄산수가 좋은 것 같다. 가격도 저렴하고.

"러시아에서 탄산수 맛을 알아버렸네."

검색했던 호스텔로 갔지만 프런트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는 시큰둥하게 방이 없다며 몇 마디를 하고 그만이다.

"러시아의 일방적인 응대 문화야? 뭐야? 뭐가 이렇게 불편해!"

혹시나 하고 트립닷컴을 검색하니 호텔의 저렴한 3인실 룸이 검색된다. 추가 정보가 불확실하여 일단 호텔로 이동한다.

호텔을 찾는 동안 길거리의 아저씨들과 운전자들이 환대를 해주며 인사를 하고.

트립닷컴의 호텔에 도착한다.

"외관이 그럴싸한데. 저렴한 방이 있다고?"

호텔의 프런트에는 세 명의 젊은 여자들이 앉아있다.

트립닷컴의 화면을 보여주며 투숙을 하고 싶다고 하니 가장 어려 보이는 직원이 당황한 듯 살짝 웃으며 안내를 한다.

"1,800루블."

"아니, 그 방 아니고."

다시 트립닷컴의 화면을 보여주며 3인실 방을 확인시켜 주어도 여전히 어리둥절.

"그냥, 온라인으로 결제해도 될까요?"

여직원은 뭔지 모르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 있던 여직원 뭔가를 퉁명스럽게 몇 마디 하고 만다.

트립닷컴으로 할인까지 받아 8,000원이 안 되는 금액을 결제하고, 호텔 바우처를 보여줘도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니, 왜 너네가 당황을 해. 난감한 건 난데."

몇 분 동안 아무런 안내도 없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냥 책상에만 앉아있다.

"어떤 문제라도 있어?"

그제서야 몇 마디를 러시아말로 중얼거리는 여직원이다. 번역기를 갖다 대니 '필요서류'라는 말이 번역된다.

"혹시 여권?"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여권을 주자 여러 차례 복사를 하더니 방의 키를 들고 안내를 한다.

"아니, 말을 해야 알지. 뚱한 표정으로 멀뚱하게 앉아있으면 어쩌라는 거야."

숙소는 호텔의 별관처럼 도로변에 있는 저가형 룸들의 건물이다.

3개의 침대와 화장실이 있고, 별관의 휴게실에는 에어컨이 나오는 것 같다.

"아주 좋아."

여직원은 방을 확인시켜 주고 열쇠만을 건네준 후 돌아가버린다.

"한 번이라도 웃으면 얼굴에 주름이라도 생긴다니."

짐들을 옮겨놓고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한다.

"월터, 러시아 여자들은 정말 잘 안 웃어. 내가 못생겨서 그런가 봐."

"아냐, 그냥 러시아인이라 그런 거야."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갈 겸 룹촙스크 시내를 살짝 둘러본다.

사람들이 모여있을 기차역으로 가서.

전쟁 영웅으로 보이는 사람의 동상을 보고, 공원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작은 도시라 딱히 별다른 것은 없다.

"오, 생맥주 가게. 맥주나 1리터 사 마실까?"

근처 슈퍼에 가서 90루블 통닭 반 마리와 맥주 두 캔을 사서 돌아온다.

이곳의 인도는 가로수 관리나 인도 정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러시아의 도시들이 모두 그랬지만 자연스럽다고 하기에는 방치된 느낌에 가깝다.

잘 보면 몽골의 도시들이 러시아의 도시들과 구조나 모습들이 흡사하다.

"몽골은 러시아의 영향을 복사하듯 받았네."

아마도 몽골 도시의 설계나 건축은 러시아의 원조나 시공으로 거의 대부분이 이루어진 것 같다.

호텔 입구에 있는 묘한 광고판이 눈길을 끈다.

"마사지 광고야? 꿀 광고야?"

숙소로 들어와 저녁을 먹고 잔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60일 / 맑음, 비 ・ 23도
울란바이신트-러시아 타샨타-코쉬아가츠
3달 동안의 몽골 여행을 마치고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넘어간다. 여행의 세 번째 나라 러시아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이동거리
80Km
누적거리
10,986Km
이동시간
5시간 56분
누적시간
794시간

몽골/러시아국경
P256
26Km / 2시간 18분
54Km / 3시간 38분
몽골
타샨타
코쉬아가
 
 
8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8,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몽골-러시아 간의 국경이 열리는 날이다. 어젯밤 몽골의 친구들과 먹은 보드카 때문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무거운 회색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지만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다.

"콩나물국밥 한 그릇 먹으면 좋겠네."

간단하게 세안과 양치를 하고 몽골에서의 마지막 굿모닝을 알린다.

몽골 화장실에 갈 때는 먼저 옷들의 지퍼들을 모두 잠그고, 핸드폰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언제나 조심조심, 빠지면 대책 없다."

국경이 열리는 9시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잔다.

8시가 되자 비꾸가 나가자며 서두른다.

"아직 멀었는데?"

자전거와 짐들을 챙기는 동안 아스카가 기다려 주고, 담배를 사기 위해 슈퍼에 들렀지만 문이 닫혀있다.

"아직 몇 개 남았어. 그냥 가자."

"자전거는 첫 번째로."

밤새 길게 늘어서 대기하고 있는 차량들을 지나 검문소의 가장 앞자리까지 가라고 한다.

검문소의 입구에 자전거를 세우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비꾸, 아스카, 아카와 사진을 찍고, 군복을 입은 국경 검문소의 직원들이 하나둘씩 출근을 한다.

"어, 어제 몽골 긴또깡의 와이프인데?"

어제 비꾸 일행과 잠시 놀러 갔던 집의 젊은 여자도 군복을 갖춰 입고 출근을 한다. 몽골 긴또깡은 직장 커플인가 보다.

군복을 입고 머리를 가지런히 올려 모자를 쓰고 있으니 세 명의 남자아이에게 시달리던 엄마의 모습과는 달라 보인다.

"멋진데."

8시 30분, 검문소 입구의 작은 초소에서 비꾸 일행은 여권을 보여주며 무언가를 체크 받고 작은 확인표를 받는다.

"사비, 이리 와."

초소의 군인에게 여권을 건네주니 쓸데없이 여권의 빈 면들을 뒤적거리고 뭔가를 중얼거리더니 확인표를 적어준다.

"아스카, 뭐라고 쓰여있는 거야?"

"자전거."

잠시 후 아스카는 아카의 담배를 몇 개비 뺏어와 담뱃갑에 담아준다.

"러시아 담배야."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있으니 초소에서 여권을 체크했던 군인이 나와 담배를 피우며 나를 부른다.

"왜?"

초소의 군인은 국경 검문소의 사진은 찍으면 안 된다는 제스처를 하며 사진을 삭제하라고 했다. 조금 전 찍었던 몇 장의 사진을 삭제하며 핸드폰을 보여주니 이전에 찍었던 인물 사진까지 지우라고 한다.

"융통성 없는 자식."

비꾸 일행과 찍었던 사진까지 검문소의 글자가 나왔다며 모두 삭제된다.

9시가 되어 문이 열리고 첫 번째로 검문소에 입장을 했다. 검문소의 오른 편, 승용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검사를 받는 2층 사무실로 올라간다.

사무실 내부에는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심사를 받기 위해 사람들도 하나둘 모여든다.

입구에 있는 출국 카드를 작성하는 동안 비꾸 일행도 사무실에 들어와 심사대 앞에 줄을 서고 나를 부른다.

심사대 앞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한 직원이 뭔가를 말하고 사람들이 엑스레이 검사대로 돌아가서 가방들을 올려놓는다. 아스카와 함께 엑스레이 검사대에 핸들 가방을 통과시킨다.

"뭔가, 어설픈 시스템이다."

잠시 후 몽골 긴또깡의 아내가 다가와 심사대 옆에 있는 창구 쪽으로 가라며 안내를 한다.

창구로 가서 확인표를 주니 도장 하나를 찍어주고, 이번에는 비꾸가 머리를 처박고 뭔가 대화를 하고 있는 입구 쪽의 창구로 가라고 한다. 다시 도장(서명) 하나를 더 받고 심사대 앞에서 대기한다.

초소에서 준 확인표에 3단계의 스텝을 알리는 몽골어가 적혀있는데, 정확히 무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짐들을 확인받는 절차인 것 같다. 하여튼 조금 어설프고, 어쨌든 3개의 도장을 받으면 되는가 싶다.

마지막 심사대에 여직원이 들어서고 여권과 출국카드 그리고 확인표를 건네주고 멀뚱하게 서 있다.

"출국카드는 쓸 필요가 없는 거군."

아무런 질문도 없고, 뭔가를 뒤적거리더니 여권에 출국 스탬프를 예쁘게 찍어준다.

"바엘샤!"

국경 검문소를 나가는 초소에서 멋진 군인이 거수경례를 하고 확인증을 받아 가며 다시 거수경례를 해주며 차단기를 올려준다.

"멋진 군인이네."

초소 입구의 거들먹거리던 녀석에게 살짝 삐쳐있던 기분이 상쾌하게 달아난다. 어쩌면 몽골을 벗어나는 것이 이런 기분일는지 모르겠다.

불안하고, 불쾌하고, 힘들고, 지치고, 배고팠지만 너무나 경이롭던 하늘과 풍경들 그리고 그 자연과 너무나 어울리는 사람들. 몽골을 벗어나니 뭔가 아쉽지만 알 수 없는 상쾌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다시 오게 될까? 글쎄, 오토바이나 캠핑카라면 모를까."

초소의 출구를 벗어나 있으니 비꾸의 일행이 자동차를 세운다.

"사진을 다 삭제당했어. 다시 찍자!"

아스카, 아카와 사진을 찍고 러시아 국경 검문소로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 그들과 헤어진다.

검문소를 벗어나 지겨운 몽골의 비포장 산길을 다시 오른다. 몽골-러시아 국경까지 약 5~6km 정도의 산길을 따라가야 한다.

"잘 있어라. 몽골!"

자민우드, 사인샨드에서의 황망스러웠던 첫 느낌들이 생각나고, 어느새 익숙하고 친숙해져버린 몽골의 풍경들이 사라져 간다.

러시아 국경으로 바쁘게 달려가는 차량들이 뿌연 흙먼지를 날리고, 날벌레들이 쉼 없이 달려든다.

"아직은 몽골이네."

"빨리 벗어나자!"

몽골의 마지막 하늘과 양떼들의 한가로운 풍경을 바라보며.

러시아로 향한다.

저 멀리 앞서가던 차량들이 정차를 하고 대기하고 있는 초소 같은 것이 보이고.

몽골의 국기와 러시아의 국기가 보인다.

몽골과 러시아의 국경, 비꾸의 말처럼 러시아의 국경부터 아스팔트가 깔려있다.

"뭐랄까, 참 할 말이 없다."

초소를 지키는 군인이 나오지를 않고, 몇 대의 차량이 대기를 하며 정차를 한다.

한참 후에야 마르고 나이가 있어 보이는 군인이 느린 발걸음으로 걸어 나와 국경의 문을 열어준다.

간단하게 여권을 확인하고 어딘가 무전을 하더니 패쓰. 대략 자전거를 탄 한국 사람 한 명이 국경을 넘었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아스팔트를 달리기 전 감격의 휴식.

"러시아에 왔구나."

바람이 불어오는 하늘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자리에 앉아 몽골의 데이터로 마지막 인사들을 전송하고 있으니, 늙은 군인이 다가와 뭔가를 말하려다 돌아간다.

아마도 빨리 러시아 검문소로 가서 입국을 하라는 말을 하려고 한 모양이다.

국경에서 타샨타에 있는 검문소까지 20km 정도를 가야 하니, 현재의 나는 지구상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와 같다.

"러시아를 달려 볼까!"

바람과 함께 황홀한 구름과.

고산지대의 풍경은 몽골과 다를 것이 없지만.

아스팔트가 있고, 왠지 날벌레도 날아들지 않는 느낌이다.

썩 좋은 포장도로는 아니지만 비단길이 따로 있을까. 꿀렁꿀렁 넘어가는 언덕을 조금 지나고, 도로는 시원하게 아래를 향해 내려간다.

멀리서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 커플의 모습이 보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독일에서 온 필립과 마리사. 러시아를 지나 몽골과 중국으로 여행을 가고 있다.

웃는 얼굴이 너무나 편하고 예쁜 커플, 괜히 부러우니까 짧게 인사를 하고 각자의 사진과 인스타그램을 교환하고 헤어진다.

"시간 있으면 한국에도 가 봐."

내리막길을 시원하게 달려간다.

하늘도 멋지고.

날씨도 좋고.

"앗, 기념주가 빠졌군."

타싼타의 경계를 알리는 곳에서 몽골에 대한 감사의 레츠비를.

"바람과 추위, 배고픔 속에서 아무것도 없는 초원의 길을 달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몽골의 자연은 그저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굿바이 몽골리아!

툴가, 바트보르드, 오초르와 조르노크 사람들, 감바, 간져, 김병남 선교사, 뱀바, 서동고의 가족, 루시아노, 간수크, 야기, 유나박시, 비꾸, 이스카와 아카 그리고 길 위에서 만난 모든 몽골의 사람들에게 감사!"

20km를 달려 러시아의 검문소에 도착했다. 나를 지나쳤던 차량들이 검문소 앞에서 길게 정차를 하고 대기를 하고 있다.

"나도 줄을 서야 하는 거야?"

일단, 가장 마지막 차량의 주변에 자전거를 세우고.

주변을 살피는 동안 카자흐스탄 사람들로 보이는 이들이 인사를 하며 말을 건넨다.

어디서 왔어, 어디로 가, 얼마나 됐어 등등의 여행에 대한 것들을 물어보고 러시아를 지나 카자흐스탄으로 간다고 하니 되게 좋아한다.

짧은 영어를 하는 남자가 주변의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며, 검문소로 들어가기 위해 지루하게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은 낯선 여행자를 보며 즐거운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아롯과 카자흐스탄의 빵, 말린 육포 같은 것을 주며 먹어 보라고 하고, 어떤 이는 50루블을 주며 커피를 사 먹으라고 웃어 보인다.

"감사합니다. 아직 카자흐스탄에 안 갔는데, 마구마구 좋아지려고 하네. 여자들도 이쁘다던데."

울란바토르에서 툴가는 카자흐스탄의 여자가 가장 이쁜 것 같다고 말했었고, 울기에서부터 보았던 카자크들은 동양과 서양의 외모가 섞여있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물론 나는 카자흐스탄의 여자보다 G.G.G 겐나디 골롭킨을 좋아한다.

"카자흐스탄에 가며 G.G.G만을 외치고 다닐 거야."

영어를 하던 남자는 앞쪽으로 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자전거를 끌고 검문소의 입구로 이동, 잠시 후 문을 여는 군인에게 들어가도 되는지 묻자 초소를 가리키며 무언가를 말한다.

검문소 출입문의 옆에는 몽골 검문소처럼 작은 초소가 있었고, 여권을 보여주자 확인증과 함께 출입국 카드를 준다.

육로로 구경을 넘는 프로세스는 아마도 '1. 초소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확인증과 출입국 카드를 작성한다. 2. 검문소로 들어가 짐들을 검사받는다. 3. 입출국 심사 후 스탬프를 찍는다.' 이런 스텝인가 보다.

"여기는 센스 있게 코팅을 해서 사용하네."

입국카드를 작성하고, 다음번 문이 열리는 타임에 검문소로 들어갔다. 여직원이 여권을 확인하고 가야 할 방향을 안내해 준다.

승용차에서 사람들이 짐들을 모두 꺼내어 넓은 테이블에 펼쳐 놓고 있다. 그리고 엑스레이 검사대에 가방들을 열심히 올려놓느라 바쁘다.

남자 군인이 나를 보며 손짓을 하고 출입국 카드를 확인한다. 그리고 무언가 열심히 말하는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왜? 가만 너 지금 영어를 하는 거야?"

자세히 들어보니 군인은 러시아어가 아닌 영어를 하고 있었다. 정말 신기하다, 러시아어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영어가 러시아어로 들린다.

"출국 카드에도 내용을 적으세요."

한 장으로 되어있는 입출카드의 내용을 똑같이 적은 후에 입국 심사대에서 기다렸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어수선한 창구 쪽을 보니 비꾸와 아카가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아카, 여기서 뭐해?"

실외의 검사대이지만 떠들면 혼날까 봐 조용히 웃으며 아카와 수신호를 보내고, 입국 심사대에 섰다. 하늘에서는 굵은 소나기가 갑자기 쏟아진다.

여권과 확인증, 출입국 카드를 제시하고 서 있으니 언제 출국할 것인지를 묻는다.

"한 달 후에 카자흐스탄으로 갈 거야."

뭔가를 다시 물어보는 무표정한 여자 심사원.

"아 왜? 내 발음 구린 거 나도 알아!"

여자는 출국카드에 체류기간 항목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아, 안 적었구나. 미안!"

무표정하게 무언가를 말하며 숫자 8을 적어서 보여준다.

러시아의 무사증 체류기간은 60일이고, 6개월 이내 재입국이 필요할 때 추가 30일의 체류기간을 준다.

출국일을 넉넉하게 60일로 하는 것이 안전하겠다 싶어 여자에게 '나인', '셉템버'를 번갈아 외친다.

살짝 짜증이 난 듯한 여자는 종이에 숫자 9를 크고 예쁘게 적어 보여준다. 아마도 지금까지 본 9의 글씨 중 가장 예쁜 글씨다.

"땡큐!"

입국 스탬프가 찍히고 자전거를 세워둔 진열대로 가자 남자 군인이 다가와 패니어들을 모두 열라고 한다.

주섬주섬 패니어를 열고 있으니 영어로 질문을 한다.

"총기나 위험한 무기가 있어?"

"없어."

"코카인이나 마약 같은 것이 있어?"

"없어."

곁에 서있던 여자 군인이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묻는다.

"듣기 평가를 하나. 없어!"

남자와 여자는 패니어 안을 조금 살피더니 검사가 끝났다며 가라고 한다.

"엑스레이 안 찍어? 정말?"

"끝났어. 그냥 가."

자동차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짐들이 많아서인지, 내 짐들은 육안으로 검사하고 끝을 냈다. 패니어들을 떼어내고 다시 장착할 노고가 사라져서 다행이다.

잠시 검문소 내에서 기다리고 있던 비꾸 일행과 다시 재회를 하고 검문소 출구로 나간다.

확인증을 반납하며 출국카드를 본 순간.

"어, 왜 8이야? 9라고 했는데."

출구를 지키던 군인이 빨리 나가라며 재촉을 하고.

"08.09.19! 아, 어색한 표기법이다."

입국심사를 무사히 끝내고 타샨타의 거리로 나왔다. 출국을 하려는 차량들이 엄청나게 길게 늘어서 있고, 입국을 끝낸 사람들을 태우려는 버스들도 반대편에 길게 정차되어 있다.

"꼭 환영 인파 같네."

사람들과 차량들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와.

버스 정류장에서 쉬고 있으니 비꾸 일행이 자동차를 몰고 도착한다.

"사비, 어디까지 갈 거야? 코쉬아가츠는 40km 정도야!"

"잉? 40km?"

시계를 보니 2시가 안 된 시간이고, 코쉬아가츠까지 50km 정도의 거리다.

"오늘 코쉬아가츠까지 갈 수 있겠다."

"그래, 조심해!"

비꾸, 아스카, 아카는 손을 흔들며 출발한다.

타샨타를 시작으로 도로는 나지막이 떨어지는 내리막이 계속되고 검은 비구름과 함께 우렁찬 천둥소리가 계속된다.

검은 구름 지대를 빠르게 벗어나려 힘껏 페달을 밟지만 거센 바람이 시작되고.

반대편의 맑은 하늘과 달리.

국경 지역은 검은 비구름과 함께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

"정말 묘하고 신기한 하늘이다."

길을 달려 러시아의 작은 마을이 도로변으로 이어지고.

2층으로 지어진 목조 건물과 흙길의 골목은 몽골과 다르지 않지만 뭔가 정리가 된 느낌이다.

마을 앞의 구조물을 보면 마치 몽골처럼 느껴진다.

도로를 새로 포장하는 긴 도로를 달리고, 몽골과는 달리 도로 한편을 임시 도로로 사용하여 크게 불편하지 않다.

오늘 날씨와 하늘의 컨셉은 변화무쌍인가 보다.

멀리 보이는 코쉬아가츠의 하늘이 심상치가 않다.

"저 동네는 무슨 죄를 졌길래?"

묵직한 구름 아래로 만화에서 볼 수 있을법한 비가 내리고 있다.

실루엣에 가깝던 코쉬아가츠의 모습이 서서히 눈앞에 펼쳐진다.

"궁금하다. 러시아의 첫 도시의 풍경."

돔 모양의 이상한 공처럼 생긴 구조물이 보이고.

마을의 모습은 몽골의 도시와 비슷하다.

소들이 자유롭게 이동을 하며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고.

마을 중심부의 모습도 큰 변화는 없지만 사람들의 생김새가 달라진다.

큰 슈퍼마켓을 확인하고 벤치에 앉아 주변을 검색한다.

"일단, 통신을 해결하자."

러시아의 이동통신 중 핫스팟이 연결되는 MTC를 선택하고 슈퍼마켓 주변에 있는 작은 가게로 들어간다.

무표정한 얼굴의 여직원에게 유심칩을 문의하고, '노리미트'를 외치는 유심의 가격을 물으니 400의 숫자를 적는다.

"언리밋 데이타?"

여전히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여직원은 현금으로만 계산이 된다고 한다.

"오케이, 은행이 어디에 있어?"

여자가 알려준 방향에는 은행이 없었고, 길을 오며 봐두었던 슈퍼마켓 옆의 ATM으로 돌아간다.

당분간 사용할 현금을 찾고 다시 핸드폰 가게로 찾아간다.

"유심 줘 봐."

간단하게 상품을 소개하는 숫자나 영어가 있을까 싶어 봤지만 온통 러시아 글자뿐이다.

"정말 데이터 무제한이야?"

쓸데없는 것을 자꾸 물어본다는 듯 쳐다보더니 돈을 받고 담배를 피우러 나가버린다.

옆에 있던 어린 여자의 도움을 받아 유심을 교체하고.

"이거 30일 동안 쓰는 거야? 30?"

손가락까지 동원하여 한 달의 사용기간을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는다.

"이상하게 싸네!"

개통이 된 핸드폰으로 주변의 호스텔을 검색하고 이동한다. 러시아의 일반 호텔들도 몽골처럼 숙박비가 비싼 편이었다. 특별한 시설이 없는데 30,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도로변의 호스텔의 가격은 700루블, 공용 욕실과 화장실을 사용하는 게스트하우스 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방에 패니어들을 옮겨두고, 샤워를 마친 후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간다.

"주변에 식당이 어디에 있어?"

식당을 물어보니 숙소 앞에있는 카페를 알려 주었지만.

문이 닫혀있다.

도로를 걸어가.

큰 슈퍼로 들어간다.

"일단 슈퍼마켓 구경을 하고."

넓고 쾌적한 슈퍼마켓은 우리의 마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슈퍼마켓을 한 바퀴 돌아볼 때쯤 탐스러운 각종 소시지들과 함께 치킨이 눈에 들어온다.

정신이 혼미해진다.

"얼마야? 100루블이면 2,000원 정도?"

작은 닭다리를 모아놓은 팩과 큰 넓적다리 팩을 하나씩, 맥주 두 캔과 물을 사들고 바쁜 걸음으로 숙소로 돌아온다.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소는 이미 몽골에서 흔하게 본 터라 관심도 없고.

이상한 구름의 변화와 날씨 따위도 안중에 없다.

숙소의 부엌에서 살짝 렌즈에 돌리고.

"잘 먹겠습니다."

매콤한 맛의 닭다리와 큰 넓적다리를 시원한 맥주와 함께 흡입한다.

몽골에서 닭고기는 비싸기도 하지만 찾아보기도 힘들어, 가끔 쇠고기보다 비싼 파인애플 치킨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좋아!"

함께 사온 오이 피클 한 병을 다 비우며 치맥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울기를 떠나 굶주렸던 삼 일간의 허기가 사라지는 것 같다.

"러시아, 러시아까지 와버렸다."

육로를 통해 국경을 넘는 경험은 생소하고, 재미있고, 부러웠다. 가상의 선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환경과 문화, 인종과 언어는 물론 소소한 모든 것들이 바뀌었다.

국가를 나누는 경계에 불과한 선을 두고 삶이 결정되는 선택의 폭과 조건들이 너무나 차이가 난다. 한편으로 부당하고 가혹해 보이지만 필요에 의해 선을 그은 것도 그들이며, 변화 발전의 몫도 그들의 것이다.

"국가라는 것이 다른 의미의 폭력이구나. 난 아나키스트는 아닌데."

그리고 또 한 번, 육로를 통해 자유롭게 대륙을 넘나들 수 있다면 좋겠다 싶다.

몽골과 비슷한 환경이라 크게 실감이 나질 않지만 분명 이곳은 불곰의 나라 러시아다.

"자, 내일부터 밭을 매는 김태희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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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59일 / 맑음 ・ 24도
차간누르-울란바이신트
몽골여행의 마지막 라이딩, 국경까지 30km의 거리를 남겨두고 있다. 막연하고 막연했던 몽골의 여행이 끝나간다. 

이동거리
29Km
누적거리
10,906Km
이동시간
2시간 48분
누적시간
788시간

AH3
AH3
8Km / 35분
21Km / 2시간 15분
차간누르
비포장길
국경
 
 
2,724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아침에 일어나 출발을 서둘렀다. 차간누르는 내 생각보다 훨씬 작은 마을로, 국경을 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구할 수 없는 곳이다.

출발을 준비하는 나에게 자르갈이글은 환전을 해준다며 자신의 친구에게 가자고 한다.

"돈 없어. 은행 가야 해. 은행은 있어?"

"차를 타고 가면 돼."

"근데, 어떻게 환전해 줄 건데?"

200,000투그릭이 러시아 루블로 얼마인지를 묻자 핸드폰에 숫자를 보여준다.

환율기로 확인해 보니 15,000원 정도 차이가 난다.

"얘가, 미쳤나."

너무 비싸다며 거절을 하고, 출발을 하려고 하니 어딘가 전화를 걸고는 어느 정도를 원하냐며 묻는다.

"1루블:40투그릭."

환율기에 루블과 투그릭의 환율은 1:41 정도다. 러시아에 도착해서 유심카드를 살 현금과 비상금이 있으면 좋겠다 싶고, 어린아이들이 많은 형편이라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었는데.

자르갈이글은 현명하지 못하고 욕심을 부린 것이다. 계속 비싸다고 하니 조금씩 가격을 높여 부른다.

"이미 늦었다."

자르갈이글이 여행자들을 상대할 생각이라면 욕심을 부려 한 번에 좀 더 큰 이득을 취하기 보다 여행자들의 마음을 얻어 작지만 안정적인 소득을 얻으려 해야만 한다.

자신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오랫동안 여행을 하며 온갖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흥정을 하려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몽골의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그런 것 같다. '몽골인들은 사람을 속인다'는 지아오강강의 말처럼 악의적인 속임수는 없을지 몰라도 작은 것에 욕심을 내느라 큰 것을 손해 보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자르갈이글과의 만남은 안타깝다고 찝찝한 유쾌하지 못한 그런 것이었다. 마을을 빠져나오는 동안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사내 녀석이 영어로 인사를 하며 호객 행위를 한다.

"삼촌, 기분이 별로다. 가!"

복장과 짐들을 재정리 하는 동안 도로변의 슈퍼 같은 곳을 가리키며 가자고 한다. 어찌 됐든 아이들은 어른들을 닮아간다. 사내아이를 보면서 차간누르 사람들에 일상의 단면을 그려볼 수 있었다.

몇 km 정도 도로를 따라가고 아스팔트 도로는 끝이 난다. 25km 정도는 흙길을 따라 국경까지 가야 한다.

울기에서 사온 요거트로 아침을 대신하고.

흙길을 따라 울란바이신트로 향한다. 도로변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나를 보더니 달려와 초콜릿을 달라고 한다.

"뭐, 줄 것은 없고."

아이들의 외모, 특히 눈매 같은 것이 많이 다르다.

작은 하천이 나와.

자전거를 세우고.

세수와 양치를 한다.

울퉁불퉁한 흙길은 자꾸만 올라가는 분위기고.

잠시 도로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저 멀리 게르에서 아이들이 말을 타고 달려온다.

"오지 마! 사색 좀 하자."

두 남자아이가 와서 게르를 가리키며 차를 마시는 시늉을 한다. 거절을 하니 빤히 얼굴을 쳐다보고는 도로의 건너편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이번에는 오른 편에서 아이들이 말을 타고 달려온다. 마치 고속도로 사고 현장에 달려드는 렉카들의 레이싱 같다.

두 아이들도 게르를 가리키며 차를 마시는 시늉을 한다.

남자아이들이 사라지고 말을 끌고 도착한 여자아이도 수줍게 같은 제스처를 한다.

"너 참 이쁘게 생겼다."

사진을 찍으니 여전히 수줍게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고, 사진을 보며 웃는 사이 말의 고삐를 놓쳤는지 말이 멀리 달아나 버린다.

말을 쫓아가는 여자아이 그리고 여자아이의 실루엣 너머로 또 다른 아이들이 말을 타고 달려온다.

"에잇. 뭐 하는 동네야. 애들한테까지."

좋은 풍경을 두고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작은 언덕을 지나 약간의 허기가 찾아들 때쯤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무슨 잠인데. 저 산 너머에 울란바이신트가 있나?

마을 초입에서 만난 아이들과 눈이 마주칠까 조용히 지나간다.

슈퍼처럼 보이는 곳에 나무 의자가 있어 자전거를 세우고, 주위를 둘러봐도 딱히 뭐가 없다.

"은행도, 식당도.. 아무것도 없냐?"

주머니를 털어 1,200투그릭의 주스를 사고 나니 400투그릭이 남는다.

나무 의자에 앉아 쉬고 있으니 얼굴이 검은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어디가?"

"카자흐스탄."

"잠 잘 때는 있어?"

"국경까지 갈 거야."

"여기가 국경인데. 저기!"

"뭐?"

구글맵을 확인하니 국경 검문소가 200미터 앞에 있다.

"여기가 울란바이신트야?"

"어, 므앙가니잠. 울란바이신트."

울란바이신트는 므앙가이잠으로 불리는가 보다. 5km 정도 더 가야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얼떨결에 울란바이신트에 도착했다.

"그나저나 여기가 끝이면 난감하네. 돈도 없는데."

"근데 여기 호텔이 있어?"

"어, 옆에 게르."

"얼만데? 돈이 없어."

"7,000투그릭."

"카드 돼?"

"아니."

주머니 속에 400투그릭을 보여주자 남자는 피식 웃는다.

잠시 후 남자가 다시 오더니 따라오라고 한다. 슈퍼 옆의 작은 문으로 들어가 허름한 식당의 후문으로 들어간다.

"오호, 여기에 식당이 있네."

남자는 식당의 여자에게 뭔가를 말하더니 여자와 함께 슈퍼로 가서 카드로 결제를 하라고 한다.

슈퍼의 주인과 뭔가를 말하고, 밥값까지 해서 20,000투그릭을 결제한다.

남자가 말하는 호텔은 넓은 게르다.

게르에는 남자와 함께 두 명의 젊은 남자가 더 머물고 있다. 반갑게 인사를 하는 남자들.

처음 말을 건넨 친구는 40살의 비꾸, 그리고 젊은 남자들은 26살 동갑내기 아스카와 아까.

약간의 보드카를 마시며 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로 나온 만두를 함께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술을 잘 먹지 못하는 아스카는 맥주만 마시는데도 힘들어하고, 아스카의 페이스북을 보며 머리가 길었던 아스카의 학생 때 모습에 깔깔거리며 웃는다.

핸드폰의 네트워크을 잡기 위해 도로변을 서성거리고.

잠시 시간이 흐르고, 비꾸 일행이 밖으로 나가자고 하여 따라 나간다. 차를 몰고 검문소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차를 정차시켜 놓는다.

검문소의 앞에는 몇 대의 화물차가 정차를 하고 대기 중이다.

"어, 국경이 이렇게 생겼구나."

차를 세워두고 비꾸 일행은 길 건너편의 나무로 만든 집으로 걸어간다.

"대체 뭘 하려는 거야?"

나무집의 한편에는 양들의 축사가 흙벽돌로 지어져 있고.

"비꾸, 여기 봐."

비꾸 일행은 난데없이 나무집으로 들어간다. 무전기를 찬 남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사내아이들이 집에 있다.

"무전기는 뭐야?"

"어, 나는 저기 국경에서 근무하는 군인이야."

비꾸 일행과 놀러 간 집은 국경 검문소에서 일하는 군인의 집이다. 수박을 내어주며 잠시 대화를 하고.

차를 정차한 곳을 둘러본 후 .

게르로 돌아온다.

저녁이 다가오며 국경을 넘기 위해 줄을 서는 차들이 제법 길게 늘어선다.

"비꾸, 왜 오늘은 국경이 닫혀있는 거야?"

일요일에는 국경이 쉰다고 한다. 그리고 나담이 시작되는 날에도 국경이 닫혀있을 것이라고 한다.

"국경도 쉬는 날이 있어? 날짜 맞춰서 왔으면 큰일 날뻔했네!"

해가 지고, 국경에서 근무하는 군인이 보드카를 들고 게르로 놀러 온다.

자신을 몽골의 긴또깡이라 소개하는 남자 그리고 비꾸 일행과 함께 보드카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비꾸와 함께 주변에 있는 식당과 슈퍼들을 돌아다녔지만 살 수 있는 것은 우유차가 전부다. 빵과 함께 우유차로 늦은 야식을 먹고 골아 떨어진다.

몽골의 마지막 밤이 지나간다.

"굿나잇, 몽골리아."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58일 / 맑음 ・ 24도
울기-차간누르
몽골 여행의 끝이 다가온다. 울기에서의 짧았지만 달콤했던 휴식을 뒤로하고 국경을 향해 출발한다.

이동거리
68Km
누적거리
10,877Km
이동시간
5시간 53분
누적시간
785시간

AH3
AH3
43Km / 4시간 42분
25Km / 1시간 11분
울기
정상
차간누르
 
 
2,69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날씨가 좋다. 하루를 더 머물까 생각했지만 몽골의 체류 기간이 일주일 정도밖에 남질 않았다.

"아쉽지만 떠나야 한다."

패니어들를 정리하고 1층의 식당에서 아침 겸 점심을 한다. 밖에 세워둔 자전거를 보고 바이크를 타기 위해 카자흐스탄에서 넘어온 스위스 남자가 인사를 건넨다.

한국에서 여행을 했다는 남자와 짧은 대화를 하는 동안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메뉴판의 그림보다 훨씬 그럴싸한 음식이 나온다.

"아니, 이런 게 왜 이제서야."

숯불에 구워 잡냄새도 완전히 사라진 고기는 푸짐하고 맛이 좋다. 몽골에서 먹는 제대로 된 마지막 식사일 것 같은데, 행운이다.

자전거를 끌고 복잡하고 어지러운 시내 중심을 벗어나 조금 한산한 곳에서 잠시 쉰다.

후덥지근한 날씨의 답답함이 밀려온다. 늦잠을 자고, 느긋하게 출발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늦어졌지만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하루만 더 쉴까? 하루만 더 쉬었으면 좋겠다."

오후 3시, 울기를 떠난다.

작은 강을 건너 울기를 벗어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한적해진 주변에는 작은 교회나 모스크 같은 것이 있고.

국경까지 99km를 알리는 이정표, 이 길을 끝으로 몽골의 여행이 끝난다.

울기를 벗어나며 긴 오르막이 이어지고, 그늘 하나 없는 직선의 도로가 이어진다.

멀리 울기의 모습이 보이고.

"잘 있어! 굿바이."

"덥다."

도로변을 따라 작은 아카시아꽃 같은 것들이 자라고 있고.

이름 모를 들꽃들만이 활짝 피어있다.

레츠비 하나를 꺼내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오토바이 한 대가 서며 말을 건넨다.

짧은 영어를 하는 남자와 이국적인 외모의 조카, 차간누르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한다며 내일 놀러 오라고 한다.

남자가 주는 맥주를 나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진다.

"아마도 내일쯤 차간누르에 도착할 것 같아. 지나가면 놀러 갈게."

구글맵으로 확인했던 갈림길이 나온다. 헙드에서 새로 생긴 도로를 찾지 못해 고생을 하여 차간누르로 가는 경로를 구글맵과 맵스미로 여러 번 확인을 해둔다.

구글맵은 오른편의 산길을 안내하지만 위성 지도를 보면 왼편으로 새로운 도로 같은 것이 보인다.

"역시 새로운 도로가 생겼군."

어느 쪽이든 2,500미터가 넘는 산길을 넘어가야 한다.

한 시간 동안 낮게 이어지는 오르막을 오르고 저 멀리 산위 능선을 뚫어 놓은 듯한 하늘길이 보인다.

산의 능선을 넘는 길은 역시나 비포장도로로.

도로를 내려오는 차량들이 희뿌연 흙먼지를 날리며 달려 온다.

"어련하겠어."

8시 30분이 넘어가는 시각, 자전거를 끌며 흙길의 정상에 도착한다.

차간누르까지 25km 정도가 남아있고.

뜨겁던 하루의 태양볕도 차즘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갈 길은 먼데 내리막 길조차 여전히 비포장도로다.

"몰라, 그냥 달리자."

4~5km 정도 내려가던 비포장도로는 생각지 못하게 포장도로 바뀌고, 시원한 내리막이 계속된다.

언더바를 잡고 몽골의 석양 속을 내달린다. 20km 정도의 거리를 해가지는 풍경을 향해 달려가고, 차즘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할 무렵 차간누르의 경계를 알리는 구조물이 나타난다.

9시 반, 한 시간 반 동안의 즐거운 라이딩이다.

10시가 가까워져 차간누르의 마을 초입에 도착한다.

"이 근처에 누르과의 게스트하우스가 있다고 했는데."

핸드폰을 들여보며 숨을 돌리는 사이, 한 젊은 남자가 다가와 서툰 영어로 인사를 한다.

도로변의 게르를 가리키며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한다며 말한다.

"슬리핑 앤 밋."

"밋?"

고기 식사를 준다는 말에 넘어가고 만다.

"얼만데?"

"20,000."

완전히 해가 떨어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주머니 속에 남아있는 20,000투그릭을 확인하고 그를 따라가기로 한다.

도로변의 게르는 자신의 엄마 집이라며 자기 집은 마을 안쪽에 있다고 한다.

"얘가 말이 조금씩 바뀌네."

승용차를 따라 마을 안쪽에 있는 허름한 집으로 들어간다. 피곤하여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고, 어쨌든 안전하게 쉴 수 있으면 그만이다.

저녁으로 몽골의 게르에서 먹는 맛없는 빵과 우유차만을 마신다.

"밋은 어디로 사라졌냐?"

어린 여자아이가 두 명 그리고 그의 아내는 만삭의 몸이다. 자르갈이글, 30대 초반의 남자는 핸드폰을 줘도 글자를 잘 못치고 오타를 낸다. 글자를 치며 그의 아내에게 철자를 물어보는 듯한 행동을 한다.

차간누르는 국경의 지역이라 여행객을 상대로 잠자리를 제공하거나 환전 같은 것을 하는데 익숙한 모양이다.

도로에서 만난 누르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된다.

"러시아 돈을 환전해 줄게."

"돈이 없다. 내일 은행에 가야 해."

러시아로 넘어가기 위해 추가로 현금을 찾지 않고, 남은 현금으로 이틀을 버틸 생각이었는데 20,000투그릭을 주고 나니 수중에 2,000투그릭 정도만이 남아있다.

카자흐스탄의 이글축제가 울기에서 열리는지, 자르갈이글은 가이드를 해주겠다며 친구들에게 자신을 소개해 달라고 한다.

"어, 소개할 친구도 없다만 너는 말이 달라져서 안 되겠어."

이글 축제에 대해 길게 말하는, 소통이 어려운 자르갈이글과의 대화를 어렵게 끝내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든다.

이제 20km 정도만 가면 몽골의 국경 울란바이신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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