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31일 / 흐림
나베레츠니 첼니-카잔
안드레, 보바, 이글과 함께 정신없이 보낸 나베레츠니 첼니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여행을 떠난다. 러시아의 오래된 도시들을 지나 모스크바로 향하는 여정이다. 카잔까지 함께 가자는 이글의 제안으로 이글의 차를 타고 카잔으로 향한다.


이동거리
263Km
누적거리
15,540Km
이동시간
7시간 11분
누적시간
1,122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첼니
 
카트미쉬
 
카잔
 
 
2,558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비가 내린 후 맑은 아침의 바람이 좋다.

첼니에서의 일주일을 보내고 카잔으로 떠나는 날, 이글과 함께 카잔으로 가기로 한다.

안드레는 언제나처럼 인도차를 끓여 아침을 해결하고, 안드레의 차는 향과 맛이 좋다.

"사비, 가끔씩 연락해야 해."

안드레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참 편안한 친구다. 짐들을 정리하며 안드레에게 중국과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여행 동안 사용했던 버프를 선물한다.

"안드레, 산에 갈 때나 강에 갈 때 이것을 써."

좀 더 좋은 선물이 있다면 좋겠지만 안드레라면 기꺼이 기분 좋게 받아줄 것 같다.

땅이 넓어서 인지, 전쟁이나 재해를 대비한 것인지 러시아의 지하 주차장의 지상은 아무런 용도 없이 비어있다. 우리라면 지상의 주차장으로 빼곡하게 이용을 할 텐데 말이다.

이글이 안드레의 집으로 찾아오고 짐들을 들고 밖으로 나온다.

"안드레, 이제 가야 해."

이글의 승용차에 자전거의 바퀴들을 분리하고 짐들을 싣는다.

월터의 말처럼 헤어짐의 감정은 그다지 좋아하거나 익숙해지는 감정이 아닌 것 같다.

"안드레, 잘 있어."

아쉬움의 인사를 여러 차례 반복하고 안드레와 헤어진다.

"다시 만날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지기를 바란다. 내 친구, 안드레."

이글은 성능이 떨어진 USB 케이블을 사주기 위해 전자기기 가게에 들르고.

튼튼해 보이는 USB 케이블을 사준다.

"아프리카까지 잘 써 볼게."

러시아의 물가는 우리보다 20~30프로 정도 저렴하다.

이글은 보바에게 가서 작별 인사를 하자고 한다. 이글이 말하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하자고 부탁했을 것이다.

보바의 직장으로 이동해서.

보바와 작별 인사를 한다.

언제나 다정다감한 따듯한 친구 보바, 소치에서 꼭 다시 만나자.

보바와 헤어지고 이글은 이발을 하자며 이동을 한다. 꼼꼼한 이글은 오늘의 동선을 메모리에 적어왔는지 뭔가를 계속 확인하며 시간을 사용한다.

며칠 전부터 이발을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동안 시간이 없어 머리카락을 자르지 못하고 있었다.

미장원에 앞선 손님이 있어 잠시 대기한다.

"얼마 만이야. 오늘 날씨 참 좋다."

미장원 앞에 있던 작은 고양이가 살갑게 다가와 자리를 잡는다.

"네가 사랑받는 법을 아는구나."

"잠깐 비포 사진을 찍고."

눈 내리던 몽골에서 머리를 자르고 러시아까지 왔다.

"기분 전환이 필요한 요즘이야."

짧게 머리를 자르고 인증샷, 시원하게 잘린 머리가 마음에 든다.

러시아의 모든 곳에는 할머니들의 노점이 있다. 거리에 나와 시간을 보내며 작은 용돈을 버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날씨가 쌀쌀하여 춥지는 않을까 생각되지만 이렇게 거리에 나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이글과 카잔으로 향한다. 200km 정도의 거리, 3시간 정도 이동하면 될 것이다.

이글은 이동하는 동안 지나치는 곳들의 설명을 하느라 바쁘다.

한 시간 반을 달려 중간 지잠에서 차를 세우는 이글, 도로변의 휴게소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자고 한다.

여기저기서 손짓을 하는 중년의 여성들, 간단한 음식과 함께 기념품과 말린 생선 등을 판매하고 있다.

러시아의 말린 생선은 정말 별미다.

이글은 한 가게에서 만두처럼 생긴 손바닥만한 큰 빵을 주문한다. 이름을 알려주었지만 어려워서 모르겠고 감자 반죽의 피에 다진 고기와 야채가 들어있어 쫀득하고 맛이 좋았다.

이글의 성화에 가게 주인과 사진도 찍고.

유료 화장실에서 급한 용무도 해결하고.

출발하려는 사이 다른 가게의 여자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이글과 무슨 대화를 하는지는 모르겠고, 테이블 밑에 숨겨두었던 말린 생선을 보여주는데 뭔가 은밀하게 행동하는 것이 판매가 금지된 어종인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도로를 달리던 이글은 뭔가 생각이 난 듯 차량을 유턴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좋은 장소가 있다고 한다.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도로변의 오래된 카페인데, 오래된 오토바이와 차량들이 카페 주변에 전시되어 있다.

카페에서 운영하는 작은 박물관인데 우리나라의 자동차 박물관에나 있을법한 올드카들이 주차장에 방치되듯 전시되어 있다.

"아깝다. 좀 더 제대로 보관하면 좋을 텐데."

장애인을 위한 차라고 하는데, 구조가 조금 다르게 생긴 것 같다.

오래전 러시아의 나무집도 재현되어 만들어져 있고.

상점의 모습도 재현되어 있다. 냉장고와 계산기, 카운터 포스 등을 제외하면 현재 러시아 시골의 모습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아, 그런데 인형이 너무 무섭다."

이글의 말레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 들리며 구경을 하고 사진 촬영을 하는 장소라고 한다.

졸음이 쏟아져 잠시 눈을 붙인다.

카잔으로 들어가는 교차로에 들어섰을 때 잠에서 깬다.

"사비, 저기 봐. 비가 내리고 있어."

"어, 몽골, 카자흐스탄, 러시아에서 많이 봤어."

이글은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알려주느라 간단한 것도 여러 번 설명을 하며 '언더 스탠드'를 외친다.

카잔의 날씨는 흐리고 비가 흩날리고 있다.

알 수 없는 거대한 구름들의 움직임이 계속된다.

카잔의 외곽에 들러서 이글의 친구를 만나고, 잠시 은행에 들린다.

은행 안의 풍경이 색다르다. 상담을 하고 있는 고객들이 모두 측면을 향해 앉아있는 구조다.

이틀 동안 머무를 집을 구했다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글과 친구, 아마도 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가 아닌 아파트를 빌려 머무를 생각인가 보다.

러시아의 거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어느 곳을 가나 울창한 나무의 골목길, 산책로, 인도가 있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관리를 하지 않아 모기가 많기는 하지만 도시 한가운데 이런 길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오래된 건물에는 뭔가 특별한 멋이 있다.

인도의 길바닥에 뭔지 모를 글자와 숫자들이 많이 쓰여 있는데 의미를 모르겠다.

침대가 두 개 놓인 오래된 아파트를 렌트한다. 러시아의 숙소, 렌트의 시스템은 잘 모르겠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여행 중 아파트 숙소에서 머문 적도 있지만 시스템을 안다면 값비싼 호텔보다 좋을 것 같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이글은 어제 촬영을 했던 인터뷰가 방송이 된다고 알려준다. 첼니의 지역 방송이라 카잔에서 시청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이글은 카잔 크렘린 주변의 야경을 보러 가자고 한다.

완전히 어두워진 8시, 저녁을 먹기 위해 카페로 이동하며 핸들 패니어를 들고 가는 나에게 이글은 중요한 것이 없으면 핸드폰만 들고 가라고 한다.

"안 돼. 여행의 습관을 만드는 거야. 귀찮아도 항상 들고 다녀야 잃어버리지 않아."

구글을 검색하면 수프전문 식당으로 검색되는 카페인데, 저렴하게 여러 가지 메뉴를 먹을 수 있어 몇 차례 이용을 했던 곳이다.

카잔에 대학교가 있어서 그런지 다른 지역에 비해 젊은층의 세대가 많이 보인다.

메뉴가 다양한 카페에 들어서니 여지없이 이글의 자세한 설명들이 이어진다.

"사비, 이건 뭐고 저건 뭐고..."

"어, 이글."

"사비 샐러드 안 먹어?"

"어, 풀은 안 먹어."

이글의 모든 설명을 듣고, 번역기로 확인하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거, 이거."

재빠르게 메뉴들을 골라 주문을 하지만 이글은 내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고 배식을 하는 여직원에게 묻고 닭고기인지 생선인지를 설명한다.

"하하하. 내가 졌다. 이글."

플롭이 없어서 마카로니를 고르고 고기로 보이는 두 가지 토핑을 선택한다.

생선과 닭고기라며 꼼꼼하게 설명을 하는 이글과 달리 나에게는 모두 고기일 뿐이다. 고기 메뉴는 연어꼬치와 잘게 다진 돼지고기 같다.

이글은 재미있게 생긴 빵을 두 개 챙겨 나에게 하나를 건네준다. 안 쪽에 다진 고기가 들러간 빵이다.

이글의 메뉴는 샐러드와 감자다.

김치와 나물을 기본 반찬으로 하는 우리의 식탁에선 특별히 샐러드를 추가로 먹을 필요가 없지만 러시아의 식탁에서 샐러드와 메인 메뉴 그리고 빵과 차를 기본적으로 먹는 것 같다.

러시아를 여행하며 식당에서 주문을 받는 절차는 수프나 메인 메뉴를 고르면 빵이 몇 개 필요한지를 묻고, 차와 커피를 마실 것인지를 묻는다.

밥과 고기 그리고 밑반찬을 많이 먹는 나로서는 으깬 감자나 감자 등을 주메뉴로 먹는 것을 보면 가끔 신기하다.

"간단한 식사로 좋긴 할 것 같은데, 저게 배가 부른가?"

확실히 내 취향은 오리지널 한국의 촌놈 입맛이다.

식사를 하고 택시를 불러 카잔 크렘린으로 이동한다. 러시아의 도시에는 우버 택시가 많이 보이고, 정식 택시의 모습도 많이 보이지만 몽골처럼 개인이 택시를 하는 경우도 있는지 잘 모르겠다.

도로변에서 아무 차나 붙잡고 타는 몽골과 같은 시스템이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보는 사람도 게르에 앉아 함께 차를 마시고 음식을 먹는 몽골, 누구든 악수를 하고 나면 형제가 되는 카자흐스탄의 브로맨스처럼 러시아의 커뮤니케이션도 타인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은 듯싶다.

한국 사람들이 정이 많다고 하지만 몽골과 카자흐스탄, 러시아를 여행하며 이들이 처음 보는 타인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한국인의 모습이 각박해 보일 정도이다.

잠시 첼니 방송국의 카메라맨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택시에서 내리자 펼쳐진 풍경은 실로 이색적이다.

"와, 러시아의 크렘린이 이런 것이군."

높지 않은 언덕을 따라 이어지는 성벽과 언덕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성 내부의 건물들이 조명을 받아 아름답게 반사된다.

약간의 흥분감으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이글은 내일 구경을 하자며 강변으로 가자고 한다.

"내일은 내일이고, 야경은 다르지."

리카 카잔카의 강변으로 내려간다.

차가운 강바람과 함께 화려한 조명의 야경이 펼쳐진다.

강변의 카페들과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고.

"이글 웃어봐."

건너편의 야경도 화려하다.

이글과 함께 강변을 걷고.

이글은 강 건너편에 세워진 항아리 모양의 구조물에 대해 설명한다. 카잔의 명칭과 관련된 유래이고, 그것을 상징하는 구조물이라는 설명이다.

"이글, 이제 돌아가자."

작은 조명들이 수놓아진 길을 걸으며, 이글은 타악기를 두드리는 남자에게 다가가 무언가 대화를 하더니 바르간을 물고 남자와 함께 즉흥 연주를 한다.

"너무 꼼꼼해서 잔소리가 많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남자다."

"이글, 이곳에 오면 없던 사랑도 생기겠다."

보바와 영상 통화를 하고, 늘 함께 있다 떨어져 있으니 어색하다.

분위기 좋은 리카 카잔카의 강변이지만 바람이 너무 차갑다.

이글이 택시를 부르고,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크렘린 주변의 야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사비, 저기 건물 입구에 나무가 자라고 있어."

커다란 석조 건물의 현관에 오래된 고목의 실루엣이 보인다.

"오, 신기하다."

택시를 타고 돌라오는 동안 크렘린 주변의 석조 건물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빛내고 있다.

"이글, 여기는 사람이 없어? 저녁에 무서워서 혼자는 못 오겠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거리에 사람의 인적이 드물다.

바쁘게 움직인 날들로 인해 이글도, 나도 피곤하다.

"이글, 들어가서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고 푹 자자."

숙소의 주변 슈퍼에 들러 필요한 식료품은 샀지만 10시가 넘어 맥주는 살 수 없다.

오트밀을 좋아한다고 보바가 말했는지 이글은 오트밀과 함께 착착을 산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오트밀을 조리해 주고.

보바는 유튜브에 올려진 인터뷰의 영상을 캡처해서 보내준다.

"아, 정말 꾀죄죄하다."

"이글, 왜 보바를 째려보고 있는 거야."

우파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러시아 음식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을 때 인스타그램 친구들이 추천해 준 착착, 달콤한 꿀로 버무린 우리의 강정과 같은 맛이 난다.

간단하게 간식을 먹고 잠들었다. 카잔 크렘린의 모습이 궁금하다.

"오늘도 고마워. 친구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29일 / 맑음
나베레츠니 첼니
첼니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려는 이글의 이유 있는 욕심으로 나는 몹시 피곤하다. "이글, 땡큐!"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5,27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15시간

 
이사벨
 
반야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첼니
 
첼니
 
첼니
 
 
2,29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비가 내리는 아침, 꽤 쌀쌀하다.

이글은 누군가 나를 만나기를 원하고, 그녀가 집으로 올 것이라고 말한다. 함께 있는 동안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주려는 이글은 마음과 몸이 몹시 바빠 보인다.

편히 휴식하며 피로를 풀고, 여행의 자료들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도 무한하지 않으므로 소중하다.

이글의 집으로 금발의 여성이 찾아오고, 루이자는 나를 보며 몹시 기뻐한다.

루이자는 그녀의 딸이 한국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한다고 한다.

루이자의 딸 이사벨을 만나기 위해 밖으로 이동한다.

12살의 예쁜 소녀 이사벨을 만난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이사벨은 한국어를 공부한다며 한국어의 자음과 모음을 적어놓은 작은 노트를 보여준다.

"나는 한국에 갈 거예요."

"이사벨, 너의 이름을 한국어로 쓸 수 있니?"

이사벨의 노트에 이사벨의 이름을 적어주니, 이글은 노트에 사인을 해주라고 한다.

"이사벨, 항상 웃고 한국에 꼭 갈 수 있기를 바라."

한국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때 언제든지 연락하라며 인스타그램을 알려주고 이사벨 가족과 헤어진다.

이사벨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이글의 친구를 만나기 위해 다시 이동한다.

정말 정신이 없다.

이글과 복싱을 함께 운동한 친구를 만나고.

식사를 하는 동안 하나둘씩 친구들이 늘어난다.

이글은 시내 외곽에서 말을 기르는 친구와 함께 농장으로 가서 말을 타자고 한다.

하루 종일 비는 오락가락하며 내린다.

이곳에 날씨는 알 수가 없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흐리고 맑고 비가 내린다.

방열 발전소 근처의 작은 마을에 도착하고.

새 집을 짓고 있는 중이라 러시아 시골의 주택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벽돌과 원목으로 지어지는 집의 중심에는 커다란 베치카가 놓여있다.

암수 한 쌍의 말이 있는 공터로 이동한다.

말의 갈기와 털들을 쓰다듬듯 정리를 하며 안장과 고삐를 달고.

수컷의 머리와 몸에는 이빨에 물린 상처들이 아주 많다. 종마를 중심으로 무리 생활을 하는 말들의 습성상, 다 자란 수컷 말이 자신의 자마일지라도 서열을 정하거나 경쟁을 하는 모양이다.

부마의 괴롭힘 때문에 이곳에 서로 떼어놓고 관리를 하는 것 같다.

이글의 친구가 우리를 돌며 천천히 말을 다스리려 길을 들이고.

"사비, 말을 타."

몽골 게르에서 말을 타고, 두 번째 타보는 말이다. 몽골의 말보다 훨씬 크고 높다.

이글의 친구가 고삐를 잡아주어 우리 둘레를 두세 바퀴 돌고 말에서 내린다.

"왠지 말을 타면 미안하단 말이야."

긴 장검을 들고 사진도 찍고.

모델이 나빠서 그렇겠지만 이글은 사진을 참 못 찍는다.

"이글, 사진은 이렇게 찍어야지."

농장의 남자는 장검을 들고 현란한 검술을 보여준다.

제법 무게가 있는 장검을 능수능란하게 돌리는 것이 신기하기도 멋진 춤사위처럼 보이지만, 확실히 총이 편하겠다 싶다.

"전통 복장을 갖추고 검술을 하면 정말 멋지겠네."

수고한 말들은 감자로 보답을 받고, 감자를 먹으며 서로 교감한다.

"젠장, 말까지 염장이야. 말도 짝이 있는데."

"개야, 그렇지?"

"넌 내 마음 알지? 싱글끼리 놀자."

말들이 모여있는 농장으로 이동하고.

카잔으로 들어올 때 낮은 산등성이를 따라 들어선 집들이 인상적이다.

산을 따라 들어선 작은 집들과 말 목장의 풍경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이글의 친구가 작은 휘파람을 불자 말들이 울타리 쪽으로 다가온다.

큰 소리가 아님에도 휘파람에 반응하는 말들의 모습이 신기하다.

이글의 친구는 말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쓰다듬으며 교감을 나눈다.

"멋진 모습이다."

하루 종일 수없이 하늘이 변화한다.

말 농장을 떠나 다시 첼니의 시내로 돌아간다.

처음 첼니에 도착했을 때, 이 도시의 모든 것을 알려주었던 상징적인 방열 발전소의 풍경이다.

이글은 카마즈의 공장을 보여주기 위해 방향을 잡고.

심상치 않은 하늘의 모습, 그저 신기할 뿐이다.

몽골과 카자흐스탄 그리고 러시아, 초원과 평야, 대륙의 하늘은 언제 봐도 신비롭다.

이글은 카마즈 공장의 주변을 돈다.

"사비, 카마즈 공장이야."

이글의 성격은 조금 성급해 보이지만 꼼꼼한 편이다. 모든 것들을 챙기려다 보니 늘 바빠 보이고 많은 신경을 쓰다 보니 보바는 이글에게 엄마 같다는 농담을 한다.

"네, 마미."

퇴근을 한 보바와 다시 만나 이글의 시골집으로 향한다.

킹크랩 요리를 해주려고 식재료를 찾았지만 대형 슈퍼에는 킹크랩이 없었나 보다.

요란한 구름과 빗방울이 흩날리더니 어느새 무지개가 하늘 높이 색색의 아치를 그리고 있다.

이글의 시골집에 가기 위해 시 외곽으로 빠져나오고.

다른 대형 마트에 들러 바베큐 소시지와 음식 재료들을 산다.

수박을 고르는 친구들, 이글의 신중하고 꼼꼼한 모습이 재미있다.

러시아의 수산물은 정말 풍부하고 다양하다.

냉동 새우를 담고 직접 저울에 무게를 잰다.

정육 코너의 돼지고기, 우리와 달리 스테이크나 바베큐를 주로 먹는 곳이라 고기를 해체해놓은 모양이 다르다.

맥주도 사고.

"오늘 맥주, 저녁을 먹고 반야를 하자."

피곤함 때문에 맥주를 마시고 쓰러지고 싶은데, 러시아인들은 반야를 정말 좋아한다.

물과 사우나를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반야를 즐기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저녁 길을 달려 이글의 시골집에 도착하고.

보바는 불을 피워 바베큐를 준비하고.

마당의 창고에서 바베큐를 먹는 사이.

보바는 버섯 요리도 만들어 온다.

음악과 이야기 그리고 친구들, 좋은 밤이다.

보바는 북두칠성의 첫 번째 별을 가리키며 자신의 별이라고 한다.

"나의 별은 가장 작은 메그레즈야."

북두칠성의 일곱개 별 중에서 가장 작은 별 메그레즈, 가장 작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밝게 빛나는 별이다.

"나는 언제나 변함없이 이 자리에 있을 것이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아무도 너의 곁에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면 언제든 나에게로 와. 나는 지금의 자리에, 지금의 모습으로, 지금처럼 있을 테니까."

m2grez, 하는밥도둑은 25년 넘게 사용하는 나의 또 다른 이름이고, 지금은 Xavi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이글과 보바의 요청에 못 이기는 척 함께 반야를 즐기고 나니 피로가 조금 풀린다.

저녁 간식으로 새우를 먹고.

먼저 잠이 든다.

이사벨에게 짧은 메시지가 와있다.

"i believe that in the future i will go south korea."

"An earnest hope will come true someday. Always remember what you dream about. Always smile. Isabel! I will support your dreams."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26일 / 맑음
나베레츠니 첼니
첼니에 도착해 안드레와 친구들을 만나고 휴식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피곤함이 느껴진다. "피곤한데 즐거운 이 느낌은 뭐지?"


이동거리
8Km
누적거리
15,277Km
이동시간
2시간 53분
누적시간
1,115시간

 
산책
 
시골집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첼니
 
첼니
 
첼니
 
 
2,29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좋은 아침이다. 피곤함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었고, 안드레의 소파 침대는 편안하다. 

"안드레, 시간이 이상해."

타타르스탄으로 들어서며 시간에 대한 느낌이 가끔씩 이상했는데 시간이 두 시간이나 차이가 난다.

"안드레, 타타르스탄은 모스크바 타임을 사용해?"

시간 변경선을 확인하니 타타르스탄은 모스크바 표준시간을 사용한다. 거리에 따라 일정하게 한 1시간씩 바뀔 것이라 생각했는데, 러시아의 공화국이나 주정부에 따라 사용하는 표준시가 정해지는 것 같다.

어젯밤 9시에 오겠다던 안드레가 12시에 온 것도 두 시간의 시차 때문이었다.

"두 시간이 생겨서 좋긴 한데, 피곤하네."

"사비, 내가 일하는 스포츠 클럽에 가서 샤워를 해."

일시적으로 따듯한 물이 나오지 않는 안드레의 아파트, 안드레는 스포츠 클럽의 사우나에서 샤워를 하라고 한다.

안드레 스타일의 차와 빵으로 아침을 먹고.

간단한 세안과 빨래를 한 후.

요가를 가르치는 안드레의 스포츠 클럽으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안드레, 타타르스탄의 엽서를 사고 싶은데."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안드레를 따라 첼니의 시내를 지나치고.

안드레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던 나는 그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생활 패턴이다 생각했지만 승용차의 사용이 많은 러시아인들의 생활 패턴을 생각하면 자출을 하는 안드레는 안드레다운 것이다 생각이 든다.

작은 우체국에 들러.

우편엽서를 확인했지만.

안드레의 마음에 쏙 들지 않는 모양이다.

작은 골목과 산책로를 돌아.

안드레가 일하는 폭스 헬스클럽에 도착한다.

헬스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비닐봉지를 신고.

"재밌네."

헬스클럽은 우리와 비슷하다. 유/무산소 운동 기계들과 요가나 에어로빅 등을 배우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사우나를 할 수 있는 샤워 시설이 갖춰져 있다.

안드레가 수업을 하는 동안 사우나가 갖춰진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폭스 헬스클럽의 사장과 이야기를 하며, 그가 준 꼬냑을 두 잔 마신다. 향이 좋은 위스키는 40도의 도수라 뜨거운 열기가 몸으로 올라온다.

안드레의 집으로 돌아와 보바, 이글과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간다.

크고 조용한 레스토랑에 들어가 안드레와 친구들이 주문을 하고.

치즈 같은 러시아의 유제품인데 역시나 맛이 좋다.

안드레가 주로 먹는 풀들.

그리고 나를 위해 주문해 준 아제르바이잔의 수프인데, 우리의 보신탕과 거의 비슷한 맛이 난다.

삐티수프(Суп Пити), 양고기로 끓인 국물인데 고기의 질감과 진한 육수의 국물이 아주 좋다.

Шербет(쉐르벳), 후식으로 차와 함께 먹는 메뉴인데 달콤한 맛과 견과류가 씹히는 맛이 우리 다과류의 맛과 비슷하고 맛이 좋다.

식당의 입구에 마련된 정통 의상을 입고 사진도 찍어보고.

"팔 없는 목각인형 같네."

통가죽으로 만든 것 같은 외투는 꽤 무겁지만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을 이기기에 충분할 것 같다.

안드레와 친구들은 첼니의 시내를 보여주겠다며 카마강변으로 간다.

인위적인 하천정비를 하지 않은 카마강변은 자연스럽고, 강변의 작은 모래사장에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다른 편의 강변에서는 서핑을 할 수 있는 시설들이 있고, 사람들은 낚시나 산책, 바베큐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가롭고 여유로운 시간의 풍경이다.

카마강변을 산책하고 시내에 있는 놀이공원으로 이동한다.

첼니의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형 관람차를 타고.

멀리 방열 발전소와 첼니의 대표 명물인 카마즈의 생산 공장들이 보인다.

안드레도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첼니의 트럭 카마즈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지만, 이글과 보바도 카마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카마즈는 다카르 랠리에서 매년 우승을 한다."

"다카르 랠리?"

유별나게 차에 대한 욕심이나 관심이 별로 없는 터라, 다카르 랠리에 트럭의 경쟁부문이 있는지 몰랐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검색을 하니 카마즈는 다카르 랠리에서 수년 동안 우승을 하고 있었다.

모스크바에 가까워지며 도시의 풍경이나 경제적인 환경이 좋아지고 있지만, 첼니는 카마즈를 비롯하여 대형 트럭의 생산의 공업 도시로 좀 더 부유하고 발전이 빠르지 않았을까 싶다.

60만명 정도가 사는 작은 도시 첼니는 지금까지 지나쳐 왔던 러시아의 다른 도시와 다른 느낌이다.

"다 모여!"

안드레는 일을 하기 위해 스포츠 클럽으로 가고.

이글과 함께 할머니와 어머니가 살고 있는 집으로 이동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이글의 어머니가 들어오시고, 그녀는 나에게 첼니의 냉장고 자석 4개를 선물로 주었다. 모두 카마즈의 사진이 담긴 냉장고 자석이다.

다시 첼니의 시내로 들어간다.

첼니에서 60km 정도 떨어져 있는 이글의 시골집에서 반야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바베큐 거리와 재료들을 사고.

안드레를 기다리는 동안 보바의 아들이 찾아왔다. 금발의 미소년인 보바의 아들은 웃는 얼굴과 미소가 꽤 예쁘다.

"반하겠네. 예쁘게 생겼다."

이글의 시골집으로 이동하는 동안 잠시 잠이 들고, 스타리 토크마크 근처의 이글의 집에 도착한다.

집과 텃밭, 반야와 창고가 있는 러시아 시골의 집은 한 번쯤 들러보고 싶었던 곳이다.

"이건 어릴 적 산과 들에서 많이 따먹던 열매인데. 이름이 뭐였더라?"

제법 씨알이 굵은 열매의 새콤하고 달콤한 맛이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글은 바르간(Варган)이라는 악기를 연주하는데 딩딩딩 거리는 소리가 흥을 돋우는 악기이다.

음악이 흐르면 바르간을 물고 즉흥 연주를 하는 이글, 보바처럼 음악을 좋아하는 남자이다.

"사비, 오늘은 쉬고 내일 반야와 바베큐를 할 거야."

술을 하지 않는 친구들, 맥주를 마시며 많은 대화와 농담들이 오가고 끊임없는 남자들의 수다가 이어진다.

피곤에 못 이기고 먼저 잠이 들고 만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10일 / 맑음
페도로브카-카예라크
친절하고 친절했던 카자흐스탄 여행의 마지막 여정, 러시아의 국경으로 향한다.


이동거리
98Km
누적거리
14,252Km
이동시간
7시간 11분
누적시간
1,034시간

 
M36도로
 
M3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페도로브
 
카라발리
 
카예라크
 
 
2,070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새벽까지 거세게 텐트를 뒤흔들던 바람이 조금씩 사그라든다. 다행이다.

여전히 두꺼운 구름에 뒤덮여있는 하늘은 일출인지, 일몰인지 알 수가 없는 분위기다.

텐트 밖을 나가기가 싫을 정도의 한기가 느껴지는 아침이다. 

"춥다."

요거트와 시리얼로 간단히 속을 달래고, 가까운 거리의 카페에서 든든하게 아침을 먹을 생각이다.

손이 시려 패니어 깊숙이 들어있던 장갑을 꺼낸다.

어제 야영을 한 곳이 페도로브카의 경계라 5km 정도의 이동으로 페도로브카에 도착한다.

도로변 마을의 카페 중 화물차들이 많이 정차되어 있는 곳을 들어간다. 우리의 기사식당처럼 화물차 운전자들이 가는 곳이 저렴하고 맛이 좋다.

"오, 깔끔."

주문을 받는 카운터의 여직원과 웃음을 주고받으며 메뉴를 고르고.

"나 저기 사람들이 먹는 것을 줘."

사람들이 먹는 계란 후라이와 햄을 가리키며 말을 하자 여직원이 걸어 나와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음식을 가리키며 확인한다.

"그래, 그것을 줘. 수프하고 커피도."

여직원이 추천한 수프는 카자흐스탄의 대표 음식이라던 고기국수다.

수프를 내어주고 기본 식빵 이외에 동그랗게 튀긴 빵 3개를 접시에 담아 내어준다.

"?"

"네가 원하는 게 정확히 뭐야?"

주문을 받았던 여직원이 웃으며 다시 메뉴를 물어본다.

"계란 후라이하고 햄!"

"수프는 아니고?"

"아니 이것도 먹고, 계란도 먹을 거야."

그제서야 주문을 정확히 이해했다는 듯이 빙그레 웃고는 카운터로 돌아간다.

"730텡게에 계란 후라이 가격은 안 들어간 건가?"

수프, 계란 후라이에 커피까지 해서 730텅게는 정말 싸다.

"동그랑땡 같은 빵은 서비스 같은데."

아마도 번역기에 저장되어 있던 자전거 세계 여행 중이라는 번역 기록을 얼핏 보고서 동그랑땡 빵 3개를 더 내어준 것 같다.

식사 후 친절하고 푸짐하게 서비스해 준 식당에서 빵과 음료수를 추가로 사들고 국경을 향해서 출발한다. 남은 거리 95km.

"북서쪽으로 가니 북서풍이 부네."

이상한 일이지만 초원에서 서풍은 기본이고, 남쪽으로 가면 서남풍이 불고, 북쪽으로 가면 북서풍이 불어온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갈대의 움직임을 감상하며 늦은 굿모닝도 알려주고.

조금씩 사그라드는 바람을 느끼며 달려간다. 조금 힘들었던 어제보다 수월한 라이딩이다.

러시아로 향하는 도로가 지나치는 마지막 마을 카라발리크의 모습이 나타난다.

마을 초입에 철퇴를 든 멋진 장군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마을로 들어가서 마지막 쇼핑을 하자."

카자흐스탄 현금이 남아있어 비상식을 추가로 사둘 생각이다. 아침을 먹고, 오는 도중 빵들을 먹어서 출출함은 전혀 없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슈퍼마켓으로 들어간다.

물, 음료수, 캔맥주, 빵, 요거트 등을 구매하고 1,500텡게만을 남겨 둔다. 혹시 국경 근처에 식당이 있으면 내일 아침으로 간단한 음식을 먹을 생각이다.

국경이 있는 카예라크까지 40km 정도의 거리라 7시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가도 가도 40km냐? 트로잇스크?"

국경까지 25km 정도가 남았고, 이정표는 러시아의 첫 번째 마을 트로잇스크까지의 거리를 안내하고 있다.

4시 반, 넉넉하게 6시면 국경까지 도착할 거리다.

페달링은 여유로워지고.

쉬엄쉬엄 천천히 구경을 향해간다.

6시 30분, 추수가 끝난 노란 들녘 너머로 국경 검문소의 구조물들이 나타난다.

"다 왔네."

화물차들이 길게 줄지어 정차를 하고 있고.

카자흐스탄으로 들어오는 차량의 행렬도 쉴 새 없다.

잠시 국경 부근에서 쉬는 동안 사람들이 호기심의 질문들을 건넨다.

"내일 아침 9시에 국경이 열리나요?"

"24시간 열려있어."

몽골-러시아의 국경과 달리 24시간 오픈되어 있다고 한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여 국경은 내일 아침에 넘어갈 생각이다.

근처에 캠핑을 할 장소를 찾으며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고 큰 군용 트럭을 타고 있던 군인이 적당한 자리를 알려준다.

화물차들이 길게 정차되어 있는 밀밭 주변에 대놓고 텐트를 설치하고.

오후에 슈퍼에서 사놓은 맥주로 카자흐스탄 여행의 마무리를 자축한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친절과 미소는 잊지 못할 거야."

코스타나이에서 사놓은 버거킹은 여전히 맛이 좋다.

9시가 넘어도 밝은 것을 보니 시간 변경선이 멀지 않았나 보다.

일기도, 자료도 미뤄두고 잠이 든다.

"카자흐스탄, 내년에 알마티에서 보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63일 / 흐림
코쉬아가츠-아크타쉬
이틀째 비가 내리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코쉬아가츠를 떠나 러시아의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이동거리
103Km
누적거리
11,089Km
이동시간
6시간 56분
누적시간
801시간

P256
P256
65Km / 4시간 21분
38Km / 2시간 35분
코쉬아가
쿠라이
아크타쉬
 
 
183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8,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내리던 비는 아침까지 계속되고 있다. 숙소의 창밖에 설치된 온도계의 눈금은 10도를 가리키고 있다.

몽골의 국경에서 70km 정도 떨어진 곳이지만 완전히 다른 환경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오늘은 가야 해."

짐들을 정리하고 아쿠아 슈즈와 레인 팬츠를 꺼내고.

중국에서 차려입었던 우중 라이딩 복장을 갖춘다.

"오랜만이네. 고무장갑이 빠졌군."

필립과 마리사에게 내 이야기를 들었다는 두 명의 자전거 여행자에게 인스타그램 메시지가 온다. 러시아 구경을 넘어 코쉬아가츠 근처에서 도착한 것 같지만 그들을 기다릴 수는 없다.

"인연이 있으면 길 위에서 만나겠지."

패니어들을 장착하고 떠날 준비를 한다. 강한 비바람은 없지만 조금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다.

오늘 가야 할 목적지는 100km 거리의 Aktash.

국경과 가깝다 보니 짐을 싣고 가는 바쁘게 달리는 차량들이 많다. 좁은 이차선 도로에 조심스럽게 진입을 하고, 다행히 차량들의 매너가 좋은 편이다.

작은 다리를 건네 크게 좌회전을 하고.

서쪽 방향을 향해 조금 달려가니 코쉬아가츠의 경계가 바로 나온다. 알타이 공화국의 수도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454km, 도착까지 5일~6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작은 오르막과 평지가 이어지지만 대체적으로 라이딩하기에 편안한 길이 이어지고, 핸드폰으로 실행해둔 라디오는 연결이 불안정하더니 완전히 끊겨버린다.

위너님의 여행기에 러시아의 산길에서 데이터가 안된다는 내용이 생각난다. 이제 통신이 없다고 해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한 시간의 라이딩을 하고, 첫 번째 나타난 마을의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려고 하니 뒷바퀴의 느낌이 이상하다.

"빵구! 오랜만이네."

바람이 너무나 강하게 불어 도로에 이물질조차 없을 것 같은 몽골에서는 펑크에 대한 걱정이 없었는데, 러시아에서의 신고식을 일찍도 한다.

작은 철심을 제거하고, 전부터 조금씩 바람이 새던 튜브를 정비해둔 예비 튜브로 교체한다.

맥주 안주로 사두었던 작은 빵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대신하며 타이어의 바람이 새는지 기다린다.

튜브는 잘 교체된 것 같다.

도로를 건너 자전거에 오르려는 순간 차량 한 대가 정차하더니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몽골의 국경에서 만났던 삐꾸가 창문을 열고 밝게 웃고 있다.

"삐꾸!"

서둘러 자전거를 가로등에 기대어 놓고, 이스카, 아카, 삐꾸와 반가움의 포옹을 한다. 다시 몽골로 돌아간다는 그들은 도로변에 서있던 나를 보고 차량을 유턴해서 돌아온 모양이다.

우연히도 여러 차례 만나게 되는 세 사람이다. 승용차 안에는 처음 보는 여자들이 나를 향해 인사를 하고, 흥미로운 표정으로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스카, 러시아 가서 여자친구들 만들고 왔어?"

반가움의 인사들을 하는 사이 세워두었던 자전거가 기우뚱 움직이더니 푸시식 소리를 내며 뒷바퀴가 주저앉는다.

"오 마이 갓!"

이스카와 삐꾸는 무슨 일인가 신기하게 뒷바퀴를 만져보며 대화를 하고, 아카는 자전거를 버스 정류장까지 옮겨준다.

국경을 넘기 위해 서둘러야 하는 세 사람과 아쉬움의 인사를 차례대로 하고 헤어진다. 정말 아쉽다.

"그런데 넌 뭐냐?"

튜브를 꺼내보니 튜브를 장착할 때 림과 타이어 사이에 튜브의 일부가 씹혔나 보다. 다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찢어져 있다.

중국 쉬안화에서 사두었던 새 튜브를 꺼내어 교체한다.

"오랫동안 문제없이 가 보자. 부탁해!"

길은 작은 강을 따라 이어지고 수변의 나무들은 울창하게 들어서 있다.

작은 오르막길이 계속되고.

차가운 바람이 손등을 시리게 만든다. 중국의 고무장갑이 아쉽다.

계속되는 비바람으로 조금씩 한기가 밀려들고 배고픔도 함께 찾아든다.

바람을 등지고 작은 카스테라 빵을 꺼내어 허기를 달랜다. 낱개로 포장이 되어 먹기가 편하고 달콤한 잼이 들어있어 꽤 맛이 좋다.

다시 빗속을 달려 작은 오르막이 끝나고 언덕 위에 몽골의 어붜처럼 작은 돌무더기가 쌓여있다.

빗줄기는 다시 강해지고 평탄해진 도로를 한참 동안 달린다.

잠시 비가 멈추고 바람도 사그라든다.

60km의 거리를 달려 작은 마을이 나오고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오늘 여기까지만 탈까."

가야 할 길의 오르막길을 보니 게으름이 생긴다. 아크타쉬까지 35km의 거리가 남았고 시간은 3:40분을 가리키고 있다.

"갈까 말까?"

긴 오르막을 오르고 다시 경사가 높은 오르막이 이어진다.

그리고 나타난 내리막길.

"그래, 이제 달려 볼까?"

비와 바람, 천천히 스며든 한기 속에서 지속되던 오르막을 끝내고 내리막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순간 뒷바퀴가 물컹거린다.

"뭐지?"

순식간에 빠져버린 바람, 마땅히 자전거를 눕힐 곳이 없어 자전거를 끌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다.

작은 못 하나가 야무지게 타이어에 박혀있다.

오전의 펑크로 예비 튜브를 버리고 장착한 새 튜브, 여분의 튜브도 없고 비가 내리는 도로변에서 너무나 난감하다.

"중국의 펑크 귀신이 러시아에서 다시 붙었나."

"펑크 패치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빗속에서 어렵게 물기들을 제거하고 펑크가 난 곳을 정비했지만 이내 바람이 빠지고 만다.

"아앙. 제발!"

튜브를 다시 제거하니 못이 튜브를 관통했는지 펑크패치를 붙인 반대편에도 구멍이 나있다.

다시 펑크패치를 덧붙여 마무리를 했지만 다시 바람이 빠진다.

"새 튜브인데, 이건 안되겠네."

오전에 펑크가 난 튜브를 꺼내어 펑크가 난 곳을 찾는다. 비와 바람이 불어오는 도로변에서 작은 바람 구멍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가 않고, 한참 동안 튜브에 귀를 가까이하고 앉아있으니 지나가던 승용차 한 대가 정차하더니 괜찮은지를 묻는다.

다시 어렵게 펑크패치를 붙이고 세 번째 펌프질을 한다.

"30km만 가자. 그나저나 튜브도 없고, 펑크패치도 떨어져가고 문제네."

길은 내리막으로 길게 이어지고 아크타쉬의 경계를 알리는 안내 표지가 나타난다.

하루 종일 내리던 비도 잠시 소강상태가 되고.

주변의 자연환경은 몽골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짙푸른 녹음의 산속, 나무와 풀 그리고 바람의 냄새가 싱그럽다.

나무로 지어진 펜션과 가옥들의 모양들이 침엽수의 숲과 어우러져 너무나 예쁘다.

아크타쉬에 도착한다. 높은 알타이산맥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 아늑한 느낌의 산골마을이다.

마을 초입의 식당에서 숙소를 검색하고, 바이커들이 많이 이용하는 숙소를 선택한다.

마을의 중심에 있는 마트와 학교를 지나.

검색했던 숙소에 도착하고.

나무로 지어진 이층 구조의 건물의 내부는 좁고 허름하다.

뚱뚱한 아주머니가 거친 쉼호흡을 하며 잠시 기다리라는 제스처를 하고, 핸드폰으로 영어 번역을 하여 몇 명인지를 묻는다.

"져스 원! 하우 머치?"

"400루블."

아주머니는 자전거를 창고로 사용하는 방 안으로 넣어두라고 말한다. 바이커들과 가난한 여행자들이 많이 찾아오는지 응대가 자연스럽고 능숙하다.

아주머니는 누군가를 부르자 어린 여자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2층의 방을 안내한다.

열쇠를 건네주고 내려간 그녀는 타올과 슬리퍼를 들고 다시 올라와 잠시 후 여권을 가지고 내려와 달라고 한다.

1층으로 내려가니 아주머니는 숙박계 같은 것을 낡은 노트에 빼곡하게 적는다.

아주머니의 딸이나 손녀로 보이는 어린 여자는 자신을 안나라고 소개하고 1층에 있는 화장실과 샤워실 그리고 주방을 안내해 주고, 나가고 들어올 때 현관문을 잠그라며 열쇠로 문을 잠그는 것을 알려준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마트가 있는 곳으로 나간다. 제법 큰 규모의 마트를 중심으로 작은 노점 카페들이 있었지만 모두 문이 닫혀있다.

마트 건너편의 건물에 음식 메뉴 현수막이 걸려있어 안으로 들어간다.

작은 식당에는 눈웃음이 예쁜 어린 남자와 아주머니가 동양인의 등장에 잠시 의아해하더니 친절한 웃음을 보여준다.

주방 앞 테이블에 놓여있는 갈비찜 같은 고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거, 이거 줘!"

가격을 물어보니 200루블, 커피와 고기를 주문하니 이미 조리가 된 고기를 접시에 담아 전자렌지에 데워준다.

"오. 빨라서 좋다!"

큰 소갈비 3대와 감자 그리고 상추와 풋풋한 향이 나는 채소를 접시에 담아준다.

"그냥 먹어?"

어떻게 먹는지 제스처를 하니 손으로 들고 뜯으라고 알려준다.

갈비는 너무나 부드럽고 맛이 좋다. 15cm 정도의 두툼한 갈비살과 함께 준 채소들을 곁들인다.

식사를 하며 아주머니에게 맛이 좋다는 표현을 하니 아주머니는 빵이 필요한지를 묻는다.

"아니, 그 옆에 생선을 줘."

"피쉬?"

"응."

생선을 먹은지가 너무 오래됐다. 두툼한 생선찜, 명태처럼 느껴진다.

갈비찜을 한 접시 더 달라고 주문하니 아주머니가 웃으며, 매콤한 토마토 소스 같은 것을 조금 덜어 접시에 담아준다.

"냅킨도 이쁘네."

정신없이 고기를 먹는 동안 작은 식당에는 러시아 사람들로 가득 찬다.

"아고, 잘 먹었다. 내일 또 먹어야지."

숙소로 돌아와 소파를 개조해서 만든 넓은 간의 침대에 쓰러진다.

낡고 허름한 숙소지만 세상 편안하고 좋다.

빗속에 100km 정도의 산길을 달려오니 졸음이 밀려온다.

아직은 러시아에 왔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내일은 맑았으면 좋겠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61, 162일 / 맑음, 비 ・ 23도
코쉬아가츠
하루를 쉬고 러시아의 여행을 시작하려 했지만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린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0,986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794시간

휴식
비내림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숙소
숙소
 
 
8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8,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아침에 일어나 어제 가지 못했던 식당으로 들어갔다.

"음. 난감모드."

무언지 모르지만 고기를 외치며 메뉴를 선택했다.

"이건 뭘까?"

식사와 함께 먹었던 커피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것이 문제의 러시아 동전이군."

러시아는 동전이 많아 관리가 힘들다고 한다. 1, 2, 5, 10루블.

자료들을 정리하다 코쉬아가츠를 구경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몽골의 도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분위기지만 조금은 정리가 되어있는 모양이다.

어제부터 모기에 물린 것인지 몸이 너무나 가려워 연고를 사기 위해 약국으로 갔다.

"저기 모스키토."

모기에 물린 곳을 보여주며 연고를 달라고 하자 여자 약사가 방긋이 웃는다.

그리고 무언가 연고를 주는데 모기의 그림이 없다.

"모스키토 맞아?"

약사는 다시 한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슈퍼에 들러 저녁거리와 함께 내일의 비상식량을 구매했다.

몽골의 슈퍼 냉장고에는 이상한 버튼이 있고 문이 잠겨있다. 버튼을 눌러야 문을 열 수 있었다.

비상식으로 빵들을 사고, 저녁으로 닭다리를 두 팩 사서 돌아왔다.

"저쪽만 비가 내리는 것인가?"

이틀째 묘한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자료를 정리하다 잠들었다.



약을 발라도 빨갛게 부푼 곳은 계속 간지럽다. 모기에 물린 것인지 숙소의 찐득이 같은 것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출발을 위해 패니어들를 정리하고.

삼일 전부터 뜯겨진 핸들바.

전기 테이프로 잘 묶어 정비를 하고.

어제 슈퍼에서 10분 동안 물병을 들고 '노까스'를 외치며 사온 물은 결국 탄산수인가 보다.

"에쒸, 망했네. 이것으로 물을 끓일 수 있나?"

출발 전 식당에 들러 배를 채우기로 한다.

튀김 만두를 하나 고르고, 만두를 주문했다.

아침을 먹고 늦은 출발을 하려고 하니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뭐지?"

일단 숙소 앞의 슈퍼에서 물을 추가로 구매하고.

우의를 꺼내어 준비를 했지만 비와 바람이 더 강해진다.

비를 피해 다시 숙소로 돌아가 비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30분이 지나도 비는 멈출 생각이 없고.

"안 되겠다. 하루 더 머물러야지."

체크인을 다시 하고 짐들을 방으로 옮겼다.

"내일도 비가 올까요?"

숙소의 여직원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고 비는 멈추었다.

그리고 하늘이 맑아진다.

슈퍼에 들러 저녁을 찾아봐도 딱히 먹을 것이 없다.

요거트를 사 와서 컵라면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내일도 비 예보가 되어있다.

"태풍이 와도 내일은 떠날 거야!"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60일 / 맑음, 비 ・ 23도
울란바이신트-러시아 타샨타-코쉬아가츠
3달 동안의 몽골 여행을 마치고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넘어간다. 여행의 세 번째 나라 러시아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이동거리
80Km
누적거리
10,986Km
이동시간
5시간 56분
누적시간
794시간

몽골/러시아국경
P256
26Km / 2시간 18분
54Km / 3시간 38분
몽골
타샨타
코쉬아가
 
 
8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8,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몽골-러시아 간의 국경이 열리는 날이다. 어젯밤 몽골의 친구들과 먹은 보드카 때문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무거운 회색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지만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다.

"콩나물국밥 한 그릇 먹으면 좋겠네."

간단하게 세안과 양치를 하고 몽골에서의 마지막 굿모닝을 알린다.

몽골 화장실에 갈 때는 먼저 옷들의 지퍼들을 모두 잠그고, 핸드폰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언제나 조심조심, 빠지면 대책 없다."

국경이 열리는 9시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잔다.

8시가 되자 비꾸가 나가자며 서두른다.

"아직 멀었는데?"

자전거와 짐들을 챙기는 동안 아스카가 기다려 주고, 담배를 사기 위해 슈퍼에 들렀지만 문이 닫혀있다.

"아직 몇 개 남았어. 그냥 가자."

"자전거는 첫 번째로."

밤새 길게 늘어서 대기하고 있는 차량들을 지나 검문소의 가장 앞자리까지 가라고 한다.

검문소의 입구에 자전거를 세우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비꾸, 아스카, 아카와 사진을 찍고, 군복을 입은 국경 검문소의 직원들이 하나둘씩 출근을 한다.

"어, 어제 몽골 긴또깡의 와이프인데?"

어제 비꾸 일행과 잠시 놀러 갔던 집의 젊은 여자도 군복을 갖춰 입고 출근을 한다. 몽골 긴또깡은 직장 커플인가 보다.

군복을 입고 머리를 가지런히 올려 모자를 쓰고 있으니 세 명의 남자아이에게 시달리던 엄마의 모습과는 달라 보인다.

"멋진데."

8시 30분, 검문소 입구의 작은 초소에서 비꾸 일행은 여권을 보여주며 무언가를 체크 받고 작은 확인표를 받는다.

"사비, 이리 와."

초소의 군인에게 여권을 건네주니 쓸데없이 여권의 빈 면들을 뒤적거리고 뭔가를 중얼거리더니 확인표를 적어준다.

"아스카, 뭐라고 쓰여있는 거야?"

"자전거."

잠시 후 아스카는 아카의 담배를 몇 개비 뺏어와 담뱃갑에 담아준다.

"러시아 담배야."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있으니 초소에서 여권을 체크했던 군인이 나와 담배를 피우며 나를 부른다.

"왜?"

초소의 군인은 국경 검문소의 사진은 찍으면 안 된다는 제스처를 하며 사진을 삭제하라고 했다. 조금 전 찍었던 몇 장의 사진을 삭제하며 핸드폰을 보여주니 이전에 찍었던 인물 사진까지 지우라고 한다.

"융통성 없는 자식."

비꾸 일행과 찍었던 사진까지 검문소의 글자가 나왔다며 모두 삭제된다.

9시가 되어 문이 열리고 첫 번째로 검문소에 입장을 했다. 검문소의 오른 편, 승용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검사를 받는 2층 사무실로 올라간다.

사무실 내부에는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심사를 받기 위해 사람들도 하나둘 모여든다.

입구에 있는 출국 카드를 작성하는 동안 비꾸 일행도 사무실에 들어와 심사대 앞에 줄을 서고 나를 부른다.

심사대 앞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한 직원이 뭔가를 말하고 사람들이 엑스레이 검사대로 돌아가서 가방들을 올려놓는다. 아스카와 함께 엑스레이 검사대에 핸들 가방을 통과시킨다.

"뭔가, 어설픈 시스템이다."

잠시 후 몽골 긴또깡의 아내가 다가와 심사대 옆에 있는 창구 쪽으로 가라며 안내를 한다.

창구로 가서 확인표를 주니 도장 하나를 찍어주고, 이번에는 비꾸가 머리를 처박고 뭔가 대화를 하고 있는 입구 쪽의 창구로 가라고 한다. 다시 도장(서명) 하나를 더 받고 심사대 앞에서 대기한다.

초소에서 준 확인표에 3단계의 스텝을 알리는 몽골어가 적혀있는데, 정확히 무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짐들을 확인받는 절차인 것 같다. 하여튼 조금 어설프고, 어쨌든 3개의 도장을 받으면 되는가 싶다.

마지막 심사대에 여직원이 들어서고 여권과 출국카드 그리고 확인표를 건네주고 멀뚱하게 서 있다.

"출국카드는 쓸 필요가 없는 거군."

아무런 질문도 없고, 뭔가를 뒤적거리더니 여권에 출국 스탬프를 예쁘게 찍어준다.

"바엘샤!"

국경 검문소를 나가는 초소에서 멋진 군인이 거수경례를 하고 확인증을 받아 가며 다시 거수경례를 해주며 차단기를 올려준다.

"멋진 군인이네."

초소 입구의 거들먹거리던 녀석에게 살짝 삐쳐있던 기분이 상쾌하게 달아난다. 어쩌면 몽골을 벗어나는 것이 이런 기분일는지 모르겠다.

불안하고, 불쾌하고, 힘들고, 지치고, 배고팠지만 너무나 경이롭던 하늘과 풍경들 그리고 그 자연과 너무나 어울리는 사람들. 몽골을 벗어나니 뭔가 아쉽지만 알 수 없는 상쾌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다시 오게 될까? 글쎄, 오토바이나 캠핑카라면 모를까."

초소의 출구를 벗어나 있으니 비꾸의 일행이 자동차를 세운다.

"사진을 다 삭제당했어. 다시 찍자!"

아스카, 아카와 사진을 찍고 러시아 국경 검문소로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 그들과 헤어진다.

검문소를 벗어나 지겨운 몽골의 비포장 산길을 다시 오른다. 몽골-러시아 국경까지 약 5~6km 정도의 산길을 따라가야 한다.

"잘 있어라. 몽골!"

자민우드, 사인샨드에서의 황망스러웠던 첫 느낌들이 생각나고, 어느새 익숙하고 친숙해져버린 몽골의 풍경들이 사라져 간다.

러시아 국경으로 바쁘게 달려가는 차량들이 뿌연 흙먼지를 날리고, 날벌레들이 쉼 없이 달려든다.

"아직은 몽골이네."

"빨리 벗어나자!"

몽골의 마지막 하늘과 양떼들의 한가로운 풍경을 바라보며.

러시아로 향한다.

저 멀리 앞서가던 차량들이 정차를 하고 대기하고 있는 초소 같은 것이 보이고.

몽골의 국기와 러시아의 국기가 보인다.

몽골과 러시아의 국경, 비꾸의 말처럼 러시아의 국경부터 아스팔트가 깔려있다.

"뭐랄까, 참 할 말이 없다."

초소를 지키는 군인이 나오지를 않고, 몇 대의 차량이 대기를 하며 정차를 한다.

한참 후에야 마르고 나이가 있어 보이는 군인이 느린 발걸음으로 걸어 나와 국경의 문을 열어준다.

간단하게 여권을 확인하고 어딘가 무전을 하더니 패쓰. 대략 자전거를 탄 한국 사람 한 명이 국경을 넘었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아스팔트를 달리기 전 감격의 휴식.

"러시아에 왔구나."

바람이 불어오는 하늘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자리에 앉아 몽골의 데이터로 마지막 인사들을 전송하고 있으니, 늙은 군인이 다가와 뭔가를 말하려다 돌아간다.

아마도 빨리 러시아 검문소로 가서 입국을 하라는 말을 하려고 한 모양이다.

국경에서 타샨타에 있는 검문소까지 20km 정도를 가야 하니, 현재의 나는 지구상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와 같다.

"러시아를 달려 볼까!"

바람과 함께 황홀한 구름과.

고산지대의 풍경은 몽골과 다를 것이 없지만.

아스팔트가 있고, 왠지 날벌레도 날아들지 않는 느낌이다.

썩 좋은 포장도로는 아니지만 비단길이 따로 있을까. 꿀렁꿀렁 넘어가는 언덕을 조금 지나고, 도로는 시원하게 아래를 향해 내려간다.

멀리서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 커플의 모습이 보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독일에서 온 필립과 마리사. 러시아를 지나 몽골과 중국으로 여행을 가고 있다.

웃는 얼굴이 너무나 편하고 예쁜 커플, 괜히 부러우니까 짧게 인사를 하고 각자의 사진과 인스타그램을 교환하고 헤어진다.

"시간 있으면 한국에도 가 봐."

내리막길을 시원하게 달려간다.

하늘도 멋지고.

날씨도 좋고.

"앗, 기념주가 빠졌군."

타싼타의 경계를 알리는 곳에서 몽골에 대한 감사의 레츠비를.

"바람과 추위, 배고픔 속에서 아무것도 없는 초원의 길을 달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몽골의 자연은 그저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굿바이 몽골리아!

툴가, 바트보르드, 오초르와 조르노크 사람들, 감바, 간져, 김병남 선교사, 뱀바, 서동고의 가족, 루시아노, 간수크, 야기, 유나박시, 비꾸, 이스카와 아카 그리고 길 위에서 만난 모든 몽골의 사람들에게 감사!"

20km를 달려 러시아의 검문소에 도착했다. 나를 지나쳤던 차량들이 검문소 앞에서 길게 정차를 하고 대기를 하고 있다.

"나도 줄을 서야 하는 거야?"

일단, 가장 마지막 차량의 주변에 자전거를 세우고.

주변을 살피는 동안 카자흐스탄 사람들로 보이는 이들이 인사를 하며 말을 건넨다.

어디서 왔어, 어디로 가, 얼마나 됐어 등등의 여행에 대한 것들을 물어보고 러시아를 지나 카자흐스탄으로 간다고 하니 되게 좋아한다.

짧은 영어를 하는 남자가 주변의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며, 검문소로 들어가기 위해 지루하게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은 낯선 여행자를 보며 즐거운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아롯과 카자흐스탄의 빵, 말린 육포 같은 것을 주며 먹어 보라고 하고, 어떤 이는 50루블을 주며 커피를 사 먹으라고 웃어 보인다.

"감사합니다. 아직 카자흐스탄에 안 갔는데, 마구마구 좋아지려고 하네. 여자들도 이쁘다던데."

울란바토르에서 툴가는 카자흐스탄의 여자가 가장 이쁜 것 같다고 말했었고, 울기에서부터 보았던 카자크들은 동양과 서양의 외모가 섞여있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물론 나는 카자흐스탄의 여자보다 G.G.G 겐나디 골롭킨을 좋아한다.

"카자흐스탄에 가며 G.G.G만을 외치고 다닐 거야."

영어를 하던 남자는 앞쪽으로 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자전거를 끌고 검문소의 입구로 이동, 잠시 후 문을 여는 군인에게 들어가도 되는지 묻자 초소를 가리키며 무언가를 말한다.

검문소 출입문의 옆에는 몽골 검문소처럼 작은 초소가 있었고, 여권을 보여주자 확인증과 함께 출입국 카드를 준다.

육로로 구경을 넘는 프로세스는 아마도 '1. 초소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확인증과 출입국 카드를 작성한다. 2. 검문소로 들어가 짐들을 검사받는다. 3. 입출국 심사 후 스탬프를 찍는다.' 이런 스텝인가 보다.

"여기는 센스 있게 코팅을 해서 사용하네."

입국카드를 작성하고, 다음번 문이 열리는 타임에 검문소로 들어갔다. 여직원이 여권을 확인하고 가야 할 방향을 안내해 준다.

승용차에서 사람들이 짐들을 모두 꺼내어 넓은 테이블에 펼쳐 놓고 있다. 그리고 엑스레이 검사대에 가방들을 열심히 올려놓느라 바쁘다.

남자 군인이 나를 보며 손짓을 하고 출입국 카드를 확인한다. 그리고 무언가 열심히 말하는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왜? 가만 너 지금 영어를 하는 거야?"

자세히 들어보니 군인은 러시아어가 아닌 영어를 하고 있었다. 정말 신기하다, 러시아어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영어가 러시아어로 들린다.

"출국 카드에도 내용을 적으세요."

한 장으로 되어있는 입출카드의 내용을 똑같이 적은 후에 입국 심사대에서 기다렸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어수선한 창구 쪽을 보니 비꾸와 아카가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아카, 여기서 뭐해?"

실외의 검사대이지만 떠들면 혼날까 봐 조용히 웃으며 아카와 수신호를 보내고, 입국 심사대에 섰다. 하늘에서는 굵은 소나기가 갑자기 쏟아진다.

여권과 확인증, 출입국 카드를 제시하고 서 있으니 언제 출국할 것인지를 묻는다.

"한 달 후에 카자흐스탄으로 갈 거야."

뭔가를 다시 물어보는 무표정한 여자 심사원.

"아 왜? 내 발음 구린 거 나도 알아!"

여자는 출국카드에 체류기간 항목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아, 안 적었구나. 미안!"

무표정하게 무언가를 말하며 숫자 8을 적어서 보여준다.

러시아의 무사증 체류기간은 60일이고, 6개월 이내 재입국이 필요할 때 추가 30일의 체류기간을 준다.

출국일을 넉넉하게 60일로 하는 것이 안전하겠다 싶어 여자에게 '나인', '셉템버'를 번갈아 외친다.

살짝 짜증이 난 듯한 여자는 종이에 숫자 9를 크고 예쁘게 적어 보여준다. 아마도 지금까지 본 9의 글씨 중 가장 예쁜 글씨다.

"땡큐!"

입국 스탬프가 찍히고 자전거를 세워둔 진열대로 가자 남자 군인이 다가와 패니어들을 모두 열라고 한다.

주섬주섬 패니어를 열고 있으니 영어로 질문을 한다.

"총기나 위험한 무기가 있어?"

"없어."

"코카인이나 마약 같은 것이 있어?"

"없어."

곁에 서있던 여자 군인이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묻는다.

"듣기 평가를 하나. 없어!"

남자와 여자는 패니어 안을 조금 살피더니 검사가 끝났다며 가라고 한다.

"엑스레이 안 찍어? 정말?"

"끝났어. 그냥 가."

자동차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짐들이 많아서인지, 내 짐들은 육안으로 검사하고 끝을 냈다. 패니어들을 떼어내고 다시 장착할 노고가 사라져서 다행이다.

잠시 검문소 내에서 기다리고 있던 비꾸 일행과 다시 재회를 하고 검문소 출구로 나간다.

확인증을 반납하며 출국카드를 본 순간.

"어, 왜 8이야? 9라고 했는데."

출구를 지키던 군인이 빨리 나가라며 재촉을 하고.

"08.09.19! 아, 어색한 표기법이다."

입국심사를 무사히 끝내고 타샨타의 거리로 나왔다. 출국을 하려는 차량들이 엄청나게 길게 늘어서 있고, 입국을 끝낸 사람들을 태우려는 버스들도 반대편에 길게 정차되어 있다.

"꼭 환영 인파 같네."

사람들과 차량들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와.

버스 정류장에서 쉬고 있으니 비꾸 일행이 자동차를 몰고 도착한다.

"사비, 어디까지 갈 거야? 코쉬아가츠는 40km 정도야!"

"잉? 40km?"

시계를 보니 2시가 안 된 시간이고, 코쉬아가츠까지 50km 정도의 거리다.

"오늘 코쉬아가츠까지 갈 수 있겠다."

"그래, 조심해!"

비꾸, 아스카, 아카는 손을 흔들며 출발한다.

타샨타를 시작으로 도로는 나지막이 떨어지는 내리막이 계속되고 검은 비구름과 함께 우렁찬 천둥소리가 계속된다.

검은 구름 지대를 빠르게 벗어나려 힘껏 페달을 밟지만 거센 바람이 시작되고.

반대편의 맑은 하늘과 달리.

국경 지역은 검은 비구름과 함께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

"정말 묘하고 신기한 하늘이다."

길을 달려 러시아의 작은 마을이 도로변으로 이어지고.

2층으로 지어진 목조 건물과 흙길의 골목은 몽골과 다르지 않지만 뭔가 정리가 된 느낌이다.

마을 앞의 구조물을 보면 마치 몽골처럼 느껴진다.

도로를 새로 포장하는 긴 도로를 달리고, 몽골과는 달리 도로 한편을 임시 도로로 사용하여 크게 불편하지 않다.

오늘 날씨와 하늘의 컨셉은 변화무쌍인가 보다.

멀리 보이는 코쉬아가츠의 하늘이 심상치가 않다.

"저 동네는 무슨 죄를 졌길래?"

묵직한 구름 아래로 만화에서 볼 수 있을법한 비가 내리고 있다.

실루엣에 가깝던 코쉬아가츠의 모습이 서서히 눈앞에 펼쳐진다.

"궁금하다. 러시아의 첫 도시의 풍경."

돔 모양의 이상한 공처럼 생긴 구조물이 보이고.

마을의 모습은 몽골의 도시와 비슷하다.

소들이 자유롭게 이동을 하며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고.

마을 중심부의 모습도 큰 변화는 없지만 사람들의 생김새가 달라진다.

큰 슈퍼마켓을 확인하고 벤치에 앉아 주변을 검색한다.

"일단, 통신을 해결하자."

러시아의 이동통신 중 핫스팟이 연결되는 MTC를 선택하고 슈퍼마켓 주변에 있는 작은 가게로 들어간다.

무표정한 얼굴의 여직원에게 유심칩을 문의하고, '노리미트'를 외치는 유심의 가격을 물으니 400의 숫자를 적는다.

"언리밋 데이타?"

여전히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여직원은 현금으로만 계산이 된다고 한다.

"오케이, 은행이 어디에 있어?"

여자가 알려준 방향에는 은행이 없었고, 길을 오며 봐두었던 슈퍼마켓 옆의 ATM으로 돌아간다.

당분간 사용할 현금을 찾고 다시 핸드폰 가게로 찾아간다.

"유심 줘 봐."

간단하게 상품을 소개하는 숫자나 영어가 있을까 싶어 봤지만 온통 러시아 글자뿐이다.

"정말 데이터 무제한이야?"

쓸데없는 것을 자꾸 물어본다는 듯 쳐다보더니 돈을 받고 담배를 피우러 나가버린다.

옆에 있던 어린 여자의 도움을 받아 유심을 교체하고.

"이거 30일 동안 쓰는 거야? 30?"

손가락까지 동원하여 한 달의 사용기간을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는다.

"이상하게 싸네!"

개통이 된 핸드폰으로 주변의 호스텔을 검색하고 이동한다. 러시아의 일반 호텔들도 몽골처럼 숙박비가 비싼 편이었다. 특별한 시설이 없는데 30,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도로변의 호스텔의 가격은 700루블, 공용 욕실과 화장실을 사용하는 게스트하우스 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방에 패니어들을 옮겨두고, 샤워를 마친 후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간다.

"주변에 식당이 어디에 있어?"

식당을 물어보니 숙소 앞에있는 카페를 알려 주었지만.

문이 닫혀있다.

도로를 걸어가.

큰 슈퍼로 들어간다.

"일단 슈퍼마켓 구경을 하고."

넓고 쾌적한 슈퍼마켓은 우리의 마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슈퍼마켓을 한 바퀴 돌아볼 때쯤 탐스러운 각종 소시지들과 함께 치킨이 눈에 들어온다.

정신이 혼미해진다.

"얼마야? 100루블이면 2,000원 정도?"

작은 닭다리를 모아놓은 팩과 큰 넓적다리 팩을 하나씩, 맥주 두 캔과 물을 사들고 바쁜 걸음으로 숙소로 돌아온다.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소는 이미 몽골에서 흔하게 본 터라 관심도 없고.

이상한 구름의 변화와 날씨 따위도 안중에 없다.

숙소의 부엌에서 살짝 렌즈에 돌리고.

"잘 먹겠습니다."

매콤한 맛의 닭다리와 큰 넓적다리를 시원한 맥주와 함께 흡입한다.

몽골에서 닭고기는 비싸기도 하지만 찾아보기도 힘들어, 가끔 쇠고기보다 비싼 파인애플 치킨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좋아!"

함께 사온 오이 피클 한 병을 다 비우며 치맥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울기를 떠나 굶주렸던 삼 일간의 허기가 사라지는 것 같다.

"러시아, 러시아까지 와버렸다."

육로를 통해 국경을 넘는 경험은 생소하고, 재미있고, 부러웠다. 가상의 선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환경과 문화, 인종과 언어는 물론 소소한 모든 것들이 바뀌었다.

국가를 나누는 경계에 불과한 선을 두고 삶이 결정되는 선택의 폭과 조건들이 너무나 차이가 난다. 한편으로 부당하고 가혹해 보이지만 필요에 의해 선을 그은 것도 그들이며, 변화 발전의 몫도 그들의 것이다.

"국가라는 것이 다른 의미의 폭력이구나. 난 아나키스트는 아닌데."

그리고 또 한 번, 육로를 통해 자유롭게 대륙을 넘나들 수 있다면 좋겠다 싶다.

몽골과 비슷한 환경이라 크게 실감이 나질 않지만 분명 이곳은 불곰의 나라 러시아다.

"자, 내일부터 밭을 매는 김태희를 찾아보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 Recent posts