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6일 / 맑음 ・ 24도
보라트-톨보-울기
어제의 피곤함이 몸을 무겁게 만들었다. 산을 내려가 울기로 향해 간다.

이동거리
93Km
누적거리
10,809Km
이동시간
6시간 41분
누적시간
779시간

AH3
AH3
16Km / 58분
77Km / 5시간 43분
보라트
톨보
울기
 
 
2,627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온몸이 망치로 얻어맞은 듯 쑤셔온다. 한 달 정도 자전거를 타지 않고 쉰 탓이기도 하겠지만, 오랜 휴식 후 화끈한 신고식의 여파가 밀려온 것이다.

패니어에서 근육 진통제를 한 알 꺼내어 씹는다. 효과 같은 것을 기대하진 않지만 그냥 '이것이라도 해보면' 하는 작은 몸부림 같은 것이다.

아침까지 내어주어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디리우칸에게 썬크림 하나를 꺼내어 선물한다.

"디리우칸, 일할 때 이걸 얼굴에 바르고 버프를 써."

검붉게 그을린 디리우칸의 아빠를 가리키며 웃자, 아이마랄이 가방에서 튜브식 썬크림을 하나 가져온다.

"맞아. 같은 거야."

디리우칸의 아빠는 아이마랄이 가져온 썬크림을 얼굴에 바르며 방긋 웃는다.

짐들을 정리하고 가족들과 사진을 찍은 후 울기를 향해 출발한다. 디리우칸이 하수로를 건너는 때 도와줘서 쉽게 도로로 나올 수 있었다.

새로 공사 중인 도로는 매끈했지만, 아직 개통이 되지 않아 차량의 통행을 막고 있다.

"아침부터 흙길을 달리기는 싫다."

개통이 안된 아스팔트를 독차지하고 길을 달렸다. 헙드에서 울기로 향하는 2,600미터의 고도는 아이마랄 게르를 조금 지난 곳의 고도다.

잠시 도로 공사를 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내리막길을 신나게 내려오고, 도로는 흙길을 돌아간다.

덤프트럭이 흙먼지를 날리는 흙길을 오르다 다시 공사 중인 도로로 들어간다. 아직 아스팔트가 깔리지 않은 도로지만 평평하게 다져진 길이라 괜찮다.

"혼나지는 않겠지?"

중간중간 공사를 하는 사람들을 지나쳤지만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는다. 공사 구간을 지나고 봉우리 사이로 산을 내려가는 아스팔트 길이 나온다.

"아, 드디어 내려가는구나."

긴 내리막 길을 내려오고, 약간의 평지를 내달려 만년설이 쌓인 고산의 반대편으로 넘어왔다.

어제의 목적지였던 톨보로 들어가는 삼거리의 안내판이 나오고, 톨보는 메인도로에서 많이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어 멀리 마을의 실루엣만 작게 보일뿐이다.

"어제 왔어도, 톨보에 들어가기는 힘들었겠네."

울기로 향하는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톨보를 지나며 네트워크가 약하게 잡힌다.

"조금 쉬자."

평탄한 길이지만 어제의 피로가 느껴진다. 도로의 좌측으로 큰 호수가 나오고 길은 붉은색의 산을 향해 사라진다.

"그만 오르고 싶어."

날씨가 더워지고 햇볕이 따갑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붉은 산의 언덕 길을 오르지만 3km 정도의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조차 쉽지 않다.

호수 주변으로 리조트 같은 것들이 들어서 있고.

다시 자리에 퍼질러앉아 허기를 채운다.

붉은 산을 넘은 후 몇 차례 오르 내리막이 반복되던 길은 10km 정도의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 10km 정도의 긴 오르막을 올라간다. 경사가 높은 도로는 아닌데, 피곤한 몸과 더운 날씨가 너무나 지친다.

10km의 오르막이 끝나고 멀리 울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도로의 건너편에서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손짓을 하며 불렀지만 무신경하게 지나친다.

"힘들어. 할 말 있으면 네가 와."

이유 없이, 인사 없이 손짓을 하고 자전거를 멈추는 사람들을 대부분 도움이나 인사를 주려는 것보다 무엇을 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이다.

울기를 향해 내려가는 도로, 얼핏 헙드보다 커 보이기도 하고.

"드디어 도착했다."

천천히 시내 중심을 향해 들어가고, 울기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모여 산다고 들었지만 헙드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시내에 나무가 많은 헙드에 비해 조금 황량한 느낌이고, 차량 통행이 많고 혼잡하다.

시내 중심으로 보이는 사거리의 건널목에 놓인 벤치에서 햇볕을 피하며 주변의 숙소를 검색한다.

"어, 사람들 생김새가 틀리구나."

자세히 보니 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외모도 달라 보이고, 스카프를 두르고 있는 옷차림도 조금 차이가 있다.

숙소를 검색하고, 사거리 건너편에 있는 핑크색의 호텔 겸 레스토랑으로 들어간다.

"영어 할 수 있어요?"

1층 레스토랑으로 내려온 호텔의 여자는 영어를 하는지 묻더니,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딸을 불러온다.

제법 영어를 잘 구사하는 딸 덕분에 쉽게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는 호텔의 창고에 보관해 둔다.

샤워를 하고 바로 식당으로 내려가 몽골 레스토랑에서 자주 먹었던 메뉴를 주문한다.

"참 신기하고 재미있어. 이 넓은 몽골에서 밥 위에 케찹을 찍어놓은 건 똑같단 말이지."

작은 슈퍼에서 물과 음료 같은 것을 사 오고, 바로 기절하듯 침대 속으로 들어간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55일 / 맑음 ・ 24도
에르덴부릉-보라트
만년설이 쌓여있는 2,600미터의 산을 넘어 울기로 향한다. 수직고도 1,300미터를 올라가야 하는 험난한 길이다.


이동거리
77Km
누적거리
10,716Km
이동시간
8시간 55분
누적시간
772시간

AH3
AH3
59Km / 7시간 00분
18Km / 1시간 55분
에르보
정상
보라트
 
 
2,534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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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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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50G,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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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거센 바람은 계속되었다.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짐들을 정리하고 9시가 되자 거짓말처럼 바람이 사라진다.

식당에서 어제와 같은 식사를 하는 동안 옆 테이블 앉아있던 일본인 노신사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식당으로 들어온 중국인은 내게 중국 사람인지를 물어본다.

"암 코리안. 서롱고스. 한궈렌"

동시에 세 국가의 말로 답변을 한다. 멀리 만년설이 쌓여있은 관광지가 있어 투어링을 하는 외국인들이 있나 보다.

만년설이 쌓여있는 2,600미터의 Tsast Ula을 넘어 120km 떨어진 톨보까지 가야 한다.

그동안 2,500미터가 넘는 많은 산들을 넘었지만 오늘은 1,200미터의 높이를 한꺼번에 넘어가야 한다.

"꽤 힘들 거야. 그래도 만년설의 산이 궁금하네. 출발!"

멀리 만년설이 쌓인 산의 정상이 보이고 길은 산을 향해 이어진다. 적당히 좋은 날씨와 바람이다.

도로변에 물을 뿌리는 살수차의 작업자가 코리아를 외치며 손인사를 해준다. 중국도, 몽골도 사막화에 대한 걱정들이 있고, 방지 노력들이 눈물겹다.

특히나 몽골은 주변국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할 것 같은데, 몽골의 정치 시스템은 아직까지 많이 후져 보인다.

도로변에 잠시 쉬며 주변의 둘러보며 생각에 잠겨있을 때 노란색의 오토바이가 정차를 하고 말을 건넨다.

혼다의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하는 일본인은 일본 특유의 억양으로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며 말을 한다.

울기를 지나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으로 간다는 아저씨는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쓰고이, 간바떼, 아리가또 등의 감탄사와 응원의 말들을 연신 말하고는 구뜨럭을 외치며 손을 흔들고 사라진다.

"아리가또, 오지산!"

조금씩 경사를 더해가며 산으로 들어간다.

산에서 흘러오는 계곡물에 세수와 양치를 하고.

빈 생수통에 씻는 용도로 사용할 물을 담는다.

서서히 오르막의 길들이 이어진다.

도로변에 허름한 음식점이 보였지만 패쓰하고 얼룩덜룩한 검은 무늬의 산들을 따라 천천히 페달을 밟아간다.

조금씩 더워지는 기온은 건조한 숨막힘으로, 그리고 강한 햇볕은 옷을 뚫고 따갑게 파고든다.

조금씩 페달링이 느려져 갈 때쯤 지겹도록 휘어지는 도로의 끝에 짚차 한 대가 정차되어 있고,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뙤약볕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듯 내 쪽을 응시하고 있다.

"차가 고장 났나?"

부부로 보이는 남녀와 중고생 또래의 두 여자아이 그리고 4~5살 정도 되는 남자아이의 조그만 손에는 작은 콜라와 생수를 들려있다.

잠시 자전거를 세우라는 손짓을 하더니 남자아이가 생수와 콜라를 수줍게 건네준다.

"오, 바에르사!"

한국의 노래와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여자아이는 한국에 꼭 가고 싶다며 영어로 말을 하고, 몽골의 자연이 어떠냐며 물어본다.

"하늘, 산, 구름, 별. 몽골의 자연은 너무나 아름답고 경이로워. 그리고 너도 꼭 한국에 가보기를 바란다."

사진을 찍고 출발하려던 남자는 차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더니 건네주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떠나간다.

열심히 손을 흔들며 밝게 웃는 여자아이들, 여유가 있고 즐거운 가족의 분위기다.

일본인 아저씨와 몽골 가족의 연이은 만남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조금 더 길을 달린 후 도로변에서 점심을 한다.

시원한 생수와 콜라 그리고 헙드를 떠날 때 유나 선생님이 챙겨준 주먹밥.

하루가 지났지만 꽤 맛있는 점심이다. 점심을 먹는 도중 오토바이가 멈춰 서더니 두 명의 젊은 남자가 다가와 옆에 앉는다.

"얘들아, 밥 먹을 때는 좀 지나가주면 안 될까?"

몽골어로 무언가를 묻더니 모기퇴치제를 달라는 제스처를 한다.

"안 돼. 한 번은 뿌려줄 수 있어."

밥 먹는 것을 민망하게 지켜보더니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진다.

작은 식당이 있는 곳을 지나고 크게 우회전을 하던 도로는 본격적을 산을 향해 올라간다.

"근데, 저 앞에 보이는 불안한 느낌의 흙먼지는 뭐지?"

멀리 오르막의 끝에서 차량들이 흙먼지를 날리며 제멋대로 산길을 내려오는 것이다. 현재의 고도는 1,900미터, 앞으로 700미터나 더 올라가야 한다.

"설마 잠깐 공사 중인 것이겠지? 설마!"

차량들이 도로를 가운데 두고 양옆으로 내려오는 모습들을 주시하며 쉬는 동안 말을 타고 한 젊은 남자가 다가온다.

"말 걸기 전에 빨리 가야지."

아니나 다를까 말을 탄 목동이 출발을 하려는 나를 불러 세우더니 리어 패니어에 꼽혀있던 콜라를 가리키며 달라고 한다.

"뭐?"

이번에는 콜라를 마시는 시늉과 함께 꼴깍 꼴깍 소리까지 내가며 달라고 한다.

"이 염치도 없는 놈. 편하게 말을 타고 다니면서 지치고 힘들어하는 사람의 음료를 뺏어 먹고 싶냐."

단호하게 거절을 하고 자전거를 출발시키니 굵은 목소리를 내며 한 번 더 나를 부른다.

"됐어. 눈치까지 없는 놈."

몽골어가 된다면 아마도 '그 말을 주면 콜라를 줄게'라고 했을 것 같다.

역시나 도로는 막혀있고 양옆으로 차들이 만들어 놓은 흙길이 어지럽게 나있다.

"제발 짧게 끝내자."

바람과는 달리 산의 정상으로 가는 길은 끝없이 공사 중이고, 어지럽게 그려진 흙길을 골라가며 힘들게 페달을 밟는다.

"몽골아, 너에는 왜 꼭 산의 꼭대기에서만 이런다니."

거센 흙먼지를 날리며 화물차와 버스들이 지나다니고, 흙먼지를 피해 차들이 다니지 않는 길을 따라가면 호기심이 많은 운전자들이 나를 따라 오가며 흙먼지를 날려댄다.

"아오, 길도 많은데 꼭 옆으로 와서 먼지를 날린다니. 자전거에 짐 싣고 쓸데없이 산에 올라가는 사람 처음 봐?"

산을 향해 경사가 더 해지는 길도 끝이 없다. 그리고 산을 오를수록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이런 길로 600미터 이상을 더 올라가야 한다는 말이지?"

늘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것인지 흙길의 바닥면이 반들반들 깨끗하다.

3km의 거리를 이동하고 쉬어가기를 반복하고, 자전거를 타고 끌기를 반복한다.

"야기, 울기까지 거의 아스팔트라며."

몽골 사람들의 '거의'는 대체 어느 정도를 표현하는 단어일까.

"교장 선생님이면 뭐해. 결국 야기도 몽골 사람이었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거리를 부질없는 핸드폰만 쳐다보며 자전거를 끌고, 끌며 기어간다.

산의 정상에 올라온 듯 평탄한 지형이 나오고 멀리 크림 토핑을 올려놓은 것 같은 산의 꼭대기 만이 살짝 시야에 들어온다.

"에씨, 멋진 장관도 없고. 근데 왜 아직 300미터가 남은 거야?"

짧은 내리막길 너머로 다른 봉우리를 향해 크게 좌회전을 하며 길이 사라진다.

"저기가 끝인 모양인데, 이제 골반까지 뒤틀린 듯 아프다."

"고작 이 정도야? 만년설의 장관은 어딨어?"

언제 패니어에 들어갔는지 모를 사탕을 꺼내 먹고.

"에씨, 발!"

산의 정상을 향해 부지런히 자전거를 끌러 보지만.

2미터, 3미터를 이동하기가 힘들다.

겨우 오르고 올라 도착한 정상에는 휑하니 아무것도 없고.

심지어 어붜조차도 없다.

멀리 반대편에서 화물차들만이 뿌연 먼지를 휘날리며 느리게 느리게 기어 올라온다.

"몇 미터야? 2,516미터? 100미터는 어디 갔어?"

"분명 여기가 정상인데!"

사라진 100미터로 인해 뭔가 불안한 예감이 든다.

흙먼지를 온몸에 뒤집어쓰며 요란스러운 내리막을 내려가고, 땅이 평평해질 때쯤 자리에 서서 고도를 확인한다.

"족히 4시간을 기어올라 온 것 같은데 겨우 100미터 내려오고 끝난 거야?"

계속되던 흙길은 끝내 자갈밭으로 변하여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어 버리고.

헛된 바람에 대한 포기와 체념의 득도를 깨우칠 때쯤 몽골 사람의 '거의'라는 표현에 부합되는 '잠시'의 도로 공사 구간이 끝난다.

"도로에 흙이 쌓여있는 곳에서 잠깐만 돌아가면 거의 아스팔트야. 울기까지 길 좋아!"

울기까지의 도로 상황을 물었을 때 야기는 새로 생긴 도로에 대한 자부심을 표하듯 밝게 웃으며 말했었다.

"야기, 고마워. 오늘 거의 죽을뻔했어."

하지만 불안하다. 산을 내려온 150미터까지 해서, 사라진 250미터는 어디에 있을까 궁금하다.

"GPS가 장난으로 농담을 할 일도 없고."

해는 저물어 가고 톨보까지는 너무나 길이 멀다.

야영을 할 게르를 찾으며 도로를 따라간다.

하루 종일 산길을 오르고, 끌었던 골반과 종아리가 뻣뻣하게 굳으며 약간의 경련이 일어나고.

도로를 따라 멀리 만년설의 풍경이 펼쳐지지만 체력은 떨어지고 페달링은 한없이 무겁다.

그리고 어둠과 함께 사라졌던 250미터의 오르막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거였어!"

더는 갈 수도 없고, 가고 싶지도 않다.

도로변 멀리 몇몇 채의 게르를 지나치고, 최대한 가까운 곳의 게르를 찾다가 핸드폰의 메시지 알람이 울리는 곳에서 자전거를 던지듯 눕혀버린다.

"못 가, 안 가!"

새로 생긴 도로는 초원과의 경계에 굵은 돌들을 깔아 하수로를 만들고 있다. 차들이나 오토바이가 들어갈 수 없게 흙을 파놓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완전히 분리를 시켜 차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로변에 퍼질러 앉아 있으니 돌들을 깨서 모양을 잡고 하수로를 만들던 세 명의 남자가 작업이 끝난 듯 내 쪽으로 다가온다.

꼼작도 할 수 없고, 산에서 먹은 콜라와 단 사탕 때문인지 내장까지 저려온다.

"게르 옆에 텐트 좀 치고.."

번역기를 보여주기도 전에 게르를 가리키며 가자고 한다.

깊은 높이의 돌로 만든 하수로는 아니지만 패니어들을 떼고 옮기는 것이 끔찍하다.

재차 게르를 가리키는 남자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는 제스처를 하며 뜻을 알아들었다는 '오케이'만을 반복한다.

노란 렉팩을 떼어내고 돗자리와 수면매트를 떼어내고 있으니, 안 되겠다는 듯 두 명의 남자가 하수로를 건너오더니 패니어를 단 자전거를 번쩍 들고 건너편으로 옮겨버린다.

"햐. 땡큐! 바에르사!"

게르 옆에 텐트를 치겠다고 말했지만 게르 안으로 들어와라고 한다. 게르에는 중년의 부부와 20대 초중반의 남매 그리고 비슷한 또래의 남자가 있다.

게르를 둘러보며 앉아있으니 여자아이가 '워시 페이스'라며 영어를 한다. 주전자로 따듯한 물을 부어주어 간단하게 세안을 하고.

저녁으로 고릴테슐을 내어주어 허기를 채우며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네트워크가 잡히질 않아 번역기를 사용할 수 없었지만 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조금의 영어를 할 수 있어 소통은 할 수 있다.

만년설의 산들에 둘러싸인 보라트에서 도로의 하수로 작업을 하고 있는 디리우칸과 아이마랄 남매의 게르이다.

남매의 엄마는 머리에 두건 같은 것을 착용하고 있고, 아빠는 40대 중반처럼 보인다. 디리우칸은 착하게 잘 생겼고, 아이마랄은 상냥하고 잘 웃는다. 카자크 사람처럼 보이는 외모인데 아마도 방학이라 부모님의 게르에 와있는 모양이다.

잠시 게르 주변의 남자들이 큰 맥주를 들고 와 이야기를 하며 가끔씩 맥주를 따라주고 이야기를 나눈 후 돌아간다.

자전거를 게르 안쪽으로 집어넣고, 침낭을 꺼내어 게르에서 잠이 든다.

"야기, 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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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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헙드-에르덴부릉
한 달여의 휴식을 마치고 헙드를 떠난다.

이동거리
54Km
누적거리
10,639Km
이동시간
6시간 50분
누적시간
763시간

AH3
AH3
43Km / 5시간 25분
11Km / 1시간 25분
헙드
산길
에르덴
 
 
2,457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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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 선생님이 챙겨준 아침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헙드를 떠날 준비를 한다.

다음 목적지인 울기까지는 220km의 거리, 만년설이 쌓여있는 2,600미터의 차스트울을 넘어가야 하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헙드의 고도가 1,300미터 정도이니 한 번에 꽤나 높이 오르막을 올라가야 한다. 이틀 또는 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배웅을 나온 선생님과 함께 마지막으로 부얀트걸에 들러 시간을 보낸다.

부얀트걸은 언제나 시원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다.

한 달의 시간 동안 불편함 없이 챙겨준 유나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중국의 비와 몽골의 바람 속에서 지쳐있던 체력이 회복되고, 아무런 생각 없이 보낸 편안한 헙드의 시간이었다.

"자, 이제 가야 해요. 기념사진 찍어요."

마지막 인사와 함께 다시 여행의 길을 떠난다. 미묘한 감정의 울림과 낯설어진 자전거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동안 부얀트걸을 산책하며 주변을 둘러보아도 구글맵으로 검색되던 AH4의 도로는 보이질 않았다.

울기까지 새도로가 생겼다는 야기의 말대로라면 검은 아스팔트 라인이 부얀트걸을 건너는 다리 너머로 이어져야 하지만 산길을 넘는 어지러운 흙길 이외는 보이질 않는다.

부얀트걸을 지나 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멀리에서 보아도 분명 흙길이다.

"야기!"

부얀트걸의 두 번째 다리를 건너자 바로 산길이 시작된다.

"뭐, 이 산만 넘으면 매끈한 아스팔트가 나오겠지."

울기로 넘어가는 산길은 시작부터 순탄치가 않다. 푹신한 모래들이 쌓여있는 길은 슬립이 나며 자전거를 타고 가기가 힘들다.

이리저리 상태가 좋은 곳을 골라가며 페달을 밟아보지만 두어 차례 슬립이 나며 자전거가 넘어진다.

바람조차 불지 않는 산길을 자전거를 끌며 오른다. 생각대로 오랜 휴식 후의 첫 라이딩은 쉽지가 않다.

부얀트걸을 출발하여 한 시간 만에 고개의 정상에 도착한다. 약간의 미풍이 불어 땀을 식혀주지만 몇 초의 시간이 지나기도 전, 요란스레 달라붙는 모기떼들의 극성으로 빠르게 출발을 한다.

고개의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길은 오랜 휴식으로 싱싱해진 라이딩의 욕구를 순식간에 사그라들게 만든다.

끝이 보이질 않는 비포장의 흙길이 하염없이 펼쳐져 있다.

빨래판처럼 울퉁불퉁 거리는 짧은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길은 업다운이 반복되며 이어진다.

자전거를 멈춰 세우면 득달같이 달려드는 모기 때문에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힘들고, 건조하고 무더운 날씨와 더불어 쉬어갈 그늘조차 없다.

흙자갈길의 상태가 그나마 괜찮은 곳을 찾아 따라가다 보니 울기로 향하는 AH4번 도로와 멀어져 버린다.

AH4번 도로를 찾기 위해 '내가 가는 곳이 길'인 길을 따라 초원을 가로질러 다시 AH4번 도로에 돌아온다.

페달링을 하며 따가운 느낌의 종아리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더니 모기가 잡혔나 보다. 몽골의 모기는 아무리 몸을 움직이고, 쫓아내어도 소용이 없다. 근성이 대단한 녀석들이다.

만년설이 쌓인 산을 향해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은 이내 끝날 것 같지가 않다.

"완전 망했어! 근데 왜 지나가는 차조차도 없는 거지? 이 길이 아닌가?"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핸들을 잡은 손등과 반바지 차림으로 노출된 종아리에 달라붙는 모기를 잡아가며 길을 따라가는 동안 조금씩 지쳐간다.

모기를 쫓아내는 손사래와 함께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자전거를 컨트롤할 때마다 헙드에서 채워놓은 체력게이지가 뚝뚝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작은 바람이 불어 모기들의 극성이 사라진 언덕 위에서 잠시 쉬어간다. 햇볕을 받아 따가운 것인지, 모기에 물려 따가운 것인지 알 수 없는 종아리를 보호하기 위해 긴바지로 갈아입는다.

"내가 졌다. 몽골에서 반바지는 무리야. 무리!"

헙드를 떠날 때 유나 선생님이 챙겨준 모기 기피제와 실리콘 팔찌를 꺼내어 제품의 효능처럼 효과가 있기를 기대하며 무장을 한다.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지만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굳은 신념의 체면을 걸어본다.

패니어 속에서 물컹하게 변해버린 바나나로 허기를 달래고 달콤한 향이 퍼지는 껍데기를 멀리 집어던져 초파리와 날파리들을 떼어낸다.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이 그립네."

부얀트걸에서 맥주를 사 오려다 더운 날씨에 미지근하게 변해버릴 것 같아 사 오지 않은 것이 약간 아쉽다.

길은 정상을 향해 이어지고 시원한 바람과 함께 커다란 바위들이 수없이 펼쳐져 놓여있다.

그리고 길은 모래 해변보다 푹신한 모래밭으로 변한다.

자전거를 끌며 묘한 돌무더기의 산봉우리를 넘고.

아래로 내려가는 길마저 모래바닥이다.

"아니, 차가 왜 한 대도 지나가지를 않지?"

모래 바닥을 피해 가며 어렵게 흙길을 따라가니 멀리 다리 같은 것이 보인다.

"저기가 끝인가? 제발 끝이기를."

모래길의 끝에 멀쩡한 검은 아스팔트가 나오고.

도로의 이정표에는 헙드로 가는 길임을 알리는 표시가 되어있다.

"나는 오늘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이름하여 뻘짓!"

추측하건데 구글맵에 잡히지 않은 새 도로는 울란곰 방향의 도로에서 산을 돌아 만들어진 것 같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작은 강 건너 한 채의 건물이 보인다.

무엇이든 건물 주변에서 야영을 할 생각으로 다가가니 운 좋게도 도로변 식당이다.

"먹을 복은 있는 하루네."

식당에 들어가 간의 세면대에서 얼굴을 씻으니 카드놀이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 신기한 눈빛으로 웃는다.

"메뉴가?"

몽골 식당의 메뉴는 뻔하지만 네트워크가 불안정한 핸드폰을 들고 애를 쓰기엔 너무 지쳐있다.

"선생님, 뭐라고 적혀있나요?"

유나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고 작은 만두가 들어간 만둣국을 주문한다.

주문과 함께 만두를 빚는 몽골의 식당은 조금 오래 기다려야 한다. 음식을 만드는 동안 유나 선생님께 주인 여자와 통화를 하여 주변에 텐트를 칠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소통이 잘 안된다.

핸드폰에 저장된 텐트의 사진을 보여주며 식당 옆 공터를 가리키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식사를 하고 카드놀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헙드의 길을 물어보니 생각했던 경로가 맞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에쒸, 야기에게 확실하게 물어보고 출발할 것을."

모기들을 쫓아내며 어렵게 텐트를 설치하고.

편안하게 텐트에 누웠다.

"정말 힘든 하루였어."

저녁이 되며 바람이 거세지고 텐트가 날아갈 듯 요란한 소리를 낸다.

밖으로 나가 앵커들을 모두 박아 고정을 한 후 하늘을 쳐다보니 은하수의 별무리가 확연하게 하늘 위로 펼쳐져 있다.

"정말 할 말이 없다. 그렇게 힘들게 하더니."

이상한 일이지만 몽골에서 바람이 강하고 날씨가 안 좋을수록 멋진 풍경을 볼 수가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한 보상이네."

다시 여행이 시작됐다. 엉덩이가 아프고 뭔가 불편하지만 또 이내 적응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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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53일 / 맑음 ・ 24도
헙드
한 달 동안의 휴식을 마치고 헙드를 떠날 준비를 하다.

이동거리
4Km
누적거리
10,584Km
이동시간
0시간 38분
누적시간
757시간

S320소도
헙드광장
2Km / 20분
2Km / 18분
헙드
부얀트걸
헙드
 
 
2,403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헙드 광장에서 야기를 만나며 시작된 헙드에서의 시간,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이곳에 머물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4월 14일부터 시작된 몽골의 여행 동안 거센 바람을 맞으며 달려오느라 지쳐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시간의 여유가 넉넉하게 남아있는 몽골 여행에 대한 아쉬움인지 모르겠다.

출발을 위해 준비를 했지만 새벽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피곤함으로 게으름이 슬며시 찾아든다다. 90일의 비자 기간이 12일 정도의 여유밖에 남아있질 않다. 육로를 통해 자전거를 타고 국경을 넘어야 하는 첫 번째 경험의 막연함이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오후 3시가 되어 출발을 해보려고 했지만 2,600미터의 고도를 넘어가야 하는 부담스러움이 찾아든다.

"30km만이라도 가 볼까 아니면 내일 아침에 빠르게 출발을 해 볼까?"

출발에 대한 정확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자전거에 패니어들을 장착했지만 비가 내린 후 며칠간 좋았던 날씨는 난데없이 신경질적인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아니 왜? 자전거를 다시 타려고 하니까 바람이 부는데?"

필요한 물품들을 다시 체크하고 준비하는 동안 4시가 가까워졌고, 배웅을 나온 유나 선생님과 부얀트걸의 도로를 걸으며 내일 아침에 떠나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그래, 내일 아침 편하게 출발하자!"

우체국에 들러야 하는 선생님은 택시를 타고, 나는 자전거를 체크하며 시내를 돌아 우체국에서 만나기로 한다. 무겁게 느껴지는 자전거지만 몸의 컨디션은 가볍게 느껴진다.

짐들을 다시 풀어놓고 마지막으로 고기를 사주겠다는 선생님을 따라 식당으로 걸어간다. 야기를 처음 만났던 헙드의 광장을 지나.

오묘한 구름들이 떠다니는 헙드의 하늘을 올려다보고.

소와 양 그리고 닭고기가 섞여있는 메뉴로 식사를 한다. 유나 선생님이 생각했던 메뉴가 아닌 것 같고, 맛 또한 좋지는 않다. 음식의 조리법이나 고객 서비스에 대해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은 고기들은 포장을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모든 준비가 끝났고 이제 헙드를 떠나게 된다.

유나 선생님의 배려 속에서 야기와 그의 가족들, 한미경 선생님, 함병규 선생님, 사롤, 빈데르, 체기, 바야나, 아무갈을 만나 즐거웠고, 루시아노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편안하고 좋았던 시간의 흐름이었다.


"야기, 너에게 줄 김치는 내가 먹어버렸어.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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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37~142일 / 맑음 ・ 20도
헙드
"즐겁게 살아. 단지 지금을 살아가라."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0,581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756시간

베일
헬프&원더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헙드
헙드
헙드
 
 
2,39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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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연락처
+976-9911-4119

 

유나 선생님은 배추김치를 만들기 위해 준비를 하고.

헙드의 지인들에게 나눠줄 김치를 만든다.

리즈훼이는 도깨비를 다운로드해 보고 있다며 메시지를 보내온다. 다운로드를 해둔 파일을 어떻게 보내줄까 고민했는데 알려준 토렌트 주소로 다운을 받은 것인지 알아서 잘 다운로드했나 보다.

하얀 달이 하늘 높이 올라가도 날은 밝다.

유나 선생님은 저녁으로 비빔국수를 해주고.

밤이 깊어가도 짙은 어둠은 내려앉지 않는다.

베일리 어게인과 달랑을 본다.

"즐겁게 살아. 단지, 지금을 살아가라."




아침으로 색색의 모양이 예쁜 볶음밥이다. 크게 무언가를 하는 것처럼 보이질 않는데 쉽게 음식을 만들고 입맛에도 딱이다.

시원한 미역냉국과 함께한 맛있는 아침이다.

5번 유치원의 원장인 체기의 승용차가 있어 선생님과 함께 헙드의 외곽으로 나간다.

헙드의 공항을 구경하고.

조각상이 세워진 공항 주변의 작은 공원에서 하늘을 바라본다.

30도 가까이 올라간 기온은 매운 따가운 햇볕과 함께 숨막히는 더위를 불러온다.

"바람이 없으면 꽤나 힘든 무더위겠다."

헙드의 외곽을 돌며 게르가 들어선 마을들을 구경하고 헙드울랑에 있는 자이슨(전망대)에 올라간다.

"헙드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어요."

가파른 300개의 계단을 따라 붉은 돌산을 오른다.

헙드울랑의 자이슨에서 볼 수 있는 헙드의 전경이 펼쳐져 있다.

넓은 게르촌과 시내의 작은 빌딩들 그리고 부얀트걸의 주변으로 들어선 하얀 점들의 게르들.



한 무리의 양 떼들을 몰고 가는 모습도 보이고.

체기 선생님에게 승용차를 돌려주기 위해 그녀가 살고 있는 게르촌으로 이동한다.

새로 작은 게르를 설치하는 일을 도와주고.

집으로 돌아온다.



유나 선생님은 저녁으로 양고기를 준비한다.

"이건 보드카인데요!"

양고기와 김치의 조합, 보트카와 맥주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잠이 든다.



한미경 선생님이 시장에서 사온 보츠로 사롤과 함께 아침을 먹고.

저녁으로 한국음식을 하는 식당으로 가서 피자와 치킨을 먹는다.

나름 깔끔하게 괜찮은 메뉴다.

식사 중 오초르에게 전화가 와 잠시 통화를 하고, 19일 헙드에 온다는 간져와 약속을 잡는다.

새벽까지 헬프와 원더를 보고 강렬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잠이 든다.




새벽까지 영화를 본 탓에 12시가 다 되어 일어난다. 사롤과 함께 아침을 먹고 자료들을 정리한다.

오후에 아파트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자전거를 정비해 주고, 저녁으로 양고기를 구워 먹는다.

오초르에게 전화가 와 통화를 한다. 목소리가 잠겨있는 것처럼 좋질 않았는데, 몸이 아파서 울란바토르의 병원에 있다고 한다.

날이 더워지는 계절이라 힘든 노동에 몸이 축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불편한 곳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일, 집에 가면 페이스북 메신저로 전화해."

내일은 처이르에서 양만두를 만들어주고 도시락을 싸주었던 간져가 헙드로 온다.




생뚱맞게 감기가 찾아든다. 감기약을 먹고 하루 종일 잠을 잔다.

위너님은 중국 여행을 마치고 몽골로 들어섰다고 한다. 즐거운 몽골여행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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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31~136일 / 맑음 ・ 25도
헙드
헙드에서 편안한 시간들을 보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0,581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756시간

유나선생님
루시아노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헙드
부얀트걸
헙드
 
 
2,39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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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50G,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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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기의 가족들은 휴일에 헙드에서 30km 떨어진 곳으로 나간다. 헙드에서의 시간을 정리하기 위해 야기의 집에 넣어두었던 짐들을 유나 선생님의 집으로 옮겨놓는다.

패니어의 짐들을 다시 정리하고.

겨울 신발과 옷가지들을 정리한다.

"즐거운 여행이었다. 수고했다!"

겨울 이너웨어와 기모져지는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세탁을 해서 밖에 놓아둔다.

유나 선생님과 함께 산책을 하며 헙드의 외곽에 위치한 라마교 사원으로 간다. 사원의 복원과 함께 새로 건물을 짓느라 어수선한 사원을 잠시 구경하고.

가로수가 예쁘게 자란 헙드 공항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걷고.

도로변에는 넓은 공터처럼 놀이공원이 들어서 있고, 몇몇의 사람들이 놀이기구를 타고 있다.

"이거 운영이 되는 거예요?"

"저도 문이 열린 것을 처음 봐요."

저녁 무렵 문이 열린 공원에는 한두 개의 놀이 기구들이 돌아가고 있다.

"저거 한 번 타 볼까요?"

회전 그네가 돌아가고 있는 곳으로 걸어가 놀이기구에 자리를 잡으니 기구를 관리하던 여직원은 이용권이 필요하다며 알려주고 놀이 기구를 태워준다.

"세상에, 놀이 기구를 타고나서 표를 사야겠네."

어지럽게 돌아가는 회전 그네를 타고 표를 사기 위해 정문으로 걸어간다.

공원의 정문에서 놀이 기구의 이용권을 팔고 있고, 사람들이 조금씩 산책을 하며 모여든다.

"바이킹을 타야지요. 제일 재미있겠네."

작은 바이킹을 선생님과 단둘이 독점을 하고 기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작은 크기이지만 제법 짜릿한 느낌도 들고.

바이킹을 타고 있으니 십대 후반의 젊은 아이들이 몰려와 함께 비명을 지르며 구경을 한다.

십대의 아이들과 미니미한 청룡열차를 타고, 미니미한 회전 관람차를 탔다. 헙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관람차는 야속하게도 딱 한 바퀴만 돌고 끝이 난다.

놀이공원 근처에 새로 생긴 한국 음식점에서 김치찌개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온다.

맥주를 마시며 호텔 뭄바이를 보고 잠이 든다.




학교 업무에 바쁜 야기를 만나기 위해 야기의 학교로 간다.

야기는 학교가 방학을 하는 기간이라 바쁘고, 새로 짓게 될 학교의 건물들의 공사 계획을 관리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몽골의 학교는 일손이 바쁜 6월부터 3개월 동안 방학을 한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 조회를 하고 얘들은 다 시골에 갔어."

올해의 몽골 나담 축제 기간은 7월 11일부터 15일까지 인가 보다. 몽골의 가장 큰 축제라 구경하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무려 한 달이나 남아서 불가능할 것 같다.

"야기, 나 내일 울기로 갈지 몰라."

"시간이 있으면 집에서 맥주도 마시고 해야 하는데, 오늘도 어딜 가야 해. 저녁에 와."

이야기 도중 한국의 김치가 먹고 싶다는 야기를 데리고 어제 유나 선생님과 저녁을 먹었던 식당으로 간다.

"야기, 많이 먹어!"

땀을 흘리며 오랜만에 김치찌개를 먹는 야기와 밥을 두 그릇씩 비우고 돌아온다.

루시아노는 수리를 보냈던 휠이 도착하여 내일 울기로 떠난다고 한다.

"천천히 가고 있어. 내가 따라잡을게. 울기에서 보자!"

유나 선생님과 함께 호텔 뭄바이를 본다.




아침부터 유나 선생님은 바쁘다. 유아 환경체험 행사를 마치고 참여한 15개의 유치원을 방문하여 감사의 표시를 하려고 한다.

혼자 집에 두면 식사 같은 것이 신경 쓰인다며 함께 다니며 일을 도와달라고 한다.

어제 집에서 코이카의 도장을 찍어 만들어 놓은 벽걸이용 시계와 A4 용지 그리고 아이들의 교육 보조재 등을 전달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선생님과 통역을 하는 사롤 그리고 운전을 해주는 빈데르와 함께 헙드 시내의 유치원들을 순차적으로 방문하고.

몽골의 게르나 집을 방문했을 때 그릇에 담아내어주는 음식은 아롯이라는 양의 우유를 치즈처럼 만들어 건조시킨 것이다.

함께 다니며 몽골에 대해 물어볼 수 있으니 편하고 좋다.

어제 바람이 조금 불어오더니 하늘의 모양이 심상치 않다.

"얼마나 눈부신 하늘을 보여주려고 이러나."

13개의 유치원에 감사의 인사와 선물을 건네준 후 사롤과 함께 커피를 마신다.

사롤은 헙드에서 태어나 수학을 전공하고 문화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했다는 사롤은 행사 기간 동안 유나 선생님의 통역 역할을 수행한다.

2년 동안의 생활로 일상의 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행사를 하며 정확한 의사전달을 위해 사롤의 도움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묘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하늘과 바람이 너무나 좋은 날이다.

사롤이 근무하는 문화센터를 구경했다. 사롤은 헙드 광장의 건너편 문화센터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정말 멋진 몽골의 춤사위, 몸짓이다.

집으로 돌아와 유나 선생님과 사롤은 진찰을 받기 위해 약국을 들린 후 병원으로 가고.

"그래, 너희들은 이게 필요할 거야."

병원 진료를 마친 유나 선생님은 저녁을 먹자며 사롤과 함께 핫팟(훠궈) 식당으로 걸어간다.

"나 데이터 충전해야 하는데."

광장 옆의 유니텔로 들어가 데이터를 충전한다. 3기가 30일 10,000투그릭, 호르고에서 데이터 만수르가 된 이후 아직도 30기가가 남았다.

헙드 광장을 지나서.

핫팟으로 들어간다.

중국의 훠궈와 비슷한 음식인데, 식문화가 발달한 중국에 비하면 조금 부족하지만 몽골에서 훠궈를 즐기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고기가 좋은데, 조금만 세련되면 좋을 텐데."

사롤은 훠궈나 샤브샤브와 같은 음식을 처음 접하는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하늘이 너무나 좋다.

"사롤, 너는 이 하늘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지?"

"한국에서는 이런 하늘을 볼 수가 없어."

태어나서 바다를 본 적이 없는 사롤에게 제주도와 강릉의 바다를 보여줬지만.

어쩌면 바다와 같은 하늘을 매일처럼 바라보는 몽골의 사람들에게 바다의 풍경이 그다지 새롭지 않겠다 생각이 든다.

"바다와 바람, 몽골은 바다가 하늘에 있네."

사롤과 헤어지고 아파트에 도착한 유나 선생님은 부얀트걸을 산책하자고 한다.

부얀트걸에는 전보다 많은 게르들이 들어서 있고, 잔디와 풀들의 색도 더 짙어져 있다.

사람들과 아이들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강변에서 따듯한 햇볕을 즐기고 있고.

말들도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사진을 찍고.

하늘과 구름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즐긴다.

"너는 없다."

"지금은 혼자지만."

"언젠가 그 시간이 한 번쯤은 주어지겠지."

"그때가 되면."

"그때의 시간에는."

"너를."

"담겠다."

헙드, 시간의 흐름에 나를 맡긴다.

네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시나브로 내 안으로 스며든다.




유나 선생님을 따라 행사에 도움을 준 헙드의 관공서들을 둘러보고.

쇠톱을 부적으로 달아놓은 한미경 선생님 집에서 이른 저녁을 한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잡채와 된장국.

헙드 광장을 지나던 중 저번에 먹지 못한 양꼬치 구이를 먹어 보기로 한다.

신식 바베큐 그릴에서 양꼬치가 구워지는 동안 주변에 서있던 남자가 말을 건넨다.

"한국에서 오셨어요?"

한국에서 8년 동안 일을 하고 왔다는 바야나는 놀이공원이 닫혀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헙드 광장으로 온 것이다.

한국에서 일을 하며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첫째 딸을 낳았다는 바이나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사람이다.

유나 선생님과 바야나가 대화를 하는 동안 맛있는 양 꼬치구이 두 개를 해치우고 나니 맥주 생각이 간절하다.

"집으로 포장해 가서 맥주랑 마실까요?"

바야나는 짧은 만남이 아쉬웠던지 맥주를 사 올 테니 간단하게 광장 주변에서 맥주를 마시자며 제안을 한다.

"빙고!"

바야나와 함께 광장의 주변에서 맥주를 마시는 동안 그의 친구이자 한국에서 일을 함께한 아무갈이 찾아온다.

한국 이름이 창우라는 아무갈은 용접이나 시설공사 등의 기술이 있어 여러 곳에서 일을 한 모양이다.

그들에게 카카오톡을 설치해 주고 페이스북을 교환하며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부얀트걸 주변에 게르를 치면 함께 야영을 하자며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집으로 돌아와 그린북을 본다.




헙드 대학교의 졸업식이 있어 구경을 갔지만 학교에 도착했을 때엔 졸업식이 모두 끝났기라 조금 아쉽다.

한미경 선생님과 함께 작은 시장 안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보츠를 먹는다. 지르크에서 먹어보지 못한 것인데 헙드에서 그 맛을 본다.

양고기를 다져 넣은 후 기름에 튀긴 납작한 모양의 만두인데 냄새가 없이 맛있게 하는 식당이다.

보통 몽골의 남자들이 6~8개 정도 먹는다고 하는데, 그 정도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식사 후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고.

이번에는 아메리카노가 제대로 나온다.

헙드대학교에 들러 잠시 학교 내부를 둘러보고, 남녀가 함께 사용하는 공용 화장실이 특이하다.

한미경 선생님이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센터를 구경한다.

액정이 망가진 유나 선생님의 핸드폰을 수리하기 위해 헙드의 재래시장에 있는 핸드폰 수리점에 들린다.

헙드 재래시장 내에 있는 작은 건물의 2층은 핸드폰을 판매하거나 수리하는 작은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오랜 시간 핸드폰을 수리하는 것을 지켜보고 집으로 돌아온다.

"치킨 먹으실래요?"

그린북을 보면서 영화 속 KFC의 후라이드 치킨이 먹고 싶다고 말한 것이 생각났는지 유나 선생님이 묻는다.

"정말 치킨집이 있어요?"

선생님의 집 앞에 있는 작은 치킨집에 들어가 작은 사이즈를 주문하고.

잠시 은행에 들러 현금을 찾는다. 헙드 광장 앞의 칸뱅크 ATM까지 걷는 것이 귀찮아 가까운 은행 건물의 ATM을 이용한다.

현금을 찾는 스텝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나 싶었는데, 카드가 나오질 않고 돈을 새는 소리만 요란하게 돌아간다.

은행 경비원이 잠시 자리를 지키며 지켜보고, 한참 후에 카드가 기기에서 반납된다.

"돈은?"

카드가 반납되고 현금이 기기에서 나오질 않는다. 은행의 앱을 열어 거래내역을 확인하니 현금인출이 된 것으로 찍혀있다.

"죽을래? 내 돈!"

경비원에게 어떻게 된 것인지 제스처를 하자 은행 안으로 따라오라고 한다. 경비원이 은행의 여직원에게 무언가를 말하자 여직원은 ATM 기기를 살펴보더니 무언가를 설명한다.

시큰둥하게 안내를 하는 여직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젠장, 통역이 필요하겠네."

김병남 선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은행 여직원과 통화를 부탁했지만 미팅 중이라 통화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조금 있으면 통장으로 입금될 거예요."

몽골의 ATM에서 현금이 인출되지 않으면 다시 통장으로 입금된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도무지 현재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유나 선생님께 다시 전화를 걸어 통화를 했지만 계좌번호가 맞지 않다는 이상한 설명만을 듣는다.

"뭐지? 내 돈 내놔라!"

다시 통장의 거래내역을 확인하니 인출됐던 금액이 입금되어 있다.

"아 놔!"

헙드 광장의 칸뱅크 ATM으로 걸어가 현금을 인출하고 치킨집으로 돌아간다.

9,000투그릭의 치킨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괜찮은데요. 큰 것으로 포장해서 맥주랑 같이 먹어요."

45,000투그릭의 큰 세트를 주문하고 포장해서 집으로 들어온다.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보헤미안 랩소디와 아일라를 본다.




이틀 동안 비가 내리고 있다. 몽골 여행의 영상 자료들을 편집하며 하루를 보낸다.

가버디움과 달랑을 본다.

새벽 3시가 넘었는데도 밤 하늘이 신기할 정도로 밝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25~131일 / 맑음 ・ 25도
헙드
헙드에서 만난 야기와 윤선생님 집에서 머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편안한 도시 헙드, 몽골 여행의 자료들을 정리하고 여정의 마무리를 준비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0,581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756시간

야기집
윤샘집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헙드
휴식
헙드
 
 
2,39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아침에 일어나니 야기는 이미 출근을 하고, 그의 아내와 아이들이 등교를 위해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

"헙드에서부터는 한 시간이 빨라지지!"

울란바토르보다 1시간이 빠른 헙드의 시간에 시계를 설정하니 1시간이 덤으로 생긴 것처럼 느껴진다.

여분의 집 열쇠를 나에게 건네주고 야기의 아내는 출근을 했다. 잠시 집에 앉아 쉬고 있으니 출출한 느낌이 든다.

"유나 선생님과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조금 일찍 가 볼까."

점심을 먹기 위해 유나 선생님께 전화를 건다.

"무엇을 드시고 싶으세요?"

"고기요! 양고기!"

감기가 걸려 움직이기 쉽지 않고 양고기를 먹겠다는 무례한 여행자의 입맛에 선생님은 자신의 집에서 식사를 하자며 제안을 한다.

"광장에서 에스바 방향으로 오시면 디귿자 모양의 아파트가 있어요. 사람들에게 에스바가 어디인지 물어보면 될 거예요."

알 수 없는 에스바라는 장소와 아파트의 모양, 색깔 만을 설명 들은 후 선생님의 아파트를 찾아 광장으로 걸어갔다. 김병남 선교사님의 위치 설명에 비하면 아주 디테일한 설명이다.

"일단 광장으로 가자."

야기를 처음 만났던 헙드 정부청사 앞의 넓은 광장은 쾌적하고 마음에 드는 공간이다.

광장을 둘러보고 선생님이 알려준 대로 사람들에게 에스바를 물어보려는 순간 유니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유니텔 건물 방향이라고 했는데."

우선 현금을 찾기 위해 칸뱅크의 ATM 기기가 있는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허름한 아파트 단지의 입구 옆에 놓인 칸뱅크의 ATM 기기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환전이 불가능한 시간이라며 돈을 찾을 수 없다.

"휴일이라 그런가? 점심시간이라 그런가?"

삼거리의 도로를 잠시 되돌아 나오니 선생님이 알려주었던 설명들과 비슷한 아파트 건물이 보인다.

"노란색, 빨간색 아파트 그리고 회색 아파트, 디귿자 모양의 아파트 단지. 대충 비슷한데?"

아파트 주차장에서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고 3층에서 내려오는 선생님과 아파트의 계단에서 조우한다. 이른 점심으로 양고기와 삼겹살을 구워주어 든든하게 밥을 먹고, 차와 커피 등을 마시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KOICA, 한국 국제 협력단이라는 NGO 단체이다. 선생님은 유아교육의 파트로 헙드의 유치원에 파견을 나와 2년 가까이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내가 건네준 여행자 명함을 보며 사진 편집툴이나 영상툴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묻는다.

"네. 간단한 것들은 할 수 있는데. 뭐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나요?"

2년의 KOICA 파견 기간을 모두 마치며 헙드 내의 유치원들이 모두 참여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시켰다는 선생님은 행사와 관련된 자료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하고 영상 자료들이 있는데 어떻게 편집을 해서 만들어야 할지 몰라서요."

"제가 도와드리고 갈게요."

몽골을 여행하며 조금은 지쳐있었고 얼마 남지 않은 몽골 여행의 아쉬움들이, 가능하다면 여유를 두고 시간을 보내고 싶다.

야기의 집으로 돌아가 노트북이 든 패니어만을 챙겨들고 선생님의 집으로 돌아간다.

헙드에 있는 15개 유치원들의 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유아 환경체험 행사를 진행했던 사진 자료들을 정리하며 하루를 보낸다.

밤늦게까지 영상으로 만들 사진들을 정리하고 유나 선생님 집에서 잠을 잔다.


아침에 일어나 선생님이 차려주는 정성스러운 식사를 하고, 유치원에 일을 보러 가는 선생님을 따라 헙드의 시내로 나간다.

선생님이 근무하는 2번 유치원에 들러보고.

헙드에 있는 재래시장을 구경하기 위해 시장으로 간다. 햇볕은 따갑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좋아지는 날이다.

은행에 들러 조금의 현금을 찾고.

아카시아 나무처럼 생긴 것이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고.

작은 벽돌집과 컨테이너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헙드의 재래시장은 낮시간임에도 사람들이 제법 붐빈다.

주로 생활용품들을 판매하는 좁은 시장 골목은 중국의 시장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전기 요금을 내기 위해 작은 사무실에 들어가 수납을 하고.

그 사이 시장 곳곳에 모여있는 신발 수선가게에 앉아 구경을 한다.

가죽 부츠를 신는 몽골의 사람들이라 신발을 수선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겨우 한 사람만이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샛길도 지나고.

저녁으로 고기메뉴를 해주기 위해 재래시장의 정육 코너를 들어갔지만 신선하고 좋은 부위를 고르는 법을 알지 못해 그냥 나온다. 중국 시장의 정육을 파는 곳들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바닥에 양과 염소의 머리들이 굴러다니고 비린 피냄새와 고기냄새들이 진하게 풍기는 음산한 분위기다.

마을의 골목을 따라 걸으며 시내를 구경하고 큰 슈퍼가 있는 건물로 들어간다. 규모가 작은 창고형 할인마트와 같은 구조의 제법 큰 슈퍼마켓이다.

김치 같은 것을 파는 코너도 있었지만 반찬의 모양들이 그리 맛있어 보이지는 않고, 선생님은 돼지고기와 몇 가지 식료품만을 사들고 슈퍼를 빠져나온다.

선생님은 헙드에서 무언가를 꼭 먹어야 한다며 호텔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지만 그 메뉴는 하지 않아 다른 메뉴를 먹어야 한다.

"꼭 먹어야 하는데."

"그래요. 그럼 그걸 먹을 때까지 헙드에 있어야겠네요."

선생님이 추천하는 음식은 개인 화로에 양이나 쇠고기를 샤브샤브처럼 먹는 음식인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와 영상 작업을 마무리하고 슈퍼에서 사온 돼지고기와 양고기수육으로 저녁을 먹는다.

"몽골에서 비싼 돼지고기에, 한국에서 비싼 양고기까지. 입이 호강을 하네요! 거기에 김치찌개까지!"

"처음부터 좋은 것을 드리면 안 되니까. 호호."



헙드에 들어서면서부터 몽골의 계절이 여름으로 순식간에 바뀐 느낌이다. 기온이 오르고 햇살이 굉장히 따갑게 느껴진다.

선생님과 함께 헙드의 강가에 나가기로 한다.

따가운 햇살 사이로 돌담과 작은 강가의 나무길을 지나.

넓게 펼쳐진 초원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여름이면 이곳에 게르들이 가득 들어서요."

여름이 시작되는 초입의 강변에는 몇몇 채의 게르들이 들어서 있고, 새로운 자리에 게르들을 설치하는 사람들이 모여이다.

잔디밭에 앉아 햇볕을 쬐는 사람들과 물장난을 치는 아이들이 한가로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고.

"몽골의 계절은 겨울, 겨울, 여름, 겨울인가?"

며칠 사이 갑작스레 바뀐 계절의 느낌이 생경하고 낯설게 느껴진다.

강을 건너는 작은 시멘트 다리에 배를 깔고 누워있는 아이들.

햇볕은 따갑지만 아직 20도가 조금 넘는 날씨에 물장구를 치고 노니 몸이 차가워 시멘트 바닥의 온기로 몸을 덥히고 있는 것이다.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도 무엇이 좋은지 깔깔거리기 바쁜 아이들이다.

엘사 드레스를 입은 예쁜 여자아이들은 무엇이 궁금한 것인지 나를 따라다니며 무언가 질문을 하는데 알아들을 수는 없고.

개구진 남자아이들은 물장구를 치며 짧은 영어로 인사를 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고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등의 한국말들을 따라 한다.

헙드의 사람들은 여름이면 이곳에 게르를 설치하고 여름을 보낸다고 한다.

몽골의 짧은 여름, 더위를 피하면서 따듯한 계절을 즐기는 시간일 것이다.

"자연 그대로, 그래도 최소한의 편의시설은 갖춰두면 정말 좋을 텐데."

"술병은 좀 그만 깨고."

강변을 따라 산책을 하고 잔디밭에 앉아 선생님이 준비한 샌드위치를 먹는다. 날이 좋은 날, 바람이 좋은 날, 시원한 자연의 강변에 앉아있으니 느린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천천히. 더욱 천천히."

샌드위치를 먹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한 젊은 남자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와 선생님의 옆에 앉더니 무언가 말을 건다.

"술 마셨어요!"

술을 마신 것 같다는 남자는 선생님의 카메라를 가리키며 무언가를 말하고, 카메라를 보여달라며 계속 중얼거린다. 카메라는 뒤적이는 남자에게 카메라는 챙긴 뒤 자리를 자리를 털고 일어나 돌아온다.

"정말 술이 문제인 것인지, 사람이 문제인 것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술에 취한 남자는 오랫동안 우리의 뒤를 따라왔지만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선생님께 프리미어와 포토샵의 사용법을 알려준 뒤 야기의 집으로 돌아간다.

가족들과 어머니 집에 다녀왔다는 야기는 저녁을 먹지 않은 나를 위해 양고기를 꺼내어 저녁을 준비한다.

울란바토르에 사는 친척에게 보낼 양고기를 사 와서 준비를 해두고, 야기가 직접 무언가를 요리한다.

몽골의 울란바토르에서는 신선한 양고기를 구할 수 없으니 시골에서 양고기를 사서 올란바토르로 보내는 것이다.

야기가 요리를 하는 동안 아이의 방에서 맑은 연주 소리가 난다. 야기의 아내가 작은 스틱을 들고 여춘이라는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피아노 줄처럼 생긴 현을 두드려 연주를 하는 것인데 그 소리가 너무나 맑고 좋다.

몽골의 사람들은 생활스포츠처럼 배구와 탁구 같은 것들을 즐기는데, 야기는 배구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은 가방에 들어있던 수많은 대회 메달들을 보여준다.

"아내는 스포츠 마스터야! 쇼트트렉 선수!"

체격이 제법 큰 그의 아내는 쇼트트랙을 하는데 그 실력이 좋은지 중국의 대회에 가서 메달들을 따온 것이다.

"중국은 쇼트트랙 잘하는데. 거기서 입상을 했으면 실력이 아주 좋네!"

야기는 나중에 텔레비전이 설치된 벽면에 메달을 전시해둘 것이고 설명을 한다.

"야기. 이 많은 걸 다 걸어놓으면 벽이 무너질 거야!"

야기가 직접 만든 초이완과 양고기 수육을 내가 사 온 맥주와 함께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다시 뽀로로 이불을 덮고 이내 잠이 든다.



야기의 식구들은 너무 부지런한 것인지 내가 일어나면 아무도 집에 없다. 헙드는 1시간 빠른 울란바토르의 시간에 맞추기 위해 업무시간이나 등교시간 등이 한 시간이 빠르다고 한다.

유나 선생님 집으로 산책을 하며 걸어간다. 여행 자료를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울리아스타이에서 마주쳤던 루시아노에게서 메시지가 온다.

"Where are you? i'm in Khovd now."

"어디에 있어? 나도 협드에 있어."

"Me too. My bike has been broken and i had to send the wheel to UB."

"그래? 나는 5일 동안 여기에 있었어. 내가 그쪽으로 갈게."

휠이 고장 나서 울란바토르에 수리를 보냈다는 루시아노는 어제 유나 선생님과 산책을 했던 헙드 강변의 게르에서 머물고 있다. 맥주 두 캔을 사들고 루시아노가 있는 강변으로 나간다.

강변에서 만난 루시아노는 반바지만 입은 채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고 있는 강변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헤이, 루시아노! 잘 있었어?"

루시아노와 강변에 앉아 울리아스타이에서부터 헙드까지 서로의 경로를 설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의 자전거 여행 경로와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자전거 경로 등을 설명한다.

"루시아노, 스페인에 가면 너네 집에 꼭 갈게."

"좋아. 꼭 와야 해."

농구를 하러 가겠다는 루시아노는 강변 옆에 있는 게르에 들러 몇 가지 소지품들을 챙기고, 그의 자전거는 바퀴가 빠진 채 게르 안에 놓여있다.

루시아노를 따라 헙드의 실내 체육관에 들어갔지만 체육관에는 배구 대회가 열리는지 헙드 인근 지역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배구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배구 게임이 진행 중인 관람석에 앉아 잠시 게임을 구경한다.

"음. 음."

"루시아노, 너는 오늘 농구를 못할 것 같아."

실내 체육관을 빠져나와 다른 농구장이 있다는 루시아노를 따라 헙드의 시내를 걸어갔지만 그곳은 문이 닫혀있다.

농구를 할 수 없어 실망한 루시아노는 헙드를 산책하기 위해 산책을 갔고, 나는 유나 선생님의 집으로 돌아온다.

저녁으로 삼겹살을 구워준 선생님 덕에 배부른 식사를 하고, 선생님과 함께 산책을 한다.



유나 선생님은 아침에 업무 미팅이 있다고 하여 약속 시간을 기다리고, 나는 야기의 학교에 들러 야기를 만나고 산책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광장에 위치한 야기의 학교에 들어가 다른 선생님들에게 야기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지만 야기는 어디에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야기의 아파트로 가서 자전거가 잘 있는지 확인을 하니 첸드아유쉬의 식당에서 샀던 열쇠고리가 뜯겨져 사라졌고, 자전거 가방에 들어있던 와이어 열쇠가 없어졌다.

6세대가 사는 5층 아파트 현관에 자전거를 묶어두며 안심을 했던 것인데 역시나 밖에 세워둔 물건은 여지없이 손을 탄다. 자전거 가방을 떼어내고 U자 관절락으로 자전거를 잠가둔다.

우체국 방향으로 걸어가니 밤에는 보지 못했던 이슬람 사원 같은 건물이 보인다.

잠시 안으로 들어가 구경을 하고 우체국으로 향한다.

1시 점심시간이 지나 우체국이 다시 열리고.

"포스트 카드."

우체국 사무실을 두리번거리자 나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던 여직원은 한 뭉치의 엽서들을 건네준다. 몽골 정부에서 발행하는 관광 엽서 중에서 호르고 화산의 전경이 그려진 엽서를 선택하고 중국의 리즈훼이에게 엽서를 보낸다.

울란바토르에서 함께 엽서를 보냈는데 중국의 리즈훼이에게는 엽서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리즈훼이가 알려준 주소에 '镇'이 빠져있어 엽서가 가지 않았던 것 같다.

주소와 함께 리즈후훼의 연락처를 함께 적어서 엽서를 보낸다.

엽서를 보내고 야기의 학교에 다시 들렀지만 야기는 여전히 학교에 없다.

학교의 교실들을 구경하고.

문이 잠긴 야기의 교장 선생님실을 발로 툭 차고 돌아온다.

"어디 간 거야?"

광장에서 바람을 쐬며 앉아 루시아노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루시아노 뭐하고 있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유나 선생님은 약속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나 약속에 대한 몽골 사람들의 개념은 이해하기가 정말 어렵다.

잠시 후 루시아노는 산책을 한다며 답장을 보낸다.

"밥 먹었어? 한국식당에 가서 한국 음식 먹어 볼래? 내가 살게."

"좋아!"

헙드 광장에서 1시간 후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유나 선생님께 한국 식당의 위치를 정확하게 설명을 듣는다.

엘리트라는 한국 식당에 들러 유나 선생님이 알려주었던 비빔밥과 제육볶음을 주문하고, 루시아노와 이야기를 나눴다. 스페니쉬 억양이 있는 루시아노의 빠른 말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럭저럭 번역기를 사용하며 이야기를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

유럽의 자전거 루트들과 아르헨티나의 자전거 루트들을 설명 받으며 식사를 마치고 루시아노와 헤어진다.

"울기까지 너와 함께 가고 싶은데, 내 자전거가 언제 수리가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루시아노와 헤어지고 유나 선생님, 한미경 선생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위너스 식당으로 찾아간다.

훠궈를 주문해서 식사를 하는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한미경 선생님댁에 들러 차를 마신 후 집으로 돌아온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24일 / 맑음 ・ 22도
터그럭-헙드
몽골-러시아의 국경까지 400km가 남았다. 몽골여행을 정리할 마지막 경유 도시 헙드로 향한다.


이동거리
79Km
누적거리
10,581Km
이동시간
7시간 45분
누적시간
756시간

AH4
AH4
48Km / 3시간 57분
31Km / 3시간 48분
터그럭
하르노스
헙드
 
 
2,39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바람이 없이 좋은 아침이다. 펑크 패치 정비를 했던 뒷바퀴의 바람이 조금 빠져있어 아침 운동으로 바람을 넣고.

시원한 굿모닝을 알린다.

첸드아유쉬의 식당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계란이 올려진 쇠고기 메뉴로 아침을 해결하고.

이틀 동안 넉넉한 웃음을 보이며 친절하게 대해준 첸드아유쉬와 헤어진다.

산을 향해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을 하고.

국경이 있는 울란바이신트까지 400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작은 삼거리에 놓여있다.

"400km면 몽골의 여행이 끝나는구나."

바람이 없는 직선 도로를 따라 가벼운 페달링으로 속도를 내여가며 라이딩을 즐기고.

본격적으로 산을 향해 오르는 길을 앞두고 여지없이 자전거를 세우는 바람이 불어온다.

"이렇게 맑고 더운 날에도 이유 없이 바람이 불어오는구나."

주변의 풍경은 온통 붉은 흙이 뒤덮인 지형으로 변한다.

느릿느릿 바람을 이기며 산길의 오르막을 오르고.

첸드아유쉬의 식당에서 사온 계란을 꺼내어 먹는다.

첸드아유쉬가 맛있다며 추천해 준 빵을 먹었지만 생각했던 것처럼 맛은 별로다.

"빵은 한국빵이지!"

멀리 하르노스 호수가 보이고, 구름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하르노스 호수의 입구를 지나며 바람은 더욱 거세진다. 자전거를 내려 끌고 타기를 반복하며 변하는 구름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낸다.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40km야!"

호수 방향으로 검은 구름들이 모이지만 반대편의 하늘은 찬란하다.

"모래 폭풍은 아니겠지? 뭐 불어오려면 와라!"

강한 바람으로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는 상황,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쓸데없는 사진찍기 놀이도 해본다.

점점 어두워지는 정면의 하늘.

거대하게 모여든 구름에서 끝내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놀랍지 않아!"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어두운 구름이 내려앉은 방향으로 길을 오른다.

도로 왼편의 밝은 하늘과 달리 오른편의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흩날리고 있다.

헙드를 15km를 남겨두고 우뚝 솟은 붉은 돌산이 정면에 나타나고.

하늘의 구름은 쉼 없이 변하며 바람과 함께 빗방울을 흩날린다.

첸드아유쉬의 식당에서 사온 맥주와 마지막 남은 계란 두 개를 꺼내고.

구름의 변화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낸다.

헙드의 초입을 알리는 구조물이 붉은 돌산을 배경으로 높은 고갯길 위에 나타난다.

"아, 올라가기 싫다!"

3km 정도의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고.

어붜와 구조물들이 헙드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고갯길 너머로 헙드 시내의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고, 산들에 둘러싸인 넓은 헙드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높게 솟은 붉은 돌산이 웅장하게 느껴진다.

"왔다. 헙드!"

시내 초입의 주유소들이 들어선 사거리에서 헙드의 지도를 검색하며 숙소와 음식점이 있는 시내 중심으로 이동한다.

"울란곰으로 가는 길이네. 이 길로 왔어야 했는데."

아주 오래된 석탄 공장처럼 보이는 곳을 지나는 동안 사람들의 모습조차 보이질 않는 황량한 도시의 풍경이다.

첫 번째 호텔이 보이는 사거리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다시 한번 지도를 검색한다.

"도시 정도의 크기인데 중심지가 어디지?"

사거리를 지나 1km 정도 도로를 따라 이동하니 갑작스레 푸른 가로수가 들어선 거리가 나타난다.

"몽골은 하늘도, 도시도 정말 느닷없다!"

헙드에 들어서며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검은 비구름, 푸른 가로수가 들어선 헙드의 모습은 이전까지 보아왔던 몽골의 여느 도시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호텔을 찾으며 천천히 거리를 따라가니 석상이 세워져 있는 넓은 광장이 나온다.

주변에 3개 정도의 호텔이 모여있는 광장에서 쉬며 숙소를 결정하기 위해 광장으로 걸어간다. 광장의 중심에 위치한 석상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 동안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누군지 알고 찍는 거야?"

"한국 사람이세요?"

고급진 어휘를 사용하는 남자는 광장 주변의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고, 한국에서 5년 정도 일을 하고 왔다며 자신을 소개한다. 남자와 광장에서 서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커피를 사주겠다는 남자를 따라 이동한다.

"이렇게 나무가 많은 몽골의 도시는 처음이야! 정말 좋다!"

몇 군데 커피를 판매하는 가게에 들어갔지만 토요일이라 모두가 문이 닫혀있다.

"일단 숙소에 들어가고 싶은데."

근처의 저렴한 호텔을 추천해 주는 남자를 따라 호텔로 이동했지만 샤워를 할 수 있다는 호텔은 아주 오래된 건물이다.

"그냥 우리 집에 가서 잘래?"

"나는 괜찮은데, 네가 불편하잖아."

"괜찮아! 우리 집에 가서 자도 되고, 호텔에서 자도 되고."

주변에 다른 50,000투그릭의 호텔이 있고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남자의 집에서 함께 보내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광장 근처의 오래된 아파트 5층, 주차장에 세워둔 남자의 승용차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아파트로 올라간다.

취업 비자를 받아 인천에 있는 냉난방기 제조회사에서 일을 했다는 야기와 차를 마시며 잠시 이야기를 한다.

"헙드에 한국 사람들이 있어. 7명 정도."

"한국 사람이 있어?"

"응. 학교에도 있고, 유치원에도 있고, 교회에도 있어."

"만나볼 수 있어?"

"체육 선생님이 있는데, 연락해 볼까? 만나고 싶어?"

"뭐, 여기까지 왔는데 밥이라도 한 끼 먹으면 좋지!"

야기는 학교의 남자 체육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지만 이미 한국으로 귀국을 해서 연락이 닿지 않는다.

"유치원 선생님도 한 분 있어."

야기는 유나라는 유치원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한 후 전화를 바꿔준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자전거 타고 여행하는 사람.."

유치원 선생님과 인사를 하는 동안 전화기는 끊어져 버린다.

"야기, 전화기 끊어졌는데?"

"요금이 없어서 그래! 전화번호로 전화해 봐."

몽골의 통신회사 모비콤과 유니텔, 각기 다른 통신사의 전화번호로 통화를 하면 통화요금이 굉장히 비싸서 충전해 둔 통화요금이 순식간에 떨어져 버린다고 한다.

밖으로 나와 모래폭풍으로 엉망이 된 패니어를 하나씩 옮기며 유치원 선생님에게 전화를 건다.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다음 날 점심 식사를 함께 하기로 하고 짧은 통화를 마친다.

패니어들을 야기의 집으로 모두 옮기고 자전거는 5층 난간에 묶어둔다.

야기의 12학년 딸(엥흐징)이 저녁을 만드는 동안 터그럭 모래폭풍의 먼지들을 씻어낸다.

"이제 살 것 같네!"

16살 야기의 딸이 만든 저녁은 제법 모양과 맛이 좋은 양고기 덮밥이다.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는데!"

야기는 밥과 함께 보드카를 한 병 꺼내어 따라주며 마시고 푹 자라고 한다.

"야기! 너무 멋져!"

그리고 독한 보트카보다 맥주를 마시자며 슈퍼에 나가 시원한 맥주 두 캔을 사 온다.

해가 지고 야기와 함께 맥주 한 캔씩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거실의 넓은 소파에서 뽀로로 이불을 덮고 잠이 든다.

"헙드가 좋아!"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23일 / 맑음 ・ 20도
터그럭
도로변 한 채의 식당, 첸드아유쉬의 식당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0,502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748시간

뒹굴뒹굴
광합성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터그럭
식당
터그럭
 
 
2,320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몸이 무거운 아침, 날씨는 화창하지만 바람이 불어온다.

"쉴까, 갈까."

첸드아유쉬는 식당 주변에 나무를 심어놨다.

"잘 자랐으면 좋겠네."

세수와 양치를 하라며 첸드아유쉬가 식당으로 부르고.

"헙드!"

헙드부터는 울란바토르보다 한 시간이 빨라진다. 시계를 가리키며 헙드의 시간이라 알려주는 첸드아유쉬.

방금 삶은 계란을 하나 건네준다.

어제 저녁으로 먹었던 볶음밥을 주문하고, 하루를 쉬고 싶은데 현금이 모두 떨어졌다.

"은행이 있어?"

터그럭 마을에 ATM 기기가 있는지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이더니 벽에 붙어있는 은행 큐알코드를 가리키며 계좌번호 같은 것을 적어준다.

"계좌이체?"

은행이 없는 마을에서 첸드아유쉬의 계좌에 입금을 하면 현금으로 바꿔주는 모양이다.

"이건 의미 없어!"

슈퍼의 계산대에 카드 단말기가 보여 VISA 카드 결제가 되는지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밥값하고 숙박비 결제해 줘. 10,000!"

밥 먹는 시늉과 잠자는 제스처를 하며 계산기에 10,000을 찍어서 보여주고 카드를 건네주니 다행히 결제가 이뤄진다.

"오, 하루 쉬었다 가자."

저렴한 식당에 잠자리가 있고, 통신탑이 바로 앞에 있어 네트워크도 아주 좋아 하루 정도 쉬어가기에 적당하다.

첸드아유쉬는 종이에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적어오더니 내 번호를 적어간다.

첸드아유쉬의 식당과 슈퍼는 사람들이 제법 찾아든다.

며칠 동안의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어슬렁거리며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먹나 살펴본다.

"고기를 먹고 싶다."

다른 사람이 먹는 음식을 가리켜 주문하고, 계란이 올려진 쇠고기가 작은 공기밥과 함께 나온다. 6,500투그릭.

밥 한 그릇을 더 비우고 7,000투그릭을 결제한다.

하루 종일 날씨가 좋다. 6월에 접어들며 몽골의 계절도 바뀌는 것 같다. 20도 정도의 기온인데 바람이 없으면 꽤나 덥게 느껴진다.

맥주나 아이스크림 같은 것들을 사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10시가 다 되어 점심과 다른 고기 메뉴를 주문한다.

"이건 뭐야? 양?"

첸드아유쉬는 두 손으로 뿔모양을 만들더니 염소의 울음소리를 내며 웃는다. 그 모습에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모아지고.

2,500투그릭의 작은 보드카를 사서 고기와 함께 저녁을 먹는다.

반주와 함께 식사를 하고 편하게 잠든다.

"내일도 날씨가 좋았으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22일 / 맑음 ・ 16도
지르크-터그럭
헙드까지 130km 정도가 남았다. 좋은 날씨의 아침, 터그럭까지의 여정을 떠난다.


이동거리
68Km
누적거리
10,502Km
이동시간
6시간 56분
누적시간
748시간

AH4
AH4
45Km / 3시간 35분
23Km / 3시간 21분
지르크
모래폭풍
터그럭
 
 
2,320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잠시 떠날지를 고민하다 패니어들을 정리했다. 터그럭까지 60km 남짓의 짧은 이동 거리가 게으른 여유를 준다.

"날씨도 좋은데 천천히 가 보자."

1층에서 오트사항을 만나 인사를 하고, 숙박비를 결제했다. 어제 먹었던 양고기 만두 5개는 4,000투그릭을 추가로 받는다.

사막과 같은 황량한 지르크에서 오트사항은 이른바 동네의 유지처럼 보인다. 흙벽 집들의 마을, 오래된 단층 건물들의 마을 거리에 세워진 한 동의 현대식 빌라를 개조해 운영하는 호텔 그리고 호텔 앞에 조성된 공원은 어색하고 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사막 한가운데 멋진 궁전을 세웠지만 찾아올 사람이 없는 공허한 공간처럼 보이고, 오트사항의 모습도 그저 무료하게 느껴진다.

마을의 중심에 있는 유일한 식당에 들어간다.

하나의 긴 테이블만이 덩그러니 놓인 식당은 김밥과 함께 튀긴 양고기 만두를 팔고 있다.

1,000투그릭의 김밥 두 줄과 500투그릭의 삶은 계란을 달하고 한다.

"한국에서 꼬마 김밥을 먹고 왔나. 가늘다 가늘어!"

김밥은 묘하게 비슷한 느낌의 다른 맛이다. 얇게 썬 당근과 소시지 그리고 있는 듯 없는 듯 단무지가 들어있는 것 같다.

찰기가 없는 몽골의 밥을 말기 위해 양고기 기름을 이용하는지 양고기의 냄새와 맛도 약간 난다.

중국의 한국 음식을 먹으면 황당한 느낌이지만 몽골의 한국 음식은 웃음이 나오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무나 가축의 똥이 연료인 화로를 사용하는 몽골에서 삶는 음식이 아닌 기름에 튀기는 모습은 처음 본다.

손바닥만 한 양고기 만두를 튀기는 것인데, 손님이 주문하여 한 입 베어 문 뒤 양고기가 익지 않아 다시 튀기는 중이다.

"화로의 화력으로 기름 온도가 올라가나?"

중국이라면 한두 개 정도 사 먹었을 것 같은데, 왠지 눅눅한 기름맛일 것 같아 포기한다.

김밥 네 줄과 삶은 계란 세 개를 비상식으로 담고 지르크를 출발한다.

"60km 정도니, 하나씩 까먹으면서 가면 충분하겠지."

넓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어 바람이 불어오지만 몽골에서 이 정도의 바람은 봄날의 산들바람이다.

큰 돌들이 많은 황무지에서 돌담을 쌓아 바람을 막는 게르의 모습이 색다르다.

마을을 벗어나 계란 하나를 까먹고.

지르크를 20km 정도 벗어나자 난데없이 강한 바람이 시작되며 자전거의 속도를 줄여 놓는다.

"정말 난데없다!"

바람을 피하며 빠르게 구름이 이동하기를 기다리며 쉬고, 다시 출발을 하려는 순간 뒷바퀴가 푸석거린다.

"오, 오랜만인데."

편하게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펑크 수리를 한다. 오래전에 펑크 패치를 붙여 논 곳에서 바람이 새고 있다.

새 튜브를 꺼내려다 귀찮아져서 펑크 패치로 정비를 하고, 바람이 빠지는지 기다리며 확인을 하고 다시 길을 출발한다.

"펑크가 나서 힘들었었나?"

펑크와 상관없이 강한 바람은 시속 10km가 안되는 속도로 페달링을 무겁게 만든다.

어렵게 두 시간여를 달려 15km 정도를 이동하고 순간순간 변해가는 하늘의 구름과 주변의 풍경을 바라본다.

"멋지네!"

화창한 왼쪽의 하늘과 달리 산으로 가로막힌 오른쪽의 하늘은 어두운 먹구름이 산의 정상을 가리고 있고.

뒤편의 초원에서는 두꺼운 검은 구름위에서 빗줄기가 흩날리고 있다.

강한 바람과 함께 매 순간 쉴 새 없이 변하는 하늘은 너무나 신비롭다.

"한 20km 정도 남았나?"

"좀 더 놀다 갈까!"

"그런데 저게 뭐지?"

멀리 정면의 방향에서 지면을 휩쓸며 검은 무언가가 다가온다.


"뭐야? 에이쒸!"


처이르를 가던 중 조르노크에서 보았던 모래폭풍이 밀려오고 있다.

빠른 속도로 거대하게 밀려드는 모래폭풍, 멀리 게르 한 채가 보이지만 자전거를 끌고 가기엔 너무나 멀고,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가축의 이동 통로도 없는데."

일단 자전거를 폭풍의 반대 방향으로 눕혀놓고.


옷들의 지퍼를 잠그며 폭풍을 맞을 준비를 한다.

거친 바람 소리와 함께 모래 먼지를 날리며 거대한 모래 폭풍이 밀려온다.

작은 돌들과 모래가 정신없이 날아들며, 신비롭던 하늘은 황색과 회색빛으로 뒤덮인다.



리어 패니아와 렉팩의 뒤로 머리를 숙이고 바닥에 누워 버프를 감싸고 몸을 웅크린다.

이리저리 흩날리는 모래들이 어깨와 등을 따갑게 때리고, 버프와 옷 속으로 모래먼지들이 파고든다.

폭풍과 함께 네트워크도 끊기고, 핸드폰의 녹음된 라디오를 반복 재생하며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헤어지고 나 홀로 걷던 길은 인어의 걸음처럼 아렸지만.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소중한 너를 잃는 게 나는 두려웠지. 하지만 이젠 알아. 우리는 자유로이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난걸." -이상은 "삶은 여행"중에서

30여 분의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주변이 밝아지고 바람의 강도도 조금 약해진다.


"대충 지나간 겨?"

회색빛 하늘에 여전히 강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위험한 순간은 지나간 것 같다.

모래폭풍이 시작된 지 한 시간이 지나간다.



모래 먼지로 자전거는 엉망이 돼버렸지만 손상이 된 부분은 없어 보인다.

다시 하늘은 맑아지기 시작하고.

핸들 가방은 새어들어 온 모래로 엉망이다. 물건들을 꺼내어 물티슈로 닦아내며 정리를 하고.

자전거를 세우고 생수로 세수를 하고, 옷과 패니어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내 보지만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온몸에서 흙먼지의 비린 냄새가 느껴진다.

폭풍이 지나간 후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지만 회색빛의 작은 후폭풍이 다시 밀려든다.

그렇게 도로변에서 자전거에 기대어 한 시간여를 더 바람을 맞았지만 도저히 멈출 것 같지 않은 바람이다.

"가자! 호르고에서 30km도 끌고 걸어갔는데, 이때 바람에 비하면 양반이네."

기어가듯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나간다. 하늘은 천천히 제 모습을 찾아가고.

폭풍이 불어왔던 자리는 여전히 회색빛의 바람이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고.

폭풍이 지나간 황량한 모래밭의 초원은 빗자루질을 해놓은 것처럼 깨끗하다.

겨우 7km를 이동하고 자리에 퍼질러 앉는다.

"네가 필요하다!"

김밥과 계란만을 먹은 식사의 허기짐과 흙먼지를 잔뜩 먹은 입안의 텁텁함이 맥주 한 캔의 시원함으로 가라앉는다.

"뭔가 너덜해진 하루 같은데, 이 맛은 왜 이렇게 좋냐!"

순간순간 구름을 변화시키는 바람은 여전하다.

길은 지겹도록 길게 오르막이 계속되고.

6km.

5km만을 이동하며 쉬어간다.

그리고.

강물이 흘러가는 터그럭의 초입에 도착한다.

"하하하. 정말!"

알타이에서부터 이어지던 산맥의 끝자락이다.

도로의 좌측으로 마을이 있음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지만.

"어디? 100미터 어디?"

"마을이 어디에 있다는 거냐?"

도로변에는 길 건너편의 주유소와 함께 한 채의 집만이 들어서 있다.

음식점으로 보이는 집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밥 먹을 수 있어?"

가게의 여자에게 밥 먹는 제스처를 하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인상 좋은 아저씨가 나오며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아이고."

식당 앞에서 주저앉아 쉬고 있으니 아저씨가 나와서 자전거를 끌고 오라며 제스처를 하고, 식당 옆에 있는 방문을 연다.

간의 침대들이 놓인 공간에 자전거를 넣고, 자물쇠를 나에게 건네준다.

"뭐가 이렇게 깔끔해!"

들어간 식당은 의외로 깔끔하고.

슈퍼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오, 좋은데!"

한국의 믹스커피를 꺼내어 타주면서 식사를 주문하라며 메뉴판을 보여주고.

식당에 도착했을 때부터 관심을 보이던 남자는 몽골의 음식이라며 볶음밥 같은 것을 먹으라고 추천해 준다.

큰 그릇에 양고기 볶음밥이 나오고.

"중국에서는 젓가락을 주더니, 몽골에서는 포크야?"

든든하게 허기를 채우고 가게를 둘러본다.

화초를 기르는 몽골 집은 처음이다. 가게 곳곳이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다.

가게 주인 첸드아유쉬는 넉넉한 아저씨 웃음으로 이것저것을 설명해 준다.

앙증맞은 열쇠고리들을 가져와 모양들의 용도를 설명하고.

"이건 안장에 달아볼까?"

말의 가죽을 말리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양의 똥들도 보여주며 알아듣지 못하는 몽골어로 설명을 한다.

그러는 사이 천천히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무 일도 없었던 평화로운 날처럼.

식당으로 커다란 화물차가 한 대 들어오고.

엄청나게 큰 차량을 구경한다.

"차이나!"

커다란 화물차에 올라간 사람들의 기념 사진을 찍어주고.

방으로 들어온다. 볼품없는 방이지만 자전거도 보이고 혼자 쓰고 있으니 여느 호텔보다 편하고 좋다.

11시가 넘었지만 석양의 빛이 남아있다.

4시간 정도면 될 것 같았던 터그럭까지의 여정이 무려 11시간 동안의 어드벤처 한 경험을 선사했다.

바람, 눈보라, 우박, 추위 그리고 모래폭풍까지 몽골 자연의 모든 것들을 짧은 여행 동안 다 보여주고 있다.

"굳이 이러지 않아도 돼. 몽골아!"

하루 종일 난리를 피우던 바람이 사라지고 하늘에 별들이 빼곡하게 빛나는 밤이다. 몽골의 여행을 뭐라 표현을 해야 할지.

"힘들고 어렵다 아니면 아름답고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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